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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전통발레 감상할 소중한 기회”/키예프국립발레단 내한

    ◎1830년 설립… 「잠자는 숲속의 미녀」 선보여/26일 수원·27일 서울서 화려한 무대 선사 세계 정상의 키예프 발레단이 오는 26,27일 이틀간 국내무대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서울신문사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KBS와 공동으로 초청,한국에 첫선을 보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국립발레단은 볼쇼이·키로프와 더불어 세계 3대 발레단의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러시아의 전통발레와 오페라를 가장 심도있게 표현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정 러시아시대인 18 30년에 설립돼 1백25년의 역사를 가진 키예프 발레단은 연간 2백회 이상의 공연을 가질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무대제작팀과 안무팀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석지휘자 알렉세이 바클란과 99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키예프 발레단이 이번 내한공연에서 선보일 작품은 차이코프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심술궂은 마녀의 계교로 1백년동안 깊은 잠에 빠졌던 공주가 왕자의 입맞춤에 깨어나 사랑의 결실을 거둔다는 이야기.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제3막의 결혼축하연에서 데지레 왕자와 오로라 공주를 비롯한 출연진이 벌이는 30여분간의 마지막 장면은 낭만 발레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엇보다 주인공으로 출연할 무용수들의 출중한 기량이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지레 왕자역으로 출연해 결정적인 고난도 테크닉을 펼칠 니콜라이 프리아드첸코는 이미 「백조의 호수」「호두까기 인형」「신데렐라」「지젤」등에서 주역을 맡아 「우크라이나 국민의 예술가」라는 국가훈장을 받은 바 있다.오로라 공주역을 맡은 안나 쿠시네료바는 탁월하면서도 여성 특유의 섬세한 예술성으로 인해 미국·일본·독일·스위스·프랑스·캐나다 등에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또 요정인 라일락역의 스베틀라나 톨스토피아토바도 함축성있는 세련된 기교와 우아한 자태로 화려함의 극치라는 평을 받고 있어 국내 발레애호가들을 모처럼 환상의 세계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수석지휘자인 바클란은 키예프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나였던 어머니와 피아니스트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어려서부터발레의 진수를 익힌 탓에 비교적 젊은 나이인 35세에 수석지휘자의 자리에 올랐다. 키예프 발레단의 내한공연은 26일 하오7시,수원 경기도 문화예술회관과 27일 하오7시30분,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잇따라 열린다.
  • 검찰 조사때 단서 잡히면 대선자금 조사/안 법무 국회 답변

    국회는 30일 예결위와 법사·재정경제·건설교통 등 6개 상임위를 열어 예산·결산안과 법안심사를 벌이면서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6공비리 의혹 전반을 집중 추궁했다. 안우만 법무부 장관은 예결위 답변에서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지난 92년 대통령선거때 후보에 지원됐는지에 대해 『검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드러나면 노전대통령의 소명서에 들어있지 않더라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안장관은 그러나 『대선자금문제는 노전대통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도 있고 안나올 수도 있다』고 말해 수사과정에서 단서가 드러나지 않으면 조사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안장관은 노전대통령이 대국민사과문에서 비자금조성을 「과거의 관행」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관행이라는 말만 가지고 전임대통령에 혐의를 둘 수는 없다』고 말해 전두환전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여부에 대해서는 조사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야당의원들은 이날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은 명백한 불법행위인 만큼 검찰이 노전대통령을 즉각 소환,법에 따라엄중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 정경유착 고리끊는 계기로(사설)

    김영삼 대통령이 30일 노태우씨 비자금파문과 관련,『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금융실명제를 정착시켜 앞으로 비자금소리가 안나오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부정부패의 근원인 정치권과 재계의 야합성 자금수수 관행을 뿌리뽑아 「깨끗한 정치」「경쟁력 갖춘 경제」를 시현하려는 새국가사회건설의 굳은 의지와 각오를 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대통령은 이미 취임초에도 『한푼의 정치자금도 안 받겠다』고 밝힘으로써 문민정부의 도덕성확립을 약속했으며 실명제의 전격시행으로 이러한 다짐의 신뢰감을 더해주게 됐다는 풀이가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노씨 비자금사건이 일반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분노와 허탈감의 충격을 안겨주긴 했지만 정경유착과 비리의 역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그릇된 지난날과 단절하고 부정·부패의 대물림을 차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마련해 준 것으로 그나마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때문에 우리는 이번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특히 정치권이 앞장서서 재계와의 부패연결고리를 잘라내는 인고의 노력을 보이도록촉구한다. 여야할 것없이 모든 정치인들은 후원회비나 당비등의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공개조달함으로써 도덕성을 높이고 선거공영제 확대등으로 정치의 과소비적 요소를 없애야 할 것이다.이들은 정치권의 부패야말로 경제 사회등 각 분야를 오염시키고 병들게 함으로써 우리 국가전체를 「비싼 비용과 낮은 생산성」의 국제적인 비교 열위에 놓이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특히 부패의 중독증세가 심한 정치인들은 스스로 정계에서 물러남으로써 국가사회의 청정화에 기여토록 당부하는 바이다. 비자금조성이나 관리에 능동적으로 협력,이권과 특혜의 불법적인 반대급부를 얻어낸 재벌기업들은 철저한 조사와 탈루세금추징을 각오해야 한다.이러한 고통을 기술혁신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어야 우리경제는 무한경쟁의 세계무대에서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 무고는 먹혀들지 않는 사회로(박갑천 칼럼)

    고발의 행태는 두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수 있겠다.그하나는 있는 사실을 일러바치는 경우이다.세조임금 없앨 일을 함께 모의했다가 짜드락날게 두려워 입 벌려버린 김질의 배신같은것.다른 하나는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부풀려 음해하는 참소·무고다.조선시대 유자광이 했던 짓이다.얼마전 인천에서는 넉달동안 4백40명을 고발한 상습무고꾼이 구속되었는데 정신은 온전한 것인지. 있는 사실을 까바치는 고발의 경우 윤리도덕과 사회기강 확립의 측면이 맞부닥치는 어려움도 있다.가령 어느날 누이동생집에 들른 민지재가 소를 잡아 국법을 어긴 그집을 고발한 일은 어찌봐야 할 것인가 하는 따위이다.『…남의 비밀을 들추어내면서 스스로 정직하다고 하는자를 미워하는것』(「논어」양화편)이 동양쪽 생각 아니던가.하지만 「민주사회=고발사회」라는 말도 있듯이 부정부패·질서문란·엉망상도의…등 고발돼야할 사회악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다만 그 고발이 무고일 때가 문제다.얼굴을 가렸건 내놨건 무고는 툭수리차야 옳을 악덕중의 악덕.홍만종의 「순오지」에 누가 지었는지 모른다면서 「옛사람의 청참시를 소개해놓고 있는데 그시 그대로 그건 망국병이다.­『참소하는 말 삼가고 듣지들 말소/들으면 앙화가 맺히네/임금이 들으면 신하가 주벌받고/아비가 들으면 아들과 떨어지며/부부가 들으면 서로 헤어지고/세치 혀놀림 듣지들 말소/혓바닥 위에는 용천검있어/피도 안나게 사람을 죽이네』 한국인의 한해 평균 고소고발건수가 일본의 40배고 그중 무고혐의로 기소된 경우는 4백배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왔다.그것은 무고가 먹혀든다는 말이기도 하다.김정국 「사재척언」에서 연안부사 안팽수의 얘기를 소개하면서 이런 풍토를 개탄한다.술에 취한 부사는 무고사건을 아전에게 맡겼는데 뇌물먹은 아전은 죄없는 3부자를 매우쳐서 죽게 했다.김정국은 무고가 먹혀들게한 죄를 물어 「옥사 결단하는 자의 경계로 삼고자」 그를 파직시킨다.하지만 바로 못본게 어디 연안부사뿐이던가.임금도 무고에 속아 올바른 선비들을 죽였던 것 아닌가.그래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천천히 스며드는 참언이나 피상적인 고자질을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총명하다 해도 좋으리라』(「논어」안연편) 총선을 앞두고 무고가 활개칠듯하다.무고로 재미보긴 커녕 모조리 쇠고랑을 차게 돼야 한다.그게 무고없애는 길이다.
  • 외씨버선 볼받아 신고(송정숙 칼럼)

    『그젯밤에는 나가 자고,어젯밤에는 구경가고 무삼 염치로 무삼 염치로 삼승버선에 벌을 받으라나…』 흘러간 가요를 부르는 TV프로에서 민요 매화타령이 흘러나온다.이 프로에서는 노랫말 자막도 나온다.따라부르기도 좋고 가사내용을 음미할 수 있어서 좋다.날이면 날마다 나가 자기나 하고 구경이나 다니는 사람이 귀밑머리 마주푼 지아비인지 오다가다 만난 남정네인지는 몰라도 바람둥이인 모양이다.바람이나 피우면서 「무삼」염치로 「버선 벌」을 받으라느냐는 사설이다.재미있다.우리 민요는 사설이 이렇게 씹을 맛이 있고 감칠 맛이 있다. 그런데 버선의 「벌」을 받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또 「삼승버선」이란 어떤 버선일까.민속악을 연구하고 「한국 경서도창악 대계」를 엮어낸 황용주씨는 삼승버선이란 「석새베」로 만든,그러니까 「막버선」을 뜻한다고 설명해 준다. 그리고 여기 「벌」이란 「볼」의 잘못된 표기일 것이다.권위있는 공영방송의 자막이 틀린 것이다.옛날 우리네는 버선의 「볼을 받아」신었다.「볼받기」는 헤진 버선을 깁는 방법을 뜻한다.버선의 중앙선인 수눅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룬 양 부분을 「볼」이라고 부른다.얼굴의 볼을 연상하는 이름이다.버선은 그 부분이 쉽게 헤어진다.그 「볼」에 헝겊을 대고 깁는 것을 「볼받는다」고 한다.그러나 헤어진 걸 깁는 일만이 「볼받는」 목적은 아니다.양쪽이 균형되게 헝겊을 덧대고 올을 따라 곱게 감치면 버선의 형태가 예뻐진다.질펀한 마당발도 뾰족한 칼발도 도톰한 「외씨같게」 만들어 준다.「볼받아 신는 버선」.그것은 우리의 생활문화가 지닌 정성성(정성성)을 대표한다. 그래서 모양내는 사람들은 버선을 진솔로 신지 않았다.아예 빨아서 유리알처럼 다듬고는 「볼받기」를 해서 신었다.태식태식한 무명질감의 진솔버선은 예쁘지도 않고 많이 헤어지면 볼대기도 나쁘기 때문이다. 침선을 시작하는 딸들에게는 먼저 버선볼받는 일부터 가르치는 것이 순서였다.조각 헝겊을 모으고 감별하고 손질해서 볼을 대고,올따라 공들여 감침질하기를 익히는 일 그것이 「재색겸비」한 규수의 조건이었다. 우리 버선문화에는 이런 생활의 향기가 배어있다.딸들에게 엄격한 집안에서는 버선 신음새에도 까다로웠다.반달형으로 동그랗게 송편처럼 도려낸 뒤꿈치를 바짝 치켜서 신지 않으면 『기생이냐,버선을 지루신게.바짝 치켜신거라』하고 나무라셨다. 아닌게 아니라 잘잘 끌리는 치마끝으로 살짝살짝 내비치는 새하얀 버선코는 은근히 고혹적이다.모든 민족의상에는 「에로틱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몸의 윤곽이 드러나는 꾸냥의 옷,잔뜩 젖혀진 목덜미의 기모노.우리의 그것은 치마끝에서 숨바꼭질하는 버선코나 겨드랑 밑에 들락날락하는 하얀치마말기에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옛어른들이 버선으로 딸들을 신칙했던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버선만이 아니라 우리는 모시적삼도 진솔로보다는 처음부터 푸새를 해서 입었다.빳빳하게 풀을 먹여 촉촉할때 꼭꼭 밟아서 상큼하게 다려 입어야 제 모양이 난다.낡아서 손을 댈 수 없을 때까지 손질해 입었다.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해 손질하는 「재생(재생)의 예술」은 우리 생활문화의 특성이다.음식도 그렇고 생활방식도 그랬다.위험하겠거나말거나 무모하고 거칠게 대강대강 하는 짓은,그리하여 목숨을 무더기로 파묻는 참사를 저지르는 짓은,원래의 우리 것이 아니다. 매화타령에 등장하는 버선문화는 얼마나 절묘한가.석새베버선이나 신는 주제 바람피우는 일도 분수없고 빛 안나는 막버선에 「볼받기」같은 정성을 요구하는 것은 더욱 당치않다는 뜻이다.문학성이 높은 사설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진솔옷만들기보다 더한 정성으로 기워입기를 했다.빛깔의 조화 씨줄과 날줄의 질서를 엄격하게 믿아 정성을 들였다.그래서 기운옷이 남루가 아니게 기품을 보존하는 지혜.가난을 정성으로 승화시켜 예술이게 한 근검이다. 요즘 TV 역사드라마같은 데서 아무렇게나 넙적한 헝겊을 대고 기운 옷을 입고 나오는 것은 우리의 품위를 모독하는 짓이다.그런걸 알아보지조차 못하게 된 우리가 부끄럽다.「볼받기」도 몰라 「벌받기」로 쓰고…. 그래도 거기 스며있던 옛사람들의 향기는 유전인자처럼 우리의 어디엔가 남아 있을 것이다.식민지시대,분단시대같은 절멸의 시대를 거치지 않았더라면 유전은 이어져서 향기있는 현재로 계승되었을 텐데.정밀성이 떨어지고 마무리에 약하고 날림의 대표사회처럼 되어버린 오늘의 우리가 이런 유전인자를 찾을 수는 없을지.우리속 어딘가에 있을 그 유전인자를 살려 「매사에 정성을 들이는」 노력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 영화 초대석 「조니뎁의 돈주앙」

    ◎여자 1,502명 울린 청년의 방황기/조니뎁,몽상적 주인공 분위기 소화못해 펄럭이는 망토에 쾌걸조로 가면,가죽바지에 은색단추가 달린 붉은 승마조끼를 입고 감미로운 여성관을 읊조리는 젊은 남자.카스티야인 특유의 악센트와 고독한 눈빛,무의식의 영역을 자극하는 은밀한 몸짓으로 1천5백2명의 여인을 사랑의 늪에 빠뜨린 청년 돈 쥬앙.그는 과연 단순한 바람둥이에 지나지 않았을까.어느 한 여인에게도 안주하지 못하고 끝없이 새로운 사랑의 대상을 찾아나서는 그의 행동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문학,연극,오페라,나아가 서구 정신사의 한 단면을 이뤄온 전설적 인물 돈 쥬앙의 신화를 토대로한 미국영화「조니 뎁의 돈 쥬앙」(감독 제레미 레벤)이 30일 개봉된다. 영화는 이 세상 모든 여인들의 위대한 연인임을 믿었지만 한 여자(돈야 안나)와의 진실한 사랑을 이루지 못해 방황하는 21세 청년 돈 쥬앙이 뉴욕의 한 건물 옥상 난간에서 뛰어내리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경찰은 이 광기어린 젊은이를 다루기 위해 베테랑 정신과 의사 잭 미클러(말론브란도)를 불러 정신감정을 의뢰한다.잭은 열흘에 걸쳐 돈 쥬앙의 환상적인 모험과 낭만의 오디세이를 듣게되고,이들은 이내 사회적 배경과 나이의 벽을 뛰어넘어 친밀한 정신적 교감을 나누게 된다는 줄거리.다분히 시적이고 감성적인 대사가 에로틱 코미디로서의 일정한 격을 유지시켜주고 있지만 돈 쥬앙의 여성편력만 떼어놓고 보면 이 영화는 한갓 삼류소설에 나오는 질퍽거리는 사랑이야기에 다름아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돈 쥬앙에게서 초인의 이미지를 보았으며,니체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았던 카뮈는 그의 산문집「시지프스의 신화」에서 돈 쥬앙을 부조리한 인간의 모델로 꼽았다.그러나 영화「조니 뎁…」은 무엇보다 전형적인 인물로서의 뚜렷한 돈 쥬앙 상을 창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속의 돈 쥬앙은 『나는 전세계 여성의 연인』이라는 자신의 「패덕의 철학」을 말로만 외쳐댈 뿐 실제 표정연기나 대사에 있어서는 소심하고 얼뜬 모습으로 일관한다.현실과 환상이 뒤섞인,자기몽상적인 돈 쥬앙을 통해 돈 쥬앙 신화를 재해석하려는 감독의 의도는 이로써 크게 빗나간다.새로운 현대판 돈 쥬앙 역을 만년 소년풍의 중성적 분위기가 강한 조니 뎁이 소화해내기는 역부족.여성들의 보호본능을 유발하는 마마보이 연기에만 치우쳐 「성의 화신」으로서의 강·온 연기균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비해 말론 브란도의 여유롭고 느릿한 매너의 연기와 그의 아내 마릴린 미클러 역을 맡은 페이 더너웨이의 부드럽고 감상적인 연기는 영화 전체에 안정감을 준다.
  • 북경 세계여성회의/“여성교육 지원” 손여사 연설에 갈채

    ◎손명순 여사 기조연설/요지/한국에 「여성공동의 장」 곧 개관/“오염된 환경·세상 회복시킬 원천이 되자” 존경하는 각국 정부대표와 세계여성지도자 여러분. 올해는 유엔이 창설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면서 바로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반세기동안 유엔은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세계 각국은 여성의 발전과 남녀평등실현을 위해 진력해왔습니다.평등·여성발전,그리고 화해와 평화 없이는 밝은 미래가 없습니다. 이번 회의는 21세기 여성발전을 향한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세계 각국 대표는 여성발전을 위한 행동강령을 채택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이곳에 모였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냉전체제의 종식으로 인류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 곳곳에서는 아직도 지역간·민족간 분쟁과 전쟁,인권침해,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그리고 자연에 대한 남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국가간 경쟁심화에 따른 불평등과 소외에 대한 우려도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세계여성회의는 인류문명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우리 여성은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볼 때 분명 새로운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여성은 불평등과 억압·파괴가 만연하는 부정적 문화를 극복하고 유기적 협력과 공존·평화의 문화를 창조하는 작업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여성이 빈곤과 문맹·폭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경제·정치적으로 힘을 키워야 합니다. 한국은 48년 정부수립 이래 자유민주주의헌법에 입각해 여성에게 참정권·노동권·교육권을 보장했습니다.한국은 비교적 짧은 기간동안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실현해낸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분야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뤄왔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정부는 50년부터 문맹퇴치교육 5개년계획을 수립하여 범정부적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문자해독률,여성의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나라가 됐습니다.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저개발국 여성의 교육과 인력훈련을 위한 지원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한국정부는 80년대초부터 여성의 능력을 개발하고 사회발전에 여성이 동참할 수 있도록 여성관련 법제와 기구를 정비해왔습니다.여성정책전담 정무장관실을 신설했고 가족법을 개정했으며 남녀고용평등법과 영유아보육법·성폭력특별법을 제정했습니다. 금년 7월에는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성폭력에 관한 국제전문가회의를 개최,이번 세계여성회의에 상정된 「서울선언문」을 채택하는 등 여성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학교교육과 대중매체의 성차별적 요소개선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최근에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보육시설확충,여성고용기회확대,정치참여증진 등을 중요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냉전종식 이후 오늘날 평화롭고 함께 번영하는 지구촌 건설을 위해 인류공동의 문제에 대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습니다.여성문제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한국은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곧 개관될 「여성공동의 장」에 국제협력의 창구를 마련하였습니다. 인류가 이제까지 애써 키우고 가꿔온 오늘날의 문명은 물적 가치에 치중한 생산과 소비활동,환경을 도외시한 개발,그리고 과학기술의 오용 등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여성은 21세기를 앞두고 미래지향적 철학과 이웃을 사랑하고 참된 평화를 추구하는 이상적 세계관을 가지고 진정한 공동체적 삶을 이룰 수 있도록 건전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그리고 푸른 자연을 지키는 운동을 전개합시다.「하늘의 절반」인 여성의 저력은 오염된 환경과 세상을 건강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새 힘의 원천이 될 것입니다. 우리 여성은 21세기 미래를 이끄는 새로운 주역이 될 것입니다.따라서 여성발전을 위한 정부차원의 적극적 지원은 다른 어느 부문에 대한 투자보다 장기적이며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신대 증언·비디오 2편 상영/미 대표단 「낙태 자유」선언 추진/GO회의·NGO포럼 이모저모 ○…북경 세계여성회의 한국대표단 명예수석대표로 참석중인 김영삼대통령부인 손명순 여사는 5일 하오 정부기구(GO)회의 이틀째 본회의에서 지난 85년 나이로비대회이후 한국정부의 여성지휘향상을 위한 노력과 정책방향에 대해 기조연설. 핑크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손여사는 이날 하오2시35분쯤 회의장인 아시아 선수촌내 국제회의센터에 도착,유엔의전관의 영접을 받으며 회의장에 들어서다 현관에서 회의장 7층에 있는 한국공보원의 현판을 발견하고 『좋은 곳에 자리잡았다』고 관심을 표명한뒤 2층 귀빈실로 직행. 손여사는 미 대통령부인 힐러리 여사의 연설직전 대회장에 입장,힐러리 여사와 펑페이윈 중국조직위원회 대표에 이어 하오회의 3번째로 연설.13분 가량 진행된 손여사의 연설은 참석자들의 두어차례 박수를 받으면서 진행.특히 『앞으로 한국정부가 저개발국 여성의 교육과 인력훈련을 위한 지원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란 대목에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공감을 표현. 이날 손명예대표의 연설시작 9분여쯤뒤 2∼3분 동안 동시통역이 안나와 레시버를끼고 있던 참석자들이 한동안 어리둥절.회의관계자 등은 손여사에게 기계작동의 문제가 생겨 잠시 통역이 나오지 않는 상황임을 알린 뒤 통역을 재개시켜 연설은 무난히 진행.연설이 끝난 뒤 손여사는 고개를 깊게 숙여 장내의 관중들에게 인사,장내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손여사는 상오로 예정됐던 스리랑카,우크라이나,나미비아대표 등의 연설이 순연되고 예정에 없던 힐러리 여사의 특별연설이 끼어드는 바람에 1시간여 가량 귀빈실에서 황대사 등과 환담하면서 대기. ○…이날 아침 북경에 도착한 힐러리 여사는 특별연설에서 『이번 회의의 목적은 여성의 힘을 기르고 여성의 인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여성 인권과 인류의 인권은 결코 분리될 수도 없고 분리돼서도 안된다』고 역설해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중국사회과학원 문헌출판사는 이날 한국공보원을 통해 손명순 여사에게 한국 여류작가의 단편소설을 모은 「한국 여작가품선」한권을 증정. ○…북한NGO가 5일 마련한 「전쟁중 일본의 성노예범죄」주제 워크숍에는 50여석정도의 좁은 장소에 남북한 참가자를 포함,일본·중국·독일인 등 1백50여명이 들어차 정신대문제에 대한 높아가는 관심을 반증.NGO포럼장의 10­M빌딩 48호에서 북한의 종군위안부 및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대책 위원회 박성옥 부서기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워크숍에서는 피해자 증언과 종군위안부실태 등을 담은 두편의 비디오가 상영됐다.이자리에 정부대표단의 일원으로 북경을 찾은 이혜정·강부자 의원도 방문해 눈길.이의원은 워크숍이 끝난 후 박성옥 종태위부서기장과 악수와 가벼운 대화를 교환. ○…한국 NGO위원회의 공연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여성문화예술기획의 김경란씨가 NGO포럼장의 유명인사로 부각.인간문화재 김금화씨 등으로부터 신내림굿과 교방춤을 전수받은 김씨는 씻김굿공연 등 군위안부 관련행사는 물론 각종 문화행사를 주도했는데 인터뷰 요청이 쇄도.중국 신화사를 비롯,미국의 몇몇 사진잡지는 벌써 인터뷰를 끝냈고 다른 외국언론도 김씨를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후문.NGO 조직위원회가 매일 발간하는 「포럼 95」는지난 3일 김씨의 공연모습사진을 크게 실었으며 김씨가 속한 풍물패의 출연을 요청하는 소수민족단체도 상당수. ○…제4차 유엔 세계여성회의의 거트루드 몽겔라 사무총장은 여성의 사회적 평등을 위한 혁명의 남성도 동참할 것을 요구.그녀는 『이미 이러한 혁명은 시작됐으며 이는 모든 인류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방관자는 있을 수 없다』며 남성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국제단체의 관심을 촉구. ○…미국대표단의 도너샤라라 단장은 미국대표단이 이번 회의에서 「여성의 낙태를 위한 선택의 자유」를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바티칸이나 이란 등과 같이 로마 카톨릭과 회교권국가의 대표가 여성의 낙태를 지지하는 문구를 행동강령에 삽입하는 것에 대해 격렬히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도너단장은 『우리는 여성의 출산권과 함께 선택의 자유를 위해서도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 ◎이질적 문화권대표간 가교 역할/윤순영 NGO위 연락관 인터뷰 『제가 유엔도 알고 NGO대회도 알기 때문에 이런 일에적임이라고 여겼던가봐요』 제4차 세계여성회의가 열리고 있는 북경에서 NGO위원회 유엔리에종(연락사무관)직함으로 활약하고 있는 재미교포 윤순영씨(50). 『세계 곳곳을 떠돌며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 사이에서 다리역할을 하는 게 제 일이었어요.그러다보니 자연히 이질적인 문화들을 이해하게 되고 누구를 만나든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게 됐지요』 지난 47년 3살때 미국으로 이민,미시간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방콕지사·세계보건기구(WHO)뉴델리지사 등지에서 유엔직원으로 일했다. NGO위원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0년 코펜하겐 포럼 당시 유엔사무국 직원으로 행사진행을 뒷바라지하면서부터.당시 그의 탁월한 업무능력을 눈여겨본 산티아고 NGO사무총장이 회유포럼을 앞두고 「구조」를 요청한 것.이를 받아들여 윤씨는 U유엔무국에 사표를 냈고 NGO의 행동강령을 로비하는 새로운 신분으로 다시 유엔을 출입하게 됐다. ◎「우조교 성희롱 판결」 풍자/NGO 포럼장서 한국의 날 행사/길쌈·강강술래 대미 장식 5일NGO포럼장의 간이무대에는 형형색색의 선고운 한복들이 막바지로 접어들어 조금씩 진이 빠지고 있는 포럼의 분위기를 산뜻하게 추스리고 있었다.「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을 주제로 하는 「한국의 날」 행사가 NGO포럼장에 마련된 간이무대에서 이날 하오5시45분 시작된 것.이번 포럼에서 정신대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끌어올리고 정치·발전·인권분야의 워크숍에 고루 참가,한국여성운동의 지평을 크게 넓힌 우리 NGO위원회가 힘을 모아 마련한 자축 한마당이었다.동시에 5백여명에 이른 외국인참가자와 마음의 벽을 허물고 한국적 「신명」을 나눈 교류의 자리이기도 했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연출을 맡은 이날 행사는 하오5시 글로벌 텐트앞에서 청사초롱을 앞세운 한복차림의 우리 NGO 1백여명이 행사장까지 길놀이를 펼쳐 포럼 참가자의 자연스러운 관심을 이끌어내며 시작됐다.삼삼오오 모여든 외국인을 이끌고 무대에 이른 대열은 예술기획 소속 이혜란씨의 깃발춤에 맞춰 문열이굿을 펼쳤다. 이어 성폭력·환경·장애인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는 캠페인과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원고패소판결 등을 풍자한 마임으로 이날 행사는 무르익었다.언어와 인종은 달라도,어쩌면 생각도 조금씩 다르겠지만 여성이 함께 눈앞에 놓인 문제의 벽을 넘어보자는 공연의 뜻은 참가자의 뜨거운 박수로 응답받았다. 신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된 김경란의 춤사위와 안혜경의 환경노래공연은 흥겨움과 푸근함을 더한 시간.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길쌈짜기와 강강술래는 특히 인기가 높았다.참가자 모두가 함께 출 수 있도록 무대의 문을 활짝 열었기 때문.긴 막대에 오색끈을 매어 꼬아가는 길쌈짜기에 직접 참가한 미국인 참가자 에미 애덤스양은 『다른 어느 나라의 행사에 가봐도 이렇게 직접 민속춤을 춰볼 기회는 없었다』고 동양문화의 한자락을 맛본 즐거움을 말했다.
  • 땅밑 탈것 속에서 보는 일들은(박갑천 칼럼)

    땅밑교통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다.서울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믿을건 땅밑.얼른 타기 편하다고 땅위교통 이용하다가 황그리는 일은 적지않다.짬짜미시간 제대로 못대고서 뒤통수 긁적인 연인들도 많으렷다. 출근시간에 땅밑탈것 타면서 볼일 못볼일 다본다.물론 지금은 김유정의 수필 「전차가 희극을 낳아」의 전차안같이 한가로운 풍경일 수는 없다.우선 글을 써붙여 노약자와 장애자가 앉게 돼있는 자리부터 보자.대체로 젊은이가 차지하고 있다.글소경 아닌가 생각되는.더러 그앞에는 늙은이가 손잡이에 매달려 서있기도 한다.가끔씩 방송도 나온다.그자리는 노약자·장애자에게 양보해야 한다는.하지만 말귀(마이)에 부는 샛바람(동풍)이다. 가만히 훑어보노라면 앉은 사람은 거의라 할만큼 졸고들 있다.끄덕끄덕 꾸벅꾸벅.일본사람들이 말하는 너구리잠인지 아니면 여우잠인지.무슨 연유로 엊저녁잠을 설친 것일까.아니더라도 흔들거리는 탈것은 졸음을 불러들이는 법이긴 하다.한데 역에 닿으면 영락없이 벌떡 일어난다.눈만 감고 있었든지 수잠들어 있었든지의 어느쪽일 게다. 어떤 역에서 중늙은이 여성이 탄다.그는 일반석 여학생 앞으로 간다.『아이고고!』 물탄꾀 비명을 연발하면서.일어서는 여학생.두말없이 그자리에 털썩 앉는다.권리라도 찾은듯 사뭇 당당하다.고맙다는 말한마디 안나오는 것일까.그 나이또래의 한 남성은 숫제 자리를 「강탈」한다.요즘 젊은것들 도무지 예의범절이 없다고 엄펑소니치면서.자기가 앉지않고 남을 앉혔다면 듣기 민망한 「고담준론」이 그래도 나을 뻔했다. 성인은 희미한 조짐만 보고도 그것이 이르게될 결과를 안다고 했다(「한비자」설림편).그래서 기자는 주왕이 상아로 젓가락 만드는걸 보면서 천하의 앙화를 미루어 알았다.상아젓가락에 어울리는 밥그릇·밥상을 만들어야 하고 또 그에 걸맞을 산해진미하며 미주·미녀가 뒤따를 것이라는 데서였다.땅밑탈것 속의 이런저런 풍경은 오늘의 우리 의식구조 민모습을 그림그리고 있는것.우리의 내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짐작케한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면 젊은이도 젊은이답지 못해진다.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군군신신부부자자:「논어」안연편).하건만 스스로는 답지 못하면서 남만을 탓하는게 과연 옳은 자세일까.제각기의 자리에서 다워질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다.
  • 거품경제 후유증… 부실채권 “눈덩이”/일 금융기관 파산배경·파장

    ◎부동산·주가 하락따라 40조∼60조엔 규모/해결책 안나오면 「주전7사」도 파탄위기 일본 전후 최대의 금융기관 파탄사태가 30일 발생했다. 51년 역사의 효고은행과 신용조합 가운데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던 기즈신용조합이 이날 하루만에 무너졌다.지방은행이지만 은행이 파탄한 것은 전후 처음이다. 일본 금융기관의 파탄은 세계 금융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주요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폭락하기도 했다.40조엔이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부실채권이 일본 금융기관을 생사의 갈림길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부실채권은 부동산담보대출의 오랜 관행과 거품경제가 맞물린 결과다.거품경제가 사그러들면서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하락하자 금융기관마다 대량 부실채권을 안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국내는 하루만에 2개의 금융기관이 쓰러지는 데도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다.부실채권이 많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부실채권은 40조엔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60조엔까지 추산하는 전문가도 많다.부실채권은 일본 국민총생산의 10%나 되는 엄청난 액수다.이 때문에 91년이후 11개의 금융기관이 무너졌다.지난 1년동안만 해도 신용조합 기후쇼긴(94년9월),도쿄 교와신용조합·안젠신용조합(94년12월),유아이신용조합(95년2월),코스모신용조합(95년7월)의 순서로 줄줄이 쓰러졌다.금융기관 파탄에 면역이 된 듯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최근 금융기관 파탄이 지난 27년 쇼와금융공황과 닮았다면서 부실채권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거품경제의 침체,불량채권발생,금융기관 파탄으로 이어지는 양상이 당시와 똑같다는 것이다. 또 금융기관들이 부실채권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지만 이제는 팔 주식도 많지 않다.스미토모은행·아사히은행등 시중은행 11곳은 지난해 2조엔의 주식매각이익을 계상해 겨우 4백억엔대의 흑자를 기록했다.그러나 상각재원도 말라버렸다. 사실 금융기관의 파탄은 계속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파탄후보는 6조엔이 넘는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주택금융전문회사(주전) 7곳.대장성은 이들 회사의 경영실태를 조사하고있어 9월중 대책이 나올 전망인데 청산으로 결말날 가능성이 크다.
  • 「제3의 은행」 은닉 가능성 추적/「1천억 비자금」검찰수사의 과제

    ◎시티은은 위장전술… 배후인물 있을지도/사건규명 열쇠쥔 문제계좌 확인 급선무 1천억원대 슬롯머신 자금 전주의 대리인으로 알려졌던 이창수명의의 차명계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수사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씨 검거에 주력하고 있는 검찰이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가 몇가지는 남아있다. 우선 시티은행이 아닌 「제3의 은행」에 자금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티은행 계좌에 있다」는 말이 위장전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게 검찰의 입장이다.최초 발설자로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이창수씨와 이재도씨의 신병이 아직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뿌리」가 아닌 「곁가지」를 통해 확인한 것일 뿐이라는 얘기이다. 특히 이들이 이 방면의 「전문가」라면 실제로 예금된 은행을 유포시키는 과정에서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게 오히려 정상일 것이다.「거래」의 성사단계에서 밝혀도 별 문제가 없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보안유지를 위해서도 더 낫기 때문이다. 또 「진원지」를 떠나 중개인을 거치는과정에서 각색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검찰은 이들을 검거,진술을 들어보아야만 최종적인 계좌실체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11일 상오 이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뭔가 다른 물증을 확보할 가능성에 가느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그러나 이씨가 이미 잠적한 상태라 과연 꼬리를 남겨 놓았겠느냐는 점에서 큰 기대는 걸고 있지는 않다. 또 10명의 중간전달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검찰관계자는 『비슷한 내용의 설이 지금까지 알려진 유통경로말고도 여러 군데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수사를 여러 갈래로 진행해 나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현재로서는 이씨를 1천억원설 발설의 진원지로 보고 있으나 이씨의 배후에 또다른 인물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예금계좌를 찾아내야만 전직대통령 비자금으로 쏠린 국민의 의혹이 해소될 뿐아니라 「서석재 발언파동」의 진상규명도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검찰관계자는 『이 계좌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로 이 계좌의 발견여부가 사건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음을 강력히 내비쳤다. ◎「4천억설」 진원지 이창수씨/“슬롯머신 거물” 정덕진씨 측근/지방에 70억∼80억 상당 호텔 소유/오락실 영업 재허가 안나 자금난 검찰이 「4천억원 가·차명계좌 보유설」의 진원지로 지목한 이창수씨(43·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탑마을아파트 716동 501호)는 국내 슬롯머신업계의 대부인 정덕진씨 측근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이 아파트의 완공과 동시에 이씨는 입주했으나 아파트 실소유자는 유모씨(35)로 밝혀졌다. 이씨는 93년 슬롯머신업소에 대한 검찰수사 때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적이 있어 현재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이씨가 정씨의 「비자금」 관리인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으나 이씨도 현재 잠적한 상태여서 사실여부는 불분명하다. 서울 H대를 졸업한 이씨는 90년 8월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그린피아호텔을 인수,현재까지 경영해 오고 있다.이 호텔은 객실 35개짜리 2급 호텔로 대지 2천평에 4층 규모이다.시가는 70억∼80억원 수준이다. 이씨는 자금압박을 받아 지난 3월 이 호텔이 경매까지 부쳐쳤다가 취하되는가 하면 지난 5월에는 온양의 G관광호텔을 매각하기도 했다는 것. 이씨의 주변에서는 신정부의 슬롯머신 업소에 대한 영업제한 조치로 지난해 5월 오락실영업의 허가가 만료된 뒤 재허가가 안나와 심한 자금압박을 겪은 것 같다고 전하고 있다. 이씨는 검찰의 조사망이 좁혀지자 지난 9일밤 11시쯤 부인 이모씨(35)및 2남2녀와 함께 잠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관문과 신문배달구를 통해 본 48평짜리 아파트 내부에는 고려청자 등 고가의 도자기들이 다량으로 전시돼 있고 값비싼 장식품들이 벽에 걸려 있어 한눈으로 봐도 「재력가」임을 짐작케 했다. 이씨는 중간 발설자인 박영철(45·무직)·김종환씨(43·외국회사 주재원)등 3명과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삼일로빌딩 부근 당구장에서 만나 「실명되지 않은 계좌에 대한 처리」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자동차보험/첫가입땐 이달안에/새달 보험료 6.4%인상…절약 가이드

    ◎「가족 운전자 한정특약」은 35% 할인혜택/보험료,보험사따라 20%차… 신중 선택을 오는 8월1일부터 자동차 보험료가 평균 6.4% 오른다.특히 자동차 보험에 처음 가입하는 운전자의 경우 보험료가 종전보다 47.6%씩이나 인상돼 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개정된 자동차 보험제도를 잘 살펴보면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처음으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는 운전자의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보험료가 대폭 오르기 전인 이달말까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자동차 매매계약을 하고도 8월1일전까지 차가 자기 손에 인도되지 않아 걱정인 운전자는 차대번호나 매매계약서를 갖고 있으면 즉시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게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8월이후에라도 바뀐 자동차보험제도를 잘만 활용하면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어 그 요령을 알아본다. ◇되도록이면 작은 차를 구입하라=새 자동차보험제도는 배기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1천5백㏄이하는 보험료 부담이 지금보다 조금 줄어들지만 그 이상인 중·대형은 늘어난다. 예를 들어 배기량이 2천㏄이상인 자동차의 보험료를 1백%라고 할때 대인보험료는 1천5백∼2천㏄가 76%,1천∼1천5백㏄ 73%,1천㏄이하는 57%이다.대물보험료의 경우도 배기량에 따라 13∼31%로 차등 적용된다. 또 자동차를 살 때 조금 더 부담을 하더라도 에어백이 장착된 자동차를 사면 자기신체 손해 부분 보험료가 싸진다.앞좌석 모두에 에어백이 장착됐을 경우는 20%,운전석에만 에어백이 있으면 10% 할인을 받는다. ◇가족운전자 한정특약 조항을 활용하라=가족운전자 한정특약 일명 「오너보험」은 본인·부모·배우자·자녀가 운전할 때만 보험혜택을 받는 것으로 운전자의 범위가 제한돼 있지만 아무나 운전할 수 있는 기본 상품보다 보험료를 35% 절약할 수 있다. ◇운전자가 부담하는 「차량손해 자기부담금」은 큰 것으로 들어라=자동차 사고로 자기 차가 파손됐을때 보험가입자가 일정 금액을 부담하는 자기부담금이 현재 5만·10만원이던 것이 5만·10만·20만·30만원으로 확대됐다. 자기부담금이 30만원이면 보험료는 20·9%,20만원이면 12.7%씩 싸진다.예를 들어 1천만원짜리 새 차를 구입했을때 자기부담금을 5만원으로 할 경우 기본보험료는 33만9천원인 반면 자기부담금이 30만원이며 26만8천원으로 7만1천원이 싸진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자=8월1일부터는 중앙선 침범,신호·지시위반,음주·약물중독운전등 10대 중대법규를 위반하면 그만큼 보험료가 할증된다.따라서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것이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10대 중대법규에는 이밖에 제한속도 20㎞/h 초과,앞지르기방법 위반,건널목 통과방법 위반,횡단보도 보행자보호의무 위반,무면허운전,보도침범사고,개문발차사고등이 포함된다. ◇외국에서 든 자동자보험 가입서류를 잘 보관하자=앞으로는 외국에서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던 사람은 귀국할 때 가입증명서류를 받아오면 국내 보험사에서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이는 신규가입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그만큼 보험료를 줄일 수 있기 때문 이다. ◇6개월동안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으면 할인혜택이 없어진다=자동차 보험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보장성 보험이다.보험에 가입한뒤 사고가 나지 않으면 보험료가 매년 10%씩 싸져 최고 60%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사고도 안나는데 보험료만 아깝다는 생각에서 계약이 만료된 뒤 6개월안에 자동차보험에 다시 가입하지 않으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단 외국에 머무는 기간은 공백기간에서 제외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보험가격 자유화로 가입자의 특성에 따라 보험료가 ±10% 범위내에서 서로 다를 수 있다.자동차 보험가입자는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보험료를 절약하고 질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여러 보험회사의 보험료를 비교한뒤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 도쿄지하철역 화장실서 독가스­폭파장치 발견

    【도쿄 연합】 도쿄지하철 독가스테러사건의 범인으로 옴 진리교 교주가 구속되고 옴 진리교에 대한 해산 청구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옴교의 범행으로 보이는 청산가리 독가스 테러미수사건이 또다시 일어났다. 4일 하오 6시 15분쯤 도쿄 증권거래소 등 증권회사가 몰려있는 중앙구 니혼바시(일본교) 가야바초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시안나트륨 9백g과 희석 황산 1.5㎏ 및 시한폭탄 장치가 비닐주머니 안에 싸여 발견됐다. 청산가스 독가스 발생장치가 발견된 시간은 회사원들의 퇴근시간으로 지하철은 매우 번잡했으나 시한장치가 작동되기 전에 발견된데다 지하철역 당국이 방송을 통해 시민들을 긴급 대피시켜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
  • 시간대별 상황(삼풍백화점 붕괴)

    ◎가스냄새 진동… 바닥 심하게 요동­하오 5시30분/옥상 균열 발견­상오 7시/식당가 문짝 뒤틀림­상오 8시30분/우동집 「현지」 천당서 물쏟아지고 바닥 꺼짐­상오 11시/5층 식당가 10여분간 3차례 진동 체감­12시50분/에어컨 가동 중단­하오 4시/5층 건물 붕괴­하오 5시50분 29일 상오 7시쯤 여느때와 다름없이 순회근무를 하던 삼풍백화점측 보안담당관이 A동 옥상에 30㎝정도 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불길한 징후였다. 이어 8시30분쯤 건물 5층 식당가의 전주비빔밥 전문집인 「춘원」의 천장이 20㎝가량 내려앉았다.바닥과 문짝이 뒤틀어졌다. 비슷한 시각 건물 2층 매장에는 매케한 연기가 스며들어 왔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대학생 80여명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출근해 직원 1천여명과 함께 고객을 맞고 있었다. 특히 이날에는 특별보석전이 열리고 있어 지하주차장과 1층에는 이른 시간부터 많은 여성 고객들이 쇼핑 가방을 들고 몰려 들었다. 상오 11시쯤 5층 우동집 「현지」와 냉면집 「이전」의 천장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바닥이 꺼져내렸다. 정오쯤 이 건물 5층 신용판매부 사무실 바닥이 5㎝가량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놀란 일부 매장은 문을 닫았고 백화점측에 대책마련을 건의했다. 백화점측은 이날 상오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고 2차례에 걸쳐 대책회의를 가졌다.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급박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고객들이 불안해 할까봐 전전긍긍했을 뿐 대피를 하라는 안내방송 한번 하지않았다. 오히려 문제가 없는 식당은 영업을 계속하라고 독려했다. 낮 12시50분쯤 5층 식당가에서 뒤늦게 점심 식사를 하던 사법연수원 직원 8명은 식당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진동은 10여분동안 3차례나 계속됐다.물잔이 가볍게 흔들렸다. 천장이 내려앉은 음식점들은 하오 1시30분쯤 입구에 노란 테이프를 두르고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음식점을 찾은 고객들에게 식당주인들은 『가스도 안나오고 천정공사를 하고 있어 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돌려보냈다. 하오 4시쯤 안내방송도 없이 에어컨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직원들은 찜통더위 때문에정문을 열어제치고 부채를 부치기 시작했다. 시시각각 참화가 다가오고 있었지만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백화점을 찾아드는 주부들이 이를 알리가 없었다.시간이 지날수록 지하 식품부에는 40∼50대 주부들의 발길이 더욱 몰렸다. 하오 5시쯤 문을 닫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던 5층 죽집 「송죽」에서 저녁을 먹던 음식점 직원 김서정씨는 갑자기 「쿵」하는 소리를 듣고 음식점밖으로 뛰쳐 나왔다. 하오 5시30분쯤 아르바이트를 평소보다 일찍 마친 대학생 김모군(20)은 저녁을 먹으러 5층까지 올라갔다가 식당가가 폐쇄돼 다시 계단을 통해 내려오고 있었다. 이때 건물전체에서 갑자기 가스와 신나 냄새가 심하게 나고 심하게 멀미가 느낄 정도로 바닥이 흔들렸다. 같은 시각 천장이 내려앉았던 「춘원」의 형광등이 「와장창」 바닥에 떨어지면서 벽이 조금씩 갈라졌다.건물이 내려앉는 서곡이었다. 20분쯤뒤인 하오 5시50분쯤 갑자기 「쾅」,「와르르」 땅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백화점 건물은 자욱한 먼지에 뒤덮였다. 폭발음과 함께 벽돌과 콘크리트 조각,분진들이 핸드백등 여성용품들과 뒤섞여 백화점앞 도로로 쏟아졌다. 백화점앞 차도는 이내 자욱한 연기,매케한 냄새와 함께 튕겨져 나온 여성용품들이 수북히 쌓였고 그 사이로 간혹 피투성이가 된 여자의 시신도 눈에 띄었다. 순간 신호대기중이던 회사원 최정렬씨는 암면,유리면 등 섬유가루때문에 목과 눈이 따가워 차에서 내려 길바닥에 엎드렸다. 수초뒤 자욱하던 먼지와 분진가루가 걷히면서 백화점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앙상한 뼈대를 드러냈다. 50m쯤 떨어진 삼호가든 베란다의 페어글라스에 금이 가면서 파편이 날아들었고 2백m나 떨어진 한양아파트 건물 유리창 수십여장이 깨졌다.
  • 고위층 2세들(북한 특권층 심층해부:6·끝)

    ◎몰래 「독선생」 모셔다 불법 과외/대부분 김일성 종합대 “특혜 진학”/동창·성분 좋은 집안끼리 혼인/부모지위 이용 돈벌려다 망신/나이 어리고 일선경험 적어 걸출한 인재 안나와 북한에서 출세를 하려면 일단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하고 공산당원이 돼야 한다. 북한에서 김일성 종합대학이 차지하는 위상은 김정일을 비롯,정무원 부부장급(차관) 3분의 1이상이 이 대학 출신이란 사실에 의해 시사되고 있다.따라서 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은 여간 치열하지가 않다.그래서 권문세도가에선 몰래 「독선생」을 모셔다가 하는 불법과외가 성행하고 있기도 하다. 북한은 특권층자녀에게 김일성 종합대학 진학시 엄청난 특혜를 주고 있다.일종의 특례입학인 셈인데 흔히 「5과대상자」로 불리는 특권층의 자녀는 항일 빨치산 유자녀나 대남사업(남한침투간첩) 희생자 유자녀와 함께 입학이 우선 보장된다.이들에 대한 특례입학은 김정일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인데 5과대상자들은 커트라인이 50점일 경우 30점만 얻어도 입학이 허가된다. 김일성 종합대학의 입학경쟁률은 공과대학이 평균 7대 1,의과대학은 10대 1을 웃돈다.북한에선 대입시험에 낙방할 경우 자동적으로 군에 입대하기 때문에 재수생은 없다.그러나 성분이 좋은 집안의 낙방생 자녀는 군복무중에 다시 시험을 쳐 대학에 입학하기도 한다.따라서 북한 특권층자녀의 대부분은 김일성 종합대학 출신으로 봐도 된다.이들은 결혼도 동창끼리 많이 하며 괜찮은 집안끼리 혼맥이 엮어지기도 한다.바로 허담의 아들과 중국광주무역대표부대표 최충남의 딸이 맺어진 경우가 그 예다.그러나 특권층자녀중 세인의 시선을 끌 만큼 걸출한 인재는 아직 출현하지 않은 상태다.그 이유는 대체로 2세의 나이가 어린데다 일선경험이 일천한 때문으로 분석된다.하지만 북한사회의 특성상 향후 이들이 각 분야의 요직을 차지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이른바 핵심계층이 아닌 동요계층이나 적대계층이 주요포스트에 앉을 경우 체제도전의 우려가 있고 정권유지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많아 자리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부모의 지위를 이용,큰 돈을 번 특권층2세가 적지 않다.그러나 대개는 뒤끝이 안좋았다.박성철 부주석의 장남 박춘식이 대표적인 예다.그는 아버지를 등에 엎고 만년보건회사를 차려 많은 외화를 벌었다.하지만 박성철이 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과 관련,이를 주관한 조선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을 비판했다가 김정일의 노여움을 사 중앙검찰소에 체포되면서 추풍낙엽이 되고 말았다.당시 박성철 부주석은 이 사업을 총화하면서 이 행사로 말미암아 북한경제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고 지적,이를 주관한 사로청을 호되게 비판했다.사로청으로부터 이같은 보고를 받은 김정일이 대로한 것은 물론.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당에서 직접 조직한데다가 수령의 권위와 위신을 세계에 자랑하는 계기가 됐는데 돈 좀 썼다고 시비를 걸고 나선 게 괘씸했기 때문.분을 삭이지 못한 김정일은 수령의 권위를 훼손시켰다는 죄목으로 박성철에게 3개월의 사상검토를 명했다.동시에 부주석의 권리정지와 가택연금을 부과했다. 이 일로 박성철이 톡톡히 망신을 당한 것은 물론.또 당과 정무원은 이때다하고 외화불법낭비혐의로 그의 장남 박춘식을 체포,6개월간 비틀어 짰다.내로라 하던 박성철의 날개가 하루아침에 떨어지자 직전까지 그에게 아부하던 검찰소가 들고 일어나 박춘식을 체포한 것.93년12월 박춘식이 이렇게 몰리자 평양시 동대원구역 당조직부장직에 있던 그의 동생 박춘원 마저 많은 여자를 다치고 외화를 착취한 혐의로 해임,철직되어 검찰로부터 닥달을 당했다. 북한에선 김정일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면 그와 그 가족은 물론 범법자라도 신성불가침의 존재가 된다.그러나 한번 김정일의 눈밖에 나면 그의 운명은 끝이 난다.김정일의 말이 곧 법이기 때문이다.
  • 이 전노동 곧 구속/검찰,오늘 소환

    ◎“산은총재때 대출관련 수억 수뢰”/오늘 후임 임명… 어제 사표 수리/이씨의 가명계좌 적발… 추적 작업/산업증권·산업리스사장 출국금지/검찰 대검 중앙수사부(이원성 검사장·김성호 부장검사)는 23일 사표가 수리된 이형구 전 노동부장관(55)이 산업은행총재로 재직하던 지난 90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 사이 10여개 기업체에 장기저리의 시설자금을 빌려주면서 사례금으로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24일쯤 이 전장관을 소환·조사한 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수수)혐의가 확인되는대로 구속할 방침이다. 이 전장관은 산업은행총재로 있을 때 K그룹의 A계열사에 연리 6%짜리 설비금융자금 1백60억원을 대출해 주는 대가로 사례금 3천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 K상사·S제지·D그룹 등 10여개 관련 대기업으로부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모두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전장관을 기업체 간부들에게 소개하고 뇌물을 받은 산업증권사장 홍대식씨(전 산업은행부총재)와 산업리스사장 손필영(전 산업은행부총재보)·새한종합금융사장 유문억씨(전 산업은행 부총재보) 등 3명도 이 전장관과 함께 소환·조사한 뒤 같은 혐의로 사법처리하기로 했다.검찰은 우선 홍·손씨 등 2명을 이날 출국금지 조치했다. 아울러 돈을 준 기업체 대표 등에 대해서도 혐의사실이 확인되는대로 뇌물공여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전장관이 전직 산업은행간부의 이름을 빌려 개설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개의 가명계좌를 찾아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들 계좌가 이전장관이 뇌물로 받은 수표를 「돈세탁」하기 위해 개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지난 2월초 이전장관의 수뢰 혐의에 대해 내사를 시작,같은 달 덕산그룹부도사건 수사과정에서 박성섭회장(47·구속)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는 등 구체적 혐의 사실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후임 강봉균씨 유력 김영삼 대통령은 23일 수뢰혐의를 받고 있는 이형구 전 노동부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 대통령은 24일 상오 이홍구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후임 장관을 임명할 예정이다.후임 노동부장관에는 강봉균 총리행조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검찰의 공식 수사결과가 안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사표를 수리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해임의 성격이 짙다』면서 『이번 장관 경질은 노동부장관 한 명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제10회 서울현대조작 공모전

    ◎서울현대조각공모전 대상 이문영씨/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4번째 도전… 개인전 기분으로 제작/뽑히고 나서 『얼떨떨하지만 솔직히 큰 힘이 됩니다.조각을 천직으로 알고 앞으로 한층 더 열심히 작품활동에 정진하겠습니다』 올해 서울현대조각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이문영(30)씨는 자신에게 최고의 영광이 주어진 것이 아직도 실감이 안나는 듯 상기된 표정으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번이 네번째 공모전 도전이라는 이씨는 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 출신이다.올해로 열번째를 맞는 서울현대조각공모전에서 서울대나 홍익대 출신이 아닌 대상 수상자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인 셈. 『저에게도 영광이지만 교수님들과 동료들이 무척 기뻐하셔서 더욱 뿌듯합니다.일반적으로 공모전에 대해서 막연한 불신감을 갖고 있는데 저의 수상으로 그런 불신감이나 소외감은 어느 정도 사라졌을 것입니다』 소탈한 미소가 인상적인 그는 『그때 그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성의껏 작품에 임하면 좋은 작품이 된다』면서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도 공모전에만 집착하지 않고 첫 개인전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작 「숲」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시킨 것으로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땅과 나무를 석고로 떠서 주물로 처리한 독특한 작품이다.나뭇가지가 실제 나무로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인 것과는 달리 잎사귀 부분은 초록색 정육면체로 단순화시켜 땅과 균형을 이루게 했다. 그가 자연과 환경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대학때 무리하게 작업하다 폐가 약해지면서부터.하지만 그는 『너무 자연에만 집착하니까 작업이 난해해 지는 것 같아 앞으로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작품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7회 서울현대조각공모전(92년),,93년과 9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등에서 입선한 바 있는 이씨는 현재 입시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혼합재료 사용… 실험적 안목 돋보여”/「숲」은 구상과 기하학적 추상의 함축/뽑고 나서 서울시내의 대형 신축건물마다 설치한 환경조각이 퍽 어색해 보인다는 외국인 방문객(화가)의 지적이 있었다.도시 환경의 조성에 조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그런만큼 이 전시의 응모작에 있어서의 질적 수준에 대한 관심도 그런 관점에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작품심사에 있어 물론 조형적 처리의 우열문제가 일차적인 심사기준이 되겠으나 그에 못지않게 재료선택이 적절했는지의 문제에도 초점이 모아졌다.오늘날 미술의 어떤 분야이건 매재(매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보는 한 순간에 심미적으로 닿아오거나 감동을 줄 수 없는 작품은 일단 선외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상당한 노력과 노고의 흔적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통일적인 균형을 찾지못하고 잡다한 형상의 나열에 그친 작품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근래 「설치미술」이라는 것이 유행함에 따라 그 아류로 보이는 유사작품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재료면에서 과거와는 달리 단일재료가 아니라 혼합재료,예컨대 금속·목재·석재·플라스틱 등을 배분하여 사용한 작품들이 보인 점은 그만큼 재료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적 안목이 넓어졌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대상수상작인 「숲」은 구상과 기하학적 추상의 복합형태로 생물체를 간결하게 상징해 낸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종집계에 의해 선정된 입상및 입선작과 응모작가들의 출신교나 출신지역의 배경이 편중적이지 않고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에 우선 안도감을 갖는다.우리 조각의 수준이 중앙집중적인 종래의 틀을 깨고 각기 지역에 따라 다채롭게 만개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회화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일 수밖에 없었던 조각분야가 상승궤도에 오르고 있음은 우리의 생활여건이 달라진 탓이다.이 행사가 한국의 「조각중흥」에 기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어린이지문 찍어 보관해 둡시다”/서울 동대문경찰서 이색캠페인

    ◎실종·미아돼 부모와 헤어져도/주민등록 발급할때 확인 가능/유괴범 충동범죄 억제 효과도 「자녀의 지문을 찍어 보관해둡시다」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과 창경궁에서는 동대문경찰서 소년계 소속 경찰관들이 「어린이지문 찍어주기」란 이색캠페인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5월 한달동안 한주일에 두차례씩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은 부모가 평생 변하지 않는 자녀의 지문을 어릴 적에 찍어 보관함으로써 아이와 헤어지는 일을 당하더라도 분명히 되찾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어린이가 유괴 또는 미아로 실종될 때 지문을 제시해 수사를 돕고 그렇게 해서도 찾지 못할 때는 훗날 만18살이 되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때 컴퓨터에 입력되는 십지지문과 대조해 찾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어린이를 유괴하고 싶은 충동을 지닌 사람에게는 언젠가 어린이의 정체가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증거가 되어 유괴심리를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서야 그 효과가 나타나는,당장에는 빛이 안나는 사업이지만 이런저런 사연으로 부모와 헤어진 어린이의 숱한 불행을 지켜보며 마음속에 쌓여온 안타까움으로 시작한 캠페인이다. 이들 동대문경찰서 소년계 경찰관 8명은 벌써부터 이같은 캠페인에 뜻을 모았으나 좀처럼 본격적인 행동에 옮기지 못하다 어린이의 달인 5월을 맞아 마침내 『더이상 늦기 전에 해보자』고 실행에 나섰다. 그동안 민원실에서 지원나온 여경 2명과 함께 십지지문카드와 부모에게 주는 계도용 전단을 들고 다니며 틈틈이 캠페인을 벌인 끝에 모두 5천여건의 실적을 거뒀다. 이들에게는 치안업무만 해도 힘든 판에 과외부담일 수밖에 없는 고생스러운 일인데도 처음 현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인 것만도 아니었다. 이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는 차호영(40) 경장은 『고아원등 미아수용시설의 어린이도 지문을 컴퓨터에 입력해 관리하면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부모와 상봉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어린이날을 부모와 함께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의 불행이 하나라도 줄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 김만철 여만철 대담/서울신문사 통일안보연구소 주선

    ◎“지하철로 출퇴근… 이젠 서울사람 다됐지요”/일가 이끌고 귀순한 두 만철씨 자유의 삶을 말한다/김/“탈출때 11명이던 가족이 18명으로 늘어”/여/“서울생활 1년만에 체중 13㎏ 붙었어요”/북 주민 개방에 눈뜬 것은 남쪽방송 많이 듣기때문/최근엔 지도원까지 북체제 비판… 변화 실감/남한사람 씀씀이 헤프고 낭비많아 안타까워 『형님,오랜 만입니다.혈색 좋습니다』 『만철씨 얼굴에도 희색이 도는데…』 지난 87년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소형선박에 10명의 대가족을 태우고 복합을 탈출했던 김만철씨(55). 그리고 지난해 처자 4명을 거느리고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 「죽음의 땅」을 빠져나온 여만철씨(49). 풍요로운 자유대한에 새 보금자리를 튼 두 귀순가장이 1일 서울신문이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마련한 특별대담에 건강한 모습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여씨의 귀순 1돌(30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날 대담에서 여섯살 아래인 작은 만철씨는 김씨를 깍듯이 형님이라고 불렀고,큰 만철씨는 반말을 곁들여 가며 여씨를그냥 만철씨라 불렀다. 추운 겨울에 가족들을 이끌고 한 사람은 망망대해를 표류하며,또 한 사람은 가슴을 죈채 두만강을 건너 동토를 탈출했던 두 만철씨의 만남은 「운명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귀순이 인연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생면부지의 남남이,잡고 잡히는 사이가 될 뻔했던 사람들이 만나 형제보다 더 끈끈한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두 귀순 가장은 형·아우가 되어 가족들과 정착해서 오붓하게 살아가는 얘기며 서로의 북한 체험담으로 장장 4시간동안 훈훈한 얘기꽃을 피우면서 7년에 이르는 간극을 좁혔다. 『형님,그동안 몸무게가 13㎏나 늘었습니다.살찌기운동을 했지요』 작은 만철씨가 불어난 체중을 자랑하자 큰 만철씨도 최근에 몸무게가 5㎏이나 늘었다면서 고개를 내젓는다.귀순초기와는 달리 이제는 체중이 느는 것이 반갑지 않다는 표정이다.북한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삐삐 말랐다가 이제서야 살이 올라 보기 좋을 정도의 체격이 됐다고 마냥 좋아하는 여씨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 뿐인줄 아세요,형님,막내 은룡(17)이는 키가 1년새 12㎝나 자랐습니다』 여씨는 아이들이 북한에서 제대로 먹지못해 키가 크지 않았는데 여기와서 몰라보게 자랐다고 계속 자랑이다.이에 김씨가 『나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뼈만 앙상해 그당시 쉰이 안됐는 데도 예순이 넘은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지금은 그 당시보다 훨씬 젊어졌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아마 만철씨도 젊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거요』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만철씨 아이들은 어느 학교 다니나요』 『큰 딸(금주)은 중앙대학에 다니고 금룡이와 은룡이는 우신고등학교에 다닙니다.그런데 얘들이 얼마나 적응이 빠른지 막내아이는 남녀공학이 아닌 학교를 다니는 데도 벌써 여자친구를 사귀었다고 합니다.나 참…』 작은 만철씨는 신바람이 났는지 묻지도 않은 아이들의 이성교제 얘기까지 했다. 『형님은 어떻습니까.자녀들과 처남들은 결혼했지요』『큰 애 광규는 홍대 미대를 나와 토지개발공사에 다니고 있는데 장가들어 손녀가 둘이나 생겼지.이젠 나도 할아버지가 됐어요.함께 온 두 처남들도 결혼해 애들을 다섯이나 낳아 탈출 당시 11명이던 가족이 18명으로 늘었지』 김씨도 가족들의 근황을 전하면서 뿌듯해 한다. ○손녀 둘이나 생겨 『만철씨는 요즘 어떻게 지냅니까』 『그리 크지 않은 종합병원의 총무과에서 주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봉급은 1백10만원 받고있는데 북쪽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지하철로 출퇴근도 하고 이젠 서울사람 다 됐지요』 비교적 적응을 잘 하고 있다는 여씨 말에 귀순 선배인 김씨는 자못 안도하는 표정이다. 『형님,나는 이곳에서 새 사람 됐습니다.중국으로 탈출할 때 도와준 사람의 인도로 천주교회에 다녔는데 지난 16일 부활절때 영세까지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나도 김신조씨의 전도로 하느님을 믿게 돼 벌써 오래전에 집사가 됐지.요즈음은 경남 남해군 미조면에 세운 기도원을 관리하면서 이곳저곳 간증하러 다니느라 바쁜 편이지』 큰 만철씨는 신앙생활에 대해 얘기하면서 자신이 북한에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종교를 이곳에서 접하게 된 것은 자신을 구해준 것이 사람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그러자 작은 만철씨도 아직 큰 만철씨 정도로 깊은 믿음생활은 못하고 있지만 교회는 일요일마다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다고 화답한다. 여기까지 우스갯소리를 곁들여 가며 자유대한에서 살아가는 얘기를 주고 받던 두 귀순자는 끔찍스러운 지난날의 북한생활로 화제가 옮겨가자 얼굴색이 굳어진다. 『만철씨,내가 탈출한 이후 북한 사회는 얼마나 변했습니까』 김씨가 그간의 북한소식을 무척 궁금해하자 입담좋은 여씨가 술술 얘기를 이어간다. ○집사로 간증에 바빠 『북한의 유일체제는 변함이 없지만 형님이 탈출한 이후 북한에서는 식량난이 갈수록 악화되고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참,형님 탈출얘기를 하다보니까,내가 형님을 체포하러 강추위 속에 청진 바닷가로 작전 나갔던 생각이 납니다.그당시 육해공군과 노농적위대까지 동원돼 동해안 바닷가를 사흘동안 샅샅이 뒤졌는데 배가 도망 못가고 표류하다 잡히면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져 있었습니다』『그래요? 당신이 나를 잡는데 동원됐었단말이지. 내가 그당시 3년동안 얼마나 세밀하게 연구한 끝에 탈출했는데…,어림없는 소리지』김씨는 여씨의 작전참가 사실에 새삼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그 당시 풍향에 대한 면밀한 관찰 끝에 탈출했기 때문에 표류하더라도 해안으로 떼밀려올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다. 『형님이 탈출했을 때 나는 청진에 있었는 데 이미 이 때 일반인들에 대한 배급량이 줄고 군인들마저 잘 먹지 못해 영양실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그런대로 곡물배급은 되는데 부식이 형편 없었어요.훈련도 심하고 중노동을 하는데 육류섭취를 제대로 못하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지요』 『내가 탈출할 당시에도 15일치 배급에서 이틀분이 공제되기 시작했었지.하루 7백g이 정량인 데 5백80g밖에 안나왔거든.그나마 배급시기가 하루 이틀 밀리더니 보름씩 늦어지더라구』 『그 때만해도 괜찮은 편이었어요.종전까지 30%였던 쌀 혼합비율이 89년 들어 10%로 낮아지고 한 두달 밀리더니만 90년엔 석달씩 지체됐고 93년 2월엔 양강도와 강원도 등지에서는 배급이 아예 중단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작은 만철씨는 북한물정을 잘 아는 사회안전부 대위 출신답게 식량배급제의 문제점까지 짚어나간다.『동해안 쪽에는 냉해로 흉작이 들어 실제 1개 협동농장의 생산량이 3∼4t에 불과한데도 이곳에 나와있는 3대혁명소조원들이 어떻게 보고한 줄 압니까.불켜서(늘려서) 5∼6t 된다고 보고하는데,탈곡하고 보관하고 운반하면서 이놈저놈이 빼가는 바람에 1∼2t 밖에 안남게 되지요.그런데 계획에는 5∼6t으로 잡아놓고 배급하니 어떻게 되겠어요.배급체계가 마비될 수 밖에』 이 때쯤 점심식사를 하는데 큰 만철씨가 밥 한그릇을 추가 주문한다.『북한에서는 쌀밥을 곡상(고봉)으로 주면 제일 좋아하지.나는 여기서도 밥을 많이 주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만철씨는 어때?』 『나는 된장국 같은 것에 쌀밥 한 그릇이면 족해요.북한에선 얼마나 먹고 싶은 것이었습니까.북한의 식량난은 정말 최악의 상태입니다.허리띠 졸라매기,한끼 절약운동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어요.93년 12월엔 김일성이가 직접 텔레비전에 나와 하루 두끼만 먹고 죽을 쑤어먹자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직장에서는 쌀을 구하러 가겠다고 하면 아무나 허가가 납니다.못먹으면 일 못하니까 쌀 사오라고 여행허가증을 떼줍니다』 『그래요,내가 있었을 때는 어림 없었지』 ○북 군인들 영양실조 『다른 것도 변한게 많습니다.청소년들의 행태를 보면 머리는 길게 기르고 미니 스커트가 등장했어요.남한노래를 많이 부르고 디스코 춤도 춥니다』『내가 있을 때는 미니 스커트는 구경조차 못했는데…』 7년간의 시차이지만 세대차를 느낀다고 할 정도로 북한의 사회풍조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김씨는 계속 놀란다. 『이런 것들은 김정일의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김정일이 인민들을 다독거리기 위해 이만큼 개방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요.지금 북한 주민들의 견해는 우리가 중국처럼 개방해야 잘 살 수 있고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땅의 사적소유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씨는 주민들이 개방에 눈뜨기 시작한 것은 남한방송을 많이 듣기 때문이라고 전한다.『예전에는 남한방송을 듣지 못하게 라디오에서채널을 통째로 빼내 고정시켰는데 요즈음은 납땜만 합니다.그래 놓으니 땜질한 곳만 적당히 손질해 대낮에 남한방송을 몰래 듣는 사람이 많아요.들키면 호기심으로 그랬다고 하면 되는 것이고,재수없이 안전부에 붙들려 가면 서너달 혼좀나지요』 이에 큰 만철씨는 그당시 남한방송 청취란 생각할 수도 없었고 탈출때 남한이 이처럼 살기 좋은 곳인지도 전혀 모르고 무조건 따뜻한 남쪽나라만을 찾아 뱃머리를 돌렸다고 회상한다. 김씨가 여씨의 얘기에 더욱 놀란 것은 체제비판에 관한 것이었다.『김부자의 유일체제가 변함이 없자 밑에서는 냉가슴 앓는 불만의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노동자나 지도원 가릴 것 없이 같은 급이 모여서 술을 마시다가 먹을 걱정 얘기라도 나오면 공공연하게 체제를 비판하고 나옵니다』『아무리 끼리끼리라지만 그렇게 비판하고 나오다니 많이 변했네』김씨는 새로운 사실들에 연신 놀라는 표정이다. 『형님이 있을 때도 그랬겠지만 요즈음은 으레 뇌물이 오가고 뇌물로 안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뇌물이 횡행합니다.아이들을좋은 대학에 보내거나 벌목공으로 나가려면 엄청난 액수의 뇌물을 바치지 않으면 안됩니다.요즈음은 젊은 애들이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뇌물을 바치고 신체검사 때는 떨어지기 위해 별별짓을 다합니다.정말 많이 달라졌지요』 『왜 그렇지? 그전에는 군에 가면 잘 먹을 수 있고 당원이 되려면 복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모두들 입대하려고 야단들이었는데….군에 가기 위해 뇌물도 바쳤지 않아요』 김씨가 잘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을 보이자 여씨가 설명을 덧붙인다.『앞서도 얘기했지만 군에 들어가도 먹는 것이 시원찮아 영양실조에 걸리는 상태에서 핵문제로 국제적인 제재가 있게되면 군인들은 전장에서 모두 죽는다는 소문들이 나도는데 누가 가려고 하겠습니까.또 뇌물로 젊은이나 늙은이나 돈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달려졌습니다』 『내가 있을 때는 돈을 많이 벌어봤자 쓸 데가 없었지.어쩌다가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은밀하게 열리는 암시장에 가보면 쌀 한되에 20원씩 했는데…』『그 때만 해도 옛날 얘기입니다.지금은 쌀 한 되에 60원씩 합니다.그리고요즈음은 돈이 없으면 살 지를 못합니다.모두들 돈 맛을 알아 금전제일주의가 판을 치고 있지요.암시장은 이제 공공연하게 열리고 당국도 묵인하고 있습니다.모든 물자가 모자라니까 사람들이 암시장을 찾게 되고 암시장에서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살 수 있습니다.암시장엔 중국등에 나가 싼 물건을 사다파는 보따리장수들이 많습니다』 ○중국마저 돕지않아 두 귀순자는 대담 후반부에 오늘의 북한문제를 얘기할 땐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이들은 현재 북한에서 권력의 공식 승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에도 김정일체제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나 혈맹인 중국마저 돕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이 지원하지 않으면 경제가 파탄돼 그냥 무너지게 돼있다고 단언했다. 두 만철씨는 이어 우리가 인도적 차원에서 양곡을 지원하게 될 경우 양곡은 우리가 보낸 것이 아니라 김정일의 선물로 둔갑하고 미국이 대주는 중유도 군수용으로 전용될 것이 뻔하다면서 절대로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 수용을 계속 거부한채 전쟁운운하며 위협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대해서도 몹시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북한이 어디 사람이 살 곳입니까.지구상에 그런 곳이 어디 있습니까』 두 만철씨는 생지옥 탈출이 아직도 꿈만 같다고 회상하면서 헐벗고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을 생각할 때 남한사람들이 너무 풍족한 나머지 씀씀이가 헤프고 낭비가 많아 안타깝다며 대담을 마쳤다.
  • 정부/자동차세 정비 “골머리”

    ◎세금종류 무려 12가지/세액 미의 10배·일 2배/세부담 부동산의 9배/“불공평” 총륜 공감… 명륜엔 이견/통산·건교부/주행세 개념 도입·세종 단순화 필요/내무·재경원/대체세원 없고 물가상승 우려 “불가” 요즘 정부가 자동차 세금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자동차 세금을 손대긴 대야 할 텐데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지 엄두가 안나기 때문이다. 세금만 보면 차를 가진 사람은 그야말로 「봉」이다.차 때문에 내야하는 세금은 정신없을 정도로 많다.특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록세 취득세 농어촌특별세 자동차세 면허세 유류특별소비세 유류부가가치세에다 특별소비세 교육세,등록세 교육세,자동차세 교육세 등 「곱배기 세금」(TAX ON TAX)까지 무려 12가지다.준조세인 도시철도채권까지 합치면 13가지나 된다. 미국의 자동차 관련세금은 판매세 자동차세 연료세 연방소비세 등 4가지 뿐이다.일본은 6가지,독일·영국도 4가지다. 가지 수도 많지만 세금수준도 매우 높다.1천5백㏄짜리 소형 승용차는 구입연도의 세부담이 2백83만원이다.일본(1백24만원)의 2.3배,미국(27만8천원)의 10.2배,독일이나 영국의 2.2∼2.3배다. 과세부담 역시 부동산보다 크다.억대 아파트와 중형 승용차가 취득·보유단계에서 세금이 비슷하다.과표 5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세금부담률이 1이라면 소형차는 8.9,중형차는 11이다.도로파손이나 교통유발,환경문제 등을 감안해도 형평에 안 맞는다. 자동차 관련 세수는 지난 해 총 9조2천6백억원으로 전체 세수의 15.4%였다.올해엔 10조6천억원으로 비중이 15.8%에 이를 전망이다.선진국은 자동차 관련세금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 내외다.미국이 4.7%,일본 7.3%,독일이 6.8%다. 그나마 이 세금이 도로건설 등 교통분야에 쓰였다면 그런대로 이해될 만하다.지난해 자동차 관련세수의 59%가 일반재정과 지방교육양여금관리 특별회계 등 교통과 관계없는 쪽에 쓰였다.손쉬운 세원을 찾다보니 조세체계가 파행적이 된 것이다. 자동차 세금체계도 기형적이다.자동차 세수 중 보유세의 비중이 93년 64%,94년 60%로 일본 등 주요국(40% 내외)보다 높다.흔히 등록·취득 등 보유단계보다 운행단계에 세금을 많이 물리는 게 상식이다.차량보유 자체에 세금을 많이 물리기보다 교통유발과 도로파손을 가져오는 운행 쪽에 상대적으로 많이 부과하는 게 합리적이다. 통상산업부와 건설교통부는 이렇게 복잡다기한 자동차 세금을 단순화하고,교통유발을 줄일 수 있게 운행단계의 세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부과하는 주행세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재정경제원이나 내무부의 생각은 다르다.대체세원이 없는 상황에서 보유·등록단계의 세금만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주행단계의 세금을 올릴 경우 휘발유의 소비자 값 상승으로 이어져 이 역시 여의치 않다는 생각이다. 최근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건설교통부 실무자들이 자동차 세금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그러나 문제인식은 같이 했지만 해결책 마련에는 의견접근을 못보았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해 실시한 자동차 관련세금 설문조사에서 자동차 보유자의 86%가,비보유자의 75%가 자동차 세금이 높다고 답변했다.정부 관계부처가 이「뜨거운 감자」를 어떻게 다뤄나갈 지 주목된다.
  • “구청직원 말에 무허건물 매입 입주권 안나오면 구청서 배상”

    ◎서울고법 판결 아파트 입주권이 나온다는 구청직원의 말을 믿고 재개발구역의 무허가 건물을 샀다가 입주권을 받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구청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부(재판장 신정치 부장판사)는 22일 박모씨(서울 강동구 고덕동)가 영등포 구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가 패소했던 원심을 깨고 『피고구청은 박씨에게 2천9백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가 철거를 앞둔 무허가 건물을 사기 전에 구청직원으로부터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점이 인정된다』고 전제,『입주권을 받을 수 없는 건물인데도 구청직원이 현장조사를 게을리 하는 등 부주의로 이를 잘못 확인해 줘 박씨가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구청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씨도 서울시 등에 최종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매매계약을 맺은 잘못이 있으므로 20%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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