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안개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외관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4월 1위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혹한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IT 교육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586
  • 녹초가 된 녹차밭

    녹초가 된 녹차밭

    ‘없어서 못 팔던 녹차가 퇴비로 전락했다.’ 녹차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수확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생잎 가공공장들이 수매를 중단했다. 소득작목으로 녹차심기를 권장했던 행정기관도 뒷짐만 지고 있다. 전남 보성군을 제외하고 녹차 가공공장이 없는 순천·구례·해남 등에서는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지 오래다.2004∼2005년 ㎏당 2000∼2200원하던 생잎이 올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차 재배지는 보성군 885, 구례 286, 순천 212, 해남 103㏊ 순이다. 1988년 문전옥답이 주암댐 물에 잠기면서 논농사 대신 녹차로 먹고 사는 순천시 송광면 후곡리. 모후산이 병풍처럼 마을 뒤쪽을 감싸 기온이 따뜻하고 댐에서 피어오른 안개로 녹차 재배 최적지로 손꼽히는 곳이다.27일 마을회관에서 주민 서너명을 만났다.57가구 가운데 40가구가 200∼1만평까지 모두 9만여평의 녹차밭을 일궜다. 밭과 자투리땅, 논까지 녹차를 심어 마을 전체가 마치 한폭의 녹차밭이다. 지난해 생잎 15t을 따 5000여만원을 손에 쥔 김일태(68·녹차작목반장)씨는 올해 돈 한푼 구경 못했다. 그는 “가공공장에서 수매를 하지 않으니 팔 데가 없어 1만여평 녹차밭을 버려뒀다.”며 “내년 봄에 나올 첫순으로 작설차라도 만들려면 웃자란 줄기를 잘라줘야 할 텐데…”라며 씁쓸해했다. 이정웅(67)씨는 “지난 7월 뙤약볕 아래서 인부 4명이 이틀간 1000여평 녹차밭에서 기계로 잎을 자른 뒤 밭고랑에 그대로 깔아 퇴비로 이용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녹차밭 2000여평이 있는 이장 이병규(69)씨는 “생잎은 딴 지 반나절만 지나면 썩기 시작해 주민들이 가공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지난해 이 마을에서는 인근 보성녹차 가공공장 등에 생잎 130t을 팔아 2억 5000만원을 벌었다.60세 이상 노인들이 가구당 500만원이 넘은 큰 돈을 번 셈이다. 녹차는 일년에 4차례 잎을 따기 때문에 주민들은 돈에 궁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 들어 보성지역 가공공장들은 “지난해 재고량에다 보성군 수매물량도 벅차다.”며 다른 지역 녹차 수매를 거부했다. 뒤늦게 녹차를 심은 김동안(69)씨는 “올해 종자대 200만원을 지원받아 1400평 논에 녹차를 심었는데 조성비는 고사하고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이 마을 옆과 뒤로 드넓게 펼쳐진 녹차밭은 마치 잡초밭처럼 보였다. 지금 세번째 줄기를 잘라야 할 때지만 대부분 내버려둔 상태다. 땅에서 50㎝가량만 자라야 할 녹차나무는 어른 키만큼 올라왔다. 생잎 가공공장을 지으려면 적어도 10억원이 든다. 지원 절반에 자부담이 절반이지만 생산자들은 버거워한다. 때문에 주민들은 가공공장을 세우지 않고 재배면적만 늘려온 행정기관이 값 폭락을 부채질한 셈이라고 불평한다. 보성녹차영농조합법인 임화춘(53) 사장은 “녹차 전체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보성군 관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늘어 관외지역 생잎 수매는 않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순천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2007대선과 시대정신] ‘선진화·통합 리더십·민주개혁 평가’ 화두로

    [2007대선과 시대정신] ‘선진화·통합 리더십·민주개혁 평가’ 화두로

    ‘시대정신을 읽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2007년 대선이 1년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포스트 노무현 시대’를 규정할 ‘시대정신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마음 깊숙하게 자리잡은 정치적 염원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대선 필승전략으로 직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정신의 실체는 여전히 안개 속에 휩싸여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의는 활발하지만 한 줄기의 도도한 흐름으로 수렴되지는 않은 상태다. ●2007년 대선의 흐름 내년 대선은 ‘민주 개혁세력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따라 시대정신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YS(김영삼 전대통령) 이후 15년,DJ(김대중 전대통령) 이후 10년간 민주화 운동세력 집권기간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도 맥이 닿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치적 담론으로 개방화, 세계화, 선진화 등의 시대정신이 복합적으로 결합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화와 개혁의 토대 위에 ‘신(新)성장’이라는 경제적 요소가 더해질 수 있고 ‘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먹고 사는 문제’가 전면으로 도출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야권에서는 일단 ‘노무현 정권’의 반사이익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경제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정치세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대선주자들의 시대정신 현재 박근혜·이명박과 ‘빅3’로 꼽히는 고건 전 총리는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대정신은 국민 사회의 통합”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시대적 과제로 ‘10년내 선진국 진입’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도 ‘통합’에 무게를 두면서도 ‘경제 어젠다’를 강조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적 경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추가 성장을 통한 복지의 선순환과 한반도와 동북아의 협력과 공동번영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비전을 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은 “시대 정신을 찾아 열린우리당은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독일 연수를 떠났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하는 그림과 설계도가 중요한 국민적 의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이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경험한 독일로 날아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민 경제 살리기와 선진사회 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시대정신의 대전제는 선진사회 진입이며 경제, 특히 ‘서민경제 살리기’가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선진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선진화를 위한 목표를 향해 국민들의 에너지를 결집해야 하며 경제, 외교, 안보, 교육 등 모든 정책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100일 민심 대장정’에 나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1세기 시대정신의 본질을 ‘신문명 시대’로 규정한다. 그는 “역사는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열린우리당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가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실사구시의 실천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념간·지역간·세대간 반목과 대립·갈등을 치유하고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와 시각이 매우 유사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낚시사랑과 함께 월척 樂漁] 충남 공주 명곡지

    [낚시사랑과 함께 월척 樂漁] 충남 공주 명곡지

    멀리 산허리를 휘감은 운해. 그리 넓지 않은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 사이로 아침햇살이 드리워지며 물가의 모습은 한폭의 수채화로 그려져 있었다. 39번 국도를 따라 아산 송악지를 지나 6㎞정도 더 가면 금계령 정상을 넘게 되는데, 이곳부터 공주시 유구읍이다.50여개의 보를 거느리며 철따라 돌붕어의 당찬 손맛을 느낄 수 있어 낚시인들에게 꽤나 알려진 유구천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금계령을 넘어 유구땅에 자리한 명곡리엔 1만평 남짓한 명곡지가 있다. 첩첩산중에 있어 반딧불이의 향연을 보며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그다지 화려하진 않지만, 옛날 어디선가 본듯한 아름다운 곳이다. 지난해부터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김범태(44)씨는 “토종붕어를 비롯한 향어와 잉어, 백연어 등 대형급 어종이 많다.”며 “20여년전 담수를 시작하면서 방류한 향어와 토종붕어가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활발하게 입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즘은 낮기온이 높지 않아 낮 낚시에도 대물을 볼 수 있다. 산속이라 밤낚시 기온이 많이 내려가 방한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필자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여러 곳에서 대물과 파이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붕어 12호 바늘이 견디지 못하고 펴지는 모습도 목격했다. 서울 도봉구 상계동에서 유구천을 찾아왔다가 이야기를 듣고 이른 아침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문성인(50)씨는 “3칸대와 3.2칸 두대의 낚싯대를 펼치고 어분류 떡밥을 사용, 수심 2m권을 공략해 수차례 입질을 보았다.”며 싱글벙글이다. 가을이 되면 명곡지는 송어낚시 시즌을 맞게 된다. 루어·플라이 낚시 마니아들이 자주들러 송어의 손맛에 빠져들곤 하는데, 얼음이 끼는 초겨울까지 발길이 잦아진다. 얼음이 꽁꽁 얼어붙으면 빙어와 송어 그리고 붕어 얼음낚시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추석을 전후해 연중최고의 조황을 보인다. 주변에 마곡사와 유구천이 있어 가을을 찾아 나서는 낚시여행길을 더욱 즐겁게 한다. 입어료는 2만원(루어·플라이는 1만원). 닭도리탕과 메기매운탕 3만원, 백반은 5000원을 받는다.(016)9555-1209. #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나들목→아산→금계령→명곡리이정표 우회전→약 3㎞직진→명곡지 글 사진 덕산 김원기 낚시사랑 편집부장(studozoom@naver.com)
  • [김종배의 미디어 세상] 신문·방송 겸영논란 제대로 보자

    한국신문협회가 지난 11일 입장을 내놨다.CBS가 추진하는 무료일간지 발행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신문법 개정이 끝날 때까지 유보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유보 요구 다음에 내놓은 주장이다. 법을 보완해 CBS의 무료일간지 발행을 막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차제에 신문사도 방송을 경영하고 방송사가 신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신문·방송 겸영금지조항을 풀라고 한다. 울고 싶던 차에 CBS가 뺨을 때려줬으니 살풀이를 하자는 취지다. 가정하자. 신문사의 염원대로 신문·방송 겸영금지조항이 풀리면 신문사 형편은 나아지고, 매체 영향력은 더 커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장담할 수 없다. 현행법이 원천적으로 신문사의 방송 경영을 막고 있는 건 아니다. 일부 신문사는 다큐멘터리, 골프, 경제정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운영하고 있거나 등록해놨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에도 진출해있다. 현행법이 막고 있는 건 지상파 방송사업과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PP다. 그러니까 신문사의 방송겸영 전략은 취재 인프라를 활용해 보도전문 PP를 운영함으로써 멀티유즈 효과를 누리거나 종합편성 채널을 운영해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돈도 더 벌겠다는 것이다. 동인이 하나 더 있다. 매체시장에 제3의 지각변동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IPTV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IPTV의 성격을 놓고 정보통신부는 통신을, 방송위원회는 방송의 측면을 강조하는데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른다.통신으로 규정되면 다행이지만 방송으로 규정될 경우 편성규제를 받게 된다. 이 경우를 대비해 제도적인 장벽을 걷어놔야 한다. 바람은 현실적이고 전략은 구체적이지만 그래도 앞날은 안개속이다. 여러 가지 문제 중 우선 눈에 들어오는 두 가지다. 신문사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신문 콘텐츠 제작시스템이 영상 콘텐츠를 파생시키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그래야 투입 대비 산출을 최대화할 수 있다. 신문사의 열악한 자본력에 비춰봐서도 이는 필수다.하지만 신문사는 동종 콘텐츠인 인터넷 뉴스 병행생산 모델조차 만들지 못한 전력을 갖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종 콘텐츠인 영상콘텐츠를 멀티 유즈 시스템으로 생산한다? 기대하기 어렵다. 방송사인 CBS가 신문 발행을 모색할 수 있는 주요인은 원천 콘텐츠인 방송 뉴스가 영상이 아니라 텍스트라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텍스트와 영상은 제작방식과 표현양식이 전혀 다르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상 콘텐츠 제작주체를 별도로 꾸려야 하는데 투입 대비 산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자의 취재 동선에 영상 콘텐츠 제작주체를 덧붙이는 방식도 있으나 이렇게 되면 영상 콘텐츠는 ‘뒷담화’나 ‘뒷장면’ 또는 곁가지 기획물 범위를 맴돌기 십상이다. 결국 뉴스의 여성화와 오락화를 낳게 된다. 한 가지 사실만 덧붙이자. 지금까지 운위한 신문사는 ‘상대적으로’ 돈 많은 일부 극소수 신문사다.‘신문사’를 ‘일부 신문사’로 바꿔 읽으면 새로운 독해 결과가 나온다. 앞서 언급한 우려사항이 불식된다 해도 그 혜택은 한곳으로 집중된다. 이종매체간 균형발전은 둘째 치고 동종매체간 불균형 발전이 더 심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미디어평론가
  • 9·19 공동성명 1주년되는 내일 6자회담 살아날까

    2005년 9월1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제4차 6자회담 2단계 회담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6개국은 한반도 비핵화 이정표 ‘9·19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내일로 1주년. 당시 “정부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다.”는 비판이 나오기가 무섭게 6자 회담은 교착됐고, 최근엔 이미 ‘빈사상태’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북·미간 대립 핵심은, 압박 일변도의 미국 조치에 대해 북한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2400만 달러) 동결 해제를 요구하며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것. 결국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7월5일 미사일을 발사했고, 중·러의 동의속에 채택된 대북 유엔안보리 결의안은 북한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이제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4일 한·미 정상회담은 제재일변도의 상황속에서 협상의 불씨를 찾았다는 의미를 갖는다.6자회담 재개를 위한 대북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협의가 이번주부터 본격화된다.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9일 미국 뉴욕에서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회동하는 데 이어 다음 주에는 한·미·일 3국이 모여 ‘포괄적 접근 방안’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낼 예정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핵협상이 늘 그랬듯 앞으로 펼쳐질 상황은 안개속 보물찾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북한엔 핵실험 도발의 가능성을, 미국엔 대북 봉쇄 명분만 키워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17일 “접근 방안은 이미 트랙 위에 올라 달리고 있다.”면서 “관련국간 직·간접 교신을 수시로 반영해 구체적으로 조합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내용은 없이 포장만 그럴듯 하게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 관련국간 논의가 상당히 진척됐다고 강조하는 모습이다. 한·미 정상회담 이틀 뒤인 이날 미국 헨리 폴슨 장관은 “북한과 이란의 불법 금융활동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괄적 접근 카드와 상관없이 재무부 차원에서 유엔 결의안 이행 페달을 계속 밟아나갈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 역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쿠바 아바나 비동맹운동(NAM)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제재를 유지하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밝혔다. 박홍기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네번째: 영화 속 집의 두가지 의미

    집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사는 곳’,house,home,dwelling(거처),residence(가정),household,family 등이라 되어 있다. 광고에서처럼 “집이 뭐지?”라고 묻는다면, 글쎄, 사람들마다의 답은 다르되 원하고 바라는 의미는 같으리란 짐작을 해본다. 우선 집은 편안하고 안락해야 하며,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본인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며 현관에 올웨이즈 웰컴과 웰컴 퍼피 스티커를 붙여두고 있지만, 누군가에겐 조용해야 하며 아무에게도 방해받아서는 안 되는 안락한, 전적으로 개인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집 없는 신세가 되다.‘모래와 안개의 집’(House of Sand and Fog,2003년)이라는 영화가 있다. 안드레 듀버스 3세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편안하고 안락한 개인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집의 공식을 단번에 깨뜨리는 집착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들이 집착하는 희망 즉, 집이란 공간은 결코 공유할 수 없는 것으로 그려진다. 북부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바닷가의 집을 놓고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냉정하고 한치 양보 없는 쟁탈전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집은 위태로움이며 허울뿐인 아메리칸 드림이고, 팽팽한 긴장감과 공포의 감각을 생생히 전하는 이미지로 자리한다. 집으로 돌아가다.한편, 영화 ‘쉬핑뉴스’(The Shipping News,2001년) 속의 집은, 조상을 비롯한 불안했던 가족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다. 마법 같은 화면 속에 집이 통째로 바다를 건너 다른 지역으로 옮겨지고, 그것을 따라 가족의 모습과 생활이 변화되어 간다. 그곳을 떠나 두려움과 나약한 기운 가득한 모습으로 살아가던 사내(케빈 스페이시)의 불운한 운명 속으로 한 여인이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 하룻밤. 그들에겐 아이가 태어나고, 그 여인은 밖으로만 나돌다가 어느 날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그날, 부모님의 자살소식을 동시에 듣게 된다. 소중한 이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남자는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듣고 찾아온 고모에게 묻는다.“이젠 어쩌죠?” 이렇게 해서 찾게 된 조상의 땅. 캐나다의 작은 어촌. 뉴펀들랜드로 향하는 남자는 어린 시절 가혹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물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리고 바람에 날아갈 듯 삐걱거리는 집은 그들의 삶처럼 위태롭기만 한데….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을 나서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 길이 무거울 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으며, 한없이 가볍거나 즐거울 때도 있다. 그런 조석지변 속에서도 한결같은 모양새로 자리하고 있는 공간, 집.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되물어보자.“집이 뭐지?” 대답은 지금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마음의 정도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바라고 원하는 대로 그 물음에 답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고 있을 일이다. 편안하고 싶은가, 더 안락하고 호화롭고 싶은가, 재미나고 행복한 놀이의 공간이고 싶은가. 자, 오늘 내 사는 공간을 한번만 둘러보자. 그리고 원하는 그림을 그려 넣어라! 시나리오 작가
  • [이현세 만화경] 하늘에서 외치다

    [이현세 만화경] 하늘에서 외치다

    비행기는 빠르다. 빠르기도 하지만 막힐 일이 없어서 제 시간에 도착한다. 그래서 바쁘거나 명절이면 사람들은 기차나 자동차 대신 비행기를 탄다. 그러나 비행기 사고는 터졌다 하면 제로게임이 된다. 그래서 비행기가 하늘에서 헤매고 다니면 정말 무섭다. 내가 아는 유명인사 한 분은 평생 비행기나 배를 타지 않는다. 배는 깊은 곳으로 임할까봐 두렵고, 비행기는 낮은 곳으로 임할까 무서워하는 것인데, 당연히 해외여행은커녕 그 흔한 제주도 여행 한번 해보지 못했다. 그뿐이 아니다. 이 분은 장거리 자동차 여행도 노생큐다. 부산 출장을 갈 때면 이 분은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시고 운전기사는 혼자 날듯이 고속도로를 달려서 부산역에서 이 분을 모셔야 한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끔은 이분의 마음이 정말 이해될 때가 있다. 얼마 전에 경주에 갈 일이 있었다. 일요일 당일 오전 급한 약속. 금요일에 일요일 당일 8시25분 K항공 김포발 울산도착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런데 금요일 밤에 시작된 비는 월요일 아침까지 전국을 공습할 것이라고 방송 3사 일기예보는 호들갑을 떨며 겁을 팍팍 주고 있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아파트 밖을 보니 과연 가는 빗줄기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걱정이 되어서 KTX를 탈까 하고 공항에 예약취소 전화를 하니 비행기는 걱정 없이 잘만 뜨고 내린다니 할 수 없다.6시30분.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7시20분. 공항도착. 택시요금은 2만 8000원. 가볍게 식사를 하고 다시 확인했지만 비행기의 출발과 도착은 이상 무! 모처럼 만나는 경주 친구는 새벽잠도 마다하고 1시간이나 걸리는 울산공항까지 마중을 나온다 하니 모든 것이 너무도 행복했다.8시30분. 비행기는 하늘을 차고 올랐다. 안전벨트 매고 커피 한잔 얻어먹고 설친 잠에 몇 번 기지개를 펴니 15분후 울산공항도착이라는 기내방송이 있었다. 역시 비행기는 빠르다. 창밖을 보니 맑은 하늘 아래 짙은 구름이 두꺼운 솜이불처럼 깔려있다. 드디어 비행기는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좋지 않다. 이상기류 탓인지 계단에서 헛발 딛는 곰처럼 비행기가 뚝뚝 뛰어내리더니 곧 기체가 와드드드… 정신없이 흔들린다. 창밖을 보니 쏟아지는 비와 안개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하늘로 살기 위해 숨 가쁘게 온 몸을 경련하며 솟구친 비행기는 상공을 허우적대며 몇 바퀴 돌더니 결국 기장의 뚱한 기내방송이 나왔다. 본 비행기는 울산공항의 갑작스러운 이상기류와 폭우로 부득불 대체 공항인 김해 공항으로 향하고 있으니 승객 여러분들의 이해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승객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친절한 해설과 함께. 갑작스러운 이상기류라니? 금요일부터 일기예보를 했는데.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라니? 누가 강제로 뜨라고 했나. 눈을 감고 겨우겨우 열을 식히고 있는데 다시 기체가 투둑툭 떨어지더니 “와드드드… 덜컹 덜컹!” 시골 소달구지처럼 기체가 인정사정없이 흔들리고 빨간 비상등이 급하게 번쩍이며 죽는다고 울부짖는다. 어이쿠, 결국 예서 죽는구나! 급히 창밖을 보니 역시 폭우 속에 구름인지 안개인지 비행기 날개를 허연 귀신들이 사정없이 휘감는다. 승객들은 완전히 쫄아서 하얗게 질린 얼굴에 누구하나 말이 없다. 이때 구원처럼 다시 기장의 기내방송이다.“김해 공항 역시 착륙이 불가능해서 이 비행기는 다시 서울 김포 공항으로 갑니다. 아울러 이 조치는 오로지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 미안한 기색은 별로 없다. K항공도 여기까지 기름값 날린 것 아니냔 말이다. 새벽 6시30분에 집을 나와서 구만리 하늘을 헤매다 다시 김포에 도착하니 시간은 10시30분이 넘었다. 퉁퉁 불어서 비행기문을 나서는데 스튜디어스는 안녕히 가시란다. 미안합니다라고 무릎을 꿇어도 시원찮을 판에… 죽다 살아난 승객들은 완전히 기가 죽어서 가방 챙겨 내리기 바쁘다.15번 매표창구였던가? 환불하러 가니 이번엔 잔돈이 없으니 1번에서 10번 창구에 가서 바꾸란다. 이번엔 그래도 미안하다는 말은 덧붙였다.10번 창구까지 걸어가는 길은 10리나 되었다. 다시 집까지 돌아오는데 또 택시비 2만 9000원. 부랴부랴 내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거니 오후 1시였다. 미친놈처럼 차를 몰아 경주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약간 넘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항공기 회사는 무법자다. 그날 K항공은 이렇게 얘기해 주었어야 정상이다. 타기 전 공항에서는 “ 오늘 악천후가 예상되어 비행기가 결항될 수도 있으니 손님께서는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물론 페널티는 없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일기예보상 비행기가 많이 흔들릴 수도 있으니 노약자와 심약자는 탑승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라고 얘기해야 하고 또 회항했을 때는 “저희 불찰로 기내에서 많은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고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지 못해서 참으로 더욱더 죄송합니다.” 정도는 해야 한다. 그리고 날아간 시간까지는 그렇다 치더라고 최소한 왕복 택시비는 지불해야 하지 않느냐 말이다. 앞으로 비바람 일기예보가 있으면 가능한 한 비행기를 타지 않을 셈이다. 안개 낀 날이나 눈보라치는 날에도 가능하면 기차를 탈 생각이다. 그러나 제주도를 갈 때는 어떡하나 걱정이다. 배는 괜찮을까요, 여러분. 해외를 갈 때면 또 어떡하나. 혹시 나도 이것저것 다 피하다 보면 그 유명 인사처럼 되지나 않을까 정말 걱정이다. 만화가
  • [삼성베네스트오픈] 봤지? 관록의 힘

    ‘노장’들이 ‘신예들의 반란’을 압도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삼성베네스트오픈(총상금 6억원) 1라운드가 펼쳐진 경기도 가평베네스트골프장(파72·7030야드). 관록의 노장들이 지난주 신한동해오픈을 휩쓴 ‘젊은 피’들을 제치고 리더보드 상단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선두주자는 지난해 로드랜드클래식 챔피언 정준(35·캘러웨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는 깔끔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6언더파 66타로 시즌 첫 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글 1개에 버디 4개를 보탠 ‘무명 돌풍’ 이우진(30)과 함께 공동 선두. 호주 국가대표이자 아마추어로 폭발적인 장타력을 앞세운 이원준(19)은 짙은 안개 때문에 17개 홀만 치르고도 6언더파를 기록, 역시 공동 선두에 나섰다. 디펜딩 챔피언 장익제(33·하이트맥주)와 메리츠솔모로오픈 챔피언 박부원(41·링스골프), 그리고 이용범(27) 등이 5언더파로 선두를 1타차로 바짝 좇았다.4언더파를 친 이부영(42·김포씨사이드) 역시 박도규(35·삼화저축은행), 김대섭(25·SK텔레콤) 등과 함께 공동 7위에 올라 프로 데뷔 12년 만에 첫 승의 꿈을 부풀렸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세번째:길 위에 서다

    길을 걷는다. 오늘도 길을 나서며, 길을 걸었고, 그 길을 걸어 직장으로 가거나 학교에 이르고, 길을 따라 원하는 행선지로 옮기며 길을 돌아 집으로 가거나 저녁 약속의 장소로 이동한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타인들과 접촉을 하고 눈 인사를 나누며 우연히 동료나 친구라도 만날라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끊임없이 이동하고 움직이는 사이, 우리는 길 위를 지나고 있다. 여기 길 위에서 삶과 사랑과 인생을 만난 사람들이 있다…. 영화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1991년)는 길 위에서 시작해 길 위에서 끝을 맺는다. 그 시작은 이미 달려왔던 길의 연장이며, 그 길의 끝은 다시 이어지는 여행의 시작이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언제나 다시 재생산되며 볼 때마다의 감정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수많은 이미지와 느낌표, 그리고 쉼표를 간직한 속내 깊은 이 영화에서 길은, 마음의 고향이며 그곳으로 향하는 희망의 표지이다. 마음의 고향, 빼앗긴 젊음, 고독한 열기의 종착역! 그 머나먼 길을 돌아 다시 길에 서게 된 주인공 마이크는 참 오래도록 우리를 닮아있다. 세상이 그를 부르기 전, 세상이 그를 알아주기 전, 그의 삶을 바꾼 여행.‘모터사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2004년)는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다’와 함께 4개월에 걸쳐 전 남미 대륙 횡단 여행을 떠나는 ‘푸세’라는 23살 청년으로부터 시작한다. 낡고 오래된 모터사이클 ‘포데로사’에 몸을 싣고, 안데스 산맥을 가로질러 칠레 해안을 따라 사막을 건넌 후, 아마존으로 뛰어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것. 어릴 적부터 천식을 앓고 있는 푸세. 그래서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젊은 날 라틴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하늘보다 높다. 그들의 여행은 의지만큼 간단하거나 바람만큼 만만치 않다. 그 사이 점점 퇴색되는 페루의 잉카유적을 거쳐 정치적 이념의 차이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일거리를 찾아 추키카마타 광산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알고 있던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불합리함에 점차 분노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분노는 점점 마음속에서 희망과 도전의 의지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만약, 그가 23살 때에 자신이 발 디디고 살고 있는 땅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희망의 목소리를 드높였던 투쟁의 역사를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바로 훗날,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인간적인 지도자로 기억되는 세기의 우상 ‘체 게바라’다. 새벽. 작업을 잠시 멈추고 산책을 나섰다. 오가는 사람들과 차도 거의 없고 짙은 안개에 달마저도 사라진 길을, 혼자 걸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들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과 또는 문득문득 얼굴이 스치는 그 또는 그녀들. 그들을 사랑하고 미워하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하지만 다시 웃을 용기도 그들에게서 온다는 생각에 이르자 길이란, 일상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구도의 공간이고 기도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아주 특별한 여행. 바로 당신이 발 디디고 선 그 길 위에 있다. 시나리오 작가
  • 섬마을 건강지킴이 충남도 병원선

    섬마을 건강지킴이 충남도 병원선

    “병원선이 올 때가 됐는데 왜 안 온다냐.” 충남 당진군 석문면 대조도 이장 이종호(57)씨는 4일 “병원선이 한달에 한번 들르는데 할머니들이 용케 그때를 알고 이렇게 묻는다.”고 웃었다. 이 섬의 주민은 20명에 불과하다. 이마저 70∼90대 할머니가 대부분이고 거의 혼자 산다. 육지와 1㎞도 안 떨어져서인지 보건진료소가 없다. 이씨는 “무료인 데다 약발이 잘 먹혀 주민들이 웬만하면 참았다 병원선이 오면 약을 짓는다.”고 귀띔했다. 배에서 진료도 받고 스케일링도 하고…. 충남도가 운영하는 병원선 ‘충남 501호’가 섬 주민의 ‘건강 지킴이’로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간 12만여건 진료 충남에는 맨 북쪽 당진에서 맨 남쪽 서천까지 24개 유인도에 1824가구 4325명의 주민들이 산다. 병원선은 다달이 이들 섬을 3개 지역으로 나눠 진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장 큰 섬은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로 500가구에 1215명이 살고 있다. 등대지기와 육지를 오가는 주민 1명이 사는 태안 내파수도를 빼면 대조도가 제일 작은 섬이다. 원산도에는 병원선이 한달에 3번 들르지만 나머지 섬은 대부분 1번만 찾아간다. 백윤기(53) 선장은 “등대지기가 ‘아프지 않다.’고 미리 연락하면 내파수도는 거를 때도 많다.”고 말했다. 해마다 진료건수가 늘어 지난해 12만 2000건이 넘었다. 최서단에 있는 외연도의 주민 남궁춘자(67)씨는 “간 상태가 좋지 않다는 병원선의 진단 때문에 도시 병원에서 조기 치료를 받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오천면 녹도의 한 70대 노인도 지난 4월 병원선에서 폐암 징후가 발견돼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섬 주민들은 고혈압이나 관절염, 위장병 등을 많이 앓고 있다. 박성우(33) 병원선 내과 전문의는 “주민들이 음식을 짜게 먹고 일을 많이 한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배에서 숙식도 병원선은 길이 38m, 폭 7.7m의 160t급이다. 보통 시속 16.5 노트(30㎞)로 운항하고 있다.1978년부터 병원선을 운항하기 시작했으나 노후돼 2001년 27억원을 들여 현 첨단 병원선을 건조했다. 직원 인건비를 빼고도 약값과 기름값, 수리비 등 운항비로 연 4억원이 든다. 이 배에서는 내과, 치과와 한방을 진료해 주고 있다.X레이 촬영기와 혈액분석기 등을 갖추고 있고 진료실, 임상병리실, 방사선실이 마련돼 있다. 전문의로 구성된 공중보건의와 간호사가 3명씩 있고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19명이 일하고 있다.8개 섬에는 보건진료소가 운영되지만 간호사만 있어 주민들이 병원선을 선호한다. 병원선이 대형이어서 섬 선착장에 대지 못하고 보트로 주민을 태워와 진료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의료진이 섬으로 나가 진료한다. 백 선장은 “안개가 낄 때 가장 힘든데 기다리는 주민들 때문에 웬만하면 출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주에 3박4일간 돌아다니다 보니 배에서 잠을 자기 일쑤다. 임상병리사 이용우(37)씨는 “큰 파도가 치면 책상이 넘어가고 밤에 잠을 자던 여간호사들이 멀미를 하고 무서워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잡은 물고기를 건네는 어부도 있고 진료를 받고 돌아가 옥수수를 쪄 고마움을 전하는 70대 노부부도 있다. 대조도 이장 이씨는 “섬에 밭이 별로 없어 김치라도 해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한달에 한번만 오는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보령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7080붐의 주역,트윈폴리오 (1)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7080붐의 주역,트윈폴리오 (1)

    악보를 구하기 쉽지 않았던 1960년대 후반, 미8군으로부터 간간이 흘러나오는 악보를 ‘송 폴리오(Song folio)’라 했다. 아울러 ‘트윈폴리오(Twinfolio)’는 ‘두장의 악보’란 뜻이다. 이 ‘두장의 악보’로부터 70년대를 휩쓴 포크송시대, 통기타 붐이 시작되어 현재의 7080붐까지 계속되고 있다. 송창식과 윤형주. 같은 노래를 불러도 서로 느낌이 확연히 다른, 이들은 각각 ‘두 장의 악보’다. 때문에 듀오로서 더없는 조건을 갖춘 셈. ‘흙과 바람으로 빚은 듯한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는 송창식씨와 ‘창공의 맑은 공기 같은’ 미성의 소유자 윤형주씨. 때문에 이 둘의 조우는 멋진 하모니를 구사했다. 둘은 여러모로 상반된다. 서울예고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송창식씨가 ‘악보대로 노래하는’ 가수라면 연세대 의대 시절 포크 트리오 ‘라이너스’ 멤버로 활동하던 윤형주씨는 팝을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감미롭게 구사했던’ 인물. 또한 윤형주씨가 지극히 가정적이라면 송창식씨는 매우 토속적이다. 이 둘의 주 활동시간대 또한 서로 다르다. 현재 윤형주씨는 CM송 전문회사 ‘한빛기획’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신했다면 송창식씨는 미사리 라이브 카페에서 여전히 노래한다. 때문에 밤낮이 서로 엇갈린 시간대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다. 트윈폴리오는 처음 듀오가 아닌 트리오로 시작됐다.60년대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만나 ‘트리오 세시봉’이란 이름으로 결성된 이들 멤버는 송창식(멜로디), 윤형주(테너), 이익균(베이스).47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67년 9월,‘트리오 세시봉’을 결성한 뒤 TBC-TV ‘한밤의 멜로디(임성기 PD)’에 출연,‘하얀 손수건’과 ‘안개’를 부르며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방송가에서 ‘하얀 손수건’이 제법 히트할 무렵인 68년 1월31일, 멤버 이익균이 군에 입대하자 남은 둘은 듀오로 활동하며 이름을 트윈폴리오로 바꾼다. 이들의 등장은 60년대 후반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잉태한 산물이다.‘명동시대’라 일컬어지던 50년대식 낭만을 지나 60년대 젊은이들을 변화시킨 키워드는 어떤 것일까. 먼저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주한 미군들을 위한 방송,‘AFKN 개국’일 것이다. 이어 최동욱의 ‘탑튠쇼’, 비틀스의 ‘예스터데이’, 전석환에 의해 주도된 ‘싱어롱 Y’, 젊은 음악인들이 몰리던 음악감상실 ‘세시봉’,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트랜지스터라디오의 등장 그리고 남성포크듀오 ‘트윈폴리오’의 탄생. 바로 이 트윈폴리오의 당시 절대적인 인기가 60년대 젊은이들 변화의 여러 코드를 함축시켜 놓은 ‘최대공약수’이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팝을 듣고 자란 세대는 이전과 다른 문화를 갈구하고 있었다. 트윈 폴리오의 등장은 팝문화에 젖어있던 대학생들을 위시한 10대들의 감성의 빗장을 열며 급기야 우리나라 가요 팬들을 기존 층과 10대 위주의 젊은층으로 분리, 이등분시켰다. 이들이 68년 12월, 드라마센터에서 가진 첫 리사이틀에는 매회 관객석 600석 매진에 200여명이 더 몰려들었고 1년 뒤인 69년 12월, 해체 선언과 함께 같은 장소에서 가진 고별리사이틀 역시 해체를 아쉬워하는 팬들에 의해 앙코르 공연까지 치러야 했을 정도다. 부산해운대관광호텔에서 가진 ‘트윈폴리오 고별리사이틀 앙코르 1회 공연’이 그것. 이들은 해체한 뒤에도 각각 솔로로 활동하며 ‘통기타 1세대’로서 70년대 청년문화를 주도한다.71년, 송창식은 ‘창밖에는 비오고요’를 타이틀로 한 독집음반을 발표하며 솔로 활동을 재개했고 윤형주 역시 이듬해인 72년, 솔로 데뷔곡 ‘라라라’를 발표하며 활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인 69년 1월, 송창식씨는 솔로로 음반을 이미 취입한 적이 있었다. 손석우 작곡의 ‘멀어진 사람’이란 곡이다. 시기적으로는 그가 트윈폴리오 멤버로 한창 바쁘게 활동할 무렵으로 얼마 전 윤형주씨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지금까지도 전혀 몰랐던 부분이라 했다. 당시엔 공연과 방송활동 등으로 거의 함께 붙어 다녔기 때문에 이러한 음반의 존재에 대해 선뜻 믿기지 않은 듯했다. 그러다 보니 당사자인 송창식씨의 당시 일화가 한편, 궁금해졌다.(계속) sachilo@empal.com
  • [손원천기자의 배낭 둘러메Go!] 평창 기화천 플라이낚시

    [손원천기자의 배낭 둘러메Go!] 평창 기화천 플라이낚시

    ‘맑은 물에서 플라이 낚시를 한다는 것은 한동안 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플라이 낚시에는 항구성이 있다. 어디를 가든, 어떤 일을 하든 플라이낚시는 항상 거기 있다. 삶의 여정에서 이렇게 한결같은 것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플라이 낚시는 신이 창조한 아름다운 곳에서 벌어진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머리위에서 캐스팅하는 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50년 경력의 베테랑 낚시꾼인 폴 퀸네트가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할 때가 온다’라는 책에 쓴 플라이 낚시 예찬론이다. 플라이 낚시에는 명수가 없다.‘거장’이라 불리는 사람도 없다. 얼마나 많은 숫자의 물고기를 잡았는가를 겨루지 않기 때문이다. 빈손으로 출발해서 빈손으로 돌아온다. 그저 대자연의 품속에서 한나절 놀다 오면 그뿐. 송어 플라이 낚시의 메카, 강원도 평창의 기화천을 다녀왔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아침햇살이 울창한 나무 사이로 부챗살처럼 퍼져가는 미국 몬태나 주 빅블랙풋 강변. 폴(브래드 피트)이 낚싯대를 치켜들자 S자 형태로 허공을 가르던 낚싯줄이 이내 미끼를 수면위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지난 1993년 국내에 개봉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 개봉 이후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플라이 낚시가 일반인들에게도 급속히 확산됐다. # 플라이 낚시는? 두껍고 무거운 라인(낚싯줄)을 캐스팅을 통해 원하는 곳까지 날려보낸 다음 가짜미끼인 플라이훅으로 물고기를 잡는 낚시다.미끼를 원하는 곳까지 던지는 것을 ‘캐스팅’이라고 하는데, 플라이 낚시를 독특한 낚시장르로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거의 무게가 나가지 않는 털바늘 미끼를 원하는 곳까지 보내기 위해 무거운 줄을 날리는 독특한 캐스팅 기술이 발달하게 된 것. 캐스팅만으로 플라이 낚시에 매력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매끄럽고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라인을 볼 때면 이세상 어느 춤보다도 아름답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평창에서 영월로 넘어가는 42번국도변에 위치한 기화천. 벌써 가을인가 싶을 만치 제법 서늘한 새벽공기가 이방인들을 맞았다. 울뚝불뚝 솟은 산자락, 산등성이에 걸린 구름. 농촌의 새벽풍경은 언제봐도 고즈넉하다. 얼음장처럼 찬 기화천은 냉수성 어종인 송어가 서식하기에 알맞은 조건을 갖춘데다, 주변에 송어양식장도 많아 대표적인 송어낚시 메카로 알려져 있다. 포인트에 도착해 물속상황을 체크하던 박영환(44) 낚시광(www.fishmania.net)대표와 프로스태프인 김병남(41)씨가 능숙한 솜씨로 웨이더(방수바지)와 조끼, 계류화(미끄럼방지 신발)등으로 갈아입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에 플라이낚시가 도입된 초창기부터 20년 넘게 활동한 베테랑 플라이 피셔.10년 경력의 김 프로와는 사제지간이다. # 타잉과 캐스팅이 플라이 낚시의 묘미 “미끼 선택부터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2번로드에 고동색 계열의 드라이(물위에 뜨는 미끼)를 세팅한 박 대표는 “송어의 먹잇감인 수서곤충의 우화과정을 눈여겨보았다가, 비슷한 색상과 모양의 미끼를 선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플라이 낚시인들은 대부분 미끼를 스스로 만든다. 이 과정을 ‘타잉’이라고 부르는데, 캐스팅·피싱 등과 함께 플라이 낚시의 3대 묘미를 이룬다. 박 대표도 플라이 낚시 입문시절에는 “지나가던 사람이 낀 앙골라 장갑이나 털목도리만 봐도 타잉이 생각났다.”고 할 만큼 타잉이 주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다. 시리릿∼소리를 내며 낚싯대 가이드를 통과한 라인이 새벽안개를 뚫고 계곡사이에 잔잔한 공명을 남겼다. 바닥이 훤히 비칠 만큼 맑고 깨끗한 여울앞에 멈춰선 박 대표가 마치 리본체조를 하듯 유려한 자세로 라인을 날렸다. 캐스팅한 다음에 라인을 당겼다 놓았다 하며 미끼가 살아 있는 것처럼 액션을 주기도 했다. 그는 “여울에는 산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물고기가 있을 확률이 높다.”며 “소를 이루는 여울의 꼬리부분, 수온이 높을 경우 수심이 깊은 곳, 돌무더기 뒤의 와류가 생기는 곳 등을 빼놓지 말고 탐색할 것”을 주문했다. 화려한 색보다는 카키색 계열의 옷을 입고, 하류에서 상류로 탐색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은 플라이 낚시의 기본. 고기의 시야각을 피하기 위해 낮은 포복자세로 포인트에 접근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 자연과 하나됨을 즐긴다 물살을 가르고 바위를 넘으며 1㎞남짓한 계곡을 오르자니 운동량이 상당하다. 어지간한 산 하나를 트레킹한 듯하다. 그동안 잡은 것은 갈겨니 몇마리와 송어새끼 두어수. 그러나 일행의 얼굴 어디서도 안달하는 표정을 찾아볼 수 없다.한순간 박 대표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끌려나오지 않으려 앙탈을 부리던 녀석은 15㎝ 남짓한 산천어. 모처럼 박 대표의 얼굴에 싱그러운 미소가 번져갔다. 조심스레 아가리에서 바늘(미늘이 없다)을 뺀 다음 곧바로 방류. 물고기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머리를 상류로 향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른바 ‘캐치 앤드 릴리즈(catch & release)’다. 이 장면에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오버랩된다.“어슴푸레한 계곡에 홀로 있을 때면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빅 블랙풋 강의 소리, 낚싯대를 던지는 4박자 리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모두 하나의 존재로 어렴풋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로 녹아들고, 강물을 따라 흘러들어 가는 것 같다….” 플라이낚시는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 장로교 목사였던 아버지가 브래드 피트에게 플라이 낚시를 가르친 이유는 뭘까. 자연과 한몸이 되는 플라이 낚시를 통해 진정한 삶을 깨달으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브래드 피트가 멋지게 라인을 날리던 몬태나주의 빅 베어풋 강변이 아니더라도 대자연의 품속에서 하루를 보냈다면 돌아오는 길이 빈손인들 또 어떠리. Tip ‘일몰전 3시간 일출후 3시간’ 노려라 얼음만 얼지 않는다면 사계절 즐길 수 있는 플라이 낚시. 많이 잡는 것이 목표는 아니지만, 대상어에 따라 출조지를 정해야 녀석들의 얼굴이라도 보고 올 수 있다. 또 어떤 곳에서건 물고기의 입질이 가장 활발한 일몰전 3시간, 일출 후 3시간을 놓쳐서는 안된다. 다음은 박영환씨가 추천하는 전국의 유명 포인트.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흐르는 계류에는 산천어, 오른쪽에는 열목어가 주로 서식하고 있다. 왼쪽, 즉 영동지방의 주요 포인트로는 강원도 간성의 북천, 양양의 오색천·갈천·어성천, 주문진의 연곡천, 삼척의 대이리 계곡 등이 있다. 영서지방에는 내린천이 있는 인제와 현리 등이 많이 알려진 포인트. 강계에서는 끄리·강준치·눈불개 등이 주대상어들이다. 끄리는 금강, 강준치는 충북 삼탄, 눈불개는 대청댐 밑에서 주로 잡는다. 박영환씨가 운영하는 피싱숍 낚시광에서는 수시로 플라이 낚시출조 행사를 벌인다. 초보자도 참여할 수 있다.(031)717-7072,716-7555.
  • 톱·스타 10년 신성일의 영광과 고독

    톱·스타 10년 신성일의 영광과 고독

    10년간 주연작품이 5백편에 육박하고 있다. 국산영화의 3분의1 이상이 신성일(申星一·33)의 것이었다면 신성일아성(申星一牙城)이란 낱말만으로는 모자란다. 5백편 주연이란 기록은 세계 어느 영화사에도 있을 수 없고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다. 한 마디로 60년대의 국산영화는 신성일에 의한, 신성일을 위한 신성일의 것이었다고 할 수 밖에. 10년 겹치기·5백편주연 3천만원 짜리 집도 짓고 영화제작자·연출자는 신성일(申星一)의 「스케줄」에 따라서 촬영 일정을 정한다. 배우가 촬영 「스케줄」에 따르는게 아니고 제작자가 배우의 「스케줄」에 맞춰 촬영계획을 짜는 것이다. 신성일이 한 영화에 주는 시간은 보통 1개월에 하루 정도를 꼽고 있다. 그가 이틀동안 출연해야 한다면 그 영화는 한 달을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69년에 내놓은 작품이 개봉된 것만도 이미 50편. 요즘도 『만종(晩鐘)』(신상옥(申相玉)감독)을 비롯해서 15편에 동시 출연 중. 한 때는 최고 33편의 겹치기 기록을 세웠다. 아무리 쉽게 만드는 영화라 해도 초인적인 정력이다. 겹치기 출연의 강행군 속에서 10년을 보내 신성일의 오늘의 느낌은-. 『연애 한번 못한다고 병신이라고 하더군요. 한가지만 바라보고 살았으니까 그 말이 곧 내 생활의 일면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배우 신성일은 있어도 인간 강신영(姜信泳 본명)은 잃은 것 같다면서 『허무하다』고 덧붙인다. 그가 『로맨스·빠빠』(신상옥감독)로 「스타돔」에 나선게 59년(개봉은 60년). 10년간 나라에 바친 세금만도 5천만원이 넘는다. 68년에 7백20만원을 낸 그는 69년도에도 7백만원을 내어 연예인 중 최고 납세자의 위치를 계속 유지했다. 국가소득을 증대시켰다는 점에서도 신성일은 매우 중요한 인물. 23세 때 병아리 「스타」 신성일은 서울 종로구 계동에서 구화 1만7천환짜리 하숙생활을 했다. 신(申) 「필름」이 내놓은 별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 신성일(申星一)이 그 때 신「필름」에서 받은 월급이 지금돈으로 5천원(구화 5만환). 하숙비 주고 옷 사입고 용돈이 항상 모자랐다. 그러나 3년 뒤엔 가회(嘉會)동에 50만원짜리 전셋집을 얻었고 다음해엔 소격(昭格)동에 1백20만원짜리를 샀다. 지금 살고 있는 이태원(梨泰院) 집은 63년에 7백20만원을 주고 산 것. 2층집을 전면개수해서 건평 1백52평, 싯가 3천만원 짜리 4층 저택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가옥구조의 변천으로 비유해 본 신성일의 경제성장률. 청춘(靑春)영화 「붐」타고 출세길 상대역 돼야 여우(女優)도 햇빛 10년동안 신성일의 상대역이 된 주요 여배우는 지금의 부인 엄앵란(嚴鶯蘭)과 김지미(金芝美), 태현실(太賢實), 김혜정(金惠貞) 그리고 문희(文姬), 고은아(高銀兒), 남정임(南貞任), 윤정희(尹靜姬) 등이다. 이 중 절반이 자의든 타의든 「스크린」과 멀어졌다. 신성일의 상대역이 됐다는 건 곧 「톱·스타」가 됐다는 증거고 상대 역에서 떨어졌다는 건 바로 인기저락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문희, 남정임, 윤정희의 3차전이 벌어지기 시작할 때 세 배우는 신성일과 공연하기 위해 남모를 경쟁을 벌였다. 신성일의 의사에 의해 상대역이 결정된다는 소문도 있었다. 지금 이들 세 여배우가 차지하는 신성일과의 공연 비율은 대충 3대 1 정도, 어쨌든 공평하게 나눠졌다. 5백편에 육박하는 작품이지만 신성일의 위치를 확고히 다져준 건 60년대 상반기의 청춘(靑春)영화 「붐」이었다. 『가정교사』 『맨발의 청춘』 『성난능금』 등 당시 「아카데미」극장 단골의 청춘영화는 신성일의 「포스터」를 그려붙이는 것만으로도 우선 「만원사례」였다. 신성일의 연기개안으로 꼽을 수 있는 작품은 유현목(兪賢穆)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지만 그가 꼽는 대표작은 『안개』 『까치소리』 『날개』 등 문예영화. 청춘 영화에서 올린 「스타」로서의 명성이 문예영화 「붐」에서 완숙의 연기력으로 결실한 셈이다. 「톱·스타」 10년의 신성일이 생각하는 「스타」의 조건은? 그는 『영화적인 「센스」 70%와 30%의 양식』이라고 단정했다. 『해보지 않은 사람은 영화연기가 퍽 안이한줄 알고 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예민한 관찰력, 적응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 연예인들이 「스캔들」때문에 기를 못 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양식의 문제다. 30%의 양식을 70%로 활용하면 그런 것(스캔들)에 말려들 우려는 없다』 인기있는 날까지 배우로 현역 물러나면 감독생활 『연애 못한다고 감정이 메말랐다는 평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스타돔」에 오르고 정상을 극복한다는게 그리 쉬운줄 아는가?』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오직 영화만 알고 살아 온 생활이 오늘의 위치를 갖다준거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착실히 살았기 때문에 대중이 좋아하고 아껴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그러나 정상만 바라보고 뛴 생활이 그 자신에게서 사생활을 빼앗아갔다고 후회도 했다. 『전혀 인생을 즐겨보지 못했어요. 위축된 생활, 긴장과 초조감으로 살았을 뿐인 걸요』 그래서 이제는 밤 12시 이후의 촬영은 안하기로 결심했다. 시간이 나면 「무스탕」자가용에 부인 엄앵란을 태우고 경인(京仁)고속도로 「드라이브」를 즐긴다. 70년 부터는 작품을 골라서 출연함으로써 무리한 겹치기를 안할 생각. 『사실 요즘 국산영화는 찍으면서도 의욕을 못 느껴요. 모두 여성취향의 눈물 영화 뿐이라 진력이 나요. 국산영화도 방향을 바꿔야 해요』 -앞으로 10년간은? 『인기가 유지될 때까지 배우를 하겠어요. 배우가 인기에 무관심하다는 건 거짓말이고 언제든 대중이 싫다면 물러서는거죠. 그렇게 되면 감독생활을 해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여러 감독과 작품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출연만 할게 아니라 내 마음에 맞는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는 얼마 전 상영된 『아듀·라미』같은 남성적인 영화. 「여자(女子)」행렬의 영화에 진력이 나서 「남자(男子)」용의 영화를 해보고 싶단다. 어쨌든 60년대 「스크린」을 휩쓴 그의 위치는 이제 「스크린」 안에만 제한돼 있진 않다. 연 7백만원 납세자인 그의 집엔 정치, 경제, 문화계 인사들의 출입이 잦고 단순한 「팬」 이상의 교류(交遊)를 즐기고 있다. 신성일이 어느 때쯤 정치가(政治家)가 되겠다고 나설지 전혀 부정만 할 일도 아니다. [선데이서울 69년 12/21 제2권 51호 통권 제 65호]
  • 남북 분단 그린 장편 ‘빛의 제국’ 펴낸 김영하

    남북 분단 그린 장편 ‘빛의 제국’ 펴낸 김영하

    소설가 김영하(38)가 장편 ‘빛의 제국’(문학동네)을 냈다.2004년 한해에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을 독식하며 문단의 스타로 떠올랐던 그가 ‘검은 꽃’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 흡혈귀, 자살안내인 같은 비일상적인 설정에서 멕시코 이민사의 거대 서사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전복적인 글쓰기로 자신만의 문학적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온 작가는 이번에도 내용과 형식 모두 기존 소설과 차별되는 실험적 작품을 내놓았다. ‘빛의 제국’은 남파 간첩으로 20년을 살아오다 갑작스럽게 북으로의 귀환 명령을 받은 40대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김기영은 엘리트 출신 공작원을 남한 대학의 신입생으로 입학시켜 학생운동을 주도하려는 당의 계획에 따라 스물두살이던 1984년 서울로 남파된다. 대학 졸업 후 영화수입업을 하며 임무를 수행하던 김기영은 1995년 북측의 책임자가 실각하면서 잊혀진 스파이가 되어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다. 소설은 김기영이 귀환 명령을 받은 그날 오전 7시부터 다음날 같은 시간까지 단 하루 동안 김기영과 그의 아내 마리, 딸 현미에게 일어난 일상을 긴박하게 엮어나간다. 생의 절반은 북한에서, 나머지 절반은 남한에서 지낸 한 남자의 삶에서 남북 분단의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조명하는 소설의 구조는 최인훈의 ‘광장’과 닮아 있다.“처음부터 ‘광장’을 염두에 뒀다.”는 작가는 “1980년대 이후 달라진 남북의 변화상을 통해 ‘광장’이 지닌 시대적 한계들을 돌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동당원인 김기영이 대학 운동권서클에서 주체사상을 학습하는 비극적 아이러니는 ‘빛의 제국’이 ‘광장’과 결별하는 지점이다. 스파이가 주인공이지만 30·40대 남성들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보편적인 이야기로도 읽힌다. 작가는 “과거를 잊고 평범한 일상을 지내다 하루아침에 소환명령을 받는 주인공은 언제든 세상으로부터 해고를 당할 수 있는 이 시대 남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어느 한순간 중심을 잃어버린 채 한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추락하는 것이다. ‘빛의 제국’은 계간 ‘문학동네’에 지난해 가을호까지 4차례 연재하다 중단했던 소설이다. 하지만 등장인물만 제외하고 시점이나 구성을 완전히 바꿔 새로 썼다. 지난 겨울부터 칩거하면서 몸무게가 10㎏이나 빠질 정도로 작품에 열중했다.“착상이나 진행방향 등에 자신이 있었고, 쓰여져야 할 책이라는 확신도 컸다.”는 그는 “지금까지 작가로서 쌓아온 모든 역량을 총체적으로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작가 김영하의 모든 것이 담긴 야심작이라는 얘기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소설은 속도감 있고, 재밌게 잘 읽힌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희미해진다. 작가는 “다시 쓰여진 ‘광장’처럼 보이나 뒤로 갈수록 그 의미가 사라지도록 했다. 독자가 책을 읽은 뒤 안개 숲속을 즐겁게 헤맸다는 느낌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가장 잘 팔리는 한국 작가인 그의 신작은 벌써 해외 에이전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문 시놉시스만 보고 프랑스와 미국에서 먼저 출간 제의를 해올 정도. 작가는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빛의 제국’ 해외 출간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전국이 열대야…중부지방까지 확대 어제 합천 36.5도

    ‘열대야’가 남부와 강원영동 지방에서 중부지방로 확대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3일 “한여름 무더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워낙 강해 열대야 현상을 보이는 곳이 우리나라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면서 “열대야가 아니더라도 전국적으로 열대야에 가까운 폭염이 앞으로 최소 1주일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대야는 기온이 밤과 아침에도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더워서 제대로 잠들기가 어려워진다. 열대야 현상은 지난달 30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경북 포항에서는 3일까지 닷새동안 연속으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강릉도 2일을 빼고는 같은 기간 연일 열대야였다. 열대야 지역들은 낮 최고기온 역시 35도를 웃돌아 주민들이 밤낮 가릴 것 없이 온종일 극심한 무더위에 시달렸다. 서울은 지난 닷새동안 아침 최저기온이 24.0∼24.7도의 분포를 보였다. 열대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체감기온으로는 열대야였다. 3일에도 전국에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합천이 올들어 최고인 36.5도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해 밀양 35.7도, 진주 35.3도, 전주 35.0도, 정읍 34.5도, 수원 34.4도, 목포 34.2도, 서울 33.2도였다. 4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오전 한때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짙은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다. 아침 최저 22∼26도, 낮 최고 30∼35도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앞으로 당분간 비 소식도 없으며 열대야와 35도 이상의 폭염이 며칠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니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김부총리 청문회 이후] 靑 ‘보호’ 급선회? ‘퇴진’ 명분쌓기?

    [김부총리 청문회 이후] 靑 ‘보호’ 급선회? ‘퇴진’ 명분쌓기?

    자진 사퇴든, 해임 건의든 퇴진으로 가닥이 잡혀가던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거취 문제가 다시 안개 속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당초 1일 국회 교육위 청문회를 통해 김 부총리의 ‘명예로운 퇴진’으로 수습 국면을 기대했던 여권 내부에 ‘김 부총리의 버티기’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것이다. 김 부총리가 이날 오후 청문회를 마친 뒤 자진 사퇴를 강하게 거부하는 발언을 하면서 기류가 급반전하고 있다. 퇴진을 기정 사실화하던 한명숙 국무총리나 청와대측도 김 부총리를 ‘보호’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분위기다. 청문회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던 김 부총리는 ‘사퇴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퇴는 무슨 사퇴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청문회 출석 전, 그리고 모두 발언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뒤집은 것이다. 한명숙 총리 역시 교육위 직후 노무현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려던 방침을 바꿔 “하루 이틀 여론을 수렴해 거취문제를 건의할 것”이라고 총리실 관계자가 밝혔다. 31일 당·정·청 여권 수뇌부 4인 심야회동에서 ‘자진 사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도 ‘보호’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을 포함,6명의 관련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문회 직후 간담회를 갖고 “의혹을 해소시킨 사실상의 청문회였다. 회의를 본 사람들은 객관적 진실을 파악하는 좋은 기회”라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도 “김 부총리가 부도덕하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부총리 거취 문제는 이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여권은 처음 논문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사퇴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지만 추가 의혹이 잇따르자 퇴진쪽으로 가닥을 잡아갔다. 열린우리당은 ‘조기 해결’ 원칙을 정하고 지도부가 움직였다. 무엇보다 김 부총리가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하자 당·정·청 ‘3각 시스템 협의’에 착수했다. 김 의장측은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한명숙 국무총리와 접촉을 갖고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한 총리와 막역한 관계인 김한길 원내대표가 주요 역할을 맡았다. 침묵을 지켜오던 한 총리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했다. 한 총리는 31일 휴가 중인 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갖고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상처를 덜 받는 방식으로’ 퇴진시키는 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해임 건의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지도 피력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4인 심야 회동’에서는 퇴진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지만 예상치 못한 김 부총리의 ‘버티기’로 이제 ‘공’은 노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독자의 소리] 장마철 빗길 과속운전 ‘금물’/이종성

    장마철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빗길 대형교통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빗길 교통사고는 대부분 과속으로 인한 사고로 소중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동반된다. 특히 강원도와 같은 고갯길이 많은 시골 국도에서의 과속은 위험천만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빗길 교통사고가 맑은 날보다 30% 이상 높게 발생한다. 사망률도 3배 이상 높다. 이유인 즉 비가 내리면 와이퍼의 작동으로 운전자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도로의 파손된 부분이 고인 물 때문에 잘 보이질 않을 뿐더러 도로의 빗물과 차바퀴 사이에 생긴 수막현상으로 브레이크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에서는 노면이 젖은 상태이면 기준 속도보다 20% 감속 운행을 하고, 비가 많이 오거나 안개가 끼면 기준속도보다 50% 감속운행을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장마철 국지성 장맛비가 자주 내리고 있다. 운전자 스스로 빗길 과속운행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고, 특히 낯선 시골 국도나 고갯길을 운행할 때에는 안전운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종성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 [열린세상] 열린우리당의 실패/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얼마 전에 어떤 곳을 여행하다가 그 풍광의 수려함 앞에서 오래 말문이 막혔던 적이 있다. 아주 기묘한 지형이었다. 뭐랄까, 열린 닫힘 같은…. 그 지형은 외부로부터 잘 방어되어 있었다. 그러나 안으로는 몇 겹씩 열려 있었다. 산등성이 자락 아래로 또다시 다른 계곡이 열리고, 그리고 그 계곡은 다른 계곡으로 더 깊어지면서 화사한 능선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마치 여러 겹의 치맛자락 같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 지형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외부로부터 단단히 보호된 지형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안으로 화사하게 펼쳐지는 변화 안에서 자유로운 느낌을 가질 것 같았다. 그 지형을 바라보면서 나는 열림과 닫힘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었다. 열린다는 것은, 주체의 고집과 이기주의를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삶이 나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나는 수많은 나들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따라서 겸손한 자아만이 진정한 자아이다. 그러나 정말 근본이 빠져버린 열림이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턱대고 열린다는 것은 맥락에 따라서는 가장 어리석은 죽음이 되지 않을까. 그때의 열림이란 자아의 확장이 아니라 오히려 자아의 포기, 또는 죽음은 아닐까. 열린우리당이 5·31 지방선거에서 완패하고 이번 재·보선에서도 다시 전패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죽을 상을 하고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모양이지만, 국민들은 진작부터 그럴 줄 알았다. 열린우리당은 밖으로 너무 열린 나머지 무력하게 죽어버린 정당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앞서 내가 이야기한 지형에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열린우리당은 그 지형과 정반대의 전략을 택함으로써 자살한 정당이다. 열린우리당은 밖으로는 한없이 열려 있었으면서도 안으로는 한없이 닫혀 있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 앞에서는 비굴하게 질질 끌려다니면서도, 안에서 개혁을 외치는 동료 의원은 집단으로 물고 뜯었다. 안의 다양성은 인정하지 못하고 그 대신 자신의 정체성을 흔드는 데 열심을 내며 주책없이 밖으로 추파를 던지는 정당에 대체 누가 표를 준다는 말인가. 하는 일마다 한나라당을 닮지 못해서 안달인데 무엇 때문에 열린우리당을 선택하겠는가. 하다 못해 대통령 욕하는 것까지 한나라당을 따라하고 있는데 그럴 바에야 독재 정권 정통성이라도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정당을 찍지 무엇하러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멍충이에게 표를 준다는 말인가.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아끼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기를 바랐던 유권자들은 그동안 목이 터지게 열린우리당에 주문했었다. 제발 안개모 같은 사이비들을 조심하고 자신의 고유한 스탠스를 찾으라고. 개혁에 올인하지 않으면 열린우리당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고. 선명한 입장을 가지는 것만이 열린우리당이 살 길이라고.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그런 외침을 듣지 않았다. 그들은 대체 누가 집권 여당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한나라당의 눈치를 보면서 질질 끌려다녔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원 한 번 더 되는 것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던 것같다. 따라서 확실한 정치적 정체성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주어진 여건 안에서 유리해 보이는 쪽으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무능의 극치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힘든 상황에는 물론 몇 가지 외적 요인들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일들은 열린우리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에 비하면 그리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원래 열린우리당은 지지기반이 지극히 취약한 정당이었다. 그것을 간수하면서 차근차근 지지기반을 넓혀 나갔어야 했다. 지금은 원래의 기반마저 거의 사라져 버렸다. 대체 열린우리당은 무엇을 향해 열렸던 것일까. 김정란 상지대 교수·시인
  • 재소자 면회 ‘교도관 입회’ 없앤다

    다음달부터 형이 확정된 서울지방 교정청 소속 재소자들이 교도관 입회 없이 가족면회를 한다.2008년 하반기부터는 가족들이 자택에서 인터넷이나 화상전화기를 활용, 재소자를 원격으로 접견할 수도 있게 된다. 법무부는 수용자들이 면회를 할 때 곁에서 교도관이 대화 내용을 기록하는 대신 첨단 정보화 장비로 대화를 녹음·저장하는 방식의 ‘무인 접견관리 시스템’을 다음달부터 서울지방교정청 소속 13개 교정기관에서 시범운영한다고 23일 밝혔다. 법무부는 이 시스템을 올 하반기에 천안개방교도소를 제외한 대전지방교정청 소속 10개 교정기관에 추가로 구축하고, 내년 말부터 대구·광주 지방교정청 산하 23개 교정기관에도 확대 운용하기로 했다. 이는 교도관이 동석해 자유로운 접견 분위기를 해치고 재소자 심성 순화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 녹음된 음성파일은 재판·수사상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된다.법무부 승성신 교정국장은 “첨단 장비를 활용해 절약되는 교도 인력을 수형자 상담 프로그램 등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달부터는 1급 모범수형자들이 차단막이 없는 접견실에서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수형자 가족 접견장소 변경 신청제도’도 시행된다. 내년 하반기부터 70세 이상 고령 수형자와 20세 미만 소년 수형자,2008년 하반기부터는 노인 전담 교도소인 경주교도소 재소자, 장애인 개방시설 수형자, 외부로 통근하거나 출역을 나가는 외국인 수형자에게까지 제도가 확대돼 시행된다. 법무부는 아울러 주중에 접견을 하지 않았던 수용자들만 할 수 있었던 ‘휴무 토요일 접견’을 모든 수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휴무 토요일 접견제도는 다음달부터 서울지방교정청 산하 3개 교도소 등 15개 교정기관에서,2008년 하반기부터 전국 교정기관에서 전면 실시된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진으로 제2인생 허형구 전 법무부장관

    사진으로 제2인생 허형구 전 법무부장관

    노을이 산과 벌판을 덮기 시작한 저녁. 백로 한 마리가 석양을 물고 둥지로 돌아온다. 새끼는 목이 빠져라 고개를 들어 어미를 부르고 기다림 끝에 짝을 만난 백로 한 쌍은 정에 겨운 듯 고개를 한껏 젖힌다. 온종일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허형구(80) 변호사는 그때를 놓칠세라 렌즈의 초점을 맞춘다. ●검찰 근현대사의 산증인 허 변호사는 1926년 김해에서 태어났다. 김해평야로 유명한 그의 고향은 겨울이면 넓은 벌판을 가로질러 찬바람이 쌩쌩 불던 곳이었다. 수문을 넘어가 조개를 줍고 가을이면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끓여 먹던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책읽기를 좋아했던 그는 초등학교를 마친 뒤 가정형편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직공생활을 했다. 그후 독학으로 부산대학에 들어갔으며 제2회 고등고시에 합격했다. 부산대 출신으로 고시에 합격한 것은 허 변호사가 처음이었다. 6·25 직후인 1953년 부산지검에서 검사로서 첫발을 뗀 허 변호사는 “법과 원칙을 무엇보다 중시했던 시절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부산에 근무할 때 3·15 부정선거와 관련해 시위를 벌이던 김주열군이 진압하던 경찰이 쏜 최류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을 수사해 공산당의 폭동선동이라는 조작·은폐 시도를 파헤쳤다. 그는 “말못할 압력도 있었지만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수사했다. 그뒤 4·19혁명을 보면서 민중의 힘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30년간의 검사생활 끝에 1981년 제17대 검찰총장과 88년 제38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그는 검찰 근현대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민주화와 사회발전, 통치권자의 생각도 진보해나가고 발전해가는 측면도 있지만 요새 검찰이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검찰의 중립은 밥그릇 문제가 아니라 헌법정신의 기본인 삼권분립 차원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5공화국 시절 검찰총장으로 근무하면서 이른바 ‘저질연탄 사건 수사’로 9개월 만에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그가 강조하는 검찰의 중립성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수사에 대한 뒤숭숭한 소문이 있은 뒤 얼마 전까지 수사를 칭찬했던 대통령이 어느날 검찰에 책임을 물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검찰 고위간부가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했으나 결국 물러나기로 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후 6년가량 변호사로 활동하다 다시 노태우 정부 때 다시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백로와 사랑에 빠진 팔순의 사진작가 허 변호사는 사진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검사 생활하는 틈틈이 사진을 즐겨 찍었다. 답답한 도심을 떠나 복잡한 사건을 잊고 자연의 품에 안겨 스트레스를 풀어보자고 시작한 사진이었다. 하지만 공직에서 떠난 그에게 사진은 제2의 인생을 선물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난도 길러봤지만 사진만 한 매력은 없었다. 사진동호회에 가입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아직은 아마추어’라며 겸손해하지만 좋은 풍경과 벗할 수 있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을 만큼 열정만은 프로다.“법률은 강직하게 사회를 지켜야 하고 예술은 부드럽게 세상을 보듬어줘야 한다. 사진 한 장에 낭만을 담고 싶다.”며 사진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허 변호사의 사무실에는 각종 법률서적과 더불어 사진관련 서적, 필름뭉치와 벽에 걸려있는 풍경 사진들이 눈에 띈다. 어려서부터 문학 책을 좋아했던 터라 그의 사진에는 ‘토지’,‘메밀꽃 필무렵’ 등 문학작품의 무대가 자주 등장한다. 또 안개에 둘러싸인 숲, 이슬을 머금은 꽃 등 자연도 단골손님이다. 팔순의 사진작가는 특히 백로와 사랑에 빠졌다.“백로 사진은 상당히 찍기 어렵습니다. 좋은 장소에서 오래 참고 기다린 사람에게만 그 자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단순한 사진 한 장이 아닙니다.”자신의 일생을 회상하듯 “고고하면서도 거만하지 않고 거만하지 않으면서도 올곧은 자태를 렌즈에 담고 싶었다.”고 말하는 노신사의 머리에도 백로가 내려앉았다. 백로를 사진에 담기 위해 밟아보지 않은 서식처가 없을 정도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는 백로 사진을 위주로 전시회를 세 차례나 열었고 지난해 7월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백로와 무학 그리고 사계비경’이라는 제법 규모있는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올초에는 대검찰청 로비에서 전시회를 열고 후배 검사들에게 그동안 갈고 닦은 사진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운영자문위원직도 맡고 있다. 허 변호사는 “3∼4월이면 백로가 오기 시작해 5∼6월초까지 많이 찍는다. 하지만 요즘은 백로 서식지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백로가 사람을 피해 숨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디카’보다는 아날로그가 더 매력 허 변호사는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지금은 손자·손녀만 20여명이 넘는다. 자신의 손자·손녀 또래의 젊은이들이 월드컵을 맞아 거리에서 펼치는 응원을 보고 있자면 그들이 조국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그의 눈에 비친 젊은 세대는 ‘열정’ 그 자체다. 해방과 6·25,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어온 허 변호사는 이들에게 “기다릴 줄 알아라.”고 조언한다. 허 변호사는 “디지털 카메라도 좋지만 필름으로 찍어서 현상하며 기다려야 하는 아날로그에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좋은 사진은 시간과 장소가 맞아야 하며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참아야만 찍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좌우명은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다.“물 방물 하나하나는 약하지만 수없는 세월 동안 견디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돌을 뚫듯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려면 참고 노력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팔순에 접어든 허 변호사는 요금 건강이 예전같지 않아 오전에만 법무법인 사무실에 나와 근무하고 오후에는 산보 등을 하며 건강을 관리한다. 그는 “사진에 빠져 곁을 비웠어도 지금까지 싫은 내색을 안한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법무부의 총수까지 지낸 그에게 욕심은 없다. 다만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지면 일생을 정리할 수 있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게 그의 작은 소망이다. ■ 허형구 변호사는 ▲1948년 부산사범학교 졸업 ▲1952년 부산대 법과대 졸업 ▲1953년 부산지검 검사 ▲1966년∼서울지검부장, 대전·부산지검·서울지검 차장검사 ▲1974년 청주지검장 ▲1981년 검찰총장 ▲1988년 법무부 장관 ▲1990년 변호사(현) ▲저서 검찰실무, 주석형사소송법(3권)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