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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란 새해인사 “맑을수록 안개는 짙다”

    이태란 새해인사 “맑을수록 안개는 짙다”

    배우 이태란이 “날씨가 맑을수록 안개가 짙다. 지금은 안개 속이지만 머지않아 맑은 날이 올거라 믿는다.”며 기축년 새해인사를 전했다. KBS 2TV 주말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에 출연중인 이태란은 “작년 한 해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행복한 한 해였다.1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빨리 지나갔지만 내게는 무척 뜻 깊은 한 해였다.“며 ”2년 만에 다시 드라마 ‘내사랑 금지옥엽’으로 시청자 여러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었다.“고 지난 해를 돌아봤다. 이어 “요즘 경제 불황으로 모두들 힘든 시기인데다 날씨까지 추워 예년보다 두배, 세배로 더 추운겨울이 아닐까 싶은데 국민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다.”며 “날씨가 맑을 수록 안개는 짙다더라. 지금은 짙은 안개 속이지만 머지않아 맑은 날이 올 거라 믿는다. 희망을 가지고 이 시기를 잘 이겨내셨으면 한다. 이런 때일수록 건강을 잘 챙기시고 마음만은 따뜻하고 풍성한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란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태란은 “올해 더욱 좋은작품으로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이태란의 다른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올 한 해도 더욱 열심히 뛸 테니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 주셨음 좋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이태란은 현재 KBS 2TV ‘내사랑 금지옥엽’에서 골드미스 장인호역을 맡아 상대배우 김성수와 힘든 러브라인을 형성해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극중 전설(김성수 분)의 전부인 영주(최수린 분)와의 갈등 끝에 지난 방송분에서 선보였던 따귀투혼에 이어 육탄전으로까지 치달을 예정이다. (사진제공 = MGB 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만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김수용

    [만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김수용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의 총본산인 대한민국예술원 김수용(80)회장을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로 예술원 회장실에서 만났다. 예술원은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초경찰서 사이 양지바른 동산에 대한민국학술원과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1954년 개원한 예술원의 회원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 등 4개 분과에서 활동 중인 83명의 기라성같은 예술계의 큰 어른들이다. 김 회장이 내민 명함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영화감독 김수용’이라고 적혀 있다. 2007년 영화감독 출신으론 첫 회장으로 선임된 김 회장의 영화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명함에서 오롯이 묻어났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이스트우드 노익장 부러워… 저도 자신있는데” →감독 데뷔하신 지 올해로 51년째를 맞습니다. 10년 전 109번째 작품 ‘침향’을 연출한 이후 예술원 활동에만 치중하고 계시는데요, 110번째 메가폰을 잡을 계획은 없으신지요. -미국의 배우출신 영화감독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체인질링’이라는 신작을 내놓았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우리는 동갑내기입니다. 할리우드의 제작환경과 그 분의 노익장이 부럽더군요. 나도 이렇게 뒷방에 물러나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구상을 끝낸 작품이 있습니다. 각본은 90% 이상 완성상태입니다. 투자가만 있으면 찍어서 상도 휩쓸고,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자신이 있는데…. →어떤 작품이며, 누가 출연하는지 공개할 수 있으신가요. -친구처럼 지내는 신영균·최은희씨와 저 이렇게 셋이서 영화 한편 찍자고 의기투합했어요. 두 사람 다 젊고 예쁠 때 영화밖에 없으니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것이었죠. 80대 노인 두 사람을 한 작품에 공동 출연시킬 경우 흥행에 지장을 주니까 두 개의 작품에 각각 출연시키려고 합니다. 최은희는 ‘무지개는 언제 뜨나요’(윤흥길 원작)에서 아들을 유혹하는 비운의 여관 조바로, 신영균은 ‘만월’(고은 원작)에서 꽃뱀 딸에게 당하는 밀도살꾼으로요. 두 배우의 상대 남녀는 공개 선발할 생각입니다. 촬영장소도 정해졌어요. 그런데 흥행이 될까요?… ●“영상물등급위원장 시절 모든 가위 내다버렸죠” →두 원로의 컴백에 개인적으로 기대가 큽니다. 김 감독께서는 탐미적 사실주의의 문예영화와 실험적 성향의 모더니즘영화, 흥행영화, 시대상황을 풍자한 저항영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를 남기셨는데, 대표작을 자천하신다면. -‘갯마을’(65년·오영수 동명소설 원작)과 ‘안개’(67년·김승옥의 무진기행 원작) 두 편을 꼽고 싶습니다. 문예영화를 50편가량 찍었는데 소설가협회에서 가장 문학적인 영화감독으로 뽑혀 상을 받은 적도 있어요. →걸레스님 중광을 다룬 영화 ‘허튼소리’에 대한 당시 공연물윤리위원회의 지나친 검열에 항의해 1986년 은퇴를 선언하신 뒤, 1998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으셨는데, 위원장으로 6년 동안 일하면서 어떻게 심의하셨나요. -등급위에 있던 모든 가위를 내다버렸습니다. 대신 12, 15, 18세(지금은 19세) 3등급제를 실시했습니다. ‘거짓말’(1999년·장선우 감독)과 ‘죽어도 좋아’(2002년·박진표 감독) 등 몇 작품 때문에 좀 시끄러웠지만 일단 등급판정을 보류시켜 시간을 끄는 방법으로 분위기를 가라앉혔죠. 절대 자르지는 않았어요. →예술원 안팎에서 대한민국예술원상의 회원 독식비판과 회원 외부추천 강화, 방송 등 대중예술분야의 별도 분과설치요구 등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예술원위상 재정립과 예술원의 변화를 위한 구상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예술원이 올해로 개원 55주년을 맞습니다. ‘위대한 국가의 초석은 위대한 예술의 창조에 있다.’는 창립선언문에 나와 있는 설립취지를 지키면서 활동영역을 넓혀나갈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예술원상의 경우 지난해부터 회원은 수상할 수 없도록 고쳤습니다. →예술원법상 회원의 임기는 4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종신제가 대부분인데 굳이 4년 연임제를 도입한 이유는 뭡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도 회원 83명 중 이해구(101·국악), 김성태(100·작곡), 이원경(93·연극)선생 등 3분이 종신회원입니다. 회원 평균 연령은 79세입니다. 부분 종신제죠. 지난 55년 동안 80년대에 회원 1명이 사회적 물의를 빚어 연임에 실패한 사례가 유일합니다. 제 임기 중에 종신제를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임기 내 회원종신제·예총회관으로 이전 추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인 예술원만의 독립청사가 없어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학술원에 더부살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창피하지만 사실입니다. 우리 회원 일동은 대학로에 있는 예총이 목동 예술인회관으로 이전하면 예총회관으로 옮겨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고 있고,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소망이 새해에 꼭 이뤄졌으면 합니다. →건강비결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집안의 가훈이 ‘건강을 잃으면 세계를 잃는다’입니다. 중구 장충동 주택에 50년째 사는데 일주일에 4회는 남산걷기를 합니다. 하루 1만보는 기본이지요. 학창시절 이래 40년째 일기쓰기도 계속하고 있어요. ●걸어온 길 ▲1929년 경기도 안성 출생 ▲1947년 안성공립농업학교 수료 ▲1950년 서울사범 본과 졸업, 6·25전쟁 참전 ▲1954년 국방부 정훈국 영화과(육군대위) ▲1958년 영화감독 데뷔(공처가) ▲1978~1995년 중앙대, 단국대, 동국대, 경희대, 서울예대 강사 ▲1983년 마닐라 및 하와이영화제 한국대표 ▲1984~1985년 몬트리올영화제 및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 ▲1985년 청주대 예술대학 부교수 ▲1989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선임 ▲1994~1998년 청주대 교수 ▲1999~2005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2005~2007 대한민국예술원 연극·영화·무용분과 회장 ▲2007~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주요 작품 ▲굴비(1963년)▲혈맥(65년)▲저하늘에도 슬픔이(65년)▲갯마을(65년)▲유정(66년)▲산불(67년)▲안개(67년)▲사격장의아이들(67년)▲만선(67년)▲봄봄(69년)▲춘향(70년)▲토지(74년)▲극락조(75년)▲화려한 외출(77년)▲웃음소리(77년)▲망명의 늪(78년)▲사랑의 조건(79년)▲만추(81년)▲허튼소리(86년)▲사랑의 묵시록(95년)▲침향(98년) 등 총 109편 연출 ■ ‘감독’ 김수용은 베레모에 선글라스를 낀 노(老)감독을 만나러 대한민국예술원에 갔다. 그런데 기자를 맞이한 그는 의외로 말끔히 빗어넘긴 맨머리에 세련된 정장 차림이었다. 엷은 색안경과 의전용인 듯한 무색안경을 두고 계속 만지작거렸다. “회장님에겐 색안경이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라는 말 한마디에 “그렇죠.”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색안경을 착용했다.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베레모와 선글라스다. 한국 영화감독의 고전적 이미지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의 첫 저서 ‘예술가의 삶’(1993년·혜화당)을 보면 화려한 은막의 스타들이 총출연하는 흑백사진 118장이 실려 있다. 한번 따져봤다. 그가 베레모를 쓰기 시작한 1962년 이후 사진은 거의 빠짐없이 베레모와 선글라스 둘 중 하나는 착용하고 있었다. 한밤중이거나 시상식이거나 하는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예술은 멀고 흥행은 가깝잖아요.” ‘한국영화의 선구자이자 산 증인’인 김 감독을 만나면 들을 수 있는 ‘18번 대사’이다. 성적을 떠난 야구·축구감독이 무의미하듯 영화감독과 흥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실과 바늘이다. 여배우 트로이카의 선두주자 남정임을 발굴한 ‘유정’(1966년·이광수 원작)은 서울 국도극장에 걸린 지 50일만에 33만명이 운집했다. 당시 서울인구가 300만명 시절이니 ‘전회 매진사례’가 내걸린 초유의 대박이었다. ‘저하늘에도 슬픔이’의 29만명 기록을 1년만에 깨버린 것이다.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이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친구역 엑스트라로 출연한 인연으로 감독의 길에 들어선 것은 보너스다. 성공신화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공륜의 검열에 항의해 은퇴한 뒤 복귀해서 만든 ‘사랑의 묵시록’(1995년)은 일본자본의 영화라는 이유로 극장을 잡지 못했고, 109번째 연출작 ‘침향’(1998년)의 실패로 사재를 털어야 했다. 1960∼70년대를 겪은 세대라면 알게 모르게 그가 만든 영화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이유는 109편의 영화 목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평단의 평가는 어땠을까. 70년대 이후 작품에 대해 하길종 감독은 ‘어설픈 실험’이라고 비난했고, 동료 김기영 감독은 “갯마을 같은 서정적인 드라마를 계속했더라면…”이라는 우정어린 충고를 남겼다. 그와 동시대에 활약한 감독들을 비교한 어느 평론가의 글도 흥미롭다. “신상옥 감독은 전설로 남았고,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 김기영 감독은 기인의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유현목 감독은 드문 예술적 지성의 소유자로, 이만희 감독은 재능을 술로 탕진하면서도 천재성을 지켰다. 하지만 김수용 감독에게는 변변한 수식이 없다. 다만 그는 기복 없는 샐러리맨처럼 고른 호흡으로 영화를 찍었다. 그것이 김수용식 전설이다.”라고. 김수용 감독의 전설은 끝나지 않았다.
  • 올해도 ‘죽음의 랠리’

    다카르 랠리가 올해도 사고가 잇따라 ‘죽음의 레이스’라는 악명을 재확인했다. 대회 폐막 3일을 앞둔 15일 현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혼수 상태에 빠졌다. 앞으로 희생자가 더 늘 수도 있다. ●佛 테리 실종 3일만에 숨진채 발견 파스칼 테리(프랑스)가 실종 3일 만인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된 지 6일 만인 14일 크리스토발 게레로(스페인)가 칠레 코피아포의 430㎞에 이르는 10구간 160㎞ 지점에서 오토바이 추락 사고를 당해 혼수 상태에 빠졌다. 15일 AFP통신은 “대회 관계자가 병원으로 긴급 후송했지만 진단 결과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오토이볼루션닷컴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았지만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라고 전했다. 테리는 이 대회 26번째 사망자로 기록됐다. ●英 그린·해리슨 의식불명 상태 테리의 시신이 발견되기 하루 전날에는 폴 그린과 매튜 해리슨(이상 영국)이 주행 도중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30회째를 맞는 올해 다카르 랠리에는 50개국 500여개 팀이 출전해 오는 18일까지 계속된다. 오토바이와 4륜바이크, 트럭, 자동차 등 4개 부문에서 모두 530여대의 차량이 14개 구간으로 이뤄진 9574㎞를 질주하는 지상 최대의 오프로드(비포장 도로) 모터스포츠대회다. ●테러위협으로 작년 대회 불발 지난 대회는 테러 위협으로 개막 하루를 앞두고 전격 취소됐었다. 1979년 첫 대회 이후 28차례 모두 유럽~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렸지만 이번 대회는 남미로 옮겨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처음 열렸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해 팜파스 지대와 칠레의 안데스산맥, 아타카마 사막 등을 달린다. ●11구간 경기 짙은 안개로 취소 한편 대회 조직위원회는 15일 칠레 코피아포에서 아르헨티나 피암발라까지 215㎞ 구간에서 열릴 11구간 경기를 짙은 안개에 따른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들어 취소했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다카르 랠리란 사하라 사막 횡단을 즐겼던 모험가 티에리 사빈(프랑스·1949~1986년)이 만든 대륙횡단 자동차 대회로 아모리스포츠기구(ASO)가 주최한다. ASO는 프랑스 미디어그룹 EPA 소속으로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일주 도로사이클대회)’도 주최한다. 1979년 첫 대회 때 프랑스 파리에서 세네갈 다카르를 왕복, 다카르랠리로 불린다. 28회 열리는 동안 무려 25명의 드라이버와 지역주민 등 50여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해 ‘죽음의 레이스’로 불린다. 1986년과 1988년에는 드라이버와 민간인, 취재기자 등 모두 14명이 숨지자 로마 교황청에서는 “생명을 경시하는 비인간적인 대회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 [사설] 민주당 이젠 책임있는 국정파트너 돼야

    국회가 20일 만에 정상화된 어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표정은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자성론과 지도부 개편론이 확산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자축 분위기 속에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당에 대해 이제는 승리감에서 벗어나 책임있는 국정파트너로서의 역할을 보여야 한다고 엄중하게 주문하고자 한다. 민주당은 예상보다 큰 승리를 거두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나라당의 미숙하고 일방적인 처리방식으로 인한 반사적 이익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여론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총론적 차원에서 민주당의 물리력 행사를 이해했을 뿐이다. 법안과 FTA비준안 등 각론에 들어가면 민주당의 주장은 여전히 공허하거나, 지금까지의 주장을 뒤집은 경우, 민주당의 구체적 입장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 등이 혼재한다. 민주당은 지금부터 전개될 이른바 2차 입법전쟁에서도 반대만을 위한 반대나 이념적인 색깔론에 머물러선 안 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로 무장하고 성실하게 심의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 지지는 안개처럼 스러져 갈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에서 물리력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이로 인한 국회 파행과 의회주의 원칙의 파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진지한 국정 논의를 통해 의회주의를 복원시켜야 할 책임이 민주당 앞에 놓여 있다. 16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뒤 승리에 도취했다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다시 물리력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여당을 저지하기 위해 쏟았던 그 힘, 그 지략을 국정 논의에 쏟아부어 책임있는 국정파트너로서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책 너머 세상/신지영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책 너머 세상/신지영

    “너,이게 뭐니?” 엄마가 승민이에게 공책을 내밀며 물었다. “뭐긴 뭐야? 독후감 공책이지.” “그걸 누가 몰라서 물어? 내용을 왜 이렇게 썼느냐는 말이야.” 엄마가 짜증스레 공책 한쪽을 펼쳐 보였다. 플란다스의 개를 읽고……. 되게 슬펐다.무지 슬프다.내가 읽은 책 중에 1등으로 슬프다. “그렇게 독후감 쓰는 법을 알려 줬는데,다 귓등으로 들었니? 슬프다,슬프다 하면 읽는 사람 마음에 와 닿아? 뭐가 슬픈지 써야 할 것 아니야.” “그걸 꼭 써야 돼?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다 느낄 텐데,그냥 마음속에 담아두면 안 되는 거냐구.” “어디서 주워들은 말은 많아서,이제 겨우 사학년인 녀석이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만 하니……,네 미래가 걱정이다,엄마는.” “걱정 마,엄마.난 괜찮을 거야.”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얼른 다시 안 써? 다시 쓸 때까지 컴퓨터 금지야.” 승민이는 터덜터덜 책상 앞에 가 앉았다. 며칠 전,엄마는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책을 많이 읽으면 아는 게 많아져서 공부도 잘하게 되지.앞으로 엄마가 책 빌려다 놓을 테니까 일주일에 세 권씩 꼬박꼬박 읽어야 해.” 엄마는 승민이에게 독후감 공책을 사다 주었다.책을 읽을 때마다 독후감을 써서 검사 맡으라고 했다.엄마는 인터넷을 통해서 ‘독후감 쓰는 법’을 알아냈다.그걸 종이에 정성스레 적어서 승민이의 책상 앞에 떡하니 붙여 두었다. “꼭 저대로 써야 한단 말이야? 수학 문제 푸는 것도 아니고,재미없잖아.” 승민이는 고개를 홰홰 저었다.그러곤 침대에 발랑 드러누워 버렸다.두그르르 앞구르기를 했다.물구나무도 서 봤다.그러는 동안,상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갑자기 승민이는 발딱 일어났다.쇠가 자석에 이끌리듯 책상 앞으로 가 앉았다. 승민이는 신나게 글을 써 내려갔다. 네로랑 파트라슈는 날개를 달고 천국으로 날아간다.그곳은 개들이 주인인 세상이다.거기에서는 네로가 파트라슈의 애완동물이다. 지구에서 개들을 못살게 굴던 주인들은 자기들이 한 나쁜 짓을 그대로 당한다.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개한테 옆차기를 하던 아저씨는 개한테 옆차기를 당한다.개에게 상한 음식을 먹이고 재미있어하던 아이는 상한 음식을 먹고 웩웩 토한다.네 발로 기어 다니며 우유 수레를 끄는 사람도 있다.그건 바로 파트라슈를 채찍으로 때렸던 첫 주인이다. “너 정말!” 엄마가 어느새 승민이의 곁에 와 있었다.엄마는 씨근거리며 공책을 집어 들더니 방바닥에 내팽개쳤다. “천국이 왜 나오고,네로가 애완동물이라는 건 또 무슨 소리야!” “뒷이야기를 상상해서 쓴 거야.플란다스의 개 제2탄.” “파트라슈 옆차기 하는 소리 하고 있네.읽고 나서의 느낌이랑 생각을 쓰랬지,누가 2탄 쓰랬어?” “이렇게 쓰니까 재미있어.” “넌 그게 문제야.그렇게 재미만 찾으니까 공부를 못하지.” 엄마가 한심하다는 눈길로 승민이를 보았다.승민이는 아랫입술을 배쭉 내밀었다. “안 되겠다.공책이랑 필통 들고 마루로 나와.” 엄마와 승민이는 밥상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엄마는 밥상 위에 독후감 공책을 척 올려놓았다.승민이는 쭈뼛쭈뼛 연필을 쥐었다. “먼저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쓰자.왜 이 책을 읽었지?” “엄마가 읽으라고 시켜서.” “좀 예쁘게 쓰자.‘엄마께서 권유하셔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하면 좋겠지?” 승민이는 엄마가 말한 대로 받아 적었다. “자,이제 주인공과 너 자신을 비교해 보자.어떤 점을 비교해 쓸까?” “음……네로는 유유 배달을 하지만,나는 우유를 배달시켜 먹는다.” “말장난하니? 그건 중요하지가 않아.” “음……네로한테는 여자친구가 있지만,나는 없다.네로처럼 여자한테 친절해야 누구를 사귈 수 있을 텐데…….나는 마음은 안 그런데 자꾸 쌀쌀맞게 굴고…….” “누가 그딴 거 쓰래? 그게 대체 왜 중요한 거냐고!” 엄마는 벌떡 일어나 발을 쾅 굴렀다. “내가 못 살아.대체 넌 누구를 닮아서 이러니?” 엄마가 털썩 주저앉았다.승민이는 고개를 숙인 채 숨을 죽였다. 얼마 동안,시계 초침 소리와 엄마의 가쁜 숨소리만 들렸다. “다시 해 보자.또 이상한 대답하면 혼날 줄 알아.” 엄마가 승민이 옆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네로는 할아버지 말 잘 들어,안 들어?” “잘 들을 걸.” “넌 엄마 말 잘 들어?” “그럴 때도 있고,아닐 때도 있지.” “어이구,그럴 때도 있으셔? 엄마 말이라고는 징그럽게 안 들으면서,무슨.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네.‘네로는 할아버지 말을 잘 듣는다.하지만 나는 엄마 말씀을 잘 듣지 않아 혼나곤 한다.’라고.” 승민이는 그대로 받아 적었다. “네로는 행복해,안 행복해?” 엄마가 물었다.승민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때도 있고,아닐 때도 있지.” “행복할 리가 있니? 고아인 데다가 가난하지,집에서 쫓겨나 어린 나이에 죽기까지 했는데.” 엄마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너는 행복해,안 행복해?” 엄마가 물었다.승민이는 또 고개를 갸웃거렸다. “때에 따라 달라.” “너는 행복한 거야.네가 뭐가 아쉬워? 아빠가 돈 벌어다 주지,엄마가 보살펴 주지.자,적어 봐.‘네로에 비하면 나는 참 행복한 아이다.나는 네로처럼 가난하지도 않고 엄마 아빠도 있다.’이런 식으로.” 승민이는 엄마가 말한 대로 받아 적었다.글씨가 자꾸 비뚤어졌다. “이제 너의 경험과 책의 내용을 비교해서 써 보자.” 승민이의 머릿속에 번뜩거리는 장면들.하얀 털이 몽실몽실한 강아지,똥 한 덩어리,악쓰며 강아지에게 다가가는 엄마,겁에 질려 뒷걸음질치는 강아지……. “몽몽이는 잘 있을까?” 승민이가 혼잣말처럼 말했다.엄마는 흠칫하더니 곧 태연한 얼굴을 했다. “그럼,잘 있지 않구.우리보다 훨씬 좋은 주인이 데려다가 키우고 있는 걸.좋은 사료 먹이고,좋은 옷 입히면서 말이야.” 엄마가 호들갑스레 말했다.승민이는 연필 끝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었다. “딴 말 하지 말고,쓰던 거나 계속 쓰자.책 내용 중에서 네 경험과 비교할 만한 걸 찾아보자는 말이야.아,그래.네로가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 준 것처럼,너도 엄마 아빠를 도와 준 경험이 있지? 그것에 대해서 쓰면 되겠구나.” “차에 치였으면 어떡하지? 몽몽이는 밖에 많이 안 나가 봐서 차 피할 줄도 모르는데…….” “이상한 상상은 그만하고,여기 집중해.” 엄마의 말투에 짜증이 섞였다. “몽몽이,울고 있을지도 몰라.” “상식적으로 말이 되니? 개가 운다는 게…….” “진짜야! 몽몽이는 나 없을 때 외로워서 눈물을 흘렸단 말이야!학원 갔다 와서 보면 눈에 눈물이 꽉 차 있었다구.” 승민이가 버럭버럭 소리 지르고는 연필을 책상에 팽개쳤다. “얘가 왜 이래? 버릇없이.연필 똑바로 안 쥐어?” 엄마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날카롭게 말했다. “엄마가 몽몽이를 갖다 버렸잖아.나한테 말도 안 하고…….” “버리긴 뭘 버려? 키워 준다는 집 있어서 데려다 놓았다니까.” “아빠가 그랬어.엄마랑 밤에 공원에 가서 놓고 왔다고.” 승민이가 엄마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엄마의 얼굴이 붉어졌다. “밤이지만 바람 쐬러 온 가족들이 많았어.개 좋아할 만한 네 또래 애들이 많았단 말이야.우리가 키우기 힘드니까 다른 집에서 잘 키우면 되겠다 싶었던 거야.” “처음에 몽몽이를 데려온 건 엄마잖아.버릴 거면 아예 데려오지를 말지.” 몽몽이는 승민이의 좋은 친구였다.성적이 좋지 않다고 엄마한테 혼났을 때,친구와 다투었을 때에도 몽몽이를 보면 마음이 풀렸다.몽몽이의 눈빛이 “힘내.”하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승민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렇게 성가실 줄 누가 알았니? 똥오줌도 못 가려,털 날려…….” “강아지는 원래 그래.엄마가 모른 거지.내가 돌봐주면 되는데,꼭 그래야만 했어?” “너 학교 가고 학원 가면 누가 돌보는데? 내가 다 뒤치다꺼리해야 하는 거 몰라서 그래? 엄마 힘든 건 생각 못하니?” “엄마보다,그깟 개 한 마리가 더 중요해?” 엄마가 덧붙였다.엄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승민이는 입을 꾹 다문 채 가만있었다.엄마는 승민이를 등지고 앉았다.그러곤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승민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쓸 얘기 생각났어.” 엄마가 누그러진 얼굴로 돌아앉았다. “몽몽이 얘기를 쓸 거야.” 승민이가 말했다.엄마는 펄쩍 뛰었다. “아니,그걸 왜 써?” “책 내용이랑 비교할 수 있잖아.네로가 파트라슈를 키웠던 것처럼 나는 몽몽이를 키웠고…….파트라슈는 버려진 개였고 몽몽이도 버려졌고…….” “안 돼,다른 얘기를 써!” “싫어.” 엄마가 눈을 부라렸다.승민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필을 쥐었다. 나는 몽몽이라는 강아지를 키웠다. 엄마가 연필을 홱 낚아챘다. “너…….이런 식으로 해 봐.앞으로 영원히 컴퓨터 못 할 줄 알아.용돈도 없어!” 엄마가 윽박질렀다. “지워!” 엄마가 승민이에게 지우개를 건넸다. 승민이는 망설였다.그러다가 마침내 방금 쓴 문장을 지웠다.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져 공책에 번졌다. 나도 네로처럼 어른을 도운 적 있다.엄마가 아플 때 청소를 해서 칭찬을 들었고,아빠의 어깨도 주물러 드렸다.앞으로 나는 네로를 본받아 더욱 착한 아이가 되겠다.어른들 말씀도 언제나 잘 듣겠다.네로같이 불쌍한 아이를 만나면 도와주겠다. 방에 들어온 승민이는 공책을 함부로 내팽개쳤다.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들썼다.훌쩍훌쩍 울다가 잠이 들었다. 승민이는 낯선 길에 서 있었다.주위가 안개로 둘러싸인 듯 아슴푸레했다.저만치 앞에 몽몽이가 나타났다.몽몽이는 따라오라는 듯 승민이를 히뜩 보고는 곧장 달려갔다.승민이는 몽몽이를 따라 뛰었다. 어느 순간,몽몽이가 멈춰 섰다.‘개들의 천국’이라고 씌어 있는 팻말이 보였다. “와,내 상상이 진짜였구나!” 승민이가 감탄했다. “그렇지,여기에서는 너희가 우리의 애완동물이라구.” 몽몽이가 말했다.그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몽몽이가 팻말이 가리키는 길로 접어들었다.승민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따라갔다.조금씩 안개가 걷혔다.주위의 풍경이 똑바로 보였다.승민이가 서 있는 길에서,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각각 다른 풍경이 보였다. 동쪽은 봄이었다.연둣빛 들판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었다.색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개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마음껏 들판을 뛰고 뒹굴었다.서쪽은 여름이었다.초록빛 풀들이 다보록한 가운데,맑은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개헤엄을 치는 사람도 있었고,사람 헤엄을 치는 개도 있었다.남쪽은 가을이었다.사과,밤,홍시…….탐스러운 과일을 매단 나무들이 곳곳에 우부룩했다.바닥에도 과일이 수북했다.어떤 개들과 사람들은 사과 바다에서 허우적허우적 헤엄을 쳤다.또 어떤 개들과 사람들은 홍시를 공처럼 주고받으며 옷에 주황 물이 들도록 놀았다. “난 어디로 가야 돼?” 승민이가 몽몽이를 내려다보고 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내 주인이니까.” “네 마음대로 해.여기서는 주인이 애완동물을 돌봐 주지 않아.뭘 시키는 법도 없어.자유롭게 놔 둘 뿐이지.” 어디로 갈까? 승민이는 즐거운 고민에 잠긴 채 북쪽을 보았다. 눈부시게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아이스크림 같은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폴짝폴짝 눈 속을 누비고 다니는 개들과 사람들…….언덕 위에는 승민이 엄마도 있었다.엄마는 배를 깔고 엎드리더니 미끄럼을 타고 내려왔다.엄마의 웃옷이며 바지에 눈이 닥지닥지 묻었다.엄마를 지켜보던 몽몽이가 멍멍 웃었다.엄마는 대답하듯 하하 웃었다.눈투성이 엄마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심사평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심사평

    올해도 150여편의 희곡이 접수되었다.드라마 장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진 탓인지 터무니없이 미숙한 희곡들은 줄어든 반면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은 여전히 찾기 힘들었다. 최근의 경제적으로 암울한 세태를 반영하듯 응모작들 중에는 사채의 덫에 걸린 가장,성매매 하는 딸,노숙자, 청년 실업자 등을 다룬 희곡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촛불시위,해외파병 등 정치적인 문제를 건드린 응모작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 당선작인 안재승의 ‘청구서’ 역시 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신랄한 풍자로 극화해내고 있다.파산한 후 빚을 갚기 위해 파키스탄에 건너가 자작 인질극을 벌인 가장(家長)을 둘러싸고 사회 구성원들과 가족들의 각종 오해와 부풀리기,속이기와 쇼하기와 정면 대처하기 등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런 가운데 정부,언론,종교,각종 이익집단들,네티즌,사채업자,시민단체,심지어 가부장제에 대한 풍자들이 여기저기서 빛을 발한다.복잡하게 얽히는 에피소드들을 구성하고 몰아가는 솜씨,극적 언어의 구사,극 전체를 타고 흐르는 리듬감 등이 신인의 솜씨답지 않게 능란하면서도 발랄하다.다만 풍자의 대상들이 너무 많다 보니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가 다소 혼란스러워지고 에피소드들이 너무 꼬이다 보니 마지막 청구서의 의미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해 아쉽다. 당선작 외에 상가집의 부조리한 풍경을 스케치한 이계형의 ‘숲에는 바람소리’,연인들 간의 스쳐가는 관계를 그린 연성이의 ‘우는 사람들’,쓰레기 집하장 노인들의 애환을 다룬 최진희의 ‘섬에서’,폭력적 상황에서의 긴장과 분노를 표출한 조병여의 ‘묵은 안개’ 등이 심사대상으로 논의되었으나 각각의 작품들이 지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완성도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었다. 손진책·김방옥
  • 바다위 달리는 인천대교의 첨단공학

    EBS ‘다큐프라임-원더풀 사이언스’는 새해 특집으로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건설하는 첨단공학의 현장을 찾아간다.우리나라의 다리 건설 역사에서 최고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인천대교 건설 현장을 담은 ‘바다를 달리는 첨단공학,인천대교’ 편을 새해 1월1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하는 것. 해상구간 12.3km로 국내 최장의 사장교인 인천대교.애초에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5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인천 앞바다는 밀물과 썰물 때의 수위 차가 최대 9m에 달한다.안개와 바람 또한 다리 건설의 방해 요소다.월평균 작업 일수도 20일밖에 안 되는 열악한 조건이지만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것은 바로 다양한 첨단공법의 도입이었다. 인천대교의 핵심인 주탑의 높이는 238.5m로 여의도 63빌딩의 높이에 육박하고,서해대교와 영종대교의 주탑보다 훨씬 높다.이 주탑을 세우기 위해서 자동상승거푸집과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고압콘크리트 압송설비 등을 통한 급속시공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동원됐다.선박들이 지나다니며 충돌시 생길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충돌보호공도 세계 최대 규모다. 한편 지난 2008년 12월16일은 인천대교 공사의 역사적인 날이었다.사장교의 마지막 상판이 연결되는 날이기 때문이다.마지막 상판을 맞추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려 지난 4년여의 공사가 쉽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이날을 위해서 공사관계자들은 노심초사하며 그 현장을 지켜봤다.드디어 상판이 연결되며 동쪽인 송도신도시와 서쪽인 영종도가 하나로 연결됐다.연인원 23만여명의 기술자들이 땀 흘린 결과인 것이다. 제작진은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건설하고 있는 인천대교 건설현장에서 대한민국 교량 기술의 오늘과 미래의 모습을 예측해보고자 한다.”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길섶에서’ 바라본 무자년 한해 세상살이

     서울신문 오피니언란에 ‘길섶에서’란 코너가 있습니다.소소한 일상에서 느꼈던 감회를 편안한 필체로 옮겨놓는 곳인데 의외로 즐겨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유난히 심란하고 안타까웠던 일들이 많았던 2008년 한해를 돌아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200자 원고지 2.7매밖에 안 되는 짧은 공간이어서 독자를 흡인력있게 끌어당기기 위해 필자들이 겪었을 고뇌와 번민이 오롯이 드러나는 곳이기도 합니다.물론 필자들의 재주를 비교 감상(?)하는 재주는 덤입니다.올 한해 이 란을 수놓은 기사들 가운데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한 10편을 골랐습니다.오프라인에서는 얼마나 많은 독자가 어떤 글을 읽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온라인 클릭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덕망있는 논설위원님들이 많은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공간인데 클릭 수만으로 재단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기도 하고 무람한 짓인 것 같기도 합니다.해서 순위를 일부러 엉크려 날짜 순으로 배열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많은 클릭 수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만 말씀드립니다.  아무쪼록 2009년 기축년에도 이 란을 채워가는 여러분들이나 이 란에서 삶의 여유와 희망을 느꼈던 독자 여러분 모두 행운이 가득하기를 빌어봅니다.아울러 절망보다는 희망의 노래가 가득 울려퍼지길 기대해 봅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상심의 계절(2월5일)  깊은 밤이다. 메피스토 왈츠가 춤춘다. 작곡가 겸 피아노 연주자 리스트의 곡이다.‘선술집에서의 춤’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겨울 밤 그림자가 창가를 맴돈다. 리스트의 연주는 현란했다. 평론가들은 “피아노가 없어지고, 소리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천재적 연주만큼이나 쇼맨십이 뛰어났다고 전한다. 여성팬을 몰고 다녔다. 그는 관객을 향해 초록색 장갑을 던졌다. 오빠부대 동원의 원조라고 할까. 질투와 비난이 쏟아졌다.  화가 엘그레코가 없었다면, 스페인의 고도 톨레도가 지금처럼 화사한 빛을 더할 수 있었을까. 그는 성당 벽화 등에 ‘암호’를 남겼다. 중심 인물은 둘째, 셋째 손가락을 벌리고 있다. 자신의 그림이라는 표시다. 성화엔 사인을 할 수 없어서였다. 사람들은 속물 근성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지금은 리스트, 엘그레코의 ‘돌출’을 인간적인 측면으로 이해하는 목소리가 높다.‘트로트의 황제’ 나훈아의 바지지퍼가 여전히 화제다. 꿈을 잃었다고 했다. 견디기 힘든 고통속에서 돌출된 인간적인 몸짓으로 이해한다면, 지나친 옹호일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성장통(2월6일)  요즘 이유 없이 몸이 피곤하다. 뼈마디가 쑤시고 잠자리도 편치 않다. 저항력이 떨어졌는지 알레르기도 심해졌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찌뿌듯하고 얼굴은 푸석푸석하다. 컨디션이 이 지경이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쉽게 울적해지고, 쉽게 노여움을 탄다.  이런 증세를 얘기했더니 한 동료가 ‘성장통’이라고 진단했다. 나이가 드느라고 아프다는 것이다. 오십견, 갱년기 장애라는 것도 모두 성장통의 한 유형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동료는 “성장이 멈춘 지가 언젠데 성장통이 웬 말이냐?”며 ‘사추기’라고 했다. 인생의 가을을 맞아 마음이 심란해지면서 오는 병이라고 했다. 좌우에서 날아온 강펀치를 맞고 얼얼해 있는데 또 다른 동료가 어퍼컷을 날린다.  “성장통은 무슨, 그건 나이가 들어 근육이 쪼그라들면서 나타나는 ‘수축통’이다.”라고. 억장이 무너진다.  어느덧 인생의 절반을 넘게 살았다. 나머지 생을 잘 살려면 몸과 마음을 제대로 재정비해야겠다. 몸은 건강하게, 마음은 넉넉하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아름다운 시절(3월27일)  며칠 전 작가 이봉구의 ‘명동백작’서평을 봤다. 어둡지만 낭만이 샘물처럼 넘쳤던 1950·60년대 풍류객들 이야기다. 박인환 시인에 대한 회고담이 나온다. 그는 서른 나이에 술과 함께 세상을 떴다.‘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박인환은 어느 술집서 단숨에 ‘세월이 가면’을 썼단다. 저자는 박인환이 활개쳤던 명동이, 가장 아름다웠던 명동이라고 추억했다. 사랑노래가 잡힐 듯하다.  어느 문인의 황망했던 여고시절 추억담이 떠오른다. 새 학기였다. 담임 선생님이 액자를 들고 왔다. 마른기침 끝에 “반훈(班訓)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액자가 올라갔다. 칠판위 하얀 벽으로 눈동자가 옮겨졌다.‘첫 사랑을 잊지 말자’ 학생들이 까무러쳤다. 포복절도에 교실이 떠내려갔다. 첫 사랑을 그토록 상찬한 선생님은 어떤 이였을까. 박인환류의 사랑 당부였을까. 꿈 많던 시절의 추억을 잊지 말라는 주문이었을까. 사랑없는 사랑이 넘친다. 명동백작이 그리운 시대다.‘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 새삼 아프게 다가온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자유로운 새(5월20일)  숙제처럼 쌓아 두었던 ‘카르티에 소장품전’과 ‘티파니 보석전’을 토요일 오후 반나절에 모두 다녀왔다. 일본에서 온 손님 덕분이었는데 아름답고 진귀한 보석 구경에 내 눈은 잠시나마 엄청난 호사를 누렸다. 내 것이 될 수는 없는 것들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143.23캐럿의 에메랄드가 박힌 카르티에 목걸이,128.54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로 된 티파니의 브로치 등 엄청난 보석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수백점의 보석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카르티에 전시회에 소개된 자그마한 브로치였다.  디자이너 장 투생의 1944년 작품으로 ‘자유로운 새’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브로치다. 새 한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형상이다. 그런데 그 새는 새장 속이 아니라 밖에 앉아 있다. 독일의 점령에서 해방돼 자유를 되찾은 프랑스를 표현한 것이란다. 얼굴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고 가슴은 붉은 산호, 날개는 남색 청금석으로 만들었다. 파랑, 빨강, 흰색의 세가지 색깔은 프랑스를 상징한다. 새장 밖의 새…. 생각만해도 자유롭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배호가요제(5월24일)  ‘안개 낀 장충단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요절가수 배호(본명 배신웅·1942∼1971년)를 기리는 ‘배호가요제’가 어제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동네 골목에 붙은 홍보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올해로 벌써 열두번째란다. 팬클럽인 배호사랑회가 주최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불멸의 히트송 ‘안개 낀 장충단공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뽑은 한국인의 열창 성인가요 20위에 올랐다. 배호는 37년전 세상을 떠났지만 팬들은 그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가수의 이름을 붙인 가요제가 명멸하고 있지만 배호가요제가 롱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대 노래방이 등장해 노래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기 전에는 숟가락을 마이크 삼거나 젓가락 장단으로 노래를 불렀다. 참 많이도 불렀다. 오죽하면 ‘노래를 못하면 장가(시집)를 못간다. 엽전 열닷냥∼’하는 노래 촉구송도 있었을까. 우리나라는 노래방이 가장 많은 나라이고 심지어 노래는 한국인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다. 팬들이 꾸려가는 배호가요제는 노래를 향한 한국인의 목마름인 것 같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사람의 향기(7월23일)  인사동을 지나다 우연히 백단향 한통을 구입했다. 제사 때 피우는 일주향(一炷香)밖에 모르던 문외한이 향을 알게 된 것이다. 가족들이 타박했지만 향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여름철엔 시골 뒷마당에서 태우던 짚불처럼 모기, 파리를 쫓아주니 ‘아로마 테라피’가 따로 없다.  용연향(龍涎香), 사향(麝香), 침향(沈香)을 3대 향으로 꼽는다. 팥꽃나뭇과의 상록교목을 벌채해 땅 속에 묻어서 썩인 다음 흘러나온 수지(樹脂)를 수집하여 만드는 침향이나 사향노루 수놈의 샘에서 분비되는 사향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가 즐겨먹는 대왕오징어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토해낸 소화분비물. 용연이란 말 그대로 ‘용이 흘린 침’. 귀하고 비싸다.  주위에 번지르르한 얼굴과 말로 우리를 현혹시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도종환시인이 빗댔다. 향유고래나 사향노루, 팥꽃나무 모두 향기나는 음식을 먹어서 향을 내는 것은 아니며 그들은 그저 바닷물과 풀과 햇빛을 먹었을 뿐이라고. 사람의 향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실패의 교훈(7월25일)  “이제야 인생을 알게 됐다.”선거에 출마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한 선배의 변이다. 정무직인 장·차관만 빼놓고 여러 고위급 보직을 섭렵하는 등 순탄하기만 한 공직생활을 한 그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퍽 달라져 보였다. 항상 진지하고 모범생 분위기만 풍기던 그가 이젠 실없는 농담도 곧잘 던졌다. 일생일대의 좌절을 맛보았는데도 종전보다 더 낙천적으로 바뀐 그를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문은 금방 풀렸다. 그 스스로 “선거에 진후 한때 절망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실패한다고 해서 사람이 아주 죽으란 법은 없다는 요지였다. 선거의 패인도 자신의 오만에서 찾는다고 했을 때 그 말의 진정성도 느껴졌다.  그렇다. 누구나 마음먹기에 따라 절망의 심연에서도 희망의 샘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법이다. 염세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조차도 “강을 거슬러 좌절을 경험한 사람만이 자신만의 역사를 갖게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선생의 편지(8월2일)  한창 소설에 빠져있던 고3 여름 무렵이었다. 인생엔 책밖에 없다며 입시 공부는 저만치 제쳐 놓았던 시기다. 집에서 가라던 공대를 포기하고 문학계열로 진학하겠다고 선언한 뒤로 방을 책으로 채워갔다. 책꽂이에 늘어가는 책만으로도 작가가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던 어느날, 불안감이 엄습했다.  습작이랍시고 해보는 글들이 제 눈에도 형편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대 위기였다. 그래서 편지를 낸 것이 이청준 선생이었다.“제게 글쟁이 자질이 있나요.”가 골자인 편지였다. 대작가가 답장 따위 보내 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스스로를 질책하는 편지였으니.    2주쯤 지나서일까, 선생이 답장을 보내왔다. 파란색 만년필의 달필이었다.“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공부하시오. 대학에서 경험과 노력을 쌓을 기회는 많으니 말이오.”라는 요지였다. 비록 길을 틀어 신문쟁이로 늙어왔지만 한낱 고등학생에게 5장이나 답신해준 선생의 따뜻한 격려는 아직도 마음속에 살아 있다.  황성기 편집국 부국장 marry04@seoul.co.kr   ● 버킷 리스트(10월13일)  영화 ‘버킷 리스트’를 DVD로 빌려 봤다.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출연하고 롭 라이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말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66살 동갑내기 갑부와 자동차 정비사가 병실에서 만나 의기투합, 목록을 작성하고 실행에 옮겨본다는 내용이다.  의미있는 죽음에 대한 고찰과 죽음으로써 완성되는 삶의 미학을 관조하는 영화다. 스카이다이빙하기,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 장엄한 광경 보기 같은 난제도 있지만 문신하기, 눈물이 날 때까지 웃기, 낯선 사람에게 친절하기처럼 손쉬운 목표도 세웠다.  난 무얼 꼽을까. 얼핏얼핏 생각은 했지만 아직 절실하지 않은 탓인지 정리하지 못했다. 특정시기의 목표나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몇가지 정해 보기는 했지만 인생을 망라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명료화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차일피일 미룰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나의 버킷 리스트엔 무엇을 올릴 것인가. 숙제가 생겼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   ● 노팬티 아이들(10월24일)  이따금 경북 상주 과수원에 가서 자원봉사하고 돌아오는 아줌마가 들려준 이야기다. 인근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5학년 자매들이 과수원으로 와 낡은 그네를 타고 놀았다. 별다른 놀 것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우연히 못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이들이 속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주위를 통해 알아보니 자매들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른바 ‘조손’(祖孫)가정이었다. 조손가정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일까 싶었다.  서울로 와 아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와주자고 했다. 옷, 학용품 등을 챙겨 지난 추석 과수원을 찾았다. 물론 아이들의 속옷도 준비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소용이 없었다. 옷이 갑갑하다며 다시 벗어 던졌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밀림에 사는 소년 이야기가 떠오르더란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 절대빈곤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조차 못받는 극빈층도 적지않다. 가난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양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올 노벨문학상 수상 르 클레지오 본지에 미발표 시 게재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1960년대 이후 새로운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프랑스에 머물기보다 해외를 떠도는 시간이 많은 ‘유목민 작가’로도 유명한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2001년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은 그는 한국 문학과 영화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지난해 9월부터 1년 동안은 아예 이화여대에서 ‘현대 프랑스 문학비평’을 강의하기도 했다.그가 한국에 머물면서 친분을 쌓은 송기정 이화여대 불문과 교수를 통해 서울신문에 한국에 대한 상념을 담은 미발표시를 보내왔다.송 교수의 번역과 해설을 담아 싣는다. ■동양,서양 (역사-몽환 시)/르 클레지오 시속 사십 킬로미터의 바람이 부는 만 이천 미터 고도 위를 시속 팔백칠십 마일의 속도로 달려 네 시간 만에 빙하지역의 다리를 건너 하얀 호수,숲 툰드라를 지나왔다 그곳은 뷔름 빙하작용이 있었던 약 이만 육천 년 전부터 수천 년 동안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많은 사람들 남자들 여자들 어린아이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지나간 곳이다 새싹이 돋아나고 월귤나무가 덤불숲을 뒤덮는 봄이 오면 그들은 태양이 떠오르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매일 아침 짐을 꾸렸다 마른 잎으로 만든 바구니에 양식거리 육포를 넣고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씨 버들 광주리 속에 꼭꼭 숨겼다 노인들은 등에다 부싯돌을 비끄러맸다 순록의 가죽으로 만든 요람 속에서 아이들은 칭얼거렸다 옅은 안개가 계곡에 보송보송한 바람을 가져다주고 풀밭 위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이끼 낀 돌멩이 위로 물은 졸졸 흘렀다 거리의 개들은 새벽이 오는 것을 기다리다 못해 짖어대 고 밤사이 늑대에 물린 친구를 애도하며 컹컹대곤 했다 여인들, 창과 도끼로 무장한 여인들이 사슴을 쫓아 자작나무 사시나무 숲 사이를 달리면 쫓기던 사슴은 강가에 쓰러져 죽음을 기다린다 날카로운 창으로 무장한 남자들은 곰, 그리고 부채 모양의 뿔이 달린 사슴을 사냥한다 저녁이면 언덕 위 숲 속 빈 터에 힘줄을 엮어 만든 텐트 속에서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잠이 든다 아마도 그들은 노래를 불렀겠지 할머니는 아이들을 재우느라 옛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한 여인이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다 오두막집 모양의 그녀의 긴 옷자락 조개껍질로 장식한 그녀의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서 출렁 거렸다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가 망자들의 혼령을 부르거나 곧 태어날 아이들에게 길을 열어주기도 하였다 여인들은 산파의 도움을 받으며 강가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일어나 두 발로 걸어갔다 그들과 함께 과거는 잊혀졌다 욘이라 불리던 용은 이름을 바꾸어 구름의 뱀,믹스코아틀, 날개 달린 뱀,쿠쿨칸이라 불릴 것이다 그들과 함께 네 가지 색깔도 북쪽의 흰색,남쪽의 노란색, 서쪽의 검은색,동쪽의 붉은색, 그리고 중앙에는,맞아,옥색이지 오늘날 동과 서를 잇는 다리는 잊혀졌다 비행기는 만 이천 미터의 높이에서 유배의 길 위를 날아간다 아메리카는 또 하나의 다른 대륙 동양, 서양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자신들이 길의 방향을 뒤집었음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얼굴에 담긴 평화의 메시지를 읽어내지 못한다 저 먼 곳,뉴멕시코에서 떠나기 전,비행기 타기 바로 전날, 슈퍼마켓의 주차장에서 나는 어떤 나바시 인디언의 자동차를 보았다 그 차의 번호판 위에는 이렇게 씌어져 있었다 “나는 한국을 기억한다” ■ 송기정 이대 교수의 시 해설 물질문명 이전 원초적 삶에 대한 그리움 ‘역사-몽환 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시는 르 클레지오가 뉴멕시코를 떠나 한국에 오는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상념을 그린 것이다.그는 2005년 대산재단이 주최한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포럼 이외의 모든 일정을 마다하고 호텔로 들어가 이 시를 지었다.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날,슈퍼마켓에서 본 나바시 인디언의 ‘나는 한국을 기억한다.’는 글귀가 그로 하여금 이 시를 쓰게 했던 것이다.한국과 뉴멕시코….아주 먼 두 나라,아무 인연도 없어 보이는 한국인과 나바시 인디언….그 인디언은 왜 한국을 기억하고 싶은 것일까. 작가는 비행기를 타고 시속 870마일의 속도로 달려 산을 넘고,물을 건너고,빙하지역을 넘어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날아왔다.그러나 수천 년 전 우리의 조상들은 배를 타고 노를 저어 그리고 두 다리로 걸어가며 수천 마일,수만 마일의 여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봄이 오면 바구니에 양식을 넣고,꺼지지 않는 불씨를 소중히 간직하고서 태양이 떠오르는 곳을 향해 먼 길을 떠나곤 했던 것이다.무장한 여인들은 사슴을 쫓아 숲 속을 달리고 남자들은 사나운 짐승들을 사냥했다.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텐트 속에서 노래 부르며 잠드는 사람들,망자의 혼을 부르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를 축복하기 위해 춤을 추는 무녀,강가에서 아이를 낳는 여인네들….이 시에는 아메리카 인디언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의 정신을 배움으로써 삶의 ‘다른 가치’를 추구한 작가 르 클레지오의 면모가 두드러진다.원시문명에 대한 애정,신화적 세계로의 회귀,자연과 인간의 합일을 꿈꾸는 동시에 자연의 생명력을 예찬한 르 클레지오는 이 시에서도 현대 물질문명 이전의 원초적인 삶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다. 아시아에 살던 사람들,아메리카에 살던 사람들,유럽에 살던 사람들,그리고 아프리카에 살던 사람들….수천 년 전 지구 곳곳에 살았던 인류의 삶은 서로 다르지 않다. 동양,서양의 개념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것일 뿐,인간은 하나이다.그러나 과거는 잊혀지고,동과 서는 대립한다.수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의 얼굴이 간직한 평화를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읽지 못한다.동과 서를 잇는 다리,지금은 잊혀진 그 다리를 다시 복원할 수는 없는 것일까.
  • 서울·경기 하얀 성탄절

    성탄절인 25일 서울과 경기,강원 영서,충청 지방은 새벽이나 아침 한때 눈이 조금 내릴 것으로 보인다.기상청은 24일 “내일 기압골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 대륙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서울과 경기,강원 영서,충청 지방은 흐리고 새벽이나 아침 한때 곳에 따라 눈이 조금 온 후 개겠다.”고 예보했다. 이어 “호남과 제주도는 가끔 구름이 많은 가운데 제주도 산지에는 밤에 눈이 내리겠으며,그 밖의 지방은 대체로 맑을 것”이라고 밝혔다.아침에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으며,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6도에서 영상 4도로 24일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고,낮 최고기온은 영하 1도에서 영상 8도로 24일보다 낮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25일 예상강수량은 서울 및 경기 내륙,강원 영서,충남 북부,충북,울릉도·독도,제주도 산지가 5㎜ 미만이며,예상 적설량은 울릉도·독도,제주도 산지가 1∼4㎝,서울 및 경기 내륙,강원 영서,충남 북부,충북은 1㎝ 미만 등이다.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설산 한라로…” 한겨울의 초대

    “설산 한라로…” 한겨울의 초대

    ‘눈 덮인 겨울 한라산으로 초대합니다.’ 제주도가 연말을 앞두고 올해 관광객 유치 목표인 580만명을 달성하기 위해 막바지 총력전을 펴고 있다. 12일 제주도에 따르면 10일 현재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내국인 501만명,외국인 51만명 등 모두 55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16만 4000명(내국인 465만 5000명, 외국인 50만 9000명)보다 6.9%(35만 6000명) 늘어났다.그러나 연간 목표 대비 달성률은 95.2%에 머물러 아직도 28만명이 부족하다. ●겨울 한라산 트레킹 상품 첫 선보여 제주도는 대도시 관광객을 겨냥한 ‘겨울 한라산 트레킹’ 관광 상품을 개발,승용차와 제주특산품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탐방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해 첫 선을 보인 한라산 트레킹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라산 백록담과 윗세오름,거문오름 등 3개 트레킹 코스로 내년 2월말까지 운영된다. 백록담은 성판악 등산로를 거쳐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이르는 코스,윗세오름 코스는 한라산 어리목광장을 출발해 해발 1700m인 윗세오름을 왕복한다. 거문오름 코스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해발 456m) 일대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화산 분출로 생성된 거문오름의 독특한 지질과 원시림,장쾌한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는 지난 9일 대전에서 여행사 35개 업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인천,광주,대구지역을 순회하며 여행업체에 세일즈 마케팅을 펴고 있다.15일에는 서울지역 대형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2008 제주관광의 밤’ 행사를 열어 한라산 트레킹 상품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겨울 한라산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주말에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이달부터 내년 2월 8일까지 금~일요일 주 3회 셔틀버스를 투입해 교통편의를 제공한다. ●셔틀버스 운행 등 서비스 업그레이드 특히 설 연휴인 내년 1월 23~27일에는 매일 셔틀버스를 운행,관광객들이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셔틀버스 운행구간은 신제주 제주고(옛 제주관광산업고)~천아오름 눈썰매장~한라산어리목 입구로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도는 최근 헬기 등을 동원해 한라산 윗세오름 대피소와 진달래 대피소에 겨울 산행객을 위해 모두 7만여개의 컵라면(개당 1300원 판매)을 공수해 놓았다.지난해 이곳에서는 모두 18만개의 컵라면이 팔렸다. 기상변화로 안개가 끼거나 눈인 쌓일 경우 식별이 어려운 등산로 구간에는 깃발 295개를 꽂았고,리본 1000여개를 달았다.등산로를 쉽게 찾게 하기 위해서다.2m 길이의 깃대에 붉은 천으로 제작된 깃발을 ‘선작지왓’과 ‘만세동산’,성판악코스 주변 급경사 지대에 설치했고,깃발 설치가 어려운 구상나무 숲 지대에는 리본을 나무에 매달았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눈 덮인 한라산 함께 걸어요”

    “눈 덮인 한라산 함께 걸어요”

    ‘눈 덮인 겨울 한라산으로 초대합니다.’제주도가 연말을 앞두고 올해 관광객 유치 목표인 580만명을 달성하기 위해 막바지 총력전을 펴고 있다.12일 제주도에 따르면 10일 현재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내국인 501만명,외국인 51만명 등 모두 55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16만 4000명(내국인 465만 5000명, 외국인 50만 9000명)보다 6.9%(35만 6000명) 늘어났다.그러나 연간 목표 대비 달성률은 95.2%에 머물러 아직도 28만명이 부족하다. 제주도는 대도시 관광객을 겨냥한 ‘겨울 한라산 트레킹’ 관광 상품을 개발,승용차와 제주특산품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탐방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승용차·특산품 등 경품 푸짐 올해 첫 선을 보인 한라산 트레킹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라산 백록담과 윗세오름,거문오름 등 3개 트레킹 코스로 내년 2월말까지 운영된다. 백록담은 성판악 등산로를 거쳐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이르는 코스,윗세오름 코스는 한라산 어리목광장을 출발해 해발 1700m인 윗세오름을 왕복한다. 거문오름 코스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해발 456m) 일대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화산 분출로 생성된 거문오름의 독특한 지질과 원시림,장쾌한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는 지난 9일 대전에서 여행사 35개 업체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인천,광주,대구지역을 순회하며 여행업체에 세일즈 마케팅을 펴고 있다. 15일에는 서울지역 대형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2008 제주관광의 밤’ 행사를 열어 한라산 트레킹 상품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무료 셔틀버스 운행·안전 강화 겨울 한라산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주말에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이달부터 내년 2월8일까지 금~일요일 주 3회 셔틀버스를 투입해 교통편의를 제공한다. 특히 설 연휴인 내년 1월23~27일에는 매일 셔틀버스를 운행,관광객들이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셔틀버스 운행구간은 신제주 제주고(옛 제주관광산업고)~천아오름 눈썰매장~한라산어리목 입구로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도는 최근 헬기 등을 동원해 한라산 윗세오름 대피소와 진달래 대피소에 겨울 산행객을 위해 모두 7만여개의 컵라면(개당 1300원 판매)을 공수해 놓았다. 지난해 이 곳에서는 모두 18만개의 컵라면이 팔렸다. 기상변화로 안개가 끼거나 눈인 쌓일 경우 식별이 어려운 등산로 구간에는 깃발 295개를 꽂았고,리본 1000여개를 달았다.등산로를 쉽게 찾게 하기 위해서다.2m 길이의 깃대에 붉은 천으로 제작된 깃발을 ‘선작지왓’과 ‘만세동산’,성판악코스 주변 급경사 지대에 설치했고,깃발 설치가 어려운 구상나무 숲 지대에는 리본을 나무에 매달았다. ●올 관광객 580만명 목표 날씨에 달려 제주도 관계자는 “방학이 시작되는 20일 이후에는 평일에도 가족단위 관광객이 통상적으로 증가하는 데다,앞으로 기상여건만 도와 준다면 580만명 목표 달성은 가능하다.”며 “겨울 한라산 트레킹 상품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박인성 소설집 ‘사랑은 안개보다 깊다’

    그의 소설에는 늘 지독한 안개가 끼어 있다.등장하는 인물은 우울증이거나 조울증에 시달리며,늘 죽음 또는 그와 비슷한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거의 모든 작품에 형태와 상황을 바꿔가며 쉼없이 ‘우울의 변주’가 이어진다.읽는 이들이 썩 유쾌할 리 없다. 그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작품의 느낌만큼이나,스스로 가하는 학대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특히나 요즘처럼 가볍게 읽히는 소설이 주종을 이루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미려한 문체 돋보이는 단편 수작들 하지만 그의 글은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미려하다.형식의 새로움으로 독자를 현혹하거나 극적인 반전으로 독자의 뒤통수를 치며 속으로 낄낄대는 것은 그의 몫이 아니다.그는 문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그가 내딛는 절대적인 문체 미학의 추구는 ‘정통 단편소설 문장의 전형’을 보여주며 책을 쉬 덮지 못하게 만든다. 소설가 박인성(52)이다.30여년 동안 고작 40여편의 단편소설만 발표한 과작(寡作)의 그가 ‘뜻밖에’ 2년 남짓 만에 소설집 ‘사랑은 안개보다 깊다’를 내놓았다. 지난 10일 만난 박인성은 “2년 전 낸 소설집의 반응이 제법 좋아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2006년 펴낸 ‘호텔 티베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했다.지금까지 5000부 남짓 팔렸다고 하니 ‘박인성 소설’로서는 꽤 성공한 셈이다. 박인성은 1977년 21세 약관의 나이에 단편소설 ‘적,소리,빛’으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단했다. 특히 1986년 발표한 ‘파장금엔 안개’는 문학평론가 김윤식으로부터 “김승옥의 ‘무진기행’,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의 뒤를 잇는 단편소설의 백미”라는 상찬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자연인’이라는 마케팅 컨설턴트 회사의 대표 직함을 갖고 있다.20년 동안 광고기획사 등에서 잘나가는 카피라이터 생활을 했다.그리고 2000년에 아예 자신의 회사를 차린 것이다.수천,수만 세상의 언어 중에서 핀셋으로 골라내듯 신중하게 단어 하나,언어 하나를 작품 속에 집어넣어온 또 다른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박인성 특유의 ‘낯설게 하기’ 기법은 여전했다.늘상 접할 법한 상황과 행동,풍경,인물임에도 낯설고 어색한 것들로 만들어 버리는 박인성의 힘은 작품 읽기에 일정한 거리감을 갖도록 한다. 반면 이는 필연적으로 작품의 핍진성(逼眞性)이라는 측면에서 일정한 비판을 낳을 수밖에 없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정작 우울증 걸린 남자가 아닌,그의 첫 여인이 이국에서 권총 방아쇠를 당기며 자살한다(‘사랑은 안개보다 깊다’)거나 창녀촌의 여인에게 자신의 손목을 잡게 한 뒤 면도칼로 세 차례 긋는 식(‘잔인한 계절’)은 상황의 개연성 측면에서 거리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스토리텔링에 중점 둔 작품들 엮어 그러나 작가 본인은 ‘호텔 티베트’ 때와는 달리 조금 더 서사(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둔 작품들로 엮었음을 강조한다.특히 단편 ‘울(鬱)의 아들’은 ‘별의 아들’에 이은 한국 현대정치사 최고 권력자의 2세 얘기다.그는 “3부작으로 구상했고,다음은 ‘룸의 아들(가제)’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그의 소설에서 사실상 실존인물을 떠올리며 쓴 흔치 않은 작품이다.또한 자신의 경험을 밑바탕에 둔 중편 ‘어느 카피라이터의 고백’역시 구체적인 전문직의 내면을 엿보게 한다. 작가는 “인생과 사랑의 고통을 강조하다 보니 내 소설에 불편함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요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려 했는데 두어 장을 넘기지 못하겠더라.가볍고 뻔한 장편소설이 남발되는 문단에서 나 같은 작가,나 같은 작품이 있어야 다양성도 보장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경북 중·북부 작물 ‘댐 안개’ 피해 비상

    경북 중·북부 작물 ‘댐 안개’ 피해 비상

    경북 중·북부지역 농가에 안개 비상이 걸렸다. 안동,영양,청송군 등에 크고 작은 댐과 양수발전소 건설이 봇물을 이루면서 지역 농민들이 댐 등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농작물 안개 피해 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농민들은 정부가 수자원 확보 등의 이유를 앞세워 댐 건설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농가 피해 예방책 마련은 도외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수발전소도 1곳 운영·1곳 공사 중 10일 경북도에 따르면 안동 등 도내 중·북부 지역에 가동·건설·계획 중인 댐은 8곳에 이른다.여기에다 영양군의 요청으로 국토해양부가 영양에 댐 건설을 검토 중인 것까지 감안하면 9곳이나 된다. 이 중 안동·임하·영천댐 등 3곳은 가동 중이며,화북·부항·성덕댐 등 3곳은 건설 중이다.송리원·보현댐은 국토해양부의 ‘댐 건설 장기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다.또 청송과 예천에는 각각 양수발전소 2기씩이 가동·건설 중이다. 이처럼 중·북부 지역에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댐과 양수발전소가 집중되면서 지역 농민들은 댐 등의 영향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발생을 걱정하고 있다. 안동기상대에 따르면 1992년까지 안동·임하댐 등 댐 2곳이 건설되기 이전만 해도 안동지역의 10년 연평균 안개일수는 65.5일이었으나 이후 같은 기간 평균 안개일수는 71.4일로 크게 늘어났다.물론 안동지역의 낙동강과 하천,저수지 등도 안개일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안동지역 댐의 영향으로 농작물 안개 피해가 크다는 인근 예천·영양지역의 안개일수는 기상청의 인력 및 예산 부족으로 관측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산권 불이익 불만 확산 또 댐 건설로 주변이 각종 행위 제한지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에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대한 불만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북부지역 농민들은 “기존 댐 피해만도 엄청난데 새로 댐과 양수발전소가 우후죽순격으로 건설될 경우 농사 전반에 큰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청송지역 농민들도 “기존의 양수발전소 때문에 안개가 심해지면서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인근에 댐과 양수발전소가 더 건설되면 농민들은 결국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한적 영향평가로는 피해 못 막아” 지자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댐 등을 건설할 때 현재처럼 주변 지역에 대한 제한적 환경영향평가만 실시할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평가·고려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정부는 댐 건설시 규모에 따라 주변지역에 300억~500억원의 정비사업비를 지원해 주고,댐 가동시 매년 수익금의 8~20%를 주변지역 주민에게 지원해 주고 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죽음의 무도’로 ‘달빛’ 가려라

    ‘죽음의 무도,달빛을 휘감을까.’ 18세 동갑내기인 김연아(군포 수리고)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체격도,태어난 시점도,그리고 피겨를 시작한 동기까지 엇비슷한 둘은 어차피 라이벌로 만나야 할 운명이다.올 시즌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이들이 또 만났다. 닮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이 더 많다.지난 9일 7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남자 싱글 세계 4위의 조니 위어(캐나다)는 “아사다가 물이라면 김연아는 불이다.”면서 “아사다의 연기가 물 흐르듯이 유연하고 달콤하다면 연아의 그것은 강력하고도 압도적”이라고 비교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둘을 확실하게 구분짓는 대목은 여러 가지다.우선,김연아의 최대 강점은 빠르면서도 교과서처럼 정확하게 구사하는 ‘명품 점프’라는 점.정확한 에지 사용은 지난 시즌 강화된 반칙 규정에도 아랑곳없이 역대 선수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이에 견줘 아사다의 특기는 트리플 악셀(3회전 반).가장 높은 기본점수를 받는 이 기술은 6개 점프 가운데 유일하게 전진하면서 뛰는 점프다.한동안 완성도에서 많이 떨어진 듯했지만 지난 6차대회(NHK컵) 프리스케이팅에서 2차례나 시도하며 두둑한 점수를 벌어 역전 우승의 발판이 됐다.이번에도 아사다는 이 카드를 꺼내들 게 확실하다.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아사다는 “내가 가진 기술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면서 “지난 NHK컵에선 회전수가 부족했지만 큰 실수는 없었던 터라 이번에도 그만큼만 하고 싶다.”고 트리플 악셀로 승부를 걸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객관적 전력으로 보면,분명 이번 파이널 대회 역시 김연아의 3연패에 무게가 실린다.그러나 지난 9일 김연아 자신이 입국 당시 “다른 어느 때보다 실수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한 것처럼 ‘완벽한 연기’가 절대 관건이다.1차 대회 쇼트프로그램 더블악셀에서 착지 불안으로,프리에서는 다운 그레이드로 감점을 받은 데 이어 3차대회 플립 점프에서 ‘롱 에지(Wrong Edge)’ 판정으로 자존심을 구겼던 터.비록 시리즈 2연승에 영향을 주진 못했지만 ‘왕중왕’전인 이번 대회에서는 손톱만 한 실수라도 메달 색깔을 바꾸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만점연기’.이는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배경음악인 ‘죽음의 무도’가 아사다의 ‘달빛’을 휘어감을 유일한 방법이다. 한편 김연아와 아사다는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대회장인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함께 얼음을 타며 첫 공식 훈련을 마쳤다.안개 탓으로 입국이 늦어지는 바람에 김연아보다 30분가량 늦은 오후 8시47분쯤 빙상장에 도착한 아사다는 약 15분 동안 점프를 하는 대신 빙질 적응에 주력한 뒤 대회장을 떠났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김연아의 ‘연아스러움’ 새로운 전설로 꽃피나?

    김연아의 ‘연아스러움’ 새로운 전설로 꽃피나?

    아사다 마오(18·일본)의 ‘트리플 악셀’, 안도 미키(21·일본)의 ‘쿼드러플 살코’. 그러나 ‘피겨퀸’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가장 ‘김연아스러운’ 장점을 극대화해 역대 최다 타이인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에 도전한다. 12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덕양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와 겨룰 5명의 선수들은 각자 자신을 특징지을 만한 ‘필살기’나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김연아는 다르다. 김연아의 특징은 ‘김연아스러움’에 있다. 피겨의 다양한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펼치는 김연아의 연기를 한 단어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김연아의 특징은 ▲빠르고 깨끗한 점프 ▲다양한 표정과 풍부한 표현력 ▲다이내믹한 연기로 요약된다. 김연아의 ‘명품 연기’를 또다른 표현으로 풀이하면 ‘피겨의 종합 선물 세트’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전설’을 쓰려 하고 있다. 2006년 시니어 무대에 뛰어든 김연아는 2006년과 2007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도 승리하면 대회 3연패다. 지금까지 여자 선수로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은퇴한 이리나 슬러츠카야(러시아)가 유일하다. 현재까지 김연아의 3연패 가능성은 높다. 김연아는 지난 10월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총점 193.45점으로 우승했는데 이 점수는 이번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이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도 191.75점을 따내며 기복없는 실력을 보였다. 개인 최고 점수로 197.20점을 기록한 김연아는 내심 아사다의 여자 싱글 최고점(198.06점)을 넘어선 꿈의 200점대를 바란다. 김연아는 지난 10일 대회 첫 공개 연습에 참가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의 선율에 맞춰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러츠를 시작으로 취재진과 메달을 다툴 경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기를 펼쳤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선보일 트리플 루프 점프가 다소 불안정했지만 본인은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다. 경기 직전까지 몸상태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연아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18.일본)는 이날 인천공항의 짙은 안개로 입국 시간이 늦어지면서 주어진 연습시간을 단 10여분간만 소화했다. 아사다는 연습 직후 일본 언론을 통해 “약간 얼음이 딱딱했지만 익숙했다”고 말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이번 무대가 시즌 첫 격돌. 한국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것도 처음이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민주,상임위 전면 보이콧 선언

    민주당이 3일 한나라당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강행을 비난하며 모든 국회 상임위 활동을 전격 거부했다.한나라당은 대화와 압박 작전을 시도하고 있지만,물밑 협상조차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어 연말 정국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여야의 강경대치로 이날 예정됐던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청와대 오찬 회동도 무산됐다. ● 이회창 총재와 독대 불발 회동 무산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양측 간에는 오찬이 끝난 후 이 대통령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간 독대 시간을 갖는 문제로 협의가 진행됐고,독대도 가능하다는 잠정 합의가 이뤄졌지만 막판 독대가 불발돼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상임위 간사단 회의를 긴급 소집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를 강행한 것을 비난하고 모든 상임위 활동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성장률 하락치를 감안한 재수정과 부자감세 철회,지방재정 감소분 및 서민보호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성실한 응답을 기다리고 있으나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예산심의를 강행했다.”고 배경을 밝혔다.그는 “한나라당은 일방적 예산심의를 중지해야 하며 단독심사를 계속 강행하면 향후 발생하는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기획재정위와 법제사법위 등이 열리지 못했으며,계수조정소위도 민주당의 항의로 정회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간사단 회의에서 “상임위 보이콧은 국정 자체를 포기하는 생떼”라면서 “야당이 상임위원장으로 재직하는 위원회는 간사들이 법안심의를 요구하고,우리가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위원회는 상임위를 국회법에 따라 운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불참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를 가동,예산안 심사에 착수했다.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는 예산안을 오는 9일 마무리되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결의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내에서는 일부 감세법안을 민주당의 주장대로 양보하고 예산안 처리에 민주당의 협조를 얻는 ‘빅딜’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하지만 감세법안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감세법안 타결 이후’ 상황에 대한 정당별 속마음이 달라 예산안 처리까지는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한나라당은 감세법안과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조기 처리한 뒤 나머지 쟁점법안을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시키자는 단계적 처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하지만 민주당은 원내대표 회담에서 국가정보원법 등 이른바 ‘MB 개혁법안’의 철회가 담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산안 처리 시기도 한나라당은 ‘9일 이전’을 고수하고 있지만,민주당은 다른 쟁점법안들과 연계한다는 전략에 따라 ‘23일 이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이래저래 연말 정국은 안개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종락 주현진 구혜영기자 jhj@seoul.co.kr
  • 공지영씨 “엄살 댓글도 달며 네티즌과 소통할래요”

    ‘고등어’,‘봉순이 언니’,‘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우행시)’ 등의 인기 소설가 공지영(45)씨의 새 작품을 인터넷으로 만난다. ●“댓글 때문에 줄거리 바꾸진 않아” 공씨는 2일 서울 삼청동 한 북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장편소설 ‘도가니’를 일주일에 다섯 번 연재할 예정”이라면서 “소설을 쓰기 전 강력한 마음의 이끌림이 있었지만 청각장애인 문제를 다루는 데 대한 부담감도 크다.”고 말했다.공씨의 소설은 이기호씨의 첫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와 함께 인터넷 다음의 신설된 문학 코너인 ‘문학속세상’(http://story.media.daum.net)에 실린다.인터넷포털 다음은 현대문학 55주년을 맞이해 한국 대표시인 70인의 시 특집도 조만간 서비스할 예정이다. 공씨는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신문 연재와 분량도 비슷해서 별 생각없이 쓰겠다고 했는데 연재 전날 문득 두렵고 떨렸다.”면서 “첫 회 나간 뒤 악플이 너무 무섭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더니 네티즌들의 격려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고 힘을 낼 수 있었지만,한편 인터넷의 위력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댓글 때문에 작품의 구도가 바뀌거나 결말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가능한 만큼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면서 “먼저 선수를 치듯 엄살 댓글을 달거나 ‘작가노트’같은 형식의 작가의 글도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씨는 또한 “신문에 연재할 때는 엄마 소설을 잘 안읽던 아이들이 인터넷 연재에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을 보니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청각장애인 학교 성폭력 그려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실화를 바탕으로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지는 집단 성폭력 문제와 이를 수습하는 과정을 소재로 담은 작품이다.소설에는 ‘무진시’와 ‘안개’ 등을 등장시키는 등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대한 오마주(거장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소재 또는 장면을 차용하는 것) 성격도 띠고 있다. 공씨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지방도시가 필요했고,안개도 꼭 필요했다.”면서 “이왕이면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하며 상징적 도시인 김승옥 선생님의 ‘무진시’를 이어받고자 차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씨는 “스토리 구상은 이미 끝마쳤지만 추리 소설 형식으로 진행되어지는 만큼 미리 줄거리와 결말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1800년대 중반 찰스 디킨스의 연재소설이 실린 신문을 보기 위해 보스턴항으로 나와 기다리던 독자들을 대하는 심정으로 글을 써나갈 것”이라고 ‘첫 인터넷 연재 소설’의 각오를 밝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LG스킨스게임] 최경주 ‘18번홀 잭팟’

    [LG스킨스게임] 최경주 ‘18번홀 잭팟’

     ‘기부 천사’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처음 출전한 스킨스게임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출범 1년을 맞은 ‘최경주 자선재단’에 두둑한 기금을 보탰다.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골프장 셀러브리티코스(파72·7088야드)에서 막을 내린 미프로골프(PGA) 투어 LG스킨스게임 이틀째 최종 라운드.마지막 18번홀에서 최경주는 27만달러짜리 버디 퍼트를 떨궈 41만 5000달러의 뭉칫돈을 거머쥐며 우승했다.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러스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해온 이 대회에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초청장을 받은 뒤 우승까지 거머쥔 최경주는 이 대회에 첫 출전해 정상에 오른 세 번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2006년 스티븐 에임스(캐나다) 이후 3년 만.또 처녀 출전한 뒤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상금을 따낸 선수로도 이름을 새겼다.1위는 2005년 92만 5000달러를 차지한 프레드 펑크(미국).  첫날 9개홀에서 7만 5000달러를 벌어 선두에 나섰던 최경주는 25만달러가 걸린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때린 에임스에게 뒤져 2위로 밀려났다.이어 필 미켈슨(미국)이 13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을 홀 옆 한뼘 거리에 붙이며 17만달러를 가져가 3위로 내려앉으면서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그러나 14번홀(파5)에서 최경주는 그림 같은 이글샷을 꽂아 넣으며 우승의 밑그림을 다시 그렸다.322야드를 날아가는 초장타 드라이브샷에 이어 197야드를 남기고 연못 너머 홀을 향해 때린 두 번째샷이 1m짜리 이글 기회가 된 것.  7만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우승컵의 향방은 여전히 안개 속.16번홀에서 미디에이트가 버디를 잡아내 14만달러를 가져가자 에임스(25만달러)와 미켈슨(19만 5000달러),최경주(14만 5000달러),미디에이트(14만달러) 등 네 명 모두 17번홀과 18번홀에 걸린 27만달러를 차지하면 우승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이후 17번홀에서 최경주는 4m 버디 퍼트를 실패하고 미디에이트와 에임스가 나란히 버디 퍼트를 떨궈 7만달러의 스킨은 결국 20만달러가 걸린 18번홀(파4)로 넘어갔다.  마지막 홀.네 명 모두 두번 째샷을 홀 4m 이내에 떨궈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최경주가 시도한 3.3m짜리 버디 퍼트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휘면서 홀 안으로 툭 떨어졌다.미켈슨과 에임스는 최경주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최경주는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 출전해 온 이 대회에서 처음 출전한 한국 선수가 우승까지 차지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회 약정에 따라 최경주는 상금의 20%를 출범 1주년을 맞은 최경주자선재단에 내놓았다.대회 3연패를 노리던 디펜딩 챔피언 에임스는 25만달러를 받아 2위에 올랐고,미켈슨은 19만 5000달러로 3위,미디에이트는 14만달러를 챙겼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줌] 청도 감와인 저장고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줌] 청도 감와인 저장고

    11월 셋째 주 목요일(20일) 0시.와인 애호가들이 기다리던 ‘보졸레 누보’가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됐다.그해 수확된 포도로 빚은 첫 와인인 보졸레 누보.올해는 경기 침체와 고환율 등의 여파로 매출이 예년 같지는 않겠지만 그 인기만큼은 여전하다.그런 수입산 보졸레 누보에 맞서 질 좋은 한국산 ‘토종 와인’들이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며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감·사과·머루 등 우리 땅에서 나는 과일을 숙성시켜 만든 토종 와인들이다. 겨울의 문턱에 막 들어선 지난 17일 찾아간 곳은 경북 청도.도로변이나 집집의 담장 위로 축축 늘어진 감나무 가지들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청도의 감은 납작하고 씨가 없습니다.” 청도군청 공보실의 서정훈(38)씨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지형인 데다 유난히 안개가 많이 끼는 청도 땅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씨의 안내로 청도 반시(盤枾)를 가공해 만든 와인 저장창고로 향했다.화양읍 송금리에 위치한 이른바 ‘와인터널’이다.입구에는 일제 ‘메이지(明治) 37년’(1904년)에 건설됐음을 알리는 초석이 붙어 있다.1937년 마을 아래편에 새 철로가 놓일 때까지 경부선 철마가 지나던 터널이다.그후 폐터널로 방치됐다가 2년 전 감와인 저장고로 재활용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50쯤 들어가자 양쪽 벽면에 철사를 엮어 만든 저장통에 검푸른색의 와인병이 가득 쌓여 있다.아치형 천장의 빛바랜 붉은 벽돌은 신비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와인터널을 임대 운영하는 청도와인㈜의 김태훈(33) 과장은 “연중 온도 섭씨 13~15도,습도 60∼70%로 와인 숙성을 위한 천혜의 조건”이라면서 ˝시음 공간 및 카페로도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김 과장은 “지역의 특산와인을 생산은 물론 체험 관광을 통해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와인은 어느덧 우리 생활의 주요 코드로 자리잡았다.더 이상 ‘상품’이 아닌 ‘문화’가 됐다.그렇지만 국내산 와인의 역사는 30~40여년에 불과하다.수입와인의 시장점유율이 90%를 넘는다.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한국 고유의 문화가 깃든 한국산 와인을 마시며,이 땅의 맛을 느끼는 것을 행복해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글 청도 이종원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보졸레 누보 명성 꺾인다 프랑스산 햇와인인 ‘보졸레 누보‘의 예약판매율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못 미쳐 보졸레 누보의 명성이 날로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롯데마트에 따르면 19일 현재 올 예약 판매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으며 일일 평균 판매고는 30만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신세계 이마트의 경우도 올 예약 판매율은 지난해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때 유명세를 떨쳤던 보졸레 누보의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 까닭은 무엇보다 와인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져 취향이 다양해졌기 때문.또 1만~2만원대 저가의 품질 좋은 와인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와인 전문업체인 와인나라의 경우 2만~3만원대의 2개 품목 480병에 대한 예약판매를 실시한 결과 개인 구매보다는 선물용 대량구매가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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