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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이란 말을 복지국가란 마차에 잘 연결시켜야”

    “재벌이란 말을 복지국가란 마차에 잘 연결시켜야”

    “보수적인 새누리당이 정책 1번으로 ‘복지’를 내건 것을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모델이 있다더라 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달라진 정치 지형을 반영해 구체적인 정책을 얘기해 보고 싶었습니다.”(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복지가 말만 좋지 가능하냐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제개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안 된다고 할 때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30여년에 걸쳐 5~6번 해서 지금의 중진국 지위에 이르렀습니다. 복지국가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세금은 필요한 것 공동구매하는 재원” 1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부키 펴냄)를 내놓은 저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2005년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낸 데 이어 두 번째 대담집이다. 이종태 시사인 기자가 사회자 역할을 맡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구체적인 정책제안이 좌우진영에 매몰되지 않은 독자노선이라는 점. 박윤우 부키 사장의 말처럼 책 자체가 “폭탄 덩어리”다. 우선, 복지국가 불가론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장 교수는 “세금을 자꾸 나쁜 것으로 생각해서 안 걷는 게 좋지만 불쌍한 사람을 돕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걷는다고 하는데, 곰곰 생각해 보면 도로, 학교 같은 것도 모두 세금으로 지어졌다.”면서 “세금을 부담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공동구매하는 재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무상급식 논란에 대해 “‘무상’, ‘공짜’를 강조하는데 그 말을 쓰면 안 된다. 그 부모님들은 소득세는 아니어도 부가세는 다 냈다. 또 이건희 회장 손자도 공짜 밥 먹으니 부자복지 아니냐 하는데 할아버지가 엄청난 세금을 냈기 때문에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니라 돈 낸 만큼의 혜택도 못 받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 FTA 이후 대책으로 복지정책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FTA에 반대하지만, 국회 비준 이후에 FTA를 파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폐기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이후 장기간에 걸쳐 소매업, 농업 등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할 텐데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민주화는 매우 다면적인 개념” 또 주목할 만한 대목은 진보진영이 내놓는 재벌해체 같은 경제민주화론에 대한 강한 비판이다. 정 위원은 “최근 중소기업 문제를 두고 공정, 경제민주화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이 개념은 매우 다면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은 국내적으로는 ‘불공정’할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사다리를 걷어차려는 선진국들에 대항하는 ‘공정’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 정 위원은 “비유하자면 재벌은 성질 나쁜 개인데 돌을 던져서 미친 듯이 짖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 돌의 이름은 주주가치경영, 내실경영, 현금흐름 위주의 경영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청기업들을 쥐어짜는 구조는 오히려 이런 경제민주화가 더 강화시킨 악습이라는 것이다. 이런 불공정을 막겠답시고 삼성그룹, 현대차그룹을 해체하자는 말은 더 위험하다. 해외 자본에다 갖다 바치자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재벌이라는, 미친 듯 달리는 말을 제어한답시고 죽일 게 아니라 복지국가라는 마차에다 잘 연결시키자는 제안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깨끗한 사람만…후보들 140단계 ‘고해성사’

    깨끗한 사람만…후보들 140단계 ‘고해성사’

    새누리당이 4·11 총선 공천에서 청와대 인사검증 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공천 신청자로부터는 심사에서 탈락하더라도 승복하겠다는 자필 서약까지 받고 있다. 공천 잡음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2중의 안전장치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은 6일부터 접수에 들어간 공천 신청 서류에 자기검증진술서를 추가했다. 진술서는 ▲가족관계 ▲병역의무 ▲전과·징계 ▲재산형성 ▲납세 ▲학·경력 및 직무윤리 ▲사생활 ▲정당·사회활동 등 8개 항목 140개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9개 항목 200개 질문으로 이뤄진 청와대 공직자 인사검증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용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진술서에서는 검증서에 담겨 있는 ‘연구윤리’와 ‘직무윤리’ 등 2개 항목을 빼는 대신, ‘정당·사회활동’ 항목을 새로 넣었다. 당이 공천에 도덕성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기로 한 만큼 후보들로부터 먼저 ‘고해성사’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 검증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실시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집중 비판의 대상이 됐던 이른바 ‘4대 필수과목+1’(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병역 기피, 논문 표절)에 대해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정도로 질문이 촘촘하게 배열됐다. 본인과 가족의 이중 국적, 음주 운전, 성희롱 구설, 이혼·재혼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초점이 맞춰졌다. 게다가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정홍원 위원장과 정종섭 부위원장이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예외 없는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진술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도 공천을 취소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일부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비도덕적 후보로 낙인 찍힐 경우 공천이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예컨대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 출신의 경우 탈세는 물론 국민연금·건강보험료 체납 등으로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거짓 진술 여부를 거려낼 검증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당은 또 공천 신청자들로부터 자필 서약도 받고 있다. 과거 공천 신청 때도 ‘당의 결정에 절대 승복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본인이 낙천할 경우 행보를 포함해 본인의 각오를 자필로 적어달라’고 명시하고 서약서 하단에 빈 칸까지 마련했다. 자필 서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낙천자가 공천에 불복해 다른 당 후보나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심리적인 압박 효과를 노린 것이다. 자필 서약은 정 공천위원장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도 높아 이들을 자필 서약을 통해 단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역 지역구 의원 하위 25% 공천 배제’, ‘전체 지역구 20% 전략 공천’ 등으로 현역 의원 물갈이 비율이 50% 안팎으로 예상되는 만큼 집단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관계자는 “공천 불복과 그에 따른 무소속 출마의 악습을 끊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씨줄날줄] 명예살인/우득정 수석논설위원

    ‘지하드의 아이들’(Children of Jihad)은 유태계 미국인 청년 재리드 코언의 중동 기행문이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 재학하던 2005년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촌, 이란, 시리아, 이라크로 잠입여행을 떠난다. 이라크와의 전쟁에 연합군으로 참전했다는 이유로 서방 기자나 기술자들이 납치돼 참수당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그는 맥도널드 햄버그가게에서,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창고를 개조한 나이트클럽에서 또래의 남녀 대학생, 헤즈볼라 전사 등을 만나 그들의 고민, 미국에 대한 생각 등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미국을 적대시하면서도 미국의 풍요로운 물질문명과 할리우드의 화려한 문화를 동경하는 중동 청년층의 두 얼굴을 담담하게 써내려 간다. 히잡, 차도르, 부르카로 상징되는 이슬람의 여성 속박문화도 코란의 경전과는 거리가 먼, 잘못된 해석과 믿음에서 유래한 악습임을 이들을 통해 확인한다. 코언은 특히 시리아 베두인족의 텐트와 이라크 쿠르드지역 시골마을에서 설치비 100달러만 내고 공짜로 위성안테나를 통해 전세계 900여개 위성TV 채널에 빠져든 청소년들과 만난다. 이 중 100개 이상 채널이 포르노방송이다. 코언은 외부세계를 향한 이들의 갈망과 함께 이미 저녁생활을 점거한 위성TV 중독이 강권통치와 이슬람 율법을 뛰어넘는 변화의 새 물결을 몰고 올 것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코언의 예측과는 달리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 외신에 따르면 부모 허락 없이 남자친구를 사귀는 등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첫째 부인과 세 딸을 살해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 가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슬람의 여성 차별적인 교리 해석으로 생겨난 악습인 ‘명예살인’이다. 지난 2009년 유엔은 인권보고서에서 매년 5000명가량의 여성이 명예살인이라는 명목으로 희생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 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0개월에 걸친 자체 취재결과를 바탕으로 이보다 4배나 많은 2만명의 여성이 명예살인으로 희생된다고 보도했다.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자살을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파키스탄, 요르단, 터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보수적인 이슬람국가 외에도 유럽과 미국 등 이민자 사회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인도에서는 종교나 계급(카스트)이 명예살인의 이유가 된다. 관습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반문명적 폭거는 언제쯤에나 사라질까. 우득정 수석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비계열 독립기업에 사업기회 개방

    16일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대·중소기업 공생발전 계획안’을 내놓으면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대그룹 계열사 ‘내부거래委’ 설치 4대 그룹이 발표한 동반성장 방안의 골자는 시스템 통합(SI)·광고·건설·물류 등의 분야에서 비계열 독립 기업에 사업 기회 개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비계열 독립 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 이상)에 속하지 않고 공정거래법상 계열사가 아닌 회사를 말한다. SI 분야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 보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를 제외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독립 기업에 입찰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광고 분야의 경우 개별 기업의 홍보(PR)나 이벤트, 매장 광고 등에서 중소기업의 사업 참여가 늘어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삼성 광고는 그동안 대부분 제일기획이 담당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광고회사도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건설 분야는 공장 및 연구개발 시설, 통신설비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건축사업 발주 때 경쟁입찰의 문호가 넓어진다. 기업들은 우선 이러한 방침을 상장 계열사에 적용한 뒤 점진적으로 비상장 계열사까지 넓혀갈 예정이다. ●30대그룹 “협력사 지원액 12% 증액” 이와 함께 4대 그룹은 계열사 내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신규 설치하거나 확대해 내부 거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한층 높이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이에 대해 유광수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의 악습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라면서 “중소기업들에도 공정한 경쟁 기회가 보장돼야 제품의 질도 올라가고 가격도 정상적으로 형성되는 만큼 산업계 전반으로 이러한 흐름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협력사 지원 실적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올해 협력사에 지원할 금액은 지난해 1조 5356억원보다 12.1% 늘어난 1조 7213억원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판매·구매 지원이 6309억원(36.7%)으로 가장 많고 ▲연구·개발(R&D) 지원 24.3% ▲보증·대출 지원 20.1% 등의 순이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커버스토리-대한민국 돈봉투] 촌지 사라지고 찬조금·야자비 ‘불편한 성의’

    [커버스토리-대한민국 돈봉투] 촌지 사라지고 찬조금·야자비 ‘불편한 성의’

    교육계의 뿌리 깊은 악습으로 여겨졌던 촌지 수수 관행이 최근 학교 현장의 자정노력과 단속 강화 등으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여전히 촌지를 일종의 ‘성의’라고 여겨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 등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촌지 관행을 뿌리 뽑으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현직 교사들은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를 전하며 “촌지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20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안모(46·여)씨는 “스승의 날이나 명절 때 화장품 등 선물이나 먹거리를 보내 주는 학부모는 있지만 돈이나 상품권을 주는 관행은 사라졌다.”면서 “요새는 학교 지침상 음료수 한 병도 받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선물이라도 학생을 통해 돌려보내고 확인 문자까지 보낸다.”고 말했다. 각 시·도 교육청들도 ‘촌지 신고 포상금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촌지를 제도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3만원 이상의 금전·선물·향응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을 강화해 ‘3만원 미만의 선물이라도 여러 차례 받았다면 이를 합산해 촌지로 판단할 것’이라는 지침을 내놨다. 강원도교육청은 비위 행위가 적발되는 즉시 당사자에 정직 등 중징계를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고 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공정택 서울교육감 비리 사태 이후로 교육계 비리 문제에 대해 많은 대책과 노력이 있었다.”면서 “과거에 비하면 촌지에 대한 학부모, 교사들의 의식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면서 수수 행태가 보다 은밀해졌을 뿐 여전히 촌지 관행이 살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무실 등 공공 장소에서 노골적으로 주고받는 돈 봉투나 선물 등은 사라졌지만 대신 모바일 상품권이나 고가의 명품 선물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경기도 분당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학부모 12명으로부터 수차례 현금과 루이비통 가방, 버버리 지갑 등 총 2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1학년 담임을 맡았던 교사 이모(28·여)씨는 “학기 초에 한 학부모가 보내온 선물상자를 열어 보니 50만원 정도 하는 고가의 신발이 들어 있어 깜짝 놀랐다.”면서 “학생을 데리러 나온 어머니를 만나 돌려줬지만 그 순간 서로 민망해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은 “예전에 비하면 촌지 등 금품수수 관행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고등학교 학부모회의 불법 찬조금, 야간자율학습비 등 금품 제공이 일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관행이라고 여겨 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촌지·향응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신진호기자 sam@seoul.co.kr
  • “삼족 멸하는 ‘연대보증제’ 꼭 개혁할 것”

    “창업에 부담 되는 연대보증은 우리 금융시장에서 자리할 수 없도록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이 4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연대보증 제도에 대한 강력한 개혁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금융권에 수십년간 뿌리내린 연대보증 관행 때문에 담보도, 신용도 부족한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이 사업자금을 빌릴 때 친인척이나 친구 등의 공동 책임을 요구받는다.”며 “연대보증제는 자신은 물론 친가와 처가 모두 보증을 서게 해서 사업에 실패하면 집안 전체가 망하게 돼 ‘삼족’(三族)을 멸하는 제도”라고 질타했다. 그의 연대보증 폐지론에는 개인적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작은 무역회사를 2년간 운영했는데 연대보증 때문에 무척 괴로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연대보증제 철폐 의지는 세계적 경제 여건이 불안한 가운데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연대보증제는 폐지돼야 할 악습이자 독버섯 같은 존재”라고 강조한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의 신용대출을 위해 담보 중심의 대출 관행과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고용의 87.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대출과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자 정당한 여신심사 절차를 거친 대출에 대해서는 은행 임직원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은 전당포가 아니다. 담보 잡을 것 다 잡고 위험부담 하나 없이 돈을 빌려준다면 금융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동안 중소기업금융에 대한 실태 파악이 끝나 1분기 중에 정책을 입안, 올해를 ‘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금융거래세 1% 거둬 빈자에 돌려줘라”

    “금융거래세 1% 거둬 빈자에 돌려줘라”

    ‘99%’의 시위는 현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폐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치 경제적 구조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월가 시위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따른 것이다. 월가 시위대도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금융업계 규제 강화와 조세제도 개혁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모든 금융거래에 1%의 세금을 물리는 ‘로빈후드세’의 도입이다. 시위대는 모든 금융·통화 거래에 세금을 물려 빈자(貧者)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금융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미국, 영국 등이 반대하고 있어 입법화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시위대는 글라스스티걸법의 재도입도 과제로 내걸었다. 은행 개혁과 투기 규제를 목적으로 1933년 제정된 글라스스티걸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각각 여·수신과 증권업무로 엄격하게 분리해 일반 상업은행이 고객의 예금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우선순위를 둔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과 월가 은행들의 로비로 이 법은 1999년 폐지됐다. 초단타매매처럼 무수히 많은 매매를 반복해 결국은 개미 투자자를 울리는 고빈도 매매 금지도 시위대가 내세운 정책 가운데 하나다. 시위대는 또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폐지와 ‘버핏세’로 불리는 부자 증세를 주장하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연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을 버는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버핏세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혀 버핏세는 일단 무산됐다. 시위대는 정치후원금을 내는 기업이 정치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악습을 막기 위해 정치인이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지 못하도록 선거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학자금 부채 탕감과 월가 범죄자 기소, 증권거래위원회의 금융 규제 권한 강화 등도 이들의 요구사항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글에서 길어낸 정조의 복심

    조선조 제22대 왕 정조(재위 1776~1800)에게는 대왕이라는 호칭이 따라붙는다. 조선 왕중 세종대왕과 더불어 유일하게 ‘대왕’의 우러름을 받는 정조, 그는 흔히 개혁군주로 평가받는다. 옳지 않은 악습과 폐단의 척결에 과감했던 진보주의자였고 측근은 물론 정적까지를 모두 내 편으로 흡인할 줄 아는 노회한 정치인이었다. 그런가 하면 가족·지인의 아픔과 상실에 비탄의 눈물을 숨기지 않는 보통사람의 면모도 사료 곳곳에서 묻어난다. 조선 최고의 개혁군주 정조대왕, 그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군주 정조대왕과 인간 정조를 조명하고 재평가하려는 사계와 문화예술계의 바람은 새로운 게 아니다. 요즘 흔한 정조 바로보기의 움직임은 물론 많은 사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본인이 직접 쓴 글들을 통해 들여다보는 정조는 어떨까. 김문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가 세상에 내놓은 ‘정조의 생각’(글항아리 펴냄)은 바로 정조의 글들에 담긴 정조의 탄생과 인생을 조망한 역작이다. ‘한국 최고의 정조 연구가’라는 별명답게 정조를 샅샅이 훑어낸 내면 연구서의 성격이 강하다. 책은 김 교수가 지난 20여년간 접하고 읽어온 정조의 대표 글 마흔일곱 편을 번역해 해설로 풀어내는 양식. 뛰어난 학자요 노회한 정치가, 실존의 고뇌에 싸여 번민하고 부대꼈던 인간 정조의 내면이 정갈한 글로 펼쳐진다. 정적의 견제와 탄압 속에 살다가 왕위에 오른 정조는 태생적으로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던 인물로 평가된다. 김 교수가 발굴해 소개한 정조와 채제공의 긴밀한 관계에 얽힌 이야기는 그런 ‘정치인 정조’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정조를 독살한 것으로 알려졌던 심환지가 정작 정조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측근 신하였음을 풀어낸 대목도 흥미롭다.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그의 행적을 드러내기에 힘썼고 온갖 위협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배지에서 숨진 절친한 아우의 시신을 수습했던’ 정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행궁 수원화성의 축조는 그가 가진 실용 정신의 정화다. 억울하게 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의 발로이자 복권의 상징인 수원화성. 그 행궁을 세운 건 정치적 회심과 부자 간의 정 말고도 명분에 앞서는 실용의 정신이었음을 책은 보여준다. “정조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모습이 보인다.”는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의 시를 외우고 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을 알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1만 5500원.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사설] 재벌의 내부거래 악습 고리 이번엔 끊어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대기업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총수 일가의 부(富) 증식 수단으로 내부거래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미만인 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12.06%인 반면 30% 이상인 곳은 17.90%이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34.65%나 된다. 특히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인 회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42.36%이다. 재벌 총수 일가가 세운 시스템통합관리(SI)·부동산·광고 등 소규모 비상장사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편법증여나 상속의 형태로 악용되고 있다는 항간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탈하는 재벌 총수 일가의 이 같은 부당 내부거래는 근절돼야 마땅하다. 공정위는 기업의 공시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탓에 정확한 실상 접근에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업종 특성상 수직계열화의 불가피성을 무시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분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든가, 영업비밀 또는 품질 유지 등의 이유로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계열사 간 거래에서 가격을 현저하게 낮게 또는 높게 책정했다거나 시장 경쟁성을 저해했다는 증거가 없음에도 내부거래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강자인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시장 질서를 왜곡시켜 중소기업과 소액주주,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국회는 지금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매기는 세법개정안을 심의 중이다.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내부거래를 근절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부당 내부거래를 막는 길은 철저한 세금 환수가 최선이다. 그러자면 공정위는 내부거래 현황을 보다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 상세한 정보가 공개돼야 주주권 행사가 활성화되고 시장 규율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업 스스로 편법·탈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대물림하겠다는 유혹을 떨쳐야 한다. 1%의 탐욕을 비난하는 지구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랑받는 기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길섶에서] 끗발/주병철 논설위원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완장 같은 게 있었다. 끗발이다. 정상적이라면 되지 않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끗발이라고 알았다. 그래서 끗발 없는 사람은 끗발 있는 사람 곁을 맴도는 예가 허다했다. 억울하게 손해보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뭐니뭐니해도 끗발의 위력은 체험해본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첫끗발이 개끗발이라는 노름에서부터 군대 보직별 끗발, 권력의 끗발 등등. 무소불위의 끗발도 1990년대 들면서 사회가 정화되고 구태와 악습이 자취를 감춰가면서 영향력이 줄었다. 원칙과 실력이 그 자리를 메워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끗발의 힘을 무시하진 못한다. 그래서 끗발과 실력 중 어느 게 진짜 센 것인지 헷갈린다고 한다. 실력이 없는데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진짜 끗발인지, 자신의 실력이 더 센 끗발인지 혼란스럽다. “우리 사회는 끗발이 실력보다 앞서고, 끗발이 없으면 실력으로 버틴다.” 누군가 툭 내뱉은 이 한마디가 정답인 것 같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열린세상] 정당정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요체/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정당정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요체/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시민사회가 정치에 뛰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시민사회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정치권에 몸을 담거나 입각을 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번처럼 조직을 갖추어 공직선거에 후보를 낼 정도로 정치세력화를 꾀한 일은 드물었다. 기존의 정당정치에 대한 염증과 기성 정치인에 대한 환멸이 극에 달한 현상으로 보여진다. 당리당략에 따라 이전투구만을 일삼는 정당이나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는 어떠한 일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줌으로써 정당 개혁과 정치인의 의식전환에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존립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집단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 하에서는 국민의 뜻을 입법화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중심에서 정당을 배제할 수 없다. 정당이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강정책을 표방하고, 선거에 후보자를 내어 지지를 호소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뿐 아니라 정권의 획득·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집합체이다. 정당은 정권의 획득과 유지가 정당화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사회적 특수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사에서 정당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급기야는 서울시장이라는 중요한 공직후보를 시민사회가 스스로 내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빈번한 정당의 난립과 소멸, 단명하는 정당의 수명, 권력자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는 정당의 존립, 정당이 정권을 창출하기보다는 정부가 정당을 만드는 악습, 집권자와 운명을 같이하는 정당의 종말, 특정인물 중심의 일인 전제체제, 심각한 지역적 기반의 편중 등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당들이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으로 공직후보자를 공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기에 정당에 대한 불신임과 정치에 대한 무관심주의가 팽배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정당정치는 민주적 대의정치의 근간일 수밖에 없다. 정당은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경쟁적인 정당활동을 통하여 수렴하고 표출할 수 있다. 또한 정부를 조직, 통제하며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은 정치적 책임을 지는 정당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다. 심도 깊은 검증 한번 받아본 적 없는 몇몇 사회명망가들과 실체가 불분명한 시민사회단체에 이러한 역할을 맡길 수 없는 까닭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에게는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람처럼 나타났다 바람처럼 사라지면 누가 남아 남겨진 문제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가? 눈이 못났다 하여 눈을 떼어 버릴 수는 없듯이 기성정당에 염증을 느낀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요체인 정당정치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른바 시민후보는 자신의 이념적·정책적 스펙트럼을 분명히 보임으로써 유권자인 시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현실 정당정치의 틀에서 경선 과정을 거치기를 촉구한다. 유권자들 역시 바람이 아닌, 인물과 정책을 꼼꼼히 살펴서 시장을 선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이라는 정치적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기회에 기성 정당 역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정당의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국민과의 거리를 좁혀 구체적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한 기성 정당들의 미래는 없다. 지역주의에서 탈피하고, 자기 당이 아니면 안 된다는 폐쇄된 정당정치 행태에서 벗어나야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제대로 발전된 정당정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중매체, 이익집단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주요 쟁점들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정책 개발을 하며 이를 통하여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당이 되어야 한다. 인물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도 없이 그저 바람의 흐름으로 서울시 행정의 수장을 뽑을 수는 없다. 치열한 경선을 거친 정당의 후보로서 떳떳하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를 다시 한번 시민후보에게 촉구한다.
  • 식약청, 제약사서 8억받고 ‘초호화 실사’

    식약청, 제약사서 8억받고 ‘초호화 실사’

    식품의약품안전청 직원들이 제약사들의 해외 공장을 점검하기 위해 나가면서 8억원이 넘는 숙박비와 항공료등 경비를 제약사로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가 식약청 직원 1인당 최대 662만원의 비용을 냈다. 이같이 업체가 부담하는 해외 실사에 대해 ‘공공연한 접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제약사 부담이 시행규칙에 따른 조치로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22일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식약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식약청이 국내 및 다국적 제약사의 해외 공장 실사를 가면서 소요된 비용을 제공받은 사례가 234건, 금액으로는 8억 1200만원에 달한다. 제약업체는 80여개사에 이른다. 실제로 지난 3월 식약청 직원 3명은 다국적 제약사인 H사의 미국 및 네덜란드 공장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실사를 위해 출장을 떠나면서 각각 항공비 399만원과 숙박비 및 기타 체류비 등 총 662만원을 제공받았다. 지난 6월 역시 식약청 직원 3명이 국내 제약사인 S사가 태국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을 검증하기 위해 나가면서 각각 항공비 75만원과 숙박비 35만원 등 153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은 해외 현지 공장이 의약품 제조기준을 준수하는지, 원료 의약품이 제대로 된 시설에서 제조되고 있는지 등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출장을 나가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제품의 인허가 판단 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의약품 판매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업무다. 제약사가 이들 출장 직원들의 숙소를 직접 예약해 주는 경우가 많아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접대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식약청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비용을 받는 것일 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약사법 시행규칙상 ‘수익자 부담 해외출장여비에 관한 원칙’에 따라 의약품 제조·판매·수입 신고는 물론 현지 실사와 관련된 경비를 모두 부담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필요 경비는 수익자가 내도록 하고 있다.”면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도 실사비용을 업체에 부담시키고 있고, 공무여행규정상 필요경비를 넘어서지 않도록 규제한다.”고 해명했다. 식약청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이 의원은 “리베이트 변종 형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의사들의 해외 콘퍼런스 참석 비용을 대는 것인데 이와 유사하지 않으냐.”면서 “뿌리 뽑아야 할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전통이야!”…가족에 끌려 매춘에 나서는 인도소녀들

    “전통이야!”…가족에 끌려 매춘에 나서는 인도소녀들

    인도의 빈민가를 중심으로 아직도 가족에 의해 어린 소녀가 돈을 벌기 위해 사창가로 내몰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은 21일(현지시간) 한 소녀의 사례를 들어 “가족들에 의해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어린 소녀들이 매춘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지역은 인도 서부의 라자스탄주 바랏푸르 지역. 이 지역에서는 아직까지도 ‘데브다시’(devdasi)라는 이름으로 이같은 매춘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브다시는 원래 상류 계급의 사람들을 위해 여자들이 노래와 춤으로 그들을 즐겁게 한다는 전통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현재는 매춘으로 변질됐다. 현지 주민은 “마을 일부 주민들이 농업이나 일일 노동으로 돈을 벌지만 살기에 매우 적은 돈”이라며 “소녀들의 매춘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가정이 많다.”고 밝혔다.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아버지와 형제들의 의해 사창가로 끌려 간 소녀들이 버는 수입은 하루 20달러 남짓. 그녀들은 몇개월 간 돈을 벌어 가족들을 부양하고 몇주 동안 집에 다녀오는 일을 반복한다.     매춘부로 가족들을 부양하는 한 여성은 “이같은 일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다. 내 일을 여동생들이 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N은 “많은 인권단체가 이 악습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가난과 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이같은 일이 자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관행의 악습’ 끊어 임기말 기강 확립

    ‘관행의 악습’ 끊어 임기말 기강 확립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최근 공직자의 관행적 비리에 대한 유형을 정리해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전달한 것은 임기말 자칫 나태해질 수 있는 공직자들의 느슨한 분위기를 새롭게 다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불거지면서 공직자들의 ‘복지부동’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막판까지 기강 확립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공직비리, 총·대선에 악영향 우려 각 부처와 공공기관 공직자들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뿐더러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중요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현 정부와 여당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직사회에서 관행으로 인정돼 오던 것들도 지금 국민들의 눈높이로 볼 때는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 많은 만큼 이번 기회에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을 새롭게 뿌리 뽑을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행동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관기관에 직원 경조사를 통보하지 말 것’, ‘휴가 때 관폐, 민폐를 끼치지 말 것’, ‘금요 오후 연찬회 금지’ 등 구체적인 유형을 제시한 것도 이 같은 취지로 읽힌다. ●국민의 눈높이 맞춰 기준 제시 청와대 민정라인의 핵심 관계자는 14일 “과거 공무원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당연하게 행해지던 목금(木) 연찬회도 현재 국민들이 볼 때는 정서에 맞지 않는 만큼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피하도록 할 것 등이 ‘비리리스트’에 포함됐다.”면서 “부처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이번에 내려간 내용도 부처별로 다르며, 해당 부처의 장관이 자기 부서의 상황을 잘 고려해 실정에 맞게 별도의 행동강령을 만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찬회 파동’이 있었던 국토해양부 장관이 최근 직원들에게 자기 돈으로 식사를 할 것을 지시한 것을 예로 들수 있다. 청와대 등 사정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놀란 관가는 공직사회에 일대 사정(司正)바람이 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 같은 공직사회의 관행적인 비리 척결을 위한 시도를 임기말 ‘공직자 군기잡기’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직사회의 ‘일하는 분위기’를 어느 정부보다 강조하고 있는 만큼 관행적인 비리 척결을 위한 시도가 자칫 공직사회를 얼어붙게 해서도 안 되고 그럴 의도도 없다.”면서 “국민의 상식에 맞는 새로운 공직사회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해병대 총기난사’ 뒤엔 황당 가혹행위

    지난 7월 인천 강화군 해병대 해안초소에서 발생한 총기 사망사건은 빗나간 병영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 확인됐다. 또 담뱃불 고문과 구타, 특정 병사를 왕따시키는 ‘기수열외’, 과자·빵 등을 강제로 먹이는 ‘PX빵’ 등 갖가지 가혹행위가 반복적·관행적으로 일어난 사실도 드러났다. 인권위는 7월 4일 총기사고로 4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강화군 해병대 2사단에 대한 직권조사에서 “일반 사회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했다.”고 6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 장관에게 가해자 5명과 지휘책임자 6명을 징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군인복무기본법 제정과 부대 내 인권담당부서 설치 등을 권고했다. 또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새로운 병영문화 정착을 위해 종합적 관리운영시스템 등의 마련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해당 부대는 구태와 악습으로 곪아 있었다. 가슴에 올라타 주먹으로 때리기, 다리에 테이프를 붙여 체모 뽑기, 방향제에 불을 붙인 뒤 옷 입은 성기 위에 뿌리기, 안티푸라민 바르고 씻지 못하게 하기, 비타민 5~10알 강제로 먹이기, 성경책 불태우기 등 다양한 방법의 가혹행위가 지속적으로 자행됐다. 부대원들은 조사에서 “해병대의 전통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심상돈 인권위 조사국장은 “해병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다른 부대에 비해 악습이 유독 심했다.”면서 “병사간의 사적 지휘체계가 독특하게 형성돼 있어 간부가 내린 지시가 아래로 전달되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대관리도 허술했다. 중대장, 행정보급관 등 간부들은 사고 발생 전 피의자 김모 상병에 대한 관찰과 면담을 무려 31차례나 실시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구타 및 가혹행위가 있었는데도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했다. 그런가 하면 김 상병은 사건 당일 음주 상태로 경계근무를 섰다. 현재 군 부대 내 음주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야간 당직간부와 상황병들도 총기 및 탄약고를 ‘이중잠금’을 하지 않은 채 근무지를 이탈했다. 심 국장은 “병영생활상담관이 해병대 사단에 1명꼴로 배치돼 있어 병사들은 개인상담을 1년에 한번도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해병대의 병영문화를 단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곽노현 교육감 소환] 與 “교육감 사퇴 후 조사·재판 받아야” 野 “검찰 짜맞추기 구속수사 안 된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검찰 소환과 관련, 여야의 표정이 크게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교육감 즉각 사퇴’라는 원론적 입장 외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를 맹비난하는 동시에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안철수 돌풍’에 충격을 받은 탓인지 곽 교육감의 검찰 소환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자성론만 쏟아냈다. 김기현 대변인도 뒤늦게 낸 논평에서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즉각 사퇴한 후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는 것이 옳은 일”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 수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불구속 수사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검찰은 수사를 해야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피의사실 공표는 위법일 뿐만 아니라 정치검찰의 고질적 악습”이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을 비난하는 최고위원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구속으로 범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검찰의 시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분명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장세훈·강주리기자 shjang@seoul.co.kr
  • 중학교 중퇴자도 군 입대 전투경찰 임의 차출 폐지

    중학교 중퇴자도 군 입대 전투경찰 임의 차출 폐지

    내년부터는 중학교 중퇴 이하 학력자도 군에 가게 된다. 군 복무를 기피했다가 병역법 위반으로 실형을 복역한 사람도 앞으로는 복역 기간과 관계없이 군 복무를 해야 한다. 현역 입영자 가운데 임의로 전투경찰을 차출해 오던 제도도 사라진다. 병무청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병역법 및 병역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 병역법에 따르면 현재 제2국민역(면제)에 편입되는 중학교 중퇴 이하 학력자도 내년부터는 현역이나 보충역으로 편입된다. 병역법 위반으로 1년 6개월 이상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군 복무가 면제되던 조항도 개정돼 복역 기간에 관계없이 현역·보충역으로 복무하게 된다. 학력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병역 면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새 제도는 1993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부터 적용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일부 운동선수 가운데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중학교 때 일부러 중퇴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소집명령에 불응한 뒤 감옥살이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어 왔다.”면서 “앞으로 이런 병역 면탈 가능성을 철저히 막아 병역의무를 자진 이행하는 분위기를 확산시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은 또 현역 입영자를 전경으로 차출하는 것과 관련해 대상자와 부모들의 불만이 계속 제기되자 전경 차출제를 내년부터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대신 기존 전경이 맡았던 ‘대간첩작전 수행’ 임무는 의무경찰의 임무로 바뀐다. 올해 기준으로 현역병 입영자 중 전경에 차출된 인원은 3740명이다. 의무 복무를 마치고 1년 6개월 범위에서 월급을 받으며 군 복무를 연장할 수 있는 유급지원병제는 전문하사제로 명칭이 바뀐다. 또 1년 6개월간 유급지원병 복무를 마친 뒤에도 1년 단위로 추가 연장 복무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신설된다. 현재는 추가 근무를 원할 경우 다시 부사관으로 지원해야 했다. 이와 함께 군 복무 대신 공중보건의사나 국제협력의사,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를 선택하고는 제대로 복무하지 않는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병무청장의 실태 조사권을 신설하기로 했다. 병무청은 수시로 관리기관에 대해 점검해 공정한 병역 의무 이행을 독려할 방침이다. 또 ‘공익근무요원’은 ‘사회복무요원’으로 이름이 바뀐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거꾸로가는 해병대… 폭력↑ 처벌↓

    지난 7월 해병대 2사단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이전부터 해병대원 간 폭력·구타·가혹행위 사건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군내 병폐가 상당히 곪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서울신문이 최근 3년 6개월간 해병대의 징계· 영창 구금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영창 구금자 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828명이던 구금자는 2009년 875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042명을 기록했다. 또 올해 상반기까지도 407명이 징계 구금됐다. 특히 폭력·구타·가혹행위 혐의로 구금된 병사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430명이던 폭력 혐의 등에 의한 징계 구금자는 2009년 540명에서 2010년 613명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에는 274명이 같은 혐의로 구금됐다. 매년 징계 구금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폭력·구타·가혹행위로 구금된 셈이다. 이에 대해 국회 국방위 소속인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총기난사 사건 이전부터 해병대내 낡은 폐습이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면서 “해병대의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병대 관계자는 “폭력 행위 등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지휘관이 묵인하고 넘어갔던 사건들까지 철저하게 처리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병대 사령부는 이날 오전 총기 난사 사건이후 추진하고 있는 ‘해병대 신(新) 병영문화’와 관련, 언론 등에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폭행 혐의 처벌 건수가 2008년 207건, 2009년 204건, 2010년 190건 등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건 수는 매년 급증하는 데 반해 형사 처벌 수위는 도리어 낮아지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한편 해병대는 총기 사건이후 강화된 병영 생활 행동 명령을 적용해 최근 후임병을 구타한 사실이 확인된 병사 등 해병대의 명예를 훼손한 병사 14명의 군복에서 해병대원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해병대는 앞으로도 명령위반자에 대해 징계 절차를 거쳐 빨간 명찰을 떼내고 다른 부대로 전출 조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재 매월 2개 기수를 선발 양성하던 방식을 바꿔 내년부터는 매월 1개 기수만을 양성해 동기의식을 강화하는 한편 신병 입소 때 인성 결함자에 대한 선별을 강화하기로 했다. 해병대는 지난달 22일 입소한 신병들부터 이런 방침을 적용, 부적격 판정을 받은 35명을 귀가조치했다고 밝혔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열린세상] 기업만 살찐다면 정리해고가 답일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기업만 살찐다면 정리해고가 답일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온나라의 힘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결집되던 1998년 당시 정부는 두 가지 정책수단을 택했다. 공적자금 지원을 통한 기업 살리기와 기업의 군살빼기였다. 다양한 군살빼기 방식이 있으나 정부와 기업은 손쉬운 정책 수단을 택했다. 정리해고였다.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진보성향의 김대중 정부에서 지극히 친기업적 정책을 택한 셈이었다. 통계 수치를 보면 1997년 11월 이후에 투입된 공적자금이 168조 6000억원이었다. 1998년 대한민국 국가예산이 164조 2000억원이었는데 당시 1년 예산보다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 기업도 군살빼기에 나섰다. ‘고용보험통계연보’를 보면 1998년 당시 총퇴직자 수는 197만 5700명이었고 이 중에서 비자발적 퇴직자는 89만 2100명으로 총퇴직자의 45.1%였다. 같은 해 넓은 의미의 정리해고로 설명할 수 있는 퇴직자, 즉 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자와 기타 회사 사정에 의한 퇴직자의 수를 합치면 39만 3800명 수준으로 총퇴직자의 19.9%였다. 위기상황인 만큼 정리해고자의 비중이 매우 높았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가 있은 지 10년이 더 지난 2009년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지표는 크게 변했다. 1998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7600달러에서 2000년에는 1만 달러를 회복하여 2010년에는 2만 달러에 진입했다. 또 다른 고속성장의 사례이다. 성장을 하면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사정도 좋아져야 한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고용도 늘고 정리해고도 개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상식이 불행히도 통하지 않았다. 정리해고 패턴을 보면 기가 막힌다. 2009년을 기준으로 총퇴직자 수는 472만 2300명이었고, 이 중에서 2009년의 비자발적 퇴직자는 총퇴직자의 45.8%에 해당하는 216만 3900명이었다. 이것은 1998년 경제위기 당시의 45.1%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2009년의 정리해고 퇴직자는 91만 5300명으로 19.4%였다. 이 비중도 1998년의 19.9%와 차이가 없다. 1998년은 국가부도 위기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으면 고용사정과 기업의 정리해고 관행이 과거보다는 개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총퇴직자 수에서 비자발적 퇴직자의 비중도 변하지 않았고, 넓은 의미의 정리해고 근로자의 비중도 줄지 않았다. 경제 위기가 끝났음에도 근로자는 여전히 위기상황이고, 기업은 정리해고로 비용을 줄이려는 악습을 버리지 못한 증거이다. 다른 데서 본 피해를 근로자로부터 보상받으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다양한 정책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도 정책적으로 무대응이다. 정리해고는 위험한 정책수단이다. 기업의 군살빼기에 좋은 수단으로 보이지만 사회비용 초래라는 독을 품고 있다. 양산된 실직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정부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고, 예산 확보를 위해 국민은 세금 부담을 늘려야 한다. 이 논리에 따라 IMF 경제위기 후 기업은 돈을 벌었고, 시민들은 기업이 버린 실직자를 위해 더 오른 세금을 내야 했다. 기업은 돈을 쌓았고, 시민은 궁핍해졌다. 이것을 방증하는 통계수치가 개인과 기업의 저축률 차이이다. 1998년 개인 저축률은 18.6%였으나 2003년에는 5.9%로 추락했고, 2010년 현재 5.0%에 불과하다. 반면에 기업 저축률은 1998년 9.1%였으나 2003년 14.9%로 폭등했고, 2010년 현재 20%에 이르고 있다. 개인과 기업의 대반전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진보가 10년, 보수가 3년 동안 집권했다. 그런데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도입한 정리해고라는 비상조치가 관행으로 자리 잡게 방치했다. 진보 정권 10년 동안 정리해고 외의 정책수단 도입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잘하는 기업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미래에 천문학적 사회비용을 떠안기며 창출한 이익은 이익도 아니고, 경쟁력도 아니다. 거품이자 미래 세대의 부채일 뿐이다. 기업이 줄도산을 해야 경제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가난이 누적되어도 국가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 [테마로 본 공직사회] 공공기관장 공모 어제와 오늘

    2004년 4월 ‘정부 산하기관 관리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산하기관장 공모제 원칙이 정립되었다. 이후 이 법은 3년이 지난 2007년 4월 폐지되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인사권 청와대가 다 가져가” 과거 정부부터 지금까지 공공기관장 선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현 정부 들어서 관료들이 독점하는 자리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일반 기업인이나 전문인력 등에도 문호를 개방해 어느 정도 성과도 냈지만 어디까지나 구색 맞추기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상황에 따라 정부 입맛대로 기관장을 정하는 악습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반면 고위 공직자들은 상대적으로 기관장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볼멘소리다. 사회부처 한 고위공직자는 참여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의 기관장 공모에 대한 차이점을 지적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산하 기관장 자리가 10개면 7대3 정도로 부처 몫이 더 컸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는 정 반대 현상이 돼 버렸다는 불만이다. 그는 “원칙적으로 기관장 인사권을 청와대가 다 가져갔고, 부처에서는 1급 퇴직자리 마련을 읍소해야 겨우 자리를 가져오는 식이 돼 버렸다.”며 “이 때문에 공무원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장을 낙하산으로 앉히는 풍토 역시 여전하다. 낙하산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내정된 사람들 심기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이런 케이스로 수장의 자리에 오른 현직 한 공기업 사장은 “현 정부 들어서 2년여 정도 야인생활을 하다가 지금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며 “아무리 선거캠프에서 공을 세웠더라도 불러주지 않으면 백수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데, 늦게라도 부름을 받았는데 좋은 자리, 싫은 자리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내년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게 되면 3년 임기와 상관없이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산하기관장 공모가 잇따르면서 기관장 연봉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공기업들은 기관에 따라 기관장 연봉이 천차만별이다. 반면 정부 산하기관장 연봉은 하나로 통일돼 있다. ●산하기관장 연봉은 통일 기획재정부가 밝힌 ‘2010년 공기업 결산결과’ 참고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산은금융지주 기관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각각 4억 5167만 6000원을 받아 공기업 기관장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이 4억 3200만원, 한국수출입은행장이 4억 3178만 8000원, 한국투자공사 사장(3억 9118만 4000원), 코스콤(3억 9072만 9000원), 강원랜드(3억 7110만8000원), 한국거래소(3억 4351만 7000원), 한국과학기술원(3억 4200만원) 등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부처 관계자는 산하기관장 연봉과 관련, 일괄적으로 모두 1억 754만 2000원으로 정해졌다가 공기업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부터 5%를 일괄 인상했다고 밝혔다. 현재 1억 1500여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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