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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의 속사정] “무오류 신화에 갇힌 檢…잘못 인정도 바로잡지도 않는 게 문제”

    [검찰의 속사정] “무오류 신화에 갇힌 檢…잘못 인정도 바로잡지도 않는 게 문제”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시절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강압수사를 반대하다가 검찰을 떠난 임수빈(57·사법연수원19기) 변호사는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는 이유에 대해 “무오류 신화에 빠져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서울대 박사 논문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과 저서 ‘검사는 문관이다´에서 표적수사, 타건 압박수사 등 잘못된 수사 관행과 공소권 남용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법무법인 서평 사무실에서 만난 임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절 잘못된 수사 관행에 대해 털어놨다. 야간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이 지금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초임 검사 시절부터 피고인을 새벽 4~5시까지 조사하면 자백받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며 “무수히 많은 철야 수사를 했지만 변호사가 되고 나서야 그게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정작 검사들은 수사 관행이 문제라는 걸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누락하는 악습을 검찰 공소권 남용 최악의 사례로 꼽았다. 1990년대 중반에 있었던 한 강도강간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과 경찰이 피의자를 검거한 뒤 피해자 속옷에서 채취한 정액과 DNA를 대조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다른 사람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기소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사 검사는 이를 숨겼고 1심에서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변호인이 이런 사실을 밝혀낸 뒤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피고인 측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뒤 승소했다. 당시 정부 측은 ‘검사는 소추기관일 뿐이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밝히며 검사의 잘못을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임 변호사는 “공소 취소를 했어야 마땅한 사건”이라며 “검사는 단순 소추기관이 아니라 공익의 대변자”라고 강조했다. 검찰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임 변호사는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검사가 잘못을 인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검찰 시스템 자체가 오류를 시정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검사도 얼마든지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른 검사가 그 사안을 검토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명 ‘별건수사´로 불리는 타건 압박수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서에서 별건수사 사례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꼽았다. 검찰은 1차로 기소한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 1심에서 무죄가 나오자 곧바로 다른 불법정치자금 사건으로 2차 기소를 했다. 1차 사건은 1~3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고, 2차 사건은 공여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해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그러나 항소심부터 공여자 법정 진술이 배제되며 유죄가 확정됐다. 임 변호사는 검찰이 2차 사건에서 결국 유죄를 받아냈다고 해서 이 같은 일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별건수사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계 등 사회의 주목을 받는 수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검찰의 잘못은 더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1인 기업 등 작은 기업을 수사하기 위해 횡령·배임 등을 핑계 삼아 실제로는 뇌물 수사를 하는 등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변호사로 일한 지 10년 됐는데 그동안 의뢰인 3명이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검사가 큰 그림을 그려놓고 짜맞추다 보면 피의자로서는 검사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생각에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재량을 줄이기 위해 기소기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임 변호사의 생각이다. 기소와 기소유예의 기준이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지 않고 검찰사무규칙에만 규정돼 있는데 이마저도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법원의 양형기준표처럼 기소기준을 점수로 만들어 일정 점수 이상일 경우만 기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양형기준제가 법원 판결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된 것처럼 기소기준제를 도입하면 검사의 기소도 시민의 신뢰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 참여를 통한 검찰권 통제도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지금처럼 검찰이 시민위원을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시민을 무작위로 추출해서 시민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며 “의뢰한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이 수사·기소하는 모든 사건을 검토하고 기소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남편이 “이혼” 3번 말하면 강제 이혼되는 무슬림법 금지

    남편이 “이혼” 3번 말하면 강제 이혼되는 무슬림법 금지

    인도 정부가 이른바 ‘탈락’(talaq, 아라비아어로 ‘이혼’을 뜻하는 단어)법을 악습으로 규정하고 법적인 제재에 나섰다. 탈락 또는 탈라크로 불리는 이 법은 무슬림 부부 중 남편이 이혼을 뜻하는 ‘탈락’을 3번 말하면 일방적으로 이혼이 성립되는 법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모든 무슬림이 이를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소수 무슬림사회에서는 여전히 이른바 ‘트리플 탈락’ 관습이 유지돼 왔다.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근래에는 이혼을 원하는 남편이 전화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탈락’을 3차례 말한 뒤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이러한 관습이 ‘여성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칼’ 이라고 표현하며, 여성에게 지극히 불리한 악습이라고 비난해왔다. 결국 인도 최고법원은 지난해 8월 이 관습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고 이후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야당의 지속적인 반대 탓에 상원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부결됐다. 하지만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인도 정부는 트리플 탈락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으며, 대통령 승인 직후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시작된다. 단 이후 의회가 6개월 이내에 승인하지 않으면 효력은 사라진다. 인도 법무장관은 “지난해 최고법원의 판결 후에도 트리플 탈락 사례가 201차례나 보고됐다”면서 “이웃국가인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 22개국은 이미 트리플 탈락을 금지하고 있다”며 의회 승인을 호소했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관가 블로그] “갑질 감사”vs“일방 주장”… 행안부 감사 진실게임

    [관가 블로그] “갑질 감사”vs“일방 주장”… 행안부 감사 진실게임

    “車 안에서 굴욕 조사… 시청선 몸수색” “공금 편취 제보 확인 과정 오해 생겨” 조사관은 감사 배제… 주무관은 잠적행정안전부가 최근 ‘갑질 감사’ 논란으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경기 고양시 공무원이 행안부 조사관으로부터 인권침해 수준의 감사를 받았다고 폭로했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행안부가 지방자치단체 관리 감독 권한을 악용해 악습을 자행했다”고 주장합니다만, 다른 쪽에서는 “개인의 일방적 주장만 듣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지난 1일 경기 고양시 시민복지국 소속 A주무관이 시청 내부게시판에 “행안부 B조사관을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달 30일 A주무관은 “시청 주차장 공터로 나와 달라”는 행안부 직원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가 조사관 2명이 탄 개인 차량에서 약 1시간 30분 동안 굴욕적인 취조를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B조사관은 “이미 우리가 확보한 자료만으로도 (당신을) 끝내버릴 수 있다”면서 “부당하게 사무관리를 집행한 사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적으라”고 윽박질렀습니다. 또 감사 업무와 관계없이 가정사와 자녀 문제, 결혼 생활도 캐물었습니다. A주무관은 공무원을 사칭한 범죄자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것이 빌미가 돼 또다시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이튿날 문제의 행안부 조사관들이 A주무관을 찾아와 경찰 신고를 비난하며 시청 감사팀에 소지품 검사와 몸수색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A주무관의 하소연은 지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켜 ‘행안부 갑질 감사’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B조사관의 구속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게재됐습니다. 행안부는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습니다. “지난 7월 행안부 익명 비리 제보방에 A주무관의 공금 편취 의혹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일부 사실이 확인되자 A주무관이 감사 거부에 들어갔고, 결국 조사관 2명이 직접 찾아가 그에게 확인서를 받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겼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B조사관은 감사 업무에서 배제돼 대기 발령 상태이며 경찰 수사도 받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6일 앞으로 조사관의 신분을 명확히 밝히고 개인 차량 등에서 조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선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A주무관이 휴대전화를 꺼놓은 채 잠적하면서 행안부의 긴급 발표가 취소됐습니다. 현재 A주무관과 B조사관의 진술이 180도 달라 A주무관에 대한 추가 조사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행안부는 A주무관에 대한 비위 여부도 조사하기 위해 경기도에 제보 내용을 이첩했습니다. 과연 갑질 감사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시간이 좀더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병력 50만명으로 줄지만 정예화…군 전력 영향 없어”

    “병력 50만명으로 줄지만 정예화…군 전력 영향 없어”

    국방부는 2019~2023년 진행할 ‘국방개혁 2.0’의 청사진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장군 정원 대폭 감축, 군 병력의 감소 및 정예화, 군 장병 월급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이 개혁안을 놓고 군 병력 감축에 따른 국방력 감소 등 논란이 불거졌다. 국방개혁 2.0의 실무책임자인 김윤태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은 23일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방연구원이 진행한 워게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국방개혁으로 현재 61만 8000명인 군 병력이 50만명으로 줄지만 정예화를 완료해 128만명의 북한군 공격을 충분히 최전선에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상비병력 50만명으로 국방에 문제가 없겠나. -요즘 전쟁은 병력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된 군 구조로 전환하는 추세다. 또 20세 남자인구가 현재 35만명에서 2022년에는 25만명으로 4년 만에 10만명이나 줄어들기 때문에 군 정예화는 더이상 늦출 수 없다. 중국도 400만명 이상의 상비병력을 220만명 수준으로 감축했고 일본 역시 25만명 수준이지만 세계 8위 군사력으로 평가받는다. →북한군은 128만명이나 된다는데. -무기체계 성능은 비교할 수 없이 우리가 우위다. 국방비 투자 자체가 북한은 연평균 약 4조원이고 우리는 43조원이다. 전문가들은 첨단무기체계 능력을 군사력의 90% 이상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한국국방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국방개혁으로 정예화된 부대 50만명으로 북한 재래식 공격에 충분한 방어 능력이 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시뮬레이션에 대해 좀 자세히 알려 달라. -지난해 12월에 국방연구원에서 수행한 것으로 JICM(Joint Integrated Contigency Model)이라는 전쟁 모의 모형, 즉 워게임 분석이다. 현재 61만 8000명의 병력보다 국방개혁 후 50만명의 정예화, 첨단화된 부대가 북한의 재래식 공격(핵무기 제외)에 대해 방어 능력이 우세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연구소 관계자는 현재는 비무장지대 민간인 통제선 이내에서 방어가 힘든데 국방개혁 후에는 이 같은 방어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인구 절벽과 군 복무 축소(21개월→18개월)에도 군 50만명 유지가 가능한가. -전환복무(의경·해경)를 폐지하고 대체복무(이공계 대학원생 등)를 중장기적으로 일부 조정할 것이다. 또 과학계의 우려처럼 대체복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다. 군 입대 신체검사도 키, 몸무게 등의 면에서 정상화할 계획이다. →만일 남북 관계가 급격히 진전되고 군사 긴장이 완화되면 국방개혁 내용도 변하나. -국방은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라는 관점에서 (북측의) 불가역적인 (군사) 조치가 있기 전에는 움직이기 어렵다. 다만 이와 별도로 남북 관계의 호전 가능성도 충분히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조정 계획, 즉 플랜B도 별도로 수립해 가고 있다. 하지만 플랜B에도 군사력 약화에 대한 내용은 없다. 평화 국면에도 강한 군사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현 정부의 기조다. →군 장병에 대한 휴대전화 사용 및 병사 외출 허가, 제초·제설 임무 제외 등이 기강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병 인권과 복지 향상은 진정한 강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최강의 미군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시행하는 군 장병의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의 경우 사전 설문에서 간부들의 찬성 비율은 39%였는데 최근에는 73%로 올랐다. 정서안정 등으로 병사들 간의 마찰이 줄고 병영 악습과 부대사고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 제초업무는 민간에 맡길 것이다. 제설업무는 겨울에만 발생하고 긴급성도 있기 때문에 부대에 장비를 공급해 주로 부사관들이 맡게 될 것이다. →여군 비율을 2022년까지 8.8%로 올린다는데 그래도 주요국 평균인 10.4%에 못 미친다. -맞다. 8.8%가 되면 여군이 1만 7000명이 되는 건데 부족하다. 장기적으로 20%까지는 가야 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늘리기는 힘들다. 인력 정책이나 시설 정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전방에 여군 소대장을 보내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여성 전용 샤워시설 등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여군 소대장은 올해 안에 전방 배치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최영미 시인 “고은의 손해배상소송, 그의 장례식 될 것”

    최영미 시인 “고은의 손해배상소송, 그의 장례식 될 것”

    ‘미투’ 고발로 문학계의 고질적인 성폭력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이 자신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고은 시인에게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 시인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소송대리인을 선임했다”며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분명한 사실이 있다”며 “제가 술집에서 그의 자위행위를 목격했다는 사실. 제 두 눈 뜨고 똑똑히 보고 들었다”고 강조했다. 최 시인은 “오래된 악습에 젖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족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고 주장했다. 또 “이 재판에는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으므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며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 시인 외에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최 시인 소송대리인인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은 피해자를 공격하고 자신의 위법행위를 덮는 피해자를 향한 ‘2차 피해’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고래 피로 붉게 물든 바다…전통일까, 악습일까

    고래 피로 붉게 물든 바다…전통일까, 악습일까

    고래의 피로 해안가 전체가 붉게 물들어버린 바다의 충격적인 모습이 공개됐다. 사진 속 장소는 북대서양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있는 덴마크령 페로 제도(Faeroe Island)로, 18개의 작은 섬들로 이뤄진 나라다. 이곳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해마다 이맘 때, 검은고래 수십 마리를 사냥해 식량으로 썼다. 검은고래의 고기와 지방은 주민 5만 여 명의 소중한 겨울 식량이 돼 왔지만, 식량을 준비하는 모습만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지역에서는 해마다 단 한 번, 수십 마리의 검은고래를 해안으로 몰아넣은 뒤 사냥해왔고, ‘그라인다드랍’(grindadráp)으로 불리는 이 전통은 몇 세기 동안 전해져왔다. 사람들은 고래를 해변으로 밀어붙인 뒤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며, 이러한 사냥에는 어린 아이들도 참여한다. 최근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 본 영국의 대학생 알래스테어 워드(22)는 “이곳 주민들이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그저 할 말을 잃고 바라만 봤다”면서 “매우 화가 났지만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고 밝혔다. 멸종 위기에 놓인 고래를 보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자 이곳 주민들은 “가능한 고래들을 덜 고통스럽게 죽이고 있다”면서 “매년 한 번뿐인 이 행사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개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파도 제도 근처에는 10만 마리의 검은 고래가 서식하고 있다. 우리가 매년 사냥하는 것은 800마리에 불과하며 고래들의 지속가능성을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덴마크는 유럽연합(EU)의 고래사냥 반대법안에 서명해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페로 제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페로 제도가 덴마크령이기는 하지만 외교권을 포함한 대부분의 권리를 자체적으로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일본 와카야마 현의 다이지 마을에서도 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돌고래 사냥을 하고 있으며, 페로 제도와 함께 국제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공무원들 지켜보는데…시의원이 의장에게 “또라이” 막말

    공무원들 지켜보는데…시의원이 의장에게 “또라이” 막말

    시의장 출신의 시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의장에게 ‘또라이 같은 ○○’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전남 순천시의회 본회의장. 2018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 의결하기 전 예산 편성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의원간 설전이 벌어졌다. 일자리와 폭염지원 예산 27억원을 추경예산 성립 전 사용할 수 있는가 여부로 논쟁이 붙었다.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는 의견이 많아 5대 4로 통과된 사안이었다. 서정진(52) 순천시의회 의장은 “지방 재정의 신속집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성립전 사용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행전안전부가 내린 만큼 위법사항이 아니다”며 “법제처에 문의해 법 위반시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상임위부터 줄곧 문제를 삼아온 김병권(52) 의원은 “시·군비를 사용토록 한 정부의 운영방침은 지방재정법 위반으로 성립전 예산편성에 해당되지 않고 지방분권 정신에도 위배된다”며 반대표결을 요구했다. 이 문제를 놓고 둘 사이에 위법이다, 아니다라는 말이 오가는 동안 김 의원이 서 의장에게 ‘또라이구만, ○○ 저거’, ‘뭔 짓거리야?’라며 비속어와 막말를 퍼부었다. 이 자리에는 허석 시장 등 집행부 공무원들이 참여하고, 모니터를 통해 모든 직원들이 고스란히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공무원들은 순간 아연실색했다. 7대 순천시의회가 4년 내내 의원들간 감정싸움을 벌여온 악습이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나 하는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3선의 서 의장과 4선 김 의원은 66년생 동갑이지만 순천시의회 7대 후반기 의장 선거를 놓고 감정 골이 쌓였다. 전반기 의장을 했던 김 의원이 후반기 의장으로 또다시 출마하면서 두 사람 모두 떨어졌다. 이후 지난달 8대 전반기 시의장 선거에서 다시 경쟁한 두사람은 끝까지 양보하지 않는 험악한 분위기를 이어가다 결국 서 의원이 단독 출마해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 때문에 이번 충돌도 둘 사이에 앙금이 남아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서 의장은 일촉즉발의 순간 감정을 삭인 채 무사히 회의를 끝내 공무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서 의장은 “상사·도사·남제동 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는데 또라이 새끼라는 말을 들어 확 열이 났다”며 “그래도 의장이니까 정상 진행은 하지만 앞으로 이런 부분은 지양해 달라”는 말로 원만히 마무리 지었다. 현장에 있었던 시청 직원 김모(58) 씨는 “공개석상에서 의장이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원활한 의회진행에 애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타 시군에서도 폭염 예산을 긴급으로 처리해 사용했는데도 순천시만 안된다고 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트집잡기로 보여 보기에 민망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 의원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시민 이모(56) 씨는 “의장을 했던 사람이 토론장에서 반말을 하고, 저속한 표현을 하는 처사는 품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시민들에게 존경 받을 수 있도록 의원들 스스로 품격을 높여 나가도록 힘써야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추경예산안 표결에는 재적의원 23명중 찬성 16명, 반대 7명으로 가결됐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밭일에 한국말 왜 배워” 욕하고 “빈손으로 온 주제에” 손찌검…나는 ‘코리안 시월드’ 노예였다

    “밭일에 한국말 왜 배워” 욕하고 “빈손으로 온 주제에” 손찌검…나는 ‘코리안 시월드’ 노예였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흔히 보이던 이런 문구의 현수막은 이제 자취를 감췄지만 베트남 처녀들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1990년대 중국 동포 여성부터 2000년대 베트남,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까지 한국인은 20여년간 다양한 국가의 여성과 결혼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한 결혼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 여러 문제를 낳기도 했다. 결혼 이주여성들은 엄마, 아내, 며느리로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됐지만 이들에 대한 숨겨진 폭력은 여전하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국에 왔으나 결국 결혼 생활을 접은 세 여성의 한국살이를 통해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안의 이중 잣대를 돌아본다. 각 사례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상담 사례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네 것은 이불 한 장도 없어” 한국 생활 3년째 되던 해 나는 집에서 쫓겨났다. “너 같은 사람은 필요 없다” 시어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시어머니는 남편이 나를 때리기 시작하자 오히려 내가 못 들어가도록 대문을 걸어 잠갔다. 잘못한 건 남편인데 나에게 겁을 주려고 그랬던 것일까.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가는 여성들이 증가하던 2007년 무렵, 먼저 한국으로 간 사촌언니들을 보며 나도 막연히 한국행을 꿈꿨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던 친정 엄마는 “네 인생은 네가 선택하는 것”이라며 내 결정에 찬성하셨다. 고향을 떠나며 나는 더 넓은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 확신은 무너졌다. 나는 늘 빈손이었다. 포도 농사를 짓던 남편을 도와 종일 밭일을 해도 내 몫은 없었다. 일당을 받는 남보다 못했다. 시어머니는 “넌 빈손으로 왔잖아”라며 용돈 한 푼 주지 않았다. 그러니 병원을 가거나 아이 물티슈 하나를 사더라도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했다. 너무 답답해 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남편은 “외국인은 못 만든다”고 했다. 1년이 지나서야 그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시댁은 한국어 공부도 반대했다. 아이가 크면 ‘한국어 못하는 엄마’에 대해 실망할 것 같아 수업을 듣고 싶다고 부탁했지만 남편과 시어머니는 “밭일에 무슨 한국어가 필요하냐”, “돈 주고 데려온 네가 무슨 공부냐”고 몰아세웠다. 어학당은 끝내 가지 못했다. 남편에게 나는 아내가 아니라 일꾼이다. 남편은 일이 잘 안 풀리면 나에게 욕설을 했다. 그 욕설은 어느 순간부터 손찌검으로 변했다. 그렇게 참으며 6년을 버틴 결혼, 아니 감옥 생활은 양육권마저 빼앗긴 채 허무하게 끝났다. ●상처만 안고 한국을 떠나다 5년 전에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티켓 없이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를 줄 상상도 못했다. 베트남어 기내 방송이 어색하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복잡한 한국의 도심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 내 고향은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소수민족 마을이다. 옆 마을과 언어도 풍습도 다른 작은 집성촌이다. 사랑하는 고향이지만 내게 큰 상처를 준 곳이기도 하다. 남성이 원하는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 아내로 삼는 악습 때문이다. 열세 살 되던 2003년 나도 이 악습의 피해자가 됐다. 납치, 강제 혼인, 출산까지 하자 친정 식구들도 나를 받아 주지 않았다. 결국 쫓겨나다시피 고향을 떠났다.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 미래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국제결혼을 알게 됐다. 2012년 어느 더운 여름날 한국에 왔다. 중개업자를 통해 만난 남편은 약속과 달리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적응에 정신없던 결혼 5개월째, 기억조차 고통스러운 악몽이 시작됐다. 시아버지는 계속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 단둘이 남은 어느 겨울날. 그는 안방으로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그러더니 커피를 내려놓는 내 손을 잡아채고 옷 속에 손을 넣었다. 도망가라는 경고처럼 머릿속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도망친다 한들 한국말도 못하는 나를 누가 믿어 줄까. 그는 과도를 들고 나를 협박했다. 그 일이 있고 열흘 후, 그는 거짓말로 나를 유인해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화장실에서 베트남 친구에게 가까스로 전화를 했다. 경찰이 왔고 재판이 시작됐다. 시아버지는 계속 합의된 관계라고 우겼다. 그런데 법정 싸움이 끝나기 전 나에게 또 다른 송사가 닥쳤다. 남편이 혼인 무효 소송을 낸 것이다. 내가 베트남에서 출산한 걸 속였다는 이유였다. 납치로 인한 출산도 혼인 무효에 해당되는지를 두고 법정에서 5년을 다퉜지만 난 결국 소송에서 졌다. ‘사기로 인해 혼인 의사를 표시한 것’에 해당된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내가 겪은 인권침해는 고려되지 않았다. 5개월의 결혼 생활, 5년의 법정 싸움이 끝나고 상처만 안은 채 나는 돌아간다. 한국도 고향도 아닌 어딘가에서 새 살이 돋을 거라고 믿으며. ●우리 ‘동포’ 맞나요 동포(同胞). 같은 배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 동포인 나를 형제, 자매로 생각할까. ‘절반의 한국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인인 듯 한국인 아닌 존재랄까. 가끔은 나 자신도 원래 한국 국적인 사람과 나를 구분한다. 한족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중국에서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우연히 중국에서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왔다. 4년의 독박 육아에 지쳐 갈 때쯤, 한국어 통역을 하며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변 이주여성들을 돌아보니 식당이나 공장에 다니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한국 화장품을 팔며 다들 열심히 살았다. 나도 내 경험을 살려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직은 어려웠다. 사람들은 나를 이중 언어 구사자로 보기보다 ‘외국 며느리’로만 봤다. 그러다 2006년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사회적으로 ‘다문화 붐’이 일면서 한국어 수업 등 이주여성 대상 프로그램이 생겼다. “이거다” 싶었다. 남편에게 부탁해 다문화 강사 교육을 받고 2년간 열심히 이주여성들을 도왔다. 그렇게 실력도 인정받고 보람도 느낄 무렵, 남편의 폭력이 시작됐다. 내가 일을 나간 뒤 남편은 일을 그만뒀는데, 실업 기간이 길어지며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생활비와 남편의 대출금까지 감당하기를 몇 달, 결국 6살 딸아이를 안고 집을 나와 쉼터로 향했다. 그때부터 나는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살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틈틈이 동대문을 기웃거리며 일거리를 찾아 ‘투잡’을 뛰었다. 그렇게 낮에는 강사로, 밤에는 장사를 하며 버티고 있다. 내 손으로 벌어 아이와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 그것이 고된 삶을 버티는 유일한 힘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10살 소녀, 아버지로부터 ‘할례’ 받은 후 과다출혈로 숨져

    10살 소녀, 아버지로부터 ‘할례’ 받은 후 과다출혈로 숨져

    소말리아의 한 남성이 직접 자신의 10살 된 딸에게 할례를 행하다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성 외부성기의 일부를 절제하는 여성 하례의 인습은 기원전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욕을 억제해 정조를 지킨다거나 절제를 해야 비로소 한 사람의 여성이라는 사고 가 할례라는 악습을 만들어냈다. 비위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해서 각국 정부는 여성 할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할례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을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해외 언론의 5일 보도에 따르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50㎞ 떨어진 지방에 사는 디파 다히르 누르(10)라는 이름의 소녀는 지난달 15일, 집에서 아버지로부터 할례를 받았다. 제대로 된 의료기기도, 전문가의 숙련된 의료기술도 없이 할례를 받은 이 소녀는 이틀 뒤 과다출혈 및 파상풍으로 결국 숨지고 말았다. 당시 이 소녀의 세 자매 역시 함께 할례를 받았고, 아버지는 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은 도구 하나로 네 자매의 할례를 진행했다. 이번 사건은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여성할례금지를 위한 단체인 ‘이프라흐 파운데이션’(Ifrah Foundation)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해당 단체는 현지 정부에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소말리아 부총리는 해당 사건의 피의자인 소녀 아버지를 기소하고 법적 처벌을 고려하겠다는 뜻 밝혔다. 만약 기소가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소말리아 역사상 할례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이를 처벌하기 위한 최초의 움직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소말리아 부총리는 “21세기에 소말리에아서 여성 할례가 자행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며, 여성 할례는 소말리의 문화라고 볼 수도, 이슬람 전통이라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할례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기소는 소말리아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법무장관은 “법무부 직원이 직접 나서 소녀가 숨진 마을에서 자세한 사건 정황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니세프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15~49세 여성의 수술경험자 비중은 소말리아가 98%로 가장 높고 기니 97%, 지부티 93%, 시에라레리온 90%, 말리 89%, 이집트, 수단 각 87% 등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전직 수장들이 줄줄이 구속·소환된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것이다. 공정위 전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어제 노대래 전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같은 혐의로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동수 전 위원장도 소환한다. ‘경제 검찰’이니 ‘공정’이니 하는 이름표를 반납해야 할 판이다. 이번 사태는 공정위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충격이다. 37년 공정위 역사상 위원장과 부위원장 출신들이 한꺼번에 구속되고 줄소환된 일은 처음이다. 그 사유가 딴것도 아니고 대기업과 짬짜미한 ‘슈퍼 갑질’이다. 그동안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기업체 재취업은 뿌리 깊은 관행으로 소문이 짜했다. 암묵적 악습을 뿌리 뽑자는 비판 여론이 거셌는데도 알고 본즉 수장들이 불법 고리를 앞장서 엮은 사실이 낱낱이 들통났다. 검찰에 구속되거나 소환된 수장들의 혐의는 거의 판박이다. 풍문으로만 듣던 관행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진행됐는지 미뤄 짐작할 만하다. 구속된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은 4급 이상 퇴직 간부 17명의 특혜 채용을 알선한 혐의를 받는다. 인사 부서인 운영지원과에서는 ‘퇴직자 관리 방안’이라는 문건을 만들어 재취업 리스트를 따로 관리했다. 행정고시 출신은 2억 5000만원선, 비고시 출신은 1억 5000만원선으로 재취업 연봉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2+1’이라는 재취업 원칙도 요지경 속이다. 2년의 취업 기간이 끝나면 공정위의 자체 의견에 따라 1년 더 연장하는 방식이다. 이런 갑질 전횡이 또 없다. 공정위의 칼끝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로비 수단으로 취업 요구를 알아서 들어줬으니 그들끼리의 ‘윈윈’ 거래인 셈이다. ‘전관예우’ 재취업 관행은 기업체뿐 아니라 대형 로펌에서도 심각하다. 그 사실을 국민도 이제 다 알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 혁신을 떠들썩하게 약속했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는 특단의 개혁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국민 불신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 또 체육인 홀대… 바뀌지 않는 순천시체육회

    “전임부터 악습 되풀이” 부글부글 사무처장 직책 신설 ‘옥상옥’ 지적도 전남 순천지역 체육인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순천 체육을 이끄는 시 체육회 임원들의 면면이 수준 이하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상임부회장은 70대 고령인 데다 사무처장 자리를 10여년이나 운동과 무관한 사람이 계속 차지하고 있어서다. 시는 지난 25일 최귀남(71) 상임부회장, 이옥기(56) 사무처장, 정영근(52) 사무국장 등 체육회를 이끌 신임 집행부를 임명했다. 체육인들은 전임 시장 때부터 전문 체육인들을 홀대하더니 과거 악습을 되풀이한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시 체육회는 49개 가맹단체에 회원이 3만 5000여명이다. 시의원 출신인 이 사무처장은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후 허석 시장의 선거를 도왔다. 엘리트 체육을 전공하지 않은 데다 체육인 사이에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을 정도인데도 요직을 안긴 것이다. 전임 시장 시절 사무처장을 연임했던 김모(64)씨는 순천농협 지점장 출신이었다. 조충훈 당시 시장의 인척 조모씨(53)도 광양제철소 협력 업체에서 일했던 체육 문외한이었지만 사무국장을 맡았다. 시 체육회는 2016년 전남 22개 시·군 중 드물게 사무처장 자리를 신설했다. 기존 사무국장에서 한 단계 올리고 사무국장도 새로 뽑았다. ‘옥상옥’이라는 눈총을 받는 이유다. 이후 시는 상급 단체인 전남도 체육회에 사무처장 승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 체육회는 “전남도에 있는 자리인데 똑같은 명칭을 사용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시는 정식으로 인가받지 못한 상태인데도 사무처장 명칭을 3년째 사용하고 있다. 시 체육회가 시장 측근 자리 챙기기로 변질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이러는 동안 순천은 인구 규모로 도내 두 번째 도시임에도 지난 10여년간 도민 체전에서 우승을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김모(56·연향동)씨는 “체육회 새 임원들이 잘 헤쳐 나갈지 의문을 갖게 된다. 개성에 따라 50개 가까운 단체로 흩어진 이들을 어떻게 화합시킬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대법관 1명 年 3000건 배당…솎아내기 바빠, 최고 억대 전관 도장값·재판비에 ‘탈탈탈’

    한 사건에 대해 세 번 심판 받을 수 있는 ‘3심제’는 독일·프랑스 등 대륙법계의 재판 원칙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실제로 세 번 재판 받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심불 기각률(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된 비율)은 민사 재판 77.2%, 행정 재판 76.4%, 가사 재판 86.8%에 이르렀다. ● 대법 ‘저비용·고효율 재판’ 위해 불가피 한 해에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심 사건이 3만건이 넘고 이를 처리할 대법관은 12명뿐이라 대법관 1명당 연 3000여건이 배당된다. 그래서 법률심만 다루는 상고심 성격에 안 맞는 사건은 심불 처리로 솎아 낼 수밖에 없다고 법원은 설명한다. 대법원 입장에서 심불 기각은 ‘저비용·고효율 상고심 재판’을 구현하는 장치인 셈이다. 반면 상고이유서를 정성 들여 써 냈던 재판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영문도 모른 채 한 줄짜리 심불 기각 판결문을 받아들고 있다고 항변했다. 어떤 사건이 심불 처리되는지를 알 수 없어 ‘깜깜이 상고’를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 기각돼도 전관 수임료 오롯이 지불해야 ‘전관 도장 값’은 심불 기각이 키운 법조계의 대표 악습이다. 변호사 업계엔 ‘고위 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 도장이 상고장에 찍혀 있어야만 심불을 피한다’는 정설이 있다. 대법원은 극구 부인하지만 ‘도장 값’ 위력을 믿지 않는 변호사나 재판 당사자는 없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소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 의뢰인만 대법원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2006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나온 자료를 거론했다. 당시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심불 처리율은 6.6%인 반면 일반 변호사들의 경우는 40%대란 자료가 발표됐다. 임 교수는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억울함을 풀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대법원까지 갔는데 ‘자세히 들여다볼 가치가 없다’고 하면 국민 입장에서 허탈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법조인들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수임료가 보통 억 단위라고 말했다. 법조계 한 원로 변호사는 “일반 변호사 수임료는 심급이 오를수록 단계적으로 낮아지지만, 전관 변호사는 상고심만 담당하고도 수임료는 오히려 더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전관이 수임하면 심불 기각 판결이 나와도 수임료는 다 가져간다”면서 “작은 로펌이나 변호사 사무실에선 심불 기각 판결을 받지 않으면 ‘로또 맞았다’고 말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관을 쓰지 않을 때에도 인지대·송달료 등 재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인지대는 항소심이 1심의 1.5배, 상고심은 1심의 2배로 는다. 변호사 업계 반발로 법원이 2012년부터는 심불 처리되면 상고심의 인지대 절반을 반환하지만, 여전히 절반은 반환받지 못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실제 5대 로펌 중 한 곳이 몇 년 전 억대 인지대를 부담하고도 심불로 기각됐다”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문제가 증폭됐다”고 전했다. ● 행정·특허 ‘시간 벌기’… 가사 ‘울분 풀기’ 가사·행정·특허 사건의 심불 처리율은 민사보다 높다. 행정·특허 사건의 경우 10개 중 1건 정도를 정식 심리하는 구조인데도 불구하고 상고심까지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재판 확정을 지연시켜 행정·특허 관련 처분의 유효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공대호 법무법인 혜안 변호사는 “행정소송은 취소·무효 사건이 대부분이고 소송가액(소가)도 낮아 끝까지 가 보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사 사건의 경우 감정적 요인으로 대법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심리불속행 <하>편에서는 대법원의 자의적인 심불 처리 기준, 상고심을 그렇게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된 속사정 등을 다룹니다.
  • [사설] 박보영 전 대법관 소신 결단, 원로법관제 개선 계기 되길

    지난 1월 퇴임한 박보영(57) 전 대법관이 전남 여수시 시·군법원 판사에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전직 대법관이 3000만원 미만의 소액 및 즉결 심판 사건을 다루는 소도시 법원에서 판사 임용을 희망했다는 것은 ‘사건’이다. 대법관 출신이 개업하거나 로펌에 들어가면 가만히 있어도 수억원대의 수임료를 받는 전관예우가 암암리에 통하는 것이 우리 법조계의 현실인 탓이다. 그의 소신 행보는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판사의 꽃’인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친 뒤 시·군법원 판사를 지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법부의 대표적 적폐로 꼽히는 전관예우 관행의 정점에 있는 이들이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다. 대법관 퇴임 직후 유명 로펌에 모셔지거나 개업을 하면 선임계에 도장 하나만 찍고도 3000만원을 받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안대희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활동으로 5개월간 16억원을 벌었던 사실이 드러나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했다.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및 개업을 퇴임 후 2년간 제한하는 제도는 이런 폐단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이다. 사회적 비판 속에 법조계의 자정 노력은 이어지고 있으나 전관예우 악습은 좀체 뿌리 뽑히지 않는다. 박 전 대법관의 소신 있는 결단에 대법원이 유명무실한 현행 원로법관제를 현실에 맞게 손질할 움직임을 보인다니 기대된다. 고위 법관 출신들이 1심의 소액재판을 맡는 원로법관제는 65세 정년에 1심 법원 판사와 동일한 수준의 처우 등 현실적 한계가 큰 탓에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법관이나 원로법관 등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아도 품위를 유지하며 민생에 봉사할 수 있게 실질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전관예우 철폐를 백번 외치는 것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 미국처럼 60세 이상의 경력 판사들에게 시간제 근무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시니어 판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미루지 말고 검토해 볼 만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발전위원회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기 바란다.
  • 기무사 ‘수술’해도 악습 재발 우려…與도 폐지론 제기

    개혁위 “고쳐도 소용없어 폐지 의견도” 추대표 “전면 해체 수준의 개혁 필요” 특사단, 문건 작성 실무자 3명 소환 조사 국방부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위원장 장영달)가 19일 열리는 회의에서 기무사의 존폐 여부를 정식 의제로 논의키로 한 것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여권을 중심으로 기무사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줄기차게 제기되긴 했으나, 기무사 폐지까지 공개적으로 염두에 둔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폐지를 정식 의제로까지 염두에 두는 것은 아무리 ‘수술’을 해도 결국에 가서는 다시 악습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장영달 위원장은 1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계엄령 검토 문건이 노출되면서 기무사를 아무리 고쳐도 뭐하냐, 폐지하자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마침 여당에서 기무사 폐지론이 제기되는 것도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를 대비해 계엄령을 준비했다는 기상천외한 (기무사) 문건에 대해 사실상 윗선이 누구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만일 기무사가 국민이 바라는 개혁을 거부한다면 전면적인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도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문건이 공개된 뒤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유가족 및 미수습자 가족들을 불법 사찰하며 관리 리스트를 만들었다”며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인 개혁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기류가 실제 기무사 폐지로까지 이어질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우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전격적인 지시에 따라 발족한 독립적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 드러날 기무사의 ‘악행’이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폐지가 아니고는 처치 곤란할 정도로 드러난다면 기무사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무사 폐지의 대안이 무엇이냐는 문제는 난제다. 방첩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기무사의 순기능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무사를 폐지하고 다른 군사정보기관으로 외형만 바꾸는 것보다는, 폐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환골탈태시키는 게 현실적이라는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한편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단은 이날 문건 작성에 관여한 기무사 실무자 3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첫 소환 조사로 해당 문건의 작성 경위 등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개 도살 금지 vs 생존권 보장, 개 식용 두고 찬반집회 열려

    개 도살 금지 vs 생존권 보장, 개 식용 두고 찬반집회 열려

    서울 광화문에서 개고기 식용 문제를 두고 동물권단체 회원들과 개 사육 농가의 찬반집회가 열렸다. 개·고양이 도살금지 국민대행동은 1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대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약 1만 5000곳의 개 농장이 있으며, 매년 약 200만 마리의 개들이 처참하고 잔인하게 죽어가고 있다”며 “개 식용이라는 악습이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처참하고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에 대한 도살을 법률에 따라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개정안은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축산물 위생관리법, 가축전염병 예방법 등 법에 따라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한편 개 사육농민들의 단체인 대한육견협회는 같은 날 동화면세점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개 사육 농가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대한육견협회 측은 “식용 개는 개인의 사유 재산”이라며 “동물권단체가 개 사육 농가를 처벌할 권한은 없다. 국가가 잘잘못을 제대로 가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또 “동물권단체들이 개 사육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국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개 사육 농가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국방부 민간 자문위원 “기무사 조직 50% 감축해야”

    문건 성토·軍 정치중립화 촉구 기무사 개혁안 새달 중순 발표 성폭력 기구·양성평등위 신설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과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등에 대해 국방부 민간 자문위원들이 기무사 개혁은 물론 군의 정치 중립화를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또 국방부 내 기무사 개혁위원회는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중순에 기무사 개혁안을 내놓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12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민·군 자문기구)에서는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이날 회의는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등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대책과 군 장성의 부하 여군 성폭행 사건 등에 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민간위원들의 요청으로 긴급히 열렸다. 국방부는 회의에서 “군인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관련, 과거의 악습을 끊고 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근본적 개혁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송 장관도 “기무사와 관련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반면 민간위원인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엄중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됐고, 기무사 개혁과 관련해서는 군인권센터의 기존 주장을 제기했다”며 “또 군의 정치적 중립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임 소장은 기무사의 비대한 조직을 50%까지 감축하고 기무사를 국방부 산하 기무본부로 변경한 뒤 본부장급을 민간 개방직으로 뽑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 내란·반란·이적 등의 특수범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기무사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방첩 기능만 유지하는 방안, 기무사를 감시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 등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국방부 내 ‘성폭력 전담기구’와 ‘양성평등위원회’(가칭) 신설을 추진하는 방안이 결정됐다. 이 중 성폭력 전담기구는 군내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한편 피해자 통합 지원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한편 기무사 개혁위원회을 이끄는 장영달 전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무사 특별수사단이) 수사를 한 달 정도 한다고 하니 우리도 이달 말쯤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되, 적어도 수사가 끝나는 시점이 되면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세비인상 땐 속결, 특활비 폐지 미적… 민주·한국 ‘밥그릇 담합’

    세비인상 땐 속결, 특활비 폐지 미적… 민주·한국 ‘밥그릇 담합’

    국민 2.1%만 특활비 인정하는데 민주·한국 당론 없이 “논의” 말만 질질 끌다간 9월 예산 심사 편성국회의원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정당은 ‘제도 개선’만 운운할 뿐 폐지 방침을 좀처럼 밝히지 않고 있다. 평소 정쟁으로 국회를 마비시키기 일쑤인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이 달린 문제에 대해서는 한통속으로 ‘담합’해 온 악습이 이번에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일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한 참여연대는 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특활비의 지급 중단과 편성 폐기를 거듭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의원들은 특활비 반납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특활비 폐지 당론을 모으는 데 나서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국회 특활비를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CBS의 의뢰로 지난 6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은 특활비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운영위 내 소위를 구성하고 소위에서 논의하자는 방침만 정했을 뿐 당 차원에서 폐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특활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어 보려고 생각했지만 보좌진이 다른 의원들의 눈치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 예산 심사가 시작되는데 거대 양당이 특활비 폐지 방침을 정하지 않고 논의만 질질 끈다면 내년 예산에도 특활비가 자연스럽게 편성될 수밖에 없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전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속히 폐지 방침을 정하고 국회사무처가 구체적인 안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거대 정당들이 국민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예산을 마음대로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총선 직후 의원들은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임기 내 세비 동결을 약속했지만 지난해 12월 세비 중 일반수당을 2.6% 올리고 보좌관을 1명 늘리는 2018년도 예산안을 얼렁뚱땅 통과시킨 바 있다. 다른 예산 항목을 놓고 싸우느라 결국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겼지만 자신들의 밥그릇 항목에서는 일절 이견이 없었다. 당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일부 의원은 개별적으로 세비 인상분을 반납 또는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여야 정당은 전체적으로 미적지근한 모습으로 일관해 세비 인상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됐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국가정보원 등 정부의 특활비를 통제하겠다고 나선 게 정당성을 가지려면 자신들 먼저 떳떳하게 특활비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거대 양당의 담합으로 내부로부터의 개혁이 어렵다면 외국처럼 국회의원 세비나 국회 예산을 외부의 독립기관이 정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극약 처방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농구 문외한… 낮은 자세로 다양한 의견 듣고 협의체 마련”

    “농구 문외한… 낮은 자세로 다양한 의견 듣고 협의체 마련”

    제9대 한국농구연맹(KBL) 수장으로 취임한 이정대(63) 총재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농구판의 인기 부활을 약속했다. 이 총재는 2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프로농구는 동계스포츠의 꽃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의 성장에 발맞춰 더욱 경쟁력을 높여야 할 시기”라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KBL은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원칙에 충실한 행정을 굳건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자세로 팬과 미디어, 농구인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별도의 협의체를 마련해 작은 의견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KBL은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외부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8~19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의 신장을 2m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조롱거리가 됐지만 KBL은 일단 한번 진행해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판의 애매한 판정 문제가 불거질 때도 “판정 시비는 해마다 나오는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문제를 키워왔다. 총재를 맡으려 하지 않아 윤번제로 총재를 뽑기로 해 첫 사례로 현대모비스의 추대를 받은 이 총재는 오히려 비농구인 출신이라 과거의 악습을 끊을 적임자라는 기대가 있다. 이 총재는 “(별도 협의체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망라할 수 있는 별도 자문 협의체가 될 것이다. 이곳에서 개진된 의견을 단장단에서 협의해 집행하도록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외국인 선수 2m 제한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들었다. 가장 논리적이고 합리적 수준에서 의견을 취합한 뒤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총재가 농구판을 잘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선 “기업에 30년 가까이 몸을 담고 경영을 해왔던 사람이기에 농구에 대해 문외한이다. 앞으로 고견을 많이 듣겠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핵잼 라이프] 10일간 개 1만마리 도축… 전통일까 악습일까

    [핵잼 라이프] 10일간 개 1만마리 도축… 전통일까 악습일까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위린시에서 지난 21일부터 개고기 축제가 열린 가운데, 이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중국 안팎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위린시의 개고기 축제는 매년 하지에 시작해 10일간 열리는 지역 전통 축제로, 해마다 전세계 동물보호단체의 거센 비난을 받아 왔다. ●위린시 주민들 “전통” vs 동물보호단체 “폐지” 위린시의 한 주민은 “이곳의 개고기 축제는 오래 지역 전통 중 하나일 뿐이며, 이러한 관습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위린시 개고기 축제에서는 매년 개 1만여 마리가 도축돼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도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개고기 축제에 반대하는 23만 5000여명의 서명을 받은 서한을 발표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일부 동물애호가들은 개고기 축제가 더이상 열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전통은 전통일 뿐이라며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개고기 문화는 중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을 당시 강원도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평창과 강릉 일대에 있는 보신탕 식당 40여곳의 간판을 일반 식당 문구로 바꾸라는 대책을 내놓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 얀 블록하위선은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의 개고기 식용 문화를 비꼬는 발언을 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한국도 개고기 식용 문화 논란 여전 한편 동물보호단체 ‘월드 독 얼라이언스’(WDA)에 따르면 아시아 전역에서 매년 도살돼 유통되는 개는 3000만 마리에 이르며, 이 중 절반은 중국에서 도살되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매년 1000만 마리의 개가 도살돼 고기로 판매되며, 최근 개고기 인기가 높아지자 유기견은 물론이고 중국과 태국, 캄보디아 등지에서 밀수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남편 살해 사형선고’ 수단 소녀, 전세계 ‘조혼 피해’ 청원에 감형

    ‘남편 살해 사형선고’ 수단 소녀, 전세계 ‘조혼 피해’ 청원에 감형

    남편 살해 혐의로 교수형 위기에 처했던 19세 수단 소녀가 전 세계에서 40만명 이상이 제기한 청원으로 사형을 면했다.2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계획적 살인으로 사형이 선고된 누라 후세인(19)에 대해 수단 항소법원이 징역 5년으로 감형하고, 피해자 유족에게 위자료 1만 8700달러(약 20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후세인은 지난해 4월 자신보다 16살 많은 남편과 강제적으로 결혼했다. 그녀는 열다섯 살 때 결혼할 뻔했지만 그나마 학교를 졸업하는 18세까지 기다려 달라고 사정해 미뤄진 것이었다. 후세인은 결혼식 후 남편의 접근을 막으며 저항했다. 그러자 남편은 사촌들을 불러 후세인의 팔과 다리를 제압하고 성폭행했다. 이튿날 또다시 성폭행을 당한 후세인은 흉기로 남편을 찌른 후 부모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됐고 지난달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조혼(早婚) 풍습으로 악명이 높은 수단에서 결혼 최소 연령은 10살이다. 유엔 여성위원회와 유럽연합(EU), 국제앰네스티 등이 조혼 악습에 항의하며 ‘수단 정부에 전 세계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그녀의 생명을 살릴 것을 청원한다’는 후세인 구명 성명을 냈다. 배우 에마 왓슨과 미라 소르비노,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뿐 아니라 줄리아 길라드 전 호주 총리도 소셜 온라인에서 펼쳐진 ‘누라를 위한 정의’(#JusticeForNoura) 캠페인에 동참하며 사형 판결 취소를 촉구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다면 판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 후세인은 이제 “만약 사면을 받는다면 법을 공부해 억압받는 다른 이들을 변호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3월 발간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1200만명의 여자 어린이(만 18세 미만)가 전 세계에서 조혼을 강요당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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