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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성장 앞지른 최대의 「팽창예산」/확정된 내년 예산안 분석

    ◎“조세부담률 18.8%”… 국민 부담 늘어/2조규모 「지방양여」신설,지원 확대/방위비비율 낮추고 개발비확충에 역점 「예산증가율 19.8%」 「조세부담률 18.9%」는 20일 확정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특징짓는 두가지 수치이다. 예산증가율 19.8%는 재정의 안정기조가 정착되기 시작한 83년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조세부담률 18.8%는 정부가 매년 이맘때 발표하는 정부예산안을 기준으로 할 경우 사상최고 수준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초대형 팽창예산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몇년간의 예산증가율을 일반회계 본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83년부터 89년까지는 5.3∼12.7% 사이에서 안정기조를 유지했다. 90년에 18%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예산증가율은 내년에는 19.8%로 높아지게 된다. 내년예산의 경우에는 예산증가율을 좀더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년부터 지방양여세 제도가 신설되면서 일반회계에서 떨어져나가 별도의 특별회계로 독립하게 된다. 따라서 자그마치 일반회계의 8.8%에 해당하는 2조원 가량이 일반회계예산증가율에는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반회계 예산증가율을 낮추기 위한 회계상의 편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작년까지는 이 재원이 일반회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일반회계에 지방양여세를 포함시킬 경우 예산증가율은 28.6%로 높아진다. 이것은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의 경제성장률(경상기준) 12.9%를 두배이상 초과하는 것이다. 즉 정부재정규모는 경제전체의 성장속도보다 두배이상 빠른 속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재정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국민의 세금부담도 무거워진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국민 1인당 80만7천원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돼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90년 정부예산안을 내놓으면서 국민 1인당 올해 부담할 세금이 62만8천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소득대비 세금부담액의 비율인 조세부담률로 환산하면 17.6%가 된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에는 올해 국민 1인당 부담할 세금이 73만2천원으로 늘어날 것 같다고 당초예산에서 밝혔던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 이를 조세부담률로 환산하면 19%로 당초 정부예산안의 17.6%보다 1.4%가 높다. 예산은 불투명한 장래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작성되기 때문에 실적치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어쩔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넘기기에는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고 있다. 예산편성의 토대가 되는 정부의 세수추계가 영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혀 정부재정에 결손이 생기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세수추계를 실제 예상보다 낮추어 보수적으로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에 대한 재무부측의 설명이다. 정부의 세수추계에 얽혀 있는 이같은 전후맥락을 감안하면 내년도 예산에 나타나고 있는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은 매우 낮추어 잡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내년도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1인당 담세액은 90만원,조세부담률은 21%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조세부담률 수준은 우리보다 경제발전단계가 훨씬 앞서 있는 미국의 20.8%(87년기준),일본의 21.4%와 비슷하게 된다. 재정분야 전문가들은 내년이 조세부담률이 20%를 넘어서는 사상 최초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데에 대체로 전망이 일치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이 예산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데 대해 매년 대규모의 세계잉여금 발생과 이에 따른 추경편성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도별 세계잉여금의 발생추이를 보면 86년에 5천5백억원에 불과했던 것이 87년 1조3천7백억,88년 3조3천억,89년 3조1천2백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올해에는 3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의 경우 정부의 설명대로 세계잉여금 발생의 악순환이 멈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올해 예상세입은 세계잉여금 3조6천억원과 일반회계 22조7천억원을 합쳐 26조3천억원으로 잠정 추계되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대로 12.9%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더라도 내년도 예상 세입은 29조7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11.3%로 보았던 것이 16%수준까지 올라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내년도 경제성장률도 12.9% 보다는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이 경우 예상세입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내년 예산에 잡힌 세입규모는 지방양여세를 포함,28조3천억원이다. 최소한 2조원 이상의 세계잉여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예산안의 세출구조에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방위비가 일반회계에서 차지하는 구성비가 28.6%로 80년이후 처음으로 30%선 이하로 떨어진 점을 들 수 있다. 반면에 경제개발비와 지방재정교부금의 구성비는 올해보다 1.6%포인트가 증가해 각각 16.1%,11%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에 대비해 지방재정은 양여세를 포함하면 3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올해보다 42.7%나 늘어난 것이다. 경비성질별로 구분하면 방위비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의 비중은 올해 67.1%보다 1.5%포인트가 낮아진 65.6%에 그친 반면 사업비는 올해의 31.5%에서 33.1%로 다소 높아졌다. 경직성 경비의 구성비가 낮아진 것은 세출구조의 효율적인 운용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 “노동법원 설치를”/21세기위 건의

    노태우대통령은 13일 상오 청와대에서 21세기위원회(위원장 이관) 경제복지분과위원회의 중간연구결과를 보고받고 『분배구조개선은 점진적으로 실현가능한 것부터 해나가야 하며 일시에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수길 경제복지분과위원장은 보고를 통해 노사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근로자들에게 기존의 보너스제도이외의 성과배분임금제를 도입,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증시 탈진과 정책부재(사설)

    증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이 완전히 탈진상태에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6백30선대로 폭락하여 제5공화국 말기인 88년 2월 수준으로 되돌아가 있는 상황이다. 자본자유화를 1년반쯤 앞두고 주가가 오히려 2년이상 후퇴했다는 사실은 그 심각성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증시의 무기력 장세가 이제는 증권기관과 투자가를 완전히 탈진시키고 정책당국과 정치권에까지 무감각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실정이다. 흡사 증시의 진공상태를 연상케 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는 국민경제의 침체적 현상과 증시내의 과다물량공급으로 인한 수급불균형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침체국면을 보여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중동사태와 남북교류의 무산등이 증시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증시를 둘러싼 객관적 상황이나 환경이 장세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증시를 운용하는 주체와 정책당국,그리고 정치권등이 무력증세에 빠졌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 생각한다. 경제의 어떤 현상은 그 객체를 둘러싼 행위주체들의 의지여하에 따라 발전적 전개 또는 그 반대의 결과가 야기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시장을 부양해달라는 투자가들의 항의나 객장시위등 나름대로의 몸부림마저 사라진 것 같다. 투자자들은 아예 탈진상태에 빠져버린 듯 파란색으로 얼룩진 시세판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만 볼 뿐 증권당국에 대한 항의의 기력조차 잃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기관 역시 자구책으로 조성한 증안기금이 기대했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실효성있는 대책을 정부에 건의하거나 스스로 추진하기를 포기한 듯한 분위기이다. 증권사들은 이른바 「깡통계좌」의 속출로 회사경영이 위기에 놓였으나 그 대책이 막연한 실정이다. 증권당국 또한 종합주가가 7백선이 무너질 때는 그런 대로 통화증발이 없는 증시부양책을 내놓았었다. 그때와는 달리 지수가 6백50선이하로 떨어져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는데도 정책당국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자당이 최근 산발적인 부양책을 거론했으나 내부의 의견조정이 안되어 무산되는 기미를 보이자 증시의 탈진상태는 더욱더 가중되고 있다. 정치권의 일부에서는 증시부양책이 마치 증권투자가들을 의식한 인기적 발상으로까지 비쳐져 증시의 방치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긴 설명이 필요없이 증시는 국민경제의 체온이고 산업자본 조달의 결정적인 창구이다. 그러한 경제적 기능이 마비상태에 있는데도 당국이 방관하고 있는 것은 증권정책의 부재로 보여진다. 증권정책의 부재는 증시가 갖고 있는 국민경제에 주요한 기능과 역할에 비추어 경제정책의 부재나 다름이 없다. 증시의 탈진과 정책부재의 악순환이 지속되면 금융공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려하는 점은 바로 증시의 파국이다. 더구나 정책부재로 인하여 파국이 앞당겨진다면 그것 만큼 불행한 사태는 없다. 지금은 정책당국이 증시가 최소한 탈진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그것은 경제의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 중동지역 건설공사 수주억제/정부/페만사태로 대금회수 어려워

    ◎일ㆍ미ㆍ대만 등에 진출 강화/쿠웨이트ㆍ이라크 공사대금 9억불 회수 불투명 정부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우리 근로자들의 신변안전문제가 제기되고 공사대금회수 어려움 등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전역의 신규건설공사 수주를 억제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3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건설시장 진출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이같은 정부방침을 14일 열리는 국회상임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중동의 긴장상태가 장기화될 전망인데다 주변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많은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그동안 중동시장이 우리 해외건설수주액의 90%를 차지해왔던 주요시장임을 감안할때 해외건설정책의 중요한 방향전환을 의미하며 이로인해 해외건설수주가 격감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8월말 현재 해외건설 총수주액은 9백20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중동지역 수주액은 8백20억달러로 전체수주액의 89%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앞으로 사태가 불안한 중동건설시장의 진출을 억제하는 대신 일본ㆍ미국 등 선진국들과 싱가포르ㆍ대만ㆍ말레이시지아 등 아시아지역의 진출을 강화하되 특히 연간 건설규모가 2천억달러를 넘는 일본 진출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번 사태로도 현재 쿠웨이트와 이라크에서 9백여명에 이르는 우리 근로자들의 신변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회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공사대금은 9억5천1백만달러에 이른다. 이번 사태와 관련,쿠웨이트와 이라크로부터 회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공사대금은 ▲공사 기성고 금액 6천4백만달러 ▲공사 유보금 1억5천8백만달러 ▲받은 어음중 만기가 된 것 6천만달러 ▲만기가 아직 되지 않은 어음 5억달러 ▲원유로 받을것 중 아직 받지 못한 것 1억6천9백만달러등 모두 9억5천1백만달러이다.
  • 예상되는 후유증에 미리 대비하자/유례없는 혹서를 보내며(사설)

    올여름의 유례없는 더위는 우리의 생활주변에 적지않은 문제를 남기고 있다. 무질서와 환경오염이 그 정도를 넘었고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재산상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내년 이맘때는 올해와 같은 혼란이 다시는 없도록 하고 다가오는 가을에 있을 후유증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전반적인 문제의 검토가 있어야 된다고 여긴다. 더욱이 이라크·쿠웨이트사태로 물가는 물론 각 부문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곧 받게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도 발빠른 대응이 있어야 될 것이다. 이같이 우리가 거듭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올여름이 유난히 덥기는 했으나 그로인한 부작용,혼란이 극에 달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년에 없는 오랜 장마뒤의 혹서로 매일 전력사용이 기록을 경신했고 익사사고도 최고를 기록할 만큼 더웠던 것이 사실이나 그에 못지않게 무질서도 극심했다. 그런데서 피서철 혼란이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냈고 그로인한 후유증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의 하나가 농산물·어류의 피해이다. 서해연안의 어패류 양식장이 연일 불볕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았고 제주 앞바다도 근년에 없는 적조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전북도내에서만 바지락 양식장의 피해액이 60억원 상당에 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부산에서는 닭 7천마리가 떼죽음을 하는등 곳곳에서 닭·돼지 등 가축의 피해가 속출했다. 고추등 밭농사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올해는 오랜 장마뒤의 폭염이어서 농산물 감수마저 걱정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염병이 그 어느 해에 비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전염병비상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같이 올해는 날씨로 인한 재해가 특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함께 이번 여름은 쓰레기공해가 심각했다. 쓰레기는 환경오염문제를 새삼 제기했다. 쓰레기공해는 함부로 마구 버리는 데서 온 것이어서 이런 투기행위를 두고 우리 사회의 공중도덕심 마비,공동체의식 결여현상이 문제점으로 나타났고 그런 시민의식에 반성을 촉구하는 소리가 높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렸다. 심지어는 산업폐기물마저 함께 버리는 얌체행위도 많았다. 고질적인 바가지요금·자릿세·교통지옥현상은 예년보다 더했고 피서지 치안은 유감스럽게도 어떤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공공시설은 망가진 채 그대로이고 자신만 편하면 된다는 생활태도가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준법정신및 공동윤리 이상에서 온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휴가철의 과소비도 여전했다. 이렇게 올해 여름은 많은 문제가 있었다. 찜통더위가 참기 어려웠던 것 이상으로 이런 여러 이상현상이 우리를 더욱 짜증스럽고 우울하게 만든 여름이었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이 올여름을 보내는 많은 이들의 한결같은 소감이다. 한여름동안 흐트러진 마음가짐을 다잡아야 하고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이 지금 필요하다. 우선 감수가 예상되는 농작물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농민들의 자구노력이 있어야겠고 시기를 놓치지 않는 당국의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근해어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정도를 서둘러 조사하고 내년에는 반복되지 않도록 참고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것을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바로 지금부터해야 한다. 이와함께 피서지의 쓰레기는 말끔히 치워져야 한다. 지금은 전국이 연중으로 관광지화돼 있다. 가을의 손님을 맞기 전에 쓰레기부터 처리해야 한다. 쓰레기는 기능적으로 처리하는 제도를 만듦으로써 매년의 공해에 대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여름동안 곳곳의 잔디가 파헤쳐졌고 공중변소는 물론 수도시설,그 밖의 편의시설이 숱하게 훼손됐다. 낙뢰로 망가진 교통신호기도 적지않다. 그 또한 정리·정돈돼야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공중도덕심의 회복없이는 어느 것도 안된다는 사실이다. 경제적인 피해는 복구가 곧 가능하다고 해도 우리 주변에서 공동윤리가 지켜지지 않을 때 사회는 제멋대로 굴러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때 쓰레기는 다시 쌓이고 난장판은 계속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규칙이 지켜지는 가운데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자치능력이 향상되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부족하다. 산뜻한 가을을 맞을 준비를 서두를 때이다.
  • 군과의 갈등ㆍ정치적 미숙이 “불씨”/부토총리 왜 별안간 실각됐나

    ◎대통령ㆍ군 견제로 개혁의지 실현못해/부패ㆍ종족분규 미해결로 민심도 이탈 지난 88년 12월 파키스탄국민들의 「피플스 파워」에 힘입어 회교국 최초의 여성총리에 취임하면서 파키스탄의 민주화를 이끌 새 기수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베나지르 부토 총리가 6일 집권 20개월만에 넘어지고 말았다. 부토총리를 전격해임시킨 굴람 이샤크 칸대통령은 해임원인으로 부토의 족벌정치와 정부의 부정부패,정치적 무능력을 지적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아직도 파키스탄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군부와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부토는 88년 군부와 칸대통령사이에 이뤄진 타협아래 총리에 임명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총리와 대통령 그리고 군부가 권력을 공유하는 삼두체제가 이뤄짐으로써 부토정부는 취임초기부터 많은 취약점을 안은 허약한 정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취약점은 부토의 정치적 미숙과 겹쳐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이 총리를 해임하는 사태로 비화됐다. 부토는 집권 후 지아 울 하크 전대통령치하에서 자신과 함께 고난을 받았거나 친인척,자신과 친밀했던 측근들을 고위직에 대거 임명,족벌정치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것이 『부토정부의 비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지적돼 왔는데 이같은 비효율성은 부토 스스로 야당측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로는 부정부패문제. 파키스탄공직자들이 부패해 있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지난 4월 부토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자르다리가 파키스탄 최대의 독직사건이라 할 수 있는 부하리공갈ㆍ사취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게 된 일이다. 이 사건에 자르다리가 관련됐음이 명백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파키스탄국민들은 이미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취임 한달후인 89년 1월 54%에 달했던 부토총리의 인기도가 이 사건 후인 지난 6월 34%로 급락한 것만봐도 이 사건이 부토의 이미지에 얼마나 큰 타격을 가했는지 알 수 있다. 부토의 정치적 무능력에 대한 비판은 부토가 물려받은 해결과제들이 너무 많았던데다 총리의 권한행사를 제한하는 파키스탄의 독특한 2원적 정부체제에기인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내각책임제를 기초로 하면서도 대통령에게 총리해임권 및 의회해산권을 부여한 2원적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같은 제한속에 부토의 개혁노력은 사사건건 제동이 걸려 지난 20개월간 부토정부가 한 일이라곤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외엔 야당으로부터의 공격을 막는데 급급해왔다. 부토가 취임전 민주화개혁을 위해 내세웠던 수많은 선거 공약들은 결국 공약으로 그치게 됐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이 부토정부의 정치적 무능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게 됐다. 더욱이 부토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남부 신드주에서 인도출신 모하지르족과 토착 신디족간에 발생한 종족간 대립은 올해에만도 1천1백87명의 사망자와 2천4백91명의 부상자를 내는 등 파키스탄 최대의 위기로 지칭될 만큼 악화되고 있다. 이에 군이 동원돼 질서유지에 나섰지만 군이 「범법자」들을 체포하면 뒷전에선 정치적 압력을 받은 경찰이 이들을 다시 석방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군의 불만이 고조돼 왔다. 때문에 군은 군사재판소를 설치,범법자들에 대한 재판권을 군에 부여할 것을 요구했지만 부토총리는 그럴 경우 사실상의 계엄령상태가 되며 민간정부의 권위를 손상시킨다며 이를 거부,군부와의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신드주의 종족간 대립진압에 대한 군의 강경방침과 부토총리의 온건방침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충돌하고 만 것이다. 부토는 취임이후 인도 캐슈미르주의 분리운동을 둘러싸고 매우 공격적인 대인도외교정책을 폄으로써 인도와의 마찰을 계속 증폭시켜왔는데 신드주의 내우에 대인도마찰의 외환까지 겹쳐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한 군부가 이번 부토축출에 나선 것이다. 칸대통령이 군부의 동의 없이는 부토총리를 해임할 수 없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르자 아슬람 베그 파키스탄 군참모총장은 군이 권력을 잡을 생각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오는 10월 새 총선의 결과와 관계없이 앞으로 파키스탄 군부의 입김이 한층 강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파키스탄의 민주화노력은 한걸음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 3고시대의 대응책(사설)

    중동사태가 세계경제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후 유가의 급상승과 함께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가 앞으로 어느 수준에서 안정될지 현재로서 속단하기 어려우나 저유가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만약에 유가가 중동사태의 악화로 인하여 고유가로 돌아선다면 세계경제는 인플레사태에 직면하게 되고 선진국들의 경우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금융긴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긴축이 실시되면 금리가 오르고 고금리는 세계경제의 성장을 둔화시키는 결과를 초래케 된다. 영국의 한 국제경제연구소는 유가가 25달러로 올라 이 수준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2%에서 1.5%로 둔화되는 반면 인플레율은 4.75%에서 5.5%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성장률이 3.9%에서 3.6%로,인플레율은 2.1%에서 2.8%로 각각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저유가·저금리·미 달러 약세라는 3저시대가 퇴조하고 고금리·고물가·달러 강세라는 3고의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86년부터 3년동안 3저로 인하여 호황을 누렸던 우리 경제가 3저가 퇴색하면서 침체국면에 들어섰고 또다시 중동사태로 본격적인 3고시대를 맞게 되면 성장·국제수지·물가 모두에 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세계경제의 침체는 우리의 수출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그것은 성장을 감속시킨다. 수출은 줄어드는 반면에 원유가 인상으로 수입부담이 늘어남으로써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원유가 인상은 국내유가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국내 기름값이 오르면 전체 물가의 상승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달러 강세는 바꿔 말해 일본 엔화의 약세를 의미하며 엔 약세는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한층 더 위축시킬 게 분명하다. 세계경제의 변화는 시차를 두지 않고 우리 경제에 악순환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중동사태이후 정부는 에너지절약대책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제한된 의미의 긴급처방에 불과하다. 보다 시각을 넓혀 3고시대의 도래에 대비한 대응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국제적인 3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대내적으로 고임금과 고물가,그리고 원화절상이라는 3고를 경험했고 아직도 고임금과 고물가의 위험은 상존해 있다. 국제적인 3고와 우리의 특수적 요인인 고임금과 인플레가 상승작용을 하게 되면 다른 나라보다도 우리 경제는 감속이 더욱더 빨라지리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견할 수 없을 만큼 경제의 악순환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유가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세계경제의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에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유가의 변동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분석에서 벗어나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재점검하고 차질이 예상되는 부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운용의 기조를 안정에 두고 내년도 팽창예산 편성문제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옳다. 재정팽창으로 총수요를 자극하여 물가를 불안케 해서는 결코 안된다. 안정기조속에서 민간기업의 생산활동에 활력을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 정통적인 대응방안이다.
  • 「부통령제 개헌론」의 함정/우득정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27일 열린 제1차 평민당 정기전당대회에서 총재 재선 수락연설을 통해 『국민 다수의 지지속에 안정된 정국을 만들기 위해 대통령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김총재는 또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대통령의 유고시에 대비하기 위해 선진민주국가와 같이 부통령제를 채택할 것』이라면서 『부통령은 형식적인 존재가 아니라 국무회의 부의장이 되는 등 실질적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결선투표제 및 부통령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김총재의 이같은 개헌입장은 지난 87년의 대선이래 일관돼 온 것으로 새삼스런 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자당의 내각제개헌논의 움직임을 「장기집권 음모」「이원집정부제 획책」등으로 매도하고 있는 김총재의 개헌구상에도 이에 못지않은 「숨겨진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김총재는 「선진민주국가」의 대통령중심제 모델에 따라 부통령제를 도입하되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부통령에게 실질적인 권한을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중심제의 전형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부통령은 의전적인 존재일 뿐이며 모든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한을 지닌 부통령제를 도입하는 개헌은 선진민주국가의 모델을 따른것이 아니라 김총재의 대권장악에 유리한 방향으로 또다른 「이원집정부제」 개헌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없지 않다. 지역감정 타파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총재가 자신의 취약지역 출신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워 현재의 지역감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대권에 접근하겠다는 속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김총재가 주장하는 대통령결선투표제는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처럼 내각제의 성격이 강한 이원집정부제의 권력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통용되는 선거제도라고 헌법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결국 헌정 40년동안 집권자들이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가 존립의 근간인 헌법을 자의적으로 개정하는 악순환을 9차례나 반복했듯이 김총재도 헌법의 형태에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집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헌하려 한다는 비난을 면치못할 것 같다.
  • 「팽창예산」의 허와 실/염주영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정부는 내년에 얼마의 돈을 써야 할 것인가. 내년도 예산규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기획원 예산실이 내년도 예산편성을 위한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번 예산편성에 관해서는 근 10년만에 재현되고 있는 고물가의 위기에 직면한 경제상황을 들어 예산규모를 축소편성해야 한다는 긴축론이 그 어느때보다 강력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여타 경제주체들에 대한 심리적인 파급효과를 감안한다면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씀씀이가 헤퍼서는 안된다는 것이 긴축론의 골자이다. 이같은 상황때문에 예산당국의 총책임자인 이승윤부총리의 내년도 예산편성과 관련한 23일 기자간담회 발언들은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긴축을 염두에 둔 이같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했으나 그의 발언내용을 종합해보면 시종일관 재정확대론을 강도 높게 개진하는 것들이었다. 이부총리는 『생산활동을 제약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등 공공투자를 대폭 늘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한다. 매년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악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대규모 세계잉여금이 발생치 않도록 세수추계방식을 현실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규모에 대해 매우 우회적인 표현방식으로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 편성방침을 시사했다. 올해예산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18%를 증액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본예산의 11%에 해당하는 세계잉여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부총리는 내년도 예산증가율을 최소한 올해 예산증가율 18%보다는 훨씬 높게 잡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부총리는 재정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에 대해서는 『세입내 세출원칙에 의해 적자예산만 형성하지 않으면 재정규모가 늘어나더라도 물가에 대한 영향은 중립』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재정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세금이 잘 걷혀 정부재정이 남아 돌고,정부가 돈을 써야 할 곳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일견 타당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나라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예산정책이「긴축」과 「확대」사이에서 바람부는대로,혹은 정책당국의 편의에 따라 너무 자주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부총리는 지난 5월10일경 올해 예산가운데서 5천억원을 절감,또는 유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그는 『정부는 국민들의 물가불안심리를 진정시키고 경제의 안정기반을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솔선해 근검ㆍ절약키로 했다』고 예산절감운용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미 편성돼 집행단계에 있는 예산을 묶어가면서까지 정부의 비상한 각오를 천명하려던 긴축의지가 불과 2개월이 지난 지금은 전혀 불필요할 정도로 과소비와 물가불안심리 등이 호전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 외언내언

    지난해 5월 부산의 동의대참사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들의 화염병 사용이 주춤하자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안도한 적이 있었다. 이 사건이 준 충격이 워낙 큰 데다 그 이전부터도 화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누구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잠시에 그쳤을 뿐이다. 곧 화염병 사용은 다시 시작돼 곳곳에서 이로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시위문화를 확립해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호소는 공염불이 돼버렸고 적어도 화염병만은 추방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지난해 7월7일 발효된 「화염병 사용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다.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근절시켜보겠다는 것이었으나 여전히 화염병 예방은 말뿐 피해만 양산하고 있다. ◆피해는 공식기록을 통해 보아도 상상을 넘는다. 지난 1년 동안의 1천1백39건의 화염병시위에서 25만8천5백여개의 화염병이 투척됐다. 이로인해 모두 2천9백여명이 다쳤고 2백35개소의 공공기관이 화염병피습을 받았다. 이것 말고도 지나가던 행인,건물이 피해를당하고도 어디에다 호소조차 못하고 있다. 대학교 근처에 세워둔 일반 승용차들이 불타는 장면을 TV에서 자주 보아왔다. 애꿎은 선량한 이웃이 피해를 입고 숱한 젊은이들이 화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이 화염병 때문이다. ◆이번에 대검은 다시 화염병시위에서 던지지 않아도 공동정범으로 투척자와 똑같이 처벌하고,피해는 투척자 전원에게 책임을 묻기로 조치했다. 화염병시위나 피해가 줄어들지 않자 처벌내용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일본이 지난 52년 「파괴활동방지법」을 만들어 화염병을 폭발물로 규정하고 엄벌함으로써 시위현장에서 화염병을 추방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시위현장에서 폭력이 사용돼서는 안된다. 학생들은 화염병 투척을 자제하고 경찰은 최루탄 발사를 금하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은 없다. 그러하지 않는다면 법이 정한대로 해야 한다. 언제까지 화염병으로 구속되고,부상을 입고,피해를 당하는 악순환을 계속할 것인가. 화염병은 사라져야 한다.
  • 못버리는 폭력추태/김명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7일 국회문공위에서 발생한 평민당 김영진의원의 민자당 최재욱의원에 대한 폭력사건은 어쩌면 우리 정치인들이 폭력면역증에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이번 사건이 특별히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선량의 「상식」을 넘어선 폭력으로 동료의원에게 입술이 찢어지는등 전치4주의 상처를 입혔다는 가해행위 뿐만 아니라 선량들의 의식이 구태의연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임시국회 본회의장에서 몇몇 여야 의원들이 욕설을 퍼붓다 끝내는 상대방의 넥타이를 움켜잡고 몸싸움을 벌이는 추태를 연출한 것도 그 단적인 예이다. 따라서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지금의 정치풍토가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한 똑같은 폭력사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폭력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여야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의 폭력행위 자체자 얼마나 낯뜨거운 일인가는 항상 뒷전이었다. 오히려 당사자에게 『잘했어』 『시원했어』라는 등의 말로 폭력을 정당화시켜주기까지 했다.국민의 이익과 부합된다는 전제라면 어떤 형태의 수단ㆍ방법도 용납될 수 있다는 기본발상이었다. 웬만한 폭력쯤은 눈감아 줄 수 있다는 식이었다. 우리의 정사에 있어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의사당 폭력사태」가 여러차례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 66년 김두한의원이 당시 정일권국무총리등 각료들에게 「사카린위장수입사건」 처리에 대한 항의로 인분을 뿌린 사건과 더 거슬러 올라가 1ㆍ4후퇴 후 부산에서의 임시국회때 이재형의원이 국민방위군사건 폭로와 관련해 곽상훈의원의 볼을 물어뜯은 사건이 손꼽히고 있다. 또 74년 당시 신민당의 최형우ㆍ노승환ㆍ김동영의원 등이 집단폭행사건과 관련,각각 징계동의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상당수 국민들은 이에 대해 적지않은 공감을 표시한 것도 사실이다. 해당의원들로서는 기대이상의 「지지열풍」을 일으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원론적ㆍ장기적 측면에서 따져볼 때 이같은 행위도 비난받아야 마땅했다. 폭력에 대한 일시적 정당화는 결국 오늘과 같은 「폭력의 악순환」 「폭력면역증세」를 축적시키고 말았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민주정치의 장이라는 국회에서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 「불건전한 고성장」에“브레이크”/수정된「하반기경제운용방향」의 특징

    ◎「내수중심」서 「수출중심」으로 물꼬 돌려/소비성자금,저축ㆍ「생산」부문으로 유도/무리한 통화긴축 거부… 「한자리물가」억제엔 의문 26일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은 내수진정을 위한 대책과 수출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이는 내수쪽에 치우치고 있는 자원배분을 수출과 제조업 쪽으로 돌려 내수중심의 성장을 수출중심의 성장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6ㆍ26」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은 수출과 제조업의 활성화에 역점을 두는 성장기조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승윤경제팀의 첫 작품인 「4ㆍ4대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그동안 성장기조의 경제정책이 파생하고 있는 과소비,건설경기과열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미조정(fine tuning)을 가미하고 있어 「4ㆍ4대책」의 보완대책으로 보여진다. ○「4ㆍ4대책」과 같은 맥락 「6ㆍ26대책」이 갖는 이같은 성격으로 인해 성장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통화긴축 등 근원적인 물가안정 대책은 배제됐다. 경제기획원은 하반기 경제운용의 중점을 한자리수 물가를 지켜 나가는데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올들어 급등세를 지속해 상반기중에 이미 7%선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당초 정부가 연말 억제목표로 설정했던 5∼7%선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9%선으로 물가전망을 수정했다. 그러나 하반기 경제운용 대책에는 정부가 수정제시한 소비자물가 억제목표 9%선 마저도 보장할 만한 신뢰성 있는 물가안정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이번 대책에 포함되고 있는 물가안정대책으로는 과소비억제와 건설경기의 과열을 막기 위한 상업용 건축물등 일부 건축규제 강화,농축산물등 수급불균형 품목의 수급조절등이 고작이다. 경제성장은 경제의 안정과 조화를 이룰 때에만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승윤부총리의 경제안정에 대한 시각은 좀 색다른 데가 있는 것 같다. 이부총리는 취임이후 정책기조와 관련해 안정에 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경제안정이란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매년 60만명의 새로운 경제활동인구(취업희망자)가 공급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연간 10%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가안정을 다소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용안정을 포함한 총체적인 경제안정을 위해 성장위주의 정책기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성장론자로서의 면모를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안정론자들은 물가안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성장은 무의미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즉 물가불안은 고율의 임금인상 요구를 낳고,이는 다시 물가불안을 자극하는 인플레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논리이다. 안정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물가안정을 성장의 종속변수로 파악하는 시각은 이부총리에게 통화긴축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6ㆍ26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경제기획원의 물가정책국 실무자들은 총통화(M₂)증가율 관리목표를 19%에서 18%수준으로 낮출 것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획원은 「6ㆍ26」대책에서 대체로 실질GNP 성장률 8.5%,GNP디플레이터 8%(소비자물가 10%ㆍ도매물가 5∼6%),화폐유통속도감소 1∼2%등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용확대에 많은 신경 기획원은 연초 총통화증가율을 15∼19% 수준에서 운용하겠다고 밝혔으나 「6ㆍ26」대책에는 하한선인 15%는 자취를 감추고 슬그머니 19%로 고착시키고 있다. 이승윤경제팀은 소비자물가가 7%를 넘어선 지난 19일 청와대경제장관회의에서 『각자가 진퇴를 걸고 연말물가를 한자리 수로 잡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바 있다. 물론 이날의 다짐이 노태우대통령의 각별한 지시에 따른 것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새 경제팀의 구성원들이 물가안정에 대해 이처럼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청와대회의후 1주일만에 나온 이번 대책의 어느 구석에도 현 경제팀이 물가안정에 진퇴를 걸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대목은 발견할 수 없다. 이부총리는 『무리한 긴축은 오히려 경제안정을 해칠 뿐』이라는 종래의 입장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저축증대 유인책 마련 지난 1ㆍ4분기에 우리 경제는 실질 GNP성장률이 10.3%에 달하는 고도성장세를 회복했지만 내용면에서는 소비증가가 소득증가를 앞지르는 불건전한 모습을 보였다. 1ㆍ4분기중 민간소비증가율은 11.9%로 실질경제성장률을 1.6%이상 앞질렀고 전력소비증가율도 17.4%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고가ㆍ내구재의 소비증가가 두드러져 지난 1월부터 4월까지의 주요내구소비재의 전년 동기대비 판매증가율을 보면 중형승용차는 1백42.8%,에어컨은 1백32.9%,대형냉장고는 1백10.8%,무선전화기는 1백6.9%,VTR는 48.5%를 보이고 있다. 반면에 수출은 계속 부진해 올들어 5월까지의 무역수지적자는 3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경제성장이 수출에 의해 이루어지지 못하고 소비와 건설경기등 내수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은 각종 사치성 과소비를 강력히 억제하면서 저축증대 유인책마련 등으로 소비쪽으로 흐르고 있는 자금물꼬를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도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밖에 수출 및 제조업의 활성화를 위해 무역어음 할인율 인하,중소수출기업에 대한 포괄금융 융자대상의 확대 등을 통한 자금지원과 기술ㆍ기능인력과 공장입지의 공급확대,각종 경제행정규제 완화등 다양한 지원책이 강구되고 있다.
  • 경제운용 계획 수정과 선택(사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올해 우리 경제전망은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의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KDI는 올해 경제를 고성장과 고물가로 집약하여 전망하고 있다. 사실 올해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10.3%를 기록하면서 당국의 경제전망이 고성장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건설부문에서는 오히려 과열의 징후를 보이자 정부가 지난 4월 단행한 경기활성화 조치가 불필요한 정책선택이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결국 경제전망의 착오로 인하여 인플레를 가속화시켰고 따라서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하겠다. 정부나 KDI의 경제전망과 정책운용을 탓해 보아야 이미 실기된 것임에 틀림이 없으나 하반기부터라도 정책의지와 방향을 과감히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싶다. 성장과 안정의 이분론적 사고는 있을 수 없다는 정책당국자의 주장에 대하여 우리는 시의에 따라서는 선택적 정책접근이 요구된다는 점을 누차 지적한 바 있다. 인플레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으므로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어야 한다는 변함없는 견해를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KDI는 올해말 소비자물가가 12∼13%,도매물가는 7∼8%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뒤늦게나마 국책연구기관이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의 우선순위를 재론의 여지없이 안정기조의 유지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올해 물가를 한자리수에서 억제하지 못한다면 내년도 임금의 고율인상요구가 팽배해지고 그렇게 되면 물가상승­고임금­물가상승의 악순환에 의하여 우리 경제가 또다시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은 안정기조의 유지에 최대 역점을 두어야 한다. 운용계획의 또하나 과제는 성장의 견실화이다. KDI는 올해 GNP 성장률을 당초의 목표 6.5%보다 2.5% 포인트 높은 9%에 이를 것으로 수정하고 있다. 당초 예상을 뒤엎은 경제전망은 고성장으로 회귀를 의미하여 매우 소망스러운 추세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올해 1ㆍ4분기 추계에서 보듯이 건설부문과 소비수요의 증가에 의하여 성장이 주도되고있다. 특히 건설부문은 이미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다. 건축경기과열은 물가상승의 주요한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이 주도하지 않는 고성장은 단기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그러므로 과열된 부문은 진정을 시키는 반면 시설투자의 증대를 비롯한 제조업분야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이 요구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의 차원이 결코 아닌 제조업의 공동화현상을 차단하는 중장기적 정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KDI는 당초 20억달러의 흑자를 예상했던 경상수지가 18억달러의 적자를 시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86년이래 4년동안의 흑자에서 적자로의 반전은 충격적인 일이긴 하지만 환율절하등 단기대응에 의하여 다시 흑자로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오히려 인플레를 가속화시킨다. 기술개발등 근원적인 경쟁력 강화에서 국제수지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 올 경상수지 18억불 적자 전망/KDI분석

    ◎과소비 여파… 수입 13.8% 증가/소비자물가 12∼13% 뛸듯/내수 호황… GNP는 9% 성장 예상 올해 국내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것으로 나타났으나 물가와 국제수지가 예상외로 악화될 것 같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13%에 이르고 도매물가 상승률도 7∼8%에 달할 전망이라고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했다. 이같은 물가상승 전망은 정부가 경제운용계획에서 밝힌 소비자물가 억제목표 5∼7%(도매물가는 2∼3%)를 두배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8%였던 지난 8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따라 지난 82년 이후 지속돼온 한자리수의 물가안정기조가 무너질 전망이다. KDI는 「90년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작년 노임단가의 상승과 높은 소비수요의 지속으로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물가상승은 연중 지속될 것이며 인플레 기대심리가 물가상승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올해 실질GNP(국민총생산)성장률이 내수와 건설경기의 폭발에 힘입어 비교적 높은 9% 수준에 이를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환율ㆍ임금의 안정화 추세로 수출여건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지난해에 비해 3.8%가량 늘어날 것이나 소비과열 등으로 수입이 13.8% 늘어나 경상수지가 1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따라 올해 실질GNP가 9%의 성장을 이룩하더라도 물가불안과 수출부진으로 인한 국제수지 적자 반전 등으로 그 의미는 크게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KDI는 『이같은 물가불안이 내년에 인플레 기대와 임금상승을 부추겨 물가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의 긴축,임금안정,생산성 향상및 부문별 공급애로 해소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DI는 「최근 물가불안의 요인과 대응방향」이라는 별도의 보고서에서 『최근의 물가상승은 임금상승의 시차적 효과와 통화공급 확대,일부 농축산물 가격폭등,부동산가격및 집세 상승,환율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그러나 통화측면보다는 노임단가,수입가격,금융비용등 비용상승이 1차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그러나 『방만한 통화운용은 인플레 심리를 자극하고 임금 등에 영향을 미쳐 시차를 두고 인플레를 현실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올해 총통화 증가율은 당초 정부계획(15∼19%) 보다 다소 높은 20% 수준에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DI 올해 경제전망 당초전망 수정전망 실질GNP성장(%) 7.0 9.0 총소비 8.7 10.0 고정투자 16.0 21.0 상품수출 2.2 3.8 상품수입 11.0 13.8 경상수지(억달러) 10.0 △18 무역수지 10.0 △18 물가상승률(%) 도매 3.5 7∼8 소비자 8.0 12∼13
  • 고르바초프의 국내시련(사설)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금년 여름은 문자 그대로 「무덥고 긴 위기의 여름」이 될 것 같다. 미국방문을 끝내고 귀국하기가 무섭게 제기된 러시아공화국의 사실상의 주권선언은 그러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발트3국등 소수민족 문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며 악화일로의 경제위기와 정치불안을 가중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이들 문제에 대해 효과적이고도 현명한 대응을 하느냐의 여부는 그 자신의 정치생명은 물론 소련과 세계의 향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특림없다는 점에서 비상한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공화국 문제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이 방미길에 오른 지난 5월29일 급진개혁파 지도자 옐친이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에 당선되었을때 이미 예고되었던 문제였다. 옐친은 중도온건노선을 지향하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의 개혁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우유부단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다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그는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에 입후보하면서 이미 러시아공화국의 정치ㆍ경제적 주권의 확립을 공약으로 내세웠었으며 고르바초프는 그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치열한 공작을 전개했으나 실패 했었다. 그가 지도하는 러시아공화국의 주권선언은 소연방 헌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으로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인 것이다. 옐친의 이러한 도전이 그대로 성공을 거둘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으나 러시아가 소련 전국토의 70%,인구의 52%를 점하는 중핵의 공화국이란 점에서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고르바초프나 옐친 두사람 공히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길만이 두 사람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이란 점에서 사태를 파국으로까지 몰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해도 될지 모른다. 민족문제 못지 않게 금년 여름 고르바초프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는 경제문제다. 집권 5년인데도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여주지 않는 경제는 고르바초프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제상태가 나아지기는 커녕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한 강한 불만과 불신감이 국민 각계각층에 팽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급진개혁파와 전통보수파에 공히 설 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고르바초프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 악순환으로 정치적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심각한 소비재 부족에 따른 국민적 불만의 해소를 위해 작년말께부터 각종 소비재 수입을 촉진시킨 결과 이제는 심각한 외화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재와 식량수입으로 외화의 수요는 급팽창하고 있는 데도 외화수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외화 수입원인 석유의 생산이 한계에 이르고 국내소비는 늘고 국제가격은 떨어지고 있으며 또 하나의 수입원인 금의 경우도 페레스트로이카로 빈번해진 파업 등으로 생산량이 줄었으며 무기수출도 데탕트 덕분에 격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화의 부족사태는 수입에 따른 외화지불의 중단사태를 유발하고 있다. 영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금년 5월 현재 지불치 못하고 있는 수입대금이 1백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살펴보면 고르바초프가 당면하고 있는 국내문제에서 고무적인 것은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때문에 그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미국 방문도 그러한 지원을 모색하려는 데 내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발트3국 등의 문제는 의식적으로 외면하면서 대소무역협정에 서명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자세를 보였다. 냉전과 대결의 세계를 화해와 공존의 세계로 변모시킨 그는 세계의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지도자인지 모른다. 7월2일 개막되는 28차 공산당대회가 주목된다. 우리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의 수교에도 동의한 그가 당면한 위기를 훌륭히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책임회피인가 불가항력인가/윤석우 대한의학협상근부회장

    ◎「진료거부」 의사도 할말은 있는데… 21일과 22일자 각 일간지에 「일요응급환자 또 거부」 제목으로 「동맥끊긴 30대 청년이 경관을 대동하고 6곳을 전전하다가 겨우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라는 기사가 크게 보도돼 우리나라 의료계 전체가 마치 부도덕ㆍ비윤리행위를 하는 것같은 인상을 풍겨줘 국내의료인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이같은 기사는 불과 2개월전인 지난 3월25일에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정모씨가 낙상을 당해 4곳을 전전하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찾아간 영등포 C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사망하였다는 기사가 크게 보도된바 있다. 이러한 보도에 접할 때마다 우리 의료계는 의료에 관한 비전문인인 환자ㆍ언론 등이 의료문제를 다루다 보니 진료거부니,병원을 전전이니,사망이니,중태이니하는 용어와 표현을 쓸 수 밖에 없었겠지만 하여간 이와같은 보도가 끼치는 국민의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커지며 의료인이 당하는 상처 내지는 위축이 얼마나 큰가를 생각할 때 실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우선 이러한보도에 접할 때마다 진료거부의 한계는 과연 어디서 어디까지이며,의사라고 해서 응급을 포함한 모든 질환에 과연 만능일 수 있느냐,또 만능의 시설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의문이 앞서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서 그 해답을 얻자는 것은 아니고 다만 의료단체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또 의사의 한 사람으로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름대로 살펴보고 그 근본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에는 선진 각국에서와 같은 의료분쟁대책이 전혀 세워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의사가 위험한 환자,자신있게 치료할 수 없는 환자는 되도록 손을 안대려는 경향이 심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현상이지만 의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하여 진료에 임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좋지 않아 만일 환자가 사망했거나 질환이 더 악화되었을 경우 의사는 예외없이 폭력ㆍ난동ㆍ점거농성 등으로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이 오늘날의 진료풍토인 것이다. 의사도 신이 아닌 인간인 이상 모든 질병에 만능일 수는 없다. 그런데도 그 결과가 만족하지 못하다고 하여 이렇게 큰 고통과 경제적ㆍ물질적 피해를 입게 된다면 누구라도 적극 진료에 나서기는 곤란할 것이다. 최근의 예만 보더라도 이에 시달리다 못한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해당 병원에는 수억원의 배상판결까지 내린 사실이 그것이라 하겠다. 다음에는 제도적으로 응급치료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들수 있다. 선진국에 웬만한 도시처럼 지역별 또는 구역별로 응급환자 전담병원이 설치돼 관할구역내 모든 응급환자를 충분히 수용,처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같은 전담병원은 대개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에서 직영으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못한 경우 민간병원을 지정,보조금을 지급하는 예도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응급진료권이 설정되었다고 하더라도 환자 및 병상현황을 상시 파악하여 환자발생 신고접수시 수용 가능한 응급병원을 즉시 안내하는 기능도 매우 중요하다. 3월에 있었던 천호동 환자의 경우 서울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헤멘 결과가 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으며 따라서 병세를 악화시켰겠는가 말이다. 실정이 이런데도 무턱대고 병원과 의사만 탓하는 것은 큰 모순이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전국민의료보험제도의 시행과 함께 의료전달체계를 병행한 결과 종합병원의 응급실이 크게 붐비고 있으며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응급실환자가 더더욱 붐비고 있는 사실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면 소위 「진료거부」로 매도되고 있는 이 악순환의 근본 치유책은 무엇인가. 이미 앞에서 지적한 두가지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 다시말하면 의사가 의료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자신의 능력을 정성스럽게 발휘할 수 있는 진료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의료심사조정위원회의 활성화ㆍ의료피해보상법의 제정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든 불가항력적인 진료결과는 의사와 환자간의 대화 또는 법적으로 해결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상호간의 신뢰를 높여야 하겠다. 다음은 응급진료체계의 확립이다. 그 자세한 내용은앞에서도 설명한 바 있거니와 전화 한 통화로 신속하고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하루속히 확립되어야 한다. 인구 1천만이 넘는 대도시 서울에 그러한 진료체계망이 아직까지 없다는 것은 국가적인 수치이다. 그런데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담당의사를 고발,자격정지처분하고 해당병원을 행정처분하는 다분히 단견적이고 임기응변식 대처로 일관한다면 「다람쥐 쳇바퀴」식 악순환만 되풀이 될 따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의료인이 정부만 탓하고 응급환자에 뒷짐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갖가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국민보건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온갖 정성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다만 어쩌다가 있을 수 있는 의사부재ㆍ능력부족ㆍ시설부족 등 불가피한 경우에서 마치 의사가 악의를 가지고 고의로 진료를 거부한양 보도되는 경우가 있어 우리를 안타깝게 함은 물론 의료인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보사부에서 지금 응급환자진료체계 확립에 관한 작업을 진행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걸게하고 있는데 그 계획이 하루속히 확정돼 시행되기를 고대한다.
  • “아파트건설 촉진” 현실적 처방/건축비인상 허용과 파급 효과

    ◎기존아파트 10∼15%선 오를 듯/오른 건자재값ㆍ인건비반영 최소화/「50평형짜리」 1천만원 부담 늘어나 건설부가 아파트분양가격 연동제를 도입한지 7개월만에 건축비를 무려 평균 15%나 올린 것은 그동안 주택건설업체들이 건축자재값과 인건비 폭등으로 손해를 본다며 아파트건설을 기피하자 이를 현실화,아파트건설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분양가격상한선을 8년만에 철폐한 지난해와 똑같은 상황으로 방식만 바꿨을 뿐 아파트분양가격규제에 따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정으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및 지방도시의 아파트건설이 당분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아파트값과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권영각건설부장관은 이번 건축비상한선 인상에 대해 그동안 시멘트ㆍ위생도기 등 건축자재값이 최고 90%까지 폭등한데다 인건비도 50%나 올라 주택건설업체들이 아파트건설을 기피하고 있어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권장관은 시중 건축자재값과 인건비가 이처럼 크게 올라 주택건설업체들이 건축비를 평균 1백49만9천원까지 올려주도록 요구했으나 건축자재값은 조달청 단가기준으로 10%,노임은 재무부고시 노임단가 인상분의 23%만 인정,기존 아파트값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경기침체속에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이때 실질적인 분양가를 두자리수나 인상함으로써 정부의 잇단 부동산투기억제대책으로 주춤하던 아파트값이 다시 들먹이고 물가오름세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주택건설업체들이 금융비용이 연리 11.5%까지 인정되는 신도시건설지역 등에서는 아파트건설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겠지만 시가에못미치는 감정가격으로 땅값산정이 되는 서울지역에서는 아파트 건설에 계속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아파트가 크게 부족한 서울지역의 아파트건설 촉진은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번에 건축비상한선이 올랐다는데 실제 분양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현재 아파트분양가격은 원가연동제도입에 따라 택지값과 건축비의 원가가 반영되게돼있다. 그래서 건축비상한선은 인상된 만큼 직접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건축비는 내장재사양선택비용의 기준이 되기때문에 그만큼 옵션비용도 늘어나 1만원가량의 추가인상효과를 주게된다』 ­택지비에서도 금융비용을 인정한다는 데. 『주택건설업체들이 지방자치단체나 토지개발공사 등으로부터 대금을 미리주고 산 땅에 대해 택지인도일까지 연11.5%의 금융비용을 인정해 주므로 신도시아파트분양가격의 경우 택지비에서 2만원 가량 오르게 된다. 그러나 일반토지에 대해서는 금융비용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번에 조정된 건축비상한선의 적용지역은. 『서울ㆍ부산ㆍ인천ㆍ광주ㆍ대전 및 신도시건설지역을 원칙으로 하되 대구시와 그밖의 시ㆍ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판단하여 원가연동방식 적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건축비가 크게 올랐는데도 내장재사양선택제가 계속 존속되나. 『그렇다. 종전보다 아파트 질이 높아져야 하나 오른 건축자재값과 인건비만큼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장제 사양선택제가 존속된다는것이 건설부관계자의 설명이다』 ­건축비가 오르면 입주자들이 부담하는 지하주차장 건설비도 오르는 것이 아닌가. 『건설부는 지하주차장 건설비를 종전의 평당 8만∼10만원 수준으로 억제할 방침이지만 더 오를 것으로 보는게 좋을 것 같다』 ­기존 아파트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가. 『분양가격이 평당 20만원가량 오르기 때문에 부동산투기억제대책으로 주춤하던 아파트값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격이 평당 20만원 오르면 분양면적 35평형은 7백만원,50평형은 1천만원가량 오르므로 심리적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관계자들은 아파트 공급이 늘면 아파트값이 잠시 오르더라도 곧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여러가지 상황으로 보아 쉽게 안정될 것으로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다음달에 분양될 평촌 및 산본신도시아파트 분양가격은 어느 수준이 되나. 『평촌 및 산본지역은 분당지역보다 택지비가 평당 2만원가량 비싼데다 이번에 건축비가 인상됐기 때문에 국민주택 분양가격은 분당보다19만원가량 높은 1백80만원,국민주택규모 초과는 1백98만원선이 될 것으로 시산됐다』 ­6월달에 분양되는 분당 아파트값은 종전보다 얼마나 오르나. 『33평짜리의 경우 종전의 1백66만원보다 18만원이 오른 1백84만원,48평형은 19만원 많은 1백99만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다시 흔들리는 중동평화/텔아비브「5ㆍ20 유혈참사」의 배경과 파장

    ◎팔인 거주지에 유태인 이주가 발단/아랍권선 관광버스 습격… 「피의 보복 악순환」가능성 군복차림의 한 이스라엘 청년이 20일 텔 아비브 근처에서 팔레스타인인 노동자들을 무차별 난사한 사건은 한동안 잠잠했던 이 지역의 해묵은 민족분쟁에 또 한번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있다. 이날의 총기사고로 7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했으며 이 소식을 전해들은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지구 등 이스라엘 점령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폭동이 벌어져 이스라엘군이 발포,8명이 사망하는 등 모두 15명의 사망자와 6백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유혈참사가 빚어졌다. 21일에는 이스라엘의 나자레드시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동료들이 학살당한 것에 격분,이스라엘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였으며 요르단의 암만에서는 한 팔레스타인인이 프랑스인들이 탄 관광버스에 총을 난사,수명이 부상당하는 등 이번 유혈충돌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의 참사는 지난 87년 12월 시작된 팔레스타인인들의 인티파다(봉기라는 뜻의 아랍어)이후 두번째의 대형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지난 29개월여에만 모두 6백88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군인과 정착민들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즉시 통금을 실시했으나 수천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를 무시하고 가두시위를 벌이며 이스라엘군에게 투석전을 전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등 아랍권에서는 즉각 비난성명을 발표하면서 「대학살」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고 나서 그칠줄 모르던 이곳의 분쟁이 또다시 세계의 관심을 모으게 됐다. PLO지도자들은 이날의 학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총파업과 학교휴교를 촉구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의 긴급개최와 ▲국제조사단이 이스라엘군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점령 지역은 지난 67년 제3차 중동전때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요르단으로부터 획득한 곳으로 1백70만의 팔레스타인인들과 7만명의 유태인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곳. 그런데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소련ㆍ동구거주 유태인인들의 신엑소더스(대탈출)로 팔레스타인인들의 거주지역에 유태인들이 밀고들어오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불안이 높아져왔다. 이스라엘내 강경파인 리쿠드당소속 샤미르총리는 「대이스라엘건설」정책을 표방하며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유태인들의 영입에 노력을 기울여 이들을 점령지역에 1인당 3만달러의 정착 보조금을 주면서 이주시켜왔다. 이에 대해 미국ㆍ소련 등도 우려를 표시해왔고 PLO는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중동평화를 깨뜨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은 강력한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별러왔었다. 점령지구에서의 팔레스타인인 자치권 인정등 대팔레스타인 온건책을 표방해온 노동당도 『점령지구에 대한 유태인들의 잠식정책은 이스라엘을 영원한 전쟁국가로 만드는 자충수』라며 샤미르총리를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 내외에서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샤미르가 이주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그의 요지부동인 시온주의와 동구의 민주화개혁으로 이들 동구권 국가들과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 등이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구권 공산국가들은 67년 중동전이후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이스라엘의 영토확장 정책을 비판해왔다. 특히 지난 60년대말부터 시작된 소련내 유태인들의 귀국은 그동안 연간 수백∼1천명 정도에 불과했었으나 지난해에는 1만2천명으로 급격히 늘었고 올해에는 15만명으로 예상되고 있어 샤미르의 「대이스라엘건설」정책을 두고 팔레스타인들과의 관계에 긴장이 고조돼 왔다. 샤미르총리는 20일 팔레스타인들의 폭동과 관련,『이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잔인무도한 행위』하고 강변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으나 PLO는 『이번 사건이 샤미르총리의 강경정책의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일전불사를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간에 정치적 해결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유혈폭력 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수도권 공장규제완화 재고를(사설)

    수도권지역의 공장건축규제 완화조치는 중소기업의 공장부지난 해소라는 시의성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은 우리나라 공업생산의 42.6%,제조업 고용의 48.3%를 차지할 만큼 공업배치가 기형적으로 편중되어 있다. 이런 공업입지의 수도권 집중은 서울의 과밀화와 수도권 도시규모의 확대를 초래하는 등 공업이 밀집될수록 도시과밀화를 심회시켜 왔다. 그동안 서울 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수원ㆍ안양ㆍ성남ㆍ부천 등 도시의 급속한 확대는 수도권의 공업집중과 커다란 관련이 있다. 공업의 수도권 집중은 그 자체문제로서 주택부족ㆍ교통난ㆍ환경오염ㆍ범죄증가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불균형성장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왔다. 공업이 발전한 지역은 집적의 이익이 있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하여 기업의 공업입지가 활발히 추진되나 공업이 낙후된 지역은 처음부터 입지격차가 커져 상대적으로 더 불리해짐으로써 공업이 낙후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정부는 이 문제들을 해소하기위해 수도권지역을 5개권역으로 구분하여 억제정책 차원에서 개발을 엄격히 제한해 온 것이다. 이번 규제완화는 먼저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 무등록공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공장의 신증설 허용은 지금까지 정책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뿐만 아니라 규제완화의 요구를 증대시키는 계기를 제공한다. 무허가 공장 양성화 또한 양성화에 대한 기대를 자극하여 무허가 공장을 더욱더 양산시키는 악순환의 요인이 됨을 알아야 한다. 또한 앞서 제기된 주택부족과 교통난등 문제를 고려치 않은 공장입지난 완화는 중소기업들의 경제적 편익을 위해서 사회적 비용을 희생하는 중대한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주택가격파동과 전ㆍ월세가격인상은 물론 교통체증을 완화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문제를 확대시키는 자기모순을 일으킨 것이나 다름이 없다. 더욱이 수도권지역의 환경오염문제는 비상한 관심을 갖고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가평과 이천등 자연보전권역에 시ㆍ군당 1만8천평 규모의 공단 5∼6개씩개발토록하고 공장 신ㆍ증설대상업종에 공해가 없는 15개 첨단업종을 추가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공단건설은 아무리 공해가 없는 업종을 입주시킨다 하더라도 수도권의 상수도원인 한강의 수질을 오염시킬 염려가 없지 않다. 다음으로 이번 조치가 부동산투기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앞으로 1천평 이하의 공장증설이 허용됨으로써 중소기업체들이 소규모 공장용지와 공장주변 토지를 대거 매입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정부가 이를 예상하여 이들 지역을 모두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묶을 방침이지만 다른 허가지역에서 토지투기가 있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든 정책은 결정에 앞서 사회적 편익과 비용이 철저히 분석되어져야 함은 재론이 필요치 않다. 그 점에서 이번 조치에 대하여 신중한 재고가 있어야 하며 오히려 지방공업발전을 위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 국민여론이 정상화 촉매로/KBS사태가 수습되기까지

    ◎“방송민주화 의지 충분히 알렸다” 인식/구속자문제ㆍ상호불신등 후유증 우려 사원들의 제작거부및 농성으로 파행방송과 함께 공권력투입 등의 진통을 거듭해온 한국방송공사(KBS) 사태가 제작거부를 주도해온 「비상대책위원회」의 제작복귀 결정으로 꼭 한달만에 정상화 되게 됐다. 「비상대책위」가 11일 「사원총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8일부터 제작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데는 최근 보도국과 아나운서실 등의 부ㆍ차장급 간부및 사내 9개 직능별 협회장들의 잇따른 제작복귀선언과 이날 새벽 보도본부 소속 기자들의 방송참여 결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2차공권력투입이후 사원들간에 『정부의 강경대응방침이 재확인된 만큼 휴업령등 최악의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더 이상의 파행방송으로는 얻을 것이 없으며 사원들의 「방송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대외적으로 충분히 알려진 만큼 빠른 시일내에 정상화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온 것이 「제작복귀」의 밑거름이 된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사내여론」과 함께 『국민이 낸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인 KBS가 내부문제로 국민의 보고 듣고 알 권리를 한달이상이나 방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국민여론 또한 보이지 않는 압력이 됐었다. 정부나 회사측 입장에 변화가 없고 1기및 2기 「비상대책위」 핵심간부들에 대한 검거 선풍이 불어 대책위의 활동이나 입지가 크게 약화된 것도 「제작복귀」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시각도 있다. KBS사태의 직접발단은 지난달 9일 임명된 서기원사장이 11일 노조측 사원들에 의해 첫 출근을 저지당하면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서사장은 다음날 다시 출근했다가 노조측 사원들이 들이닥쳐 쫓아내려하자 경찰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노조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강제연행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치달으며 장기화되고 말았다. 「서사장 출근저지」의 배경에는 『정부가 KBS의 직제와 역할및 위상을 재편하려 한다』는 노조측의 전망과 이에따른 사원들의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 있었던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검찰이 프로듀서들의비리를 수사한 데 이어 지난해 연말 법정수당의 변칙지출문제로 지난 3월 서영훈 전사장이 해임되는 과정에서 노조측은 서사장의 해임에 반대하여 『서사장의 퇴진등 일련의 사태는 정부가 KBS를 음해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해 왔었다. 이에대해 정부와 회사측은 『서사장은 한국방송공사법에 따라 방송위원회가 추천한 이사들이 사장을 뽑아 대통령에게 제청,임명됐기 때문에 적법절차에 따른 것이며 통치권자의 법집행에 반발,취임저지 제작거부 등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뒤 회사측과 노조측은 「선정상화 후수습」방안과 「선사장퇴진 후정상화」 방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해 왔다. KBS이사회가 「사태수습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실ㆍ국장및 부장단이 노사양측의 중재역을 맡고 나서 중재안을 내는등 자체수습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선사장퇴진」을 주장하는 노조측의 기본입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국회 문공위와 방송위원회까지 중재에 나섰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었다.이에따라 정부는 혼미를 거듭하는 KBS사태가 현대중공업의 파업을 비롯,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며 어떤 이유에서라도 공영방송의 기능과 역할이 마비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공권력을 다시 투입해서라도 사태의 장기화를 막으려 했다. 파행방송 17일째인 지난달 28일 「개인자격」의 김용갑 전총무처장관의 중재로 「대책위」가 『방송을 정상화 하겠다』고 밝혀 한때 정상화의 기미가 보이기도 했으나 이틀 뒤 사원총회에서 김 전장관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면서 급기야 투표로 「대책위」의 결정을 뒤집었고 경찰재투입의 악순환을 불렀다. 이후 문화방송(MBC)과 기독교방송(CBS)노조가 동조제작거부에 들어가 KBS사태가 전방송계로 확산되는 듯한 위기도 맞았으나 사내분위기 등을 이유로 MBCㆍCBS노조가 시한부제작거부를 끝내고 정상제작에 참여했고 KBS사원들간에도 「제작복귀」에 대한 묵시적 동조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자체수습노력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대책위」는 이에 따라 지난 10일 하오 실ㆍ국및 지역대표70여명이 모인 가운데 회의를 갖고 「선사장퇴진」의 기존입장을 확인,내부결속을 다진 뒤 총회에서 이같은 사원들의 동요를 막으려 했다. 이날 회의에서 20여명의 지역국 대표들은 강경입장을 고수했으나 본사 실ㆍ국대표 대다수가 「제작복귀」를 주장,밤이 새도록 격론을 벌였으며 새벽녘 기자들의 「12일부터 제작참여」 결정소식이 회의장에 전해지자 분위기는 급변,「선정상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에따라 KBS는 우선 12일부터 뉴스프로그램이 거의 정상적으로 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18일부터는 대부분의 방송이 정상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뉴스를 제외한 많은 프로그램이 1개월여의 공백으로 인한 후유증을 말끔히 씻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여겨져 25일쯤 이후에나 완전 정상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또 노조측이 「제작복귀」이전인 17일까지 「서사장 퇴진촉구 국민서명운동」을 벌이고 방송참여후에도 ▲서사장 퇴진투쟁 ▲구속자 석방운동 등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어 분쟁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또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간부사원들과 노조측 사원들간의 불신의 골과 「제작참여」를 둘러싼 사원들의 반목과 대립 또한 후유증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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