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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평사회를 만들자] 제2부 학벌타파 2.학벌문화의 정점,서울대

    국립 서울대는 ‘대학 위의 대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대학중에서도 매우 독점적이고 특수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급 인력을 육성,고등교육을 선도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서울대는 자체 팽창과 힘의 확대를 꾀해 ‘학벌 권력체’가 됐다.정치·경제·사회·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대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순혈주의는 좋다 서울대 법대는 최근 타대학 출신 교수를 임용했다.개교 57년만에 처음이다.서울대의 교수 임용은 ‘동종교배’식이다.모교 출신만을 고집해왔다. 서울대 교수 중 모교 출신은 지난 92년 전체 교수 1340명 중 95.1%인 1275명이었다.10년 뒤인 지난해에는 1475명 중 95.5%인 1409명으로 비율도 높아지고 숫자도 더 늘었다.전국 200개 대학에서 최고이다.신임교수 채용 때 3분의 1을 타대학 출신으로 임용토록한 교육부의 요구도 무시했다.지난해 기준,간호·건축·국사·국문·독문·보건·불문·사회·심리·약학·원자핵공학·의학·정치·제약·조선해양공학·통계학과와 디자인·식물생산과학·응용화학·자구환경과학부 등 20개 학과·학부는 교원 전원이 본교 출신이 차지했다.나아가 전국의 대학 교수 4만6909명 중 27.2%인 1만2756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고위 공직 서울대 독식 김대중 정부 때 교육부총리에 이상주 대통령 비서실장이 임명되자,이규택 국회 교육위원장은 자신과 교육부 차관을 포함,서울대 사대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 정무직의 서울대 독점 현상은 역대 정권에서 거의 비슷하다.중앙인사위원회의 자료에 분명히 나타난다.93년 김영삼 정부 초기 전체 정무직 62명 중 서울대 출신은 61.3%인 38명으로 절반을 넘어섰다.98년 김대중 정부 초기에도 서울대 출신 비율은 전체 65명 가운데 32명으로 49.2%나 됐다.현 정부에서도 서울대 출신은 32명에 이른다. 장관급 이상 정무직에서는 더 심하다.김영삼 정부 초기 장관급 31명 가운데 61.3%인 19명,김대중 정부때에는 36명 중 50%인 18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현 정부에서는 증가,전체 35개 장관급 직책 가운데 57.1%인 20개 자리에 서울대 출신이 앉았다.국무총리는 김대중 정부의 경우,이른바 ‘DJ·JP연합’속에 서울대 출신은 이한동 총리 뿐이었지만 김영삼 정부에서는 6명 가운데 황인성(육사) 총리를 뺀 이회창·이영덕·이홍구·이수성·고건 등 5명 모두 서울대였다. ●검찰 검사장급=서울대 김영삼 정부 초기 전체 38명의 검사장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84.2%인 32명에 이르렀다.이런 독점은 문민정부 내내 지속됐다.94년 85.0%,95년 87.1%,96년 87.2%로 80%대를 유지하다가 97년 90%로 최고조에 달했다. 김대중 정부 때에는 약간 변했으나 독점은 여전했다.국민의 정부 첫 해인 98년 서울대 출신 검사장은 85.4%였다.이후 99년 75.0%,2000년 70.0%,2001년 73.2%,2002년 72.5%로 70%대를 유지했다. ●서울대당도 가능 우스갯소리로 ‘서울대당’의 결성도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교섭단체의 구성요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16대 국회의원 273명 중 서울대 출신은 전체의 38.1%인 104명이다.고려대는 12.8%인 35명,연세대는 6.2%인 17명이다.15대 국회에서도 299명 중 39%인 117명의 의원이 서울대를 졸업했다.고려대는 13%인 39명,연세대는 5%인 15명이다.14대 국회 역시 299명의 의원 중 서울대 출신은 31.4%인 94명,고려대는 12.4%인 37명,연세대는 6%인 18명이었다. ●상장법인 대표 5명중 1명꼴 (사)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회사 전체 임원 4281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19.7%인 844명로 집계됐다.고려대는 10.7%인 456명,연세대는 9.4%인 403명이었다. 지난해 상장법인 대표이사 896명 가운데 22.1%인 198명이 서울대을 졸업했다.고려대는 11.6%인 104명,연세대는 10.5%인 94명이었다. ●국회의원도 힘 못쓴다 서울대는 지난 2000년 처음으로 국정감사를 받았다.두뇌한국(BK)21사업 때문이었다.당시 국감에 참여했던 한 의원의 보좌관 Y씨는 “평소 교육에 관심조차 없던 거물급 정치인들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 ‘왜 서울대를 피감기관으로 선정했느냐.’고 묻는 등 여러 경로로 진위 파악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보이지 않은 힘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또 “‘왕립대’인 서울대를 국정감사한다는 자체가 의원들에게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당시 BK21,폐쇄적 교수채용,인재할당제 등 민감한 현안이 많았지만 교육위 의원 중에 서울대 출신이 많은 탓인지 국감은 유화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2002년 두번째 국감과 관련,또다른 의원의 보좌관인 K씨는 “첫 국감 때에는 서울대도 긴장했지만 국감이 ‘잔 펀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에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 같았다.”면서 “국감이 끝난 뒤 서울대 교수들이 ‘우리가 이겼다.’며 박수를 쳤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할 말이 잃었다.”고 돌이켰다. ●연구비 총액 1위 서울대의 지난 2001년도 총연구비는 1264억2193만원으로 전국 대학 중 최고다.정부의 지원 연구비는 전체의 85.4%인 1080억 1936만원이나 된다. 역시 최고다.비교적 큰 2∼3개 대학의 연구비를 합친 규모이다.연세대의 총연구비만 1123억7994억으로 1000억대를 넘을 뿐 한국과학기술원 855억원,포항공대 809억원,고려대 650억원,성균관대 578억원,한양대 550억원 정도이다. 박홍기 강충식 김재천기자 hkpark@ ◆요즘 서울대는 서울대생들의 고시 열풍은 꺾일 줄 모른다.서울대라는 간판에 사회적 명성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몇년간 취업전선이 얼어붙으면서 고시 열풍은 더 거세지고 있다. 고시는 공무원 사회에서 학벌을 고착화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고시는 서울대 출신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공직사회에 들어가기 위한 최단 코스다.법조계와 관계에 서울대생들이 대거 진출해 ‘성공’함으로써 다시 수험생들이 서울대로 모여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지난해 998명을 뽑은 사법고시에는 332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지난 2001년 행정고시에서는 273명 가운데 63명이 합격했다. 요즘에는 ‘업종 전환’ 바람까지 불고 있다.사시 선발 인원이 1000명에 육박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법조계에서의 성공이 불투명해진 탓이다.때문에 ‘박봉’의 공무원 생활을 해야한다고 해서 사시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졌던 행시로 고시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또 이과생으로서 고시공부에 도전했던 사람들은 의·치·한의대로 다시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고시에 매달리는 서울대 재학생이나 졸업생은 예전에비해 그리 줄지 않았다는 게 신림동 고시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 ◆서울대 역사는 서울대는 해방 직후인 1946년 8월22일 ‘국립서울대학교설립령’에 따라 문리과 대학·법과대학·의과대학 등 9개의 단과대학으로 발족됐다. 예술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학은 일제때 ‘경성제국대학령’으로 설치됐던 경성대학의 법문학부·의학부·이공학부 등과 함께 전문학교를 통합·개편해 짜여졌다.46년 첫 신입생 모집도 단과대별로 실시했다.현재의 서울대학교 명칭은 49년 12월31일 교육법의 공포에 따라 사용됐다. 서울대는 75년 관악캠퍼스 종합화 계획에 의거,지금의 관악산에 터를 잡을 때까지는 단과대별로 떨어져 있었다.문리대는 동숭동에 법대와 미대는 이화동에 의대와 치대는 연건동에 상대는 홍릉에 공대는 태릉에 사대는 청량리에 농대는 경기도 수원에 위치했었다.단과대별로 독특한 문화나 색깔을 지닌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 화제의 책/ ‘블로우백’ - ‘오만한 불량국’ 미국은 자멸중

    블로우백 - 찰머스 존슨 지음 /이원태 김상우 옮김 /삼인 펴냄 지배욕망 가득한 미국 국제사회 신뢰 잃어 “살려면 제국주의 포기하라” 美 정치학자 따끔한 일침 세계 곳곳의 반전시위와 전쟁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계속하고 있다.‘이라크를 무장 해제하고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란 명분을 내세우지만 세계 여론은 이런 군사행동이 아무런 정치·도덕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야만적’ 침락행위라며 규탄한다.미국의 ‘제국주의적 과잉 팽창’ 정책은 전쟁의 악순환을 자초하는 상황을 낳게 될 것이라는 지적들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버클리대 정치학 교수를 지낸 찰머스 존슨(72)이 쓴 ‘블로우백’(blowback,이원태·김상우 옮김,삼인 펴냄)은 제목이 암시하듯 이같은 현실을 읽는 데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저자는 여러 가지 형태의 미국에 대한 반작용을 블로백(역풍)이란 말로 함축적으로 표현한다.이 말은 원래 미국 중앙정보국이 내부 용어로 만들어낸 것으로,미국 국민에겐 기밀로 부쳐졌던 대외공작 등의 정책이 낳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뜻한다.9·11테러가 대표적인 예다. 저자가 말하는 역풍은 미국에 대한 테러나 무력충돌 위협 등 정치·군사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역풍은 국제경제 분야에서도 폭넓게 나타난다.냉전의 종식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적 지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오히려 미국의 군사적 지배 욕망은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경제적 지배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위험한 역풍은 미국의 오만함에 따른 국제적 신뢰상실이라고 단정한다.나아가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자신의 개별적 합리성이 아니라 범세계적인 차원의 총체적 합리성을 추구할 것을 요구한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간의 구체적인 관계에서 생겨나는 역풍과 그 징후들,그리고 그 원인이 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주목한다.미군 범죄 등에 대한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발로 촉발된 오키나와 미군기지 철폐운동은 동아시아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역풍이라 할 수 있다.미군 주둔에 항의하기위해 3000명의 오키나와인과 본토의 지식인을 포함한 수많은 소지주들은 손수건 한 장 크기의 영토를 사들이는 ‘반전(反戰)지주’운동을 벌이기도 했다.‘아시아의 마지막 식민지’ 오키나와의 주민들은 17세기 이후엔 일본에,1945년 이후엔 미국에 점령당했다는 생각이 강하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필리핀의 마르코스,한국의 이승만과 전두환 정권에 대한 정치ㆍ군사적 지원으로 야기된 국민들의 죽음과 탄압,그리고 그에 따른 반미주의의 확산 등도 역풍의 중요한 사례로 다룬다.또 북한을 상대로 한 ‘불량국가론’이 실제론 제국주의적 강박관념과 이윤논리가 결합된 ‘미사일방어계획(NMD)’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억지논리라고 주장한다.중국과 관련,저자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견제는 중국의 역사와 정책에 대한 무지와 ‘유일 초강대국’이란 미국의 자만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예를 들어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은 미국과 중국간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중국의 ‘민족주의적’ 영토정책이 과거 제국주의에 지배당한 역사적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한다면 영토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저자는 이같은 역풍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선 미국이 냉전구조를 개혁하고 제국주의적 팽창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또한 ‘아메리카 제국'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도 자신이 담당해온 역할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기 때문에 결국 냉전의 실질적 승자는 없다고 주장한다.구소련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붕괴됐듯이 미국 또한 그같은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세계는 미국의 전 국무장관 올브라이트가 지칭한,미국이라는 ‘없어서는 안될 국가(indispensable nation)’에 관대했다.그러나 이제 ‘아메리카 제국’의 오만한 지배는 더이상 지속될 수 없다.저자는 “뇌가 달린 크루즈 미사일과 같이 단단한 근육질의 미치광이 초강대국”이라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의 말을 인용,미국 자신이야말로 ‘불량대국’이 아닌지 스스로 되물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21세기는 미국이 전세계에 뿌리고 있는 증오의 씨앗으로부터 응답을 받는 반격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종합무역상사 경제 ‘뇌관’

    ‘수출 첨병’이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종합상사가 분식회계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면서 한국경제를 좀먹고 있다.1999년 옛 대우그룹의 대규모 분식회계 여파로 곤두박질쳤던 대외 신인도가 SK글로벌로 인해 또 출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SK사태로 그동안 투명경영을 외쳐왔던 기업들의 자정 다짐은 결국 ‘공염불’로 끝난 꼴이 됐다.종합상사는 오너의 비자금 조성이나 부실 처리의 창구임이 또 다시 확인됨으로써 ‘비리의 핵’으로 떠올랐다. ●왜 종합상사인가 종합상사는 업종 특성상 해외 비즈니스가 많은데다 오너일가의 지분 비중이 커 회계 조작이 쉽다.그래서 그룹 계열사 가운데 매출을 부풀리고 부채를 감출 수 있는 최적의 곳으로 꼽힌다.그룹의 모기업이 종합상사인 경우 이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1조 5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난 SK글로벌은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회사에서 출발했다.몰락한 옛 대우그룹의 ㈜대우도 모기업으로 당시 23조원대의 분식회계 규모 가운데 ㈜대우가 15조원대를 차지했다. 재계 관계자는“무역업이 주력인 종합상사가 가장 투명한 경영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한국의 그룹구조 속성상 ‘구정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종합상사”라고 단언했다.이어 “정밀하게 회계조사를 한다면 분식회계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상사 ‘무용론’ 대두 수출환경 악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분식회계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종합상사들의 입지가 크게 움츠러들고 있다.한때는 그룹의 ‘맏형’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현대종합상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데다 SK글로벌마저 경영정상화가 요원해 종합상사업계는 더욱 빠른 속도로 위축될 전망이다. 종합상사는 올해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매출도 최대 80% 가량 줄어들게 된다.또 SK글로벌 파문으로 채권단의 자금지원과 신용등급 하향 등 어느 때보다 고달픈 한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따라 종합상사의 영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정 서둘러야” 경제 전문가들은 종합상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회계조작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 모델의 취약성이 누적되면서 적자 폭이 늘어나고 이를 감추기 위해 회계조작의 악순환이 계속 될 것이란 설명이다.여기에 일부 계열사의 부실까지 떠안으면 분식회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회계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이 많다.특히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해외 지점의 부실부터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LG경제연구원 이승일 연구위원은 “종합상사는 부실덩어리를 숨길 수 있는 조건이 다른 업종보다 좋기 때문에 외부 감사가 대폭 강화되지 않을 경우 제2의 대우,제2의 SK사태는 언제든지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오호수 증권업협회장 “”기관투자가 육성하고 ‘개미’엔 배당세 감면을””

    “증시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해결책은 없습니다.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이 살아나지 않고 세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시장을 살릴 수 없습니다.”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산업자본의 조달기능이 마비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오호수(吳浩洙·사진) 한국증권업협회 회장은 11일 “증시불안이 계속되고 있지만 기업과 시장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시침체의 근본요인은 고유가,북핵문제 등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대내적으로는 대출부실에 따른 개인금융의 불안으로 소비가 위축됐고,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도기적인 상황도 작용했다고 본다. ●국내시장의 취약점은 과거부터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은행 등 기관투자가의 역량이 너무 부족해 시장의 충격을 내부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시장을 이끌어야 할 기관투자가들이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이러다보니 국내 증시는 개인투자가들에 휘둘려 주식을 사고파는 회전율이 너무 높아 불안하다.전체 30%를 보유한 외국인이 주식을 쏟아내면 물량을 받을 곳이 없다.이런 역할을 해줄 기관투자가가 적다보니 등락이 심할 수 밖에 없다.수요기관의 확충을 위해 기업연금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은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세제지원 확대가 절실하다.주식 장기보유자의 배당금에 대한 감세,일반 근로자들의 재산 형성을 위한 면세상품 도입,소액주주들의 배당세 감면 등이 이뤄져야 한다. 김미경기자
  • 금융충격 막기 긴급대응,파문확산땐 국가신용 위험 은행권 증시안정협조 유도

    ★정부·채권단, SK대책 부심 정부가 새 정권 출범 이후 첫 금융정책협의회를 개최한 데 이어 은행장 간담회를 잇따라 가진 것은 이라크전·북핵·SK분식회계 등 대내외 악재로 요동치고 있는 금융시장을 긴급 진화하기 위해서다.분식회계 장본인인 SK글로벌에 대해 ‘채권단 공동관리 방안’까지 대두되는 등 파문이 확산됨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SK쇼크 진화 부심 주요 채권은행장들이 지난 10일 긴급 심야회동을 가졌을 정도로 상황이 심상치 않다.SK글로벌의 금융권 차입금이 8조원을 넘는데다,종합상사의 특성상 그룹 계열사들과 얽히고 설켜 있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북핵 문제에서 출발한 ‘코리안 리스크(국가 위험도)’도 증폭되는 양상이다.실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는 1.75%까지 급등했다.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정부와 채권단은 ‘한국판 엔론 사태’로 비화되지 않도록 SK글로벌의 고강도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한편 수출입금융 지원을 계속해 일단 조기 정상화를 모색하기로 했다. ●부총리·은행장들,무슨 얘기 나눴나 SK쇼크와 ‘증시안정을 위한 은행권의 협조방안’이 주된 화두였다.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은행장들에게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쇼크가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는데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아울러 가계대출과 채권투자에 치중된 자산운용 행태를 자율적으로 개선해 달라고 주문했다.표면적으로는 권고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직·간접 주식투자를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었다.이에 대해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은 주가연계채권(ELN)상품을 은행창구에서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 대주주 증자 왜 요구하나 ‘가계대출 대란’의 핵심은 카드빚이기 때문이다.실제 280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의 58%가 카드빚 관련이다.카드사의 대출채권은 총 84조원에 이른다.이 가운데 한달 이상 연체돼 카드사가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부실채권은 지난 1월말 현재 8조원이다.연체율로 따지면 11.1%로,6%대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갑절에 가까운 수준이다. 재경부 신제윤(申齊潤) 금융정책과장은 “카드사의 현금흐름을 점검한 결과 아직은 큰 문제가 없지만,떼이는 채권이 자꾸 늘어나면 현금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카드사는 무리한 채권회수에 나서게 돼 ‘연체율 상승·신용불량자 급증’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대주주가 미리 증자를 통해 ‘예비실탄’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연체율이 높은 현대·외환·롯데카드가 1차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급등 땐 당국 시장개입 정부의 시장개입 경고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불안한 모양새를 이어갔다.외환당국은 최악의 경우 국책은행을 통한 물량개입이나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직접개입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장기 간접주식투자상품에 대한 배당소득세 면제 등 증시 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 방안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안미현 김태균기자 hyun@ ★남겨진 수사 쟁점 SK그룹 부당내부거래와 분식회계 등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SK글로벌의 SK㈜ 지분 해외 파킹 등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수사과정의 외압 시비는 여전히 남아있다. ●남겨진 것들 이번 수사에서 SK글로벌이 SK㈜ 지분 1000만주를 해외에 ‘파킹(임시보관)’한 사실이 드러났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고발이 필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은 공정위에 고발의뢰했다.또 SK글로벌에 대한 형식적인 감사에 그친 Y회계법인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남아 있다.검찰은 해당 회계법인을 금융감독원에 통보,추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SK글로벌이 20여년 전부터 분식이 누적된 상황을 포착됐으나 시간과 인력의 제약으로 이번 수사에선 ‘2001 회계연도’에 대한 부분만 마무리됐다.검찰은 나머지 기간에 대한 조사를 금감원에 의뢰,전체적인 조사가 완료되면 분식회계와 관련,대출사기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수사외압 논란 SK수사 말미에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외압에 대한 여부였다.지난 9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회에서 SK그룹 수사에 참여한 이석환 검사가 “여당 중진인사와 정부 고위인사가 외압을 행사했다.”고 폭로했고 다음날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검찰에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외압은 아니었다.”고 진화를 시도했다. 홍지민기자 icarus@
  • OPEC “유가 잡을 카드없다”상당기간 40달러 유지 전망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이라크 전쟁이 임박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가까이 치솟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딜레마에 빠졌다. 겉으로는 전쟁이 터져도 산유량을 늘려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겠다고 말하지만 회원국 가운데는 이미 하루 최대 생산량에 육박한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11일 빈에서 OPEC 각료회의가 열려도 전쟁시 유가를 안정시킬 뾰족한 대책은 나올 것 같지 않아 유가가 더 빠른 속도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9일 빈에 도착한 샤키브 헬릴 알제리 석유장관은 OPEC이 하루 400만 배럴을 추가로 공급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전쟁시 시장에서 빠질 이라크의 하루 산유량 250만 배럴과 쿠웨이트의 70만 배럴을 염두에 둔 말이다.그러나 OPEC이 회원국에게 배정한 생산량 제한을 일시적이라도 풀 생각이 없다는 뜻도 담고 있어 시장 안정에는 이렇다할 도움이 안된다. OPEC 회원국들은 지난해 감산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다.국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 수요가 느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파업에다 이라크 위기쟁까지 겹쳐 유가는 1990년 걸프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회원국들은 유가가 급등하자 쿼터량 내에서 유전을 풀가동,최대의 수익을 올렸다.그러나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경우 수요가 급감,종국적으로 득될 게 없기 때문에 유가 안정에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11일 각료회의에서 논의될 2·4분기 원유 수급대책의 초점도 전쟁 발발시 유가를 단기적으로 40달러 미만으로 안정시킨다는 데 집중되겠지만 그럴만한 카드가 있느냐가 문제다. 1990년 걸프전 당시에는 OPEC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즉각 증산에 나선데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대량으로 방출,개전 직후 유가는 배럴당 18달러로 급락했다. 그러나 지금은 9·11 테러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급랭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태도가 모호하고 다른 회원국은 증산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게다가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상업용 재고수준이 최저치로 떨어져 원유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높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개전과 동시에 유가가 다소 떨어지겠지만 수급상황의 불안감 때문에 유가가 상당 기간 40달러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로선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 등이 보유한 전략 비축유 12억배럴을 전쟁 발발과 동시에 방출하는 게 최선의 대안으로 꼽힌다.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원유수급이 왜곡될 경우에만 6억 배럴의 비축유를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걸프전 당시 미국이 즉각 방출을 결정했음에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2개월 이상이 걸린 점을 지적한다.따라서 개전 시기를 정했다면 비축유 방출을 늦출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특히 전쟁이 조금이라도 지연되거나 추가 테러가 발생할 경우 유가에 대한 사재기 열풍은 국제 선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현물 유가가 다시 급등하는 악순환을 연출할 수 있다. 세계 석유공급량의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OPEC은 베네수엘라의 파업 등을 감안,현재 하루 245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유가의 범위는 장기적으로 배럴당 22∼28달러로 잡고 있다. mip@
  • 與 ‘신주류 보호론’ 급부상

    10일 민주당 당무회의 등을 통해 당개혁안 논의가 지연될 조짐이 엿보이면서 신주류의 당운영에 대한 비판론이 다시 나왔으나 역으로 ‘신주류 보호론’도 급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앞장섰던 민주당내 신주류는 그동안 개혁작업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개혁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신주류 내부의 알력설과 함께 일부 인사의 성실하지 못한 당무수행에 대한 비난이 자주 입에 올랐다.그러면서 개혁작업이 더욱 지지부진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신주류 내부에서 강한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여기다 당무에 비협조적인 모습으로 비쳐졌던 구주류 중진들도 “신주류가 밀리면 민주당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면서 신주류 보호론을 적극 펴기 시작했다. 신주류의 한 중진 인사는 최근 당내의원들을 두루 만나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신주류가 여소야대의 험한 정국상황에서 당정분리라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 모든 게 새롭고 어설프게 보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게 마련인데너무 부각시키지 말고 여유를 갖고 신주류를 지켜봐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주류 보호론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형태는 달랐지만 공개적으로 표출돼 공감을 얻었다.김태랑 최고위원은 “언론이 우리당 인사들을 신·구주류로 가르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도하고 있다.”면서 “마치 파벌싸움만 하는 정당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수 있는데 정치발전과 당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만큼 언론인들이 신·구주류 용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우회적으로 신주류 보호론을 폈다. 그러나 회의에선 지구당폐지,임시 지도부 구성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노출,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춘규기자 hgd@
  • [외교관 통신] 유명환 駐이스라엘 대사

    “꼬리가 무척 긴 운석이 고요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고 마침내 예루살렘에 평화가 오는구나 하고 기대했다.그런데 그것은 이라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이었다.” 이스라엘 교수 한분이 며칠전 10년전 1차 걸프전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그 분은 조만간 ‘꼬리 긴 아름다운 운석’이 예루살렘 밤하늘을 또다시 지나갈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예루살렘은 ‘평화의 토대’라는 단어에서 유래한다.그러나 인류역사상 이 도시만큼 정복과 파괴에 시달린 곳도 없다.서기 70년 로마의 티투스 장군의 명령에 따라 ‘돌위에 돌하나 남지 않도록’ 파괴된 이 도시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의 결과로 2000년 만에 다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손으로 돌아왔다.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으로 이곳에서 살던 100만여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집과 재산을 모두 남겨두고 서안지구 및 가자지구로 피신,지금까지 난민촌에서 살고 있다.이들은 유엔 등 국제기구의 원조에 의해 연명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할 일도 없다.하마스,지하드,알악사 브리게이드 등 무장조직들은이 젊은이들을 조직에 충원할 수 있다.일주일이 멀다하고 터지는 자살폭탄 테러는 이들의 소행이다.2년 반이나 지속되는 소위 ‘민중항거’로 팔레스타인인 2000여명,이스라엘인 700여명이 희생됐다.보복이 보복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제는 어느 것이 어느 것의 보복인지 앞뒤를 알 수가 없다. 공중버스,식당,상점 등을 목표로 한 팔레스타인인 자살테러는 이스라엘인들의 생활방식을 바꿔 놓았다.한 교민 부부는 교회에 갔다가 오는 중에 버스에 새로 올라탄 승객의 인상이 좋지 않아 무작정 내려 힘들게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식당마다 경비원들이 손님들을 일일이 검사한 뒤 들여보내는 것도 익숙해진 풍경이다.어느날 식사를 한 뒤 청구서를 보니 주문하지 않은 항목의 금액이 적혀 있었다.손님들이 안심하고 식사하도록 한 경비원의 수고료라는 게 식당측 설명이었다. 식당에서 자리잡기도 쉽지 않다.가급적 창가쪽을 원하는 사람도,기둥근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각자 자기 보호 방법에 따라 행동양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의 환경 적응능력은 무척 뛰어난 것 같다.테러로 수십명이 죽은 자리도 그 다음날이면 흔적도 없이 말끔히 치워져 있다.테러로 파괴된 식당 자리에 같은 간판의 식당을 차려도 사람들이 그대로 드나든다고 한다.전쟁이 한창이던 베이루트와 예루살렘 주재 특파원을 지낸 미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개구리’론이 떠올랐다.끓는 물속에 개구리를 집어 넣으면 금방 뛰쳐나와 살지만,찬물에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적응하다 그대로 죽고 만다는 이야기다. 주변 아랍국가들은 형제인 팔레스타인을 돕기 위하여 네번이나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렀으나 모두 이스라엘에 패배하고 말았다.10년전 걸프전에서 미군 및 다국적군의 공격을 받은 이라크가 이스라엘을 겨냥,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스라엘을 전쟁에 끌어들여 걸프전에 참여한 아랍국가들로 하여금 총구를 이스라엘로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곳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그래서 이번에도 미국 및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공격하면 이라크는 반드시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 이곳은 이라크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가스 마스크가 지급되고,집집마다 대피시설을 만들고 유리창문을 봉하고 비상시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그러나 시내는 오히려 차분하게 내려앉은 분위기다.이곳을 떠나면 지중해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단호함이 읽혀지기도 한다. 많은 외국인들이 이미 본국으로 대피했고,각국 외교관들의 수도 줄고 있다.우리 교민 500여명 중 상당수도 귀국했다.토요일에 열리는 한인교회의 예배당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있어 쓸쓸하게 느껴진다.미처 대피못한 교민들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전쟁이 임박하면 이나라 남쪽 끝 국경도시로 피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절박한 상황에서 용서와 관용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그러나 평화는 힘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지난 3000년의 예루살렘 역사속에서 50여차례 정복이 있었으나 평화는 아직 이름뿐이다.민족·종교간 갈등은 용서와 관용 없이는 풀어질 수 없는 것 같다.저쪽이 살면 내가 죽고,내가 살면 저쪽은 죽어야 한다는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의 논리가 지배하는 한 평화는 요원하기만 하다.기독교,이슬람교,그리고 유대교가 모두 성지로 삼고 귀중하게 생각하는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전쟁의 공포와 자살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인류의 양심에서 볼 때 한없이 수치스럽다. ●유명환(柳明桓·57)대사 약력 서울대 행정학과,외시 7회,싱가포르 1등 서기관,주미 대사관 참사관,공보관,청와대 외교비서관,북미국장,주미 공사,대테러 및 아프간문제 담당 대사
  • 김진표 부총리의 ‘경제해법’ 인터뷰/법인세 내리되 대기업·中企 형평 고려

    “지금 우리가 해야할 가장 시급한 것은 기업인과 국민 등 경제주체들을 안심시키고,외국인투자자들을 붙들어매는 일입니다.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할 경제정책의 비전과 의지를 이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이를 미룰 경우 향후 경제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인 김진표(金振杓)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9일 기자와 만나 “앞으로 5월까지 3개월여동안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상황은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또 법인세율 조정과 관련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의 실효세율이 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세율을 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0일의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를 위해 이날 청사로 출근한 김 부총리를 만나 최근의 경제상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현 경제상황을 진단한다면 검은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는 형국으로 보면 된다.소낙비가 퍼붓지는 않고 있으나,언제 퍼부을 지 불안하다.햇볕이 다소 비치고 있어 검은 먹구름을 걷어 낼 것으로 바라고 있으나,예단할 수 없다. ●올들어 국내 경기에 대한 조심스런 낙관론이 비관론쪽으로 바뀌고 있는 원인은. 가장 큰 이유는 미-이라크전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이래저래 늦춰지면서 유가가 급등해 우리경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유가급등→물가상승→소비및 투자감소→금융시장 불안 등의 악순환이 가시화되고 있는 느낌이다.실제 각종 경제지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월 대비 3.9%로,4%대까지 육박하고 있다.게다가 설비투자도 무려 -7.7%까지 떨어지는 등 조짐이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다.이라크사태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반기내에 제거되더라도 하반기에는 북핵사태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와 카드연체율 등도 심각한 수준인데. 우려되지만 섣불리 가계대출 억제 등과 같은 수단을 동원하기는 이르다.조금 더 추이를 봐가며 대응해야 한다.가뜩이나 소비·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도 대외변수 등으로 증가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경제상황이 나쁠때는 단기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실천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비전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단기적인 대책으로는 당장 ‘(정부의 경제정책에) 불안해 하고 의심하는 기업,(한국을)떠나려는 외국투자자’를 안심시키는 일이 급선무다.이를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경영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최대한 풀고,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경영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최근 SK글로벌-JP모건 이면계약 등으로 SK그룹 계열사 전체가 시장의 불신을 받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도 불투명한 거래에서 비롯됐다.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등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행위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도 시장환경을 조성하려는 일환이다. ●법인세율 단계적 인하 방침도 시장환경 조성으로 보면 되나. 그렇다.지금 세계는 조세 인하 경쟁의 시대다.전에도 여러번 얘기했지만 싱가포르는 법인세율을 22%에서 최근 20%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반면 우리나라는 27%다.이런 상황에서 누가 우리나라에 투자하려고 하겠는가.그래서 이들에게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중·장기적인 플랜을 밝혀두자는 일환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꺼낸 것이다.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싱가포르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부총리의 법인세 단계 인하 방침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았나.코드(code)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노 대통령의 언급은 대기업에게만 이득이 되는 법인세율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 원칙을 밝힌 것이다.노 대통령과 시각차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앞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해 나가되,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의 실효세율이 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갈 생각이다. ●어느 때보다 경제부처간의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앞으로 현안이 생길때 마다 자주 만나 토론과 협의를 통해 조율해 나갈 생각이다.실물부문에 대해서는 관련 단체 등 재계와 수시로 만나 현안을 챙겨보려고 한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 조사 등으로 기업의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공정위의 6대 기업집단 등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기업의 편의를 위해 사전예고제를 도입한 데 따른 것으로,기업들도 큰 불만이 없는 것으로 전해듣고 있다.다만 하필 새 정부 출범과 때맞춰 발표하다보니 조사를 받는 쪽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분명한 것은 ‘재벌길들이기’ 등의 성격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 주병철·사진 김명국기자 bcjoo@
  • 아파트 분양가 올들어 37% 상승

    *서울시 동시분양 평당 평균 1184만원 기존 집값까지 올려…악순환 불러 서울시 아파트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기존 아파트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품이 빠지면서 안정세로 접어든 반면,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땅값과 인건비·자재비 상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분양가를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변명하지만,소비자들은 시행사와 건설업계가 분양가를 턱없이 올려받는다고 주장한다. ●올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가 5년새 가장 높아 26일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1,2차 동시분양에 나온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1184만원으로 조사됐다.지난해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 분양가 867만원과 비교해 무려 37% 뛰었다.상승률도 99∼2000년 12%,2000∼2001년 10%,2001∼2002년 19%와 비교,가장 높다.분양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건설사들이 정확한 원가나 적정이윤을 따지기 앞서 지난해 폭등한 주변 아파트 시세와 분양권값을 기준으로 공급가를 매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2차 서울 동시분양에 나온 방배동 동양파라곤 아파트 분양가는 이 지역에서 가장 비싼 삼성래미안아트힐 가격에 맞춰 이 지역 역대 최고 분양가인 평당 1600만∼1650만원에 매겨졌다. ●분양가 올리기,지방으로 번져 올해 경기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평균 평당 분양가는 627만원으로 지난해(507만원)보다 24% 올랐다.인천지역 분양가는 지난해 482만원에서 올해 602만원으로 25% 뛰었다.용인지역에서는 웬만하면 평당 800만원대를 넘어서고,인천도 송도풍림아이원 일부 평형이 평당 700만원대를 기록한 것을 필두로 ‘고가 아파트’분양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고양시 가좌지구 대우드림월드는 평당 600만원대에 분양됐다.부산도 올해 공급된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지난해(458만원)보다 34% 뛴 613만원을 기록했다.특히 분양을 앞둔 거제동 월드메르디앙은 평당 700만원대로 분양가를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분양가 인상,아파트값 상승 부작용 불러와 아파트 분양가 인상은 주변 아파트값을 덩달아 끌어올려 집값 불안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양 가좌 대우드림월드,강서구염창동 한화꿈에그린,인천 간석동 금호베스트빌이 분양되면서 인근 아파트값이 평균 1000만∼1500만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자혜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총재는 “건설사들이 대지조성비 인상,첨단자재 시공 등을 내세워 분양가를 부풀리고 있다.”며 “모집 공고에 앞서 투명한 분양가 산출기준을 밝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주변 중개업소가 매물을 팔기 위해 신규 분양가에 맞춰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찬희기자 chani@
  • 28일 정년퇴임 ‘창비’ 창간 백낙청 서울대 교수 “민족문학론은 아직도 유효 서울대 개혁 장애는 교수들”

    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문단은 순수 문학이라는 협소한 테두리 안에 주로 머물러 있었다.그러나 66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이 출간되면서 사회학·정치학 등 사회과학과의 접목을 통해 진정한 인문 과학으로 탄생하게 된다.창비를 만들고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을 집필,현대문학론의 물꼬를 튼 이가 바로 백낙청(白樂晴·65·서울대 영문학과)교수다. 백 교수는 교수 출신 문학평론가에만 머물지 않았다.1974년에는 유신 독재에 항거하다 해임되는 등 사회의 개혁을 위해 헌신해 온 실천적 지식인이다.그동안 ‘문학적 정부’의 수장으로 우뚝 서 있던 그가 오는 28일 정년 퇴임한다.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5일 오전,서울 마포구 창작과 비평사 건물 3층 사무실에서 백 교수를 만났다. ●서울대를 떠나는 심정은 제대로 정년을 마친 데 우선 감사한다.후진 중에도 중간에 작고하는 사람도 있고,나 역시 70년대에 해직되는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나. ●교수로 재직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교수이기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있었다.서울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똑똑한 학생들이 떠받들어 준다.자칫하면 온실 속에서 자기 반성 없는 인생을 살 우려가 있다.어떤 사람이 “서울대 교수처럼 생각한다.”고 뼈아프게 충고하더라. ●최근 제기되고 있는 서울대 폐지론에 대한 생각은 서울대로 대표되는 학벌 사회의 가장 큰 폐단은 국민의 신분이 입학과 더불어 결정되고,학문적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서울대의 독보적 지위는 강화되지만 결국 불리하게 작용한다.서울대는 재벌과 비슷하다.분명 문제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재벌을 없앨 수 없듯이 서울대를 폐지하는 것 역시 어렵다고 본다. ●몇 가지 개혁으로 서울대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서울대가 학벌사회가 갖는 문제의 근원은 아니다.서울대로 학벌 사회의 모순이 집약되고,서울대가 커짐에 따라 모순이 더 심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 서울대 안팎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서울대가 현재 검토중인 지역할당제나 학부 정원 축소,지방 이전안 등을 계속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그러나 서울대 개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서울대 교수들이다.대부분 지역할당제에 대해 “안은 좋은데 현실성이 없다.”며 반대한다.하지만 교수들이 찬성하고 추진하면 현실성이 없을 이유는 없다. ●노무현 정권에 참여할 생각은 없나 국방부 장관직은 고려하겠다고 말한 적은 있다(웃음).80년대 초반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알고 지냈다.통추 시절엔 고문까지 맡았다.그런 이유로 최근 몇몇 언론에서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것 같다.그러나 언론 기관인 시민의 방송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만큼 공직에 나갈 의사가 없음을 대통령직 인수위에 알렸다. ●창비가 하나의 권력이 됐다는 비판이 있는데 권력은 힘을 갖는 것이다.무엇이든 이루려면 힘을 키워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권력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권력으로 군림하거나 그 자리에 안주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최근의 비판은 옥석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는 것 같다. ●민족문학론이 세계화 시대인 21세기에도 의미가 있나 민족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 있는 구체적인 현실이다.또 우리는 분단 체제를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하며,세계도처에 흩어져 있는 우리 민족 안에 남아 있는 문화적 유대나 혈연적 동질감을 가꿔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민족문학론은 아직도 유효한 개념이다.물론 민족주의와 국민국가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하지만 민족에 대한 냉소를 첨단 이론처럼 대접하고,민족에 대한 강조를 촌놈들이 낡은 이야기를 한다는 식으로 치부하는 것은 현실 감각이 모자란 것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
  • [지하철 긴급점검] ④끝.수도권 전철망

    “머리 4개 달린 괴물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대구지하철 대참사가 수도권 전철망의 기형적인 운영체계에 이런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노선별로 독자적인 운영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전철망의 운영체계 개선 없이는 서비스 향상과 안전을 도모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위험요인 집합소 전국민의 절반이 이용하는 수도권 전철망은 ‘한지붕 두가족’인 서울의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인천지하철공사,철도청 등 4개 기관이 연계 운영하고 있다. 운영 주체만 다른 게 아니라 전동차와 노선의 레일 배치,전기,신호기 위치 등도 제각각이다.시기별로 개량된 모델을 들여오는 데만 급급한 데 따른 부작용이 이제서야 불거지고 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전동차가 서울역 앞에서 남영역으로 지나갈 때에는 객차내 전등이 짧게는 4∼5초,길게는 30초 동안 꺼진다.서울역 앞의 철도청 노선에는 2만 5000V의 교류가,시청역을 관할하는 서울지하철공사 전철망에는 1500V 직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기관차가 관성으로 움직이는 사이에 기관사가 숙달된 손동작으로 구간변경과 함께 전기방식을 바꾸지만 엄밀히 말하면 무동력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 더 가관인 것은 상·하행선 별로 운행방향이 달라 레일이 X자로 꼬이는 구간까지 생겨났다는 점이다.서울역에서 4호선을 타고 과천방향으로 갈 경우,서울지하철공사 관할인 남태령역까지는 전동차가 오른쪽 레일로 달린다.하지만 철도청 관할인 선바위역부터는 선로가 꼬이면서 왼쪽 레일로 바꿔 운행된다.승객들도 어리둥절해지며 방향감각을 잃기 십상이다.전동차 신호체계도 제각각이다.4호선 당고개∼금정역 구간은 기관사가 전동차 안에서 자동적으로 신호를 볼 수 있는 ATC방식이다.반면 금정역을 지나 안산까지는 기관사가 선로변 신호 등을 육안으로 확인해야 하는 ATS방식.기관사들이 주의를 조금만 게을리해도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본말이 바뀌었다 노선별로 운영주체가 제각각인 구조는 안전에 대한 장기적 시각이나 분석 없이 자리 차지를 위한 ‘정치적 배려’와 정책결정 기관간의 힘겨루기 때문에 생겨났다는 지적이다. 1974년 서울지하철 1호선 개통으로 지하철시대를 연 서울지하철공사에 이어 1995년 5호선 왕십리∼상일동역 구간 개통을 앞두고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가 출범했다.나쁜 선례가 시작된 것.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당시 통합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정부에서 외부용역 결과를 앞세워 밀어붙였다.”면서 “그 이후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반대 등으로 논의가 유야무야됐다.”고 귀띔했다. 잘못된 출발은 악순환만 되풀이하도록 만들고 있다.지하철 운영기관들이 수조원대의 빚더미에 올라앉다 보니 승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은 꿈도 못꿀 지경이 됐다. 기형적인 운영체계는 전동차 운행 및 통제와 관련된 시설에 중복투자를 불러왔고,관할기관이 바뀌는 노선 연결지점에는 인력도 중복배치되고 있다.결국 운영 기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라도 대책을 박용훈(朴用薰)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유럽연합 13개국이 지하철을 포함한 철도 공동운영체(EURAIL)에 합의를 이끌어 낸 마당에 4개의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누지 못하는 현실은 국제적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백번 양보해 운영주체 통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치더라도 신규노선 건설방식 등 시스템 통합에 대한 논의는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참사 당일인 지난 18일 열린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에서도 분과 위원들과 교통 전문가들은 운영체계의 일대 혁신을 촉구했다. 지하철운영 30년의 연륜을 지닌 수도권 전철망 운영 기관들은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경구를 새삼 되새겨야 할 때다. 송한수기자 onekor@
  • [열린세상] 정치개혁, 정치문화에서 출발

    ‘새로운 한국,변하지 않는 정치’라는 말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한국사회는 급속도로 변하는데 가장 낙후된 분야가 정치라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사회 각 분야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오직 미래를 향해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유독 정치만은 과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정치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항상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다.그뿐이 아니라 정치가 그 자리에 머물면서 조용히 있으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나라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문제가 된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정치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정치의 영향력이 대단히 크고 정치논리가 다른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과 같이 한국에서 ‘모든 길은 정치로 통한다.’고 말해도 크게 무리가 아닐 것이다.세계화·정보화의 파고 속에 변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치만이 오직 쇠귀에 경 읽는 식으로 변화와 개혁에 무감각하게 버티는지 알 수 없다. 정치를 확 바꾸지 않고는 국가의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오래 전부터 정치개혁이 주장되어 왔다.16대 대선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이 역시 정치개혁 문제였다.정권을 재창출한 민주당이나 대권을 눈앞에 두고 야당이 된 한나라당 모두 정치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경쟁적으로 정치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두달이 넘도록 여야 모두 정치개혁안에 대하여 백가쟁명식 논의만 무성한 채 용두사미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생긴다. 이번에는 대선에서 이긴 쪽이나 진 쪽 모두 정치개혁을 부르짖는 것이 구두선이 되지 않고 진정으로 한국정치의 발전을 기약하는 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정말 혁신적인 정치개혁안이 선보여 한국정치가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정치가 시대정신을 선도하고 국가 발전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해 주길 기대해 본다.그렇게 함으로써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어 정치인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유능하고 모범적이며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역할 모형이 되길 바란다. 여야가 논의하는 정치개혁안은 주로 제도를 바꾸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한국정치가 제도를 잘못 선택하여 발전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하지만 지역감정이 소선거구제 때문인가? 제왕적 대통령과 고무도장 국회가 권력구조 때문인가? 당 총재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정당의 지도체제 때문인가? 제왕적 지구당위원장이 지구당 조직 때문인가? 고비용저효율 정치가 선거제도 때문인가? 진성당원이 적은 것이 정당구조 때문인가? 철새정치인이 득실거리는 것이 정당제도 때문인가? 제도도 문제지만 정치인과 국민의 정치의식과 태도 등 정치문화에 더 큰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안에 반(反)민주문화를 민주문화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하나도 없다.정치문화가 발전하려면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화는 어머니요 제도는 그 자식’이란 말과 같이 정치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문화의 발전도 중요하다. 서구식 민주제도가 제3세계에 확산되면 제3세계도서구와 똑같은 민주사회가 건설될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정치불안과 위기의 악순환 부정부패의 성행 등 정치적 퇴행현상이 나타났다.그 원인을 연구해 보니 토양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되어 정치문화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강남에 있는 귤나무를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는 이치다. 국민은 모두 정치가 개혁되기를 희망한다.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아직까지 헌법타령,권력구조타령,선거구 타령,당명 타령 등등 정치개혁을 법적·제도적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다.제도가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정치토양인 정치문화의 변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홍 득 표
  • [사설]떠나는 대통령 DJ

    김대중 대통령이 오늘 영욕의 5년을 마감하고 동교동 사저로 돌아감으로써 국민의 정부가 역사 속으로 물러난다.1998년 외환위기로 수많은 실업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암울한 상황에서 어렵게 당선됐던 김 대통령은 당선 축하연조차 갖지 못하고 당선자 신분으로 환란위기 극복에 매달려야 할 만큼 힘든 출발을 했었다.그런데 퇴임에 즈음한 오늘의 사정 역시 취임 때 못지않게 어두워 안타깝다. 지난 5년을 냉정하게 돌아보면 DJ의 공과는 분명하다.50년만에 첫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고,단기간에 환란위기를 극복했다.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경제구조조정 등 4대 개혁과 인권 향상,복지개선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고 하겠다.무엇보다 햇볕정책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금강산 관광·경의선 및 동해선 연결,개성공단 등의 대북사업은 남북간 신뢰구축의 토대가 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북핵 문제에도 불구,DJ의 업적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임기내내 여야관계를 갈등국면으로 몰아넣었고,권력 핵심부와 측근들의 인사 전횡과 권력형 비리는 지역감정을 심화시키고 부패정권으로 낙인찍히는 우를 초래했다.특히 두 아들의 구속은 임기말 심각한 민심이반을 초래함으로써 개혁이 발목 잡히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모든 평가는 이제 역사의 몫이다.다만 오늘의 현실이 국민의 정부의 출범 때와 너무 닮은꼴이라는데 문제가 있다.특검법으로 여야가 갈등을 빚고,북핵문제와 이라크 전쟁 가능성으로 경제불안이 가중되고 있다.여기에 대구지하철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을 벌였던 것처럼 정파와 지역,이념과 세대를 떠나 모두 힘을 합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떠나는 사람들이나 새로 들어서는 정부나 지난 5년의 궤적을 반추해보고,나아가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권한다.
  • [씨줄날줄] 평화 만들기

    독일 철학자 피히테는 1807년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에게 점령당한 베를린에서 그 유명한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란 연설을 통해 평화를 깨고 유럽 전역을 전쟁의 공포와 살육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나폴레옹에 대항해 단호히 싸울 것을 호소하고 있다. “나폴레옹의 정신에 도덕적 의무감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는 인류의 구원자가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그러나 그는 신의 손에 쥐어진 채찍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우리의 벌거벗은 등을 채찍 앞에 내어놓고 핏자국이 맺혀서 주여!주여!하며 청할 것이 아니라 그 채찍을 꺾어 버려야 합니다.”힘의 행동을 권고한 것이다. 인류를 전쟁의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아돌프 히틀러도 외교적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무력으로써 목적한 바를 얻으려고 한다면 강해야 한다.그러나 협상으로써 그것을 얻으려고 하면 두 배로 강해야 한다.” 역시 힘의 논리다. 나폴레옹 시대가 지난 지 200년,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던 지난 세기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맞았건만 전쟁과 테러의 공포에인류는 여전히 ‘벌거벗은 등을 채찍 앞에 내어놓고’ 떨고 있다.‘이에는 이,눈에는 눈’이라는 철저한 힘의 논리와 보복이 되풀이된다.새천년 벽두에 일어난 9·11테러와 그에 따른 보복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2003년 봄,우리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북한핵 문제로 야기된 불편한 북·미 관계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이어가게 한다. 민족상잔의 처절한 아픔을 경험한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이런 염원을 모아 평화를 지키자는 운동이 시작돼 반갑다.불교,원불교,성균관,한국민족종교협의회,천주교,개신교,성공회 등 7대 종단이 모두 참여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와 사회원로 92인은 지난주 ‘한반도평화만들기운동’ 세미나와 서명식을 가졌다고 한다.이어 3월 초 발대식과 함께 범국민운동으로 확산해 오는 7월27일 휴전 50주년일에 ‘한반도평화선언’을 채택하는 것으로 일단 막을 내린다.이들은 한반도의 평화는 세계평화와 직결된다고 보고 미국과 북한,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전쟁과 테러의 악순환이 없길 촉구하고 있다.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도 귀기울이며 동참하면 좋겠다. 최홍운 hwc77017@
  • 대구지하철 참사/ 참사 다음날 물청소 ‘사라진 현장’

    ‘현장이 사라졌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사고 수습 및 사후 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사고 현장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구지하철 시민사회단체대책위는 21일 “현재 진행중인 중앙로역 복구작업은 시가 사고원인의 일부로 추정되는 역내 전기배선 문제,환풍기 및 발전시스템의 가동 상태 등을 무시하고 단순방화와 안전규칙의 문제로만 국한시키려는 의도”라며 복구작업을 중단하고 현장보존에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방재 전문가들도 “대구 지하철 화재는 100년에 한 번 날까말까한 대형 참사임과 동시에 소중한 지하철 사고 연구 사례지만 사고 조사가 종합사령실과 기관사의 업무상 과실에만 맞춰지는 등 제대로 된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지하철공사 직원과 육군 50사단 장병 등 100여명이 사고 발생 다음날인 지난 19일 중앙로역 일대에서 물청소를 벌이는 바람에 사고 당일 승객들이 버리고 간 신발과 옷가지,휴대전화 등이 ‘말끔히’ 치워졌다.사고 전동차 2대도 같은날 월배차량기지로 옮겨져 현장에 남아 있지 않다. 21일에도 중앙로역의 건축 마감재를 철거하고 모터카로 사고역에서부터 안심 차량기지까지의 사고 잔재물을 모두 치우는 등 복구작업이 계속됐다. 때문에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지하철 참사 현장’이 단 나흘 만에 깨끗이 치워져 버렸다. 사실상 유일한 현장 조사권한을 갖고 있는 경찰은 용의자와 사고 전동차 기관사 등에 대한 수사에 몰두,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지만 이는 사고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실시한 현장 감식으로도 지하철 운영 시스템상 문제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왕종배 안전시스템연구팀장은 “지하철 운영 시스템상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고들어야 하는데 전문 지식이 없는 경찰이 현장 조사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면서 “사령실과 기관사의 과실 외에도 운행 시스템 및 역사 안전관리,전동차의 제원,직원 안전교육 등 다양한 문제점이 숨어 있는데 이에 대한 조사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현장이 급속도로 훼손된 데다 사고 차량의 제원·사양,역사의 구조,전기·기계 계통도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전문적인 현장조사는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철도,항공,해양,도로 등 각종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현장을 철저히 통제,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사고 조사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다.소방관을 제외하고는 경찰 등 관계기관도 책임조사관(IIC)의 승인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경찰,소방관,공무원,직원,취재진 등이 뒤엉켜 ‘난장판’과 같은 국내 현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건설교통부 항공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는 “NTSB의 조사범위는 사고 차량의 역사,승무원의 의무,철도의 전기·설비·신호 등 운영 시스템,승무원의 피로도·근무강도,약물·알코올 섭취여부,생존자 분석,부근지역의 비상 대비 시스템 등으로 광범위하다.”면서 “관련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들에게 사고 조사 권한도 없는 국내 상황에서는 담당자 몇 명 구속하는 선에서 사고조사가 마무리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전체 운행 시스템에 대한 총점검이 필요한 대구지하철은 시민불편을 이유로 사고 다음날인 19일 오전부터 중앙로역 주변 6개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 운행을 시작했다.대구 지하철의 하루 이용 승객은 15만여명으로 전체 수송분담률의 5%에 불과하다.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윤명오 소장은 “전문가들이 사건 발생 초기부터 합동조사단에 합류해 사고 원인 조사는 물론 종합적인 개선책을 도출해야 하는데 현실은 취재진의 ‘힘’을 빌려 현장에 겨우 접근하는 수준”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구 김상화 류길상기자 shkim@
  • 분양가 과다인상 100곳 국세청, 특별관리키로

    국세청은 지난해 아파트 분양가격을 지나치게 많이 올린 건설업체 100곳을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16일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 및 충청권 등에서 분양된 대부분의 아파트가격이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기존 집값을 상승시키고 또다시 분양가를 인상시키는 악순환을 발생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세청은 다음달에 있을 12월 결산법인의 법인세 신고가 끝난 뒤 이들 건설업체가 소득을 제대로 신고,납부했는지를 정밀 분석한 뒤 탈세혐의가 드러나면 조사에 나서는 등 강력 대응키로 했다. 오승호기자 osh@
  • [기고]실업高 바로세우기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교육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적이 있다.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공고 교장 선생님이 “노 후보님,손자를 실업고에 보내시겠습니까.”라고 묻자 노 후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안 보낼 것 같습니다.”라고 답하며 미안한 듯 멋쩍게 웃었다. 그러자 토론자는 노 후보의 실업고 대책이 뭐냐고 따져 물었고,노 후보는 최종 학력이 실업고 졸업임을 상기시키면서 “모교에 대해 애정과 관심이 많아 백방으로 대책을 강구해 보려고 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시면 지금과는 다르게 만들어보겠습니다.”라며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었다. 우리나라 고교 중 실업고 비율은 38.5%,학교 수로는 689개교,학생수는 57만 5363명에 이른다.이런 규모의 실업고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은 교육 전반의 총체적 부실을 의미한다.뿐만 아니라 교육 불평등이 사회 안정을 위협하고 학벌위주의 사회진출 구조 타파나 인력 양성을 위해서 학교 유형과 진로가 다양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업고에 대한 시정 정책은 시급하다. 실업고의 교실붕괴현상은 심각하다.지난해 중도 탈락률은 5.1%에 달한다.인문계 1.5%의 4배에 가깝다.학생들의 기초학력은 대체로 부진한 편인데 교정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다.교과목의 수나 내용도 학생의 학력 수준에 맞지 않게 이론 중심이다.학습 결손은 점점 커지고,낮은 자아 존중감과 학습의욕 저하로 중도 탈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올해 전국의 실업고교 입시 경쟁률은 0.87대1로 나타났다.전국 실업고 중 316개교가 정원 미달이다.정부가 인문고의 입학 정원을 규제하기 때문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 때 기능인력 양성의 산실로 각광받았던 실업고의 이같은 상황은 사회 전반의 학력주의와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 그리고 시설과 여건의 미비 등도 원인이지만,무엇보다 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정책에서 기인된 사태라고 보는 것이 옳다. 지난 96년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 이후 ‘통합형 고교 지정’,‘실업교육 육성방안’ 등 일련의 정책은 직업교육의 중심축을 실업고에서 전문대로 옮기는 결과를 가져왔다.때문에 96년 10% 내외였던실업고 출신의 대학 진학률은 97년 30%,올해는 50%를 넘었다.실업고 정책기조를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에 맞추다 보니 진학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간 것이다.얼핏 생각하면 옳은 방향인 것 같지만 대학 진학에 무게가 실리면서 실업고가 인문계 고교의 교육과정을 차용하게 되고 실업고는 특수성과 전문성을 잃게 되면서 결국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됐다. 독일에서 직업학교를 ‘중요한 학교’라고 일컫듯 우리 실업고도 거듭날 수는 없는 것인가.중요한 단서가 있다.바로 특성화 학교다.전국 54개 특성화고교의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지원자가 대거 몰려 경쟁률이 7대1이 넘는 학교도 있고 보통 2~3대1 정도였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간판보다는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계발하려는 실속 있는 청소년들이 많아진 사회현상과도 잘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실업고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한다면 ‘중요한’ 학교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실업고의 무상교육이나 대학진학 혜택 등 소극적인 방안보다는 장기적인 인력수급전망에 따른 과감한 투자지원 확대와 교육과정의 유연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초등과 중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심층적으로 탐색,고교 진학부터 진로에 맞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내·외 상담 창구나 기구 마련도 적극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남승희
  • 반도체업계 생존게임 돌입

    ‘서바이벌 게임은 시작됐다.’ 메모리 반도체의 주력 제품인 DDR(더블데이터레이트) D램 가격의 지속적인 폭락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현물가가 원가를 밑돌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격폭락과는 무관하게 업체들이 속속 300㎜ 웨이퍼 라인 투자를 서두르고 있어 ‘특수’가 없는 한 ‘공급초과→가격하락→공급초과’의 악순환이 계속될 전망이다.이 와중에 도태되는 업체가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DDR 가격 끝모를 추락 PC의 범용메모리로 사용되는 256메가 DDR(32M×8,266㎒) D램의 경우,연초까지 6달러선을 유지하다가 최근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아시아 현물시장의 1월 평균가는 5.20달러였으나 7일 4달러 이하로 떨어진 뒤 이날 3.7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초 9달러대까지 폭등했던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가격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이라크전 발발 임박 등의 외부 여건도 하락 추이를 재촉하는 요인이다.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달 말 2달러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보다 150% 정도 생산성이 향상되는 300㎜ 웨이퍼 라인이 하반기부터 본격가동될 경우,공급과잉에 따른 추가 가격하락을 우려하고 있다.지난해에는 DDR D램이 수익 향상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올들어서는 업체들마다 큰 ‘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한경쟁’ 돌입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같은 자율통제기구가 없는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감산’은 상상할 수 없다.오히려 생산량 증대를 통한 원가보전이나 원가절감을 노리고 있다. 300㎜ 웨이퍼 라인에 대한 투자도 그 일환이다.일반적으로 지금까지의 200㎜ 라인에 비해 300㎜ 라인에서는 150% 정도 생산성이 향상된다.200㎜ 웨이퍼 한장당 100개의 칩을 생산했다면 300㎜ 웨이퍼에서는 250개가 나온다는 얘기다. PC 대체수요 등 IT특수를 기대하기 아려운 상태에서 하반기부터 물량이 쏟아진다면 업계에 미칠 충격파는 엄청나다.300㎜ 웨이퍼 라인에 20억달러(2조 4000억원) 정도가 투입되기 때문에 일부 업체들의 경우,투자비도 못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적자 폭이 더욱 커져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진다는 데 업체들의 고민이 있다. 결국 반도체 가격의 폭락을 계기로 업체간 ‘서바이벌 게임’은 시작됐으며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원가부담을 견디지 못한 업체의 도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스마트카드와 플래시메모리,고속DDR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양산을 확대하고 첨단 기술을 이용한 원가절감 노력 등으로 난국을 타개한다는 계획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1부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 ⑧ 노동정책과 교육

    ◆노무현시대 노사관계 21세기를 이끌어갈 민주적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상대해야 할 가장 벅찬 현안의 하나는 노사문제이다.노는 노대로 사는 사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할 뿐 상대방을 인정할 생각도,의지도 없이 끝없는 대립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서로의 발목을 잡고 상대에게 항복 문서를 요구하는 한 노사관계의 해법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사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평행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세계적 경쟁과 글로벌 경제의 압박은 가중되고 있다.IMF 위기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한국경제는 더욱 깊숙이 글로벌 경제의 회로 속에 편입되었고,그만큼 경제에 대한 정부정책의 자유도는 줄어들었다. 노사문제도 마찬가지다.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국내보다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과 생존의 논리이다.우리가 보다 민주적이고 생산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사회적 협약’의 구도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한국경제의 전망 역시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출구가 없는 대립과 불신만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경제의 발전도,민주주의의 성숙도 기할 수 없다.노사 교착을 타개하고 새로운 시대 요구에 적합한 노사관계의 원칙을 세우는 작업은 새 정부의 책임이 되었다. 이를 위해 노무현 정부는 인정·참여·협력을 노사문제의 확고한 철학으로 제시하고,법과 제도를 정비함과 더불어,일관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노사문제에 대해 대화의 공간을 열어 ‘사회적 협약’과 ‘대타협’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생산적 노사관계의 기본 조건은 상대방에 대한 ‘상호인정’이다.한국의 노사관계가 원시적 갈등을 거듭하고 극단의 대립으로 치닫는 근본에는 서로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대결의 끝없는 악순환을 넘어,새 정부는 상호인정의 분위기를 조성할 책임이 있다.상호불신을 상호인정으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서로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지난 수십년에 걸쳐 노동자들은 그들의 존재에 대한 인정과 사회정치적 참여를 요구해왔다.이제 노동자들이 민주사회 질서와 제도 속의 책임 있는 행위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노동자들의 기업경영 참여는 기존의 노사협의회나 종업원 지주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이러한 참여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보다 생산적인 경영 관행을 유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공무원의 노조 활동은 공공영역에서 적절한 내부 감시자의 역할을 통해 보다 깨끗한 정부,민주적 행정을 유도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노사문제의 또 다른 과제는 이익을 대변할 조직과 목소리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일이다.IMF 위기와 구조조정의 시련을 겪으면서 소수의 조직화된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노동자들 간에 사회경제적 격차가 확대돼 왔다.대기업이 그들의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 내부에서도 힘있는 조직 노동자가 미조직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는 모순이 누적돼 왔다. 정부는 노동시장에서 힘의 논리나,제도적 차별로 인해 대다수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아래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데 앞장서야한다.노동자 사회의 격차 확대는 기득권을 확보한 노조에도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며,기업간 격차를 확대하고 사회불안을 가중시킴으로써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노사관계에서 타협의 공간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우선 지난 정부 시절부터 추진돼온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높이고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과 더불어 대타협을 위한 공론의 장에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참여를 도모해야 한다.이러한 대타협의 공간에는 노동측에서 요구하는 주5일 근무제나 공무원노조 합법화,혹은 외국자본이나 경영계에서 요구하는 고용유연화 등 노동시장의 정책과 제도들뿐 아니라 산업별 노조,기업 지배구조 등과 같은 문제들도 다뤄질 필요가 있다. ◆노동수요 중심 교육으로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 20세 전후의 또래집단 가운데 (전문)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그러나 81년 대학의 졸업정원제 실시,90년대 중반 이후 2년·4년제 대학의 증가,나아가 평생교육제도 등의 도입으로 이제 (전문)대학 교육을 받기가 수월해졌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평등주의 이념에 기초를 두어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해왔다.그러나 이러한 교육정책이 교육기회를 넓히는 데는 큰 역할을 했으나 교육과 노동시장을 연계시키지 못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먼저 교육정책은 평등을 추구했으나 결과는 그다지 평등하지 않다.노동시장이 갑자기 증가한 고학력자들을 모두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매년 고학력자들이 누적되면서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최근 증가하는 청년 실업률과 대졸자 취업난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또한 고학력의 증가는 대졸자의 구직난과 함께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가져오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이것은 전형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고졸자는 생산직에,대졸자는 사무직·관리직에서 종사한다는 인식 때문에 대졸자의 증가로 생산직 노동력이 부족해져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제 평등주의 이념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의 수요를 중심으로 교육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노동시장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노동부가 함께교육정책을 연구하고 수립해야 한다.첨단기술분야는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 등과 함께 분야별 전문인력 수요를 예측해 이를 토대로 대학정원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지식정보화의 바른길 국민의 정부가 추진한 정보화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전반기의 정보화촉진기본계획에 해당하는 ‘사이버 코리아 21’ 사업을 조기에 달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이용국가가 되었다. 전자정부의 출발은 각종 민원서비스를 국민과 기업에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며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전자정부가 선도적 역할을 하여 민간부문에서 산업의 정보화가 진행되는 것도 우리 경제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보화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큰 역할을 했다.그러나 성과의 뒷전에는 빠른 성장에 걸맞지 않은 현상들도 존재한다.많은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게 됐으나 인터넷을 잘 다루는 능력을 갖췄다기보다는 단지 오락과 소비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우리나라의인터넷은 지나치게 상업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무조건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품위를 손상시킨다.가령 정부가 인터넷게임 산업을 지원하는 데 적극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새 정부는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측면을 중요하게 다뤄 정책의 권위를 세워주기 바란다. 그동안 전자정부의 출범은 부처이기주의를 표출했다.정통부와 산자부가 역할분담을 놓고 갈등을 빚은 예가 대표적이다.정부는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이권 중심의 정책결정을 지양하도록 해야 한다. 지식정보화는 지식의 축적뿐 아니라 축적된 지식의 활용도 목표로 한다.우리나라 정보화에서 가장 미약한 부분이다.지식 축적은 모든 사건과 행위의 기록에서 출발한다.또 양적인 정보화에서 질적인 정보화로 위상을 옮겨야 할 시점이다.질적인 정보화로 나아가기 위해서 잠시 달리던 길을 멈추고 우리가 가는 길이 정말 가야 할 길인지 살펴보는 여유를 권한다. ◆노동정책의 소외자들 우리나라에서 노동정책에 관여하는 집단은 편중돼 있다.‘노사정위원회’에 명시돼 있듯이 이들은 노동자·사용자·정부 등 세 행위자이다.여기서 사용자와 정부는 어느 정도 전반적인 대표성을 가지지만 노동자는 사실상 노동조합을 대표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따라서 노조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노동정책의 대상 밖에 있게 된다.특히 자영업이나 소규모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노동정책에서 다뤄지기 어렵다. 현재 노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종사자는 우리나라 취업자의 22% 정도이다.노조가 취약한 도소매 음식숙박업 종사자는 약 30%에 이른다.자영업자의 비율은 28%,농민을 제외하면 25%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세한 자영업자나 도소매 음식숙박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다지 아는 바가 없다.단지 이들은 노동시장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거나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제조업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이들 영세 자영업자나 음식숙박업 종사자들도 노동정책의 주요 대상이 돼야 한다.이들은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등 노동복지에서 제외된 경우가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특히 비정규 형태로 고용된 경우가 많아 조직화된 기업의 비정규직과도 매우 다르다.비정규 노동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들의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획 취지및 필자 대한매일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는 ‘수평사회를 만들자.’란 연중 기획의 첫 시리즈로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 기획물을 마련,새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보도하고 있습니다.이번 주제는 교육과 노동 및 지식정보화입니다.평등주의 교육의 기로,노사정위원회의 위상과 기능,현재 우리의 정보화에는 문제가 없는지 노무현 정부에 바라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담았습니다. 대표 집필은 이건(李建)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와 박준식(朴濬植)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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