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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출렁이는 세계경제] 美 무역적자 확대·中 내수 둔화…‘글로벌 쇼크’

    [다시 출렁이는 세계경제] 美 무역적자 확대·中 내수 둔화…‘글로벌 쇼크’

    미국과 중국, 영국 등 세계 어디라 할 것 없이 경제회복세가 동시에 둔화조짐을 보이면서 주요국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미국의 경기전망을 하향조정한 데 이어 중국의 내수경기가 둔화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세계 경기가 연쇄적으로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 경제도 엔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유럽 국가들도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둔화가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파급되고 다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 경기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이어질까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미국 미 연준이 지난 10일 미국 경기회복세가 둔화됐고, 앞으로도 회복세가 생각보다 더딜 것이라며 밝힌 데 이어 11일(현지시간)에는 6월 미국 무역적자가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치인 499억달러에 이른다는 발표가 나왔다. 전달보다 18.8%나 늘어난 수치다. 6월 미국 수출액은 전월 1524억달러에서 1505억달러로 1.3% 감소했다. 반도체, 컴퓨터 등의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신흥시장이나 EU 경기둔화로 미국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고 있다. 반면 6월 미국 수입액은 2003억달러로 전달 1944억달러보다 3% 늘었다. 수입 증가는 미국 소비회복을 시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역적자를 늘려 미국 성장률을 깎아먹는 효과도 있다. 중국 경기 둔화,유럽 국가들의 긴축재정 등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중국 통계국은 7월 중국의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집계 전문가 예상치와 일치하지만 전달의 13.7% 증가에는 못 미치는 것이며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중국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7.9% 증가했다. 블룸버그 집계 전문가 예상치 18.5% 증가를 밑돌며 전달 18.3% 증가보다 증가폭이 둔화됐다. 10일 발표된 7월 중국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22.7% 증가와 시장 전망치인 30%, 6월의 34.1%보다 모두 낮았다. ●유럽 영국 중앙은행은 올 경제성장률을 3%로 수정 발표했다. 불과 석달 전인 5월의 3.6%보다 0.6%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미국과 유럽의 향후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그 여파로 은행들이 대출 확대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는 세계 경기의 조정으로 이어지고 한국 경제에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마음은 굴뚝 같은데…

    [중앙부처] “비고시 출신 국장을 임명하려고 해도 경력을 제대로 갖춘 사람이 없어요.” 과천 모 경제부처의 얘기이다. 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의 조화를 위해 비고시 출신 국장을 임명하려고 해도 인적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위공무원단 중 비고시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29.4%였다. 3급 과장급에서는 42.1%다. 행안부의 경우 본부에 근무하는 과장급(65개) 중 비고시 출신은 22명으로 33.8%다. 소속기관이나 파견 등의 경우도 포함하면 비고시 출신이 59.7%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제외할 경우 47.8%에 불과하다. 시험 합격 이후 교육 과정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행정고시 출신은 수습 사무관 신분으로 중앙공무원교육원(중공교)에서 6개월의 교육과정을 거친 뒤 6개월간 중앙부처 실무수습을 받아 정식 행정사무관으로 임명된다. 중공교 교육 과정 동안 현직 장관 강연, 국토순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실무를 많이 하는 7급은 대부분 4주, 9급은 3주 정도의 교육을 감사교육원, 체신공무원교육원 등 자체 교육기관이나 시·도별 교육기관에서 받는다. 자체 교육기관이 없는 경우 7급은 중공교에서, 9급은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받는다. 한 중앙부처의 비고시 출신 공무원은 “고시 출신이 물론 특화된 인재들이지만 정부가 지원해주는 교육시스템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과정의 차별은 해외 근무나 연수에서도 이어진다. 고시 출신이면 사무관이나 부이사관 때 2번 정도 기회가 주어진다. 7급 출신이 해외 연수 기회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 9급은 더욱 어렵다. 이런 이유로 비고시 출신이 주요 국(局)이나 부서의 주무과장 자리를 꿰차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결국 국장급 자리를 주려고 해도 ‘주무과장을 거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주요 국장에 임명하느냐.’며 제동을 걸기 일쑤다. 결국 비고시 출신 ‘홀대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정책 입안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곳이 아닌데도 관례상 고시 출신이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하·임일영·윤설영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인사청문회 공직 부적격 기준 만들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7개 부처 장관과 국세청장 내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3~25일 열린다. 8·8개각에 따라 인사청문회 정국이 임박한 것이다. 또다시 각종 의혹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지, 순탄하게 마무리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에 앞서 어제 시험대 격으로 실시된 인사청문회에서는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공방이 벌어졌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고위 공직자의 위장 전입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 점에서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청문회 무대에 오른 숱한 후보들은 혹독한 검증을 치러야 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온갖 의혹들을 지켜봐야 했다. 위장전입부터 병역 기피, 불법 증여, 세금 탈루, 논문 부정 게재, ‘다운 계약서’,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은 아예 청문회의 상습 항목으로 비쳐질 정도가 됐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잣대는 자의적이었으며 때로는 힘의 논리에 좌우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위장전입 논란으로 낙마한 총리 후보도 있었고, 그보다 더한 의혹에 시달리면서도 엄연히 버텨낸 이들도 있었다.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지 10년이 흘렀다. 갖가지 시행착오를 교훈으로 삼아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를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놓고 여야가 티격태격하는 소모적인 공방을 이제는 접어야 한다. 후보들을 대상으로 공직 적격과 부적격을 가릴 수 있도록 인사청문회법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임명권자가 흠결 없고, 뛰어난 국정 수행 능력을 지닌 후보를 고르면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치밀한 검증으로 그 확률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현실과 이상의 중간에서 접점을 찾는 게 필요하다. 2개 혹은 3개 이상의 상습 항목이 불거질 경우 부적격자로 규정하는 조항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1개 정도에 불과하다면 경중을 따져 경고 또는 부적격자로 제시하면 어떤가. 상습 항목에 대해 부적격 여부를 적용하도록 시효를 정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여야는 지금부터 머리를 맞대 지혜를 짜 보라.
  • 곽정희 고백 “친정엄마 작고후 우울증·폭식증까지”

    곽정희 고백 “친정엄마 작고후 우울증·폭식증까지”

    배우 곽정희가 2년 전 친정어머니를 잃고 심각한 우울증을 겪은 사실을 고백했다.곽정희는 11일 방송된 KBS 2TV ‘박수홍 최원정의 여유만만’에 가수 장미화와 함께 출연,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우울증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사연과 이혼 후 ‘싱글맘’으로 살아온 25년 세월에 대해 털어놨다.이날 곽정희는 “2년 전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쓰러졌고 병원에서 6개월 있다가 돌아가셨다”고 운을 뗀 뒤 “당시 심한 우울증으로 벽을 엄마라고 생각하고 대화하기도 했다. 또 스트레스로 계속 뚱뚱해졌고 악순환이 계속 됐을 때 언니(가수 장미화)가 도와줘 극복할 수 있었다”고 심각했던 과거를 회상했다.이어 우울증 증세에 대해 “보름 이상 현관문을 안 열었다”고 밝히며 “너무 외로워 고양이 3마리를 키웠다. 고양이들과 대화하고 그러면서 살았다”고 당시의 심각성을 솔직하게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곽정희는 방송 말미에 “이제는 우울증을 극복했고 연기자로서 ‘제2의 인생’을 출발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이밖에도 그녀는 딸이 태어난 지 7개월 무렵 이혼한 후 25년간 홀로 두 자녀를 키워온 속내를 고백하기도 했다. 점심값을 아끼려 매일 300원짜리 우동을 사먹으며 홀로 아이를 키우다 결국 영양결핍으로 간에 무리가 와 2년간 투병한 사연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사진 = KBS 2TV ‘여유만만’ 화면 캡처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서울신문NTN 오늘의 주요뉴스 ▶ 한장희 소속사 "사생활 문란..’엘프녀’도 조작" 폭로 ▶ 미쓰에이 수지, 학생시절 공개 ‘귀염돋네!’ ▶ 비, ‘빨간 마후라’ 주연 물망…군대 또 연기? ▶ 오세정 성형고백 "화 난 아버지보다 튜닝한 코가 더 걱정" ▶ 은지원 "내 몽유병에 놀란 아내, 잠들기 전 청심환 먹어" ▶ 박명수, 애매리카노와 함께 시크한 된장남 등극 ▶ ’제빵탁구’ 주원, 연기력 논란 해명 "내 자신도 어색"
  • 경북 가공용 쌀 재배면적 대폭 확대

    쌀 공급과잉 문제가 정부의 농촌문제 해결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도가 가공용 쌀 계약 재배면적을 늘리기로 했다.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기업에는 ‘원료 공급원 확보’라는 상호 윈·윈 모델로 자리잡을지 주목되고 있다. 경북도는 8일 넘쳐나는 밥상용 쌀 재고 등의 문제 해소를 위해 ‘가공용 쌀 계약재배 면적’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도는 올해 650여㏊ 정도인 가공용 쌀 계약재배 면적을 오는 2014년까지 4000㏊로 늘리기로 했다. 연도별로는 2011년 1000㏊, 2012년 1500㏊, 2013년 2500㏊ 등이다. 도는 가공용 쌀이 즉석밥·식초·빵·술·떡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점을 감안해 안정적인 가격 보장과 판로 확보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존 CJ(제일제당)·삼립식품·떡파는 사람들·국순당 등 국내업계 대표 기업과의 가공용 쌀 계약 재배처를 더욱 확대한다. 도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2014년부터 연간 2만t 정도의 가공용 쌀 물량을 밥쌀용 시장과 완전 격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올해 기준 가공용 쌀의 시장격리 효과가 5000t 이상일 것을 감안한 것이다. 도의 가공용 쌀 계약재배는 재고 누적으로 인한 쌀값 불안정과 이로 인한 농가소득 감소·농촌경제 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경북도의 가공용 쌀 재배면적 확대 계획은 정부의 쌀 종합대책에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도 김종수 쌀산업FTA대책과장은 “가공용 쌀 재배면적 확대가 밥쌀용 시장의 포기라는 일부 오해를 가져올 수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식량 위기 상황이 닥칠 경우 가공용쌀이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밥쌀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농림수산식품부에 가공용 쌀 재배농가에 대해서도 논에서 콩·옥수수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와 마찬가지로 일정액의 보상비를 지원해 줄 것을 건의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경북의 쌀 재배면적은 12만 2616㏊로 전국(92만 4471㏊)의 13.3%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 충남, 전북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 규모다. 한편 우리나라보다 먼저 쌀 공급과잉 문제를 겪은 일본은 주식용(밥쌀용) 60%, 나머지 40%는 자급률이 낮은 곡물 또는 가공용 쌀 등으로 이용한다는 정책 방침을 내놓고 국가 차원의 재정적 지원까지 하고 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세대공감] 훈육과 폭력 사이, 체벌

    [세대공감] 훈육과 폭력 사이, 체벌

    체벌(體罰). 일정한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체적 고통을 주는 징벌을 뜻한다. 체벌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조선 후기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속에는 회초리를 맞고 우는 아이의 모습이 나오고, 유럽에서는 그보다 훨씬 이전인 그리스·로마시대부터 회초리를 이용한 체벌을 널리 사용했다. 체벌의 역사는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이어진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서울시내 중·고등학생 10명 중 7명이 선생님으로부터 체벌을 받은 적이 있다는 설문 결과를 내놨다. 최근에는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가혹한 체벌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체벌의 역사만큼이나 길었던 학교 체벌 찬반 논란이 또다시 가열되고 있다. 과연 학교 체벌은 훈육을 위한 ‘사랑의 매’인가, 일종의 폭력행위인가. 체벌에 관한 세대별 경험과 생각을 들어봤다. 윤샘이나·김양진기자 sam@seoul.co.kr [기준없는 체벌은 분노의 표출일 뿐] 충남 논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윤석준(54)씨는 같은 연배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학교에서의 체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자랐다. 윤씨는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시절과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지던 선생님의 체벌을 하루 걸러 돌아오는 ‘일상적인 것’으로 기억했다. 윤씨의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은 전교에서도 가장 무섭기로 소문이 난 분이었다.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컸던 선생님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학생들을 제압’했다. 윤씨는 자신도 모르게 선생님 앞에 서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어쩌다가 선생님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치면 서늘한 느낌에 몸서리가 쳐졌다고 한다. 당시 선생님은 수업 종이 치고 나서 제자리에 앉아 있지 않거나, 조회시간에 제대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등 사소한 잘못에도 우레와 같은 호통을 쳤다. 윤씨는 “그때를 기억하면 체벌이라는 것이 선생님의 성격에 따라 정도가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일정한 기준이 없는 체벌은 받아들이는 학생 입장에서 단순히 분노의 표출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 2학년 최영훈(17)군도 체벌이 악순환의 시작이라는 데 동의했다. 최군은 “체벌은 생각만큼 교육적 효과가 없고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불신만 쌓이게 한다.”고 주장했다.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2년을 합쳐 5년째 남학생들만 있는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니 선생님들의 체벌을 많이 목격했다는 최군은 “나도 그렇고 친구들 말을 들어봐도 맞는 것을 계기로 잘못을 뉘우치거나 반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체벌을 당할 때는 ‘이 순간만 빨리 지나가라.’는 생각만 들고 선생님에 대한 반감이 드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정재민(30)씨는 고등학교 3학년 국어 수업 시간에 받은 체벌을 매우 수치스러운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국어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앞에 앉아 있는 친구와 떠들었다는 이유로 정씨와 친구를 교탁 앞으로 불러내 본인이 직접 개발했다는 ‘에밀레 종’이라는 벌을 주었다. 정씨는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칠판에서부터 반대쪽 교실 끝까지 왔다갔다하며 칠판과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왕복을 하는 동안에는 큰소리로 ‘에밀레~’라고 외쳐야 했다.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소리가 ‘쿵’하고 크게 들리지 않으면 다시 왕복을 해야 했다. 정씨는 “당시 느꼈던 고통은 머리를 벽에 부딪치는 아픔보다 친구들 앞에서 당했던 수치스러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존심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시기에 친구들 앞에서 모욕감을 준 것 같아 속상했다.”면서 “체벌을 당할 때 학생이 어떤 기분인지 생각도 해 보지 않고 선생님 개인의 기분에 따라 자의적으로 체벌을 가한 것으로 느껴져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체벌세대 학부모 “말 안들으면 때려달라”] 이수희(52·여)씨는 스스로를 ‘체벌 세대’라고 말했다. 이씨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선생님도 학생도, 학교에서의 체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일년에 한번 학교 운동회날 담임 선생님을 만난 이씨의 어머니는 “우리 애가 말을 안 들으면 때려 달라.”는 무시무시한 부탁을 하기도 했다. 경기 파주의 한 여고를 다녔던 이씨는 고3 시절 담임이었던 악명 높은 ‘학주’ 선생님을 기억했다. 160㎝가 될까말까 한 작은 키에 마른 몸으로 왜소한 체구였지만, 학생들을 다그치는 목소리만큼은 쩌렁쩌렁해 모든 학생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등교시간마다 정문 앞에 대나무로 만든 긴 회초리를 들고 서 있었는데 복장불량과 지각생을 잡는다는 이유였다. 학주 선생님은 유난히 이씨네 반 학생들에게 더 엄격했다. 선생님은 머리가 조금이라도 더 길었거나, 교복에 명찰을 달지 않은 것을 귀신같이 잡아내 교문 앞에서 회초리를 휘둘렀다. 이씨는 교문에 들어서기 전에 매번 친구들과 꼼꼼히 서로의 복장을 점검해 줬지만 선생님의 매서운 눈은 피할 수 없었다. 학주 선생님은 늘 들고 다니던 길고 가느다란 회초리로 손등을 꼭 정해진 숫자만큼 때렸다. ‘머리가 길면 3대, 치마가 무릎 위로 올라오면 5대’라는 식이었다. 미처 교복에 명찰을 달고 오지 못한 날이면 ‘오늘은 학주한테 손등 3대를 맞겠구나.’하는 각오를 하고 정문에 들어섰다. 이씨는 “가는 회초리로 세게 손등을 맞으면 눈물이 핑 돌 만큼 아팠지만 다른 선생님들처럼 이유도 말해 주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벌을 세우는 것보다 정당한 이유에서 정해진 만큼만 체벌을 하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또 “내가 뭘 잘못했을 때 어떤 벌을 받을지 예상할 수 있어서 학주 선생님한테 걸리지 않으려고 복장도 더 단정히 하게 되는 등 교육적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신림동의 한 남자 고등학교를 다니는 김동우(16)군도 적당한 체벌이라면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한창 혈기왕성한 수십명의 남학생들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김군 자신도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거나 친구들이랑 심하게 장난을 칠 때 교실 뒤로 나가서 벽을 보고 서 있는 벌을 자주 받았다. 김군은 “요새는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맘대로 때리거나 벌세우지 않는다.”면서 “내가 보기에도 심하게 수업 분위기를 흐리거나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에 몇번 주의를 주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벌을 세운다.”고 말했다. 빗자루로 엉덩이를 때리거나 뙤약볕 아래서 운동장 스무 바퀴를 도는 등 가혹한 체벌도 사라졌다고 했다. [비하 별명으로 체벌에 대한 반감 표출] 지난달 서울 신대방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6학년 담임교사의 가혹한 체벌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진 이후 ‘오장풍’이라는 이 교사의 별명은 유행어처럼 퍼져나갔다. 일명 ‘오장풍 동영상’이라 이름 붙여진 이 영상이 공개된 이후 학교 체벌 찬반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영상을 본 많은 시민들은 ‘장풍’이라는 교사의 별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손바닥으로 한번 내려치면 아이가 저 멀리 나가떨어진다는 뜻에서 붙여진 ‘장풍’이라는 별명은 비단 오 교사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울산에서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는 황해준(56)씨는 오장풍 교사가 등장한 기사를 보고는 학창시절 ‘장풍’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님을 떠올렸다. 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닌 황씨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우리 고등학교에도 손바닥이 무지막지하게 컸던 ‘최장풍’이라고 불리던 선생님이 있었다. 남자고등학교 선생님 중에는 꼭 한명씩 있었던 별명”이라고 회상했다. ‘장풍’이라는 별명은 예나 지금이나 체벌교사에게 따라붙는 ‘고유 별명’ 중 하나였던 것이다. 황씨는 이 밖에도 ‘미친 개’ ‘독사’ ‘대마왕’ 등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들의 별명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황씨는 “진짜 성함은 기억이 안 나도 별명을 들으면 어떤 선생님이었는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면서 “당시에는 너무 무서웠던 선생님을 몰래 별명으로 부르면서 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정작 선생님 본인은 모르는 일종의 반항이었던 셈”이라며 껄껄 웃었다. 혹독한 체벌을 가하는 선생님에게 붙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지혜(17)양이 다니는 서울 D여고에는 ‘빽빽이’라는 별명을 가진 30대 영어 선생님이 있다. ‘빽빽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학생들이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A4 용지 한장을 꼬박 영어단어로 가득 채워 오라는 벌을 내주기 때문이다. 유양은 “교과서를 안 가져 오거나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올 때 자리에 앉아 있지 않으면 무조건 ‘빽빽이’ 한장을 써서 다음 시간까지 교탁 위에 올려놔야 한다.”고 말하며 입을 삐죽거렸다. 유양은 그러나 “‘빽빽이’ 한장을 쓰는 것보다 엉덩이 한대를 맞는 게 낫겠다며 울상을 짓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벌은 공부에 도움도 되고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도 있어서 우리들도 불평하지 않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한다.”고 덧붙였다.
  • [현장 톡톡]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 특별초청 ‘…엘 시스테마’ 시사회

    [현장 톡톡]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 특별초청 ‘…엘 시스테마’ 시사회

    엘 시스테마. 국가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재단이다. 엘 시스테마는 단순히 전문 연주자를 양성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다. 마약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베네수엘라 빈민 아이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들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다. 역시 음악의 힘은 위대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구제될 수 있었다. 단원 수는 무려 30만여명. 엘 시스테마는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7월 창단된 세종문화회관의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이다. 이 오케스트라는 소외 계층 및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에게 특별한 기회가 마련됐다. 엘 시스테마가 베네수엘라 어린이들의 고된 삶을 어떻게 바꿔줬는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 특별 시사회에 초대된 것. 비록 화면상이었지만 한국의 엘 시스테마가 원조 엘 시스테마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영화는 12일 개봉된다. 시사회가 시작되기 직전 이들이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20여명의 아이들은 ‘에델바이스’를 연주했다. 아직 악기에 익숙하지 않아 잡는 것도 어설프고 긴장 탓인지 몸도 경직돼 있었지만, 소리에는 이들의 간곡함과 진솔함이 묻어났다. “에델바이스는 추운 곳에 자라는 희망 같은 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에델바이스처럼 꿈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케스트라 이선영 지휘자의 말이다. 영화 시사가 시작됐다. ‘기적의’는 이 단체에 몸담고 있는 베네수엘라 어린이들의 사연과 범죄에 물든 베네수엘라의 슬픈 현실을 교차시키며 담담히 서술해 나갔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다큐멘터리였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 단체의 창단자인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와 엘 시스테마를 통해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오른 구스타보 두다멜 LA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등의 인터뷰가 녹아 있다.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범죄와 가난의 악순환에서 어떻게 헤어나올 수 있었는지, 그들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너무 감동 받았어요. 아이들을 위한 선생님들의 노력이 너무 좋아 보였어요.”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더블베이스 단원인 김민우(15) 군의 말이다. “엘 시스테마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는데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 기회는 없었어요. 희망을 갖고 음악에 모든 걸 거는 베네수엘라 어린이들을 보고 배울 게 많다는 걸 느꼈어요. 의사가 꿈인데 음악이 재미있다면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트럼펫 주자로 활동하는 지다윤(12) 군도 거든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음악을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죠.”라며 웃는다. 이선영 지휘자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엘 시스테마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이 음악의 위대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사설] 공기업 빚얻어 사업확장하는 구태 벗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 전면 재검토 선언에 따른 후폭풍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LH는 경기 성남시 도심주거환경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데 이어 전국 414개 사업장 가운데 120개 신규 주택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이미 추진 중인 사업도 구조조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신규 추진 사업장의 경우 사업 재검토를 통해 사업중단 결정이 내려져도 대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지만 해당 지역에서 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민원,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도 LH의 사업 재조정이 정부의 공신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LH 측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실적인 이유란 다름 아닌 재무구조 악화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된 LH는 올 8월 추정치로 약 118조원의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다. 이 가운데 이자를 물어야 하는 금융부채가 80% 정도로 하루에 내는 이자만 100억원에 이른다. LH의 부채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국민임대주택과 세종시 건설, 보금자리주택 등 주요 국책 사업을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빚을 해결하기 위해 토지, 지방 사옥 등 보유자산 30조원어치를 파격적인 조건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여의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이 불투명한 신규 주택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본다. 문제는 LH와 비슷한 처지의 공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86개 공공기관의 금융성 부채는 2004년 71조 3974억원에서 2009년 말 현재 181조 3975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6년 동안 110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금융성 부채는 LH가 가장 많고 다음이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순이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고, 소요 자금을 외부차입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계속된 탓이다. 이제부터라도 공기업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씀씀이를 줄여 빚을 갚는 등 자구노력을 펼쳐야 한다. 정부도 이런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공기업 사업 관리방식을 개선하고 포퓰리즘에 입각한 국책사업의 남발도 자제해야 한다. 공기업 부채의 급증은 재정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체중144㎏ ‘상상초월 비만’ 13세 소년의 비극

    몸무게가 무려 144㎏에 달하는 초고도비만 13세 소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다. 중국 청두에 사는 리하오(李浩·13)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리 군은 5살 때 이미 또래 아이들 몸집의 2배에 가까운 빠른 성장을 보였다. 13세가 된 리군의 현재 키는140㎝, 몸무게는 144㎏에 이르러 초고도비만 판정을 받았다. 걷는 것 조차 힘든 리 군이 병원에 입원했지만 간호사들은 두텁게 쌓인 지방 때문에 혈관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어야 했다. 또 매 끼니마다 0.5㎏이 넘는 밥과 비슷한 양의 반찬을 먹어치우는 식습관도 난관 중 하나였다. 리군이 이처럼 초고도비만 어린이가 된 데에는 결손가정이라는 사연이 있다. 출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 엄마와 집을 떠난 아빠 대신, 리 군은 할머니의 손에 자라야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허덕이던 할머니는 매일 밭일 등 농사일에 매진하느라 아이의 이상증세를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선천적인 뇌성마비 증상이 있어 기억력에 문제가 있었지만 그 마저도 빠른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심각해졌다. 할머니는 “손자의 먹성이 좋은 편이라고만 생각했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마른 눈물을 삼켰다. 청두 군사구종합병원 내분비과의 여우즈칭 박사는 현재 리군의 상태가 매우 심각하며,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몸이 불어나기만 하는 악순환 때문에 심리적인 치료도 시급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네티즌들은 “불우한 가정환경이 리하오를 결국 환자로 만들었다.”, “사회가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등의 의견을 남기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연내 기준금리 3% 전망… 저소득층 부담 가중

    “금리가 오르면 필연적으로 저소득층일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연구위원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저소득층은 신용등급도 낮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수록 제1금융권→제2금융권→대부업·불법 사채업으로 전락하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득수준별 가계부채 현황을 살펴보면 소득이 높은 사람이 빚을 많이 진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여기에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차등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의 평균 부채금액은 2323만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4.6%를 차지한 데 비해 소득 상위 20%(5분위)의 평균 부채금액은 9641만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절반가량인 48.6%였다. 분위 안에 빚을 지고 있는 가구의 비중을 살펴보아도 소득 하위 20%는 5가구 중 1가구 꼴로 빚이 있는 데 비해 소득 상위 20%는 두 가구 중 1가구꼴로 빚이 있었다. 그러나 대출 구조상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 훨씬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 약자들에게 훨씬 불리한 구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의 경우 연 4~8%대다. 일반 고객에게 적용되는 신용대출 금리는 연 6~10%가량이다.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면 대출금리는 훨씬 높아진다. 카드사의 경우 카드론이 평균 20% 후반, 현금서비스가 25% 수준이다. 캐피털사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30%에 육박하고 대부업체 금리는 무려 42%에 달한다. 저축은행은 300만원 미만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33%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예대금리차(시중은행의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차이)는 계속 높아지고 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27%포인트였던 예대금리차는 올 2월 2.76%포인트로 최고점을 찍은 뒤 5월 현재 2.68%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보다는 대출금리를 훨씬 빨리 올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예대금리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연내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 저소득층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원은 “금리인상으로 금융권의 조달금리가 오르면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은 방어능력이 있는 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이 얼마나 피해를 막아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민희·오달란기자 haru@seoul.co.kr
  • [월드이슈] “10년간 곡물값 40% 오를 듯” OECD·FAO

    지난 2007~2008년,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났던 식량 폭동의 악몽이 앞으로도 재연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내놓은 ‘2010~2019년 농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간 식량 가격은 식량 위기 당시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6년 말 곡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곡물값이 오르자 식량 생산국이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 이후 2년간 가격이 급등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당시 ‘식량 안보’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됐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위기감은 희석됐다. 그러나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수요가 증가, 농산물 가격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FAO 등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앞으로 10년간 곡물값이 1997~2006년에 비해 10~20% 오를 것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인상률을 수정, 15~40%로 훨씬 높게 잡았다. 주요 요인은 원유가격 상승과 개발도상국의 인구 증가이다. 특히 비료 생산을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유럽의 곡물가 인상률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도국의 경우 인구가 늘어나긴 하지만 동시에 세계 식량 생산 기지로 부상할 것 같다. 2019년 세계 평균 농업생산성 증가율이 22%로 추산되는 가운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4개국의 성장률은 27%에 달할 것으로 FAO는 전망했다. 반면 OECD 회원국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FAO 보고서는 “2019년까지 식량 가격이 높지만 안정세를 지킬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이상 기후가 곡물 생산과 유통의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는 변수라고 경고했다. 기후적 요소에 따른 곡물 수급의 위기는 FAO뿐만 아니라 싱크탱크들도 신경쓰는 대목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5월 내놓은 2010년 하반기 곡물시장 전망에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이상 기온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농작물 생산이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때문에 중국 등 주요 곡물 생산국의 올해 생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스마트폰 시대’ 휴대전화 제조 1·2위 엇갈린 운명

    ‘스마트폰 시대’ 휴대전화 제조 1·2위 엇갈린 운명

    ‘노키아 제국’이 흔들리는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밀리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에 치이면서 세계 휴대전화 부동의 1위 기업 노키아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를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 시대’로의 변모에 발빠르게 대응, 노키아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키아가 2000년대 후반 쇠락의 길을 걸은 모토롤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노키아 심비안 OS 힘 잃으면서 추락 23일 휴대전화 업계에 따르면 노키아는 22일(현지시간) 2분기(4~6월) 순이익이 2억 2700만유로(약 35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 8000만유로(약 5900억원)에 비해 40%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휴대전화 평균 판매단가(ASP)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64유로에서 61유로(약 9만 4500원)로 하락했다. 다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9% 늘어난 100억유로를 기록했다. 제품은 많이 팔아도 수익은 떨어지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져 있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세계 휴대전화 시장 2위인 삼성전자는 시장에서의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2분기 7000억원 정도의 순익을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구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는 출시 한달만에 국내에서 40만대 넘게 팔렸다. ‘아이폰에 필적할 만한 상대’(월스트리트저널), ‘화면 등은 스마트폰 중 최고’(포천) 등 갤럭시S에 대한 외신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많게는 1000만대까지 팔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노키아의 위기는 전통적 텃밭인 중저가 시장은 저가 휴대전화 업체에 뺏기고, 새롭게 부상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등에 밀리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실제로 전체 휴대전화 점유율은 2008년 39.8%에서 지난 1분기 37.0%로 떨어졌다. 물량을 기준으로 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40.0%에서 38.8%로 소폭 하락했지만 실제 하락폭은 더 크다. 지난 연말 노키아가 내놓은 스마트폰은 아이폰이나 갤럭시S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물건만 많이 팔지 수익은 남기지 못하는 구조다. 심비안 운영체제(OS) 역시 힘을 잃은 지 오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노키아 스마트폰을 심비안 OS가 깔린 중저가 제품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고,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응용 소프트웨어) 역시 애플은 물론 안드로이드 OS에 비해 턱없이 적다.”면서 “노키아가 중저가 스마트폰 모델에 집중하겠다고 하지만 한번 벌어진 격차를 좁히고 위기에서 탈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노키아가 경쟁력을 잃어버린 심비안 OS를 고수하는 한, 퇴보의 기로에 있는 제2의 윈도 모바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유럽·아시아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며 업계 재편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종합 전자회사 강점 활용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하는 등 노키아와 다른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 성공 비결로 꼽히고 있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OS가 대결하는 스마트폰 시장 구도를 잘 활용하면서 아이폰의 대항마로 떠올랐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종합전자회사로서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스마트폰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경쟁업체와 달리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산업을 다 갖고 있는 만큼, 스마트폰 개발이 늦었지만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면서 “유·무선 인터넷 기반이 동시에 잘 갖춰진 한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점프코리아 2010-아이 낳고 싶은 나라] ⑥ 교육환경 ‘극과 극’ 고령·영덕

    [점프코리아 2010-아이 낳고 싶은 나라] ⑥ 교육환경 ‘극과 극’ 고령·영덕

    “대가야교육원은 ‘고령의 보배’ 입니다. 지역의 현안인 인구 유출억제와 우수 인재 양성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2일 경북 고령군 고령읍 대가야교육원에서 만난 신기섭(53) 원장. 그는 2006년 3월 교육원 개원 당시부터 원장을 맡고 있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서 소위 잘나가는 입시학원을 16년간 운영하며 명강사로 이름을 날린 그였다. 신 원장은 “교육원이 문을 연 이후 매년 500~1000명 이상의 인구 유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으며, 지역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도 현저히 높아졌다.”고 자랑했다. 대가야교육원은 고령군이 10억원을 들여 고령읍 지산리 옛 농업기술센터를 리모델링해 만든 ‘공립 학원’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 인재를 양성해 보자는 의도에서였다. 이 학원은 학생 21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12개와 독서실, 휴게실 등을 갖췄다. 이곳에서는 성적이 우수한 지역 학생을 공개 선발해 방과후 학습을 시키고 있다. 중 1~3년생 각 40명, 고 1~3년생 각 30명씩 모두 210명을 선발해 무상 교육을 실시한다. 중·고생 각 2개반으로 수준별로 진행되는 강의는 월~금요일 중학생 오후 5시50분~밤 9시, 고등학생 밤 12시까지다. 토요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특강과 자율학습이 이어진다. 주로 국어, 영어, 수학, 논술,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 입시에 영향이 큰 주요 과목을 지도한다. 12명의 강사진은 서울과 대구 등 전국에서 공모한 스타급들이다. 강의가 끝나면 군이 제공한 25인승 차량 2대가 학생들을 집까지 데려다 준다. 군은 재정자립도가 15%로 전국 최하위권이지만 대가야교육원에 매년 10억원씩 투입한다. 하지만 효과는 어느 지역개발 사업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교육원이 개원한 이듬해 2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고령 사상 처음이다. 이후 서울대 합격의 행진은 2009년 2명, 2010년 1명으로 계속됐다. 특히 2009년에는 교육원 수강생 100%(29명)가 서울대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교육원이 유명세를 타면서 자녀들을 대구 등 타지로 전출하는 현상은 거의 사라졌다. 교육원이 운영되기 전인 2005년도 중학교 졸업생(자율학군 지역인 다산면 제외)의 지역 고교 진학률이 80% 정도였으나 2010년의 경우 93%로 크게 높아졌다. 덩달아 인구 감소 현상도 뚜렷이 둔화됐다. 신 원장은 “교육원 운영이 떠나는 농촌 학교를 돌아오는 학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영덕군 영덕읍 영덕초 매정분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읍내 학교인데도 전교생이 고작 6명에 불과하다. 2학년 3명, 3학년 1명, 5학년 2명 등이다. 이 중 2학년 1명은 2학기에 포항 영해로 전학한다. 올해는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 이 학교는 1990년까지만 해도 전교생 127명으로 본교의 위상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후 열악한 교육환경 등으로 매년 학생들이 도시로 빠져나갔다. 마침내 99년에는 분교로 전락했다. 김복란(46) 교사는 “젊은 부부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지역을 떠났고,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학교를 지키고 있다.”며 “학교는 더 이상 신입생이 없어 존립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학교가 없어진다면 이들은 교육 기회조차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영덕에는 올해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분교 포함)가 매정분교뿐만 아니라 영덕초 창포분교, 창수초 인천분교, 영해초 축산분교 등 3곳이 더 있다. 이들 학교도 1990년 전체 재학생이 80~110여명이었으나 지금은 5~10명으로 폐교 위기에 직면해 있다. 소규모 학교여서 낡은 교실과 책걸상 교체 등 시설 현대화에서도 뒷전으로 밀려나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영덕교육청 황영섭(45) 계장은 “이들 학교의 교육 환경은 계속 악화 일로를 걸어 왔다.”면서 “이 때문에 학생들의 도시 전학이 러시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영덕군은 낙후된 지역 교육을 살리기 위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군(교육발전위원회)은 지난해 지역 22개 초·중·고교에 모두 7억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18개 초·중학교의 방과 후 학교 지원금 및 4개 고교 주말 방과 후 학습원 운영비 각 3억원과 장학금 등 1억원이다. 이는 고령군이 같은 해 지역 18개 초·중·고교에 지원한 총 46억원의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군의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진은 학교 황폐화와 인구 유출로 직결됐다. 군의 지난해 말 인구는 4만 2053명으로 10년 전인 2000년 5만 1177명보다 9124명(17.8%)이 감소했다. 영덕은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0만 이상의 인구를 자랑했다. 영덕군 구천식 기획감사실장은 “지역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영덕교육발전위원회를 설립, 군민과 출향인 등을 대상으로 교육발전기금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현재 32억원인 기금을 100억원으로 확대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령·영덕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시론] 동심에 상처는 이제 그만/임나라 동화작가

    [시론] 동심에 상처는 이제 그만/임나라 동화작가

    최근에 소설 한 권을 읽었는데, 주인공 여자에 대한 표현이 너무 어두워 중간에 읽기를 포기해 버릴까 하다가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 인내심을 갖고 계속 읽어 나갔다. 그리고 소설의 후반부에 가서야 여자가 어린 시절에 성폭행 당한 어두운 기억의 소유자라는 걸 알았다. 나는 성급하게 판단해 버린 데 대해 주인공에게 연민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하, 그랬구나! 현재를 살면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향해 불신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불신은 너무도 당연한 당위성으로 우리의 삶을 온통 지배해 가고 있는 듯하다. TV를 통해 히말라야 오지의 한 마을에서 유기농 커피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려 열심히 커피농사를 짓는데, 그중 이십대의 젊은 부인은 네 명의 자녀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다큐 프로를 보면서 내용의 취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엉뚱한 불안에 내내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방문도 제대로 여닫히지 않는 작고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젊은 부인과 천진스럽기 짝이 없는 어린 딸들이 혹여 무슨 일이라도 당할까 싶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커피농사가 잘되어 남녀노소 마을사람들이 커피자루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진 채 판매소를 향해 다같이 희희낙락 산비탈길을 내려가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야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들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이역만리에 살고 있는 내가 감사한 생각까지 갖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어둠이 판을 치는 이 시대에 때 묻지 않은 밝은 그들의 모습에서 피안의 딴 세상을 보는 듯했기 때문일 것이며, 한편으론 아직 그 어디에라도 희망을 두고 싶은 간절한 염원 때문일 것이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부른다고 한다. 이들은 전두엽 기능이 일반 정상인들의 15%밖에 되지 않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거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성범죄를 되풀이한다고 한다. 전에 심리 상담 치료를 하는 몇 개의 그룹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모두 어린 시절에 대해 발표하는 기본과정이 있었다. 놀라웠다.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어린 나이에 겪은 성폭행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의 밑바닥을 허우적이고 있었던 것이다. 몸만 걸어 다닐 뿐이지 영혼을 그릴 수 있거나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면, 그들의 내면이 온통 가시덤불로 덮여 있는 처참한 광경을 보게 될는지도 모른다. 잘못된 자유가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다. 아동 성범죄 처벌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처벌 수위가 매우 경미하다는 통계가 84%나 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사회는 큰 생각으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다양한 대책이 시급하다. 학교나 여러 단체에서 방어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래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을 불특정 대상 아동들을 위한 올바른 인지교육도 반드시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인격 장애는 성인이 된 다음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부모의 부재, 환경의 열악함, 대화가 단절된 결손 아이들에겐 정부가 앞장서서 인성을 치유할 수 있는 예술 문화의 전문단체와 종교계 등을 통해서 그들의 고통을 따뜻이 감싸안을 수 있는 사랑의 체험교육이 지속적인 정책실현으로서 뿌리를 내렸으면 한다. 또한 가정에서도 부모와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면 자기만의 폐쇄적인 사고의 사슬에서 풀려나 좀더 힘차게 저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나는 어느 수도자들과 함께 사는 결손가정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10여년 동안 보아 오고 있다. 이 땅에 그런 곳이 여기저기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힘겹지만, 언젠가는 물장구 치고 가재 잡으며 티 없이 환하게 뛰노는 어린 시절의 낙원이 올 것을 꿈꾸어 본다.
  • [사설] 중앙·지방정부와 공공기관 채무백서 만들라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을 계기로 지방정부의 재정 및 채무관리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 자산이 얼마이며, 나갈 돈과 들어올 돈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가계의 기본이다. 중앙이나 지방정부의 살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국가의 자산과 채권·채무는 국민의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민은 나라의 자산이 어느 정도이고 받을 돈과 줄 돈이 얼마인지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자산과 채권·부채 등을 제대로 관리하도록 감시하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겠다. 올해 국가부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것을 합쳐 407조원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부채와 국가가 관리하는 연기금 준비금도 국가채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의의 국가부채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공기관 부채 446조원과 가변적이긴 하나 현재 기준으로 연금책임준비금 부족액 640조원도 나라의 빚이다. 결국 국가의 채무는 1500조원에 이르는 셈이다. 중앙·지방정부, 공공기관이 소유한 토지·건물 등 자산을 고려하면 아직은 부채를 감당할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부채가 급증해 국가부채에 대한 종합적·체계적인 위험관리가 시급하다. 성남시 등 일부 지자체들이 호화청사를 지어 예산을 낭비하고, 툭하면 지방채 발행을 남발하는 악순환은 감시·관리체계의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자체들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부채절감과 예산절약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국가 및 공공기관의 부채를 지금처럼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나누어 산발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정부가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에 앞서 신용도를 세분화하고 ‘미래 위험도’를 반영하며, 공공기관 부채를 국가재정법에 따라 통제하겠다지만 이 또한 미봉책일 뿐이다. 그보다는 국가 및 공공기관의 채무에 대해선 기관별 상환계획을 일목요연하게 담은 백서를 만들어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가 및 공공기관의 자산과 채권·채무를 통합 관장하는 청(廳)의 신설도 검토해야 한다.
  • 삼성 11연승… KIA 15연패

    삼성 11연승… KIA 15연패

    또 졌다. KIA가 두산에 패해 15연패 늪에 빠졌다. 이제 언제 이겨 봤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좀처럼 분위기가 뜨질 않는다. 타선은 마음이 급해 팀배팅이 전혀 안 된다. 투수진은 선발과 구원이 반복해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덕아웃 분위기가 너무 어둡다. ‘응원단장’ 서재응도 한숨만 내쉰다. 자꾸 지니까 분위기가 가라앉고, 분위기가 안 좋으니 또 진다. 말 그대로 악순환이다. 두산이 6일 잠실에서 연패에 허덕이는 KIA를 7-2로 눌렀다. 투타 모두 압도했다. 선발 히메네스는 6이닝 4안타 1실점만 했다. 김현수, 유재웅은 홈런포로 KIA 선발 로페스를 무너뜨렸다. 1회 말부터 두산은 시원하게 두들겼다. 이종욱·오재원이 연속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든 뒤 3번 김현수가 3점 홈런을 날렸다. 분위기가 안 좋은 KIA로선 먼저 점수를 따야 했지만 오히려 초반부터 점수를 내줬다. 이때부터 KIA 덕아웃엔 벌써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KIA 타선은 4회 초 안치홍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했다. 이걸 계기로 흐름을 조금씩 돌려야 했다. 그러나 두산이 4회 말 곧바로 2점을 도망갔다. 선두타자 최준석의 우전안타에 이어 유재웅이 투런홈런을 터트렸다. 오른쪽 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이었다. KIA로선 어깨에 힘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8회 말에도 상대 폭투와 양의지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했다. 사실상 승부가 나버렸다. KIA 타선은 헐거운 집중력으로 간간이 오는 기회를 모두 날렸다. 중요한 순간마다 후속타 불발과 병살타가 이어졌다. 주자가 없을 때는 쉽게 공을 건드리고 득점 찬스 때는 오히려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든 게 거꾸로다. KIA는 이제 1985년 삼미가 세운 리그 최다 연패 기록 18에 -3만을 남겨두고 있다. 삼성은 11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무더위를 날려버렸고, KIA는 15연패로 내몰려 최악의 불쾌지수를 경험해야 했다. 삼성은 문학에서 SK를 4-0으로 꺾었다. 선발 차우찬이 7이닝 무실점 역투했다. 조영훈 오정복은 각각 솔로 홈런을 날렸다. SK의 8연승을 저지하고 11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선동열 감독 부임 뒤 팀 최다연승 기록은 다시 한 경기 늘어났다. 마산에선 롯데가 전준우의 끝내기 2점 홈런으로 넥센을 6-4로 눌렀다. 전준우는 9회 말 2사 1루에서 송신영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백스크린을 때리는 대형 홈런이었다. 롯데는 올시즌 마산 5연승이다. 롯데의 마산 징크스는 이제 없어진 듯하다. LG는 대전에서 한화에 6-2로 이겼다. 4연패에서 벗어났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글로벌 경기둔화 비상] G2 경기후퇴 가시화땐 우리 수출 직격탄 우려

    [글로벌 경기둔화 비상] G2 경기후퇴 가시화땐 우리 수출 직격탄 우려

    한국 경제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의 경기둔화 조짐과 맞물려 비상이 걸렸다. 상반기 정점(7.2% 경제성장)을 찍은 우리 경제가 하반기 수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더욱이 머지않아 현실화될 기준금리 인상이 고질적인 가계부채 문제와 겹쳐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속할 경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믿었던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은 우리 경제에 ‘차이나 리스크’로 몰아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지표가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도 고용 감소폭이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폭으로 늘어났고 제조업 관련 지수의 하락폭도 커지는 상황이다. G2의 경제 후퇴는 각국의 재정지출 축소 움직임과 맞물려 우리 수출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반기 수출을 주도한 자동차와 반도체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상반기는 수출과 연관된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했지만 하반기는 수출이 줄면서 투자도 동반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민간 소비와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 경제둔화가 내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G2의 경기둔화가 세계경제의 더블딥(이중 침체)으로 번질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워낙 빨라 일시적인 경기 둔화는 있겠지만 쉽사리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장재철 씨티그룹 한국담당 상무는 “우리 경제가 연속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하는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아직 없다.”면서 “그러나 세계경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G2의 경기둔화는 우리 경제의 일시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시한폭탄’은 가계부채다.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인상 및 부동산 가격 하락까지 얽힌 고차원 방정식이라 리스크 회피가 쉽지 않다.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역대 최저 수준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반년 만에 0.01%포인트 올리면서 금리 인상의 시그널을 보냈다. 지난해 4·4분기 말 734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739조 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리가 오르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고령층 및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단 방아쇠가 당겨지면 도미노처럼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뛰어오르면서 금융회사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140%로 미국(129%)이나 일본(112%), 독일(98%) 등보다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중상위권에 있다. 물론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고자산·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고 우량 신용등급 위주로 증가해 상환능력이 비교적 양호한 데다 아직은 연체율도 낮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 역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지속적으로 적용하고 예대율 규제 등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가계부채는 ‘전반적 위험요인’이 아니라 ‘전제조건 하의 위험요인’”이라며 “경기가 재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부동산 가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약화되고 금융 부실로 연결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부채상환능력이 아직은 양호한 편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는 정도 이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일만·임일영기자 oilman@seoul.co.kr
  • 철도공단, 공기업 인사개혁 선도

    ‘직급상한제, 임금피크제, 성과부진자 퇴출 프로그램….’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의 인사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철도공단은 5일 직급상한제 및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지난 1일부로 간부 30명을 보직해제하고 전문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철도공단의 직급상한제 도입은 공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2008년 정원 12.8%를 감축하는 자체 선진화 계획을 마련한 데 이어 두 번째 시도하는 철도공단의 인사실험이다. 직급상한제 시행에 대해 다른 공기업들이 관심을 표명하는 등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철도공단에 따르면 이번에 전문직으로 전환된 간부는 직급상한제 11명, 임금피크제 19명 등이다. 직급상한제는 1급의 경우 10년, 2급은 12년 이상 장기 재직 중인 간부들이 해당된다. 직급상한에 걸리면 전문직으로 전환돼 매년 10%씩 임금이 깎여 최대 50%까지 감액되고 승진도 불가능하다. 전문직 전환 인력의 평균 연령은 55세다. 40대 후반의 한 간부는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우선적으로 2급을 대상으로 했고, 1급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할 계획이어서 후폭풍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1급의 경우 전체 15%인 6명이 직급상한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3년 남은 3급 이상 간부가 대상이며 최대 30%까지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 정년 후 2년간 근무를 보장받는 고용연장형을 선택하면 감액률이 12%로 올라간다. 직급상한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앞서 10명의 직원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번 인사대상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인원(1418명)의 2.8%인 40명이 구조조정 시스템에 포함된 것이다. 전문직으로 전환된 간부들은 기술직은 본인 희망 시 업무 연관성을 고려해 해당 분야에 배치, 관리 및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도록 했다. 사무직은 용지나 재산관리 업무에 배치할 계획이다. 철도공단이 구조조정의 타깃을 성과평가가 확실한 3급 이상 간부에 집중한 것은 조직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철도공단은 ‘성과부진자 퇴출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1년에 2회 실시되는 성과평가에서 연속 최하위(1급 10%, 2급 5%)를 받으면 6개월간 역량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 결과에 따라 직급 강등 및 직권 면직이 가능하고, 성적 우수자는 보직을 부활시켜 주는 등 ‘구제 프로그램’도 동시에 가동한다. 내년 상반기 교육이 예정되면서 벌써부터 간부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철도공단은 전문직 전환으로 발생한 임금절감분을 신규 직원 채용 재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현용 이사장은 “기형적 인력구조와 근속승진, 불균형한 연령분포 등으로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간부들이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면서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CEO 칼럼]성숙된 국민 문화를 위해/정성욱 금성백조주택 회장

    [CEO 칼럼]성숙된 국민 문화를 위해/정성욱 금성백조주택 회장

    몇달 전 우연히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공익광고 캠페인 중 ‘사회공동체-벽 허물기’란 코너를 본 적이 있다. ‘소통을 통한 사회통합’을 강조한 이 공익광고에서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비용이 연 300조원에 이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갈등지수가 네 번째로 높다고 전했다. 툭하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OECD 27개국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우리나라 사회갈등지수(0.71)가 OECD 평균(0.44)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리는 국내총생산(GDP)의 27%, 즉 300조원을 갈등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6·25전쟁을 겪은 이후 짧은 기간에 고도로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민주화도 이룩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다원화가 촉진됐고 각 계층과 집단의 이익표출이 활발해짐으로써 여러 복합적인 갈등을 불러온 게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원만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그대로 표출되는 바람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악순환을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 물론 갈등은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이념과 계층·지역·세대에 이르기까지 존재하는 범위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제도와 문화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때 이런 갈등도 충분히 사회발전의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들고 이익집단 간 불필요한 경쟁을 초래함으로써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갈등관리시스템이 취약한 국가일수록 경제위기나 불황을 극복하는 데 한계를 보이며 결국 사회 전체에 분열을 가져오고 국가발전을 해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가 ‘갈등관리’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냐에 따라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하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갈등으로는 세종시 건설과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일 것이다. 정치권은 연일 각자의 주장을 들이밀며 논쟁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어떤 현안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으로 증폭되는 원인은 자기중심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 탓에 상호 진지한 대화가 단절돼 타협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는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지난 6·2지방선거는 1인 8표제로 당선자 수만 해도 2307개 선거구에서 3991명에 이르고 있다. 유례 없는 대규모 선거로, 아직도 이로 인한 정당·세대·계층 간에 국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과거 우리의 모습을 되짚어 보면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각종 흑색선전으로 선거 후에도 상당한 후유증이 발생하곤 했다. 이는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는 후보들의 모습에 실망한 국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 당선자는 낙선자를 위로하고, 낙선자는 당선자를 축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선거에 임하는 기본 자세를 되찾자는 말이다. 사회통합을 이루지 않고서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 또한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행복추구를 위한 국민의 헌법적 권리가 실체적으로 실현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회통합은 공생적 사회질서의 전제조건이며 국가와 사회의 지속발전을 위한 동력인 것이다. 앞으로 무한경쟁 글로벌 시대에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고 싶다면, 소통과 포용의 성숙된 문화를 통해 사회통합이 필수적 조건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객원칼럼] 아름답게 떠나고 축복 속에 시작하라/박명재 CHA 의과학대학교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객원칼럼] 아름답게 떠나고 축복 속에 시작하라/박명재 CHA 의과학대학교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지난 지방 선거를 통해 새로 선출되었거나 재선된 사람들이 7월1일 자치단체장에 취임하게 된다. 낙선된 사람들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고 당선된 사람들은 취임 준비와 정책 구상에 분주할 때이다. 선거라는 대첩을 겪은 터라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의 위치와 마음이 천양지차일 것이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했던 곳일수록 마음의 골과 선거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떠나는 자의 아름다운 모습과 들어오는 자의 아량과 겸양이 필요하고 돋보일 때다. 떠나는 자는 깨끗한 일의 마무리와 성실한 인수·인계를 통해 자기가 몸담아 일했던 조직과 주민을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해야 한다. 새로이 들어오는 자는 승자다운 아량으로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의 행정 수행에 자문과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있는 공직자들의 지혜와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 전임자와 후임자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차질 없는 인수·인계를 통해 행정의 공백을 방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양쪽 진영의 화해와 함께 지역 전체 주민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재임 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정권이 바뀌어 장관이 교체되는 경우는 같은 정권 내 장관의 교체와는 비교될 수 없는 긴장과 미묘한 갈등이 있다. 당시 정권이 바뀌어 떠나는 장관의 이임식 한 시간 후 새 장관 취임식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차량 문제가 골칫거리였다. 지금은 부처 내 의전 차량이 있어 별 문제가 안 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장관 전용차에 비해 다른 차는 격이 한참 떨어졌다. 간부들과 협의한 결론은 새로 오는 장관은 두고두고 잘 모실 수 있지만 떠나는 장관은 이번이 마지막이므로 평소 타던 차로 댁까지 모시도록 하고 새 장관에게는 그보다 못한 다른 차량으로 대체하게 했다. 물론 그 당시도 갑론을박이 심했다. 새로운 장관을 장관차로 모셔야 된다는 당연한 논리 등. 나는 새 장관을 모시러 가서 장관 전용 차량은 전임 장관을 모셔 드리게 되어 다른 차로 모시게 되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속마음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흔쾌히 이해해 주었다. 그렇다. 비록 작은 예지만 남아 있는 간부들이 인수·인계, 전·후임자 예우, 이·취임식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신경과 배려를 기울여야 시·도정, 시·군정의 아름다운 마무리와 함께 축복 속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혹여 개인적 영달이나 입지 강화를 위하여 어느 한쪽에 치우쳐 사실과 정보를 왜곡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떠나는 사람 역시 주민이 선택한 당선자에 대한 승복과 함께 새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냄으로써 그간 함께 일했던 공직자들이 난처해지지 않고, 지지를 보내주었던 지역주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를 하는 동시에, 이것은 훗날을 기약하는 큰 자산이 된다. 당선자 역시 떠나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예우와 함께 그간의 업적에 대한 인정과 치하를 통해 지역 행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임자편에 섰던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내어 선거로 노정되었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화합하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명심할 것은 훗날 자기 자신도 전임자를 예우한 만큼 꼭 같은 예우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덧붙여 꼭 한 마디 하고 싶은 것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공무원 살생부 이야기다.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자체가 공직과 공무원에 대한 모독과 불신이며, 그 조직의 암담한 미래와 더불어 보복과 불행의 악순환을 예고하는 것으로서 경계하고 단속해야 할 일이다. ‘왕은 가도 행정은 남는다.’는 프랑스의 격언처럼 자치단체의 장(長)은 바뀌어도 자치단체는 연속한다. 떠나는 자의 아름다운 마무리, 새로 시작하는 자의 겸양과 예우, 이것은 비록 작은 일이지만 우리의 건전한 지방 자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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