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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벌주의 사회 진단과 대안 모색

    학벌주의 사회 진단과 대안 모색

    매년 11월, 한국 사회는 몸살을 앓는다. 좀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학과에 가기 위해 해마다 수십만 명이 같은 시간에 같은 문제를 풀며 애쓴다. 좋은 대학에 가면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며 좋아하고, 대학에 못 가면 경쟁에서 도태됐다며 낙담한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개인의 삶의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 6일 밤 10시에 방영되는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학벌 사회의 실태와 부작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이른바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대, 연대 학생들이 최근 학벌사회를 비판하며 잇따라 자퇴했다. 일부 고3 수험생들은 수능 시험일에 맞춰 대학입시 거부 선언을 했다. 제작진은 대학이 행복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청소년 사망률 1위, 자살충동 19%, 자살충동 이유 53% 성적과 진학 문제. 학벌경쟁에 지친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학벌에 목매는 까닭은 노동 시장 구조에 기인한다. 고졸자의 초임은 대졸자의 75∼81%에 불과하다. 이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된다. 비정규·저임금 노동자가 될 것이 두려워 앞다퉈 학벌경쟁에 나선다. 학벌주의는 사농공상 시대 ‘과거제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탈빈곤의 사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학자유화 이후 대학진학률이 80%까지 올라갔고, 대졸자들은 대기업을 원하지만 일자리의 83%는 중소기업에 있다. 더 좋은 일자리를 위해 더 좋은 학벌을 얻으려고 다투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가장 심각한 차별은 학력 차별이다. 2010년 학벌 타파 등을 위한 마이스터 고등학교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21개교 마이스터 고교에 3600명의 학생이 선발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십억 원을 지원하고, 학교는 수요 맞춤식 직업 교육을 실시, 기업은 우수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정부가 직업교육 강화를 독려하면서 특성화고 취업률은 16%에서 41%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고졸자들을 저임금 노동력 취급하는 편견은 그대로다. 실습생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가혹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제작진은 산학교육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독일 헤센주의 최대 공립 직업학교를 심층 취재했다.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평가에 따라 직업학교 코스와 대학진학용 짐나지움 코스를 선택한다. 등록금이 없어도 대학진학률이 30∼40%다. 직업학교 학생들은 협약 체결 기업에 쉽게 취직하고, 노사 협약이 정한 기준의 안정된 임금을 받는다. 제조업 강국 독일은 기술인력을 전통적으로 우대한다. 취재팀은 세계적 기업 ‘비첸만’ 본사의 산업 마이스터를 집중 취재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스트레스와 면역력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스트레스가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스트레스에 휘둘려 사는 현대인들이 가져봄 직한 의문입니다. 사실 스트레스가 항상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몸의 기능을 활성화하거나 정신적인 역량을 증폭시키기도 합니다. 운동선수는 경기장에 나서면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이때의 스트레스는 경기 때만 주어지는 것으로, 강하고 짧습니다. 당연히 신체적 능력이 확대되도록 작용합니다. 시험을 앞둔 학생도 마찬가지이지요. 이때의 스트레스는 심신을 긴장시켜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시험 5분 전 ‘벼락치기’가 주는 효용의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이런 사례와 달리 체내에서 수많은 해악을 발산합니다. 대표적인 폐해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면역력이라니 남의 얘기 같겠지만 바로 당신의 얘기입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사람이 비슷하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노출되지만 다 독감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또 그나저나 사는 조건은 비슷한데 누구는 암에 걸려 시난고난하고 누구는 멀쩡하지요. 물론 유전적인 조건이나 먹고 사는 조건이 제각각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드러난 차이가 대체로 면역력의 차이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보면 면역력과 무관한 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우울증 등 정신과적인 문제가 스트레스를 발화 지점으로 한다는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우리 국민들이 특히 술을 즐기는 것이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개발연대 이후 많은 사람들이 거의 맹목적으로 과노동에 시달렸고, 스트레스를 강권하는 그런 세상에서 취해서라도 벗어나고 싶어서겠지요. 그러나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건 악순환의 사슬로 스스로를 얽어매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좋기로야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이지만 이건 기대하기 어렵고, 그렇다면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지면 됩니다. 운동이든 취미생활이든 다 좋습니다. 그래야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하찮은 스트레스에 먹히지 않을 테니까요. jeshim@seoul.co.kr
  • [기로에 선 슈퍼 차이나] 대륙의 두 얼굴… 27억빌라 없어 못팔고 사글세 없어 못살고

    [기로에 선 슈퍼 차이나] 대륙의 두 얼굴… 27억빌라 없어 못팔고 사글세 없어 못살고

    “춘절 이후 열흘 만에 1500만 위안(약 27억원)짜리 빌라가 2채나 팔렸습니다.” 지난 1일 중국 선전시에서 만난 중원(中原)부동산 관계자는 흥분해서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내리면서 일각에서는 중국 대도시의 집값이 40% 폭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고가의 주택들은 거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반면 선전시 외곽의 공장지대에 사는 시민들은 월 1000위안(약 18만원)의 방 하나짜리 월세 집에서 2~3명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야간 근무까지 해서 한달에 받는 임금은 3000위안(54만원) 선. 고향에 1000위안 정도 보내고 숙식비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은 1000위안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의 생활로 본 중국의 쌍둥이 불균형(지역 경제 차·소득 양극화)은 심각했다. 버스 요금이 2.5위안(약 450원)에서 3위안(540원)으로 오르면서 전동자전거를 이용한 불법 영업이 크게 늘고 있다. 주민들은 기본요금만 13위안(2600원)인 택시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고물가 탓에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 소속 주재원 김모(45)씨의 생활도 팍팍해졌다. 130㎡ 규모의 월세는 2009년 1만 5000위안(약 270만원)에서 올해 초 1만 8000위안(약 324만원)으로 올랐다. 휘발유는 ℓ당 7위안(약 1260원) 선에서 8.5위안(약 1530원)으로, 우유나 휴지는 각각 5위안(900원), 3위안(540원)씩 올랐다. 소득 양극화 문제와 함께 지역 경제 차도 큰 문젯거리로 꼽힌다. 2010년 선전시를 포함한 동남 연안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전체의 51.1%다. 1978년 이 지역의 1인당 GDP는 서부 지역의 1.87배, 중부 지역의 1.75배에 불과했다. 선전시 일대 GDP는 동북부 지역의 0.98배였다. 하지만 2010년에는 서부 지역의 2.03배, 중부 지역의 1.9배, 동북부 지역의 1.34배로 뒤집어졌다. 중국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지방 정부가 소득 양극화나 지역 경제 차를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1994년 세금개혁 이후 중앙 정부가 세입을 흡수하면서 지방정부의 재정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제조업 공장마저 떠나기 시작하면서 세수는 더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방정부는 남아 있는 기업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고, 이는 기업 활동 위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근로자 임금의 10%를 걷어 이들이 추후 주택을 구입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거주보조금’이 기업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선전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유모(41)씨는 “회사와 근로자가 각각 임금의 5%씩을 거주보조금으로 납부한다.”면서 “하지만 공장 근로자들은 주택을 구입하기도 어렵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도 많이 해 지방정부의 곳간에 쌓이는 돈일 뿐”이라고 말했다. 선전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선전은 어떤 곳 중국 광둥성 남부에 있는 도시로 광둥성과 홍콩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조그만 국경도시에 불과했지만 1980년 중국에서 제일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공업도시로 변모했다. 개혁파와 보수파가 갈등을 겪었던 1992년 덩샤오핑은 이곳에서 남순강화를 시작하면서 성장 제일주의로 중국 경제의 가닥을 잡았다.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6년 이곳을 시찰해 관심을 모았다. 선전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타이완 부품 생산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둥관(?莞)시와 함께 세계 부품 산업의 1번지로 불린다. 특히 선전은 바다를 접하고 있어 해양 물류 산업도 발달, 중국 부품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 [사설] 등록금 올리려 이월금 ‘꼼수’ 부린 대학들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위해 이월금을 과소 추계하는 등 ‘꼼수’를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엊그제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 20개 대학의 2012년 등록금 산정 근거를 분석한 결과 14개 대학이 미사용 전기이월금을 축소해 예산을 편성했다. 전년도에 쓰고 남은 이월금이 과소 계상되면 대학 수입이 적어져 등록금 인상의 자료로 활용된다. 수입은 줄이고 비용은 늘리는 대학의 수법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대학들은 대학등록금 산정 시기와 회계연도가 차이가 나는 점을 이용해 이월금 꼼수를 부렸다. 일선 학교는 등록금 산정 시기에 아직 회계가 종료되지 않은 만큼 전기이월금을 적게 잡아 일단 등록금을 인상한다. 하지만 몇 개월 뒤 나오는 최종 추경 이월금은 훨씬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꼼수를 부린 14개 대학 가운데 100억원 이상 차이 나는 대학만 해도 한양대 434억원을 비롯, 이화여대·성균관대·고려대 등 7곳이나 된다. 대학들은 예산편성의 한계라며 변명하지만 회계전문가들은 10~20%를 넘어 30~40% 차이가 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월금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면 지난해 대학교 등록금 인상률은 2% 밑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정부는 올해 등록금을 5%가량 내리도록 했으나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은 2% 찔금 내리는 데 그쳤다. 그마저 수업일수나 시간강사, 성적장학금을 줄이는 등 교육 서비스를 축소하여 감소한 등록금 수입을 메우려 해 빈축을 샀다. 8000억원가량 쌓아둔 적립금에는 손도 대지 않고 최고 직장으로 평가받는 교직원들의 급여를 조정하는 등 자구책도 강구하지 않았다. 등록금 산정자료를 왜곡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의 회계업무 처리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감사원도 지난해 대학 등록금 감사를 실시한 뒤 예산 편성과 회계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라고 교과부에 주문하지 않았던가. 등록금 산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월금 산출 근거 등 관련자료를 꼼꼼히 제시하는 풍토가 대학가에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 대학도 왜곡된 자료를 제공해 어물쩍 넘어가는 구태를 버려야 한다.
  • 학생 소통비·생활 관찰일지… 아이들 지킬 수 있을까

    학생 소통비·생활 관찰일지… 아이들 지킬 수 있을까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전국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학교폭력을 중대 범죄로 인식해 ‘신고 포상금제’가 등장했는가 하면 담임 교사가 학생들과 소통해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도록 ‘소통비’를 지급하는 곳도 나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처벌을 강화하는 면피성 대책보다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올해를 ‘학교폭력 발본 색원 원년의 해’로 삼고 담임 교사에게 연간 30만원의 ‘학생 소통비’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유명무실해진 가정 방문을 확대하고 가해 학생을 대안교육기관에 위탁해 재활치료를 지원하는 대책도 내놨다. 경북도교육청은 새 학기부터 초·중·고교 담임 교사가 매주 한 차례 이상 ‘학생생활 관찰일지’를 작성해 학교폭력·따돌림·성폭력 등의 실태를 파악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장 재량으로 가해 학생을 즉시 출석 정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문제 학생을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원 소년부에 바로 알려 소년보호재판을 열게 하는 ‘학교장 통고제’를 일선 학교에 권장했다. 수사자료에 학생 인적사항이 기록돼 범죄자로 낙인찍힌 학생이 다시 폭력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중학교 2학년에 복수담임제를 도입하고 분기별 1회 전 학년 실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시교육청에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학교폭력 지도과’를 신설하는 한편 가해 학생은 즉시 출석 정지시키고 징계 사항은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도록 했다. 피해 학생에 대한 심리 상담을 의무화하고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충북도교육청은 장학관과 장학사 등 7명으로 ‘학교폭력 전담팀’을 운영하고 생활지도 담당교사에 대해서는 승진가산점과 해외연수 확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중·고교는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성폭력 예방 관련 교육을 월 한 시간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했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강제로 전학시킬 수 있는 ‘옐로카드제’를 도입했다. 학교폭력을 처음 적발하면 구두경고하지만 다음은 옐로카드, 3차는 출석정지와 강제전학 처벌이 가능한 레드카드로 수위를 높이는 방식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달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최대 500만원의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사후약방문식 대책보다 근본적인 인성 강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경쟁적인 입시 위주의 학사 운영이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학교폭력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차경애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은 경쟁위주 입시제도”라면서 “근본 원인을 고치면서 인성교육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국회선진화법 끝내 외면하는 막장 18대국회

    잔여 수명을 3개월 남겨놓은 18대 국회가 막판까지 오명만 뒤집어쓴 채 저물고 있다. 그제 본회의는 의석수를 현행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여야는 의원 간 볼썽사나운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을 처리키로 해놓고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이 운영위에 돌연 불참하면서다. 18대 국회가 아름답지 못한 황혼을 맞고 있는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18대 국회는 기네스 기록에 남을 만한 온갖 추태로 얼룩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디어법, 새해 예산안 등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후진적 행태를 보였다.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절충도, 다수결 투표에 승복하는 절차도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대신 전기톱과 해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공중부양과 주먹다짐 같은 활극이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급기야 민주노동당의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까지 터뜨리는 기행을 저질러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여야는 이런 ‘막장 국회’가 부끄러웠던지 국회선진화법을 처리한다는 원칙에는 일찌감치 합의한 바 있다. 2009년부터 국회 폭력방지에 대한 특별법과 의안처리 개선 및 질서유지 관련 국회법 개정안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의한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무슨 영문인지 이런저런 지엽적인 사유를 대며 처리를 미뤄왔다. 그 사이에 의원들의 평생 연금을 보장하는 헌정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이어 이번에 최악의 게리맨더링이라는 비판을 자초한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했다.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가 제 밥그릇을 챙기는 데만 의기투합하면서 후진 기어를 넣고 달려온 형국이다. 국회선진화법의 당위성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인정하고 의안 자동상정을 보장해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와 다수당의 일방 처리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자는 취지가 아닌가. 그런데도 민주당이 4·11총선을 앞두고 소극적 자세로 돌아섰다니 혀를 찰 일이다. 혹여 19대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법안을 직권상정하려는 오만한 속내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18대 국회의 후진성을 19대 국회에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여야의 결단을 기대한다.
  • 삼성·하이닉스, 日엘피다 파산 덕볼까…D램값 인상·점유율 확대 기대

    삼성·하이닉스, 日엘피다 파산 덕볼까…D램값 인상·점유율 확대 기대

    “엘피다의 몰락은 일본 제조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1980년대 세계를 석권했던 일본의 반도체가 엔고와 경영 실패로 (한국 등) 신흥국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일본 요미우리신문) “엘피다가 재기에 나서겠지만 삼성은 거액의 투자를 늦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과 다른 기업 간의 격차가 갈수록 커져 이제 엘피다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일본 아사히신문) 세계 3위 D램 반도체업체인 일본 엘피다메모리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 호재임이 분명하지만, 마이크론테크놀러지(미국)와 중국 업체들에 ‘한국 타도’를 위한 반전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자존심’ 엘피다의 몰락 28일 업계에 따르면 엘피다메모리는 지난 27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 회사갱생법(법정관리) 적용을 신청했다. 지난주 정부 및 채권단 등과 벌였던 자금 지원 협상이 결렬되면서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엘피다의 부채 총액은 4480억엔(약 6조 2500억원)으로, 일본 내 제조업체 파산 규모로는 사상 최대이다. 1970년 인텔이 처음 생산을 시작한 D램은 80년대 들어서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해 독보적인 지위에 올랐다. 1987년에는 세계 점유율이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이 특허권 등으로 일본 업체들을 압박했고,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도 저가 공세로 위협했다. 1990년대 말 시장의 주도권이 한국으로 넘어가자 일본은 업체들 간 본격적인 합종연횡에 나서 2000년 주요 업체들을 하나로 묶어 엘피다를 설립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을 이기기 위한 일본의 ‘마지막 카드’였던 셈이다. 하지만 엘피다는 풍부한 자금력을 등에 업은 삼성전자에 계속 뒤졌고, 그럴수록 최첨단 제품 개발에서도 뒤처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특히 2007년 시작된 애플의 ‘스마트 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다. 정보기술(IT) 기기의 주도권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갔음에도 PC용 반도체에 주력하다 D램 가격이 급락하자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삼성·하이닉스 주가 상승 엘피다의 파산 소식으로 삼성전자는 장중 120만원을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하이닉스도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에 장중 3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우리 업체들이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우선 경쟁업체인 마이크론이 엘피다의 히로시마 공장 등을 헐값에 사들여 진정한 의미의 ‘3강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엘피다 파산의 최대 수혜자는 마이크론”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일본의 생산 시설과 인력을 흡수하게 된다면, 한국 업체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유·무형의 보호 장벽을 통해 한국을 위협하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학교 폭력 막으려면 법교육 강화를”

    “학교 폭력 막으려면 법교육 강화를”

    최근 학교폭력 근절대책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고 있는 인성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 교육이 필수적으로 수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이 법 교육을 받기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근거다. 지난 23일 서울교대 법교육연구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에듀웰센터에서 ‘교사의 학교폭력 대처방법과 법과 인권교육 활용방안’에 대한 학술 발표회를 열었다. 이 발표회는 최근 학교폭력 근절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인성교육 차원에서 법 교육과 인권 교육의 활용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발표회에서 전문가들은 “법 교육이 학교폭력을 근절할 인성교육을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인성교육에 있어 법과 인권교육의 활용방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허종렬 법교육연구소장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인성교육 실시와 관련, 법교육이야말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허 소장은 “고등학교의 경우 현 정부 들어 학교폭력과 관련된 법교육과 인권교육 분야가 퇴보했다.” 면서 “학생 준법교육을 강화하려면 2009년에 통합된 ‘법과 정치’를 다시 ‘정치’와 ‘법과 사회’ 과목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 교육이 인성교육 실효성 높여” 발표회에서는 초·중·고교생에 대한 법 교육이 건전한 법 의식을 향상시키고 청소년 비행 예방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지혜 서울 한성초 교사는 기조발제에서 ‘인성교육으로서의 법 교육의 역할과 학교폭력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자치법정 활용’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법 교육이 건전한 법 의식에 미치는 영향과 청소년 비행예방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인성교육으로서의 법 교육의 구체적인 기능을 분석했다. 이 교사는 “올 2월에 발표된 정부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서는 교육 전반에 걸친 인성교육 실천을 근본대책으로 제시하며 공감능력, 소통능력, 갈등 해결능력, 관용, 정의 등을 인성의 핵심으로 제시했다.”면서 “근본대책에서 제시하는 인성교육은 법교육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 교육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분쟁, 사회적 문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합리적 사고 능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함양시켜 사회 유지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바람직한 가치와 태도를 기른다는 점에 있다.”면서 “그것이 인성교육의 의의”라고 주장했다. 인성교육으로서의 법 교육이 가져오는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지난 2008년 법무부가 초등학교 법교육 시범학급으로 선정한 된 17개 학급 40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교육 수업 효과분석’ 결과 “법교육 수업 이후 인간 존엄성과 가치, 타인 재산과 권리, 권위 등에 대한 존중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법 교육 수업 후 학생들의 ‘법의 필요성 인식’ 항목은 수업 전 15.41점에서 수업 후 16.83점으로 평균 1.42점이 높아졌으며, ‘법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 항목에서도 법 교육 전 15.21점에서 수업 후 16.1점으로 평균 0.89점 상승했다. 또 ‘법에 대한 존중감’ 역시 수업 전 13.86점에서 수업 후 15.21로 평균 1.45점이, ‘법에 대한 효능감’에서도 15.04점에서 16.49점으로 평균 1.45점이 높았다. 이 교사는 “이는 학생들이 법 교육을 받은 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타인의 재산과 권리, 법적절차, 권위, 다양성에 대한 존중감이 함양됐고, 법과 법체계 개선에 대한 참여도가 향상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발표회에서는 법에 대한 태도가 청소년들의 폭력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발표도 있었다. 박형근 서울 등원초 교사는 “법 규범 위반에 대해 긍정적일수록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학생들의 폭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법 교육은 법의식에 대한 변화를 통해 건전한 가치관과 태도를 통한 바른 인성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법에 대한 태도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폭력에 대한 태도도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청소년들이 법 교육을 통해 비행집단과 덜 어울리며, 갈등해결을 위한 폭력사용을 자제하게 됐다’는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발표회에서는 청소년 비행예방과 감소를 위한 구체적인 법 교육 방안으로 ▲청소년 폭력에 대한 통계적 정보 제공 ▲폭력에 대한 잠재적 손익 토론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폭력이 아닌 대안 행동의 필요성 인식시키기 ▲역할훈련과 비디오 촬영을 통한 폭력 피하기 연습 ▲분노를 정상적이고 잠재적인 정서로 제시하기 ▲비폭력적이고 폭력 예방행동에 가치를 두는 교실 분위기 만들기 ▲도덕적 딜레마 상황들에 대한 집단 토론 등의 방법이 제시됐다. 또 인성교육과 함께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자치법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규칙에 대한 학생들의 잘못된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규칙과 법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형성해 책임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혜 교사는 “모든 학생들이 참여해 규칙을 스스로 만들고, 그들이 만든 규칙을 스스로 지켜 나가는 것을 몸소 체득할 수 있는 학교 내 프로그램이 학생자치법정”이라고 소개했다. ●“학생자치법정 확대 바람직” 1983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학생자치법정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 사안에 대해 학생 스스로 판단을 내리도록 해 학생들의 책임감을 증진시키고 사법 절차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대안적 징계처리 절차’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자치법정은 교칙을 위반한 학생을 대상으로 동료 학생들이 조사·변호·패널을 맡아 진행하도록 해 학교 내 징계 처리과정의 일부로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학생징계 처리 절차는 징계가 임의적이어서 학생들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인식할 기회가 없었고, 이로 인해 반성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점, 적법 절차의 권리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징계 과정에서 해당학생이 문제아로 낙인찍혀 문제 행동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반해 학생자치법정은 세분화된 규정에 따른 처벌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규칙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으며, 학생 개개인의 사정에 대해서 법정에서 소명할 기회를 제공해 학생들에게 처벌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 교사는 “교칙준수 의지, 교칙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참여의식, 사회적 결속력 등 학생자치법정의 교육적 효과는 이미 확인됐다.”면서 “2011년 기준 전국 70여개 중·고교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는 자치법정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김두관 “MB 심판론 보다 정책 승부로…민주, 통큰 양보로 야권연대를”

    김두관 “MB 심판론 보다 정책 승부로…민주, 통큰 양보로 야권연대를”

    범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민주통합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내세운 ‘이명박 정부 심판론’에 대해 완곡하게나마 제동을 걸었다. 상대방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좇는 네거티브 전략 대신 민주당의 정책을 내세워 승부하는 포지티브 선거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민주당에 입당한 김 지사는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MB(이명박) 정부 실정에 기대어 비판하면서 집권하려고 하는데 우리의 정책을 제시해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파상 공세에 나선 한명숙 대표, 문재인 상임고문 등 민주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발언이다. 김 지사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간 총선 연대 논의에 있어서도 “국민들은 민주당이 ‘통 큰 양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 즉 2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보당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의 일원으로 참여했지만 대선 가도에 있어서 잠재적 경쟁자인 문 고문과는 다른 색깔의 정치를 펼쳐 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터뷰는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장, 군수, 행자부 장관, 도지사로 도전한 원동력은 뭔가. -군수, 도지사 등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면 즐겁게 도전했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일에 즐겁게 도전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을 좋게 평가해 주는 것 같다. →민주당 입당이 도지사 출마 때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받아들인다. 그러나 정치에 있어서 집단지성은 당이다. 집단지성을 모아 국정을 이끄는 거다. 정당이 신뢰를 못 받는 면도 있지만 참여 정치가 중요하다. →민주당 입당이 결국 대선 도전의 길 닦기 아닌가. -민주통합당이 시민사회와 한국노총, 혁신과 통합, 기존 민주당 등 여러 정파와 세력들이 함께하는 것이어서 이 흐름에 함께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핵이라고 봐 함께하게 됐다. →대선 도전 기회가 오면 죽을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는 주간지 보도가 있다. -아무리 김두관이 모자란 사람이지만 주간지 기자와 둘이 마주앉아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는가. 언론이 시시비비를 가리고,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따뜻해야 하는데 시골 촌놈이라고 그렇게 야박하게…. 한 대 패주고 싶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시대 정신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치 민주화가 일부 후퇴했지만 1987년(개헌) 이후 정치의 민주화는 완성됐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가 이뤄져야 내용 면에서 완성이 된다. 신(新) 3균(均)주의에 관심이 많다. 지역균등 발전, 사회균등 발전, 남북균등 발전이다. 새로운 지도자는 그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내의 유력 대권주자는. -손학규 전 대표와 문재인 고문, 정동영 전 최고위원, 정세균 전 대표….밖에 있지만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참여한다면 민주 진영의 유력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총선을 통해 주목 받는 정치인들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김 지사가 경제나 복지에는 좀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남만이 특별하게 하는 노인틀니보급사업이 있다. 너무들 좋아한다. 다른 곳에서 벤치마킹도 한 걸로 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해 16개 시·도립 병원에 대해 간병인 사업도 하고 있다. 병원도 좋고, 환자도 좋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내 자랑 같지만 복지만큼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경제에 있어서도 기업 하기 좋은 경남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제도 잘하는 도지사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참여정부 실정에 대해 공동 책임이 있다는 지적은.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했고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도 했다. 참여정부의 공과에 일정 정도 책임 없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느냐. 성찰과 반성을 통해 참여정부를 뛰어넘어야 한다. 민주진보진영이 총선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 참여정부의 공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이나 새누리당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정책으로 지지를 받아야 한다. 실정에 기대어 집권하고, 이를 비판하면서 또 집권하는 악순환의 흐름을 끊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큰 나라다. 국정을 분담해야 한다. 내각책임제로 가야 하지만 국민들이 동의를 안 하니 적어도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 권력구조가 바람직하다. →개헌이 가능한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정동영 후보가 다 임기 내 개헌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못 지켰다. 개헌해서 당연히 권력구조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한다. 기술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차기 정부를 만드는 대통령과 당이 1년 내에 개헌을 해야 한다. →대선주자 문재인 상임고문의 자질을 어떻게 보나. -민주진보진영의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다. 총선을 잘 마치고 대선까지 잘 마쳤으면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안철수 원장과도 같이할 수 있다고 했는데. - 살아온 과정이나 철학, 가치관이 상당히 달라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철수 원장과 힘을 합칠 용의는. -안 원장이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 큰 역할을 해 주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정치권에서 자꾸 정치 참여 여부를 밝히라고 하는데 역할을 할 때가 온다면 안 원장이 참여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바깥에서 도와줄 수도 있다고 본다. 야권에 직접 참여하면 더 좋고, 직접 참여할 수 없다면 민주진보진영이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거들어 줬으면 한다. →최근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 논의를 어떻게 보나. -진보 진영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야 이해관계, 현안을 모을 수 있다.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원내교섭단체 구성, 즉 20석 확보가 중요하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통 큰 양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열에 일곱을 내줘서라도 야권이 단일화해야 한다.’는 유지를 남겼다. 대통합은 나중 일이고 총선에서는 야권 연대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 →총선에서 부산·울산·경남의 성적표를 점친다면. -부·울·경에서는 15석을 희망하는데 쉽지 않다. 야권이 10석 정도 얻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명숙 대표가 원내 1당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열심히 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썩어도 준치라고 기반이 워낙 좋다. 기득권도 있고 인물 면에서도 앞선다. 새누리당이 쉽지는 않은 당이다. →정치권이 대오각성할 일이라면. -도지사를 하면서 보니 공약하지는 않았지만 훨씬 중요한 게 있더라. 그 일을 우선 열심히 하는 게 맞다. 이익집단의 요구에 의해 만든 공약도 있는데 이는 실천하기 어렵다. 여기에 매이면 유권자의 기대치만 높여 놓는 결과가 된다.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 있는데 우리 정치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이 정도라는 솔직한 고백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기대치만 너무 높이면 정치에 대한 불신만 낳게 된다. 복지 공약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한다. 국민적 기대 수준을 매우 높이는 게 된다. 기대 수준을 높이고 실천적으로 담보가 안 되니, 이런 나쁜 놈들, 사기꾼 이렇게 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이후 솔직하게 우리 정치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이 정도라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의 기대수준을 낮춰야 한다. 이춘규 선임기자·이현정기자 taein@seoul.co.kr
  • [막장 10대들 학교폭력 어디까지…] 학년별 1·2군 나눠 보호비 명목 상납받아

    [막장 10대들 학교폭력 어디까지…] 학년별 1·2군 나눠 보호비 명목 상납받아

    학년별로 싸움을 잘하는 순서대로 ‘1군’과 ‘2군’으로 나눠 후배들을 상대로 1년가량 상습적으로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온 중·고교생 22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생활질서과는 22일 서울 광진구 A중학교 3학년 김모(15)군 등 중학생 13명과 고교 1학년 이모(16)군 등 고등학생 9명을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군 등 중학생 13명은 지난 6일 교내 화장실에서 돈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후배를 폭행하는 등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47차례에 걸쳐 92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중학교를 졸업한 이군 등 9명은 지난해 6월 후배들로부터 가출비용 20만원을 뜯는 등 지난달까지 18차례에 걸쳐 103만여원을 갈취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학년별로 싸움을 잘하는 순서대로 ‘1군’과 ‘2군’으로 나눠 교내외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명목으로 1군은 2군으로부터, 2군은 다른 친구들로부터 수시로 금품을 상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납의 고리는 졸업생까지 이어졌다. 고교에 진학한 중학교 선배로부터 금품 요구를 받으면 다시 후배들을 상대로 돈을 뺏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일부 졸업생은 중 3학생들에게 이른바 ‘야매치기’라는 수법을 전수했다. 야매치기란 후배들에게 자신의 오토바이를 몰게 한 뒤 돌려받을 때 부품을 제거해 고장난 것처럼 꾸며 수리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수법이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제 밥그릇싸움에 쫓긴 ‘위헌 선거구’ 안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국회로 여야 원내지도부를 잇달아 방문해 이번 총선에 한해 국회의원 수를 현재의 299석보다 1석 많은 300석으로 늘리자고 제안했다. 4·11 총선을 50일 앞두고도 제 밥그릇만 지키겠다며 맞서고 있는 선거구 획정문제를 풀기 위해 정치권에 19대 총선에 한해 1석을 더 늘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여야는 국회의원 정수 증원에 거부감을 보이는 여론을 의식해 부정적인 반응이나 선거구 획정엔 양보할 뜻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오늘부터 시작되는 재외선거인 명부작성에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광역구역 안에서 인구·행정구역·교통 등을 고려해 구·시·군을 단위로 획정하게 돼 있다. 2001년 헌법재판소는 전체 선거구의 평균인구 수를 기준으로 ±50%의 편차를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되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수가 3대1을 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투표가치의 평등을 감안한 결정이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기존 지역구를 분구시켜 8석을 늘리고 통합조정으로 5석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안을 넘겨받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헌재의 위헌 가이드라인이나 선거구획정위의 권고는 깡그리 무시하고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는 분구, 세종시 신설 등 3곳을 늘리되 절충을 통해 3곳을 줄이기로 담합했다. 여야는 줄이기로 한 3곳을 놓고 ‘영·호남 각 1석+비례대표 1석 또는 서울 1석’ ‘영남 2석, 호남 1석’ 등 상대 당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의 의석을 줄이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밥그릇 수를 26석이나 늘린 16대 때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역구를 2석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2석 줄인 17대 때의 구태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는 어제 선거 때마다 정당의 이해에 얽매여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를 국회에서 독립시켜 상설 의결기관화하고, 19대 총선 직후에 국회의원 지역구를 전면 재획정할 것을 제안했다. 10년마다 한번씩 선거구를 조정하는 미국과 4년마다 줄다리기를 되풀이하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주요 선진국들은 모두 선관위의 제안처럼 운영하고 있다. 국회는 제 밥그릇 싸움에서 손을 떼야 한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20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단호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고 있는 당 쇄신작업에 대한 의지와 현안에 대한 의견에 한 시간 가까이 할애했다. 그러면서 ‘약속’과 ‘신뢰’를 열 차례 이상 언급했다.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4년여 만에 생중계로 진행된 것이었다. 토론 초반의 질문은 총선 전략에 몰렸다. 이날부터 공천 신청자들에 대한 면접이 시작되는 등 새누리당이 본격적인 공천 심사 작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구체적인 언급을 최대한 피하고 “원칙과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라는 일관된 답을 내놨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의 자진 용퇴론이나 친이(친이명박)계에 대한 공천 배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에서 심사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다만 친이계에 대해서는 “당이 추진하는 쇄신방향과 부합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라면서 “친이니 측근이니 하는 분들도 다 그런 기준에 맞춰 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부터 “과거의 잘못과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 과감한 쇄신을 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원론적인 답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박 위원장은 최근 연일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하고 있다. 형용사가 ‘깨끗한’에서 ‘완전한’으로 바뀌는 등 강도도 세졌다. 이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와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묻자 박 위원장은 잠시 웃으며 머뭇거렸다. 이어 “현 정부 들어서 경제는 좋아졌지만 국민들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고 답한 뒤 “소통의 문제도 많았고 양극화도 심화됐다. 이런 부분들을 과감히 고쳐나가야 한다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정책이 바꿔져 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서도 “과연 그것이 해답이 되었는가.”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최근 더욱 논란을 빚고 있는 이 대통령의 측근 비리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사죄드리고 죄송하게 생각하면서 이제 우리가 확 바꾸자 해서 당의 가장 중요한 정강정책을 완전히 바꿨다.”고 강조했다. 옛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에 이어 자유선진당, 국민생각 등 보수진영의 총선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추구하는 가치나 방향이 같다면 얼마든지 같이 갈 수 있다. 그리고 같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를 해 봐야 할 상황”이라고 답했다. 박 위원장의 야당에 대한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폐족’(廢族)이라는 단어도 사용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들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고 한번 추진한 정책은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해 백지화된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두고 “현 정부에서 완전히 폐기한 정책이지만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지금 약속 드릴 수 있는 것은 저는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입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문가들에게 결정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야권에서 탈환을 노리는 부산·경남(PK) 지역 민심을 언급하면서다. 그는 “더 좋은 후보, 더 좋은 정책을 반드시 실천하는 모습으로 그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권 주자로서 대세론에 안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저는 원래 대세론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을 만나 뵙고 소통을 강화하면서 진심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연대 가능성에도 긍정적인 답을 내놨으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가볍게 웃어 넘겼다.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리더십 문제에 대한 지적을 두고는 “정치인은 국민을 대신해서 아주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스스로 많이 엄격하게 자제해야 되는 임무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권력을 이용해 탈취한 장물”이라고 공격했던 정수장학회에 대해서는 “저는 2005년 이사장직을 그만둬서 그 뒤로는 저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수장학회에서 분명하게 입장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불신이 악순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모두 노력해야 한다.”면서 “우리로서는 대북정책이 더 진화해야 하고 북한도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북특사 등을 통한 방북 의사를 묻자 박 위원장은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지방 뉴타운도 차질 빚나] 전문가 3인의 평가 및 대책

    ●농촌경제연구원 송미령 위원 “중앙정부에 끌려가… 지역 맞춤 뉴타운 실패” 2010년 조사를 보면 농촌 인구는 875만 8000명인데, 농가 인구는 296만 5000명으로 40%에도 못미친다. 이런 관점에서 농어촌 뉴타운을 조성하면서 농업 관련 종사자로 100%를 채우겠다고 한 계획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분양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100가구, 200가구씩 규모를 중앙정부에서 확정한 것도 문제이다. 지역 특성에 맞춰 80가구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중앙정부는 큰 방향을 설정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자기 지역에 맞춰 설계했어야 하는데 첫 사업이고 시범사업이다 보니까 중앙정부 지침에 이끌려 간 측면이 있다. 결국 일정 규모로 맞추려다 보니까 토지매입 비용을 싸게 하기 위해 외진 곳에 뉴타운을 조성한 지자체가 생겼고, 생활편의시설에 접근할 수 없으니 분양이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의 귀농·귀촌을 요구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취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귀농·귀촌은 삶의 형태를 바꾸는 모험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들이 농어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 특성에 맞춰 배려해야 한다. ●양병찬 공주대 교수 “농촌을 일터로만 생각… ‘삶터’ 측면 고려해야” 농어촌 뉴타운을 지나치게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예컨대 주민 편의시설로 농어촌 뉴타운마다 커뮤니티 센터를 건립했다. 그런데 그 안에 무엇을 넣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처음부터 농촌은 농사짓는 곳이라는 일터의 개념만 있었지,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삶터 측면의 인식이 부족했던 탓이다. 농촌에 집을 짓고 벌이를 할 수 있게 농업기술만 가르쳐주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뉴타운을 추진한 게 문제였다는 얘기다. 농어촌 뉴타운을 귀농·귀촌하는 도시민과 지역 농민들의 삶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생각했다면, 도시에서 간 여성이 농촌 아이들을 가르칠 수도 있고 농가 여성들이 도시에서 온 주민들에게 장 만드는 법과 같은 전통을 가르치는 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농어촌 뉴타운은 농촌 지역 직업수를 늘려 서비스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보육, 교육, 문화, 노인 요양 서비스 등 농촌에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인력 부족으로 인해 발달하지 못한 분야들이 새롭게 제공할 수 있는 우선적인 서비스 대상이 될 것이다. ●최수명 전남대 교수 “젊은 세대 귀농 유도, 틀니 아닌 임플란트처럼” 농어촌 뉴타운 입주자 모집에서 초기에는 너무 과도하게 낙관적인 태도를 보인 것 같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사람의 거주를 이동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농어촌 뉴타운의 편의시설과 주거환경에 매력을 느끼더라도 최종적으로 입주를 결정하기까지는 여러 제약조건이 있다. 그런데도 ‘집을 지으면 사람이 올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한 게 문제였다. 시범사업 지역 5곳에 새로운 마을인 뉴타운을 조성했는데, 사실 농촌의 읍이나 면을 정비하다보면 땅에 여유가 있다. 그래서 이미 공동체가 형성된 이런 지역에 새로 집을 짓고 귀농·귀촌 인구를 유도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분양률이 저조한 것을 보면, 결국 기존 공동체와의 접근성을 높여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세대의 귀농·귀촌을 유도하려면 틀니처럼 한꺼번에 새로운 마을을 만들게 아니라 임플란트를 하듯이 기존 공동체 안에 녹아들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했다. 건설 위주 사업보다는 귀농·귀촌 인력이 지역 공동체 안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발전적 보완이 필요하다.
  • [스포츠 돋보기] 승부조작 환부 도려내야 프로야구 산다

    승부 조작 파문의 중심이 프로야구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은 ‘설’(說)만 무성했지만 검은 실체의 윤곽이 차츰 드러나는 형국이다. 프로배구 선수와 브로커를 수사하던 검찰 주변에서 지난 14일 프로야구 서울 연고 팀의 주전 투수 2명이 경기 조작에 가담했다는 브로커의 진술이 나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동원된 선수들은 브로커들과 짜고 일부러 볼넷을 내주는 등 경기 일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들은 경기당 최대 수천만원을 베팅했고 배당금을 받아 일부를 가담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는 내용까지 덧붙여졌다. 소속 선수가 경기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LG 구단은 15일 “백순길 단장이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해 의혹의 당사자인 박모(26) 선수와 심도 있게 면담한 결과 그 같은 사실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 있는 김모(23) 선수 역시 전날,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 때문에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넥센 투수 문성현(21)이 불법 도박 브로커로부터 경기 조작에 가담하라는 권유를 받은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넥센 관계자가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그가 “과거에 알고 지내던 사람으로부터 경기 조작에 도움을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들이 접근해 검은 거래를 제안한 것 자체는 확인된 셈이다. YTN은 이날 새벽 ‘전직 프로야구 선수’라고 주장하는 이의 제보를 받아 프로야구 승부조작 의혹과 관련된 내용을 보도했다가 저녁 무렵 “최종 확인 결과 유명선수를 사칭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정정하며 사과하는 촌극을 빚었다. YTN은 제보자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관중 700만명 돌파를 목표로 내세운 프로야구로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가족 단위 관중까지 포함해 680만명이 야구장을 찾아 신기원을 연 프로야구는 올 시즌 박찬호, 이승엽, 김태균 등 해외파의 복귀로 관중 폭발을 예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구 팬들의 분노로 흥행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프로와 아마추어 스포츠를 막론하고 승부 조작 의혹이 이따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검은 돈에 눈이 멀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선수 개인을 처벌하는 선에서 서둘러 종결하기 일쑤였다. ‘응급처치’ 덕에 가라앉은 듯했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이 없다 보니 곪을 대로 곪아 터지는 지금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프로야구 구단과 KBO는 물론 정부와 대한체육회 등 모두가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수들은 무엇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지 못하고, 관련 기관은 문제가 터지면 선수들의 도덕성만 탓하며 정작 자신들의 책임은 묻어버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반드시 이를 끊어야 한다. 선수들이 스포츠 정신으로 무장해야 함은 물론이고 책임지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검찰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단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프로야구와 농구로 수사를 확대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스포츠에서 검은돈의 유혹을 비켜 갈 곳은 결코 없다. 명백하게 잘잘못을 가려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김민수 체육부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집 보유자 빚 증가율, 소득보다 1.4배↑ 하우스푸어 → 하우스리스 전락 우려

    자택 보유 가구의 빚이 지난해 가처분소득보다 1.4배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에도 가계소득 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전망돼 집을 담보로 빌린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가 급증할까 우려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14일 내놓은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 집을 보유한 가구 전체의 가처분소득은 3688만원으로 전년의 3373만원보다 9.3% 늘었다. 같은 기간 가구당 평균 부채액은 6353만원으로 전년의 5629만원보다 12.9% 늘었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소득이 늘어난 속도를 압도한 셈이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66.9%에서 지난해 172.3%로 확대됐다. 자택 보유 가구의 원리금 월 상환액은 48만원에서 60만원으로 25.0% 늘었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보다 수도권 가구의 가계 빚 부담이 컸고, 부담이 증가하는 속도도 빨랐다. 수도권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50.2%로 비수도권 가계(110.0%)의 두 배를 넘었다. 지난해 수도권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10년 239.4%보다 10.9% 포인트 상승한 반면, 비수도권의 비율은 1년 새 0.3% 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았다. 원리금 월 상환액은 수도권에서 1년 동안 23.4%(64만→79만원) 늘었고, 비수도권 가계에서는 23.7%(38만→47만원) 증가했다. 소득보다 빚과 이자부담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계는 생활비와 저축을 할 때 쪼들리게 됐다. 집 값이 반등하지 못하거나 폭락하면 ‘하우스 푸어’들이 생계난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처분하는 ‘하우스 리스’(무주택자)로 대거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처분하는 주택 물량이 늘어나면서 집 값과 담보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수입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부채가 누적되고 대출금리가 올라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다.”면서 “경계에 놓인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임 위원은 “문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싼 값에 집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주택가격이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불황 악순환 수렁 속으로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국내 소비심리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소비는 수출, 투자 등 다른 지표들보다 전체 경제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경기 불황이 소비와 고용시장 악화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경기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2012년 1분기 소비자태도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태도 지수는 44.2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태도 지수가 기준치인 50을 넘으면 소비자들이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고, 5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소비자태도 지수는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았다. 소득 계층별로는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의 소비자태도 지수가 전 분기 대비 3포인트 떨어진 43을 나타냈다. 전 계층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의 소비자태도 지수는 여전히 기준치에 못 미치지만 46.6으로 전 계층 중 유일하게 전 분기보다 상승했다. 고소득층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들은 최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는 셈이다. 물가예상지수는 73.5로 전 분기보다 2.1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팽배해 있다는 뜻이다. 고용상황전망지수는 46.1로 4분기 연속 기준치 아래에 머물렀다. 연구소는 “최근 국내외 경제전망의 불확실성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 물가불안과 고용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졌다.”면서 “소비심리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생계형자영업 170만명 ‘과잉 창업’

    생계형자영업 170만명 ‘과잉 창업’

    ‘난방용품점, 과일가게, 문구용품점, 김밥집, 의류수리점, 이·미용점, 세탁소….’ 현재 이 같은 가게를 운영하거나 새로 창업하려는 사람은 생각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양산업이나 경쟁이 심한 업종에 종사하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약 17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8일 ‘생계형 자영업의 실태와 활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영업 부문 종사자가 662만 9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선빈 수석연구원은 또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자영업 부문에서 229만명이 과잉 취업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난방용품점 등 사양길에 접어들었거나 경쟁이 과열된 ‘레드오션’ 산업에서 영세 규모로 사업하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2010년 기준으로 169만명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의 소득은 국민소득 기준 하위 20%에 속한다. 김 연구원은 “생계형 자영업에 과다한 노동력이 투입, 경쟁이 격화돼 종사자들이 사업 부진과 소득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는 부채 증가, 생활 불안으로 이어져 다시 신규 자영업자를 늘리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계형 자영업자는 사업이 부진하고 노후 준비가 미흡한 탓에 복지 수요를 급팽창시키는 등 정치·사회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아울러 생계형 자영업자를 줄이려면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생계형 자영업 유입을 조절하고 기존 종사자들의 자생력을 높임으로써 소득이 늘고 인적 자원이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계형 자영업에 유입될 인력과 기존 업자에게 새로운 취업 기회를 제시해 순조로운 전직을 유도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일자리 창출 여지가 큰 사회서비스업을 활성화하고 화훼산업 등 새로운 농업서비스를 창출해 귀농·귀촌 인구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양화 정도가 큰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환경, 관광 등의 분야에서 지역공동체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대안으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사회서비스업, 신농업, 사업서비스업, 지역공동체사업 등이 활성화되면 생계형 자영업 종사자에겐 전업 기회, 진출 희망자에겐 취업 기회를 제공해 향후 5년간 생계형 자영업자를 최대 16만명으로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4월 총선 앞둔 그리스… 고강도 긴축·디폴트 기로에

    ‘무분별한 디폴트냐, 고강도 긴축이냐.’ 그리스가 양 갈래의 선택에서 고심하고 있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을 제공받지 못하고 무분별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다면 유로존 전반으로 최악의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하지만 4월 총선을 앞둔 그리스 정치권으로서는 유권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고강도 긴축 요구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다. 때문에 다음 달 20일 도래하는 145억 유로 규모의 국채 만기를 앞두고 구제협상이 지연되면서 그리스의 디폴트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리스가 벼랑 끝에서 회생하기 위해서는 일부 유로존 국가의 의회 승인 등 법적 절차를 고려할 때 오는 15일까지는 구제금융 지급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7일 오후(현지시간)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와 연립내각 구성 3당 대표들은 모임을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한 접점을 모색했다. 전날 회동 불발에 이은 자리여서 논의 결과에 촉각이 쏠렸다. 앞서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는 그리스에 1300억 유로(약 190조 6000억원)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제공받으려면 민간부문 최저 임금 20% 삭감, 연휴 보너스 삭감, 2015년까지 공무원 15만명 감원 등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여의치 않으면 새로운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파기와 그리스의 3월 파산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넬리 크뢰스 EU 집행위원은 이날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해도 유로존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그리스 정부를 압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한 뒤 “더 이상 그리스를 기다릴 수 없다.”며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에 기대고 있는 그리스 정치권을 압박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 자금을 한번에 모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계좌로 관리하면서 그리스의 긴축 이행을 강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도 구제금융 자금의 일부를 떼어내 이자 지급용 특별계정에 넣어두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날 노동계의 24시간 총파업으로 공공부문 기능이 대부분 마비됐다. 노동계는 “긴축 정책은 그리스 경제를 악순환에 빠뜨릴 것”이라며 국제 채권단을 성토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지방행정의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5) 전기·기계-시설환경-소방 분야

    [지방행정의 달인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5) 전기·기계-시설환경-소방 분야

    달인 릴레이 인터뷰 5편에서는 겨울철 눈을 신속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제설특수차량을 만든 공무원을 만났다. 낙동강 하류 지역 원수요금 차등제를 적용해 34억원의 재정 수익을 올리고, 섬진강 댐 맑은 물을 골고루 이용활 수 있게 한 주인공도 소개한다. 신재생 에너지의 대부, 구조견과 함께 실종·재난 현장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구조견 핸들러의 활약상도 들어봤다. 6편에서는 행정·정보통신 분야 달인을 소개한다. 김동찬 서울 성동구청 토목과 제설현장 관리팀장 친환경 다목적 제설차량 개발 ‘제설 박사’. 서울 성동구청 토목과 김동찬(58·기계6급) 제설현장 관리팀장의 별명이다. 겨울이면 몸값이 훌쩍 더 올라가고, 폭설이 쏟아지는 날이면 몸이 열이라도 모자라는 사람이 그다. 김 팀장은 레미콘 차량을 개선한 염화칼슘 자동 살포기를 개발, ‘제설의 달인’으로 선정됐다. “누구한테 인정 받자고 덤벼든 일은 애당초 아니었어요. 그래도 여기저기 알아주는 데가 많으니 새삼 큰 보람을 느끼게 되네요.” 김 팀장은 내부의 권유로 달인에 도전했다. 제설작업에 관한 한 그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당할 사람이 없을 거라는 확신을 주변에서 먼저 했다. “천성적으로 기계를 다루는 일에는 재주가 좀 많았던 것 같다.”며 웃는 그가 공직에 발을 들인 건 1978년. 군 운전병으로 제대한 뒤 모셨던 장군의 ‘연줄’로 동대문구청에서 운전 일을 시작하게 됐다. 2년 뒤 지금의 성동구청으로 옮겼고 1990년 기계직으로 직역을 바꿨다. 성동구청에서 그가 계속 맡았던 업무가 제설이었다. 8t 덤프트럭 적재함에 올라타 모래와 염화칼슘을 일일이 섞어가며 도로에 뿌리는 고된 수작업을 도맡았다. 미끄러운 눈길에서 위험천만한 고비를 넘긴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워커힐 고개에서는 바퀴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타고 있던 제설 트럭이 인도를 덮쳐 인명사고를 낼 뻔하기도 했다. 제설작업 이후 염화칼슘이 닿은 쇠물질이 부식되고 나무가 말라죽는 등의 환경피해도 늘 고민거리였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기를 10여년. 2006년 레미콘을 개량해 그 모든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다목적 제설차량(로드렉스)을 개발해 특허를 내는 데 성공했다. 로드렉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기존의 제설장비가 한번에 고작 염화칼슘 4t과 소금 5t만 실을 수 있었던 것을 단박에 염화칼슘 10t에 소금 14t으로 적재량을 두세배나 끌어올렸다. 특히나 밀폐형인 로드렉스에는 제설제를 미리 실어둘 수가 있어 업무효율 만점이었다. “이전에는 눈예보를 듣고난 뒤에 제설제를 차에 싣고, 눈발이 쏟아질 때 부랴부랴 현장출동하면 도로사정은 이미 엉망이곤 했다.”면서 “로드렉스는 미리 제설제를 실어놓고 항시대기할 수 있어 기동성이 비교가 안 될 만큼 뛰어나다.”고 자평했다. 염화칼슘 살포량을 48단계 디지털 기능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다 토양오염을 크게 줄이는 소금을 염화칼슘과 동시에 뿌릴 수 있어 친환경 기능도 주목받았다. 100년 만의 폭설이 서울을 덮친 2010년 1월에는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그해 6월엔 서울창의상 우수상을 받았다. 구청 수입에도 적잖이 기여하고 있다. “용산구청, LH공사에 로드렉스를 임대해 주고 있고 얼마전엔 완주시청과 달성군에서도 장비 문의를 해왔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어느새 정년도 몇해 남지 않았네요. 앞으로는 이상기후로 폭설도 잦아질 거라는데, 제설 노하우가 부족한 지방에 열심히 기술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고말석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정수계장 낙동강 식수 ‘차등요금제’ 주도 시설환경분야 달인으로 선정된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고말석(54·6급) 정수계장은 부서를 옮길 때마다 반드시 한 가지 이상 업무 개선을 하는 아이디어맨이다. 2003년부터 시행한 낙동강 물 요금 차등요금제 등 수많은 그의 ‘작품’이 행정 곳곳에 있다. 차등요금제는 이전만 하더라도 낙동강 하류지역인 부산시민은 대구 등 상류지역 주민과 똑같이 물값을 내고도 갈수기 때 수질이 떨어지는 원수를 먹어야 했다. 낙동강 물을 독점 공급하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상·하류 구분없이 원수 동일요금제를 적용해서다. 갈수기가 되면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 3급수 이하로 수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하류의 3급수를 먹는 부산과 경남 일부 지역 주민은 동일요금제에 불만이 커졌다. 고 계장은 이 문제가 부산뿐 아니라 낙동강 하류지역인 마산, 창원 등 전체의 문제로 접근하도록 방향을 바꾸어 낙동강 하류 9개 지자체가 공동대응에 나서는 한편,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정부를 압박했다. 결국 무릎을 꿇은 정부는 2003년 BOD 기준 3급수 이하일 때 원수요금 차등요금제를 적용하도록 댐용수 공급규정을 고쳤다. 그는 “이 제도 시행으로 지난해까지 34억원의 재정수익을 올렸고, 수자원공사로 하여금 낙동강 상류댐 운영을 선진화해 하류지역에도 맑은 물을 공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부산명지소각장에 근무할 때인 2006년에는 당시 전국에서 소각폐열 이용률 꼴찌인 이 소각장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당시 소각장은 주변에 폐열사용 인프라가 없고 원거리 산업체 폐열판매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었다. 이를 안 그는 폐열수송배관과 관련 시설을 설치하기로 하고 민자기업을 유치해 1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2008년부터 본격 소각폐열 생산 판매에 들어간 명지소각장은 그의 아이디어 덕분에 연간 40억원의 재정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20여명의 일자리창출과 연간 1300만t의 LNG 수입대체효과를 거뒀다. 이를 싼값에 공급받은 녹산공단의 제조업체들도 매년 20억원 상당의 연료비 절감혜택을 보고 있다. 앞서 2000년에는 민간부분의 환경경영체제(ISO)를 상수도행정에 접목시켜 정수장의 공정별 표준운영 매뉴얼을 만들었다. 그는 이런 업무개선 공로로 2007년 사무관(5급) 특별승진 우선권을 받은 것을 비롯해 환경부,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등 장관급 표창 3회, 부산시장 표창 3회 등을 받았다. 또 쓰레기매립장 침출수 처리공정 개선으로 환경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고 계장은 “공무원이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시민에게 다가가는 행정을 한다면 시민편익을 더욱 증진시킬 수 있다.”며 “앞으로 더 안전하고 맛있는 수돗물을 시민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최덕용 순천소방서 산악구조대 전국 최고 ‘인명 구조견 핸들러’ 순천소방서 산악구조대 소속 최덕용(39) 소방교는 국내 최고의 구조견 핸들러다. 전남에서 유일한 인명 구조견 핸들러인 최 소방교는 다른 소방대원과 달리 열악하고 험난한 구조 현장에서만 모습을 보이는 억센 사나이다. ‘소방분야 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된 최 소방교는 지난달 소방방재청 주관으로 열린 전국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 최고의 인명구조견 핸들러에게 수여되는 ‘탑독’(Top Dog)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탑독은 인명구조견의 복종, 장애물, 산악수색 등을 평가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구조견과 핸들러에게 부여하는 명칭이다. 그는 경력 8년의 베테랑으로 인명구조견 ‘무한’이와 함께 각 분야에서 최고 득점을 얻어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핸들러에 선정됐다. 핸들러는 전문적으로 개를 다루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이다. 최 소방교는 2003년부터 험난한 산악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의 조난 사고 현장 등에서 인명 구조견을 활용한 구조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전국 구조견 경진대회에서 종합우승을 2회 차지하고, 2010년 중앙119구조단에서 실시한 산악구조 교육과정에서는 1등으로 수료했다. 수난사고 시에는 전문다이버로 활약하는 등 만능 구조 요원이다. 지금까지 2000여건 2300여명을 구조했다. 실종·재난 현장에 빠짐없이 출동해 20여만명에게 도움을 주는 탁월한 구조 능력을 발휘했다. 사고 예방 홍보 활동에도 열성이다. 인명구조견을 활용한 홍보 활동도 300여차례나 펼쳤다. 그의 활약은 해외로까지 발을 넓혔다. 국제구조대원 인명 구조견 핸들러 분야 구조대원으로 선발돼 중국, 아이티, 일본의 지진과 해일 등 11곳의 대형 참사 현장에서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등 해외 재난 시 민간외교관 역할도 성실하게 수행했다. 여름철에는 인명구조견을 활용한 ‘섬진강 안전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구조견을 이용한 전국 최초 119수상 구조견 순찰대를 운영해 시각 효과를 이용한 효율적인 물놀이 안전 예방과 인명구조견과 함께하는 이색적인 안전홍보로 섬진강 주변의 사고 우려 지역의 순찰을 강화하는 등 피서객을 지키는 수상안전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조활동 이외에도 지역의 소외된 독거노인 가정을 찾아 가스·전열 기구에 대한 점검과 소화기 무상증정,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로 화재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3년 6개월 동안 독거노인 봉사 활동을 300회 이상 펼치는 등 주변의 불우이웃돕기와 농번기 일손 돕기로 따뜻한 소방상 구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 소방교는 “사람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힘든 환경을 헤쳐 구조구급 활동을 했을 때 어려운 여건 이상의 큰 보람을 느낀다.”며 “핸들러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목숨을 던지고, 소방 조직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 사진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이상록 원주시 청사관리계장 ‘지열 냉난방’ 국내 첫 도입 강원 원주시 청사관리계 이상록(52·지방공업6급) 담당은 지열과 생활폐기물을 활용한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대부로 통한다. 국내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국가정책이 발표되기 훨씬 이전부터 공공건물에 지열과 생활폐기물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을 도입하고 전국에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기 때문이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땅속의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시스템 도입은 2003년 원주 국민체육센터 신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도시가스요금으로 체육관 안에 마련할 수영장의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야 할 만큼 운영비 문제는 심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설비를 담당하던 이씨가 나서 처음으로 지열 냉난방시스템을 도입, 에너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나갔다. 지열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연간 에너지 비용의 52%(2억 5000만원)를 줄일 수 있었다. 국민체육센터는 일반 건물보다 2배 가까운 16시간을 운영하고 자연녹지지역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이곳에서 지열이 실패하면 앞으로 지열은 발 붙일 곳이 없다.’는 신념으로 추진한 것도 성공요인이다. 그 뒤 지열 설비의 공공기관 워크숍과 에너지관리공단 주관의 지열 성공사례 발표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지열의 장점을 알리면서 지열 냉난방시스템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열은 그 뒤에도 원주종합체육관 등 공공건물에 속속 적용되며 획기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2008년부터는 생활폐기물을 건조, 압축, 성형해 연료로 사용하는 생활폐기물(RDF) 전용보일러 냉난방시스템을 시청사에 도입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시청에서 사용하는 냉난방 에너지원 가운데 가스가 여전히 6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40%의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생활폐기물을 사용하며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절감 효과는 2010년 21.1%, 지난해 22.2%에 이른다. 원주 RDF에너지센터는 이후 전국에서 모여드는 초등생, 대학생, 각종 연구소 연구원, 해외 바이어들의 견학과 학습장소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을 다녀간 외국인만 해도 미국 뉴욕주 상원의원을 비롯해 요르단, 브라질, 태국, 중국 등 다양하다. 이밖에 겨울철 미끄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파이프 매설공법을 개발, 시청사 진입광장에 온돌구조의 파이프를 깔았다.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 성공사례로 이씨는 2007년 국무총리상, 2008년 에너지 대상, 지난해 원주시 베스트공무원, 청백봉사상 수상 후보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노하우 전파를 위해 전문강사와 연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씨는 “영구 배수시설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도 온힘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 사진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사설] 정부 - 한나라당 재벌개혁 엇박자 정리하라

    정치권이 앞다퉈 ‘재벌때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4·11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최고의 선거전략인 듯하다. 지난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신설한 데 이어 올해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보완 또는 부활,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침범 규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재벌세를 총선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재계가 반발하자 용어 선택을 자제하기로 한 상태다. 야당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부와 한나라당이 재벌개혁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드러낸 것은 누가 봐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출총제를 둘러싼 주고받기식 공방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2009년)출총제를 폐지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남용되는 면이 있기에 공정거래법을 강화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성장이 줄면 고용이 걱정되는데 기업들을 너무 위축시키면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동참했다. 김 위원장은 “출총제는 아날로그식 획일적인 규제로 경제에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대기업의 정상적 기업활동까지 마녀사냥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로 잘못됐다는 메시지다. 정부·여당이 한 사안에 대해 두 목소리를 내면 결과적으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재벌들이 헷갈리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출총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부 측과 논의조차 하지 않고 보완의 필요성을 공식화한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야당의 재벌 개혁 드라이브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 또는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출총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고 없어지는 악순환의 전철을 밟아 왔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와 여당은 출총제를 단순하게 재벌을 혼내거나 족쇄를 채우려는 수단으로 삼을 게 아니라 재벌의 경영형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 재벌의 중소기업 영역 침투와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라는 문제 해결에 적합한 정책을 마련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여당은 출총제에 버금가는 맞춤형 대안을 찾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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