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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일 사람과 향기] 호남 선비들이 퇴계를 찾아 배운 것

    [김병일 사람과 향기] 호남 선비들이 퇴계를 찾아 배운 것

    어제가 춘분이니 절기상 분명히 봄이다. 하지만 필자가 머물고 있는 경북 안동 도산서원 인근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문구가 절로 떠오른다. 봄기운을 먼저 맞이하는 데는 역시 남도가 제격이다. 그런데 운 좋게 봄기운 완연한 남도를 최근 잇달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는 3월 10일 전남 장흥에서 열린 도운회(陶雲會) 정기총회 참석이었다. 도운회는 퇴계 선생의 제자, 후손들이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01년 결성한 모임이다. 올해 정기총회가 장흥에서 열린 것은 풍암(楓庵) 문위세(文緯世·1534~1600) 선생을 추모하고자 하는 현지 유림의 바람 때문이었다. 풍암은 13세에 퇴계 문하에 입문하여 20여년 동안 수학한 뛰어난 제자이다. 자형인 죽천(竹川) 박광전(朴光前·1526~1597) 선생을 퇴계 선생의 문하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서도 배운 바를 실천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나흘 뒤인 3월 14일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는 제48회 국학순회교양강좌가 이웃 보성에서 열린 것이 계기였다. ‘보성지역의 유학전통과 선비정신’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강좌는 죽천 선생과 그 제자 은봉(隱峯) 안방준(安邦俊·1573~1654) 선생 등 보성지역 선현들의 학덕을 조명하는 자리였다. 죽천은 손아래 처남인 풍암의 소개로 멀리 영남의 도산을 찾아 퇴계 선생의 문하에 들었다. 도산을 떠나올 때 퇴계 선생이 자신의 역저인 ‘주자서절요’ 한 질과 이별시 5수를 지어 건넸을 정도로 높이 평가받았다. 죽천에 대한 퇴계 선생의 각별한 마음은 이별시에 “늙고 병들어 실수 많음을 몹시 부끄러워하였는데, 죽천 그대의 도움으로 다시 광명을 얻었다네”라는 구절이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선생의 이런 격려에 어긋나지 않게 죽천 또한 고향에 돌아와 풍암과 함께 올곧은 삶을 위해 노력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임진왜란 때 두 분이 호남의병의 선봉에서 선공후사의 선비정신을 실천한 일이다. 당시 죽천은 보성 일대에 격문을 돌려 의병 700여명을 모집해 적과 싸웠고, 정유재란 때도 의병장으로 활동하며 왜적을 격퇴했다. 풍암 또한 죽천을 도와 의병활동을 하면서 전라좌의병 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바로 “아는 것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퇴계 선생의 ‘지행일치’(知行一致)의 가르침을 실천한 결과들이다. 호남의 선비들이 멀리 영남까지 건너와 퇴계 선생의 문하에 들고, 또 고향에 돌아가서도 이처럼 스승의 가르침을 열심히 실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이들이 5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지역민으로부터 추앙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스승으로서 제자를 올바르게 인도하기 위해 늘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공경했던 퇴계 선생의 인품이 지닌 감화력 때문이 아닐까? 퇴계 선생의 훌륭한 인품이 호남의 제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는 고봉 기대승 선생까지 올라간다. 사단칠정 논쟁 과정에서 퇴계가 26살 아래인 고봉에게 보인 겸손의 태도는 한국유학사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학연(學緣)으로 지금도 손꼽힌다. 그런 인연들의 맥이 오늘날 도운회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외람되게 필자도 근래 그런 아름다운 만남의 후광으로 고봉 선생을 모신 광주의 월봉서원 원장으로 선임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 때문에 내달 중순 월봉서원 춘향(春享) 참석을 위한 세 번째 남도 방문을 앞두고 있다. 한 사람의 위대한 스승의 존재가 얼마나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어린 삶을 마감하는 등 안타까운 소식들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현실이다. 이런 악순환을 정지시키는 방안은 무엇일까? 다양한 방안들이 쏟아지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항상 자신을 낮추며 진실로 제자를 생각하는 한 사람의 참된 스승의 존재가 아닐까? 우리는 그것을 호남 선비들과 퇴계 선생의 만남을 통해 지금도 확인하고 있다.
  • 2000兆, 빚더미 기업

    2000兆, 빚더미 기업

    우리나라 기업의 금융빚이 2000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지방공기업은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8일 국내 기업(금융사가 아닌 일반 법인기업)의 지난해 말 금융부채가 1978조 8910억원이라고 밝혔다. 2011년 말(1900조 5220억원)에 비해 78조 3690억원 늘어났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52조 8000억원, 정부는 38조 8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계는 소규모 자영업자를, 기업은 공기업을 각각 포함한다. 금융자산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183조 1000억원 늘어난 2485조 7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일반기업은 64조 1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1326조 9000억원으로 전년(1196조 6000억원)보다 개선된 반면 기업은 (-) 234조 570억원으로 전년(-220조 590억원)보다 악화됐다. 특히 지난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리면서 저금리 상황이었다. 금융 여건이 개선됐지만 기업 경영은 더욱 악화된 셈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상장사 1200개 중 3년 연속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지난해 180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강시’ 기업으로 중소기업이 161개, 대기업이 19개다.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이 일단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며 “현존하는 한계 중소기업이 아니라 새로 생겨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생태계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중소기업 보호정책과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방공기업도 마찬가지로 상황은 열악하다. 한국예탁결제원과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전국 23개 지방 공기업이 지난 한해 동안 발행한 지방공사채는 총 10조 1801억원이다. 전년 5조 5506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올들어서도 지난 15일까지 이미 2조 2700억원이 발행됐다. 지방 공기업의 공사채 발행은 이미 발행된 공사채를 갚기 위한 용도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돌려막기인 데다 유동성 부족으로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채무 비중은 안정적이지만 사실상 정부 부담인 공기업 등 공공부문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지방공기업은 중앙공기업에 비해 방만 경영이나 관리 소홀의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주한美8군 “물의 빚은 병사, 불명예제대 등 고려”… “여론 무마용일 뿐” 비판도

    주한 미8군 측이 18일 최근 발생한 주한 미군 폭력사건에 관련된 병사들의 불명예제대를 시사하며 재발방지 약속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군 측이 소속 장병의 범죄를 개인 차원의 문제로 돌려 일시적으로 여론의 비난을 모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한미군사령부 산하 주한 미8군은 공보실장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한국 경찰의 조사 결과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범죄로 물의를 일으킨 미군들에 대해 불명예제대를 포함해 추가적 조치가 고려될 것”이라면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주한미군 범죄의 파문을 서둘러 진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군 측이 이 같은 소극적 형태의 공언만 반복해 결과적으로 범죄 재발 방지 노력에는 미흡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군 측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모형총기 난사 사건 직후인 지난 4일에도 한국 경찰의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지난달 20일 동두천에서 미군 병사가 한국인 여성을 부대 안에서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서는 미 2사단 명의로 “병사의 잘못된 행동과 관련한 모든 혐의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주한미군 측은 미군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해 1월부터 주말과 주중 상관없이 오전 1~5시 병사들의 영외출입금지 조치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속을 통해 위반을 적발하는 형태라 범죄 예방책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를 저지른 미군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그늘 속에서 실형을 피하고 해당 부대장은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데 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미군들이 여론이 뜨거울 때마다 유감 형식의 성명서를 내는 것은 결국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인 SOFA 등 제도개선 논의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신제윤 “금융시장 만연한 탐욕의 악순환 고리 끊겠다”

    신제윤 “금융시장 만연한 탐욕의 악순환 고리 끊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18일 “금융시장에 만연한 ‘탐욕의 악순환’을 끊어 금융위기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장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금융위기는 다년생 잡초와 같아 보이지 않는 곳까지 살펴야 한다”면서 “금융시장은 탐욕의 본능이 두려움을 압도할 때 비이성적인 거품이 생기고, 허망한 거품의 실체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실천 방안으로는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 가계부채 등 잠재적 금융불안 예방을 거론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엄단 의지를 밝힌 주가조작에 대해선 “취임하면 가장 먼저 불공정거래 대책위원회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의 가계부채 공약인 ‘국민행복기금’과 도덕성 논란 등도 쟁점화됐다. 18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를 구제하겠다는 공약의 현실성과 함께 신규 채무불이행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이 언급됐다. 신 후보자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채무불이행에 대해 정부가 해줘야 할 부분”이라면서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신용회복기금 자금으로 운영하면 기금이 정부 재정에 부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설계하는 것은 재정 부담이 없는 것으로 하고 있고, 재정 부담은 국민 세금인 만큼 가장 마지막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 민영화 등과 관련해서는 “국민주 방식을 제외한 모든 방식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금융사로의 인수합병, 광주은행 등 일부 자회사의 분리 매각, 일괄 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의지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독립경영 보장’과 관련해서는 “5년 독립경영을 약속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소비자보호기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의원들은 신 후보자의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업무추진비 과다계상 등도 집중 추궁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류현진 첫승 선발 보인다

    류현진 첫승 선발 보인다

    류현진(26·LA 다저스)의 선발 데뷔에 청신호가 켜졌다. 류현진은 18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미프로야구 시범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2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내며 3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시범 6경기, 선발 4경기 만에 팀의 11-1 대승을 이끌며 미국 진출 첫 승을 신고했다. 장타(2루타 이상) 없이 가장 긴 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은 직구와 체인지업, 커브 등 88개의 공을 섞어 던져 상대 강타선을 잠재웠다. 1승2패에 평균자책점 4.41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구단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 내 첫 목표는 아니다”라며 “나에게는 시즌을 잘 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변함없는 자신감을 보였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위기 관리 능력이 좋아지고 있고 이것이 올봄 류현진 성공의 열쇠”라고 반가워했다. 주위의 우려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메이저리그 타자를 돌려세우기도 했지만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집중타를 얻어맞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아직 배울 것이 많다. 올 시즌을 불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선발 가능성도 높아졌다. 제2 선발 잭 그레인키가 이날 38개의 공을 던지며 팔꿈치에 이상이 없음을 알렸지만 합류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채드 빌링즐리, 테드 릴리, 에런 허랭 등 경쟁자들도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의 출발 역시 좋지 못했다. 1회 3안타를 맞고 1실점한 류현진은 삼자 범퇴로 2회를 가볍게 넘겼지만 3회 제구가 흔들리며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체인지업을 앞세워 범타와 삼진으로 위기를 넘기더니 4회에는 공 11개로 3타자를 잡았고 5∼6회에는 5타자를 연속 무안타로 요리했다. 약속된 투구 수 90개를 채우기 위해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두 타자를 내야 땅볼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당당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특파원 칼럼] “개성공단을 뿌리세요”/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개성공단을 뿌리세요”/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북한 상공에 초코파이를 뿌리세요.” 지난달 14일 북한의 3차 핵실험 관련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제프리 D 고든(46) 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입에서 생뚱맞게도 ‘간식’ 이름이 튀어나왔을 때, 속으로 ‘오늘 인터뷰가 예사롭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든은 해군 중령 출신으로 1990년대 태평양사령부(PACOM)와 7함대 대변인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는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에 발탁됐고 지난해 대선 때는 허먼 케인 공화당 경선주자의 외교·안보 참모로 활동한 ‘공화당 사람’이다. 만약 대선에서 대북 강경 노선을 선호하는 공화당의 후보가 당선됐다면, 그는 국방부 요직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의 북핵 문제 해법은 당연히 ‘응징’, ‘압박’, ‘선제타격’과 같은 험악한 옷을 입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식으로 말했다. “얼마 전 한 탈북 대학생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초코파이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화폐처럼 거래된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 상공에 초코파이를 뿌리면 어떨까 하는….” ‘안 그래도 대북 인권단체에서 초코파이를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날려보내고 있다’고 했더니 그는 “초코파이뿐 아니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같은 것들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하세요.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은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라고 했다. 그에게 ‘당신은 햇볕정책 지지자 같다’고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맞습니다. 나는 햇볕정책을 지지합니다. 단, 북한 정권에 돈을 퍼주는 식은 아닙니다. 나는 개성공단 같은 것을 지지합니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고든의 주장은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 미국이 처한 북핵 딜레마를 드러낸다. 공화당 사람의 입에서 “햇볕정책 지지”라는 돌연변이적 언급이 나올 정도로 미국은 지금 혼돈(패닉) 상태다. 지난 20여년간 제재도 해보고 대화도 해봤지만 끝내 ‘실패’로 귀결됐음이 3차 핵실험을 통해 확인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별 뾰족한 수가 없다는 회의론과 도무지 타개되지 않는 악순환에 대한 피로감, 혹시 북한에 얻어맞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우려가 반죽된 어수선한 풍경이다. 패닉은 전방위적이다. 지난해 말 장거리 로켓 발사 때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북한 뉴스는 시리아 사태 등 중동 뉴스에 밀렸다. 하지만 3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현실’로 다가오자 북한 이슈는 삽시간에 주요 뉴스를 장악했다. 정부 브리핑에서도 ‘북핵’이 ‘이란핵’을 밀어냈다. 의회는 하루가 멀다하고 ‘북한’을 주제로 법석을 떨고 있다. 이 아수라장 속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게 있다. 3차 핵실험 이전과 이후의 북핵 위기 지수는 천양지차라고 하는데, 저마다의 대응논리는 저마다의 틀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경론자들은 더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대화론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더 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나서서 ‘사실은 그때 내 판단이 틀렸다’고 고백할 법도 한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탈피한 해법을 제시한 고든의 모습은 용감해 보이기까지 하다. carlos@seoul.co.kr
  • 오바마 “中 대북정책 재검토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움직임을 설명한 뒤 “가장 전망이 밝은 대목은 북한이 붕괴할 경우 (탈북자 대량 유입 등의) 부담을 떠안게 될까 봐 역사적으로 북한의 나쁜 행동을 용인해 왔던 중국이 달라지기 시작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분은 곧 중국이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이거 보세요. 이제는 (북한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2기 행정부의 대북전략이 크게 세 갈래로 설정됐음을 시사했다.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비롯해 ‘도발→대화→보상’의 악순환 단절, 북한 태도 변화 시 대화 용의 등이다.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핵실험을 중단함으로써 재개할 수도 있고, 미사일 실험을 중단함으로써 재개할 수도 있다”면서 “그 밖에도 북한이 신뢰를 줄 수 있는 조치는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동안 북한은 갑자기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고는 식량 원조 등의 양보를 얻어간 뒤 테이블로 돌아와 협상하는 척하다가 지루해지면 도발을 일삼는 패턴을 되풀이해 왔다”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열린세상] 누구를 위한 행복기금인가/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누구를 위한 행복기금인가/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장기 연체자의 빚을 탕감해 주고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준다는 국민행복기금의 운영방안이 가닥이 잡히는 듯하다. 재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기금에서 정부에 배당되는 3000억원과 신용회복기금의 잔액 8600억원, 그리고 차입금 7000억원 등 1조 8600억원을 토대로 10배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해 총 18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서민 지원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의 운영 방안은 금융회사에 대한 연체채무를 적정 가격에 매입해 원금은 50~70%를 감면해 주고, 제2금융권에 대한 고금리 채무는 은행권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경제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과다한 부채로 인해 살아나지 못하는 소비 여력은 소득 창출과 내수 부양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빚을 단기간에 되갚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저소득층을 비롯한 금융취약계층은 장기연체에 시달리고 빚을 갚느라 빚을 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국민행복기금의 취지는 이런 다중채무자와 장기연체자들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책의 의도가 바람직하다고 해도 성과가 예측한 대로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가계부채 문제의 접근도 이러한 우를 범하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빚은 채무자와 채권자의 개인적인 문제이다. 본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대가는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출이 상환능력 범위 내로 국한되는 룰에 대해 대출자와 금융회사가 철저히 인식했다면, 현 수준의 과도한 가계부채는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쌍방이 모두 책임이 있다. 이것을 국가가 나서서 갚아 준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돈은 내가 빌려 쓰고 정부가 탕감해 주는 좋은 세상에서는 빚을 낼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대부업체들이 고금리 자금을 빌려 쓰고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하면 장기 저금리 상환대출로 갈아타면 된다는 솔깃한 제안을 하고 있다. 다중채무자들은 추가대출 서류에 사인을 하고 국민행복기금 출범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빚을 줄이려는 노력보다 몇 달을 버티면서 어떻게든 탕감을 받으려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하우스 푸어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6개월 이상 연체자만 해당되지만 머지않아 3개월 이상 연체자들도 들썩이고 1억원 이상 채무자들도 움직일 것이다. 채권 발행은 정부가 지급보증하지 않을 수 없고, 남은 원금은 분할 상환한다지만 회수된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기금이 줄어들고 채권이 부실화된다면 최악의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지만 빚을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밤낮으로 투잡, 스리잡을 뛰면서 빚을 변제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성실한 채무자들에게 주는 좌절감의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대의와 절대적 빈곤층의 경제적 회생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면, 먼저 대상자의 금융 상황에 대한 미시적인 조사가 선행되고, 기준은 가능한 한 보수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갚을 여력이 되면서도 고의로 채무 변제를 미루는 채무자에게 국민행복기금의 혜택이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지원이 가계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채무가 부분적으로 탕감된다 해도 소득 증가를 통한 상환능력이 제고되지 않으면 또다시 채무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장단기적 관점에서 잠재적 성장 능력의 향상과 경기 회복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가 병행되는 종합적인 접근이 수반되어야 가계부채에 대한 효과를 볼 수 있다.
  • [시론] 새 정부 금융산업의 비전/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시론] 새 정부 금융산업의 비전/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제를 보고 금융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규제는 보이나 비전이 안 보인다거나 가계부채 해결과 서민금융 활성화 과제가 제시되었으나 정작 금융산업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큰 그림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 등이다. 한국 경제가 현재의 부진을 털고 선진화하는 데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믿음에서, 그리고 이명박(MB) 정부 5년간 한국금융의 퇴보를 경험한 터에 금융인들은 새 정부 들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증권화라는 금융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퍼져나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초래했고 이것이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경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양적완화를 통해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재정절벽 등의 악재로 아직은 출구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이 진행되면서 환율이 급등했고 이것이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다. 정부가 선물환 규제 강화, 은행세 도입 등으로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왔지만 이들 조치는 위험관리 차원의 방어적인 것이다. 한국 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혁신과 위험 부담을 살리는 방향으로 과잉규제 완화, 시스템 리스크 대비 및 소비자 보호의 강화 등이 필요해 보인다. 현 시점에서 한국 금융산업의 비전은 무엇일까? 한국 경제의 당면과제인 성장동력 부족 극복 및 지속성장에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것을 금융산업의 목표라고 한다면, 이러한 목표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 자생력을 지닌 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금융산업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금융 관련 연구들을 살펴보면, 그간 한국에서 금융 산업이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경제성장에 부수되어 성장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은행들의 관계금융 효과에 대한 연구도 크게 고무적이지 않다. 관계금융을 은행과 기업 간 금융거래를 둘러싸고 형성되는 관계 및 관련 서비스로 정의할 때, 이는 은행이 기업에 제공한 금융중개 서비스 내용이 부실하여 그 가치가 기업고객이 부담한 비용에 미치지 못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부실한 금융중개 기능의 일차적 책임은 과잉규제에 있어 보인다. 그간 금융당국이 금융기관 경영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한 까닭에 중개서비스 창출과 위험관리 능력 배양 등에 소홀했다. 물론 낙하산 인사도 한몫 단단히 했다. 최고경영층이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상황에서 실력 배양을 통한 후계자 양성이 얼마나 설득력을 지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조직에 업무성과 제고나 위험관리보다 줄서기에 신경 쓰는 문화가 자라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은 다양한 의견을 지닌 거래자들 간 자유로운 거래를 통하여 발전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 만약 정부가 개입한다면, 무엇보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쏠림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누구도 정부 정책보다 더 권위 있는 정보와 리더십을 갖지 못하였기에 자신의 정보에 우선하여 그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결국 시스템 리스크가 창출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 위험관리나 상품개발 노력은 뒷전으로 밀려나 위험이 확대되어 이것이 다시금 정부 개입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투자은행(IB)이 자라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정부는 스스로의 역할을 금융산업 내 금융기관들 간 경쟁체제 마련, 쏠림현상의 예방 및 그 밖의 시스템 리스크 감독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금융산업의 금융중개 기능이 활짝 피고 경쟁력이 살아나 미션을 달성함으로써 금융산업이 비전을 성취하기를 기대해 본다.
  • [기고] 복지는 튼튼한 안보 위에 쌓아야/김병철 방위사업청재정정보화기획관

    [기고] 복지는 튼튼한 안보 위에 쌓아야/김병철 방위사업청재정정보화기획관

    공공재(公共財)는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로서, 대가를 치른 이만 골라서 혜택을 주지도 않고 특정인이 이용한다고 해서 그 양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국가안보 서비스는 대표적 공공재다. 최근 해상작전헬기 기종 결정에서 볼 수 있듯이 대형 구매사업은 경쟁구도를 최대한 조성·활용하고, 사업관리는 과학적 기법의 적용 확대 및 원가관리제도의 개선 등 방위력 개선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안보는 공공재의 특성 때문에 국민 생존의 절대적 가치임에도 주인의식을 갖고 나서서 챙기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회가 정부 예산을 심의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최근 경제위기, 민생위기가 겹쳐 복지 등에 대한 요구가 급증함에 따라 올해 국방예산은 심의과정에서 다른 부문으로의 조정· 활용으로 사상 최저 수준의 증가율로 확정됐다. 금번 예산 감액 조정은 앞으로 우리 군의 주력무기가 될 차세대 전투기(F-X), 해상 작전헬기,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등에 대한 투자를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사업의 정상적 진행을 위해서 다음 해부터는 반드시 보충해야만 하는 예산이면서도, 사업추진 과정에서는 대외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금융비용까지 더해져 재정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장기간 추진하는 계속사업의 부족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착수가 어려워지고, 또한 새로운 사업 착수를 위해 계속사업의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됨으로써 결국 국가안보에 필요한 핵심무기를 적기에 확보하지 못해 군의 전투력에 심대한 차질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인들만 모르는 세 가지”라는 신문칼럼이 있었다. 우리 국민은 우리가 ‘얼마나 잘사는지’, ‘얼마나 위험한지’, ‘중·일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그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안보불감증으로, 우리는 군사적 극한 대치상황에 살고 있고 그 상대가 핵 개발·미사일 발사 등 군사력 증강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는 불가측한 집단인데도 위험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안보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듯이 즉흥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성품이 아니다. 하나의 핵심무기를 획득해 전선에 배치하고 피나는 훈련을 통해 이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얻어지는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자원투자의 산물이다. 우리가 오늘 국방예산을 나누어 다른 부문에 쓰고 나중에 보충하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결정할 경우 이를 반길 이가 누구이겠는가? 어떤 이는 전투기 한 대만 안 사도 수많은 결식아동을 도울 수 있다며 복지와 민생에 대한 우선적 투자를 강조한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복지투자는 반드시 필요하고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큰 제방의 저수지도 개미구멍 하나로 무너진다’는 말처럼, 사소하게 생각하는 전투력 공백이 하나하나 누적될 때 우리의 절대적 생존가치인 국가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 北 “안보리 제재 배격… 핵보유국 지위 영구화”

    북한 외무성이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094호를 전면 배격하고 핵 보유국 및 위성 발사국 지위 영구화를 주장했다. 유엔 대북 제재안이 채택된 지 30시간 만에 외교 성명을 통해 공식 반발하며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핵무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북 외무성은 성명에서 “이번 제재 결의는 우리를 무장 해제하고 경제적으로 질식시켜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를 허물어 보려는 미국의 극악한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도용된 추악한 산물”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인 이번 반공화국 제재 결의를 준열히 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고 말했다. 성명은 “유엔 안보리가 조·미(북·미) 적대 관계와 조선반도 핵 문제를 산생시킨 근원을 외면하고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와 주장에만 편중해 긴장 격화의 악순환을 야기시키는 잘못된 길을 걸어 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세계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도용해 반공화국 제재 결의를 조작해 낸 대가로 우리의 핵 보유국 지위와 위성 발사국 지위가 어떻게 영구화되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같은 날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김 후보자가 우리 중대 조치를 걸고 들며 ‘북의 정권 교체나 정권 붕괴로 대응할 것’이라는 폭언을 지껄였다”며 “이번 망발에 대해 즉시 사죄하라. 계속 도전적으로 나올 경우 조국통일대전의 첫 번째 벌초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우리 측 장관 후보자를 거론하며 직설적으로 비난한 건 올 들어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서울에 대량 포격하는 전면전 도발 시 북한 정권 교체나 정권 붕괴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 조선신보는 4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힘겨운 중소제조사들 “부동산·주식 팔겠다”

    중소 제조기업의 상당수가 올해 어려운 경영 상황을 감안, 보유 중인 부동산이나 주식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대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0일 제조기업 300개사에 자금운용 실태를 물은 결과, 64%가 ‘올해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을 줄이겠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또 87.3%는 ‘주식, 파생상품 등 금융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기업들의 보유 부동산과 주식 등이 시장에 쏟아져 매물이 넘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적이 있다. 응답 기업의 93%가 경영자금 운영에서 단기자금 확보 등을 통해 보수적으로 하겠다고 밝혔고, 그 이유로는 ▲경제 불확실성 상존(59.9%) ▲재무 건전성 확보(30.8%) ▲금융권 신용경색 대비(3.6%) ▲투자처 발굴 애로(3.2%)등을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제조기업들이 올해 투자를 늘리기보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부채를 줄여서 재무구조에 여유를 가지려 한다”고 분석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北, 한·미 겨냥 ‘강공 카드’ 총동원

    북한이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3차 핵실험 제재 결의안 채택에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서해북방한계선(NLL) 전선을 시찰하며 무력 시위에 앞장섰고, 인민군 총사령탑인 최고사령부와 대외 기구인 외무성, 대남 업무를 맡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당·군 핵심 기구들이 잇따라 강력 대응을 공언했다.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상황으로 몰며, 대내·대남·대미 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가용할 수 있는 강공 카드를 모두 내미는 모양새다. 김 제1위원장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을 감행한 북한 장재도방어대와 무도영웅방어대를 7일 시찰해 “육·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전략로케트군이 전면전을 개시할 준비가 됐다”고 선포했다. 유엔 제재 결의 사흘 전인 지난 5일부터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최고사령부 성명에서 정전협정 백지화와 제2 조선전쟁을 거론한 데 이어 외무성이 7일 ‘핵선제 공격권’ 위협을, 조평통은 이날 남북 불가침 합의의 전면 무효화를 공언했다. 강표영 인민무력부 부부장은 핵 탄도미사일이 발사 대기 상태에 있다고 엄포했다. 대규모 군민대회로 내부 결속에 나서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이 키 리졸브 한·미 연합훈련이 개시되는 ‘11일’을 정전체제 및 남북 불가침 합의 무효화 시점으로 공언한 건 군사 조치를 사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서해 NLL은 과거 두차례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공격 후 또 다시 ‘화약고’ 위험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포병부대의 수도권을 겨냥한 모의 사격훈련이 늘고, 서해 NLL 일대의 해안포와 반잠수정 기동이 활성화된 것으로 포착돼 무력 충돌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판문점에서의 군사적 충돌이나 치고 빠지는 공격 가능성은 있지만 북한이 확전시킬 가능성은 낮다”며 “한·미 연합전력이 키 리졸브 훈련에 돌입한 시점에서 도발은 자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 북한 도발의 현실화는 자칫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를 작동 불능 국면에 빠트릴 수 있다. ‘핵·미사일 실험-제재-추가 도발-보복 응전’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1차 핵실험 때인 2006년의 제재 국면은 이듬해 2·13 합의로 해소됐지만 2009년 핵실험 이후에는 남북 간 대화 모멘텀이 실종되면서 북한의 도발은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신범철 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북한의 핵 선제공격 등의 위협 발언은 거짓으로 강하게 배팅하는 ‘블러핑’(공갈) 전략에 해당한다”며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 군사행동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국내 다국적車업체의 ‘먹튀’ 논란 시끌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다국적기업에 인수된 ‘외국자본 3인방’이 ‘먹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르노삼성은 ‘이전가격’을 통한 이익 빼돌리기로 국세청에 7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고, 더불어 한국지엠과 쌍용차도 생산기지화 전략 등 국내 경제 기여도가 점점 줄어들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이전가격은 다국적기업의 모회사와 해외 자회사가 원재료나 제품·용역 등 거래를 할 때 적용되는 가격으로, 본사에서 비싸게 사 와서 싸게 수출하는 게 문제이다. 이에 따라 때론 조세 회피나 이익 빼돌리기라는 의혹을 산다. 국세청과 업계에서는 이들 외자 3인방의 조립형반제품(CKD) 수출 증가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CKD 수출이 글로벌기업의 자본이 투입된 국내 자동차 회사들에 독(毒)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CKD는 관세 인하를 목적으로 해체된 부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완성차로 조립해 판매하는 방식. 하지만 모기업에 CKD를 수출하면서 매출 하락은 물론이고 수익성도 끌어내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CKD 수출은 총 7052만 2000달러로 전년(735만 3000달러)보다 859%, 물량은 3384대로 전년(414대)보다 717% 증가했다. 또 르노삼성은 2000년 출범 이후 기술사용료(로열티)만으로 4944억원을 본사에 지급했다. 이는 르노그룹이 옛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돈 2090억원의 2.4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급감했다. 2006년 8%대였던 것이 사상 최고 매출액(5조 1678억원)을 기록한 2010년에 0.06%(33억원)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2011년 매출액은 4조 9815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이 2149억원으로 최대적자를 기록한 것도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GM이 대주주인 한국지엠도 마찬가지다. 영업이익률 하락은 CKD 수출 증가와 맞물린다. 2007년 CKD 수출이 전체 판매량에서 49.7%를 차지했을 때 영업이익률은 3.8%였으나 2011년 60.9%로 늘자 영업이익률은 0.8%로 더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쌍용차는 인도 본사 이외에 러시아 등 제3국에 CKD 수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CKD 전용 공장이 없는 르노삼성과 쌍용차가 한국지엠과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바이어들의 주문만 들어온다면 기존 공장의 물량을 전부 CKD로 대체할 수도 있다”면서 “연구개발(R&D)을 통한 내수 판매보다 CKD 수출에 치중하면 결국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 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청기지화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지엠의 한 간부는 “본사에서 글로벌 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 한국의 판매는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GM 해외사업본부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보다는 수출 시장을 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자 3인방의 존재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신차 등 R&D의 부진이 내수 점유율의 하락을 부르고 이는 바로 본사에 대한 한국 지사의 발언권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당시 업계에선 점유율이 30~4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으나 10년째 9% 안팎 수준에서 답보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되레 줄어들었다. 지난해 내수 점유율은 4.6%로, 회사 출범 직후인 2000년대 초반 10% 안팎에서 반 토막이 났다. 이처럼 내수 판매가 줄면서 생존 기반은 수출이 됐다. 지난해 한국지엠의 총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르노삼성 역시 2006년 25.8%(판매대수 기준)에 불과했던 수출 비중이 지난해 60%를 넘어섰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브랜드와 기술·디자인 등 각 부문에서 독자성을 잃고, 한국은 GM과 르노의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하루빨리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차를 개발하고 판매하지 않으면 제2의 상하이차 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건 아닌지/이갑수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건 아닌지/이갑수 INR 대표

    많은 빌딩을 드나들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을 보는 경우가 너무 많다.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주위에는 공공의식 부족으로 발생하는 현상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가정과 학교 교육의 문제일 것이다. 학교 교육에서 인성·도덕·윤리가 멀어진 지는 오래다. 왕따(집단따돌림)와 폭력은 물론 타인에 대한 배려나 감정 절제법과 같은 것들을 과연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는가? 얼마 전 페이스북의 친구가 프랑스의 고교 졸업 자격시험 문제라며 올린 것을 보았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꿈은 필요한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철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관용의 정신에도 비관용이 내포되어 있는가?’ 획일적인 정답에 익숙한 한국 학생들은 이런 문제에 무슨 답을 쓸 것인가. 페이스북에는 예상대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우리 중·고교생들이 4지선다형 교육으로 경쟁을 벌일 때 프랑스의 학생들은 인간과 삶에 대해 고뇌하며 철학과 인문학을 오가는 교육으로 인성의 기초를 쌓아가고 있다. 참 심각하다. 인성교육의 부재가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는 있으나 그 해결책은 요원한 듯하다. 그런데 인성 교육의 최일선에서 최고 수준의 윤리와 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교육 수장들의 낯 뜨거운 비리가 보도된 2월 20일 자 서울신문의 기사를 보고는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교육감 17명 가운데 5명이 수사를 받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런 부패 교육감과 공범관계로 얽힌 교직자들에게 아이들의 교육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왜 교육감들의 비리와 선거 부정은 끝이 없는 것일까? 연간 수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는 권력의 자리이니 너도나도 덤벼들고 선거 과정에서 쓰여진 엄청난 비용을 만회하려니 비리에 손을 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교육감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방안이나 직선제의 폐지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같이 교육감을 선거로 선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최근 개선책의 하나로 도지사 후보와 러닝메이트제로 뽑자는 대안이 나오는 것 같은데, 동시에 뽑는다고 비리가 사라질까? 같은 날짜에 소위 있는 집의 부모들이 자녀의 부정입학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눈살 찌푸리게 하는 뉴스도 가관이었다. 속이 어찌되었든 멋진 스펙으로 포장된 자식을 원하는 부모야말로 이런 부정행위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학벌이나 스펙 이상으로 인성을 가장 중요한 채용 기준으로 삼는 기업들이 늘고 있음을 이런 부모들은 아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비리투성이의 교육자들이 한국 교육을 책임지는 한, 책임이 두려워 왕따나 학교 폭력을 모른 척 넘기는 교사들이 존재하는 한, 한국은 무늬만 선진국이지 윤리의식은 2류 국가로 남게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촉구해 줄 주체로 언론이 더 나서 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서울신문에 기대를 걸어본다. 얼마 전 교육 격차 해소 특집기사인 ‘개천에서 용이 사라졌어요’도 좋았지만 한국의 교육위기를 다시 짚어보는 특집 기사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정부 재벌개혁 용두사미, 되풀이 말아야”

    “정부 재벌개혁 용두사미, 되풀이 말아야”

    “대통령이 곧 중대발표를 한다는데요, 아마 금융실명제 관련인 것 같습니다. 지금 빨리 스튜디오로 나와 주세요.” 1993년 8월 12일 저녁 조교들과 식사를 마치고 연구실에 돌아온 고려대 경영학과 이필상 교수에게 방송국에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예상대로 김영삼 대통령은 그날 오후 8시 TV에 나와 금융실명제 실시 긴급명령을 공표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의 발표 직후 TV에 나와 금융실명제란 무엇이고 앞으로 일상에 어떤 변화가 올지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정책연구위원장이었고, 금융실명제는 그가 10년 이상 정권과 기업의 반대를 무릅쓰고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경제정의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 진보 시민운동의 대표적인 학자였던 이 교수가 새 학기부터 서울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다. 올해 66세인 그는 지난달 28일 고려대에서 정년퇴직하고 명예교수가 됐다. 5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대학(서울대 금속공학과)을 졸업할 때쯤 되니까 집(경기 화성)에 땅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됐어요. 가난한 농군이었던 아버님께서 땅을 팔아 저를 가르치셨던 거죠. 천신만고 끝에 미국 유학(뉴욕 컬럼비아대)까지 마쳤는데, 가족의 희생을 바탕으로 공부했으니 정말로 소신껏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제가 사회 참여에 관심을 갖게 된 근본적인 동기였지요.” 그는 1982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곧바로 정경유착과 재벌 경제력 집중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교수 부임 직후 한 경제단체의 강연회에 강사로 나서게 됐어요. 대기업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행사가 끝나고 저를 섭외했던 직원이 엄청난 질책을 받았다더군요. 그 이후 지금까지 저를 연사로 초빙하는 기업들은 없었지요.” “개혁을 하려면 특정 이슈를 공론화해 이를 여론으로 이끌어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여론이 커지면 사회적 동력이 생깁니다. 그러면 입법도 쉬워집니다. 국민에게 알리고 도움을 얻고 힘을 결집시켜 국민의 힘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최고 통치권자의 의지와 역량입니다.” 그는 “선거 전에는 대선 후보들마다 재벌개혁을 강하게 주장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면 일자리와 투자를 대기업에 부탁하고, 그로 인해 개혁이 흐지부지되는 용두사미의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다”면서 “그간의 과정을 볼 때 박근혜 정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균 기자 windsea@seoul.co.kr
  • [커버스토리-전관예우 공화국] 공직 → 민간 → 다시 공직… “관행적 ‘인사 악순환’ 끊어야”

    [커버스토리-전관예우 공화국] 공직 → 민간 → 다시 공직… “관행적 ‘인사 악순환’ 끊어야”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법 제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1년 11월 거의 전면 개정 수준으로 대폭 바뀐 공직자윤리법에서는 4급 이상 공무원이 민간기업에 취업할 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직무 연관성을 따지는 취업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고, 퇴직자가 현직에 있는 공무원에게 청탁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조항까지 뒀다. 하지만 주로 검찰, 법원 등 법조계 또는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들이 대형로펌에 취업해 거액을 받으며서 수면 아래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하다. 법의 허점 탓이다. 김석진 행정안전부 윤리복무관은 “2011년 법 개정 당시 취업심사의 예외조항을 두면서 미처 간과했던 부분이 현실에서 문제로 드러났다”면서 법의 허점을 시인했다. 변호사나 세무사, 회계사 등 자격증만 있으면 로펌이나 세무법인, 회계법인 등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뒀던 게 문제의 핵심이다. 김 윤리복무관은 “법률회사로 가는 경우에도 반드시 심사를 받고 가도록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 만큼 그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례 수집을 진행했으며, 조만간 시민단체와 학계의 의견까지 함께 담을 수 있는 민관합동 2차 TF를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와 함께 부정 청탁에 대한 익명의 신고를 보장해 주는 ‘부정청탁 신고센터’도 운영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5년 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작은 정부’를 운영한다는 명분으로 부패방지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 등을 모두 국민권익위원회로 집어넣었다. 반부패 문화와 청렴 문화를 확산시켜도 부족할 마당에 기존의 조직마저 없애고 기능을 축소한 것은 대형로펌, 대기업 등으로서는 일종의 긍정적 신호였다. 반칙과 편법을 눈감아 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나서서 제공한 셈이다. 공직에서 취득한 정보, 그 시절 다진 인적 네트워크를 로펌 등에서 로비의 창구로 활용하고, 그 인물이 또다시 공직으로 돌아오는 관행을 허용케 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공직→민간→공직’과 같은 인사 악순환을 가능하게 한 최고 인사권자의 문제의식 박약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은 배경이다.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이른바 ‘김영란법’ 입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공직자윤리법의 처벌조항을 더욱 강화, 실효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고, 로비스트를 제도 속으로 끌어와 합법화할 수 있는 법안 마련도 필요하다”며 선결 과제로서 제도적 정비를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최고 임용권자인 대통령이 퇴행적 회전문 인사 관행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해 그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천명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반부패 정책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사회 전반의 청렴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제주 올레길 술냄새 ‘진동’

    제주 올레길 술냄새 ‘진동’

    “어묵 먹고 가세요. 술 한잔 하고 가세요.” 26일 오전 제주올레 7코스 외돌개 주변에 들어선 노점상들은 올레꾼들을 상대로 호객행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올레꾼 박모(44·부산시)씨는 “조용하고 호젓한 올레길을 기대하고 왔는데 노점상들로 마치 도떼기 시장처럼 시끄러운데다 이들의 호객행위에 올레길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렸다”고 말했다. 올레꾼들이 늘어나면서 제주 올레길에 노점상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역 올레코스에는 노점상 32곳이 불법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돌개 앞 3곳 등 올레꾼들이 가장 많이 찾는 7코스(외돌개 입구~월평마을)에만 노점상이 13곳에 이르고 10코스에도 9곳, 8코스 6곳, 6코스 4곳 등이다. 이 때문에 호젓한 올레길을 기대했던 올레꾼들은 노점상이 점거해버린 올레길에 실망감을 하소연하고 있다. 더구나 일부 노점상에서는 소라, 멍게, 문어, 전복 등 조리하지 않은 ‘날음식’를 냉장 보관도 하지 않은 채 시판하고 있어 기온이 높아지면서 식중독 사고 위험 등도 우려된다. 또 막걸리와 소주 등 주류도 버젓이 판매해 올레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김모(37·대구시)씨는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7코스가 인기 코스여서 잠시 맛보기로 올레길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무질서하게 들어선 노점상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7코스는 이제 노점상들로 올레길 주변 경관도 망가졌고 제주 올레 특유의 호젓한 맛과 여유는 완전히 사라져 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제주 H여행사 관계자는 “7코스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는데 이들이 노점상을 이용하다 식중독 사고라도 나면 올레길은 물론 제주 관광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노점상 자진 철거를 촉구하는 계고장 등을 발송하고 일부는 강제 철거했으나 철거 이후 또 다른 노점상들이 들어서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강동은 시 관광진흥담당은 “전국의 유명 관광지마다 노점상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올레길 주변에 무질서하게 들어선 노점상들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벌여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 꼭 이뤄낼 것”

    “경제부흥·국민행복·문화융성 꼭 이뤄낼 것”

    박근혜 정부 시대가 개막됐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내·외빈과 국민 대표 등 7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18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날 0시 군 통수권을 비롯해 대통령으로서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넘겨받은 박 대통령은 오는 2018년 2월 24일 밤 12시까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책무와 권한을 행사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취임사를 통해 경제 부흥, 국민 행복, 문화 융성을 국정의 3대 키워드로 제시한 뒤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한 뒤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과 함께 희망의 새 시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향후 경제정책과 관련, “경제 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 방점을 둔 창조경제와 공정시장이 핵심인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관련, “창조경제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며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 행복과 관련,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국민 맞춤형 복지 패러다임 구축과 창의교육 실현 등을 통한 ‘국민 행복 실현’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또 “21세기는 문화가 국력인 시대”라며 문화 융성을 또 하나의 국정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북한의 핵실험은 민족 생존과 미래에 대한 도전이며, 그 최대 피해자는 바로 북한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빈 만찬에서는 “이제는 남북한 간 지속되는 불신과 대결, 불확실성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며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북한의 동참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스트레스

    [Weekly Health Issue] 스트레스

    스트레스처럼 애매모호한 개념도 없다. 손에 잡히는 실체도 없고, 질병 여부를 가르는 기준도 딱히 없다. 그러면서도 거의 모든 질병의 발병 및 악화에 관여한다. 의료인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치명적인 건강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한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더 두렵지만 바쁜 현대인들이 이를 피하거나 스스로 조절하면서 생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 강박’의 악순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어떤 질병 못지않게 현대인의 삶을 옥죄고 있는 스트레스를 두고 기선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얘기를 나눴다. →스트레스란 무엇을 말하는가. -스트레스란 외부 또는 내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심신의 반응이다. 심신의 반응을 유발하는 변화란 대개 위협이나 사건 같은 외적 자극들이지만 때로는 실체가 없는 생각이나 회상·감정·기억일 수도 있다. 원인이 너무도 다양하고 개인적이어서 일률적으로 짚기가 쉽지 않다. 살면서 겪는 사건·사고는 물론이고 가사·직무 스트레스가 있는가 하면 두려움·공포·분노·좌절·증오 등 개인 감정이나 소음·공해·기후 등 환경 요인, 신체 질환이나 통증, 망각할 수 없는 정신적 외상 등이 모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오로지 부정적이기만 한가. -그렇지 않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개인의 성장이나 발전의 계기가 된다. 주어진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은 자신감과 능력을 확장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이런 스트레스를 ‘긍정적 스트레스’(positive stress) 또는 ‘유스트레스’(eustress)라고 한다. 수족관에 상어를 풀어 놓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 이처럼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으며,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스트레스가 문제가 되는가. -감당하기 벅찬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너무 자극이 없어 심신에 나쁜 반응이 생기는 게 문제다. 이런 스트레스를 ‘부정적 스트레스’(negative stress) 또는 ‘디스트레스’(distress)라고 한다. 보편적으로 심각한 스트레스, 즉 실연이나 사망으로 인한 상실, 전쟁이나 재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객관적으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참기도 어렵고 해결하기도 어려운 스트레스도 얼마든지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인체는 이런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는 등 체내에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위험에 처한 동물이 죽은 듯 움직이지 않거나 쏜살같이 도망치는 것이 이런 기초 스트레스 대처 행동이다. 이런 반응을 보이기 위해서는 신경계 활성화와 함께 생리적 대비가 필요해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또 동공이 확대되고 날카로워진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감이 들고,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이 잘 생기며, 짜증과 신경질이 늘어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이 계속 분비돼 면역력도 떨어진다. 여기에서 더 악화되면 멍하게 정신줄을 놓거나 저항·대처를 못 하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며, 우울증·수면장애·운동 기피·음주·흡연과 폭식 등 나쁜 생활습관에 노출돼 사회생활에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상태가 이상적인가. -그렇지 않다. 자극이 너무 없는 것도 스트레스다.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무료한 상황은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하는데, 특히 외부의 자극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을 때 더욱 그렇다. 따라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분명히 인식하고 감당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다. 스트레스를 위협이나 위기로 인식하느냐, 발전의 계기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괴로움의 강도와 성질이 달라진다. 물론 모든 문제가 항상 해결 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해결할 수 없다면 피하는 것도 좋으며, 편하게 쉬어야 할 때라면 더더욱 스트레스를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 관건은 스트레스에 맞설 것인지 피해갈 것인지를 지혜롭게 판단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대처 방법을 더 상세히 짚어 달라. -먼저 스트레스에 노출된 자신의 상황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감정 상태와 생각은 어떤지,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거나 막연한 걱정·후회·억울함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특별한 신체증상은 없는지 등을 짚어 봐야 한다. 주변의 조언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변화를 정작 자신이 모를 수 있으므로 주변에서 평소와 다른 것 같다거나 말수가 줄었다는 등의 지적을 하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버겁게 느끼는 스트레스라도 실태를 알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살핀 뒤 가능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옳다. 해결 방안을 결정할 때는 감정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이득이 큰 방안을 선택하면 된다. 어려운 상황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 뒤 결과를 평가해 필요하면 보완책을 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된다.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이면 치료가 필요한가. -반복적으로 비슷한 문제나 갈등이 생겨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대개 성장 과정에서 해결되지 못한 정서적 앙금에서 비롯된다. 이런 감정적인 문제가 마음속에 내재돼 있다가 감정이 자극을 받는 비슷한 상황에서 재현되는 것인데, 이런 문제를 가졌다면 정신분석에 기초한 면담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전에 스스로 취할 수 있는 대응법은 무엇인가. -스트레스가 지속될 때는 잠시 비켜서서 심신을 추스르는 것도 지혜다.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휴식과 일의 안배가 필요하다. 사람이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정신적 긴장과 근육이완이 동시에 이뤄질 수는 없으므로 의식적으로 근육을 이완시켜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시켜야 하는데, 이때는 체계적인 근육이완 훈련이나 바이오피드백 치료가 도움이 된다. 명상과 운동도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이나 우울, 수면장애가 있으면 전문의와 상의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의 목표는 증상을 완화시켜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므로 약물 치료에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는 있다. 중요한 점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느냐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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