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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金대통령 이모저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8일(이하 한국시간) 50여명의 각국 정상들이 모인 유엔 원탁회의에 참석,한·스웨덴 정상회담,뉴욕 동포들과의간담회,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 주최 만찬 참석,한·러 정상회담을 갖는 등 빠듯한 일정을 보냈다. ■원탁 회의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김 대통령은 미국·중국·영국·프랑스 등 50여개국 정상들과 ‘21세기 유엔의 역할’을 주제로토론을 했다.김 대통령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예정에도 없던미니 정상회담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회담은 김 대통령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블레어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원탁회의 휴식시간 도중 별도의 방에서 17분 가량 통역만을대동한 채 환담했다. 두 정상은 블레어 총리의 부인이 ‘늦둥이’를출산한 것을 화제로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한편 원탁회의는 유엔 총회의 ‘분임 토의장’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김 대통령이 참석한 2차 원탁회의에서는 빈곤퇴치,환경보전,유엔개혁 등 광범위한 주제들이 논의됐다.김 대통령은 특히 정보화 시대의 빈부격차를 강조하면서 해소방안을설명,호평을 받았다. ■한·스웨덴 정상회담 김 대통령과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간의 정상회담은 30여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93년 카를 빌트 총리의 방한 이후 처음인 이날 양국 정상의 만남은스웨덴이 서방국가 중 유일하게 남북 양쪽에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는국가라는 점에서 진전된 남북관계로 얘기꽃을 피웠다. 김 대통령은 회담장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18층 보드룸에 페르손 총리보다 2분 가량 늦게 도착해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스웨덴은내가 좋아하는 나라”라면서 “스웨덴이 남북관계 개선을 가장 선두에서 지지하고 축하해 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페르손 총리는“만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스웨덴 국민은 한국과 스웨덴의 우호적 관계를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동포 간담회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는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스타라이트룸에서 열린 뉴욕 동포간담회에 참석,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새로운 변화에 부응하는 교포사회가 돼달라고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인사말에서“여러분들은 고국과의 관계를 걱정할지 모르나 유태인과 이스라엘의 관계 못지 않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다짐,박수 갈채를 받았다.김 대통령은 간담회 도중 “감옥에 들어가 책을 많이 읽었다”“감옥에도 갈 필요가 있더라”는 등 유머를섞어 가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김 대통령 부부는 50여분 동안 간담회를 마친 뒤 클린턴 대통령 주최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을 나서면서 동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뉴욕 양승현특파원
  • 유엔 밀레니엄정상회의/ 이틀째 이모저모

    [유엔본부 외신종합]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이틀째인 7일 (이하 현지시간)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 등 70개국 정상이 연설을 통해 유엔의 개혁과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환경보호와 빈곤퇴치 등 지구촌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이번 회의는 8일 밀레니엄 선언문을 채택하고 폐막한다.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정상들은 이날 특별회의에서 평화유지활동 분야에서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다짐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 안보리 정상들은 1992년에 이어 2번째로 열린 정상회의에서 결의문을 통해 분쟁예방에서 평화정착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유엔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을 다짐하고 유엔 평화유지활동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한 전문가 보고서를 신속히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6일양국 정상으로는 처음 으로 조우.클린턴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이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자들을초청,개최한 오찬회 직후 조우해 잠시 대화를 나눴다. 이 만남은 카스트로 의장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먼저 다가가 이뤄졌으며 두 정상은악수한 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P.J 크롤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두 정상이 몇마디 대화를 나눴으나 별 의미있는 말은 아니었다”면서 이번 만남이 별다른외교적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많은 정상들은 가난과 질병,내전으로 고통받는 빈국들,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페스투스 모가에 보츠와나 대통령은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에 시달리고 있는 자국 상황을 설명한뒤 상태가 악화되기 전에 국제사회가 지원에 나서줄 것을 부탁했으며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과 우마르 코나레 말리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빌 클린턴 미 대통령 등이 아프리카에 대한 국제사회의지원을 촉구. ■빈국에 대한 부채탕감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희년 2000년 연대’는 이날 전세계 155개국에서 2,120여만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과아일랜드출신 인기 록밴드인 U2의 멤버 보노에 의해 전달된 이 탄원서는 단일 탄원서로는 가장 많은 사람이 서명한 것으로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와 데스몬드 투투 전 케이프타운 주교,복싱영웅 무하마드 알리,가수 데이비드 보위,배우인 앤터니 홉킨스 등 유명인사들이 다수 서명했다.
  • 韓·中 IT리더 서울서 ‘악수’

    한국과 중국의 정보기술(IT)업계 대표들이 서울에서 만난다. 양국간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한중IT포럼을 다음달 1일 프라자호텔에서 갖는다.엠차이나 닷컴(대표 申昶容)이 주최한다. 중국측에서는 IT산업의 리더들이 대거 참가한다.중국 IT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칭화(淸華)기업집단의 송쥔(宋軍)총재 등 9명은 지난 29일방한,중국 IT산업의 현주소를 소개할 예정이다. 칭화기업집단은 베이징의 칭화대학이 주도해 만들었다.중국의 산학연 협동의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대규모 기업집단이다.칭화대 출신 인사들이 중국 정부 요직에 두루 진출하면서 위상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한단에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홍콩 등 중국 전역의 IT산업 대표 8명이 포함돼 있다. 포럼에서는 한국 IT기업의 중국 진출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중국측 인사들은 디지털 미디어 시티가 건설될 서울 상암동을 둘러볼 예정이다.안병엽(安炳燁) 정보통신부장관과 고건(高建)서울 시장도 예방한다. 박대출기자 dcpark@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취임 2주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31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이 총재는 지난 97년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이듬해 8월 제1야당총재로 변신,정권 탈환의 기회를 노려 왔다. 이 총재의 취임 2년은 지난 4·13 총선을 전후해 두 시기로 나뉜다. [이총재 친청체제 구축] 4·13 총선 이전까지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시기였다면 총선 이후는 수권야당으로서 정체성을 다져 나가는 기간으로 볼 수 있다. 이 총재 주변에서는 “지난 50년 헌정사상 이 총재가 야당을 가장안정적으로 이끌고 간 점은 높이 사야 한다”고 자평한다. 과거 군사정권에 맞선 선명 야당도 아니고 총재와 정치적 운명을 나눈 가신들이 포진한 단일화된 야당도 아니지만,그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로 130명이 넘는 거대 야당을 ‘굴려온’ 것 자체만도 평가받을 대목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 총선 과정에서 김윤환(金潤煥)·이기택(李基澤)씨 등 당의 간판격인 일부 중진을 과감하게 ‘물갈이’함으로써 당내 입지와장악력을 확고하게 굳혔다는 분석이다. [향후 과제] 차기를 노리는 이 총재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30일 32도를 웃도는 서울 도심에서 1시간 남짓 땀을 흘리며 ‘선거부정 축소·은폐 규탄 침묵 가두행진’을 벌였지만 일반 시민들의 호응이 적은데서 보듯이 이총재와 한나라당의 앞길이 순탄치 않음을 짐작케 한다. 우선 제1야당으로서 성숙된 정치 운영상을 보여주기보다 여당의 악수(惡手)로 반사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3김’과의 차별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도 사안별 정국 운영 과정에서는 스스로 3김식 정치 스타일을 닮아가는,이상과 현실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지 않고는 성공적인정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힘들다고 꼬집는다. 이는 이총재가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질서에 걸맞는 리더십을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와 직결된다. ‘통일 한국’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이 총재로서는 숙제거리다. 박찬구기자 ckpark@
  • 정부·재계 ‘순풍’부나

    정부와 재계에 화해와 협력의 바람이 불까. 21일로 예정된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과 경제5단체장의 회동에서새 경제팀 재벌정책의 가닥이 드러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오찬 회동에는 김각중(金珏中) 전국경제인연합회장, 김창성(金昌星)경영자총연합회장,박용성(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의장,김재철(金在哲)무역협회장,박상희(朴相熙)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등 5단체장이 참석,진장관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 회동은 ‘국민의 정부’ 2기 경제팀의 재벌개혁 풍향을 가늠해볼수 있는 자리다. 진장관은 전임 이헌재(李憲宰)장관과는 다소 다른스타일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기업구조조정의 목소리를 높여온 이전장관은 단체장과 만나도 악수조차 나누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진 장관의 재벌·기업개혁 정책은 ‘바늘론’으로 요약된다.도끼를휘두르는 살벌한 분위기보다는 웃으면서 바늘로 꼭꼭 찌르는 개혁을이끌어나가겠다는 진 장관 자신의 얘기다. 재벌개혁 원칙은 그대로지만 방법론을 달리하겠다는 뜻으로풀이된다.실용적 개혁주의와 맥이 닿아있다.진 장관의 발언도 ‘격려와 촉구성’일 것으로 관·재계는 내다본다.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고 기업활동을 격려하면서 재계와의 대화 확대를 강조할 것이라는 재경부측 설명이다.재경부 관계자는 “정부와 재계가 그동안 대화에 인색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런 불편한 관계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계 관계가 냉전에서 화해와 협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재경부 차관보를 비롯해 경제부처 1급들로 이뤄진 실무팀을 구성해경제계·기업체 간부들과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는 협의체도 구성할것을 제의할 방침이다.남북 경협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면담분위기가 한층 화기애애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재벌개혁의 목소리도 낮추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재경부관계자는 “기업들이 과거에 약속해온 개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있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전했다.기업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지적하면서 기업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 줄것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진장관은 은행장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는 은행다운 은행이 없다”고 질타한 것처럼 화해 무드 속에서도 구조조정과 재벌개혁을 촉구하는 강온 양면책을 쓸 것 같다. 박정현기자 jhpark@
  • 北 조선국립교향악단 “남북 화해·협력시대 도래 확신”

    ●북한조선국립교향악단을 위한 만찬이 18일 오후7시부터 1시간30분동안 숙소인 인터컨티넨털호텔 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주재한 만찬에는 북측 단원 132명을 비롯해 박권상KBS사장과 소프라노 조수미씨,지휘자 곽승씨,국회 문화관광위원,언론사 문화부장 등 320여명이 참석했다.박 장관은 환영사에서 “여러 악기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교향악을 만들어내듯이 50년 동안 반목해온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허이복 단장은 “남녘 동포들이 따뜻한 동포의 정으로 맞아줘감사를 드린다”면서 “조선국립교향악단은 동포들의 마음에 감동적인 선율을 선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만찬장에는 월북 작곡가 고(故)김순남씨의 딸인 성우 김세원씨(55)부부가 북측 요청으로 특별 초청됐다. 김씨는 남편 강현두 서울대 교수와 함께 나와,북측 허 단장과 김병화 상임지휘자,박지원 장관,박권상 사장 등과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았다. ●만찬장 입구에는 남북 교향악단을 상징하는 하프모양의 대형얼음조각 2개가 세워졌으며 만찬장 내부에는 남한의 남대문과 북한의 대동문을 본뜬 폭 8m,높이 2m의 대형 얼음조각이 설치됐다.또 디저트접시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악보가 장식으로 붙어 있어 눈길을끌었다. ●이에앞서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는 김순규 문화관광부차관,강대영 KBS 부사장 등이 나와 허이복 단장 등 북측 일행을 맞았다. ●호텔에서 오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측 지휘자 곽승씨와 북측지휘자 김병화씨는 악수를 나누며 특별한 인연을 과시했다.두 사람은지난 90년 곽씨가 평양에서 열린 ‘범민족 통일음악제’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을 지휘하면서 만난 인연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소프라노 조수미씨와 북측 ‘여성고음’ 리향숙씨도 손을 꼭 잡고 간담회장을 나가면서 “잘 해보자”고 우의를 다졌다. ●이날 KBS 시청자상담실에는 음악회 입장권 구입방법을 묻는 전화가폭주. 20일과 22일 공연은 각계 인사등 전원 초청형식 음악회로 진행되며 21일 두차례 공연은 전체객석중 90%를 일반 판매중이다. 허윤주 장택동기자 rara@
  • 남북이산상봉/ 이선행-이송자-홍경옥씨 기구한 인생 드라마

    “통일돼서 다시 만나면 본처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겠다.북쪽에 할아버지를 보내주겠다.그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분단의 부부는 마침내 17일 처음으로 오찬을 함께 하면서 잠시나마얼굴을 마주 했다.이송자(李松子·82)씨는 점심 식사 후 북의 아들을 돌려보내고 호텔방으로 가기 위해 승강기 앞에서 잠시 기다리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북쪽 부인하고 하룻밤이라도 손을 꼭 잡고 지낼 기회가 있었으면…”북한에 각각 처자식과 아들을 두고 내려온 뒤 남쪽에서 부부의 연을 맺은 이선행(李善行·81·서울 중랑구 망우동)·이송자씨의 기구한 인생드라마는 상봉 사흘째인 이날 클라이맥스에 달했다. 북쪽 아내 홍경옥씨(76·평북 구장군)와 남쪽 아내 이송자씨는 그동안 세차례의 상봉과 한차례의 식사 때 서로 얼굴을 지나치면서도 선뜻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자식들 보기도 그렇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았던 탓이다. 이선행씨도 남북의 두 아내 사이에서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이런 어색함을 푸는 계기를 마련해준 사람은 바로 북측 안내원이었다. 이날고려호텔에서의 고별 오찬 때 안내원의 권유로 두 아내는 드디어 합석,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먼저 북쪽 아들들이 이선행씨에게 잔을 드렸다.이송자씨의 북쪽 아들 박위석씨(61)가 처음 얼굴을 맞대는 이선행씨에게 “아버님 잔 받으십시오”라고 들쭉술을 권하자,이씨는 “나는 머슴처럼 어머님을받들고 있으니까 걱정마라”고 노령인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는 북쪽 아들을 안심시켰다. 이선행씨의 북쪽 장남 진일씨(56)도 이송자씨를 “어머님”이라고부르며 “아버지를 돌봐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진일씨와 동생 진관씨(51)는 이송자씨 아들 박씨에게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라며 깍듯하게 예를 갖췄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송자씨는 “이같은비극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러나 정작 두 아내의 대화는 아주 짧게 이뤄졌다.이씨는 홍씨에게악수를 권하며 “반갑습니다.건강하세요”라고 했고 요즘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홍씨는 고개만 끄덕였다.진일씨는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이송자씨를) 잘 해드리라고 부탁했었다”고 대신 전했다. 앞서오전 개별상봉에서는 그동안 눈물을 보이지 않던 이선행씨와 홍씨가끝내 눈물을 터뜨렸다.이씨는 홍씨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혼자 애들키우느라 고생 많았어.스물여섯 예쁜 얼굴이 왜 이렇게 쭈글쭈글해졌느냐”며 오열했다.이씨는 사진기자들을 모두 내보낸 뒤 “이제 내마지막 소원을 이룰 차례”라며 갑자기 홍씨를 등에 업고 눈물을 흘리며 방 안을 한바퀴 돌았다. 평양 공동취재단
  • 남북이산상봉/ 서울 상봉 이모저모

    서울과 평양에서의 3박4일은 반세기 동안의 ‘긴 이별’에 비해 너무나 ‘짧은 만남’이었다.남과 북으로의 출발을 하루 앞둔 17일 이산가족들은 하룻밤만 자고 나면 또 다시 ‘생이별’을 해야하는 기막힌 현실에 울고 또 울었다.남북이 각각 주최한 환송 만찬에 참석했다숙소로 돌아온 이들은 회한과 상념에 젖어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다시피 했다. ◆박재규 통일부장관이 17일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마련한 만찬에는 여야 정치인을 포함,300여명이 참석,성황을 이뤘다. 박 장관은 만찬사에서 “짧은 시간이었던 만큼 헤어짐은 더욱 애틋해 잡았던 손을 차마 놓치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접고 다시 만날그 날을 기약하자”며 북측 상봉단과 남측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남한의 막내딸 최순애씨(48)씨가 선물한 한복을 입고 나온 류미영북측 단장도 답사에서 “서울에서 보낸 며칠은 격정 속에 흘러간 나날이었다”고 회고한 뒤 “남측의 배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만찬장에는 정계 뿐 아니라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방북했던강성모 린나이코리아 회장 등 재계 인사와 문화·체육·언론계 대표들이 참석했다.경기대 교수인 전 방송인 차인태씨,전 영화배우 김보애씨,그룹 ‘코리아나’의 여성멤버 홍화자씨 등 낯익은 인사들도 포함됐다. 미국 국적의 인요한(41·본명 존 린튼)연세대 외국인진료소장도 눈길을 끌었다.인씨는 형 세반씨(50·스티브 린튼)와 함께 북한의 결핵 퇴치사업을 펼치고 있는 유진벨 재단 활동으로 북한에도 잘 알려져있다. ◆하얏트호텔측은 북측 상봉단이 고령임을 감안,북어와 더덕구이,갈비와 전복구이,수정과 등 부드러운 음식들로 상을 차렸다. 또 한 테이블에 한명씩 배치하던 서비스 요원을 3명씩 배치해 몸이불편한 상봉단들을 부축하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약 2시간 동안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만찬은 북측 상봉단과 남측 참석자들간의 뜨거운 악수와 함께 “또 만납시다”“건강하십시오”라는 등의 덕담으로 끝맺었다. ◆서울 체류 3일째인 이날 남북 이산가족들은 “마지막이라는 말은하지 말자”며 짧은 재회의 아쉬움 속에 다시 만날 희망의 날을 기약했다. 상봉 마지막 날인 탓에 “한 번이라도 더,1분이라도 더 만나게 해 달라” “부모님 산소라도 찾게 해 달라” “어머니와 하룻밤이라도 자게 해 달라”는 안타까운 주문도 잇따랐다. ◆북에서 온 김용호씨(72)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면서 “면회소가 생기면 아직 못본 조카들도 만날 것”이라며 다시 만날 날을 확신했다. 김씨를 비롯한 이산가족들은 “연락사무소 설치나 이산가족의 정례적인 만남도 중요하지만 우선 전화 통화와 편지의 상시 교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덕씨(64)는 “형님과 얘기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면서 “하룻밤이라도 같이 자면서 밤 새도록 얘기하고,부모님 묘소에 성묘라도한 번 같이 갔어야 하는데…”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북한 평양무용대학 교수이자 최초의 여성박사 김옥배씨(68·여)는“어머니 품에서 잠들고 싶어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면서 “어머니께 밥을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북측 이산가족 김인수씨(68)는 이날 대한적십자사측에 요청,6·25때 헤어졌던 선린상업중학교 시절단짝 김학모(70·서울 중랑구 망우동)·이창영씨(70·서울 은평구 응암동)를 50년만에 극적으로 만났다.까까머리 중·고교시절의 삼총사가 허연 백발이 돼 재회한 것이다. 김학모씨는 16일 오후 고교 총동창회로부터 50년 전 행방불명된 뒤로 ‘죽었다’는 소문만 나돌았던 친구 인수가 북에서 내려와 자신을애타게 보고 싶어 한다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김학모씨는 중학교 5학년 동안 내내 같은 반이었던 삼총사 중 나머지 한명인 이창영씨에게 연락,이날 오전 김인수씨가 머물고 있는 서울 워커힐호텔을 찾았다. ◆신정현씨(86·서울 은평구 불광동)는 이날 창경궁 관람을 마치고나오던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씨(64)에게 북한에서 문인으로 활약했다는 오빠 구현씨(89)의 생사를 물었으나 타계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망연자실,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신씨는 46년 충북으로 시집간 뒤 고교 교사였던 오빠와 소식이 끊겼으며 10년전 우연히 오빠가 김일성대 언어문학연구부 교수 등을 역임한 문인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특별취재단
  • 남북이산상봉/ “다시 만날때까지 꼭 살아계셔요”

    상봉 사흘째인 17일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짧은 만남 끝에 또다시 찾아온 이별에 단장(斷腸)의 아픔을 느껴야 했다.마지막으로 상봉한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는 반세기 만에 만난 혈육을 다시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이번 만남이 마지막은 아닌지,또다시 만나기까지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마지막 환송 만찬에 참석한 뒤 떨어지지 않는발걸음을 옮겨 서울 올림픽파크텔과 워커힐호텔로 돌아온 남한의 이산가족과 북한 방문단은 온갖 상념으로 서울의 잠못 이루는 마지막밤을 보냈다. ■모자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다시 만날 때까지 꼭 살아계셔야 해요” 반세기 만에 만난 아들 조진용씨(69)를 떠나 보내는 어머니 정선화씨(94)는 복받쳐 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노환으로 침대에 누워 아들을 맞은 정씨는 떨리는 두 손으로 연신아들의 두 빰을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조씨가 “어머니,떨지 마세요”라며 울먹이자 정씨는 “어지러워서그래”하며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써 아들의 얼굴을 외면했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조씨는 어머니에게 애끊는 사모의 심정을 담은자작시를 읽어드렸다. “어머니,이 아들 떠나보낼 때 검은 머리의 어머니,주름 깊게 패어아들 맞으니 이것이 어쩐 일입니까…(중략)…부디 백수 천수 하셔서통일의 그날 이 아들을 다시 한번 안아주소서…” 조씨는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다 해도 조선 민족의 비극적인 삶을제대로 쓰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아들 서기석씨(67)를 떠나보내는 어머니 김금예씨(90)도 “집으로데려가 따뜻한 밥이라도 먹였어야 했는데…”라며 울먹였다.김씨는“어릴적 삼베 옷을 입혀 키운 자식이 이렇게 크다니…”라며 말을잇지 못했다.서씨는 “어머니가 고령이고 나도 나이가 많은데 언제다시 만날 수 있을까”하고 되뇌였다. 조주경씨(68)의 어머니 신재순씨(88)도 아들의 두손을 잡고 “죽는날까지 함께 살자”며 흐느꼈고 조씨는 “꼭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며 어머니의 두손을 꼭 잡았다. ■부부 “만나자 이별이니…” 남쪽의 아내 이춘자씨를 상봉한 이복연씨(73)는 “50년 만에 와 놓고 또 떠나버리면 어떡하느냐…”며 울부짖는 아내의 어깨를 두드리며 “통일이 돼 같이 사는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아내 김옥진씨(78)를 끝내 만나지 못한 하경씨(74)는 “아내가 재혼했다는 이유로 상봉장에 나오지 않았는데정말 죽기 전에 마지막 속죄라도 하고 싶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아들 정기씨(54)는 “어머니가 ‘내일 아침 공항에서 먼발치에서나마보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전날 호텔앞까지 왔다가 죄책감 등으로 남편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형제 북에서 온 사촌형 김용환씨(70)를 만난 용승씨(68)는 “어제는 웃는 시간이 많았지만 오늘은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눈물이 흘러나온다”며 기약없는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전날 북에 있는 장조카 이정렬씨(39)가 남한 가족에게 보내온 안부편지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던 종석씨(64)는 형 리종필씨(69)에게 “꼭 다시 만나자”며 굳은 악수를 한 뒤 북한 가족에게 보내는 답장을써 전달했다. 부모님 영정 앞에 잔을 올리며 어머니 추모 자작시 3편을 낭독했던북한의 대표적 서정시인 오영재씨(64)도 “떠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하지만 통일이 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형제들을 위로했다. 특별취재단
  • 임수경·리금철씨 반가운 재회

    지난 89년 전대협 대표로 방북했던 ‘통일의 꽃’ 임수경씨(34)가당시 북한에서 한달반을 함께 지냈던 리금철씨(39)를 만났다. 비록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임씨는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워커힐호텔 앞에서 북측 수행원으로 서울을 찾은 리씨를 만나 포옹과 함께 악수를 나눴다.리씨는 이날 류미영(柳美英)단장을 수행해 대한적십자사로떠나려고 호텔을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임씨는 “15일 북측 방문단의 서울도착 장면을 TV로 보다가 리씨의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남북양측 관계자들에게 만남을 주선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곤란하다’고 해 못만날 줄 알았으나 호텔로비에서 우연하게 리씨를 만났다”고 말했다. 당시 원산경제대 학생위원장으로 임씨보다 5살 많았던 리씨는 45일간 임씨와 북한 지역을 동행하며 통일의 염원을 전파했고 임씨의 판문점 귀환까지 배웅해 주었다. 특별취재반
  • 남북이산상봉/ 北 최영화씨 12번째 방문

    7월말 서울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 이어 보름만에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과 함께 다시 서울을 찾은 북측 수행기자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조선기록영화 촬영소 소속 최영화(62)기자.그는 이번 이산가족 교환방문단 공식 수행기자로 서울을 방문함으로써 12번째 방한기록을 갖게 됐다.최 기자는 15일 서울 도착뒤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남측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며 안면이 있는 기자와는 악수를하기도 하는 등 시종 여유를 보였다. 72년 9월 남북 적십자회담부터 지난 6월 평양교예단 방문 때까지 서울 최다 방문 기록을 가진 남북회담의 산증인인 최씨는 6월 13∼15일역사적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에도 김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환갑을 넘긴 최씨는이번 이산가족 교환방문 기간에도 손때가 잔뜩 묻은 35㎜촬영기를 어깨에 메고 종횡무진 회담장을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남측 기자들 사이에서는 북측 카메라가 내는 소리 때문에 ‘드르륵아저씨’로 통한다는 그는 남북 회담이 열리는 때면 특별대우를 받아비공개 회의에도 출입을 허락 받고 있다는 것. 평양영화연극학교를 졸업하고 조선기록영화촬영소에 들어가 지금까지 김일성 전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 지도 모습을 영상에담아 왔다. 오일만기자 oilman@
  • 남북이산상봉/ 서울만남 이모저모

    북에서 온 아들은 “오마니”를 외치며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았고,남쪽의 어머니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열했다.기약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만남은 뜨거운 포옹과 눈물이 되어 분출했다. ◇ 상봉 ■안순환씨(65)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상봉 장소인 서울 삼성동코엑스에 나온 어머니 이덕만씨(87·경기도 하남시 초일동)와 동생들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아냈다.50년 동안 소식도 없던 아들을 만난 어머니 이씨도 아들의 뺨과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며느리에게 갖다 주라”며 미리 준비한 금목걸이를 아들의목에 걸어 준 뒤 연신 아들의 등을 두드렸다.안씨는 “북쪽에 가족이있느냐”는 동생들의 질문에 북한에 있는 가족사진을 꺼내 아내와 자식들을 소개했고, 어머니 이씨는 “며느리가 예뻐 합격”이라며 대견스러워했다. ■북한에서 축산 및 채소 생산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둬 ‘노력영웅’칭호를 받은 백기택씨(68)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딸 신금옥씨(50)를보고 숨이 멎는 듯했다. 옆에 서 있는 낯선 얼굴이 궁금했던 백씨는 여동생 문옥씨(67)로부터 “오빠,오빠가 의용군에 입대한 뒤 태어난 오빠 딸이야.오빠 딸”이라는 말을 듣고 한동안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듯 움직이지 못했다. 유복자라는 이유로 외가에 입적돼 호적상으로는 백씨의 조카로 돼있는 딸 금옥씨가 “아버지,저 금옥이에요.아버지 딸”이라며 아버지품으로 달려들자 주변은 울음바다가 됐다. ■만주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 전북 임실로 건너 온 뒤 전쟁 때 전주북중 입학증까지 받았지만 행방불명됐던 정춘모씨(63)는 계모 최순래씨(78)를 붙잡고 눈물을 쏟았다. 최씨는 “교복 입은 사진만 달랑 남겨 놓고 사라져 꿈같이 살아 왔다”며 울먹였고,여동생 정영자씨(54)는 “김대중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북한에서 돌아올 때 하얀 비둘기가 집 안으로 날아든 뒤꼭 한 달 만에 오빠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북쪽의 형 문병칠씨(68)의 생존 소식을 전해 들은 뒤사흘 만에 치매를 앓던 어머니 황봉순씨(90)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낸동생 병호씨(64·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인정리)는“어머니는 형님이살아서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치매 환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기력을 회복했는데 사흘 뒤 ‘병칠이가 보고 싶다’고 손을 내저은뒤 갑자기 숨을 거두셨다”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여동생 정자씨(59)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큰오빠의 손을 꼭 잡고는“오빠가 죽은 줄 알고 절에 위패까지 모셔 놓고 매년 제사를 지내왔다”면서 ”어머니가 한 달만 더 사셨어도 오빠를 만날 수 있었을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신문 논설위원을 거쳐 국회의원을 지낸 주영관씨(72)는 지난 50년 동국대 정치경제학부에 다니다 의용군에 입대한 동생 영훈씨(69)를 만나자 “어머니는 7년 전 지병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너를 찾으셨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영관씨는 “헤어진 이듬해 나도 바로 국군 연락장교로 입대해 너를만날 수 있을까 찾아 헤맸단다.서로 적군으로 총부리를 맞대더라도혹시 전쟁터에서라도 만나기를 고대했었는데 이제야 이렇게 만나게됐구나”라며 동생의 얼굴을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인민군이 서울에진입한 바로 그날 중학생으로 의용군에 징집됐던임재혁씨(66)는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치매로 듣지도 못하고말도 할 수 없는 아버지 임휘경씨(90·서울 양천구 목동)를 보고 목이 메었다. 재혁씨는 형 창혁씨(71)에게 “어머님,어머님은…”하고 감정을 억누르며 물었지만 “15년전 돌아가셨어.늘 네 얘기만 하시곤 했는데…”는 말을 듣곤 할 말을 잃었다.. ■박노창씨(69)는 조카들로부터 큰형 원길씨(89·서울 은평구 신사동)가 상봉을 이틀 앞두고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듣고 맥이 풀렸다. 노창씨는 지난달만 해도 6남매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다고 통보된큰형의 운구가 이날 오전 8시30분 장지인 경기 파주시 금촌면으로 향했다는 말에 “믿을 수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죽은 줄만 알았던 큰아들 조진용씨(69)를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 정선화씨(95)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면서 쓰러져 들것에실려 아들을 만났다.정씨는 고령에다 아들을 만난다는 설렘 때문에아침은 물론 며칠 동안 식사를 제대로 못해 기력이 쇠약해진 것으로알려졌다.■상봉 가족수를 제한해 코엑스에 가지 못하고 8남매 중 맏이인 오빠 김용환씨(68)를 만나러 무작정 쉐라톤워커힐 호텔로 찾아온 용순(50)·용란(43)씨 자매는 오빠 용환씨가 코엑스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기 전 ‘기적’같이 자기 이름이 적힌 피켓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자 “오빠,오빠”를 연호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정태씨(72)를 만나러 온 매부 신현묵(75)씨와 형수 박정우(70),계수 연종술(63)씨도 워커힐호텔 로비에서 ‘환영 김정태’라고 적은종이를 들고 이름을 연호하다 버스에 오르는 이산가족들의 줄이 끝날무렵 김씨를 잠깐 만날 수 있었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오후 3시쯤 버스 편으로 컨벤션센터 동문에 도착,3시30분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행사장에 들어와 정해진 탁자에앉았으며,4시10분쯤 숙소인 워커힐호텔을 출발한 북측 가족들은 태진아의 ‘어머니’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4시40분쯤 홀에 들어와눈물의 상봉을 했다. 북측 가족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번호표를 들고 홀 입구의 상황판에서 자기 번호와 같은 번호가 적힌 탁자를 확인한 뒤 탁자를 찾아가남측 가족들을 만났다. ◇ 김포공항 ■북측 가족 151명을 태우고 공항에 도착한 북한 고려항공 승무원들은 공개된 자리에서 남측 승무원들과 악수를 나누었다.고려항공 승무원들은 오전 11시30분쯤 북측 가족들이 국제선 2청사 17번 게이트를통해 빠져나간 뒤 게이트 앞에서 10분 간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대한항공 김홍정 사무장(52)과 유은아씨(27) 등 스튜어디스 5명은게이트 앞으로 나온 박승남 기장(46) 등 10여명의 고려항공 승무원들에게 꽃다발과 기념시계를 선물했다. ◇ 워커힐호텔 ■밤 10시쯤 숙소인 워커힐호텔에 돌아온 북측 방문단들은 대부분 상봉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얼굴로 “내일 다시 만나도 울음을 참을 수 없을 것 같다.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57분 김포공항에 도착한 북측 이산가족들은 숙소인 워커힐호텔로 이동,방 배정을 받은 뒤 여장을 풀고 호텔 식당에서 서울에서의 첫 식사를 했다. 점심은 갈비찜,은행죽,인삼야채무침,민어삼색전 등이 곁들여진 한정식으로,호텔 관계자는 “상봉단이 대부분 노령층이어서 먹기 좋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대부분의 북측 이산가족들은 “김치가 제일 맛있다”면서 “같은 조선 사람들인데 달리 맛을느끼겠느냐”며 남북 동포들이 한 입맛임을 강조했다. 북측 가족들의 가슴에는 김일성배지와 함께 인공기와 적십자 표시가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배지가 달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북측 가족들은 신원을 증명하는 명찰도 휴대하고 있었다. ◇ 올림픽파크텔 ■밤 10시30분쯤 올림픽파크텔에 도착한 남쪽 가족들도 북한 방문단과의 상봉의 순간을 다시 되새기며 16∼17일의 개별 상봉시간은 어떻게 보람있게 보낼까 의논했다. 이날 아침 남측 가족들 중에는 잠을 설친데다 50년 만에 가족들을만난다는 기대 때문에 올림피아홀에 마련된 아침 식사를 제대로 들지못하고 남기는 사람이 많았다. 한편 남쪽 가족들은 기자들이 객실로 몰려와 취재 경쟁을 벌이자 가족간 대화 등에 방해가 된다며 기자들의 객실 출입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호텔측은 송파경찰서의 지원으로 이산가족들이 머무는 각 층마다 의경 2명씩을 투입해 객실 접근을 막았다. ◇ 한국종합전시장■북측 방문단과 남측 이산가족은 이날 저녁 대한적십자사가 강남구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COEX) 그랜드볼룸에서 주최한 환영만찬에 나란히 참석,재회의 기쁨을 함께 했다. 만찬은 상봉 시간이 지연되는 바람에 예정보다 1시간여 늦은 오후 7시40분께 시작됐으며 남북 상봉자 600여명과 한적 관계자 100여명 등이 참석했다. 한적 봉두완(奉斗玩) 부총재는 환영사에서 “만나면 이렇게 좋은 것을 왜 50여년동안이나 미뤄왔는가”라면서 “반세기 동안 간직했던회포를 이 자리에서 맘껏 푸시길 바란다”고 축원했다. 특별취재단
  • 스타 특별검사 “변신은 자유”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파헤친 케네스 W 스타 전 특별검사가워싱턴 빈민지역의 한 고등학교 자원봉사 교사로 변신해 화제다. 워싱턴 포스트는 6일 인터넷 웹사이트 기사에서 스타 전 검사가 지난해 말퇴임한 뒤 워싱턴의 아나코스티아 고등학교에 매주 오전 9시면 3학년 교실에서 헌법학을 가르치는 자원교사로 변해 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고 전했다.이 지역은 민주당과 클린턴에 우호적인 지역. 학생들은 스타 전 검사가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수업 도중에 팔을 휘두르고 교실을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가끔은 펄쩍 뛰어오르기도 하는 등정열을 보인다며 그를 칭송했다. 스타검사는 퇴임후 연설이나 대학 강의,연방대법원 관련 책을 쓰는 것으로소일해 왔는데 조만간 전직장인 커크랜드 앤드 엘리스 법률사무소에 복귀할예정.그러나 이 지역 봉사활동은 계속할 계획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남북 장관급회담/ 北대표단 청와대 예방 안팎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1일 오전 11시부터 청와대에서 전금진(全今鎭)단장 등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대표단 일행을 접견했다.접견은 30분동안 진지하고 자유로운 가운데 진행됐다. ■대통령 접견 김대통령은 대기실에서 북측 대표단을 만나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이어 우리측 대표단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접견실로 이동,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김대통령은 작은 것부터 차분하고 착실하게 실천되길 희망했다.“이번 합의를 우리 7,000만 국민이 환영하고 있으며,화합의 새 시대를 여는 데 도움이될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시작이 반’임을 역설했다.이어 “중요한것은 우리가 한민족이고 공동운명체라는 것”이라며 “이런 의식을 갖고 지금의 비정상적인 민족의 상황을 개선하도록 앞으로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전단장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안녕하시냐”고 안부를 물은 뒤 지난방북때의 환영에 감사의 뜻을 전해줄 것을 부탁하는 등 김위원장과 간접대화를 나눴다.전단장은 “두 분이 마련한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뜻을합쳐예상보다 과할 정도로 훨씬 많은 합의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그는 “서울방문을 통해 예전과 달리 시민들의 통일 열기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이런 일을 장군님께 책임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대통령이 19세기말 우리 민족이 세계사의 조류에 낙오돼 오늘까지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역사를 설명하며 민족의 화해를 강조하자 전단장은“옳으신 얘기”라며 공감을 표시했다.또 “이번에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다음 평양회담에서 꼭 이뤄달라”고 당부하자 전단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전단장은 정상회담때 김대통령과 김위원장이 선물로 주고받은 진돗개와 풍산개를 언급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는 가운데 진돗개가 잘크고 있다”고 말하자,김대통령도 “두 개는 민족단합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전단장 일행은 접견이 끝난뒤 청와대 앞뜰에서 풍산개를 살펴봤다. 이날 접견에는 전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 5명과 수행원 2명,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 등 우리측 대표 5명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북측 신문 및 방송 카메라 기자 등이 동행 취재했다. ■청와대 도착 이에 앞서 청와대 본관에 도착한 북측대표단을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과 황원탁(黃源卓) 외교안보수석,박준영(朴晙瑩) 대변인이 입구에나와 맞이했다. 한편 청와대측은 이날 북측 대표단의 청와대 공식방문이 분단 55년동안 다섯번째라고 밝혔다. 양승현기자 yangbak@
  • 클린턴, 정치자금 모금 한인행사 美대통령으론 첫 참석

    [뉴욕 연합]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 대통령으로서는처음으로 미주 한인사회가 마련한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직접 참석해 한인사회가 크게 고무됐다. 미주 한인사회가 유력 정치인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가진 적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있었으나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민 100년을 맞고있는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나타내는 징표로 받아들여 지고있다. 이날 행사는 뉴욕주 연방상원의원에 출마한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여사의 선거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것으로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국악공연과 오찬,연설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클린턴 대통령 내외는 오후 1시10분쯤 행사장에 도착해 ‘힐튼룸’에서 30여명의 귀빈들과 20여분간 면담을 한 뒤 ‘에머럴드룸’으로 장소를 옮겨 행사에 참석한 140여명의 한인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부인 힐러리를 위해 정치헌금을 해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민주당의 대한(對韓)정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오는 11월 선거에서 힐러리 뿐만아니라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또 한반도 문제와 관련,“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하며 새로운 노선을 택한 북한을 격려한다”고 밝히고 “한국계 미국인들이 한반도의 안전을 위해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소개로 연단에 선 힐러리 여사는 “이민이 없었다면 오늘의 뉴욕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한인들이 모여있는 뉴욕시) 플러싱의 모습은 한국계 미국인들의 근면과 성실,노력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찬사를 보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클린턴 대통령 내외는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식행사가 끝난 뒤에도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느라 20여분간 행사장을 떠나지 못했다. 후원행사 준비위원회(위원장 곽노윤)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25만달러 상당을 모금해 힐러리 선거진영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뉴욕 한인민주당연합회도 지난 18일 힐러리 여사만 참석한 후원행사를 개최해 5만5,000달러를 모금해 전달한 바 있다.
  • 남북외무회담 이모저모

    26일 방콕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 외무장관회담은 보통의 외무장관회담과완연히 달랐다. ■남북 외무장관회담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 장관과 백남순(白南淳)북한외무상은 이날 오후 5시30분(이하 현지시각)부터 쉐라톤호텔 2층 리버사이드3룸에서 40분 가량 회담을 가졌다.두 장관은 200여명에 이르는 취재진을 향해 악수를 나누고 곧바로 회담장에 들어가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해 좋은얘기를 나누자”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백 외무상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태국에 와서 이 선생(장관)을 만나니기쁘다”며 “세계의 이목도 집중됐고 북·남 사이의 교류와 협조도 눈에 띄게 잘 되는 것 같다”고 덕담을 했다.이에 이 장관은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회담 덕분에 외무장관이 회담하게 된 것 같다.다시 한번 두 분의노력에 감사드리고,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화해협력을 위해 좋은 얘기를 나누자”고 당부했다.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회담을 마친 뒤 백 외무상은 오후 6시10분쯤 회담 결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회담이 잘 됐다”고간단하게 답변하고 회담장을 떠났다. ■좌석 배치 외무장관들과 배석자들이 마주보는 국제 의전 관행과 달리 남북외무장관들이 중앙에 나란히 앉는 ‘말발굽 형태’로 배치했다. 남북 정상회담때와 마찬가지로 국기는 생략했다.이런 좌석 배치는 남북간 대치와 갈등의과거를 씻고 화해협력의 시대를 열고 있다는 상징적 표현이라는 해석.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가 이런 좌석 배치를 제안하자 북측이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역사적 첫 남북 외무장관회담인 만큼 국제 관행보다는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성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북·일 정상회담도 타진 남북 외무장관들은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두 장관은 이번 회담이 첫 만남인 만큼 북한의미사일 개발과 일본인 납치 의혹 해결 등 양국간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특별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북·일 외무장관회담에서는 ▲북·일 수교일자 확정 ▲수교회담과 별도로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사회담 개시 ▲일본인 처 고향 방문재개 결정 등이 주요 의제가 됐다.특히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은백 외무상에게 최근 폐막된 오키나와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반도 특별성명’ 전문을 전달해 관심을 끌었다. ■한·미,한·일 양자회담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은 26일 오전 방콕 쉐라톤호텔에서 고노 요헤이 일본 외상,스트로브 탤보트 미 국무부 부장관과 각각40분 가량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백남순 외무상 기자회견 백 외무상은 이날 오전 숙소인 방콕 쉐라톤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북·미 외무장관회담에 대해“스트로브 탤보트 부장관과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이 미사일문제를 제기하기를 원하다면 논의하겠다”고 밝혔디. 방콕 오일만특파원 oilman@
  • 北·러 정상 공동성명 ‘국제사회 입지 확대’

    북한이 19일 평양을 공식방문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은미사일 개발은 주권이라며 협상 자체에 반대해왔던 기존 입장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진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콸라룸푸르 북-미 미사일회담에서 미사일 기술 및 부품 수출을중단하는 대가로 미국에 연간 10억달러씩 3년간 총 30억달러를 보상할 것을요구,회담이 결렬됐다. 이처럼 현금보상을 요구했던 북한이 어찌됐든 외국에서 로켓 발사체를 제공한다면 미사일 개발도 중단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은 중대한 입장 변화로 보인다.하지만 ‘평화적인 우주탐사’를 위한 로켓발사체의 제공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어 북한이 정말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것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같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개발 중단의사를 끌어냄으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또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구상의 근거를 크게 약화시켜 오키나와주요 8개국(G-8) 회담에서 발언권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이뤄진 푸틴의 이번 방문으로 북-러는 10여년간의 냉기류를 씻어내고 명실상부한 선린관계로의 복귀를 대내외에 선포한셈.그 배경으로는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를 국제사회 입지 선점의 계기로 삼으려는 양국의 욕구가 깔려있다.북한에게 러시아는 고립탈피를 위한 ‘전방위외교’의 놓칠 수 없는 매개고리이자 앞으로각종 대미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뒷배경이 되어줄 것이 분명하다.미국의 독주앞에서 ‘강한 러시아’ 재건의지를 불태워온 러시아 역시옛 우방들과의 관계회복은 필수수순이 아닐 수 없으며 이를 위해 수교이후한국에만 전념해온 그간의 편향외교를 수정할 필요를 절감해왔다. 또한 북-러간 각종 경제협력강화 방침이 합의됨에 따라 남북 경협의 상당부분에 러시아가 참여할 길이 열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러시아는 그간 자국의 낙후경제에 한국 자본의 수혈을 강력히 희망해 왔다.때문에 북한 기간산업에기술을 지원한다는 카드로 북측을 루트로 한 남측자본에 대한 접촉을꾸준히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러 정상의 악수는 동북아정세에서 새로운 입지를 노리는 양국 대외노선의 출발선에 불과하다.북한은 이후에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통한 대미,대일 외무장관 회담,남북외무회담,북·일수교협상 등 초유의 외교일정을앞두고 있다. 푸틴의 평양방문도 G-8 정상회담에서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와의만남,연내 한국방문 등으로 이어진다.한반도를 진앙으로 한 국제관계 지각변동 과정에서 기존 영역을 지키기 위한 열강들간의 치열한 외교전이 당분간불가피할 전망이다. 손정숙기자 jssohn@. *남·북-북·러 정상 의전 차이. 6월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7월19일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무엇이 비슷하고 다를까. [같은 점] 평양 순안공항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북측 주요인사를대동하고 직접 영접나왔다.러시아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국방위원장의 영접은 사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6월 김대통령 방북 때와 닮았다.극진한 예를 갖춘 3군 의장대 사열행사도 똑같았다. 숙소도 김 대통령 내외가 묵었던 백화원 영빈관이었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등 언론매체의 전례없는 열렬한 보도도 비슷했다. [다른 점] 공항영접에 나온 주요인사는 조금씩 틀렸다.김 대통령 때 나오지않았던 홍성남 총리,김영춘 군총참모장,김일철 인민무력상,백남순 외무상이푸틴 영접에 나왔다. 남북관계의 특수한 관계를 의전용 연주가인 용진가(勇進歌)만 연주했으나푸틴 영접행사에는 양국 국가를 연주했으며 21발의 예포도 발사했다. 연도에 나온 환영인파는 6월에는 60만명이라고 보도했으나 이날은 수십만명으로 보도,6월보다 인파가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6월 때와는 달리 공항에서 숙소까지 김 위원장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동승했고 양국 국기도 길거리에 내걸렸다.또 숙소로 이동 중 김 대통령은경호문제상 차도에 내려 환영인파에 답하지 않았으나 푸틴은 평양시 연못동입구에 내려 환호하는 인파에 답례했다. 김일성(金日成) 주석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궁전에 김 대통령과는 달리 푸틴은 참배했다. 황성기기자 marry01@. *방북 이모저모. 북한은 러시아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19일 평양 땅을 밟은 블라디미르푸틴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했다. [푸틴의 발걸음] 베이징(北京)을 떠나 이날 오후 3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공항에서 러시아 국가와 북한 국가가 연주된 뒤 두 정상은 21발의 예포가 울리는 가운데 인민군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푸틴은 백화원 영빈관에 가기 앞서 김일성(金日成) 주석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궁전에 들러 참배했다.이어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김위원장과 단독회담,이고르 이바노프 외무·이고르 세르게예프 국방·블라디미르 필리포프교육장관 등이 참석한 확대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졌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공식만찬을 함께 했다.푸틴 대통령은 20일 아침 일찍 소련군 조선해방기념비에 헌화한 뒤 오전 10시 평양을 떠난다. [북한 및 러시아 언론반응] 북한 언론은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중요한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저녁 8시 정규보도시간에 김위원장이 순안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을 영접한 소식과 푸틴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등을 화면과 함께 25분간 소개했다.러시아 관영 ORT-TV는 푸틴 대통령 방북은 김위원장의 개인적인 초청에 따라 이뤄진 최초의 외국수반의 방문이란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갖는다고 보도했다. 황성기기자
  • [대한시론] 벤처기업이 잘 돼야 한다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 대중경제론에 바탕을 둔 중소·벤처기업 육성책은 IMF 처방전이 가미되어 우리나라의 벤처기업 전성시대를 가져왔다.요즈음 각종 행사나 기념식에 참석해 보면 30대 젊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연단의 상석에앉아 나이 지긋한 정부관리나,머리가 허연 대기업 회장님들과 악수를 나누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벤처기업 열기는 젊은이들의 돈벌이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 같다.지난 반세기 동안 대기업 주도의 산업구도 위에 정치·경제·사회질서가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그 구도를 탈피하는 데 벤처기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누구든지 독창력을 가지면 장사밑천을 쉽게 구해 장사를 시작할 수 있고,돈을 벌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은 좋은 세상임에 틀림없다.개성과 창의력이 인정받는 세상을 지금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의 건전한 성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그런데,그렇게 중요한 벤처기업들이 모험을 헤치고 성공하려면 여러가지 요건들을 필요로 한다.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들이 인력,기술,자금,지원환경,시장진입 능력 등이다.대기업체의 직원으로 조직질서에 맞추어 승진의 사다리를 열심히 오르던 과장님이나,정부출연 연구소에서 정부 관리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연구할 시간이 모자란다고 푸념하던 박사님,수능시험을 위해 젊음을바친 후 대학원에 들어와 박사학위 공부에 열을 쏟던 모범생들이 모험과 고난의 벤처창업 결단을 내리는 용기에 놀란다. 우리 연구원 출신 벤처사장은 현재 165명에 이르는데,이들중 최근 창업한 100여명의 사장은 주말도 없이 밤 12시가 넘어야 집에 가거나 아예 사무실에서 자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전문능력은 물론이요 독한 데가 있어야 벤처리스트가 되는 모양이다.그러한 사장 밑에 전문인력이 모여들면 벤처는 성공한다. 벤처기업의 형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 볼수 있다.새로운 영업 아이디어로 기존 상품시장을 공략하는 비즈니스 모델 벤처와,독창적인 기술상품을 가지고 시장에 진출하는 신기술 벤처로 나누어 볼 수 있다.영업 아이디어는 금방 경쟁자가 뒤따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남이 갖지 못한 독창적인 기술상품을 가진 신기술 벤처가 훨씬 유리하다.새로운 상품은 새로운 기술에서 나오는데 자기기술이 없으면,결국 기술료를 지불하고 남의 기술을 빌려와야 한다.따라서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장기간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기술 공급이 지속적이고 원활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벤처창업 붐은 정부의 벤처자금 지원책에 힘입은 면이 크기 때문에 신기술 공급을 받지 못하는 벤처기업들은 오랫동안 지탱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충분한 지원자금도 필요하지만,앞으로는 벤처기업의 성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신기술 공급체제를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자체 기술개발 투자에 부담이 큰 벤처기업들은 당연히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와 유기적이고도 균형된 협동체계를 설정하여 신기술 획득기회를 제공해주어야 벤처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다.독일의 산·학·연 협력체제는 이런 측면에서 우리가 배울만한 모델로 꼽힌다.벤처기업이 보육센터를 떠나면 국내외시장 진출에 성공해야 한다. 전문기술자 출신의 벤처사장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진출 능력이 미흡한 경우가 있다.장사는 시장에서 승부를 가리게 되므로,최근 미국과 중국에 설치한현지보육센터와 같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제도 강화와,국내외 시장정보의 획득분배 체제도 강화시켜나가야 할 부분이다. 鄭 善 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 [대한광장]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 남북공동선언서에 서명함으로써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근본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실천문제에 대한 세부사항을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동선언이 갖는 의미는 크다.이러한 중요한 선언이실천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문제를 착실히 점검해 볼 필요가있다. 우선 5개 항목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제2항의 통일방안에 대한논의로서 향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접근이필요하다. 남측은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우선적 전제로 합의점을 모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들의 논의의 진행과정은 자주,평화,통일로 상정해볼 수 있다.그러나공동선언이 작성되는 과정에서 평화정착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게 되자 이를 누락시키고 바로 통일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생각된다.남북통일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가 있을 수 없으나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이루어지지 않으면 혼란을 초래하기 쉽다. 첫째,남측에서는현재 김영삼 문민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공식적인 통일방안이다.왜냐하면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통일방안을 주창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이번에 남측의 연합제안은 ‘김대중 3단계 통일론’에 의거할 때,제1단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북측은 ‘낮은단계의 연방제’와의 공통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3단계 통일론’이라는 사견이 과연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통일론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따라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러한 논점이 해소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둘째,김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간의 평화공존과 불신해소를 당면과제로 내세워 왔다.그러나 남북정상회담에서 긴장완화와 평화정착 문제가 문서화되지않은 것은 이 문제들이 남북한간뿐만이 아니라 주변 주요국들과의 이해관계가 조율되어야 하는 복합적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지위규정을 포함하여 현재의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적한 문제점들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세워져야한다. 김 대통령과 수행원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북측을 설득하기 위해 전력을다했고,북측도 나름대로 남측을 설득하기 위해서 노력한 것을 알 수 있다.그렇지만,상호간에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과 상대방이 완전히 설득당했다는 것은 다르다. 정상들의 회담에서 실질적으로 상대방의 백기를 이끌어내는 완전 설득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차분한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이러한 과정에서 북측의 핵 및 미사일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하고,남측의 국가보안법 및 북한의 노동당 규약 개정이 함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들은 극히 민감하여 자칫 국론분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투명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정책입안과 정책결정 과정이 요구된다.요사이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수행원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쟁적 성과보고와이에 대한 언론보도에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남북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화연출에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있는 것으로 알려진것에 걸맞게 자신의 이미지 연출에도 놀라운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남측 수행원들은 마치 이에 현혹되기라도 한듯 한결같이 북측의 변신에 대한 칭송을아끼지 않고 있고 언론도 이에 못지 않다. 남북정상이 맞잡은 첫 악수의 감동은 한민족의 가슴깊이 뜨겁게 아로새겨져있다.이제 통일로 향한 첫걸음을 내디디면서 우리는 차분한 대응으로 역사적인 기회가 헛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安 仁 海 고대 국제대학원교수·국제정치학
  • 네티즌 70% “對北觀 긍정변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네티즌들의 대북관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사이트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허브사이트인 인티즌(www.intizen.com)이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1만752명 가운데 69.8%가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북한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네티즌들은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해결’(37.7%)을 꼽았다.이어 ‘통일 방안에 대한 공통성 인정’(17.7%),‘자주적 통일 가능성’(14.9%),‘경협 등 각 분야 교류 활성화’(14.7%) 등의순이었다. 응답자의 91.8%는 “향후 초·중·고교의 북한교육 내용이 북한의 실상을바로 알리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상회담이 통일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38.1%가 ‘크게 기여할 것’,52%가 ‘기여할 것’라고 밝혀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장면에 대해서는 ‘평양 순안공항 도착시 처음 악수하는 장면’(69.7%),‘공동선언문 서명 장면’(11.7%),‘순안공항 환송시 포옹장면’(8%) 등의 순으로 답했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보고 가장 강하게 받은 느낌은 ‘쾌활하다’(39.8%),‘카리스마가 있다’(28.9%),‘합리적이고 예의바르다’(20.8%)를 꼽아 대다수가 호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작위적’이라고 대답한 네티즌은 10.6%였다. 통일 시기와 관련해서는 ‘10년 이내’(43.0%),‘20년 이내’(29.0%)가 ‘5년 이내’(17.3%)보다 훨씬 많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창구기자 windo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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