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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불지핀 연정론… 黨·靑 갈등 커질수도

    30일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의원의 만찬에도 불구하고 대연정을 둘러싼 여권 내 이견은 봉합되지 않은 분위기다. 이날까지 이틀 동안 경남 통영에서 가진 열린우리당 워크숍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특히 이날 만찬은 노 대통령이 ‘2선 후퇴’‘임기 단축’등의 ‘폭탄 발언’을 또다시 쏟아내면서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길어져 무려 3시간10분 동안 진행됐다. 참석 의원들은 “대통령이 왜 한나라당과의 연정까지 생각하게 됐는지 배경을 착잡하게 설명하는 자리였다.”면서도 “당청간 갈등과 이견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기지역의 한 소장파 의원은 “이견이 봉합됐다고 할 수는 없고,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계기가 됐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다른 초선 의원은 “워크숍에서는 연정 논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였는데, 만찬을 계기로 의원들이 다시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지역의 한 의원은 “공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으며,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남 출신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연정론 제기로 지역주의 구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등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거둔 만큼 이제 선거법 협상과 개헌 논의로 들어가야 한다.”면서도 “연정론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당에서는 당초 임채정·김동철·송영길·장영달 의원을 발언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부산 출신의 조경태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임종인 의원과 함께 발언자로 추가됐다.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만찬에 앞서 일일이 악수하면서 의원들을 맞았다. 당 소속 의원 131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발언록.●임채정 의원 어떻게 나갈 것인가 고민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고 그곳에 지역구도가 있다. 다만 지역구도 해소에 대한 문제 의식은 공통으로 갖고 있지만 방법론이 다른 것 같다. 새로운 대통령 발상에 대한 당내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김동철 의원 분란과 논란보다는 갈등의 종결을 기대하는 것 같다. 국민들은 현명하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야당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현혹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현명한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최종적인 조정자 역할을 하시게 되셨으면 좋겠다.●송영길 의원 연정론과 관련해 지역주의 극복 헌신과 희생 역정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존경을 표한다. 그러나 굳이 연정론을 말할 필요 있겠는가. 영천 재보선에서 50% 가까운 지지를 얻지 않았나. 지역주의 문제는 영남만의 문제도 아니고 호남의 문제도 걸려 있다. 대통령의 노력을 이해하지만 현재 대로 노력하면 상당히 많은 진전과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장영달 의원 의원들은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하게 되면 우리의 정체성 상실되는 문제 해결에 고민하는 것 같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서 한나라당 연정한다면 호남의 문제는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 의식이다. 한나라당과 연정하면 지역구도 타파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는 듯.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면 이해하고 납득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임종인 의원 대통령 중심제에서 연정론은 일반적이지 못하다. 여소야대라고 하는데 지금은 민주개혁세력이 과반으로서, 여소야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호남의 지역주의와 영남의 지역주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한나라당과 정책 차이가 심각하다. 열린우리당은 인권 운동 등의 주체세력이고 한나라당은 반민족 세력의 후예들이다.●조경태 의원 발언자 선정에 문제제기를 한다. 연정 찬성론자 많은데 회의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만 발언시키는 것 아닌가. 이것 또한 또다른 지역주의다.박정현 박준석 이지운기자 jhpark@seoul.co.kr
  • [서울 대일외고 초·중생 영어캠프] 원어민 교사에 무료로 배워요

    [서울 대일외고 초·중생 영어캠프] 원어민 교사에 무료로 배워요

    외국어는 원어민교사한테 배워야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한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에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이 원어민에게 배울 기회를 갖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일부 외국어고등학교는 방학 동안 해당지역의 초등·중학생에게 원어민교사가 외국어를 무료로 가르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뜻이다. 그 현장을 찾았다. 지난 3일 서울 대일외고의 한 교실. 한 외국인 교사가 회화 수업을 하고 있었다. 데이브(54)는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이번주 토요일 파티에 올 수 있느냐”. 김현진(12·숭덕초 5학년)군은 작성한 답안을 보고 말했다.“난 이미 친구랑 콘서트에 가기로 약속했어.”데이브는 현진이에게 “천천히, 분명히, 크게 다시 말하라.”라고 권했다. 현진이는 다시 반복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자 데이브는 직접 입모양을 크게 보이며 발음을 했다. 현진이가 이를 보고 정확하게 따라했다. 데이브는 “잘했다. 고맙다.”고 칭찬했다. 옆 반 안토니(32)는 치과에 와 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수업을 하고 있었다.“당신이 치과의사라면 상한 이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이준경(14·고대부중 1학년)양은 “약을 처방해드리겠습니다.”, 이희주(12·석관초 5학년)양은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그만 드세요.”라고 답하자,“아주 좋은 대답입니다.”라고 극찬했다. 다음 차례인 박기태(12·정덕초 5학년)군이 “잠을 푹 주무세요.”라고 다소 엉뚱한 답을 하자 안토니는 학생들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자는 흉내를 냈다. 교실이 웃음바다로 변했다. 수업을 마치기 10분 전. 학생 15명이 영어로 ‘달 이름’을 차례대로 답했다. 만일 틀린 답을 말하면 일어나서 자기 순서가 다시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때 정확히 답해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September를 답하지 못 하고 머뭇거렸던 이형명(15·북악중 2학년)군이 일어섰다. 안토니는 큰 소리로 형명이가 틀린 단어 September를 발음했다. 모두들 따라했다. 현진이는 영어로 February를 답하지 못 해 일어났다. 두 학생은 다음 순서 때 자리에 앉기 위해서 친구들이 말하는 답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두 학생은 순서가 돌아왔을 때는 정확히 답했다. 친구들은 “오∼”하며 박수를 쳤다. 안토니는 악수를 권했다. 대일외고는 방학이 되면 원어민교사가 학교가 속한 성북구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무료로 가르치는 영어캠프를 운영한다. 외국어고등학교는 일반학교와 달리 원어민교사가 많다. 이런 특수성을 살려 원어민교사를 접하기 힘든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학생들은 암기식 위주로 진행되는 학교 수업과는 달리 원어민교사는 회화 위주로 재미있게 가르치고 특히 발음을 정확히 교정시켜줘 효과가 있다고 했다. 현진이는 “원어민교사한테 회화를 배우니까 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명이는 “적은 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원어민교사가 일일이 발음을 정확히 잡아주는 것은 학교수업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전우연(14·북악중 1학년)양은 “평소 외국인을 보면 피했는데 원어민교사를 접하면서 외국인이 낯설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평소 원어민교사를 접하지 못 하는 자녀가 살아 있는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간이 짧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박진숙(42·여)씨는 “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서 발음이 잘못됐다며 큰 소리로 복습한다.”고 좋아했다. 임혜경(50·여)씨는 “요즘 원어민교사한테 배우는 학생이 많지만 우리는 자녀가 셋이어서 원어민교사한테 배우기엔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면서 “기간이 짧아 효과가 기대만큼 못 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식(43)씨는 “언어는 원어민한테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아들이 뒤처지는 것 같아 내심 불안했다.”면서 “부담을 줄이려고 원어민 아르바이트생도 알아봤지만 효과를 확신할 수 없어 고민하던 중에 소식을 듣고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호응 속에 원어민교사가 방학 동안 영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기범근(43)씨는 “사설학원이 아닌 명문고의 프로그램인 만큼 학부모들이 믿을 수 있다.”면서 “다른 학교에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응연 성북구청 으뜸교육도시 추진단장은 “모집 경쟁률이 10대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좋았고 최근에도 중간에 들어갈 수 없느냐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면서 “내년부터는 관내 고려대와 성신여대, 한성대에서도 초등·중학생을 대상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가 지역주민에게 교육 서비스를 주는 것은 정보화사회에서 경쟁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준다.”면서 “지역사회 교육에 학교가 기여한 정도도 선진국처럼 학교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교가 지역에 도움을 주면 학교에 공헌하는 지역인사도 생기게 마련이므로 윈윈(win-win)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대일외고 오동석 교사 “지역주민을 위해 교육서비스를 베푸는 좋은 학교가 되고자 합니다.” 오동석(46) 대일외고 교사는 “원어민교사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의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3년전부터 무료로 영어캠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 좋은 학교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됐습니다. 성북구청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정해 지난해 겨울방학부터 방학마다 지원금을 400만원을 받고 있습니다.”이 지원금은 전액 시간당 4만원인 강사비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모집과 관련해 “수업을 시작하기 한 달전쯤 학교와 구청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관내 여러 지역에 공고물을 붙여 홍보한 뒤 3주 가량 모집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번 정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신청하기 때문에 컴퓨터 추첨을 통해 선발한다.”고 덧붙였다. 반 편성과 관련해서는 “추첨을 통해 선발한 만큼 학년과 수준이 다양하다.”면서 “교육효과를 내기 위해 수준별 학습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작할 때 간단한 시험을 본 뒤 상·중·하로 5개반으로 나눠 2주 동안 수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모두 대일외고 영어교사가 수업을 맡는데 초급반만 한국인 영어교사가 담당하고 나머지는 전부 원어민교사가 가르친다고 소개했다. 기간이 짧은 이유에 대해서는 “원어민교사들의 개인 계획과 인건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인천외고 외국어체험교실 인천외고는 원어민강사가 인천과 부천시의 중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마다 영어와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등을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필수인 영어 외에도 제2외국어를 택하게 된다. 제2외국어를 택하기 전에 미리 경험해보고 본인에게 맞는 과목을 택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2003년 여름방학부터 운영되고 있는 외국어 체험교실은 하루에 4시간씩 5일 동안 진행된다. 7월 초에 학교 홈페이지에 공고문을 올리고 각 중학교에 공문을 보내 모집한다. 너무 많은 인원이 지원할 수 있으므로 한 학교당 인원을 5명 이하로 제한했다. 선발은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지만 주로 1학기 영어 중간고사 성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 반에 20명씩 모두 5개 반으로 운영되는 게 기준이다. 하지만 보통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인원이 각 중학교로부터 전달되고 각 학교에서 선발된 인원을 따로 시험을 통해 걸러내지 않기 때문에 보통 25명이 한 반에서 수업을 듣게 된다. 외부 초빙없이 모두 인천외고 원어민교사가 담당하는데 영어 2명, 중국어 1명, 일본어 1명, 프랑스어 1명 등 모두 7명이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北대표단 청와대방문

    北대표단 청와대방문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 중인 북측 대표단을 접견하고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방문에 대해 “아주, 참으로 좋은 일”이라면서 “앞으로 더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길 수 있는 밑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기남 북측 대표단장은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께서 노무현 대통령 각하께 보내신 인사를 전해드립니다.”라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번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가셨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정말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고 또 그 이후로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계속 발전해 나가도록 해주신 데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우리나라 형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지금 형편은 좋다.”면서 “특히 올해는 농업문제에 전 인민이 달라붙어서 힘쓰고 있다. 작황도 금년에는 좋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기회에 남에서 식량과 함께 비료를 보내주신 데 대해 감사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30분 동안 접견에 이어 오찬을 함께 하면서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최근 각 분야에서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신뢰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남과 북이 상호신뢰와 존중을 토대로 약속한 것은 반드시 행동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일 위원장이 약속했던 서울 답방을 촉구하는 언급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공동선언이 발전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언급”이라고 설명하고 “접견 등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메시지 전달은 없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접견실 문앞까지 나와 북측대표단 일행과 차례로 악수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접견에는 북측에서 김 단장과 임동욱 조평통 부위원장, 아태위 최승철 부위원장, 아태위 이현 참사가 참석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경영혁신 2기’ 닻올린 국민체육진흥공단 박재호 이사장

    ‘경영혁신 2기’ 닻올린 국민체육진흥공단 박재호 이사장

    악수를 청하는 두툼한 손과 경상도 억양이 섞인 걸죽한 목소리, 그리고 적당히 살집이 오른 체격으로만 보면 그는 틀림없이 씨름 혹은 역도선수다. 그러나 코흘리개 초등학교 때 2년 남짓 배운 유도가 스포츠와 맺은 유일한 인연. 물론 핸디캡 15 정도의 골프 구력도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얼마 안되는 인연으로 체육계를 이어보려는 노력을 구태여 하지 않는다.‘체육 재정’의 책임자에게 필요한 건 풍부한 체육 경험보다는 경영자로의 자질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제 8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박재호(46) 이사장은 “누군가 공기업의 경영을 어떻게 하냐고 물었을 때 국민체육진흥공단처럼 하면 된다는 대답이 나올 수 있게끔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03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시작해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을 거치며 쌓은 인사·재무 분야의 노하우를 공단 경영에 접목시키겠다는 그는 이종인 전 이사장의 바통을 이어 ‘공단 경영 혁신 2기’의 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다. 그가 이사장에 선임되자마자 노조 차원의 환영 성명이 유례없이 나온 것도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증거다. ●투명한 공단으로 만든다 지난해 9월 감사로 취임한 이후 그는 공단이 매년 1500억원 이상의 돈을 각 스포츠 단체와 행사에 지출하면서도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왜곡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왔다. 그래서 그는 씀씀이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포츠계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의 조언과 노하우를 받아들여 경정과 경륜, 스포츠토토 등 수익사업으로 번 돈을 사회에 고루 분배한다는 계획이다. ●공단도 젊어지자 박 이사장은 젊은 계층을 타깃으로 삼을 생각이다.‘사행성’이라고 불편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기존의 사업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 ‘e-sports’ 등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인사가 전문 분야인 그는 “청와대 시절 BSC(균형 평가시스템)와 인사 전산망 작업을 지휘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 연말까지 인사를 비롯한 혁신 준비를 완료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제 1의 목표.“인맥·지연·학연 등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로서 경륜을 쌓은 그의 지론이다. ●난지도골프장, 서울시와 공단의 상생의 틀 박 이사장은 이미 오랫동안 문제가 불거진 난지도골프장 문제에 대해선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하긴 했지만 더 이상 서울시와의 대립과 반목이 계속될 경우 양자 모두 국민들 앞에 패자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일단 골프장을 먼저 개장해 국민과 서울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서 벗어난 뒤 공통분모를 찾아가기로 의견 접근을 이루고 있다.”면서 “놀고 있는 난지도골프장의 한달 1억 5000만원 적자를 생각해서라도 언제든 내놓을 수 있는 협상카드를 준비, 서울시와의 원만한 타협점을 찾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안어벙’으로 유명한 개그맨 안상태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안어벙’으로 유명한 개그맨 안상태

    “아무나 박수 칠 때 떠나나.” 20대의 한 젊은이가 있다. 원래는 대학을 진학해 여름방학때 시골집 대청마루에 드러누워 수박을 실컷 먹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다. 또 회사 다니다가 아이 낳고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업보일까. 일찍부터 노숙자같은 생활, 단칸 월셋방과 고시원 전전, 시골카페 DJ생활 등 춥고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깨달았다. 슬픔으로 가득찬 이 세상을 통째로 웃겨보자고. 친구들과 거리공연에 나섰다. 서울역, 지하철, 대학로, 거리식당 등 닥치는 대로 찾아가 “지금부터 여러분들을 웃겨드리겠습니다.”며 ‘철판 깔고’ 사람들 앞에 섰다. 고진감래(苦盡甘來), 드디어 공중파 방송에 뜨면서 박수갈채를 받기 시작했다. 꿈에서나 생각했던, 그건 분명 인기와 사랑의 보증수표였다. 하지만 돌연 방송중단을 선언, 미련과 욕심을 아낌없이 버렸다.“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을 남기고. 인기 개그맨 안어벙(28·본명 안상태).2004년 혜성처럼 나타나 ‘빠∼져 봅시다.’‘마데 홈쇼핑’ 등의 유행어를 뿌려대며 유명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절정을 달렸다.‘잘 나가던’ 그는 지난 6월26일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매몰차게 방송계를 떠났다. 특히 젊은층은 물론 40∼50대의 장년층 팬들도 많았기에 아쉬움도 컸다. 지난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탑아트홀.‘안어벙의 깜짝 콘서트’(7월7일∼9월26일)가 열리고 있었다. 출연진은 ‘안상태와 실미도 개그군단’, 모두 15명. 무명시절 고생했던 개그팀 ‘오장육부’의 김대범 황현희도 함께 출연했다.200석 규모의 소극장은 꽉 찼다. 공연이 시작되자 안어벙은 ‘마데홈쇼핑’을 비롯, 랩과 춤 그리고 즉흥 퍼포먼스를 섞어가며 관객을 압도했다. 이튿날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안어벙을 만났다. 어벙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아주 진지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한 청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먼저 방송계를 떠난 이유를 물었다.“좀더 멋진 모습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로 팬들과 만나기 위해서”라고 운을 뗐다. 이어 “여태것 물흐르듯 살아왔다. 가는 길을 열심히 갈 뿐이다.(방송에)있어도 문제, 나가도 문제라는 생각도 했다. 우선 연기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연 중인 대학로 개그콘서트에 대해 “하루에 2∼3시간 자면서 두달간 연습했다. 팀원들과 마찰도 많았고, 주위의 걱정도 있었지만 후회없이 행복하게 무대에 올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돈벌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수입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살면서 늘 감사하고 또 (자신의)이름을 걸고 공연을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아울러 항상 호응해주는 관객이 있기에 행복하고 또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여자 친구가 있느냐고 하자 잠시 망설이더니 “무명시절, 길거리 공연때에는 눈물도 설움도 참 많았다.”면서 그때 여자친구한테 많이 차이기도 했다며 쓴 웃음을 짓는다. “얼마전 대학로 공연장에 당시 만났던 여자 친구가 찾아왔더군요. 맨앞좌석에 앉아 제 공연을 다 보고나서 만나달라며 안가고 기다리더군요. 할 수 없이 잠시 갔더니 악수를 청하며 ‘이젠 미워하지 않을 거지.’라고 하더군요. 당시엔 뒤도 안돌아 보더니…” 안어벙의 눈물겨운 개그는 2002년 늦가을 서울 응암동 달동네에서 30만원짜리 월셋방에 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동료 3명과 합숙하며 더욱 뻔뻔해지기 위해 ‘오장육부’라는 이름으로 길거리 공연에 나섰다. 서울역 앞부터 대학로까지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았다. 백화점, 경찰서, 지하철 안 등 닥치는 대로 개그 퍼포먼스를 벌였다. 노숙자들과도 자주 접했다. 이때 안어벙은 중요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노숙자의 시선에 얻어진, 초점을 잃은 듯한 바보같은 느낌, 덜 미친사람 등을 떠올렸다. 영구나 맹구는 확실한 바보지만 중간형태, 즉 “어벙하게 가자.”고 정했다. 이무렵 안어벙은 개그맨 모집을 보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밀었으나 ‘엿장사 주제에’라는 말과 함께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열심히 머리를 짜내 만들었던 개그 아이템이 아무런 동의도 없이 모방송국 개그프로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배신감을 느꼈다.2003년 2월 대학로의 한 고시원으로 방을 옮겨 심기일전을 다졌다. 오장육부팀은 “개그맨이 안되면 함께 죽자.”며 손가락으로 혈서까지 썼다. 대학로의 소극장을 전전했다. 라면으로 점심을 떼우고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미친 듯이 공연을 했다. 주위에서는 안어벙을 가리켜 ‘인간 영사기’라고 했다. 이때 받은 한달 개런티는 30만원. 고시원 월세 25만원을 내고 남은 5만원으로 겨우 입에 풀칠을 했다. 나중에 월급이 50만원으로 오르자 안어벙은 그날로 은행으로 달려가 매달 10만원씩 붓는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나중에는 주택부금 통장으로 전환했다. 그러던 2004년 4월 오장육부팀은 KBS 개그맨 공채 19기에 응시, 당당히 합격했다. 이날 너무 감격스러워 모처럼 점심밥을 배가 터지도록 실컷 먹고는 다들 남산에 올라갔다.“우리를 배반한 자들은 절대 잘 될 수 없다. 하지만 다 잊자, 앞으로 긍정적으로 살아가자.”고 굳은 결의를 했다. 이날 안어벙의 고향인 충남 아산시 인주면 밀두리 마을입구에는 ‘축 합격, 개그맨 안상태 탄생’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내걸렸다. 그해 안어벙이 KBS개그맨 신인상과 개그코너상을 연이어 수상했을 때에도 그랬다. 안어벙은 평범한 농촌의 종가에서 1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 때 아버지는 동네에서 직원 5명 정도의 조그만한 방직공장을 운영했다. 어머니도 여기에 하루종일 매달렸다. 때문에 안어벙은 할머니한테 귀여움을 받으며 자랐다.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독서실 등에서 혼자 자취하며 다녔다. 대학은 취직이 잘된다는 전자공학과를 택했다. 이때만 해도 개그맨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성격도 너무 소심하고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았고 부끄러움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인생을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성격을 바꿔보자.”는 고민에 빠졌다. 대학 1학년때 하루는 학과대표와 얘기하던 중 문득 “상태야, 내일 MT가는데 진행을 맡아볼래”라고 제의했다. 안어벙은 아무생각없이 “그래”라고 대답했다. 막상 그러고나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서 “철판을 깔아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또라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온갖 표정연습을 했다. 이튿날 MT진행은 무난했다. 끝나고 나서 과대표의 “수고했다.”는 말에 기분이 너무 좋아 용기를 내 유머책 등을 뒤지기 시작했다. 대학 2학년때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그는 휴식시간마다 자청해서 앞에 나와 훈련병들을 웃기기 시작했다. 이때 얻은 별명이 ‘느끼가이’.32사단 배치를 받은 뒤에는 보초를 설 때마다 혼자 중얼거리며 음악DJ 연습을 했다. 군생활을 회고하면서 하마터면 대형사고를 칠 뻔했다고 고백했다. 상급자한테 워낙 매를 많이 맞아 몇번이고 죽이려고 했지만 실행직전 꾹꾹 참았다는 것. 이때마다 돌아서서 노래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를 혼자 부르며 마음을 달랬다. 제대하던 날 천안역에 내리자 비가 쏟아졌다. 비를 쫄딱 맞으며 이벤트 카페를 찾아다녔다.DJ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4개월여 동안 카페 DJ를 하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와 길거리 공연 등에 나서면서 개그맨의 길을 걷게 됐다. “개그란 진지하고 페이소스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한 계층만이 아닌 어린이에서부터 어른까지 다 공감을 얻어야 하지요. 어릴 때 할아버지의 모습, 살아오면서 많은 고생을 했던 경험이 저에겐 소중한 자산이지요.” 안어벙은 그림과 시(詩)에도 많은 끼가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영화 ‘야수와 미녀’에도 출연했듯이 아마 그쪽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한결같은 사람, 살아가면서 인간적인 사람, 뒷모습이 멋진 사람이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한테 용돈을 드리냐고 하자 머리를 끄덕이며 “얼마전에는 건강검진을 시켜드렸다.”며 웃었다. ■ 그가 걸어온 길 ▲1978년 충남 아산 출생 ▲96년 신림고등학교 졸업 ▲97년 단국대 전자공학과 입학 ▲98년 육군 입대,2001년 만기 제대 ▲2001∼03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지하철 등 거리공연 ▲03년 단국대 졸업 ▲03∼04년 3월 대학로 공연 ▲04년 4월 KBS개그맨 공채 19기 ▲04년 KBS 개그콘서트 ‘A-YO’‘춤추는 대수사선’‘X-FAIL’ ‘깜빡홈쇼핑’ ‘TV는 사랑을 싣고’‘해피선데이’‘비타민’‘해피투게더’ ‘스펀지’‘폭소클럽-록키루키’ 등 오락프로 다수 출연, 영화 ‘안녕, 형아’ 카메오 출연 ▲04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신인상, 최우수 개그 코너상 수상 ▲05년 영화 ‘야수와 미녀’ ‘작업의 정석’ 출연 ▲05년 6월 ‘KBS 개그콘서트-깜빡 홈쇼핑’ 마지막 방송출연 ▲05년 7월 대학로 탑아트홀 ‘안어벙의 깜짝 콘서트’ 공연 km@seoul.co.kr
  • “족구에도 자비 베푸시다니” “신부님들께서 잘 하셨지요”

    스님과 신부님들이 족구 실력을 겨뤘다. 경기는 신부님들이 이겼지만 양팀 모두 승패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6일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둔치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오대산 월정사 주최 ‘제2회 오대산 월정사 주지배 평창군 족구대회’에서 월정사 스님들과 천주교 춘천교구 소속 신부님들이 시범 경기를 치렀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4명이 한팀을 이뤄 3세트 경기로 자웅을 겨룬 족구경기는 종교간의 벽을 넘는 친교의 장이 됐다. 스님들은 승복을, 신부님들은 사제복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와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여 응원나온 양쪽 신도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번도 연습하지 않았다는 신부님들이 1세트를 이겨 이변을 일으켰다. 이어 딱 한번 연습했다는 스님들이 자세를 바로잡아 2세트를 이겼고 마지막 3세트는 접전끝에 16대 14로 신부님들이 승리했다. 선수로 출전한 천주교 춘천교구 교육국장인 오세민 신부는 “갑자기 시합이 준비돼 연습하지 못했지만 매우 유쾌하고 즐거웠다. 스님들이 자비를 베풀어 사정을 봐 준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하지만 경기결과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경기 중에도 서로 재미있는 표정으로 웃음을 자아냈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서로 뜨거운 악수를 하고 시원한 얼음 물을 건네 주며 즐거운 시합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 후 스님과 신부님들이 같은 팀이 돼서 평창지역 유지들과 친선 게임을 갖기도 했다. 월정사 재무국장인 법상 스님도 “신부님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너무 더웠지만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으며 아주 오래까지 기억에 남을 시합”이라고 말했다. 이번 월정사 주지배 족구대회에는 평창지역 30개 족구팀이 나와 이웃의 정을 나누는 화합의 장이 됐다.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히로시마 원폭투하 60주년] 日 피폭생존자들의 증언

    [히로시마 원폭투하 60주년] 日 피폭생존자들의 증언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지옥과 같은 경험을 알리고 싶습니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가리기 위해 목이 긴 정장을 입은 가야시게 준코(66)는 히바쿠샤(원자폭탄 생존자)다.1945년 8월6일 오전 8시15분 비행기가 떴고, 굉장한 폭발이 있었다.6일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지 꼭 60년이 되는 날이다.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같은 방에 있던 언니는 폭발 때문에 집 안쪽으로 날아갔고, 곳곳에 시체 무덤이 쌓여 있었다. 히바쿠샤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도 같은 일본인들로부터 심한 차별을 받았다. 가까운 친척이나 심지어 배우자에게도 원폭 피해자란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가야시게는 다른 히바쿠샤처럼 침묵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원폭 경험을 알리는 강연을 다니고, 박물관에서 평화 자원봉사자로 일한다.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전쟁이 사라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제 경험을 들려주는 것입니다.” 차별을 두려워한 히바쿠샤들의 침묵 때문에 아직 세상 사람들이 원자 폭탄의 참상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게 가야시게의 생각이다. 히바쿠샤들의 평균 나이도 72살로 암 발병률은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전망이다. 미토야 도루(89)는 세 명의 자식 가운데 두 명이 뇌암에 걸려 한 명이 사망했다. 미토야 본인도 위암 수술을 받았다.27만여명으로 추산되는 히바쿠샤들은 미토야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히로시마 대학의 가미야 겐시교수는 “암에 걸리는 원폭 피해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 2020년쯤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방송을 통해 밝혔다. 전쟁 이후 미국은 폭탄 피해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동시에 과학자들은 인체가 방사능에 노출됐을 때의 결과를 연구, 전세계 핵관련 종사자들에게 안전한 피폭 지침을 제시했다. 매년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는 일본 총리가 기념연설을 한 뒤 히바쿠샤 대표와 악수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히바쿠샤들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전통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사라졌다. 히로시마 평화 박물관의 방문자 숫자도 매년 줄고 있다. 가야시게는 “이라크에서 폭탄을 맞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모든 무기 사용이 중단될 때까지 나의 경험을 알려야 한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14) 혼다 미래체험관을 가다

    [일본을 다시본다] (14) 혼다 미래체험관을 가다

    |모테기 특별취재팀|일본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우쓰노미야역에서 내렸다. 다시 택시를 타고 모테기라는 곳을 향해 40여분쯤 달리자 혼다자동차가 자랑하는 팬펀랩(Fan Fun Lab)이 나왔다. 말그대로 ‘재미난 체험관’이다. 마침 유명스타 아시모의 공연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 몸집의 아시모가 걸어나왔다.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오자 아시모는 손을 흔들어 앙증맞게 답례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스텝’까지 밟아가며 춤을 추는가 하면,뒷걸음질치며 장난을 쳤다. 아시모가 열손가락을 굽혔다 펴 보일 때는 ‘와’하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아시모의 명성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시모는 혼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2족 보행 인간형로봇(휴머노이드)이다. 이곳 팬펀랩에서는 하루 두차례(오후 1시·3시, 토요일에는 3회) 아시모 공연이 펼쳐진다.무료다.1500엔(약 1만 5000원)을 내면 아시모를 직접 조작해볼 수도 있다. 공연장 옆에는 전자레인지를연상시키는 ‘못생긴’ 아시모가 차츰 두 팔과 손가락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귀여운’ 모습이 되기까지의 변천과정이 실물모델과 함께친절하게 설명돼 있었다. 담당 직원 스기야마 애미(25)는 “매년 30만명이 이 곳을 찾는다.”면서 “특히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좋아 아시모가 퇴장할 때 우는 아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팬펀랩에는 혼다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인하이브리드차도 전시돼 있었다. 하이브리드차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발전돼 왔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어린이를위한 주행시험장과 공작실도 있었다. 순간, 일본의 힘이 느껴졌다. 로봇과 미래형 자동차 산업 등에서 이미 앞서가고 있는일본이지만, 어린이들에게 첨단산업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해줌으로써 미래의 핵심인재를 키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팬펀랩을포함한 혼다의 모테기 연구소(일명 트윈 링)는 우리나라 상암경기장의 90배(640㏊) 크기다. 일본에는 아시모 외에도스타급 휴머노이드가 많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봇도 일본에 있다. 전자업체 히타치가 올해 선보인 ‘에뮤’가 주인공이다. 시속6㎞로 달린다. 아시모(시속 3㎞)보다 배는 빠르다. 물론 하체에 바퀴를 달았기 때문에 공정한 경주라고는 볼 수 없다. 이같은기동성과 간단한 음성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지능을 무기로 5∼6년안에 사무실이나 작업장에 ‘사환’으로 취직한다는 게 에뮤의목표다. 키는 130㎝, 체중은 70㎏이다. 소니의 ‘큐리오’도 유명하다. 체구(신장 60㎝)가 작아 인간에게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대신, 소니의 장점인 최첨단 미세 부품을 장착, 여러가지 율동을 선보임으로써 즐거움을 준다.아시모가 친구, 에뮤가 심부름꾼이라면 큐리오는 엔터테이너인 셈. 얼마전 미국 워싱턴 RFK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경기에서멋지게 ‘시구’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요타자동차도 5년 후를 목표로 가정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혼다에서 8년째 아시모 개발을 맡고 있는 와코연구소의 시게미 사토시 책임연구원은 “전문 기술자들 사이에서는 바퀴가 달린 에뮤는휴머노이드로 인정하지 않는 기류가 있지만 바퀴든 다리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느냐가 휴머노이드의 기준”이라면서 “아직 휴머노이드분야가 산업으로 불릴 만큼 자리잡지는 않았지만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혼다는 도쿄에서 두시간 떨어진 와코에별도의 기술연구소를 설립, 아시모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시게미 연구원은 “(아시모에 대한)사람들의 기대치가 워낙 높아 그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일본 로봇산업의 시장규모는 연간5000억엔(5조원) 규모다.2010년에는 1조 8000억엔,2025년에는 6조 2000억엔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일본경제산업성은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체 로봇산업의 1∼2%에 불과한 가정용 로봇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문부과학성이 올 초 설문조사한 ‘10년 뒤 일본 모습’에 따르면 한 집에 한 대꼴로 가사 로봇이 보급될 것이라는 응답이압도적으로 많았다. hyun@seoul.co.kr ■ 日 기술력의 결정체 ‘아시모’ |특별취재팀|아시모는 혼다자동차에서 가장 유명한 직원이자 몸값이 가장 비싼 사원이다. 태어난 해는 2000년 12월. 혼다의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25주년인 2002년 2월14일에는 거래소 개장을 알리는 종을 울리기도 했다. ‘일본 기술력의 결정체’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무대에 데뷔한 아시모는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체코 방문에 동행,국빈 만찬장에서 체코 총리에게 악수를 청해 일약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덴마크 마가렛 2세 여왕,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국왕 등도 직접 만났다. 지난 5월에는 서울모터쇼에도 왔었다. 올챙이송에 따라 춤을 춰 큰 인기를 끌었다. 아시모란 이름은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의 머릿글자에서 따왔다. 혼다가 아시모 개발에 뛰어든 것은 1986년. 뒤늦게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혼다는 ‘오토바이나 만들던 회사가’라는 선입견을 단숨에불식시킬 기술력의 입증이 절실했다. 자동차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아시모가 혼다에서 태어난 배경이다.2000년 말까지 14년 동안혼다는 아시모 개발에 무려 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이제 아시모는 자신의 전담 연구소와 연구원도 따로 두고 있다. 키130㎝, 몸무게 54㎏. 초등학생 몸집이다. 늘 메고 다니는 책가방 속에는 각종 제어장치가 들어있다. 연속동작이 가능한 시간은1시간. 알아서 장애물을 피해가고, 물건을 집기도 하며, 문도 여닫는다. 간단한 인사말과 질의응답도 가능하다. 다만, 어린이들이검은색 눈 모양을 무서워 해 눈동자 색깔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yun@seoul.co.kr ■ “하이브리드 車 점유율 10년내 30%넘어설것” |특별취재팀|“연료전지차 상용화는 먼 훗날의 얘기다. 앞으로 한동안은 하이브리드차가 미래형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일본 도치기현에 위치한 혼다 R&D(연구개발) 센터의 나카하라 에이노스케(50) 책임연구원은 하이브리드차의 수명을 꽤 길게 내다봤다. 하이브리드차는 휘발유와 전기 두가지 동력을 함께 쓰는 차로, 기존 휘발유차보다 배출가스가 적으면서 연비는 훨씬 높다. 연구개발이 진행중인 연료전지차(일명 수소차)와 달리 이미 상용화된 상태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 차량은 8만 3153대. 전년보다 갑절(81%) 가까이 불었다. 이 중 도요타가 65%,혼다가 31%로 일본 업체가 사실상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물론 전체 자동차 판매량과 비교하면 아직은 점유율(0.5%)이미미하다. 하지만 2015년에는 30∼35%로 급팽창하리란 게 조사기관들의 대체적 견해다. 일본은 이 엄청난황금시장을 놓고 자국업체들끼리 경쟁하는 행복한 상황을 맞고 있다.1999년 ‘인사이트’로 도요타보다 한발 늦게 하이브리드차경쟁에 뛰어든 혼다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는 고속도로에서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다.”면서 “그 점을 부각시켜 시장을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비면에서 혼다의 하이브리드차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지난해 내놓은‘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고속도로 연비를 23%나 개선시켰다. 속도를 높일 때는 센 힘이 필요하지만 일정속도에 도달한 후에는 그정도의 힘이 필요 없다는 점에 착안, 고속 주행시 엔진이 6기통에서 3기통으로 자동 전환하도록 장치를 개발한 것이 핵심비결이다.부품수도 줄여 차체를 최대한 가볍게 했다. 엔진에 붙어있던 12V짜리 작은 배터리를 없앤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나카하라는 “현재 인사이트·시빅·어코드 3개 차종인 하이브리드차를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하이브리드차는 기름값이적게 든다는 당장의 매력요인보다 지구 환경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u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진화’하는 신문의 ‘얼굴’/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신문의 1면이 ‘진화’하고 있다.1면은 으레 그 날의 ‘가장 중요한 기사’가 차지해왔다. 그러다 보니 기사가치를 결정하는 판단기준이 다를 경우를 제외하면, 신문사마다 비슷한 제목과 내용의 기사가 배치됐다. 제호를 가리면 어떤 신문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던 것이 이제까지 신문의 1면이었다. 그러한 신문이 요즘 들어 1면에 자기만의 색깔을 넣기 시작했다. 정말 중요한 사건이 아니면 신문사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기획기사를 전면 배치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신문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방증이다. 다매체시대에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짐에 따라 신문은 위기에 처해있다. 보도에 있어 아직까지 제한된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방송과 달리 여러 개의 일간지와 특수지, 무가지와 경쟁해야 하는 신문의 경우는 독자의 선택권이 훨씬 더 넓다. 위기에 처한 신문이 독자의 선택을 받아야 할 필요성은 더욱 절박해진 것이다. 따라서 좀더 튀는 1면을 만들기 위한 신문사의 노력은, 어떻게 하면 독자의 눈을 사로잡아 판매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또 다른 배경은 독자들이 신문에 기대하는 역할의 변화다. 이제까지 ‘신문(新聞)’은 말 그대로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매체였다. 하지만 이제 독자는 신문의 속보성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신문의 역설이다. 대신 독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보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심층적인 정보를 신문에 요구한다. 예전에는 신문의 1면을 보고 그날의 주요 사건 사고를 알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을 더욱 정확하고 깊이 있게 알고자 신문을 찾는다. 따라서 타매체에서 다룰 수 없는 기획기사와 사건의 추이를 상세히 다루는 심층성만이 신문이 차별적인 매체로 거듭날 수 있는 유일한 활로다. 때문에 최근 1면의 변화는 자기만의 고유한 색깔로 타매체, 타신문과 차별하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서울신문의 얼굴은 확실히 진화중에 있다. 우선 다른 신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1면의 독특한 편집이 눈에 띈다. 날씨부터 오늘의 한자, 장바구니 물가, 기사 목차까지 담겨있는 1면의 우측 인덱스는 독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기사에 있어서도 김성수 기자의 마라톤 도전기(7월6일자 1면)와 한서대와 공동 기획한 ‘100년 뒤 한국인 미소남녀’(7월18일자 1면), 에너지관리공단과 함께 기획한 에너지 ‘끄자, 뽑자, 걷자’ 등은 색다른 기획과 기사로 독자의 눈길을 끌었다. 또 지금까지 굳어져 있던 ‘1면감’의 기준을 확실히 바꿔놓았던 기사도 있다.‘의사당 앞서 4년째 1인 반전시위 런던 명물 새달 퇴장할까’(7월14일자 1면)나 ‘대학중퇴 후 마이웨이 레스토랑 종업원 소믈리에 명장됐다’(7월30일자 1면)등은, 훈훈한 미담이나 인물을 다룬 기사도 1면에 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독자들이 서울신문에 요구하는 1면의 모습은 색다른 편집과 흥미 있는 기사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신문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다른 신문이 다루지 않은 새로운 사회 현상이나 기획기사를 계속해서 발굴해내지 않는다면, 이러한 노력은 독자의 이목만을 끄는 소재나 주제의 선정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다. 주가가 오르면 시황판 아래서 웃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배치하거나(7월12일 1면 사진), 정상회담 다음 날이면 악수하고 있는 각국 정상의 사진이 1면을 장식하는 이제까지의 관행 또한 탈피해야 할 것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1면의 변화 움직임이 단순한 ‘화장술’에 그치지 않으려면 서울신문만이 할 수 있는 기획기사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다. 편집의 혁신이 아닌 풍부하고 다양한 기획이 담겨져 있는 1면의 변화를 서울신문이 주도하기 바란다. 서울신문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바로 그때 생긴다. 염희진 성균관대신문 前편집장
  • 서기원 前서울신문사장 별세

    서기원 前서울신문사장 별세

    소설가이자 전 서울신문 사장을 지낸 서기원(75)씨가 30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숙환으로 타계했다. 1930년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복중학교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졸업은 하지 못했다.1956년 동화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딘 이후 서울신문 주일특파원,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으로 활동했다.73년부터 공직에 몸을 담아 경제기획원 대변인,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청와대 공보수석 비서관 등을 맡았다. 이어 서울신문 사장을 비롯,KBS 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한국신문협회장,‘문학의 해’조직위원장,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장 등 다양한 직책을 거치며 언론계와 문화계를 이끌어왔다. 소설가로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56년 ‘현대문학’에 단편 ‘암사지도’를 발표, 이듬해 소설가 황순원씨의 추천으로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데뷔작과 함께 ‘오늘과 내일’(60년) ‘잉태기’(60년) ‘이 성숙한 밤의 포옹’(61년) 등을 발표할 때까지는 전쟁의 이면에 숨어 있는 젊은이들의 방황과 가치관의 혼란, 세태와 풍속 등을 주로 그렸다. 1960년대 중반 이후 근대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정치ㆍ사회의 변화상과 사회적 비리 등을 강하게 풍자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 시기의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혁명’(64년) ‘조선백자 마리아상’(71년), 단편 연작 ‘마록열전’(71년) ‘왕조의 제단’(82년),‘광화문’(94년) ‘징비록’(96년) 등이 있다.91년 KBS 사장으로 재직시 평소 즐기는 취미인 낚시 이야기를 수필집으로 엮어 ‘물따라 고기따라’를 펴내기도 했다. 현대문학상(60년), 동인문학상(61년), 한국문학상(75년), 은관문화훈장(96년), 대한민국예술원상(2004년) 등을 받는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현직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언론계와 문단의 후배들이 줄줄이 고인을 방문, 술자리를 나눌 정도로 포용력과 인간미를 갖춘 이 시대의 지성인이었다. 유족으로는 성기원 여사와 3남1녀.3남 동철(현 사업기획부장)씨가 서울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고인의 뒤를 잇고 있다. 장남 동준씨는 미국 연방기상청 책임연구원으로, 차남 동한씨는 도시공영 이사로, 사위 조일영씨는 교원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02)2072-2016. 발인 2일 오전 7시. 장지는 충북 옥천 선영.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소설가 이호철의 추모사 서기원 형. 서기원 인(仁)형. 지금 이 시각 저는 지난 50년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노상 스스럼없이 익숙하게 불러왔던 이 호칭을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진정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 섞어 당신을 향해 부릅니다. 어찌 하루 사이에 별안간 형과 나 사이가 이승과 저승 사이로 이렇게도 멀어질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제 이 시각을 끝으로 그렇게 늘 익숙했던 그 호칭,‘기원 형, 기원 형’ 호칭을 이제부터 그 어디에서도 이전처럼 쓸 수가 없다는 이 크나큰 상실감을 대체 무엇으로 채울 수가 있단 말입니까. 몇년 전 황순원 선생과 신동문 형 등 50,60년대 그 어렵던 명동시대를 살았던 선배 동료들이 줄줄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만 이제 서기원 형,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나고 보니 저 같은 사람으로서는 제 몸뚱이의 어느 반쯤이 뎅겅 잘려나가는 듯 갑자기 싱숭해지지 않을 수 없고 새삼 우리 주위를 휘둘러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것은 1957년 폐허 속 명동의 돌체 다방이었지요. 시인 박시진의 소개로 형과 첫 대면했을 때, 첫 악수를 나눴을 때 형의 그 따뜻하고 기품 있었던 손아귀의 감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렇게도 선연하게 떠오르고 약여(躍如)하게 느껴집니다. 그때 형은 26세로 동화통신사에 몸담고 있었으며 저는 24세였습니다. 그 뒤로 거의 매일 저녁 술타령이었지요.4·19,5·16 같은 시대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도 우리 사이는 별 상흔 없이 이어졌습니다. 형은 언론계에 몸담으며 서울신문 주일특파원으로 혹은 서울신문 사장으로,KBS사장으로, 관계에까지 뻗으며 활동무대가 넓어져 갔고, 저도 저대로 소위 재야에 몸담고 있으면서 경찰서 유치장으로 혹은 구치소를 드나들기도 하였습니다. 웬일이었을까요? 우리는 그 전처럼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50년대에 처음 만났던 그 피차의 인연만은 깊이, 끈질기게 이어올 수가 있었지요. 우리 사이는 본원적으로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죠. 우리 사이에는 바로 문학이 있었던 것입니다. 서기원 형. 서기원 형. 바야흐로 형을 영겁의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면서 나는 지금 이 순간 저 1957년 명동의 널찍했던 그 지하다방에서 처음 형을 만났을 때의 그 드물게 예쁘고 균형잡혀 있던, 무척 품위있게 생겼던 그 당신의 손, 열 손가락과 그 손톱 끝까지 새삼 절절하게 떠올리고 있습니다. 아픔으로, 그리움으로 떠올리고 있습니다. 부디 좋은 세상으로 가시길 손모아 빌면서….
  • [개성공단을 가다] 한전 개성지사 개소 “전기를 ‘평화의 빛’으로”

    [개성공단을 가다] 한전 개성지사 개소 “전기를 ‘평화의 빛’으로”

    28일 아침 서울을 출발,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통일대교 앞에 섰다. 굵은 빗줄기가 임진강 표면을 두들기는 모습이 마음 한편에서 맴돌던 야릇한 긴장감을 스르르 녹여주었다. 남한측 출입국관리사무소(CIQ)에서 출국심사를 마친 뒤 한국전력 개성지사 개소식에 참석할 한준호 사장 등 남측 인사와 언론사 취재단을 태운 6대의 버스가 5분여 만에 북한측 CIQ에 다다랐다. 도로 한쪽에 ‘개성공단 입구’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한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개성공단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2007년부터 개성공단 본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올 연말부터 송전선로 건설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라면서 “내년 말까지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소식에는 남북측에서 250여명이 참석했다. ●개성공단,‘북한 속 코리아타운’ 서울에서 개성까지는 60㎞로, 차량으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새삼 무척 가깝다는 생각이 들자 설렘과 정겨운 마음이 교차했다. 북측 검색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비자와 출입증을 일일이 대조했다. 그러나 “안녕하세요.”라며 정답게 화답했다.CIQ의 출입통제선을 통과하자 이내 드넓은 벌판에 덩그러니 자리잡은 개성공단이 펼쳐졌다.15개 중소기업이 입주한 시범단지 옆에는 다음달부터 분양에 들어가는 본단지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또 다른 한쪽에선 기반다지기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새 생명이 태동하는 느낌을 받았다. 시범단지 주변에는 입주업체들을 지원하는 한국토지공사, 현대아산, 관리위원회 사무실과 우리은행, 훼미리마트의 간판도 눈에 들어왔다. 한전 개성지사 현판식까지 어우러져 ‘북한 속 코리아타운’을 연상케 했다. ●북한 근로자수 3600명으로 늘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와 가족까지 합하면 1만명 이상의 북한 사람들이 개성공단에서 얻는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 입주기업의 한 남한측 직원은 “북한 근로자와 함께 어울려 식사도 하고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누고 있어 분단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단 조성이 마무리되면 25만명의 북한 근로자에게 일자리가 주어져 개성은 북한 경제의 중심 축이 될 수 있다. 북한 근로자들도 남측 사람들처럼 개성공단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과 초코파이, 탄산음료 등을 꺼내들지만 남북간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했다. 시계제조업체 로만손 관계자는 “직원을 교육할 때 시청각 교재에는 별 관심이 없더니 교육 내용을 벽보로 써 붙이자 더 열심히 읽는 모습은 색다르다.”고 소개했다. 시범단지에 공장을 가동 중인 한 업체 관계자도 “북한 근로자 대표가 공장 경비원 수를 1명 대신 2명으로 할 것을 고집했다.”면서 “북한에서는 서로 감시하는 것이 일상화돼 모든 일을 2명 이상이 맡는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문화적 차이도 사랑 앞에서는 장애가 아니다.SJ테크 관계자는 “개성에 파견한 직원이 북한 여성근로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측 전력생산에 높은 관심 한전은 경기도 문산변전소에서 개성공단 시범단지까지 23㎞ 구간에 500여개의 전신주를 설치, 지난 3월부터 1만 5000㎾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입주하는 개성공단 1단계 본단지(100만평 규모)는 전력공급 규모가 10만㎾에 달하는 만큼 송전탑(철탑)을 세워 전기를 보낼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선로가 통과하는 남측 및 비무장지대(DMZ) 15㎞ 구간에 대한 측량 및 설계작업을 끝냈다.”면서 “정부의 사업승인이 나는 대로 북측과 군사분계선 주변 지뢰 철거작업 등에 대해서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개성지사 개소식 기념사를 통해 “개성공단 개발사업은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돼 남북간 경제적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한전도 경제협력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북한측 참석자들은 한 사장에게 악수를 청하고 “축하합니다.”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특히 우리 정부가 최근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측에 200만㎾의 전력공급을 약속한 뒤여서 그런지, 한전에 대한 북측 참석자들의 관심은 꽤 높았다. 이들은 한전 직원들에게 개성공단 본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할 송전선로 작업 등 궁금한 사항을 이것저것 묻는 모습도 보였다. ●개성시내, 화려함은 없으나… 남측 관광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 개성 시내는 공단에서 10여분 거리다. 개성 시내 400만평도 개발계획에 포함돼 있지만 아직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정비가 되지 않아 버스가 덜컹거린다. 느릿느릿 길을 재촉하는 소달구지, 개울에서 옷을 벗어젖히고 물장구치는 아이들, 거리마다 이어지는 자전거 행렬은 도시라 하기에 여유가 넘쳤다. 신기한 듯, 반가운 듯, 남에서 온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개성 시민들은 분명 한 민족 우리 동포다. ■ 본단지 1단계 부지 조성 한창지난해 12월 개성공단에서 처음으로 생산된 냄비가 국내에서 판매된 지 벌써 7개월이 넘었다. 개성공단은 오는 2015년까지 개성시 봉동리 일대에 800만평의 공단과 1200만평의 배후단지 등 2000만평에 이르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개성을 서울, 인천과 함께 묶어 동북아 허브지역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본단지에 앞서 분양된 2만 8000평의 시범단지에는 15개의 입주업체 가운데 리빙아트, 신원 등이 이미 냄비와 셔츠 생산에 돌입했다. 현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12개 업체도 준비작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초기 800여명에 불과했던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수는 3600명으로 늘어났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3월16일 시범단지에 1만 5000㎾의 전기공급을 시작했다. 이로써 지난 1948년 북측이 전기요금 미납을 이유로 남측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한 이후 57년만에 남북간 전기공급이 재개된 것이다. 또 시범단지 바로 옆에는 경의선 판문역과 한국토지공사가 다음달부터 분양에 들어가는 본단지 1단계 사업 100만평 가운데 5만평에 대한 부지조성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2006년 말까지 상하수도와 도로구조물 공사를 마친 뒤 2007년까지 개발을 마무리한다. 한전도 이같은 계획에 발맞춰 본단지에 입주할 300여개의 기업에 전기를 차질없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규모가 크지 않아 전봇대를 활용한 배전선로 방식을 활용했던 시범단지와 달리 본단지에는 철탑을 활용한 송전선로 방식으로 10만㎾의 전기를 공급하게 된다. 개성공단은 최저 임금이 월 57.5달러로 베트남(75달러)이나 중국 선양(90달러)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 매출 순익의 10∼14%를 내야 하는 세금도 5년간 면제되며 국내로 반입할 때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1) 장애인 천국(미국)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1) 장애인 천국(미국)

    미국을 ‘장애인의 천국’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장애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겪는 정신적·물리적 ‘고난’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다고 훈장처럼 붙여진 표현이다. 미국의 장애인 정책은 시혜나 동정적 지원이 아닌 보편적 인권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러한 정책의 철학적 기반 위에 ▲법과 제도 ▲교육 ▲사회 속으로의 통합이라는 요소가 삼위일체로 작동하고 있다. |락빌(미 메릴랜드주) 이도운특파원|“사랑이나 인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장애인 교육을 위해서는 전략적 정책과 이를 실현시키는 사회적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 시 외곽에 자리잡은 ‘칼 샌드버그 러닝 센터’. 메릴랜드주에서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체계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장애인 특수학교다. 성장과 언어 장애, 다운증후군, 자폐증 등의 증상을 가진 6∼12세 어린이 105명이 다니고 있다. 이 학교의 목표는 장애인 어린이들에게 “성공의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갔지만 여름학기(서머스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교 건물로 들어가자 왼쪽 첫번째 교실에서 시청각 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지루함을 느끼는 듯하자 교사들이 “밖으로 가자.”며 학생들을 인도했다. 교사들은 “날씨가 더우니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남으라.”고 말했고,8명의 학생 가운데 2명이 그대로 남아 교육용 비디오를 시청했다. 이 학교는 장애인 어린이들도 충분한 가치 판단 능력이 있다고 믿고,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유도하기 위해 가급적 자율권을 많이 부여한다. 교사들의 손을 잡고 교실 밖을 나서는 6명의 어린이들. 모두가 또렷한 눈망울에 밝은 표정이었다. 옆에 있던 교사에게 “장애인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교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면서 “그러나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은 일단 학교 밖을 나가면 학교 안에서처럼 잘 행동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건너편 교실에서는 학습 장애가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수업의 교사는 교실 정면에 삼각형과 사각형, 원 등 도형과 숫자가 적힌 큰 보드를 설치하고 어린이들에게 ‘트라이앵글’ ‘스퀘어’ ‘서클’이라는 단어를 가르치고 있다.8명의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세 가지 도형과 숫자를 구분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이 학교의 프로그램 매니저인 토니 르완은 “105명의 학생을 장애증상이 아니라 나이, 성격, 학우들과의 어울림 등을 토대로 반을 나눈다.”고 말하고 “또 필요한 수업이 다를 때는 반을 바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층 밑으로 내려가자 언어전문가인 던 매드슨 교사가 어린이들에게 정확한 발음을 가르치는 교실이 나왔다. 어린이들은 노트북 컴퓨터처럼 생긴 ‘보이스 인 박스’라는 장치를 이용했다. 박스에 그려진 동물이나 식물을 누르면 그에 해당하는 단어가 소리로 나왔다. 미국의 시인이자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전기작가인 칼 샌드버그의 이름을 딴 이 학교는 당초 1962년 일반 공립 초등학교로 설립됐다.70년대 들어 베이비붐 세대의 졸업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는 바람에 잠시 문을 닫았다가 1978년 복합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위한 특수학교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 학교는 일반 초등학교와 다름없는 시설을 유지하는 데 힘쓰는 한편 학생들이 독립성을 갖춰 사회로 나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해 왔다. 이같은 노력과 정성이 외부에 알려져 현재 이 학교는 워싱턴 인근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특수학교가 됐다.105명의 학생 가운데는 외교관·교수·군인·세계은행 직원인 부모를 따라온 10명의 외국인 학생도 있으며, 한국 학생도 한 명이 있다. dawn@seoul.co.kr ■ 제임파라 교장 인터뷰|락빌(미 메릴랜드주) 이도운특파원|칼 샌드버그 러닝 센터의 제인 파라 교장은 “부모와 사회의 관심 속에서 공정하면서도 개인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면 장애인 학생들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 방침은. -최고의 교사진과 최고의 지도법을 찾는다. 그래야만 창의적이고 숙련된 교육이 가능하다. 교사들은 동료들이 훌륭하다고 느끼면 그에 걸맞은 직업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장애인에게 교육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들이 성장했을 때 어디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물론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사회 속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장애가 심한 어린이에게도 간단한 읽기와 셈은 반드시 가르치려 한다. 또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을 키워주려 한다. ▶장애인 교육의 인권적 측면은 무엇인가. -장애인은 교육을 받을 동안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인권의 보호를 받는다. 장애인의 인권이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막상 학교를 떠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에게 학교 밖 세상은 학교 안보다는 못할 것이다. 물론 미국 사회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장애인 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스태프(교사와 교직원)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신규 교사들이 학생들의 행동을 잘 다룰 수 있고, 학생들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교육 외적인 잔무가 너무 많다. 파라 교장은 인터뷰를 마친 뒤 직접 학교 시설들을 안내해줬다. 그는 교실과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현재 어떤 수업을 받는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dawn@seoul.co.kr ■ 美 장애인 법과 제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장애인 관련 제도를 아우르는 법은 1990년에 제정된 장애인법(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ADA는 미국의 장애인들에게는 ‘권리장전’과도 같다. ADA의 주요 내용은 장애인이 고용이나 의사소통, 교통 수단 및 각종 시설 이용, 연방 및 지방정부의 활동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장애인 개인의 시민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차별행위로 피해를 입을 경우에는 연방법원에 제소해 각종 시정명령, 금지명령 등을 받아낼 수 있도록 규정했다. 최근 우리 정부와 장애인 단체가 논의 중인 ‘장애인차별금지법’도 바로 이 법을 모델로 삼고 있다. 지난 1월에 개원된 미국의 제109회 의회에는 7월11일 현재 50건의 장애인 관련 법안이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는 이라크 전쟁 등 각종 전투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한 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지만 교육과 의료 지원 개선 등 순수하게 장애인의 삶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도 적지 않다. 미 의회에서는 각종 법안을 제정·개정할 때 장애인 관련 사항이 필요한가를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미 의회에 계류 중인 50개의 장애인 관련 법안 가운데는 “기업들은 종업원들에게 ADA의 내용을 정확히 고지하라.”고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포함돼 있다. ADA에 기초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을 위한 신 자유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추진하기 위해 2002년 보건부 산하에 장애인국(Office of Disability)을 신설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장애인 활동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첨단기술 개발 ▲장애인 청소년을 위한 교육 기회 확대 ▲고용확대 ▲지역사회와의 완벽한 조화 등이다. 이 정책에 따라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37억 달러(3조 7000억원)의 예산이 장애인 교육을 지원하는 데 할애됐다. 또 1억 2000만 달러(1200억원)의 예산이 장애인을 위한 편의 장치나 시설을 개발하는 데 배정됐다. dawn@seoul.co.kr ■ 美 버지니아주 폴스 처치 ‘신체장애인연대’를 가다 |폴스 처치(미 버지니아주) 이도운특파원|미국 버지니아주 북부에 자리잡은 폴스 처치 시. 워싱턴에서 66번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35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주택가 중심의 부도심 지역이다. 그 중심거리인 사우스 조지 메이슨 드라이브에 이 지역의 대표적 건물인 다섯 동의 고층 아파트가 나란히 서있다. 이 아파트 단지 안의 3705동 105와 106호에서 중증 장애인 7명이 이웃 주민들과 어울려 여느 미국인과 다름없는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자 장애인의 대표 도우미인 올란도 포울리스가 문 앞에서 맞아줬다. 이 집에는 메리카(Merica)라는 별칭이 붙어 있었다. 영어로 America(미국)는 Miracle(기적)과 발음이 거의 같다. 두 단어를 모두 염두에 두고 붙인 이름이다. 아파트로 들어서 보니 105호와 106호를 터서 모두 6개의 방과 4개의 화장실,2개의 거실과 주방 등 넓은 공간이 확보돼 있었다. 아파트 안에서 가장 먼저 기자와 인사한 사람은 전신마비 장애가 있는 션 워자스첵, 그 다음은 하반신 장애가 있는 캐시 파였다. 장애 정도가 좀더 심한 션은 눈빛으로, 정도가 조금 나은 캐시는 말로 “환영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캐시는 거실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로 네티즌들과 채팅을 하고 있었다. 캐시는 “왼쪽 손만을 이용해 자판을 쳐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상대편 친구들이 이해해 준다.”고 말했다. 캐시의 컴퓨터에는 웹카메라도 장착돼 이따금씩 화상 채팅도 즐긴다고 했다. 션은 두 손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휠체어에 연결된 ‘패스 파인더’ 컴퓨터를 머리로 작동하고 있었다. 왼쪽 관자놀이 부근에 설치된 마우스를 움직여 컴퓨터의 커서를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션은 “하이 돈(기자의 영어 이름), 안녕하세요.”라고 컴퓨터 화면을 통해 인사했다. 문장과 함께 컴퓨터가 소리도 내보냈다. 기자가 “안녕하세요, 당신은 어떠세요.”라고 하자, 션은 다시 “대단히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속도는 느렸지만 의사소통은 분명했다. 반대편 거실로 건너가자 하반신이 불편한 라뤼 라이트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라뤼는 장애 정도가 덜해 이따금씩 바깥으로 쇼핑을 나가기도 한다. 라뤼는 장애인이 외출을 원하면 미니 버스 등 교통수단을 제공해 주는 ‘메트로 액세스’라는 프로그램을 주 정부가 하루 24시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라뤼가 원하면 버스나 지하철도 이용할 수 있다. 모든 버스에는 출입구에 휠체어 탑승용 리프트가 설치돼 있으며, 지하철은 어느 역이나 엘리베이터로 접근이 가능하다. 션과 캐시, 라뤼와 함께 지내는 빌과 브랜디, 디, 샤리타는 장애 정도가 심해 주로 침대에 누워 TV나 책을 보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아파트는 숲으로 둘러싸여 창문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안정감을 줬다. 이 아파트의 북쪽 거실 문을 열면 아파트 수영장으로 연결된다. 라뤼와 캐시 등은 이따금씩 수영장쪽으로 나가 햇볕도 쏘이고 주민들과 대화도 나눈다고 했다. 주민들 가운데 장애인이 모여 산다고 해서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올란도는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도 “그 집뿐만 아니라 어느 가정이나 적어도 한가지씩의 문제는 안고 살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그들이 장애인이라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웃 주민들은 이곳에 사는 장애인들이 외출할 때면 출입문을 열고 기다려 주거나 먼저 인사를 건네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션 등이 거주하는 아파트 105호와 106호는 지난 2000년에 장애인의 부모들이 돈을 모아 구입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로 연령은 26세부터 40세까지이다. 고교 때까지는 특수학교 등에서 수업이 가능하지만 일단 학교를 졸업하면 각자가 생활 공간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장애인은 졸업후 각자의 집에서 생활한다. 이 공간은 일부 부모들이 “장애인들도 다른 이웃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만든 것이다. 또 각자의 집에 살 경우에는 장애인 10명에 전문 도우미가 한사람 꼴이어서 전문적인 재활 등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는 것도 이곳을 만든 이유였다. 올란도의 경우는 아프리카 감비아 출신으로 영국 등에서 전문적으로 장애인 도우미 교육을 받았다. 올란도와 함께 마리차 로페스 등 모두 10명의 도우미가 이곳에서 식사와 청소, 빨래, 목욕 등을 도와 준다. 올란도는 이곳이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공간이라고 판단,‘신체장애인연대’라는 이름을 붙여 다른 장애인들과 교류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은 매달 700달러씩을 생활비로 내지만 버지니아 주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는다. 올란도의 월급은 주 정부에서 지급한다. 그대신 매달 주 장애인위원회에서 관계자가 방문하고,3개월마다 한번씩 주 의료국 담당자가 운영 상황을 평가한다. dawn@seoul.co.kr ■ 특별기고 “인권 향상돼야 진짜 선진국” / 조영황 국가인권위 위원장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하여야 한다.’ 1948년 12월 10일 파리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제1조의 문구는 5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자 희망으로 남아 있다. 세계 도처에서 전쟁과 테러가 그치지 않고 빈곤과 차별의 상처가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에도, 인류는 역설적으로 반세기 전의 숭고한 사명을 떠올리며 평화와 공생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권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인권 개념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등장했다. 국가기관은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권적 측면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국민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의 인권이 고난의 투쟁을 상징했다면,21세기 우리사회의 인권은 생활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수많은 결정에서 알 수 있듯이, 바야흐로 인권문제는 경찰, 교도소, 군대 등 국가기관을 넘어 학교, 다수인보호시설, 기업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영역의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인권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혹자는 전직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나 한국정부가 가입한 수많은 국제인권규약, 그리고 소위 ‘인권선진국’에만 문호를 개방한다는 각종 포럼에 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거론하며, 한국을 인권선진국 대열에 슬며시 밀어 넣기도 한다. 물론 획일적 경제논리와 폭력적 안보논리가 횡행하던 군사정권 시절의 무자비한 인권탄압에 비하자면, 한국의 인권수준은 몰라보게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되짚어 보면 한국을 인권선진국으로 부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58개국의 여성인권 상황을 분석하면서 한국을 54위에 올려놓았고, 미국의 국제인권 NGO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가 2004년 세계 각국의 시민적 자유와 정치적 권리 수준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그룹(46개국)에서 빠져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삶으로 들어가 보면 한국의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 장애인, 빈곤층, 성적 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문제 등은 선진국과 비교하기 민망할 지경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신문이 인권선진국의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공동기획 ‘인권 선진국으로 가는길’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기획은 사회보장제도가 탄탄하게 보장돼 있는 복지국가 대신 우리의 현실에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 8개국의 실태를 현장취재를 통해 집중분석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흔히 21세기는 ‘인권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것은 과거 국가의 경쟁력이 생산성과 효율성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면 미래의 경쟁력은 친인권 정책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국가적 재난으로 등장한 저출산 사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없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그대로 두고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분명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인류는 이미 50여년 전 그 길을 따라나섰고 우리는 이제야 인권 선진국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 “인천공항 은밀한 곳까지 多알려드리죠”

    “인천공항의 24시간을 낱낱이 알려드리겠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세관 직원이 공항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누드공항’이란 제목으로 책을 펴낸 사람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 인천공항세관 김병중(51·6급)씨. 김포공항이 우리나라 대표 공항이던 1990년대 초반 공항 세관에서 근무를 시작해 근무경력이 15년에 이르는 김씨는 여행객과 직원들이 겪는 일을 실제 사례를 곁들여 재미있게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인천공항 1층 중앙홀에 있는 약 15m 높이의 키다리 소나무 22그루는 모두 인조나무다. 최근 행방이 묘연하지만 인천공항에 까치가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공항 4층에 기도하는 방이 있다.’ ‘인천공항에도 국내선 항공기가 뜬다.’ ‘비싼 밍크코트나 고급 스카프를 두르고 세관 검색대로 오면 휴대품 검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등 실제 공항이용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많다. 황우석 교수처럼 직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악수까지 청하는 인사가 있는 반면 “내가 누군지 아나. 감히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되나.”라며 고압적 자세로 세관을 빠져나가는 고위층도 많다고 한다.국제펜클럽 회원이자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한국순수문학상 등 3차례 수상경력도 있는 김씨는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끼는 공항의 재미있는 면을 알리자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면서 “많은 여행객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고르느라 2년여간 집필에 매달렸다.”고 말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정부·대학 입시논쟁 격화

    정부·대학 입시논쟁 격화

    “왜 이렇게 싸움을 붙이는지 모르겠다. 서울대는 지금 잘 하고 있고 옳게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데 일부(정치권)에서 너무 몰아세우고 있는 것 같다.”(고려대 어윤대 총장) “서울대가 본고사를 보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무엇이 본고사인지 정의도 없는데 너무 획일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학들은 정부의 ‘3불 정책’에 반할 의사가 없다.”(이화여대 신인령 총장)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을 놓고 대학과 정부·여당간에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8일 대학 총장들이 당·정을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총장들은 이날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열린 ‘대학혁신포럼’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목소리로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보장을 촉구했다. 행사에는 하루 전 서울대 등의 입시안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던 노무현 대통령과 김진표 교육부총리, 전국 대학·전문대 총·학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이날 행사는 교육인적자원부 주최로 대학 특성화 성공사례 발표를 위해 마련됐지만 최근의 대학 본고사 부활 파문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정부와 대학간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대 신 총장은 “대학이 우수학생을 독식하려 한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면서 “어느 학교든 우수학생을 선발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데도 이를 일률적으로 몰아 공격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도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성이 뭔지, 본고사의 개념이 뭔지도 규정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최근 대학들이 본고사를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어서 서울대와 정부·여당간에 옥신각신이 있었지만 특정 대학에 유감은 없다.”면서 “다만 본고사가 1등부터 서열화해서 순서대로 대학에 합격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한 중·고교 공교육을 방해한다는 점에 긴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 집단에서 1% 이내에 들면 아주 우수한 사람들이고 그 중에서 좋은 사람을 선발하면 된다.”면서 “(현재의 입시안은)1류 대학의 명성을 얻은 대학은, 가만 있어도 수재가 아닌 천재들이 모이는 구조로 세계 어떤 일류대학도 그렇게 선발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행사 뒤 정 총장과 웃으며 악수했으나 특별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일 노 대통령은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몇몇 대학이 최고학생을 뽑아가는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고교 공교육을 다 망치게 할 수는 없다는 게 확고한 정부의 의지”라고 말해 지난달 27일 발표됐던 서울대에 입시안의 손질을 주문한 바 있다. 안산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한나라 연일 강력 반발

    한나라당은 5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 언급’에 대해 “경제 실정 등 총체적인 국정 난맥상을 덮으려는 의도”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틀째 이어갔다. ●“경제 실정등 뒤덮으려는 의도” 강재섭 원내대표는 “과반 의석에 3∼4석 모자라는 것을 가지고 엄살을 떨면서 국민들의 공감대와 동정심을 불러 일으켜 (국면을) 돌파하려는 대통령 특유의 정치 스타일”이라고 꼬집은 뒤 “정책 공조는 이해를 하지만 인위적 여대(與大) 만들기에 나선다면 큰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맹형규 정책위 의장은 “대통령의 연정발언은 한마디로 나랏일을 이제는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증거”라고 규정한 뒤 “그런 한가한 이야기 대신에 무너지고 있는 우리 나라의 성장 동력을 다시 살리고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전념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비판과 아울러 한나라당은 민생에 관련된 정책과 입법에 주력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개헌→재집권 의도” 경계도 그러면서도 연정 발언이 일으킬 파장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전여옥 대변인은 “작심하고 흘린 발언으로써 개헌론과 맞물며 재집권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인데 이와 관련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고 경계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열린세상] 이명박을 상상하다/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서울시민의 75% 정도가 이명박 시장이 일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이다. 이는 놀라운 수치다. 측근의 청계천 비리 연루라는 악수에도 불구하고, 임기 만료를 1년 정도 앞둔 시점에 서울시민들은 이 시장에게 매우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가 ‘추억과 이미지’ 정치에 힘입어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시장은 실행과 구체적 업적,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중들의 기대-비전 제시와 공유-를 토대로 지지율을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007년 대선은 소위 민주화 세력 집권 15년에 대한 국민적 평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최근 김종인 의원은 “다음 정권은 한국 현대정치사상 처음으로 경제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예측은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에서, 지역 요인은 줄어들고 계급적 측면이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보다 직접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말인데, 만약 정치적 환경이 그렇게 변한다면 대중들이 이명박 쪽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한나라당 쪽에서는 민주화 세력의 실패에 대해 대대적 공세를 벌이며, 먹고 사는 문제를 주요 이슈로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 집권 세력의 가장 약한 고리가 거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민주화 세력의 실패’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이 세상에서 ‘결혼의 실패’는 없다. 다만 ‘결혼 생활의 실패’만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 세력의 집권은 국민의 승리이고 역사의 진전이었다. 잘못된 것은 민주화 이후 집권세력 정책이다. 그런데 비극적인 사실은 실패를 가져온 사회경제 정책의 경우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 차이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보수주의 정치의 실패이고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패일 뿐이다. 여기서 ‘민주화 세력’이라는 용어는 비판의 객관성과 정확성과는 관계없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위한 범주 설정이다. 우리 사회의 향후 발전 방향을 결정짓는 주요한 계기가 될 2007년 대선에서 실패한 민주화 세력과 고도 성장 세력의 대치라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전선을 해체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오히려 민주주의 심화가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는 점을 강조해둘 필요가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성취가 중요하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막아 선 세력의 중심은 군부였으며, 후자의 앞길을 막아선 바리케이드는 자본이다. 군부보다 막강한 힘을 가진 자본,1인1표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키는 1원1표 자본주의의 반민중성을 극복해내지 못하고는 양극화로 대표되는 우리사회의 핵심 문제 해결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각성, 또는 대중적 수준의 의식화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 이명박 시장이다. 효율과 CEO 대통령론을 내세우는 그에게서 박정희와 정주영의 부정적 잔영을 볼 수 있다. 젊은 시절 극심한 빈곤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은 것은 신앙 때문이었다는 발언은 그의 이념의 뿌리가 종교에 맞닿아 있음을 짐작케 한다. 서울시를 경건하게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강남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장로인 그에게서 미국 네오콘의 배후 핵심인 기독교 근본주의 우파의 몸짓을 읽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진보냐 보수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실용주의를 추구하겠다.”면서 서울시청 앞 광장 집회 신청은 보수단체인가 진보단체인가에 따라 선택적으로 허가해주는 그의 행위는, 광장운영에서 시민의 자율성을 빼앗고, 시가 주관해서 비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맞물려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경박한 이해를 엿보게 만들어준다. 그가 강조하는 효율과 CEO 리더십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CEO 리더십이라는 표현은 일종의 이데올로기이며 관념이다. 이윤 창출을 최대 가치로 삼는 CEO의 덕목이 갈등을 조절 관리하고, 사회 통합을 높여나가는 정치적 리더십의 내용과 같을 수 없다. 서울 시내버스를 준공영으로 운영하면서, 버스 사업자들의 이윤은 약속해주고, 운전 기사의 고통에는 무관심한 그에게서 어쩔 수 없는 자본 편향적 CEO의 모습을 발견한다. 기업을 경영한 자만이 국가를 잘 경영할 수 있다는 위험한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고 다니는 그가 민주주의의 심화라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 해결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 같다는 우려가 드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 체니 ‘사무적’… 라이스 ‘외교적’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장관에게 서로 다른 손님맞이 태도를 보여줬다. 체니 부통령은 매우 ‘사무적’으로 정 장관 일행을 만났다. 우선 체니 부통령은 정 장관측에 배석자를 3명으로 제한했고, 면담 내용도 공개하지 말자고 요청했다. 또 사진 촬영도 하지 않았다. 정 장관의 이번 워싱턴 방문에 정치인으로서의 ‘계산’이 있었다면, 그것은 체니 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미 정부내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론을 대표하고 있는 체니 부통령이 ‘무책임한 독재자(체니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칭했던 표현들)’를 만난 결과를 들고온 정 장관과 미소 지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공개해 지지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은 정 장관의 면담에 45분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했다. 면담에 배석했던 열린우리당의 채수찬 의원은 “두 사람이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라이스 장관은 정 장관을 다분히 ‘외교적’으로 대한 것 같다. 라이스 장관은 이번주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준비 등으로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며 1일 오후 정 장관이 로버트 졸릭 부장관을 만나는 자리에 꼭 10분간 다녀갔다. 라이스 장관은 그러나 “미국 정부는 정 장관과 김정일 위원장간 면담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한·미간에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동 노력하자.”고 ‘듣기좋은’ 말을 정 장관에게 건냈다. 또 정 장관과 나란히 서서 미소를 띤 얼굴로 기념사진도 찍었다.dawn@seoul.co.kr
  • 전국 32%에 ‘투기’ 도장

    주택투기지역 등 각종 부동산 관련 규제지역의 실효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가 27일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주택·토기투기지역을 무더기로 신규지정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의 이번 지정으로 주택이나 토지 하나라도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79개 지역으로 전국 247개 지자체의 32%에 이른다. 뿐만 아니다. 투기과열지구, 주택거래신고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이 중복 지정되기도 해 얽히고 설켜 있는 상태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투기나 허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앞으로 값이 뛴다고 보장하는 셈”이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효과까지 일어나는 관련 제도의 대폭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악수’로는 주택거래신고지역이 꼽힌다. 노영훈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29대책’으로 요약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이 제도 하나로 어긋났다.”고 말했다. 현재 9개 지역인 주택거래신고지역 모두가 주택투기지역이라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에게 추가부담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2003년 2월(토지는 같은해 5월)부터 지정이 시작된 주택·토지투기지역은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된다.2004년 3월 도입된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면 취득·등록세도 실거래가로 과세된다. 따라서 사는 사람은 건물 취득가액의 4.0%를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한다. 서울 강남·송파·서초, 경기 분당·용인 등 이미 집값이 오른 지역에서는 거래를 묶어놓는 기능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 위원은 “종합부동산세가 여러 채를 보유한 가구의 주택을 분산하자는 취지인데 팔 사람도, 살 사람도 망설이게 만드는 그런 제도를 왜 도입했는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2002년 9월 서울 전 지역과 수도권 일부를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도입됐다.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주택공급 계약일부터 등기때까지 분양권을 팔 수 없고 신규 주택 공급시 무주택자를 위한 조치 등이 부가된다. 전 국토의 20.9%에 해당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정된 행정구역 중에서도 빠진 지역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김모(42)씨는 “경기 포천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된 몇몇 지역은 예외”라며 “포천에 개발수요가 몰리면 오히려 허가구역이 아닌 곳의 땅값이 먼저 뛸 수 있어 지난 5월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투기지역 지정은 인근 땅값도 올린다.27일 토지투기지역으로 신규지정된 경기 안성시의 지난 4월 지가상승률은 1.058%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25곳 중 가장 높다. 이곳의 지가상승은 인근의 평택이 개발되면 주거수요가 안성으로도 몰려 오고 덩달아 땅값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영향을 미쳤다. 평택시 관계자는 “지난해 투기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지금도 가끔 돈 들고 계약하러 가는 도중에 더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평택에 오던 외지인이 안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스포츠라운지] 코치로 거듭나는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

    [스포츠라운지] 코치로 거듭나는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

    말끔하게 수트를 차려입고 서울의 한 호텔 로비에 들어선 그를 본 순간 야구장에서 땀과 흙먼지로 뒤범벅된 유니폼 차림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어색한 순간은 잠시였다. 넉넉한 웃음으로 악수를 건넨 뒤 말문이 트이자 홈런포를 뿜어내며 팬들을 들었다 놨다하던 ‘살아있는 신화’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연습생 신화, 기록제조기 지난 15일 은퇴한 장종훈(37·한화)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너무나 많다.24년 프로야구사에 그가 남긴 족적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 1949경기에 나서 6290타수 1771안타(22일 현재 양준혁과 공동1위).340홈런에 1145타점 1043득점, 덤으로 3172루타와 997사사구까지…. 타격 8개부문에서 1위기록을 보유한 사나이.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야구기록은 숨가쁘게 고쳐졌고, 팬들의 박동은 급격하게 치솟았다. 숱한 기록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무엇일까.“2∼3년전엔 홈런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라며 “올시즌 엔트리에 오르는 것 자체가 힘들다보니 출장 기록이 가장 소중하더라고요.”라고 멋쩍게 털어놨다.“잘 나갈땐 2000경기,2000안타,400홈런은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죠.”라며 화려했던 시절을 더듬었다. 지난 86년 세광고를 졸업한 장종훈을 원하는 팀은 한 곳도 없었다. 결국 신생팀 빙그레(현 한화)를 찾아가 연봉 480만원짜리 ‘연습생’으로 프로에 뛰어들었다. 진흙 속에서도 진주는 빛나는 법.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배성서 감독은 87년 장종훈을 1군에 세웠고, 데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쏘아올리며 ‘신화’는 시작됐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었다.2003년 16년 만에 한 자릿수 홈런(6개)을 기록하며 하향곡선을 그렸고, 올해엔 6경기에 나선뒤 2군으로 내려갔다. “지금도 체력은 자신있어요. 그런데 실력으로 내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엔 더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한 세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다운 은퇴의 변이다. 항간에 나도는 구단의 ‘외압설’도 슬쩍 물어봤다.“등을 떠밀었다면 제 성격에 오기를 부렸겠죠.”라며 부인했다. ●지도자로 신화를 만들겠다 은퇴를 즈음해 스트레스로 5㎏이나 불었다는 장종훈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기자들의 빗발치는 전화도 팬들의 성화도 아니었다. 아내와 어린 두 아들에게 설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단다. 이튿날 들춰본 아홉살난 큰아들의 일기장엔 ‘아빠가 야구를 끊은 것 같다.’고 쓰여 있었다. 아침엔 꼬깃꼬깃 모아놓은 천원짜리 10장을 챙겨 건네며 “아빠, 이제 돈 못벌잖아.”라고 말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남은 시즌 2군 보조코치로 활약한 뒤 내년 정식 코치로 뛸 계획인 장종훈은 “저같은 연습생 출신도 눈여겨 볼테고, 최고와 최악을 두루 겪어봤으니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보듬어 줄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 7월17일 올스타전때 장종훈을 출전시켜 의미있는 은퇴경기를 열어주자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긍정적이어서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만 21년을 뛴 ‘닮은꼴 스타’ 칼 립켄 주니어처럼 은퇴하던 해(2001년)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는 감동적인 장면을 볼지도 모르겠다. “다시 태어나도 당연히 야구를 할 테지만 왼손타자가 되고 싶다.”며 끝없는 야구사랑을 쏟아놓고 떠나는 이 사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도자로서 또 다른 신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金메시지’ 비공개 교환 가능성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오후 5시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 중인 권호웅 단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 일행을 45분 동안 접견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노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예방하고 돌아온 지 6일 만에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 들어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북측 관계자를 접견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으나 청와대 발표로는 덕담만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정 장관이 특사자격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듯이 이번에도 공개되지 않은 메시지 교환이 있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권 단장 등 북측 대표단 일행은 당초 예정보다 10분가량 이른 오후 4시50분쯤 청와대에 도착, 본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인사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접견실 안쪽 입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소개로 권 단장 등 북측 대표단 일행과 차례로 악수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접견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접견에는 권 단장을 비롯해 최영건 건설건재공업성 부상, 김만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신병철 내각 참사, 전종수 조평통 서기국 부장 등 5명의 대표단이 참석했고,3명의 북측 지원요원도 배석했다. 노 대통령은 자리에 앉은 뒤 북측 대표단 일행에게 “수고가 많았습니다. 어서오십시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귀한 손님이 오셨다.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환대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손님들은 자질구레한 문제는 안 따지고 회담에서 시원스럽게 해준 것 같다.”면서 남북 장관급회담 합의내용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특사를 접견하고 뜻깊은 만남을 가져준 데 대해 감사하고 기뻐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는 안부밖에 없었다고 김만수 대변인은 전했다. 노 대통령과 북측 대표단 일행은 녹차를 들면서 달라진 남북 장관급회담 분위기, 회담 성과, 남북관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회담에 배석한 북측 대표단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을 준비해 온 수첩에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환담이 끝난 뒤 노 대통령은 북측 대표단 일행과 본관 1층으로 내려와 기념촬영을 했으며 권 단장은 “바쁘신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건강하시라.”고 인사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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