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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모르고 있는 ‘후각, 냄새의 진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후각, 냄새의 진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력이나 시력에 문제가 생기면 곧장 알아채지만, 후각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소리를 듣고 앞을 보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각 능력은 그 어떤 감각보다도 중요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인용해 후각과 관련한 ‘우리가 모르고 있는 진실’을 소개했다. ▲감기에 자주 걸린다? 후각 영영 잃을 수 있어 우리가 감지하는 냄새는 대체로 특정한 물체에 의해 공기 중에 분사된 냄새 분자를 뜻한다. 이 분자가 코로 들어가 후각을 담당하는 세포와 만나면 비로소 우리 뇌는 ‘냄새를 맡았다’는 것을 인지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후각 능력이 떨어지고 감기 바이러스나 오염된 공기는 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과대학의 리차드 도티 박사는 “우리는 자주 감기에 걸리거나 오염된 공기에 노출된다. 이는 코의 상피조직을 파괴하고 갈수록 손상정도가 심각해진다”면서 “특히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은 노년이 되어 냄새를 잘 못맡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후각은 남성보다 뛰어나다 여성은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실제로 남성보다 냄새를 잘 맡는다. 특히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을수록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영국 카디프대학교의 팀 제이콥 박사는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냄새를 잘 맡도록 진화됐다. 예컨대 모유수유하는 여성이라면 그들이 무엇을 먹는지 누구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후각은 여성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냄새를 맡을 수 없다고? 당뇨병을 의심하라 후각을 잃는 것은 다양한 신체 변화와 관련이 있다.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처럼 뇌가 손상됐을 때에도 후각은 상실될 수 있다. 당뇨도 마찬가지. 영국 NHS재단의 마크 밴더펨프는 “신경과 연관된 혈관이 손상되면 만성적인 당뇨병이 올 수 있다. 당뇨병 환자 중 후각을 잃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혈관과 함께 후각 신경이 파괴됐기 때문”이라면서 “후각을 상실했다면 당뇨병에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냄새는 성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영국 제임스 패겟 대학의 필 포트 박사는 “냄새는 파트너 간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사람들은 냄새로 자신의 파트너에 반응한다”면서 “나의 환자 중 후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파트너와의 관계에 불만족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후각은 첫 만남에서 파트너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면서 “우리 몸에서 나는 특유의 채취는 각자의 면역 유전자로부터 결정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 독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잠들기 전 장미향을 맡은 사람들은 달콤하고 좋은 꿈을 꿨지만, 썩은 달걀 냄새를 맡은 사람들은 악몽을 꾸는 경향이 짙었다. 제이콥 박사는 후각에 대해 “후각은 우리가 잠들어 있는 순간에도 무시할 수 없는 유일한 감각”이라고 정의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오싹·섬뜩… 대학로 공포물 몰려온다

    오싹·섬뜩… 대학로 공포물 몰려온다

    서울 대학로 공연 게시판이 서늘해졌다. 심령의 그림자나 공포에 질린 얼굴이 배치된 검은색 바탕에 섬뜩한 빨간 글씨가 도드라진 벽보가 하나둘 늘고 있다. 공연가가 공포물 특수 시즌에 접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오는 30일 개막하는 연극 ‘우먼 인 블랙’이 단연 기대작이다. 영국 작가 수전 힐의 동명 소설(1983)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주연한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내를 잃고 방황하던 젊은 변호사 아서 킵스가 죽은 노부인의 유산을 정리하러 간 바닷가 근처 저택에서 겪은 기이한 사건을 다룬다. 1989년 영국 코벤트가든의 포천 극장에서 연극으로 처음 올려진 뒤 지금까지 41개국에서 공연되며 롱런하고 있다. 연극에서는 이야기를 압축하고, 무대 효과를 극대화했다. 악몽 같은 사건을 겪고 수년을 시달려 온 아서 킵스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비극을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연극을 택했다. 젊은 연극배우를 고용해 극으로 만들어 가면서 다시 공포가 스민다. 적절히 사용한 빛과 소리, 갑자기 물체가 움직이는 특수 효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가미돼 시종일관 긴장감을 이어 간다. 이번 공연에선 2007년 한국 초연부터 함께한 홍성덕과 ‘배우’ 역을 했던 이용환, 새롭게 합류한 권혁준이 아서 킵스를 연기한다. 배우 역에는 이동수, 김경민과 함께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며 활약하는 임강성이 캐스팅됐다. 6월 29일까지 종로구 동숭동 샘터파랑새극장 2관에서 공연한다. 3만원. (02)747-2090. 창작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도 많은 관객이 기다리는 작품이다. 유쾌한 동화 ‘메리 포핀스’ 앞에 ‘블랙’을 달고, 잔혹 동화를 암시한다.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일어나 보모와 4남매만 극적으로 살아났다. 아이들은 충격으로 기억을 잃었지만, 변호사가 된 4남매의 첫째 한스에 의해 12년 만에 잊혔던 사건의 전모가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난다. 2012년 초연한 뒤 ‘잘 만든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심장을 조이는 긴장감보다는, 아름답지만 잔혹하고 슬픈 이야기의 느낌이 더 강하다. 일본 토호극단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7월 5일부터는 세타가야 퍼블릭시어터에서 일본 공연을 시작한다. 이번 공연에는 김수용·박한근·임병근(이상 한스), 배두훈·서경수(이상 헤르만), 강연정·윤나무·홍륜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돼 기대감을 더한다. 다음 달 10일부터 8월 31일까지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한다. 2만~3만원. (02)548-0598. 연극 ‘술래잡기’와 ‘두 여자’도 오픈런(무기한)으로 공연을 이어 간다. ‘술래잡기’의 경우 오랜 감금, 다중인격, 밀실 살인 게임 등 영화에서 이미 소개된 소재를 동원하면서도 개성을 잃지 않았다. 막 출소한 남자와 다중인격 여인의 게임이 후반으로 갈수록 가해자와 피해자가 교차하는 사회문제로 변주돼 흥미진진하다. 동숭동 우리네극장. 3만원. 1661-6981. 연극 ‘두 여자’의 포스터는 대학로에서 가장 섬뜩한 벽보로 꼽힐 만하다. 작품 구성도 공포, 그 자체다. 이야기 흐름보단 특수분장과 음향, 조명 등으로 공포 체험을 선사한다. 명륜동 라이프씨어터. 2만 5000원. (070)8151-6416.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저승사자라도 만났나? 악몽 꾸는 사자의 잠꼬대 포착

    저승사자라도 만났나? 악몽 꾸는 사자의 잠꼬대 포착

    사자가 악몽을 꾸는 듯 신음소리를 내며 잠꼬대 하는 영상이 한 조련사에 의해 공개되어 화제다. 영국 매체 텔레그라프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위험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사자 한 마리가 으르렁 거리며 신음 소리를 내는 모습이 영상에 찍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자의 조련사는 구조된 사자인 만큼 자신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꿈을 꾸는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이 사자는 콜로라도 야생동물보호소의 약 80제곱미터나 되는 안전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며 살고 있다. 한편 이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와~사자도 악몽을 꾸는구나!”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신기해 하고 있다. 사진·영상=Pat Craig/유튜브 김형우 인턴기자 hwkim@seoul.co.kr
  • “어젯밤 꾼 ‘악몽’, 심장마비 징후일 수 있다”

    “어젯밤 꾼 ‘악몽’, 심장마비 징후일 수 있다”

    누구나 한번 쯤 지독히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다 새벽에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나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보통 악몽은 불안·죄책감 등과 관련이 있는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 증상 중 하나로 통계자료를 보면 3~5세 사이 아동의 10~50%, 성인의 50%가 악몽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그런데 이런 악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몸 속 질환을 알려주는 주요 징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최근 미국 교육전문 사이트 ‘Grandparents.com’에 건강 전문 저널리스트 베스 레빈이 기고한 칼럼을 보면 악몽은 당신 몸속에 숨겨진 질환을 알려주는 징조일 수도 있다. 보스턴 대학 의대 신경학과 패트릭 맥나마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꿈은 사람이 REM 수면을 하는 동안 발생한다. 이때 호흡 문제, 강렬한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가 나타나면 이 자극이 뇌로 전달돼 악몽을 유발할 수 있다. 즉, 신체적 변화가 악몽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1. 심장 질환 지난 2003년 스웨덴 의학 연구결과를 보면, 중장년층 남성과 여성들이 악몽을 꿀 때 심장박동이 갑자기 증가하는 등 불규칙해지고 가슴경련과 통증이 유발됐다. 특히 이 증세는 40~64세 사이 여성층에게서 자주 나타났는데 폐경 후 더 심각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악몽도 꿈의 일부이기에 이는 REM 수면과 관련이 깊다. 미 국립 신경장애·뇌졸중 연구소는 REM 수면 시 신체에 가해지는 일정 스트레스가 호흡을 가쁘게 하고 심장박동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이는 REM수면 시 빠르게 안구가 운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맥나마라 교수는 REM 수면이 뇌 부분 자율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 과민 반응으로 이어지고 자연히 심장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이 부분만 제외하면 악몽이 심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2. 파킨슨 병 및 기타 퇴행성 신경 질환 최근 의학 연구 사례 중에는 수면 중 강렬한 악몽을 경험한 이들 중 파킨슨 병 같은 퇴행성 신경 질환을 앓는 경우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이는 REM수면 장애와 연관되는데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REM 수면 동안 몸이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지만 파킨슨 병 및 기타 신경 퇴행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REM 수면 시 몸이 마비유지능력을 잃게 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3. 수면 무호흡증 악몽은 수면 무호흡증과도 연관이 있다. 미국 플로리다 수면 연구소 의학박사 윌리엄 콜러의 설명에 따르면, 수면 중 일시적으로 호흡이 곤란해지는 환자들이 악몽을 꾸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산소 부족이 뇌에 영향을 줘 일시적으로 REM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은 기도가 막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수면 의학 저널에 발표된 최근 연구를 보면 기도양압술을 받은 환자의 91%가 악몽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맥나마라 교수는 이러한 질환 외에 악몽 자체로 고통 받는 이들의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 ‘최면치료’, ‘이미지 반전 치료’,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자료사진=포토리아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오늘의 눈] 두 개의 기시감/김민석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두 개의 기시감/김민석 국제부 기자

    태국 군부가 20일 계엄령을 선포했다. 지난 7일 총리가 실각한 뒤 그의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의 시위로 시끄럽던 태국이 일순간 숨을 죽였다. 군부는 평화와 안정을 위한 행동일 뿐 쿠데타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계엄은 과도정부 총리가 퇴진 거부 의사를 밝힌 다음 날 선포됐다. 계엄군은 방송국을 장악했다. 향후 군이 정계 개편에까지 손을 대면 사실상 계엄은 쿠데타가 된다. 전날 터키 사법부는 25명을 체포했다. 지난 13일 폭발 사고가 일어나 광부 301명이 목숨을 잃은 탄광회사의 관계자들이다. 경영진 3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일부러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광부들은 안전 관리 체계를 제대로 세우지 않고 점검을 소홀히 한 정부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에게 두 사건은 남의 일 같지 않다. 우리는 53년 전과 34년 전 5월에 쿠데타를 겪었다. 쿠데타는 계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 그들도 시국을 수습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군의 통치엔 항상 시민의 죽음이 뒤따랐다. 그래서 태국의 계엄령에 기시감을 갖는 한국인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다 스러져 간, 또 앞으로 그렇게 될 그 나라 국민에게 남다른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태국을 보며 저들보다 더 안전하고 덜 권위주의적인 국가라고 안도할 수 있을까. 터키 정부의 사고 대응 태도를 보면 아직 깨지 않은 악몽에 몸서리가 처진다. 총리는 “탄광 사고는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보좌관은 넘어진 시위대원을 축구공 차듯 걷어찼다. 성난 민심이 일어나자 정부는 부랴부랴 기업이 잘못했다며 관리자들을 잡아들였다. 우리에게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19일 대통령은 눈물 젖은 담화와 함께 대대적인 국가 개조를 발표했다. 그러나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나온 담화는 국민을 달래지 못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불심검문을 했던 정부다. 그가 눈물을 흘리는 동안에도 경찰은 세월호 유가족을 미행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또다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었다. 담화를 마친 뒤 아랍에미리트연합으로 날아가 버렸다. 60년 된 해경이 하루아침에 해체됐다. 야심 차게 출범한 안전행정부는 껍데기만 남았다. 대통령의 눈물에 초점이 맞춰졌던 담화는 국민에게 서늘하게 다가왔다. 그가 울기 전 이미 수없이 울었던 국민이 정작 그의 눈물 앞에서 함께 울 수 없었던 이유다. shiho@seoul.co.kr
  • “34년 전 광주로 시간 되돌려 죽은 자와 산 자의 고통 인간 존엄 깨달았죠”

    “34년 전 광주로 시간 되돌려 죽은 자와 산 자의 고통 인간 존엄 깨달았죠”

    한강(44)의 새 장편 ‘소년이 온다’는 읽어 내기가 힘겹다. 깊은 사유가 맺힌 그의 정교한 문장들을 타고 한 호흡에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거듭 숨을 골라야 한다. 1980년 5월 광주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데려갔다가 그 참혹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그랬다. 자료 조사와 취재, 집필을 하는 1년 반 동안 악몽을 꿨고 지하철에선 눈물을 쏟았다. 1980년 그해 여름을 미처 건너오지 못한 한 소년 ‘동호’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어느 기사에서 한 프로파일러가 그러더군요. 살인 현장에서 일하는 직업 때문에 길을 가다 문득 눈물이 쏟아지고 바다에 가면 뛰어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요. 저도 3개월간 5·18 자료만 보다 보니 딱 그 상태였어요. 책상 앞에 앉는 게 벌을 받는 것 같고 작업실에서 나올 땐 누군가를 두고 나오는 느낌이었어요.” “소설은 그날 파괴된 영혼들이 못다 한 말들을 대신 전하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자기 파괴를 각오할 때만 도달할 수 있는 인간 존엄의 위대한 증거를 찾아내는데 (중략)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으로 읽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신형철 평론가의 평은 증언하는 자나 증언을 듣는 자에게나 예외가 아닌 셈이다. 이야기는 ‘너’로 지칭되는 ‘동호’의 조각들을 맞추는 구성으로 짜여 있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동호는 친구 정대가 계엄군의 총에 스러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도청 상무관에서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 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을 수습한다. 정대의 누나 정미는 실종되고 동호와 함께 일하던 형과 누나들은 고문 끝에 살아남아도 결국 자살하거나 허수아비처럼 영영 일상과의 끈을 잇지 못한다. 작가가 34년 전 광주로 시간을 되돌린 이유는 뭘까. 5·18이 있기 몇 개월 전 광주에서 서울로 이사한 그는 명절 때 ‘그 일’을 얘기하는 친척들의 수군거림을 들었다. “늘 제 소설 속에는 내적 탐색과 투쟁이 있었어요. ‘왜 내가 인간을 이토록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는지, 인간을 껴안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것인지’라는 질문에 계속 다가서다 보니 5·18과 마주하게 됐어요. 인간의 근원과 닿아 있는 광주를 일단 통과해야겠다 싶었죠.” 7장으로 이뤄진 소설은 장마다 화자와 화자가 지칭하는 인물을 달리해 죽은 자와 산 자의 고통을 입체적이고 통감각적으로 되살린다. 열흘간의 사건 이후 5년, 10년, 20년, 33년 등 시간적 배경을 현재까지 연결해 광주 사태가 현재진행형임을 상기시킨다. “5·18을 다룬 다른 작품들에선 사건 열흘간의 시간은 많이 형상화됐지만 이후 이야기는 없었어요. 이건 내가 얘기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하나도 해결된 것 없이 광주가 계속 돌아오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 용산 참사 때문이었어요. 그때 뭔가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역시 공권력이 비어 있는 자리에서 자원봉사자, 유족 등 약자들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이 (광주와) 겹쳤고요.” 여고 3학년 때 5·18을 겪은 ‘은숙’은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경찰에게 원고를 검열받다 뺨 일곱대를 맞는다. 피가 맺히는 통증보다 그를 더 먹먹하게 한 것은 먹선으로 지워진, 숯이 된 문장들이었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을 찾았느냐고 묻자 작가는 시신에 흰 천을 덮어 주던 사람들의 손길을 얘기했다. “‘5월 광주’는 제가 보고 들었던 것보다 실제로 일어난 현실이 더 참혹했어요. 도저히 길을 못 찾을 것 같던 때 폭력보다 그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던 사람들 하나하나가 보였어요. 밥을 나누고 시신을 하얀 천으로 덮어 주던 사람들…. 인간은 생명을 맨 앞에 두고 예의를 갖추고 존엄을 지키려는 존재라는 것, 그걸 잊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게 됐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일반 비닐백’이 0.45㎏ 미숙아 살렸다

    ‘일반 비닐백’이 0.45㎏ 미숙아 살렸다

    몸 속 장기가 제대로 자리 잡히기도 전인 24주 만에 태어난 무게 0.45㎏의 조산아가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소형 비닐백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연이 전해져 네티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몸 속 장기가 완전히 형성되기도 전인 24주 만에 태어나 희박한 생존율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인 의료진의 치료덕분에 건강을 되찾은 영아 에밀리 크레시와 그녀의 엄마 클레어 크레시(34)의 놀라운 사연을 1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클레어는 지난 2월 27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악몽처럼 느껴진다. 아직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야 할 예쁜 딸 에밀리가 24주가 채 되기도 전 먼저 태어났기 때문이다. 클레어가 입원한 영국 로열 에든버러 병원 의료진이 우려한 상황은 두 가지였다. 우선, 24주라는 시간은 태아의 장기가 제대로 형성되지도 자리가 잡히지도 않은 상황이었기에 폐를 통한 호흡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점, 그리고 몸에 지방이 제대로 축적되지 않아 저체온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아무리 커도 손바닥 정도인 에밀리에게 적합한 인큐베이터가 병원에는 없었다는 것. 하지만 의료진은 곧 해결책을 찾아냈다. 에밀리의 체온이 어느 정도 유지될 때까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소형 비닐백을 인큐베이터 대용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실제로 이 비닐백은 에밀리와 같은 미숙아의 몸에 딱 맞았고 체온조절에 무척 용이했다. 에밀리가 태어났을 때, 의료진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0.45㎏이라는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난 에밀리의 작은 몸집을 비닐백에 넣은 뒤 체온을 올리는 한편, 두 차례의 수혈을 통해 체내 혈액이 원활히 순환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최초 분만 후 엄마인 클레어가 에밀리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은 20분이 채 안됐다. 손바닥보다 작은 에밀리가 미세한 숨을 내쉴 때, 그녀의 마음은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다. 하지만 또한 그녀는 에밀리의 작지만 굳은 삶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엄마의 새끼손가락을 꼭 잡은 에밀리의 모습을 보며 클레어는 최선을 다해 딸을 살려보기로 마음먹을 수 있었다. 최근 영국 통계를 보면 24주 미만에 태어난 미숙아의 생존율은 평균 42~46%며 사인의 대부분은 저체온증이다. 에밀리의 치료를 담당한 소아과 전문의 앤드류 갤러거는 영아의 열손실을 최대한 막기 위해 비닐백을 활용했고 이것이 마이크로 인큐베이터 환경을 훌륭히 재현해 에밀리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현재 에밀리의 몸무게는 거의 2㎏에 육박하며 건강을 되찾고 있다. 클레어와 그녀의 남편 앨런은 자그마한 몸집에도 생존을 위해 열심히 싸워준 에밀리가 무척 자랑스럽다. 그녀는 “에밀리의 놀라운 의지는 생존의 기적으로 이어졌다. 부모로써 이 순간이 무척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병원 의료진은 “에밀리가 본래 정상 출산일이자 그녀의 진짜 생일인 오는 6월 16일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데일리메일  조우상 기자 wscho@seoul.co.kr
  • [데스크 시각] 나이지리아에도 희망의 노란 리본을/이순녀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나이지리아에도 희망의 노란 리본을/이순녀 국제부장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어느덧 한 달이 다 돼간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마치 집단 악몽을 꾸는 듯 허우적댔던 시간이 그렇게 속절없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 악몽은 깨어나면 끝이지만 차디찬 시신으로 돌아온 희생자와 아직 행방조차 알지 못하는 실종자를 합한 304명의 가족들에겐 지금이 고통의 시작에 불과하기에 다가올 시간이 더 막막하고 두려울지 모른다. 대형 재난이나 사고로 인한 다수의 무고한 희생은 매번 슬프고, 안타깝다. 그런데 이번엔 분노가 안타까움과 슬픔을 압도했다. 백번을 양보해서 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벌어진 선원과 선사, 해경, 정부의 온갖 비리와 부정, 비상식적 행태에는 분노라는 원초적인 감정 말고 달리 표출할 방법이 없다. 어제 아침, 어느 신문이 1면에 보도한 ‘해경이 대응만 제대로 했어도 전원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말이 차라리 거짓이길, 그래야 유족들의 한이 미세먼지만큼이라도 덜어지지 않을까 싶은 심정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가 한마음으로 세월호의 기적을 바라고 있는 동안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도 200여명 학생의 부모들이 밤낮으로 자식의 무사귀환을 기원해 왔다. 세월호 사고가 나기 이틀 전인 지난달 14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집단 납치된 보르노주 치복시 여학교의 학생 276명 가운데 일부 탈출 학생을 제외한 200여명의 행방이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같은 시기에 벌어진 두 비극적 사건에 대처하는 양국 정부의 행태는 씁쓸하게도 닮은 점이 많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사건 발생 수일이 지날 때까지 정확한 피랍자 수를 몰랐다. 군 당국은 납치 발생 사흘 뒤인 17일 “납치된 100여명 대부분이 풀려나고 실종자는 8명뿐”이라고 했고, 보르노주는 19일 “44명이 탈출했고, 95명이 실종 상태”라고 말하는 등 엉터리 발표를 계속했다. 당국은 수색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참다못한 학부모들이 직접 외딴 숲을 뒤지러 다녔다. 알고 보니 사건 발생 직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각국이 구출을 돕겠다고 했지만 굿럭 조너선 대통령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너선 대통령은 열흘이 지나서야 마지못해 성명을 발표했다.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학부모들은 ‘우리 딸들을 구해달라’는 종이를 들고 수도 아부자를 행진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달 초 보코하람이 동영상을 통해 자신들의 납치 사실을 시인하며, 여학생들을 노예로 내다 팔겠다고 협박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그나마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도 대통령은 피랍자 부모들이 경찰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의 부인은 납치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고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음모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더욱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정부는 사건 발생 4시간 전에 첩보를 입수하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누가 누구를 흉볼 처지는 아니지만 믿고 의지할 만한 정부의 모습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대한민국 곳곳에 노란 리본이 넘쳐나고 있는 것처럼 지금 트위터에는 ‘우리의 소녀들을 돌려줘’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소녀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나이지리아에도 희망의 노란 리본을 건네본다. coral@seoul.co.kr
  • 인셉션 현실화?…인위적으로 ‘자각몽’ 실험 성공

    인셉션 현실화?…인위적으로 ‘자각몽’ 실험 성공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 그의 생각을 빼낸다는 기상천외한 스토리의 영화 ‘인셉션’이 현실화되는 것일까? 최근 독일 JW 괴테대학 연구팀이 뇌에 전류를 보내 자각몽을 꾸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있다. 자각몽(自覺夢·lucid dreaming)이란 수면자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현상으로 경우에 따라 자유의지로 하늘을 나는 등 스스로 꿈의 통제도 가능하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과거 한번도 자각몽을 꾼 적 없는 27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얻어졌다. 연구팀은 잠들어 있는 동안 눈꺼풀 밑에서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상태인 REM수면에 주목해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연구팀은 피실험자가 REM수면에 들어간 3분 후 뇌의 정면과 측두부 쪽에 40헤르츠 정도의 미세 전류를 흘렸다. 뇌의 이 부분은 숙면과 관련된 감마파가 생성되는 지역으로 자각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한번도 자각몽을 꾼 적 없는 일부 피실험자들이 자각몽을 꿨으며 스토리까지 통제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연구를 이끈 우루술라 박사는 “이번 결과는 사람이 자신의 꿈을 통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의식적으로 과거를 기억해내거나 미래를 보는 꿈을 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이번 연구가 큰 충격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어 악몽을 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신경과학’ (Nature Neuro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세월호 침몰] “하루 3000명 민원 챙기다 날 저물어…그래도 울다 쓰러진 가족들만 할까요”

    [세월호 침몰] “하루 3000명 민원 챙기다 날 저물어…그래도 울다 쓰러진 가족들만 할까요”

    “마음이 너무 아파요.” 분노·절망·체념·눈물로 뒤범벅된 ‘팽목항’에서 만난 진도 임회면장 이원석(52·사무관)씨는 8일 “유가족들을 대하면 한 아버지로서 한계상황과 죄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며 “그들이 실종된 가족을 되찾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멍하니 먼바다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모습이 떠올라 밤잠을 설친다”며 “이런 악몽의 순간들이 하루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부터 지금까지 면사무소 직원 15명과 함께 팽목항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왔다. 가족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사고 첫 4~5일 에는 밤낮없이 현장을 누볐다. 연휴도 반납한 채 하루에 몽골텐트를 20동씩 만들었다. 시신 안치소·유류품 보관소 설치와 급수, 급식, 주변청소, 길안내, 교통정리 등도 그의 몫이다. 손이 달리면 직접 땅을 고르고 깔판을 깔고, 비오는 날엔 비닐을 들고 항구를 내달렸다. 사고 초기엔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의료진, 잠수부, 취재진 등 하루 2000~3000명이 팽목항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보통 아침 6시에 현장에 나와 청소와 유가족 휴게실을 살피며 하루를 시작한다. 물, 담요 공급 등 현장 민원에 매달리다 보면 금세 날이 저문다. 유족들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밤을 꼬박 새우면서 울다가 지쳐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 팽목항 주변에 마련된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해경 등 각급 기관 상황실의 애로도 챙겨야 한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 정치인 등의 방문도 잦아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여간 많지 않다. 시신 인도 시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을 의무화한 지난달 22일부터는 현장상황실에서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며 유족의 신원확인을 도왔다. 시신이 뒤바뀌면서 DNA 검사가 강화된 이후부터다. 팽목항을 기점으로 오가는 배편이 줄면서 인근 섬사람들의 생활 민원도 챙겨야 한다. 이씨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면 또 시신이 발견됐다는 사실에 늘 마음을 졸여야 한다”며 “한둘씩 떠나고 남은 30여 유족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진도가 고향인 그는 고교 졸업 후인 1982년 공직에 입문 군청 투자마케팅 과장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팽목항이 있는 임회면장으로 옮겼다. 진도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물속 동료 손 잡고도 못 구해… 저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아”

    “물속 동료 손 잡고도 못 구해… 저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아”

    “물에 잠겨 가는 동료의 손을 붙잡고도 구해 내지 못했습니다.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습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서비스직 승무원들 사이에 빚어졌던 또 다른 비극적인 사연이 생존 승무원에 의해 알려졌다. 생존 승무원 가운데 구속되지 않은 단 2명 중 한 명인 조리원 김모(51·여)씨는 7일 악몽의 순간을 떠올렸다. 김씨는 동료 이모(56·여)씨와 함께 지난달 16일 오전 9시 10분쯤 배식을 마치고 세월호 3층 조리실에서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배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겹겹이 쌓아 놓은 식판들이 엎어지고 냉장고와 대형 밥솥 안에 있던 것들이 쏟아져 내렸다. 이들은 선반을 잡고 싱크대 위로 올라가 상황을 살펴본 뒤 심각성을 느껴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어느새 조리실이 50∼60도 기울면서 밖으로 나가는 길목인 선원식당까지 바닥이 언덕처럼 가파르게 기운데다 엎지러진 식용유로 뒤범벅이 되면서 미끄러워 올라갈 수가 없었다. 김씨는 옆에 있는 가스통에 발을 딛고 파이프를 잡고 기어올랐다. 5∼6m 거리였지만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마침내 선원식당까지 오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도중에 식당 의자가 굴러떨어져 갈비뼈가 부러졌다. 김씨는 이씨에게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쳤지만 이씨는 계속 미끄러지다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종됐다. 선원식당에서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사무장 양대홍(45)씨, 아르바이트생 구모(42·여)씨와 합류했지만 배가 80∼90도까지 기울어진 상태라 갑판으로 통하는 문은 천장처럼 위에 있었다. 벽이 돼 버린 통로에는 손에 잡을 만한 것이 없었다. 보다 못한 양 사무장이 벽에 양다리를 걸치고 지그재그로 움직여 겨우 올라간 뒤 김씨와 구씨에게 올라오라고 하자 김씨는 같은 방식으로 올랐다. 음식점에서 일할 당시 10여년간 바위산을 탄 것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구씨는 발만 동동거리고 있어 김씨가 재촉했지만, 구씨는 “나는 무서워서 못 가”라며 울부짖었다. 김씨는 급한 김에 허리를 굽혀 손을 내밀었지만 미치지 못했다. 잠시 뒤 식당에 물이 차올라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양 사무장은 손을 내밀어 구씨 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구씨의 몸이 물속 무엇인가에 끼여 있어 빠져나오지 못했다. 방법이 없자 양 사무장은 김씨에게 먼저 탈출할 것을 지시했고, 김씨는 갑판으로 나온 뒤 배 우측 꼭대기로 기어올라가 9시 40분쯤 해경 헬기에 구조됐다. 타이타닉호의 최후 순간보다 더 악몽 같은 30분이었다. 양 사무장과 구씨는 아직 실종 상태다. 병원에서 부상 치료와 정신치료를 함께 받고 있는 김씨는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다”면서 “구씨가 오히려 ‘언니는 다쳐 어떡하냐’고 걱정하던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아득하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악몽 자주꾸는 아이, 과거 ‘왕따’ 당했기 때문” (英연구)

    “악몽 자주꾸는 아이, 과거 ‘왕따’ 당했기 때문” (英연구)

    만약 악몽을 자주꾸는 아이가 있다면 과거 ‘왕따’ 등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음을 의미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워릭대학교 연구팀은 악몽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지난 주말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소아학 학회에서 발표했다. 그간 악몽에 관한 꾸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워릭대학 연구팀은 이번에 12세 어린이 총 6,438명의 인터뷰를 통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 24%의 어린이가 악몽을 꾸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약 9%는 야경증(갑자기 잠에서 깨어 비명을 지르며 공황상태를 보이는 질환)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악몽 등 아이들의 잠자리 고통을 과거 경험에서 찾았다. 연구를 이끈 디에터 월크 박사는 “악몽 혹은 야경증을 겪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과거 괴롭힘을 당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면서 “이같은 경험에서 온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아이의 잠자리 고통을 야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에 연구대상이 된 12살 어린이의 경우 대략 8-10세 사이에 괴롭힘을 당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면서 “만약 아이가 악몽을 자주 꾼다면 부모는 안좋은 기억에 대해 터놓고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편 월크 박사 연구팀은 지난 3월에도 악몽을 자주 꾸는 아이가 망상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9세 사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악몽을 자주 꾸는 어린이는 숙면을 취하는 어린이보다 정신적 질환을 앓을 확률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기고] 우리는 ‘그날’을 너무 쉽게 잊었다/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기고] 우리는 ‘그날’을 너무 쉽게 잊었다/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그날’은 너무도 평화로웠다. 1995년 6월 29일 목요일 오후,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인근 아파트 주부들, 이제 막 학교수업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로 그 건물은 평소보다 더 북적거렸다. 서초동 검찰청사 14층 복도에서 바라다본 길 건너 분홍색 건물은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구급차의 다급한 사이렌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사망자 502명 실종자 6명’.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광복 이후 최악의 인재로 기록됐다. 당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건축담당 주임검사였던 필자는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할 수사라인의 한가운데 있었다. 절망감과 분노에 휩싸인 여론이 수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다. 신축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건물은 이미 재난을 예고하고 있었다. 부도덕한 건물주는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 간신히 안전기준을 넘기는 수준으로만 설계했다. 공사 중간, 계획에 없던 증축 요청을 건설사가 위험하다며 거절하자 아예 건설사를 바꿔 강행해 버렸다. 불법 용도변경도 아무렇지 않게 자행됐고, 내력벽마저도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렸다. 설계 하중을 초과한 각종 시설 설치도 큰 몫을 담당했다. 뇌물을 먹고 위법을 눈감아준 공무원들은 사건의 숨은 공범이었다. 사고 이듬해 법원은 건물주인 삼풍그룹 회장에게 징역 7년 6개월의 확정 판결을, 설계변경을 인가해준 공무원 등 관련 피고인 20여명에게도 징역과 금고형을 내렸다. 참담했던 그 시절의 기억은 그렇게, 준엄한 법의 심판과 함께 사라질 줄로 알았다. 그로부터 19년. 악몽은 그러나 다시 찾아왔다. 수학여행을 나선 어린 학생들을 가득 태운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했다. 무심한 찬 바다는 공포와 절망에 몸부림치는 이들을 삼켰다. 달랐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기억. 그것은 데자뷔와 같았다. 끝까지 조타실을 지켜야 할 선장과 기관실 승무원이 가장 먼저 구호선에 올랐다.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그들의 지시만을 믿고 따랐던 승객들은 끝내 살아 뭍에 오르지 못했다. 무책임한 지휘자 하나가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 참사다. 선박업체 실소유주의 파렴치함과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성토, 여기에 안전 불감증과 위기관리시스템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그때 그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제 곧 관리감독 기준은 강화될 테고, 책임자는 엄중히 처벌받을 것이며, 매뉴얼과 시스템은 더욱 빈틈없는 그물망을 놓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아픈 역사는 다시 묻는다. 정녕 그것이 최선이냐고. 안전에 관한 한 만능의 해법이란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기본을 다시 살피는 일이다. 원칙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거짓되지 않는다는 인간으로서의 그 기본을 말이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할 때 악몽은 되풀이된다. 우리는 ‘그날’을 너무도 쉽게 잊었다. 꽃잎처럼 떨어져 간 삼풍백화점의 원혼과, 생때같은 아이들을 태워 데려간 세월호의 비극 앞에서 또다시 우리 모두는 역사의 피고인이다.
  • [MLB] 류현진 안방서 2패

    [MLB] 류현진 안방서 2패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다.” 류현진(27·LA 다저스)이 28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프로야구(MLB) 콜로라도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3점포 등 9안타를 맞고 6실점했다.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줬으나 볼넷 없이 탈삼진 3개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1-6으로 뒤진 6회 마운드를 내려왔고 팀은 그대로 패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시즌 일곱 번째 등판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은 2.12에서 3.23으로 솟구쳤다. 특히 세 차례 홈 경기에서 2패만 떠안았다. 네 차례 원정에서는 26이닝 무실점에 3승, 평균자책점 0으로 완벽했다. 하지만 홈에서는 13이닝 14자책, 평균자책점 9.69로 딴판이었다. 지난해는 홈과 원정 성적이 7승 4패로 똑같았지만 홈 평균자책점은 2.32로 원정(3.69)보다 나았다. 89개의 공을 뿌린 류현진은 직구가 문제였다. 최고 구속이 148㎞에 그쳤고 공끝까지 무뎠다. 변화구의 위력도 반감됐다. 특히 1, 2회 투구 수가 23개씩이나 됐다. 1-3으로 끌려가던 6회에는 그동안 홈런을 뽑아내지 못하던 조시 러틀리지에게 3점포를 맞아 시즌 39이닝, 지난해부터 45이닝 연속 무홈런 행진을 끝냈다. 류현진은 경기 뒤 “홈 부진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높게 제구된 공이 장타로 연결됐고 나흘 휴식의 영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패스트볼이 위력적이지도, 날카롭지도 못했고 변화구도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이 다저스타디움의 오르간 연주자 낸시 헤플리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틀림없다”면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다”고 했다. 1-0으로 앞선 2회 2사 1루에서 상대 투수 호르헤 데라로사에게 내야 안타를 내줘 지난 23일 필라델피아전에서 상대 투수 A J 버넷에게 3안타를 맞고 승수를 쌓지 못한 악몽이 고스란히 재현됐다. 유격수의 1루 송구 실책까지 겹쳐 주자들이 모두 진루했고 결국 2사 만루에서 반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줘 역전당해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카이스트 ‘자살 악몽’ 재연되나

    28일 오후 7시 40분쯤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기숙사에서 4학년생 김모(21)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부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발견 당시 기숙사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놓여 있었고, 숨진 김씨의 몸에 외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카이스트에서는 2011년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2012년에도 학생 한 명이 기숙사 15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대전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집단 트라우마] 친구와 울어주고 안아주고… 조금씩 깨어나는 ‘태안 해병캠프 악몽’

    [집단 트라우마] 친구와 울어주고 안아주고… 조금씩 깨어나는 ‘태안 해병캠프 악몽’

    지난 25일 오후 1시쯤 충남 공주시 반죽동 공주사대부고 운동장. 남학생 수십명이 패를 나눠 농구와 족구를 하고 있었다. 여학생들도 교정의 나무 그늘 밑에서 재잘거리며 얘기꽃을 피웠다. 지난해 7월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교관의 지시로 바다에 들어갔다 학생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난 지 9개월 된 학교 풍경이다. 교문에 내걸린 ‘단원고 학생과 선생님의 무사귀환을 기원한다’라는 플래카드만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는 듯했다. 기자가 교정 사진을 찍고 학생들과 만나려하자 학교지킴이인 60대 남자가 가로막았다. 교무부장인 오동상(51) 교사는 “세월호 사건으로 학생들이 더 예민해졌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고, 아직도 학생 3명이 우울증이나 답답함 등 사고 후유증이 있어 병원에서 가끔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그래도 당시보다 학생들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영이 교장은 “요즘에 선생님들에게 ‘잠을 자도 눈뜨고 자라’면서 학생들을 꼼꼼히 살피라고 말한다”고 학생들 상처가 재발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사고는 지난해 7월 18일 공주사대부고 당시 2학년생 198명이 2박 3일 일정의 해병대 체험훈련을 받다 발생했다. 학교는 사고 직후 전교생이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자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치료에 나섰다. 먼저 2학년부터 심리치료를 시작해 전교생으로 확대했다. 치료는 정운선 경북대 교수 등 20여명이 한 달간 교내에 상주하며 맡았다. 고위험군 학생이 많았다. 오 교사는 “당시에는 무기력증에 잠이 계속 오고, 과격해지고, 실언을 하고, 우울증이 겪는 등 상당수 학생이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회고했다. 일부 학생은 숨진 친구의 사진을 계속 쳐다보고, 일부는 일기장 등에 추모의 글을 쓰며 한없이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학생을 돌봐야 할 교사에 대한 심리치료도 이어졌다. 학부모에게 자녀들의 상태와 병원 치료를 권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곧바로 여름방학이 시작됐지만 등교하도록 지시했다. 오 교사는 “학생이 혼자 있으면 우울증에 빠질 것 같아 사고발생 1주일 만에 등교하도록 했다”면서 “친구들과 어울려야 자연 치유가 빠를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업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 교사는 “교사들이 (죄인 같아) 학생들과 눈도 마주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체육활동이나 독서로 대신하는 수업이 많았다. 등하교 때 교사들이 기숙사 앞에서 학생들을 안아줬고, 함께 울기도 했다. 이 학교는 전국에서 학생이 진학해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한다. 기숙사 당직 교사도 2명에서 3명으로 늘려 학생 심리상태를 꼼꼼히 체크했다. 오 교사는 “49재가 지나서야 학생들의 마음이 조금씩 안정됐다”며 “전학 간 학생은 한명도 없다. 반이나 기숙사 재편성을 시도했지만 숨진 학생의 룸메이트조차 ‘그대로 지내겠다’고 대답해 바꾸지 않았다”고 전했다. 학교 주변 마을도 후유증을 꽤 앓았다. 학교 앞 문방구 주인 임모(58·여)씨는 “한 달이 뭔가, 주민들이 그 얘기 꺼내길 꺼리고 한 게 몇 달은 갔다”라며 “진도 사건이 나니까, 여기 사건이 생각 난다”고 울먹였다. 공주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프로축구] 환호 대신 애도를… 조용한 슈퍼매치

    [프로축구] 환호 대신 애도를… 조용한 슈퍼매치

    역대 가장 차분한 ‘슈퍼매치’의 승자는 누가 될까. 프로축구 K리그의 가장 뜨거운 라이벌, 수원과 FC서울이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다. 환호와 축포 대신 위로와 애도가 그라운드에 깃들 전망이다. 서울의 공식 서포터스 ‘수호신’은 응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관전하기로 했다. 수원 구단도 장내 아나운서의 경기 진행 외에 일절 집단 응원 유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골 세리머니도 자제하기로 했다. 앞서 록밴드 ‘노브레인’ 공연도 ‘세월호 침몰’ 이후 접었다. 프로축구연맹의 지침에 따라 슈퍼매치는 물론, 주말 열리는 클래식 10라운드 모든 경기에 선수들은 리본을 패용하고 경기 전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수원은 공격력은 절정이다. 최근 5경기에서 3승2무로 클래식 12개 팀 가운데 4위를 달리고 있다. 13골로 선두 포항(19골) 다음으로 많은 득점이며 최근 두 경기에서는 5골을 몰아 쳤다. 주장인 ‘왼발의 달인’ 염기훈은 최근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2골 3도움)로 펄펄 날았다. 서울은 지난 2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베이징(중국)을 상대로 간만에 멀티포를 터뜨리며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K리그에선 최근 2무2패로 부진해 11위로 처져 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른 데다 하대성의 공백을 메운 강승조, 데얀의 자리에 첫 선발 출전한 윤주태가 나란히 득점해 희망을 부풀렸다. 서울은 3년여 동안 수원에 9경기 무승(2무7패)으로 기를 펴지 못하다 지난해 8월 3일에야 악몽에서 벗어났다. 그 뒤 다시 1승씩 주고받았다.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 체력에서 달리는 서울로선 2008년 12월 7일 이후 8경기 연속 무승(1무7패)에 그쳤던 ‘빅버드 원정 징크스’가 못내 걸린다. 폭발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수원은 중앙수비수 조성진과 헤이네르가 슈퍼매치 경험이 없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수비진을 조율하는 골키퍼 정성룡이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지금&여기] 공직 신뢰가 사라진 시대/강국진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공직 신뢰가 사라진 시대/강국진 정책뉴스부 기자

    1997년 경기 화성군청 사회복지과에서 부녀복지계장으로 일하던 여성 공무원이 있었다. 그는 화재에 취약하다며 관내 청소년수련시설 설치·운영 허가를 반려했다. 그러자 요즘 말로 치면 “암덩어리 규제를 무기로 경제활성화를 가로막는 (종북) 무사안일 공무원”이라며 항의에 시달렸다. 군청 간부들은 “허가를 내주라”고 난리를 쳤다. 아예 깡패들까지 찾아와 협박하는데도 그 계장은 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군청에선 결국 그 계장을 좌천시키고 곧바로 청소년수련시설에 허가를 내줬다. 그리고 1년도 안 돼 그곳에서 화재가 났다.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23명의 목숨을 화마가 앗아갔다. 온 국민은 이 시설이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컨테이너 수십 개를 얹어 화재에 취약한 가건물 형태였다는 걸 알고 충격에 빠졌다. 화성군청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그 계장은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따가운 시선에 무척이나 힘들어했다고 한다. 결국 이듬해 명예퇴직했다. ‘씨랜드 화재사건’을 계기로 획기적인 제도정비가 이뤄졌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서해훼리호, 대구지하철, 씨랜드, 세월호 악몽에 시달린다. 그때마다 ‘시스템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자기파괴적인 신념을 학습한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계장을 ‘참 공무원’이라며 칭송했던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장덕’이란 이름 석 자를 금세 잊어버렸던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현장을 잘 아는 공무원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개혁을 했다면, 국민안전을 위한 더 엄격하고 촘촘한 규제를 만들고 정비했다면, 공공성을 내팽개친 공직자를 고발할 수 있는 ‘호루라기’를 쥐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다 못해 이장덕 계장을 이장덕 과장으로, 국장으로 승진시켰다면, 책임감 있는 공무원은 출세한다는 학습효과라도 줬다면, 세월호 참사로 뼈저리게 깨닫게 된 ‘시스템 붕괴’에 국민이 절망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공무원을 조롱하고 비난하기는 쉬운 일이다. 대한민국 대표 공무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공무원을 심판하겠다고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우리는 더 많은 이장덕을 발굴하고 키워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성찰이다. 우리 사회는 이장덕 같은 일선 공무원들이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격려해 줬는가. 현장 공무원은 실권이 없고 고위직들은 현장을 모르는 나라에서 ‘공무원’을 생각한다. betulo@seoul.co.kr
  • [프로야구] 봉, 너마저…

    [프로야구] 봉, 너마저…

    김기태 감독의 사퇴로 어수선한 LG가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 5연패 수렁에 빠졌다. 믿었던 마무리 봉중근마저 무너졌다. LG는 24일 대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과의 경기에서 8-8로 맞선 10회 무사 1, 2루에서 최형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8-9로 무릎을 꿇었다. 8-7로 앞선 8회 1사부터 마무리 봉중근을 투입하는 등 필승 의지를 보였으나 봉중근은 9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해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투구 수 30개를 훌쩍 넘긴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박한이와 채태인, 최형우에게 잇따라 안타를 얻어맞고 결국 패전의 멍에를 썼다. 반면 삼성은 LG와의 3연전을 ‘싹쓸이’해 4연승으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3-5로 끌려가던 7회 채태인의 홈런과 이영욱의 몸 맞는 공, 이흥련의 1타점 적시타, 김상수의 희생플라이로 대거 넉 점을 얻어 경기를 뒤집었다. 8회 오지환에게 역전타를 얻어맞아 다시 수세에 몰렸지만 결국 승리를 따내는 저력을 보였다. 한화는 대전에서 유창식의 호투와 4타점을 올린 송광민의 활약을 앞세워 두산에 9-3 완승을 거뒀다. 계약금 ‘7억원의 사나이’ 유창식은 7이닝 동안 삼진 4개를 낚으며 5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최고 146㎞의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섞어 던져 두산 타선을 틀어막았다. 앞선 네 번의 선발 등판에서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마침내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송광민은 2회 1사 1루에서 홍상삼의 5구를 걷어 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는 큼직한 선제 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3타수 3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용규도 3안타를 날려 공격의 첨병 역할을 했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롯데에 10-3 대승을 거두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초반부터 상대 선발 송승준을 두들겨 6-2로 앞선 넥센은 7회 서건창이 3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까지 세 시즌 동안 통산 홈런이 1개에 불과했던 서건창은 올 시즌 벌써 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넥센 선발 하영민은 3이닝 3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조상우-마정길-박성훈-한현희-송신영으로 이어지는 계투진이 단 3안타 무실점으로 6이닝을 틀어막았다. NC는 문학에서 장단 13안타를 터뜨려 SK에 13-7로 이겼다. 이종욱과 테임즈의 투런 홈런으로 앞서던 NC는 SK의 거센 추격을 받고 8-7까지 쫓겼다. 그러나 8회 모창민의 통렬한 3점포 등으로 5점을 추가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마라톤 테러 1년… 다시 뛰는 보스턴

    1년 전 폭탄에 두 다리를 잃은 제프 바우먼은 결승선 바로 뒤쪽 스탠드에서 의족을 끼고 목발에 의지한 채 약혼녀 에린 헐리, 왼쪽 다리를 잃은 애드리언 해슬릿 데이비스와 함께 완주자들을 향해 손뼉을 쳤다. 당시 그를 들쳐 안고 뛰어 병원으로 후송, 그의 목숨을 구해준 카를로스 아레돈도도 만나 감사의 뜻을 표했다. 2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제118회 보스턴국제마라톤 대회. 바우먼은 지난해 대회에 참가한 헐리를 응원하기 위해 결승선 근처에 서 있다가 압력솥 폭탄이 터져 크게 다쳤다. 당시 테러 직전 용의자와 눈이 마주쳤던 그는 용의자 색출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던 인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폭탄 테러로 대회 참가자 3명, 용의자를 쫓던 경찰관 1명이 숨지고 260여명이 다쳤는데 둘은 1년 전의 그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 더 성대하게 치러진 올해 대회의 마무리를 의미 있게 장식했다. 둘 사이에 7월 중순 아기가 태어나고 내년쯤 결혼식도 올릴 예정이다. 올해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9000명 늘어난 3만 6000명. 조직위원회는 관람객 역시 곱절로 늘어난 100만명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듯 대회 규모가 커진 것은 “적극적인 대회 참가와 응원으로 지난해의 상처를 치유하자”는 뜻이 한데 모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완주 뒤 결승선 근처에서 동료들을 기다리다 다친 댄 머큐리오는 “올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상처를 딛고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결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대회는 보안에 더욱 각별한 신경을 썼다. 새벽 6시 100명이 넘는 보안요원들이 모든 코스를 미리 뛰며 점검했다. 오전 8시 45분에는 희생자와 부상자를 위한 묵념이 진행됐다. 바우먼 일행은 삼엄한 경계 속에 안전지대에 머무르다 폭탄이 터지기 시작한 오후 2시 49분 스탠드로 이동하는 등 만전을 기했다. 조직위는 보스턴과 매사추세츠 주경찰, 연방수사국(FBI) 등에서 파견된 3500명 이상이 경비를 펼쳤다고 전했다. 관람객들은 곳곳에 설치된 금속탐지기와 보안견의 검색을 거친 뒤 소지한 배낭을 맡기거나 투명한 비닐봉투에 옮겨 넣은 뒤에야 응원할 수 있었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온 데이브 쇼는 “지난해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테러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올해 출전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으로 미국에 귀화한 멥 케플레지기(39)가 2시간 8분 37초로 남자부 정상에 올라 1983년 그레그 메이어 이후 31년 만에 미국 선수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결승선 근처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윌슨 체벳(케냐)을 37초 차로 제친 케플레지기는 지난해 부상 때문에 결승선 근처에서 응원만 보내다 폭탄이 터지기 5분 전 떠나 목숨을 구한 터라 이날 우승이 더욱 각별했다. 여자부에서는 리타 젭투(33·케냐)가 2시간 18분 57초로 대회 여자 신기록을 세우며 이 대회 세 번째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편 문경·구미 마라톤동호회, 복사꽃 마라톤동호회 소속으로 한국에서 참가한 60여명의 마스터스 참가자들은 출발선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한 뒤 오른손에 검은색 팔찌를 두른 채 경주에 나섰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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