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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추문’ 조덕제 기자회견, 이지락 촬영기사 “장훈 감독 주장 사실 아냐”

    ‘성추문’ 조덕제 기자회견, 이지락 촬영기사 “장훈 감독 주장 사실 아냐”

    배우 조덕제가 ‘여배우 성추행 사건’과 관련 입장을 밝힌 가운데 당시 영화 메이킹필름 촬영기사의 증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피앤티스퀘어에서 열린 배우 조덕제(50) 기자회견 자리에는 조작 논란이 일었던 영화 메이킹필름 촬영기사 이지락씨가 참석했다. 이지락씨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먼저 조덕제와의 친분에 대해 “영화 촬영 전에 우연히 한 번 본 것이 전부”라며 “문제가 된 장면 촬영 때 처음봤다”고 밝혔다. 이어 메이킹 영상 조작 논란에 대해 “(장훈)감독은 내가 찍은 메이킹 영상을 두고 악마의 편집과 조작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장훈 감독은 13번 씬(SCENE) 촬영 전에 디렉션·리허설을 한 시간이 30분이라면서 검찰에 제출한 메이킹 필름이 20분간 사라졌다며 영상 조작설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장훈 감독이)자신의 주장과 다르다는 이유로 조작이라고 말하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덕제는 영화 촬영 도중 상대 여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독의 지시와 대본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당시 상황이 담긴 영화 메이킹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장훈 감독이 “공개된 메이킹 필름 영상은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사건의 전말을 다시 미궁 속에 빠졌다. 한편 이날 이지락씨는 지난 2015년 여배우 A씨가 해당 건으로 조덕제를 고소하자 메이킹 필름의 존재를 알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여배우가 남자 배우를 고소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메이킹 필름을 보면 알겠지만 두 배우의 문제가 아니다. 감독님은 왜 모른 척 빠져 있나 했다. 메이킹 필름을 두 배우에게 보여주면 오해가 풀릴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배우, 조덕제) 두 분에게 연락해 13번 씬 메이킹 필름이 있음을 알렸으나 여배우는 무관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어처구니없게도 여배우는 메이킹 영상(존재)을 1심 재판이 끝나고서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며 “2015년 9월쯤 여배우에게 영상에 대해 알린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 여배우 측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강제 성추행을 당했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장훈 감독은 아직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조덕제는 지난 2015년 4월 장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저예산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상대 여배우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조덕제에게 1심 무죄, 2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사진=더팩트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트럼프 “텍사스 총기난사는 악마의 행동” 비난

    트럼프 “텍사스 총기난사는 악마의 행동”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46명의 사상자를 낸 텍사스 주 교회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악마의 행동”이라고 비난했다.아시아를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일본 도쿄에서 현지 기업가 상대 강연에서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이 예배 장소에 있을 때 이런 악마의 행동이 일어났다”며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들에 대해 느끼는 고통과 슬픔은 말로 옮길 수 없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그것은 우리가 함께 뭉쳐서 손을 잡고 팔짱을 끼며 눈물과 슬픔을 통해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에서 2일차 일정을 소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직후 일본이 새벽 시간임에도 바로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내가 일본에서 그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위터에 “텍사스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사상자와 주민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연방수사국(FBI)과 사법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고도 적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인근 마을인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한 교회에 무장 괴한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 모두 26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핼러윈’은 상술인가, 참신한 문화인가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핼러윈’은 상술인가, 참신한 문화인가

    이제는 전 세계의 축제가 된 핼러윈이 한바탕 휘몰아친 뒤 지나갔다. ‘원산지’ 격인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지난 몇 주간 핼러윈과 관련한 수많은 행사와 아이템이 쏟아졌다. 매년 10월 31일만 되면 홍대와 이태원, 강남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은 대규모 핼러윈 파티로 들썩이고, 유치원생들까지도 핼러윈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핼러윈은 기독교 축일인 만성절 전야제(All Hallows´ Eve)를 줄인 말로, 매해 10월 31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즐기는 축제다. 19세기 중반까지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켈트 족의 풍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소규모 지역 축제로 그 명목을 이어 가다가 아일랜드인이 대기근 탓에 미국으로 대거 이주한 1840년대 이후 미국에 핼러윈이 퍼지면서 현재는 미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이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자신도 악령이나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던 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고, 특별한 날이 되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아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던 중세 사람들의 풍습이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 아이들의 놀이로 이어졌는데, 한국에서는 좀처럼 이러한 핼러윈의 정체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일명 ‘수입 기념일’, ‘수입 명절’로 부르는 핼러윈을 두고 지극히 상업적인 행사이자 상술이라는 비난과, 이에 맞서 신선한 문화 트렌드라는 대립이 이어진다. 지난달 30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의 핼러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핼러윈과 관련한 ‘재미나다’, ‘즐기다’, ‘좋다’ 등의 긍정적인 연관어 사용은 76%, ‘가짜’, ‘공포’, ‘화나다’ 등 부정적인 연관어 사용은 24%였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각각 68%, 32%로 변동을 보였다. 핼러윈이라는 수입기념일에 큰 관심을 보이는 ‘외국’은 한국뿐 아니다. 일본은 ‘핼러윈 열광국’으로 꼽힐 만큼 매년 그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에는 NHK 기상캐스터가 핼러윈 복장으로 날씨를 전달하기도 했고, 한국의 홍대나 강남처럼 젊은 세대들이 많이 모이는 시부야는 핼러윈 당일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중화권 국가에서도 후끈한 분위기는 유사하다. 대만의 한 3세 아이는 지난해 핼러윈 때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귀신 캐릭터 ‘가오나시’로 깜짝 변신해 여동생을 울린 사진이 화제가 됐고, 올해는 역시 일본 영화 ‘데스노트’의 악마 캐릭터 ‘류크’로 분장해 한국, 중국, 대만 네티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국을 포함한 ‘외국’이 수입기념일에 이토록 열광하는 현상은 유통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일본기념일협회 추계에 따르면 핼러윈 관련 상품의 일본 국내 시장 규모는 1400억엔(약 1조 4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핼로윈 코스튬 관련 판매는 전년 대비 267%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핼러윈 직전 2주간 매출이 전년 대비 10.7%, 다이소는 30%나 상승했다. 더욱 실감나는 핼러윈 분장을 해 준다는 헤어숍이나 메이크업숍의 광고도 쉽게 눈에 띈다. 유아동뿐만 아니라 파티를 즐기려는 젊은층의 수요가 몰리면서 그야말로 ‘핼러윈 대목‘이 생긴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해가 갈수록 핼러윈 시즌이 되면 기업은 물론이고 언론까지 열기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핼러윈 대목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것이 내수 진작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수입기념일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핼러윈의 정체성이나 한국 특유의 문화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소비자들의 지갑만 노리는 상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핼러윈이 되면 강시나 ‘흑백무상’(黑白无常)이라 부르는 중국의 저승사자 등 전통 귀신의 분장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망가’(일본 만화)의 영향으로 캐릭터 복장을 현실에서 따라 입는 코스튬 문화가 핼러윈 이전부터 뿌리 깊게 자리해 있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유명 영화 캐릭터나 좀비, 드라큘라 등 소위 ‘외국 귀신’들의 분장과 화려한 파티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짙다. 한국만의 색깔도, 핼러윈의 정체성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없던 더욱 참신한 문화를 원하는 시대의 흐름은 거스르기 어렵다. 애초에 ‘수입된’ 명절이니 우리만의 색이 없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핼러윈을 즐기는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정확한 유래를 알고 도를 넘지 않는 즐거움에 의미를 둘 때, 핼러윈과 같은 수입기념일이 그저 상술에 불과하다는 고정관념을 벗고 진정한 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나라마다 다른 ‘핼러윈 온도’…수입기념일을 보내며

    [송혜민의 월드why] 나라마다 다른 ‘핼러윈 온도’…수입기념일을 보내며

    이제는 전 세계의 축제가 된 핼러윈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원산지’ 격인 미국과 유럽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지난 몇 주간 핼러윈과 관련한 수많은 행사와 아이템이 쏟아졌다. 매년 10월 31일만 되면 홍대와 이태원, 강남 등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은 대규모 핼러윈 파티로 들썩이고, 유치원생들까지도 핼러윈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핼러윈은 기독교 축일인 만성절 전야제(All Hallows‘ Eve)를 줄인 말로, 매해 10월 31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즐기는 축제다. 19세기 중반까지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켈트 족의 풍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소규모 지역 축제로 그 명목을 이어가다가 아일랜드인이 대기근 탓에 미국으로 대거 이주한 1840년대 이후 미국에 핼러윈이 퍼지면서 현재는 미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이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자신도 악령이나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던 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고, 특별한 날이 되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아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중세 사람들의 풍습이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 아이들의 놀이로 이어졌는데, 한국에서는 좀처럼 이러한 핼러윈의 정체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일명 ‘수입 기념일’, ‘수입 명절’로 부르는 핼러윈을 두고 지극히 상업적인 행사이자 상술이라는 비난과, 이에 맞서 신선한 문화 트렌드라는 대립이 이어진다. 30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의 핼러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핼러윈과 관련한 ‘재미나다’, ‘즐기다’, ‘좋다’ 등의 긍정적인 연관어 사용은 76%, ‘가짜’, ‘공포’, ‘화나다’ 등 부정적인 연관어 사용은 24%였지만, 올해는 이 비율이 각각 68%, 32%로 변동을 보였다. 핼러윈이라는 수입기념일에 큰 관심을 보이는 ‘외국’은 한국뿐 아니다. 일본은 ‘핼러윈 열광국’으로 꼽힐 만큼 매년 그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에는 NHK 기상캐스터가 핼러윈 복장으로 날씨를 전달하기도 했고, 한국의 홍대나 강남처럼 젊은 세대들이 많이 모이는 시부야는 핼러윈 당일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중화권 국가에서도 후끈한 분위기는 유사하다. 대만의 한 3세 아이는 지난해 핼러윈 때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귀신 캐릭터 ‘가오나시’로 깜짝 변신해 여동생을 울린 사진이 화제가 됐고, 올해는 역시 일본 영화 ‘데스노트’의 악마 캐릭터 ‘류크’로 분장해 한국, 중국, 대만 네티즌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국을 포함한 ‘외국’이 수입기념일에 이토록 열광하는 현상은 유통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일본기념일협회 추계에 따르면 핼러윈 관련 상품의 일본 국내 시장 규모는 1400억 엔(약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핼로윈 코스튬 관련 판매는 전년 대비 267%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핼러윈 직전 2주간 매출이 전년대비 10.7%, 다이소는 30%나 상승했다. 더욱 실감나는 핼러윈 분장을 해준다는 헤어숍이나 메이크업숍의 광고도 쉽게 눈에 띈다. 유아동 뿐만 아니라 파티를 즐기려는 젊은 층의 수요가 몰리면서 그야말로 ‘핼러윈 대목‘이 생긴 것이다. 이렇다보니 해가 갈수록 핼러윈 시즌이 되면 기업은 물론이고 언론까지 열기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핼러윈 대목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것이 내수 진작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수입기념일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핼러윈의 정체성이나 한국 특유의 문화는 온데간데없고 그저 소비자들의 지갑만 노리는 상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핼러윈이 되면 강시나 ‘흑백무상’(黑白无常)이라 부르는 중국의 저승사자 등 전통 귀신의 분장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망가’(일본 만화)의 영향으로 캐릭터 복장을 현실에서 따라 입는 코스튬 문화가 핼러윈 이전부터 뿌리 깊게 자리해 있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유명 영화 캐릭터나 좀비, 드라큐라 등 소위 ‘외국 귀신’들의 분장과 화려한 파티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짙다. 한국만의 색깔도, 핼러윈의 정체성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없던 더욱 참신한 문화를 원하는 시대의 흐름은 거스르기 어렵다. 애초에 ‘수입된’ 명절이니 우리만의 색이 없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핼러윈을 즐기는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정확한 유래를 알고 도를 넘지 않는 즐거움에 의미를 둘 때, 핼러윈과 같은 수입기념일이 그저 상술에 불과하다는 고정관념을 벗고 진정한 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코믹드라마의 슬픔, 시즌 1, 2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코믹드라마의 슬픔, 시즌 1, 2

    나는 지난겨울부터 텔레비전 드라마를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 속의 드라마가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멜로드라마를 보면 자주 눈물을 흘리곤 한다. 속을 메스껍게 하는 공포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배설 위험이 있는 스릴러는 가끔 본다. 가장 좋아하는 건 웃기다 울리고 긴장 속에 떨게도 하는 코믹 스릴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 지지자들의 사차원적 사고와 행동거지는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멜로와 스릴러와 코미디 모두를 합친 새로운 장르가 출현한 것 아닌가 싶다. 지난 1년간 장기 공연 중인 드라마 제목은 ‘정치보복은 내게서 멈추기를.’ 감독 최순실, 주연 박근혜. 조연은 너무 많아서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후보 경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연배우가 펼친 이 드라마의 스토리 라인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인기 미드보다 더 예측을 불허한다. 오직 나라 사랑밖에는 모르는 지도자인데, 오랜 절친을 무한 신뢰한 치명적 결함으로 인해 비극의 주인공이 된 대통령. 그분을 도와 나라의 문화융성을 도모하고자 했을 뿐인데, 굶주린 늑대같이 달려드는 불순세력들의 마녀사냥과 그 희생양이 된 대통령의 절친(감독이 연기도 해서 재미가 더해졌다). 드라마가 흥미진진하려면 간교한 계략과 권모술수에 능한 악역들이 빠질 수 없다. 그들은 오랜 세월 여러 정권에서 권력을 향유한 왕 실장, 그에 버금가는 권력 장악의 달인인 정무수석. 이들의 자세와 표정,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탁월한 악역 연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이 창조한 당당한 위선자의 전형이 아닐 수 없고 진정 악인 연기가 드라마를 빛낸다. 여기에 비극적 주군에 대한 무한 충성을 보이고, 주군과 추락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충정 어린 신하도, 상 위의 부스러기를 얻기 위해 온갖 악행의 도구 노릇을 하는 어리석은 신하들도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여기까지인 줄 알았다. 기억의 정치라는 성채 안에서 저주에 처한 공주의 비극적 운명으로 시즌 1의 대단원의 막이 내릴 줄 알았는데, 웬걸 드라마는 첫 시즌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2를 시작한단다. 첫 시즌이 멜로에 가깝다면 시즌 2는 범죄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국회, 검찰,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무시무시한 권력기구와 기업들까지 등장하며 감청, 정치보복, 선거개입, 언론장악, 경제범죄, 정경유착 등이 모두 등장한다. 국민소통수석이라는 정겨운 직위를 가진 사람이 만든 화이트리스트는 세상을 밝게 만들기 위해 능력과 열정을 갖춘 사람들을 선발했단다. 웬만큼 할리우드의 범죄 스릴러에 익숙한 사람도 그 음침하고 복잡한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만만치 않다. 시즌 1이 독일과 승마를 재미 장치로 끌어들이더니 이번에는 국정원, 기무사, 청와대 삼각 고리에 중국 베이징 자동차 납품업체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조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바지’ 사장과 실소유자라는 역할 분담까지 정말 정경유착과 기업 라마의 면모까지 갖추었다. 정말 “다스는 누구 건가요?” 신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악마를 만들어 인간들 옆에 두었다고 한다. 이들을 우리의 삶으로 내려보낸 신께 감사할 일이다. 내가 웬만한 악행을 저질러도 이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안도감을 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지만 우리 보통 람들이 이들의 눈에는 미욱하고 미천한 존재, 버러지 정도로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돼 울화가 치밀게 한다. 지난 거의 1년간 시즌 1과 2를 보면서 드라마의 겹겹이 복잡한 플롯과 다층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 끝없는 반전과 반전에 경탄하면서도 염증과 분노, 배신감과 서글픔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게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를 안개처럼 덮고 있는 슬픔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악몽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연극은 끝내고, 내가 평소에 즐기던 텔레비전 드라마를 즐기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 ‘그것이 알고싶다’…이영학 중학교 동창 “걔가 커서 성폭행 할 줄 알았다”

    ‘그것이 알고싶다’…이영학 중학교 동창 “걔가 커서 성폭행 할 줄 알았다”

    28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최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파헤친다.이날 1098회는 ‘악마를 보았다 -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된다. 지난 추석 연휴가 끝나갈 무렵 강원 영월의 한 야산에 유기된 참혹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던 열다섯 살의 하늘이(가명), 채 피지 못한 어린 여중생의 죽음이었다. 피해자 아버지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엄마, 아빠를 얼마나 찾았을까, 그 순간에. 얼마나 애가 아파했을까. 이런 걸 생각하면 미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하늘이가 귀가하지 않은 날 밤, 어머니는 딸의 실종신고를 했다. 지구대에 직접 방문해 접견실에서 한 시간 가까이 딸에 대해 설명하고 서류를 작성했지만 1시간 남짓한 순찰을 제외하고 그 다음날 11시까지 경찰서의 담당경찰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담당 형사가 처음으로 연락을 해온 건 실종신고 24시간 후, 하늘이가 사망한지 11시간 후였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하게 판단을 한거죠. 친구를 만나러 갔다고 하니까. ‘저녁때 들어오는가 보다’하고”라고 말했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탄탄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그리고 하늘이를 살해한 범인은 딸 친구의 아버지,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었다. 피의자 이영학은 ‘거대 백악종’이라는 희소병을 가진 사람으로, 네 차례의 수술로 입 안에 어금니 하나만이 남아 ‘어금니 아빠’로 불리게 되었다. 수많은 방송과 SNS를 통해 자신의 희소병이 딸에게 유전되었다며 어린 부인과 함께 도움을 호소했고, 부녀의 안타까운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어졌다. 이영학의 중학교 동창은 “저는 걔가 커서 성폭행 할 줄 알았어요. 진짜로. ‘크면 성폭행범 아니면 사기꾼 되겠다’생각은 했었어요”라고 말했다. 동창들은 이영학이 어린 시절부터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증언했다. 성폭행으로 의심되는 수많은 비행이 있었고, 불량한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기 25일 전 그의 부인은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2살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사망한 이영학의 부인. 이영학은 아내가 의붓 시아버지에게 8년동안 성폭행을 당했고 그 죄책감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존재했다. 이영학은 부인이 사망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성폭행으로 인해서 자살했다고 거리낌없이 말했고 마치 증거를 남기기라도 하듯 숨진 부인의 모습을 촬영했다. 딸 친구 살인사건 후 그의 부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점점 증폭되었다. 취재결과, 가장 큰 의문점은 부인의 추락지점에 있었다. 유성호 서울대학교 법의학과 교수는 “이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다이버나 가능하죠. 굳이 이쪽을 향해서 뛰어내렸을 가능성은 제가 이때까지 경험한 자살에서는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영학은 부인이 자신과 다투던 중 화장실에 들어갔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화장실 창문을 통해 투신했다고 말했다. 확인결과, 추락지점은 화장실 창문에서 수직이 아닌 사선방향이었다. 추락지점인 바닥면에서도 화장실 창문의 직하부분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제작진의 취재 도중 이영학 부인 가족의 편지가 도착했다. 그 동안 이영학은 책과 방송을 통해 부인과의 만남을 미화시켰지만, 가족들이 전한 사실은 달랐다. 수사결과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이영학이 부인을 성매매에 동원해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 바로 이영학의 딸이다. 친구들 증언에 따르면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딸은 아버지를 싫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있어야 자신이 수술을 받을 수 있고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기에 아버지를 거부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여중생 살인사건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헤치고, 피의자 이영학과 그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추적해 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08m 폭포 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풀장

    108m 폭포 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풀장

    ‘세계에서 가장 긴 폭포 위 천연 풀장’ 25일(현지시간) 영국 미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천연 풀장인 ‘악마의 풀’(devil‘s pool)을 소개했다. ‘악마의 풀’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경계인 잠베지 강 상류 빅토리아 폭포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빅토리아 폭포는 이구아수, 나이아가라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로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와 잠비아의 국경을 가르며 높이 108m, 폭 1.7km, 최대 낙차 108m의 세계에서 가장 긴 폭포다. 108m 폭포 꼭대기 ‘악마의 풀’은 1년 중 건기인 8월 중순~11월 중순까지 약 3달 동안만 이용할 수 있다. 건기의 빅토리아 폭포는 비교적 물살이 약해지고 수면도 낮아 폭포 위 ‘악마의 풀’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악마의 풀’은 오랜 옛날 화산활동으로 인해 분출된 현무암이 호수 바닥에 있던 사암을 침식시키면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zambiatourism.com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악마견, 제어불가능” 동물병원 직원도 하소연한 최시원 반려견

    “악마견, 제어불가능” 동물병원 직원도 하소연한 최시원 반려견

    그룹 슈퍼주니어 최시원 가족의 반려견이 과거 동물병원에서 ‘악마견’이라고 불렸다는 증언이 나왔다.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시원 개 2년 전 동물병원 반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최시원네 강아지 잘 아는데 벅시거든요. 이름이. 사람 겁나 물어대요. 제발 오지마렴 벅시야”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벅시 실제로 보셨어요? 벅시 어떻게 알아요?”라는 댓글이 달리자 글쓴이는 “저희 병원 다니거든요. 악마견이라 불려요. 벅시만 보면 하소연하고 싶어요. 벅시는 진짜 미쳤거든요. 동물병원 5년 차인데 일하는 동안 벅시처럼 사나운 애는 처음 봐요. 힘이 너무 세고 미친 듯이 물어서 제어 불가능”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유명 한식당 ‘한일관’ 여주인 김모(53)씨가 같은 아파트에 살던 최시원씨 가족의 반려견에게 물린 뒤 엿새 만에 패혈증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영화> 한 승객이 죽었다…‘오리엔트 특급 살인’ 1차 예고편

    <새영화> 한 승객이 죽었다…‘오리엔트 특급 살인’ 1차 예고편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원제: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차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이스탄불에서 파리로 향하는 초호화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 뒤,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와 이를 파헤치는 세계 최고의 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이야기를 그린 추리 스릴러이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폭설로 고립된 오리엔트 특급열차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과 “이 기차엔 악마가 타고 있다”는 대사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어 “여러분 모두가 용의자입니다”라는 탐정 포와로의 대사는 오리엔트 특급열차 안에서 벌어진 사건 안에 숨겨진 진실과 과연 누가 범인일지를 궁금케 한다. 세계적 명탐정이자 사건 해결을 맡은 ‘에르큘 포와로’ 역의 케네스 브래너부터 페넬로페 크루즈, 윌렘 대포, 주디 덴치, 조니 뎁, 조시 게드, 미셸 파이퍼, 데이지 리들리 등 최고의 배우들이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승객으로 분해 환상적인 앙상블을 예고한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영국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베스트셀러 중 최고로 손꼽히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그녀는 당대 추리소설 황금기를 열었으며 그녀가 집필한 책들은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읽힌 것으로 알려졌다. ‘토르’, ‘신데렐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동시에 ‘덩케르크’,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등에 출연해 제84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된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11월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관악구 “마을 기자에 도전하세요”

    관악구 “마을 기자에 도전하세요”

    서울 관악구가 청소년, 대학생, 주부, 은퇴자 등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관악마을기자학교’(기자학교)를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기자학교는 주민이 직접 마을을 찾아 지역정보를 발굴, 취재할 수 있는 기자단을 양성하는 과정으로 이번이 7기째다. 강좌는 다음달 2일부터 30일까지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봉천동 싱글벙글교육센터에서 열린다. 사진촬영과 영상편집 등 이론강의와 실습은 물론 글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법 등 강의가 준비된다. 특히 기자 출신인 유종필 관악구청장의 특강도 마련돼 있다. 구는 “수료생은 관악구 주민소통기자단, 지역방송 시민기자단 등으로 활동하며 관악구의 다양한 사업을 구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신청은 오는 25일까지 구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In&Out] 초대형 IB 법제 보완돼야/홍건기 전국은행연합회 상무

    [In&Out] 초대형 IB 법제 보완돼야/홍건기 전국은행연합회 상무

    정부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정책에 따라 발행어음 업무 인가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국회에서는 초대형 IB의 신용공여 한도 확대 논의가 진행 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부 지원책들이 당초 취지대로 신생·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적 투자를 확대시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초대형 IB 육성 정책의 핵심 사항인 기업신용공여 관련 내용들을 보면 정책 취지가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령에 따르면 초대형 IB는 신생·혁신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에 대한 운전자금대출 취급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또한 발행어음 업무 허용 시 조달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관련자산’에 운용하도록 했지만 일반기업뿐 아니라 A등급의 우량 회사채까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분 투자 등의 경우 다수의 투자 건 가운데 일부만 성공하더라도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하지만 대출은 제한된 이자 수취만을 목적으로 하면서 수많은 건 중 단 하나의 실패만으로도 그간의 이익을 전부 잃을 수 있어 안정적인 투자 대상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초대형 IB에 허용된 기업신용공여의 범위가 ‘신생·혁신기업 대출’로 명확해져야 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기업신용공여의 범위를 중소기업 대출로 축소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제한 규정으로서는 큰 의미가 없다.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 기업대출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데다 도산 위험이 낮은 우량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신용공여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제한이 없는 현행 법제하에서는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확충에 대한 유인책으로 은행 대출과 동일 업무를 허용해 업권 간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증권사에 대한 은행의 본질적 업무 허용은 규제 공백과 금융시장의 리스크 확대 등의 문제를 야기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초대형 IB 육성을 통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신생·혁신기업을 지원코자 한 정책 취지는 옳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취지를 구현하는 데 걸맞은 구체적 법제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특히 발행어음 업무가 인가되면 사실상 은행의 여·수신업무를 모두 수행하지만 은행법의 규제는 받지 않는 초대형 IB가 출범하게 된다. 국회와 정부는 초대형 IB의 기업신용공여 범위를 신생·혁신기업 등으로 명확히 제한하는 식으로 법제를 보완해야 한다. 법제 보완 전까지는 발행어음 업무에 대한 인가 보류도 반드시 필요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서양 속담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
  • [사설] 반드시 책임 물어야 할 ‘이영학 사건’ 부실수사

    경찰이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잔인하고 엽기적인 사건을 여러 차례 막을 기회가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의 미진한 초동 수사와 늦장 수사 등 총제적인 수사 부실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놀랍게도 이영학의 집을 찾아내고, 사다리차를 동원해 그의 집 내부 수색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경찰이 아닌 피해 여중생 부모였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뒤늦게 서울지방경찰청이 경찰의 초동대처 미흡 등 부실 수사를 들여다보겠다며 내부 감찰에 나섰다. 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늉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사건은 그 자체로도 충격과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이제 시일이 지나면서 수사 과정에 드러난 경찰의 무능력과 기강해이에 대한 국민적 공분도 그에 못지않게 들끓고 있다. 여중생의 실종 신고를 단순히 가출로 안이하게 받아들인 것도 모자라 실종 신고가 이뤄진 지 35시간이 지나서야 이영학의 집을 방문한 것은 경찰의 수사력이 밑바닥임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다. 더구나 딸의 친구 등을 탐문해 이영학의 집을 찾아내고 그 주변에 있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사실상 초동 수사를 한 것도 피해자의 부모였다. 자녀의 행방을 몰라 부모는 애간장이 타들어가는데도 경찰은 이씨의 집 수색도 처음에는 주저하고, 수색 뒤에는 “이 집과는 연관이 없는 것 같다”고 헛다리를 짚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오죽하면 피해자 부모가 “이 집(이영학)에서 발길이 안 떨어진다”고 경찰에 통사정을 했을까. 이 사건에 앞서 이미 이씨는 의혹이 가득한 부인의 자살사건에 연루된 요주의 인물로 내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이씨에 대한 수사를 열심히 했더라면 그가 여중생을 상대로 한 악마짓은 없었을 것이다. 황당한 것은 경찰의 여중생 실종수사팀이 부인 자살 사건과 연루된 이씨에 대한 형사팀의 정보를 뒤늦게 인지했다는 점이다. 경찰 내의 소통만 제대로 됐어도 이씨에 대한 수사망이 더 빠르게, 더 치밀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강력사건과 연관됐을 수 있는 실종 사건을 얼마나 허술하게 대했는지는 수사팀이 사건 4일 만에 경찰서장에게 보고한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신고 이후 13시간이나 살아 있었던 여학생을 살릴 기회를 몇 차례 놓친 경찰의 안이한 대응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 13일의 금요일 ‘지옥’ 향한 666여객기…역사속으로

    13일의 금요일 ‘지옥’ 향한 666여객기…역사속으로

    불길한 날로 인식되는 13일의 금요일날 '지옥'으로 향하는 항공기 666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NBC뉴스 등 해외언론은 핀란드 항공사인 핀에어의 AY666편이 지난 13일 마지막 '지옥행' 비행을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마치 재미있는 말장난 같지만 실제 이 여객기는 불길한 숫자는 모두 갖고있다. AY666편은 악마의 숫자로 인식되는 666이라는 편명으로 유명하다. 더욱 화제가 되는 것은 목적지의 이름이다. AY666편의 운항 노선은 핀란드 헬싱키 공항과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을 오고가는 것. 문제는 헬싱키 공항의 코드명이 ‘HEL’이라는 점이다. 지옥을 뜻하는 ‘HELL’과 철자는 다르나 발음은 똑같다. 특히나 13일의 금요일날 AY666편이 헬싱키 공항으로 운항하면 불길에 불길을 더한 운항이 되지만 지금까지 총 21차례의 비행 중 사고가 일어난 것은 단 한번도 없다. 말 그대로 미신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번이 '지옥'으로 가는 마지막 비행이 된 것은 AY666편이 오는 29일 편명을 AY954로 바꾸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항공사 측은 "숫자로 인한 미신 때문은 아니다"면서 "수요가 늘어나 더 많은 항공편이 필요한 과정에서 재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지옥'으로 가는 논스톱 직행을 운행한 핀란드 항공 베터랑 조종사 유하-페카 케이다스토는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이는 재미있는 농담거리에 불과했다"면서 "그간 불안해하는 승객들을 우리 승무원들이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돌봐왔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사설] 미성년 대상 성폭력, 중죄 중의 중죄로 다스려야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인면수심 성범죄에 시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어린 딸을 둔 부모들은 “집 밖에 아이를 내보내기가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이래서야 친구 집인들 마음 놓고 보내겠느냐고 걱정들이다. 이영학은 딸의 여중생 친구를 애초에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으로 유인했다. 겨우 열네 살인 자신의 딸을 범행에 계획적으로 이용했고, 수면제를 먹인 피해자를 성추행하다 잠에서 깨어 반항하자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인두겁을 쓴 악마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은 더 두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대검찰청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 건수는 7753건으로 2006년(3607건)보다 115%나 증가했다. 청소년 성매매 사범도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다. 어금니 부녀의 엽기 행각과 함께 충격을 더하고 있는 것이 용인 성매매 여중생의 에이즈 감염 파문이다. 성매매 과정에서 에이즈에 걸린 여중생 사건은 청소년 성매매에 무감각해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민낯이다. 가출 여학생들에게 성 거래를 버젓이 제안하는 인터넷 채팅 앱이 도처에 난무한다. 이영학도 평소 그런 방법으로 10대 소녀들을 농락하거나 유인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드높다. 일이 터졌을 때마다 공분만 하고 말 것이 아니다. 미성년 성범죄만큼은 불문곡직하고 중죄 중의 중죄로 엄벌해야 한다. 그런 사회적 인식이 뿌리내리려면 법의 의지가 무엇보다 먼저 확고해야 할 것이다. 미성년 대상 성범죄를 처벌하는 우리 현행법은 형량이 너무 낮아 재범률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미성년 대상 성범죄자의 태반이 이런저런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미국은 아동 성범죄를 최소 징역 25년에서 사형, 영국과 스위스 등은 종신형으로 다스린다. 미성년 대상 강간죄의 법정형을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상향 조정하자는 개정안 등도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법이 주먹만큼 가까워서는 안 되겠지만, 현실의 발치도 못 따라잡고 뜬구름 위에 앉았다면 무슨 존재 의미가 있는가. 미성년 성범죄와 매매가 이 지경이라면 최고형을 내릴 엄벌 장치를 강구해야 마땅하다.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어린시절 학대 경험’이 가장 큰 원인… 뇌 ‘공감’ 영역보다 쾌락·분노 발달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어린시절 학대 경험’이 가장 큰 원인… 뇌 ‘공감’ 영역보다 쾌락·분노 발달

    일명 ‘어금니 아빠’가 가뜩이나 어두운 세상을 더 암울하게 한다. 딸의 친구를 살해한 것도 모자라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 세계에 환자가 5명뿐인 유전성 거대백악종을 앓는 딸의 수술을 돕기 위해 숱한 사람들이 후원했는데, 그 돈마저 유용했다. 그 돈으로 외제차를 몰았고, 고가의 혈통견을 분양받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거액을 들여 문신을 했다. 어안이 벙벙해지는 어금니 아빠의 행태는 ‘악마를 보았다’라는 영화 제목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나 존재할 것 같던 악마가 이제는 현실에도 출몰하게 된 것은 아닌가 두렵다.‘괴물의 심연’ 저자인 제임스 팰런은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의대 교수이자 신경과학자로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뇌 구조’가 전문 연구 분야였다. 온화한 가정에서 자랐고, 신경과학자로 나름 명성도 얻었다. 주변에 친구도 많았고, 세 자녀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자라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자료를 보다가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가진 뇌 사진을 하나 발견했다. 이내 제임스 앨런은 기겁했다. 바로 자신의 뇌 사진이었다.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는 뇌 영역은 꺼져 있고 흥분과 쾌락, 분노의 감정 등을 느끼는 영역은 유독 발달했다. 문제는 연민이나 상대방의 아픔 등을 느끼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내 그는 자신의 가계를 연구했는데 4장을 ‘나의 조상들은 살인마였다’는 제목으로 지을 정도로 조상 중 살인마가 득시글했다. 미국 식민지에서 일어난 첫 번째 모친 살해 사건의 장본인도 있었고, 그 위에는 수녀원을 쑥대밭으로 만든 조상도 있었다. 다분히 사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이 놓은 텐데, 팰런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사이코패스의 뇌는 유전자와 호르몬의 작용으로 만들어진다. 팰런은 여기에 가설 하나를 덧붙인다.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졌다고 해도 “어린 시절 학대받은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질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뇌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채 세상에 노출되고 경험적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완전한 꼴을 갖춰 간다. 저자가 보기에 출산 후 몇 개월이 가장 중요하다. 이 기간에 학대가 있었다면 아이의 뇌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한 번 망가지면 회복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사이코패스의 뇌를 선천적으로 가진 사람이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다면 장차 살인마가 될 확률이 높다. 각종 연구 보고를 종합해 보면 전 세계 인구 중 2%가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다행히 어린 시절 학대를 받지 않았기에 혹은 덜 경험했기에, 그중 많은 사람이 평범한 삶을 영위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무작정 평범한 삶을 산 것도 아니다. 사이코패스 기질의 사람들이 정치인이나 투자가 혹은 군인 등의 직업을 통해 오히려 사회적 이득을 주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한 발 더 나간다. 그는 “사이코패스의 존재 없이는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스로가 학문 영역에 집중해 괜찮은 성과를 내지 않았냐며, 사이코패스 기질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다.이 책의 미덕은 (화제성을 촉박하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누가 될 수 있는 정황들을 먼저 밝힘으로써 사이코패스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서 인간이란 누구인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시도한다는 사실 또한 의미가 있다. 어금니 아빠를 긍정적으로 보자는 말은 아니다. 비판과 함께 인간으로서 우리 구성원 모두가 온전한 대우를 받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까지도 함께 던져야 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커버 스토리] 미소 뒤에 숨긴 잔혹성… ‘이웃집 살인마’ 사이코패스

    [커버 스토리] 미소 뒤에 숨긴 잔혹성… ‘이웃집 살인마’ 사이코패스

    최근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VIP)에서 북한 고위 간부의 아들 김광일 일당은 길 가던 소녀를 납치해 강제로 성추행한다. 성기능 장애가 있는 김광일은 일당의 추행이 끝난 뒤 소녀의 목을 졸라 살해한다. 범행 과정은 사진으로 찍어 남긴다. 박훈정 감독은 인터뷰에서 “김광일은 자신의 사이코패스 본능을 아무도 도덕적으로 제어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사람의 목숨을 굉장히 쉽게 생각하고, 범죄의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영화 ‘VIP’에 등장하는 김광일처럼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 가운데 폭력적이고 습관적으로 광기를 보이며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자를 ‘사이코패스’라 일컫는다. 증상이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평소에는 알아차리기 힘들다.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집으로 불러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13일 검찰에 송치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범죄자다.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원한관계에 의한 범죄와는 달리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다. 일반인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묻지마 연쇄살인범’의 90%가 사이코패스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엇이 그들을 잔혹하기 그지없는 우리 사회의 ‘악마’로 만들었을까. ●사이코패스의 ‘묻지마’ 잔혹 범죄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0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대표적인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가 대중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유영철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각종 흉기를 이용해 살해했다. 그러나 현금에는 손대지 않았다. 시신을 암매장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 등 수법도 치밀했다. 당시 법원은 유영철에 대해 “반사회성 인격장애 및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졌다”고 판단했다.2005년 이후 경기 일대에서 8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2건의 방화살인을 저지른 강호순도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꼽힌다. 강호순은 왜곡된 성의식에 사로잡혀 여성을 성폭행한 뒤 이유 없이 살해했다. 그의 자택에서는 여성의 속옷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 역시 시신을 암매장해 증거를 숨기는 등 유영철과 마찬가지로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조사에서는 살인 동기에 대해 “이유 없다. 어차피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피 냄새를 맡고 싶다. 피 냄새에서는 향기가 난다”는 말을 내뱉었던 정남규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였다. 정남규는 2004년 유영철을 라이벌로 의식하고 그와 ‘살인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13명을 살해하고 20명에게 중상을 입힌 뒤 체포된 정남규는 법정에서 “더이상 살인을 못 할까 봐 조바심이 난다”고 말했다. 결국에는 2009년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영학은 이들과 같은 연쇄살인범은 아니지만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고 자신의 잔혹 범죄를 거짓말로 합리화하려 했다는 점 등에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다분한 것으로 판명됐다. 투신자살한 아내의 시신 옆에서 태연히 전화 통화를 하거나,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아내의 성관계 동영상을 갖고 있었다는 점도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다. ●사이코패스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사이코패스가 탄생하는 원인이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때문에 선천적인 ‘유전’의 영향인지 후천적인 ‘환경’의 영향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유전론자’들은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사이코패스의 뇌를 촬영하면 죄책감이나 배려심 등 공감 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피질의 활동성이 약하게 나타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환경론자’들은 불우한 성장 환경과 부모의 학대 등의 요인이 사이코패스를 양산한다고 보고 있다. 유영철은 어린 시절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렸고 정남규도 가정 폭력과 집단 따돌림을 당한 피해자였다는 이유에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공감 능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성인이 돼서야 성숙된다는 게 밝혀졌다”면서 “성인이 되기까지의 성장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강호순은 다른 살인범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불우하지 않은 가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사이코패스 탄생 배경을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선천적 영향과 후천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선천적 요인이 씨앗이면 그 싹이 틀 수 있도록 물을 주는 것이 후천적인 환경적 요인”이라면서 “결국 두 가지가 상호작용한 결과 사이코패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영학에 대한 프로파일링(범죄유형분석법) 수사를 담당한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이주현 경사는 “성기능 장애에 대한 놀림과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이영학은 일반적인 따돌림 피해자와는 달리 선천적인 폭력성도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범행을 저지르기 전까지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불안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영학은 방송에서 헌신적인 아빠의 모습을 보이며 국민을 속였다. 강호순도 평소 동네 주민들이 사위나 친동생을 삼고 싶다고 할 정도로 주변 사람들에겐 친숙한 편이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들의 전형적인 특징이 바로 자신의 본색을 숨기고 사람들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사이코패스 진단과 해법 현재 사이코패스를 진단하는 도구로는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가 만든 ‘PCL-R’(Psychopathy Checklist - Revised)이 주로 사용된다. ‘과도한 자존감’, ‘병적인 거짓말’, ‘공감 능력 결여’, ‘문란한 성생활’, ‘여러 번의 혼인 관계’ 등 20개의 항목을 아니다(0점), 아마도(1점), 그렇다(2점) 등으로 평가해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실제 사이코패스인 사람은 응답을 속일 수 있기 때문에 2명 이상의 전문 검사자가 문항을 읽어 주고 피검사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첫째 남편과 둘째 남편을 모두 살해하고 어머니와 오빠의 눈을 주삿바늘로 찔러 실명시킨 엄인숙(일명 엄여인)은 이 테스트에서 40점 만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학도 25점을 받아 사이코패스로 분류됐다. 사이코패스의 양산을 막으려면 현재로선 환경적 결핍을 완화하고 장애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주요한 대책으로 꼽힌다. 한 교수는 “청소년기에 반사회적 인격장애나 품행장애 등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조기 치료해 사이코패스로 발전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말기암 꼬마가 받은 카드 1000통… ‘마지막 핼러윈데이’

    말기암 꼬마가 받은 카드 1000통… ‘마지막 핼러윈데이’

    말기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 소년과 이를 응원하는 전세계 사람들의 가슴 아프면서도 감동적인 사연이 전해졌다. 12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 등 현지언론은 메인 주 비더퍼드에 사는 7살 소년 브록 채드윅의 투병기를 소개했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인 브록은 지난 2월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뇌종양 중 가장 악성도가 높은 교모세포종은 진단 후 기대 생존 기간이 1년 여에 불과할 만큼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암이다. 이후 브록은 여러차례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종양은 다시 소년의 뇌에서 악마처럼 자라나 현재는 말기 상태다. 브록의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가족의 노력 덕이다. 브록이 가장 좋아하는 명절 아닌 명절은 바로 핼러윈데이로 오는 31일이 바로 그날이다. 다른 친구들처럼 핼러윈 파티를 즐길 수는 없는 브록의 처지가 안타까웠던 가족은 페이스북에 이 사연을 올리며 브록을 위한 핼러윈 축하 카드를 요청했다. 이에 브록의 사연은 SNS를 통해 퍼져나가 최근에는 총 1000통에 달하는 축하카드가 전세계에서 답지했다. 브록의 엄마 브리티니는 "사연 공개 후 수많은 카드와 선물이 브록 앞으로 배달됐다"면서 "브록과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 덕에 이번 핼러윈데이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으로 남겠지만 한편으로는 브록에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족들의 마음은 찢어진다. 엄마 브리티니는 "브록이 모든 카드를 열어보며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면서 "사람들의 응원이 아들에게 큰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눈물지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톨 맨: 악마는 살아있다’ 예고편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톨 맨: 악마는 살아있다’ 예고편

    영화 ‘톨 맨: 악마는 살아있다’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주인공 맥켈비는 어린 시절 좋아하던 옆집 아이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고통받는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유일한 가족이던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런 그 앞에 낮은 이자율을 자랑하는 신용 카드 회사가 접근한다. 멕켈비는 마지막 희망으로 카드를 발급받으며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톨 맨이 나타나면서 또 한 번 인생의 위기를 맞는다. 공개된 예고편은 고요한 일상을 뒤흔든 ‘톨 맨’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등장한 톨 맨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그들을 수소문하지만,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유령 같은 자들이라는 것뿐. 그렇게 그의 주변을 맴돌던 톨 맨들이 서서히 노골적으로 정체를 드러내면서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게 된 맥켈비가 최후의 반격을 준비한다. 새로운 공포 스릴러로 주목받고 있는 ‘톨 맨: 악마는 살아있다’는 오는 10월 12일부터 IPTV, 디지털 케이블TV, 온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15세 관람가. 134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사파 여행기 3] 안개에 싸인 사파, 그 흐릿한 매력 속 5박 6일

    [사파 여행기 3] 안개에 싸인 사파, 그 흐릿한 매력 속 5박 6일

    지난달 23일 베트남 북서부 라오까이주의 사파에서 열린 베트남산악마라톤(VMM) 주최측이 11월 베트남정글마라톤(VJM)에도 참여하라고 알려온 이메일에 첨부된 사진이다. 여행기 세 번째를 마무리하면서 메인 사진을 고민하던 참에 잘 됐다 싶었다. 올해 VMM 사진인지 종전의 VJM 사진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달림이들의 욕구와 본능을 부채질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지난달 21일부터 26일까지 사파에 머물렀다. 여행 안내판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사파의 하루에는 사계절이 다 담겨 있다.’ 멋지고도 함축적인 표현이다. 아침에 우중충하다가 낮에 번쩍 땡볕이 쏟아진다. 오후 서너시만 되면 잔뜩 안개가 밀려오고, 밤에는 몸서리가 처질 정도로 수은주가 뚝 내려간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다가 낮에는 벗어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한다. 베트남 동을 우리 원화로 계산할 때는 0을 하나 빼고 그 절반을 후려 치면 된다. 사파 터미널 근처 허름한 식당에서 24일부터 이틀째 아침을 쌀국수로 해결했다. 3만 5000동이니 우리 돈 1750원. 마라톤 다음날 새벽 터미널 뒤 시장을 둘러봤다. 대략 다섯 가지로 분류되는 민속의상을 걸친 아낙네들이 가게 건너편 노점에서 푸성귀와 과일 등을 팔았다. 그곳을 둘러보고 터미널 지나 우리 숙소 쪽으로 가다보니 하수도 공사장 건너 가게에 발길이 북적댄다. 서울에서 1만원, 심한 집은 1만 2000원 받는 쌀국수를 1750원에 먹었는데 거의 무한리필 분위기다. 국수를 더 달라거나 고수 등을 더 달라고 하면 아낌없이 내준다. 뒤늦게 일어난 룸메이트 셋을 이끌어 돼지고기 볶음, 반춘(계란 흰자를 풀어 만든 호떡 비슷한 먹거리) 등에 쌀국수 셋을 시켜 먹는데 우리 돈으로 1만 5000원 정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식당 나와 35m 쯤 속소 쪽으로 올라와 대각선 가게에 들러 사탕수수주스를 먹었다. 300㎖ 쯤 될까. 기분 나쁘지 않은 달달함이 일품이다. 진오 스님과 베트남 오지 곳곳을 다녀본 최종한 구미육상연맹 회장은 피로 회복에 그만이고 무엇보다 갈급을 해소하는 데 탁월하다고 강추했다. 강권 수준이었다. 한 컵에 1만동, 우리 돈 500원이니 참 싸다. 24일 낮 12시 사파 스퀘어에서 VMM 시상식이 열려 옴짝달싹 못했다. 인도차이나 제일봉인 판시판 산을 오를 작정이었는데 가이드를 대동한 트레킹을 하려면 사흘 전에 예약했어야 했다. 김지섭과 장보영이 남녀 42㎞를 동반 우승하는 바람에 일행 모두가 이를 축하하기 위해 시상식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시상식을 마친 뒤 팀 양지훈과 대구 팀을 하노이로 먼저 떠나보냈다. 그리고 점심을 꼬치 요리로 때운 뒤 마사지를 받았다. 한 시간 전신 마사지를 받는 데 20만동, 우리 돈 1만원 꼴이었다. 타이 마사지만큼 강력한 맛이 떨어졌지만 그만한 가격에 훌륭했다. 마사지샵이 엄청 많았다. 남녀 우승자들이 마사지를 받자마자 까무러칠 듯 절규해 웃음바다가 됐다. 원래 저녁에 베트남레이스 디렉터인 로이드와 만찬 겸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돼 9명이 조촐한 축하연을 했다. 외국인들이 북적거리는 식당이었고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맛이 강해 난 그리 즐기지 못했다. 식당을 나오자마자 오한이 덮쳐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앓아 누웠다.25일 아침 날이 꾸무룩했다. 다른 일행은 이날 오후 하노이로 이동할 참이다. 박성식 대표 등 7명이 판시판 산으로 오전 6시도 안돼 떠났다. 택시 둘을 불러. 택시는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씩 나왔다고 했다. 내가 몸이 좋지 않은 데다 뭐 볼 게 있겠나 싶어 안 가겠다고 했더니 조 박사님이 남아주셨다. 박사님과 새벽 시장을 조금 늦게 돌아봤다. 과일을 좋아하는 박사님이 대추와 자두 등 네 종류를 샀다. 종류를 따지지 않고 무게를 달아 ㎏당 3000원 정도에 파는 게 흥미로웠다. 2㎏를 사 일행이 하노이 가는 길에 먹었다. 난 아주 조금 덜었는데 이날 밤 나홀로의 훌륭한 만찬이 돼줬다. 판시판 산을 오른 이들은 오전 11시 30분이 못돼 돌아왔는데 대만족이라고 했다. 아무리 날씨가 좋지 않아도 한쪽 하늘은 열어주는 것 같으며 도저히 이 나라에 있을 법하지 않은 장거리에 케이블이 마련돼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사진으로는 그 장쾌한 풍광을 오롯이 담을 수 없었겠지만 그것만 봐도 함께 가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 특히 박사님에게 송구했다. 괜히 나 때문에 비경을 놓친 것 같아. 하여튼 김용욱 대장과 김재홍 씨가 마라톤 당일 저녁을 먹었다는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었는데 30만동(우리 돈 1500원) 하는 볶음밥이 훌륭했다. 그리고 오후 3시 반 버스로 여덟 명이 떠났다. 난 카페에 들어가 사파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려는 그들과 서둘러 헤어졌다. 곧 날이 저물테니 사진이라도 남기려면 그래야 할 것 같았다. 21㎞ 출발 지점까지 걸어가 뛰어 올랐던 2㎞ 정도를 걸어 올라갔다. 비가 내린다. 빗방울을 후두둑 맞아가며 노적가리 쌓는 아낙네 등을 향해 셔터를 눌렀는데 그리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 어려웠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오토바이가 다가와 타란다. 노 머니라고 한다. 그에게 들은 유일한 영어였다. 10분쯤 타고 내려와 사파를 가자고 했더니 다른 오토바이를 안내해준다. 오토바이 업체인 듯했다. 왕복 2차로에 트래픽잼이 상당한데, 우리 같으면 너 걸어가라 할 듯 싶은데 운전자는 끈기있게 정체가 풀리길 기다려 날 사파 시장까지 태워줬다. 난 머릿속으로 계속 얼마나 달라고 할까 궁금했는데 3000원을 달란다. 눈치가 팁을 원하는 것 같았는데 베트남동이 넉넉치 않아 모른척했는데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호텔에 걸어 돌아오는데 오한이 다시 덮쳐온다. 그렇게 많이 걸은 게 아닌데도 피로가 대단하다. 며칠 잠을 못 잔 것이 화근이었다. 아침에 사온 과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잠을 잤다. 혼자 작은 방에서. 마지막 26일.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지 않다. 간밤에 비가 잔뜩 온 모양이다. 사파는 하수 사정이 좋지 않아 길이 질척거린다. 전날 점심 먹은 식당에서 과일볶음밥을 아침으로 들고 판시판산 케이블 타는 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거기 가서 날이 좋아질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사파에 도착한 다음날 새벽 걸어본 곳을 지나쳐 걸으니 완전 그리스식으로 건축되는 호텔이 있어 그곳도 둘러보고 이런저런 사람들 사는 모습을 곁눈질했다. 11시 조금 못돼 케이블카 타는 곳을 2㎞ 정도 남은 지점에서 택시만 통과시키고 자동차를 타고 온 이들은 하차하게 하고 코끼리버스 같은 것으로 갈아 태우게 했다. 내리막길이라 괜히 갔다가 오르막으로 돌아오려면 힘들겠다 싶어 주차장 바닥에서 말러 3번을 들으며 날이 개기만 기다렸다. 70분쯤 걸렸는데 영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포기했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싶었다. 케이블카는 300계단이 나오기 전까지 왕복하면 60만동, 계단 너머까지 왕복하면 70만동이라 했다.호텔 돌아오는 길에 물소 떼가 보여 셔터를 눌렀는데 오른쪽 어퀄렁을 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전쟁 피해자인가 싶었다. 그가 지닌 힘겨운 삶의 무게가 느껴져 나중에 셔터 누른 게 후회됐다. 호텔을 체크아웃하는 데 내가 홀로 묵은 비용까지 씨가 다 계산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일인당 하루 8000원꼴로 숙박을 해결했다고 했다. 이를 확인하는 데 5분 정도 걸렸다. 주인 부부나 나나 영어가 짧아 바디랭귀지 수준이었다. 환한 미소로 노 프라블럼이라고 외쳐줬다. 전날 일행이 떠난 버스 티켓 파는 곳에 가 같은 시간 버스 티켓을 달라고 했더니 말이 안 통한다. 2분을 버벅거리다 겨우 뜻이 통해 티켓을 샀다. 카페에 들어가 베트남전통커피와 하이네켄을 마셨다. 판시판 가는 비용을 아꼈더니 갑자기 호사를 부린다. 한국인 60대 여성 두 분이 백패킹한 것이 딱 배낭여행이다. 두 분은 한사코 내가 앉은 곳을 지나쳐 몇 번을 두리번거린다. 비빔밥에 쓴 커피, 맥주를 들이켰더니 속이 편치 않아 아무래도 보고 버스를 타야 할 것 같다. 내 나이 또래 경상도 부부가 10분 전쯤 들어와 있었다. 그들에게 다가가 2층 화장실에 다녀올테니 짐 좀 봐달라고 했더니 깜짝 놀란다. 내가 그렇게 현지화됐나 싶었다.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지났길래 티켓 판매자를 다시 찾아갔다. 다른 여자다. 역시 영어가 안된다. 번역기에 뭔가 두들겨 나를 보여주는데 ‘트래픽잼’이라고 적혀 았다. 대신 컴퓨터를 보여주는데 우리 숙소 앞을 지나치고 있다는 GPS가 깜박거린다. 나혼자니 모든 게 걱정이 앞선다. 이대로 하노이 무사히 갈까 싶었다. 조금 이따 도착한 버스 기사는 내가 이 버스 맞느냐고 했더니 무조건 자기를 따라오라며 티켓 창구로 간다. 얘 혼자냐? 뭐 이러는 것 같다. 그리고는 또 따라오란다. 결국 난 무거운 캐리어 끌고 뱅뱅 돈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운전대를 잡고 라오까이로 향한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하노이에서 여기까지 와서 조금도 쉬지 않고 다시 하노이까지? 속으로 도리질을 했다. 나만의 착각이었다. 정말 위험천만한 도로-전날 내가 걸었던 길-를 뱅뱅 돌아 황토빛 강물이 흘러내리는 협곡을 곡예하듯 타고 내려와 라오까이에 도착했다. 한 시간 넘게 난 차창 밖만 내다보고, 그는 운전대만 잡고 왔다. 차를 세운 그는 또 손짓으로 따라오란다. 캐리어를 끌고 갔다. 티켓 창구에 여자 셋이 있는데 내 티켓을 보고는 자기들끼리 입씨름을 벌인다. 그렇게 싸우더니 다른 남자가 내 캐리어를 빼앗듯이 끌고 가며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거의 같은 베스타형 승합차인데 아무래도 하노이까지 가기에는 무리다 싶었다. 번잡한 라오까이 시내를 벗어나 10분쯤 달렸을까? 또다시 내리란다. 이층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걸 타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생각할 참에 내 캐리어는 차장 손에 넘겨져 벌써 짐칸에 실리고 있었다.새우잡이배 인신매매는 피하고 이제 진짜 하노이 가는구나 싶어 버스에 올랐더니 다자고짜 신발 벗고 비닐봉지에 집어넣은 다음 왼쪽 세 번째 자리에 가 누우라는 듯 손가락 셋을 펼쳐보였다. 그렇게 누워 하노이까지 갔다. 밤 9시가 가까워오는데 공항 활주로에 접근하기 위해 낮게 비행하는 비행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조하기 이를 테 없어졌다. 전후좌우 승객들에게 ‘에어포트?’ 했지만 모두 도리질한다. 참다못해 차장과 기사에게 다가가 같은 질문을 다섯 번쯤 던졌다. 너 대체 뭔 소릴 하는거냐는 표정이다. 그 순간 갑자기 떠올랐다. 만국 공통의 공항 바디랭귀지. 한 손을 들어 쉭 소리를 내며 비행기 뜨는 모습을 그리는 것이다. 그랬더니 아하! 한다. 그리고 곧바로 인터체인지라 하기엔 조금 뭣한 길로 나가 정류장 앞에 내려준다. 내가 뭐라고 안해도 들러 내려줄 참이었다. 다만 영어를 조금이라도 알아들으면 생기지 않을 불편이었다. 차장은 뭐가 급한지 버스가 멈추기도 전에 뛰어내려가 득달같이 내 캐리어를 꺼내준다. 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신짜오를 외쳤다. 역시 득달같이 두 택시 기사가 다가와 뭐라 외친다. 내가 에어포트 하자 그들은 안다. 다만 젊은 축이 원피프티 하며 곧장 흥정에 들어왔다. 이곳 정류장에서 공항까지 3㎞ 거리란 건 알았지만 밤이 이슥하고 캐리어를 끌고 가기에도 부적절하다 싶어 택시를 이용했는데 원피프티면 비싸다 싶었지만 젊은 애가 불쌍하다 싶어 그냥 탔다. 영어를 좀 하는가 싶었는데 그도 국내선이냐 국제선 터미널이냐를 묻는 쉬운 질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아무튼 도착해 200만동을 내밀었는데 텐밀리언이라고 한다. 한국인이 화폐 단위를 헷갈릴까 싶어 이런 짓을 벌이나 싶어 화가 났다. 소리를 지르며 원피프티라고 하면 150만동이라고 말했다. 1분쯤 지나도 말이 안 통하길래 경찰을 부르자고 했더니 애 얼굴이 달라진다. 이젠 100만동만 달라고 한다. 짜식 괜히 욕심부리다 50만동 손해 보네 싶었다. 제주항공 창구 들러 캐리어 부칠 별도 티켓을 사는데 인천공항에서는 8만원 받던 것을 여기선 80달러 받는다. 환율 때문에 1만 7000원 정도 더 붙는 것 같았다. 억울했지만 나중에 따질 일어었다. 영수증 떼달라고 했더니 프린터에 문제가 있다며 10분쯤 기다리게 했다. 하노이 공항 버거킹은 최악이었다. 13달러 정도 주고 햄버거 먹었는데 패티 맛이 영 아니었다. 검색대를 지나치는데 세계 어느 공항이나 마찬가지지만 여직원들이 손짓을 툭툭하며 영 예의가 없다. 면세점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살 때와 포장할 때의 표정이 확 달라진다. 운동도 할겸 내가 탈 게이트와 다른 쪽을 걷는데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진오 스님과 최종한 회장이다. 부산 가는 비행기인데 나보다 출발 시간이 30분 정도 앞이다. 24일 시상식 마치고 곧바로 다른 일정 때문에 떠난 두 분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앞으로 베트남 해우소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번 여행의 마무리를 진지한 대화로 마쳤다. 그렇게 비행기에 올라 영화 다운 받은 것 두 편을 마저 보며 인천으로 왔다. ‘문라이트’의 깊은 여운을 만끽하며 설핏 잠이 들었다가 소스라치게 잠에서 깨어났는데 창밖이 붉은 빛으로 타오를 듯 밝아온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어금니 아빠’는 악마였나

    ‘어금니 아빠’는 악마였나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내다 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35)씨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이씨에게 쏟아진 각종 의혹이 규명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거대 백악종’(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는 병)이라는 희귀병 환자인 이씨는 2006년 방송을 통해 딸에게도 같은 희귀병이 있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일명 ‘어금니 아빠’로 불린 인물이다.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랑경찰서는 8일 이씨를 병원에서 데려와 김모(14)양을 살해했는지와 시신을 강원 영월의 야산에 유기한 경위 등에 대해 3시간가량 조사한 뒤 구속했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김양의 목 뒤 점출혈, 목 근육 내부 출혈, 목 앞부분 표피 박탈 등 타살 정황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살해 혐의는 부인했지만 시신 유기를 인정한 점 등 정황을 종합할 때 이씨의 살인 혐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다만 김양의 시신에서 성폭행이나 성적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5일 서울 도봉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이씨를 붙잡았으나 그가 수면제에 취한 상태여서 조사 중에 병원에 입원시켰다. 경찰은 체포 사흘 만에 조사를 재개했지만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해 질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씨와 함께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딸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현재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이씨의 살해 동기 등에 대해서는 추후 이씨의 상태에 따라 추가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씨는 이날 살인 혐의를 인정하는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날 오후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다시 병원으로 이동했다. 경찰에 따르면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김양은 지난달 30일 낮 12시 20분 이씨의 집으로 들어간 뒤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밤 11시 20분 김양의 부모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이씨는 이튿날 오후 5시 18분 딸과 함께 여행용 가방을 들고 집을 떠난 뒤 강원 정선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경찰은 고속도로 요금소를 지나 모텔에 투숙하기 전인 1일 오후 7시 32분에서 9시 52분 사이에 이씨가 강원 영월군 모처에 김양의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다음날 딸과 함께 차 안에서 ‘내가 자살하려고 영양제 안에 약을 넣었는데 김양이 먹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 형식의 동영상을 촬영했다. 김양의 시신은 지난 6일 오전 9시쯤 영월의 한 야산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범행 과정에서 이씨가 서울에 도착한 뒤 도봉동 은신처로 이동하는 것을 도운 지인 박모(36)씨에 대해서도 범인 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양이 살해된 장소로 추정되는 이씨의 중랑구 자택에서 끈, 드링크 병, 라텍스 장갑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한편 경찰은 이씨 부인(32)의 투신 사망 사건에 대해서도 재수사에 나섰다. 이씨의 부인은 지난달 5일 중랑구 5층 자택에서 투신자살하기 전 영월경찰서에 이씨의 계부인 시아버지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냈다. 부인의 머리에서는 이씨가 때렸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처가 발견됐다. 이씨는 2006년 이후 거대 백악종을 앓는 딸을 돌보면서도 불우이웃을 돕는 선행을 해 왔다는 내용으로 수차례 언론에 보도됐고, 그 후 각계로부터 적지 않은 후원금을 받았다. 이씨는 최근까지 일정한 직업이 없음에도 월 90만원의 중랑구 자택을 포함해 2채의 월세 집을 보유하고 자신 명의의 수입차 1대와 누나 명의의 수입차 1대를 운전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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