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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50년 탄소중립” 외친 빅 오일들… 악마의 꼼수는 ‘디테일’에 있었다

    “2050년 탄소중립” 외친 빅 오일들… 악마의 꼼수는 ‘디테일’에 있었다

    “우린 미인대회 같은 경쟁은 안 합니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던 미국 최대 정유기업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 3월 투자자 설명회에서 배짱을 부렸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앞다퉈 내놨지만, 엑손은 호들갑 떨지 않고 ‘소신’을 지키겠다는 선언이었다. 2년 뒤인 지난 18일(현지시간) 우즈 CEO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기후위기에 책임 있게 나서라’는 주주들의 압력에 마지못해 꼴찌로 미인대회 참가 신청서를 써낸 셈이다. 거대 글로벌 석유회사를 일컫는 이른바 ‘빅 오일’들이 탄소중립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석유·가스의 생산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에너지 분야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감축 전쟁은 전향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악마적인 디테일이 숨어 있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부분의 빅 오일이 내놓은 계획서는 전체 배출량의 10%가량만을 줄이는 불완전한 감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업의 배출량은 성격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된다. 제품 생산 단계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스코프1’,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동력원에서 나오는 간접 배출량은 ‘스코프2’, 판매된 제품이 사용되고 버려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은 기타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3’로 분류된다. 탄소중립의 성패는 배출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스코프3 영역에서 갈린다. 영국 정유사 셸을 예로 들면 2020년 스코프1에서 6300만t, 스코프2에서 900만t의 탄소가 배출된 반면 스코프3에서는 전체의 94.8%인 13억 400만t의 탄소가 발생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감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생산단계(스코프1·2)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판매된 제품이 뿜어내는 온실가스는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회사 코노코필립스는 지난해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스코프3 단계 배출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생산한 원료가 다른 제품으로 어떻게 변형되고 소비되는지는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내 최대 정유사 SK이노베이션도 “스코프3 영역은 명확한 가이드가 부재하고,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배출량 제로 대상에 스코프3를 넣은 것은 셸, BP(영국), 토탈(프랑스), 에니(이탈리아), 에퀴노르(노르웨이) 등 유럽 5개 업체뿐이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구조적으로 감축하기보다는 대기 중의 탄소만 뽑아내 땅이나 바다 깊숙이 저장하는 탄소 포집·저장(CCUS) 기술 개발과 식목으로 배출량을 상쇄하려는 것도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절대적인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생산 단위당 탄소발생량, 즉 탄소집약도(CI)를 줄이는 목표를 내놓는 것도 궁극적인 감축은 아니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천연가스 생산 1위인 러시아 가즈프롬, 중국 페트로차이나 등 비영미권 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미온적인 것도 문제다. 블룸버그는 아람코의 온실가스 배출량 집계 방식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페트로차이나는 스코프3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가즈프롬은 10대 업체 중 유일하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 백화점·마트 ‘프리미엄 선물세트’ 대세…설 앞두고 잇따라 출시

    백화점·마트 ‘프리미엄 선물세트’ 대세…설 앞두고 잇따라 출시

    롯데백화점 최고급 한우 ‘넘버9’신세계백화점 ‘산지 공수’ 고품격 한우현대백화점 역대 최대 물량 한우세트만남과 덕담으로 풍요로워야 할 설이지만 올해도 코로나19로 ‘가지 못하는 마음’을 전하는 손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백화점, 대형마트 유통업계는 평소보다 정성을 더한 선물을 전하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선물세트를 대거 선보인다. 청탁금지법상 농축수산물 선물가액도 2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올 명절에도 프리미엄 선물세트의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지난 추석 때 170만원 상당의 고급 한우 세트가 조기에 품절되며 큰 인기를 끈 만큼 이번 설을 맞아 한우의 물량을 40% 늘려 총 20만세트를 준비했다. 대표 상품은 국내 최고가 한우 세트인 ‘롯데 L-넘버나인 프레스티지 세트’(8.4㎏, 300만원)로 1++ 등급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인 넘버나인의 명품 한우 가운데 최고급 부위로만 구성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최신 트렌드를 담은 선물도 선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일상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이색 상품들이 눈길을 끈다. 문지윤 스타일리스트는 잠시 일상 속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쌍계명차 오마주 티 마스터 세트’(12만원)를, 민들레 공간 디자이너는 실내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는 ‘더콘란샵 페이스 라운드 플래터’(22만원), ‘콘란 볼타 익스클루시브 모빌’(35만원) 등 화려한 색감의 오브제를 추천했다. 와인은 입문자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세트부터 마니아층을 위한 프리미엄 라인까지 다채롭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3대 와인 명가인 ‘르로이 한정 와인’(60만~830만원)과 5대 샤토 와인으로 꼽히는 ‘샤또 마고 올드 빈티지 컬렉션’(135만~224만원) 등 시간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제품들이 준비돼 있다.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설을 맞아 한우 공판장 거래인으로 참석해 전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선택한 고품격 한우 선물세트를 내놓는다. 국내 최대 한우 공판장인 음성축산물공판장은 전국 물류 최적지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품질 좋은 소가 가장 많이 상장된다. 풍미 깊은 한우를 구하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한우 바이어가 경매장에서 60개월령 이하의 고품질 암소만을 선별하고 마블링, 육색 등을 직접 확인했다. 한우 암소의 등심, 안심, 채끝 스테이크 부위로 구성한 ‘직경매한우 스테이크’(50만원), 명절에 더욱 인기가 많은 등심로스와 양지 국거리로 구성한 ‘직경매한우 만복’(36만원) 등이 대표 상품이다. 집에서도 레스토랑의 맛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유명 맛집 협업 상품도 소개한다. 모퉁이우, 우텐더, 설로인 등 한우 맛집의 메뉴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180~200g씩 소포장으로 담았다. 국내 대표 산지에서 골라낸 과일 선물세트도 있다. 깊은 토심을 자랑하고 홍수와 태풍 피해가 적은 천안 성환 송덕리의 ‘성환 배’, 온난하고 강수량이 풍부해 짙은 향과 우수한 당도를 보장하는 ‘제주 감귤’, 퇴적토가 많고 배수가 원활해 맛과 향이 진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충주 사과’ 등 전국에서 유명한 농가의 과일을 모았다.현대백화점은 한우 선물세트를 역대 최대 물량으로 선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설 한우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 설보다 20% 이상 늘려 총 7만 3000여개를 선보인다. 다양해지는 고객들의 취향을 고려해 품목 수도 10% 이상 늘려 80여종을 기획했다. 우선 100만원 이상 초(超)프리미엄 선물세트의 물량을 30% 늘렸다. 1++ 등급 한우 중에서도 최고급 한우만으로 구성된 ‘현대명품 한우 넘버나인 세트’(250만원)를 비롯해 볏짚·보리·쌀겨 등 자체 배합한 곡물을 ‘끓여 먹이는 방식’으로 키운 프리미엄 한우 세트 ‘현대명품 화식한우 매(梅)세트’(120만원), ‘현대명품 화식한우 난(蘭)세트’(100만원) 등이다. 이마트 “최상급 한우에 기술 더했다”홈플러스 “한우·와인이 한 세트로”롯데마트 “10만원대 선물 확 늘렸어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를 겨냥해 유통업계 최초로 선보인 국내 1호 동물복지 인증 한우 ‘동물복지 유기농 한우 세트(85만원)도 눈길을 끈다. 경남 산청에서 일반 축사보다 3배 이상 넓은 사육환경에서 자연 순환 농법으로 키운 ‘산청 유기농 한우 세트’(65만원), 전남 강진에서 자연 방목해 기른 프리미엄 한우 ‘자연 방목 한우 세트’(52만원) 등도 내놓는다. 집콕 장기화로 인해 외식 대신 집에 머물며 근사한 식사를 즐기려는 고객을 위한 다양한 특수부위 세트도 판매한다. 제비추리·토시살·안창살·치마살 등 6개 부위를 200g씩 담은 ‘한우 특수부위 세트’(38만원)도 인기다.이마트는 축산에서는 한우, 과일에서는 샤인머스캣 등 비교적 고가의 상품을 위주로 한 선물세트를 주로 선보인다. 한우 상품에서는 이마트 미트센터의 ‘웻웨이징’ 기술이 녹아 든 ‘피코크 WET에이징 한우 등급 1+등급 세트’를 26만 8200원(카드 할인 10% 기준)에 판매한다. ‘피코크 횡성축협한우 NO.9 세트’는 80만원에 선보인다. 한우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인 횡성축협의 ‘1++등급’ 한우 중에서도 마블링 등급이 9인 최상의 원료육을 사용했다. 과일은 샤인머스캣이 들어간 신규 세트 ‘시그니처 사과 배 샤인 세트’(사과 1.2㎏/4입, 배 2.2㎏/4입, 샤인머스캣 1.1㎏/2송이)를 10% 할인한 8만 5500원에 판매한다. 수산 선물세트에서도 15만원 이상 선어 세트의 인기를 반영해 ‘프리미엄 제주 옥돔·갈치세트’를 22만 2400원(20% 카드할인가)에 판매한다. ‘피코크 메로구이 세트’는 준비 물량을 3배 늘려 총 300세트를 19만 6200원(10% 카드할인가)에 선보인다. 와인은 프랑스 메독 1등급 컬렉션 ‘5대 샤또’ 5종을 99만~148만원에 총 60병 한정수량으로 판매한다.홈플러스는 고객들의 선호가 높은 축산, 주류 선물세트를 강화했다. 특히 올해 설 본판매에서 첫선을 보이는 ‘냉장 한우 맞춤형 선물세트’는 고객이 원하는 한우와 와인을 하나의 세트로 주문 제작해 주는 것으로 눈길을 끈다. 매장에 방문해 원하는 한우 부위와 와인 6종 중 하나를 고르면 현장에서 바로 선물세트를 만들어 준다. 고객이 안전하게 선물을 들고 갈 수 있도록 래핑, 아이스팩, 에어캡을 넣고 보자기 포장으로 격식을 더했다. 홈플러스 월드컵점, 부천상동점 등 전국 37개 점포에서 한정 수량으로 시범 운영한다. 미국산 프라임 등급 살치살 및 부채살과 타이틀리스트 골프공을 함께 구성한 ‘PRIME 스테이크 홀인원 패키지 냉장세트’를 22만 4000원 한정 수량으로 준비했다. 와인 단독 상품으로는 밸런스가 좋은 프랑스 와인의 특징을 잘 담아낸 AOC 등급의 ‘샤를루쏘까베네+메를로’ 5만 9900원, 칠레 1위 와이너리 콘차이토르의 월드 베스트 아이템인 붉은 악마 프리미엄 와인세트 ‘까시에로리저브까베네쇼비뇽+멜롯’ 5만 9900원이 있다.롯데마트는 10만~20만원 사이 선물세트 품목을 지난 설 대비 20%가량 늘렸다. 일반 과일보다 당도가 약 20% 높은 고당도 과일로 구성된 ‘황금당도 천안배, 충주사과’ 세트(사과 8입, 배 6입)를 19만 9000원에 판매한다. 친환경 패키지 세트로 포장한 ‘GAP 나주배, 충주사과’ 세트(사과 6입 ,배 6입)와 ‘GAP 청송사과, 아산배’ 세트(사과 6입, 배 6입)를 각각 12만 9000원에 선보인다. 롯데마트 전용 시설에서 20일 이상 숙성한 ‘숙성한우 등심/저지방 혼합세트’(등심 1㎏, 삼각살 500g, 꾸리살 500g)는 19만 8000원, ‘한우 등심 정육세트 2호’(등심 1㎏, 국거리 500g, 불고기 500g)는 엘포인트 회원 대상 19만 5000원에 선보인다. 대한민국 우수산지 지역농가 협업 프로젝트의 ‘산지뚝심 제주 은갈치 세트’(4마리, 1.8㎏ 내외)는 12만 6400원에 판매한다.
  • 탄소중립 선언한 거대 정유사들…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탄소중립 선언한 거대 정유사들…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우린 미인대회 같은 경쟁은 안 합니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던 미국 최대 정유기업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0년 3월 투자자 설명회에서 배짱을 부렸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앞다퉈 내놨지만 엑손은 호들갑 떨지 않고 ‘소신’을 지키겠다는 선언이었다. 2년 뒤인 지난 18일(현지시간) 우즈 CEO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기후위기에 책임 있게 나서라’는 주주들의 압력에 마지못해 꼴찌로 미인대회 참가 신청서를 써낸 셈이다. 국제무대의 거대 석유 회사를 일컫는 이른바 ‘빅 오일’들이 탄소중립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석유·가스의 생산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 에너지 분야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의 감축 전쟁은 전향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악마적 디테일이 숨어있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나온다.빅 오일 대부분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정도만 감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의 배출량은 성격에 따라 3가지로 구분된다. 제품 생산 단계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스코프1,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동력원에서 나오는 간접 배출량은 스코프2, 판매된 제품이 사용되고 버려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은 기타 간접 배출량인 스코프3로 분류된다. 탄소중립의 성패는 배출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스코프3 영역에서 갈린다. 영국 정유사 셸을 예로 들면 지난 2020년 스코프1에서 6300만t, 스코프2에서 900만t의 탄소가 배출된 반면 스코프3에서는 전체의 94.8%인 13억 400만t의 탄소가 발생했다.셸, BP 등 5곳만 “판매 후 배출량도 제로화” 하지만 기업들은 감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생산단계(스코프1·2)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판매된 제품이 뿜어내는 온실가스는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 회사 코노코필립스는 지난해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스코프3 단계의 배출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생산한 원료가 다른 제품으로 어떻게 변형되고 소비되는지는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도 “스코프3 영역은 명확한 가이드가 부재하고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배출량 제로 대상에 스코프3를 넣은 것은 셸, BP(영국), 토탈(프랑스), 에니(이탈리아), 에퀴노르(노르웨이) 등 유럽 5개 업체뿐이다. 지난 2020년 2월 빅오일 가운데 가장 먼저 탄소중립 목표치를 제시한 BP도 모범적인 계획안으로 박수 받았지만 친환경적인 척하는 ‘그린워싱’으로 뭇매를 맞았다. 기후전문 매체 그리스트에 따르면 BP는 직접 추출한 석유·가스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실제 BP가 판매하는 제품의 3분의 2는 러시아 로스네프트 등으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감축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종의 눈속임인 셈이다.탄소 포집·저장 기술, 탄소집약도 의존은 꼼수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구조적으로 감축하기보다는 대기 중의 탄소만 뽑아내 땅이나 바다 깊숙이 저장하는 탄소 포집·저장(CCUS) 기술 개발과 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배출량을 상쇄하려는 것도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절대적인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생산 단위당 탄소발생량, 즉 탄소집약도(CI)를 줄이는 목표를 내놓는 것도 궁극적인 감축은 될 수 없다. 가디언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도로 막으려면 2050년까지 CI를 평균 70%까지 줄여야 하지만 셸 등의 목표치는 65% 감축”이라며 “배출량 증가 속도를 늦추는 것일 뿐 배출 총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천연가스 생산 1위인 러시아 가즈프롬, 중국 페트로차이나 등 비 영미권 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미온적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블룸버그는 아람코의 온실가스 배출량 집계 방식이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페트로차이나는 스코프3 배출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즈프롬은 10대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 77명 살해한 노르웨이 악마, 겨우 10년 복역하고 “가석방해달라”

    77명 살해한 노르웨이 악마, 겨우 10년 복역하고 “가석방해달라”

    폭탄을 터뜨리고 총격을 퍼부어 77명의 목숨을 빼앗고 319명을 다치게 만든 노르웨이의 살인마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43)가 21년 징역형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가석방을 청구해 18일 첫 심사가 시작됐다. 이 정신 나간 범죄자는 이날 스키엔 법원 법정에 들어서며 또다시 나치식 경례를 했다. 2012년 선고 당시에도 무수한 인명을 해친 데 대해 뉘우치는 기색이 없어 공분을 샀던 브레이비크는 사흘 동안 이어질 심사를 청구하면서 가석방돼도 자신이 더 이상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극단적인 견해를 피력해 전문가들은 가석방 결정이 내려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흉악한 범행에 희생된 이들의 유족과 생존자들은 그가 법정에 나와 심문을 받는 과정 자체가 그의 관종(關種, grandstanding) 짓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정신과 전문의 란디 로젠크비스트는 2012년 그가 수감됐을 때부터 죽 만나 왔는데 “브레이비크의 기능에 커다란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형사 재판 내내 자신의 학살 행위를 부풀리는가 하면 2016년 인권 재판 도중 방청석의 기자들에게 나치식 경례를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로젠크비스트는 “원칙과 관행을 따질 때 가석방을 청하는 사람은 뉘우치는 기색을 보여야 하며 이런 행동이 되풀이돼선 안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아울러 심문 과정에 증거로 쓰이게 감정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범죄자들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교정국 단과대학의 연구교수 베릿 욘센은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그가 풀려나면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확신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가석방 여부 결정은 몇 주 뒤에나 내려질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브레이비크는 몇달 동안 준비를 거쳐 2011년 7월 22일 오슬로의 정부 건물 앞에 시한폭탄이 장착된 차량을 세워둬 8명을 숨지고 여럿을 다치게 했다. 그는 우토야 섬으로 차를 몰고 가 좌파 노동당 청년조직의 여름캠프에 참여한 이들에게 총격을 가해 69명을 숨지게 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10대들이었다. 브레이비크는 경찰에 투항했다. 이듬해 그에게 조건부 최대 21년 징역형이 선고됐는데 조건부 선고는 노르웨이 사법 사상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1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을 신청해 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무기한 가둘 수 있게 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편하게 종신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지만, 실은 브레이비크가 매년 가석방 심사를 신청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기회를 준 셈이라고 욘센은 설명했다. 변호인은 한 술 더 떠 스웨덴의 신나치주의자 페르 오베르그에게 변호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10년 가까이 정신 나간 범죄자의 헛소리를 계속 들어야 한다는 점도 피해자와 생존자에게 끔찍한 악몽이 될 것 같다. 피해자 및 생존자 모임을 이끄는 리스베스 크리스틴 뢰이널란드는 노르웨이 총기난사범 필리프 만스하우스가 2019년 뉴질랜드 테러 공격에 영향을 받아 의붓누나를 살해하고 이슬람 모스크를 급습한 사례를 들어 브레이비크를 심문하는 일 자체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2년 재판 중에도 희생자 부모들 앞에서 더 많이 죽이고 싶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수감되면 파시스트 정당을 창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의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이메일이나 편지를 그에게 보내왔다. 물론 교도소는 그런 편지를 압수해 보여주지 않았다. 2016년에 그는 다른 죄수들로부터 격리시키고, 자주 알몸 검색을 하며, 수갑을 차게 해 인권을 짓밟았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을 승소했지만 이듬해 2심에서 패소했다.
  •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위장 환경주의/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 위장 환경주의/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새해 벽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에너지로 분류하자고 제안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약속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 온도 1.5도 상승 목표를 지키려는 현실적인 실천이라 설명했다. 국가에너지의 약 70%를 원자력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환영했고, 탈원전을 추진 중인 독일은 강력히 반대했다. 아직 초안 수준이라지만 국내 원전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듯하다. EU집행위의 이 제안은 ‘가이아’ 이론을 창시한 대기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의 친원전 발언, 소형원전사업에 투자하면서 소형모듈원전(SMR)을 제안한 빌 게이츠의 아이디어를 연상시킨다. 이들의 주장은 악마윤리학 같다. 그들이 악마라는 얘기가 아니라, 어쩌면 악일 수 있는 기술로 다른 악(기후재앙)을 해결한다는 의미다. 국가 간 기후재앙 해결책의 완전한 합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을 그린에너지로 볼 수도 있다. 원전의 발목을 잡았던 핵폐기물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소형원자로 기술은 누군가에겐 꿈의 그린에너지일 것이다. 천연가스도 그린에너지로 분류됐다. 이산화탄소와 비교해 온난화 효과가 약 28배 높다는 메탄은 산화하면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만든다. 최근 개발된 기술로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합쳐 공업연료인 일산화탄소와 수소연료를 얻을 수 있으니, ‘천연가스가 그린에너지’라는 주장이다.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그린에너지로 분류하자는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은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되 한 번 더 비틀어야 한다. 에너지 소비는 필수적이니 잔말 말고 공급을 늘리라고 주장할 게 아니라 에너지 소비 산업 구조와 현재 인류의 소비패턴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또 기후위기, 에너지 논의가 왜 모두 정부나 국제기구 차원에서만 행해지고 결정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대안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일반 시민이 직접 논의와 실천, 과학적 고민에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 고민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있나? 언제까지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결정하고 시민들은 정해진 대로 따라야만 하는 걸까? 독일 연방경제·기후보호부 장관 로베르트 하베크는 이번 EU집행위의 제안이 ‘위장 환경주의’라고 비판했다. 독극물을 하수구에 버리면서 물을 타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지 반문한다. 화급을 다투는 상황에서는 다소 미흡한 검증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기술이 사용되기도 한다. 원전과 천연가스의 녹색분류도 유사한 결정이 될 수 있다. 엄청난 에너지 소비가 필수인 경제·산업구조는 진정 변경 불가한 것인가. 에너지 선택만, 그것도 정부와 국제기구만 할 수 있는 선택으로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 옳은 길인지 묻고 싶다.
  •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음 공개 예고...국민의힘 “정치 공작” 비판

    “김건희 7시간 통화” 녹음 공개 예고...국민의힘 “정치 공작” 비판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측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 공개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정치 공작으로 판단된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12일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오마이뉴스 보도 관련 입장’ 자료를 통해 “2021년 7월부터 12월 초 사이에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에서 촬영을 담당하는 A씨가 김건희 대표와 인터뷰가 아닌 ‘사적 통화’를 10∼15회 하고, A씨는 사적 대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을 모 방송사 B 기자에게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초에 김 대표에게 ‘악의적 의혹 제기자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는 거짓말로 접근해 대화를 몰래 녹음한 후 선거 시점에 맞춰 제보 형식을 빌려 터트리는 등 악의적으로 기획된 특정 세력의 ‘정치공작’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또 “악마의 편집을 통한 의도적인 흠집 내기도 심각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당사자 간 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후 상대방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공개하는 경우 헌법상 음성권 및 사생활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은 A씨를 공직선거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또 녹음 파일을 공개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해 사적 대화를 몰래 녹음한 다음 제보한 것은 정상적인 언론 보도의 영역으로 볼 수 없고 취재 윤리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마이뉴스는 “한 매체의 기자가 지난해 6개월간 김건희 씨와 통화한 내용이 조만간 공개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매체 기자는 지난해 20여 차례 총 7시간에 걸쳐 김씨와 통화를 했다. 녹음된 음성 파일에는 문재인 정부 비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수사, 정대택 씨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씨가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 의혹’을 실명 증언한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등에 관한 내용도 등장한다고 오마이뉴스는 보도했다.
  • 악마의 와인과 도깨비가 만났다... 아영 FBC, ‘디아블로 도깨비’ 에디션 출시

    악마의 와인과 도깨비가 만났다... 아영 FBC, ‘디아블로 도깨비’ 에디션 출시

    종합주류기업 아영 FBC는 와인 ‘디아블로 도깨비 에디션’(사진)을 출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제품은 세계 판매 1위 와인 브랜드 디아블로가 한국만을 위해 만든 스페셜 에디션이다. 디아블로 와인 고유의 스토리텔링인 ‘와인창고에 악마가 와인을 지키고 있다’는 내용과 한국 대표 수호신 ‘도깨비’가 만난 콘셉트다. 제품은 칠레 와인 산지인 센트럴밸리에서 선별한 포도로 만들었다. 풍부하고 진한 체리, 자두, 블랙 커런트 향에 은은한 토스트, 커피 향을 냈다. 잘 익은 산딸기와 자두 맛과 타닌의 긴 여운이 인상적이다. 디아블로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 시장을 개척한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사의 대표 브랜드다. 전 세계 14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와인’, ‘1초에 1병씩 팔리는 와인’ 등으로 입소문을 타며 편의점 와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아영 FBC관계자는 “한국의 수호신 도깨비와의 만남을 통해 악마의 와인으로 알려진 디아블로를 가장 한국적으로 알려보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아영 FBC는 이번 에디션 출시를 기념해 21세기 판소리 밴드 ‘아날치’와 조기석 영상 아티스트가 협업해 만든 영상을 이달부터 공개할 예정이다. 제품은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와인나라 직영점, 와인나라 온라인몰에서 1만원대에 살 수 있다.
  • [열린세상] 포퓰리즘과 증오의 정치로 얼룩진 대선/유창선 정치평론가

    [열린세상] 포퓰리즘과 증오의 정치로 얼룩진 대선/유창선 정치평론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의 광경이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우선 유력 후보들이 지지율에 따라 시시각각 변신하는 모습은 유권자들의 이성적 판단을 방해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함께해 왔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며 부동산 세제 완화 정책을 쏟아낸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고 불로소득을 뿌리뽑겠다며 서슬퍼런 규제를 예고했다가 부동산 민심이 아님을 파악한 순간 돌변한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을 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관심이 잦아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냥 지나가기로 작심한 모습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TV토론을 제안했다가 막상 하겠다고 하니까 “조급하다”면서 피하려 한다. 여론에 따라 너무도 태연하게 말을 바꾸는 모습들이 줄곧 이어져 왔다. 한때 신지예씨와 이수정 교수를 영입해 여성주의 인사들까지도 껴안는 모습을 보였던 윤석열 후보는 반페미니즘의 ‘이대남’(20대 남성) 지지를 얻기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구호를 던진다. 곧이어 재벌 회장의 ‘멸공’(滅共) 챌린지에도 참가한다. ‘펨코’에서 열광적인 환호를 얻고는 있지만, 갈등을 조정해야 할 대선후보가 갈라치기에 편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갈라치기에 염증을 내고 돌아섰던 사람들이 다른 것은 다 잊고 ‘윤석열의 갈라치기’만 기억하게 만들지 모른다. 그런 갈라치기 행보는 ‘이대남’을 얻는 대신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과 다른 세대들을 잃게 만드는 우가 되기 쉽다. 극단으로는 극단을 이길 수 없다. 후보들의 일관된 철학은 찾아보기 어렵고, 눈앞의 여론만을 쫓아다니는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선거가 되고 있다. 포퓰리즘은 이성을 멀리하고 정념을 친구로 삼는다. 선악의 이분법에 근거해 자신을 연민의 대상으로 연출하고 상대를 악마로 만들어 지지자들의 분노를 선동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정치학자 얀 베르너 뮐러가 ‘누가 포퓰리스트인가’에서 지적했듯이 “포퓰리즘은 갈등 속에 번창하고 정치 양극화를 조장할 뿐 아니라 정치적 반대 세력을 ‘국민의 적’으로 취급하고 배제”하려 든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는 대선 광경이 그러하다. 상대에 대한 증오만이 넘쳐 ‘악마의 집권’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결기만 넘칠 뿐 자신들의 집권이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대선 때마다 죽기 살기 식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승자독식의 권력구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선거 결과가 51대49로 승패가 갈리더라도 승자는 100의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지금의 권력구조다. 51과49를 가진 세력의 협치가 아니라 승자만이 정의가 되고 패자는 불의가 되는 비합리적인 상황이 전개된다. 그래서 선거판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봐야 하는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그 피투성이 상처는 우리 공동체의 가장 깊숙한 곳에 두고두고 남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에서 지식인 숙청을 주장했던 카뮈는 막상 숙청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증오의 숙청’을 우려했다. 카뮈는 “가해자들의 증오에 희생자들의 증오가 화답했다”며 가해자들이 떠난 프랑스에서 피해자들이 증오에 중독된 마음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잔인한 숙청 속에서 카뮈가 강조했던 것은 “우리가 지성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종주의, 성차별, 반유대주의 같은 증오의 정치로 무장된 ‘트럼피즘’이 미국의 지성주의와 민주주의를 몰락시킨 과정도 우리는 지켜봤다. 우리는 어떨까. 증오에 중독된 대선을 거치고 과연 공동체의 지성을 지켜 낼 수 있을까. 정념에 앞서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다.
  • [TV 하이라이트]

    [TV 하이라이트]

    ●싱어게인2(JTBC 밤 9시)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아직 무대를 꿈꾸는 모든 가수들의 한 번 더 오디션 ‘싱어게인’ 시즌2가 인기 돌풍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 비슷한 실력자들을 한데 모아 ‘팀 대항전’을 펼친 데 이어 이번엔 더욱 치열해진 3라운드 라이벌전을 시작한다. 호형호제와 위치스로 각각 팀을 이뤄 최고의 무대를 만들었던 30호와 33호, 34호와 31호 등 최강 실력자들의 맞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출연자들은 “심사위원들이 다 좋은 분들인 줄 알았는데 악마들만 있다”고 혀를 내두르며 더욱 칼을 갈고 나왔다는 후문이다. 마성의 매력과 깊은 울림으로 매회 역대급 무대가 탄생하고 있어 3라운드 역시 기대가 된다. 이번 방송에서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던 유희열 심사위원의 빈자리를 윤종신이 대신한다.
  • [씨줄날줄] 교황과 반려동물/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교황과 반려동물/임병선 논설위원

    기원전 3000년쯤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겼다. 다산과 순산, 양육의 상징이었다. 고양이가 죽으면 온 가족이 상복을 입고 조의를 표하기 위해 눈썹을 밀었다고 전해진다. 그랬던 고양이는 기독교가 위세를 떨치던 중세에 배교와 배신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기독교가 기성 종교를 억누르기 위해 고양이를 마녀와 같은 값으로 매겨 응징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장했다는 분석이 있다. 교황의 칙령 중 고양이를 악마로 규정했다는 기록도 있다. 지혜와 지식을 독점한 중세 교회의 폐해는 상상도 못 할 정도였다. 1494년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는 교회가 주도한 돼지 재판이 열렸다. 부활절 아침 젖먹이를 물어 죽인 돼지에게 교수형을 선고했다. 마을의 모든 돼지들을 깨우치게 한다며 재판을 지켜보게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말, 염소, 수탉 등 가축은 물론 원숭이, 딱정벌레까지 단죄했다. 미국이 영국 식민지였을 때도 마녀로 단죄된 여성과 함께 고양이를 불에 태우는 재판이 성행했다. 19세기 초까지도 종탑 위에서 고양이를 내던져 죽게 하는 의식이 거행됐다. 날아다니는 파리를 법정에 세운 것은 십일조 헌금을 늘리려는 흉계였다. 중세 교황과 지금 교황의 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차례 반려견과 퓨마를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려견이 죽었다며 슬퍼하는 어린이를 따듯이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반려동물을 기르거나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교황이 “결혼한 부부들이 자녀보다 개나 고양이를 기르려고만 한다”며 반려동물 기르기를 이기적 행동으로 규정하고 문화적 타락이라고까지 했다. 교황의 뜻은 자녀를 양육하고 가르쳐 가족을 완성하는 기쁨과 행복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일 테다. 하지만 아기 낳기를 한없이 두려워하는 젊은 부부들을 설득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인다. 결혼도 않고, 자녀를 건사하거나 속앓이를 해 본 적이 없는 교황의 조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젊은 세대의 현실은 너무 각박하기 때문이다. 교회나 성직자도 이들의 고민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오래된 도시 한켠, 고래잡이 시절 추억을 걷다

    오래된 도시 한켠, 고래잡이 시절 추억을 걷다

    냉동창고가 문화 공간으로 변신장생포문화창고서 ‘오션뷰’ 감상고래박물관·고래문화마을 인접 ‘울산큰애기 이야기길’ 3개 구간사람이 사라진 ‘똑딱길’에서 시작‘추억길’ ‘읍성길’까지 2시간 코스 태화강 따라 자박자박 걷는 재미저녁엔 십리대숲 은하수길 ‘반짝’어느 도시나 옛 도심은 있다. 울산도 마찬가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대 도시가 됐지만, 도시 한켠엔 뜻밖에 오래된 풍경들이 남아 있다. 문화와 예술의 새옷을 걸쳐 입은 채로다. 도시를 ‘광산’에 비유한다면 이런 공간들은 주민의 정서를 붙잡아 주는 ‘카나리아’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해돋이와 해넘이 여행을 취소한 이라면 더욱 제격이다. ‘고래의 고향’ 장생포항에서 서정적인 해넘이를, 명선도에서 장엄한 해돋이를 만나면 되니 말이다.‘장생포문화창고’부터 찾는다. 버려지다시피 했던 옛 냉동창고가 문화와 예술이 넘실대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창고 누리집은 스스로를 ‘엄혹한 세상의 카나리아로 살고 싶은 예술가들과, 그들이 만들어 낸 것들을 기꺼이 향유하기를 원하는 시민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광부들의 안전을 지켜 줬다는 ‘광산의 카나리아’에 비유한 표현일 텐데, 살벌한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이 따스한 정서를 잃지 않도록 든든한 받침목 노릇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장생포문화창고는 6층이다. 전망대를 겸한 ‘루프 톱’까지 포함하면 7층까지 활용되고 있다. 이름에서 보듯 문화창고가 들어선 곳은 장생포항이다. 예부터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명성이 ‘떠르르’했던 곳이다. 문화창고는 포경업을 비롯한 각종 어업이 활황일 때 고래 등의 생선을 보관하던 냉동창고였다. 주변을 압도하는 건물의 높이에서 당시 이 일대 어업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후 고래잡이가 금지되고 어업이 쇠퇴하면서 쓸모를 잃은 건물을 지난해 6월 문화 시설로 새단장해 개관했다.실질적인 전시공간은 2층부터다. 5층의 문화예술인 공유사무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모두 전시, 공연장이다. 6층 북카페에선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다. 이 건물의 최대 미덕은 모든 층이 ‘전망 맛집’이라는 거다. 항구 쪽 외벽은 모두 통창이다. 장생포항에 정박한 수많은 배들과 울산 공단이 만들어 내는 특유의 오션뷰가 창문 너머로 펼쳐진다. 특히 울산공단의 저물녘 풍경은 ‘백만불’짜리라 할 만하다. 화려하면서 음울한, 어딘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저물녘 풍경이 압권이다.●곱고 상냥한 중구여성 ‘울산큰애기’ 주변에 볼만한 곳이 많다. 고래박물관은 국내 포경 관련 자료와 유물들을 수집해 전시하는 공간이다. 맞은편의 고래생태체험관에선 다양한 바다생물과 만날 수 있다. 건물 초입에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미국의 동물학자이자 탐험가다. 1914년 당시 ‘악마 고래’라 불리던 귀신고래를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라고 처음 이름 붙였다고 한다.고래문화마을은 포경산업이 절정에 달했던 1960, 70년대의 장생포 풍경을 실물 그대로 복원한 곳이다. 이 마을 뒷산에 고래조각공원이 있다. 혹등고래, 귀신고래 등의 실물 조형물을 전시하고 있다. 울산대교를 배경 삼아 ‘인증샷’ 찍기 딱 좋다. 울산 시내에선 중구 성남동과 옥교동 일대에 원도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울산은 1970, 80년대 한국의 ‘산업 수도’였다. 당대의 흔적 위에 트렌디한 요즘 문화가 덧씌워져 있다.이 일대를 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울산큰애기 이야기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울산큰애기’는 중구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유난히 피부가 곱고 상냥한 성품의 중구 여성을 일컫는다. 가수 김상희가 1969년 발표한 노래 ‘울산 큰애기’가 모티브가 됐다. 울산큰애기 이야기길은 3개 구간으로 나뉜다. 성남동 문화의거리~중앙동 주민센터 2.5㎞ 구간이 ‘울산큰애기길’, 똑딱길~청춘고복수길~시계탑 1.6㎞ 구간이 ‘추억길’, 울산읍성 일대 800m 구간이 ‘읍성길’이다. 전 구간을 다 돌아본다고 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편의상 이름으로 구분했을 뿐, 길은 어디로든 통한다. 외지인들은 관광안내소 역할을 하는 ‘울산큰애기하우스’를 기점으로 삼는 게 좋을 듯하다. 여기서 작은 길을 건너면 ‘똑딱길’이 시작된다. ‘똑딱길’은 시계소리를 차음해 지은 이름이다. 격동의 산업화 과정에서 성공과 좌절을 맞본 이들이 과거를 돌아보고 서로를 토닥토닥 위로하자는 의미를 담았다.●성남동엔 그시절 낭만 꽃피운 다방 ‘똑딱길’은 입구가 좁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현지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실제 1990년대 이후 이 골목에서 사람 그림자가 사라졌다고 한다. 더럽고 어두워서 간 큰 사람도 선뜻 들어가질 않았다는 것이다. 울산 사람들은 이 길에 ‘시간의 골목’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경제개발의 그늘에서 길러 낸 자식들이 먼바다를 돌아 회귀할 날을 기다린다는 바람을 담은 표현이다.화분, 벽화 등으로 장식된 ‘똑딱길’이 끝나면 곧바로 ‘청춘고복수길’이 이어진다. 가요 ‘타향살이’로 사랑받은 울산 출신 가수 고복수(1911~72)를 테마로 조성한 길이다. 150m 거리에 다양한 포토존과 볼거리를 조성했다. 예전엔 성남동 일대에 다방이 많았다고 한다. 문화 시설이 전무했던 그 시절, 다방은 전시장이자 문학과 낭만이 꽃 피던 공간이었다. 당시 이 거리를 활보하던 모던 걸, 모던 보이들의 아침 인사가 ‘모닝커피 했습니까?’였다나. 커피 잔을 내밀며 ‘모닝커피 했습니까?’라며 묻는 남성의 조형물이 이 거리에 세워진 이유다. 바로 옆의 시계탑은 울산 원도심의 랜드마크다. 일제강점기 성남역사 자리에 조성됐다. 매시 정각에 모형기차가 시계탑 돔 위를 도는 퍼포먼스를 펼친다.이웃한 복산동엔 서덕출공원이 있다. 아동문학가 서덕출을 기리는 근린공원이다. 울산에서 가장 많은 야외 조각작품을 전시한 곳이라는 홍보 문구와 달리,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아 아쉽다. 사방이 아파트 공사장이어서 오가기도 쉽지 않다.도심을 어슬렁대다 시원한 풍경이 보고 싶어지면 태화강으로 나가면 된다. ‘젊음의 거리’에서 성남나들문을 나서면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인 태화강이다. 강변을 따라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각별하다. 홍수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10리에 걸쳐 조성했다는 십리대숲이 핵심 볼거리다. 저녁엔 대숲 안에 ‘은하수길’이 펼쳐진다. 십리대숲 내 600m 구간에 조명을 달아 별들이 반짝이는 은하수처럼 꾸몄다. 해거름엔 겨울 철새인 까마귀들이 현란한 군무를 선보인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이번 여정에선 만날 수 없었다.
  • “뱀DNA 물려받아 괴물될 것”…두 자녀 살해한 美남성 뒤늦은 후회

    “뱀DNA 물려받아 괴물될 것”…두 자녀 살해한 美남성 뒤늦은 후회

    음모론에 빠져 자녀가 아내의 뱀 유전자(DNA)를 물려받아 괴물이 될 것으로 생각해 두 자녀를 살해한 미국 남성이 감옥에서 뒤늦게 후회의 편지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간) 피플지와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두 자녀를 작살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수감된 매튜 테일러 콜먼(40)이 재판을 앞두고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어린 두 자녀 멕시코로 데려가 잔혹 살해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에서 서핑학교를 운영하는 콜먼은 지난 8월 7일 2살 아들과 생후 10개월 딸을 멕시코 로사리토에 데려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매튜는 당시 아내 애비 몰래 두 자녀를 데리고 멕시코 국경을 넘었고, 아내의 연락도 줄곧 받지 않았다. 그가 아내를 믿지 않은 이유는 파충류 인간, 이른바 ‘렙틸리언’이 인간으로 위장해 할리우드와 고위층 행세를 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콜먼은 “아내가 아이들에게 ‘뱀(serpent) DNA’를 물려줬다. 아이들이 자라면 괴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살해하는 것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실제로 콜먼은 “큐어넌(QAnon)과 일루미나티 음모론을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FBI 조사에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비밀집단과 투쟁” 큐어넌 음모론에 몰두 큐어넌은 미국에서 등장한 극우 성향의 음모론 집단으로, 소셜미디어에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세력을 넓혔다. 정부 내부 인사를 자처하며 각종 음모론 글을 올린 익명의 극우주의자 ‘큐’(Q)를 추종한다고 해서 큐어넌(Q와 익명을 뜻하는 ‘어나니머스’의 합성어)으로 불린다. 큐어넌은 미국 민주당과 연결된 비밀집단 ‘딥스테이트’가 정부를 장막 뒤에서 통제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구하기 위해 이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는 음모론을 신봉한다. 이들은 딥스테이트가 악마숭배자이자 소아성애자라며 이른바 ‘피자게이트’라는 음모론을 양산해내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피자가게 지하에서 아동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음모론이다. 콜먼 친구 “하루 몇시간씩 음모론 탐닉” 콜먼의 편지를 받은 친구는 피플지에 “그는 절망에 빠져 낙담하고 있다”면서 “24시간 내내 혼자 생각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또 “콜먼은 자신이 저지른 인생의 실수를 반성하고 구원의 기회가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면서 “용서를 빌긴 했지만 스스로 마땅히 있어야 할 곳(감옥)에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건 당일 새벽 콜먼은 멕시코 로사리토에 잡은 호텔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가 혼자 돌아왔다. 그 사이 그는 낚시용 작살총으로 두 자녀를 살해했는데, 법원 문서에 따르면 콜먼은 두 자녀가 숨질 때까지 아들은 17번, 딸은 12번 이상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콜먼은 8월 9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재입국하는 과정에서 체포됐으며, 멕시코 수사당국은 사건 현장 들판에서 작살총과 피 묻은 옷, 아기 담요를 발견했다. 지난달 FBI는 콜먼의 모든 전자기기를 압수해 조사 중이다. 콜먼의 오랜 친구는 콜먼이 하루에 몇 시간씩 인터넷에서 음모론을 찾아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콜먼의 아내는 남편이 큐어넌 추종자이며 자신이 뱀 DNA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월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콜먼은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가 사형을 면할 경우 무기징역과 함께 최고 25만 달러의 벌금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 “안전은 권리이자 의무… 노사정 함께 일터·생명의 파수꾼 돼야”

    “안전은 권리이자 의무… 노사정 함께 일터·생명의 파수꾼 돼야”

    노동계 좁은 법 적용·사업장 유예에 불만경영계 “책임자 규정 모호, 처벌 만능 경계”“의무이행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 평가 ‘중대재해법’ 목적은 처벌 아닌 사고 예방징벌적 손배제·양형기준 설정 등은 과제“아낌없이 투자·소통, 안전 사각지대 해소”우리네 일터에는 ‘안전제일’, ‘무재해’ 문구가 가득하다. 정말 우리는 안전한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을까?. 올해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882명에 이른다. 세부 사정을 보면 더욱 안타깝다. 규모별 격차는 심각한데 사고 사망자의 80%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 재해 유형을 보면 떨어짐(추락)이 37.2%, 끼임이 11.1%로 아직도 전통적인 재래식 재해가 반복해서 일어난다. 최근 산업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 높은 사망자 수, 낮은 보호 수준, 위험의 외주화 심화 등이 우리의 산업안전 현주소다. ●과로·직장 내 괴롭힘 사망 등은 법서 제외 원칙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에 관한 모법이자 기본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총 175조의 조항을 가지고 사업장별로 안전보건관리체제, 유해위험방지 조치, 도급 시 산업재해 예방, 근로자 보건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업종별·공정별로 사업자와 작업자가 지켜야 하는 기준(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을 별도로 정하고 있는데, 총 673개 조문에 이른다. 이렇게 방대하고 촘촘한 법이 있는데 왜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했을까. 법 위반 시 ‘처벌 수위’가 낮아서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법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최대 7년 이하의 징역형이 부과될 수 있다. 오히려 답은 ‘처벌 대상’에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의무는 사업주가 지는데, 법인인 경우 대표가 아니라 법인이 사업주이다. 산재는 공장 또는 건설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1차적 처벌 대상은 사고 원인을 제공한 행위자(통상 공장장 또는 현장소장)이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경우에는 회사 대표와 공장장(현장소장)이 다른데, 대표가 산업안전보건법상 형사책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서 던져진 질문이 “회사 대표에게 직접 법적 책임을 지우면 산재 예방에 더 노력하지 않을까?”이다. 이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 등장하게 된 배경 중 하나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올해 1월 8일 국회를 통과하고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조문이 16개밖에 안 되는 법에 왜 이리 관심이 많을까. 정부 관계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두었다”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처벌을 담보로 한 예방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름 그대로 형사법이며, 오로지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책임자만 처벌(사망 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하는 법이다.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노동계는 중대재해 범위가 너무 좁고, 정작 재해가 집중되는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2년)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경영계는 경영책임자 범위가 모호한 데다 처벌만능주의라며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기본구조는 간단하다.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뉘고 ▲사업을 대표하는 경영책임자가 ▲보호 대상인 종사자의 안전을 위하여 ▲지켜야 할 안전보건확보의무를 규정한 후 ▲이를 어기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처벌, 교육이수, 공표 등 제재가 따르고 ▲민사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중대재해 범위, 경영책임자 범위,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여부를 둘러싼 복잡하고 치열한 법적 다툼이 감추어져 있다. 먼저 중대산업재해 범위를 살펴보자. 법에서는 ▲1명 이상 사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인 경우로 돼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다루어진 과로, 직장 내 괴롭힘,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의 경우 원칙적으로 중대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사망 원인으로 업무 연관성이 입증될 경우 중대재해에 포함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산업안전뿐만 아니라 인사노무(HR) 차원에서 근무환경을 바꾸고 종사자 건강권을 보장하는 프로그램 운영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경영책임자인가. 법에서는 ‘①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②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회사 대표 또는 사장은 분명히 ①에 해당한다. 회사 내 안전담당 임원(부사장, 전무)이 ②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①은 책임이 면제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해설집을 보면 안전담당 임원에게 최종 의사결정권이 없다면 ②에 해당하지 않는다. 만약 최종권한이 부여된다면 ②에 해당하지만, 회사 대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①과 ② 모두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예도 있을 수 있다. 회사 내 두 명 이상의 공동대표가 있으면 둘 다 ①에 해당한다. 만약 사업 부문별로 각각 대표가 있으면 해당 대표가 책임을 지게 된다. 회사 내 대표 외에 총괄대표(회장, 부회장)가 있는 경우에는 총괄대표가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사안별로 정부 또는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데 경영계에서는 자칫 책임 범위가 넓혀질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는 법 시행 전에 이사회 등을 통해 경영책임자의 권한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이다. ●회사는 법 시행 전 경영책임자 권한 밝혀 둬야 경영책임자가 지켜야 하는 의무는 무엇인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한 수백 개 의무사항을 다 지켜야 하는가? 이 또한 답은 ‘아니다’이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에서는 회사 내 안전보건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잘 작동되게끔 점검·관리하는 새로운 차원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과 연계돼 지켜야 하는 의무들도 있다. 업종별·규모별로 기업의 이행 수준이 다를 텐데 일률적 강제로 자칫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의무 이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다. 기업은 먼저 ▲회사 규모(조직과 인원)를 파악하고 ▲업종별 특성과 과거 재해 사례를 분석한 다음 ▲중대재해가 우려되는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 개선 방안에는 회사 경영방침, 전담조직, 인력과 예산, 종사자 의견 수렴, 비상 매뉴얼 마련, 하도급 시 안전보건 기준 적용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제 법 시행까지 한 달여 시간이 남았다. 법 시행에 따른 경영책임자 선임,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도급계약 점검과 개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대법원의 양형기준 설정 등 시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글귀를 인용해 보면, 경영자는 “안전은 경영의 부속품이 아니라 최고 경영가치”임을 인식하고, 아낌없는 투자는 물론 본사와 현장 간 소통을 넓혀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는 회사에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안전은 권리이자 의무”임을 인식하고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도 근로감독 행정을 통한 사전예방, 영세·중소업체에 기술적·재정적 지원 확대 등 안전 지킴이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국회도 법 시행 과정에서 입법적 문제가 나오면 신속히 보완해 “모두가 지키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은 결코 누군가를 처벌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더불어 우리의 일터와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버팀목이자 파수꾼이 돼야 한다. 2022년. 노사정이 함께 쉼 없이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We Can Do It!”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장·노사협력국장·부산고용노동청장 등을 지냈다. 노사관계, 근로기준, 산업안전 등 노동 관련 법령과 정책에 특화된 일을 하고 있다. 2018년 11월부터 법무법인 율촌에 몸담고 있으며 중대재해센터 업무도 하고 있다.
  • 기댈 어른 있는 사회, 소년범도 줄어듭니다

    기댈 어른 있는 사회, 소년범도 줄어듭니다

    소년범을 떠올리면 대체로 어떤 말이 연상될까. 괴물, 잔혹함, 무서움, 악마 같은 단어만 자동완성된다면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 이 부정적 이미지를 당연시할 만큼 우리는 소년범에 대해 알고 있나. 최소한 그들을 만나 대화해 본 적이 있을까. ‘우리가 만난 아이들’은 세 명의 기자가 100명의 소년범을 만난 300일간의 기록이다. 서울신문이 지난해 11월 5회에 걸쳐 기획보도한 ‘소년범-죄의 기록’을 토대로 기사에 싣지 못한 이야기와 취재 후기, 기자 각자의 경험을 녹여 확장했다. 평범한 10대가 어떻게 범죄의 굴레에 갇히는지 다룬 시리즈는 소년범 문제를 다각도로 짚어내며 한국기자협회 제363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기자들은 “소년범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소년 소녀와 이들은 정말 다른가. “좋은 어른을 만나 본 적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취재로 답을 찾아간다. 공들인 인터뷰와 자료 분석은 소년범에 대한 편견을 깬다. 소년범죄가 흉포화, 조직화된다는 통념은 통계로 반박한다. 범죄에 이른 과정을 따라가면 어떤 아이들에겐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 구조가 보인다. 예컨대 사고 싶은 게임 아이템이 생겼을 때, 보호자에게 용돈을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다 인터넷 중고 거래에서 ‘소소한 사기’로 돈을 번 친구의 경험담을 듣게 된다면. 중요한 건 문제가 생길 때 의논할 이가 있는지 여부다. 인터뷰에서 소년들은 고민을 터놓을 어른의 부재에, 소녀들은 엄마와 친구처럼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데 불안을 갖고 있었다. 보호처분 등의 제도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재사회화’하지도 못했다. 소년범의 탄생부터 홀로서기까지 어른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을 보듬는 건 성인범으로 가는 고리를 끊고 안전한 사회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소년범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아이들의 삶을 살피는 사회 시스템. 이 변화에 보탬이 되기 위해 세 기자는 펜을 든다고 강조한다.
  • 초중 남학생 노린 ‘대전 N번방’ 최찬욱…징역 12년 선고

    초중 남학생 노린 ‘대전 N번방’ 최찬욱…징역 12년 선고

    초중 남학생 수십명의 성 착취물을 전송받아 유포한 최찬욱(26)에게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박헌행)는 23일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전자발찌 착용·신상정보공개·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 제한 각각 10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노예 역할극을 빙자해 가학적·변태적 행위를 반복했고, 일부 피해자를 실제 만나 유사강간하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변명만 하며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씨는 2016년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남자 초·중생 70명을 협박해 알몸 성착취 장면을 찍는 등 성착취 사진·영상물 1950개를 제작해 이 중 14명의 것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 6월 구속됐다. 최씨는 또 남자 초등생 3명을 각각 찾아가 집 밖으로 유인한 뒤 자신의 차 안에서 유사 강간도 저질렀다. 최씨가 인터넷에 올린 여자 아이, 축구 감독으로 가장한 가짜 사진과 프로필에 전국 남자 초·중생이 걸려들었다. 아이들 중 만 11세 초등생도 있었고, 최씨는 이들을 이른바 ‘노예’ 삼아 성적인 동작은 물론 대변·체액 먹기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를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여성을 사귄 적이 없어 이성과의 성관계에 두려움이 컸지만 남자 아이에 대한 죄의식은 적었다”며 “지배적 위치에서 대상을 찾다보니 아이들이 대상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검찰 송치를 위해 대전 둔산경찰서를 나오면서 “더 심해지기 전에 구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사방’을 만들어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유통해 징역 42년을 선고받은 조주빈(25)이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추게 해줘 감사하다”고 한 발언과 유사해 공분을 일으켰다. 최씨는 또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스스로 성착취 영상을 제작한 것”이라며 “피해자 일부는 ‘노예와 주인’ 놀이 역할을 바꾸자며 오히려 내게 상황극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었다.
  • ‘자유의 상징’ 1980년대 미국, 동성애자들의 그늘 속 분투기

    ‘자유의 상징’ 1980년대 미국, 동성애자들의 그늘 속 분투기

    총 8시간 분량… 1부만 250분 달해19금인데도 코로나 속 전석 매진 성·인종·종교 속 위선 신랄한 풍자 무대 360도 회전… 배우 8명 열연국립극단이 한국 초연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최근 공연계에 꽤 큰 화제였다. 미국 극작가 토니 쿠쉬너의 1991년작인 이 작품은 긴 공연 시간에도 오픈과 동시에 티켓은 전석 매진됐고 관객 사이에선 호평이 이어졌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 시간이 오후 7시에서 5시 30분으로 당겨진 첫날인 지난 20일에도 서울 명동예술극장 객석이 2층까지 꽉 찼다. 방역패스는 물론 20세 이상 관람가여서 신분증 확인도 해야 하고 세 차례 인터미션을 포함, 러닝타임이 250분이나 되지만 관객들은 커튼콜까지 빈틈없이 극장을 메웠다.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뉴욕비평가상 등의 최우수드라마상들을 석권한 이 작품은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공연 시간이 8시간에 달해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26일까지 1부 ‘밀레니엄이 다가온다’를 먼저 무대에 올리고 내년 2월 2부 ‘페레스트로이카’가 이어진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그을린 사랑’, ‘빈센트 리버’ 등으로 굵직한 존재감을 보여 주고 있는 신유청 연출이 작품을 이끈다. 1985년 미국 뉴욕이 배경인 무대에는 동성애자들이 등장한다. 보수주의가 팽배한 ‘레이건 시절’ 혐오와 소외의 대상이던 동성애자들의 모습엔 모순이 가득하고, 치료 방법도 모른 채 죽어 가는 이들을 통해 드러난 인종과 종교, 권력 등 각종 관계들은 복잡다단하다. 주류 가문 출신 프라이어(정경호)는 에이즈에 걸려 연인에게 배신당하는 가장 가엾고 나약한 인물로 그려진다. 모르몬교 신자이자 기혼자로 자신의 성 정체성에 괴로워하는 조(정환), 아픈 연인을 사랑하지만 두려워 떠나버리는 루이스(김세환), “내 방식대로 역사를 써 왔다”고 자부하는 극보수주의자이자 ‘악마의 변호사’ 로이(박지일) 등을 중심으로 서로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사회 민낯은 물론 본능과 위선이 뒤덮인 인간의 내면까지 들여다본다. 누구나 자유의 땅이라 외치는 미국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의 공포는 더욱 크고 암담하게 느껴진다. 30여년 전 미국을 신랄하게 풀어내면서도 곳곳에 은유가 가득한 서사가 단번에 꽂히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물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건 극 중 여러 주제와 관계들이 지금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버티고 견뎌 내는 모습들도 공감을 부른다. 최소한의 장치만 둔 무대가 360도로 돌아가며 빠르게 장면이 전환돼 70분 안팎으로 나눠진 러닝타임도 금세 지나간다. 극이 이어질수록 벽이 사라지고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벽을 넘나들며 대화하고 충돌하는 모습도 긴장을 높인다. 무엇보다 연극 무대에 처음 데뷔한 정경호, 베테랑 배우 박지일과 아들 박용우, 섬세한 연기가 돋보인 김세환 등 8명이 촘촘하게 짜내는 변주가 4시간가량 남은 2부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 [기고] 김근태는 2021년 겨울, 어떻게 했을까/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기고] 김근태는 2021년 겨울, 어떻게 했을까/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1990년대 초 김근태가 서울구치소에 갇혔을 때의 일이다. 교도소 안 투사들은 싸움을 원했다. 그는 반대했다. 힘을 소진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목소리가 큰 사람들에 의해 전면 투쟁은 시작됐고 그는 합류했다. 강력한 진압이 이뤄졌고 선두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은 빠르게 밀려났다. 그는 끝까지 타협하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남았다. 오랜 수배와 투옥, 고문으로 몸은 이미 성하지 않았지만, 징벌방에 갇혀 다시 모진 수모를 당했다. 그를 내몬 후배들은 죄송해했지만, 그는 외려 상처받지 말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내게 전해 준 후배는 지금도 마음의 빚을 지고 산다. 코로나19 상황을 알리바이 삼아 무엇이든 파괴하고 무엇이든 공격하는 시절에, 그것이 마치 악마의 규칙처럼 느껴지는 시절에 그의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희망을 의심할 줄 아는 진지함, 희망의 근거를 찾아내려는 성실함, 대안이 없음을 고백하는 용기, 추상적 도덕이 아닌 현실적 차선을 선택해 가는 긴장 속에서 우리는 다시 희망을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근태기념도서관에 새겨진 이 글귀는 말과 글의 극단 시대에 던지는 화두다. 과장된 역할의 포로가 되지 말라는 뜻으로. 해마다 12월이면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눈이 내리든 해가 빛나든 모란공원에 모인다. 보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할 텐데, 후배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묘하다. 10주기를 기념하면서 “10년 지난 후/날이 밝을수록/날이 흐릴수록/김근태”라고 정한 이유는 그런 마음과 이어져 있을 것이다. 신념보다 그의 삶이 민주주의에 가까웠다. 타인과 스스로를 지키고자 목숨을 내놓아야 했던 이가 극단의 언어를 사용할 줄 몰랐던 것은 특별한 일이다. 독한 상처를 따뜻한 마음으로 치유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혐오와 차별, 증오와 편견이 사회의 인프라가 돼 버린 지금 더 뼈저리게 느껴진다. “내가 틀렸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때다. 코로나 2년, 나는 두 해를 하루같이 일했지만 준비되지 못했고 많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방법을 아는 우리가 13세기 페르시아의 수피즘 시인 잘랄 앗딘 루미의 ‘상처는 빛이 당신에게 진입하는 통로다’란 표현처럼 서로 다독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측 불가의 2021년에 그가 보낸 메시지는 선언과 구호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의 신호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일 먼저 싸우고, 가장 마지막까지 견디면서도 늘 ‘미안하다’고 고개 숙이던 사람. 김근태, 그가 그립다.
  • [여기는 남미] 에콰도르 주택가서 초대형 싱크홀…원인 알고보니

    [여기는 남미] 에콰도르 주택가서 초대형 싱크홀…원인 알고보니

    에콰도르 남부의 오래된 마을 주택가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 최소한 건물 3채가 파손됐다. 지 언론에 따르면 에콰도르 오로주(州) 사룸바의 중심가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건 15일 저녁 때(현지시간)였다. 주민들은 "저녁 7시20분쯤 정체를 알 수 없는 굉음이 울리더니 약 5분 뒤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악마의 목구멍처럼 거대한 싱크홀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주택 2채를 삼켰고, 싱크홀 옆에 서 있던 3층 가옥이 무너졌다. 싱크홀이 집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 발생, 긴급 대피했다는 주민 마우리시오 카리온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신호음처럼 울린 굉음이 없었다면 대피도 하지 못해 꼼짝없이 봉변을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갑자기 땅이 갈라지면서 마을에선 주민 300명 이상이 대피했다. 다행히 부상자나 실종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1595년 건립돼 4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사룸바는 에콰도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1990년에는 도시 전체가 에콰도르 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선정을 추진 중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이 도시는 지반이 취약하다는 결정적 약점을 안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 개발된 지하탄광이 메워지지 않아 땅에 여러 구멍이 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룸바는 스페인이 중남미를 점령해 식민화하기 전부터 금 생산이 발달했던 곳이다. 식민지가 되기 전부터 사룸바에선 금을 캐는 원주민들이 많았다. 지금의 사룸바에 살던 원주민들은 땅만 파면 나오는 금으로 장신구나 제기를 만들었다. 종교적 의식에 금이 사용되기도 했다. 스페인 사람들을 사룸바까지 불러들인 것도 흔한 금이었다. 사룸바가 도시에서 금을 캐지 못하도록 금지한 건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사룸바는 1993년 시내 금광 개발을 금지했다. 하지만 불법으로 금을 캐는 사람은 여전히 적지 않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오로주 관계자는 "지난 8월에도 폐광을 조사하다가 불법으로 금을 캐고 있는 광부들을 발견했다"며 "당시 광부들이 경찰에 강력히 저항해 단속조차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개발된 금광이 여전히 도시 지하 곳곳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관계자는 "도시 밑으로 뚫려 있는 금광의 길이가 최소한 수 킬로미터에 달한다"면서 "지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오로주 
  • ‘슈돌‘ 강봉규 CP, KBS 퇴사 후 제작사 이엘그룹 이적

    ‘슈돌‘ 강봉규 CP, KBS 퇴사 후 제작사 이엘그룹 이적

    콘텐츠 기업 이엘그룹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연출한 강봉규 CP를 영입했다고 17일 밝혔다. 강 CP는 2007년 KBS에 입사해 ‘슈퍼맨이 돌아왔다’, ‘신상출시 편스토랑’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2014년과 2019년 KBS ‘연예대상’에서는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 2015년 한국방송대상 예능버라이어티TV 부문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최근 KBS 사직 이후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엘그룹은 드라마 제작 및 방송 프로그램과 매니지먼트, 커머스 사업 등을 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대표작으로는 드라마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보쌈-운명을 훔치다’, 예능 ‘돌싱글즈’, ‘겟 잇 뷰티’, ‘비긴 어게인’, ‘바라던 바다’ 등이 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가난한 자의 랍스터, 아귀의 재발견/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가난한 자의 랍스터, 아귀의 재발견/셰프 겸 칼럼니스트

    날씨가 쌀쌀해지면 문득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콩나물과 함께 벌겋게 버무린 김 모락모락 나는 아귀찜이다. 언뜻 보기에 콩나물이 더 많아 콩나물찜으로 불러야 할 것 같지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콩나물 사이에서 아귀살을 찾아 먹는 묘한 성취감이 있다. 아귀찜은 눈물나게 맵기 마련인데 매운 걸 잘 못 먹는데도 눈물 콧물 쏟아 가며 입천장이 다 까지는 줄도 모른 채 신나게 먹었던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우리에게 아귀는 꽤 익숙한 식재료다. 일상에서 매콤한 아귀찜이나 시원한 아귀탕은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인기가 높다 보니 수요가 많아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지만 요즘 같은 겨울철 생선가게나 수산시장에 가 보면 생물 아귀가 종종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선 무지막지한 입 크기 때문에 아귀라 불린다. 아귀의 영어식 표현인 ‘멍크 피시’는 아귀가 마치 황갈색 로브를 입은 수도승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엄밀하게 ‘멍크 피시’는 영국식 표현이고 미국에서는 낚시하는 생선이란 뜻의 ‘앵글러 피시’로 불린다.아귀를 설명할 때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는 못생긴 외모다. 지독하게 못생긴 외모를 보고 있으면 도대체 누가 맨 처음 맛을 볼 용기를 냈을까 새삼 궁금하지만, 오히려 못생긴 외모 덕분에 아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다. 가끔 어부들이 아귀가 잡히면 재수가 없다며 다시 바다로 던졌다고 하는데 어부 입장에서야 불운이지만 아귀 입장에서는 행운 아니던가. 아귀가 식재료로 각광받으면서 남획으로 인해 어획량이 급증한 사실을 보면 버려지던 그때가 아귀종의 호시절이 아니었을까도 싶다.외모 때문에 멸시를 받은 건 한국에서뿐이 아니었다. 지중해와 대서양, 북해를 끼고 있는 유럽 어부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바다의 악마’로도 불린 아귀를 쉽사리 맛볼 용기 있는 어부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귀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북유럽 국가 일부에서 먹을 것이 부족한 서민들이 가끔 먹는 요리였다가 갑자기 고급 요리의 식재료로 부상한다. 이유는 어업의 경제사와 연관이 있다. 19세기 증기 동력을 가진 저인망 어선이 등장하면서 어업 생산량이 급증했다. 바다 바닥까지 그물을 놓는 저인망 어선은 중세 때부터도 있었지만 기껏해야 근해를 훑는 것이 한계였다. 증기 동력선이 발명되면서부터 어업의 범위는 획기적으로 넓어졌다. 근해뿐 아니라 먼바다 바닥까지 어족 자원을 싹 쓸어버린 것인데 이 중에는 주로 밑바닥에 서식하던 아귀도 있었다. 버리기엔 너무 많이 잡혀 버린 아귀를 어떻게든 판매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식재료로서의 재평가가 이뤄졌다. 당시 주요 소비 어종이던 청어나 대구에 비해 훨씬 저렴할 뿐 아니라 맛도 생각보다 괜찮았다.서구에선 아귀를 ‘가난한 자의 랍스터’라고도 부른다. 다른 생선에 비해 식감이 탱탱하고 잘 부스러지지 않아 랍스터의 식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귀는 머리와 등을 포함한 꼬리로 이뤄져 있는데 식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부위는 꼬리다. 큰 아귀의 경우 볼살을 사용하기도 한다. 랍스터보다 저렴한데도 비슷한 식감을 내니 요리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다. 창의적인 요리사들은 아귀살을 이용한 요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하층민 음식에서 고급 요리에 사용되는 식재료로 각광받게 됐다. 갑각류의 살코기와 비슷한 식감을 내는 아귀살은 요리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한 이점이 있다. 다른 생선처럼 익히는 과정에서 섬세하게 다루지 않아도 형태를 유지한다는 건 장점이다. 살이 부스러질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될 뿐아니라 스테이크처럼 굽거나 튀기거나 데치는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생선과 마찬가지로 너무 익히면 식감이 단단해지지만 적당히 조리하기만 하면 랍스터가 부럽지 않다. 지방이 적어 등 푸른 생선보다 비린내가 적고 특유의 향이 옅다는 점도 장점으로 승화된다. 향이 옅다는 건 소스의 풍미를 잘 흡수한다는 뜻과 같다. 랍스터를 조리할 때처럼 버터를 넣고 아귀살을 조리하면 단번에 버터향을 품은 프랑스식 고급 해산물 요리로 변모한다. 친숙한 식재료도 시야를 돌리면 흥미로운 식재료로 보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아귀를 가장 알뜰살뜰하게 소비하지만 아귀를 이용한 요리법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다. 찜도 좋고 탕도 좋지만 구워도 보고 튀겨도 보는 건 어떨까. 애초에 아귀찜도 아귀탕도 누군가 처음 시도한 결과물이니 말이다. 요리에 상상력의 한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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