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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아동학대를 잡아내는 비밀 열쇠/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아동학대를 잡아내는 비밀 열쇠/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모진 학대를 받으며 야위어 가다 끝내 목숨을 잃은 5학년 아이의 집안 CCTV 영상이 공개됐다. 동거인들에게 성매매 착취를 당하다가 자신의 4세 딸이 실명하고 사망하기까지 방치한 친모의 옥중 서신이 공개되기도 했다. 아동이 고통을 받아 온 방식은 달라도 그 아동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아무도 손을 내밀지 못했다는 사실은 같다. 결국 생을 마감한 이후에야 그 비극적 삶이 드러나는 참담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극단적 결과를 빚기 전에 아동학대를 미리 알아차릴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전체 아동학대 중 91.7%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만 4세 이상의 아동에게 일어난다. 아동의 학대 피해는 진술 말고도 옷차림이나 표정, 무심코 하는 행동이나 발달 상태를 통해 어떻게든 표현된다. 하지만 그 표현들이 아동학대 사건으로 입건되기까지 연결되기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심한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동이라도 그 상황에 익숙해져서 학대인 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아동의 자잘한 표현과 상태를 살펴보려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굳이 ‘학대’를 이유로 하지 않더라도 굳게 닫혀 있는 아동의 가정을 외부의 지원체계가 들여다보는 것은 반복되는 학대를 끊어 내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학대 피해 아동에게 나타나는 비언어적인 표현들을 알아채는 데 도움이 되는 비밀 질문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아이와 친밀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은근슬쩍 물어보면 학대 사례를 발견할 단서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질문자가 아동학대에 대한 편견은 없는지 먼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잔인한 사망 사건 위주로 아동학대를 인식하면 현실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신체적 폭력만 아동학대라고 생각하거나, 가난하고 못 배운 집에서만 학대가 일어난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아동학대의 가해자 대부분이 겉으로는 멀쩡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별난 사람으로 악마화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으면 아동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놓치기 쉽다. 편견을 먼저 내려놓아야 더 많이 보이고 들린다. 자녀를 키우고 있거나 속마음을 나눌 정도로 친한 아이와 지속적으로 만나는 사람이라면 아이와의 일상 대화 속에 이 질문들을 넣어 보자. 같은 반 급우 중 특별한 이유 없이 글이나 숫자를 모르거나 맥락에 맞지 않는 행동을 자주 하는 아이가 있는지 물어보자. 더러운 옷을 자주 입고 오거나 머리도 감지 않고 양치를 하지도 않아 아이들이 곁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가 있는지 물어보자. 유독 혼자 침울하게 있거나 작은 일에도 지나치게 사과하고 눈치보며 자책하는 아이는 없는지, 반대로 도드라지게 폭력적이거나 욕설을 많이 하며 산만한 아이가 있는지 물어보자. 집에 가는 것을 눈에 띄게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아이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다. 여기에 해당되는 아이들이 모두 아동학대 피해자인 것은 물론 아니다. 사람은 각자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므로 호들갑스럽게 평가하지는 말고 차분히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 만약 그런 급우가 있다면 아이가 직접 보거나 들은 일 중 어떤 특별한 상황이 기억나는지 ‘가볍게’ 대화를 이어 보자. 꼬치꼬치 캐물을 필요는 없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듣되 무심코 넘길 이야기가 아닌 듯하면 선생님이나 관할 ‘드림스타트’에 알리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권한 탓 예산 탓 하며 책임공방이 계속되면서 아동학대는 점점 더 풀기 어려운 사회문제가 돼 가고 있다. 일이 터질 때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불쌍한 아이들 구해 내자는 식의 주문은 무의미하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가정지원제도 마련에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학대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이 아니라 도움이다.
  • 이재명 “조작 이미지 내부공격 멈춰달라” 개딸에 호소

    이재명 “조작 이미지 내부공격 멈춰달라” 개딸에 호소

    ‘비명계’ 이원욱, 사무실·자택 인근 집회에“악마 필요했나…개딸에 분노조차 아까워”이재명 “조작 이미지 사용은 금도 넘어…당 소속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조치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자신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 ‘비명계’(비이재명계) 이원욱 의원에 대한 규탄집회를 여는 것을 두고 “조작된 이미지까지 동원한 내부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작된 이미지까지 동원한 내부공격, 민주당원이라면 이재명의 동지라면 멈추고 제지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제 우리 당 이원욱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 집회가 있었다고 한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1인 피켓시위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며 “설마 진짜 우리 지지자들일까, 민주당원들일까 의심이 든다. 민주당원이라면, 이재명의 지지자라면 즉시 중단하고 그 힘으로 역사부정 반민생 세력과 싸워 달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악마화’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까지 사용해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금도를 넘는 행동”이라며 “저 역시 조작된 사실로 수많은 공격을 당해봤기에 그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일인지 저나 여러분 모두 잘 알지 않나. 생각이 다르다고 욕설과 모욕,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적대감만 쌓일 뿐이다. 이재명 지지자를 자처하며 그런 일을 벌이면 이재명의 입장이 더 난처해지는 건 상식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이미 허위사실을 적시해 민주당 인사들을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강력 대응을 밝힌 바 있다”며 “마찬가지로 조작된 이미지로 민주당 소속 의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서도 당 차원에서 철저히 조사한 후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이같은 호소는 개딸들이 전날 이 의원의 동탄 지역사무실과 자택 인근에서 벌인 집회를 겨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24일) 또다시 지역사무실 앞에서 집회가 있었다. 지역사무실과 제가 살고있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1인 피켓 시위도 계속되고 있다”며 현장 사진과 자신을 비난하는 온라인 유인물 이미지 등을 올렸다. 그는 “이원욱을 향한 시위, 조롱, 욕설… 좋다. ‘심판해야 할 내부의 적’이라고 생각하시니 없애기 위해 행동하셔야죠”라며 “하지만 조작을 하지는 말아야겠죠”라고 말했다. 이어 “집회를 공지했던 앱카드에 게시된 제 사진이 악한 이미지로 조작됐다. 본래 원본사진의 입, 눈 등을 교묘히 바꿔서 이상한 얼굴로 조작했다”며 “일부 유튜버들이 악마의 편집으로 악의적 영상을 유포하더니 이제 사진까지도 조작한다. 악마가 필요했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이 올린 유인물 이미지 속에는 원본 사진에 비해 눈꼬리와 입꼬리 등이 뾰족하게 올라간 모습으로 바뀐 사진이 담겼다. 이 이원은 원본 사진을 함께 올리며 조작 증거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제 개딸들에 대한 분노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온다”고 직격하면서 “어제 이 대표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영화 ‘1987’에 나오는 개구진 그러나 정말 사랑스러운 딸’이니까요”라며 개딸들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는 이 대표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 이인규 “盧 뇌물 사실” 후폭풍…“2차 가해” “검사왕국” [이슈픽]

    이인규 “盧 뇌물 사실” 후폭풍…“2차 가해” “검사왕국” [이슈픽]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취지의 책을 출간하자 정치계 안팎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17일 이 전 중수부장의 회고록과 관련해 첫 공식입장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재단은 입장문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가 정치공작의 산물이며 완성되지도 않았던 검찰 조사를 각색해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단은 또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정치수사 가해자인 전직 검사 이인규 씨에게 2차 가해 공작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 이인규 “충분한 증거 확보…‘시계는 빼자’ 해” 이 전 부장은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의 수뢰 혐의를 세세하게 언급하면서 이를 ‘다툼없는 사실’로 규정했다. 권양숙 여사가 고 박연차 회장에게 피아제 남녀 시계 세트 2개(시가 2억550만원)를 받은 사실은 다툼이 없고, 재임 중이었던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전달됐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중수부장실에서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무어라 답변해야 좋을지 난감했다”며 “사전에 보낸 질문지에 명품 시계 수수 부분이 들어 있지 않아, 검찰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한말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2007년 6월 29일 권 여사가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해 청와대에서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100만 달러, 그해 9월22일 추가로 40만 달러를 받은 사실도 인정된다고 이 전 부장은 주장했다. 이는 아들 노건호 씨 미국 주택 구입 자금 명목이라고 회고록에 적었다. 이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중수부 1과장·노 전 대통령 수사 주임검사)에게 ‘검사님, 저나 저의 가족이 미국에 집을 사면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 가만히 있겠습니까’라고 했다고 이 전 부장은 주장했다. 또 2008년 2월 22일에는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 회장에게 500만 달러를 받았고 사업명목으로 사용한 것 역시 ‘다툼이 없다’고 적었다. 정 전 비서관의 특수활동비 12억 5000만원 횡령은 단독 범행이라고 본인이 주장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공모한 범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검찰은 이런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낼 충분한 물적 증거를 확보했지만 그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처리된 것이라고 했다. ● 노무현재단 “盧, 재임 중 전혀 몰라…2차 가해” 이와 관련해 노무현재단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권 여사가 고 박 회장에게 시계를 받고,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뇌물로 전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박 전 회장이 회갑 선물로 친척에게 맡겼고, 그 친척이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권 여사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야 시계의 존재를 알고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아들 노건호 씨 주택자금 명목으로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해 박 회장에게 14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이 전 중수부장이 주장한 대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재단은 “권 여사가 타향살이하는 자녀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달라고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빌린 것이 사실”이라며 “이 역시 노 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의 특수활동비 횡령이 노 전 대통령과 공모한 범죄라는 주장에도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전혀 몰랐고,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고 재단은 밝혔다. 민주당도 이 전 중수부장 회고록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안하무인 검사왕국에 분개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이 전 부장이 회고록을 내더니 고인의 명예를 또 한 번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 이재명 “검사왕국 되니 낯부끄러운 줄 몰라” 이 대표는 “우리는 허망하게 노 전 대통령님을 보내야 했던 논두렁 시계 공작 사건을 똑똑히 기억한다”며 “검찰은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유출하며 전직 대통령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작 수사를 벌이고 정치보복·여론재판과 망신 주기에 몰두한 책임자가 바로 이인규”라며 “어디 감히 함부로 고인을 입에 올리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제아무리 ‘유검무죄 무검유죄’, ‘만사검통’의 시대가 됐다지만, 궤변이 진실로 둔갑할 수는 없다”며 “인륜과 도리를 저버린 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역사의 심판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전 부장이 회고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 전 부장은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리며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간 정치검사가 검사 정권의 뒷배를 믿고 날뛰는 행동”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변호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선 “왜 전관예우를 활용하지 않았냐는 거다. 쉽게 말해 왜 검사들 접촉해 정보도 얻고, 방향을 협의하지 않았냐는 것”이라며 “정치검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윤 의원은 반박했다. ● 이인규, 文 거론…윤건영 “정치검사의 전형” 이 전 부장은 회고록에서 서거의 책임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상당 부분 돌렸다. 이 전 부장은 “문재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일주일 동안 노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키지 않았다”며 “주위를 둘러봐도 가까운 사람들 모두 등을 돌리고, 믿었던 친구이자 동지인 문재인 변호사마저 곁에 없었다.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쌓고 슬픔과 원망과 죄책감을 부추기는 의식을 통해 검찰을 악마화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지요 친구인 노무현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변호인으로서 의견서 한 장 내지 않았고 수사 내용을 파악해 수사 담당자들과 의견 조율도 한번 없었다며 문 전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이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서거를 막지 못했다고 주장을 펼친 것이다. ● “논두렁시계 배후는 국정원” 이인규, SBS 명예훼손 무혐의 한편 ‘논두렁 시계’ 보도 배후에 국가정보원이 있다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이 전 부장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박혁수 부장검사)는 지난해 10월 28일 이 전 부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 전 부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SBS와의 개인적 인연 등을 고려해볼 때 SBS 보도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발언했다가 2018년 11월 SBS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검찰은 이 전 부장의 발언이 ‘사실 적시’가 아닌 ‘개인적인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논두렁 시계’ 논란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한창이었던 2009년 4월 22일 KBS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에게 스위스 명품 시계를 뇌물로 제공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면서 시작됐다. SBS는 그해 5월 13일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집사람(권양숙 여사)이 봉하마을 논두렁에 (시계를) 내다 버렸다’는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달 23일 서거했고, 이 전 부장을 비롯한 당시 검찰이 해당 보도의 유력한 배후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전 부장은 논란이 계속되자 미국에 체류 중이던 2018년 입장문을 통해 KBS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해 이뤄진 것이며 SBS 보도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SBS는 보도 경위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해당 보도가 국정원의 개입 정황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전 부장을 고소했다. 이 전 부장은 회고록에서도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가 국정원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정확한 진술은 ‘집사람이 수사가 시작된 후 밖에 내다 버렸다’로, ‘논두렁’은 수사 기록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장은 또 보도 배후가 국정원이라는 근거로 두 개의 확인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책에 적었다. 2019년 11월 낸 첫번째 확인서는 ‘2009년 4월 22일 KBS 보도는 국정원에서 취재한 것’이라는 내용으로, 보도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KBS 고대영 전 사장이 작성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확인서는 2022년 1월 14일 이종태 전 국정원 대변인의 발언으로, SBS의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해 ‘(원세훈) 원장 측근에 있는 정보비서관의 작품’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이 전 대변인이 자신에게 직접 한 말로, 당시 동석자의 확인서를 받아 검찰에 제출했다고 이 전 부장은 책에 적었다. 이 전 부장은 “소환도 하지 않고 무혐의할 사안을 4년이나 끈 검찰의 정치적인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등 좌파 사람들은 내가 노 전 대통령을 논두렁 시계 등으로 모욕을 줘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는데, 무혐의 처분을 하면 그 주장의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차 가해”…박수홍, 친형 재판서 전 여친 언급에 ‘폭발’

    “2차 가해”…박수홍, 친형 재판서 전 여친 언급에 ‘폭발’

    친형 부부를 고소한 방송인 박수홍(52)이 법정에서 “30년 넘게 일했지만 내 통장엔 3380만원이 남아있었다”고 주장해 충격을 안겼다. 15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 문병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박수홍 친형 박모(55)씨와 그의 아내 이모(52)씨에 대한 네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박수홍은 증인으로 출석해 피고인으로 법정에 나와있는 친형 부부를 한참 바라보다 “친형과 형수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수홍은 친형 박씨 부부의 법인 카드 사용, 상품권 구입, 고급 피트니스 센터 이용, 부동산 취득 등에 대해 언급하며 “내가 믿는 사람들이 내 자산을 불려주고, 잘 운영하고 있다고 믿었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30년 넘게 일했는데 내 통장에 3380만원 남아있더라. 2020년 초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돈이 없어서 보험을 해지하며 의심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친형 부부에 가스라이팅·인격살인 당했다” 박수홍은 친형 부부가 자신을 오랜 시간 ‘가스라이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많은 시간 동안 나를 위해주고 내 자산을 지켜준다고 믿게 만들었다. 늘 나를 위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경차를 타고 종이가방을 들고 입버릇처럼 월급 500만원 이상은 가져가는 게 없다고 말을 했었다. 나를 기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사실을 알게된 뒤, 가족이었기에 피고인들에게 만나서 해결하자고 했지만 1년 반동안 ‘장염이 걸렸다. 지방에 있다’ 등의 핑계를 대며 나타나지 않았다. 형제간의 문제니까 지금이라도 정산해주고 다시 웃으면서 지내자고 편지도 썼지만 확인도 하지 않고 답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수홍은 “내가 고소를 하자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 횡령의 본질과 상관 없는 사람들까지 인격살인 했다. 형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커뮤니티에 내 주변 사람, 고양이까지 비방을 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김용호씨라는 유튜버가 허위사실로 나를 인격살인했다. 김용호가 말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제보자도 형수의 친구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내가 죽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괴로움과 지옥 속에서 살았다. 심지어 (친형 측 변호사가) 언론에 ‘박수홍은 언론 플레이의 귀재이며 형과 형수는 악마화가 되어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했다. 골육상쟁의 현장에서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울분을 토했다. 박수홍은이 같은 발언을 이어가면서 형 박씨 쪽을 쳐다봤지만 박씨는 눈을 피했다. 박수홍은 비교적 담담했으나 발언 중간 울먹이거나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前 여자친구 언급에 언성 높이기도…“강력 처벌 원해” 이날 박씨 변호인이 박수홍의 전 여자친구 A씨의 이름이 적힌 내용을 증거로 공개한 후 질의하자, 박수홍은 “이렇게 문자를 공개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 본인(친형)이 반대해서 헤어진 사람인데, 그 이름이 나와 있는 카카오톡을 증거자료로 공개한 이유가 뭐냐.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되지 않냐. 비열하다. 횡령 본질과 상관없이 나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2차 가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변호인이 “법정에서 그렇게 비방하는 표현을 함부로 쓰시면 안 된다”고 반격하자, 박수홍은 “변호사님 수임료는 누구 돈으로 나갔냐”고 받아쳤다. 박씨 부부의 횡령 내용 중 변호사 선임 비용이 포함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수홍의 법률대리인은 “증거 자료에서 나온 A씨는 과거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박수홍이 ‘결혼하고 싶었는데, 가족들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해 상처가 크다’고 말한 여자분이다. 재판 쟁점과 별로 관련 없는 내용이 나오니까 화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홍은 ‘처벌을 희망하느냐’는 질문에는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울분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재판 말미 재판부를 향해 “증인이 처음이다. 흥분해 죄송하다”며 “죄를 지은 사람이 지금까지 나한테 사과도 안 하고 힘들게 하지만 앞으로 잘하겠다. 흥분한 모습을 보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한편 박씨 부부는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라엘, 메디아붐 등 연예기획사 2곳을 운영하며 총 61억 7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박수홍의 주민등록증, 인감도장, 공인인증서, 박수홍 명의 통장 4개를 건네받고 2011년부터 2019년까지 381회에 걸쳐 28억 9500여만원을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부동산 매입목적 11억 7000만원, 기타 자금 무단 사용 9000만원, 기획사 신용카드 사용 9000만원, 고소인 개인 계좌 무단 인출 29억원, 허위 직원 등록을 활용한 급여 송금 수법으로 19억원 등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2021년 박수홍에게 고소 당하자 출연료와 법인 계좌에서 1500만원, 2200만원을 빼내 자신들 변호사 비용으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박씨는 구속 상태, 아내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박수홍은 오는 19일 5차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 정의당 이은주 “尹 ‘건폭’ 발언 폭압적…‘노란봉투법’ 거부권, 저항 직면할 것”

    정의당 이은주 “尹 ‘건폭’ 발언 폭압적…‘노란봉투법’ 거부권, 저항 직면할 것”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조합 개혁 행보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 노조를 압박하는 것 자체가 폭력적”이라며 “‘건폭’이 아니라 ‘윤폭’”이라고 반발했다. 이 원내대표는 22일 한 라디오에서 “일부 불법 행위는 바로잡아야 하지만 노조 전체를 악마화하고 갈라치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건설현장 폭력을 ‘건폭’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정말 듣도 보도 못한 폭압적이고 반헌법적인 신조어”라며 “건폭이 아니라 윤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노조를 대화 상대가 아닌 국정 지지율을 올릴 지렛대로만 바라보는 것”이라며 “노조 스스로 자정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되나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면서 노조를 압박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사측 부당노동 행위가 대단히 심각한데, 그건 눈감고 노조 불법행위만 문제 삼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조 개혁이란 표현을 쓰는데, 그 개혁의 목적이 뭔지 묻고 싶다. 노동조합과 싸우려는 것 같다”며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데, 내역 제출은 기획재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이뤄져 왔다”고 주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 요구)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큰 사회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통령 재의권은 헌법에 나와 있는 조항은 맞으나 17대 이후 대통령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두 건에 불과하다. 행정부가 맘에 들지 않는 법안에 대해 마구잡이로 행사하라고 있는 권한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여권 일각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정국과 결부하는 시선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민생을 정치적 거래수단으로 보나”라며 “입법을 막고 싶다는 정부·여당 뜻은 알겠으나, 20년 만에 겨우 상임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을 격하시키지 말라”고 강조했다.
  • [서울광장] 러시아·우크라 전쟁, 균형 잡힌 보도가 필요하다/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러시아·우크라 전쟁, 균형 잡힌 보도가 필요하다/박록삼 논설위원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로 꼬박 1년이 된다. 전쟁 초기만 해도 러시아가 단숨에 우크라이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러나 1년째 전쟁은 한창이다. 언론에 비친 전쟁의 구도는 간명하다. 선과 악의 대결. 부도덕한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숭고한 항전이다. 물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사실상 미러 대리전 성격임은 자명하다. 핵심 원인으로 1990년 미소 회담에서 수차례 공언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비확장 약속을 깨고 나토·우크라이나 연합군사훈련 등 30년에 걸쳐 펼친 야금야금 동진정책을 간과할 수 없다.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가 러시아의 침공은 ‘전쟁 범죄’라고 규정하면서도 “러시아는 도발됐다”고 단언한 이유다. ‘무기 버리고 도주한 러시아군’,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쩔쩔매는 러시아 탱크들’ 등 절대악의 패퇴와 절대선의 승전보가 연일 이어졌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여성을 강간하는 러시아군 등 반인륜성 폭로 기사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치매설 등 가십성 기사도 넘쳐났다. 뉴욕타임스, CNN, 워싱턴포스트 등 서구 언론이 앞장서서 이 같은 보도를 쏟아냈고, 이를 받아 쓰는 국내 언론 또한 사실관계를 정교하게 따지지 않았다. 아직까지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미군이 사실상 직접 참전할 경우 러시아는 핵무기까지 쓸 기세다. 실제 러시아의 각종 전투 패배 소식은 잇달아 들려오는데 정작 피해는 거의 우크라이나 몫이었다. 그러나 이런 서방세계 언론 중심의 보도와 상반된 보도도 적지 않다. 한 이스라엘 인터넷 매체의 경우 자국 정보기관 모사드가 작성했다는 전황 보고서를 인용, 보도하며 실제 전쟁 피해가 러시아군보다는 우크라이나군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사망자나 부상자뿐 아니라 무기와 시설 피해 면에서도 전쟁 양상이 러시아를 조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쟁의 처참함과 별개로 전쟁의 양상이 서방 언론 보도와는 사뭇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그 실체가 무엇이든 그동안 우크라이나 국민 7000여명이 숨졌고, 1340만명이 난민이 됐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급등, 국제 공급망 훼손 등에 따른 전 세계 손실 규모는 3550조원에 이른다. 당장이라도 전쟁을 멈춰야 할 명확한 이유들이다. 전 세계가 전쟁의 고통에 신음하는 동안 희한하게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은 막대한 부자가 됐다. 포브스를 인용한 영국 BBC뉴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재산은 1년 동안 1조 700억원 늘었고, 국방장관·외교장관 등의 재산 역시 각각 8000억~9000억원씩 늘어났다 한다. 미국 언론이야 자기네 국가의 이해관계가 있기에 그렇다 치자. 국내 언론까지 덩달아 ‘러시아 악마화’에만 골몰하는 것은 진실을 좇지도, 국익의 고려도 없는 모습일 뿐이다. 미국의 반러 노선에 노골적 반기를 들 수는 없다. 한미동맹 역시 소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중심 일극 외교만으로는 국익을 위한 실용적 접근이 어려워진다. 러시아에 공장을 둔 현대차 등이 고전하는 등 지난해 대러시아 교역액은 23% 감소했다. 지난 10일 안드레이 쿨리크 주한 러시아 대사는 스푸트니크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은 다른 서방 파트너와 달리 러시아에 대해 균형 잡힌 실리적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며 “에너지, 원전, 농업, 자동차, 첨단기술 등에서 양국 모두 손해 없이 실현할 수 있는 새 협력을 모색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의 국익을 위한 실용적 접근을 제안한 이 인터뷰 역시 언론 보도는 없었다. 전쟁은 곧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 질서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좀더 지혜로운 외교와 언론 보도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 [마감 후] 올바른 이름 짓기의 정치/이두걸 전국부 차장

    [마감 후] 올바른 이름 짓기의 정치/이두걸 전국부 차장

    이름을 새로 짓고 싶어 하는 건 모든 권력의 속성이다. 언어를 지배해야 명분을 얻고, 권력을 행사하는 정당성을 확보해 새 틀을 짤 수 있어서다. ‘논어’ 자로편에서 공자가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할 것인가’라는 제자 자로의 질문에 대해 “반드시 이름(명분)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 (결국) 백성들은 손과 발을 편히 둘 곳이 없게 된다”고 설명한 건 이름 짓기란 곧 정치 행위임을 잘 보여 준다. 새롭게 이름을 붙이는 과정에서 ‘무리수’도 튀어나온다. 지난 정부 때의 소득주도성장론이 그 전형이다. 소득은 국가 경제와 기업의 성장이 이뤄진 뒤에야 발생한다. 이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고용은 성장을 가져오는 요인이 아닌, 성장에 따른 결과다.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학자들조차 “마차(일자리)를 말(경제성장) 앞에 둘 수 없다”(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고 일갈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당시 경제 라인들은 최저임금 올리기의 고삐만 더 바짝 죄었다. 문제는 이런 폐해들을 바로잡겠다며 집권한 윤석열 정부도 그릇된 이름 짓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대추구’다. 윤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노동계를 겨냥해 “기득권 유지와 지대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고 언급했다. 지대추구(地代追求·rent-seeking)란 원래 정상가 이상의 임대료를 받으려는 지주 계급의 행태를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벌이는 로비 등 비생산적 활동을 뜻한다. 그러나 정규직·비정규직의 이분화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만든 당사자는 노동계가 아닌 정부와 재계였다. 1996년 노동법 개정과 이듬해 IMF 환란 탓에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소수의 귀족노조가 노동 약자들을 착취하는 구조가 방치되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지난해 12월 27일 국무회의)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배치된다. 노동계와 노동계 외 집단 간의 구별 짓기 혹은 갈라치기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야당을 상대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권이 제기하고 있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북한 내통설’이다. 김 의원은 처음 북한 무인기의 용산 침투 가능성을 거론했고, 이는 뒤늦게 사실로 밝혀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정보는 어디에서 입수하셨는지 의문”이라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여당도 “북한과 내통하고 있다고 자백하는 것 아니냐”고 거들었다. 군불만 때느니 차라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김 의원을 고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자신과 다른 입장을 악마화하는 행태를 두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라 부르지 않는다. 심경호 고려대 교수는 저서 ‘동양고전 강의 논어’ 자로편 해설에서 공자의 정명사상과 관련해 조선 전기 학자 김시습의 ‘명분론’을 소개한다. 심 교수는 “김시습은 각자가 명분을 잘 지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주장한다. 이의 바탕에는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해 가치관이 무너지고 명분의 혼란을 겪게 된 현실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김시습의 우려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올해는 올바른 이름 짓기의 정치를 기대한다.
  • [책꽂이]

    [책꽂이]

    바다를 주다(우에마 요코 지음, 이정민 옮김, 리드비 펴냄) 우리에겐 휴양지로 익숙한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다. 주일 미군이 주둔해 개발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라 어린 딸을 키우는 저자가 오키나와의 과거를 돌아보고, 참담한 현재를 생생히 전한다. 2021 일본 서점대상 논픽션 부문 대상작. 260쪽, 1만 5000원.스위핑홀(안지숙 지음, 걷는사람 펴냄) 아픈 엄마를 살리려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한 유진은 브로커를 만났다가 위기에 처하고, 알렉스의 도움을 받는다. 그는 유진을 나무달 카페로 데려가는데,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삭제하고 스위핑홀이라는 공간으로 보내는 ‘디 오더’ 본거지였다. 장기 불법매매 사건을 두고 디 오더와 약탈자 간 승부를 다룬 SF 소설. 292쪽. 1만 5000원.퇴마 정치(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2022년 대선이 윤석열의 승리로 끝나자 민주당은 공포에 사로잡혀 탄핵까지 거론하는 이른바 ‘퇴마 정치’에 목숨을 건다. 저자는 민주당이 ‘윤석열 악마화’에 올인해 단순무식해졌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한국 정치의 비극은 이런 패거리 부족주의에서 자유로운 ‘외로운 정치인’이 거의 없어서라고 진단한다. 252쪽. 1만 5000원.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유수연 지음, 에이도스 펴냄) 신경과 의사로 일하는 저자가 고전을 의학의 눈으로 다시 읽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빨강머리 앤’ 등 문학작품뿐 아니라 ‘라 트라비아타’,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은 뮤지컬, 그리고 각종 신화 속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의 정신건강을 살펴보고 진단하며 입체적으로 고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230쪽. 1만 6000원.한일 근대인물 기행(박경민 지음, 밥북 펴냄) 19세기 중후반 동아시아에서 왜 일본만 자발적인 개국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철종이 등극하고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될 때까지 1850년부터 55년간을 따라간다. 역사적 사실이 아닌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39인의 활약상과 행적을 살피고, 이들의 삶이 곧 양국의 운명을 갈랐다고 주장한다. 448쪽. 2만원.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창가에 서서(김장실 지음, 선 펴냄) 경험과 관찰, 그리고 사색에서 얻은 지혜를 따뜻한 그림과 함께 담아낸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에세이집. 문화예술종교 분야 전문 정치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만큼 예술과 정치를 바라보는 눈이 생생하다. ‘관심, 의지, 체세, 예술, 사색, 회상’ 6개장으로 나눠 58편의 에세이를 실었다. 212쪽. 1만 5000원.
  • 김용민 “尹, 이상민 장관 어깨 ‘툭’…국민 분노 일으키는 행동”

    김용민 “尹, 이상민 장관 어깨 ‘툭’…국민 분노 일으키는 행동”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이 아니라 사악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지난 11일 윤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르면서 공항에 환송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친 장면을 언급하며 “굉장히 부적절하고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키는 아주 나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시민들이 이렇게 많이 돌아가신 대형참사가 발생했는데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자기 자리와 책임에 대해 장난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윤석열 대통령 자체도 정치적 책임 자체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도 정치적 책임을 져본 적이 없는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국민이 원하고 분노하는 지점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식으로 잘라서 얘기한다”며 “대통령의 자세가 아닌 검찰총장의 자세”라고 꼬집었다.또한 김 의원은 “이런 상태로 가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하루하루 더 힘들어지고 악화할 것 같다”며 “대통령이나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퇴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 용산경찰서 전 정보계장 등이 사망한 것을 두고는 “경찰에 대한 수사, 꼬리자르기식 수사, 일선 경찰에 대한 수사로 정부가 수사를 몰아가는 것 아닌가”라며 “세월호 참사 때 유병언에 대한 수사처럼 누군가 미워할 존재, 악마화할 존재를 대상으로 만들었는데 비슷한 패턴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 민주당이 정의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는 물론 특검도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우리는 왜 그토록 서로를 미워하며 살아가는가

    우리는 왜 그토록 서로를 미워하며 살아가는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지금 정치적 양극화와 빈부 격차, 젠더 이슈 등 수많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인적 갈등과 사회적 갈등은 현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갈등 사회 속에서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우리는 왜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승자 없는 싸움을 반복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책은 갈등을 ‘건전한 갈등’과 ‘고도 갈등’으로 구분한다. 건전한 갈등 상황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포용력을 갖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고도 갈등 상황에서는 양자 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며 한쪽이 완전히 패배할 때까지 싸우기 때문에 폭력이나 상대편에 대한 악마화, 살인 등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고도 갈등을 건전한 갈등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대 그들’ 또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하고, 역할 바꾸기를 활용해 역지사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혼 소송, 갱단, 시민단체와 정부, 지역 간 대립 등 극심한 갈등에서 빠져나온 구체적인 사례도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고도 갈등은 너무 당연시되고 있고, 선천적인 기질이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갈등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갈등을 즐기는 촉진자나 관련 미디어를 멀리하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아집을 버리고 갈등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 국힘 연일 때리는 이준석 “오매불망 체리따봉이나 많이 기다리시라”

    국힘 연일 때리는 이준석 “오매불망 체리따봉이나 많이 기다리시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연일 국민의힘을 때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4일 페이스북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상대방의 편지를 자기들이 공개하는 것부터 이례적인데 이걸 가지고 폭로니, 수류탄의 핀이 뽑혔다느니 하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한 것이고 자기들이 공개해놓고 자기들이 평론하고 있다”며 “여당에 진짜 보수정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준석 얘기로 일천한 인지도를 높이기보다 윤석열 정부에서 얼마나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따져보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 한 언론을 통해 자신이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지난 19일 제출한 ‘자필 탄원서’가 공개된 것과 관련 “일련의 조율된 과정이 있었나 보다”라며 의도적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순실씨가 연설문 작성 등 국정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빠졌다고 언급하면서 “반대로 지금 정부는 연설문 정도는 다른 사람이 봐줬다고 해도 끄떡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우려스러운 인사와 수의계약, 수사 개입 정도는 일상적인 뉴스로 나오고 있다”며 “그렇다고 면역이 생긴 건 아니다. 뭐가 잦으면 뭐가 나오기 직전이라는 얘기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역사는 반복된다. 유승민 악마화해서 유승민 잡으러 다닌 정부가 유승민 때문에 무너졌느냐”라며 “핸드폰 열고 오매불망 ‘체리따봉’이나 많이들 기다리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열람용 없는 건 저만 갖고 있다”며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전문을 스스로 공개하기도 했다.  탄원서에는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저는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절차와 저에 대한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가 있다”고도 했다.
  • 이희옥 “‘짱깨주의의 탄생’은 의지의 영역이 분석의 영역 압도한 것“

    이희옥 “‘짱깨주의의 탄생’은 의지의 영역이 분석의 영역 압도한 것“

    서울신문 19일자 27면 ‘평화연구소의 창’에 실린 이희옥(62) 성균중국연구소 소장 인터뷰 앞 대목을 온라인에 게재합니다. 한 시간 남짓 인터뷰 가운데 지면에 실린 내용보다 앞서 얘기를 나눈 내용입니다. -수교 30주년을 돌아보며 복잡한 감정이 교차할 것 같다. “수교 당시는 두 나라가 서로 필요해 이를테면 이익의 균형을 찾았다. 교섭 과정에 대한 구술사를 펴내면서 협상에 참여했던 외교관들이 한국의 요구와 중국의 요구가 맞았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다. 서로에게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그 때는 서로의 체제와 제도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는 중국을 ‘죽의 장막‘이라 일컬었고, 사회주의적 행동 양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올 지 몰랐다. 중국도 탈냉전 시기에 자본주의 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정리가 잘 안 돼 있었다. 따라서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이익의 균형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어느 시기 서로를 잘 안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상대의 행동이나 정책의 의도와 속살들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중국이 사회주의 정체성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가치관의 차이가 벌어지고 두 나라 관계의 버팀목이었던 경제관계도 보완성보다 경쟁성이 강화됐으며, 국제질서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지고, 상대의 외교행태가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비판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두 나라 국민들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데. “구조적인 문제라 해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고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상대의 인식과 행동을 내 중심, 내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어려워진다. 사람을 잘 모를 때는 저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쉽게 예단하지 않는데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하면 그의 행동을 쉽게 예단하면서 희망적 예단이 많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서로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도 있고 서로의 행동에 대한 기대 차이, 다양한 문제에 대한 역할 차이도 나타났다. 한중관계는 이런 차이가 동시에 분출하는 국면이다.” -김희교 교수의 ‘짱깨주의의 탄생’을 어떻게 보는지.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 조심스럽다. 사회과학자로서 중국 문제를 보는 제 입장만 말하고자 한다. 오늘날 중국에 대해 미국과 서구가 악마화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동맹국을 묶어 중국을 때려 중국의 패권 속도를 늦추려는 미국의 어두운 세계전략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선 안된다. 한미동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동맹의 의인화’에 빠지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인들 삶의 저변을 약화시키는 중국 정부나 지도부의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국내에서 중국을 보는 차가운 시선도 외부 상징조작의 결과라기보다 중국을 보는 변화된 우리 학계의 흐름, 또는 민주주의의 인식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모든 중국 문제를 미국의 음모론 같은 환원주의에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화라는 조건을 걸었지만, 전직 대통령의 책 추천도 성급했다고 본다. 전직 대통령 말의 무게는 문제의 본질 밖에서 불필요한 논쟁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외교나 대북정책에서도 의지의 영역이 분석의 영역을 압도하는 과정에 많은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 -조금 쉽게 풀이해달라. “선의의 의지와 행동이 한반도 문제를 풀어야 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으나, 생각보다 중국과 북한이 미국과 서구에 포위당했다는 의식이 강했고, 한국의 중재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 때문에 결과적으로 잘 작동하지 않았다.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데 성과를 거뒀으나, 근본적인 해결 과정의 진전에는 의지의 영역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과 인민대중은 얼마나 일치된 지향을 갖고 있나. “중국의 지식인들이나 기업인들, 시장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중국의 정책 노선은 부조화가 있다. 다만 일반 대중은 시진핑 체제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높다. 그리고 시진핑 체제는 이런 대중지지에 기반해 권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정책적 유인이 강하다. 과거 문화대혁명을 동란이라고 표현하는데 오늘날 중국사회를 난동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회적 격차가 너무 커졌다. 이런 점에서 중국 국민들은 ‘이러려고 사회주의를 했나”하는 신념의 위기로 나타났다. 이를 포착해 시진핑 체제는 개발독재 방식의 선부론이 끝났다며 공동부유론 구호를 만들고 대중의 불만을 빼주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제시하면서 사회주의 정체성의 정치를 다시 시도하는 것 같다.”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 시 주석이 대중에 내세울 짧고 명확한 정치적 업적이 잘 안 보인다. 국내 정치사회를 통합했다든지 경제 성적이 좋았다든지 아니면 국제관계를 매력적으로 이끌어 중국의 시대를 열었다는, 그런 것이 없으니까 통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위기를 부르짖을 수밖에 없게 된다. 마오쩌둥 시대는 정치적 위기를 강조하고 덩샤오핑 시기는 경제적 위기를 강조했는데 지금은 전 지구적 위기를 강조하는 것 같다. 100년 만에 찾아온 대변국이란 표현도 이런 맥락에서다. 역설적으로 미중전략경쟁도 시진핑의 리더십 강화에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민주화 운동을 통해 권력의 변화를 가져온다든지, 중산층의 이반을 통해 정치사회가 균열된다든지, 지배층의 개혁파와 대중이 결합해 권력 지형을 바꿀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인민영수’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마오쩌둥 때 위대한 영수라고 했으니 시진핑 체제가 마오 시기로 돌아간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마오는 카리스마 리더십의 정점이었는데 덩샤오핑은 상대적으로 밑으로부터의 자발적 동의에 근거한 헤게모니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시진핑은 그런 수준에 미치지 못해 자신의 사상을 헌법과 당강령에 반영하는 등 인위적으로 상징을 조작하고 있다. 영수란 표현을 강조하는 것은 그 권력이 생각보다는 취약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지면 기사 보러가기
  • [김동률의 아포리즘] 좋은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서강대 교수(매체경영)

    [김동률의 아포리즘] 좋은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서강대 교수(매체경영)

    “머리 뒤에 돼지 꼬리를 달고 다니는 바보”는 19세기 서양인들이 중국인을 비하한 표현이다(샤오젠성, 2022). 열강의 침입이 극에 달했던 시절 중국은 오랫동안 서양인들의 조롱거리에 불과했다. 동아시아의 병자쯤으로 천대받았다. 그런 중국을 다시 보게 된 것은 경제발전 이후, 즉 근래의 일이다. 실제로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은 크게 변했다. 국력이 날로 강해졌고 통신, 에너지 등등 국가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다. 생활수준도 많이 향상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지금의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한때는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찬사와 함께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던 중국을 지금은 19세기 그 시절의 중국으로 치환해 보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해 회의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제발전이 민주화와 인권 신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힘을 바탕으로 한 패권주의는 중국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었다. 중국식 성장 모델 또한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공산당 고위층과 정부 관리들의 부패는 규모 면에서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한다. 불공정, 양극화, 도덕적 해이는 사회문제로 비화된 지 오래다. 오늘날 중국의 경제력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고, 그에 비례해 ‘국뽕’ 수준의 정신세계 또한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중국인들의 행태는 상상 밖이다. 그래서 잠시 경이의 눈으로 바라봤던 중국을 푸틴의 러시아와 더불어 세계의 골칫덩이 정도로 인식하게 된다. 중국의 행태는 경제발전이 곧바로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강화로 이어지는 게 아니며, 사회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올바른 정치제도가 뒷받침될 때만 국가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는 예가 된다. ‘짱깨주의’란 말을 두고 말들이 많다. ‘짱깨주의 탄생’의 저자가 만든 신조어다. 그는 ‘짱깨주의’란 “미국이 구축한 신식민주의적 세계 질서에 포박된 한국의 보수세력이 중국의 부상으로 흔들리는 미국 중심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중국 없는 세계’를 주술처럼 꿈꾸며 끊임없이 중국을 악마화하고 있는 현상과 그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또 “언론이 짱깨주의 기획의 최일선을 담당한다”면서 “이들이 ‘나쁜 중국’ 프레임을 만들고 가짜뉴스를 양산하는데, 대중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 한국인의 머릿속에 그려진 중국은 현실엔 없는 ‘가공의 중국’”이라는 것이다. 가당치 않은 주장이다. 저자는 이 같은 프레임에 보통 한국인들이 놀아난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가 오늘날 한국인들의 지적 수준을 너무 낮춰 보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덧붙여 어느 보수세력, 어느 한국 언론이 그런 기획을 하는지 밝혀 줬으면 좋겠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지구촌 대부분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본다. 저명 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독일 등 19개 주요국가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80%를 훌쩍 넘는다. 반중 정서가 극에 달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처럼 지극히 자의적인 친중국 책을 버젓이 추천했다. 하기야 그는 2017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두고 ‘민주적 리더십’ 운운하며 극찬한 사람이다. 반인권적 철권강압통치를 두고 민주적 리더십이라니, 세상이 웃을 일이다. 좋은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 울타리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라면 언젠가 이웃과의 관계에 금이 가게 된다. 같은 이치로 이웃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확고한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끌려가는 관계에서는 좋은 이웃이 되기 어렵다. 명확한 울타리가 있어야 좋은 이웃이 된다(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절이다.
  • 탈북해 미국에서 인권운동 박연미씨 “미국이 북한 닮아가 무서워요”

    탈북해 미국에서 인권운동 박연미씨 “미국이 북한 닮아가 무서워요”

    탈북자 출신으로 미국에서 인권활동가로 일하는 박연미(29) 씨가 1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디지털과 줌(Zoom) 인터뷰를 갖고,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좌파들로부터의 대량 세뇌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아들은 미국 나이로 네 살이라고 했다. 양강도 혜산 출신인 그녀는 열세 살 때인 2007년 어떻게 북한을 탈출했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중국에서 그녀는 인신매매업자들의 손에 감금돼 끔찍한 경험을 강요당했다고 했다. 몽골을 거쳐 남한에 왔다가 2014년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미국에서조차 자유를 위해 싸우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아들이 학교에서 “사회주의자처럼 생각하도록” 교육받고 있으며 사회주의야 말로 “좋고 자애로운 시스템”이란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있다는 것이 두려워 밤잠을 설치게 될 줄은 결단코 몰랐다”고까지 했다. 박씨는 사회주의는 독재자들과 엘리트들이 모든 권력을 틀어쥐게 만드는 “전술교범(playbook)”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사회주의의 정의는 정부에 모든 권력을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생산수단을 결정하고 우리 삶의 모든 구석을 결정한다. 그리고 성과를 자기들 입맛대로 조작한다.” “내 말은 (아돌프) 히틀러의 유소년들이나 마오의 청년들, 김일성의 청년들이다. 그들은 아직 인생을 충분히 살아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그들로부터 앗아간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많은 이들을 죽인다. 그들은 항상 젊은이들을 동원한다. (날 무섭게 하는) 진실은 부모인 내 스스로도 지금 당장 미국에서 우리 아이를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폭스 뉴스에 출연했다. 지난해 캔슬 문화가 유행했을 때도 김정은 정권과 “마르크스주의적”으로 유사한 구석들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내년에 책을 낼 예정인데 제목이 ‘시간이 남아 있을 때, 탈북자의 미국에서 자유 찾기’(While Time Remains: A North Korean Defector’s Search for Freedom in America)이다. 검열이 횡행하고 특정 집단을 악마화하는 등 미국과 북한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 탐구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물론 그녀는 시사주간 타임이나 뉴욕 타임스(NYT) 같은 진보 성향 매체에도 등장해 북한에서 경험한 기근과 압제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미 2016년에 출간한 베스트셀러 ‘살기 위해, 북한 소녀의 자유로의 여정’(In Order to Live: A North Korean Girl’s Journey to Freedom)은 아마존 리뷰만 1만 2000건 가까이 달렸다. 일부는 “삶이 확 달라졌다”는 후기를 남겼다.
  • 러 “나토, 핵 국경 배치하면 상응 조치할 것” 경고

    러 “나토, 핵 국경 배치하면 상응 조치할 것” 경고

    오랜 시간 중립국의 지위를 유지해오던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임박한 가운데 러시아가 나토의 핵전력 배치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14일(현지시간) “나토가 러시아 국경 근처에 핵 병력과 시설을 배치하면 적절한 예방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루슈코 차관은 이어 “러시아로선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함에 따라 핵 비보유국의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지 않을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오랜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나토에 동시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두 국가에 나토의 핵전력이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발트해 지역에 핵전력을 배치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직 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기엔 이르다”라고 답했다. 또 그루슈코 차관은 “러시아는 핀란드와 스웨덴에 적대적이지 않는데 이들 국가가 나토에 가입해야 할 실제적 이유를 모르겠다”며 “우리의 대응 수준은 나토가 어떤 군 전력을 국경지역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모든 것은 일부러 적을 찾는 흔한 술책”이라며 “다른 나라에 적대적 행동을 할 의도가 없는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핀란드는 오는 16일 의회 의결을 거쳐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스웨덴도 같은 날 나토 가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가입 신청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관측된다.
  • 영국 총리 “트랜스젠더, 여자 스포츠 출전 말아야”

    영국 총리 “트랜스젠더, 여자 스포츠 출전 말아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가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존슨 총리의 발언은 최근 트랜스 여성 사이클 선수인 에밀리 브리지스의 국내 대회 출전이 좌절된 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나왔다. CNN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6일(현지시간) 허트퍼드셔 웰윈가든시티의 병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 스포츠 경기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병원과 교도소, 탈의실 등에 여성 전용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존슨 총리는 자신의 발언이 논쟁이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내 생각이 다른 사람과 충돌한다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성별을 바꾸는 사람들을 크게 동정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사랑과 지지를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성소수자 단체인 스톤월은 존슨 총리의 주장이 차별적이라고 반박했다. 스톤월은 “트랜스젠더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스포츠 혜택을 누릴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다”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포괄적인 배제는 근본적으로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남자 사이클 대회에서 우승했던 선수가 여성으로 성전환하면서 여자 대회에 출전하려 한 일로 논쟁이 벌어졌다. 트랜스 여성인 에밀리 브리지스는 지난 1일 영국에서 열린 내셔널 옴니엄 챔피언십 여자부 경기에 출전하려고 신청했지만 영국 사이클 협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브리지스는 지난 2020년 10월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호르몬 치료를 통해 여성으로 정체성을 바꿨다. 최근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아지자 출전을 신청했다. 영국 사이클 연맹은 경기 전 1년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혈액 1ℓ당 5나노몰(nM·1몰의 1000분의 1) 이하로 유지되면 여자 대회 출전을 허용한다. 브리지스는 규정을 충족했지만 연맹은 그의 출전을 불허했다. 가디언은 브리지스가 남성 사이클 선수로 등록돼 있어 이 신분이 만료되기 전엔 여성으로 출전할 수 없다는 게 불허 사유였다고 보도했다. 브리지스는 성명을 통해 “누구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자신이 사랑하는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며 영국 언론들이 자신을 괴롭히고 악마화했다고 비판했다.브리지스는 지난달 글래스고에서 열린 영국 대학 선수권대회에 남자부 경기에 남성으로 마지막으로 출전해 우승했다. 하지만 성전환 호르몬 요법을 받던 중인 지난해 5월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는 45명 중 43위에 그쳤고, 같은 해 9월 열린 웨일스 내셔널 챔피언십 로드 레이스에서는 우승자에게 12km 뒤져 최하위에서 2번째 기록에 머물렀다. 미국에서도 트랜스 여성의 여자 대회 출전이 논쟁거리다. 2019년부터 호르몬 요법으로 성전환을 한 트랜스 여성 수영선수 리아 토머스는 지난달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미국 대학스포츠협회(NCAA) 주최 여자 자유형 500야드(457.2m)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20도쿄올림픽 여자 400m 개인혼영 은메달리스트인 엠마 웨이언트의 2위 기록보다 1초75 빨랐다.미국 수영협회는 지난 2월 트랜스젠더 선수의 호르몬 수치 요건을 강화했지만 NCAA는 시즌 중 새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토머스의 출전을 허용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NCAA가 여성 스포츠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2위인 웨이언트를 대회 우승자로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 LG화학·엔솔, 동반 ‘신저가’ 후폭풍… 물적분할 트라우마

    LG화학·엔솔, 동반 ‘신저가’ 후폭풍… 물적분할 트라우마

    한 회사였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동시에 폭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원인이다. “이럴 거면 뭐 하러 둘로 쪼갰냐”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LG가 시장에 ‘물적분할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15일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각각 43만 9000원, 35만 9500원으로 마감했다. LG화학은 전일 대비 1만 8000원(3.9%)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 치웠다. 지난해 3월 15일(97만 5000원)에서 1년 만에 반토막이 됐다. LG엔솔도 전일보다 4000원(1.1%) 하락하며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공급이 불안정해진 것을 주가 하락의 이유로 지목한다. 석유화학사인 LG화학은 고유가로, LG엔솔은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 광물인 니켈 가격의 폭등으로 각각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LG엔솔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공매도 거래의 영향도 받았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라는 울타리에 있었을 땐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어느 정도 있었지만, 이처럼 외부 변수에 취약하진 않았다”면서 “회사를 쪼갠 뒤 상장까지 해 버리자 각 사업의 리스크가 그대로 노출돼 공매도 세력에 영향받기 쉬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상장을 앞두고 가진 간담회에서 “앞으로 세계 1위인 중국 CATL의 점유율을 넘어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최근 사태를 계기로 광물 공급망을 틀어쥔 중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광물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한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유리한 구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이차전지 관련 품목 수입액 중 중국 비중이 90%에 달한다는 점은 한국 회사들의 수익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쪼개기 상장’ 논란이 재계에 ‘민폐’를 끼친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기업 고위 관계자는 “경영상 물적분할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데, LG의 논란 이후로는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울 만큼 ‘악마화’됐다”면서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신사업을 한 그릇에 담을 수 없어 지주사 전환을 택한 포스코를 둘러싸고 오해와 갈등이 불거진 게 대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2 인터배터리’에 참가해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신기술을 선보이는 한편 업계 최초로 배터리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4원계 배터리’(NCMA)도 전시할 예정이다.
  • 분권형 정부로 개헌 필요… 과도한 적폐청산 악순환 반드시 끊자

    분권형 정부로 개헌 필요… 과도한 적폐청산 악순환 반드시 끊자

    20대 대선 결과 승자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패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8.56%와 47.83%, 차이는 0.73% 포인트에 불과했다. 대선을 거칠수록 첨예해진 진영 간 대립이 마침내 갈 데까지 가면서 대한민국이 정확히 둘로 쪼개진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일성으로 ‘국민통합‘을 외쳤지만, 지금이야말로 통합과 치유가 절실한 까닭이다. 서울신문은 14일 합리적 진보·보수·중도 성향 전문가들과 대면 또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출발선에 선 윤 당선인이 전임자들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에 대한 조언을 들어 봤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사는 물론 정책과 의제의 탕평을 조언했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법 위반은 수사하되 직권남용죄 적용은 삼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인위적 정계개편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답변 순서는 이름 가나다순).이번 대선에서 국민 분열이 극단으로 치달은 것 같은데. 김호기 교수(이하 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가 확대되면서 대립과 갈등, 분열의 정치가 강화되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공통된 현상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정치가 가진 대립적 속성이 극명하게 표출됐다. 마치 보수적 국민의 대한민국과 진보적 국민의 대한민국으로 나뉜 것처럼 됐다.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 승자독식 시스템인 대통령제에선 대립과 갈등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산업화·민주화 세대의 갈등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1960~70년대 산업화 세대 집권기엔 민주화 세력이 탄압받았고, 민주화 이후 진보세력이 ‘시민권’을 얻고 공존의 실험을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보수·진보의 대립과 갈등이 견고하다. 상대 존재를 거부하고 경우에 따라선 악마화하는 문화도 자리잡았다. 상대를 ‘종북좌파’, ‘수구꼴통’으로 부르는 한 화해와 통합은 어렵다.” 이상돈 교수(이하 이) “앞서 국민통합을 약속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문재인 두 대통령이 그 약속을 버리고 코드 인사 등 편들기 정치를 했던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분열로 치달은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인사와 정책이 철저하게 편파적이고 파당적이었다.” 전원책 변호사(이하 전) “국민 분열은 문재인 권력의 ‘편 가르기’가 낳은 산물이고, 어느 대선보다 세대 대결이 표면화됐다. 4050과 6070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4050은 아직도 경제적 ‘평등’에 목말라했다. 정확히는 35~55세까지다. 반면 그들이 기득권층으로 보는 6070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대중 굴종외교와 한미동맹 균열로 빚은 안보 불안, 이재명의 포퓰리즘으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했다. 2030세대는 ‘조국 사태’ 때부터 문재인 권력의 ‘불공정 부정의’에 가장 분노했던 세대다. 국민의힘이 불필요한 젠더 갈등을 선거판에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2030은 온전히 반민주당 세대가 됐을 것이다.” 적대와 분열의 정치를 끝내기 위해 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김 “중도·진보 인사를 널리 쓰는 탕평인사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경제정책과 대외정책에서 상대 정책 중 의미 있는 것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 진보 의제인 불평등 해소나 대북 포용정책을 실용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대통령제하에서 가능한 통합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증오의 정치문화를 넘어서려면 지지자들만의 정부가 아닌, 반대한 사람들까지의 정부라는 점을 유념하고 중립적 위치에 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가 중립적인 자세와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이 “인사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 여러 정당, 여러 캠프를 옮겨 다닌 ‘정치 퇴물’을 기용하는 게 탕평인사가 아니다. 과거 그런 인사가 위원장을 한 국민통합위원회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또 대통령제 정부에서 장관은 철저하게 능력 있는 최고 전문가를 기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현직 의원들을 너무나 많이 장관으로 기용했고, 몇몇 정치인 장관들은 문재인 정권의 몰락에 크게 기여했다.” 전 “문재인 정권에 대중이 가장 분노한 건 ‘일자리’와 ‘집값’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중산층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고 근본적으로 국민통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조급해하면 안 된다. 일자리를 위해서 대통령 당선인은 다수당인 민주당, 노조와 ‘노동개혁’을 담판해야 한다. 노동유연성을 확보해야 ‘노동친화적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은 취임 직후부터 이 일을 하는 데 1년이 걸렸다. 마크롱이 ‘연금개혁’에 나선 건 그다음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필요하다면 ‘타운홀 미팅’ 같은 국민 설득에도 직접 나서야 한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의 경계선은 어디인가.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김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은 구체제의 극복을 위해 중요한 과제였다. 다만 기간이 길었고, 법과 원칙만 강조하는 와중에 조국 사태와 같은 ‘내로남불’이 발생하면서 정당성을 잃었다. 그 결과 정권교체 프레임이 선거를 지배하게 됐다. 적폐청산에는 법과 원칙에 의한 것과 정치적인 해법, 두 가지가 있다. 대통령은 행정가인 동시에 정치가다. 행정가 측면에선 법과 원칙을 따라야 하지만 정치가 측면에선 여론을 고려해 원칙에 상반되는 정치적 결정을 할수도 있다.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말한 균형감각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신(新)적폐청산을 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니 통합을 하겠다고 바꿨는데,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엔 심판을, 국민의힘엔 경고를 안겨 준 승자 없는 선거였다. 이에 주목해 국민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나.” 이 “획일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실정법 위반이 밝혀지면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던 박근혜 정부 고위직과 고위 법관들이 상급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경우가 많았다. 직권남용죄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직권남용죄는 기소권이 남용될 우려가 많은 법 조항이라서 웬만하면 적용해선 안 된다.” 전 “대중은 정치보복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의 신(新)적폐를 눈감아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한다. ‘대장동 게이트’와 ‘대법원 재판거래’ 등 이 전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도 재수사를 해 구악을 청소해야 한다. 이런 일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유의할 점은 검찰 수사에 대통령은 물론 집권세력이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전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인정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인데. 김 “모든 것은 정부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고 경쟁하고, 경우에 따라선 타협하고 통합을 이뤄 낸다. 정부가 제대로 된 통합을 추진한다면, 적어도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새 정부를 마음속으로 거부하던 사람들도 받아들이지 않을까.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서 인사와 정책을 통해 최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한다면 정치적 불복 문화는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양대 정당의 극단적 지지층이 상대 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현상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전 “패한 쪽의 불복은 불가피하지만 그 치유를 얼마나 단기간에 하느냐에 그 나라 민주주의의 성패가 달렸다. 우리나라는 이념이나 정책보다 지역감정이 아직도 선거에 크게 작용하는 걸 볼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장구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 불복의 정치 문화는 언제나 정치인이 만든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감성투표인 것도 심정적 불복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새 정부는 야당과 어떻게 협치해야 할까. 김 “새 대통령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수용할 만한 범위를 고려해 새 정부 인사들을 제안해야 한다. 야당 역시 대립과 투쟁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협치의 진정성이 보인다면 정부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 이 “국회 동의가 필요한 입법과 예산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민주당과 협의하는 수밖에 없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는 파당적 성격이 적은 인물, 즉 민주당도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 청문회가 필요한 장관급도 민주당이 최소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 전 “총선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당연히 윤 당선인으로서는 정계개편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통치자에게 가장 힘 있는 처음 2년을 허송하지 않으려면 의회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판 지형을 바꾸는 정계개편을 도모하기보다는 지난한 길이지만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재정건전성 확보,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쌓인 난제는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다.”이제라도 양당제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 “대통령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양당제일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의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권력은 그 내재적 특성으로 잘 나눠지지 않는다. 권력을 나누려면 권력을 가진 리더의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결국 헌법 개정 사안이다. 우리 사회가 대통령제를 계속 고수할 것인가, 내각제로 갈 것인가를 고민해 볼 시점이다. 대통령제를 고수한다면 프랑스의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인다면 소수당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 “제3당에 대한 수요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여망을 받을 만한 정치세력도 없고, 리더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인위적으로 제3당을 육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부작용도 있다. 선거제도 개혁 자체도 쉽지 않다. 개헌을 해서 의원내각제를 토대로 한 분권형 정부를 채택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전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양당제가 오히려 다당제보다 우월하다. 보수·진보 두 정당 안에서 색깔이 다른 정파는 있을 수 있지만, 중간지대는 사실 불필요하다. 말하자면 보수당 안에서도 신자유주의자가 있을 수 있고, 빈부격차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믿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진보정당에서도 국가 개입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제에서 다당제는 여당이 소수당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고, 정국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치 지형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정체성을 뚜렷이 하는 일이다.” 그동안 제3지대나 다당제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이 “20대 국회가 다당제를 구현했던 드문 기회였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은 완전히 실패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20대 국회에서 제3당이 처참하게 종말을 고해서 당분간 제3당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전 “지금까지 사회의 여러 욕구를 충족한다는 명분으로 나온 다당제 주장은 대부분 자신들의 정치적 욕구 실현을 위한 주장에 불과했다. 정당은 이념이나 정책으로 뭉쳐서 권력을 쟁취하려는 집단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안 대표는 ‘새정치’를 표방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처음부터 정체성이 모호했다. 말하자면 이념이나 정책으로 대중에 어필하지 않고 보수·진보 양 진영을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대중정당으로서 성장할 수 없었다. 또 정의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미미하다. 우리 진보 대중은 대부분 온건 진보주의로서 민주당에 쏠려 있다.” 문 대통령도 야당 인사 입각을 제의한 바 있었다. 협치를 시도해도 성사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제외하곤 야당 인사가 입각한 사례가 없다. 집권 세력이 야권 인사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을뿐더러 설사 제안을 받았다 하더라도 구색 맞춤용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 “김대중 정부 전반기의 DJP연합 같은 연립정부는 21대 국회에선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혹시 민주당에서 일부 세력이 갈라져 나와서 제3당을 만들면 장관을 몇 자리 나눌 수는 있겠으나 그런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 “대통령이 야당 인사에 입각을 제의한다는 것은 이른바 ‘거국내각’을 만드는 경우로서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초당적 통치를 하겠다는 경우다. 그러니 당연히 새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그런 일은 있기 어렵다.”  제왕적 대통령 극복을 위해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한가. 김 “내각제 개헌을 시도해 볼 시점이다. 1987년 헌법은 산업화를 끝내고 민주화 시대를 새로 출범시키기 위한 기본 얼개였다. 지난 30여년 나름 역할을 수행했으나 변화된 환경에 따라 바꿀 때가 됐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산업화를 신속하게 달성하는 대통령제의 역할이 끝났다. 선진국 가운데 내각제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과 프랑스뿐이다. 미국은 주정부의 자율성이 높은 연방제 기반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제이고, 프랑스는 분권형 대통령의 이원집정부제다. 아직 내각제에 대한 국민 여론이 높지 않지만 심도 깊게 논의했으면 한다. 지금의 정치·사회·시민사회의 조건이라면 내각제 개헌으로 대립과 투쟁의 정치를 극복하고 이른바 소수 세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2030 여성이 보여 준 전략적 투표가 시민사회가 성숙됐음을 보여 준 사례였다. 정치권이 차별과 불평등을 강화하는 선거 전략을 구사했음에도 시민들이 지혜롭게 대응했다.”  이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에 토대를 둔 분권형 정부, 즉 핀란드나 오스트리아 같은 정부와 양원제를 도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의원내각제 정부의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궁에 은둔하면서 언론을 회피하고 그림자 통치를 하는 비민주적 행태는 가능하지 않다. 전 “5년 단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가 대통령제에서 훨씬 더 낫다고 본다. 그리고 대통령책임제를 하는 한 국무총리제는 없애야 한다.” 새 대통령이 정치 발전을 위해 임기 내 꼭 매듭지어야 할 과제는. 김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끝냈으면 한다. 진보정부가 5년 만에 교체된 배경에는 적폐청산에 대한 피로감이 있었다고 본다. 과도한 적폐청산은 대립과 갈등, 분열의 정치를 강화시켰다. 이번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으면 한다. 통합을 위한 구체적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이 “문재인 정부가 편향된 인사와 정책으로 한국 정치를 퇴보시켰다. 과연 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 같다.” 전 “정치발전을 위해 할 일은 ‘헌법을 지키라’는 것이다. 장관이 장관다워야 하며 청와대 비서관들은 어디까지나 대통령 비서로서만 기능해야 한다. 대통령의 참모는 장관이지 청와대 비서관이 아니다. 대통령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국민에게 국정을 브리핑하고 질문에 답해야 한다. 권력자가 국민 질문을 받지 않거나 답하지 않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다. 적어도 중요 인사를 해임하거나 임명할 때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 가급적 조각 때부터 전통을 세웠으면 한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에서 집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윤 당선인에게 국민통합을 위한 해외 사례를 조언한다면. 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오바마는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 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이라면,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과의 소통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윤 당선인이 통합을 위해선 오바마처럼 17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요청할 수도 있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이 “의원내각제 또는 의원내각제에 직선 대통령을 가미한 분권형 정부로 개헌을 해야 한다.”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반대 진영 인사를 과감하게 발탁했다. 그는 진영보다는 ‘보수의 가치’를 중시했고, 냉전을 종식시킨 대통령이 됐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역사에서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준 대표적인 인물이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늘 국민과 대화하기를 원했던 대표적인 대통령이다. 모두 눈앞의 인기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다. 국민통합은 저절로 이뤄졌다. 세상에 나쁜 제도는 없다. 통치자가 제도를 악용했을 뿐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은 대통령이 광화문에서 일하지 않아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대통령과 그 대통령 아래에서 출세에 눈이 먼 자들이 아첨을 일삼으면서 생긴 말이다.”
  • 탕평 인사가 국민통합의 시작… 양질의 일자리로 중산층 살려야[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탕평 인사가 국민통합의 시작… 양질의 일자리로 중산층 살려야[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20대 대선 결과 승자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패자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8.56%와 47.83%, 차이는 0.73% 포인트에 불과했다. 대선을 거칠수록 첨예해진 진영 간 대립이 마침내 갈 데까지 가면서 대한민국이 정확히 둘로 쪼개진 셈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일성으로 ‘국민통합‘을 외쳤지만, 지금이야말로 통합과 치유가 절실한 까닭이다. 서울신문은 14일 합리적 진보·보수·중도 성향 전문가들과 대면 또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출발선에 선 윤 당선인이 전임자들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에 대한 조언을 들어 봤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사는 물론 정책과 의제의 탕평을 조언했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법 위반은 수사하되 직권남용죄 적용은 삼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인위적 정계개편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답변 순서는 이름 가나다순).이번 대선에서 국민 분열이 극단으로 치달은 것 같은데. 김호기 교수(이하 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가 확대되면서 대립과 갈등, 분열의 정치가 강화되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공통된 현상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정치가 가진 대립적 속성이 극명하게 표출됐다. 마치 보수적 국민의 대한민국과 진보적 국민의 대한민국으로 나뉜 것처럼 됐다.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 승자독식 시스템인 대통령제에선 대립과 갈등이 강화될 수밖에 없고, 산업화·민주화 세대의 갈등 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1960~70년대 산업화 세대 집권기엔 민주화 세력이 탄압받았고, 민주화 이후 진보세력이 ‘시민권’을 얻고 공존의 실험을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보수·진보의 대립과 갈등이 견고하다. 상대 존재를 거부하고 경우에 따라선 악마화하는 문화도 자리잡았다. 상대를 ‘종북좌파’, ‘수구꼴통’으로 부르는 한 화해와 통합은 어렵다.” 이상돈 교수(이하 이) “앞서 국민통합을 약속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문재인 두 대통령이 그 약속을 버리고 코드 인사 등 편들기 정치를 했던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분열로 치달은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인사와 정책이 철저하게 편파적이고 파당적이었다.” 전원책 변호사(이하 전) “국민 분열은 문재인 권력의 ‘편 가르기’가 낳은 산물이고, 어느 대선보다 세대 대결이 표면화됐다. 4050과 6070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4050은 아직도 경제적 ‘평등’에 목말라했다. 정확히는 35~55세까지다. 반면 그들이 기득권층으로 보는 6070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대중 굴종외교와 한미동맹 균열로 빚은 안보 불안, 이재명의 포퓰리즘으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했다. 2030세대는 ‘조국 사태’ 때부터 문재인 권력의 ‘불공정 부정의’에 가장 분노했던 세대다. 국민의힘이 불필요한 젠더 갈등을 선거판에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2030은 온전히 반민주당 세대가 됐을 것이다.” 적대와 분열의 정치를 끝내기 위해 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김 “중도·진보 인사를 널리 쓰는 탕평인사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경제정책과 대외정책에서 상대 정책 중 의미 있는 것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 진보 의제인 불평등 해소나 대북 포용정책을 실용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대통령제하에서 가능한 통합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증오의 정치문화를 넘어서려면 지지자들만의 정부가 아닌, 반대한 사람들까지의 정부라는 점을 유념하고 중립적 위치에 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가 중립적인 자세와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이 “인사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 여러 정당, 여러 캠프를 옮겨 다닌 ‘정치 퇴물’을 기용하는 게 탕평인사가 아니다. 과거 그런 인사가 위원장을 한 국민통합위원회는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또 대통령제 정부에서 장관은 철저하게 능력 있는 최고 전문가를 기용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현직 의원들을 너무나 많이 장관으로 기용했고, 몇몇 정치인 장관들은 문재인 정권의 몰락에 크게 기여했다.” 전 “문재인 정권에 대중이 가장 분노한 건 ‘일자리’와 ‘집값’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면 중산층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고 근본적으로 국민통합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조급해하면 안 된다. 일자리를 위해서 대통령 당선인은 다수당인 민주당, 노조와 ‘노동개혁’을 담판해야 한다. 노동유연성을 확보해야 ‘노동친화적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은 취임 직후부터 이 일을 하는 데 1년이 걸렸다. 마크롱이 ‘연금개혁’에 나선 건 그다음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필요하다면 ‘타운홀 미팅’ 같은 국민 설득에도 직접 나서야 한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의 경계선은 어디인가.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김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은 구체제의 극복을 위해 중요한 과제였다. 다만 기간이 길었고, 법과 원칙만 강조하는 와중에 조국 사태와 같은 ‘내로남불’이 발생하면서 정당성을 잃었다. 그 결과 정권교체 프레임이 선거를 지배하게 됐다. 적폐청산에는 법과 원칙에 의한 것과 정치적인 해법, 두 가지가 있다. 대통령은 행정가인 동시에 정치가다. 행정가 측면에선 법과 원칙을 따라야 하지만 정치가 측면에선 여론을 고려해 원칙에 상반되는 정치적 결정을 할수도 있다. 막스 베버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말한 균형감각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신(新)적폐청산을 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니 통합을 하겠다고 바꿨는데,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엔 심판을, 국민의힘엔 경고를 안겨 준 승자 없는 선거였다. 이에 주목해 국민통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나.” 이 “획일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실정법 위반이 밝혀지면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직권남용으로 기소했던 박근혜 정부 고위직과 고위 법관들이 상급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경우가 많았다. 직권남용죄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직권남용죄는 기소권이 남용될 우려가 많은 법 조항이라서 웬만하면 적용해선 안 된다.” 전 “대중은 정치보복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의 신(新)적폐를 눈감아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한다. ‘대장동 게이트’와 ‘대법원 재판거래’ 등 이 전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등도 재수사를 해 구악을 청소해야 한다. 이런 일은 정치보복이 아니다. 유의할 점은 검찰 수사에 대통령은 물론 집권세력이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전 후보를 지지한 국민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인정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인데. 김 “모든 것은 정부에 달려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하고 경쟁하고, 경우에 따라선 타협하고 통합을 이뤄 낸다. 정부가 제대로 된 통합을 추진한다면, 적어도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새 정부를 마음속으로 거부하던 사람들도 받아들이지 않을까. 정부가 중립적 위치에서 인사와 정책을 통해 최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한다면 정치적 불복 문화는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양대 정당의 극단적 지지층이 상대 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현상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전 “패한 쪽의 불복은 불가피하지만 그 치유를 얼마나 단기간에 하느냐에 그 나라 민주주의의 성패가 달렸다. 우리나라는 이념이나 정책보다 지역감정이 아직도 선거에 크게 작용하는 걸 볼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장구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 불복의 정치 문화는 언제나 정치인이 만든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감성투표인 것도 심정적 불복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새 정부는 야당과 어떻게 협치해야 할까. 김 “새 대통령은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고 수용할 만한 범위를 고려해 새 정부 인사들을 제안해야 한다. 야당 역시 대립과 투쟁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할 것이 아니라 협치의 진정성이 보인다면 정부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 이 “국회 동의가 필요한 입법과 예산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민주당과 협의하는 수밖에 없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는 파당적 성격이 적은 인물, 즉 민주당도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 청문회가 필요한 장관급도 민주당이 최소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해야 한다.” 전 “총선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당연히 윤 당선인으로서는 정계개편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통치자에게 가장 힘 있는 처음 2년을 허송하지 않으려면 의회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판 지형을 바꾸는 정계개편을 도모하기보다는 지난한 길이지만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재정건전성 확보,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쌓인 난제는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제라도 양당제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김 “대통령제에서는 기본적으로 양당제일 수밖에 없다. 승자독식의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권력은 그 내재적 특성으로 잘 나눠지지 않는다. 권력을 나누려면 권력을 가진 리더의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결국 헌법 개정 사안이다. 우리 사회가 대통령제를 계속 고수할 것인가, 내각제로 갈 것인가를 고민해 볼 시점이다. 대통령제를 고수한다면 프랑스의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인다면 소수당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 “제3당에 대한 수요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한 여망을 받을 만한 정치세력도 없고, 리더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인위적으로 제3당을 육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부작용도 있다. 선거제도 개혁 자체도 쉽지 않다. 개헌을 해서 의원내각제를 토대로 한 분권형 정부를 채택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전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양당제가 오히려 다당제보다 우월하다. 보수·진보 두 정당 안에서 색깔이 다른 정파는 있을 수 있지만, 중간지대는 사실 불필요하다. 말하자면 보수당 안에서도 신자유주의자가 있을 수 있고, 빈부격차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믿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진보정당에서도 국가 개입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제에서 다당제는 여당이 소수당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고, 정국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치 지형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정체성을 뚜렷이 하는 일이다.” 그동안 제3지대나 다당제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이 “20대 국회가 다당제를 구현했던 드문 기회였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은 완전히 실패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20대 국회에서 제3당이 처참하게 종말을 고해서 당분간 제3당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전 “지금까지 사회의 여러 욕구를 충족한다는 명분으로 나온 다당제 주장은 대부분 자신들의 정치적 욕구 실현을 위한 주장에 불과했다. 정당은 이념이나 정책으로 뭉쳐서 권력을 쟁취하려는 집단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안 대표는 ‘새정치’를 표방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처음부터 정체성이 모호했다. 말하자면 이념이나 정책으로 대중에 어필하지 않고 보수·진보 양 진영을 오락가락했기 때문에 대중정당으로서 성장할 수 없었다. 또 정의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미미하다. 우리 진보 대중은 대부분 온건 진보주의로서 민주당에 쏠려 있다.” 문 대통령도 야당 인사 입각을 제의한 바 있었다. 협치를 시도해도 성사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제외하곤 야당 인사가 입각한 사례가 없다. 집권 세력이 야권 인사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을뿐더러 설사 제안을 받았다 하더라도 구색 맞춤용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 “김대중 정부 전반기의 DJP연합 같은 연립정부는 21대 국회에선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혹시 민주당에서 일부 세력이 갈라져 나와서 제3당을 만들면 장관을 몇 자리 나눌 수는 있겠으나 그런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 “대통령이 야당 인사에 입각을 제의한다는 것은 이른바 ‘거국내각’을 만드는 경우로서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초당적 통치를 하겠다는 경우다. 그러니 당연히 새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그런 일은 있기 어렵다.”  제왕적 대통령 극복을 위해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이 필요한가. 김 “내각제 개헌을 시도해 볼 시점이다. 1987년 헌법은 산업화를 끝내고 민주화 시대를 새로 출범시키기 위한 기본 얼개였다. 지난 30여년 나름 역할을 수행했으나 변화된 환경에 따라 바꿀 때가 됐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산업화를 신속하게 달성하는 대통령제의 역할이 끝났다. 선진국 가운데 내각제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는 미국과 프랑스뿐이다. 미국은 주정부의 자율성이 높은 연방제 기반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제이고, 프랑스는 분권형 대통령의 이원집정부제다. 아직 내각제에 대한 국민 여론이 높지 않지만 심도 깊게 논의했으면 한다. 지금의 정치·사회·시민사회의 조건이라면 내각제 개헌으로 대립과 투쟁의 정치를 극복하고 이른바 소수 세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2030 여성이 보여 준 전략적 투표가 시민사회가 성숙됐음을 보여 준 사례였다. 정치권이 차별과 불평등을 강화하는 선거 전략을 구사했음에도 시민들이 지혜롭게 대응했다.”  이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에 토대를 둔 분권형 정부, 즉 핀란드나 오스트리아 같은 정부와 양원제를 도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의원내각제 정부의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해야 하기 때문에 대통령궁에 은둔하면서 언론을 회피하고 그림자 통치를 하는 비민주적 행태는 가능하지 않다. 전 “5년 단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가 대통령제에서 훨씬 더 낫다고 본다. 그리고 대통령책임제를 하는 한 국무총리제는 없애야 한다.” 새 대통령이 정치 발전을 위해 임기 내 꼭 매듭지어야 할 과제는. 김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끝냈으면 한다. 진보정부가 5년 만에 교체된 배경에는 적폐청산에 대한 피로감이 있었다고 본다. 과도한 적폐청산은 대립과 갈등, 분열의 정치를 강화시켰다. 이번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으면 한다. 통합을 위한 구체적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이 “문재인 정부가 편향된 인사와 정책으로 한국 정치를 퇴보시켰다. 과연 윤석열 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 같다.” 전 “정치발전을 위해 할 일은 ‘헌법을 지키라’는 것이다. 장관이 장관다워야 하며 청와대 비서관들은 어디까지나 대통령 비서로서만 기능해야 한다. 대통령의 참모는 장관이지 청와대 비서관이 아니다. 대통령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국민에게 국정을 브리핑하고 질문에 답해야 한다. 권력자가 국민 질문을 받지 않거나 답하지 않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다. 적어도 중요 인사를 해임하거나 임명할 때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 가급적 조각 때부터 전통을 세웠으면 한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에서 집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윤 당선인에게 국민통합을 위한 해외 사례를 조언한다면. 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오바마는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 전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이라면,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과의 소통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윤 당선인이 통합을 위해선 오바마처럼 17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요청할 수도 있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이 “의원내각제 또는 의원내각제에 직선 대통령을 가미한 분권형 정부로 개헌을 해야 한다.”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반대 진영 인사를 과감하게 발탁했다. 그는 진영보다는 ‘보수의 가치’를 중시했고, 냉전을 종식시킨 대통령이 됐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역사에서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준 대표적인 인물이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늘 국민과 대화하기를 원했던 대표적인 대통령이다. 모두 눈앞의 인기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다. 국민통합은 저절로 이뤄졌다. 세상에 나쁜 제도는 없다. 통치자가 제도를 악용했을 뿐이다. 제왕적 대통령이란 말은 대통령이 광화문에서 일하지 않아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대통령과 그 대통령 아래에서 출세에 눈이 먼 자들이 아첨을 일삼으면서 생긴 말이다.”
  • ‘피습’ 송영길 “치명적 부위 비켜...퇴원 후 마지막 유세 동참”

    ‘피습’ 송영길 “치명적 부위 비켜...퇴원 후 마지막 유세 동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운동 중 70대 유튜버로부터 망치로 머리를 맞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다행이 치명적 부위를 비켜났다”며 “오늘 퇴원해 마지막 유세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송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폭력과 혐오가 아니라 연대와 협력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앞서 전날 낮 12시 5분쯤 서울 신촌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둔기 피습을 당했다. 해당 남성은 현장에서 제압돼 경찰에 인계됐으며, 이 사건으로 송 대표는 근처 응급실로 이동했다. 송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정부는 정성을 다해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경청하고 응답하도록 하겠다”면서 “저희가 미워서 윤석열 안철수 후보님을 지지하시는 국민의 목소리를 새겨듣겠다”고 적었다. 이어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로 상대방을 서로 악마화해 공격하고 헐뜯는 정치를 제도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또 “국민통합 이재명 정부로 국민의 역량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면서 “위기의 전환기에 이재명이라는 상대적으로 더 잘 준비된 도구를 써주실 것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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