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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사자 장기 기증… 그의 삶·죽음 애도하듯 ‘조명’

    뇌사자 장기 기증… 그의 삶·죽음 애도하듯 ‘조명’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정혜용 옮김/열린책들/352쪽/1만 2800원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열아홉 살의 청년. 의식을 잃었지만 그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마치 ‘나의 육체는 여전히 싱그럽고 아름답다’고 세상에 항변하듯이. 하지만 입을 꼭 다문 채 궤짝처럼 닫혀 있는 그의 육신은 생의 끝자락을 향해 내달릴 뿐이다. 죽어가는 몸 안에서 펄떡이는 심장이라는 끔찍한 아이러니. 그 아이러니가 일깨워 준 인생의 가혹한 법칙은 생의 빈자리를 채우는 건 또 다른 생이라는 사실이다.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프랑스 소설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대표작으로 프랑스에서만 5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어느 날 친구들과 서핑을 즐기고 돌아오던 길에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하며 뇌사 판정을 받은 시몽 랭브르의 장기 이식 과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24시간의 이야기다. 한 사람의 죽음과 그 죽음이 살린 또 다른 생명,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순간을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정교한 문체로 다룬다. 어느 날 시몽은 친구들과 1년에 두세 번 만날까 말까 한 환상적인 파도 속에 몸을 맡긴 채 서핑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하지만 삶의 생동감은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로 순식간에 빛을 잃는다. 코마 상태에 빠진 시몽을 마주한 부모는 다른 생명을 위해 아들의 장기 기증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끔찍한 순간에 놓인다.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마침내 진행되는 장기 적출과 이식 수술 절차에 이르기까지 극한의 시간은 숨 가쁘게 흐른다. 장기 이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몽의 삶은 주변 인물들의 기억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되살아나며 모자이크처럼 아름답게 엮인다. 아들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들의 장기 기증을 제안받는 시몽의 부모, 부모에게 기증을 제안하고 설득해야 하는 의사, 전국 각지의 병원에서 장기를 가져가기 위해 달려온 적출팀, 시몽의 연인, 수술실 간호사까지 각자의 시각으로 시몽의 죽음과 삶을 조명하는 과정은 곧 그를 향한 긴 애도의 과정이다. 때문에 시몽의 20년간의 생을 대변하는 매개체이자,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기록된 ‘육신의 블랙박스’인 그의 장기들은 곳곳으로 흩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듯하다. “그는 시몽 랭브르만의 특성을 재구축한다. 그는 겨드랑이에 서프보드를 낀 젊은이가 모래 언덕 위로 모습을 드러내게 만든다.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밀려오는 파도를 향해 달려가게 만든다. (…) 죽음이 더이상 건드릴 수 없는 사후의 공간으로, 불멸의 영광의 공간으로, 신화의 공간으로, 노래와 서(書)의 공간으로 그를 밀어 넣어 준다.”(329쪽)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아네모네의 꽃말을 알려준 ‘공주’

    [김유민의 노견일기] 아네모네의 꽃말을 알려준 ‘공주’

    ‘제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저의 모든 것을 드릴게요.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비록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네모네의 꽃말을 꼭 닮은, 가족과 11년을 함께 한 반려견 공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2003년 6월 태어난 공주는 2007년 원래 주인이 더 이상 키울 수 없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알게 되었고, 우리 가족이 되었어요. 버림받았다는 충격 때문인지 데려온 날부터 3일은 물도 안 먹고, 일주일은 밥도 안 먹었어요. 걱정되는 마음에 원래 주인에게 연락을 하니 ‘더 이상 연락 안했으면 한다’며 끊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다시 데려가라고 할까봐 그랬나봐요. 비록 그 분은 공주를 버렸지만, 이제라도 명복을 빌어주길 바란다면 헛된 욕심일까요? 공주는 떠나기 3년 전부터 아팠습니다. 병명은 이첨판폐쇄부전. 심장판막에 이상이 생긴 건데 노령성 질환이라 약으로 진행 속도를 늦춰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계속되는 저혈압은 고혈압과 달리 약을 쓰기도 힘들었고, 저체온 증상까지 온 개를 보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어요. 급성췌장염과 그 후유증인 비심인성 폐수종까지 온 개. 의사는 1년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음번 병원 예약을 하려는데 의사는 대답 대신 응급상황이 오면 붙일 패치약을 주었습니다.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 건지 입맛을 잃어 살이 빠질 대로 빠진 개는 힘을 내어 다시 먹기 시작했습니다. 살도, 혈압도 조금 올랐어요. 늙고 아픈 개를 보살피는 것은 희망과 절망이 반복되는 일입니다. 힘든 고비를 하나 넘기니 이번엔 복수가 문제였습니다. 심장이첨판 기능이 떨어져 복수가 찰 수 없는데도 찼다고 했어요. 당장 내일, 이별할 수도 있다는 말. 투병하는 기간 내내 들어온 그 말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잘 넘길거에요. 다음주에 봬요.” 공주를 안고 담담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주일 뒤 병원에 갔습니다. 다음 달 진료에는 미뤄왔던 검사를 하자고, “꼭 보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복수가 차 하루 한 끼 겨우 먹던 녀석이 그 말을 들은 걸까요? 두 끼를 꼬박 챙겨먹고, 잘 자고, 잘 지냈어요. 간식 달라고 한 적 없던 녀석이 떼도 부리고, 산책도 했어요. 평범해서 소중한 그런 일상을 보냈습니다. 약속한 병원진료를 이틀 앞둔 새벽, 공주의 호흡이 불안했어요. 평소같지 않다는 느낌. 항문에서는 변이 새어나오고, 아픈 다리로 뒤를 졸졸 쫓아와 빤히 쳐다보고, 어떻게든 제 몸에 닿으려고 부비적부비적.. 혀는 점점 나오고 있는데 병원 가는 길은 그날따라 왜 이렇게 먼지… 작은 몸뚱아리의 개는 홀로 죽음의 고통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내 곁을 떠나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혹시, 어쩌면… 달려간 병원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초점을 잃어가는 눈을 보고 공주야, 공주야, 울부짖는 것 밖에 못했어요. “심폐소생술할까요?”라는 말에 그러지 않고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의사의 말대로 정말 최선을 다해 버틴 거니까. 마음은 아직 아니라고 하는데, 마지막 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숨은 안 쉬지만 심장은 아직 뛰고 있다기에 “공주야, 네가 있어서 내 인생이 빛났어. 사랑해, 공주야. 예쁘고 착한 공주야. 정말, 정말… 고마워.”라고 말해주었어요. 그리고 공주가 언니만큼 좋아하는 엄마께 전화를 했어요. 엄마는 수화기 너머로 “공주야, 엄마야. 이제 가려구? 편히 가도 돼. 잘 가 공주야, 잘 가.” 흐느끼는 목소리로 잘가라는 인사를 했습니다.2017년 4월 13일 오후 3시 25분. 공주의 심장이 완전히 멈췄습니다. 호흡이 멈추고 심장이 움직임을 잃어가던 5분 남짓한 시간. 제 얼굴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어요. 그렇게 떠난 녀석을 수건에 싸서 안고 집에 오는 길은 아직은 따뜻하고 말랑해서 꿈 같았어요. 어떤 아주머니가 애 추울까봐 꽁꽁 쌌냐고, 요즘이 개들한테 제일 좋은 날 같다고. 춥지도 덥지도 않고 꽃도 피어서 좋다고 하는데… 그렇게 좋은 날 병원 처치대 위에서 보낸 게 후회됐어요. 엄마와 함께 마지막이 될 목욕을 시켰습니다. 잠자는 것 같이 예쁘기만 하던 공주를 화장로에 들여보내고 차마 볼 수 없어 잠시 나왔어요. 너무 슬퍼하면 편히 못 간다기에 참고, 또 참았는데 힘들더라고요. 하늘을 보니 뽀얗고 하얀 구름 하나가 떠 있었습니다. 신나서 입을 벌리고, 귀는 세우고, 토끼처럼 폴짝 뛰던 공주와 꼭 닮은 구름. 하늘에 “언니 걱정돼서 온 거야? 언니 이제 안 울게. 잘 가, 공주야. 사랑해.”라고 말했어요. 28개월의 투병기간 동안 항상 공주에게 하던 말이 있었어요. “너무 아프지 말고, 잠자듯이 편안하게 가자. 많이 아프다 가는 건 하지 말자.” 아픈 몸으로 벚꽃 보자는 약속도 지켜주고 떠난 공주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따뜻한 체온, 보드랍던 털과 고소한 발 냄새, 말갛게 쳐다봐주던 눈동자와 숨소리. 어느 것 하나 그립지 않은 게 없네요. 아픈 개를 보살피느라 제 시간은 없었습니다. 한 번씩 찾아오는 고비마다 경제적,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12시간 간격으로 먹여야하는 약, 약먹이기 전, 식후에 먹여야 하는 여러 보조제. 새벽 1시에 잠들어, 새벽 3시, 3시 반에 보조제를 먹이고 새벽 4시에 심장약을 먹이고. 다시 아침 7시면 밥을 먹이고 다시 약을 먹이고… 저녁에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요. 여행은 고사하고 친구를 만난 것도 손에 꼽았지만 이 아이에게 생명 같은 약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집의 웃음이자 사랑이었던 공주. 갱년기로 힘들어 하던 엄마에겐 위로가, 무뚝뚝하던 아빠에겐 애교 많은 막냇딸이 되어주고, 편입과 고시공부로 힘들어하던 남동생에게는 웃음을 주었습니다. 제겐 여동생이었고, 친구였습니다. 불안하고 힘들었던 스물 아홉과 서른 살을 체온으로 위로해주었어요. 무조건적인 사랑을 알게 해 줬고, 사랑을 함으로 세상이 빛이 난다는 걸 알게 해 준 작은 친구, 공주. 누군가에게는 그냥 개라고 해도, 제겐 가족이었던 공주의 이야기가 노견의 가족에게 담담한 위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공주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유민의 노견일기]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로 보내주세요.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국가 핵심 기능 집결… 2000년 역사 헤쳐온 ‘한국의 얼굴’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국가 핵심 기능 집결… 2000년 역사 헤쳐온 ‘한국의 얼굴’

    서울신문이 서울시 및 (사)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4차 탐사가 지난 17일 광화문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종대로의 동쪽과 서쪽을 오가면서 진행됐다. 답사단은 세종문화회관 돌계단을 출발해 세종대왕·충무공 동상~대한민국역사박물관~종로구청~비전~서울역사박물관~경희궁 방공호까지 두 시간의 일정을 빠듯하게 소화했다. 해설을 맡은 이기훈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차분하고 진지하게 세종문화회관의 전신 시민회관 화재사건부터 요즘 방영되는 사극 ‘칠일의 왕비’의 주인공 단경왕후 신씨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한 역사의 씨줄과 날줄의 세계로 30여명의 답사단을 끌어들였다.“신이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은 도시를 창조했다”라는 말이 맞는다면 도시는 인간이 만든 최대의 걸작이다. 그중 한국인이 세운 최고의 도시는 서울이다. 서울은 의심할 여지 없는 대한민국의 종주(宗主)도시이자 의사(擬似) 이상향이다. 2000년의 생성사를 가진 기원전의 고도이며,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메갈로폴리스이다. 프랑스의 역사가 토크빌이 “파리는 프랑스 그 자체”라고 표현한 것에 빗대 한때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한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고리 핸드슨은 “서울은 단순히 한국의 최대 도시가 아니라 서울이 곧 한국이다”는 말을 남겼다. 서울올림픽과 월드컵 개최 이후 ‘서울’이라는 도시명은 ‘코리아’라는 국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 브랜드가 됐다. ●정치·행정·사법·문화예술의 원조 역할 수도 서울이 한국의 얼굴이라면 서울의 얼굴은 어디인가? 한국인 열에 여덞, 아홉은 주저 없이 광화문을 꼽을 것이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을 포함, 국가의 중추기능이 총집결된 수도 서울의 1번지이다. 한국인과 서울사람의 삶과 꿈이 교차하는 역사무대이다. 역사는 발-글-발의 순서로 쓰여진다. 발로 쓴 글을 본 이가 다시 발로 현장을 밟았을 때 비로소 역사는 살아 움직인다. 답사단은 광화문 구석구석을 발로 밟으면서 ‘도시 중의 도시’라고 쓰여진 광화문의 역사를 재확인했다. 광화문은 정치, 행정, 사법, 교육, 언론출판 그리고 대중문화와 예술의 ‘원조’였다. 이 나라 모든 사회담론과 문화현상의 생산지이자 소비처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의 본거지화하면서 왜곡된 배치와 구역 조정이 이뤄졌고 현재의 광화문이 이를 이어받은 것이 현실이다. 건국 이후 왕조와 식민시대의 잔재 일소 정책 때문에 국적 불명의 현대화가 진행됐다. 최소한 강점기 이전 대한제국기로의 회복을 시도했어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다. 비록 행정과 공론이라는 최소한의 핵심 기능만 남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를 존재하도록 떠받치는 광화문 뒤 경복궁과 청와대 그리고 백악(북악)의 위엄은 여전하다. 광화문 동쪽 전면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미국대사관, KT빌딩, 교보빌딩이 청진동과 수송동, 종로길로 이어지고 서쪽 전면부 정부청사와 세종문화회관이 도렴동, 당주동, 내수동을 거쳐 새문안과 정동, 서대문까지 펼쳐진다. 이곳을 스쳐간 모든 사람들이 광화문의 주인이다. 서울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삶과 추억의 많은 부분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광장으로 뛰쳐나와 ‘대~한~민~국’을 외쳤고, 촛불을 높이 들어 암흑을 밝혔는지도 모른다. ●광화문광장, 삶의 새 방향 제시할 수도 광화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부활이 회자되고 있다. 왕조시대 절대왕권의 상징이었고, 일제강점기와 권위주의 시대 체제의 선전장이었던 곳.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2.2㎞ 구간에 횡단보도가 단 하나도 없던 그 시절, 광화문은 국가독점의 공간이었다. 30년 전 6·10항쟁 때도, 15년 전 미선·효순 추모집회 때도, 9년 전 광우병 파동 때도 광화문사거리는 금역이었다. 제2의 ‘명박산성’이 등장할 수 없는 연원이 있다. ‘민의의 분출지’라는 유전자가 내재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선비와 유생들의 상소 시위지였고, 동학교도들이 교조 최재우의 신원(伸寃)을 요구하면서 사흘 동안 곡을 한 장소였다. 광화문의 조선 개국 당시 지층은 무려 8m 아래에 있다. 1394년 한양천도 이래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사건과 사고가 8m 깊이로 쌓이고 쌓여 현재의 지표를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종로의 4m보다 갑절 깊다. 그만큼 많은 것들이 들어섰고, 덮거나 뜯고, 또 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광화문의 땅켜는 증언한다. 육조거리는 너비 50m의 보기 드문 한마당이었다. 현재의 광화문광장 자리가 조선시대의 육조거리라고 보면 된다.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이 제일 잘한 일 중 하나가 광화문 앞 광장을 제후국의 상징인 ‘칠궤(七軌)도로’가 아니라 황제의 수레 9개가 지나갈 수 있도록 ‘구궤(九軌)도로’로 만든 일이다. 박정희 정권이 1962년 50m 너비의 세종로를 현재의 100m로 넓힌 것도 그 이상의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답사단은 8m 깊이의 광화문에 또 하나의 지층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심정으로 서울역사박물관 방공호 앞에서 이날의 그랜드투어를 마무리했다. 어쩌면 면모를 일신한 광화문광장이 한국인과 서울사람의 삶을 바꿀 방향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인간이 잘 만든 도시가 다시 인간을 만드는 선순환의 원리 때문이다. 노주석 (사)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O J 심프슨 다음달 가석방 통과하면 9년 만에 풀려날 수도

    O J 심프슨 다음달 가석방 통과하면 9년 만에 풀려날 수도

    8년 넘게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미국프로풋볼(NFL) 출신 영화배우 O J 심프슨(70)이 다음달 20일(이하 현지시간) 가석방 심사를 받을 예정이어서 이를 통과하면 오는 10월 1일 풀려날 수 있다고 AP통신이 20일 전했다. 다음달 9일 70회 생일을 맞는 심프슨은 지난 2007년 9월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호텔에서 두 명의 스포츠 박물관 중개업자와 대치해 이듬해 무장강도와 납치 등 여러 혐의로 9~33년 형을 언도받은 뒤 현재 네바다주 러브록 교정센터에서 복역 중이다. 가석방 심사는 이곳 교정센터에서 화상 중계 시스템으로 리노 북쪽의 카슨 시티에 있는 4명의 가석방 심사위원회를 연결해 진행된다.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는 그의 변호인 말콤 라베르네도 리노에서 북동쪽으로 144㎞ 떨어진 중급 보안시설인 이 교정센터에서 의뢰인과 함께 가석방 심사에 응할 것이라고 지난 18일 밝혔다고 방송은 뒤늦게 전했다. 라베르네는 “가석방 허가를 얻어도 그는 조용한 삶을 살고 싶어할 것 같다”고만 밝혔다. 심프슨은 1995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전 부인 니콜 브라운 심프슨과 그녀의 남자친구 로널드 골드먼을 살해한 사건에 무죄 방면된 뒤 개인적 기억들을 되살리려 애쓰고 있다고 늘 주장해왔다. 1997년 2월 민사소송에서 두 사람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그에게 둘의 유산 관리인에게 3350만 달러를 배상하도록 했지만 그는 아직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10년 뒤 마이애미에서 책을 쓰고 광고에 출연하며 살던 그는 갑자기 다른 5명을 꼬드겨 무장강도를 하자고 모의하고 이를 조금이나마 실행해 또다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4명은 심프슨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뒤 풀려났고 클래런스 스튜어트가 7~27년 형을 언도받았지만 얼마 전 풀려나 루이지애나주에서 살고 있다. 스튜어트는 “조그만 방에 아홉 남자가 모여 있다가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혐의와 범죄에 견줘 형량이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프슨은 그리 오래 수감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배심원단이 심프슨의 악명 때문에 지나치게 높은 형량을 언도했다는 불만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서동욱의 파피루스] 홍루몽 시회―자연의 테크닉

    [서동욱의 파피루스] 홍루몽 시회―자연의 테크닉

    지금은 유실됐지만, 대학 때 두 문화를 대표하는 ‘홍루몽’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비교하는 글을 즐겁게 쓴 적이 있다. 두 작품은 지금은 사라진 세계, 동양과 유럽 귀족 사회를 우아한 필치로 다룬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여자들 틈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다소 한심한 구석이 없지 않은 두 아이, 가보옥과 마르셀의 이야기인 이 책들은 모두 저자들이 한 번 겪은 후 상실한 세계에 대한 추억 속에서 쓰였다.‘잃어버린 시간…’만큼 ‘홍루몽’도 주인공들의 문학 취미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홍루몽의 저자 조설근은 연극과 시에 깊이 빠져 있던 사람이 분명한데, 시에 대한 그의 애정은 이 소설의 아주 근사한 시회(詩會) 장면으로 승화되어 있다. 가보옥과 집안의 아가씨들은 국화를 주인공 삼아 시회를 여는데, 국화에 관한 열두 가지 시제가 나온다. 첫째 국화를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억국’(憶菊), 둘째 국화가 보이지 않을 때 찾는다는 ‘방국’(訪菊), 셋째 국화를 찾은 이상 심어야 하니 ‘종국’(種菊), 넷째 심은 국화가 꽃이 만발할 때 마주 보니 ‘대국’(對菊), 다섯째 국화를 꺾어서 병에 모시니 ‘공국’(供菊), 모셔 놓은 꽃을 시로 읊지 않으면 빛을 잃을 테니 여섯째는 ‘영국’(?菊), 읊은 국화를 그림으로 옮겨야 하니 일곱째는 ‘화국’(畵菊), 여덟째는 국화가 이렇듯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까닭을 묻지 않을 수 없으니 ‘문국’(問菊), 아홉째 ‘잠국’(簪菊), 열두 번째는 ‘잔국’(殘菊)이란 주제다. 놀라운 것은 다른 주제들이 끝날 즈음 출현하는 열째와 열한 번째 주제이다. “이리하여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은 끝난다 하더라도 국화 자신은 아직도 더 읊을 점들이 남아 있거든. 이를 테면 국화의 그림자와 국화의 꿈 같은 것 말이야. 그래서 열째와 열한 번째는 ‘국영’(菊影)과 ‘국몽’(菊夢)이 되지.” 인간과 상관없이 국화 스스로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국화를 시로 옮기는 일은 예술이라는 인위적 테크닉이 떠맡는다. 그런데 중국의 이 예술가는 열째와 열한 번째 주제를 국화 혼자서 하는 테크닉을 위해 비워 두고 있다. 왜냐 하면 인간이 테크닉을 구사하기 전에 자연 자체가 이미 테크닉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세상의 어떤 예술가도 흉내 낼 수 없이 국화 자체를 피워내고 국화는 스스로 고즈넉이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또 혼자서 꿈꾼다. 국영, 국몽. 자연이 이런 대단한 테크닉을 구사한 이후에야 비로소 인간의 테크닉은 부가적으로 자연의 작품에 달라붙어 이런 저런 궁리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홍루몽’의 예술가는 인간이 부릴 수 있는 예술적 테크닉에 자만할 수 없었고, 자연 스스로 하는 테크닉, 국화 스스로 짓는 국화시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일로 예술가의 겸손을 표현했던 것이다. 이런 테크닉을 발휘하는 자연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퓌시스’라 불렀다. 스스로 생산하고 스스로 펼쳐지는 자연 말이다. 이 자연이 발휘하는 저 기술, 테크닉의 뿌리 말은 그리스인들의 말 ‘테크네’인데, 이는 ‘밖으로 끌어내 놓음’을 뜻한다. 이 테크네 때문에 자연만이 무(無)에서 국화 한 송이를 인간의 눈앞에 끌어내 놓을 수 있다. 인간의 테크닉은 ‘기술’과 ‘예술’이다. 예를 들어 자연의 테크닉이 먼저 강(江)을 세상으로 끌어내 오면, 그 뒤에야 인간의 테크닉이 다가가 강에 다리를 세우거나(기술), 강에 대한 시를 짓는다(예술). 그러니 인간의 테크닉(기술과 예술)이란 자연의 테크닉 안에 있을 수밖에 없으며 또 자연의 테크닉 안에 있어야만 한다. 하이데거가 말하듯 “이 모든 일(기술, 예술)은 ‘자생적으로 피어오르는 존재자’, 즉 ‘퓌시스’의 한가운데서 일어난다.” 비극은 언제 생겨나는가. 자연의 테크닉에 맞추어 인간의 테크닉이 일하지 않고, 거꾸로 인간의 테크닉에 자연을 맞추려 할 때 생긴다. 온갖 환경 문제의 모습으로 자신을 알려오는 이 비극을 오늘날 우리는 4대강의 고통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테크닉이 자연의 테크닉을 압도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태어난 비극이다. ‘홍루몽’의 예술가처럼 인간은 자연이 발휘하는 기술을 위한 자리를 비워 두어야 하는데 말이다.
  • [프로야구] 펑~ 펑~ 펑~ 펑~ 로사리오 4연타석 홈런 폭발

    [프로야구] 펑~ 펑~ 펑~ 펑~ 로사리오 4연타석 홈런 폭발

    한 경기 최다 홈런 4번째 타이 기록도 이진영 2000번째 경기 2000안타 달성로사리오(한화)가 역대 세 번째로 4연타석 홈런을 폭발시켰다. 로사리오는 16일 수원에서 벌어진 KBO리그 kt와의 경기에서 4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줄대포를 쏘아 올렸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그는 4-0이던 2회 2사 1루에서 선발 주권을 상대로 2점포를 터뜨렸다. 5회 선두타자로 나서 정대현을 상대로 중월 솔로포를 날리더니 6회 1사 1, 3루에서 배우열을 가운데 담장을 넘는 3점 아치로 두들겼다. 로사리오의 대포는 식을 줄 몰랐다. 한화가 14-10으로 앞선 7회 1사 후 로사리오는 강장산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시즌 13호)를 쏘아 올렸다. 4연타석 홈런은 KBO리그 통산 세 번째 대기록이다. 박경완(SK)이 2000년 5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처음 작성했고 야마이코 나바로가 삼성 소속이던 2014년 6월 20~22일(경기 없는 21일을 포함해 두 경기에 걸쳐) 마산 NC전에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은 로사리오가 박경완에 이어 두 번째다. 또 로사리오는 2000년 박경완, 2014년 전 넥센 박병호(미네소타), 올해 최정(SK)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한 경기 최다 홈런 타이(4개)도 세웠다. 한편 이진영(37·kt)은 통산 2000번째 출장에서 2000안타를 작성했다. 1999년 쌍방울에 입단한 이진영은 이날 2번 지명타자로 나서 역대 아홉 번째로 통산 2000경기에 출장했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LG 정성훈에 이어 두 번째다. 이진영은 이날 1회 내야 땅볼로 물러났으나 3회 중견수 쪽 2루타, 5회 우중간 2루타를 터뜨렸다. 전날까지 통산 1998안타를 생산한 그는 통산 2000안타도 완성했다. 역대 열 번째이자 kt 선수로는 최초다. 더불어 전 삼성 양준혁(2135경기-2318안타), 전 히어로즈 전준호(2091경기-2018안타), 전 kt 장성호(2064경기-2100안타), LG 정성훈(2063경기-2051안타)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로 2000경기 출장과 2000안타를 모두 일군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한화 선발투수로 나선 배영수(36)는 1회 말 이진영과의 대결에서 2아웃째를 잡아 통산 2000이닝 투구를 달성했다. 배영수는 전날까지 1999와 3분의1이닝을 던졌다. 역대 2000이닝 이상 던진 선수는 2001년 한화 송진우를 시작으로 모두 5명이 있었다. 배영수는 2007년 SK 김원형 이후 10년 만이자 역대 여섯 번째로 2000이닝을 소화한 투수로 기록됐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스포츠&스토리] 낮보다 밤에 센 ‘라마단 축구’… 기도발 아닙니다

    [스포츠&스토리] 낮보다 밤에 센 ‘라마단 축구’… 기도발 아닙니다

    울리 슈틸리케의 해임을 불러온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은 현지시간 밤 10시에 킥오프했다. 국내 팬들은 무더위를 피하려고 밤늦게 열린 것 아닌가 싶겠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무슬림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라마단 금식 기간이기 때문이었다. 종일 굶다가 해가 넘어간 뒤 요기를 하기 때문에 이를 소화시키려면 밤늦게 킥오프해야 하는 것이다.세 끼를 모두 챙겨 먹은 대표팀 선수들은 한 끼만 겨우 때운 카타르에 2-3으로 지며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을 의미하며 올해는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24일까지다. 해가 뜬 뒤부터 질 때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해가 진 뒤 첫 끼니, 즉 ‘이프타르’와 동 트기 전에 먹는 ‘수후르’로 두 끼를 챙기고 물도 마실 수 있다. 올해 라마단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과 겹쳐 아시아와 아프리카 무슬림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호기심이 고개를 든다. 정말 그들은 쫄쫄 굶는 것일까. 경기력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종교당국은 승리를 빌며 예외를 베풀지 않을까. 2012 런던올림픽 때 아랍에미리트(UAE) 선수들은 종교당국으로부터 경기일엔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 메수트 외칠(독일) 역시 예외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독일과 16강전을 벌인 알제리 선수들은 면제 허락을 받고서도 굶고 경기에 임했다. 영국 BBC는 지난 13일 밤 11시(이하 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의 파이살 알후세이니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오만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019 UAE 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앞둔 팔레스타인 선수단의 준비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심야 경기에 관중을 유인하려고 팔레스타인축구협회는 무료 입장을 결정했고 서안지구 북쪽 끝과 남쪽 끝 주민들을 경기장으로 데려오느라 2시간 이상 걸렸다. 의료진은 선수들에게 해 진 뒤 적어도 3ℓ의 물을 마셔 둘 것을 강조하고 이프타르에 선수들이 음식을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모니터링한다. 식단은 탄수화물과 저단백, 곡물과 샐러드 등의 메뉴로 쉽게 소화되는 것으로 채운다. 때때로 코칭스태프는 해가 있는 동안 아무것도 못하는 선수들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기 위해 이프타르 한 시간 전에 체육관에 보내기도 한다. 너무 많이 자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된다. 선수들은 밤 11시에야 훈련을 시작했다. 호텔에 돌아가 얼음목욕을 하거나 개인 트레이닝을 한 다음 새벽 2시 45분 수후르를 들었다. 한국 대표팀을 한때 이끌었던 핌 베어벡(네덜란드) 오만 감독은 이전에 모로코의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경기할 때도 라마단과 겹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물론 달라요. 하루 한 번 훈련하다가 두 번 훈련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죠. 저녁 훈련도 좋더군요. 경기를 위해 힘을 아껴야죠”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레딩의 골키퍼 알리 알합시는 오만 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데 새벽 3시 50분부터 저녁 7시 45분까지 이어지는 17시간의 금식 동안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기 때문에 심야시간 킥오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선수 가운데 5명이 그곳 출신이 아니어서 더 복잡하다. 4명은 칠레 출신의 크리스천이며 슬로베니아 어머니와 팔레스타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선수도 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과 점심을 먹는데 금식하는 선수와 방을 함께 쓰지는 않는다. 무슬림 선수들이 허기나 갈증과 싸우는 반면 이들은 지루함과 씨름하는데 일부는 금식하는 선수들에게 맞춰 아침 일찍 잠들었다가 정오 무렵 일어난다. 수후르 때 선수들은 훈련, 얼음목욕, 트레이닝에서 있었던 일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대감을 키운다. 경기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관중석의 3분의2를 채운 1만 1000여명 역시 금식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다. 교통이 좋지 않아서다. 야세르 핀투 이슬라메가 후반 36분 2-1로 달아나는 골을 터뜨리는 장면부터 지켜본 관중도 숱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쫄쫄 굶은 카타르에 당했다? 무슬림들은 어떻게 경기 준비하나

    쫄쫄 굶은 카타르에 당했다? 무슬림들은 어떻게 경기 준비하나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해임을 불러온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은 현지시간 밤 10시에 킥오프했다. 국내 팬들은 무더위를 피하려고 밤 늦게 열린 것 아닌가 싶겠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무슬림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라마단 금식 기간이기 때문이었다. 일출 전부터 일몰 후까지 한 끼도 챙겨 먹지 못하고 해가 진 뒤 약간의 식사를 해 이를 소화시키려면 밤 늦게 킥오프해야 하는 것이다. 세 끼를 모두 챙겨 먹은 대표팀 선수들은 종일 굶다가 해가 진 뒤 요기 수준으로 챙겨 먹은 카타르에게 2-3으로 지며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을 의미하며 올해는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24일까지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해가 진 뒤 이프타르와 해 뜨기 직전 수후르 두 끼를 챙겨 먹고 물도 마실 수 있다. 올해 라마단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과 겹쳐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무슬림 선수들이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호기심이 고개를 든다. 정말 그들은 쫄쫄 굶는 것일까?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어떤 노력을 할까? 종교당국은 승리를 기원하며 예외를 인정해주는 건 아닐까? 등등이다. 먼저 과거 사례부터 살펴보자. 2012 런던올림픽 때 에미리트연합(UAE) 선수들은 종교당국으로부터 경기일엔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 메수트 외칠(독일) 역시 예외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독일과 16강전을 벌인 알제리 선수들은 면제 허락을 받고서도 굶고 경기에 나섰다. 영국 BBC는 지난 13일 밤 11시(이하 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의 파이살 알후세이니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오만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019 UAE 아시안컵 예선 경기를 앞둔 팔레스타인 선수단의 준비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봐 눈길을 끈다. 이날 킥오프 시간은 원래 오후 9시 45분으로 정해졌다가 한 시간 미룬 뒤 다시 밤 11시로 확정됐다. 심야 경기에 관중을 유인하려고 팔레스타인축구협회는 무료 입장을 결정했고 서안지구 북쪽 끝과 남쪽 끝 주민들을 경기장으로 데려오느라 2시간 이상 걸렸다. 두 팀 선수단 모두 체력단련과 훈련을 밤 시간으로 옮겨 음식과 컨디션 조절을 위한 시간표를 조정해야 했다. 의사인 바데르 아?은 “선수들에게 해진 뒤 적어도 3리터의 물을 마시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아? 등 의료진은 이프타르에도 선수들이 음식을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모니터링한다. 흰쌀과 같은 탄수화물과 저단백, 곡물과 샐러드 등의 메뉴로 쉽게 소화되고 경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도록 한다. 때때로 코칭스태프는 해가 있는 동안 아무것도 안하는 선수들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기 위해 이프타르 한 시간 전에 체육관에 보내기도 한다. 아?은 “라마단 기간 너무 많이 자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밤 11시가 돼야 훈련을 시작했다. 호텔에 돌아가 얼음 목욕을 하거나 개인 트레이닝을 한 다음 새벽 2시 45분에 후수르를 들었다. 한국 대표팀을 한때 이끌었던 핌 베어벡(네덜란드) 오만 감독은 이전에 모로코의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경기를 했을 때도 라마단과 겹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물론 달라요. 하루 한 번 훈련하다가 두 번 훈련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죠. 저녁 훈련도 좋더군요. 경기를 위해 힘을 아껴야죠”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레딩의 골키퍼 알리 알합시는 오만 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데 새벽 3시 50분부터 저녁 7시 45분까지 이어지는 17시간 동안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기 때문에 심야시간 킥오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린 오슬로, 볼턴 원더러스, 위건 애슬레틱, 레딩 등 유럽에서만 14년을 보낸 그는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금식을 할지 안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데 그는 지난달 허더스필드와의 챔피언십(2부 리그) 플레이오프 때 딱 한 번 라마단 기간과 겹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금식하지는 않았다. 팔레스타인 선수 가운데 5명이 그곳 출신이 아니어서 더욱 복잡하다. 4명은 칠레 출신으로 모두 크리스천이며 자카 이흐베이셰흐는 슬로베니아 어머니와 팔레스타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이들은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플라자호텔에서 제공되는 아침과 점심을 먹는데 금식하는 선수들과 방을 함께 쓰지 않는다. 다른 무슬림 선수들이 허기, 갈증과 싸우는 반면 이들은 지루함과 씨름한다. 일부는 금식하는 선수들의 일정에 맞춰 아예 아침 일찍 잠들었다가 정오에 일어난다. 수후르는 호텔 가장 위층의 레스토랑에 차려지는데 선수들은 훈련, 얼음목욕, 헬스 등으로 시간을 보낸 것을 화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유대감을 키운다. 경기일에도 마찬가지였다. 1만 8000명을 수용하는 파이살 알후세이니 스타디움 관중석의 3분의 2를 채운 1만 1000여명의 관중 역시 금식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다. 조나산 칸틸라나는 킥오프 전에 도착하려고 출발했으나 야세르 핀투 이슬라메가 후반 36분 2-1로 달아나는 골을 터뜨리는 장면부터 봐야 했다. 맨오브더매치로 뽑힌 이슬라메는 “단식하는 선수들 때문에 훈련 일정도 조정했다. 코칭스태프는 환상적으로 해냈다. 경기에서 우리가 더 많이 뛰어다녔다”며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흙수저’ 드라마 ‘쌈, 마이웨이’ 금수저 된 비결은?

    ‘흙수저’ 드라마 ‘쌈, 마이웨이’ 금수저 된 비결은?

    살아있는 대사와 코믹연기 인기…시청률 첫회 5%서 11%로 점프여타의 트렌디 드라마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뭔가 내 얘기처럼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화제의 드라마로 급부상한 KBS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 이야기다. 신인 작가의 입봉작이고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지만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첫회 5%대로 시작한 시청률은 11%대까지 뛰었고 화제성 지수에서는 전체 3위, 드라마 중 1위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도깨비’ 이후 끊었던 드라마를 다시 시작했다”는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가 두텁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인기비결은 ‘현실성’으로 꼽힌다. 기존의 트렌디 드라마들은 여성 시청자들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해 재미를 봤지만, 이 작품에는 그 흔한 재벌 2세 한 명 등장하지 않는다. 스물아홉 동갑내기 주인공 네 명은 서른을 목전에 뒀지만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 중이다. 화려한 스펙이나 배경 없는 ‘흙수저’지만 의리 있고 정의감 있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다. 한때 태권도 선수 유망주였으나 진드기 박멸기사가 된 고동만(박서준), 뉴스 앵커를 꿈꿨지만 백화점 인포데스크에 앉은 최애라(김지원), 현모양처의 꿈 대신 홈쇼핑 상담직원이 된 백설희(송하윤), 절대 미각을 가졌지만 홈쇼핑 구매담당 일을 하는 김주만(안재홍). 주인공들의 캐릭터부터 지극히 현실적이다. 매번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판타지는 없지만 그만큼 공감지수는 올라간다. 친구인 듯 애인인 듯 애매한 애라와 동만의 관계, 6년째 장기 연애를 하고 있지만 결혼이 쉽지 않은 주만과 설희의 사랑도 현실적이다. 최근 방송가에는 청년 실업, 삼포 세대 등 ‘흙수저’들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들이 사랑받았다. 최근 종영한 MBC ‘자체 발광 오피스’에서는 주인공 은호원(고아성)이 이력서를 100장이나 쓰고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했지만 어렵게 정규직이 되는 과정을 통해 60만 취업준비생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지난해 방송된 ‘또 오해영’, ‘역도요정 김복주’, ‘청춘시대’도 돈 없고 배경 없는 이 시대 ‘흙수저’ 청춘들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그려 공감을 얻었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기존에 비주류나 루저들의 애환과 성공담을 그린 드라마가 꾸준히 사랑받았지만 ‘쌈, 마이웨이’는 리얼리티에 기반해 그들의 이야기를 우울하거나 칙칙하지 않고 경쾌한 코미디로 승화시켜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현실에 당당하게 맞서면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재벌 2세나 출생의 비밀을 앞세운 로맨틱 코미디를 보며 허탈감에 빠졌던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여성 작가, PD의 섬세한 대본과 연출도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논술 강사 출신의 임상춘 작가는 지난해 KBS 4부작 ‘백희가 돌아왔다’ 등 단막극을 주로 쓰다가 이번에 처음 미니시리즈로 입봉했다. 또래 감성을 잘 이해하고 틀에 박혀 있지 않은 살아 있는 대사가 기존의 드라마 문법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회에 “수많은 여성들에게 약을 판 신데렐라보다 삼국지의 장비가 더 섹시하다”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출연자들도 캐릭터에 강한 공감을 표했다. 고동만 역으로 출연 중인 박서준은 “연기자의 꿈을 갖고 군에서 제대했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막혀 내가 티끌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면서 “‘나 하나 꿈 없어도 세상 잘만 돌아간다’는 대사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애라 역의 김지원은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캐릭터에 공감하는 것 같다. 저 역시 그런 부분에 집중해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건준 KBS CP는 “요즘 청년 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이 사회적으로 급부상하면서 꿈은 있지만 현실에 좌절하고 부유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공감대를 얻고 있다”면서 “최근 검사, 의사, 재벌 등을 내세운 드라마가 많았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20~49세 시청자들의 호응이 특히 높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김소연♥이상우 오늘 9일 결혼 “평범한 한 남자로서 잘 살 것”

    김소연♥이상우 오늘 9일 결혼 “평범한 한 남자로서 잘 살 것”

    배우 이상우와 김소연이 오늘 9일 결혼한다. 이상우 김소연은 9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웨딩홀에서 가족과 친지, 지인 등만 초대한 가운데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다. 지난해 2월 MBC ‘가화만사성’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두 사람은 80년생 동갑내기 친구에서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지난 3월 결혼 발표 후 이상우는 자신의 공식 팬카페를 통해 “평범한 한 남자로서 좋은 사람과 잘 살아가겠다. 예쁘게 봐주시고 같이 많이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직접 소감을 전했다. 또 두 사람은 소속사를 통해 “저희의 새로운 출발에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신 만큼 서로를 배려, 더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 꾸리며 살아가겠다. 곧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소연은 1994년 ‘공룡선생’으로 데뷔, 드라마 ‘엄마야 누나야’, ‘아이리스’, ‘순정에 반하다’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상우는 2005년 ‘열여덟 스물아홉’으로 데뷔한 이후 ‘조강지처클럽’, ‘천일의 약속’, ‘부탁해요, 엄마’ 등에 출연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황석영 “언어와 역사의 감옥에 갇혀 있다… 지금도”

    황석영 “언어와 역사의 감옥에 갇혀 있다… 지금도”

    “당신은 북에 가서 김일성을 여러 번 만났으니까 아무리 못 살아도 한 칠팔 년은 살아야지. 작가에겐 이런 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 백반 아닌가. 틀림없이 나가자마자 이런 얘기 다 쓸 거면서….” “이 양반들 병 주고 약 주네.”1993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방북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황석영 작가가 수사관과 나눈 대화다. 옥살이를 하고 풀려난 지 2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작가는 “지금도 감옥에 있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현대사의 결정적 장면들과 필연으로 얽혔던 작가 개인의 생애를 기록한 자전(自傳)을 ‘수인’(囚人·전 2권, 문학동네)이라 이름 붙인 건 그 때문이다. “작가는 누구나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언어 자체가 감옥이니 거기서 놓여날 수가 없죠. 분단된 한반도란 장소도 감옥이고요.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나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를 만나면 나한테 덕담이라고 ‘서사가 많은 나라에 태어난 네가 참 부럽다’고 해요. 오에 선배가 그랬을 땐 ‘맨날 난리법석인 나라에 사니까 소설 쓸 거리가 많지?’라며 비꼬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시니컬하게 ‘나는 당신의 자유가 부럽다’고 했죠. 역사라는 엄처시하가 늘 도사리는 상황에서 사회적 요구, 책임으로부터의 자유가 가능할까요. 저는 평생 작가로서 자유를 추구해 왔지만 늘 자유롭지 않은 모순적인 삶을 살았죠. 이번 책을 내면서 비로소 석방될지는 모르겠습니다.”(웃음) ‘수인’은 5년간의 수감 생활을 가운데 놓고 유년·청년 시절, 베트남 참전 시절, 광주민주화항쟁, 방북과 망명 시절 등을 오가며 전개된다. 2004년 일간지에 연재했던 자전소설 ‘들판에 서서 마을을 보네’를 대폭 손질한 것으로, 광주민주화항쟁부터 수감 생활을 끝내는 기간까지 20여년이 더해졌다. 작가는 “아마 말년까지 속박 속에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했다”며 “그래서 감옥을 현재 시간으로 놓고 들락날락하면서 천을 짜듯 시간을 얽어놨다”고 소개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온 삶이지만 노작가는 수줍은 소년의 어투로 언제나 돌아갈 곳은 문학이라는 집이었다고 고백했다. “감옥에서 나왔을 때 문단엔 ‘쟤는 다시 글 못 쓸 거다’란 소문이 파다하게 났어요. 친한 고은 시인까지 그랬으니까요(웃음). 하지만 나는 노름꾼이 다 들어먹고 패망해서 새벽 끗발이 오길 기다리는 것처럼 평온하더라고. 15년간 글을 안 썼지만 내 지나온 삶이 문학적 삶이었다고 믿었죠. 우여곡절도, 착오도 많았지만 젊었을 때부터 저는 작품과 인생을 합치시키며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문학이 제 집이었던 거죠. 캄캄한 밤에도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처럼 언제나 저를 끌고 갔습니다.” 책은 당초 지난해 여름쯤 나올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나온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기록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넘어 넘어) 감수 작업과 지난해 말 촛불정국으로 늦춰졌다. 작가는 “지난 5월 광주항쟁 무렵 ‘넘어 넘어’가 나오고 6월 항쟁 30주년을 맞는 이맘때 자전이 나와 우연의 일치치곤 기묘하다”고 했다. “박정희가 일으킨 5·16쿠데타가 터졌을 때가 열아홉이었는데 그의 딸인 박근혜가 탄핵으로 물러난 올해가 일흔다섯이니 대장부 한평생이 걸렸네요. 제가 열아홉부터 일흔다섯이 될 때까지 한국 현대사는 평탄치 않았고 지금도 미지로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촛불 이후 새로운 출구에 와 있죠. 그러니 제 자전은 해방 이후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나와 동시대 사람들의 삶을 증언하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월은 제 몫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기록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전북 유통산업 상생협력 조례 유명무실

    전북 유통산업 상생협력 조례 유명무실

    전북도가 대형 유통사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 제정한 ‘유통산업 상생협력 조례’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전북도의회 송성환(전주3) 도의원은 “2011년 제정된 유통산업 상생협력 조례 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생협력계획 수립이나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매년 수립해야 할 상생협력계획은 2013년 한차례 수립 이후 중단됐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상생협력계획은 골목상권과 공존하는 방안과 지역사회에 공헌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2013년 수립한 상생협력계획에 담긴 아홉 가지 상생방안 이행도 실적이 부진했다. 전주, 군산, 익산 등 도내 6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상생방안 이행실태 점검 결과 취급품목 조정은 전주시가 단 한 차례만 추진했을 뿐이다. 지역 프랜차이즈 대상 입점지원도 전주시와 남원시가 고작 1~2차례 진행한 게 전부다. 한편 도내 백화점과 대형 마트 16개 점포, 802개 기업형 슈퍼마켓이 올린 매출은 2014년 기준 1조 3896억원에 이른다. 반면 전북도 내 제품을 사들인 매출액 비율은 1.4%, 공공기부금은 0.05%에 그쳤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UCL] 호날두 두 골 레알 마드리드, 부폰과 유벤투스 방패 뚫었다

    [UCL] 호날두 두 골 레알 마드리드, 부폰과 유벤투스 방패 뚫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레알 마드리드의 창이 유벤투스 방패를 뚫었다. 스페인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가 4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경기 중 하나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두 골을 몰아넣은 호날두의 활약을 앞세워 4-1로 유벤투스를 눌렀다. 디펜딩 챔피언 레알은 대회 개편 이후 처음으로 2연패에 성공했고, 통산 12회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늘렸다. 12골을 넣은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11골)를 제치고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2012-13시즌 이후 다섯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라 메시의 네 시즌 연속을 넘어 대회 역사를 새로 썼다. 아울러 대회 통산 105골과 함께 개인 통산 600골 금자탑도 쌓았다. 지네딘 지단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6개월 만에 대회 2연패는 물론 다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이번 대회 최다 득점을 기록하던 레알은 4-3-1-2 전술로 경기에 나섰다. 호날두와 카림 벤제마가 투 톱으로 나섰고 포백라인으로 수비 진형을 짰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개러스 베일은 벤치를 지켰고 이스코가 선발 출전했다. 반면 올 시즌 대회 12경기에서 세 골만 허용하며 무패로 결승에 진출한 유벤투스는 3-4-1-3 전술로 맞섰지만 무려 네 골이나 헌납하며 통산 아홉 번째 결승에서 일곱 번째 준우승에 머무르는 한을 되풀이했다. 특히 다섯 차례 연속 준우승으로 대회 최다 기록을 쓰는 수모를 안았다. 레알은 경기 초반 유벤투스에 흐름을 내줬다. 상대 공격수 이과인에게 헤딩 슛과 중거리 슛을 연거푸 허용했다. 전반 6분 유벤투스 미랄렘 퍄니치의 오른발 중거리 슛을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가 가까스로 막았다. 정신 없이 두들겨 맞던 레알은 호날두의 선제 골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전반 20분 다니엘 카르바할의 오른쪽 땅볼 크로스를 호날두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공은 상대 팀 보누치의 발에 살짝 맞고 휘어들어가 골문을 갈랐다. 그러나 7분 뒤 유벤투스가 동점을 만들었다. 만주키치가 페널티 지역 왼쪽 구석에서 환상적인 개인기로 동점 골을 터뜨렸다. 이과인의 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 오버헤드킥으로 나바스를 넘겨 그물을 출렁였다.득점을 기록했다. 레알은 전반전 볼 점유율 54%를 기록했지만, 슈팅은 5개, 유효슈팅은 1개에 그쳤다. 반면 유벤투스는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슈팅 8개, 유효슈팅 4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레알은 후반 상대 스리백 수비에 맞서 중거리 슛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다. 루카 모드리치와 마르셀로의 중거리 슛이 유벤투스 골키퍼 부폰의 손끝에 막혔지만, 후반 16분 골을 터뜨렸다. 토니 크로스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나오자 카세미루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연결한 것이 사미 케디라를 맞고 살짝 굴절돼 골대 왼쪽 구석에 꽂혔다. 3분 뒤 상대 진영에서 뺏은 공을 모드리치가 오른쪽 크로스로 연결했고, 호날두가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팀의 세 번째 골을 만들었다. 3-1로 앞선 레알은 후반 39분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가 18분 전에 교체 투입된 후안 콰드라도의 경고 누적 퇴장을 유도해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후반 45분 마르코 아센시오가 네 번째 골로 승리를 매조졌다. 영국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 닷컴’은 호날두에게 평점 8.4, 엄청난 슈팅으로 유벤투스의 추격 의지를 꺾은 카세미루에게 8.7을 매겼다. 유벤투스 선수 중에는 환상적인 오버헤드 킥의 주인공 만주키치가 7.6으로 가장 높았고 생애 첫 우승을 노리다 헛물을 켠 잔루이지 부폰은 5.3으로 낮은 평점에 머물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으니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으니

    초여름이 되면서 여러 꽃들이 만발하다. 특히 장미가 화려하다. 여섯 살 연상의 이혼녀였던 조세핀은 나폴레옹의 열렬한 구애로 결혼을 하지만 황위를 이을 후계자를 낳지 못해 이혼을 하게 된다. 이후 조세핀은 장미 향기가 가득한 말메종 성에서 살지만 가시울타리에 갇힌 위리안치의 유배인 같은 신세였다. 나폴레옹이 엘바섬에 유배를 가자 조세핀은 그와 함께 가고자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조세핀은 디프테리아에 걸려 눈을 감는다. 엘바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은 말메종을 찾아와 죽은 그녀를 그리며 눈물을 흘린다. 나폴레옹은 2차 유배지였던 세인트헬레나섬에서 그녀의 초상화를 보며 운명을 한다. 화려한 장미 뒤에 이런 슬픈 이야기가 있다. 권력은 화려해 보이지만 장미가 필 때와 질 때가 다르듯 그 종말은 대개 슬프고 처참하기까지 하다. 황제의 권력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사람의 좋은 일은 10일을 넘지 못하고, 붉은 꽃의 아름다움도 10일을 넘지 못하는데, 달도 차면 기우니 권력이 좋다한들 10년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장미 외에 작약이 곱게 눈에 띈다. 작약은 꽃이 아름다워 옛날부터 관상용으로 널리 아낌을 받아 왔다. 모란이 꽃의 왕이라면 작약은 꽃의 재상이라 불렸다. 그러나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이라는 말처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그런데 작약을 우리말로는 함박꽃이라고 부른다. 작약(芍藥)과는 관련 없지만, 크게 소리 지르고 뛰며 기뻐한다고 할 때 환호작약(歡呼雀躍)한다고 한다. 요즈음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을 기쁘게 한다. 그래서 환호작약하고 싶지만 그럴 순 없어 다만 함박꽃처럼 함박웃음만은 아끼지 않고 크게 지어 본다. 작약이 곱게 핀 요즈음 특히 어울리는 웃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가장 듣기 좋았던 소식은 스승의 날에 대통령이 행한 세월호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이다. 1636년 병자호란 때 강화산성을 사수하다가 청나라에 함락되기 직전 남문에 올라가 분신 자결한 23살의 김익겸도 세월호 기간제 교사들과 비슷하게 어렸다. 김익겸은 후일 영의정에 추증되는데 이렇게 예우를 하자 유복자로 태어난 아들 둘은 자부심으로 크는데, 특히 김만중은 최초의 한글소설을 쓰는 등 큰일을 한다. 꽃다운 나이에 순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안하고 감동적이었음에도 그동안 국가가 예우 문제에 왜 그렇게 인색했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답답함과 억울함을 일거에 해결해 주었으니 어찌 함박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스승의 날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이 계셨는데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하면서 서울엘랑 가지를 말라고 간청을 했더니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끝내 가지 않으셨다는 원로 가수 이미자씨가 전해 주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5월 스승의 꽃은 카네이션이 아니라 해당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혜원 절간 마당에 꽃이 곱게 피었지만 다른 꽃들에 가려져 아무도 알아보지도 않고 귀하게 여기지도 않는 것을 보며 황주에서 유배살이 하던 소동파가 자신의 신세와 닮았다고 탄식했던 꽃이 바로 해당화이기도 했다. 아무도 알아보지도 않고 귀하게 여기지도 않지만 그러나 가장 귀한 것이 스승의 길이기에 스승의 꽃이야말로 해당화가 아닌가 여겨진다.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는 김춘수의 시 ‘꽃’처럼 여러 가지 꽃들이 제각각 의미 있게 다가오는 계절이다. 모두에게 참 좋은 시간들이다.
  • [사설] 미사일 연쇄 도발로 대화 테이블 걷어차는 北

    북한이 어제 새벽 원산에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했다. 올 들어 아홉 번째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이 같은 미사일 연쇄 도발은 북한 문제를 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해 풀어 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망동이자 국제사회의 우려와 거듭된 경고를 깡그리 무시하는 마이동풍식 행보라는 점에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북한은 핵을 틀어쥐고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는 것이 자위권 차원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국제사회가 북한의 폭주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지난 27일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가한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문제는 국제사회가 직면한 최우선 과제”라고 결론 지었다. 정상들의 공동성명 내용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에 대한 제재 강화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북 정책 4대 기조에 서명했다. 또한 ‘최종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유연한 입장도 갖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국제사회가 정한 제재에는 동참하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갖고 있다. 이전 보수정권과 달리 민간 차원의 지원 허용, 5·24 조치 해제 검토와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전향적인 대북 유화책도 이러한 기조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위험천만한 곡예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측면이 강하다.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전 자체 미사일 개발 로드맵에 따라 미사일 시스템을 완성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무력화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깔린 도발이다. 그런 만큼 북의 미사일 도발은 진행형이다. 그러나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인 동시에 문재인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대화 테이블을 걷어차는 철없는 망동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통해 새 정부의 인내심을 확인하려 했다면 오판이다. 북한의 유일한 선택은 달리 없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걸어나오는 것뿐이다. 새 정부도 북의 도발에 좀더 단호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만으로는 북한의 망동을 제어할 수 없는 것이다.
  • [런웨이 조선] 女는 둥근 두루주머니 男은 각이 진 귀주머니…한복 맵시의 화룡점정

    [런웨이 조선] 女는 둥근 두루주머니 男은 각이 진 귀주머니…한복 맵시의 화룡점정

    남성 정장에 달려 있는 주머니는 상하의를 합해 12~15개나 된다. 그러다 보니 용도도 모른 채 그저 손을 찔러 넣거나 물건을 넣을 때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이 많은 주머니는 각각 실용적인 목적과 장식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양복 재킷의 왼쪽 주머니는 1920년대 초에 만들어졌다.포켓치프(pocketchief)를 꽂아 개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주머니마다 목적이 있는데 주머니가 있다고 그곳마다 물건을 넣으면 옷이 처지거나 전체적인 맵시가 흐트러져 보기 흉해진다.그렇다면 한복은 어떨까? 한복에는 옷 자체에 달려 있는 주머니가 없다. 그러니 주머니로 인해 옷이 늘어날 것도 없다. 한복은 크고 헐렁한 것이 특징인지라 주머니를 만든다 해도 맵시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에 달려 있는 주머니를 만들지 않고 대신 별도의 주머니를 만들어 허리춤이나 배자 위에 매달았다. 우리나라 주머니의 형태는 둥근 모양의 두루주머니(염낭, 협낭(夾囊))와 각이 진 귀주머니(줌치, 각낭(角囊))가 대표적이다. 두루주머니는 둥글게 만들어 주머니 입에 주름을 잡는다.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9개까지 주름을 잡은 후, 입 양쪽으로 끈을 꿰어 잡아당긴다. 귀주머니는 네모지게 만들어 아래 양쪽으로 귀가 나오도록 한 후, 주머니의 중간쯤에 끈을 꿰어 잡아당긴다.주로 두루주머니는 여성이, 귀주머니는 남성이 애용했다. 여기에 도장주머니, 향주머니, 붓주머니, 수저주머니, 부채주머니, 버선주머니 등 내용물에 따라 주머니의 모양을 다르게 한다. 주머니는 별도의 천을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옷을 짓고 남은 조각 천을 이용했다. ‘규합총서’를 쓴 빙허각 이씨는 귀주머니는 나비 5치 5푼, 길이 7치 5푼이면 귀까지 만든다고 하였으며, 두루주머니는 나비 5치, 길이 2치 5푼으로 만들어야 손실이 적다고 했다. ●볶은 콩·목화 송이 등 넣어 선물 이들 주머니에 넣는 물건 중 흥미로운 것은 곡식이다. 왕실에서는 한 해 동안 액을 면하고 복을 기원하는 뜻으로 볶은 콩을 붉은 종이에 싸서 오방낭에 넣어 종친들에게 보냈다. 민간에서도 새해 첫 번째 돼지날이나 쥐날에 볶은 콩이나 곡식을 주머니에 넣어 선물했다. 이렇게 하면 들쥐나 멧돼지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속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돌을 맞이한 어린아이에게도 돌띠에 쌀, 깨, 조, 팥 등의 곡식을 담은 주머니를 달아주었다. 풍성한 먹거리가 평생 이어지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이었다. 또 혼인 때에는 신랑의 노란 주머니에 씨 박힌 목화 한 송이와 팥 아홉 알을 넣은 주머니를 달아주었다. 아홉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을 두라는 뜻으로 자손이 번창하길 바라는 의미였다. 주머니에 어떤 것을 담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각자의 염원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도 중요했다. 금박을 찍을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 것은 수를 놓는 방법이었다. 여러 가지 색실을 이용하여 경사스러운 의미를 담고 있는 수(壽), 복(福), 오복(五福), 다남(多男), 부귀(富貴) 등의 문자를 수놓는 것이다. 글자로 자신의 염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가 하면 은유적인 표현도 함께 썼다.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 장수를 상징하는 복숭아, 십장생뿐 아니라 국화, 매화, 석류, 연꽃, 박쥐 등의 상징적 의미로 표현하고자 했다. 어떤 방법이 됐든 염원하는 바는 수복강녕(壽福康寧), 부귀영화(富貴榮華)였다. ●수복강녕·부귀 염원하는 뜻 담아 주머니의 꾸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머니를 마무리하기 위한 매듭이나 끈에도 의미를 담았다. 이때 사용하는 매듭은 다른 가닥의 매듭이 풀어지지 않도록 고정시키거나 끝마무리를 할 때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래매듭, 생쪽매듭을 시작으로 병아리매듭, 국화매듭, 딸기매듭, 장구매듭을 맺는다. 매듭은 다시 봉술, 낙지발술, 딸기술, 잔술 등과 연결한다. 그중에서도 귀주머니에는 봉술보다 길이가 짧은 잔술을 달고 은파란으로 만든 표주박이나 괴불을 단다. 또 삼각형의 작은 천 조각을 앞뒤로 붙이고 그 안에 솜을 둔 다음 양귀에 실 장식을 한 괴불을 만들어 단다. 염원에 장식을 추가한 모습이다.이제 이 멋진 주머니를 어디에 찰 것인가. 아기의 돌띠 주머니는 허리띠에 매달아 주머니가 등 뒤로 가도록 달아준다. 어린이들의 복주머니는 보기 좋게 허리춤에 달아준다. 저고리 아래 주머니와 매듭 끈이 같이 흔들려 생동감을 준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조금 다른 멋을 부리고 싶은 사람은 주머니를 두 개 달아 개성을 더한다. 또 주머니를 허리춤이 아닌 배자 위에 달기도 한다. 이는 도포 자락이 휘날릴 때 그 사이로 주머니가 살짝 보이게 하여 포인트를 준다. 정성을 다해 염원을 담아 만든 주머니가 패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순간이다.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 마이웨이 김정은… 한·미 첫 정상회담 겨냥해 더 세게 나오나

    마이웨이 김정은… 한·미 첫 정상회담 겨냥해 더 세게 나오나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위한 대북 접촉을 승인하는 등 남북 교류를 재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9일 또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은 남한의 대북 정책과 무관하게 핵·미사일 개발은 계획대로 해 나간다는 뜻을 대내외에 명백히 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정부는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지만 북한이 뜻을 꺾지 않으면서 결국은 북핵을 상수로 두고 남북 관계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지난 2월 중거리미사일 ‘북극성2형’ 발사로 올해 전략적 도발을 시작한 북한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난사’ 수준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다. 이날 도발은 올해 들어 아홉 번째이며 새 정부 출범 이후에만 세 번째다. 남북 교류·협력 재개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 북한이 제재 국면의 전환을 염두에 두고 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관측은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특히 이날 도발은 지난 26일 정부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 접촉을 승인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일어났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접촉 재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계획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번 도발에는 또 미국을 겨냥해 ‘강대강 구도’를 이어 간다는 전략적 의미 역시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다음달 초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해역에서 핵추진항공모함 2대를 동원한 연합훈련을 벌일 것으로 알려지자 북한은 ‘군사적 망동’이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명국 외무성 부상은 지난 26일 담화에서 “방대한 전략자산들과 침략무력을 끌어들여 우리에 대한 기습선제공격을 노린 합동군사연습들을 끊임없이 벌여 놓고 있는 것으로 조선반도 핵전쟁의 위험은 실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위협했다. 이날 도발은 더불어 대북 규탄 메시지를 담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대한 불만도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잇단 도발로 미뤄 볼 때 북한의 향후 행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의 고강도 경고에 대해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BBC 인터뷰에서 “매주, 매월, 매년마다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 부상이 공언한 대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핵·미사일 고도화 작업을 이어 가며 ‘몸값’을 최대한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적절한 시점에 북·미 대화 테이블에 앉겠다는 북한의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당장 북한은 다음달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겨냥해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나 주요국 특사단 활동을 알리고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경과를 보고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방한 중인 맥 손베리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 등과 면담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미 상·하원 대표단을 만났다. 아울러 한·미, 한·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도 통화로 북핵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8일 만에 또… 北 미사일 도발

    북한이 29일 새벽 스커드C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아홉 번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벌써 세 번째이다. 북한이 지난 21일 북극성 2형 발사와 실전 배치 결정 8일 만에 또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은 대화 국면에서도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39분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쪽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발사된 미사일을 최소 1발 이상으로 판단하고 북한이 한 곳을 탄착점으로 삼아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최고고도는 120여㎞, 비행거리는 450여㎞로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미사일이 6분 동안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며 단거리미사일로 추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소집된 NSC 상임위는 정 안보실장 외에 임종석 비서실장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이상철·김기정 안보실 1·2차장, 박수현 대변인 등 청와대 측 인사들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윤병세 외교·홍용표 통일·한민구 국방 장관,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14분까지 44분간 진행됐다. 이번에도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동거 양상을 벗지 못했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앞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7분 만인 오전 5시 46분 정 실장에게 보고했으며 정 실장은 5시 56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6시 NSC 상임위 소집을 지시했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9-4 승강장, 안전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9-4 승강장, 안전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아직도 스크린도어 오작동 빈번…머리카락·가방 끼는 경우 다반사 센서·CCTV만으로 확인은 한계…정비사 여전히 끼니 거르고 근무“지난해 이맘때 구의역에서 하청업체 청년이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간 변화도 있었지만 스크린도어 문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안전을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지난 27일 만난 서울메트로 기관사 양해근(59)씨는 10회 운행에 스크린도어 문제가 없는 경우는 한두 번뿐이라고 했다. 꼭 1년 전 서울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열아홉 살 김모군의 사고 이후 적잖은 변화가 있었지만 기관사 혼자 지하철을 운행하는 경우도 많은 데다 정비인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김군 사고 당시 지하철을 운행한 기관사는 사고 3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출퇴근 시간에 무리하게 탑승하려는 승객들의 머리카락이나 우산, 가방 등이 스크린도어에 끼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런 다양한 상황을 스크린도어 센서나 폐쇄회로(CC)TV만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메트로(1~4호선)는 기관사와 차장이 함께 전동차를 운행하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차장도 없이 기관사 혼자여서 더 열악합니다.”특히 스크린도어의 오작동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전동차를 열 번 운행 할 때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없는 경우는 한 두 번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정비공 인력은 부족해요. 1년 전 사고도 고장에 비해 정비공이 부족한 구조적 문제가 근본 원인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는 대부분의 기관사들이 인명 사고 경험을 갖고 있는데 평생 트라우마와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저도 1970년대 후반 철도청에서 근무할 때 강원도 삼척에서 인명사고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40년이 지났지만 그때 일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기관사들이 잘 말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수없이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 열차를 세우려는 상상을 하면서 고통스러워합니다.” 서울메트로는 그간 자회사였던 스크린도어 관리업체 은성PSD를 직영화하고 정비업무 담당자를 150명에서 206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역사가 121곳인 점을 감안하면 정비인력을 상주시켜도 30여곳은 1명밖에 두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 스크린도어 오작동이 매일 100여건씩 발생하고 있어 여전히 점심을 제때 먹지 못하고 다음 역사로 이동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승객 추락이나 자살을 막기 위해 만든 스크린도어가 정비사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장치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양씨는 “스크린도어 오작동은 인명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라 신고 즉시 수리가 필요하다”며 “각 역사에 스크린도어 정비공이 상주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증원을 포함해 상황에 맞는 대책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1주기를 하루 앞두고 국공공운수노동조합과 지하철비정규노동자사망사고시민대책위원회 등은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추모제 ‘너를 기억해’를 열었다. “거기선 위험에 내몰리지 말고, 배 굶지 말고, 부당한 대우 받지 않는 영원한 행복을 누리길 간절히 기원하고 기도할게. 206명의 PSD 노동자들은 너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고 너의 못다 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게.” 김군의 동료였던 박창수(29)씨가 낭독한 추모편지에 시민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노조, 시민 등 500여명이 모여 1년 전처럼 스크린도어 앞에 헌화했고,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부탁했다. 또 서울메트로 안전업무직을 정규직으로 완전히 전환해 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지난 26일 김군이 목숨을 잃었던 구의역 잠실방면 9-4 승강장 앞에서 첫차(오전 5시 45분)를 기다리던 승객들은 참사가 다시는 없길 기도했다. 매일 구의역에서 첫차를 타고 건물 청소를 하러 간다는 주모(80)씨는 “내 아들 같고 내 손자 같은 청년이 컵라면도 먹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깝고 눈물이 난다”며 “열심히 사는 사람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황당한 영상] 고속도로 역주행하는 말무리 포착

    [황당한 영상] 고속도로 역주행하는 말무리 포착

    ‘역주행은 동물들도 위험해요’ 최근 소셜미디어 매체 스토리풀(Storyful)이 소개한 영상에는 고속도로 교통체증을 유발한 황당한 동물의 모습이 담겨 있네요. 그것은 다름 아닌 목장을 도망쳐 나온 말 떼. 헝가리 팍스의 M6 고속도로에서 포착된 영상에는 차량들이 갓길에 정차해 있는 모습이 포착돼 있습니다. 멀리서 달려오는 물체는 황당하게도 말 무리들. 아홉 마리의 말이 앞서 달리고 그 뒤를 뒤쳐진 말 한 마리가 뒤쫓습니다. 목장을 탈출한 10마리 말의 고속도로 역주행이 신기한 듯 한 운전자는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말 전용 고속도로네요”, “차량이나 말이나 역주행은 큰 일 납니다”, “과연 말들은 목장으로 잘 되돌아 갔을까요?” 등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사진·영상= Balazs Berkecz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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