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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神氣의 연극배우 박정자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神氣의 연극배우 박정자

    정열의 여인이다. 스스로 ‘대한민국 최고’라고 소개하는 당당함이 있다. 아주 특별한 신기(神氣)로 가득찼다. 무대인생 40년, 연극배우를 넘어선 연극운동가다. 성우, 배우, 가수, 모델…. 지난 세월, 카리스마 넘치는 특유의 목소리와 천의 얼굴로 장르의 접시를 수없이 깨뜨려왔다.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렸다. 추종하는 팬들도 연극계는 물론 정·재계 등 각계각층을 가리지 않는다. 박정자(64)씨. 평론가들은 한국 연극계에 우뚝 선 여배우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풍진 세상의 그 어떤비바람에도흔들림없이올곧게 살아왔기에 그렇다는 평가다. 나이들어 정열이 식어질 법도 한데 요즘들어 더욱 완숙의 감동을 선사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소극장 1층 카페에서 박씨를 만났다. 지난 2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공연될‘엄마는50에바다를발견했다’의 주연을 맡아 또 한번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엄마는∼’은 박씨가 50세 되던 1991년 처음주인공을맡은이후이번이 네번째. 먼저 무더위에 연습은 잘 진행됐는지 물었다.“연습에 몰입할 때에는 더운 줄 몰랐다.이번공연으로딸하나를 더 얻어 딸부자가 됐다.”며 웃었다. 초연 때의 오지혜씨를 비롯, 이번 정세라씨까지 모두 5명. 이번공연동안집합시켜의미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눈길이다. # 네번째 공연 그러나 늘 첫번째처럼 여러차례 공연을 해온 까닭에 평소에도 대사를 줄줄 외우지 않았느냐고 하자 “아니다. 망각이 어느정도필요하다.”고전제한뒤,“네번째라고 하지만 공연 때마다 늘 처음처럼 자세를 가다듬는다.”고 했다. 또한 배우 스스가자신한테‘정말멋있다.’고반할 만큼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올려야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평소의 지론을 폈다. 그럴 때배우의적당한교만이생겨나며 그건 하느님도 용서할 것이라며 미소짓는다. 아울러 “배우는 관객을 만났을 때 진정한 힘을 얻는다.”면서 “공연을 앞두고 (관객을)기다리는 것은 남편보다, 자식보다 더한 짝사랑”이라고 했다. 배우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것은 결국 관객이기 때문이란다. 연극배우라고 하면 대개 춥고 배고픈 직업으로 인식돼 있는데 박씨에겐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연극은직업이아니다.아마 직업이었으면 이 나이만큼 직급도 올라갔을 터이고 또 보너스와 퇴직금을 많이 받지 않았겠느냐.”고반문했다. #연습공연 두달… 개런티 350만원 굳이 직장생활로 친다면 지난66년 ‘극단 자유’의 창단멤버(김혜자 최불암 김무생 윤소정 등)로 참여해 지금까지 쭉몸담아왔으니40년을 근무한 셈이라고 했다.하지만 연극을 직업이라고 생각했으면 결코 40년 동안 그렇게 못했을 것이라고역설했다.예를들어 지난해 12월 동숭아트센터에서‘피의 결혼’을 한달간 공연했을 때 연습을 포함, 모두 두달 동안 일을 했다.이때받은개런티는 350만원. 신인배우도 아닌중견배우의 월급이라고 생각하면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 화제를돌렸다.박씨는지난 6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패션쇼에탤런트 고두심·강부자·사미자씨 등과 함께 모델로 등장, 중후한 워킹솜씨를선보여눈길을 끌었다. 앞서 지난해 7월 강원도 평창허브나라농원 야외무대에서는 가수로 공연을 했다. 박씨에게이력서에모델활동이 하나 더 추가됐다고 하자 “지난번 패션쇼는‘아나기’(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의 주최로 열린자선활동이었다.”면서그런취지라면 못 나갈 이유도 없지 않으냐고 했다. 아울러‘아나기’의 패션쇼는 ‘꽃봉지회’의 활동처럼연극운동의 일환이라고설명했다. ‘꽃봉지회’(회장 김석균 예치과원장)는 지난91년 결성된 ‘박정자 후원회’로한인옥·박철언·윤석화씨,신현웅 전 문화관광부차관 등각계 3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은박씨가 연극출연할 때마다자발적으로 티켓 2∼4장씩을 사주는역할을 하고 뒤풀이 때에만난다. 박씨는 이들이 있기에 항상 위로가 되고용기를 갖는다며 무척고마워한다. 이어‘연극인복지재단’ 얘기가나왔다. 재단은 지난 5월20일 창립됐으며, 박씨가 초대이사장을 맡았다.스스로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그였기에 폼잡는 자리가아닌, 기업의 ‘CEO’나 마찬가지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이역력했다. 재단창립은‘영화인 복지재단’처럼연극인의 노후생활 안정과자녀의 장학사업을 지원하는 것. #연극인 생활안정 ‘이사장’ 됐다 창립식 때원로 연극인 김동원씨가 아들을 대신 보내 1000만원을 선뜻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어 ‘꽃봉지회’와극단자유의이병복대표, 윤석화씨 등도 1000만원을 기탁했다.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달 봉급을 털었고차범석·김명곤씨,연극을가르치는교수 130명 등 여러 연극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돕고 있다. 박씨는 연극인 1% 참여하기 운동에도앞장설테니언론도잘홍보해달라고 웃는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패티김 특별공연과 꽃봉지회 회원이 직접 참여하는 뮤지컬 공연을준비하고있다고귀띔했다. “제가 출연했던 연극 중에 ‘19 그리고 80’이 있습니다. 열아홉 총각과 생의 마감을 앞둔 여든살 할머니의 사랑을 그린 것이지요. 나이 여든에도 이 연극을 꼭 할 겁니다.” 문득 짓궂은 질문.‘엄마는 50에 바다를 발견했다’는 연극 제목이 시사하듯 인간 박정자한테 ‘엄마와 바다’는어떤의미로연결되느냐고했다. 그러자 지체없이 “바다는 여성이다. 늘 마르지 않고 넘치며 깊지 않으냐.”는 대답이 돌아왔다.이어지난94년 여든넷에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잠시 회상한다. #”무대의 나는 나의 어머니 모습” 박씨는 인천시 소래포구에서 태어났다. 양조장을 경영하던 아버지는 광복 직후 열병에 걸려 일찍 세상을 떴다.이때부터어머니는서울용산으로 이사와 직물공장을 운영하면서 자식 다섯을 키웠다. 그러나 6·25가 발발하자 오빠(현영화감독)는군에입대했고,어머니는 강화도를 거쳐 제주까지 어린 딸 넷을 끌고 피란을 갔다. 어린 박정자에게는 소풍온느낌이었지만피란지의어머니는 제주에서 목포를 오가며 옷감이며 식료, 잡화를 사다가 머리에 이고 파는 행상을 했다. 박씨는“이같은추억때문에피란지인 제주 구좌읍 종달리를 고향으로 여긴다.”면서 “가끔 어머니가 생각날 때면 그곳으로 찾아가당시를떠올리곤한다.”고했다. “시집가던 해에 어머니는 쪽진 머리를 자르시더군요. 나중에야 어머니의 마음을 알았지요.그건막내딸을시집보내는 것으로 지어미로서의 부채와 한을 마무리하는 일종의 제의였어요. 저는 무대 위에서 어머니의 흉내를많이내려고해요.어머니의 감수성과 서정, 그리고 집요함의 분량을 알거든요.” 박씨는 지난 72년 위문공연 때 만난네살연하의초급장교와 결혼, 아들과 딸을 두었다. 둘 다 아직 미혼. 아들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블로그팀에 근무하며,딸은일러스트프리랜서로일한다. 남편은 CF감독. 박씨는 “연극은 영원한 아날로그”라면서 나이 여든에 열아홉살 총각과 무대에서는모습을기대해달라며활짝 웃는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2년 인천 출생. ▲61년 진명여고 졸업. ▲63년 이화여대 신문학 3년 중퇴,2004년 명예 졸업. ▲63년 동아방송 성우1기. ▲64년 동안극장에서 ‘악령’으로 연극데뷔. ▲66년 극단 자유 창립단원. ▲91년 개인 후원회 ‘꽃봉지회’ 결성. ▲96년 한국연극배우협회 부회장. ▲97년 문화비전2000위원회 위원. ▲2002년 한국영상자료원 이사 ▲04년 중앙박물관 문화재단이사. ■ 주요 작품활동따라지의 향연(66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70년), 위기의 여자(86년),굿나잇마더(90년),대머리여가수(90년),신의 아그네스(92년), 내사랑 히로시마(93년), 피의결혼(95년),뮤지컬넌센스(98년),19그리고80(2003년) 등140여편. 이밖에 음반 ‘아직은 마흔 네살’과 ‘사람아 그건운명이야’ 등저서3권을 냈다. ■ 상훈 백상예술대상(70·72·86··90년), 서울문화대상(71), 동아연극상(71·75·86년), 한국연극예술상(88년), 이해랑 연극상(96년), 서울시문화상 공연부문(98년) 등.
  • 드라마 ‘자매바다’ 아역투톱 이세영·김소은

    드라마 ‘자매바다’ 아역투톱 이세영·김소은

    아역 배우들의 연기에 혀를 내두르는 일이 잦아졌다. “저는 제 입에서…, 고기를 씹을 때 홍시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2003년 가을 ‘대장금’에서 장금이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조정은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자지러졌다. 이러한 느낌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창 방영되고 있는 SBS ‘패션 70s’에서도 아역들이 나왔던 부분이 더 재미있었다는 평도 있다. 영화 ‘안녕, 형아’의 박지빈, 드라마 ‘불량주부’의 이영유, 영화 ‘집으로’와 드라마 ‘부모님전상서’의 유승호 등등….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어린 연기자들을 일일이 꼽아보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이번 여름에도 아침부터 시청자의 눈길을 ‘확’ 잡아끌 두 아역 연기자가 있다. 이미 스타 반열에 올라선 이세영(사진 왼쪽·13)과 신예 김소은(오른쪽·16)이 그 주인공이다. ‘김약국의 딸들’ 후속으로 새달 1일부터 월∼토요일 아침 9시 안방을 찾아가는 MBC 아침드라마 ‘자매바다’(연출 임화민·김근홍, 극본 이희우)에서 주인공 송정희·춘희 자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잠깐 나왔다가 성인 배우들에게 바통을 넘기는 게 아니다. 모두 150부로 예정된 드라마에서 50부 가량 출연하며 극 초반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가 맡겨졌다. “불륜을 소재로 한 아침 드라마가 많았는데, 사람 냄새 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임화민 PD가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야심차게 선택한 첨병인 셈이다. 1950년대 어려웠던 시절부터 출발해 60년대 중반까지 한없이 맑고 따뜻한 심성으로 동생을 배려하는 언니와, 성공에 대한 욕심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당돌한 동생의 삶과 사랑을 담아낼 ‘자매바다’. 초반 포인트는 두 가지다.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역경을 헤쳐가며 아침 드라마 주시청층인 주부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아역들의 연기다. 동생 춘희를 맡은 이세영은 ‘대장금’에서 장금이의 라이벌인 금영이를 연기하며 떴다. 이후 ‘아홉살 인생’과 ‘여선생 vs 여제자’ 등 영화도 섭렵했고, 최근 KBS HDTV문학관 ‘소나기’와 SBS ‘돌아온 싱글’ 등 드라마도 벌써 여러 편을 소화한 어엿한 베테랑이다. 시대 환경에 맞는 감정 연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가끔 받는다는 이세영은 연기력을 더 키워서 ‘왕꽃선녀님’의 이다혜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한다. 중국어 통역사가 되고픈 마음도 있다. 중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쪽의 독특한 문화가 마음에 들어서란다. 중학생이 된 뒤 첫 주연을 맡았다며 기대를 부풀리고 있는 이세영은 “, 학교 공부를 게을리하게 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면서 “하지만 역할이 너무 좋고, 연기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힘든 점은 없다.”고 전했다. 또 “방학이라 학교 친구들도 많이 볼 것이라 생각하니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디자이너가 꿈이었다는 언니 정희역의 김소은은 지인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김소은이 누구지?”라는 생각이 든다면,KTF 버스정류장 광고편을 떠올리는 것이 좋을 듯. 관심이 있는 남학생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려고 친구와 통화하는 척하다가,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 쑥쓰러워하던 여학생이 그다. 드라마 ‘슬픈연가’의 뮤직 비디오에서 김희선 아역으로 등장한 경험도 있다. 드라마는 처음이다.“방학이라 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지금 하나하나 배워나가며 연기하는 것이 마냥 즐겁다.”며 풋풋함을 전달했다. 벌써 친자매처럼 친해졌다는 이세영과 김소은. 이들 두 아역의 연기가, 식상한 불륜 소재에서 조금씩 탈피하고 있는 아침 안방극장 무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지 기대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컬러링 인기순위] 김종국 ‘제자리 걸음’ 2주째 1위

    김종국의 3집 타이틀 곡 ‘제자리 걸음’이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국내 정상급의 음악가들이 참여한 이번 앨범은 발매 한달만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김종국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애절하게 느껴지는 ‘제자리 걸음´은 올 여름 최고의 기대곡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KCM의 ‘너에게 전하는 아홉가지 바램´과 ‘Smile Again´이 각각 8위와 9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빅마마의 ‘여자´가 14위, 보아의 새앨범 중 ‘Girls On Top´도 20위에 랭크되었다. 김종국의 ‘제자리 걸음’을 컬러링으로 다운받으려면 휴대전화로 ‘##90’과 코드번호 5자리 ‘00434’와 통화버튼을 누르면 된다.
  • [어떻게 지내세요] 소리인생 73년 ‘배뱅잇굿’ 달인 이은관씨

    [어떻게 지내세요] 소리인생 73년 ‘배뱅잇굿’ 달인 이은관씨

    “요즘들어 새삼 작사·작곡하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살아 있는 동안 목소리를 많이 남겨야 하거든요.” 이은관(89)씨.‘배뱅잇굿’의 달인이다.1984년 중요무형문화재 29호(서도소리)로 지정됐다. 소리인생이 올해로 73년째. 나이 90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젊은이 못지 않은 왕성한 창작열을 과시한다. 서울 중구 황학동에 위치한 ‘배뱅잇굿 보존회’에서 이씨를 만났다. 나이가 60대로 보인다고 하자 “다들 그렇게 말해요. 하지만 우리 나이로 여든아홉인 것을요. 보청기도 아직 안 꼈지.”라며 크게 웃는다. 이어 “예술가들이 나이를 제대로 얘기 안 한다.”면서 “(나이를)줄인다고 해서 연예생명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속일 필요도 없지 않으냐.”고 했다. ●“가요·민요풍 합쳐진 국악가요 창작” 근황을 묻자 “일주일에 두번씩 학원(보존회)에 나와 제자들을 가르친다.”고 대답했다. 집에 있을 땐 주로 창작을 한다고 덧붙였다. 가요와 민요풍이 합쳐진 ‘국악가요’ ‘민속가요’라고 설명했다. 곡을 써보기도 하고 혼자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른다.“(나이 더 들기 전에)열심히 목소리를 남겨야 하지 않느냐.”며 거듭 웃는다. 그 모습이 마음씨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느껴진다. 건강비결에 대해 “남들과 달리 식사를 하루 네번 해요.”라고 말했다. 새벽 5시 전후 일어나 혼자 죽을 끓여 먹는 게 첫 식사. 새벽이기 때문에 같이 사는 아들 내외를 깨우지 않는다. 이어 오전 11시쯤 아침식사(밥)를 하고 오후 2시에는 면종류의 점심식사. 과일과 빵이 추가될 때도 있다. 네번째 식사는 저녁 6∼7시 사이. 메뉴는 면종류나 밥이다. 특히 사과를 워낙 좋아해 40여년 동안 끼니 때마다 사과를 즐겨 먹었다고 귀띔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죽종류며 컵라면 등을 미리 사다놓고 냉장고에 넣어두지요. 요즘에는 저녁 8시30분쯤에 잠을 잡니다. 이때마다 시간을 적어놓는 버릇이 생겼지요. 새벽 1시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어 몇 시간을 잤는지 알아야 하거든요.” ●“건강 비결은 하루 네끼식사와 사과” 아울러 이씨는 식사 후 7보를 걸으라는 옛말도 있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면 저절로 5분 동안 스르르 잠이 들어버린다고 했다. 가족들이 다 장수했느냐고 하자 “삼형제 중 여섯살 아래 동생이 현재 서울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학원과 지근거리의 자택에는 아들·며느리, 손자·손녀 등 모두 5명이 함께 기거한다. 이들은 소리와는 관계없는 평범한 길을 걷고 있단다. 제자 얘기가 나오자 “2명의 전수자와 이수자 여럿, 그리고 30년 학원을 했으니 수백명의 제자가 있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스승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든 창작은 100년을 내다봐야 합니다. 전통의 소리를 계승·발전시키고 제자들의 재능을 키워내는 일에 여생을 바칠 것입니다.” 최근의 창작노트를 잠시 보여준다.‘고향산천/아 변치 않았느냐/가고 싶구나/그리운 고향산천∼’ 그의 고향은 휴전선 이북의 강원도 이천. 노년에 고향을 더욱 그리워하는 절절한 마음이 물씬 풍긴다. 다시 태어나도 소리인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가 (2)-농심 등 형제기업들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가 (2)-농심 등 형제기업들

    “형님, 새로운 사업으로 라면을 해볼라카는데 형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1960년대 초 젊은 춘호씨는 조심스럽게 큰형(신격호)의 기색을 살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라면이라 캤나. 그거 누가 사서 묵을 끼라고 만들라카는데. 치아라마.” 형의 조언을 잔뜩 기대하고 일본땅을 찾았던 춘호씨는 머쓱해져 돌아나와야 했다. “그래. 형이 안된다고 하는 사업을 내가 반드시 성공시켜 보이겠다.” 라면으로 2조원대의 중견그룹을 일군 농심 신춘호(75) 회장은 ‘철학을 가진 장이는 행복하다.’라는 제목의 자서전(비매품)에서 라면사업의 시작을 이렇듯 생생하게 되짚었다.“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였던 큰형이 반대하자 일종의 오기가 생겼다.”는 회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신 회장은 당초 시계공장을 차리려고 마련해 두었던 서울 영등포구 신대방동 370번지 지금의 농심사옥 부지에 라면 뽑는 기계를 들여놓았다. 롯데공업사라는 간판도 내걸었다. 자본금은 단돈 500만원이었다. 그가 큰형과 둘째형(신철호)의 그늘을 벗어나 창업가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1965년 9월18일의 일이다. 그의 나이 서른다섯. “누가 밥 놔두고 사먹겠느냐.”고 했던 라면은 소고기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신라면 등 숱한 히트상품을 탄생시키며 그룹 매출액을 지난해 2조 862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물론 새우깡 등 스낵시장 매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달에는 미국에 라면공장을 세우기까지 했다. 올해로 창립 40년을 맞는 농심-78년 사명 변경-은 이제 롯데가(家)에서 맏형 사업체 다음으로 튼실한 기업군을 이루고 있다. 혼맥은 10형제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신 회장,“장이가 돼라” 신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장이’를 강조한다. 스스로도 자신을 “라면장이” “스낵장이”라고 부른다. 실속없는 겉치레를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언뜻 봐서는 대기업 총수라기 보다는 영낙없는 촌로(村老)다. 지방공장을 둘러볼 때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방해된다.”며 웬만해서는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한번은 새벽녘에 경기도 안양공장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길래 살짝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느새 직원이 뛰쳐나와 “아저씨,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돼요.”하며 제지했다. 신 회장은 할 수 없이 “내가 회장입니다.”하고 신분을 밝혀야 했다. 임직원들 사이에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그를 오랫동안 보좌한 한 임원은 “역발상의 대가”라고 말한다.“남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도 반드시 한번씩 뒤틀어 보신다. 젊은 사람들도 그분의 창의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대표적인 예가 ‘새우깡’이다.1971년 당시 세 살짜리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으로 잘못 발음하는 것을 듣고 신 회장은 “이거다.”며 무릎을 쳤다. 말문이 갓 트인 어린아이들조차 쉽게 발음하는 ‘깡’을 과자 이름으로 착안한 것. 새우깡, 고구마깡, 감자깡, 이른바 깡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회의 도중에 갑자기 “교남동 도가니탕 맛이 좋으니 그런 맛이 나는 라면을 개발해 보라.”고 지시해 소고기라면을 탄생시킨 것이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롯데쥬스가 키스보다 좋아’라는 ‘야한’ 광고 문구를 선보인 것도 그의 기발함을 보여주는 예다. 언론에 나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은 큰형과 매우 닮은 점이다. ●실질적 가장 역할-“신라면 개발때는 성씨 팔아먹는다.” 힐난도 10남매의 다섯째인 그는 일찍이 일본으로 건너간 큰형과 몸이 약한 둘째형을 대신해 집안의 실질적 가장 역할을 했다고 훗날 자서전에서 털어놓았다. 몇년전 아버지(신진수)의 유해가 증발했을 때, 도굴범에게서 되찾아온 유해를 모셔간 사람도 신 회장이었다. 그는 자서전에 이렇게 적고 있다. “어릴 때부터 무슨 벼슬같은 것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못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상머리에 앉아서 머리 싸매고 하는 일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것이 있으면 손으로 만져보고 입으로 맛을 봐서 좋으면 직접 한번 만들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였다.” 신라면을 처음 개발했을 때의 일이다. 실무자들은 ‘매울 辛’을 라면 이름으로 염두에 두고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오너의 성씨를 함부로 상품화했다가 ‘불경죄’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아주 좋다.”며 흔쾌히 수용했다. 막상 제품이 나오자 이번엔 문중에서 난리가 났다.“라면장사 하려고 성까지 팔아먹는다.”는 힐난이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꿈쩍조차 하지 않았다. 한번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가 그였다. 당시 식품위생법상 라면봉지에 한글(신)보다 한자(辛)를 더 크게 쓸 수 없게 되자 부당한 규제라며 끝까지 싸워 법개정(88년)을 끌어냈을 정도다. ●경영에 참여하는 2세들 신 회장은 두 살 아래의-원래 신 회장은 1930년생이지만 호적에는 1932년생으로 2년 늦게 올라갔다-고향처녀(김낙양)와 결혼했다. 같은 경남 울주군 출신이지만 면(面)이 달라 서로 일면식은 없었다고 한다. 김 여사는 다소 깐깐하다는 평이다. 사이에 3남 2녀를 두었다. 막내딸을 제외하고는 4남매가 모두 그룹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딸 현주(50)씨는 광고회사인 농심기획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전업주부에서 10년전쯤 출근을 시작했다. 큰아들 동원(47)씨는 그룹의 중추인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쌍둥이 둘째아들 동윤(47)씨는 포장재를 납품하는 율촌화학의 사장이다. 율촌은 신 회장의 호다. 셋째아들 동익(45)씨는 할인점 메가마트(옛 농심가)와 골프장 일동레이크를 운영하는 농심개발의 부회장이다. 신 회장은 그룹의 큰 방향이나 핵심전략만 직접 챙긴다. 나머지는 자식들에게 맡기고, 사냥이나 골프 등 여가를 즐긴다. 골프는 핸디 7의 싱글 실력이다. 일주일에 네번 라운딩을 나가는 주사파(週四派)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밑바닥에서 기업을 일군 창업총수들이 으레 그렇듯 실질적으로는 일을 놓지 못한다. 한 아들이 웃으면서 전하는 얘기다.“말씀으로는 너네가 다 알아서 하라고 하시면서도 소소한 것까지 꼼꼼히 챙기신다. 골프를 치시다가도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곤 하신다.” ●1·2세 매주 월요 점심회동 신 회장은 매주 월요일마다 그룹 구내식당에서 2세들과 점심을 함께 한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4남매가 정규 멤버다. 밥값은 물론 아버지가 낸다. 그룹 전략회의겸 가족 친목모임인 셈이다. 이화여대 서양미술학과를 나온 큰딸만 빼고는 4남매가 모두 고려대 동문이다. 동원씨는 화학공학과, 동윤씨는 산업공학과, 동익씨는 경영학과, 윤경씨는 심리학과다. 신 회장은 동아대 법학과를 나왔다. 아버지를 닮아 세 아들 모두 운동을 잘한다. 큰아들 동원씨는 어렸을 때 축구선수로도 활약했다. 5남매가 모두 서울 한남동의 신 회장 자택 주위에 모여 살아 ‘농심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바로 옆은 잘 알려진 대로 ‘삼성 타운’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녀가 새로 이사를 오면서 이웃사촌이 됐다. 한때 공사 소음 등을 둘러싸고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은 깨끗이 화해했다. ●쌍둥이 형제에 얽힌 일화 동원씨와 동윤씨는 일란성 쌍둥이다.10분 차이로 태어났다. 대학 1학년때, 동윤씨가 태권도 승단 시험을 봐야하는데 마침 대학시험과 날짜가 겹쳤다. 형인 동원씨가 대신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동원씨의 학과 조교가 시험감독으로 들어왔다. 시험지의 이름이 틀린 것을 보고 조교는 “너, 화공과 신동원 아니야?” 하고 의심했다. 동원씨는 내심 당황했지만 “신동원은 내 쌍둥이 형이다. 나는 동생 동윤이다.”라고 뚝 잡아뗐다. 쌍둥이라는데 어쩔 것인가. 조교의 의심은 더이상 뻗어가지 못했다. 임원들은 쌍둥이 형제의 느낌이 달라 알아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성격도 다소 다르다. 한 임원은 “동원 부회장은 큰 방향만 맞으면 아랫사람들에게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다. 반면 동윤 사장은 매우 꼼꼼하고 세심하다.”고 전했다. ●조양상선·동부·태평양…화려한 혼맥 신 회장의 5남매는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집안에, 모두 중매로 결혼했다. 큰딸 현주씨는 79년 박남규(작고) 조양상선 회장의 넷째아들 재준(53)씨와 결혼했다. 재준씨는 한때 조양상선그룹 부회장을 지냈으나 그룹 부도 이후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조양상선은 김치열 전 내무·법무장관과도 사돈사이다. 김 전 장관은 다시 효성·동방유량 등과 사돈을 맺고 있어 혼맥 고리가 끝이 없다. 낯가림이 심한 현주씨와 달리 박 부회장은 “술 좋아하고 풍채 좋고 성격도 좋다.”는 게 공통된 평이다. 딸만 둘을 두었다. 큰딸 혜성(24)씨는 일본 성심여대를 나와 와세다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어머니가 설립한 그룹 계열사 ‘쓰리에스포유’(시설관리전문)의 등기이사이기도 하다. 역시 쓰리에스포유의 주주인 둘째딸 혜정(20)씨는 가을학기부터 미국 대학에 입학한다. ●송복 교수가 맏며느리 중매 큰아들 동원씨는 연세대 영어영문과를 나온 민선영(43)씨와 결혼했다. 선영씨는 민철호 전 동양창업투자 사장의 큰딸이다. 친구 사이인 율촌화학 한규상 부회장과 연세대 송복 교수가 각자 아끼는 총각처녀를 소개시킨 것이 인연이 됐다. 맞선은 86년 5월초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이뤄졌다. 동원씨가 훗날 사석에서 털어놓은 얘기다.“커피를 시켰는데 그 사람 앞쪽에 있던 설탕과 크림통을 내쪽으로 먼저 밀어주는 것을 보고 이정도면 됐다 싶었다.” 그주 주말 볼링장으로 맞선본 아가씨를 불러낸 그는 혜화동 집앞까지 바래다준다는 핑계 아래 붙잡고 있다가 새벽 3∼4시쯤에야 집으로 들여보냈다. 은근히 걱정이 돼 전화를 걸었다가 예비 장인어른에게 엄청나게 혼났다고 한다. 이때부터 당사자들보다 집안에서 더 서둘러 선본 지 3주만에 약혼하고 두달반만에 결혼(86년 5월26일)했다. 중·고등학생인 두 딸(수정·수현)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초등학생인 외아들(상열)은 올 가을에 미국으로 유학간다. ●사돈통해 정계·언론계와도 연결 둘째아들 동윤씨는 국회 부의장을 지낸 김진만 민족중흥회장의 딸 희선(44)씨와 결혼했다. 희선씨의 큰오빠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둘째오빠는 김택기 전 국회의원이다. 김 회장은 삼양사의, 김 의원은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사위이기도 하다. 농심은 동부를 통해 삼양사는 물론 정계 인맥과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사조산업과도 다리 건너 사돈 사이다. 희선씨는 이화여대 음대를 나왔다. 성격이 매우 적극적이다. 셋째아들 동익씨는 노창희 전 영국 대사의 조카인 재경(41)씨와 결혼했다. 노홍희 전 신명전기 사장의 큰딸이다. 큰동서(민선영)의 연대 영문학과 후배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편이다. ‘아리깡’ 일화의 주인공인 막내딸 윤경(37)씨는 서성환 태평양그룹 회장의 둘째아들 경배(42)씨와 결혼했다. 경배씨는 ㈜태평양 사장이다. 성격이 수더분해 처남들이 좋아한다. 경배씨의 형인 영배(태평양그룹 회장)씨는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의 사위여서 농심은 또다시 언론계와도 연결된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보란듯이 세도가를 골라 사돈을 맺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을 펄쩍 뛴다.“혼사가 화려하다보니 남들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집안을 따져 결혼한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부모님이 옛날분들이다보니 연애결혼을 싫어하셔서 평범하게 선을 봤을 뿐이다. 정략적으로 집안을 따져 결혼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진·KCC…형제들의 혼맥도 화려 신 회장의 둘째형인 철호(작고)씨는 유난히 법조인과 사돈을 많이 맺었다.8명의 사위 며느리 가운데 법조인이 4명이나 된다. 큰딸 혜경(58)씨는 서울고등법원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을 지낸 조용완(60) 변호사와 결혼했다. 법무법인 송백 소속이다. 셋째딸 미진(47)씨와 넷째딸 혜승(41)씨의 남편도 장대규(48)·정경언 변호사다. 정 변호사는 터키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아들 동림(43)씨의 부인은 정승원(41) 서울가정법원 판사이다. 철호씨는 1960년대초 동생인 춘호씨와 함께 서울 갈월동에서 껌 공장을 함께 운영하기도 했으나 경영방식에서 이견을 보여 각자 사업체를 차렸다. 10남매의 일곱째인 신선호(72) 일본 산사스㈜ 사장은 큰형을 도와 롯데에 몸담던 시절, 롯데리아를 일군 주역이다. 지금은 일본에서 면발 제조업체인 산사스를 독자 경영하고 있다. 심정섭 전 민국일보 편집국장의 큰딸 정자씨와 결혼해 2남2녀를 두었다. 큰아들 동우(40)씨가 산사스 전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딸 유나(41)씨는 이호진(43) 태광산업 회장과 결혼했다. 10남매의 아홉째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은 한순용 전 한대산업 회장의 딸 일랑(58)씨와 결혼했다.‘프라이드 사건’ 등으로 적잖이 속을 끓였던 큰아들 동학씨가 얼마전 서른여섯의 젊은 나이에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하는 바람에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둘째아들 동환씨는 대선주조 집안의 딸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여동생 동화면세점 경영 여자형제들 가운데는 경숙(72)·정숙(68)·정희(59)씨의 혼사가 눈에 띈다. 경숙씨는 박성황(작고) 한일향료 사장과 결혼해 1남1녀를 두었다. 다산(多産)인 롯데가에서는 단촐한 자식 농사다. 딸 기(51)씨는 개인사업을 하는 김영대(59)씨와, 국민대 교수인 아들 기택(47)씨는 정일영 전 국민대 총장의 딸 형은(45)씨와 결혼했다. 정숙씨는 NK(남경)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최두열 전 치안국장의 동생인 최현열 전 남경그룹 회장이 남편이다. 사이에 1남 3녀를 두었는데 사위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큰딸 은영(43)씨는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3남 수호(51·한진해운 부회장)씨와, 둘째딸 은정(42)씨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의 둘째아들 몽익(43·KCC 부사장)씨와, 셋째딸 은진(37)씨는 동갑내기인 김유진 재원테크 사장과 각각 결혼했다. 맏이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스물네살이나 차이나는 막내 정희씨는 여자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동화면세점 사장이다. 남편은 경제관료 출신의 김기병(57) 롯데관광그룹 회장이다. 김 회장의 형은 김기형 전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정통 관료 집안이다. 롯데관광은 이름만 같을 뿐, 롯데그룹과는 무관하다. 동화면세점도 이곳 계열사다. 큰아들 한성(35)씨가 동화면세점 상무이다. 둘째아들 한준(33)씨는 롯데관광 이사로, 미혼이다. hyun@seoul.co.kr ■ ‘농심 맏형’ 신동원 부회장 롯데가는 형제간에 크고 작은 송사를 치렀다. 물론 지금이야 모두 ‘옛날 얘기’가 됐지만 생채기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의식, 젊은 2세들이 주축이 돼 모임을 만들었다. 집안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영산 신씨 초당공파 28대손 모임’이다. 몇년전 이 모임을 앞장서 만든 이가 신동원 농심 부회장이다.‘동(東)’자 돌림들이 주된 멤버다.27대손인 ‘호(浩)’자 돌림들이 아직 거리가 있는 것과 달리,28대손들은 수시로 뭉치며 허물없이 지낸다. 이들은 “영산 신씨는 경상도에서 남신북권(南辛北權)이라 불릴 만큼 명문가였다.”며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신 부회장은 모임을 결성하면서 초대 총무를 쌍둥이 동생(신동윤)에게 맡겼다. 그만큼 집안일에 적극적이다. 지금은 사촌동생인 우탁(신격호 회장의 셋째동생인 신경애 여사의 외아들) 휴네시스 사장이 총무를 맡고 있다. 얼마전 사촌형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신격호 회장의 아들)도 모임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한다. 신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도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때인 77년,“놀면 뭐하느냐.”는 아버지(신춘호)의 한마디에 대신공장(대방동 옛 자동차학원 자리)에서 호되게 신입사원 교육을 미리 받았다.79년 12월에 농심 평사원으로 입사, 이듬해 3월부터 정식 출근을 시작했다. 경영을 맡고부터는 매년 봄 전국 5개 생산공장을 돌아본다.10년 가까이 계속해온 연례행사다. 순례가 끝나면 ‘올해의 공장’을 뽑아 상을 준다. 그러다보니 서로 경쟁이 붙어 자체 혁신 활동이 치열하다. 일본 도요타의 가이젠(개선)을 능가한다는 게 자체 평가다. 이어 가을에는 전국 영업지점을 돈다. 직원들과 폭탄주도 곧잘 한다. 그가 즐겨 제조하는 방식은 ‘회오리주’. 짧은 시간에 분위기를 빨리 띄울 수 있어서다.90년대 중반, 그룹내의 생산·영업·관리 등 전산정보 시스템을 한꺼번에 뜯어고쳐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에게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끌어내기도 했다.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추진력이 강하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짜릿찌릿 7일간의 DVD여행

    본격적인 한여름 무더위와 함께 기다리던 휴가철이 시작되었다.‘인도차이나’의 하룽 베이나 ‘리플리’의 배경이 되었던 나폴리 같은 곳으로 휴가를 떠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게 문제다. 그렇다고 가까운 해수욕장에 가려니 수많은 인파와 바가지요금과 씨름하기란 또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자칫 피서가 아니라 ‘피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7일간의 휴가 중 하루이틀쯤은 집에서 얼음물에 발 담그고 보고 싶었던 DVD를 실컷 보는 게 어떨까. 가벼운 발마사지와 더불어 적당한 수면을 취하고 여유롭게 DVD를 감상한다면 바캉스 이상의 충전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살얼음이 살짝 도는 시원한 오미자 화채 한 그릇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속을 파낸 통 수박에 꿀을 넣은 오미자 냉차와 배, 수박 속을 섞으면 여름철 더위는 물론 피로회복에도 그만이다.7일간의 휴가 동안 하루하루 꺼내 볼 수 있는 DVD 다이제스트를 소개한다. 오미자 화채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내는 영화들을 만나다 보면 한여름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박은영 DVD칼럼니스트·mlue@naver.com ■ MON-주먹이 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칠선의 도움으로 도시의 무협 초인이 되었던 교통경찰 상환이 이번엔 열아홉 살의 소년원 복서 상환으로 돌아왔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형제인 류승완 감독과 배우 류승범은 벌써 4편의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다. 전작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코믹한 도시 무협극이었다면 ‘주먹이 운다’는 류승완 감독의 농익은 연출과 성숙한 류승범 연기가 어우러진 비장미 넘치는 복싱 드라마다. 류승완 감독은 DVD 마니아로 유명하다. 수집에도 남다른 열의가 있지만 자신의 영화를 DVD로 제작하는데 있어 국내 어떤 감독보다도 적극적이다.‘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지난해 우수 DVD로 선정될 만큼 깨끗한 화질과 사운드로 주목받았는데,‘주먹이 운다’ 역시 극적인 영화의 구성과 인물들의 우여곡절 많은 인생을 표현한 시각적인 효과와 섬세하고 예민한 사운드가 빼어나다.6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신인왕전 장면의 메이킹 필름과 감독의 열정적인 코멘터리도 부가영상에 수록되었다. ■ TUE-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하나와 앨리스 최근 일본 멜로영화들이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일본 열도를 열광시킨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결혼을 앞둔 한 남자가 백혈병 소녀와의 첫사랑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다소 신파조의 이야기임에도 첫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기억을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풀어내 국내 극장가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첫사랑 영화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이와이 지의 ‘러브레터’가 아닐까. 이와이 감독은 꾸준히 비슷한 심상을 지닌 영화들을 만들어왔는데 특히 최근작인 ‘하나와 앨리스’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귀여운 이야기다. 한 소년을 사이에 두고 예기치 않은 삼각관계에 빠진 두 소녀의 귀여운 거짓말과 성장과정이 동화처럼 전개된다. 순수한 사랑의 느낌을 살린 색감과 배우들과 감독의 교감을 확인할 수 있는 메이킹 필름이 인상적이다. 특히 5분간의 발레 장면은 다시 보고 다시 봐도 예쁘다. ■ WED-프렌즈, 24 만약 이 시리즈들을 보기 시작한다면 앞으로의 DVD 감상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른다. 시리즈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일단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즌 9까지 출시된 ‘프렌즈’가 바로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남자 셋, 여자 셋으로 구성된 여섯 명의 친구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생활 속에 배어나는 감칠맛이 있다. 뚜렷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과 가족 이상으로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안는 우정, 오늘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즐거운 기대감이 있다. 잭 바우어의 테러 진압기 ‘24’를 보려면 한층 더 강한 결심을 해야 한다. 제목 그대로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므로 중독성이 한층 더 강하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단의 활약과 대통령을 둘러싼 음모가 유기적으로 전개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된다. 웬만한 액션 스릴러보다 긴장감이 넘치며, 키퍼 서덜랜드의 안정감 있는 연기는 발군이다. ■ THU-나비효과, 리컨스트럭션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태풍을 만든다는 ‘나비효과’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거의 작은 변화는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현재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 DVD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감독판과 극장판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는 것인데 삭제된 7분과 더불어 극장판과 다른 결말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로 이동할 때의 프레임을 뒤흔드는 시각효과와 날카로운 굉음은 DTS 사운드를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며 색보정을 거친 영상에선 개성이 넘친다. ‘나비효과’가 자신의 의지대로 과거를 수정했다면,‘리컨스트럭션’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상황이 재구성되는 경우다. 애인을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판 순간 애인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자신을 잊어버린다.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감각적인 카메라는 다양한 질감의 화질을 보여 준다. 독특한 이야기와 연출이 어우러진 지적이며 아름다운 영화다. ■ FRI-맨추리안 캔디데이트, 쏘우 ‘맨추리안 캔디데이트’의 원작인 1962년 버전은 한국전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조나단 드미 감독은 9·11 테러를 겪고 우경화된 미국에서 걸프전에서 대량 기억 조작이 있었다는 가설을 내세운다. 고도의 정치적 함수관계와 심리전이 얽히고 신화적인 상상력까지 더해져 보는 이들에 따라 영화의 해석의 폭도 달라진다. 섬뜩할 정도의 차가운 인물로 분한 메릴 스트립과 덴젤 워싱턴, 리브 슈라이버 등의 연기도 뛰어나다. 영화촬영 전 6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미국의 현실에 대해 토론하는 영상 등 부가영상에도 무게가 실렸다. ‘쏘우’는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영문도 모르는 채 끌려와 살인마의 지령을 따라야 하는 두 남자의 8시간을 긴박하게 쫓는다. 밀폐된 공간 안의 현재와 죄의 원류를 쫓는 과거가 교차되면서 고도의 심리전이 전개된다. 한순간도 예측하기 어려운 긴장감과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 공포가 입체적인 DVD 사운드로 한층 더 섬뜩하게 표현되었다. ■ SAT-에비에이터, 콘스탄틴 마틴 스코시즈의 역작 ‘에비에이터’는 미국 영화와 항공업계의 신화인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쫓는다. 미국 항공전문가들이 조언을 구했을 정도로 그는 비행기와 영화에 미쳐 있는 인물이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신경증과 결벽증을 두루 갖춘 인물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해냈다. 비행기를 좋아하던 그는 추락하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철저한 자기 소외를 경험하면서 쓸쓸히 죽었다. 부가영상을 통해 실제 하워드 휴즈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이 방대한 영화의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시온을 구하려 했던 레오가 ‘콘스탄틴’에서는 악마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려는 엑소시스트가 되었다. 절묘하게도 레오와 콘스탄틴은 닮은꼴이다. 어찌 보면 ‘매트릭스’의 외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적들의 세력은 강하고 고군분투하는 폐병쟁이 영매의 싸움은 눈물겹다. 화려한 영상은 영웅의 활극만큼이나 파워가 넘치고 부가영상 패키지도 묵직하다. ■ SUN-그루지, 링 슬프고 무서운 살인의 기억이 원혼으로 남아 집에 들어온 사람들을 죽인다. 덮고 있는 이불 안에서 푸르고 창백한 얼굴의 소년이 기어 나오는 장면만 떠올려도 ‘주온’은 충분히 공포스럽다. 일본 TV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가 영화로 제작되었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일본 대표 호러다.“끼익”대는 기분 나쁜 소리와 음침한 집의 구조는 공포를 배가시키며 DTS로 예리하게 날을 세운 사운드는 순간순간 소스라치게 만든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TV판 1,2편과 일본 극장판 1,2편 그리고 이례적으로 할리우드판의 연출까지 맡았다. 그러나 일본 공포영화의 최고봉은 여전히 ‘링’이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소설을 원작으로 사다코라는 여인의 원한과 복수, 죽음 바이러스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공포 코드를 만들었다. 개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이상의 공포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고어 버번스키 감독의 할리우드 버전과 비교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컬러링 인기순위] 1위서 ‘제자리 걸음’?

    [컬러링 인기순위] 1위서 ‘제자리 걸음’?

    김종국의 3집 타이틀곡 ‘제자리 걸음’이 1위로 오르면서 후반기 가요계 핵폭풍으로 떠올랐다. 김종국의 3집 수록곡들이 그냥 흘려버릴 수 없이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고, 들을수록 마음을 사로잡는 중독성, 여기에 몇 번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는 대중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그밖에 윤도현의 ‘사랑했나봐’가 2위,KCM의 ‘너에게 전하는 아홉가지 바램’이 3위,‘Smile Again’이 4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정의 ‘한숨만’이 6위, 온리유 OST(feat. 한채영)의 ‘사랑할게’가 15위 신규진입. 김종국의 ‘제자리 걸음’을 컬러링으로 다운받으려면 휴대전화로 ‘##90’과 코드번호 다섯자리 ‘00434’와 통화버튼을 누르면 된다.
  • [19일 TV 하이라이트]

    ●똘레랑스-차이 혹은 다름(EBS 오후 11시40분) 2004년 말 현재 아홉쌍 중 한쌍이 국제결혼을 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 한국의 국제결혼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려움에 빠진 국제결혼 가정의 사례를 통해 왜 우리 사회에서 국제결혼이 더 이상 결혼상품에 머물러 있게 해서는 안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대부분 동물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끼리 다툼을 벌인다. 하지만 일본의 짧은 꼬리 원숭이는 짝짓기 때면 암컷이 우위에 선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수컷들을 한 떼의 암컷들이 쫓아내고 조종한다. 보통 최고의 수컷과 짝짓기를 하는데, 이 암컷 원숭이는 여러 마리의 수컷과 짝짓기를 시도한다.   ●굳세어라 금순아(MBC 오후 8시20분) 많은 고민 끝에 할머니는 영옥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한다. 마음을 다지고 또 다지며 영옥에게 간 할머니는 차분하게 얘기를 시작한다. 금순이가 기어이 생모를 살리겠다고 고집한다며 순순히 수술을 받으라고 말한다. 영옥은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오열을 터뜨린다.   ●진실게임(SBS 오후 8시55분) 진짜 스타의 가족을 찾아라! 스타 가족들이 공개하는 스타의 숨겨진 비밀을 공개하고, 강혜정 동생이 밝히는 강혜정과 조승우 커플의 연애담, 스튜디오를 사로잡은 하춘화 동생과 개그맨 김영철의 환생 무대를 엿본다. 스타와 똑같이 닮은 스타 가족 중에서 단 한명의 진짜 스타 가족을 찾는다.   ●생로병사의 비밀-채식, 활성산소를 없애야 오래 산다(KBS1 오후 10시) 산소 공급이 5분만 중단되어도 우리 생명은 위기에 빠진다. 호흡으로 들어온 산소 중 2∼3%는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에 남아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것이 바로 활성산소다. 몸에 남은 활성산소(유해산소)는 각종 성인병과 노화를 촉진시킨다는데, 그 허와 실을 알아본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암흑전사들의 텔레파시로 가득찬 방에 납치되어 미르와 가온에게 텔레파시를 보낼 수 없는 아라는 ‘피터팬’ 동화책의 웬디 대신 뱃머리에 묶이게 된다. 아라를 찾아 나선 미르네 가족은 채석장에서 암흑전사들을 만나지만, 해가 저물며 암흑세계로 가는 블랙홀이 열리는데….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신격호 롯데 회장은 빚을 몸속의 열에 비유하곤 한다. “몸에 열이 오르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 특히 잘하지도 못하는 업종에 빚을 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과다한 차입경영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신 회장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일각에서는 “껌 팔아 부자됐다.”며 롯데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얕잡아 보기도 하지만, 기여도가 높다는 삼성·현대·LG 등이 저마다 골칫덩이 자식 한두 개 때문에 국가경제에 고통을 줄 때도 롯데는 어느 계열사 하나 그런 곳이 없었다.“실패하더라도 빚을 돌려줄 수 있는 범위에서만 투자한다.”는 신 회장의 무차입 경영 덕분이다. 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70.3%. 삼성(50.0%) 다음으로 재무구조가 튼실하다.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땅에 건너가 ‘조센징 장사꾼’이라는 멸시를 받아가며 부(富)를 일군 신 회장. 그렇게해서 번 돈으로 고국에서 다시 기업을 일으킨 그는 한·일 양국에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지금껏 과실송금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 번 돈은 고스란히 한국에 재투자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중후장대 기간산업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경박단소 첨단산업을 일으켰다면, 신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산업을 개척한 선구자다. 몇 안되는 생존 창업주인 그는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여전히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 ●또다른 이름 시게미쓰상 그는 홀수달에는 신격호, 짝수달에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가 된다.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짝수달에는 일본에서 일한다. 그의 셔틀경영이 언제쯤 시작됐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서는 모국 투자가 시작된 1960년대 말부터라고 짐작한다. 벌써 30년째다. 월말이 되면 수행원도 없이 혼자 공항에 나가 훌쩍 비행기를 탄다. 생활철학인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한국에 머무를 때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쓴다. 집무실 겸 숙소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바로 옆의 롯데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다. 올빼미족에게 반가운 얘기 한가지. 신 회장은 창업주 총수로는 드물게 ‘새벽형 인간’이 아니다. 오전 8시쯤 일어나 9시에 호텔방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임원들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말수가 적다. 칭찬에도 인색하다.“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완벽주의자다. 타고난 내성적 성격에 오랜 일본생활까지 겹쳐 웬만해서는 ‘혼네’(속내)를 내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때로 냉정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둘째아들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결단코 자상한 분은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언론에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단돈 83엔 들고 일본으로 신 회장은 1922년-원래는 1921년생이지만 호적에 1년 늦게 올랐다-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농업보습학교를 나와 경남도립 종축장에 기수보로 취직했지만 “박봉의 삶이 싫어” 1941년 일본행 관부연락선을 탔다. 이 때가 열아홉살. 고향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며 신문·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했다. 돈이 모이면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작가 지망생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문학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워야 했다.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일본 패전의 기색이 짙어가던 1944년 어느날, 조선인 청년의 성실성을 평소 눈여겨보던 한 일본인 노인이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 사업을 해보라.”며 선뜻 6만엔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 사업체는 공습을 맞아 완전히 불타버렸다.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친구들은 “귀국선을 타자.”고 종용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는 살 수 없는 게 그였다. 빚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1946년 5월 도쿄 스기나미구(區)의 낡은 창고에 가마솥을 내걸었다. 그럴 듯한 간판(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도 달았다. 커팅오일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1년반만에 노인에게 진 빚을 모두 갚았다. 내친 김에 비누를 만들던 가마솥과 국수를 뽑아내던 기계로 껌을 만들었다. 또다시 대박. 신주쿠 허허벌판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껌회사에 소설 여주인공(‘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샬로테) 이름을 붙인 발상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못다한 문학청년의 꿈은 그렇게 해서 다소 풀렸다.1948년 6월28일의 일이다. 신 회장은 훗날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흡족해했다. 그가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을 때, 일각에서는 “고국에 대한 첫 투자가 겨우 소비재 사업이냐.”며 비판했다. 신 회장은 이렇게 항변한다.“한·일 수교로 모국 투자길이 열리자 당시 정부는 내게 종합제철소를 지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후지제철소(현 신일본제철)의 도움을 받아 설계도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직접 제철소(포항제철)를 짓겠다고 했다.” 어찌됐든 그렇게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고국에 진출한 그는 한국롯데를 국내 재계서열 5위의 ‘유통 명가’로 키워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 29조 7000억원, 계열사수 41개, 종업원수 3만 5000명이다. 일본롯데에 비교도 안됐던 매출액(26조원)은 7대3 규모로 역전됐다. ●일본인 아내와 재혼 신 회장은 조혼 풍습에 따라 1940년 둔기리의 고향처녀(노순화)와 결혼했다. 신혼생활은 신 회장의 일본행 가출로 1년여만에 끝났다. 노 여사는 남편의 금의환향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51년 29살에 요절했다. 신주쿠 허허벌판에서 일본 1위의 껌업체 하리스와 10년 상전(商戰)을 벌이는 동안, 신 회장에게 큰 힘이 돼준 이는 1952년 재혼한 일본인 아내 다케모리 하쓰코(竹森初子·78)씨였다. 결혼후 남편성을 따 시게미쓰로 바꿨다.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이었다.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시게미쓰 여사는 성품이 온화하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우리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알아듣기는 한다. 신 회장은 노 여사와의 사이에 맏딸 영자씨를, 시게미쓰 여사와의 사이에 동주·동빈 두 아들을 두었다. 롯데가의 한 인사는 “동주와 동빈이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집안에서는 히로유키, 아키오라는 일본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렸다.”고 전했다. ●백화점 주역 신영자 부사장 모녀 신 회장의 맏딸 영자(63)씨는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 겸 호텔롯데 면세점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왔다. 유통업계의 라이벌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는 대학 동창이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모델인 ‘욘사마’ 배용준씨의 사진전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회사일에 적극적이다. 유통 사업가답게 의상과 화장이 화려하다. 다소 깐깐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어머니인 시게미쓰 여사와는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다.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자녀 혼사는 막내딸 정안(31)씨. 지난해 5월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37)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케이블TV 대구방송 회장과 영남일보 주필을 지낸 이종명씨의 아들.‘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잡화 바이어(차장)로 일하던 정안씨는 결혼후 휴직, 남편과 함께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친구 소개로 이 변호사를 만나 2년간 연애했다. 주례는 시아버지의 절친한 ‘지기’ 한완상 한성대 총장이 맡았다. 한 총장과 이 전 회장은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이 사업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이는 둘째딸 선윤(34)씨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나와 97년 롯데쇼핑에 입사, 올해 초 이사로 승진했다. 명품관 ‘에비뉴엘’ 개관의 일등공신이다. 외할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다. 성격도 소탈해 직원들 사이에 평이 좋다. 인테리어 회사 사장과 결혼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외아들 재영(38)씨는 롯데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인쇄업체 ‘재영상공’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맏딸 혜선(36)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선윤씨처럼 독신이다. ●일본롯데 이끄는 큰아들 동주 동주(51)씨는 일본롯데 부사장이다. 결혼이 다소 늦었다. 서른여덟살이던 92년 3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둘째딸 은주(41)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동주씨가 일본롯데의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발령나면서. 아버지를 닮아 내성적인 그는 의외로 열살 연하의 거래처 여직원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주례를 본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아들(정훈·12)만 하나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동주씨는 아오야마(靑山)학원과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다. 롯데와 무관한 미쓰비시 상사에서 10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87년 한국롯데에 입사했다.“순수하고 학자 같다.”는 게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롯데 이끄는 둘째아들 동빈 동빈(50)씨는 형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역시 형이 다닌 아오야마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88년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로 롯데에 합류하기까지,8년을 다른 회사(노무라증권)에서 일한 것도 형과 같다. 한국무대에 데뷔한 것은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증권사에 오래 있어서인지 수치에 매우 밝다.97년 2월 한국롯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중국적자이던 그는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적을 정리했다. 처음엔 우리말이 서툴렀으나 지금은 발음이 조금 어색할 뿐, 대화를 주고받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와인을 즐기지만 폭탄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문학 기질을 이어받아 사석에서 가끔 괴테의 시를 영어로 읊기도 한다. 이승엽 프로야구 선수가 뛰고 있는 일본 롯데 지바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도 맡고 있다. 세간에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나 집안 인사의 얘기는 다소 다르다.“형인 동주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다. 원래 신씨 집안 남자들이 활달한 편은 못된다.” ●한·일 넘나든 현해탄 혼맥 롯데가는 물론 재벌가를 통틀어 화려한 혼맥의 정수로 꼽히는 게 동빈씨의 결혼이다.85년 형보다 먼저 일본에서 다섯시간에 걸친 일본전통 혼례식을 치렀다. 신부는 일본의 대형 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둘째딸 마나미(眞奈美·46)씨. 일본 귀족학교인 가쿠슈잉(학습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일본황실의 며느리감 후보로도 거론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다. 결혼식에 나카소네 당시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일본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한·일 양국에서 떠들썩한 화제가 됐다. 마나미씨를 만나본 한 인사는 “평범하고 참한 인상”이라고 전했다. 아들 유열(19)군과 규미(17)·승은(13) 두 딸을 두고 있다. 부인과 자녀들은 일본에 살고 있다. 한달에 두세번 신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신 회장이 ‘셔틀 기업경영’을 하고 있다면, 신 부회장은 ‘셔틀 가족경영’인 셈. 수행원 없이 다니는 것은 부자(父子)가 똑같다. ●남다른 고향사랑과 초고층 건물에의 꿈 해마다 5월이면 신 회장은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호숫가의 너른 잔디밭에서 사재를 들여 잔치를 벌인다.69년 대암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물에 잠기자 전국에 흩어진 고향사람들을 수소문,1971년 5월 돼지머리에 막걸리를 기울인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모임 이름도 고향에서 따 ‘둔기회’라고 지었다. 처음엔 수십명이던 회원수가 아들·며느리·손자의 가세로 지금은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고향 못지 않게 신 회장에게는 애틋한 대상이 있다.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여든살이 되던 해인 2002년,112층 건물 청사진을 내보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교통영향 평가 등에 걸려 지금껏 삽도 떠보지 못했다. 신 회장은 ‘건설통’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며 초고층 건물을 재추진하고 있다. ●유통명가 떠받치는 롯데맨들 롯데에는 사장단 회의가 따로 없다. 지난해 신설된 정책본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계열사간 조정자 역할을 한다. 호텔롯데 소속의 김병일(62) 사장이 신동빈 부회장(본부장)을 도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73년 호텔롯데 경리부장으로 입사해 81년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신 회장 부자의 심중을 가장 정확히 읽어낸다는 핵심참모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전무가로 말수가 적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는 경리분야에서 20년 잔뼈가 굵은 한수길(64) 사장이 맡고 있다. 자일리톨껌 등 ‘연타석 홈런’으로 경영성과를 끌어올렸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삼성 출신의 장경작(62) 사장과 ‘젊은’ 이인원(58)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사장을 지낸 장 사장은 올 2월 롯데맨으로 변신했다. 수익사업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달고다닌다. 평균 연령이 60대인 롯데 경영진 사이에 드물게 50대인 이 사장은 97년 CEO(최고경영자)로 파격 발탁돼 8년간 장수하고 있다. 관리·영업·매입 등 백화점 3대 요직을 모두 거쳤다.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친다. 할인점 업계 최초로 중소기업 박람회를 연 롯데마트 이철우(62) 사장과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대석유화학 인수 주역인 호남석유화학 이영일(64) 사장도 눈에 띈다. 신 회장의 가족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친동생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과 5촌조카 신동인(5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의 롯데를 일구는데 일조했으나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있다. 음료업계 최초로 순 매출액 1조원 돌파의 대기록을 세운 롯데칠성음료 이종원(61) 대표이사 부사장,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건설 이창배(58) 대표이사 부사장, 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불리는 롯데삼강 이광훈(57) 대표이사 전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롯데맨이다. 황각규(51) 롯데쇼핑 상무와 강현구(45) 롯데닷컴 상무 등은 신 부회장의 관심사업을 보좌하고 있다. ●“평창면옥에 해답이 있다” 이철우 사장의 회고다. “잠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백화점을 짓기는 했는데 신세계의 세 배인 드넓은 매장을 채울 일이 걱정이었다. 회장님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타박하시더니 평창면옥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했다.” 당시 서울 평창동에 있던 평창면옥은 5000원짜리 밥맛이 워낙 좋아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사람들이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곳까지 가겠는가.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상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면 문제는 절로 해결되기 마련이다.” 신 회장의 이 얘기는 지금도 롯데 임직원들 사이에 자주 회자된다. hyun@seoul.co.kr ■ 절친했던 신격호·정주영 회장 신격호 회장은 생전의 정주영(왕회장) 현대 창업주와 절친했다. 왕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직접 추도사를 쓰기도 했다. 신 회장이 일곱살 아래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매우 닮았다. 우선 대가족의 장남이다. 신 회장은 동생이 9명, 왕회장은 7명이다. 중농·빈농의 아들로 농사규모는 달랐지만 식솔이 워낙 많아 삶이 퍽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공 신화의 시작이 가출이라는 것도 같다. 두 사람 모두 열아홉살 때 “앞이 안보인다.”며 집을 뛰쳐나왔다. 사업 시작후 최대의 시련도 ‘불’이었다. 신 회장은 처음 차린 커팅오일 공장이 불에 몽땅 타버려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왕회장도 첫 사업인 자동차수리공장이 불에 타는 바람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신 회장은 이 때문에 지금도 임직원들에게 자나깨나 불조심을 외친다. 롯데호텔 준공 때 멀쩡한 새 건물의 복도 천장을 뜯게 한 뒤 손전등으로 직접 방화 장치를 확인한 일화는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죽을 고비도 한차례씩 넘겼다. 여든이 다 될 때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녔던 신 회장은 언젠가 밤길에 귀가하다가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왕회장도 새벽에 울산공장을 시찰하러 직접 운전하고 가다가 차가 바닷물에 빠져 죽을뻔 했다. 발상도 기발하다. 신 회장은 풍선껌에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해 장난감처럼 불 수 있게 했다. 왕회장은 겨울 골프에 빨간 골프공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 유명한 빨간공 일화를 남긴 1970년 초봄 라운딩의 동반자가 바로 신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훗날 “폭설이 내려 (하얀 골프공을 찾을 수 없는 만큼)의당 약속이 취소된 것으로 여겨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M&A(인수합병)보다는 직접 공장말뚝 박기를 즐겼던 것이나 귀향잔치(둔기회·소떼방북)를 벌인 점도 똑같다. 다만, 신 회장은 언제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왕회장은 늘 요란했다. 대선 출마 등 말년에 한눈을 판 왕회장과 달리 신 회장이 사업에만 전념하는 것도 결정적 차이다. hyun@seoul.co.kr ■ 신동빈 부회장 ‘큰어머니’ 제사 해마다 직접 지내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 성북동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자택. 검정 옷차림의 신씨가문 후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날은 종손인 신격호 회장의 첫 부인 노순화 여사의 기일이었다. 신동빈 부회장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어머니’의 제사를 주관했다. 누나인 신 부사장은 말없이 ‘생모’의 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느 재벌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신 회장이 재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동빈씨는 한국에 정착한 이후 노 여사의 제사를 꼬박꼬박 지내고 있다. 집안에서나, 그룹에서나,‘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후계구도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던 그룹측은 이제 공공연하게 “후계구도 작업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신 부회장이 일본인 아내를 맞은 점 등을 들어 일본롯데를,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장남인 점 등을 들어 한국롯데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한때 유력했지만 현재로서는 뒤집힌 셈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정책본부의 장(長)을 맡으면서 후계자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웠다. 재계는 “그룹 대권을 둘째아들에게 넘기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해석했다. 신 부회장은 온라인쇼핑몰·편의점 사업 등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KP케피칼·현대석유화학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아버지의 신임을 굳혔다.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롯데마트 금천점에 불쑥 나타나 한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현장에서 지시한 내용은 나중에 꼭 확인한다. 상장(6개사)에 인색한 기업 문화와 보수적인 토양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열린세상] 여성의 원형이 사라진다/이경자 소설가

    얼마 전 밤 아홉시 뉴스에서 이런 것을 봤다. 아주 날씬해 보이는 젊은 여성이 다이어트 전문업소에서 나오는 모습이었다. 날씬한데 왜 살을 빼려느냐고 물으니까 아직 자신의 목표치가 안 됐다고 말했다. 자신은 배우 누구와 같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말라 보이는 또 다른 여성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 여성은 거의 광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날씬하다고 생각될 때까지 살을 빼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날씬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날씬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 여성의 확신에 찬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공포감 비슷한 것을 느꼈다. 왜 여성은 날씬해지려고 할까. 지금 이십대로서 살을 빼려고 하는 여성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의 몸은 ‘바비인형’의 몸이다. 바비인형은 이십대 여성들이 어린 시절 즐겨 데리고 놀아주던 인형이다. 노랗거나 검붉은 색깔의 머리털에 살집이 없다. 작은 얼굴에 눈은 크고 코는 높다. 다리는 가늘고 길며 가슴은 다른 데 비해 큰 편이다. 어린 소녀는 그 인형에게 헝겊 옷을 입히고 머리핀을 꽂아주고 작은 이불 속에 눕혀서 의사놀이도 하고 엄마놀이도 하였을 것이다. 소녀는 우유로 길러지고 거버 이유식으로 젖을 떼고 서양 만화영화를 보며 상상력과 꿈을 키웠으며 바비인형을 사랑했을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소녀는 외제 화장품 광고의 늘씬한 서양 모델이 익숙할 것이고 명품 옷을 선전하는 배우나 전문 모델의 체형을 선망하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화장품이나 명품 옷을 선전하는 모델은 사람으로서의 그가 아니라 옷과 구두와 화장품을 돋보이게 하는 판촉 역할에 초점이 맞춰진 사람들이다. 그 사람의 몸매나 표정이나 얼굴은 구매력을 불러일으키기 가장 좋은 모습으로 연출된다. 조명이 사람을 어떻게 달리 보이도록 하는지, 사진을 찍어보면 안다. 아무리 화장을 잘해도 조명이 받쳐주지 않으면 돋보일 수가 없다. 영상과 사진은 거의 조명의 마술이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바비인형 세대는 그렇게 연출된 상업주의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기도 전에 상업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광고’에 마취된다. 광고의 누구처럼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장사꾼들은 마약판매상들처럼 광고를 바꿔가며 구매력을 확대 재생산시킨다. 그래서 광고주들은 그 시대 가장 잘 나가는 배우를 즉각적으로 광고모델에 쓴다. 상품판매와 흥행의 공생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여성이란 무엇인가,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여성이 여성인 것은 아이를 낳는 몸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해 골반과 젖가슴이 풍성하게 발육한다. 아이집인 자궁을 받쳐주는 골반과 갓 태어난 생명에게 평생 살아가는 동안 질병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할 내성(耐性)을 길러주는 신비한 초유(初乳)를 흘려보내는 젖가슴은 그 가치가 우주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성이 여성인 것은 바로 이 기능 때문이다. 사람을 낳을 수 있는 힘. 여성의 가치와 아름다움은 바로 출산의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아름답고 보기 좋은 여성의 몸은 여성의 본질적인 가치와 생물로서의 기능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몸, 질이 좋은 젖을 많이 낼 수 있는 몸이다. 아이를 잘 낳으려면 자궁이 튼튼해야 하고 자궁이 성장하는 시기에 여성은 건강해야 한다. 자궁이 성장하는 시기에 건강한 여성의 몸.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젊은 여성의 몸일 것이다. 천하의 미인이라고 하는 양귀비는 오동통한 외모를 가졌다. 얼굴도 ‘복스러운’ 모양으로 살이 붙었다. 요즘 태어나는 유아에게 유난히 잘 나타나는 질병들은 기실 태아가 겪어내는 자궁 속에서의 총체적 영양 부족이거나 자궁 자체의 환경이 생명에 좋지 않아서일지 모른다. 사람의 몸은 정신과 육신으로 되어 있으며 몸은 정신의 집이거나 옷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자기 원형을 거부하거나 비하하는 극단적인 현상이 이 시대 다이어트 광풍이 아닐까. 여성이 여성 자신을 버리려고 할 때, 여성의 몸이 더 이상 아이를 낳으려고 하지 않는 몸이 되거나 아이를 낳기에 부적절한 몸이 되어 갈 때,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슬프고 우울하다. 이경자 소설가
  • 컬러링 윤도현 ‘사랑했나봐’ 7주째 정상

    2005년 상반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으로 꼽히는 윤도현의 타이틀곡 ‘사랑했나봐’가 7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와 더불어 윤도현은 각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 가요계 데뷔 이후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KCM의 ‘Smile Again’이 4위,‘너에게 전하는 아홉가지 바램’이 10위로 금주에 신규진입함으로써 향후 KCM의 바람몰이가 기대된다. 그밖에 MC몽의 ‘I Love U Oh Thank U’가 2위, 장윤정의 ‘짠짜라’가 3위로 상위권에서 꾸준히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를 컬러링으로 다운받으려면 휴대전화로 ‘##90’과 코드번호 5자리 ‘00407’과 통화버튼을 누르면 된다.
  • ‘여고괴담4’의 김옥빈

    ‘여고괴담4’의 김옥빈

    스타를 예감하는 순간은 언제나 즐겁다.15일 개봉하는 ‘여고괴담 4-목소리’(제작 씨네2000, 감독 최익환)의 여주인공 김옥빈(19). 이 열아홉살 ‘생초보 배우’의 예감이 예사롭지 않다. 올여름 극장가의 분위기가 오싹함과 청량함으로 묘하게 범벅된다면 그녀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가까이서 대면한 김옥빈은 사람을 놀라게 한다.“영화 시사회가 끝난 뒤로 화면보다 (실물이)훨씬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게 일”이라며 넉살좋게 웃을 줄 아는, 당찬 새내기다. 채도 낮은 공포영화 속에서 어둡게만 가라앉아 있던 그 표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청각적으로 강렬하기만 한 공포물이었다면 (출연을)망설였을지도 몰라요. 데뷔작인데, 첫 작품의 이미지가 평생을 따라다닐지도 모르는데…. 생각이 많은 공포물이라는 점이 제겐 무엇보다 큰 매력이었어요.”첫 영화에 첫 인터뷰. 아직은 주춤주춤 멈칫멈칫 할 만도 한데, 말도 행동도 거침없이 매끄럽다. 데뷔작에 대한 신념은 집념에 가깝게 옹골차다.“끝없이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캐릭터가 마음에 쏙 들었다.”는 그녀의 자랑은 그대로 ‘여고괴담 4’의 핵심 감상포인트이기도 하다. 극중 역할은 이야기 얼개의 구심체인 ‘목소리 귀신’ 영언. 악보에 목이 찔린 채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생전의 단짝 친구 선민(서지혜) 곁을 외롭게 맴돈다. 그녀는 그렇게 쓸쓸하고 슬픈(?) 영혼이 되어 ‘배우’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다. 김옥빈의 넘치는 자신감은 따지고 보면 충분히 ‘이유’ 있다. 네티즌들의 보이지 않는, 그러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연예계에 입문한 인터넷 ‘얼짱’ 출신. 지난해 여느 여고생들처럼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네이버 배너광고를 클릭해 사진을 올렸다. 반쯤은 장난삼았던 일이 결국 그녀를 지금의 자리로 데려다준 셈이다. 제1회 네이버 얼짱 선발대회 대상을 받은 그녀를 여기저기서 탐냈다.KT네스팟 스윙 CF, 이승철 ‘무정’ 뮤직비디오를 찍기도 했다. “생초짜 신인치고는 겁이 너무 없는 것같아요. 누가 먼저 불러줘서 이번 영화를 찍은 것도 아니었거든요. 주연배우 오디션 공고가 났기에 무작정 영화사를 찾아갔던 거죠, 뭘.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그 생각만 하고 대들었어요.” 3차 관문까지 통과해 최종 주인공 자리를 따내는 데는 무려 4500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쳐야 했다. 자신의 매력포인트가 무엇인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내 안에 두가지 이미지가 혼재한다는 감독님 칭찬을 들었다.”는 말로 답을 돌렸다. 더없이 밝게 들떠있다가도 한없이 우울하게 무너져내리는 그녀의 야누스 같은 이미지에 감독은 큰 점수를 주었다. 특유의 다중적 이미지는 정말이지 시시때때로 드러난다. 보는 각도에 따라 성유리 황인영 염정아 이상아 등 여러 스타들의 이미지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게 신기할 정도다. 포스터의 그녀를 못 알아보는 친구들도 있다.“체중, 메이크업,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얼굴이 너무 달라진다.”는 그녀는 “분명히 타고난 ‘끼’는 있는 것 같다.”며 남 말하듯 웃는다. 중·고 시절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 “와!”하는 감탄사를 뽑아내는 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언제나 연극반 소속이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장기를 뽐낼 기회를 행여나 놓칠세라, 데뷔작에서도 겁없이 대든 장면이 있다. 극중 영언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대목. 영화의 처연한 정서를 일깨우는 극중 성악 부분을 직접 소화하느라 촬영전 꼬박 석달을 공들였다. 순천, 광양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그녀는 지금 낯선 서울생활을 혼자 감당하고 있단다.“부모님이 아메리칸 스타일이라 ‘하고 싶은 일, 맘껏 해보라’며 멀리서 조용히 응원해주고 계신다.”며 활짝 웃는 표정이 씩씩하다. “영화를 다 찍었으니 이젠 다이어트에 들어가야겠어요. 고향친구들이 ‘뚱보’됐다고 블로그에 들어와 놀리는데 너무 속상한 거 있죠?”여고생 캐릭터를 위해 살을 찌워야 했다며 울상짓는 순간은 영락없는 열아홉살 소녀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생물학적 나이를 잊게 만드는 채시라 선배의 연기, 눈빛만으로도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는 이미연 선배의 에너지가 탐이 난다.”고 욕심내는 무서운 신인이다.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송두율칼럼] 추방된 자를 위한 변명

    [송두율칼럼] 추방된 자를 위한 변명

    필자가 꼭 아홉 달 동안 갇혀 있었던 서울 구치소를 찾은 두 아들이 면회시간에 나에게 독거감방의 구조며 하루의 생활일정에 대해서 종종 물었다. 독일에서 낳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의 생활풍습도 낯설기도 했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 속에서 긴장된 시간을 특수한 공간 속에서 보내고 있는 아버지의 생활환경이 더욱 궁금했을 것이다. ‘감옥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감시와 처벌’이라는 저술을 통해 근대에 있어서 앎과 힘이 어떻게 결합되었는지를 파헤친 미셸 푸코(M Foucault)조차도 프랑스의 감옥 안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었다.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그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아티카시에 있는 감옥의 내부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회학에서 이른바 ‘총체적 제도’라고 불리는 이러한 공간은 구치소나 교도소외에도 병원 특히 정신병원, 병영, 학교 등을 의미한다. 이 모든 제도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각하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졌다. 법률위반행위나 그에 대한 혐의로 구속된 사람, 병자나 정신이상자, 군복무자, 학생들을 일반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엄격한 규율을 통해서 통제하는 과정 중에는 인권유린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는 내부로부터 또 다른 반항적인 폭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가끔 세간을 놀라게 하는 엄청난 사건도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남미처럼 재소자의 대대적인 폭동은 없지만 군대나 학교 또는 재활원 같은 곳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은 많다. 특히 규율과 통제는 기본적으로 몸을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데 고문과 체벌은 그의 대표적 예이다. 군사정권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여러 가지로 재소자를 위한 조건들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구치소에는 아직도 징벌방이 따로 있다. 구치소내의 규정을 어기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재소자를 일정기간동안 이 방 속에 가두어 놓고 면회와 운동시간도 제한한다. 인적이나 물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교도관이 너무나 많은 재소자를 상대하다 보니 재소자 매 개인이 안고 있는 사연에 관심을 갖고 대화라도 나눌 수 있는 여유는 전혀 없다. 사회로부터 일단 배제되고 또 격리된 집단을 배려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다. 범죄자와 정신병자는 대개 ‘비정상’이나 ‘비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는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되는 것은 정당하며, 때로는 이들을 영원히 추방시켜도 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으로 나누어보는 이분법적 시각은 동성애자, 외국노동자 등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냉전적 사고구조 속에서 이른바 ‘빨갱이’를 죽여도 죄가 될 수 없다는 논리도 이러한 시각에서만 성립 가능하다. 이렇게 조건반사처럼 작동하는 선별과 배제의 논리는 주로 집단적 기억과 관습에 의존한다. 그러나 ‘정상’과 ‘비정상’을 구별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뒷받침하는 법학이나 임상심리학과 같은 지식체계 없이는 그러한 배제의 구조도 견고하게 유지될 수 없다. 그러한 지식체계를 또 대중화시키는 정보매체가 지배하는 오늘날 그러한 배제에 대한 저항은 저항가요를 반복해서 부르는 식으로는 성공될 수 없다. 때로는 싸우는 대상이 하도 한심하기 때문에 싸우는 자신마저도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전투적 자세를 취하지 않고서는 가령 감옥과 정신병원의 비인간적이며 폭력적인 구조와 싸울 수 없었다고 푸코는 술회한 적이 있다. 그는 또 진리라는 이름 밑에서 법이나 관습이 어떤 선을 그어 그 선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항상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또 우리를 처벌하지만 그의 진정한 의도는 기존의 권력체계 유지에 있다고 고발한다. 생산적인 것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유목민의 것이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 자신도 과거의 관습과 법이 정한 테두리 밖으로 나와 오늘의 세계가 필요로 하는 보편적인 사회적 약속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 모두 생각해야 한다.
  • [프로축구 2005] 박주영 “아홉수 6일 깬다”

    “무패 우승의 제물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홉수에 걸린 ‘축구 천재’가 조바심이 났다. 지난달 29일 K-리그에 복귀한 FC서울 박주영(20)이 잇따른 두 경기 동안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함은 물론 슈팅도 고작 1개밖에 날리지 못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올시즌 9골(정규리그 3골)에서 오랫동안 멈춰 있다. 비록 전북전에서 ‘신기의 드리블쇼’를 연출하며 도움주기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체면은 잔뜩 구긴 상태다. 대표팀 원정 직전 전남전까지 더하면 지난 5월 18일 광주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맛본 이후 3경기째 침묵중. 전북·성남과의 두 경기를 보면 세계청소년대회에서 재발한 왼쪽 팔꿈치 탈구 부상이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상대팀의 집중 수비와 견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번번한 공격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박주영이 절치부심,6일 부산과의 원정경기를 잔뜩 벼르고 있다. 특히 부산은 현재 7승3무로 전기리그 우승에 단 한 걸음 남겨놓고 있어 무패 우승의 희생양이 되는 것 만큼은 막겠다는 각오다. 지난 3월20일 컵대회 부산 원정경기에서 후반 교체된 뒤 부드러운 몸동작으로 부산 수비수들을 제풀에 넘어뜨리는 특유의 현란한 드리블로 프로 첫 도움주기를 성공시키며 3-0 팀승리를 이끈 바 있어 자신감도 넘친다. 게다가 FC서울은 비록 승점 13점으로 팀순위는 10위로 처져 전기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지만 승수를 쌓아야할 절박한 입장이다.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전·후기리그 우승팀과 통합승률 상위 2위에 들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가을 잔치’에 낄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축구 천재’가 컵대회 꼴찌의 오명을 벗고 정규리그 들어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는 부산에 일격을 가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일상속의 아이러니 특유의 문체로 다뤄

    ‘회색 눈사람’ ‘하나코는 없다’의 작가 최윤(52·서강대 프랑스문화과 교수)씨가 소설집 ‘첫 만남’(문학과지성사)을 냈다. 장편 ‘마네킹’ 이후 2년 만, 소설집으로는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 이후 6년 만이다. 계간지에 실렸던 단편 7편과 미발표 신작 1편 등 8편을 묶었다. 수록작들은 지리멸렬한 일상의 반복과 그 안에서 버둥대는 개인의 실존에 오감을 활짝 열어둔 작가 특유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가 개인의 삶의 기억이 유난히 많이 들어간 이번 작품집에 대해 그는 “할 얘기가 하나도 없는데 입을 열면 말이 쏟아져 나오고, 써야 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책상 앞에 끌려가 앉아 쓰기 시작하면 글이 스스로의 작동법칙에 따라 연결돼 나오는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이었다고 고백한다. ‘그 집 앞’은 화자인 ‘나’가 세살 위 언니 ‘K’에게 쓰는 편지글 형식이다. 내가 아홉살 되던 무렵, 집 문턱을 넘어 가족의 일원이 된 ‘K’는 나를 포함한 나머지 가족들에게 늘 불온한 존재다. 직업 여행가로 세상을 떠돌던 ‘K’는 서른 살 기념으로 사막여행을 제안하고, 여행 도중 사막 한복판에 나를 버려두고 가버린다. 고통스럽게 기억을 더듬던 화자는 결국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뒀던 명제를 꺼내든다.‘K, 너를 사랑한다’. ‘밀랍 호숫가로의 여행’은 부부 약사로 순탄한 결혼생활을 해오던 중년여성이 맞닥뜨리는 삶의 위기를 다룬다. 어학연수를 떠났던 딸아이는 행방불명되고, 병원에서 시한부 인생까지 선고받은 나는 남편으로부터 혼외정사로 아이가 있다는 고백까지 듣게 된다.“뒤늦게 나는 기쁨과 고통은 별개로, 그렇기에 서로 상관하지 않고 동시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다.”(87쪽) 미발표작 ‘파편자전-익숙한 것과의 첫 만남’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의 색채가 짙다.‘나’는 십수년 전 파리의 한 정신분석자와의 면담을 떠올리며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개인적 삶의 이미지들을 탐색한다. 가족, 개, 노래, 어머니, 우표로 이어지는 기억의 파편들은 글쓰기의 욕망 혹은 쾌락으로 전이된다.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무용제 대상-파사무용단, 안무상-제임스 전

    26일 폐막한 한국무용협회(이사장 김복희) 주최 제26회 서울무용제에서 파사무용단(대표 황미숙)의 ‘목련, 아홉번째 계단으로’가 대상을 차지, 상금 1500만원을 받게 됐다. 안무상은 제임스 전(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자)의 ‘봄, 시냇물’이 뽑혀 상금 500만원과 해외시찰 특전을 받게 됐다. 남자연기상은 김현태(이경옥무용단 ‘춘향사랑놀음’) 김광현(SEO발레단 ‘무언의 변주곡’), 여자연기상은 이은영(윤미라무용단 ‘아침에서 아침으로’) 정혜리(SEO 발레단 ‘무언의 변주곡’)에게 각각 돌아갔다. 이들은 상금 100만원씩과 함께 남자는 병역의무 면제, 여자는 해외시찰 기회를 얻게 된다. 음악상에는 김태근(가림다무용단 ‘붉은 나비, 고백’)이 뽑혔으며 미술상은 해당자가 나오지 않았다. 한국무용협회는 심사를 둘러싼 불공정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무작위 공개추첨으로 심사위원을 선정, 박일규(위원장) 서울예술대 교수 등 13명이 심사를 맡았다.
  • [스포츠라운지] 코치로 거듭나는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

    [스포츠라운지] 코치로 거듭나는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

    말끔하게 수트를 차려입고 서울의 한 호텔 로비에 들어선 그를 본 순간 야구장에서 땀과 흙먼지로 뒤범벅된 유니폼 차림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어색한 순간은 잠시였다. 넉넉한 웃음으로 악수를 건넨 뒤 말문이 트이자 홈런포를 뿜어내며 팬들을 들었다 놨다하던 ‘살아있는 신화’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연습생 신화, 기록제조기 지난 15일 은퇴한 장종훈(37·한화)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너무나 많다.24년 프로야구사에 그가 남긴 족적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 1949경기에 나서 6290타수 1771안타(22일 현재 양준혁과 공동1위).340홈런에 1145타점 1043득점, 덤으로 3172루타와 997사사구까지…. 타격 8개부문에서 1위기록을 보유한 사나이.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야구기록은 숨가쁘게 고쳐졌고, 팬들의 박동은 급격하게 치솟았다. 숱한 기록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무엇일까.“2∼3년전엔 홈런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라며 “올시즌 엔트리에 오르는 것 자체가 힘들다보니 출장 기록이 가장 소중하더라고요.”라고 멋쩍게 털어놨다.“잘 나갈땐 2000경기,2000안타,400홈런은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죠.”라며 화려했던 시절을 더듬었다. 지난 86년 세광고를 졸업한 장종훈을 원하는 팀은 한 곳도 없었다. 결국 신생팀 빙그레(현 한화)를 찾아가 연봉 480만원짜리 ‘연습생’으로 프로에 뛰어들었다. 진흙 속에서도 진주는 빛나는 법.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배성서 감독은 87년 장종훈을 1군에 세웠고, 데뷔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쏘아올리며 ‘신화’는 시작됐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었다.2003년 16년 만에 한 자릿수 홈런(6개)을 기록하며 하향곡선을 그렸고, 올해엔 6경기에 나선뒤 2군으로 내려갔다. “지금도 체력은 자신있어요. 그런데 실력으로 내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엔 더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한 세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다운 은퇴의 변이다. 항간에 나도는 구단의 ‘외압설’도 슬쩍 물어봤다.“등을 떠밀었다면 제 성격에 오기를 부렸겠죠.”라며 부인했다. ●지도자로 신화를 만들겠다 은퇴를 즈음해 스트레스로 5㎏이나 불었다는 장종훈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기자들의 빗발치는 전화도 팬들의 성화도 아니었다. 아내와 어린 두 아들에게 설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단다. 이튿날 들춰본 아홉살난 큰아들의 일기장엔 ‘아빠가 야구를 끊은 것 같다.’고 쓰여 있었다. 아침엔 꼬깃꼬깃 모아놓은 천원짜리 10장을 챙겨 건네며 “아빠, 이제 돈 못벌잖아.”라고 말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남은 시즌 2군 보조코치로 활약한 뒤 내년 정식 코치로 뛸 계획인 장종훈은 “저같은 연습생 출신도 눈여겨 볼테고, 최고와 최악을 두루 겪어봤으니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보듬어 줄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 7월17일 올스타전때 장종훈을 출전시켜 의미있는 은퇴경기를 열어주자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긍정적이어서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만 21년을 뛴 ‘닮은꼴 스타’ 칼 립켄 주니어처럼 은퇴하던 해(2001년) 올스타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는 감동적인 장면을 볼지도 모르겠다. “다시 태어나도 당연히 야구를 할 테지만 왼손타자가 되고 싶다.”며 끝없는 야구사랑을 쏟아놓고 떠나는 이 사내의 뒷모습을 보면서 지도자로서 또 다른 신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떠오르는 CF3걸 아세요?

    떠오르는 CF3걸 아세요?

    요즘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어느 채널 어느 CF에선가 이들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반드시 눈에 띈다. 서지혜(21) 장희진(22) 김아중(23) 등 신세대 트리오가 그들. 모두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CF를 통해 각자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 누리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CF계의 블루칩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인급으로는 이례적인 3∼6개월 단발 광고에 7000∼8000만원 수준의 계약금을 받는 점도 공통점. 한편 이들은 연기로 영역을 넓혀가며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춤추는 천사’를 아시는지?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서지혜는 조승우와의 KT&G CF ‘빨래통 데이트’편으로 떴다. 경쾌한 배경 음악 덕에 ‘싸바 걸’이라는 튀는 별명도 얻었다. 2003년 ‘산장 미팅’으로 데뷔했고,SBS ‘올인’이나 ‘형수님은 열아홉’에 얼굴을 내밀었으나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실제로도 착하고 털털한 이미지가 귀엽게 담겨진 ‘빨래통’편에서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각인시켰다. 비오는 날, 차를 잡고 있는 어머니와 어린이에게 양보하려고 일부러 택시에서 내려 비를 맞으며 조승우와 함께 춤춘다는 후속편도 곧 전파를 타는 등 휴대전화 의류 식품을 포함, 앞으로 방영을 대기하고 있는 CF만 3∼4개. 연기 도전 또한 빼놓을 수 없다.27일 시작하는 KBS 미니시리즈 ‘그녀가 돌아왔다’와 새달 15일 개봉하는 영화 ‘여고괴담 4’를 통해 안방과 스크린을 동시에 달굴 예정이다. 지난해 9월 ‘꽃미남’ 강동원과 함께 KTF 뮤직서치폰 광고에 등장, 주목받았던 ‘리틀 전지현’ 장희진. 첫 광고가 나온 지 채 일 년도 안됐는데 무려 7개의 TV광고를 섭렵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잡았다.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청순함과 섹시함을 두루 갖췄다는 평. 이렇게 보면 전지현, 저렇게 보면 박솔미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다른 느낌을 줘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CF 촬영이나 조승우와 함께 그룹 ‘부활’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것을 제외하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다. MC 등 밀려오는 제안을 뒤로 하고 발성과 표정 연기 등 기초부터 스파르타식 연기내공을 다지고 있는 중. 그간 SBS ‘토지’ ‘건빵 선생과 별사탕’으로 연기에 도전했으나,“아직은 미숙하다.”는 누리꾼들의 따끔한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와 닮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만의 개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그는 올 연말 영화 또는 드라마로 재차 연기에 도전할 계획. ‘옆구리 걸’ 김아중은 ‘아시아의 중심’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에 걸맞게 가장 먼저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 이국적인,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에 빠지게 하는 그녀는, 옆구리를 건드리면 영화음악에서 랩까지 다양한 음악과 춤을 소화하던 스카이 휴대전화 CF로 자고 일어나니 스타 반열에 올랐다. 엡손 배상면주가 동아제약 등 갖가지 CF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어깨동무’를 통해 영화 신고식을 치렀고, 특히 최근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종영했던 KBS 드라마 ‘해신’에서는 주인공 장보고의 호위무사로 인기몰이를 했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KBS ‘해피투게더 프렌즈’에는 유재석·탁재훈과 공동 진행을 맡고 있다.MBC가 ‘내 이름은 김삼순’의 후속으로 준비하는 미니시리즈에서는 일약 주연급으로 다시 안방극장에 복귀할 계획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 박영수 지음

    국보 제120호인 용주사 동종의 꼭대기를 보면 용(龍)모양의 고리가 달려 있다. 고리의 이름은 ‘용뉴’(龍 )로, 용의 아홉 종류 새끼 중 하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고래의 공격을 받을 때 가장 큰 소리로 우는 습관이 있다고 해 좋은 소리를 내야 하는 종의 고리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신선로의 손잡이는 왜 박쥐 모양일까? 조선시대 밥사발에도 박쥐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적지 않다. 이는 박쥐가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 장수하려는 욕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속 유물들을 보면 이처럼 다양한 동물 모양이 새겨져 있거나 그려져 있는 것이 많다. 각 동물들은 모두 역사적 문화적으로 독특한 의미를 갖게 마련.‘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박영수 지음, 내일아침 펴냄)는 이처럼 우리 역사의 흔적인 수많은 유물에 등장하는 동물 무늬와 소재를 통해 색다른 역사문화를 탐험한다. 상상속의 동물인 용과 봉황에서부터 호랑이, 거북, 해태, 불가사리, 기린, 말, 사슴, 코끼리 등 짐승, 그리고 두루미, 꿩, 오리, 원앙 등 조류까지. 유물속 동물 그림이 새겨진 까닭과 배경, 역사를 살피다 보면, 미처 알지 못했던 숨어 있는 우리 역사와 문화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인간시대] 동대문구청 민원실 이유승 할아버지

    [인간시대] 동대문구청 민원실 이유승 할아버지

    “하루 온종일 민원인들 뒤를 봐주고, 퇴근해서는 젖병 닦느라 바쁘지요. 드러내놓고 자랑할 게 못되지만…. 이 나이에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15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청 종합민원실에서 만난 이른바 ‘호적 대부’ 이유승(70·계약직)씨는 새삼스레 수줍어하며 이렇게 말했다. ●11년째 한곳서 상담·서류 대필 직원들로부터 ‘상담관’이라는 직책 아닌 직책을 얻은 그는 1994년부터 꼭 11년째 이곳에서 민원 상담과 서류대필 업무를 보고 있다. 아홉살 때 아버지를 여의는 바람에 정식 학력으로 따지면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이씨가 민원실 업무에 발들여놓은 사연이 남다르다. 원래 한 방송국에서 수신료 징수 일을 하다가 우연찮게 공직으로 옮기는 계기가 찾아온다.88년 10월 수신료와 전기·수도료 등이 통합부과되는 체제로 바뀌면서 공과금이 더해져 업무가 통째 관공서로 옮겨 갔다. 거주지 우선으로 발령을 냈는데, 이씨는 동대문구 답십리3동에 근무하게 됐다. 94년까지 6년간 근무한 뒤 총무과로 발령받아 민원업무와 인연이 닿았다. 호적계에서 일을 배운 것이다. “행운이라 할까, 이때의 인연이 아니었으면 나같은 사람이 어떻게 공무원이 됐겠습니까. 어림도 없지요.” 그는 이 무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쑥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96년 12월 정년퇴직한 뒤 요즘처럼 ‘오륙도’니 ‘사오정’이니 하는 어려운 세상에 그는 2년 남짓한 세월이 흐른 99년 1월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호적 전산화사업이 한창이었는데, 온통 한자투성이인 서류들을 다루려면 이씨의 도움이 절실해 공공근로로 다시 호적계 일을 봤다. ‘임무’가 끝나고 쉴 때였다.98년 말 당시 ‘IMF 대란’으로 불리는 경제위기 속에 공직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정부 정책으로 인원을 줄인다는 게 하필 민원실 안내요원이었다. 당황하는 방문객들을 위해 경력 퇴직자라도 쓰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지금까지 여권발급 신청서 등 각종 민원서류 작성에만 하루 15∼20건, 상담은 50∼60명에 이르고 있다. ●버림받은 아이 20년간 90여명 보살펴 한 주민은 “업무상 만남이 아니어서 한 동네에 사는 이웃처럼 느껴져 싸울 일도 ‘상담관님’ 얘기로 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민원여권과 윤태환 과장도 “공무원이라고 해도 담당자가 아니면 모를 수도 있는데, 업무를 꿰고 있는 데다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 무료로 비치한 복사기 사용법 등 자질구레한 일까지 도맡아 눈에 안 보이는 역할이 크다.”고 흐뭇해했다. 그에게는 퇴근 뒤 귀가하면 또 하나 소중한 일이 기다린다. 바로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다. 홀트복지회에서 입양하기 전까지 가정적응 등을 위해 맡기는 위탁가정 역할이다.85년 방송을 통해 이런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시작해 지금까지 90여명을 맡아 사랑을 베풀었다. 현재 8개월 된 ‘이현우’란 사내아이가 보살핌을 받으며 새 둥지를 기다리고 있다. “2000년 ‘이성철’이라는 혼혈아를 맡았지요. 발육상태가 나빠 입양이 미뤄지다 보니 2년 넘게 길렀습니다.2001년 봄 아내(최은균·66)가 미국으로 초청돼 만났더니 곧장 알아보고는 ‘마마’라며 안겨와 펑펑 울고 말았답니다. 보고파요.” 글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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