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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 울리는 섬세한 일상… 일흔 아홉 소녀의 보물들

    가슴 울리는 섬세한 일상… 일흔 아홉 소녀의 보물들

    “일상서 감동받고 감탄하는 연습”친구의 죽음 등 생각하며 쓴 詩수녀원의 고즈넉한 정경도 담아 일상을 보물로 만들며 살겠다는 수도자의 다짐은 단상 안에도 깊은 성찰을 담아낸다. 현란한 언어의 기교 없이도 깨끗하고 곧은 그 자체로 그의 글은 시가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인 이해인(79) 수녀의 새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김영사)이 출간됐다. 어머니의 편지부터 친구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쓴 시까지. 시인과 수녀원을 둘러싼 고즈넉한 정경이 책 안에 펼쳐진다. 1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시인은 여든을 앞둔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기 있는 얼굴이었다. 한 기자가 “아직도 소녀 같으시다”고 하니 시인은 “시를 많이 읽어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철이 없다기보다는 순수한 쪽의 소녀지. 일상에서 감동을 받거나 감탄을 하는 그런 연습을 많이 하니까요.” 시인이 수녀원에 입회한 지 올해로 60년이 됐다. 1964년 수녀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첫 서원(수도자가 되겠다는 맹세)을 한 게 1968년이다. 1976년에 종신서원을 하고 평생을 수도자로 살았다. 가진 걸 끝없이 비워 내야 하는 삶을 지탱토록 한 것이 바로 시 쓰기다. 지금도 널리 애송되는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 이후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등을 출간했다. 일상에서 보이는 섬세한 서정의 순간을 포착해 아름다운 언어로 적어 낸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인 사랑을 솔직하고도 절절하게 그려 낸 시로 사랑받았다. “시는 저에게 인생의 모든 상징을 풀어내는 기도 같은 것이에요. 소설이나 산문이 주지 못하는 영롱한 구슬 같기도 하고요. 수도자의 삶과도 맞닿아 있죠.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건강한 얼굴과 정정한 말씨로 어린아이처럼 수다스럽게 시 이야기를 했지만 나이가 들며 죽음과 가까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올해만 해도 벌써 지인 5명이 하늘로 돌아갔다고 한다. 신을 마음에 품고 사는 이라도 이별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 특히 화장장에서 친구의 육신이 한 줌의 재가 되는 걸 보는 게 힘들었다고 시인은 털어놨다. “그래서 계속 시를 썼어요. 하지만 이별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나도 언젠간 저 길을 갈 건데 죽음을 앞당겨 생각하는 연습이라고 여기면 어떨까요. 죽음이 언제나 삶 속에 가까이 있음을 생각하는 겁니다.” 2008년 대장암 투병 당시 스스로 여리고 가냘픈 줄로만 알았던 시인은 의외로 씩씩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녀가 되지 않았다면 방송국 프로듀서(PD)도 잘했을 것 같다고도 했다. 다시 돌아가도 수녀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돌아가 봐야 알겠지”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삶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일어나려던 차, 꼭 읽어 주고 싶은 글이 있다며 기자들을 주저앉혔다. ‘봄 일기’라는 시다. “(전략) 바람에도 기분 좋게/흔들리면서/열심히 살아가는/꽃이 되리라/결심해 보는/이토록 눈부신 봄날”
  • “탈북 10년, 교통사고생활고 풍파 몰아쳐도… ‘랑랑’처럼 되는 게 꿈” [박상숙의 호모픽투스]

    “탈북 10년, 교통사고생활고 풍파 몰아쳐도… ‘랑랑’처럼 되는 게 꿈” [박상숙의 호모픽투스]

    한국땅 밟은 지 어느새 10년고정된 수입 없는 생활에 큰 고민복지관서 5년째 피아노 강사 활동한국서 교통사고 당해 시각도 저하 북한서 엘리트·고위층의 삶부친 장관·외조부 김일성 경호 맡아‘공훈배우’ 이경린에게서 특별교육20살에 평양음악무용대 교수 임용 하루 5~6시간씩 끝없는 연습탈북 후 지난해 일본서 첫 독주회27일 현충원 호국음악회에 출연랑랑처럼 유창한 영어 하고 싶어 졸지에 한국 땅을 밟은 지 어느새 10년이다. 2014년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북한 유명 예술가 탈북’의 주인공 황상혁씨. 북녘의 안온한 삶을 버리고 불혹에 택한 자본주의 한국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북한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다는 자부심도 많이 꺾였다.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얻게 된 후유증만큼 마음의 상처도 크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는다. 남한뿐만 아니라 세계가 알아 주는 연주자의 꿈이야말로 스스로를 지키는 버팀목이다.“비운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황씨는 한국 생활 10년에 대한 소회를 묻자마자 딱 잘랐다. “수입이 일정치 않아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라면서도 구구절절 털어놓고 싶지 않다는 말에서 예술가적 자존심이 묻어났다. 경기도 분당에 산다는 그는 인근 복지관에서 피아노 강사로 5년 넘게 일하고 있다. 간간이 무대에 서지만 북한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은퇴한 어르신들의 취미생활을 돕는 일을 한다는 대목에서 타향살이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나 같은 사람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줬으면 좋겠는데 (남한 사회의) 관심 밖입니다. 북한에서 나름 엘리트 교육을 받았는데 (나를) 포용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많죠. 오케스트라 무대에도 종종 서지만 일회성 이벤트로만 소모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탈북 이후 유일무이한 독주회는 일본에서 성사됐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해 3월 15일 요미우리신문 후원으로 일본 오사카시 중앙 공회당 무대에 올랐다. 두 시간가량 총 13곡을 선보이며 청중의 환호를 받았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져 다들 부러워하는 극장 무대에 섰다는 게 뿌듯했습니다. 다만 유키 구라모토나 히사이시 조 등 일본 유명 음악가의 곡을 저작권 때문에 연주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웠죠.” 그가 건넨 명함엔 자신이 출연했던 콘서트가 빼곡하게 나열돼 있다. 친절한 자기소개일 수도 있겠으나 고향을 등진 뒤 낯선 곳에서 갑자기 ‘아무개’ 피아니스트가 된 자신을 증명하고픈 일종의 강박으로도 보였다. 북한 고위층 자제에다 예술가로서 화려한 이력을 보유했기에 그의 탈북은 그야말로 ‘빅뉴스’였다. 집안 얘기가 나오자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 걱정에 망설이면서도 자기 뿌리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억누르지 못했다. 머뭇거리다가 “이런 거 밝혀도 되나” 하며 북한자료센터에 등재된 ‘황상춘’이란 이름 석 자를 보여 준다. 그의 아버지는 우리로 치면 환경부 장관인 ‘국가환경보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외가는 더 대단하다. 김일성 주석의 주체농법을 같이 연구한 외할아버지는 김일성 경호를 책임진 호위사령부 부부장을 지냈다. “기억에는 없지만 외할아버지 덕에 평양 만수대의사당 근처에 있는 김일성 5호관저 초대소에서 제가 태어났다고 합니다.” 3년 전 이곳은 ‘경루동’이라는 고급 주택단지로 개발됐는데, 이춘희 조선중앙방송 아나운서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이 단지에 있는 집을 받았다고 한다. 아홉 살 때 건반 앞에 처음 앉은 그는 외국인병원(평양친선병원)의 약국장이었던 어머니의 열성적인 지원 덕에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황씨는 공훈배우 칭호를 받은 원로 피아니스트 이경린으로부터 ‘과외’나 다름없는 특별교육을 받았는데 북한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어머니의 직업이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평양음악무용대학을 졸업한 1994년 만 20세에 같은 학과 교수로 임용된 가장 큰 이유는 이경린을 사사(師事)한 것이 컸다. 스승의 주법을 전승할 유일한 후계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인생에 거친 풍파가 몰아친 건 예술전문가 대표단으로 2011년 중국에 파견 갔을 때다. 동북 3성에 나간 예술단은 현지 조선족을 대상으로 한 음악 교육, 김일성 생일 기념행사 등을 챙기는 게 주업무다. 옌지에 머물던 그는 지인 소개로 남한 사람을 접촉했는데 당국이 내사에 착수하자 처벌이 두려워 망명길에 올랐다. 당초 제3국으로 가길 원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한국 땅을 밟았다.이후 삶은 완전히 ‘리셋’됐다. 남한에서 예술가로서 쉽지 않은 인정투쟁이 시작됐다. “북한은 음악대학이 한 곳뿐이어서 한 해 피아노과 졸업생이 5명 정도예요. 여기선 1000명도 넘게 나오죠. 그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서 악착같이 해야 하는데 남북한 교육 시스템이 달라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도 없고, 개인사를 강연하자니 (다른 북한 이탈주민처럼) 굶주리거나 탄압 경험도 없어 스토리도 빈곤하죠.” 국정원과 주변의 권유로 한국 최고라는 서울대 음대 대학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영어(탭스)의 벽에 부딪혀 좌절을 거듭, 지난 2월 8년 만에 과정을 끝마칠 수 있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뒤늦게 시작한 영어 공부에서 새로운 미래를 타진하고 있다. “8월에 영어 스피킹 대회에 나가려고 이달부터 연습을 시작했다”는 그는 ‘탈북 피아니스트의 삶’을 들려줄 예정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북한이탈주민 글로벌교육센터’가 주최하는 행사인데, 성적이 좋으면 미국 하버드대학이나 백악관 연단에도 설 수 있다고 한다.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한 건 지난 3월 미국 하버드 래드클리프 오케스트라단과 함께한 연주회도 계기가 됐다.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만든 ‘아리랑 환상곡’을 연주했는데 (서양 연주자들이라) 이 곡에 담긴 한국 장단을 이해하지 못하고 악보대로만 연주하니 밋밋하더라구요. 말이 통해야 설명을 할 텐데 참 답답했습니다.” 그는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랑랑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건 연주도 뛰어나지만 유창한 영어 실력도 한몫했다고 본다. 사람은 역시 꿈을 꿔야 하는 존재. 인터뷰 중 가장 생기 넘치는 순간이었다. 일단 우리 사회가 북에서 온 음악가라고 하면 ‘황상혁’을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게 만들고 싶단다. “하루 5~6시간 연습하며 자질 향상에 힘쓴다”는 그는 왕성한 연주 활동을 바라고 있다. 이달 27일 서울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리는 호국음악회 ‘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에 출연한다. 그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신이 편곡한 ‘아리랑’ 등을 연주할 계획이다. 학업도 이어 간다. 언젠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열망에 북한대학원대 박사 과정에도 등록했다. 여전히 북한식 표현과 어투를 구사하는 그는 자의반 타의반 ‘이방인’의 삶을 청산하고 이 땅에 깊게 뿌리내리고 싶어 한다. 무대에 서야 하는 숙명을 지녔으면서도 무대에 오르길 꺼려 움츠러들었지만 이제 예전에 협연했던 지휘자들에게 먼저 연락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했다. 기자에게도 “소개 좀 많이 시켜 달라”며 너스레다. 한국에 오자마자 당한 대형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그의 건강은 온전치 못하다. 전두엽 손상 탓에 두통 속에 아침을 맞고, 시각과 후각도 저하됐다. 불쾌한 기분은 음악으로 이겨 낸다. “피아노는 힐링입니다. 내가 먼저 위로받지 못하면 남에게 위로를 주지 못하죠.” 피아노를 ‘악기의 왕’이라고 부르는데 모든 악기 중에 가장 음역이 넓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에 이어 남까지 무대를 넓히고 있으니 어쩌면 그는 피아노를 닮은 운명적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상숙 논설위원
  • 죽여야만 떠오르는 영감…금기를 넘은 예술가의 광기

    죽여야만 떠오르는 영감…금기를 넘은 예술가의 광기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고 모차르트는 죽음으로서 레퀴엠을 완성했어. 뭘 망설이고 있는 거야?” 음주운전 살인마. 직업은 음악가. 이질적인 두 조합이 만나 위대한 예술이 되다.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김동인이 1930년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열아홉 나이에 천재라는 칭송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작곡가 J가 창작의 영감을 얻기 위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자극에 중독되며 광기를 발휘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데뷔작 이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못 보여주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J는 클래식 음악계 저명한 교수 K를 찾아가 다시 작곡을 시작한다. 그러나 K는 냉랭한 평가로 J를 좌절하게 만든다. 자괴감에 물든 J는 어느 날 교통사고를 낸 것을 계기로 눈앞에서 생생한 죽음을 목격하고 그 덕분에 미친 사람처럼 광염소나타의 1악장을 완성해낸다.작곡의 비결이 죽음이었음을 알게 된 K는 “작곡가에게 곡을 못 쓰는 것보다 큰 죄는 없다”라며 곡의 완성을 위해 J에게 살인을 부추긴다. 창작의 영감이라는 게 좀처럼 쉽게 찾아오지 않는 법인지라 J는 죽음을 마주해야만 떠오르는 악상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살인을 이어간다. J가 “내가 쓴 게 아니야”라고 부정하지만 그렇게 피로 물든 예술은 위대한 작품으로 이어진다. ‘광염소나타’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펼치는 클래시컬한 넘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J를 강하게 압박하는 탱고가 연상되는 ‘죽음의 눈동자’, 사랑을 전하는 따스한 분위기의 왈츠 같지만 이질적으로 죽음을 노래하는 ‘죽음의 얼굴’ 등 다채로운 클래식 리듬의 넘버는 작품을 풍성하게 채운다.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작품의 감정선에 맞춘 음악이 곳곳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배우가 직접 피아노 연주하는 것도 작품을 몰입하게 하는 요소다. 무대는 고정돼있지만 작품이 품은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중앙에 있는 문을 활용해 그 너머의 공간을 상상하게 하며 스릴러 뮤지컬의 특성을 잘 살려냈다. 살인을 통해 곡을 완성했다는 단순한 과정에 치중하지 않고 인물 간의 복잡한 관계와 내면의 깊은 고민도 담아내 탄탄하게 서사를 완성해냈다.‘광염소나타’는 특히 클래식 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올 작품이다. 베토벤의 카바티네 악보에 적혀 있는 독일어 ‘베클렘트’(Beklemmt·옥죄고 괴롭고 압박한다는 의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만큼 곳곳에 음악적 장치가 다양하게 숨어있다. 뮤지컬로서의 재미와 클래식 음악을 듣는 재미를 모두 잡으며 음악적 여운이 크게 남는다. ‘광염소나타’는 광기 어린 작곡을 통해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살인을 통해 자신의 인간성을 버리며 불멸의 명곡을 작곡하려는 J의 모습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작품이라도 예술적으로 뛰어나다면 문제가 없는지를 질문한다. 한 작곡가의 이야기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하게 될 도덕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저마다 마주하게 될 삶의 문제들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이번이 오연째로 8~9일이 마지막 공연이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 ‘노또장’ 노범수, 마지막 태백급 출전, 유종의 미 거둘까

    ‘노또장’ 노범수, 마지막 태백급 출전, 유종의 미 거둘까

    ‘노또장’ 노범수(26·울주군청)가 태백급(80㎏)으로는 마지막으로 출전이라고 공언한 민속씨름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지 주목된다. 노범수는 8일부터 강원도 강릉 단오제 행사장 내에 마련된 특설 경기장에서 엿새 동안 펼쳐지는 2024 민속씨름 강릉단오장사씨름대회에서 2개 대회 연속 태백장사 타이틀을 노린다. 지난달 유성온천 대회 정상을 밟은 노범수는 명실상부한 태백급 최강자다. 2020년 민속씨름에 입문한 그는 첫 해 4관왕, 2021년 5관왕, 2022년 6관왕, 지난해 4관왕에 올랐다. 밥 먹듯이 장사를 한다고 해서 ‘노또장’(노범수 또 장사했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2022년 11월 천하장사 대회부터 지난해 5월 보은 대회까지 5개 대회 연속 태백급을 제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단오 대회부터 약 1년 동안 정상을 밟지 못하며 부침을 겪었다. 그러다 유성온천 대회에서 1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며 개인 통산 20번째 장사에 등극했다. 역대 최다 태백급 19회에 금강급(90㎏ 이하) 1회 우승을 합친 결과다. 아홉수를 넘어 도합 20번째 우승 직후 노범수는 이번 단오 대회가 태백급으로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며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금강급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태백급에서는 이룰 걸 다 이뤘으니 새로운 체급 정복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노범수는 그동안 간간이 금강급에 도전해왔다. 데뷔 첫해인 2020년 10월 안산 김홍도 대회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금강장사 타이틀로 장식하며 일찌감치 두 체급 석권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노범수는 이번 대회에서 태백급으로만 20회 우승을 채운 뒤 체급을 올린다는 각오다. 만약 노범수가 우승하면 통산 21번째 장사 등극으로, ‘금강 황제’ 임태혁(수원시청)이 보유한 현역 최다 장사 타이틀(금강 19회+태백·금강 통합 2회) 타이기록을 쓴다. 올해 태백급 우승을 기록한 이광석(울주군청), 문준석(수원시청), 홍승찬(문경시청)을 비롯해 이 체급 강자 허선행(수원시청)이 노범수를 뜨겁게 환송할 예정이다. 이대진 울주군청 감독은 “20회 우승을 달성한 선수의 의지가 강했다. 한 체급 올리면 체중 관리 부담도 덜 수 있다”면서 “기술은 워낙 빼어난 선수라 체력과 근력을 보강하는 등 씨름 스타일을 금강급에 맞게 변형하면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레슬링 1도라도 방향 바꿀 때! 지금 [홍지민 전문기자의 심심(心深) 인터뷰]

    한국 레슬링 1도라도 방향 바꿀 때! 지금 [홍지민 전문기자의 심심(心深) 인터뷰]

    ‘1% 가능성이면 도전’ 평생의 철칙불리한 체형 이겨낸 ‘의지의 레슬러’“단기간에 화려한 선수 만들기보다시간 걸려도 기본기·정신력 갖추게더 고생하고, 더 독해져야 합니다” “언제나 성실했던 레슬러, 끝까지 도전했던 레슬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지난달 10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레슬링 세계 쿼터 대회는 파리행 막차를 탈 기회였다. 그러나 류한수(36)는 첫판에서 아홉살 어린 핀란드 선수에게 졌다. 허망하게 ‘라스트 댄스’에 대한 꿈이 스러졌다. 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이틀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동갑내기이자 단짝인 김현우에게 ‘형, 그동안 고생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이제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하자마자 진천선수촌에서 짐을 챙겨 나왔다. 지난 3월 아시아 쿼터 대회를 준비하다 다친 갈비뼈가 쉽게 낫지 않아 소속팀 삼성생명에서 재활한다는 명분이었으나 사실상 태극마크 반납을 뜻했다. 최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류한수는 선수촌을 나서던 순간을 생생하게 돌이켰다. “평생 운동했던 곳인데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처음 느껴 보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기쁘면서도 슬프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죠. 잠자는 것도, 먹는 것도 집보다 선수촌이 편해요. 선수촌 숙소가 12층이고 집은 15층인데 집에 가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저도 모르게 12층을 누를 정도였죠. 까무러칠 정도로 혹독했던 훈련도 그리울 것 같습니다.” 류한수는 김현우와 함께 한국 레슬링(그레코로만형)을 떠받쳐 온 쌍두마차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했다. 아시안게임은 2연패, 아시아선수권은 3연패 포함 4차례 정상을 밟았다. 그가 얻지 못한 건 오로지 올림픽 금메달 하나뿐이었다. 이것만 따낸다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한국 레슬링 역대 네 번째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었다. 올림픽 첫 무대이자 최고 전성기였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선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자부활전으로 밀렸다가 동메달 결정전에서 쓴잔을 들었다. 2021년 도쿄 대회에선 16강에서 무너졌다. 이번에는 본선 무대 자체를 밟지 못하게 됐다. 파리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오는 8월 말 아빠가 되는 류한수는 “(시기적으로) 딱 좋았는데…”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투기(鬪技) 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 앞서 두 차례 은퇴 기회가 있었다. 도쿄 그리고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이후다. 김현우는 아시안게임이 은퇴 무대였다. 류한수는 한 번 더 도전을 택했다. “올림픽에 대한 꿈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다시 도전했는데 여전히 후회가 남네요. 그렇지 않으면 욕심이 없었던 거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거고, 매 순간 진심이 아니었다고 봐요.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죠. 이 기분을 평생 잊지 않고 후배들을 위해 쓸 겁니다.” 이번 도전이 쉽지 않을 거란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국제 무대에선 10살가량 어린 선수들과 겨뤄야 했다. 아시아 쿼터 대회에서 맞닥뜨린 일본 선수는 무려 15살 아래였다. “다른 사람들이 99% 불가능을 외치더라도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걸 믿고 가는 게 엘리트 스포츠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부딪쳐 보기 전엔 모른다고, 항상 나는 할 수 있다고 되뇌었기 때문에 이번 도전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파리에 갔더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늦깎이 국가대표였다. 중학교 때부터 남다른 실력을 뽐냈지만 같은 60㎏급에 선배 정지현이 버티고 있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66㎏으로 체급을 올리니 김현우와 만났다. 류한수는 정지현과 김현우의 훈련 파트너로 땀 흘리다가 꽃을 피웠다. “2012 런던올림픽 때 현우가 금메달을 따며 제 마음의 심지에 불을 붙였죠. 세계의 벽이 높은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를 악물었고, 2013년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습니다. 그때가 제 인생 최고의 명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근력이나 체형을 타고나진 않았어요. 국제 무대에 보내면 메달을 딸 수 있겠느냐는 평가를 받으며 시작했지요. 그런 의심을 보란듯 확신으로 바꿨습니다. 그만큼 뒤에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후배들에게도 저의 이런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한국 레슬링은 2010년대 들어 침체기를 걸었다. 그나마 최근 몇 년은 류한수, 김현우가 근근이 버텨 줬지만 두 명도 저물었다. 올림픽 금메달은 김현우가 마지막이었다.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지난해 아시안게임엔 대부분 30대가 출전하기도 했다. 류한수는 몇 년 뒤 큰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지금 1도의 방향 전환을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나무는 땅을 다지고 뿌리를 내리는 데만 4~5년이 걸리고, 그 이후에야 쑥쑥 자라난다고 합니다. 우리 레슬링도 그런 기간이 필요합니다. 단기간에 화려한 선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탄탄한 기본기에 강한 정신력을 갖춘 위대한 선수를 키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지도자들이 더 고생하고 더 독해져야 해요. 우리 레슬링이 분명히 다시 올라올 거라 믿습니다.”
  • [김동률의 아포리즘] 얄궂은 노래 속에 인생도 간다

    [김동률의 아포리즘] 얄궂은 노래 속에 인생도 간다

    십여년 전이다. 시인 정현종의 등단 50주년 축하연에서 일어난 일이다. 시인 황동규, 소설가 복거일ㆍ김원일 등 쟁쟁한 문인들이 참석했다. 몇 차례 술이 돌고 행사가 마지막을 향해 치닫던 때였다. “축하공연을 하겠다”며 복거일이 하모니카를 꺼내 들었다. 명징한 하모니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와 앉아서 놀던 곳….” ‘메기의 추억’이다. 그러나 잠시, 잘 알려진 노래 한 곡이 좌중을 압도한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봄날은 간다’다. 모두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문인들이 결국은 눈시울을 적시며 잔치는 끝났다. 어느 일간지가 전한 그날의 풍경을 줄여 옮겼다. 이날 저녁 풍경이 증거하듯 한국인들은, 특히 베이비붐세대는 노래 ‘봄날은 간다’를 좋아한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단연 1위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 노래만 부르면 까닭 없이 “목이 메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철의 심장을 가진 냉혈한도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는 구절이 끝날 때쯤엔 눈가에 이슬이 맺히게 된다. 알려진 대로 1953년 발표한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의 ‘봄날은 간다’는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불후의 명곡’이란 이름값을 하는 노래 중 단연 최고의 노래가 아닐까. 백설희에서 시작해 나훈아, 조용필, 장사익, 최백호, 한영애 등 한국 가요사를 관통하는 명가수들은 모두 자기만의 음색으로 이 노래를 불렀다. 바이올린, 가야금, 색소폰 등등 수많은 연주곡도 있다. 모든 연령대의 가수들이 저마다 다른 음색으로 부르지만 노래는 기가 막히게도 한결같은 느낌을 준다. 다시 오지 않는 젊음에 대한 절망감과 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춘들은 모른다. 인생의 신산함을 알게 된 중년이 되고 난 이후 비로소 빠지게 되는 노래다. 구성진 멜로디에 깊은 페이소스가 녹아 있는 노래에 베이비부머들은 ‘사오정’ 인생의 고비고비 괴로울 때, 폭탄주에 취한 귀가길에 훌쩍이며 불렀다. 젊은 날 들었던 그 모든 노래들을 위압하며 다가온 노래다. 곡조가 유장하고 가사의 울림이 그만큼 한국인에게 깊고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봄날은 간다’는 1953년 한국전쟁 막바지 대구 동성로 유니버셜레코드사가 제작한 유성기 음반으로 발표됐다. 비장미 넘치는 노랫말은 손로원이 부산 용두산 판자촌에 살 당시 화재로 인해 연분홍 치마를 입은 어머니의 사진이 불에 타는 모습을 보고 지었다고 한다. 전쟁에 시달린 가난한 한국인들의 한 맺힌 내면 풍경을 대변하며 발표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노래 기념비는 남이섬에 있다. 이 땅의 중장년들이 요즈음 말로 ‘썸을 탔던’ 젊은 날 단골로 찾던 추억의 공간이다. 자가용이 귀하던 시절 서울과의 지정학적인 거리 탓에 잘만 하면 기차가 끊어진 것을 핑계로 여친과 어떻게 하룻밤을 같이 보낼 수도 있었던 가능성의 섬이었다. 한때 몰렸던 일본 관광객에 이어 지금은 완전히 중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가끔 남녘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들이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쉬는 모습이 눈에 띈다. 검푸른 강물을 뒤로하고 양산을 든 할머니가 떨어지는 봄꽃을 돌아보고 또 한번 돌아다본다. 할머니는 그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봄을 맞이했고 또 보냈을까. “꽃은 피기는 힘들어도 지는 것은 순간”이라는 최영미의 시구처럼 올해 봄날이 저만큼 가고 있다. 인생도, 청춘도, 꿈도 짧은 봄날처럼 간다.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 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다. 기껏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노래를 핑계 삼아 가버린 청춘을 그리며 술잔을 기울이는 일뿐이다. 떠나가는 봄이 아쉬워 오랜만에 정치, 사회 현안 대신 멜랑콜리한 이야기를 써 봤다. 2024년 봄도 다 갔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매체경영)
  • 가장 오래도록 읽고 담다… 최애 도서 ‘호밀밭의 파수꾼’

    가장 오래도록 읽고 담다… 최애 도서 ‘호밀밭의 파수꾼’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 1위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꼽혔다. 교보문고는 2002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매달 100권 이상, 5년 이상 지속적으로 팔린 ‘최장 스테디셀러’ 100종의 목록을 27일 발표했다.‘호밀밭의 파수꾼’은 2004년 11월부터 무려 234개월(19년 6개월) 연속으로 매달 100권 이상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20세기 미국 문단의 이단아로 불리는 J D 샐린저가 1951년 낸 소설로 사립학교의 문제아 홀든 콜필드가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며칠간의 일을 그렸다. 전 세계 누적 판매 7000만부를 넘었고, 미국 도서관 최다 대출을 기록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2위는 2006년 5월부터 216개월(18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데미안’이 차지했다.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가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낸 자전적 소설이다. 열 살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기까지의 고독하고 힘든 성장 과정을 그렸다. 2006년 7월부터 지금껏 사랑받는 다다 히로시의 그림 동화책 ‘사과가 쿵!’이 3위였다. 여러 동물이 큰 사과를 먹다가 비가 오면서 서로 협력하고 양보하게 되는 모습을 푸근하게 담았다. 100권 가운데 분야별로는 소설이 34종으로 가장 많았다. 인문·교양 20종, 유아·어린이 16종, 시·에세이 15종, 비즈니스 15종 순이었다. 소설 분야에서는 ‘1984’를 비롯해 ‘앵무새 죽이기’, ‘노르웨이의 숲’, ‘자기 앞의 생’ 등이 포함됐다. 인문·교양 분야에서는 ‘생각의 탄생’,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과학 분야에서는 ‘코스모스’가 이름을 올렸다. 어린이·청소년 도서로는 ‘100층짜리 집’, ‘아홉 살 마음 사전’, ‘마법천자문’, ‘시간을 파는 상점’ 등이 포함됐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재테크, 자기 계발 채널에서 소개된 ‘자본주의’, ‘언스크립티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등이 100권 안에 들었다.
  • 中 포위훈련 끝나자… 美 의원단·엔비디아 CEO 줄줄이 대만行

    미국 여야 의원 대표단이 타이베이를 방문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을 만났다. 지난 20일 라이 총통 취임 뒤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 훈련을 벌여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워싱턴이 라이 총통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행보다. 때마침 전 세계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고향인 대만을 찾았다. 27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마이클 매콜(공화당)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이끄는 의원 대표단 6명은 이날 라이 총통을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라이 총통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힘에 의한 평화’를 언급하며 국방 강화를 다짐했다. 매콜 위원장은 “중국의 대만 위협을 두고 라이 총통과 매우 직접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린치아룽 대만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 브리핑에서 “우리는 대만에 억제력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대만이 구매한 무기를 가능한 한 빨리 배송받을 수 있도록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전날 타이베이에 도착한 의원 대표단은 30일까지 머물며 대만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한다. 중국은 이들의 방문을 ‘대만 독립 세력을 자극하고 지지한다’고 간주해 강력 반발했다. 앞서 중국은 라이 총통 취임 직후인 지난 23~24일 대만 주위를 둘러싸고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둘러싼 양측 간 ‘기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6일(현지시간) “중국이 대만 침공을 위해 상륙선과 민간 선박 함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의원 대표단과 별도로 엔비디아를 이끄는 황 CEO도 대만을 방문했다. 그는 1963년 대만 타이난에서 태어나 아홉 살 때 미 켄터키로 이주한 ‘1.5세대’ 이민자다. 그는 대만 정보기술(IT) 박람회인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4’에 참석해 아수스, 콴타 등 현지 반도체 기업들을 격려하고 다음달 2일 대만국립대에서 AI 시대가 글로벌 신산업 혁명을 어떻게 주도할지 연설한다. 블룸버그통신은 황 CEO가 지난 20일 “대만이 세계 기술 공급망의 핵심”이라면서 “(세계) 첨단 산업의 대만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런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타이베이 컴퓨텍스에 참석해 “앞으로도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을 대만 TSMC에 위탁 생산한다”고 밝힌 바 있다.
  • 19년 6개월간 꾸준히 팔렸다…최장기 스테디셀러 ‘호밀밭의 파수꾼’

    19년 6개월간 꾸준히 팔렸다…최장기 스테디셀러 ‘호밀밭의 파수꾼’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 1위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꼽혔다. 교보문고는 2002년 10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매달 100권 이상, 5년 이상 지속적으로 팔린 ‘최장 스테디셀러’ 100종의 목록을 27일 발표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2004년 11월부터 무려 234개월(19년 6개월) 연속으로 매달 100권 이상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며 1위에 올랐다. 20세기 미국 문단의 이단아로 불리는 J. D. 샐린저가 1951년 낸 소설로, 사립학교의 문제아 홀든 콜필드가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며칠간 일을 그렸다. 전 세계 누적 판매 7000만부를 넘었고, 미국 도서관 최다 대출을 기록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2위는 2006년 5월부터 216개월(18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데미안’이 차지했다.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가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낸 자전적 소설이다. 열 살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기까지 고독하고 힘든 성장의 과정을 그렸다. 2006년 7월부터 여태껏 사랑받는 다다 히로시의 그림 동화책 ‘사과가 쿵!’이 3위였다. 여러 동물이 큰 사과를 먹다가 비가 오면서 서로 협력하고 양보하게 되는 모습을 푸근하게 담았다.100권 가운데 분야별로는 소설이 34종으로 가장 많았다. 인문·교양 20종, 유아·어린이 16종, 시·에세이 15종, 비즈니스 15종 순이었다. 소설 분야에서는 ‘1984’를 비롯해 ‘앵무새 죽이기’, ‘노르웨이의 숲’, ‘자기 앞의 생’ 등이 포함됐다. 인문·교양 분야에서는 ‘생각의 탄생’,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과학 분야에서는 ‘코스모스’가 이름을 올렸다. 어린이·청소년 도서로는 ‘100층짜리 집’, ‘아홉 살 마음 사전’, ‘마법천자문’ 등이, 청소년 소설로는 ‘시간을 파는 상점’ 등이 포함됐다. 비즈니스 분야는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재테크와 자기계발 채널에서 소개된 ‘자본주의’, ‘언스크립티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등도 포함됐다.
  • ‘6·25 전사’ 병사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형 찾던 동생은 4년 전 하늘로

    ‘6·25 전사’ 병사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형 찾던 동생은 4년 전 하늘로

    6·25전쟁으로 열아홉에 입대해 국가를 지키다 다음 해 전사한 고 김동수 이등중사(현 계급 병장)가 7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숨진 형의 유해라도 찾고 싶어 평생을 기다렸던 동생은 4년 전 세상을 떠나 안타깝게도 형과 마주하진 못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2000년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발굴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저격능선 전투’에서 전사한 김 이등중사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1932년 4월 전남 화순군 동복면에서 4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1951년 5월 15일 입대한 뒤 국군 제2사단 17연대에 배치돼 735고지 전투, 김화·금성 진격전 등 주요 전투에 참전했다. 그러다 1952년 10월 14일부터 11월 24일까지 강원 화천군 상서면 일대에서 벌어진 저격능선 전투에서 중공군에 맞서 싸우다 1952년 10월 27일 스무살의 나이로 전사했다. 김 이등중사의 유해는 2000년 9월 발굴됐다. 고인의 남동생 김동현씨는 발굴된 유해 가운데 형을 찾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2012년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지만 당시에는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국유단은 정확도가 높은 최신 기술로 다시 분석하는 절차를 이어오며 지난 13일 김 이등중사와 김동현씨의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미 2020년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등중사에 대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유가족 자택에서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설명, ‘호국의 얼’함 전달 등으로 진행됐다. 김동현씨의 아들 김진훈씨는 “아버지는 생전에 큰아버지를 찾겠다는 마음 한구석 깊이 새긴 약속을 지키려 애쓰셨다”며 “이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오랜 바람이 이제야 이뤄진 것 같아 우리 가족 모두에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을 시작한 이래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32명이 됐다. 6·25 전사자 유가족은 전사자의 8촌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로 신원 확인에 참여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 신원이 확인되면 포상금 1000만 원이 지급된다.
  •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시’ [인마이포캣]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시’ [인마이포캣]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전시가 한창이다. 우연히 눈에 띄었지만 분명 우리 고양이들이 나에게 사인을 보냈을 거다. “공부하는 집사야, 가 봐야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의 규모는 딱 고양이 만큼 아담하고 적당했다. 그동안 궁금했던 오랜 역사적 기록물들이 많아 보물섬에 온 듯했다. 고양이의 세계사는 드문드문 찾아볼 수 있었지만 고양이의 한국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 전시에 오롯히 모여 있어 전시기획자가 참 고마웠다. 모든 역사에서, 모든 인간에게서 사랑받지는 못했지만 괜찮다. 꿋꿋이 버티며 담대하게 살아남아 우리를 홀려 온 고양이들의 진가는 이제 꽃피우기 시작했으니까.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고양이 이야기 몇 가지만 살짝 소개한다. 무료관람인 이 전시마저 우리를 홀릴 테니 나들이 삼아 가 보길 추천한다.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은 지난 3일 개막했으며, 오는 8월 18까지 열린다.이름부터 귀여운 ‘고양이’의 어원 나는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 보다 ‘고양이~ 고양이~’라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 발음도 귀엽지만 사진 찍을 때 ‘김치’ 처럼 ‘고양이’라고 부르면 입꼬리가 올라가서 더 반가운 표정이 된다. 이름처럼 귀여운 고양이는 송아지, 강아지 처럼 아기 명칭이 필요없다. 성체가 되어도 아기고양이 못지 않은 귀여움이 넘치니까. 1103년 기록된 ‘계림유사’에는 고려시대 사람들이 고양이를 ‘귀니’라고 부른다는 송나라인의 채록이 담겨있다. 다만 당시 글자의 발음은 ‘괴니’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고려사’에는 고양이의 방언이 ‘고이’ 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괴니’, ‘고이’, ‘괴’ 등으로 불리다가 18~19세기에 접미사 ‘~앙이’가 붙어서 ‘괴앙이’, ‘괴양이’ 등으로 불렸고 20세기 이후 ‘고양이’가 표준어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별명도 참 많았다. 쥐를 잡는 귀한 존재라는 의미인 ‘몽귀’(蒙貴), 작은 살쾡이라는 의미인 ‘소리’(小狸),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집에 있는 살쾡이란 뜻의 ‘가리’(家狸)로 적혀 있고, 정약용의 ‘다산시문집’에는 살쾡이와 닮았다는 의미로 ‘리노’(狸奴), 뛰어노는 모습이 마치 원숭이(납)와 비슷해 ‘나비’라고 불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도 있었다. 경상도에서는 쌀집에서 고양이를 많이 키워 ‘살찐이’ 라고도 불렸다.동국이상국집과 목은집의 고양이 기록 “감춰 둔 나의 고기를 훔쳐 배를 채우고 천연스레 이불 속에 들어와 잠을 자누나. 쥐들이 날뛰는 게 누구의 책임이냐 밤낮을 불구하고 마구 다니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고양이를 나무라다(責猫)’라는 글을 볼 수 있다. 쥐를 잡지 않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감춰둔 고기를 훔쳐 먹는 고양이를 꾸짖는 내용이다.“추위가 두려워 손을 사절해 보내고 화로 곁에서 고양이와 친하노라니 얻고 잃음이 정히 서로 절반이로다. 중화의 원기를 스스로 새롭게 하네” 또 이색의 ‘목은집’에는 ‘추위를 무서워하다(畏寒)’에 고양에 대한 글도 볼 수 있다. 고려후기에서 조선초기 문신이자 학자인 이색이 1381년 지은 시다. 추운 겨울, 손님을 돌려보낸 아쉬움을 고양이와 함께 보내는 즐거움으로 달래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색은 애묘가였다. 그가 쓴 여러 편의 고양이 시를 보면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집사능력시험, 당신의 점수는? 사람에게 고유의 지문이 있듯 고양이에게는 비문(鼻紋)이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처음 알았다. 고양이는 코의 무늬가 모두 다르다. 고양이의 후각은 사람보다 6배 더 잘 맡으며 시각 보다 후각을 더 많이 사용한다. 고양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코에 손가락을 살며시 대어 냄새를 맡게 하면 경계심을 낮출 수 있다.18~19개의 뼈로 이루어져 있는 고양이 꼬리는 함부로 잡아당겨서는 안된다. 균형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꼬리의 높이, 위치, 모양, 움직이는 속도로 의사를 표현한다. 고양이는 적록색맹으로 빨강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하며 빨간색은 보지 못한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색깔은 노랑, 초록, 분홍이어서 고양이 장난감들의 색으로 주로 사용된다. 다만 빨간색을 보지 못하는 고양이들이 분홍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유리알처럼 투명한 고양이 수정체의 시야각도는 200도여서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먹잇감도 잽싸게 낚아챈다. 고양이 귀에는 32개의 근육이 있고 180도로 움직이며 사람이 전혀 느낄 수 없는 소리에도 민감한 뛰어난 청력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의 앞발 발가락은 5개 뒷발 발가락은 4개다. 처음 뒷발 발톱을 깎을 때 나머지 하나를 더 찾으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공간감각과 방향을 분석하는 고양이의 수염은 입과 눈썹 주변 외 앞발, 정확히는 앞다리 뒤편에도 있었다!대체 이런 이야기는 누가 만들어낸 걸까 옛날에는 초상이 나면 고양이를 잡아 가두었다고 한다. 고양이가 시체를 넘으면 시체가 일어선다거나, 고양이가 시체로 들어가 귀신이 된다는 설인데 이런 이야기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럼, 시체가 일어나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왼쪽으로 시신을 넘어뜨리거나, 짚신으로 왼쪽 부분을 세 번 두들겨 패거나, 왼쪽 주먹으로 쳐서 밀치면 넘어진다는 등의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져 온다. 고양이는 마성을 가진 동물이라는 믿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해석이다.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죽이면 7대까지 탈이 생긴다하고 서양에서도 고양이는 아홉개의 목숨을 가졌다라는 등 나라를 불문하고 고양이가 부정적인 동물로 인식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험한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여겨 마을 입구에 고양이 석상을 세우기도 했고, 군부대 안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고양이가 울면서 병영 안을 돌아다니면 병사들에게 불길한 일이 생긴다는 기록도 있다.조선 백과사전에 등장한 고양이 기록 조선시대에도 길고양이들에게 비단을 입히고 먹이를 주던 ‘묘마마’(猫媽媽)가 있었고, 이 묘마마가 죽었을 때 수백 마리의 고양이가 슬퍼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캣맘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너는 시집에 가 바친다고는 하거니와 어찌 고양이는 품고 있느냐? 행여 감기나 걸렸거든 약이나 하여 먹어라 .’ 애묘인이었던 숙명공주가 혼인을 하였지만 시댁에 정성을 다하기 보다 고양이만 품고 있어 효종이 나무라는 편지. 딸의 건강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또 하나의 가족 쥐잡는 도둑고양이로 불리던 길고양이들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공존해왔지만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들로 억울한 묘생을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반박할 수 없는 고양이의 시대다. 2022년 통계청 조사에서 발표한 가구수는 2,238만, 반려묘는 254만 마리로 약 10가구 중 1가구는 고양이와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고양이 전문 전시회가 열리고, 고양이 전문 서점도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양이와 하룻밤을 지내는 숙소가 큰 인기를 끈다. 마음을 내어주는 척 다시 거둬가는 이 고양이들의 매력에 빠지는 순간 지갑은 텅장이 되고 집안은 털숲이 되어도 하염없이 행복하다.펫밀리(Pet Family), 펫팸족(Pet Fam)을 위한 서비스들은 나날이 증가해 현재 약 384조원인 글로벌 펫산업은 2030년 600조원까지 예측되기도 한다. 경기도에서는 최근 매년 어린이날이 있는 주 토요일을 반려동물의 날로 지정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많이 좋아졌지만 비반려인들이 느끼는 불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오래 함께 지내기 위해서 내 이웃의 삶을 헤아리며 받은 배려에 보답하는 개인적, 사회적 활동들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집사들 또한 간절하니까.
  • 이서진, 팔뚝에 문신 가득…조직폭력배 같은 근황

    이서진, 팔뚝에 문신 가득…조직폭력배 같은 근황

    배우 이서진이 조폭을 연기한다. 5월 29일 웨이브(Wavve), 티빙, 왓챠에서 공개되는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는 ‘대학에 가고 싶은’ 조폭이 열아홉 왕따 고등학생의 몸에 빙의되면서 자신만의 기술로 가해자를 응징하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친구와 새로운 우정을 쌓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휴먼 드라마다. 윤찬영과 봉재현을 필두로 원태민, 고동옥, 주윤찬 등 활기찬 에너지와 매력으로 무장한 청춘 배우들의 만남을 예고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폭고’는 ‘내과 박원장’부터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까지 캐릭터 맞춤 연기를 보여줬던 이서진(김득팔 역)의 특별 출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 작품 장르를 불문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를 남겨 온 이서진이기에, 이번에는 어떤 역할로 작품에 완성도를 더할지 기대가 집중되는 상황. 이런 가운데 ‘조폭고’ 제작진은 드라마 속 김득팔을 엿볼 수 있는 이서진의 첫 스틸을 공개했다. 사진 속 이서진은 김득팔의 강렬한 아우라를 온 몸으로 표출하고 있다. 압도적 눈빛과 꼿꼿한 자세, 올백으로 넘긴 머리와 이마에 드러난 상처, 풀어헤친 셔츠 단추와 근육질 팔을 둘러싼 문신 등은 조폭 이인자 김득팔의 날카로운 기세를 느끼게 한다. 이서진이 연기하는 김득팔은 짧은 학력이지만 끈기 있고 우직하며, 조폭이지만 인간애로 똘똘 뭉친, 47세의 나이에도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특별한 인물이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김득팔의 스토리를 극 초반 이서진이 설득력 있는 명품 연기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공감과 이입을 이끌 전망이다. 이와 관련 ‘조폭고’ 측은 “이서진은 지금껏 보여준 이미지와 180도 다른, 거친 카리스마의 김득팔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느껴지는 이서진의 남다른 아우라가 김득팔을 더욱 강렬하게 완성시켰다. 심혈을 기울여 캐릭터를 만들어 준 이서진에게 감사하며, 이서진의 연기와 열정이 본 드라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시청자들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백두급 황소’ 맡겨 놓은 것처럼 챙긴 사나이

    ‘백두급 황소’ 맡겨 놓은 것처럼 챙긴 사나이

    부활을 노래한 장성우(27·MG새마을금고)가 두 달 만에 민속씨름 백두급(140㎏ 이하)을 다시 제패하며 올해 두 번째, 통산 열세 번째 장사에 등극했다. 장성우는 16일 대전 유성구 한밭대 체육관에서 열린 2024 민속씨름리그 3차 유성온천장사씨름대회 백두장사 결정전(5판 3승제)에서 접전 끝에 최성민(22·태안군청)을 3-2로 물리치고 꽃가마에 올랐다. ‘괴물’ 김민재(22·영암군민속씨름단) 등에게 밀려 지난해 1회 우승에 그쳤던 장성우는 올해엔 3월 평창 대회를 포함해 일찌감치 2관왕을 달성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날 3개 대회 연속 한라급(105㎏ 이하)을 제패한 박민교(22·용인시청)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다관왕이다. 장성우는 또 황소 트로피를 13개(백두 11+천하 2)로 늘렸다. 장성우는 최성민과의 결정전 맞대결에서 3승2패를 기록했다. 첫 만남이던 2020년 12월 천하장사 대회에서 이겼다가 2022년 2월 설날 대회와 3월 장흥 대회에선 준우승에 그쳤으나 같은 해 9월 추석 대회와 이번 대회에서 거푸 설욕했다. 장성우는 이날 우승 후보 중 한 명인 김진(35·증평군청)을 4강에서 2-0으로 물리친 여세를 몰아 결정전 첫째 판을 안다리걸기로 따내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거쳐 재경기를 한 끝에 밀어치기로 둘째 판을 내준 데 이어 셋째 판도 덧걸이에 쓰러지며 역전을 허용했다. 위기의 넷째 판에서 장성우는 360도 돌림배지기로 균형을 맞춘 뒤 마지막 다섯째 판에서 들배지기에 이은 안다리걸기로 최성민을 무너뜨리며 포효했다. 장성우는 우승 뒤 “올해 출발이 좋다”며 “부상을 조심하되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문경 대회에서 6개월 만에 백두급 정상을 밟으며 개인 통산 아홉 번째 장사 타이틀(백두 8+천하 1)을 따냈던 김민재는 소속팀이 다음달 단오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한라급 이하 체급에 나서지 않은 가운데 출전을 강행하는 의욕을 보였으나 16강에서 김진에게 1-2로 무릎을 꿇어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 시끄럽고 끝없는 ‘아줌마 수다’ 제대로 들으려고 한 적 있나요

    시끄럽고 끝없는 ‘아줌마 수다’ 제대로 들으려고 한 적 있나요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김이설 지음/자음과모음/208쪽/1만 5000원SNS서 독자 모집일주일에 30장씩글 공개하며 완성걸쭉하고 먹먹한중년 여성들 수다그들의 삶에 공감 ‘아줌마는 말할 수 있는가.’ 소설가 김이설(49)이 새 장편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에서 던진 질문이다. 그들이 물리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묻는 게 아니다. 과연 우리가 아줌마들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 한 적 있었는지, 듣기 싫은 것으로만 치부하진 않았는지 스스로 되묻는 작업이다.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작가를 만났다. “지난해 10월 마감이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 올 6월이 다 된 거 있죠. 소설을 쓰도록 강제할 게 필요했어요. 인스타그램으로 제 ‘숙제’를 검사할 독자를 모집했죠. 일주일에 30장씩. 작가가 정리되지 않은 글을 보여 주는 건 무척 창피해요. 그래도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그렇게 했어요.” 김이설은 이걸 ‘스불재’라는 말로 압축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의 줄임말이란다. 신해철이 불렀던 만화 주제가 ‘라젠카 세이브 어스’의 도입부 가사인데 작가의 상황과 찰떡처럼 들어맞는다. 어쨌든 그렇게 자신을 몰아세웠더니 소설 한 권이 뚝딱 나왔다. 꽤 괜찮은 듯하다. 그는 “힘들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며 앞으로도 이렇게 써 보겠다고 했다. “양양도 그렇고 요즘 강원도가 ‘핫’하잖아요. 바다가 있어서일까요? 젊음을 환기하는 마력이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서해는 우중충하고, 남해는 머니까. 저도 첫사랑과 함께 갔던 여행지인데….” 방금 그 말을 기사에 써도 되는지 물었더니 “괜찮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소설은 작가와 동갑내기인 마흔아홉 중년 여성 미경·정은·난주가 강릉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젊은 시절의 온갖 사랑과 치욕이 소용돌이치는 강릉 바다를 마주한 세 아줌마. 사사롭고도 질펀한 수다를 끝없이 늘어놓는다. 그동안 제대로 듣지 못했던, 아니 들으려 하지 않았던 아줌마들의 목소리다. “아줌마들을 거위에 비유하더군요. 시끄럽고 우악스럽고…. 하지만 이들에게도 청춘은 있었거든요. 그렇게 거대했던 세계를 풀어내고 싶어도 세상이 들어주지 않잖아요. 그걸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앞에서 한꺼번에 말하려니 목소리가 커지는 거죠. 거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줌마들의 서글프고 외로운 이야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까요?”작가의 걱정은 기우일 듯하다. 걸쭉하고 재기발랄한 아줌마들의 목소리를 따라가고 있노라면 마치 재밌는 이모들과 3박 4일 강릉에 놀러갔다 온 기분이 든다. 깔깔 웃다가도 사랑 이야기 앞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렇게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 옆의 아줌마들을 아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소원해진 남편과의 관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생활고…. 누군가의 엄마이기에 그중에서도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모성’이다. 같은 여성인데도 아들을 키우는 난주와 딸을 키우는 정은은 남녀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날카롭게 각을 세운다. 자신보다는 자식이 더 중요한 엄마의 마음이란 이런 걸까. 김이설은 차기작에서 이 모성을 좀더 집중적으로 탐구할 요량이다. “쓰고 있는 소설 스포일러를 좀 하면… 가족끼리 겨울 캠핑을 하기로 해요. 그런데 조카가 곧 태어날 것 같아서 주인공은 병원에 남고 남편과 아이만 먼저 보내요. 결국 가지 못했는데, 다음날 캠핑하다가 남편과 아이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어 버린 거죠. 조카의 생일과 자식의 기일이 같아져 버린 건데요, 이 상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 ‘노또장’ 노범수 아홉수 넘어 1년 만에 부활…개인 통산 20번째 장사 등극

    ‘노또장’ 노범수 아홉수 넘어 1년 만에 부활…개인 통산 20번째 장사 등극

    ‘노또장’ 노범수(26·울주군청)가 1년 만에 부활을 노래했다. 노범수가 지긋지긋한 아홉수를 넘어 개인 통산 20번째 장사 타이틀을 기어코 따냈다. 노범수는 13일 대전 유성구 한밭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4 민속씨름리그 3차 유성온천 장사씨름대회 태백장사(80㎏ 이하) 결정전(5판3승제)에서 김진용(28·증평군청)을 3-2로 누르고 황소 트로피를 품었다. 지난해 5월 보은 대회 우승 이후 1년 만에 다시 정상을 밟은 노범수는 이로써 개인 통산 19번째 태백장사를 차지했다. 또 금강급(90㎏ 이하) 우승 1회까지 포함해 개인 통산 장사 등극 횟수를 모두 20회로 늘렸다. 이날 4강전과 결정전 모두 명승부가 펼쳐졌다. 노범수는 4강전에서 지난달 문경대회에서 데뷔 시즌 첫 우승을 달성하며 돌풍을 일으킨 신인 홍승찬(22·문경시청)을 맞닥뜨렸다. 첫째 판에서 밭다리, 등채기등 홍승찬의 공격을 거푸 받으며 균형을 잃을 뻔한 노범수는 잡채기에 엉덩이가 모래판에 닿을 뻔했다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밀어치기에 성공했다. 노범수는 둘째 판에서도 홍승찬의 잇따른 들배지기에 이은 뒷무릎 치기에 쓰러질 뻔하다가 뿌려치기로 기사회생, 결정전에 진출했다. 생애 첫 우승을 노리던 김진용과 만난 결정전 또한 쉽지 않았다. 첫째 판은 경기를 서두르던 김진용이 거푸 경고를 받으며 거저 주웠다. 하지만 이후 변칙 기술에 능한 김진용의 반격이 거세졌다. 둘째 판을 뒷무릎 치기로 내준 노범수는 셋째 판을 들어 뒤집기로 따내며 다시 앞서갔으나 넷째 판에서 집요하게 밑을 파고드는 김진용에게 정규 경기 시간 1분 중 1초를 남기고 자반뒤집기에 무너져 다시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노범수는 마지막 다섯째 판에서 옆무릎치기를 시도하는 김진용을 밀어치기로 모래판에 쓰러뜨리며 그토록 목말랐던 우승을 결정지었다. 2020년 민속씨름에 입문한 노범수는 데뷔 첫 해 4관왕(금강장사 우승 1회 포함), 2021년 5관왕, 2022년 6관왕, 지난해 4관왕에 오르며 태백급 최강자로 군림했다. 2022년 11월 천하장사 대회부터 지난해 5월 보은 대회까지 5개 대회 연속 태백급을 제패하기도 했다. 밥 먹듯이 장사를 한다고 해서 ‘노또장’(노범수 또 장사했네)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6월 단오대회에서 태백급 5위에 그친 것으로 시작으로 기나긴 슬럼프가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천하장사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기는 했으나 문준석(수원시청)에 무릎을 꿇는 등 좀처럼 꽃가마에 오르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노범수는 올해 4번째 민속씨름 대회에서 기어코 정상을 밟으며 1년 만에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우승을 결정지은 뒤 왈칵 눈물을 쏟아낸 노범수는 시상식 내내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지난해 단오 대회가 끝나고 계속 지면서 노또장 시대는 갔다, 올라갈 때는 무서웠는데 떨어질 때는 무섭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래도 독하게 준비했다”고 돌이키기도 했다. 노범수는 또 “단오 대회 이후 많이 헤맸다. 운동도 하기 싫고 씨름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감독님, 코치님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셔서 다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승찬과의 명승부에 대해서는 “경기 내용에서는 졌는데 제가 좀 더 간절해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그동안 간간이 한 체급 위인 금강급에도 출전했던 노범수는 본격적인 체급 전환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다음 달 단오 대회가 태백급으로 뛰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면서 “우승하든 우승하지 못하든 이후로는 금강급을 제대로 준비해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 요키치, NBA 시즌 MVP 탈환

    요키치, NBA 시즌 MVP 탈환

    미국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의 센터 니콜라 요키치(29)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탈환했다. NBA 사무국은 9일 2023~24시즌 정규리그 MVP 투표 결과 요키치가 99표 가운데 1위표(10점) 79표, 2위표(7점) 18표, 3위표(5점) 2표를 받아 총 92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샤이 길저스 알렉산더(오클라호마시티), 루카 돈치치(댈러스 매버릭스), 야니스 아데토쿤보(밀워키 벅스), 미국인으론 가장 높은 제일런 브런슨(뉴욕 닉스)이 뒤를 이었다. 이로써 2020~21, 2021~22시즌 두 번 연속 MVP로 선정됐던 요키치는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센터 조엘 엠비드에게 내줬던 MVP를 되찾았다. 요키치는 MVP 경쟁과 관련해 “많은 선수에게 자격이 있다”면서도 “MVP를 결정하는 것은 아마도 작은 세부 사항일 것”이라고 말했다. 요키치는 NBA 사상 아홉 번째 MVP 3회 이상 수상자가 됐다. 카림 압둘 자바(6회), 마이클 조던(5회), 빌 러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이상 4회), 윌트 체임벌린, 모지스 멀론, 래리 버드, 매직 존슨(이상 3회)이 그들이다. 세르비아 출신인 요키치는 이번 아홉 번째 시즌에 79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26.4점, 12.4리바운드, 9.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은 전체 10위, 리바운드는 4위, 어시스트는 3위에 오르는 등 전체적으로 고른 활약을 보였다. 요키치를 앞세운 덴버는 57승25패를 기록해 서부 콘퍼런스 2위에 올랐다. 오클라호마시티와 승패는 같지만 전적에서 밀려 1위가 되지 못했다. 요키치가 세 번째 MVP로 선정되는 경사에도 덴버는 NBA 플레이오프 2라운드(4선승제)에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2연패해 서부 파이널 진출이 흐려졌다. 한편 뉴욕은 이날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상대로 한 동부 2라운드 2차전에서 브런슨의 ‘부상 투혼’을 앞세워 130-121로 역전승을 거두며 2연승을 내달렸다.
  • 두 손 묶인 비극에, ‘용서의 손’ 맞잡다

    두 손 묶인 비극에, ‘용서의 손’ 맞잡다

    “사람을 1m씩 거리를 두고 묶었는데 엄지손가락을 십자가 모양으로 해서 가슴에 꽉 조여 매고, 돌도 사람 머리만 한 것으로 가슴에 묶어서 (중략) 한꺼번에 (바닷물에) 빠뜨렸어요. 이날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6·25전쟁 당시 염산교회 성도였던 백성규의 증언) 일제가 물러가고 맞은 해방공간은 어수선했다. 이념과 이념의 갈등은 수많은 피와 생명을 요구했다. 기독교계도 그 광풍을 피해 갈 순 없었다. 지금부터 전하려는 건 해방 이후부터 6·25전쟁까지 같은 민족 사이에서 자행됐던 기독교 비극의 현장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끝에서 발견하는 건 놀랍게도 용서와 화해다.전남 영광은 한국 기독교 역사상 가장 많은 순교자를 낸 지역이다. 6·25전쟁 중 194명의 신자가 북한 인민군에 의해 참혹하게 순교를 당했다. 대표적인 곳이 1939년 세워진 염산면 봉산리의 염산교회다. 77명의 소속 교인이 목숨을 잃었다. 단일 교회로는 가장 많은 순교자 숫자다. 이들은 이른바 ‘순교의 돌’을 목에 매단 채 설도항 앞바다에 내던져졌다. 목에 무거운 돌을 매단 건 바닷가 주민 대부분이 수영에 능숙해서다. 양손이 묶이고 목에 돌까지 매달렸다면 아무리 수영을 잘해도 익사할 수밖에 없다. 당시 참혹했던 흔적이 염산교회 순교기념관 전시실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순교의 현장인 설도항 수문 앞엔 기독교인순교탑도 세워져 있다. 이웃한 야월리 야월교회는 65명의 교인 전체가 순교한 참상이 벌어진 곳이다. 염산교회에서처럼 돌덩이를 맨 채 마을 앞바다에 던져졌다. 산 채로 땅속 구덩이에 묻히기도 했다. 당시 어린 나이라 교회에 다니지 않아 화를 면한 최종한(83) 장로는 “인민군이 약 두 달에 걸쳐 전 교인을 처형했는데 교인들의 집과 교회에 불을 질러 야월교회와 기독교의 흔적을 모두 없앴다”고 회상했다.야월교회에 순교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의 상징 조형물인 ‘맞잡은 손’이 애틋하다. 공식적으로는 상처받은 자들의 손을 하느님이 잡아 준다는 것이 작품의 모티브다. 하지만 이방인의 눈으로는 어쩐지 남과 북의 형제들이 과거를 딛고 화해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통상 교회 신도를 학살한 주체는 ‘인민군’이다. 한데 이 ‘인민군’이 북한 정규군만 뜻하는 건 아니다. 빨치산이나 자생적 공산주의자 등이 사실상 ‘인민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허은철 총신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양반과 종, 지주와 소작인의 오랜 원한이 순교의 형태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며 “다만 명령을 내린 건 인민군이라서 통상 인민군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신안 증도에선 ‘고무신 선교’로 알려진 문준경(1891~1950) 전도사와 만난다. 한 해에 아홉 켤레의 고무신이 닳을 정도로 신안의 섬들을 찾아다니며 선교를 했다는 이다. 그래서 ‘섬 교회의 어머니’로 불린다. 증도대교가 놓이기 전, 그러니까 증도가 섬이던 시절에도 증도엔 신당이 없었다. 무속신앙이 발을 딛지 못했다는 뜻이다. 국내 어느 섬에서나 마을 수호신을 모신 신당을 발견할 수 있는 것에 비춰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경우다. 이 기적 같은 일을 해낸 이가 문 전도사다.6·25전쟁 당시 공산주의자들은 문 전도사를 ‘씨암탉’이라고 부르며 적대시했다. ‘알’(전도)을 많이 깐다는 뜻에서다. 인민군에 의해 목포에 억류돼 있다가 인천상륙작전 덕에 극적으로 풀려난 그는 “교인들이 걱정된다”며 증도로 갔다가 결국 공산주의자들의 죽창에 찔려 20여 교인과 함께 순교했다. 피는 피를 부른다.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에게 보복하는 피의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용서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여수 애양원교회의 손양원(1902~1950) 목사 같은 이는 1948년 여순 사건 와중에 자신의 아들 둘을 죽인 공산주의자 학생 안재선을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았다. 그를 ‘사랑의 원자탄’이라 부르는 이유다. 문준경 전도사가 배출한 제자들은 한국 교회를 이끄는 동량으로 성장했고, 염산교회와 야월교회도 재건돼 가해자와 피해자의 후손들이 함께 예배를 본다. 성지 순례 여정에 동행한 이철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은 “기독교 정신은 용서와 화해”라며 “한국 교회가 갈등이 깊어진 우리 사회에서 화해를 주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 2년 연속 어린이날 ‘우산’… 그래도 가족들 추억은 새겼어요

    2년 연속 어린이날 ‘우산’… 그래도 가족들 추억은 새겼어요

    “어린이날 아침부터 비가 와서 실망했는데 키즈카페에 오니 롤러코스터만큼 재밌는 슬라이드도 타고 트램펄린도 탈 수 있어서 좋아요.” 비바람이 몰아친 5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의 한 키즈카페에서 만난 강탄영(11)양은 밝은 표정으로 놀이기구를 타고 있었다. 아홉 살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구모(45)씨도 “2주 전부터 계획한 캠핑이 무산돼 아쉽지만 실내에서라도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으로 어린이날에 비가 내리면서 전국 관광지와 유원지는 평소보다 한산했다. 강풍까지 불면서 이날 오후 8시 기준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71편이 결항됐고 전남 목포·완도·여수·고흥 등 49개 항로 73척 여객선 운항도 통제됐다. 전국 곳곳의 행사와 축제도 취소되거나 실내로 변경되면서 차질을 빚었다. 대신 아쉬움을 달래며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여든 전국 곳곳의 키즈카페, 실내 테마파크 앞에는 20m가 넘는 대기 줄이 이어졌다. 키즈카페가 있는 쇼핑몰에서 한 시간 동안 주차할 자리를 찾다 차를 돌린 박정은(39)씨는 “쇼핑몰에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기다릴 엄두가 안 나서 가까운 장난감 가게로 갔다”고 말했다.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인천 중구의 한 실내 테마파크에 가기 위해 김태완(34)·정유라(32)씨 부부는 이날 오픈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매표소 앞에서 기다렸다. 김씨는 “올해는 혹시나 비가 와도 좋아하는 캐릭터 기념품을 많이 사 주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단단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을 마련한 박물관도 인파로 북적였다. 서울 종로구 공예박물관에서 만난 김송희(39)씨는 “일찍 현장 예약을 해야 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아홉 살 딸아이와 함께 오전 9시 30분에 왔는데 이미 오전 예약은 마감이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집에서 아이들과 추억을 쌓은 가족들도 있었다. 경기 안산에서 아들 임성준(6·가명)군과 사는 미혼모 임민서(32·가명)씨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지만 올해 큰마음을 먹고 아들과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는데 비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대신 성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유부초밥을 같이 만들어 먹었다. 성준군은 “일하느라 바쁜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웃었다. 임씨는 “내년 어린이날에는 외식도 하면서 또 다른 행복한 기억을 남겨 주고 싶다”고 했다.
  • 문자 광고 누르니 사이버 도박… 9세 포함, 청소년 1035명 ‘한탕’

    문자 광고 누르니 사이버 도박… 9세 포함, 청소년 1035명 ‘한탕’

    고교생 798명으로 가장 많아계좌·문화상품권으로 충전해게임처럼 인식하고 빠져든 듯12명은 사이트 만들어 운영도울산에선 성인 총책 7명 구속 경찰이 청소년 대상 사이버 도박을 집중 단속한 결과 1000명 넘는 청소년이 적발됐다. 아홉 살 초등학생도 사이트에 접속해 도박을 했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10대도 12명이나 붙잡혔다. 울산에서는 5000억원 규모의 사이트 운영자 7명이 구속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간 청소년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을 벌여 청소년 1035명을 포함한 2925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성인 75명을 구속했고 범죄 수익 총 619억원을 환수했다. 최근 청소년 도박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비대면 금융서비스 활성화 등으로 도박 자금을 손쉽게 충전·인출할 수 있는 데다 모바일 도박이 만연하면서 ‘손안의 카지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단속에서 적발된 청소년 1035명 가운데는 고등학생이 798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228명 ▲대학생 7명 등이었다. 초등학생 2명 중 1명은 문자메시지로 온 광고를 보고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1만원을 걸고 도박을 한 혐의로 적발됐다. 도박 사이트 운영에 직접 가담한 경우도 있었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청소년이 12명, 도박 사이트를 광고한 청소년이 6명이었다. 대포폰이나 대포 계좌 등을 제공한 청소년 5명도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코딩·서버 관리를 할 수 있는 청소년 2명이 도박 사이트를 만들어 도박 자금 2억 1300만원을 송금받은 사건을 적발해 일당 16명을 검거했다. 청소년 96명이 이들이 만든 사이트에서 도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은 실명 계좌나 문화상품권이 있으면 도박 자금을 충전할 수 있어 도박을 게임처럼 인식하고 빠져든 것으로 파악된다. 적발된 청소년의 48.1%(498명)는 친구 소개로 도박을 시작했지만 무료 영화·웹툰·스포츠 사이트 등에 게시된 광고를 보고 유입된 경우도 19.3%(200명)나 됐다. 문자 광고(11.4%)로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등 어린 학생들도 유입됐다. 청소년 도박의 종류로는 ‘바카라’가 41.9%(434명)로 가장 많았고 ▲스포츠 도박(19.8%·205명) ▲카지노(17.1%·177명) ▲파워볼·슬롯머신(14.7%·152명) 등의 순이었다. 한편 울산경찰청은 청소년 사이버 도박 특별 단속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20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7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또 대포 통장 제공자 등 98명을 입건하고 도박에 참여한 중학생 35명과 고등학생 261명 등 청소년 296명을 적발했다. 도박 사이트 총책 A씨 등은 2022년 9월부터 최근까지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 사이트 20개를 운영하면서 대포 통장을 이용해 자금 세탁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소년들이 도박 사이트에 건 판돈은 평균 28만원, 많게는 600만원 정도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를 찾아가 사이버 도박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특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로봇 배우 ‘콜리’의 아이 같은 질문에… 새삼 깨닫는 ‘인간다움’ [연극 리뷰]

    로봇 배우 ‘콜리’의 아이 같은 질문에… 새삼 깨닫는 ‘인간다움’ [연극 리뷰]

    휴머노이드 기수와 소아마비 소녀종의 경계 넘은 연대와 공존 빛나 평범한 성인이라면 묻지 않았을 질문을 자꾸 던진다. 마치 세상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 같다. 그 덕에 삶에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겼던 일들이 모처럼 새삼스러워진다. 국립극단 최초의 로봇 배우 ‘콜리’가 내뱉는 어색한(?) 대사와 몸짓 연기를 보면서 생각이 깊어지는 이유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천 개의 파랑’은 국립극단 76년 역사상 처음으로 로봇이 무대에 선다는 사실로 화제를 모으며 티켓 예매 창구를 열어 놓은 지 하루 만에 모든 자리가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로봇의 기계적 결함으로 원래 예정했던 개막일(4일) 하루 전날 공연을 열흘 이상 연기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연극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출간 후 꾸준히 사랑받았던 스테디셀러인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휴머노이드 기수인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왜 말을 타고 달리는 경기를 열게 됐나요? 인간이 재미있는데 왜 말이 달리나요? 인간이 달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말은 왜 달려야 하나요? 말이 재밌어하는 걸 어떻게 아나요?”(콜리의 대사 재구성) 공연 내내 이목을 끄는 건 단연 콜리다. 원작에서처럼 브로콜리를 연상케 하는 초록색 몸을 지녔고 키는 145㎝로 아담하다. 몸통에 달린 스피커에서 기본적인 대사가 흘러나오지만 콜리 내면의 독백은 배우 김예은의 입을 통해 발화된다. 딱딱한 대사 톤은 영락없이 로봇의 말투다. 그러나 왜인지 서정적이고 아련하게 다가온다. 다 자란 어른이라면 문제삼지 않을 질문도 한다. 이 질문들을 곱씹으며 관객은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지 나름대로 새롭게 정의한다. 동글동글한 형태로 디자인한 콜리의 모습은 가까운 미래의 기수 로봇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서 얻은 결과다. LED 패널로 된 콜리의 얼굴은 밝기를 조절하거나 간단한 표정 변화를 표현할 수 있다. 반자동으로 상반신과 팔, 손목, 목 관절 등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류이재 배우가 연기하는 열아홉살 ‘우은혜’에게도 눈길이 간다. 어렸을 적 걸렸던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인물이다. 이런 처지 탓일까. 그는 자유롭게 달리는 말 투데이의 열렬한 팬이다. 전동휠체어라는 기계에 의탁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은혜를 보면서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뚜렷이 구획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생각하게 된다. 장한새 연출은 ‘연출의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종의 경계를 넘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어, 위계의 경계를 넘어, 그 무엇도 배제하지 않은 채 이뤄 내는 이들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연대에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습니다. … 공존을 위해 스스로 멈춤을 선택한 콜리가 유독 인간답고 아름다워 보이는 건, 어쩌면 우리가 인간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세계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까요.” 공연은 오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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