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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철수 독일군, 맥주 2만 2500ℓ도 본국으로 실어 나른다

    아프간 철수 독일군, 맥주 2만 2500ℓ도 본국으로 실어 나른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일정에 발맞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으로 파병한 독일 군도 철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독일 육군 대변인이 7일(이하 현지시간) 2만 2500ℓ의 맥주를 본국으로 다시 옮기기 위해 민간 위탁사업자와 계약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독일인이 물보다 맥주를 더 사랑한다는 것이야 널리 알려진 일이다. 무슬림이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일체 술을 팔지 않고 마시지도 않으니 독일군 병사들이 고국에서 공수해 와 맥주 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다시 이렇게 많은 양을 다시 가져가는 것일까? 일간 슈피겔이 지난 4일 맨처음 보도해 그 사정이 알려졌다. 독일 병사들은 평소에 하루 맥주 두 캔이나. 그 도수에 상응하는 다른 주종을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 20주년 기념일이 돌아올 때까지 미군 철군 일정을 발표하면서 NATO 군도 그에 발맞춰 철수하기로 하고, 그에 따라 무장세력 탈레반이 뒤에서 몰래 획책한 소요와 폭력 사태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독일군 지도부는 맥주 금주령을 내려 이렇게 많은 양의 맥주가 쌓이게 된 것이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마지막 독일 병사들이 출국하기 전에 맥주 등을 모두 실어나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북부 마자르 이 샤리프 근처 캠프 마르말에 6만 캔이 넘는 맥주와 수백 병의 와인과 샴페인이 보관돼 있었다. 이 나라에 현재 주둔하고 있는 독일군 병사는 1100명이 넘는데 59명 정도가 이 나라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군 떠난 아프간, 中 인민해방군이 차지할까

    중국이 미국의 공백을 틈타 중동·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군 철군이 확정된 아프가니스탄에서 혼란이 커지자 연일 적극적인 개입 의사를 밝혀서다. 평화유지군 형식으로 군대를 파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중국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2003)에 격렬히 반대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침공(2001)은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동을 휩쓸던 테러단체들에 맞서 중국이 안정을 지키길 원했기에 미국이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눈감아 주고 대신 아프간 문제에서 협조를 얻었다. 이때부터 중국은 ‘아프간 반군이 앙심을 품고 중국 내 위구르족을 자극해 분리 독립운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신장지역 평화를 위해서라도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아프간에 평화유지군을 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미국은 아프간에서 2조 달러(약 2240조원)가량 전비를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미군 24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2만여명이 다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아프간 수렁’에서 빠져나오고자 아프간 미군 철수를 선언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도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확인한 상태다. 아프간에서 ‘힘의 공백’이 생겨 나자 내전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17일 아프간 매체 톨로뉴스는 “전날부터 남부 헬만드주 등 다수 지역에서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 간 군사 충돌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AFP통신도 “정부군이 수도 카불 인근 탈레반 장악 지역을 탈환하고자 기습 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1일 미국을 겨냥해 “외국 주둔 군대는 질서 있고 책임 있게 철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도 8일 카불 차량 폭탄 테러로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오자 “미국의 전격적인 철군 선언으로 아프간의 평화와 국민의 생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른 나라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중국이 아프간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두고 ‘파병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추론이 제기된다. 다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대세다.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가 이를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이 아프간에 천문학적 비용과 군사력을 쏟아붓는 동안 중국은 국제사회 영향력을 확대하며 어부지리를 얻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아프간에서 ‘사서 고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특사 자리’ 늘리는 바이든, 효과 있을까

    ‘특사 자리’ 늘리는 바이든, 효과 있을까

    폴리티코 “노드스트림 특사 검토”최근 100일간 3번째 특사 임명 될듯 대외적 외교활동 노출 효과 있으나행정부 비해 전권 없어 실패도 많아독일과 러시아 간 해저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인 노드스트림-2 건설 사업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특사 임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되면 최근 100일 만에 3번째 특사다. 주로 정치인을 보내는 특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 있으며, 대외적으로 외교적 활동을 노출해 관심을 집중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반면 최근 들어서는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특사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의 경우는 갈등에 직접 개입해 위험 변수를 높이기 보다 ‘상황 관리’에 치중하는 외교를 펼치기 위해 특사 자리를 지나치게 늘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1일 바이든은 리처드 노랜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에게 리비아 특사라는 직위를 하나 더 주었다. 국무부는 오는 12월 24일 리비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절차를 정상 궤도에 오르게 하고 리비아에서 외세를 제거하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3일에는 제프리 펠트먼 전 유엔 사무차장을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이집트, 수단, 에티오피아 지역의 특사로 임명했다. 에티오피아는 청나일강에 거대 댐을 조성 중이며 강 하류에 있는 이집트·수단 등은 식수 부족 등을 우려하며 반발 중이다. 해당 직위는 이 분쟁을 조율하는 자리다. 이미 기존에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수단, 홀로코스트, 인질문제, 반유대주의, 비확산 특사 등이 있다. 또 아직 공석인 대북인권 특사도 있다. 특사는 통상 백악관 및 국무부가 직접 개입했을 때 정치적 위협 요소나 변수가 아주 많은 사안일 때 쓰는 방식이다. 하지만 특사에게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통설이다. 특사 기용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아담 에렐리 전 바레인 대사는 폴리티코에 게재한 기고에서 “특사는 미국에 가장 중요한 외교적 사안만을 위해 보류하는 게 좋다”며 “다른 업무는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특파원 칼럼] 현실로 다가온 한반도 ‘백신외교‘ 전쟁/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현실로 다가온 한반도 ‘백신외교‘ 전쟁/류지영 베이징 특파원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팜이 만든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 화이자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2종), 미국 존슨앤드존슨, 미국 모더나에 이어 WHO가 사용을 허용한 여섯 번째 백신이다. 비서구 국가가 만든 첫 WHO 승인 제품이기도 하다. 그간 시노팜은 임상시험 최종 단계인 3상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효능에 논란이 많았다. 그럼에도 WHO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중국 본토에서 감염자가 거의 나오지 않아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없었다”는 제약사의 설명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WHO는 시노백 제품도 긴급 사용 승인 여부를 심사 중이다. 시노팜 백신과 효능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이 역시 WHO 인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시노팜·시노백 백신은 ‘불활화 사백신’이다. 쉽게 말해서 죽은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입해 질병 방어 항체를 생성시킨다. ‘면역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1885년 세계 최초로 광견병 백신을 만들 때 쓰던 방식이다. 사백신은 항체 지속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지만 대신 일반 냉장 온도에서 유통할 수 있고 가격도 미국·유럽 백신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제 중국은 WHO 인증을 무기로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자국 백신을 홍보할 수 있는 ‘인증서’를 확보했다.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에 자국 제품을 제공하는 대신 자신들의 외교 정책을 관철시키려고 할 것이다. 지난달 말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아프가니스탄과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5개국 외교장관과의 영상회의에서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코로나19 방역 물자 공동 비축고도 설립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들에게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 정책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가속화하자고 주문했다. ‘백신을 줄 테니 중국의 경제 구상에 동참해 달라’는 요구다. 중국은 한국에도 백신여권 상호 인증을 주장한다. 지난달 초 왕 국무위원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중 건강코드 상호 인증체제 구축을 강조했다. 건강코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여부, 위험 지역 방문 여부 등 정보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중국산 백신이 WHO 인증도 받았으니 한국도 시노팜·시노백 효능을 인정하고 하반기부터 백신여권 제도를 함께 도입하자’고 운을 띄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의 교류가 활성화되면 중국산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성공도 담보할 수 있다는 속내다. 이는 내년 10월 개최되는 중국 공산당의 20차 당대회와도 연관돼 있다. 여기서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판가름난다. 장기 집권을 원하는 그에게 올림픽 성공은 무엇보다 연임을 지지하는 좋은 재료다. 한국과의 백신여권 논의는 ‘2035년’을 강조하는 시 주석의 바람을 이루기 위한 밑그림 성격이 강하다. 미국이 이 상황을 두고만 볼 리 없다.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구하고자 미국으로 날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다. 당초 미국과 계약한 1억 440만회분에 1억회분 백신의 추가 공급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52년 만에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공식화하는 데 성공했다. 백신을 내주는 대신 중국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확실히 이끌어 낸 것이다. 이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이 한국에 백신 제공 대가로 중국 견제용 연합체인 쿼드(미·일·호주·인도) 합류나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과 중국의 ‘백신외교’ 전쟁이 한반도에서 정면출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superryu@seoul.co.kr
  • 美 철군 시작하자마자… 아프간 학교 앞 차량 폭탄 테러

    美 철군 시작하자마자… 아프간 학교 앞 차량 폭탄 테러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8일(현지시간) 한 학교를 겨냥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50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어린 여학생들이 대거 희생된 가운데 사망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테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 9월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완료하겠다고 밝히고 이달 1일 철군을 시작한 가운데 발생했다. 타리크 아리안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9일 “학생들이 귀가하기 위해 학교를 떠날 때 출입문 밖에서 3건의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고 밝혔다. 테러공격 당시는 여학생·남학생 3교대 수업 중 여학생 수업이 끝난 직후였다. 목격자와 의료진에 따르면 희생자의 대부분은 집으로 가던 12~20세 사이의 소녀 또는 젊은 여성들이었다.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가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그는 “탈레반은 불법 전쟁과 폭력을 확대해 위기를 평화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를 거부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탈레반 측은 이를 부인하며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 화살을 돌렸다. 이번 공격은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군 병력 2500~3500명이 마지막 철수를 시작한 지 1주일여 만에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탈레반과의 협상을 통해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합의했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9·11 테러 20주년인 올해 9월 11일까지 철수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프간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탈레반 세력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군의 완전 철수가 시작되면서 테러 등 폭력사태와 수니파·시아파의 종파 간 분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AP통신에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 반군세력으로 인해 불확실한 미래와 불행한 결과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태균 선임기자 windsea@seoul.co.kr
  • ‘美 2인자‘ 해리스 일단 합격점…성과 따라 차기 경쟁서 유리

    ‘美 2인자‘ 해리스 일단 합격점…성과 따라 차기 경쟁서 유리

    미국의 첫 여성, 남아시아계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주요 행정명령이나 법안에 서명하거나 연설을 할 때면 어김없이 그의 뒤를 지키고 서 있다.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할 때 단상 위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나란히 앉음으로써 또 하나의 역사적 순간을 연출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따라다니는 역사적·정치적 상징성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덜 받았던 역대 부통령들과 달리 해리스의 행보는 그 자체가 뉴스다. 부통령의 취임 100일을 다룬 기사가 많았던 것이 이런 관심을 반영한다. ‘워싱턴 정치’ 경험이 짧은 해리스 부통령은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신임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CNN 등 미 언론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직은 2인자로서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지는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권을 맡긴 중남미 이민자 문제와 미 전국 광대역 통신망 확충 정책 등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해리스의 향후 정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해리스에 대한 ‘첫 100일’ 평가는 ‘긍정적’ 취임 100일이었던 지난달 29일을 전후해 발표된 여론조사기관들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바이든 대통령(53~54%)보다 낮지만 50% 안팎을 기록했다. 4년 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별 차이가 없다. 폭스뉴스 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46%였고, 이 가운데 38%가 매우 부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4년 전 조사에서 펜스 전 부통령도 50%의 지지율을 기록해 거의 비슷했지만 부정적 응답은 33%로 큰 차이를 보였다. CNN·SSRS 조사에서도 해리스에 대한 호감도는 53%였고, 싫어한다는 응답은 37%였다. 2017년 4월 조사에서 펜스 전 부통령은 각각 46%와 39%로 호감과 비호감의 편차가 크지 않았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조사에서 해리스에 대한 호감도는 47%, 비호감도는 46%로 나타났고 2017년 4월 조사에서 펜스 전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와 비호감도는 각각 43%와 41%였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더 강한 편이다. ●해리스, 바이든 대통령과의 신뢰 구축이 1순위 해리스 부통령은 취임 전부터 나돌던 ‘포스트 바이든’을 노리고 ‘자기 정치’를 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쏠린 이목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원팀’의 일원으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해리스 부통령은 무엇보다도 바이든의 신임을 얻고자 노력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자기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대통령뿐 아니라 핵심 측근들에게 심어 주었다. 신뢰 관계가 구축돼야 대통령이 믿고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그래야만 성과를 내 민주당 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과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 때문에 최대한 지역 방문을 줄이면서 두 사람이 백악관에서 같이 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CNN 등 미 언론이 보좌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바이든과 해리스는 거의 매일 5시간 이상 함께 보내며 주요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매일 아침 바이든 대통령의 정보 브리핑에 배석하고 매주 한번 백악관에서 단독 오찬을 한다.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2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대통령과 거의 모든 회의에 함께하고, 거의 모든 결정을 함께 내렸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에 앞서 자신의 의견을 묻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천문학적 규모의 코로나19 추가부양책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등 바이든 대통령이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은 방에 남아 있는 마지막 사람이라고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과 비백인, 남아시아계 미국인 등 소수자의 입장을 반영하는 동시에 검사로서의 오랜 경력이 악화하는 인종 갈등과 치안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점점 커지는 역할… 국가우주위원장도 맡아 날이 갈수록 해리스 부통령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 기후변화 정책과 코로나발 경기부양정책 총괄을 각각 존 케리 전 상원의원과 진 스펄링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에게 맡기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주요 정책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3월 이후 굵직한 정책의 전권을 연달아 해리스에게 맡기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오랜 난제이자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급부상한 중남미 이민자 유입 문제 해결의 책임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맡겼다. 미국 내 여러 부처와의 정책 조율은 물론 중미 국가들과의 외교적 협상까지 맡게 됐다. 이를 위해 이미 과테말라 대통령과 화상회의를 가졌고, 다음달 멕시코와 과테말라를 방문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난과 폭력 등을 피해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3국에서 몰려드는 입국자들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국경 경비를 강화했었다. 보수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인권 침해 등 비판도 거셌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민정책과 국경경비의 완화를 기대하며 국경으로 몰려오는 중미 이민자들이 급증하자 바이든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첫 의회 합동연설에서 코로나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 지역 간, 계층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1000억 달러를 투자해 미 전역에 광대역 통신망을 확대 구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을 해리스 부통령이 총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백악관의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아버지 부시’인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때 신설돼 활동해 오다 이후 사실상 해체됐다가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가동한 위원회로 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다. 국가 간 우주개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주개발과 국가안보, 사이버 안보 등의 중요성이 커지며 바이든 대통령도 이 위원회를 유지하기로 결정, 위원장을 해리스 부통령이 맡게 됐다. 이 밖에 코로나 백신 접종 독려 활동과 코로나 이후 여성과 유색 인종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고용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태스크포스도 책임지고 있다.●권한 행사는 기회이자 위험 부담도 따라 해리스 부통령이 맡은 역할이 많아질수록 책임과 함께 부담도 커진다. 상징적인 2인자보다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며 성과를 낼 기회이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따른다. 특히 민감하고 해결이 쉽지 않은 중미 이민자 유입 문제는 더더욱 그렇다. 벌써 공화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밀입국 실태를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면 중미 국가들을 방문하기에 앞서 미국 남부 국경지역에 가 상황을 직접 보고 미국인의 애로사항을 들어야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밀입국 문제는 외교적으로도 해결이 쉽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장과 국방장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리언 패네타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해리스 부통령은 민감하고 어려운 과제를 맡아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일 기회와 부담을 함께 떠안은 셈이다. 코로나 상황이 점차 나아지면서 대면 접촉이 늘어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중소 도시와 농촌 등을 찾아 바이든 정부의 고용과 경기부양대책을 직접 알리고 지지층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미 이민자 문제와 광대역 통신망 확충에서 성과를 낸다면 민주당의 차기 지도자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반미에 ‘코로나 지옥’ 인도 조롱까지…중국의 말썽

    반미에 ‘코로나 지옥’ 인도 조롱까지…중국의 말썽

    주일본 중국대사관이 반유대주의 및 반미 메시지를 담은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이스라엘 당국의 연락을 받고 삭제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2일 주일 중국대사관이 지난 29일 공식 트위터에 “미국이 민주주의를 가져왔다면 아마도 이럴 것”이란 일본어 메시지와 함께 성조기를 두른 죽음의 신이 이스라엘 국기가 새겨진 큰 낫을 들고 방방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죽음의 신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이집트라고 새겨진 방을 모두 지나다니며 핏자국을 남겼다. 주일 이스라엘 대사는 중국측 상대방에게 즉각 이스라엘을 악마화한 것에 대해 항의했고, 중국측은 이스라엘 이미지가 만평에 포함된 것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 외교부가 주이스라엘 중국 대사관에 트위터의 내용에 대해 항의하자 메시지는 삭제됐지만, 중국 측의 사과는 없었다. 이 만평은 백인 우월주의자와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들과 같은 몇몇 극단주의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었다. 만평은 이미 지난해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에서 트위터에 올렸던 내용이기도 하다.한편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공산당 공식계정이 코로나19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인도를 비하하는 내용을 올렸다가 비난을 샀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법위원회가 주관하는 정무신문사이트인 중국장안망 웨이보 게정은 1일 ‘중국 점화 VS 인도 점화’란 제목으로 중국의 로켓 발사 사진과 인도의 코로나로 사망한 시신을 화장하는 사진을 나란히 올렸다. 중국 주재 인도대사관의 항의를 받은 장안망 계정은 다음날 이 사진을 삭제했지만 네티즌들의 비난을 샀다. 인도에서는 최근 하루 40만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확진자가 갑자기 많이 늘어난 바람에 인도 전역의 병상과 의료용 산소 등이 동난 상태다. 민족주의적 성향의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도 “지금은 인도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인도에 동정을 베풀며 중국 사회를 도덕적 우위에 놓을 때”라고 꾸짖었다. 하지만 인도에 의료용 산소농축기와 산소호흡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중국이지만, 이 의료장비들이 가난한 환자가 아니라 부유층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하루 17명 사라지는 난민 아이들… 가족 만남 막는 브렉시트의 역설

    “우리가 구한 한 소년은 노숙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 테러로 가족 모두를 잃었다고 했어요. 다른 소년은 안전하게 지낼 곳이 없어서 강간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난민법률지원단 담당자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 경제 분야뿐 아니라 난민 문제도 계속해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국가적 협력이 필수적인데도 이주민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며 부모나 보호자 없는 아동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영국 내무부가 브렉시트 이후 ‘가족 상봉법’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난민 아동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고 전했다. 이 법은 영국에서 난민 지위나 인도적 보호 조치를 받는 이들이 타국에서 망명 중인 배우자나 파트너, 18세 미만 자녀 등과 재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英망명 허가받고도 가족들 못 만나 영국은 유럽 국가 중 어른을 동반하지 않은 아이들의 망명 신청이 많은 곳 중 하나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이 길이 닫히며 본국에서 박해받고 망명 중인 난민이 영국에 있는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법적 허가를 받고도 발이 묶이게 됐다.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의 17세 소년 알리는 지난해 여름부터 이탈리아에서 혼자 지내며 영국에 있는 가족과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로부터 ‘입국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지 10개월이 지났는데도 상봉은 아직 꿈만 같은 일이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삶이 더 나빠졌다. 나는 내 인생이 싫다”고 했다. 아동 이주 등을 돕는 비영리단체 세이프패스의 대표인 베타니 가디너 스미스는 “브렉시트 이전에는 영국에 있는 아이들이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한 절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영국 정부가 유럽 당국과 효과적으로 소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벼랑끝 몰린 아이들 국가 간 협력 필요 이처럼 국가 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홀로 남겨진 아동은 생명의 위협까지도 겪고 있다. 저널리즘 단체 ‘로스트 인 유럽’의 최근 조사 결과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유럽에서 부모나 보호자 없이 홀로 이주한 아동 중 실종자는 1만 8292명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7명가량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모로코나 알제리, 기니,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왔고 6명 중 1명은 15세 미만이었다. 단체에 따르면 이들은 범죄조직 등의 표적이 돼 강제 노동과 구걸, 성 착취 희생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아이들이 보호소에서 지내다가 인신매매를 통해 대마초 농장이나 네일숍 등에서 강제노동에 처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미아 관련 단체 대표인 페드리카 토스카노는 “이 데이터는 유럽에서 실종되는 아동의 문제가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 유럽 내 아동 보호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우려하며 아동 보호를 위한 국가 간 협력을 촉구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남성과 통화’는 불법”…채찍질에 울부짖는 아프간 여성

    “’남성과 통화’는 불법”…채찍질에 울부짖는 아프간 여성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남성과 전화통화를 한 여성에게 무자비한 채찍질 처벌을 내리는 모습의 영상이 공개됐다. 프랑스24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헤라트주에 사는 한 여성은 젊은 남성과 전화통화를 했으며, 이는 부도덕한 행위에 속한다는 이유로 탈레반으로부터 40대의 공개 채찍형을 선고 받았다. 탈레반 재판장으로 보이는 흰 수염의 장로가 형을 선고했고, 이후 남성 2명이 무릎을 꿇고 광장에 앉은 여성에게 무자비하게 채찍질을 가했다. 부르카를 쓴 여성은 비명을 지르며 “잘못했다, 회개한다”며 울부짖었지만, 채찍질은 멈추지 않았다. 여성 주위에는 이를 지켜보는 현지인들로 가득 차 보인다. 이 여성과 전화통화를 한 남성 역시 해당 재판 후 탈레반 감옥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동영상은 지난해 말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에서야 SNS를 통해 공개됐다. 이를 본 아프간 국민들은 탈레반의 폭력적인 횡포에 더욱 큰 두려움과 분노에 빠졌다. 프랑스24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의 역할이 미미한 탓에 많은 지역에서는 탈레반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며 탈레반이 집행하는 재판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시골 지역에서는 탈레반의 재판이 국가 법무부의 재판에 비해 빠르다는 이유로, 법적 갈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탈레반의 재판을 갈등의 해결책으로 의지하기도 한다.영상 속 지역인 헤라트주의 여성인권운동가는 프랑스24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재판을 주관하는 사람들(탈레반)은 정부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탓에 누구도 제지하지 못한다”면서 “채찍질에 참여한 남성들은 모두 평범한 시민이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아프간 국민들, 특히 시골 지역의 사람들이 이러한 탈레반식 재판을 지지한다”면서 “아프간 어디에도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법원이 없다. 법원이 있더라도 누군가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뇌물을 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아프간의 이러한 상황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부터 더욱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오는 9월 11일까지 미군과 나토군은 아프간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아프간 내에서는 미군이 철수할 경우 탈레반이 군사력 공백을 노려 아프간을 다시 완전히 장악하는 상황이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아프간 내에서 또 다른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특히 여성 인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 당시 여자아이의 교육 금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 등 여성의 삶을 매우 억압했었다. 불안한 치안 상황으로 강간 등의 범죄에 노출되거나 강제 결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 약 3500명과 나토 연합군 7000명이 남아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특파원 칼럼] 바이든 취임 100일 ‘희망과 우려’/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바이든 취임 100일 ‘희망과 우려’/이경주 워싱턴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소위 ‘100일 청사진’에 집중했다. 취임 100일 안에 코로나19 백신 1억회분을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58일 만에 달성하면서 목표를 2억회분으로 상향했고, 지난 21일 ‘취임 92일째’ 이 역시 달성했다고 바이든은 연설했다. 취임 100일 안에 기후변화정상회의를 열겠다던 공약도 지난 22일 40개국 정상이 참여한 화상회의에서 보다 강화한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발표하면서 충족했다. 경제 회복세 구현도 순항 중이다. 1조 9000억 달러(약 2123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집행했고, 2조 2500억 달러(약 2514조원) 규모의 인프라·일자리 투자 법안을 발표했다. 이 둘만 합쳐도 한국 올해 예산(558조원)의 8배를 넘는다. 고용은 살아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시장 전망치는 연초 3.9%에서 6.2%로 상승했다. 인권과 민주주의 동맹을 통한 대중 견제 기조를 발표한 뒤 화상으로 쿼드 정상회의를 열었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한국과 일본을 가장 먼저 방문토록 하는 등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 중심축 이동)를 현실화했다. 20년간 고민만 하던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결정을 단행하면서 아시아 중시 기조에 힘을 더 실었다.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의 공급망 구축을 통해 반중 연합을 공공히 함은 물론 자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 행보를 이어 왔다. 세계 주요국에 법인세율 하한선 설정을 제안하면서 조세 혜택을 바라보고 각국에 진출했던 자국 기업들의 유턴을 꾀하고 있다. 바이든 정책의 핵심은 ‘큰 정부’다. 정부가 개입해 위기를 벗어난다는 틀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같다.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에 취임한 루스벨트는 취임 100일 만에 금본위제 폐지 등 15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고, 뉴딜 정책으로 경기를 회복시켰다. 반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경의를 표했던, 지난 40년간 미국을 지배하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작은 정부’는 사실상 끝났다. 오는 28일 밤 바이든은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100일간의 성과와 향후 청사진을 밝힐 전망이다. 바이든에게는 무엇보다 의미 있는 날일 것이다. 반면 루스벨트 이후 100일에 천착하는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약 9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정치 성향이 양극화된 상황에서 100일 만에 한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기도 힘들뿐더러 ‘성급하게 터뜨리는 샴페인’에 역풍만 강화할 수 있다. 대공황의 경기침체가 뉴딜 정책으로 해소됐다면, 코로나19의 경기침체는 백신 접종 속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 여부 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바이든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대해 공화당이 반대하는 이유다. 바이든의 국정 지지도는 대체적으로 50%를 넘지만 균열의 징후들도 적지 않다. 양당의 상원 의석수가 50석씩 동률인 상황에서 민주당은 예산조정권으로 공화당의 반발을 무력화시켜 왔는데, 이는 정치적 불만을 누적시켰다. 또 바이든의 포용적인 이민 정책에 중남미 이민 신청자들이 국경으로 밀려들면서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십은 회복하지만 자국 이익은 확대하는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도 시험대에 오르는 분위기다. 바이든이 주창한 사회 통합도 흑인 시위와 아시아계 혐오 범죄, 총기 난사 등이 겹치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대규모 재정 투입에 대한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결국 바이든의 100일이 훗날 위업의 주요 기점이었는지, 단지 ‘허니문’이 끝나는 날이었는지 아직은 두고 봐야 알 일이다. kdlrudwn@seoul.co.kr
  • 협약파기 이어 반중 테러·新동맹까지… 사면초가 ‘일대일로’

    협약파기 이어 반중 테러·新동맹까지… 사면초가 ‘일대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경제 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일대일로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바닷길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진출을 모색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합친 개념이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13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대일로를 뒤흔들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호주에서는 일대일로 협약 파기 발표가 나왔고, 대표적 친중 국가인 파키스탄에서도 중국 대사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 호텔 폭탄 테러가 벌어졌다. 유럽연합(EU)과 인도는 일대일로를 대체할 제3국 인프라 공동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밤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최대 도시 퀘타의 한 호텔에서 폭탄이 터졌다. 최소 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폭발 당시 현장에는 없었지만, 이 호텔에는 파키스탄 주재 중국 대사 농룽 일행이 투숙 중이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성명을 내고 “이번 테러는 자폭 테러였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2001년 미국 9·11 테러를 지원한 오사마 빈라덴을 숨겨 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는 다른 조직이다. 발루치스탄은 파키스탄 내 대표적 저개발 지역으로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과 접하고 있다. 천연자원이 풍부해 여러 분리독립 단체들이 독자적인 국가를 꾸리고자 중앙정부에 맞서고 있다. 일대일로의 거점인 과다르 항구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종속이 심해지는 것을 두고 현지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중국이 ‘일대일로’라는 명목하에 저개발국에 인프라를 지어 주고 이로 인한 이득을 고스란히 챙기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앞서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부 장관도 21일 빅토리아주 정부가 외국 정부와 교환한 업무협약(MOU) 4건을 취소했다. 이 가운데 2건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자 중국 정부와 2018~2019년에 체결한 것이다. 페인 장관은 “네 건의 MOU는 호주의 외교 정책에 위배되거나 우리의 대외 관계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서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이번 결정은 호주 연방의회가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법안에 따른 조치다. 연방정부 외무장관이 주정부의 계약 일부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호주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양국 관계에 더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결국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 로이터통신은 “EU와 인도가 에너지와 디지털 기술,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프라 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8일 EU·인도 화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분히 중국과 대립 중인 EU와 인도가 일대일로 사업에 타격을 주고자 기획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 EU 외교관은 “투자 대상국에 유리한 조건을 부여해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욱 매력적인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자본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속보] 미국 “전 세계 80%까지 여행금지국 권고”

    [속보] 미국 “전 세계 80%까지 여행금지국 권고”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금지를 권고할 국가의 수가 전 세계의 8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행자들에 대한 전례 없는 위험”을 고려해 이번 주에 여행 권고안에 대한 업데이트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국무부는 “이번 업데이트는 ‘여행금지’인 여행경보 4단계 국가 수의 큰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 세계의 약 80%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 국무부는 전 세계 국가 중 34개국에 여행금지인 4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여기엔 북한, 러시아, 이란,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등이 포함된다. 여행금지국 수를 80% 수준까지 늘릴 경우 160개국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민에 대한 국무부의 여행경보는 4단계로 나뉘는데, 일반적 사전주의, 강화된 주의, 여행재고, 여행금지 순이다. 현재 한국은 강화된 주의인 2단계 국가로 분류돼 있다. 국무부는 작년 11월 말 여행재고인 3단계였던 한국을 2단계로 완화한 바 있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 여행 재고인 3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만 이런 권고안은 구속력은 갖지 않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국무부는 이번에 갱신될 여행경보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보건 공지를 더 잘 반영할 것이며, 아울러 코로나19와 국내여행 제한을 포함한 측정기준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아프간 공습 발표했던 그 자리서… 바이든 “中과 경쟁” 꺼냈다

    아프간 공습 발표했던 그 자리서… 바이든 “中과 경쟁” 꺼냈다

    “美 경쟁력 키워야”… 최대 위협에 中 꼽아아프간 찾은 블링컨 “美 헌신 지속적일 것” 탈레반 재집권·여성 인권 후퇴 우려 여전“나는 오늘 백악관 트리티룸에서 연설하고 있습니다.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군 공습을 발표했던 그곳입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아프간 주둔 미군 완전 철수를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20년 전, 아프간전의 서막을 올린 장소를 택해 ‘끝나지 않는 전쟁’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결의를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은 다음달부터 시작해 전쟁을 촉발한 9·11테러가 일어난 지 꼭 20년째인 오는 9월 11일까지 철군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은 미국을 공격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 제거로 목표가 달성됐으며, 소말리아, 시리아 등 각국에서 테러 조직이 난립하는데 아프간에만 주둔하는 건 실효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20년간 위협은 전 세계적으로 더 분산되고 다양해졌다”며 “매년 수십억 달러를 들여 군인 수천명을 한 국가에 집중시키는 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미국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라며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시작됐음을 선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꼽으며 영향력 확대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대립과 코로나19 퇴치 등도 주요 의제다. 그는 “아프간 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의 전쟁으로 돌아가기보다 우리 앞의 도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예고 없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방문하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등을 만나 철수 결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 방문이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헌신을 보여 주기를 원한다”며 철군이 양국 관계의 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30개 회원국도 성명을 내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5월 1일부터 연합군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2500명, 나토 연합군 7000명이 있다. 이 같은 결정에 미국 안팎에서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 종식이라는 의미는 크지만, 탈레반이 군사 공백을 틈타 다시 권력을 잡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프간 정부 평화협상팀 멤버 중 한 명인 나데르 나데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탈레반에게 중요한 여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공화당 의원들은 “완패하지 않은 적 앞에서 철수하는 것은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과 정부 간의 전투가 다시 시작되고 여성 인권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가디언은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의 귀환을 두려워한다”며 “여성 교육이 강경 이슬람주의자에 의해 다시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여성 교육과 취업을 금지하고, 공공장소에서는 얼굴까지 가리는 검은 천인 부르카를 착용하도록 강제해 왔다. 전날 발표된 유엔 자료에 따르면 탈레반 통치를 받는 지역에서는 지난해 여성과 어린이를 향한 폭력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美, 9월 11일 아프간 완전 철군… 미완의 ‘20년 전쟁’ 끝낸다

    美, 9월 11일 아프간 완전 철군… 미완의 ‘20년 전쟁’ 끝낸다

    미군 등 4만명 희생·2조弗 쏟아부었지만탈레반 건재… 치안·방위 등 자립도 멀어美, 전쟁 부채 이자 670조원도 부담해야“중·러·북 등 실질적 위협에 집중 전략인듯”트럼프보다 미룬 기한에 탈레반은 반발미국이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의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 테러공격으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전쟁을 정확히 20년 만에 끝낸다. ‘이길 수도, 멈출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전쟁’으로 불리던 테러조직과의 대결에 미군 2400명과 무고한 시민 3만 8000명이 희생됐지만 탈레반 반군은 건재하다. 전쟁과 아프간 재건에 2조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투명성·치안·여성인권 등 자립은 멀다. 명분이 없어진 전쟁은 4명의 대통령의 손을 거쳤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조건 없는 철군’을 선언하면서 드디어 끝을 보게 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바이든이 14일 백악관에서 아프간 미군 철수 일정 등을 연설한다”며 “바이든은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해결방안이 없고, 너무 오래 있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고위 당국자는 “9월 11일까지, 가능하면 그전에 아프간 미군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약속할 것”이라고 했다. ‘조건부 철군’은 영원한 아프간 주둔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조건 철수를 못박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2021년 5월 1일 철수’를 탈레반 반군과 합의했었고, 바이든은 이를 4개월여 미뤘다. 트럼프의 합의를 뒤집고 탈레반과 전쟁을 이어 가기보다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 실질적 위협으로 대응의 축을 옮기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2001년 알카에다를 괴멸시킨 뒤 알카에다에 은신처를 제공한 탈레반을 공격하겠다고 아프간을 침공했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인 베트남전쟁(14년)을 훌쩍 넘기면서도 끝을 보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4년 종전선언을 하고 철군 계획을 밝혔지만, 테러조직의 공격 재개로 철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에서 “바이든은 그렇게 말하지 않겠지만 아프간 철군은 미국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철군) 시한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고 평가했다. 탈레반 공격이라는 목표는 온데간데없어졌다. 테러 분석매체 ‘롱 워 저널’에 따르면 전성기의 90%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아프간 영토의 67.8%가 미군·탈레반의 경합지역이거나 탈레반 점령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탈레반의 돈줄인 아프간 마약 재배 근절을 위해 100억 달러(약 11조 1550억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전 세계 불법 마약의 80%가 여전히 아프간에서 생산된다. 아편 양귀비 재배지는 2010년 12만 3000ha에서 2018년 26만 3000ha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아프간 군대 육성과 경제 지원에도 1110억 달러(약 124조원)나 투입했지만 자체 치안 및 방위는 불가능하고, 빈곤 상황은 여전하다. 국제 투명성 지수도 2020년 165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은 전쟁 부채 이자로 2023년까지 6000억 달러(약 670조원)를 부담해야 한다. 참전 군인의 의료비, 장애수당 등으로 2059년까지 지출할 1조 4000억 달러(약 1563조원)는 아프간 전쟁에 투입한 총 2조 달러의 지출과 별도다. 미군 철수 소식에 아프간은 혼란스럽다. 탈레반의 정권 찬탈 가능성,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대, 이슬람 종교법에 따른 여성 인권 악화 등이 우려된다. 반면 탈레반은 이날 미군 철수가 약 4개월 늦어진다는 소식에 “모든 미군이 완전 철수할 때까지 어떤 (평화)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지만, 시간은 탈레반 편인 상황이다. 바이든이 철군 계획에 어떤 아프간 지원책을 넣었는지가 관건이다. 현재 아프간에는 공식적으로 미군 2500명과 나토군 7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아프간 미군 9·11 테러 20주년까지 철수, 주독 미군은 500명 증원

    아프간 미군 9·11 테러 20주년까지 철수, 주독 미군은 500명 증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끝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는 9월 11일까지 미군 철수를 완료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9월 11일은 미국의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는 아프간 전쟁을 촉발한 9·11 테러가 발생한 지 꼭 20년 되는 날이다. 보도에 따르면 소식통은 아프간의 미군 철군은 특정 안보와 인권보장(상황)에 기초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을 방문 중인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들에 이런 사실을 알릴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날 결정 사항을 공식 발표한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링을 통해 확인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대한 군사적 해결방안이 없고, 우리가 거기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견해에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이 아프간 내 상황에 따른 잠정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처럼 결정했다고 한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다음 달 1일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군하겠다고 탈레반 반군과 합의한 바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철군 완료 시한을 현실 상황에 맞춰 4개월여 늦춘 것이다. 이에 따라 아프간 정부나 탈레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새로운 정파 대립과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감축 논란에 휩싸였던 독일 주둔 미군을 오히려 증원한다고 이날 밝혔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독일 베를린에서 연 회견을 통해 500명의 미군을 독일에 증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과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의 주독 미군 감축 계획을 뒤집는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오스틴 장관은 “독일 주둔 미군 증원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이 병력은 유럽에서 억제와 방어를 강화할 것이며,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우리의 기존 능력을 증가시키고 필요하다면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원 병력은 올해 가을 도착 즉시 독일 비스바덴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오스틴 장관은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독일의 방위비 분담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3만 6000명의 주독 미군 중 약 1만 2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조치는 독일의 반발은 물론, 유럽 주둔 미군이 저지해야 할 러시아에게 선물을 안긴 것이라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격을 받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설] 미중 대립에 휘둘리는 ‘올림픽 집단 보이콧’ 안 된다

    미국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집단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번복했다. 미국 내부와 개최국 중국, 동맹국들이 반발하자 미 국무부가 꺼내 든 언급을 백악관이 동맹국들과 논의한 적 없다고 한발 뺀 것이다. 하지만 그 파장은 간단히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올림픽 보이콧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한 중국의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등을 비롯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동맹국, 파트너들과 함께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음으로써 중국 인권 개선을 압박하고, 미중 대결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반세기 전 동서 냉전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 된다. 미국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보이콧을 주도해 60여개국과 함께 불참했다. 소련은 4년 뒤 미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때 동구권 10여개국과 보이콧하는 보복을 했다. 1894년 이래 올림픽은 몇 번의 정치적 오염이 있었지만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왔다. 공정한 경쟁과 깨끗한 승복이란 스포츠 정신을 통해 상호 이해와 협력을 높이고 적대국들조차 한자리에 모여 평화를 도모하자는 염원을 구현하고 있어서다. 미국의 집단 보이콧 시사는 올림픽에 참가하거나 관전하려는 세계인들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게다가 지난해 한 차례 연기된 도쿄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베이징올림픽조차 보이콧이라니 당치도 않은 말이다. 미국 주도의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이 현실화되면 미중 신냉전에 불을 댕길 것이 뻔하며 국제사회의 줄서기 강요는 더 가속화할 것이다. 미국은 베이징올림픽 집단 보이콧은 없다고 세계인 앞에서 약속해야 한다. 미국 올림픽위원회가 ‘선수들은 노리개가 아니다’라며 보이콧 반대를 천명했다. 대한올림픽위원회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 “정치, 4년의 땀 빼앗아” 불공정에 역풍 맞는 美

    “정치, 4년의 땀 빼앗아” 불공정에 역풍 맞는 美

    中 반발보다 자국 내 비판에 서둘러 봉합美 올림픽委 “선수들 정치적 노리개 아냐”트위터선 “시합에 나설 권리 뺏지 말아야”롬니 상원의원 ‘경제·외교적 보이콧’ 필요 미국 국무부가 전날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공동 보이콧 논의’를 언급하자, 단 하루 만에 백악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즉각적인 중국의 반발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수들이 흘린 땀을 무시했다’는 자국 내 비판에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일부 한국 선수들의 출전이 좌절되자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던 것과 일견 흡사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동맹·파트너들과 함께 어떤 공동 보이콧도 논의한 적이 없으며,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논란에 선을 그었다. 전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동맹과 함께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에 나설 수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부랴부랴 국무부 고위 관리가 일부 기자에게 해명에 나섰지만 이 발언은 전 세계로 타전됐고, 중국 외교부는 “스포츠의 정치화는 올림픽 헌장 정신에 어긋난다”며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목적으로 지난 4년간 선수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미국 내 반발이다. 수잰 라이언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 위원장은 이날 “미국의 젊은 선수들이 정치적 노리개로 사용돼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 선수 보이콧에 반대한다”며 국무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트위터에도 “선수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불공정하다”, “정치가 시합에 나설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올림픽 유니폼에 ‘위구르에 자유를’이란 문구를 넣는 게 (정치적으로도) 더 효과적이다” 등의 비판이 넘쳤다.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은 그간 보수진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화당의 릭 스콧 상원의원 등은 지난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철회 결의안을 상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이콧은 ‘가장 쉽지만 잘못된 방식’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소련(현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후, 1980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모스크바하계올림픽 불참을 단행했는데, 당시에도 선수들의 꿈만 빼앗고 소련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지난달 이 사례를 토대로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중국 때리기에 매진하는 미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 논의를 아예 포기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른 방식으로 불참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2002년 미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이었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지난달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중국의 만행을 의미 있게 물리치려면 경제적·외교적 보이콧이 옳은 답”이라며 선수단만 파견하고 관중은 막아 “중국이 호텔·음식·티켓으로 벌어들일 막대한 수입에 기여하지 말자”고 제언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한·아프간 첫 고위급 정례협의회...“평화·민주적 재건 공감”

    한·아프간 첫 고위급 정례협의회...“평화·민주적 재건 공감”

    아프간 외교부 정무차관 방한“한국 국민·대사관 안전 보장”분쟁 끝낼 해결방안 마련 공감 아프가니스탄 내전을 끝낼 평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제1차 한·아프가니스탄 정책협의회가 열렸다. 양국 간 개최된 첫 고위급 정례협의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경철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별대표와 미르와이스 나브 아프가니스탄 외교부 정무차관을 각각 수석대표로 한 정책협의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대표는 우리 정부가 2011년부터 아프가니스탄의 군·경찰 역량 강화 및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UN 등 국제기구와 함께 다양한 재정 지원을 지속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나브 차관은 아프가니스탄에 체류 중인 한국 국민과 대사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협조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24~2025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우리나라를 지지할 예정임을 밝히면서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지속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또 아프가니스탄 안정과 발전을 위한 진전 사항을 평가하고 오랜 분쟁을 종식시킬 정치적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아울러 안정적이고 평화로우며 민주적인 아프가니스탄 재건의 중요성과 함께 여성·청년·소수자 등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의 정치적 해결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코로나19 대응 지원 ▲양성평등 제고 ▲대두(大豆) 사업 ▲경제개발 경험 공유 등 우리 정부의 양자차원 개발협력 사업의 현황·성과를 점검하고, 양국 간 개발협력 사업들이 실질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최종문 외교부 2차관도 나브 차관과 면담을 갖고 양자 협력 관계, 지역 정세,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외교부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중견국으로서 우리의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아프간 평화정착·재건을 위한 기여와 의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우위 지키려는 美, 발판 포기 않는 中… ‘패권 전쟁터’ 된 신장

    우위 지키려는 美, 발판 포기 않는 中… ‘패권 전쟁터’ 된 신장

    지난달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아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와 손잡고 ‘동시다발 제재’를 단행해 ‘동맹을 통한 중국 압박’을 본격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바이든식 외교 전략’은 이제 시작이어서 신장 지역을 둘러싼 양국의 충돌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위구르족 인권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두 나라는 왜 이제서야 사생결단에 나선 것일까. 미중 갈등의 새 축이 된 신장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아시아·이슬람 연결 ‘교량’… 18세기에 中 편입 중국 북서부에 위치한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역사적으로 실크로드(비단길)를 통해 동아시아와 이슬람 세계를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했다. 중국 고전 ‘서유기’를 보면 당나라 고승 현장(602~664)이 인도에서 불경을 구하려고 서역을 지나다 갖가지 요괴들의 공격을 받는데, 소설 속 서역이 바로 신장이다. 위구르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돌궐(투르크)에서 찾는다. 돌궐은 중국 역사에서 ‘흉노’로 불리던 민족들 가운데 하나로 몽골과 만주 지역 등에 퍼져 살았다. 전성기에는 고구려와 손잡고 중국 대륙을 위협했다. ‘돌궐의 후예’를 자처하는 터키가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여기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돌궐은 중국의 압박으로 영토를 잃고 서쪽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중앙아시아 지역에 정착해 위구르족이 됐다고 믿는다. 1759년 청나라 건륭제(1711~1799)가 이곳을 중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새로운 강토’라는 뜻의 신장(新疆)이라는 이름도 이때 지어졌다. 19세기 미국이 멕시코 땅이던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네바다 등을 빼앗아 국토 면적을 두 배 가까이 늘린 것과 비슷하다. 중국의 신장 병합은 약소 민족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패권국 팽창 경쟁의 결과물이다. 20세기 들어 청이 멸망하고 일본이 중국 본토를 침공하자 위구르인들은 ‘힘의 공백’을 깨닫고 1944년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선포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1949년 신장을 다시 침공했고, 1955년 이 지역을 자치구로 만들었다. 그간 신장은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받았음에도 유혈 사태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위구르인들의 뿌리 깊은 반중 정서가 자리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설명했다. 위구르족은 수니파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유목 민족의 후예다. 중국의 주류인 한족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갖고 있다. 1949년 인민해방군이 신장으로 갈 때만 해도 이 지역의 위구르족 비율은 80%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50% 밑으로 떨어졌다. 베이징 당국이 의도적으로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지역의 고유성을 말살한다는 것이 위구르인들의 주장이다. 현재 ‘동투르키스탄 망명정부’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당’ 등 50여개 단체가 분리·독립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구소련 해체 뒤 위구르인도 독립 열망 커져 전문가들은 위구르인들이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들이 생겨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도 나라를 세우자’는 열망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1997년 신장에서는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폭동이 일어나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SCMP는 “2013년 베이징 톈안먼광장 위구르 차량 돌진 사고와 2014년 중국 윈난성 쿤밍역 테러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중국 지도부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2017년쯤부터 신장에서 위구르인들이 하나둘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극적으로 탈출해 국경을 넘어 도망친 이들의 증언과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콘크리트 건물들, 내부자가 몰래 제공한 수용소 관련 공식 문서가 외부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강제수용소 논란에 대해 “위구르인들의 직업 교육을 위한 재교육 시설”이라고 반박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이 지역 위구르인 1100만명 가운데 100만명 정도가 이 시설에 수감된 적이 있다고 추산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위구르족 강경책을 고수할까. 구소련 같은 ‘분리독립 도미노’가 절대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위구르족이 독립하면 54개의 다른 소수민족도 이를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어서다. 만에 하나 위구르족을 독립시킨다고 해도 새 나라는 중국과 ‘앙숙’으로 지낼 가능성이 크다. 신장의 ‘전략적 가치’도 한몫한다. 이곳은 중국에서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다. 18세기에 편입된 신장과 시짱(티베트)은 중국 전체 면적의 3분의1이나 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신장을 포기할 리 없다.●“美, 中에 나쁜 이미지 심어 추격 막으려 해” 여기에 더해 중국은 ‘서구 세계가 숨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여긴다. 겉으로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위구르족 독립운동을 은밀히 지원한다는 판단이다. 중국이 내부 분열로 치명상을 입게 해 ‘대서양 동맹(미국과 유럽)이 이끄는 국제질서’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양국 관계를 해칠 정도로 신장 문제에 적극적이진 않았다. 심지어 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에 따르면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구르 독립단체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전 세계 테러 의심자들을 초법적으로 가둔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던 신장 분리주의자들을 중국의 심문관이 만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2010년에는 노르웨이가 중국을 대신해 위구르 독립단체 조직원을 체포했다. 최소한 10년 전까지는 서구 세계가 신장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와 궤를 같이했음을 알 수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휩쓸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중국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안정을 지키길 원했기에 위구르족 인권 문제에 눈감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공조는 ‘비정치인 출신’으로 ‘반중’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깨졌다. 그간의 국제질서 맥락을 알리 없던 그가 신장 문제를 그냥 넘어갈 리 없었던 것 같다. 공교롭게도 위구르족 수용소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때는 트럼프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2017년이다. ●“나토 등 IS와의 전쟁에 위구르족 병사 이용”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신장 인권 문제로 압박에 나선 것을 두고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을 패권 경쟁에서 낙오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과거 미국이 구소련에 대해 그랬듯 중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를 최대한 나쁘게 만들어 전 세계에 ‘힘이 커지면 안 될 나라’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캐나다 진보성향 매체 ‘글로벌리서치’는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터키 등이 IS 궤멸을 위해 위구르족 수천명을 테러 조직에 잠입시켰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위구르인들이 영화 ‘무간도’나 ‘신세계’에서처럼 신분을 숨기고 범죄 집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매체는 “세계 주류 언론사나 미국의 정치인들은 (서구 세계가 위구르인을 은밀히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에 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언론 ‘볼테르 네트워크’도 시리아 매체들을 인용해 “‘IS와의 전쟁’ 임무를 수행한 위구르족 병사 1만 8000여명이 2013년부터 몰래 신장으로 돌아가 여러 형태의 테러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을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나토 비밀 계획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獨 첫 트랜스젠더 지휘관, 美 아프간 전쟁 영웅도… “차별 철폐”

    1974년 네덜란드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한 이후 호주, 프랑스, 이스라엘, 영국, 태국 등 20여개국이 성전환자를 군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나라마다 변희수가 있었다. 고 변희수 전 육군 하사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 트랜스젠더 군인들이 있었다. 독일에는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한 영관급 지휘관이 있다. 2015년 불혹의 나이에 커밍아웃한 아나스타지아 비에팡 중령이다. 그는 2017년 750명이 일하는 정보기술대대를 이끌게 되면서 독일 연방군의 첫 트랜스젠더 지휘관에 올랐다. 비에팡 중령은 독일군 내 성소수자를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퀴어연방군협회(QueerBw)의 이사로 활동하며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알리고 있다. 미국의 로켓 과학자인 브리프람 공군 중령은 2016년 미군 내 트랜스젠더 금지가 철회되자 커밍아웃을 했다. 그녀는 트랜스젠더 군인의 군 복무를 지지하는 비영리단체 스파르타(SPART*A)의 부회장으로서 군인이나 대중들에게 성전환자 인권 교육을 하고 있다. 퇴역 후 커밍아웃을 하고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차별과 싸우는 이들도 있다.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에서 20년간 근무했던 크리스틴 벡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여러 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이다. 그는 2011년 전역한 뒤 2013년 미 해군 가운데 처음으로 커밍아웃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자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차별 철폐에 앞장섰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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