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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격하는 탈레반… 바이든 “8월 말 미군 철수 후회 않는다”

    진격하는 탈레반… 바이든 “8월 말 미군 철수 후회 않는다”

    탈레반, 수도 카불 근처도시 가즈니까지 장악美 바이든 “아프간 지도자들 스스로 싸워야”이달 말 미군 완전 철수를 앞둔 아프가니스탄에서 빠르게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는 탈레반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진단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를 지원하겠지만, 아프간 지도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12일 아프간 수도 카불의 남서쪽 도시 가즈니를 차지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인구 14만명의 도시인 가즈니는 카불과 남부 대도시 칸다하르 사이의 교통 요지다. 가즈니까지 장악하면서 탈레반은 약 일주일 만에 아프간 전체 34개 주도 가운데 10곳을 장악하게 됐다. ▲6일 남서부 님로즈주 주도인 자란지를 시작으로 ▲7일 자우즈잔 주도 셰베르간 ▲8일 북부 쿤드즈주 주도인 쿤드즈와 사르-에-풀주의 주도인 사르-에-풀, 타크하르주 주도인 탈로칸 ▲9일 북부 사망간주 주도인 아이바크를 장악했다. 탈레반의 세 확장이 미국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 수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은 “(철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아프간 정부군과 보안군을 계속 지원하고 있으며, 아프간 지도자들은 스스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NYT가 전했다. 정치 전문지인 폴리티코는 바이든이 전략 수정을 피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9·11테러 이후 전쟁을 시작한 미국이 이미 20년이란 시간과 1조 달러(약 1160조원)의 자원을 투입했다는데 있다. 또 최근 탈레반의 진격에서 보듯 미군이나 아프간 정부군의 현지 장악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미국 본토가 공격받는 일이 실현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미국이 자국의 희생을 감수하며 아프간에 추가 자원을 투입할 동기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레반의 세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미군 철수가 20년 만에 아프간의 지배권을 탈레반에게 넘기는 결과, 혹은 아프간을 무정부상태로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1970년대 베트남전에서 패배했거나 2011년 이라크에서의 이슬람국가(IS)가 발호한 것처럼 미군의 과거 실패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는 것이다.
  • 탈레반 피해 카불 길거리에서 숙식 해결하는 아프간 소녀들

    탈레반 피해 카불 길거리에서 숙식 해결하는 아프간 소녀들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 살던 소녀들이다. 아버지 아사둘라(35)는 길거리 음식을 팔아 생계를 이어갔는데 이번 주초 탈레반의 포화를 피해 아내, 두 딸과 함께 무작정 수도 카불로 옮겨왔다. 돈이 없어 빵을 살 수도, 약을 살 수도 없다. 이들 가족은 그냥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아사둘라는 “우리가 살던 집과 가진 것들이 모두 불에 타버렸다. 로켓이 집에 날아들었고 저번 이흐레 내내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 먹을 빵도 없는데 모든 빵집, 가게, 시장이 폐쇄됐다. 해서 우리는 카불에 왔고 신에게 도와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카불의 북쪽 외곽에 몰려든 난민이 수천여명, 고향에서 살 수 없어 옮겨온 이들은 기본 생필품조차 구할 수 없는 상태에서 노숙을 하며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지난달 유엔은 탈레반의 반격으로 27만명이 살던 거처를 잃고 유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최근 며칠 탈레반의 진격 속도가 너무 빨라 실제로 난민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카불마저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질 날이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미군과 독일군 등이 철군으로 탈레반이 전국을 장악하면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잔혹한 나날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정말 걱정된다. 미국 정보당국은 원래 이달 31일까지 미군 철수가 완료되면 6개월부터 12개월 사이에 카불이 함락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행정부 당국자들에게서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지금 미군 판단으로는 90일 안에 수도가 함락될 수 있다고 보는데, 다른 당국자는 한달 안에도 이런 참담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국자들은 아프간 상황이 지난 6월보다 더 나빠졌다고 말했고, 군의 새 정보 평가에 정통한 이는 “모든 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전망은 미국의 철군 착수 이후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으로부터 꾸준히 장악 지역을 넓혀가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아프간 정부군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전체 34개 주도 중에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은 9곳으로 늘었다. 유럽연합(EU)의 고위 관리가 “탈레반이 현재 아프간 영토의 65%를 통제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책을 변경하지 않는 한 탈레반을 향한 미국의 공습은 이달 말 미군 철수 완료와 함께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WP는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카불의 조기 함락 가능성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묻자 “우리는 익명의 평가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한 정보 평가에 의존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그 나라 일부에서 악화하는 안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관점에서 특정한 결과가 반드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언론 질문에 아프간 미군의 철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아프간 정부 지도자들을 향해 “그들은 자신을 위해 싸우고 그들의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위 사진은 북부 풀 에 쿰리에 살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여성이 탈레반과 정부군의 교전 와중에 다친 남편과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카불에 온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나름 잘 살아왔는데 폭탄이 터져 집을 잃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옷 한 벌만 걸친 채 한 푼 없이 수도로 오는 일뿐이었다.”
  • 진격의 탈레반… 아프간 수도 카불 함락 위기

    진격의 탈레반… 아프간 수도 카불 함락 위기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반군 탈레반이 파죽의 진격을 거듭하면서 전국 주요 지역들이 속속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수도 카불의 함락이 머지않았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은 아프간 정부군의 무기력한 대응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현지의 자력 해결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탈레반은 10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바글란주(州)의 주도 풀리훔리, 바다크샨주의 주도 파이자바드 등 북부 2개 도시와 서부 파라주의 주도 파라 등 3개 지역을 새롭게 점령했다. 이로써 아프간 전체 34개 주도 가운데 탈레반 장악 지역은 9곳으로 늘었다. 지난 6일 님로즈주의 주도 자란지 점령을 시작으로 불과 5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철수가 본격화되자 아프간 전역에서 정부군에 맞서 총공세를 펼쳐 왔다. 유럽연합(EU) 고위 관리는 “탈레반이 현재 아프간 영토의 65%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그동안 세력이 약했던 북부 지역을 먼저 장악한 뒤 최종적으로 카불을 향해 진격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카불 주변으로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탈레반의 기세가 워낙 강해 수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프간 정부 관료는 “탈레반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단합하지 않는다면 카불이 몇 주 안에 함락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다급해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에 포위된 북부 최대 도시 마자르 에 샤리프를 찾아 방어 태세를 점검하기도 했다. 미 행정부는 미군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공중 지원, 군비 및 식량 공급 등 형태로 정부군을 돕는다는 방침이지만, 그 이상의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상황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프간에서 미군을 철수키로 한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아프간 지도자들은 자신을 위해 싸우고 자신들의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예상을 초월하는 탈레반의 진격 속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CNN은 이날 국무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의 추가적인 축소에 대해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는 탈레반의 급격한 세력 확장으로 상황이 매우 심각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의 폭압을 피해 많은 주민들이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이미 탈레반 점령지에서는 거리에 시신이 널려 있고 강제 결혼, 강제 징집 등 참혹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주말 이후 쿤두즈 한 곳에서만 6만명이 탈출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10일 밝혔다.
  • 자유 찾아 호주로 간 아프간 여성, 강제결혼 후 무참히 피살

    자유 찾아 호주로 간 아프간 여성, 강제결혼 후 무참히 피살

    자유를 찾아 호주로 간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강제결혼 두 달 만에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9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여성 루키아 하이다리(21)가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무참히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하이다리는 끊임없는 내전을 피해 16살 때 가족과 함께 호주로 건너갔다. 빅토리아주에 터를 잡고 고등학교에도 입학한 그녀는 호주에서의 삶이 꿈만 같았다. 하이다리의 고등학교 친구는 “호주에 정을 붙이고 살고 싶어했다. 자유로운 여행을 좋아했고, 열심히 노력해서 영어도 제법 빨리 습득했다”고 전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고국을 떠났지만, 호주에서의 삶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무슬림 부모가 정해준 짝과 결혼해야만 하는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다리의 친구는 “졸업 전 하이다리가 내게 강제결혼에 대해 털어놓았다.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더라”고 설명했다. 어찌나 마음고생을 하며 밤잠을 설쳤는지, 졸업 직전에는 수업시간에 조는 일이 부쩍 잦았다고도 말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하이다리는 결혼을 3개월 앞두고 호주 연방경찰 인신매매팀에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비밀리에 제보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졸업과 동시에 그녀는 집 반대편에 있는 서호주 퍼스로 팔려갔다. 남편 모하마드 알리 할리미(25)는 하이다리의 집에 1만5000호주달러(약 1260만 원)의 지참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결혼 두 달 만인 2020년 1월 18일 하이다리는 역시 무슬림이었던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했다.사건이 있던 날 아침, 그녀의 남편은 처가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아내가 다정하지가 못하다. 첫날밤도 아직 치르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하이다리의 오빠는 수화기 너머로 “제발 때리지말라”는 여동생의 애원이 들린 뒤 전화가 끊겼다고 진술했다. 얼마 후 다시 전화를 걸어온 하이다리의 남편이 “남자라면 와서 네 동생 시신을 가져가라”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주 서호주대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남편은 “(하이다리가) 오랜 기간 성관계를 거부해 정신적 고통과 혼란에 시달렸고 결국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밖에 나가 일하느라 바쁜데 아내는 요리와 청소도 하지 않아서 화가 났다고 범행을 정당화하려 애썼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해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지언론은 서호주대법원이 하이다리를 무참히 살해한 남편에게 19년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 무슬림 비율이 높은 나라에서는 강제결혼이나 중매결혼이 일반적이다. 호주는 강제결혼을 노예제도나 다름없는 범죄로 여기나, 실제 강제결혼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프간 함락·헤즈볼라 재등장… 바이든 꼬이는 ‘전장 탈출’ 작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장 탈출’ 작전이 꼬여 가는 분위기다. 당장 아프가니스탄이 심각해졌다. 지방 주요 도시 4곳이 탈레반의 공세를 받고 며칠 만에 잇따라 함락돼 충격을 주고 있다. AFP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주즈잔주(州)의 주도 셰베르간이 함락됐고, 전날엔 님루즈주의 주도 자란즈도 탈레반이 장악했다. 이어 8일엔 북부 주요 도시 쿤드주, 사르에풀 등 2개 주도가 차례로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 전통적으로 반(反)탈레반 세력이 강했던 북부 지역 도시마저 탈레반에 함락된 것이다. 아프간에는 총 34개의 주가 있다. 탈레반이 함락한 도시 중 자란즈에서는 전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AFP가 전했다. 탈레반이 공격하기도 전에 대부분 무기와 옷을 내려놓고 도주했다고 한다. “심지어 탈레반은 정부군과 관계자들이 가족과 함께 이란으로 도주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탈레반의 활동을 추적해 온 한 민간재단에 따르면 “아프간 407개 지역 가운데 탈레반이 219개 지역을 장악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역도 경합 중”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과 영국은 자국민에 대한 철수를 권고했다. 레바논에서는 과격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15년 만에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6일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모두 19발의 로켓포탄을 발사했다. 국경을 넘어온 16발 중 10발은 아이언 돔 미사일에 요격됐고 나머지 6발은 공터에 떨어졌다고 이스라엘군은 밝혔다. 헤즈볼라는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이후 처음으로 자신들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포격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는데, 현지 일간 하레츠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을 시인한 것이 공격 자체보다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어떤 전쟁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금도 완벽하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레바논의 알마나르TV가 보도했다.
  • [올림픽 1열] 도시락도 무더위도 너무했던 도쿄올림픽

    [올림픽 1열] 도시락도 무더위도 너무했던 도쿄올림픽

    [중계화면 그 이상의 소식, 올림픽을 1열에서 경험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합니다.]‘벤또의 나라’답지 못한 실망스러운 벤또 코로나19 시국에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걱정되던 올림픽도 어느새 폐막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제대로 잘 치러지긴 했는지 의문은 남지만 어쨌든 전례 없던 올림픽도 이렇게 마무리되는 분위기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바로 도시락이 아닐까 하는데요. 지난달 프랑스의 한 기자가 1600엔짜리 햄버거를 혹평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만 일본이 이런 것에 꿈쩍할 나라가 아닙니다. 먹는 거 가지고 장난 치는 게 아닌데 도쿄 올림픽의 도시락은 어땠을까요. 사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취재진에게 곤혹스러운 문제 중 하나가 도시락이었습니다. 일본은 도시락(벤또) 문화가 발달한 ‘벤또의 나라’인데 도시락이 이렇게 부실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음식 문제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던가 봅니다. 영국의 경보 선수 톰 보스워스는 트위터에 “우리는 음식다운 음식을 먹을 수 없는가”라며 강하게 불만을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매일 있으니 대체로 끼니는 경기장 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경기장마다 대체로 비슷한데 1000엔, 800엔 정도 합니다. 엔화와 원화가 10배 정도 차이가 있으니 엔화 가격에 0을 하나 더 붙이면 원화로 도시락 가격이 계산될 것 같습니다.위의 파스타는 한국이 양궁 금메달을 4개나 수확한 양궁장 프레스센터의 음식입니다. 가격은 800엔. 취재진이 많이 몰리다 보니 1000엔짜리 도시락이 떨어졌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골랐는데 몇 분 기다려야 한다기에 설마 저런 게 나올지 모르고 ‘간편하게 요리를 해서 주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으니 그냥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습니다. ’ONLY COLD‘ 차갑게 씹히던 고기의 추억 도시락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상처는 차가운 도시락이었습니다. 차갑게 해서 먹는 요리도 있다지만 안 그래도 되는 고기를 차갑게 해서 주는 건 왜 그랬을까요. 혹시 더위를 이겨내라고 일부러 차갑게 주는 걸까요.수영, 다이빙 경기가 열린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먹은 1000엔짜리 도시락입니다. 고기와 파스타가 있는데 차갑습니다. 너무 차가운 게 고통스러울 정도여서 용기를 내서 데워달라고 했더니 안 된답니다. 전자레인지가 없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김서영 선수의 수영 경기가 저녁에 열려서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는데 뭐 먹을까 고민하고 있자니 직원이 벤또 메뉴를 가리키며 ‘ONLY COLD’(차가운 것만 가능)라고 친절히 알려줍니다. 음료수를 보관하면 좋을 것 같은 곳에 도시락이 보관돼 있는 것도 손으로 가리켜 보여줬습니다. 차가운 고기를 먹을 때의 고통이 떠올라 이번엔 다른 메뉴(치킨 커리)를 주문해봤습니다.이 또한 차가울 것을 각오했는데 세상에... 커리는 그렇게나 세상 따뜻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더 비싼 도시락은 차갑게 주고 싼 커리는 따뜻한 걸까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본답게 매뉴얼에 그렇다고 할 것 같아 그냥 참기로 합니다. 그나마 치킨도 서럽게 두 조각뿐이어서 한국 가면 치킨부터 시켜먹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도쿄 시내에 있고 그래도 끼니를 때울만한 메뉴가 있는 곳은 다행입니다. 농구 경기가 열리는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의 프레스센터에는 도시락도 없어 삼각김밥과 빵에 소시지를 끼운 것이 먹을 수 있는 전부입니다.그래도 그나마 올림픽 스타디움은 핵심 시설이라 그런지 괜찮게 팔았습니다. 심지어 따뜻합니다. 모든 경기장이 이렇게 팔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같은 1000엔에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며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번 올림픽 기간 내내 주변의 여러 취재진이 “도시락 물린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뉴욕 타임즈나 CNN 등 해외 언론은 일본의 편의점 도시락에 감명받은 듯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은 한국 취재진에게 대단한 음식이 아닙니다. “우와”하는 것도 하루 이틀 정도입니다. 그나마 한국 선수단 부단장인 최윤 럭비협회장이 취재진을 위해 제공한 장어덮밥은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일본 도시락 하면 이런 도시락을 원했던 건데 참 아쉬운 일입니다.해도 너무했던 도쿄의 살인적인 무더위 올림픽에서 너무한 건 도시락만이 아닙니다. 무더위는 정말 최악이며 해도 너무합니다. 도쿄올림픽은 정말 어쩌자고 여름에 연 걸까요. 도쿄에 와서 새까맣게 탄 채로 돌아가게 생겼습니다. 도쿄올림픽이지만 도쿄의 폭염 때문에 올림픽의 꽃 마라톤은 삿포로에서 합니다. 그런데 삿포로마저 예상치 못한 무더위가 덮쳐서 7일 열린 여자 마라톤은 예정보다 한 시간 당겨 새벽 6시에 시작했습니다. 사람을 새벽 6시부터 42.195㎞나 뛰게 하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요. 참고로 리우 올림픽은 오전 9시 30분에 시작했습니다.특히 야외에 햇빛을 고스란히 받는 경기장은 선수들도 고통스러울 정도입니다. 대표적으로 비치발리볼은 선수들이 시작하자마자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은 기본이고 물도 엄청 자주 마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현장에서 듣기로는 오후 경기의 경우 선수들이 모래가 뜨거워 고통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저녁 경기가 열려 온도가 얼마나 되나 보러 갔더니 꽤 시원한 26도 정도가 나왔습니다. 마침 옆에 있던 일본 기자에게 날씨 이야기를 묻자 “낮 경기는 정말 뜨겁다. 차라리 오전에 오는 게 좋을 것”이라고 해줘서 낮 경기는 안 가봤습니다.여름에 고온다습한 한국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폭염 올림픽은 예상됐던 바입니다만 외국은 모르고 당한 분위기입니다. 한국 사람이 한국과 위도가 비슷한 포르투갈, 알제리,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의 여름 날씨가 어떤지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일본은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도쿄의 무더위를 속였고 해외 여러 언론이 폭염 올림픽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이 와중에 눈치 없는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도지사는 “여름은 원래 덥다”면서 이스탄불, 마드리드 등 개최 경쟁지를 예로 들어 비판을 사기도 했습니다.음식 문제와 폭염은 직접 겪은 심각한 문제였지만 아마 다른 문제도 많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바람대로 어찌저찌 폐막까지 오게 됐으니 일본은 이 많은 문제를 뒤로하고 ‘코로나19 시국에 전 세계에 희망을 보여줬다’고 자화자찬하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래서는 안 될 올림픽인 것 같습니다.
  • [2030 세대] 아프가니스탄, 베이징의 무덤?/임명묵 작가

    [2030 세대] 아프가니스탄, 베이징의 무덤?/임명묵 작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군하면서 20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한 페이지가 완전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뒤에 펼쳐질 새로운 역사가 희망적일지는 값비싼 대가에도 불구하고 미지수다. 미군이라는 억제력이 사라지면서 필연적으로 세력을 키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폭력과 야만을 키우지 않을까? 일부 관찰자들은 미국이 빠진 아프가니스탄에서 중국이 그 자리를 채우길(?)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이런 기대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지정학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내륙 산악 지형은 복잡한 부족, 종파 질서를 형성했고 아프간인들은 이곳에서 안정적 질서를 구축하려는 외부 세력을 완강히 거부해 왔다. 그런 이유로 19세기, 20세기, 21세기에 각각 영국, 소련, 미국에 이르는 강대국들이 이 나라에 진입했다가 호되게 당하기만 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이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렇기에,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진출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은 결코 호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 중국 또한 아프가니스탄에 얽혀 들어가서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지정학적으로 약화됐으면 하는 일종의 기대감의 투영인 것이다.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근거도 나온다. 탈레반이 위구르족을 선동할 것이라는 이야기, 중국이 진출한 파키스탄에서 불안정성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 등. 이런 위협 때문에라도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제국의 무덤’은 베이징도 예외로 두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실현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중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앞선 강대국들, 특히 소련과 미국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이유도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과 소련은 이념적 제국으로서 아프가니스탄에 소련식 혹은 미국식 사회체제를 이식하고자 했다. 이런 시도는 문화적으로 완고한 현지 세력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중국식 체제를 수립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이권이다. 이 점에서 베이징과 탈레반이 손잡을 요인이 생긴다. 탈레반이 극악무도하다고 하지만 그들의 잔인함은 오직 내부로만 향한다. 탈레반의 관심사는 아프가니스탄 국경 안에서 자신들의 지도력을 공고화하는 것이지 이슬람국가(IS)처럼 외부로 테러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일대일로’로 탈레반 지도부에게 이권을 보장해 주고 그들의 사회운영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탈레반은 오히려 중국의 지정학적 전망에 적극 협조할 수 있는 셈이다. 많은 곳에서 ‘중국은 나쁜 나라니까 위기에 처해야 한다’는 인식이 심심치 않다. 하지만 나쁜 것과 강한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고, 실제 중국이 겪는 곤경과 외부인들이 그저 실현되기만을 원하는 곤경도 전혀 다를 수 있다. 유라시아 지역에서 중국 세력의 팽창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이유다.
  • 탈레반, 아프간 카불서 국방장관 노린 차량 자폭 테러

    미군 철수로 무장 조직 탈레반이 득세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3일(현지시간) 폭탄 공격으로 약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탈레반은 국방장관을 노린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밝혔는데, 무차별 총격과 공습으로 민간인들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수도 카불 그린존(경비강화 구역)에선 수차례에 걸쳐 폭발과 총격이 이어졌다. 최소 4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는데, 부상자 중에는 민간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도중 국방장관 공관을 겨냥한 차량 자폭 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비스밀라 칸 모함마디 장관은 당시 공관에 머물지 않았지만, 경호요원 일부가 다쳤다. 이에 정부군은 즉각 반격해 테러범 전원을 사살했으며, 주민 수백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테러범들은 차량 폭탄 공격 후 의원 자택도 습격했다. 이곳은 정부 고위급 인사의 공관이 몰려 있고, 미국을 포함한 외국 대사관이 있는 곳이다. 탈레반은 4일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면서 정부 고위 관료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더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탈레반은 아프간의 핵심 주도 중 하나인 라슈카르가의 장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라슈카르가의 한 지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탈레반 수중에 넘어갔으며, 20만명의 지역 주민에게는 정부의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이들은 경찰청 본청, 정보기관 등 주요 정부 청사를 공격했는데, 심지어 죄수들을 풀어 주기 위해 교도소를 공격했으나 격퇴됐다. 지난 24시간 동안 이 지역에서만 최소 40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이 같은 탈레반의 공세에 맞서 아프간 전역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날 공격을 비난하면서 “탈레반과 모든 당사자들이 즉각 폭력을 멈추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내 장악 지역을 확대하면서 차기 정부에서의 핵심 권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모로코, 3000m 장애물 경주 53년 만에 케냐 저지

    모로코, 3000m 장애물 경주 53년 만에 케냐 저지

    8분8초90 기록… 모로코 대회 첫 메달‘리우 챔피언’ 키프루토 불참한 효과도“케냐 승리 익숙한 종목서 金 따내 기뻐”모로코가 올림픽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 경주에서 1968년 이후 53년 동안 이어져 온 케냐의 독주체제를 무너뜨렸다. 모로코의 소피앵 엘 바칼리(25)는 지난 2일 일본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 경주 결승에서 8분8초90으로 결승선을 밟았다. 8분10초38로 결승점을 통과하면서 은메달을 차지한 에티오피아의 라메차 기르마(21)와 8분11초45로 동메달을 차지한 케냐의 벤자민 키겐(28)을 여유 있게 따돌린 것이다. 엘 바칼리의 금메달로 모로코는 이번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확보했다. 육상 3000m 장애물 경주는 5개 지점에 설치된 91.4㎝의 장애물과 물웅덩이를 뛰어넘으며 트랙을 달리는 경기다. ‘전통적 강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케냐는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에서 애머스 비워트(74)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지난 53년간 치른 13번의 올림픽에서 11번 금을 휩쓸어 갔다. 케냐 국적이 아닌 선수가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건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스웨덴의 안데르스 예르데루드(75),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서 폴란드의 브로니스와프 말리노프스키(70) 두 명뿐이다. 케냐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기 위해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을 보이콧해 불참했던 점을 고려한다면 반세기 넘게 남자 3000m 장애물은 케냐의 독주체제였다. 엘 바칼리는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케냐의 컨세슬러스 키프루토(27)가 이번 도쿄올림픽에 불참하면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손꼽혔다. 엘 바칼리는 경기 직후 언론과 만나 “케냐의 승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것은 나에겐 큰 성취감과 기쁨을 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을 제치고 1등이 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수년 동안 이 순간을 목표로 훈련해 왔다”면서 “특히 케냐가 아닌 다른 나라 선수들도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결국 해냈다”고 말했다.
  • 아프간 대통령 “미군 성급한 철수로 폭력 사태 악화”…주민 구제 계속

    아프간 대통령 “미군 성급한 철수로 폭력 사태 악화”…주민 구제 계속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철수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 무장조직 탈레반뿐 아니라 미국까지 잇따라 비난했다. 가니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현재의 악화된 상황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철군 결정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3개월 동안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았다”며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철군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전날에는 탈레반을 향해 비난했다.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를, 탈레반은 항복을 원한다”며 “그들은 평화, 번영, 발전을 바라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들은 지난 20년 동안 더 잔인해졌고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며 탈레반이 외국 테러리스트까지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탈레반은 국제동맹군의 철수 이후 아프간을 빠르게 장악하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점령지를 점차 넓혀 현재 영토 절반 이상을 장악했고, 국경 지역도 속속 손에 넣은 상태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주도 등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주요 도시를 공략하는가 하면 주요 공항까지 격파했다. 이에 정부군은 공군력을 동원해 반격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가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피해는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미 국무부는 미국에 협력했다가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한 주민 수천명이 미국에 정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통역 등으로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 주민에게 특별이민비자(SIV)를 발급하고 있는데, 추가로 제2우선순위자(P-2)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적용 대상을 늘렸다. 이에 따라 미국이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됐던 이들이나 미국 언론 및 비정부기구(NGO)에 채용됐던 현지 주민들도 직계 가족과 함께 미국 정착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프로그램에 신청하려면 P-2 지원자들은 아프간을 떠나야 하고, 심사에 소요되는 12~14개월간 제3국에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거란 비판도 나온다. 현재 SIV에만 2만 명 정도가 신청했으며 이런저런 방식으로 미국 측에 협조한 아프간 주민의 규모는 더 많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5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 ‘역대 美 대통령 중 밑에서 4위’ 트럼프, 그래도 이건 잘했다

    ‘역대 美 대통령 중 밑에서 4위’ 트럼프, 그래도 이건 잘했다

    ‘줄곧 비난받은 트럼프도 옳았던 것 있었다’ 규명 시도 WP “백신 초고속 개발, 중동평화, 중국압박, 대북협상”‘역대 미국 대통령 44명 중 리더십 평가 41위.’ 지난 6월 말 미국 의회 비영리채널 C스팬이 전문가 142명에게 물은 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은 성적표다. 트럼프의 뒤에는 미국을 남북전쟁으로 내몬 제임스 뷰캐넌, 최초로 탄핵 심판을 받은 앤드루 존슨, 무능함의 표본으로 평가되는 프랭클린 피어스 뿐이었다. 이중 도덕적인 부분과 행정 능력에서 트럼프는 아예 꼴찌였다. 코로나19 방역대책 경시, 지난 1월 6일 지지자들의 의회난입참사, 흑인시위 강압 대처, 대선 불복 주장, 두 번의 탄핵 위기 등 트럼프의 과오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방법은 달라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대중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코로나19 백신이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하면서 트럼프의 ‘공’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전문가 9명에게 ‘트럼프가 옳았던 것’을 물은 게 대표적이다. 이들이 가장 첫째로 꼽은 건 트럼프가 ‘미국은 국제질서를 유지시킬 의무가 있다’는 그간의 합의를 거부한 점이다. 실제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 주둔한 미군이 국제 정세에 필수적이라는 통념을 파괴했고, 탈레반과 협상을 벌여 철군을 확정했다. 바이든 역시 이달 말까지 미군을 아프간에서 전원 철군하기로 했다. 또 다소 과정이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북한과 비핵화 협의에 정식으로 착수한 것도 성과로 꼽았다. 사드 오머 예일대 글로벌 보건연구소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트럼프가 구사했던 “초고속(Warp Speed·워프 스피드) 작전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고 인정했다. 백신을 1년도 안돼 상용화한 건 트럼프의 공이라는 의미다. 통상 분야에서는 세금 폭탄 등으로 동맹의 약화를 가져왔지만, 개발도상국들이 산업에 지원하던 보조금을 중단하도록 기존의 논의 방향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산업 발달에도 여전히 보조금을 지급하는 중국에 경종을 울렸고, 바이든 역시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외 지난해 1월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실권자인 거셈 솔레이마니 장군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드론으로 폭격해 암살한 것도 트럼프의 성과로 언급됐다. 미국의 위협을 제거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이 트럼프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는 등 중동 평화에 기여한 점도 언급됐다. 이후 모로코와 수단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했고, 지난 14일에는 UAE가 걸프 지역의 아랍국가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대사관을 열었다.
  • “말은 안 통해도… 유도로 통하는 원팀”

    “말은 안 통해도… 유도로 통하는 원팀”

    출신도 언어도 사는 곳도 다르다. 하지만 태어난 고향을 어쩔 수 없이 떠나 ‘난민’의 자격으로 남자 3명, 여자 3명 등 6명이 한팀이 돼 31일 도쿄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전에 출전했다. 첫 경기에서 독일을 만나 4-0으로 패배. 6명의 선수 중 2명은 경기에 나서보지도 못한 채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이란 출신 난민팀 유도 선수인 자바드 마줍은 경기 후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우리는 생각도 말도 다르지만 어떤 올림픽 챔피언이 와도 이 팀에는 당해낼 수 없다. 모두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감을 말했다. 이란 북부 산악 지대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마줍은 16세에 이란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란유도연맹으로부터 출전 사퇴 압박을 받았다. 같은 체급에서 이스라엘 선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란이었기 때문에 그는 눈물을 머금고 출전을 포기했다. 천신만고 끝에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2019년 국제대회 참가를 위해 캐나다에 머물 당시 이란유도연맹으로부터 또 연락을 받았다. 이스라엘 선수가 나올 테니 출전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캐나다에서 난민을 신청하게 됐다. 마줍을 비롯한 난민팀은 지난 7월 사전 훈련 연습장이 있던 카타르 도하에서 처음으로 전원이 모였다. 난민팀의 출신 국가는 이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콩고민주공화국 등 4개국으로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내전으로 시리아를 떠난 선수, 가족들이 살해된 콩고 출신 선수, 여성 억압과 싸웠던 아프가니스탄 출신 선수 등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고향’을 잃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팀보다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시합 후 졌지만 실망하는 표정없이 “함께 싸워 자랑스럽다”며 서로를 격려했다. 콩고 출신으로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인 포폴 미셍가는 아사히신문에 “난민이 올림픽에 나가겠다고 하면 옛날에는 무시당했다”며 “우리가 꿈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며 3년 후 파리올림픽에 또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탈레반, 미군 떠나자 아프간 절반 점령…밀리는 정부군

    탈레반, 미군 떠나자 아프간 절반 점령…밀리는 정부군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대부분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반군 탈레반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주민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탈레반은 농촌과 소도시를 차례로 장악해 이미 전체 국토의 절반을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도시를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정부군이 탈레반의 무차별 공세에 점차 밀리는 모습이다. 1일 톨로뉴스와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아프간 서부 헤라트주의 17개 지구 가운데 16개 지구를 탈레반이 장악했다. 지난달 29일부터 탈레반은 주도인 헤라트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으며,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민간인들도 탈레반으로부터 고향을 지키겠다며 총을 들고 있다. 헤라트시의 유엔기지도 탈레반 공격을 받아 경비원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탈레반, 주요 대도시 집중 공격 정부군과의 교전이 치열해지면서 각 도시들은 아비규환의 상황에 빠지고 있다. 특히, 탈레반군이 숨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정부군이 라슈카르가시의 개인 병원을 공습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하지만, 병원장은 “탈레반이 숨어있지 않았다. 탈레반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데 우리 병원을 잘못 공격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프간 남서부 헬만드주에서는 탈레반이 닷새 전 라슈카르가시를 공격했다. 아프간 북부 자우잔주에서도 전날 정부군이 탈레반 차량 행렬을 공습해 37명의 반군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주에서도 교전이 벌어진 가운데 탈레반은 공항까지 공격했다. 이날 오전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밤 칸다하르의 공항에 최소 3발의 로켓을 발사했다”며 “해당 공항은 적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중심지로 활용하기에 표적으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아프간 정부 관리들은 “로켓 공격으로 모든 비행기 운항이 중단됐고, 활주로가 부분적으로 파손됐다”고 말했다. ●미군 떠나자…탈레반, 도시로 진군 탈레반은 농촌과 소도시부터 장악한 뒤 점차 주요 도시를 공격하고, 정부군은 도심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고, 수많은 시민이 도심을 탈출하면서 아비규환의 상황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미국과 탈레반은 지난해 2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했고, 아프간에 파병된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제동맹군을 모두 철수시키기로 했다. 미군은 다음달 11일까지 철수를 완료한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지난달 2일 핵심 군사 거점인 아프간 바그람 공군 기지를 반환하는 등 속속 아프간을 떠나고 있다. 그러자 탈레반은 점령지를 점차 넓혀 아프간 영토 절반 이상을 장악했고, 국경 지역도 속속 손에 넣은 뒤 주요 도시로 진군 중이다. 아프간 정부 측은 “미-탈레반 도하 평화협정에는 주요 도시를 공격하지 않기로 돼 있다”며 “탈레반은 약속을 무시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탈레반 보복 위협 아프간 통역사와 가족 2500명 미국 도착

    탈레반 보복 위협 아프간 통역사와 가족 2500명 미국 도착

    아프가니스탄 미군 통역사 2500명과 그 가족들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29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한다고 B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이들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개시 이래 미국 정부나 미군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 제공된 특별이민비자(SIV)를 받게된다. BBC는 미국 관계자들을 인용, 2008년 이후 이 비자 프로그램으로 약 7만 명의 아프간인들이 미국에 정착했다고 전했다. SIV는 많은 혜택이 뒤따르지만, 그 자체가 생사를 가르는 것이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전 미군 대대장 마이크 제이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SIV에 필요한 서류를 가지고 탈레반이 통제하는 지역을 오가는 것은 ‘치명적인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 그 서류를 지니고 다니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그것은 ‘미국인들을 위해 일하는 통역관’이라는 것을 완전히 고백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통역관들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노원레프트비하인드(NOLB)는 최소 300명의 협력자와 그 가족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5월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가 본격화되고 탈레반들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해나가면서 미군 협력자들에 대한 보복 위협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미국 의회에서는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보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SIV 발급 한도를 8000명 더 늘리고, 미국 정착을 위해 긴급 수송이나 주거를 포함한 서비스 제공에 5억 달러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음달 말 예정대로 미군이 완전히 철군한 이후는 아프간 정국이 극도로 혼란스러워지면서 이들의 탈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탈레반은 최근 자신들의 전투기가 국토의 85%를 탈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짐 싸는 美 vs 발 들인 中… 아프간 힘의 공백, 새 갈등의 서막인가

    짐 싸는 美 vs 발 들인 中… 아프간 힘의 공백, 새 갈등의 서막인가

    2001년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지도는 조금이라도 이 지역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존재가 됐다. 프라이팬 손잡이처럼 동쪽으로 길고 가늘게 뻗어 있는 아프가니스탄 동부지역은 와칸 회랑(Wakhan Corridor)으로 불린다. 회랑의 북쪽으로는 세계의 지붕이라는 파미르 고원이, 남쪽에는 힌두쿠시 산맥이 자리잡고 있다. 황량해 보이는 이곳은 오랫동안 중국과 서양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중 하나였고, 고선지 장군과 마르코폴로 등 역사적 인물들이 이용한 통로였다. 묘한 모습의 와칸 회랑은 19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100년 동안 러시아와 영국이 중앙아시아를 놓고 대결을 벌인 ‘그레이트 게임’의 결과물이다. 양국은 1873년 아프가니스탄을 중립지대로 하고 그 남쪽을 영국이, 북쪽을 러시아가 다스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양국의 세력이 국경을 접하는 와칸 계곡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려고 서로 물러서고 이곳을 중립지대인 아프가니스탄에 속하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와칸 회랑은 지도상에 등장하게 됐다. 해발 5000m에 위치한 와칸 회랑은 이곳을 통해 아프가니스탄과 중국을 이동하면 순식간에 3.5시간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폭의 시차가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완충지대가 되면서 잊혀진 존재가 됐던 와칸 회랑은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과정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고 2021년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두 번째 그레이트 게임의 배경이 되고 있다. ●英·소련 이어 美… ‘제국의 무덤’ 된 아프간 2001년 9·11 테러사건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국의 철수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2021년 8월 31일까지 철수하는 것을 목표로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키고 있는 미국은 19세기 영국, 20세기 소련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후퇴하는 또 하나의 세력이 됐다. 20년의 전쟁을 마무리하는 철수는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95% 이상의 인력과 장비가 이미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알카에다의 위협을 근절하고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리스트 그룹에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자 했던 미국의 목표는 수많은 인명 피해와 엄청난 전비 지출에도 결국 달성될 수 없었다.미군 철수가 본격화되던 지난 5월부터 탈레반 반군은 정부군을 상대로 전면적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많은 행정구역이 탈레반 관할로 넘어갔으며, 이에 따라 카불 등 대도시에서는 20년 만의 탈레반 복귀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군의 이탈과 도주 등으로, 과거 미군 철수 이후 남베트남이 붕괴했던 것과 같은 일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언론을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의 진격은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방어선 축소의 결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파키스탄 정부군은 수도인 카불과 몇 개의 대도시,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도로망을 중심으로 전선을 축소시켜 방어선을 강화하고, 이를 공격하는 탈레반의 인명손실을 증가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정부군의 의외로 강한 반격, 그리고 탈레반에 반대하는 민병대의 등장으로 탈레반의 공세는 곳곳에서 둔화됐으며, 두 달 사이 6000명 이상의 탈레반이 사망해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예상과 달리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일방적 붕괴와 탈레반의 조기 권력 장악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미군의 철수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거대한 힘의 공백지대를 만든다. 이 공간을 누가, 어떻게 차지하느냐에 따라 중앙아시아와 유라시아의 질서는 1990년대 초반 구소련의 붕괴 이후 다시 큰 변화를 맞이할 상황이다.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국 철수 이후 중국이 이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유력하게 대두된다. 중국은 와칸 회랑을 통해 70㎞ 정도를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접국으로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선택적으로 개입하기 유리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 중국은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이후 최대 3조 달러로 추산되는 리튬, 철, 구리, 코발트와 같은 아프가니스탄의 천연자원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으며, 아프가니스탄과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와칸 회랑이 중국에서 주요한 전략적 요충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을 전후한 시기였다. 내륙국인 아프가니스탄의 특성상 전쟁물자 보급에 어려움을 겪던 미국과 영국은 파키스탄을 경유하는 기존 경로를 대체하면서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보급로로 활용하기 위해 와칸 회랑과 연결되는 지역을 개방해 줄 것을 중국 측에 다양한 경로로 요청했다. 최종적으로는 거부했지만, 당시 중국 내부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고 엉뚱해 보이는 이러한 요구는 아프가니스탄의 안정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2009년부터 국경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국경 10㎞ 근처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새롭게 건설하고 이동통신 중계시설도 설치해 원활한 국경 경비와 통신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여기에 더해 2013년부터 시작된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은 아프가니스탄과 와칸 회랑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필요성을 절감한 중국은 와칸 회랑을 통과해 중국과 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도로망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중국의 결속을 강화함과 동시에 최종적으로는 이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도로망을 기존의 카라코람 고속도로와 연결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인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전략적 위치를 감안할 때 이 지역을 통과하는 도로는 북쪽 중앙아시아와의 교역을 늘리는 동시에 남쪽으로는 파키스탄 서부의 과다르 항구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혹독한 지형과 기후조건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도로는 중국 측에서 보면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사업인 것이다. 와칸 회랑과 아프칸에서의 도로 건설은 중앙아시아와 중국 사이의 더 짧은 파이프라인 경로를 위한 길을 열어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앙아시아 경제를 중국에 더 긴밀하게 연결시킴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중재자’ 자처한 中, 아프간 정정 안정 우선시 하지만 이러한 구상의 실현 조건은 아프가니스탄 정정의 안정이다. 중국은 탈레반을 적으로 하지 않는 외교적 접근을 꾸준히 시행해 왔으며, 탈레반 역시 중국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고 우호적 관계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2021년 7월 탈레반이 현재 중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인 와칸 회랑 동쪽의 바다흐샨 지역을 장악하면서 중국과 탈레반 사이의 갈등은 최소한 단기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탈레반의 아프간 지배 이후 중국은 이슬람 무장 세력의 침투 등을 우려해 왔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무장집단인 투르키스탄 이슬람당(TIP)이 아프가니스탄 내부에 존재하며, 최근 이들이 중국 신장 자치구에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중국으로 이슬람 전사들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의 안보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2016년부터 와칸 회랑과 인접한 국가인 타지키스탄에 군 기지를 설치하고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 지대 경비를 강화해 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국은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외에 파키스탄까지 포함하는 4각 테러대응 조정기구를 만들면서 테러 대응을 명분으로 이 지역의 안보적 위협에 대한 대응태세를 높이고 있다.중국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의 안보적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 역시 강화되고 있다. 2019년 6월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새로운 시대 조정의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협력의 수준을 격상시키고 지구적 안보 이슈에 대한 상호 지원과 긴밀한 조율을 다짐한 것의 배경에는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경제적 입지 강화를 일정 부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가장 긴장하고 있는 국가는 인도다. 중국과 국경분쟁을 치르고 있는 인도로서는 도로를 비롯한 중국의 인프라 확충이 경제적 이유를 넘어선 병력의 빠른 이동과 배치를 위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도로망의 확충은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의 상호의존성을 강화시키면서 인도를 북쪽에서 포위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철수로 발생하는 힘의 공백과 이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할 능력을 가진 국가는 중국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이를 조용히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의 힘을 공백을 중국이 효과적으로 메운다면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러시아 극동지역에 이르는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의 핵심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수 있으며, 미국의 압박에 장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충돌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고 있으며,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직접적인 단독 개입보다는 주변국과의 협력과 지원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력 확대와 안정화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의도가 계획대로 관철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병력 재배치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하고자 인도, 일본 등과 함께 중국에 대항하는 체계를 전략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미국은 전술적으로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병력을 보다 기동성 있는 체계로 변화시킴으로써 중국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 병력 재배치와 더불어 해병대의 역할 재정립, 그리고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탄도미사일 배치도 진행하고 있다. 남중국해 및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대립은 본격화될 것이 확실하다. 머나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는 중앙아시아에서의 사건의 마무리가 아닌 아시아 전역에서의 변화와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 내는 시작점인 셈이다. ●미중의 또 다른 대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무대로 하는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역사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100년 가까이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이던 영국과 러시아는 불과 몇십 년 후에 벌어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일원으로서 힘을 합치면서 독일에 대항했던 것이다. 국제질서를 양자택일의 선택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지속되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층위와 단계들이 존재하고 있다. 국력에 걸맞은 넓은 시야와 장기적인 관점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며, 대립 속에서 우리의 역할과 전략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냉정하고 과감한 실행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돌팔매 맞아도 그녀는 밟는다… 금지된 페달을

    돌팔매 맞아도 그녀는 밟는다… 금지된 페달을

    모든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였지만 밝게 웃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꼴찌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금지한 나라 출신의 선수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아름다운 꼴찌’의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프랑스로 망명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결성된 난민대표팀 소속 여성 사이클 선수 마소마 알리 지다(25)이다. 마소마는 지난 28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사이클 여자 개인전 도로 22.1㎞ 부문에 참가해 25명 중 25위로 골인했다. 1위인 네덜란드의 아미네크 반 블뢰텐(39)과는 14분 차이, 24위와도 9분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꼴찌였다. 그렇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마소마의 모습은 조국을 떠나 세계 곳곳을 떠도는 난민들과 자유가 억압된 국가의 여성들에게 희망을 줬다. 1996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마소마는 탈레반을 피해 이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면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간 마소마는 10대 때 사이클을 처음 접하고 다른 여성들과 사이클 팀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린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금기시됐기 때문에 마소마가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날 때 돌맹이나 과일이 날아들기도 했다. 미군이 떠나고 다시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자전거 타기는 목숨을 내놓는 일과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소수민족 출신이었기 때문에 탄압을 피해 2016년 19세의 나이로 가족과 함께 고국을 두 번째로 떠나게 됐다. 마소마와 그의 가족 이야기는 프랑스 한 방송에서 ‘카불의 작은 여왕’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방영됐다. 다큐멘터리를 본 한 프랑스 변호사의 도움으로 마소마와 가족들은 2017년 프랑스 망명이 허용됐고 마소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난민운동선수 장학금 덕분에 대학까지 마칠 수 있게 됐다. 마소마는 올림픽 사이클 대회가 끝난 직후 BBC스포츠와 인터뷰에서 “8200만 난민을 대표해 올림픽에서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며 “생애 첫 도로 독주경기에 참가한 것이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으며 이번 대회참가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여성이 자전거 타는 것을 금지한 국가들의 여성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싶다”라고 말했다. 마소마와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아프가니스탄 사이클링연맹의 자흘라 사르마트 부이사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이클 선수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봐왔다”라며 “난민팀 선수로 출전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많은 아프간 여성들에게 감동을 줬다”라고 말했다.
  • 꼴찌의 아름다운 경주 “女 자전거 금지된 나라 대표하는 건”

    꼴찌의 아름다운 경주 “女 자전거 금지된 나라 대표하는 건”

    꼴찌의 경주는 아름다웠다.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금지된 나라 출신의 여성 사이클 선수가 올림픽 무대 결승선을 넘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프랑스에 망명한 난민팀 여성 사이클 대표 선수인 마소마 알리 자다(25)가 그 주인공이다. 마소마는 28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서 열린 사이클 여자 도로독주 경기에서 25명 중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위는 네덜란드의 아네미크 반 블뢰텐(39)에게 돌아갔지만 그의 레이스 완주는 조국을 잃고 전세계를 떠도는 난민들과 스포츠에 마음대로 참여할 수 없는 국가의 여성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마소마는 BBC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여성이 자전거 타는 걸 금지한 국가들의 여성을 대표한다는 건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는 일”이라며 “8200만명의 난민을 대표해 올림픽에서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게 돼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장거리를 준비하다 보니 생애 첫 도로 독주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도로 독주 종목에 참가하기로 했다”면서 “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1996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난 그는 탈레반의 탄압을 피해 이웃나라 이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탈레반 정권 붕괴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돌아온 뒤 10대 때 사이클에 입문했다. 하지만 ‘소녀가 자전거를 타는 일’은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고국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소마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시민들은 과일과 돌팔매를 던졌다. 미군이 떠나고 정권을 되찾은 탈레반은 여성의 자전거를 금지했다. 가족들은 그만두라고도 했지만 그는 굽히지 않았다. 2016년 그는 열아홉의 나이로 가족과 함께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마소마와 그의 여동생의 이야기는 프랑스TV에서 ‘카불의 작은 여왕’이라는 다큐멘터리로 방영되기도 했다. 그가 나온 다큐멘터리를 본 한 프랑스의 변호사가 인도적 비자를 얻을 수 있게끔 도와줘 프랑스로 망명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마소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난민 운동 선수 장학금을 받고 무사히 대학을 마칠 수 있었다. 마소마의 출전 소식은 아프가니스탄 동료들에게도 희망이 됐다. 그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해온 아프가니스탄사이클링연맹 개발이사 사르마트는 “알리 자다가 겪은 온갖 고초를 지켜봤다”면서 “비록 난민팀 선수로 출전하지만, 그녀는 아프간 여성의 영감을 깨우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 미군 아프간 떠나는데 中·탈레반 밀착

    왕이, 탈레반 2인자에 “美 정책은 실패최대 이웃국가 주권 존중, 내정 불간섭”바라다르 “누구도 中 해 못 끼치게 할 것” 인도 간 美국무, 달라이 라마 대표단 만나 미군이 8월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군을 추진하는 가운데 ‘힘의 공백’이 커질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린 미중 외교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8일 중국 톈진에서 무장단체인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났다고 밝혔다. 왕이 외교부장은 면담에서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면서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 독립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라다르 역시 “평화 쟁취를 위해 여러 세력을 포용하고 아프간 국민이 수용하는 정치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면서 “탈레반은 어떤 세력도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던 탈레반은 이후 세력을 회복했고, 미군이 철군하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는 탈레반이 정부군 장악 지역을 점령해 가고 있다. 탈레반은 과거 신장 위구르 반군을 지원하며 중국 정부와 대립했으나 지금은 중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지키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과 바라다르 간 면담은 공교롭게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인도를 방문한 시점에 이뤄졌다. 블링컨 장관 역시 이날 중국이 내켜 하지 않을 회동 일정을 소화했다.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추진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측 대표단과 회동한 것이다.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이 ‘조국 분열 활동가’로 규정한 달라이 라마 측과 미 고위층의 만남 자체가 중국을 자극할 소재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 태권도 ‘노골드 수모’? 세계화 완성의 순간…“메달 소외국의 희망”

    태권도 ‘노골드 수모’? 세계화 완성의 순간…“메달 소외국의 희망”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태권도 대표팀이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노골드 수모’, ‘종주국의 체면을 구겼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오히려 태권도의 세계적 보급이 완성된 순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마지막날인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여자 67㎏초과급 결승에서 이다빈(25·서울시청)이 은메달을 추가하며 이번 올림픽을 마감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도쿄올림픽에서 6개 체급에 출전해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의 성적을 거뒀다.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일부 매체들은 ‘어쩌다가’, ‘노골드 수모’ 등의 수식어로 이번 대회 태권도 종목의 성적을 전했다. 그러나 태권도에서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그만큼 다른 나라 태권도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곧 태권도의 세계화가 완성됐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태권도가 올림픽 ‘메달 소외국’들이 메달을 따내는 길을 깔아줬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의 ‘올림픽 약소국’들이 태권도 종목에서만큼은 약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의 수도 니아미 골목길, 시리아 난민들이 모여 사는 요르단 아즈라크 난민캠프, 태국의 빈민가 등에서 태권도 발차기 연습에 한창인 모습을 전하며 태권도가 ‘모든 올림픽 종목 중 국제 스포츠의 경계에 있는 국가들의 경제력과 관련해 가장 관대한 스포츠’라고 표현했다. 올림픽 출전 선수가 적은 나라들의 우승 가능성이 최근 더욱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태권도는 이들 나라에 최소 12개의 메달을 안겨줬다. 코트디부아르와 요르단, 대만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태권도에서 따냈다. 니제르와 베트남, 가봉도 첫 은메달을 태권도를 통해 거머쥐었다.올림픽 시상대에 오른 적 없었던 아프가니스탄의 로훌라 니크파이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연달아 태권도 종목에 출전해 2개의 동메달을 따내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태권도가 약소국들의 ‘메달 희망’으로 떠오른 것은 비싼 장비나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덕분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니제르 태권도 연맹 회장을 겸한 니제르 올림픽위원회의 이사카 이데 회장은 “니제르와 같이 가난한 나라에게 태권도는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태권도는 장비 없이도 연습하기 매우 용이하다”며 니제르에서 태권도에 집중한 배경을 설명했다.NYT는 태권도가 체조나 복싱처럼 인지도나 시청률이 높진 못해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 등에서 수천만명이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도쿄올림픽에 61개국 선수들과 더불어 난민팀 3명의 선수들이 태권도 종목에 출전했다면서 “역대 5개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 종목치고 놀랄 만한 다양성”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NYT는 또 태권도가 ‘K팝 이전에 한국이 수출한 첫 성공적인 문화상품’이라며 태권도의 전 세계 보급의 역사를 소개했다.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으며, 한국의 미 공군기지에서 복무했던 미국의 액션배우 척 노리스도 태권도를 배웠다고 설명했다.해외 보급 초기에는 태권도는 ‘한국의 가라데’로 소개됐지만, 태권도 그 자체로 빠르게 자리잡아 현재는 전세계 210개 회원국과 더불어 난민 대표도 배출했다.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이 오늘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고 영국이 축구 종가로서 수모를 당했다고 하진 않는다. 일본 역시 유도 종주국으로서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한 바 있다. 양궁 대회는 1583년 영국의 헨리 8세가 연 대회가 기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가 양궁 최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은 도쿄올림픽 양궁 종목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지만, 아무도 이를 두고 치욕으로 여기지 않는다.도쿄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은 스물두 살이던 2014년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서야 완치 판정을 받은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고, 이번 대회 태권도 경기 마지막날 남자 80㎏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해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은 ‘노골드’ 수모를 당한 것이 아니라 역경을 딛고 스포츠 정신을 빛냈다.
  • 이라크서도 발 빼는 미군… 20년 만에 ‘테러와의 전쟁’ 끝나나

    미군이 연내에 이라크에서 전투임무를 종료한다.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철군도 다음달에 완료될 전망이어서 2001년 9·11테러 이후 20년 만에 ‘테러와의 전쟁’ 시대가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중국으로 무력 축을 옮기려는 행보지만, 이라크에서 손을 완전히 뗄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와 회담을 했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연말이면 우리는 전투 임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역할은 이슬람국가(IS)에 맞서는 이라크군의 훈련과 자문에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백악관은 이날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 “미국이 순수한 자문 역할로 바꾸더라도 IS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안보 파트너십을 지속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군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2007년 주둔 미군 규모는 17만명에 달했었다. 현 병력은 2500명 수준으로 얼마나 이라크에 남을지는 향후 정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포스트 9·11 국면을 넘어 중동과 테러 대응에 주력하던 20년을 마무리하고 중국과 사이버공격 같은 위협에 초점을 맞추려는 바이든의 외교정책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월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으로 사살한 뒤, 이라크 내 시아파 정당들은 미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압박을 넣어 왔다. 이에 이라크 정부는 미군의 전투임무 종료를 권고했고, 중동 개입을 축소하고 있는 미국 측도 권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프간과 이라크는 상황이 다르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탈레반의 세력 확대 우려에도 아프간에서는 미군의 완전 철수를 예정대로 진행 중이지만, 이라크 주둔 미군은 이란 견제 목적이 있다. 미군이 완전 철수하면 이란이 이라크 석유에 대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 앞서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종전을 선언한 뒤 2011년 철군을 진행했다가 IS의 세력 확대로 2014년 재주둔에 나서는 실패 경험도 있다. 당시 철군 지휘관이 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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