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불라 권한박탈 이후/아프간 무정부상태 직면
◎군부 권력장악불구,반군과 타협가능성 희박/「유엔평화안」도 무산 위기… 유혈내전 조짐
유엔의 아프간평화계획 실행이 10여일 앞으로 임박하면서 평화의 기운이 감돌던 아프가니스탄은 반군의 공세에 밀린 나지불라대통령이 탈출을 기도하다 체포되고 모든 권한을 박탈당함으로써 무정부상태의 위기를 맞으면서 다시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로써 신정부협상 성사로 「평화주역」을 꿈꾸었던 나지불라의 희망은 좌절되고 지난 87년 11월이후 5년동안 지속돼온 그의 강권통치는 사실상 종식됐다.
나지불라대통령은 16일 국외탈출을 시도하다 체포됐으며 모든 권력은 군부내 장성 4명과 회교저항군 사령관인 아메드 샤 무수드로 구성된 5인협의기구의 수중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상태에서는 이 협의기구 구성원들 상호간,그리고 정부군이나 다른 반군단체들과의 타협가능성이 희박,아프간은 새로운 유혈내전의 수렁에 빠져들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난 79년 구소련이 아프간을 침공,친소정권을 수립한 이래 정부군과 회교반군간에 반목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이 지역에 13년간의 내전을 종식시키려는 유엔의 평화정착계획은 착수도 되기 전에 무산될 위기를 맞고있다.
현재 남북 두방향에서 수도 카불로의 입성을 목전에 두고있는 2개의 반군세력은 종파를 달리하는 수니파와 시아파인 회교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두세력은 무자헤딘 7개집단중 가장 강력한 자미아트E이슬라미와 헤즈비E이슬라미 그룹으로 아프간정부군과 맞서 싸우면서도 쌍방간에 피나는 전투를 벌여온 오월동주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아프간 지식인은 물론 미국등 서방측에서도 주시의 대상이 돼왔다.
이와관련,카불의 서방관측통들은 『이들세력이 무력으로 현정권을 전복할 경우 유엔의 평화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카불에서는 피의 숙청이 야기될 것이며 선량한 민간인이 엄청난 고통을 받게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해왔다.
이제 냉전체제의 종식에 따라 오랜 내전끝에 어렵사리 마련된 유엔의 아프간 평화유지방안이 수포로 돌아가느냐,아니면 난관을 극복하고 실효를 거두느냐의 여부는 이들 반군세력이 앞으로 정파의 이익을 떠나 얼마만큼의 자제력을 보이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그리고 이는 수도 카불점령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카불 인근의 전략요충지 점령은 나지불라정권의 목줄을 서서히 조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자미아트그룹과 헤즈비그룹이 기존주장을 얼마나 충실히 견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