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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맥주 한 잔/이도운 논설위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미군 최고 무공훈장을 받게 된 다코타 마이어 예비역 병장과 와이셔츠 차림으로 백악관 집무실 밖 테라스에서 맥주 한 잔씩을 앞에 놓고 마주한 사진이 전세계로 타전됐다.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오바마 대통령의 소탈함과 소통 능력, 마이어 병장의 애국심, 미 해병대의 용맹함, 미국식 민주주의의 우월함 같은 메시지들이 담겨 지구촌 가족들에게 전파됐을 것으로 백악관 홍보 담당자들은 기대할 것이다. 관심이 가는 것은 두 사람 간의 대화 내용. 마이어 병장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홀로 적진을 뚫고 동료 해병대원들과 민간인들을 구출해 훈장을 받았기 때문에 전쟁에 대한 얘기가 우선적으로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어 병장은 “나는 참전을 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의 총사령관이므로 둘 다 전쟁을 안다고 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마이어 병장은 두 사람 간의 대화가 과거(전장)보다는 미래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스물 세 살인 마이어 병장은 “당신이 만약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서두를 것 없다. 먼저 공부를 해라. 나도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는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현재 고향 켄터키에서 해병대 예비군으로 복무 중인 마이어 병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조언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과 예비역 군인의 입장을 떠나 인생의 선배와 후배로서 나눈 대화가 가슴에 와 닿는다. 두 사람 앞에 놓인 맥주잔은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500㏄ 생맥주 잔보다 작은 300㏄ 정도 돼 보이는 잔이었다. 만일 두 사람 앞에 위스키나 와인 잔이 놓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맥주 잔보다는 진지하고 소탈한 대화의 느낌이 덜하지 않았을까. 위스키가 몸을 덥히는 데, 와인이 분위기를 잡는 데 유용하다면, 맥주는 대화의 액세서리로 적당한 술이다. 오바마와 마이어가 맥주 대화를 나누던 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각국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을 발표했다. 1인당 독주(毒酒) 섭취량 1위 국가는 한국이었다. 맥주보다는 소주나 위스키 혹은 폭탄주를 좋아하고, 세상에서 가장 마시기 어려운 술이 ‘딱 한 잔’이라는 말을 하는 한국인들이기 때문에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런 한국형 음주 문화 속에서는 오바마와 마이어가 나눴던 맥주 한 잔의 대화가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맥주 한 잔의 사진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탈레반, 나토 본부에 자폭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갈수록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탈레반이 급기야 12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위치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본부와 미국 대사관 인근까지 공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보건부는 이날 카불 시내에서 자살 폭탄테러와 총격전이 다수 발생해 경찰 한 명과 괴한 두 명 등 4명이 숨지고 시민 1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과 목격자들은 미국과 영국 대사관 등 외교공관이 밀집한 카불 소재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에 로켓포가 최소 두 번 떨어지는 등 폭발음과 총성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 측은 이날 공격으로 다친 사람은 없으며 직원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상태라고 말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공격이 아프간 정보 당국과 행정관청, 미국 대사관, 국제안보지원군(ISAF) 본부 등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폭탄 조끼와 소총으로 무장한 조직원들이 인근 건물을 장악하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보안 당국 관계자들도 아직 3~4명의 괴한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현지인과 송편 나누며 한국문화 전도사로

    이역만리 타국에 파병된 국군 장병들은 한가위를 맞아 한국의 고유 풍습을 세계에 전하는 ‘문화 전도사’ 임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아이티, 아덴만 등에 파견된 해외 파병부대는 한가위 연휴 기간에도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며 각국의 이웃들과 민속놀이를 즐기고 전통 음식을 나누며 우의를 다질 계획이다. 아프간 지역 재건을 위해 파견된 오쉬노부대 장병들은 한가윗날 송편과 고기전·명태포·한과·과일 등으로 차례상을 차리고 곡주 대신 주스로 합동 차례를 지낸다. 또 13일에는 주둔 지역인 파르완주 소속 축구팀을 초청해 친선 시합을 가질 예정이다. 파르완주 IOC위원장 등 현지인 50여명과 함께 어울리고 태권무, 특공무술 시범도 펼칠 예정이다.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유엔평화유지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동명부대는 9일(현지시간) 부대 인근 압바시야 마을의 한글 교실에서 현지인들에게 윷놀이를 소개한다. 압바시야, 부르글리아, 디바 등 책임 지역 내 5개 마을의 지명을 말판의 주요 지점 이름으로 사용해 현지인들과의 유대감을 키울 예정이다. 아이티 레오간에서 지진 피해복구 및 국가 재건에 힘을 쏟고 있는 단비부대는 한가위를 맞아 지진 참사 때 부모를 잃은 아동 7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희망 고아원’에서 직접 만든 팥빙수와 과자 등을 전해 주고 함께 뜻깊은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특수전 임무 수행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파견된 아크부대원들은 한가위 연휴 동안에도 UAE 군과 연합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명절의 의미를 살려 UAE 군과 송편을 나눠 먹으며 친목을 다지는 시간도 가질 계획이다. 소말리아 해역의 상선 보호를 위해 명절을 바다 위에서 보내게 된 청해부대 장병들은 문무대왕함 함상에서 북어와 통조림 나물 등으로 합동 차례를 지낸 뒤 윷놀이와 팔씨름, 함상 제기차기 등으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로 했다. 청해부대장 정대만 대령은 “가족과 함께하는 차례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우리 선박과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국제 해양안보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대원들의 사기가 충만하다.”며 “우리 8진도 아덴만의 신화를 이어 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데스크 시각] 미국의 9·11 대처법/박찬구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미국의 9·11 대처법/박찬구 국제부 차장

    400년 전 영국에서 신대륙으로 처음 이주한 사람들에게 ‘안전’은 낯선 대륙에서의 생존을 위한 최고의 가치였다. 황량한 들판에 집을 짓고 울타리로 영역을 표시한 이주자들에게 ‘총기’는 나와 가족을 지키는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안전을 담보하던 총기는 ‘개척’이란 이름 아래 원주민을 토벌하고 학살하는 수단으로 탈바꿈해 버린다. 방어적인 총기는, ‘잠재적 위험’이라는 명분으로 원주민을 몰아내는 공세적·침략적 도구로 돌변했다. 1890년 운디드니 대학살 사건으로 최후를 맞은 아메리칸 인디언의 비극적 역사는 미국인이 주창하는 안전과 자유의 이율배반을 보여준다. 수세대가 지난 뒤 슈퍼 파워로 등극한 필그림의 후손들은 전 지구촌을 상대로 예의 안전과 자유를 설파하게 된다. ‘설’(說)파는 말에만 그치지 않고, 종종 첨단 기술과 무기를 동반한다. 무엇보다 미국은 소련의 붕괴를 유일무이한 지구촌 수비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로 삼는다. ‘공세적 안전’이라는 종교를 신봉하는 미국인에게 2001년 9·11 사건은 엄청난 충격이었음에 분명하다. 당시 희생자들의 마지막 기억은 무엇이었을까. 사랑하는 이들과의 순간순간, 영문 모를 죽음에 대한 존재적 공포, 안전이 무너지고 허공에 남겨진 극심한 불안감이 아니었을까. 누구나 최후에는 태어날 당시의 원천으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이들에게,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정치 역학으로서의 안전과 자유가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지, 다시 생각게 하는 9·11 10주년이다. 그날 이후 미국의 대처법은 공세적 안전과 일방주의 안보의 전형을 보여준다. 반(反)테러는 동전의 양면으로 지구촌에 다가왔다. 끝내 신용등급 하락을 맞은 미국의 반테러 비용은 10년 동안 3조 2280억 달러, 한화로 3450조원에 이른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는 6000명이 넘는 미군이 숨졌고, 적어도 25만명이 부상했다. 세계 각국도 미국발(發) 반테러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AP통신은 10년 동안 66개 국가에서 12만명이 테러용의자로 붙잡혔고, 이 가운데 적어도 3만 5000명이 기소됐다고 전했다. 9·11 이전에 테러 혐의를 받고 기소된 용의자는 한해 수백명에 불과했다고 통신은 적시했다. ‘잠재적 위험’에 대한 과민 반응이라 할 만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시위 현장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시민들까지 반테러의 덫에 걸렸다. 심지어 터키와 중국은 테러 관련법으로 수천명의 반체제주의자들을 옭아맨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러니다. 모순이고 부조리다. 경제와 생명의 손실, 표현과 시위의 억압, 권위주의 정권의 체제 강화…. 안전과 안보의 불가피한 비용이라고 하기엔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미국의 반테러전에 동원된 아프간 자국 군인 가운데 2만 4000명이 올 들어 6월까지 생업으로 돌아가기 위해 탈영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지난해의 2배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리더십이 부족한 현장 사령관들의 부패와 휴가 금지 조치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비단 미국의 반테러 전쟁이 아니더라도, 지구촌은 치유가 쉽지 않은 중병을 앓고 있다. 남반구는 고질적인 가난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고, 북반구는 금융과 재정의 위기로 휘청이고 있다. 종교 간, 좌우 간, 부족 간 테러는 갈수록 비(非)인간화의 양태를 띠고 있다. 급기야 유럽 지식인층에서는 세계화의 말기적 현상에서 벗어나려면 탈(脫)세계화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중병의 근저에는 ‘워싱턴 프로세스’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의 거센 역풍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백수십년 전 운디드니의 교훈으로 돌아가면, 미국의 새로운 대처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공존과 공생이다. 개인과 공동체, 국가와 지구촌, 이윤과 인성, 일방과 쌍방향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전체와 부분의 조화 속에 안전을 공유할 수 있는, 더디지만 견고한 디딤돌이 될 터이다. 주먹을 쥐지 말고 손바닥을 넓게 펴야, 멀리 오래 갈 수 있는 법이다. ckpark@seoul.co.kr
  • “테러, 평화로 갚아라”

    “테러, 평화로 갚아라”

    10년 전 9월 11일 아침 집에서 커피를 마시던 데이비드 포토티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받고서야 뉴욕 쌍둥이빌딩 북쪽 건물 95층에서 일하던 친형 짐에게 뭔가 심각한 일이 생긴 걸 알았다. 9·11 테러범들이 테러에 이용한 첫 번째 여객기가 들이받은 곳은 바로 짐이 일하는 사무실이었다. 포토티는 8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십중팔구 형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직장 동료 300여명과 함께 즉사했겠지요. 2002년 4월에 작은 뼛조각을 유전자 검사한 한 끝에 형의 사망 사실을 인정하기 전까지 우리는 형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 채 지내야 했습니다.”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해 다른 나라에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2001년 말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치유와 평화를 위한 행진’을 벌였다. 2002년에는 200여 유가족들이 모여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를 만들었다. 9·11이 그를 평화운동가로 만들었다. 하지만 9·11 유가족들의 눈물을 명분 삼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던 미국 정부는 정작 이 단체의 목소리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가 보기엔 최근 미국이 겪고 있는 막대한 정부부채 위기도 결국 전쟁이 주된 원인이다.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모든 폭탄은 결국 학교 건물이나 병원을 짓는 데 써야 할 예산에서 훔친 장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는 지금도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비폭력과 평화를 호소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평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는 “해마다 이맘때면 슬픔과 두려움, 분노로 뒤섞인 격한 감정에 시도때도 없이 사로잡힌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뼈 한 조각으로만 남은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어머니가 들려줬던 “지금 우리가 겪는 이 고통을 다른 이들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떠올리며 슬픔을 이겨 낸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美, 이라크 미군 최소 3000명 잔류 검토

    백악관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완전 철수 시한인 올해 연말 이후에도 3000~4000명의 미군을 이라크에 잔류시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라크 치안 유지가 아니라 이라크군을 훈련시키는 목적의 미군만 최소한도로 남겨 놓는 방안이다. 이 같은 규모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천명한 ‘완전 철수’ 대신 소수의 병력을 주둔시키는 것이지만, 이라크 현지 미군 수뇌부가 주장하는 1만 4000~1만 8000명 주둔에 비해서는 훨씬 작은 규모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백악관은 미군 수뇌부에 대규모 주둔 연장은 불가하다고 못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네타 장관은 이날 9·11테러 10주년을 맞아 뉴욕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이 문제는 이라크 측과 협상할 문제”라면서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일단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타개를 위해서는 국방비 삭감이 필수라고 보고 그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의 철수를 강력 추진해 왔다. 여기에는 그의 반전(反戰) 소신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2009년 1월 14만명이었던 이라크 주둔 미군은 지금은 5만명으로 줄었다. ‘다행히’ 그 사이 이라크에서 미군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미군 수뇌부는 아직 이라크군이 자력으로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공화당 등 보수파도 급격한 철수에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이어져 왔다. 이라크 내부에서도 이 문제는 논란의 대상이다. 이라크 집권세력인 시아파는 미·이라크 양국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말인 2008년 12월 체결한 안보협정대로 올해 말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라크군 훈련을 위한 소수의 미군 주둔에는 동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소수파인 수니파와 쿠르드족은 미군이 주둔을 연장해 자신들의 보호막이 돼 주길 원하고 있다. 집권 시아파가 이란의 시아파와 합세해 자신들을 핍박할까 우려해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9·11 테러, 그 후 10년] (하) 끝나지 않은 전쟁

    [9·11 테러, 그 후 10년] (하) 끝나지 않은 전쟁

    지난 7월 해외 출장을 마치고 브라질 상파울루를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비행기를 탔던 기자는 중간 기착지인 미국 LA공항에서 한순간에 ‘잠재적 범죄자’가 됐다. 각종 신상정보를 입력한 전자여행인증시스템(ESTA)을 유료로 발급한 것까진 그렇다 하더라도 정식 입국이 아닌 중간 기착일 뿐인데도 공항 검색대에서 열 손가락 지문과 홍채 정보까지 입력해야 했다. 내 돈 내고 내 생체정보를 미국 국토안보부에 갖다 바친 꼴이다. 생체정보를 어떻게 이용한다거나 언제까지 보관한다거나 하는 설명은 전혀 없었다. 9·11이라는 전무후무한 테러 사건으로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외국인들이 쉽사리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미국은 즉각 밖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형태의 보복전쟁에 나섰고 안으로는 국토안보부를 신설하는 등 안보체계를 강화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미국 공항에서 외국인들은 미국의 불안감과 함께 자신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에 불쾌감을 느낀다. 안보를 강화할수록 미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테러와의 전쟁도 미국에 대한 거부감만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산시켰다. 미국이 “해방”을 말하면 세계는 “침략”으로 듣는다. ‘자유’가 아니라 ‘전쟁’이 미국의 상징이 된 형국이다. 신뢰가 없으면 헤게모니도 없다. 결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이후부터 외국 시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한 공공외교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제력 약화는 미국의 쇠락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최우량 등급(AAA)에서 한 단계 낮춘 것은 미국이 보증하는 국채조차 이제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대테러 전쟁’은 여기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총 부채는 14조 3000억 달러를 넘는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당시만 해도 5조 8000억 달러였지만, 그의 재임 8년 동안 6조 1000억 달러나 되는 빚이 새로 생겼다. 미 브라운대학교 왓슨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 6월 전쟁비용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미국이 전쟁에 투입한 직접 비용만 3조 2000억~4조 달러라고 밝혔다. 오사마 빈라덴은 지난 2004년 공개된 비디오를 통해 1980년대 소련처럼 “미국이 피를 흘리며 파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가 추산한 9·11테러 비용이 40만~50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사마 빈라덴은 엄청난 성과(?)를 거둔 셈이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부시 대통령이 20 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대규모 감세정책이었다. 한국은행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부시정부 이전까지는 전쟁을 벌이는 동안엔 한시적으로 세율을 인상해 전쟁비용을 충당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에 소득세율을 10%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두 전선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감세정책을 고수했다. 예산·정책우선순위 센터(CBPP)는 최근 보고서에서 천문학적인 정부부채 증가 원인으로 ▲경기침체 ▲구제금융 ▲감세 ▲전쟁을 지목했다. 이 가운데 감세는 전쟁 비용보다도 미국 재정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2007년 11월 26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국방 분야가 아니라 국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미국보다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으로 “근시안적 조치” 때문에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츠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국제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국가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방적 선전인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여 틈새외교가 절실한 한국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 봤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신낙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태환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김동률 최근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왜 지금 시점에서 공공외교를 얘기해야 하는지 토론해 보자. ●왜 공공외교인가 김성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정치·경제적 개방을 통해 한국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여론에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 혼자만 잘해서는 국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국가이익 자체도 다양해지고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아랍 민주화에서 보듯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연결망(네트워크)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공중(公衆)의 마음을 얻는 외교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공공외교다. 신낙균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외교 환경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파워를 천명하고 중국이 공자학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 모두 군사력뿐 아니라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일할 당시 프랑스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가격경쟁을 했지만 문화를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문화다.”라고 강조했다.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해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회의적이다. 김상배 왜 지금 공공외교인가. 세상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1970년대 국제정치학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 문제가 국제정치학의 중심이 됐다. 요즘엔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소프트파워는 세계를 운영하려는 미국의 관심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럴듯하면서도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한다. 굉장히 매력 있는 개념이다. 예전엔 외무고시 합격자들 사이에 북미국이 최고 인기 분야였고, 문화외교·공공외교·국제개발협력 분야는 한직으로 통했다. 요즘은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국강병, 즉 하드파워 기준으로 동북아시아를 본다면 한국은 북한과 함께 꼴찌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기준으로 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막연하게라도 희망이 보인다. 최근의 한류 확산이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김태환 9·11 사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하드파워 말고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소통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일방적인 홍보나 캠페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열린 소통을 필요로 하는 시대의 흐름이 ‘새로운 공공외교’를 요구하고 있다. ●21세기 공공외교 어떻게 김동률 참가자 모두 공공외교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태환 전통적 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했다. 20세기 공공외교는 상대국 시민을 직접 대상으로 한다. 21세기 신(新)공공외교는 여기에 더해 대칭적이고 개방적인 소통 방식을 강조한다. 자연자원이나 광대한 영토, 인적자원 등을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를 가공한 결과물을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해 보자. 가령 한국과 중국은 원자재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 되지만 원자재를 가공해서 외국 대중에게 내놓는 상품으로 경쟁한다면 한국이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것이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김성해 공공외교에서 ‘공공’(公共)의 맞은 편에는 국가 혹은 사적 영역이 있다. 공공이란 말 자체는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모든 것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다. 전략커뮤니케이션, 오픈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지만 굳이 외교란 용어를 쓰는 건 여전히 국제사회가 국가끼리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영역,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김상배 공공외교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공’(公)은 공공성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외교를 시장에게 맡겨 놓으면 사익추구밖에 안 된다. 거기서 중심을 잡아 주는 게 바로 공공성이다. 전통적으로 베일에 가린 비밀 영역이었던 외교를 공적 영역으로 꺼내 놓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속뜻도 담고 있다. 두 번째 ‘함께 공(共)’은 외교부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공공외교라는 점을 함축한다. 공공외교에서 외교부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외교부에서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가 양대 축이다. 문화외교국에선 공공외교도 한 축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외교가 정무·통상과 어깨를 겨누겠다고 하면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 공공외교는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가리키는 전체 상(像)이다. 공공외교를 전체적인 외교의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구체적으로 정무와 통상 혹은 좁은 의미의 문화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낙균 공공외교에서는 정부와 민간 모두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도 일반 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때문에 외교부에서 문화외교를 정무·통상과 함께 3대 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알맹이는 하나도 없다. 해외 문화행사를 주선하는 게 전부다. 그런 문제점을 제기하니까 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포럼을 만들더라. 하지만 포럼 자체는 아무런 집행력이 없다. 김상배 문제점은 방법론과 연결돼 있다. 무엇보다 예쁜 척 좀 그만해야 한다. 현 정부는 국가브랜드도 그렇고 본바탕은 신경 안 쓰고 화장 잘하는 법만 얘기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보이지 않는 영역인 문화를 자꾸 보이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는 점이다. 연기나 노래에 등수를 매기려 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소프트파워 지수까지 나왔다. 세 번째로 꼭 단일한 주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틀이 필요하다. 김성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고, 외국인의 이해와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예로 들면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만 하려 들면 장기적으론 신뢰를 잃는다. 공공외교도 마찬가지다. 존중받고 덕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장기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한국의 매력과 국익을 추구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게 많다. 한민족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파하는데 이것이 자칫 국제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주변 민족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역풍은 필연적으로 예견돼 있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면서도 결국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많이 벌려고만 하니까 ‘천박한 장사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다. 김태환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표어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 한국을 넘어서는 가치 안에 한국적인 걸 숨기듯이 담아 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건 편협한 민족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신낙균 세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용광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만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보다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식으로 가야 좋지 않을까 싶다. ●공공외교 실천 전략은 김동률 공공외교를 위해 생각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사견으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건 반대한다. 아울러 현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과 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고언을 해 주고 싶다. 신낙균 공공외교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외교부와 문화부, 지방자치단체가 각자 따로 하니까 부처 간 갈등만 생기고 효과는 떨어진다.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특히 공공외교에서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체계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김태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공공외교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게 우리 정부의 현실이다. 국제교류재단은 공공외교와 관련 있는 시민단체를 연결하는 웹커뮤니티를 10월에 개통하려고 한다. 영역별·쟁점별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상호 간 정보교류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성해 미디어를 활용한 공공외교를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뉴미디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나 중국, 러시아 등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24시간 영어채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맥락을 제대로 짚어 줄 수 있는 믿을 만한 매체가 중요해진다. 언론이 위기라는 한국에서조차 많은 정보의 출처는 여전히 전통적 매체다. 국제 사회에 한국의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칭 ‘코리아24’ 같은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를 창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신낙균 외교관 충원 제도가 외무고시에서 외교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공공외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꼭 넣으라고 요구했다.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외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이제는 공공외교다] “21세기는 소프트파워… ‘열린 소통’으로 公衆을 홀려라”

    2007년 11월 26일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국방 분야가 아니라 국무부의 예산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알카에다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메시지를 미국보다 더 잘 전달한다는 것은 당혹스런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으로 “근시안적 조치” 때문에 소프트파워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게이츠 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국제 시민사회의 ‘이해와 공감’을 얻으려는 국가 활동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방적 선전인 프로파간다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외교는 특히 강대국에 둘러싸여 틈새외교가 절실한 한국에게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좌담을 통해 공공외교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방향을 짚어봤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지난달 16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신낙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태환 한국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김동률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007년 캔사스 주립대에서 연설하면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군사적 성공은 승리의 충분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에서 보듯 세계는 ‘스마트파워’에 주목하고 있다. 상대국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을 추구하는 공공외교는 그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공공외교에 대한 토론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공공외교를 얘기해야 하는지 토론해보자.   김성해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거론하고 싶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단행한 정치·경제적 개방 조치로 한국은 국제금융자본과 국제여론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노출됐다. 한국 혼자 잘해서는 한국의 국익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월가의 동향과 미국 신용평가회사의 평가에 따라 한국 주식시장이 출렁이는게 단적인 예다. 두번째로, 국가이익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냉전시대만 해도 튼튼한 안보 우방만 확보하면 됐지만 지금은 국제관계가 대단히 복합적이다. 세번째로,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아랍 민주화에서 보듯 국제사회에서도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연결망(네트워크)을 만들며 영향력을 키우는 공중(公衆)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변화 때문에 한국이 공공외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신낙균 세계가 좁아지고 있다. 이름도 잘 모르는 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외교 환경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파워를 천명하고 중국이 공자학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것 모두 군사력 뿐 아니라 연성권력(소프트파워)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공외교를 토론하는 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외환위기 직후 문화관광부 장관을 할 당시 프랑스 문화평론가 기 소르망과 얘길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이 그동안 가격경쟁은 했지만 문화를 중시하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문화다’란 말을 하는데 굉장히 공감을 했다. 한류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공공외교에 나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도 그걸 인식해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성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개인적으론 공공외교보다 문화외교란 말을 즐겨 쓰곤 하는데, 현재 정부에서는 용어 정리조차 못하고 있다. 김상배 왜 지금 공공외교가 필요한가. 세상이 지금 그렇게 변하고 있다. 나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는데 학문은 세상 변화를 반영한다. 1970년대 국제정치학은 전쟁과 평화의 문제였다. 외환위기 이후엔 경제문제가 국제정치학의 중심이 됐다. 1990년대 후반에 외국으로 유학간 국제정치학도 가운데 3분의 2가 국제금융을 전공했다. 21세기 되서는 전반적으로 소프트파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소프트파워는 미국이 세계를 운영하는 관심을 반영한 개념이다. 그럴듯하면서도 별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오해 보이기도 한다. 굉장히 매력있는 개념이다. 미국은 9·11 이후 ‘반테러’를 명분으로 전쟁을 수행하면서 힘으로 다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게 국제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됐다. 그런 연속선에서, 한국이 네트워크나 정보혁명 시각에서 국제정치를 바라봐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학과 특성상 외무고시에 합격하는 학생이 많다. 예전엔 단연코 북미국이 인기 최고였다. 지금은 1지망으로 문화외교 공공외교 국제개발협력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엔 한직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통적인 부국강병, 즉 ‘하드파워’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에선 10위권일지 몰라도 직접 영향을 주고 받는 동북아시아에선 북한을 예외로 치면 꼴찌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기준으로 한 국제정치 무대에선 막연하게라도 희망이 보인다. 최근 한류 확산이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 것들이 한국에서 공공외교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밑바탕이 되지 않나 싶다. 김태환 본격적으로 공공외교란 개념이 등장한 건 20세기 후반이지만 21세기 들어 공공외교 패러다임이 발전하고 있다. 이를 신(新)공공외교로 부른다. 9·11사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을 통해 초강대국인 미국조차 군사력이나 경제력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 ‘하드파워’ 말고 무엇을 주목해야 할까. 거기서 공공외교의 필요성이 나온다. 비약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소통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일방적인 홍보나 캠페인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결국 열린 소통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새로운 공공외교’를 요구한다고 본다.   ●21세기 공공외교 어떻게 할 것인가   김동률 참가자 모두 공공외교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태환 전통적 외교와 20세기 공공외교, 21세기 신공공외교 세 차원을 봐야 한다. 전통외교는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한다. 20세기 공공외교는 정부가 주체, 객체는 상대국 시민이다. 신공공외교는 여기에 더해 대칭적이고 개방적인 소통방식을 강조한다. 자연자원이나 영토, 인적자원 등을 원자재로 보고 원자재를 가공한 결과물을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해보자. 가령 한국과 중국은 원자재만 놓고 보면 상대가 안되지만 원자재를 가공해서 외국 대중에게 내놓는 상품은 충분히 해볼만하다. 그것이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김성해 공공외교에서 ‘공공’(公共)의 맞은 편에는 국가 혹은 사적 영역이 있다. 공공이란 말 자체는 민주주의를 책임지는 구성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공중(公衆)을 대상으로 하고 그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는 모든 것을 공공외교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전략커뮤니케이션, 오픈(open)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용어도 가능하지만 굳이 외교란 용어를 쓰는 건 여전히 국가와 국가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야 할 영역,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공적인 목적으로, 장기적 국가이익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틈새가 있다. 김상배 공공외교는 ‘Public Diplomacy’를 번역한 용어이지만 한 글자 한 글자가 의미심장하다. 첫 글자 공(公)은 공공성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외교를 시장에게 맡겨놓으면 사익추구밖에 안된다. 거기서 중심을 잡아주는 건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또한 공개성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 외교는 베일에 가린 비밀 영역이었다. 외교를 비밀 공간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 꺼내놓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두번째 ‘함께 공’(共)은 외교부 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참여하는 것이 공공외교라는 점을 함축한다. 공공외교에서 외교부가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현재 외교부는 정무외교와 통상외교가 양대 축이다. 문화외교국에선 공공외교도 한 축이 돼야 한다고 하는데 공공외교가 정무·통상과 어깨를 겨누겠다고 하면 계속 뒤쳐질 수밖에 없다. 공공외교는 외교의 새로운 모습을 가리키는 전체 상이다. 최근 반년 가량 외무부에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공공외교를 전체적인 외교의 바탕에 깔고 그 위에서 정무와 통상 혹은 좁은 의미의 문화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공공외교가 꽃 필 수 있다. 신낙균 공공외교는 정부 대 정부에서 정부와 민간 모두 주체가 될 수 있고 대상도 일반국민으로 확대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교부에서 문화외교를 정무·통상과 함께 3대 축이라고 말한다. 내용은 아무것도 없다. 해외 문화행사 하는 게 전부다. 그 점을 문제제기하니까 국제교류재단에 공공외교포럼을 만들더라. 하지만 포럼 자체는 아무런 집행력이 없다. 이 문제는 아무래도 국가 차원에서 논의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 공공외교 무엇이 문제인가   김상배 문제점과 방법론이 연결돼 있다. 먼저, 공공외교한다고 할때 예쁜 척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브랜드도 그렇고 본바탕은 신경 안쓰고 화장 잘하는 법만 얘기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건 보이지 않는 영역인 문화를 자꾸 보이는 잣대로 재단하려 한다. 연기나 노래에 등수를 매기려 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소프트파워 지수까지 나왔다. 공공외교는 그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세번째로, 단일한 주체나 조직이 아니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공공외교를 전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틀이 필요하다. 김성해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고,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고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건 사회생활과 비슷하다고 본다. 최소한 욕먹지 않고 살아야 한다. 자기가 힘들 때 도와줄 친구가 있어야 한다. 단기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고 단기적 목표만 생각하면 장기적으론 신뢰를 잃는다. 공공외교도 마찬가지다. 존중받고 덕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한국 정부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매력과 국익 등을 실천하기 위한 전략을 택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입장과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국제여론에서 한국이 수세에 몰렸을 때 한국을 대변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공공외교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쉬운 게 많다. 단적으로 한민족의 우수성을 많이 얘기하는데 그게 국제사회에 대한 몰이해와 주변 민족에 대한 멸시로 나타난다. 최근 일본 등에서 나타나는 역풍은 필연적으로 예견돼 있었다. 국가브랜드를 강조하는 접근법도 국제사회 성숙한 동반자로서 존중받고 같이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주려고 노력하는게 아니라 우리 장점만 강조하고, 더 많은 물건을 팔 궁리만 하니까 수입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장사치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김태환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표어가 있었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 한국을 넘어서는 가치 안에 한국적인 걸 숨기듯이 담아서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너무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건 편협한 민족주의로 비칠 수 있다. 신낙균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용광로에 집어넣는 방식으로만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것 보다는 개체가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모자이크 식으로 가야 좋지 않을까 싶다.   ●해외사례 뿐 아니라 우리 모델을 찾자   김동률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 본받을 만한, 혹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해외사례는 어떤 게 있나. 김태환 특정 국가 사례를 본받고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례를 분류해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기준을 추출해야 한다. 먼저 비교우위와 경쟁우위 가운데 무엇에 입각한 공공외교를 할 것인가. 그건 답이 명확하다. 천연자원을 비롯한 각종 자원이 많은 미국이나 중국의 공공외교는 우리가 따라야 할 경로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 중앙집권적인 방식과 분산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김상배 우리에게는 벤치마킹 컴플렉스가 있다. 정부용역 보고서에서도 항상 해외사례와 시사점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당시 수백만 달러를 들여 엘빈 토플러에게 연구용역을 준 적이 있는데 정작 토플러는 결론에서 ‘한국은 이제 배울 모델이 없다. 스스로 만들어라’라고 했다. 우리는 여러 나라 여러 경우를 조합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남의 답안지를 베끼지 말고 우리 답안을 스스로 만들자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신낙균 여러 해외 사례를 통해 반면교사로 삼는 건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가령 중국은 공자학원에 예산을 엄청나게 쓰고 있는데 공자의 가치와 현대 중국의 가치에서 부조화가 발생한다. 또 너무 정부 주도로 공공외교가 이뤄지는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성해 우리가 배울 모델, 혹은 100% 베낄 모델이 없다는 건 동의한다.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우리는 거대한 청사진 속에서 전략을 구사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걸 잘 하는 사례는 최대한 발굴해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한다.   ●공공외교 전략을 위한 실천전략   김동률 왜 공공외교를 해야 하고 걸림돌이 무엇인지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공공외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김상배 공공외교 전략을 짤 때 집중과 분산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IT 강국 코리아’라고들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정보통신부라는 컨트롤타워 혹은 코디네이션타워가 없어진 게 원인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처럼 정통부라는 집중 시스템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건 물론 아니다. 여기서 집중과 분산의 조율이 필요하다. 공공외교는 단순히 특정 분야에 한정된 좁은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디자인을 네트워크하는게 아닌가 싶다. 신낙균 공공외교 추진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공외교 수행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중이다. 지금은 외교부·문화부·지자체가 각자 따로 하니까 부처간 갈등만 생기고 효율성은 떨어진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공공외교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고 체계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주변 4대 강국만 집중하다 놓치는 게 너무 많다. 거기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김태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공공외교를 협력해서 추진할 수 있는 시민단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게 정부 현실이다. 외교부 문화외교국에 등록된 민간외교단체가 500여개인데 문화부와 자치단체에 등록된 곳까지 합하면 수천 곳은 될텐데 백서조차 없다. 현재 국제교류재단이 정부와 함께 공공외교와 관련있는 단체를 연결하는 웹커뮤니티를 10월에 개통하려 준비중이다. 영역별·쟁점별로 데이터베이스도 축적하고 서로 정보교류만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김성해 미디어를 활용한 공공외교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뉴미디어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뉴미디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공공외교를 위해서는 좀 더 질서정연하게 조직화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는 24시간 영어채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다매체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 원자료는 전통 미디어에서 나온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언론이 위기라는 한국조차도 많은 정보의 출처는 여전히 전통적 매체다. 국제사회에 한국의 의견을 정확하고 품격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칭 ‘코리아24’같은 수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행 아리랑국제방송과 KBS월드를 창조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신낙균 외교관 충원제도가 외무고시에서 외교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공공외교에 대한 커리큘럼을 꼭 넣으라고 요구했다. 공공외교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공외교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외교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김동률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공공외교를 좌지우지하는 건 반대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지나친 조급증과 강박감에서 벗어나라는 고언을 해주고 싶다.   정리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박정동 인천대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박정동 인천대 교수

    ”개도국에서 쳐다보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원조받다가 원조하는 입장으로 바뀐 유일한 나라 한국을 배우고 벤치마킹하려고 제3세계 40억명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어요. 50년 전 필리핀의 국민소득이 170달러였을 때 76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이 이제는 제3세계 동시대인들을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희망을 선사할 때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전쟁의 참화 속에 신음하는 사지(死地)에 왜 우리는 군인과 의사와 기능 인력을 보내 재건 사업을 돕고 있나. 아프간 파르완주에서 한국 지방재건팀(PRT) 자문단장으로 폭탄 테러와 로켓 공격을 보고 겪으면서 지난 1년을 ‘견딘’ 박정동 인천대 교수가 ‘아프가니스탄을 가다’(기파랑 펴냄)를 펴냈다. 지난달 19일 귀국했으니 귀국 보름 만에 책을 낸 셈이다. 군인처럼 짧게 깎은 머리에 까맣게 탄 얼굴로 나타난 박 교수에게 건강하게 귀국하셔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자 “기지를 떠나던 날도 탈레반이 쏜 것으로 보이는 로켓포가 기지 안에까지 떨어져 숙소 앞에 서 있던 첨성대 모형 등 시설물을 날려버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 교수는 아프간에 대한 본격적인 안내서이자 학술서를 펴냈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듯했다. 후진국 개발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할 일을 했다는 흡족한 표정도 읽혔다. “1년 전 떠날 때 보니 여행기 몇 권을 제외하고는 아프간에 대해 알려줄 책이 없더군요. 470여명의 한국인들이 현지 재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나가 있고, 기지 건설에만 600억원이 들었으며, 한국국제협력단이 가장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곳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었어요.” 국가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아프간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 책을 낸 1차적인 이유다. “아프간 전쟁이 끝나고 재건을 시작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요. 공들인 만큼 우리 몫이 돌아오고, 관심과 노력만큼 윈윈할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집권 2기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도 다음번 출마를 포기하는 등 정치적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고 탈레반도 미국 등 서방과 타협점을 찾고 있어 전쟁 이후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프간은 지정학적 요충지입니다. 실질적인 제조업이 없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고요. 그런 땅을 중국이 독식하고 있어요. 희귀 금속 등 지하자원에 관심이 많은 중국은 이미 제1의 외국 투자국이 됐어요.” 중국의 왕성한 경제 활동을 빗대 “피는 미군이 흘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그는 “좁은 땅덩이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신천지 개척이란 차원에서도 매력적인 곳”이라고 아프간을 말했다. 그러나 사지에서 틈틈이 밤새워 가며 책을 쓴 더 큰 이유는 전쟁과 빈곤에 찌든 절망의 땅에서 한국의 성공 모델이 뿌리내리고 열매 맺기를 기원해서였다. 그는 “우리가 가진 것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을 이었다. “개도국에서 쳐다보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원조받다가 원조하는 입장으로 바뀐 유일한 나라 한국을 배우고 벤치마킹하려고 제3세계 40억명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어요. 50년 전 필리핀의 국민소득이 170달러였을 때 76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이 이제는 제3세계 동시대인들을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희망을 선사할 때입니다.”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기적이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저개발국에도 적용되고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확신이 그에게서 묻어나왔다. 연말까지 카불의 한국대사관에서는 박 교수의 책을 현지 다리어판으로 펴낼 계획이고, 미국에선 영어판 출판도 예정돼 있다. “모든 것을 잃었던 나라가, 배고픔의 대물림 속에서 내일의 생존도 장담 못 했던 민족이 성공의 기적을, 희망이란 등불을 저개발국 동시대인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아프간에 적용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성공 모델 세계화에 첫발을 내디딘 연구서인 셈이다. 아프간 정치경제 현황과 함께 개발시대 한국의 경제정책과 리더십 및 기업가 정신을 이 책에서 소개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대에 교환교수로 체류 중인 부인 박혜영 박사가 책의 공동 저자다. 박 교수가 아프간에 있는 동안 박 박사는 관련 자료를 찾고 제공했다. 박 교수는 “2800만 아프간 국민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말했다. 아마도 박 교수와 아프간과의 인연은 지금부터 시작이 아닌가 싶다.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소비자 고발(KBS1 밤 10시) 의료기관에서 많이 쓰는 주사기나 침은 감염 방지를 위해 멸균 포장된 일회용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일회용 의료기기가 재사용되고 있다는 현직 간호사들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바늘만 바꾼 주사기가 재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병·의원에선 주사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추적해 본다. ●VJ특공대(KBS2 밤 9시 55분) 복권 열풍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연금복권이다. 이 복권은 당첨금을 한 달에 500만원씩 20년간 나눠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회차당 630만장이 발행되는 연금복권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시간을 정해두고 판매하는 복권방이 생겼을 정도라는데…. ●MBC 스페셜(MBC 밤 10시 55분) 지난 3월 일본 열도에 닥친 사상 최악의 동일본대지진.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이로 인한 원전 방사능 누출이지만 실상 가장 슬픔을 겪는 사람들은 쓰나미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일 것이다. 이곳에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들만 6000여명. 과연 살아남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맞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좋은 아침(SBS 오전 9시 20분) 변함 없는 외모와 중후한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원조 미남배우 남궁원이 ‘좋은 아침’을 찾았다. 그는 20년 가족사가 고스란히 담긴 집을 공개했다. 아들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의 미국 하버드대 졸업장과 손주들의 사진도 공개했다.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동정심 작전으로 사랑을 얻어 낸 러브 스토리도 털어놓는다. ●세계의 아이들(EBS 밤 8시 50분) 파키스탄은 참혹한 테러조차 신문의 헤드라인을 차지하지 못하는 곳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참혹한 폭탄테러 속에서 16일간의 목숨을 건 촬영이 시작된다. 파키스탄 북부 페샤와르 인근의 샤알름 마르카스 난민촌.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터전을 잡은 이곳 난민촌에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따라가 본다. ●으라차차 우리동네(OBS 오후 5시 40분) 김원경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신선하고, 즐거운 생활 정보와 따뜻한 이야기를 전한다. 맛과 영양, 유익한 정보까지 제공하는 ‘오! 이 맛이야’ 코너에서는 소문난 맛집과 음식을 소개하여 시청자들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진다. 지하철을 타고 즐기는 경인 문화기행 등 다양한 재미와 정보를 만나러 가 보자.
  • [9·11 테러, 그 후 10년] (상) 아물지 않는 상처

    [9·11 테러, 그 후 10년] (상) 아물지 않는 상처

    미국과 전 세계를 경악케 한 9·11테러가 일어난 지 오는 11일로 10주년이 된다. 19명의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된 4대의 민간항공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워싱턴DC의 국방부 건물 등을 타격, 2983명의 희생자를 낸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미국인의 의식과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미국은 공룡 부처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입국심사를 강화했지만 테러 공포를 안고 사는 나라가 됐다. 미국은 알카에다에 대한 보복에 나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올해 5월 주범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는 등 국제정세도 격변했다. 하지만 9·11 이후가 이전보다 안전해졌는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테러 공포는 여전히 미국과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 10년 간 미국은 더 안전해졌다. 하지만 위협은 남아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의 초대 장관을 역임한 톰 리지 전 장관은 9·11테러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17일 워싱턴DC의 미 상공회의소에서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미국 정부가 취해 온 대테러 정책의 허실을 짚었다. 9·11테러를 계기로 2002년 11월 신설된 국토안보부는 직원 17만 명에 연간 예산 400억 달러(약 42조원)를 쓰는 미 행정부 내 최대부처다. →국토안보부가 지금까지 한 일은. -정보자산을 강화했고 우방국과 파트너십을 다졌다.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했다. 공항에 지문인식장치와 방사능 검색대를 설치했다. 미국민의 자유와 헌법, 아메리카라는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겹겹의 안보를 구축했다. →국토안보부의 역할에 미흡한 점은. -민간 부문과 연대를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 대테러 기획단계에서부터 민간을 참여시켜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각 부처 비상대책반 사이에 정치적인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문제도 여전하다. 기득권을 버리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입국심사 강화에 따른 효과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입국심사는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출국심사에는 허점이 많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자 기간을 초과해 미국에 머무는지,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누구도 모른다. 아직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안보부가 강하긴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는데 테러와의 전쟁도 변화해야 하나. -그를 죽인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의 지하드 이념을 땅에 묻어야 한다. 이념이라는 것은 극소수에게라도 전염되면 글로벌 테러리즘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제는 테러와의 전쟁이란 말 대신 신앙체계와의 전쟁, 악의 이념과의 전쟁이란 말을 써야 한다. →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테러 위험성은 얼마나 될까. -한국은 미국의 친구이기 때문에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은 역시 북한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한국도 국토안보부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할까. -미국은 한국과 동맹 관계이기 때문에 한국의 내부 문제에 대해 내가 이래라, 저래라 조언하기 조심스럽다. 원론적으로, 제대로 된 정부라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사회나 군대가 도발에 즉각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보기에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그런 문제를 포괄적으로 잘 다뤄왔다. →9·11을 기점으로 미국민의 의식구조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9·11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됐다. 테러가 글로벌화됐고 동서남북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개개인이 테러에 매우 민감해졌고 각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제2의 9·11테러가 일어날까. -정부가 겹겹이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9·11처럼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와 다른 유형의 테러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가 저지르는 테러다. 지난 18개월 동안 이런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60~70명이나 붙잡혔다. 테러의 유형은 더 늘어난 셈이다. 우리는 더 안전해졌지만 여전히 위협은 남아 있다. 글 사진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톰 리지는 누구 베트남 참전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1982년 미국 하원의원에 당선돼 6선을 했다. 1994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로 당선돼 재선했다.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나자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그를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에 임명했다. 이듬해 국토안보부가 신설되면서 그는 초대 국토안보부 장관에 취임했다. 2005년 사임한 뒤 민간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 美 이라크-아프간 전쟁비용 600억 달러 샜다

    미국이 지난 10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출한 전쟁 비용의 약 30%인 600억 달러(약 64조원)가 용역업체 부실 관리, 졸속 계획, 부정부패 등으로 낭비된 것으로 조사됐다. AP통신은 31일 미 의회 산하 ‘이라크·아프간 전쟁수행사업 조사위원회’의 최종 발표를 앞두고 240쪽 분량의 보고서를 미리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위원회는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퍼부은 미국의 전쟁 비용이 올해 말까지 206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위원회는 “낭비와 부정부패의 대부분은 철저한 사전 계획과 감시망이 작동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쟁 지역에서 용역업체와의 계약과 관리에 보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의회 산하에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20여 차례의 청문회와 이라크·아프간 현지 방문 등을 통해 군사지원 용역업체, 재건 프로그램, 사설경호회사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는 2009년 실시된 아프간 농업개발계획 프로그램을 대표적인 부실 계획으로 꼽았다. 당초 북부 지역을 대상으로 총사업비 6000만 달러 규모로 계획됐으나 남부와 동부로 확대되면서 사업비가 3억 6000만 달러로 6배 급증했다. 위원회는 “마을 사람들은 무료로 나눠준 밀 종자를 파키스탄에 돈을 받고 팔았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셰이스와 마이클 티볼트 공동위원장은 보고서 발표에 앞서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부실한 전비 집행은 미국 정부와 용역업체 모두의 책임”이라며 “세금 낭비와 함께 해당국의 부패를 유발하고 해외에서 미국의 입지와 영향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군대 안 가는 재벌家 아들 점점 는다는데…

    국내 재벌가 남자들의 병역면제율이 일반 국민보다 훨씬 높고 3, 4세로 내려갈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삼성·현대·LG·SK를 포함한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성 124명 중 아직 미정인 20대를 제외한 114명을 조사한 결과, 면제율은 35.1%로 일반인 29.3%보다 5.8%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벌 3, 4세에 해당하는 1970년대생(32~41세)의 면제율은 41.7%로 일반인 18.3%보다 무려 23.4% 포인트나 높았다. 돈 있는 재벌가일수록 국방의 의무를 더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기가 찰 노릇인 것은 면제 사유다. 40명 중 10명은 면제 이유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고, 사유가 파악된 30명 중 18명이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했을리 만무하고, 겉으로 보기에도 멀쩡한데 군 면제라니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병역법 64조 1항은 ‘전신기형자 등 외관상 명백한 장애인’을 병역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벌가 면제자 중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4명 가운데 1명이 외국 국적 취득으로 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고, 선민(選民)의식만 꽉 차 있는 것 아닌가. 군대 안 가려고 국적까지 포기했다면 한국에 들어와 살며 사업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사회지도층 자제들은 요리조리 빠지고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 군대라면 강군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들다. 국방의 의무 앞에는 ‘신성한’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룩하고 고결한 의무가 다름 아닌 국방의 의무라는 뜻이다. 몇해 전 영국 왕위계승 서열 3위 해리 왕자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 복무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 놀랍고 부러웠던 게 사실이다. 군 면제 제도를 확 뜯어 고칠 때가 됐다.
  • 퍼트레이어스 CIA국장에 보국훈장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을 역임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에게 보국훈장의 최고등급인 통일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주미대사관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퍼트레이어스 전 사령관에게 통일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대사관 측이 27일 밝혔다. 퍼트레이어스 전 사령관은 이라크,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자이툰사단 등 파병 한국군의 작전 여건을 보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한·미동맹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훈장을 받게 됐다고 대사관은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알카에다 2인자 피살…美, 파키스탄 은신처 미사일 공격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아티야 아브드 알라흐만이 지난 22일 파키스탄 와지리스탄의 산악지대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운용하는 무인 폭격기의 미사일 공격에 사망한 것으로 27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미 언론은 미국 정부와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오사마 빈라덴 사살에 이어 알카에다에 대한 또 한번의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리비아 출신 30대 중반인 알라흐만은 10대 때인 1980년 알카에다에 합류한 폭발물 전문가이자 이슬람 학자로, 빈라덴의 각별한 신임을 받으며 지난해 알카에다 작전 책임자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빈라덴과 함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으로 도피한 이래 알라흐만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와 알카에다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 왔으며, 지난 5월 빈라덴 사살 이후 알카에다를 이끌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거론돼 왔다. 빈라덴이 숨진 뒤 알카에다는 아이만 알자와히리 지도하에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한 보안당국 고위 관계자는 “(알라흐만이 사망했다는) 미 언론보도는 소문일 뿐”이라면서 보도 내용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뒤집어 읽은 이슬람 문명

    무슬림들은 지금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어쩌다가 세계는 전쟁과 테러의 악순환에 빠지게 됐나.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슬람의 눈으로 지난 1500년의 세계사를 그려냈고, 현대사를 해석했다. 냉전 종식을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로 해석했지만 이슬람 급진 근본주의자들은 “대결해 온 두 제국주의 세력(소련식 사회주의와 미국식 자본주의) 가운데 하나를 해치웠고, 이제는 하나만 남게 됐다.”고 풀이했다. 저자는 2001년 9월 11일을 두 개의 세계사의 충돌로 규정하면서 ‘서구 민주주의의 승리, 역사의 종말’이란 주장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슬림사회가 한 줌의 부와 권력을 독점한 상류 계층과 그렇지 않은 다수로 갈라지고, 그 골이 갈수록 커지면서 급진 무장세력과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국력과 경제가 발전하고, 교육이 확산되면 무슬림 사회의 소외 계층과 급진주의자들이 사라지고, 세속적인 선진 근대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란 낙관도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 오히려 이슬람 세계의 세속 근대주의자들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에서 비종교적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는 하마스라는 종교적인 이념가들에게 자리를 내줬고, 종교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둔 이슬람 지하드라는 과격단체가 세력을 키우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무슬림 형제단이 바스당과 전쟁을 치르며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도 이슬람 사회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닥 가운데 하나일 뿐임을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9·11 테러로 최전선에 나섰지만 이슬람 세계에는 다른 가닥들이 여태까지 그랬듯이 지금도 건재하다. 그 다양한 주제와 세력들은 이슬람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사회적인 힘을 두고 수 세기 동안 경쟁해 왔다.” 저자는 한때는 그 다른 세력들이 이슬람 내에서 더 지배적인 시대가 있었음도 상기시켰다. 이제는 신기술의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 ‘페이스북 세대’가 무대로 몰려오고 있음도 지적했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를 박탈당한 채로 현재에 도달한 것이 아니며 전통 위에서 현대를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이슬람 세계는 발육이 부진한 서구식 세계사의 다른 판본도 아니며, 서구를 잉태한 문명이자 다만 발전 과정이 다른 문명이라면서 우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만 8000원.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외교부 과장급 2명 파격 인사

    외교부 과장급 2명 파격 인사

    외교통상부가 최근 과장급 2명에 대해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대표로 발탁된 여승배(왼쪽·44·외무고시 24회) 전 주노르웨이 참사관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사에 한국 외교관으로 첫 파견되는 정연두(오른쪽·45·외무고시 25회) 외교부 전 북핵정책과장이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여 신임 아프간 PRT 대표는 워싱턴·베이징 근무와 북핵과장·장관보좌관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쳐 지난해 주노르웨이 참사관으로 옮겼다가 1년 만에 PRT 대표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외시 4기수 뛰어넘은 발탁 인사 그동안 PRT 대표는 심의관급 이상이 했기 때문에 전임자보다 외시 4기수를 뛰어넘은 그의 발탁은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식통은 “아프간 PRT 대표는 험지에서 군 등 10개 부처 관계자가 모인 조직을 이끌어야 해 가장 힘든 자리 중 하나”라며 “주변 추천 등에 의해 여 대표가 발탁됐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주 중 떠날 예정인 여 신임 대표는 “PRT 활동을 통한 국제사회 기여외교 강화와 함께, 남북통일에 대비해 PRT라는 지방재건 모델을 북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외교부 IAEA 파견 첫 사례 다음달 1일 자로 IAEA에서 일하게 된 정 전 과장은 외교부에서 IAEA에 파견하는 첫번째 사례로 기록된다. 북핵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지난 2년 반 동안 최장수 북핵정책과장을 맡아 주로 미국과 북한 관련 업무를 해 왔다. 외교부는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필수적인 IAEA의 역할을 감안, 북핵 문제를 다뤄온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며, IAEA 측과의 협의가 이뤄져 한국 외교관 파견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핵 검증단계가 되면 IAEA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업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국 외교관 직무파견 자리를 만들게 됐다.”며 “한국과 IAEA 간 ‘윈·윈’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인생 마칠 때까지 세계와 교감하고 싶어”

    “인생 마칠 때까지 세계와 교감하고 싶어”

    “행복한 인생을 보고 싶을 때는 부탄을,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을 때는 인도를, 자아 성찰의 기회를 원한다면 서아프리카 말리를 추천합니다.” 여행가로서 전 세계 192개국을 여행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해욱(73) 전 KT 사장의 여행기 ‘세계는 한 권의 책, 나는 그 책을 끝까지 읽고 있다’가 출간됐다. ●소말리아 등 여행 금지된 세 나라만 못가 그는 1993년 은퇴 후 배낭을 메고 유럽 땅을 밟은 뒤 중남미를 거쳐 지난해 3월 남미 가이아나 여행을 끝으로 192개국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전 세계 195개국 가운데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나라는 정부가 여행을 금지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뿐이다. 이 전 사장은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세계일주 인증도 받았다. ‘세계는 한 권의 책’는 여행 내내 동반자였던 부인과 함께 썼다. 그가 192개국을 여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은퇴 시점을 기점으로 자그마치 18년. 한번 여행을 떠날 때마다 40~50일이 걸렸다. ●“최고의 여행지는 잉카 유적 마추픽추”여행기에는 개인사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체험담도 녹아 있다. 그는 퉁가를 무비자 국가로 잘못 알고 갔다가 추방당했고, 아프리카 베냉에서는 괴한에게 납치당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 전 사장이 꼽은 여행 베스트 국가와 유적지 소개가 부록으로 달려 있다. 그는 최고의 여행지로 잉카문명을 증언하고 있는 마추픽추를 꼽았다. 192개국의 이동 경로를 표시해 한눈에 여행 코스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앞으로의 인생 계획도 여행이다. 세계와 여전히 교감하고 싶고, 가 보지 못한 나라 3곳에도 꼭 발을 디디고 싶다.”며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곳이 많아 인생을 마칠 때까지 여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여행 비용은 전액 자비로, 부동산 임대료 및 저축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최근 하나HSBC생명이 조사한 ‘직장인 노후준비 실태’ 설문에서 은퇴 생활의 롤모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대구세계육상 D-3] ‘100m 노메달’ 한국보다 느린 나라는?

    [대구세계육상 D-3] ‘100m 노메달’ 한국보다 느린 나라는?

    한국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에서 단 한 번도 메달을 따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보다 더 느린 나라가 무려 133곳에 이른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아 펴낸 기록집에서 이같이 드러났다. 인간이 두 다리로 가장 빨리 움직이는 능력을 겨루는 육상 남자 100m 종목은 ‘인간 탄환’의 경연장으로 불리면서 육상 종목의 대명사로 통한다. 남자 100m의 한국기록은 지난해 6월 7일 대구에서 수립된 10초 23이다. 당시 19세였던 육상팀 막내 김국영(20·안양시청)은 31년이나 잠자고 있던 10초 34의 한국기록을 0.11초 앞당기며 육상계에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속 38.2㎞의 속도로 100m를 40~41걸음 만에 달려 9초 58을 끊는 우사인 볼트의 세계 기록과 비교하면 10초 23의 한국 기록은 미약해 보일 뿐이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국가 기록이 우리나라보다 느린 곳이 많다는 사실이다. IAAF에 가맹된 212개국 가운데 국가 최고 기록이 10초 23에 미치지 못한 나라는 총 133개국으로 기록 순위로 따지자면 한국은 공동 79위 정도가 된다. 올해 100m 자국 내 기록을 갈아치우고도 한국 기록에 미달하는 나라는 볼리비아 등 3곳이다. 한국과 기록이 같은 나라는 아르헨티나, 체코, 태국 등 3개국이다. 또 국가 최고 기록이 아직 10초대에 들어서지 못한 나라는 아프가니스탄, 지브롤타, 라오스 등 13개국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 산맥의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 부탄의 국가 최고 기록은 12초 63으로, 한국의 여자 100m 최고기록인 11초 49보다도 1초 이상 늦다. 반면 한국의 영원한 경쟁 상대인 일본은 10초 00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10초 17의 기록으로 한국보다 훨씬 앞선다. 자메이카의 국가 기록은 우사인 볼트(25)가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9초 58이다. 미국은 타이슨 게이(29)의 9초 69, 캐나다는 도노번 베일리(44)의 9초 84로 육상 강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총 80명이 남자 100m 출발선에 선다. 김국영은 27일 오후 12시 55분부터 자격 예선을 치른다. 자격 예선은 세계 대회 A기록(10초 18)과 B기록(10초 25)을 넘지 못한 선수끼리 예선을 치러 1회전 진출자를 가리는 레이스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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