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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살려요”… 시청자가 사랑한 ‘태양의 후예’ 명장면

    “그럼 살려요”… 시청자가 사랑한 ‘태양의 후예’ 명장면

    방송부터 OST까지 연일 ‘태후’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30% 진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1회분부터 8회분까지의 분당 최고시청률(수도권 기준)을 통해 시청자들이 사랑한 명장면을 꼽아봤다. # 송송 커플의 빠른 로맨스 ‘돌직구 로맨스 좋지 말입니다’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은 1회부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지만 바쁜 스케줄로 계속해서 엇갈렸다. 이에 시진은 작전지로 출발 전, “건강하게 돌아올 테니 영화 봅시다”라는 데이트를 신청했지만 1회분 엔딩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하며 험난한 로맨스를 예고했다. 이후 서로 다른 신념에 이별을 맞이했던 두 사람은 우르크에서 운명적으로 재회했다. 시진과 모연의 로맨스 재시동을 알린 2회 마지막 장면은 순간 시청률이 20.8%까지 치솟으며 심상치 않은 ‘태후’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 “그럼 살려요” 신념 지킨 군인 송중기… 말 한마디에 30% 돌파 ‘태후’ 신드롬은 이날부터 시작됐다. 우르크를 순방하던 중 아랍 의장이 긴급 이송됐다. 모연은 수술을 주장했지만, 경호원들은 칼을 댈 수 없다며 총을 겨눴다. 시진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상부의 중립 명령을 어겼다. 살릴 수 있다는 모연의 말에 “그럼 살려요”라며 경호원들과 대치한 것. 의사로서 모연을 믿는 시진과 그녀의 사명감이 깨어난 3회의 엔딩신은 30.5%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갈등을 반복하며 가까워지기 시작한 이들은 와인 키스로 4회를 마무리, 분당 29.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 “이쁜이입니다” 송송커플 무전신에 시청률도 응답… 최고 시청률 34% 지난 5회분에서 시진에게 배운 무전기 사용법에 재미가 들린 모연. 그녀는 위문 공연이 필요하다는 송상현(이승준)의 장난에 “걸그룹 이쁜이입니다”를 외치며 씩씩한 군가로 화답했다. 모연의 귀여운 매력에 시청자들은 분당 최고 34%의 시청률로 응답했다. 이후 본격적인 지진 이야기가 펼쳐진 6회분에서는 자신의 오진에 죽음을 맞이한 환자 앞에서 오열하는 이치훈(온유)의 안타까운 장면에 순간 최고 시청률 34.3%를 보였다. # “함께 싸워줘서 고마웠다” 송송 커플의 ‘위로맨스’ 우르크 재난상황 속 시진과 모연은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했다. 이후 시진의 부상 때문에 마주하게 된 두 사람. 이들은 “함께 싸워줘서 고마웠다”는 진심을 주고받았고, 위기의 상황에서 서로를 생각하며 의지하는 위로맨스에 7회분의 순간 최고 시청률은 34.7%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어진 8회분에서는 모연이 환자치료를 위해 음악을 트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시진을 향한 모연의 진심이 담긴 녹음 파일이 재생되며 뜻밖의 공개 고백이 펼쳐졌다. 이에 분당 최고 시청률은 34.6%를 기록하며 이들의 로맨스에 기대감을 더했다. 사진제공=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 NEW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푹푹 찌고, 바짝 마르고, 콸콸 넘치고… 예측불가 날씨의 공습

    푹푹 찌고, 바짝 마르고, 콸콸 넘치고… 예측불가 날씨의 공습

    예측 못하는 기상 상황 잦을 듯 ‘날씨’는 우리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이따가 외출할 때 우산이나 마스크를 챙겨야 할까. 이번 주말 캠핑을 가기로 했는데 비가 오는 건 아닐까.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래 사람들이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날씨가 궁금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23일은 ‘세계 기상의 날’이다. 국제기상기구(IMO)가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로 발족된 1950년 3월 23일을 기념하고, 대중에 기상과학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961년 제정됐다. WMO는 기상의 날이 되면 매년 새로운 주제를 정해 발표한다. 올해의 주제는 ‘점점 더워지고, 건조해지고, 습해지는 날씨 그리고 직면한 인류의 미래’(Hotter, Drier, Wetter & Face the Future)이다. 세계의 수많은 경제연구기관이 날씨는 인간의 경제, 사회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오염이 심각해지고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잦아지면서 날씨는 단순히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또는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열파(heatwave) 때문에 WMO는 ‘2015년은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한 해’라고 선언했다. 1961~1990년 30년간 전 지구씨평균기온이 14도였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0.73도나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한 합의문에서 제한하기로 한 온도 상승폭 1.5도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발생한 폭염은 지구 온난화와 함께 역대 세 번째로 강한 ‘엘니뇨’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늦봄부터 여름 사이에 유럽과 북아프리카, 중동에 폭염이 덮쳐 역대 날씨 기록들을 경신했다. 특히 7월에는 북쪽으로는 덴마크, 남쪽으로는 모로코, 동쪽으로는 이란 지역까지 폭염으로 신음했고, 8~9월에는 동유럽까지 확산돼 전 세계인이 찜통더위를 견뎌야 했다. 이런 극단적 날씨는 대기의 물 순환 사이클에도 영향을 미쳐 건조한 곳은 더 건조해지고, 습한 지역은 더욱 습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 브라질, 중부 유럽, 러시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남아프리카 등은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 못 미치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이 지역의 겨울철 강수량은 평년의 5% 수준에도 못 미쳤다. 캘리포니아 등 북미지역 서부에서는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이 지역 농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미국 남부, 멕시코, 볼리비아, 브라질 남부, 남동 유럽,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지역은 지난해 1월 홍수에 시달렸고, 그 다음달인 2월에는 말라위, 짐바브웨, 모잠비크, 알제리, 튀니지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예상 밖의 폭우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세계은행은 지구 온도가 4도 상승할 경우 몬순지역에 살고 있는 10억명과 해변가나 강 하구에 살고 있는 5억명 등 전 세계 인구의 약 20%의 생존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지난해 발표했다. WMO는 극단적인 날씨들이 나타나면서 태풍이나 사이클론 등의 발생 주기나 진행 추이도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1991~2010년의 20년 동안 발생한 기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상 예보 후 24시간 이내에 갑자기 바뀌는 날씨 현상들이 많다는 것이다. 극단적 기상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밀한 기상 예측과 국제 협력, 일반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상정보 제공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지리과학과 랜디 체르베니 교수는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날씨로 나타나는 현상은 지역마다 다르다”며 “범세계적 기후변화가 서로 다른 기상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날씨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해 일반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美 육군, 평양 등 겨냥 시가지 전투훈련

    북한이 서울 주요 시설을 파괴하는 ‘서울해방작전’ 훈련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육군의 신속기동부대인 ‘스트라이커 여단’이 15일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평양을 비롯한 북한 주요 도시와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가정한 실전 시가지 전투 훈련을 진행했다. 군 관계자는 “미 7사단 제2스트라이커 여단 1대대 예하 전투팀(SBCT)이 오늘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시가지 전투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스트라이커 여단은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미 육군의 기계화부대로, 유사시 항공기로 세계 어느 곳의 전투 현장에도 96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고도의 기동성이 특징이다. 미군이 2000년대 들어 창설한 이 부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스트라이커 여단 전투팀은 키리졸브 연습, 독수리 훈련을 계기로 해외에서 들어온 증원 부대다. 이날 훈련은 스트라이커 장갑차 4대와 한국군 장갑차 3개가 투입돼 시가지로 진입해 수색작전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장갑차들은 시가지로 들이닥쳐 도심 외곽을 봉쇄하고 장병들이 가상의 대량살상무기(WMD)가 숨겨진 건물에 진입해 신속하게 이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한·미 연합훈련은 유사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15’가 적용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시가지 전투 훈련이 평양을 비롯한 북한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날 한국군 해병대 1사단과 미국 제31 해병기동부대도 경북 포항 산서사격장에서 견인 곡사포 29대를 동원해 포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전투병과 첫 女장군 송명순 예비역 준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전투병과 첫 女장군 송명순 예비역 준장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송명순(58) 예비역 준장은 아담한 체구에 밝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겸손한 모습을 보여 줬던 그는 인터뷰 며칠 후 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당초 거부했던 인터뷰를 수락하게 된 이유였다. “전역을 하고 보니 지금 이 시간에도 전후방 각지에서 열심히 복무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해 준 게 없더군요. 선배의 말 한마디지만 사랑하는 여군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내고 희망을 품었으면 싶네요. 오늘부터 봄 날씨라는 예보가 있더군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너 거기서 군인들한테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해 주는 건 아니지?” 1980년 2월 대학(영남대 정치외교학과 76학번) 졸업식 날, 간호장교 시험에 붙었다는 친구에게 나름대로 유머러스한 인사랍시고 건넨 말이었지만 딱히 농담이라고만 하기도 어려웠다. 내 머릿속의 여군에 대한 인식이 딱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 ‘여자도 장교가 될 수 있구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그해 12월 초였다. 대구 중구의 맥화랑에서 친구를 만나고 나오는데 옆 건물 담벼락 게시판에 ‘여군 장교 모집’ 공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화랑 옆에 있는 게 대구지방병무청이란 걸 그때 비로소 알게 됐다. 간호학과에 들어간 친구가 떠올랐다. 호기심에 빼꼼히 상담실 문을 열었다. 여군 부사관이 반갑게 맞았다. 그는 나를 앉혀 놓고 장장 3시간에 걸쳐 여군이 되면 뭐가 좋은지를 설명했다.(여군 장교 지원자가 없다 보니 모집에 성공하면 담당자에게 따로 수당을 준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러나 여군에 지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평생 통제된 생활을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그냥 일어서려는데 담당자가 너무도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붙잡았다. 결국 지원 신청서를 쓰고 나왔다. ‘시험 보러 안 가면 그만일 텐데, 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다음날부터 집 전화기에 불이 났다. 병무청 담당자였다. 처음에는 “훌륭한 결심을 왜 바꾸셨느냐”로 시작하더니 내가 완강하게 버티자 “지원을 취소하면 헌병대 군인들이 데리러 갈 수밖에 없다”로 거의 협박조로 변했다. 하지만 막판의 한마디가 나의 오기에 불을 댕겼다. “경쟁률이 10대1입니다. 우수한 인재가 이렇게 많이 지원한 건 처음인데 붙는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일단 시험이나 한번 보시죠.” 지금 생각해 보면 별말도 아닌데, 그때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1981년 1월 초 대구역에서 서울행 군용열차에 올랐다. 시험 장소는 용산 국방부 근처의 여군훈련소. 집에는 친구들 만나러 간다고 둘러댔다. 첫날밤을 간호장교 친구 집에서 묵었다. “명순이 넌 정말로 못 할 일이야. 숨 막히는 상명하복 문화를 너 같은 성격에 행여….” 아침에 일어나니 친구는 이미 출근했고, 머리맡에 고향 갈 차비와 함께 쪽지가 놓여 있었다. ‘명순아, 아직도 안 늦었어.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나는 돈을 챙겨 넣고 시험장으로 갔다. 시험은 필기, 면접, 체력검정으로 나뉘어 2박 3일간 이어졌다. -시험에 붙긴 했는데, 새로운 걱정이 밀려왔다. 아버지에게야 어떻게든 이해를 구할 수 있겠지만 어머니는 당최 자신이 없었다. 합격 사실을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저절로 들통이 나고 말았다. 기무대에서 신원조회를 위해 집에 전화를 몇 차례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집에 없었다. 매번 어머니가 받으셨는데 딸 찾는 남자 목소리가 1주일 정도 이어지자 “대체 무슨 일로 그러느냐”고 물으시게 됐다 “따님이 여군 장교 시험에 합격해서 신원조회차 전화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전화도 못 끊은 채 혼절하셨다. -아버지께서 우리 4남매를 집합시켰다. 당시 큰오빠는 한국전력 고리원전에서 일하고 있었고, 둘째 오빠와 여동생은 대구에서 대학에 다녔다. 전원 반대였다. “군인이 얼마나 힘든데 여자가 군대를 가냐.” 큰오빠가 가장 심하게 반대했다. “오빠, 합격하고도 입대를 안 하면 행정 기록에 평생 빨간 줄 같은 거 남는대.” 군인 출신인 아버지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둘러대다니. 드디어 아버지가 말문을 열었다. “명순이는 어릴 때부터 아들 같은 딸이었다.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내가 못 간 길을 네가 가겠다고 한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그러나 어머니는 달랐다. 평생을 바랐던 ‘교사 딸’에 대한 미련을 내가 소령 계급장을 달 때까지도 버리지 못하셨다. -육군 공병이었던 아버지는 6개월마다 교량 하나씩을 짓고 부대를 옮겼다. 강원 횡성에서 태어난 나의 어릴 적 추억이 이곳저곳에 다양하게 남아 있는 이유다. 어머니는 이런 환경을 탐탁지 않아 하셨다. 우리들 교육 때문이었다. 8남매 중 맏이로서 동생들을 책임지느라 많이 못 배운 게 평생의 한이 된 분이셨다. 4남매만큼은 안정적으로 공부를 시키고 싶어 하셨다. “여보, 군인 그만두고 고향으로 가서 장사라도 합시다.” 아버지는 어머니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는 분이셨다.(아버지는 2013년 암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아내를 그리워하다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게 1965년, 내가 일곱 살 때였다. -나는 경북 경주의 작은 동네에서 ‘가게 하는 집 딸’로 통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면서 110m 허들 육상선수로 꽤 소질을 인정받았고, 공부도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중3 어느 날 대구 경북여고에서 누군가 집으로 찾아왔다. 어머니에게 “따님을 육상선수로 스카웃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명순이가 시험으로도 그 학교 충분히 갈 수 있는데 운동 특기생으로 보낼 이유가 있나요.” 어머니의 바람에는 내가 얌전히 자라 교사가 되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뒤부터는 그런 어머니에게 실망을 안기는 일이 잦아졌다. 딸을 통해 못다 한 꿈을 이루려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사춘기의 열병 같은 것이었다. 딱히 이렇다 할 말썽을 피운 건 아니었지만 빈둥거리는 시간이 늘었고, 성적이 그에 비례해 곤두박질했다. 경북대 영문과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저 대학 안 가고 돈 벌래요. 오빠들 등록금 대기도 빠듯하잖아요.” 경제적으로 부담이 컸던 아버지가 내심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10년, 20년 지나 봐라. 여자들 사회활동이 얼마나 활발해질 텐데…. 절대로 안 될 말이야.” 아버지가 손수 후기대학인 영남대의 지원서를 받아 오셨다. 아버지의 선견지명은 그대로 통했다. 여군 장교 지원 조건이 ‘4년제 대학 졸업자’였으니 말이다. -기함하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1981년 3월 용산 여군훈련소에 입소했고, 그날부터 후회가 시작됐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간호장교 친구의 만류가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랐다. 구보 등 고된 훈련은 둘째치고 음식이 입에 안 맞아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40㎏ 언저리의 체중으로 그 힘든 훈련들을 견뎌내야 했다. -틀에 박힌 생활, 충성심과 국가관 교육 등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학생대장(소령)이 수양록(일기)을 점검할 때면 매일같이 빨간 줄이 죽죽 그어졌다. ‘군대를 선택하길 참 잘했다’ 같은 식으로 써야 하는데 내 수양록에는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다’와 같은 군대 금기어들이 수두룩했다. ‘이렇게 쓰면 훈련소에서 내보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일부러 그렇게 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선택한 길,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가 차츰 커져 갔다. -1981년 9월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임관을 했다. 상관들은 우리들 20명에게 “외출할 때 버스 타지 말고 택시를 타라”고 했다. 군복 입은 여군, 특히나 위관급 계급장을 단 여자 장교는 동물원 원숭이만큼이나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1982년 육군본부에 배치됐다. 주한 외국대사관의 군인들을 상대하는 무관 연락장교를 맡았는데, 정문을 지키는 의장대 군인들이 외국대사관 군인들의 출입을 막는 일이 잦았다. 어느 날 화가 나서 중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경비소대장에게 달려가 마구 따졌다. 그도 지지 않았다. “감히 소위가 중위에게 하극상을 하나?” “우리가 지금 계급으로 일하는 거예요?” 그때의 중위가 지금의 남편이다. 3년 연애를 하고 결혼했는데 양쪽 집안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똑같이 결혼 상대가 ‘군인’이라는 이유였다. 남편은 2011년 중령으로 예편했다. -1983년 4월 미국 텍사스 공군기지 안에 있던 영어전문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는 내가 이후 통역 등 영어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군대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뒤 내가 세운 원칙은 “기존의 여군 선배들이 걸었던 ‘여군의 길’은 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남자와 같은 능력을 갖춰야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기는 1990년 여군병과가 사라져 내가 보병병과로 편입되면서 찾아왔다. 더 많은 보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1992년부터 1년 4개월간 특전사 여군을 지휘했다. 대테러팀, 고공강하팀, 패러글라이딩팀에 소속돼 고공 낙하산과 래펠을 탔다. 가슴에 ‘공수 윙마크’를 달았다. -“여군대대를 없애 주십시오. 250명 부사관에게 고유의 병과를 부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육군본부 여군대대장(중령)으로 근무하던 1999년, 육군참모차장에게 나는 강한 어조로 건의했다. 당시 육군본부 내 남자 사병과 여군 부사관 간에 차별이 너무 심했다. 남자 사병들에게는 정신교육을 없애고 PC방까지 만들어 주면서 여군에 대해서는 계급이 더 높은데도 취침 때까지 정신교육에 점호를 시켰다. 사병들은 대학을 다니다 온 우수한 인재들이 많고 여군 부사관들은 전문대나 고등학교 출신이 많다는 편견도 크게 작용했다. 여군 부사관이 사병의 복사 심부름을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사병들이 여군 부사관을 무시하고 경례도 하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났다. ‘우리 여군 부사관들이 고작 행정 보조나 하려고, 차 심부름이나 하려고 들어온 게 아니지 않은가.’ -얼마 후 점호가 사라지고 야근도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3년 후에는 여군대대가 없어졌다. 각자 병과를 받아 각 부대로 흩어졌다. 그동안의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일부 여군 부사관들은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방 어느 부대에도 여군이 있다. 여군대대가 아직까지 존속했다면 여군 1만명 시대(올 연말 1만 490명 예상)가 이렇게 빨리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1년 말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중령으로서 한미연합사에 배속된 첫 여군이 됐다. 대령 진급 후 2006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대장을 맡았는데, 이때 7명의 연대장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2007년 대구 2작전사령부의 작전처 민사심리전과장으로 가면서 ‘민군작전’(안정화 작전)에 발을 들였다. 북한과의 전쟁 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이 북으로 진입하게 되면 북한 주민을 어떻게 관리할지 계획을 세우는 작전이었다. 당시 한국군은 전투에서의 승리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이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여러 나라에 진주한 경험이 있는 미군은 민군 작전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전투에 이겨도 전쟁에 질 수 있다”는 개념을 이때 갖게 됐다. 그 경력을 인정받아 2010년 여군 최초로 합동참모본부에 발을 디뎠는데, 이 경험이 장군 진급으로 이어진 결정적인 이유라고 믿는다. -2011년 1월 1일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차장을 맡으면서 여성 처음으로 ‘별’을 달았다. 아이들에게 큰절을 했다. 부모가 1년마다 가방을 싸는 군인이니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도 못 했는데, 미안하고 고마웠다. 2014년 가을부터 대구가톨릭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국가안보론과 리더십 수업을 하는데, 아무래도 많이 받는 질문은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어떻게 장군까지 올라갔느냐는 것이다. 매번 답은 똑같다. “내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했고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인 세상의 변화, 조금씩 유연해진 군 조직,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후배 여군들에게는 ‘여성성을 버리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꼭 필요하다면 모를까 공연히 남자 대 여자로 겨루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회는 결국 공생이고 상생이니까요.”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송명순 예비역 육군 준장은 국내 최초의 전투병과 여성 장군이다. 간호병과에서는 2001년 첫 여성 장군이 나왔지만 실제 전투와 작전을 수행하는 여군으로는 2010년 12월 별을 단 송명순 장군이 처음이다. 1981년 장교로 임관해 32년간 육군본부, 특전사령부, 작전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을 두루 거친 뒤 2012년 12월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차장을 끝으로 전역했다. 육본 여군대대장 시절 스스로 여군대대의 해산을 상부에 건의해 관철시킴으로써 잡다한 행정업무의 굴레에 갇혀 있던 여군들을 야전 현장으로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여군 1만명 시대’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부터 대구가톨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1958년 강원 횡성 출생 ▲경북여고·영남대 정치외교학과·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1군사령부·특전사령부 여군대장 ▲육군정보학교 영어학 교관 ▲육군 비서실 대외의전장교·여군대대장·여군담당관 ▲육군훈련소 제25교육연대장 ▲제2작전사령부 민사심리전과장 ▲한미연합사 민군작전계획과장·민군작전처장
  • G20 “재정·통화·구조정책 등 총동원해 경기 부양”

    주요 20개국(G20)은 재정·통화정책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사용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로 뜻을 모았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이틀간 회의를 마치고 채택한 13개항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서 저성장을 타개하고 금융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통화·재정·구조정책 등 모든 정책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G20은 중국 경제둔화와 저유가 등에 따른 비관론 확산으로 주가폭락, 신흥국 불안, 자본 유출, 위험자산 회피 등의 금융 불안이 초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가능성도 경기 하방 리스크로 지목됐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쓰고, 일본이 최근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하는 등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지만 세계 경제가 뚜렷하게 살아나는 기미가 없다는 데 공감했다. “세계 경기회복이 미진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 잡힌 성장이라는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G20은 각 회원국들의 거시정책이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조정하고 명확하게 소통”하기로 합의했다. 또 2018년까지 현 추세보다 2% 추가 성장을 위해 국가별로 수립한 구조개혁 정책 등 성장전략을 올해 안에 최대한 이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G20이 공동으로 구조개혁 우선분야와 원칙을 수립하고, 이행성과 평가를 위한 지표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 흐름을 더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불안정한 자본 흐름으로부터 발생하는 도전요인들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수단과 체제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환율을 수출경쟁력 제고의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한편 G20은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대해 테러 자금 조달 방지 노력 강화를 촉구하며 동참 의사를 밝혀 북한, 시리아 등지의 테러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FATF는 북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지난 19일에는 북한 기업 및 금융기관과 거래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태양의 후예 송중기, 송혜교 사로잡은 액션..반전 상남자 매력에 ‘여심폭발’

    태양의 후예 송중기, 송혜교 사로잡은 액션..반전 상남자 매력에 ‘여심폭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유시진 역)가 압도적인 ‘명품 액션’으로 남성미를 드러냈다. 이날 방송에서 송중기는 탈레반 무장 세력에게 납치된 유엔사무국 직원을 구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연합작전에 투입되었고, 작전에 앞서 모의 훈련을 하던 중 함께 작전을 수행하게 된 연합팀의 팀장과 격렬한 맨손 액션을 선보였다. 송중기는 숙련된 발차기는 물론 상대의 몸을 조르는 고난도의 암바 기술까지 소화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이후에도 그는 총탄이 빗발치는 작전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사격으로 탈레반을 제압하는 사격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송중기의 무술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송중기 씨는 뛰어난 순발력과 타고난 민첩성으로 어떤 액션이든 빠르게 습득해 나갔다. 또 무술을 배울 때 몸을 아끼지 않고 굉장히 열정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벨기에 ‘EU 내 자유통행 중단’ 난민 유입 차단

    벨기에가 프랑스 칼레 난민촌으로부터 난민 유입을 막고자 프랑스 국경에 대한 통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얀 얌본 내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EU 역내 자유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부터 경찰 250~290명을 투입해 다시 국경 검문검색을 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발생 직후 프랑스 국경을 통제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로써 EU 역내 자유통행 원칙은 다시 한번 타격을 받게 됐다. 열악한 시설 탓에 ‘정글’이라고 불리는 칼레 난민촌에는 약 4000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다. 벨기에를 경유지로 삼아 최종 목적지인 영국으로 가려는 난민이 대거 유입하면서 벨기에 정부는 골치를 앓아왔다. 프랑스 정부는 각국의 반발에 직면해 난민촌 축소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시설 향상을 목적으로 난민촌 일부를 폐쇄하고 난민 이주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난민이 명령에 저항하며 떠나기를 거부하자 프랑스 법원은 이날 칼레 난민캠프 해체 계획을 일단 연기하기로 했다. 한편 그리스에서도 마케도니아가 국경을 차단하고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제한하는 조치를 강행하면서 8000명에 달하는 난민의 발이 묶였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잇단 유럽 국경통제로 난민 위기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리포 그란디 신임 UNHCR 대표는 그리스 레스보스섬 방문 중 “여러 유럽 국가가 발칸 경로의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며 “이는 더 많은 혼란과 혼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글로벌 시대] 글로벌 난민위기와 국제공조/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글로벌 난민위기와 국제공조/최석영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

    입춘을 지났으나 여전히 춥다. 몇 해 전 유엔난민기구 집행위원회 의장 자격으로 레바논과 요르단 난민촌을 방문한 일이 있다. 천진한 아이들 눈망울 뒤로 어른들 얼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잊히지 않는다. 난민들에게 겨울나기는 또 다른 시련이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유럽에 도착한 난민이 100만명을 돌파했다. 마그레브 지역과 유럽을 잇는 지중해는 생명선이자 죽음의 바다이다. 지중해와 육로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연간 3000명을 넘어선 까닭에서다. 시리아 내전으로 촉발된 난민의 대유럽 이동은 규모나 성격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거대한 엑소더스는 중동의 위기를 고스란히 유럽으로 전이시키고 있다. 22개 유럽연합(EU ) 회원국과 4개 비회원 국가 내 통행의 자유를 합의한 솅겐 조약에 대한 비판과 경제침체 속에서 증가하는 난민 유입으로 사회 불안정성이 가중되면서 회원국 간 갈등도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3%에 달하는 2억여명이 삶의 터전을 떠나 이주를 한다고 한다. 경제적 기회를 찾기 위한 자발적 이주자들도 있으나 정치적 박해나 분쟁 또는 자연재해를 피해 강제로 이주를 해야 하는 난민과 무국적자들이 증가하면서 국제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 시리아만 보더라도 난민과 국내 피난민을 합산하면 1000만명이 넘고 폭력적 극단주의의 활동이 더해지면서 이라크, 예멘 및 리비아에서도 수많은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 문제는 해묵은 국제사회의 숙제다. 특히 미얀마를 떠나 안다만 해역을 떠돌아야 했던 해상 난민들의 운명도 모질기는 마찬가지였다. 많은 난민들이 밀거래 조직에 의해 잔인하게 희생되거나 피난처를 찾지 못하고 쓰러졌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에서는 많은 피난민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 국제적 온정의 손길도 태부족이다. 글로벌 난민 위기가 복잡하고 장기화되면서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의 활동도 진보를 거듭해 왔다. 유엔은 유엔인도조정사무소(OCHA)를 중심으로 인도지원 활동을 포괄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직속 자문기구인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은 연간 4억 5000만 달러의 재원으로 인도적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선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비롯한 수많은 비정부 간 기구들도 기민한 대응을 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구조적 갈등 속에서도 난민의 보호, 할당, 수용과 재정착을 위한 공동대응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지구 차원의 공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하루 4만여명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는 지역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선제적 해법일 것이다. 지난해 8월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들이 잇따라 주검으로 발견되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를 정치적 공동 대응이 요구되는 인재로 규정짓고 숫자의 위기가 아니라 결속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난민의 재원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오는 5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릴 인도지원정상회의의 의제도 재원 문제다. 우리나라가 국제적 인도지원 분야의 활동과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더 감동적인 사실은 많은 시민들이 적지 않은 금액을 길거리에서 쾌척하고 있고 그 모금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온정이 난민들의 겨울나기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 유엔 “2009년 이후 최다” 아프간 내전 민간인 사상자수…대체 어느 정도길래?

    유엔 “2009년 이후 최다” 아프간 내전 민간인 사상자수…대체 어느 정도길래? 유엔 2009년 이후 최다 아프가니스탄 내전에 따른 민간인 사상자 수가 2015년 전년도보다 4% 증가한 1만2명을 기록했다고 유엔이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유엔 아프간지원단(UNAMA)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아프간 정부군과 반군 탈레반의 교전으로 인한 민간인·비(非)전투원 사상자가 지난해 더 증가해 3천545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7천457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전년도보다 4% 줄었지만, 부상자 수는 9% 증가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 사상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사상자 가운데 여성은 10%, 어린이는 25%를 차지했다. 전년도에 비해 여성은 37%, 어린이는 14% 각각 늘어난 수치다. UNAMA는 “2015년은 우리가 2009년부터 기록해온 이래 민간인 사상자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사상자 대부분은 교전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상자 가운데 62%는 탈레반을 포함한 반군의 공격, 17%는 정부군의 공격, 나머지 2%는 아프간에 잔류하고 있는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공격으로 발생했다고 UNAMA는 집계했다. 2014년으로 임무를 마친 미군과 나토 군의 아프간 잔류 병력은 1만3천 명 규모다. 공식적으로는 아프간군에 대한 ‘훈련·자문·지원’ 임무를 수행하지만, 아프간군을 지원해 정기적으로 공습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6) 로봇⑤ 드론의 비상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6) 로봇⑤ 드론의 비상

    할리우드로 간 노마 제인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의 공장들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만드는 군수산업 시설로 바뀌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남자들은 전선으로 징집되었고 그 빈자리는 여자들이 채웠지만 여전히 일손은 부족했다. 정부는 비행기 공장에서 리벳 작업을 하던 로지를 모델로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라는 근육질 여성의 포스터를 만들어 인력 동원 캠페인을 벌였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어느 날, 할리우드 지역의 군사 홍보를 담당하던 로널드 레이건 대위는 전속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코노버를 무인 비행기 제작 회사인 ‘라디오플레인’으로 보냈다. 신문에 내보낼 또 다른 리벳공 로지를 찾던 코노버에게 노마 제인이라는 19세 여공이 눈에 띄었다. 제인의 남편은 해군에 입대해 태평양 전장으로 나갔다. 그녀는 일주일에 20달러를 받으며 하루에 10시간씩 공장 일을 하는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었다. 코노보는 허리에 사원증을 차고 프로펠러를 조립하는 제인을 모델로 촬영하였고 그 몇 장의 사진이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얼마 후 그녀는 공장을 그만두고 할리우드로 떠났다. 훗날 노마 제인은 세기의 여배우 메릴린 먼로로 다시 태어났고, 로널드 레이건 대위는 미국의 40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인연이 있었다. 그녀가 조립했던 비행기는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드론인 ‘OQ-2 라디오플레인’으로 2차 대전 당시 1만 5000대를 생산해 훈련용으로 공급하였다. 드론이라고 불리는 무인 항공기는 베트남전에 배치되면서 본격적으로 군사 작전에 사용되었다. 당시 라이언사가 제작한 ‘파이어비’는 3400회나 출격하여 실전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였다. 2001년 오사마 빈 라덴 수색과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일반에게 알려진 ‘프레데터’는 미 공군의 대표적인 무인기로 한 대 가격이 50억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최고 성능의 무인기로는 노스롭그루먼사의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 호크’를 꼽는다. 한번 뜨면 35시간을 비행하며 지상 20km 상공에서 땅 위의 30cm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작전 반경이 3000km에 이르는 이 드론의 가격은 2000억 원이 넘는다. 미국의 방위산업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은 드론의 전체 시장 규모가 2013년 60억 달러에서 2022년에는 두 배 수준인 1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지금은 군사용이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지만, 민간 부문의 상업용과 개인용 드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케팅 조사업체 BI인텔리전스는 2015년 5억 달러 수준의 민간용 드론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여 2024년에는 3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드론의 저력 민간용 드론의 시장이 커지자 인텔, 구글, 페이스북을 필두로 한 글로벌 IT 기업과 록히드마틴과 같은 군사용 업체까지 가세하였다. 2014년 11월, 독일의 함부르크 인근 공항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들었다. 어둠이 깔리자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울려 퍼지고 LED로 단장한 100대의 드론이 날아올라 밤하늘을 수놓으며 군무를 펼쳤다. 인텔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동시 비행 최대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2016년 국제가전박람회 CES에서 인텔의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기조연설을 통해 이 영상을 공개하며 드론 사업 진출을 재천명했다. 이 공연에 사용된 드론은 CES 개막 전날 인텔이 인수 발표를 한 독일의 ‘어센딩 테크놀러지스’사의 제품이었다. 인텔은 작년 8월에도 중국의 드론 회사인 유닉(Yuneec)에 600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2016년 CES 최고의 드론으로 선정된 유닉의 ‘타이푼’에는 인텔의 ‘아톰’ 칩과 3D 카메라인 ‘리얼센스’가 탑재되었다. 스마트폰에서 기회를 놓친 PC의 제왕 인텔이 세상 모든 드론에 자신들의 칩을 장착하는 ‘인텔 인사이드’를 다시 한번 꿈꾸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드론을 띄워 전 세계를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2014년 4월 구글은 직원 20명의 신생 벤처 기업인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하였다. 이 회사에서 개발 중인 드론은 날개 길이가 50m에 이르는데 그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붙어 있어 5년 동안 태양 에너지만으로 비행할 수 있다. 구글과 치열한 인수전을 벌여온 페이스북은 6000만 달러를 제시하며 선수를 쳤지만 한 달 뒤 인수 조건은 알려지지 않은 채 타이탄은 구글로 넘어갔다. 구글은 대기권 위성으로 불리는 이 회사의 드론 ‘솔라라’로 차세대 5G 통신망을 구축하는 ‘스카이벤더’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초고주파인 밀리미터파를 사용하는 스카이벤더는 현재의 4G LTE보다 40배나 빠른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수전에서 쓴잔을 마신 페이스북은 타이탄의 경쟁사인 영국의 ‘어센타’를 인수하고 미항공우주국(NASA) 출신 인력들을 모아 커넥티비티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어센타는 태양광만으로 최장 드론 운행을 기록한 벤처 기업이다. 이곳에서 개발하던 태양광 드론 ‘아퀼라’는 보잉 737보다 긴 날개를 가졌지만 소형 자동차보다 가볍다. 2015년 3월 27일,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퀼라가 첫 비행에 성공했습니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아퀼라는 1만 8000m 상공에서 수개월 동안 비행하며 레이저 통신 기술로 하늘의 기지국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프로젝트의 목적이 아직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저개발국가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인터넷 오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나 무료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통신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공중 기지국 드론에는 미래 통신 산업을 뒤흔들 잠재력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드론의 미래 드론은 마치 새가 되어 나는 것처럼 지금까지 인간이 볼 수 없었던 관점을 제공한다. ‘하늘 위의 영상 혁명’으로 불리는 드론은 이미 영화 촬영이나 예능 제작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몸이 되었다. 기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의 생생한 화면을 담아내는 드론은 뉴스 취재의 새로운 수단으로 등장했다. 로봇이 기사를 쓰는 ‘로봇 저널리즘’에 이어 ‘드론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레저용 드론은 스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탈 때도 공중에서 나를 따라오며 멋진 셀프 동영상을 찍어준다. 재난 구조, 산불 예방, 적조 모니터링과 같은 공공 부문에서도 드론은 위력을 발휘한다. 드론은 시각 기능의 확장뿐만 아니라 탁월한 공간 이동의 도구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물류 전쟁에 대비해 드론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다. 아마존은 당일 배송을 넘어 ‘30분 배송’을 공언하며 드론을 이용한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도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구글판 드론 택배인 ‘프로젝트 윙’을 준비해 왔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중국의 IT 삼인방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독일의 글로벌 운송회사 DHL 등도 드론을 활용하는 물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드론이 ‘날개 달린 스마트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외신에 따르면 2015년 한 해에 미국에서만 70만 대의 드론이 판매되었고 2025년까지 하루 백만 대가 비행할 것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드론으로 하늘이 뒤덮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우려가 되는 사생활 침해, 안전사고, 해킹 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것은 비단 드론 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물인터넷, 스마트카, 인공지능과 같이 이미 우리 곁에 와있는 미래의 기술들이 안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다. 제도와 인식과 기술이 얽혀 있는 복잡한 이슈지만 영화의 대사처럼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제 막 싹이 트는 드론의 미래에 기대를 걸어본다. 다음 회에는 드론의 마지막 승부처가 어딘지 파헤쳐 보자.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탈레반 맞서 싸운 10살 소년 결국 반군에 암살

    탈레반 맞서 싸운 10살 소년 결국 반군에 암살

    겨우 10살의 나이에 탈레반에 맞서 싸웠던 소년병이 결국 반군에 암살당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지의 소년병 징집 관행을 둘러싼 국제적 비판이 일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우르즈간주의 주도 타린코트 시 경찰은 지난 1일(현지시간) 10세 소년 와실 아마드가 등교하던 길에 집 근처에서 머리에 두 발의 총상을 입고 반군에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아마드는 과거 아버지가 탈레반에 사살된 사건을 기점으로 탈레반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그 후 탈레반 지휘관이었다가 친정부군으로 전향한 삼촌과 함께 여러 차례 반군에 맞서 싸운 아마드는 지역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군복 차림에 무기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이 현지 언론에 소개되는 등 근방에 인상착의가 널리 알려졌었다. 이후 가족들은 아마드의 소년병 복무를 중단시키고 학교에 보내는 등 평범한 삶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반군에 의해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 것이다. 인권단체 ‘아프가니스탄 독립 인권위원회’(Afghanistan Independent Human Rights Commission)는 아마드의 가족과 아프간 정부, 탈레반 세 주체 모두 아마드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 대변인 라푸일라 바이다르는 “어쩌면 아마드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 무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경찰(친정부군)이 그의 신분을 노출시킨 것, 특히 탈레반에게도 알려지도록 방치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친정부군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고, 탈레반은 너무도 유명해져버린 그를 죽였다”며 소년을 위험으로 몰아넣은 친정부군의 잘못은 탈레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년병 징집은 명백한 불법이다. 아프간 정부는 1994년 유엔 안보리의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함으로서 소년병 징집 및 운용을 중단할 것을 선언했었고 지난해 2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미성년자를 무장병력으로 삼는 행위를 범죄로 취급하는 법령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영국에 본부를 둔 NGO ‘소년병반대국제연합’(Child Soldier International)이 지난해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규제에도 불구, 탈레반과 친정부군 모두 오랜 기간 미성년 병사들을 버젓이 운용하고 있다. 친정부군 측에 자원하는 소년병들은 애국심, 명예, 자식으로서의 도리 등 다양한 이유로 군에 참여하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렇게 징집된 소년병들은 거점 확보나 전투와 같은 일반 군인의 의무를 동일하게 수행하고 있다. 반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쿠나르, 로가르, 자불 주 친정부군 병력의 10%는 소년병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통계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반군 세력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일수록 소년병 운용 규모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부의 칸다하르, 헬만드 주, 그리고 파키스탄 접경지대에 해당하는 팍티야, 후스트, 팍티카 주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물론 탈레반측도 전투에 수많은 소년병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 병력은 자살폭탄테러 혹은 첩보 활동 등에 동원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벌어진 아프간 소재 프랑스 고등학교 자폭테러를 비롯해 여러 사건에서 이러한 탈레반 소년병들의 연루 사실이 확인됐다. 소년병들은 이처럼 전투에서 목숨을 잃을 위험에 늘 노출돼있는 것은 물론, 군 조직에 의한 인권침해의 가능성도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양 세력의 소년병들 모두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위험성이 크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대통령을 위시한 아프간 정부가 소년병 징집을 금지하는 규제를 마련해낸 것은 사실이나, “소년병들을 식별, 분류, 해방시킬 수 있는 실질적 매커니즘 도입에 실패했다”며 상황 개선을 촉구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10살 영웅’의 죽음으로 본 아프간 소년병 실상

    ‘10살 영웅’의 죽음으로 본 아프간 소년병 실상

    겨우 10살의 나이에 탈레반에 맞서 싸웠던 소년병이 결국 반군에 암살당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현지의 소년병 징집 관행을 둘러싼 국제적 비판이 일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우르즈간주의 주도 타린코트 시 경찰은 지난 1일(현지시간) 10세 소년 와실 아마드가 등교하던 길에 집 근처에서 머리에 두 발의 총상을 입고 반군에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아마드는 과거 아버지가 탈레반에 사살된 사건을 기점으로 탈레반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그 후 탈레반 지휘관이었다가 친정부군으로 전향한 삼촌과 함께 여러 차례 반군에 맞서 싸운 아마드는 지역의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군복 차림에 무기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이 현지 언론에 소개되는 등 근방에 인상착의가 널리 알려졌었다. 이후 가족들은 아마드의 소년병 복무를 중단시키고 학교에 보내는 등 평범한 삶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반군에 의해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 것이다. 인권단체 ‘아프가니스탄 독립 인권위원회’(Afghanistan Independent Human Rights Commission)는 아마드의 가족과 아프간 정부, 탈레반 세 주체 모두 아마드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 대변인 라푸일라 바이다르는 “어쩌면 아마드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 무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경찰(친정부군)이 그의 신분을 노출시킨 것, 특히 탈레반에게도 알려지도록 방치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친정부군이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고, 탈레반은 너무도 유명해져버린 그를 죽였다”며 소년을 위험으로 몰아넣은 친정부군의 잘못은 탈레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년병 징집은 명백한 불법이다. 아프간 정부는 1994년 유엔 안보리의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함으로서 소년병 징집 및 운용을 중단할 것을 선언했었고 지난해 2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미성년자를 무장병력으로 삼는 행위를 범죄로 취급하는 법령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영국에 본부를 둔 NGO ‘소년병반대국제연합’(Child Soldier International)이 지난해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규제에도 불구, 탈레반과 친정부군 모두 오랜 기간 미성년 병사들을 버젓이 운용하고 있다. 친정부군 측에 자원하는 소년병들은 애국심, 명예, 자식으로서의 도리 등 다양한 이유로 군에 참여하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렇게 징집된 소년병들은 거점 확보나 전투와 같은 일반 군인의 의무를 동일하게 수행하고 있다. 반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쿠나르, 로가르, 자불 주 친정부군 병력의 10%는 소년병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통계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반군 세력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일수록 소년병 운용 규모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부의 칸다하르, 헬만드 주, 그리고 파키스탄 접경지대에 해당하는 팍티야, 후스트, 팍티카 주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물론 탈레반측도 전투에 수많은 소년병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 병력은 자살폭탄테러 혹은 첩보 활동 등에 동원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벌어진 아프간 소재 프랑스 고등학교 자폭테러를 비롯해 여러 사건에서 이러한 탈레반 소년병들의 연루 사실이 확인됐다. 소년병들은 이처럼 전투에서 목숨을 잃을 위험에 늘 노출돼있는 것은 물론, 군 조직에 의한 인권침해의 가능성도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양 세력의 소년병들 모두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위험성이 크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대통령을 위시한 아프간 정부가 소년병 징집을 금지하는 규제를 마련해낸 것은 사실이나, “소년병들을 식별, 분류, 해방시킬 수 있는 실질적 매커니즘 도입에 실패했다”며 상황 개선을 촉구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22명의 선수가 축구경기 시작 2분간 주저앉은 이유?

    22명의 선수가 축구경기 시작 2분간 주저앉은 이유?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양 팀 22명의 선수가 모두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지난 1월 29일(현지시간) 그리스 테살리아에서 열린 그리스 프로축구 2부 리그 AEL 라리사와 아하르나이코스의 경기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경기가 시작됐지만 공은 그라운드에 가만히 정지해 있었고, 땅바닥에 주저앉은 선수들은 전혀 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다. 벤치에 앉아있던 양 팀의 코치진, 심판, 관중 누구도 동요하지 않고 이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2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선수들은 일어나 경기를 시작했고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양 팀 선수들이 2분간 뛰지 않은 것은 유럽으로 향하다가 차가운 바다에서 매일 목숨을 잃는 수많은 난민을 추모하기 위한 일종의 시위다. 경기에 앞서 AEL 라리사는 성명서를 내고 “유럽연합(EU)과 터키의 잔혹한 무관심 속에서 매일 목숨을 잃는 어린이 수백 명을 추모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은 주로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로 향하는데 이 과정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익사하는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에만 957명에 달하는 난민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프로축구선수들의 시위가 있은 다음 날인 1월 30일에도 그리스 레스보스섬 인근 바다에서 터키로 향하던 난민선이 침몰해 최소 39명이 숨졌다. 사진·영상=Mike Loupnikis/유튜브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끝나지 않는 ‘쿠르디의 비극’

    끝나지 않는 ‘쿠르디의 비극’

    터키 서부 해안에서 그리스 레스보스 섬으로 가던 난민선이 침몰해 어린이 5명 등 39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 해안경비대는 이날 차나칼레주 아이바즉 앞바다에서 침몰한 선박에서 이주자 65명을 구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고가 난 17m 길이의 선박에는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에서 온 난민과 이주자 100명 이상이 타고 있었으며 해안을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암초에 부딪혀 침몰했다. 에게해의 그리스 섬들은 터키 서부 해안에서 가까워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이 밀입국하는 주요 경로이며 지난해 9월부터 기상 악화로 난민선 사망 사고가 급증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 1~29일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려다 숨진 사람은 218명이며 이날 사망자를 더하면 최소 257명으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앞서 에게해의 난민선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모두 90명이었으나 9월에 190명으로 급증했고 10월 221명, 11월 98명, 12월 207명 등이었다. IOM은 1월(1~29일)에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섬들에 도착한 이주자는 5만 2055명으로 집계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글로벌 시대] 중국의 일대일로는 순풍에 돛을 달았는가/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중국의 일대일로는 순풍에 돛을 달았는가/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

    2016년 새해 벽두 1, 2월을 피하던 관례를 깨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중동 지역의 맹주인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3개국을 순방했다. 이들 방문국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찬란한 고대문명의 발상지이자 고대 실크로드가 지나는 곳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이들 중동 국가를 향해 돈 보따리를 풀어내며 물류,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걸친 협력을 이끌어 냄으로써 고대 문명의 길, 실크로드의 복원을 꾀했다. 시진핑 시기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 구상이자 유라시아를 향한 중국의 그랜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실크로드 경제벨트, 21세기 해상 실크로드)가 올해에도 중국 외교의 핵심 키워드임을 확신케 하는 대목이다. ‘일대일로’가 통과하는 유라시아 지역, 특히 중동 지역은 세계적인 천연자원의 보고로서 오랜 기간 강대국 간 경쟁과 각축이 이루어져 온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는 중동 지역, 특히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서방 세계의 관여와 제재라는 지정학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어 중국의 일대일로가 과연 순풍에 돛을 달았는지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해 주요 강대국들은 정부 차원의 공개적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각국의 싱크탱크를 통해 중국의 의도에 대한 경계심을 넘어 반대의 목소리를 내보내고 있다. 미국의 언론은 “중국이 두 개의 실크로드를 이용해 워싱턴을 공격하고 있다”며 일종의 ‘서진전략’을 통해 해상과 육상을 통한 미국의 압박과 봉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일본도 중국의 일대일로가 서쪽, 서남쪽, 남쪽 방면으로 영향력 확장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를 미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달러의 심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특히 주목할 국가는 중국의 오랜 라이벌 관계인 인도로, 남아시아의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확실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일대일로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마우삼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국가나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 역시 중국의 자원 정책에 대해 각기 이러한 복잡한 기대와 경계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에서 기초 인프라 건설은 핵심적 위상을 차지하며, 여기에는 주변국의 지정학적 우려 외에도 사업 자체가 갖는 잠재적 리스크가 적지 않다. 호주의 화교학자 쉐얼(雪珥)은 최근 한 기고문에서 일대일로를 가리켜 ‘고부패지대’, ‘고 리스크로’(high risk road)라고 비관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일대일로가 통과하는 국가들은 대체로 권위주의 통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거나 관료 부패가 매우 심각한 곳이라는 점에서 사업의 안정성을 해치기 쉽다는 의미다. 더욱이 ‘실크로드 경제벨트’에 해당하는 지역은 오랫동안 국제 테러리즘의 주요 온상지이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전개되는 반테러리즘 전쟁이 진행 중인 지역이라는 점도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더욱이 남중국해와 관련한 일부 동남아 국가들과의 영토분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맞물려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래저래 중국에 어려운 시련이 될 것이다.
  • 그리스 축구선수들 경기 시작후 주저앉은 까닭은?

     프로축구 경기가 시작됐는데 모든 선수가 2분간 주저앉아 뛰지 않았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29일(현지시간) 그리스 중부 라리사의 AE 라리사 FC 아레나에서 열린 그리스 프로축구 2부 AE 라리사와 아카르나이코스의 경기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AE 라리사는 경기에 앞서 성명서를 내 “유럽연합(EU)와 터키의 잔혹한 무관심 속에서 매일 목숨을 잃는 어린이 수백 명을 추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선공을 잡은 AE 라리사 공격수들은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호각 소리와 함께 공을 아카르나이코스 진영에 넘겨버렸다.  그와 동시에 경기장에 들어와 있던 양팀 선수 22명은 모두 자리에 주저앉았다.  공은 중앙선 너머 아카르나이코스쪽에 멈춰 있었고 코칭스태프, 심판, 관중 누구도 동요하지 않은 채 기다렸다.  2분이 지나자 선수들은 일어나 진짜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 시작 시간에 선수들이 주저앉았을 때와 2분이 지나고서 실제 경기를 시작할 때 관중석에서는 박수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은 주로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익사한 난민 숫자는 국제이주기구(IOM)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9월 이후에만 957명에 달한다.  프로축구선수들의 시위가 있은 다음 날인 30일에도 레스보스섬 앞바다에서 난민선이 침몰해 최소 39명이 숨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경찰관이 동료 10명 살해 “밥에 약타서 의식 잃게 한 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으로 포섭된 추정되는 경찰관이 동료 경찰 10명을 살해했다. 27일 아프간 인터넷신문 카마프레스에 따르면 남부 우루즈간 주 치나르투 지역에 있는 검문소에서 전날 오전 경찰관 10명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검문소에 있던 총기와 탄약도 모두 사라졌다.우루즈간 주 정부는 이 검문소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한 명이 동료 경찰관들의 식사에 약을 타 의식을 잃게 한 뒤 탈레반 반군을 끌어들여 동료들에게 총을 쏴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당국은 이 경찰관이 반군과 함께 달아난 것으로 보고 추적하고 있다.아프간에서는 탈레반과 내전이 15년째 이어지면서 정부군이나 경찰이 동료나 연합군을 공격하는 ‘내부자 공격’도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우루즈간 주에서는 지난 17일에도 탈레반에 포섭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찰관 3명이 9명의 동료 경찰을 살해한 뒤 검문소를 불태우고 달아난 일이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카불 군사훈련소 내에서 아프간 군인의 총격으로 아프간 주둔 미군 해럴드 그린 소장이 사망하기도 했다.아프간 정부나 나토군은 공식적인 내부자 공격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군사 전문 매체 ‘롱워저널’은 앞서 자체 집계를 토대로 2008∼2014년 상반기에 아프간에서 88건의 내부자 공격이 발생해 143명이 숨지고 181명이 다쳤다면서 드러나지 않은 내부자 공격은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우! 지구촌] 말다툼 중 아내 코 자른 악랄한 남편 충격

    [나우! 지구촌] 말다툼 중 아내 코 자른 악랄한 남편 충격

    아프가니스탄 남성이 한 살배기 자녀를 키우는 아내의 코를 직접 자르는 잔혹한 범행을 저질러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파르야브 주에 사는 모하매드 칸(25)은 최근 아내 레자 굴(20)과 말다툼을 벌이던 중 아내의 코를 날카로운 흉기로 공격했고, 아내는 코가 완전히 잘리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부상을 입은 아내는 5년 전인 15살에 남편과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는 한살배기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머니칼로 공격을 당한 뒤 코가 잘린 아내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당시 출혈량이 상당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지만 고비는 넘긴 상태다. 아내에 따르면 남편인 칸은 3개월 전 7세에 불과한 어린 여자아이를 두 번째 아내로 맞아들이겠다고 선언한 뒤 레자 굴에게 무차별 폭행과 고문을 일삼아왔다. 또 아내의 코를 자르기 전, 그는 자신의 지역에 주둔하는 탈레반(무장 이슬람 정치단체) 측으로부터 아내에 대한 폭행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에 대한 폭행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끔직한 상처만을 안긴 채 주거지였던 파르야브를 떠난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아내인 레자 굴은 “폭행과 관련해 주 정부 측에 여러차례 도움을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주장했다. 레자 굴은 코를 복원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로, 아프가니스탄 내에서는 치료가 어려워 터키로 긴급 후송될 예정이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본부를 둔 여성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만약 정부가 여성에 대한 이러한 공격을 처벌할 수 있는 사법시스템을 갖췄다면 일련의 사고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악랄하고 야만적인 행동은 반드시 규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AFPBBNews=News1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아이언맨’처럼…세계는 ‘로봇병사’ 개발 경쟁 중

    “세계는 로봇의 전장 참여로 현실화된 로봇전쟁 대비에 열중하고 있다.”국방기술품질원은 19일 발간한 ‘2011~2015 세계 국방지상로봇 획득동향’이란 제목의 책자를 통해 “전장에서 로봇의 활용은 SF(공상과학)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각국의 로봇병사 개발 동향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책자에 따르면 러시아는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작업을 지원하는 인간형 로봇 아바타(Avatar)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모든 구성품을 전투임무를 수행하도록 제작했다. 로봇 초강국 일본은 세계 최초의 인간탑승형 거대 로봇 구라타스(Kuratas)를 개발했다. 내부 좌석에 인간 조종사가 앉도록 고안됐다. 인간형 로봇 팔 2개, 바퀴형 다리 4개, 1분당 BB탄 6천발을 발사하는 6연장 개틀링건 2정을 갖추고 있다. 랩탑, 태블릿, 스마트폰 등과 같은 장치에 연결된 사용자가 직접 또는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이 로봇은 높이 4m, 무게 4t으로 시간당 11.3㎞로 이동할 수 있다. 가격은 100만 달러이다. 일본 방위성 기술연구본부는 지난해부터 고기동 파워 ‘아이언맨 슈트형’ 외골격체계를 개발 중이다. 일본은 소프트볼보다 큰 투척형 정찰로봇은 이미 상용화했다. 미국은 로봇 전쟁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미 육군은 2025년께 전장에서 로봇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세계 최초로 2족 인간형 로봇 펫맨(Petman)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 화재 현장과 방사능 오염지역에서 수색과 구조활동 임무를 수행하며 앞으로 전투임무도 가능하다. 미 해군이 개발한 2족형 로봇 사피이어(Saffir)는 인간형상인 휴모노이드 로봇이다. 키는 178㎝이다. 내장된 센서로 함정내 화재위치를 찾아내고 열 범위를 측정해 화재진압용 소방호스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영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대전차로켓 폭발로 오른팔을 잃은 병사에게 인공 로봇팔을 장착하는 데 성공했다. 6시간 동안 신경이식 수술을 통해 장착한 후 18개월간 군 재활센터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병사가 생각을 하는 대로 로봇팔이 움직인다. 생물학전에 대비해 제작한 로봇 포턴 맨(Porton Man)은 걷고 달리고 앉도록 고안됐으며 보병처럼 거총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인도는 무인 전투력 강화를 위해 기존 로봇보다 지능이 높고 피아식별이 가능한 무장로봇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10년 내에 실전배치될 수 있다고 한다. 7.62㎜ 경기관총과 AGS 유탄발사기를 탑재한 신형 원격조종차량 루드라(Rudra)를 개발했다. 폭동진압용 무인 조종차량이다. 2013년에 첫 시험한 보병전투장갑차 문트라(Muntra)를 개발한 인도는 여러 연구소가 참여해 고지능 로봇병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거북선에서부터 전차, 항공모함에 이르기까지 기술적으로 먼저 혁신한 군대가 승리했다”면서 “로봇끼리 벌이는 미래전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 군은 로봇이 군사를 넘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최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공격용 헬기 타고 다니는 푸틴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공격용 헬기 타고 다니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1999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실각과 함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권좌에 오른 이후 16년째 장기 집권하며 21세기의 짜르(Czar·황제)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다. 그는 악명 높은 구소련 정보기관 KGB 요원으로 냉전시기 최전선이던 동독에서 활약했고, 소련 붕괴 이후에는 KGB에서 분리되어 국내 보안 업무를 담당하던 조직인 연방보안국(FSB)의 장관으로 일하는 등 정치보다는 첩보와 정보전에 정통한 관료였다. 이러한 이력 때문인지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색 행보를 이어갔다. 라이플 한 정만 들고 혈혈단신 사냥터로 나서는가 하면, 급류가 흐르는 계곡에 몸을 던져 수영을 즐기고, 수송기를 직접 조종하거나 심지어 정상회담 일정을 펑크내가면서까지 폭주족들과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기도 했다. 이러한 괴짜 성향 때문인지 그는 대통령 전용헬기조차 평범함을 거부했다. 크렘린 상공의 공격헬기 지난 2015년 연말, 모스크바의 대통령궁인 크렘린 영내에서 육중한 체구의 공격용 헬기 2대가 이륙하는 장면이 행인의 카메라에 포착되었고, 이내 화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와대 헬기장에서 코브라 공격용 헬기가 떠오른 셈이니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궁 앞마당에서 공격용 헬기가 떠오른 것을 놓고 SNS에서는 푸틴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느니 쿠데타가 발생했다느니 다양한 ‘카더라’ 통신이 난무했지만, 이 공격용 헬기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모든 오해가 풀렸다. 바로 푸틴의 새로운 전용헬기였던 것이다. 크렘린궁에서 이륙한 헬기는 러시아 공군의 주력 공격용 헬기인 Mi-24 하인드(Hind)의 최신 개량형인 Mi-35M 공격용 헬기를 개조한 VIP 전용헬기 Mi-35MS였다. 외관만 놓고 보면 공격용 헬기와 거의 차이가 없었으니 오해가 있을 법 했다. Mi-35MS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공격용 헬기 개조 VIP 전용헬기다. 일반적으로 공격용 헬기는 적진 상공을 휘저으며 공격을 퍼부어야 하기 때문에 적의 대공포에 피격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덩치를 줄여 설계된다. 일반적인 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병력 탑승용 공간은 없애고, 조종사(Pilot)와 무장사(Gunner)를 제외한 추가 병력 탑승 기능은 모두 삭제하여 오로지 무장 탑재와 운용에 최적화된 형상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Mi-24는 태생부터 이러한 공격헬기와는 다른 설계 사상을 가지고 개발됐다. 소련군은 월남전에서 미 육군이 UH-1 휴이(Huey·병력수송헬기)와 UH-1 건십(Gunship·무장헬기)를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병력수송헬기와 무장 헬기의 기능을 하나로 합칠 것을 요구했고, 이러한 요구 조건에 따라 밀(Mil) 설계국은 Mi-24라는 물건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형상의 Mi-24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은 대규모 기갑부대와 공수부대로 순식간에 주요 도시를 점령했지만, 산악 지역을 거점으로 저항하는 이슬람 반군 무자헤딘(Mujahidin)의 치고 빠지기 식 전술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도 이 무자헤딘의 일원이었는데, 이들은 전투 중 노획한 소련군의 장비에 의존하는 소규모 게릴라로 활동하다가 사우디 등 이슬람 국가들, 심지어 미국까지 나서서 자금과 무기를 지원함에 따라 지역을 통째로 점령한 군벌 형태로 발전해 각지에서 소련군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이에 소련은 산악 지형에서는 전차나 장갑차보다는 공격용 헬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Mi-24 공격용 헬기를 대규모로 투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무자헤딘의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산은 울창한 숲이 아닌 바위산인 경가 많아 숨을 곳이 없었고, 변변찮은 대공 무기가 없던 게릴라들에게 하늘에서 기관포와 로켓탄을 퍼붓는 공격용 헬기는 문자 그대로 사신(死神)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위력을 떨친 Mi-24는 공산권 주요 국가에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동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은 물론 남미 지역까지 50여 개 국가에 수출된 Mi-24는 냉전 시기 미국의 AH-1 코브라(Cobra)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산권의 표준 공격용 헬기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는 냉전 붕괴 이후 Mi-28이나 Ka-50과 같은 신형 공격용 헬기를 개발해 배치했지만, 병력 수송 임무와 공격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Mi-24의 전술적 이점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Mi-24의 엔진과 무장, 전자장비를 대폭 개량한 Mi-35를 내놓았는데, 푸틴은 이것을 가지고 자신의 전용 헬기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21세기 짜르’가 탈 전용 헬기인 만큼 Mi-35에는 환골탈태에 가까운 수준의 대대적인 개조가 이루어졌다. 기체를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값비싼 복합 소재를 대폭 사용했고, 속도 성능과 민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메인 로터를 유리섬유 소재 신형 로터로 바꾸고 엔진도 교체했다. 갑작스럽게 미사일이 날아올 경우에 대비한 방어 장비는 물론 전자전 장비까지 탑재했다. 또한 VIP 탑승 공간에 대한 방탄 처리와 더불어 추락하더라도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랜딩기어도 완전히 새로 설계했다. 8명이 탑승할 수 있는 병력 탑승 공간 역시 푸틴을 위해 호화롭게 개조됐다. 실내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게 바뀌고 널찍한 좌석과 회의용 테이블도 추가됐다.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시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푸틴의 성향을 반영해 창문도 커졌다. 지상 공격과 병력 수송 등 순전히 군사 작전을 위해 개발된 공격 헬기가 최고의 생존성과 안락함을 자랑하는 VIP 전용 헬기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공격형 VIP 헬기, 푸틴의 취향? 일반적으로 대통령 등 국가수반이 타는 VIP 전용 헬기는 생존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대통령뿐만 아니라 참모진도 동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큼직한 중대형 헬기를 기반으로 개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S-92를 비롯해 미국의 마린 원(Marine One), 프랑스와 독일(EC-725) 모두 10톤급 이상의 중대형 헬기이다. 이러한 케이스는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래 러시아는 대통령 전용헬기로 자국의 베스트셀러 중형 헬기인 Mi-8을 개조한 중형 VIP 전용헬기인 Mi-8MTV를 운용하고 있었다. 공산권 국가의 표준 수송헬기로 대량 보급된 Mi-8은 우리 군의 UH-60 블랙호크에 비견되는 중형 헬기이지만, 훨씬 더 대형의 기체로 내부에 최대 24명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 헬기를 VIP용으로 개조, 내부에 고급 좌석과 회의용 테이블, 위성통신시스템 등 다른 나라의 대형 VIP 헬기 못지않은 설비를 탑재해 대통령 전용 헬기로 운용하고 있었다. 푸틴은 이 헬기를 꽤나 마음에 들어 했고, 지방 시찰 시 종종 이 헬기를 이용했는데, 헬기 이용 횟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지난 2013년에는 비좁은 크렘린궁 안에 아예 헬기장을 따로 만들기까지 했다. 대통령의 헬기 이용 횟수가 잦아지면서 경호 및 의전을 담당하는 부서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러시아는 체첸 등 소수 민족에 의한 독립운동으로 인해 치안이 불안한 상태였고, 최근 푸틴 대통령이 IS와의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국내의 체첸 반군과 IS의 연계 테러에 의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분실된 무기가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고, 퇴역 군인과 폭력조직에 의한 무기 암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전체 국경선 길이만 62,269km에 달해 국경을 통해 밀반입되는 불법 무기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이다. 즉, 푸틴이 타고 있는 대통령 전용 헬기가 러시아 영공을 비행하는 중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에서 푸틴을 암살하기 위해 전용 헬기를 공격할 세력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푸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90%에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측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장기화되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던 고유가 상황도 무너지면서 푸틴의 리더십과 지지율은 오로지 선전전에만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상황까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유력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Boris Nemtsov) 피살 사건으로 인한 러시아 내 반 푸틴 세력의 결집, 크림반도 무력 침탈로 인한 우크라이나와의 긴장 고조, 시리아 내 IS 공격으로 인한 이슬람 세력과의 충돌과 러시아 내 무슬림 세력의 동요 등 불안 요소가 하나 둘씩 고개를 들고 있다. 푸틴의 ‘공격형 VIP 헬기’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Mi-35MS VIP 전용 헬기는 그 태생이 강력한 방호력을 가진 공격용 헬기인 만큼 푸틴과 경호당국이 우려하던 대부분의 위협으로부터 푸틴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헬기이고, 이제 푸틴은 러시아 영내 어디라도 이 헬기를 타고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파와 정적, 그리고 주변 국가들을 무력으로 찍어 누르는 장기 철권통치를 이어가면서 적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값비싼 전용 헬기는 애초부터 만들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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