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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과거보다 미래에 비중/일 지성인 솔직한 과거인정 필요

    ◎김 대통령,일 오에 접견 김영삼대통령은 4일 『일본 지성인들이 양심에 따라 솔직하게 과거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상오 청와대에서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낭)씨의 예방을 받고 이같이 말한 뒤 『그렇게 해야 한일 두나라는 진정한 우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어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과거보다 미래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지진피해에 대해서는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막대한 재산피해가 난데 대해 진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히고 『지난번 재일동포를 위한 구호품을 보낼 때 민단계와 조총련계를 구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에씨는 『김대통령의 신속한 위로와 한국 정부의 지원에 일본사람들은 가슴 깊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특히 고베시의 지진 피해 복구과정에서 민단계와 조총련계 한국인들이 서로 협력하고 일본인들과도 긴밀하게 돕는 모습을 보고 많은 일본인들이 감명을받았다』고 전했다. 오에씨는 한국의 크리스천 아카데미와 일본의 이와나미(암파) 서점이 「해방 50년과 패전 50년」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한일석학 심포지엄 서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 화가 천경자/화려한 색조…꽃·뱀·여인집착(이세기의 인물탐구:68)

    ◎독창적 화풍… 한색깔 고르려 수십번씩 검토/91년 「미인도사건」뒤 잠적… 심한 우울증 앓아/묵화 능한 어머니 곁에서 그림 시작… 글솜씨도 뛰어나 천경자 「깊은 우물속에 깔린 신비한 보라색과도 같은 「한」과 「찬란한 절대 고독」의 이미지,꽃과 뱀과 여인과 화려한 파스텔조의 환상적인 색조라면 누구라도 쉽게 화가 천경자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화면은 날이 갈수록 청청하여 영혼과 빛과 눈부신 색채의 향연을 변함없이 변주하고 있다.그림 외에 글솜씨로도 유명한 그는 수필집 「한」의 경우 「한이 한없이 나간다」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였고 70년대 남태평양 풍물전을 비롯한 해외스케치전은 관람객이 줄을 짓는 이변을 낳았다.어쨌든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중에서 대중적인 인기스타가 아닌 이상 글과 그림으로 이처럼 폭넓게 회자된 인물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지난 9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이 전시한 그의 「미인도 모사품사건」이후 그는 한때 화단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다.당시 이 작품의 진위여부를 놓고 『내그림이 아니라』는 작가의 주장과 『작가의 그림이 틀림없다』는 미술계와의 팽팽한 대립속에서 작가를 믿지 못하는 세태에 심한 환멸을 느낀 나머지 그는 오랫동안 심적 타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듯했다. ○대인관계 비사교적 그의 성품은 그가 좋아하는 미모사만큼이나 민감하다.작은 바람소리 하나에도 무심하지 않아 옳지 않은 것을 동조하거나 싫은 것을 적당히 수용하는 법이 없다.대인관계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로서는 전혀 비사교적일 뿐만 아니라 사람을 가리고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그림도 그렇다.색깔을 쓸 때도 발색을 억제하는 반대색을 쓰기 위해 연보라·남보라·황토에서 녹청을 동원하고 그것이 이 그림에서 얼마만큼 확실한 효과를 나타내는가를 까다롭게 따진 다음 이를 선택한다.그러고 나서도 멀리서,가까이서 수십번씩 견주어보고 3∼4개월이 지나 썩 괜찮다는 결론이 나올 때 비로소 화폭 앞을 떠난다. 이른바 동양적인 정조를 바탕으로 하는 그의 작품에서의 조형적 특징은 「천경자풍의 인물을 전형화」하는 데 결정적 성공을 거둔 점이다.평론가 심항섭은 동양화의 인습에서 벗어나 섬세한 감각과 신선한 착상력을 지닌 그의 그림에 대해 『화가로서의 최종적인 꿈인 자기만의 화풍을 선명히 세웠고 색채선택과 배치에도 그만의 확고한 독창성을 성취하고 있다』고 단적으로 평한다.즉 「새로운 조형적 가치실현」과 「개별적 형식의 완결」이라는 어려운 등식을 동시에 갖추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초기에는 주로 뱀(사)의 무리에서 느낀 감흥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표현했고 특히 부산 피란시절에 발표한 서른다섯마리의 뒤엉킨 뱀의 「생태」는 풍경과 정물에 집착하던 화단에 커다란 충격의 논란을 던졌다.이후 초현실적인 시적 이미지들이 화면을 지배하면서 그는 자전적 요소를 띤 모티브로 아네모네·라일락·팬지·아스파라거스 같은 요요한 이향이 가득한 꽃무리 속에 화사하게 떠오른 여인의 희구를 그려내고 있다. 그의 운명은 그가 항상 예감한대로 줄기차게 쏟아져내리는 폭포수와 같진 않았다.세차게 흘러내리다가 어느 대목에선가 브레이크가 걸리듯 곤두박질치는 아픔과 정면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는 마치 파란을 자초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따라서 한이 많고 고독하다고 하지만 그의 한은 그가 스스로 선택한 한이며 고독 또한 그러하다. 어릴 때는 연극배우를 꿈꾸기도 하고 노랑·파랑·분홍색등 밀랍냄새가 코를 찌르는 오사마(왕양)크레용과 미쓰보시수채화물감을 으깨고 주무르면서 묵화·서도에 능한 어머니 박운아여사 곁에서 그는 하루종일 그림그리기를 지루해 하지 않았다. ○여동생 죽음에 충격 광주농고 졸업후 군청에 다니던 부친(천성욱씨)은 딸이 의과대학에 가기를 원했으나 그의 심성과 감성을 이해한 어머니가 패물과 논을 팔아 마련해준 여비로 어렵게 도쿄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3년만에 돌아오자 집안은 몰락했고 그의 결혼실패에 이어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의 죽음,그 불운의 소용돌이에 말려 시련을 견디고 있을 때 부친마저 세상을 떠나는 불상사가 겹쳤다.언젠가 그는 「낙인」이란 수필에서 「나의 인간성에 배어 있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적요한 낙인은 바로 부친의 불행과 이 여동생의 죽음 때문에 박힌 슬픔의 표적」임을 밝힌 적이 있다. 화가의 일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에는 가정과 인간에의 정이 스민 화면에 「고통과 황홀감을 공존」시켜왔고 자녀가 모두 출가하고 평생의 반려이던 어머니마저 85년 타계후 가정도 혈육도 떨쳐버린 상황에서 그는 「꽃도 피고 가족도 많던 시절에는 생기찬 리듬감이 화면에 넘쳤으나」 이제는 대양에 뜬 섬처럼 오로지 홀로 남아 「화가」로 존재하는 자신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설령 찬란한 미래가 또 있다 하더라도 그는 「비오지 않은 가문 봄날,움트려고 파닥거리는 라일락나무 같은 과거에 더 깊은 애착과 미련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자녀는 2남2녀. 모사품사건이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글은 쓰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빛과 색채의 순례자로서 그는 정밀(정밀)한 시적 정취와 아름다움을 넘어선 승화된 고독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9년전부터 살고 있는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의 모든 방은 그가 그린 그림만이 가득,그속에서 지난 4년간 예술원 회의에 나간 외에 올 11월1일부터 한달간 호암미술관이 초대한 화력 50년전과 80년이후 15년만의 개인전을 위한 작업에만 온통 매달려 있다.회고전 성격을 띤 이 전시에는 그가 직접 소장하고 있는 42년 선전 입선작들과 부산시절의 「생태」,최근작인 「우수의 티나」 「누가 울어」시리즈등 평생의 화업이 한눈에 펼쳐진다. 거의 하루종일 화폭 앞에 대좌한 채 이제로부터 몸속에 침잠한 예술적 기운을 한점 미련없이 출산시키는 순간이다.그 외엔 영화광이던 젊은 시절을 되살려 공포영화·공상영화를 보거나 겐자브로의 소설을 읽는다.여전히 걸어다니는 화폭처럼 화려한 옷차림을 즐기고 아침시간에 커피 한모금,지난해부터 술은 하지 않는다. ○화사한 옷차림 즐겨 그는 특유의 호남사투리로 아무리 괴롭고 슬픈 것을 말할 때도 웃고 또 별로 슬프지 않은 일도 그가 한을 담아 말하면 왠지 콧날이 시큰해지는 순수한 감동과 감상을 잃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그러나 나이에 따라 슬픔이나불행은 역시 세월의 금사망속에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버리고 관유온자한 자세로 자신에게 얼마나 더 충실할 수 있는가를 때때로 자문하기를 잊지 않는다. 그의 삶은 그대로 예술에 집결하고 귀결하고 있으며 그의 그림들은 「서정적인 분위기」와 「서정시적인」 내용을 함축하면서 작품 하나하나가 「천경자사」라는 하나의 커다란 물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남과 다르다.그리고 지금 「고독으로 미채(미채)된 삼림속에 그가 꿈꾸는 예술의 전당을 짓기 위해」 화폭이라는 그만의 광산에서 그는 진짜 보석을 캐내고 있는 것이다. 사치하리만큼 눈부신 색채의 범람으로 그의 화면은 한층 탁마된 다이아몬드를 구사하고 어느때는 투명한 루비며 사파이어가 그림의 창안에서 언뜻언뜻 상서로운 광채를 발한다.인물의 눈이라든가 중요한 부분에 미점으로 사용하는 금분조차도 단순히 호사스러운 치장이 아닌 것이 세상사로부터 절연된 듯한 순화된 감정과 표정은 그 자체가 그대로 「극미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연보 ▲1924년 전남 고흥 출생 ▲1941년광주욱고녀 졸업 ▲1944년 도쿄녀미전졸업, 일본문전 무감사작가 소한천청·부산금성사사.재학중 일본문전·청금회전 입선,조전(선전)「조부상」(23회)「노부」(24회)연입선 ▲1946년 첫개인전(광주여고 강당) ▲1949년 서울개인전(동화백화점화랑) ▲1949∼52년 조선대 교수 ▲1952∼74년 홍익대 교수 ▲1953년 부산 개인전 ▲1954∼74년 홍대교수 ▲1955년 대한미협전서 「정」으로 대통령상 수상,백양회 창립멤버 ▲1960∼81년 국전 초대작가및 추천작가 심사위원 심사위부위원장 운영위원역임,국전 초대출품 ▲1963년 도쿄개인전(서촌화랑) ▲1965년 도쿄개인전(이토화랑) ▲1967년 말레이시아 초대전 ▲1969년 프랑스 파리 아카데미 고에즈 연수,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사모아 타이티 첫스케치 여행,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 ▲1970년 남태평양 풍물전 ▲1973년 현대화랑 초대전 ▲1974년 아프리카 풍물전 ▲1977년 한국현대동양화 유럽순회전 ▲1978∼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정회원,이후 예술원 회원전 출품 ▲1979년 인도 중남미 풍물전 ▲1980년 개인전(현대화랑) ▲1981년 하와이등 미주지역스케치 ▲1990∼94년 권옥연 변종화 윤중식과 4인전(이목화랑),멕시코여행 오월문예상(65년) 서울시문화상(71년) 3·1문화상(75년) 예술원상(79년) 은관문화훈장(83년) 수필집 「언덕위의 양옥집」「여인소묘」「유성이 가는곳」「한」「자유로운 여자」「쫑쫑」「캔맥주 한잔의 유희」「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자서전 「내 슬픈전설의 49페이지」,기행문 「천경자 남태평양에 가다」「아프리카 기행화문집」 등
  • 내한 일노벨상 수상작가/오에 겐자부로(인터뷰)

    ◎“인류의 화해·상처치유 위한 작품 구상”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대강건삼낭·60)씨가 크리스찬아카데미 창립30주년기념 한·일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석하기 위해 1일 내한했다. 오에씨는 이날 하오 3시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사람들과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작품에 대한 비판도 받는다는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갖고 왔다』면서 『김지하시인과 폭넓은 대화를 갖고 싶다』고 밝혔다.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70년대 김지하시인 석방운동에 참가한 문인으로서 황석영 박노해 등 현재 구속된 한국의 문인들에 대한 견해는.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서 뭐라 말할 입장은 못된다.그러나 문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정치적 요구에 따라 억압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노벨상 수상기념 연설에서 일본 헌법상의 영구평화원칙을 개정하려는 것은 아시아와 원폭피해자에 대한 배반이라고 말했는데. ▲일본헌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며 앞으로 일본의 국제적 역할은 인류전체의 화해와 치유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라 생각한다.일본의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을 포함해서 특히 한국 중국 필리핀 등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룩해야 한다. ­소설을 그만 쓰겠다고 말한적이 있는데….그리고 소설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1주일 전에 완성한 3부작 소설 「타오르는 푸른나무」를 끝으로 소설을 그만 쓰고 세계의 상처 치유와 화해를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5년동안 공부하며 구상할 계획이다.종전의 소설형식은 쇠퇴할 것이라 보며 앞으로는 한국 중국 등 세계문학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변두리국가에서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작품세계에서 보여준 화해와 치유노력이 서구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그러나 김지하시인의 불교적 세계관과 지명관목사의 기독교적 휴머니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 톰 행크스 열연 「포레스트 검프」/작품·감독·남주연상 휩쓸어

    ◎여우주연상엔 제시카 랭 영예 【로스앤젤레스 로이터 연합】 로버트 제메키스 감독,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21일밤 미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최우수 감독상·남우 주연상을 휩쓸었다.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 주연상을 받은 「포레스트 검프」는 바보 포레스트 검프가 과거 역사적인 여러 사건에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사건구성으로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톰 행크스는 지난해 에이즈에 걸린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필라델피아」로 골든 글로브 남우 주연상을 받았으며 뒤이어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또 여자배우 주연상은 영화 「블루 스카이」에서 주연한 제시카 랭이,최우수 만화영화상은 「라이언 킹」이 수상했다. 여우 조연상은 우디 앨런감독의 「브로드웨이의 총알」에서 여배우 역할을 한 다이앤 와이스트,남우 조연상은 영화 「에드 우드」에서 열연한 마틴 랜도가 영광을 차지했다. 또 공로상인 「세실 B 데빌상」은 여배우 소피아 로렌이 수상,기립박수를 받았으며 최고 코미디 연기상은 스파이 영화 「트루라이즈」의 제이미 리 커티스와 「4번의 결혼식과 4번의 장례식」의 휴 그랜트에 돌아갔다.
  • 한국·일본의 과거·미래점검/크리스천아케데미 창립30돌기념 심포지엄

    ◎양국 작가·교수 등 지식인 참석 한국과 일본의 작가·대학교수 등 지식인들이 한데 모여 양국의 과거와 미래를 점검하는 심포지엄이 열린다. 크리스천아카데미(원장 강원용)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일본 이와나미(암파)서점과 함께 서울 아카데미하우스(2월1∼3일)와 도쿄 아사히스퀘어(4월7∼8일)에서 한차례씩 심포지엄을 갖기로 했다. 「해방50년과 패전50년­화해와 미래를 위하여」를 주제로 내건 이 심포지엄 서울모임에는 사카모토 요시카즈 도쿄대 명예교수,이정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야스에 료스케 이와나미서점 대표,지명관 한림대 일본학연구소장들이 참석해 사상적·정신적 과제를 주로 다룰 예정이다.특히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방한,김지하시인과 대담할 계획이다.. 또 일본 행사에는 소설가 이데 마구로쿠,김용덕 서울대교수,미야진키 이사무 대화총련 이사장,조순 전 부총리,가모 다케이코 도쿄대교수,김영호 경북대교수,하라 도시오 전 교토통신사장,이헌조 금성사회장들이 참여해 역사청산과 미래구상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의견을 나눈다. 강원룡원장은 심포지엄 개최와 관련,『국교 정상화 30년을 맞아 한일관계의 근본문제를 파고들어감으로써 협력의 새 방향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과거청산의 해결책과 미래지향의 과제를 함께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 정치판도 우경화(일본 「21세기 야망」:3)

    ◎“유리한 국제질서 창조” 신보수주의 대두/해외파병 제약 평화헌법 개정론 점차 확산/오자와 등 뉴리더들,“권력집중” 양당제 구상/무라야마 등장,사회당 해체 앞당겨 역사에 적응력 과시 『일본으로부터 미국에 좋지않은 두가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달러하락과 사회주의 총리의 등장이라는 뉴스입니다』 일본에 사회당총리가 탄생한 다음날인 지난해 6월30일 미국의 NBC TV방송이 도쿄발로 보도한 뉴스다. NBC방송은 무라야마 도미이치 사회당위원장이 일본총리로 선출된 것을 이같이 미국에 나쁜 뉴스라고 보도했다.뉴욕 타임스도 같은날 『사회주의자가 일본 지도자로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미·일안보조약을 부정하고 냉전시대 「거대한 악」이었던 사회주의자가 아시아 동맹국 일본의 지도자로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며 미국에 나쁜 뉴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좋지않은 뉴스의 더 심오한 의미는 사회당위원장이 총리가 된 오늘의 정치상황이 아닌 다른 차원에 있을지도 모른다.무라야마 총리의 등장은 사회당의 몰락을 앞당기고 대국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의 강화를 촉진하며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중시하면서도 조금씩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일본의 거시적 변화의 속도를 빠르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무라야마 위원장도 자신의 총리선출이 사회당의 몰락을 촉진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해서일까 당시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사회당 총리의 등장은 사회주의의 퇴조라는 세계사의 거대한 흐름을 역류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그러나 그것은 역사의 역류가 아니라 일본의 놀라운 역사의 적응력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일이다.사회당 총리의 등장은 국제공헌이라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따라 전후 반세기동안 1국 평화주의와 경제지상주의를 표방했던 사회당의 퇴조를 가속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회당의 퇴조와 함께 일본에서는 미국의 보수화 회귀와 마찬가지로 보수주의 물결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그것은 일본정치의 총보수화라는 거대한 정치적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보수화가 일본정치의 큰 흐름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82년 나카소네 내각의 등장 때라 할수 있다.그는 저서 「새로운 보수의 논리」에서 『지금은 국내경제본위라는 틀에서 벗어나 더욱 넓은 세계를 향하여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한 시대다.그것은 곧 보수통치의 부활이다』하고 역설했다. 안으로는 보수화,밖으로는 대국화를 지향하는 나카소네 전총리의 이러한 보수정치와 「전후정치의 총결산」 외침은 2차대전전 일본의 전통적 가치였던 국가주의와의 연속성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그러나 전후 교육을 받은 뉴리더들의 신보수주의는 천황제나 신도사상등 복고주의적 가치를 지향하지 않는다.그들은 국제적 변화에 대응 일본도 국가개조를 하여야 한다는 현실주의자들이다.오자와 이치로 신진당 간사장,하타 쓰토무 전총리등 뉴리더들은 극우파의 호전적이고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들과는 다르다.그들은 일본 국왕을 신으로 보지 않으며 군사력으로 현대판 대동아공영권을 구축하여야 한다는 극우파의 제국주의적 환상도 거부한다. 현실주의적 신보수주의자들은 오늘의 일본은 국제적 책임과 권리가 동시에 커졌다고 인식하고 있다.막강한 경제·산업·기술력을 갖고 있는 일본은 과거와는 달리 국제질서에 순응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제정치에서 일본에 유리한 국제질서를 창조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논리다. 전후세대들은 물론 민주주의 이념과 제도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보편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의 침략과 패전의 아픔보다는 성장과 풍요로움만을 기억하고 있는 그들은 민족적 우월감과 자신감에 도취하여 또다른 패권의 유혹을 받을지 모른다.그러한 우려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신보수주의 뉴리더들의 군사적 국제공헌론과 일본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국화 의식」에서 읽혀진다. 신보수주의자들은 냉전후 국제상황에 맞지않는 국내체제를 무너뜨리고 다이내믹한 체제를 만들기 위해 정치개혁을 단행하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의 선거개혁이다.소선거구제가 도입됨에 따라 일본정치는 2대 정당제로 재편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과정에서 사회당·공산당등 혁신세력은 설땅을 잃어가고 있다.오자와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속에 일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권력집중형 양당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신보수주의자들이 그리는 일본의 국제화·대국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 하나 남아 있다.헌법의 개정문제다.평화헌법은 교전권과 집단자위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제약하고 있다.물론 지금도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해 자위대가 해외에 파견되고 있다.그러나 훨씬 더 적극적인 해외파병과 군사력 증강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일본의 개헌은 물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개헌 찬성이 50%를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은 「평화주의 유토피아」에서 안주하려는 세력이 강하다.그러나 평화헌법은 미군점령기의 굴욕적 유산이라는 민족주의자들의 외침속에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고 최대의 평화헌법 수호자인 사회당은 그 존재가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헌법을 바꾸는것은 일본이 강요된 속박에서 벗어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한 과정일지 모른다.일본이 언제까지나 평화헌법 틀안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순진한 역사인식이다.일본은 본래의 모습으로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그러한 변화는 그러나 아시아인들에게는 불길한 조짐으로 받아들여진다.그것은 역사적 체험 때문이다.일본방위아카데미 책임자를 역임한 온건보수파 지식인 마사미치 이노키도 『평화헌법의 개헌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서 나머지 마귀들이 모두 튀어나와 밤공기를 어지럽히는 사태와 같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 아프리카 미술/영국서 순회전

    ◎고·현대 조각·회화 망라… 올가을 개막/“원시적 수준” 서구인식 크게 발뀔듯 아프리카 미술작품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아프리카 95」전이 올가을 영국에서 대대적으로 열린다.런던 로열 아카데미를 필두로 옥스퍼드 현대미술박물관,요크셔 조각공원 등 영국 전역을 순회할 이 전시회는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아프리카 미술에 대한 영국인들의 인식을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로열 아카데미 전시회의 주제는 「아프리카의 미술유산」.고대 가면이나 각종 조각품에서 현대 회화까지를 총망라할 예정이다. 전시회 주최측은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익숙한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카메룬에서는 코끼리·표범·들소등이 힘을,개구리는 다산성을 상징하고 나이지리아에서는 미꾸라지가 충성을 상징한다는 등의 기본적인 해설을 곁들인다. 일반인들에게 유치하거나 소박하기만 한것으로 잘못 인식되어온 아프리카의 전통적 미술품들은 실로 놀라울 정도로 일정한 양식을 따르고 있다.인물들은 대부분정적으로 묘사돼 있으며 이들의 얼굴은 주로 정면을 향해 있다.또 가슴·엉덩이 등이 과장되게 표현돼 있는데 이는 아프리카 사회에서 성의 구분이 중요시되기 때문이다.얼핏 보면 이 고대 작품들은 대개 비슷비슷해 보인다.고대 아프리카인들은 작품의 독창성을 고집하기보다는 탈속,정신세계의 염원으로 조각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라 한다.때로 가면은 귀신을 쫓는데 쓰이는등 실용적인 면도 컸다. 그러나 요즘 제작되는 조각품들은 고대처럼 생활과 밀착되기보다는 외국 관광객들을 의식한 것들이 많아 과거같은 정신적·종교적 힘은 찾아 보기가 힘들며 간혹 상업적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아프리카 고대 미술이 원시적이라고 왜곡된데 비해 현대 회화는 서구회화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때문에 지나치게 서구화됐다는 편견에 부닥치고 있다.외견상으로 청동조각이나 그림들의 고향을 쉽게 알아채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좀더 찬찬히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내용에 있어 서구미술계의 지배적인 가치관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인종주의에대한 풍자나 아프리카 문명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이는 것이다.또 대부분의 서구 화가들이 예술만을 위한 예술에 빠져 있는 데 비해 아프리카 화가들은 대중을 즐겁게 하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다.이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대중을 칭찬하고 고무하고 때로는 비판하는 내용을 그림에 담는다.따라서 서구의 그림보다 이들의 그림은 이해도가 빠르다. 사실 19세기말만 해도 서구인들은 아프리카의 예술작품이란 원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서 몇차례 진화를 거듭해야 유럽문명을 따라 잡을 것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당시 아프리카 조각품들은 기껏해야 야만인들의 원시성을 설명하는데 참고가 되기 위해 유럽이나 미국의 박물관으로 옮겨지곤 했다. 영국 전시회는 아직도 아프리카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는 서구인들에게 찬란한 아프리카 문화의 실상을 깨닫도록 할 것이라고 전시회 기획자들은 말하고 있다.
  • 사회과학의 동향과 전망/성균관대 사회과학연구소 엮음(화제의 책)

    ◎새 사회과학이론·방법론 소개 논문 수록 급변하는 사회를 분석·이해하기 위해 새롭게 태어난 사회과학 이론과 방법론들을 소개했다.정치·행정·경제·사회·언론·심리·사회복지학등 7개 영역의 논문 11편을 실었다. 성균관대의 김성주·김일영(정치외교학과),김동현(행정학과),김준영(경제학과),유홍준·차종천(사회학과),김원용·방정배(신문방송학과),서용원(산업심리학과),김정우·이혁구(사회복지학과)교수들이 참여했다. 김동현교수는 논문 「정부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90년대 새로운 정부조직 관리기법으로 등장한 전조직적 품질관리(TQM;Total Quality Management)가 ▲고객 초점 ▲품질 보증 ▲권한 위임 ▲조직체제 개선 ▲지속적인 품질향상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관리방법과 다르다고 밝혔다. 「경제학의 사회과학으로서 진화와 과제」를 쓴 김준영교수는 『경제학의 과학화와 함께 인간화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구체적으로 인적자본에 대한 연구,환경·공해·범죄등에 관한 경제이론 개발들을 계속해야 한다고강조했다. 사회과학연구소 창설 30주년 기념 논문집. 한울아카데미 1만6천원.
  • 지휘자 원경수(이세기의 인물탐구:66)

    ◎완벽한 화음 연출… 타고난 예술가/탁월한 재능… 악보속 숨겨진 작고고가 의도 읽어내/미·영·러·독무대 활약… 작년 서울시향 맡아“새바람”/부친 반대하자 음악위해 가출… 미·오스트리아서 지휘공부 위대한 지휘자의 한 사람인 카를 뵘은 『지휘자란 손의 움직임 보다는 내면적인 접촉으로 철학적 사상과 정신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토스카니니처럼「악보에 적힌 것을 그대로 소리로」옮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푸르트벵글러처럼「악보뒤에 숨겨져 있는 음표」를 세밀하게 파헤치는 거장도 있다.어쨌든 지휘자가 지적인 음악의 전달자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뿐만 아니라 인생과 예술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철학적 사고를 고루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그런 의미에서 지휘자 원경수는 지휘자의 가장 바람직한 조건중에서 한치의 흠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주의자에 틀림없다. 한번 들으면 악보를 줄줄이 외우는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인 그는 전문가 뺨치는 편곡실력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직접 다루고 어떤 악기군이 작곡자가 의도한 악보대로 음악을 연주하지 못하면 이를 귀신같이 잡아내는 예민한 귀를 가지고 있다.첼리스트였던 토스카니니가 암보로 지휘하는 것은 지독한 근시였기 때문이지만 원경수는 악보속에 숨겨져 있는 번뜩이는 예술성을 끄집어내어 재창조의 기적을 만들어낸다.뿐만 아니라 콧대 높은 세계적인 연주자일지라도 원경수 예술의 질서속에 그의 소리를 몰아넣음으로써 오케스트라 단원이나 청중 모두를 일시에 침묵시키고야 만다. ○세상물정엔 어두워 원경수는 한마디로 음악의 화신과 같은 존재다.그와 오랫동안 많은 연주를 해냈고 또 그를 경원대 음대 대우교수로 초청한 피아니스트 신수정은『그의 일생은 음악이 바로 종교』라고 단적으로 단정해버린다.평소의 그는 마치 어린 소년과도 같이 천진무구하다.이해타산도 모르고 세상물정에도 어둡다.그러나 음악에 관한한 어떤가.그 자신이 어릴때부터 그래왔던것 처럼 음악에서만은 만능이며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다.기라성같은 세계 정상급과의 협연에서도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작곡가의 의도를 이해시키기 위해열의에 찬 정열을 식히지 않는다.그래서 처음 그를 만난 사람은 피곤할 수 밖에 없게 된다.그러나 그를 만남으로써 음악이 향상되고 있음을 스스로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좀더 새로운것,실험적인 것에 도전하기를 주저치 않는다.그의 특징은 행사적인 타성에서 벗어나 그때마다 새롭고 경이로운 것을 지향하는 타입이다.초연 작품을 즐겨 선택하는 것도 그런 이유의 하나다.윤이상에 대한 탁월한 해석과 영국 에든버러대 배리쿠퍼교수가 찾아낸 베토벤 10번 1악장,에네스코의 루마니안 랩소디 2번,그리고 모차르트의 새교향곡 a단조(K16a)초연등은 우리 음악사에 길이 남을 만한 감동적인 명연주들이다. 미국 스탁톤 심포니 음악감독이자 지휘자였던 그가 지난해 서울시경 상임 지휘자로 취임했을때 정재동이후 키를 잃고 방황하던 시향에 뭔가 범상치 않은 바람이 불 것같은 예감에 음악계는 긴장과 생기가 감돌았다.그리고 그의 시향은 지난 1년간 어느때보다 활기차고 싱싱한 전열을 가다듬었다.과연 그의 송년음악회는 해마다연주되던 베토벤 9를 과감하게 버리고 「전원」과 「운명」으로 「평화롭고 엄숙하게」 막을 내렸다. 원경수는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서 태어났다.당시 화신백화점 전무로 있던 원대참씨와 김계복여사의 3남매중 장남으로 어릴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한번 들은 곡은 오선지에 채보하거나 피아노로 방금 옮겨 칠만큼 섬세예민한 음감을 타고났다.부친은 상당히 현대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인텔리임에도 아들의 음악만은 완강히 말렸다.만약 음악을 계속할 경우 부자의 연을 끊겠다고 말했다.그도 『굶어죽더라도 음악을 포기할수 없다』고 선언하고 집을 나와버렸다.그때가 경복고를 졸업하던 47년이었다. ○레코드 한장들고 낭와 그런 결심을 하게된데는 성장과정에서 그가 자기자신에게 해온 하나의 질문이 있었기 때문이다.끝없이 소리내며 돌아가는 시계의 초침을 바라보면서 「나는 장래 무엇이 될것인가.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것인가」를 자문했고 그리고 무엇이 되든지간에 「주말이나 월급날을 기다리는 틀에 박힌 인생은 절대로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메뉴인이 연주한 레코드 한장만을 달랑 들고 집을 나온 그는 장래 하이페츠나 오이스트라흐를 능가하는 연주자가 될것을 꿈꾸며 혼자서 독학한 실력으로 서울대 음대에 진학했고 부산 피란시절에는 이화여대 임시강당에서 바이올린 독주회,이를 인연으로 후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김영욱의 바이올린 레슨을 맡아 종로구 운니동에 있는 김영욱의 집에 기식한 시기도 있다.그후 선배 지휘자인 임원식씨의 소개로 김생려씨가 지휘하는 고려교향악단에 들어가 브람스 베토벤 모차르트 뵈탕의 솔리스트로 활약하다가 54년 한국을 방문했던 신시내티 교향악단의 도어 잔슨의 눈에 띄어 미국으로 유학하기에 이른다. 그가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된것은 미국 신시내티 뮤직콘설바토리와 인디애나대 졸업후 빈의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지휘를 전공,61년 디아길레프 러시아 발레단 지휘자였던 피엘 몽퇴가 주관한 행커크 서머스쿨에 참여하면서부터다.피엘 몽퇴의 제자의 대열에 서게된 그는 뉴올리언스 교향악단 부지휘자를 거쳐 67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중심지역인 스탁톤에서 40년 역사의 스탁톤 오케스트라를 지휘,다음날「스탁톤 저널」은 『이 오케스트라는 일찍이 이처럼 훌륭한 연주를 한적이 없다.특히 피아니시모의 처리는 섬세한 연주의 심벌이었다』고 대서특필했다.그날 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은 기립박수로 앙코르를 외쳤고 그는 60여명의 후보자 가운데 당당히 새지휘자로 발탁되었다. 런던 로열 페스티벌홀에서 영국의 세계적인 교향악단인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지휘로 국제무대에 오른 그는 76년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빈의 저명한 퉁퀸스틀러(음악가협회)오케스트라를 지휘.당시 빈 아카데미에 유학하고 있던 시향의 김영목씨 편지에 따르면「그의 연주 티켓은 며칠전에 매진됐으며 동양에서 오는 한 지휘자에 대한 이곳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은 대단하다」고 전한 적이 있다.「베토벤과 모차르트는 빈 사람들의 긍지와 자존심 자체」였으나 그의 연주는 「그들의 자존심을 완전히 만족시켰다」고. 퉁퀸스틀러 오케스트라 연주에 앞서 그해 서울시향에서 베토벤 교향곡7번과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무지크를 연주했을때 음악평론가 이성삼은 『원경수의 지휘로 매너리즘에서 탈피하지 못하던 서울시향은 오랜만에 융합된 화음과 투명한 톤으로 생기에 찬 발랄한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호평했다.이는 그의 국제적 성공을 예고하는 팡파르가 되었다. ○그림솜씨도 뛰어나 아마추어를 능가하는 그림솜씨 또한 유명하다.전람회를 열만큼은 아니지만 흑석동에 있는 그의 집에는 그가 그린 추상계열의 작품들이 벽면마다 장식되어있다.이 그림취미는 그가 지휘할때마다 눈앞에 떠오르는 색채의 멜로디를 그대로 캔버스에 옮긴 것이다.베토벤이 마치 구름처럼 또는 폭포수처럼 곡조의 환상을 이루는 화면속의 장엄미사는 문자 그대로 장관이 아닐수 없다.패션디자이너인 부인 서혜자여사와의 사이엔 알리사(27·재미 변호사)와 저스틴(26·MIT박사학위중)남매, 현재 서울엔 부인과 둘이 살고 있고 건축가 원정수씨가 실제다. 강한 추진력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교하고 날카로운 지휘,그의 피아니시모는 그 누구의 것보다도 작고 청려하며 그의 포르티시모는 웅대하고 장쾌하다.어느 한군데도 흠잡을 수 없이 유연하고 세련된 흐름이 원경수 예술의 진수일 것이다. 봄과 함께 시작되는 서울시향의 교향곡축제는 그가 편애해 마지않는 말러 심포니로 시작된다.「말러를 가장 말러답게」로 평가되는 바로 그 말러다.말러 자신이 말한대로 「초원의 꽃이 천국의 속삭임을 전달하는」 환상적인 묘사풍은 「음악은 너무 흘러넘치지 않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게 될것같다.언젠가 런던 익스프레스지가 『마에스트로 원과 함께 악보뒤에 숨겨져 있는 음표를 파헤쳐 함께 즐긴다』고 지적한 것처럼 한 예술가의 인생의 경륜과 예술혼이 깃든 지휘는 수준높은 청중의 자존심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줄 것에 틀림없다. □연보 ▲1929년 서울출생 ▲1945년부터 바이올린 독학 ▲1952년 서울대 음대졸업 ▲1952∼54년 고려교향악단 단원 ▲1954∼61년 메인주 행커크서머스쿨 피엘몽퇴,심포니 오브더 에어의 월터 핸더슨에게 지휘법 사사 ▲1957∼65년 인디애나주립대 작곡·바이올린·지휘전공,신시내티 뮤직콘설바토리 도어 잔슨에게 지휘및 바이올린전공,신시내티심포니 필리핀 마닐라심포니 인디애나주립대 교향악단 지휘 ▲1963년 중서부지역 바이올린 독주순회,뉴올리언스 교향악단 부지휘자 ▲1965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지휘전공 ▲1967∼94년 모데스토 심포니,스탁톤 심포니 음악감독겸 상임 지휘자 ▲1970∼72년 서울시향 음악감독겸 상임 지휘자 ▲1970∼78년 캘리포니아 스탁톤뮤직콘설바토리및 패시픽유니버시티 강의 ▲1976년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지휘(런던 로열 페스티벌홀) ▲1975∼89년 빈 퉁퀸스틀러(음악가협회)오케스트라 지휘 ▲1976·80년 베를린 라디오 오케스트라 지휘 ▲1978년 런던 필 지휘(런던 화이어 버드홀) ▲1981년 베를린 괴테 인스티튜트 수학 ▲1982·87·89년 에이레 국립 오케스트라와 칠레 아르헨티나 연주 ▲1984년 서울시향과 미순회 연주 ▲1985년 런던 필 지휘(런던 바비컨센터),KBS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1986년 빈 서머뮤직 페스티벌.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바비컨)▲1988·89년 체코슬로바키아국립 라디오 오케스트라,렉싱턴 필하모닉오케스트라,베를린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1992년 경원대 대우교수 ▲1994년 뉴모스코 스테이트 필하모니 지휘(차이코프스키홀),스탁톤 심포니 명예 지휘자및 서울시향 상임 지휘자
  • 영 극작가 오스본

    【런던 로이터 연합】 「앵그리 영맨」이라는 별칭으로 전후 영국 연극계에 신랄한 사회비판 조류를 몰고왔던 극작가 존 오스본이 24일 심장병으로 타계했다고 병원관계자들이 26일 밝혔다.향년 65세. 오스본은 64년 영화 「톰 존스」로 아카데미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 중국 사회과학아카데미/마르크스주의연구 포기

    【북경 로이터 연합 특약】 중국 사회과학아카데미는 지난 40년동안 연구해 온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대한 연구를 포기했다고 신화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사회과학 아카데미는 중국내에서 가장 앞서는 사회·과학연구소인데 마르크스이론에 대한 연구 대신 앞으로는 회계·예산·국제무역·농업 등과 아울러 「중국특성에 맞는 사회주의 이론」 연구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 이같은 변화는 최근 경제상황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인데 마르크스이론은 중국이 시장경제로 이행하면서 뒤로 물러나 있었다. 이 통신은 그러나 연구소의 마르크스이론 연구분야의 폐지는 자체예산의 부족도 한 이유가 돼 왔었는데 앞으로 사회과학분야가운데 역사학과 철학·문학 등 분야에서는 연구작업 확대를 금지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송년음악회/저무는 94년 줄잇는다/가족과함께 가볼만한 음악회가이드

    ◎서울 모테트합창단·신포니에타등 「성탄 축하 콘서트」/KBS향·서울시향,베토벤 「합창」·「운명」으로 대미장식 연말 분위기가 가장 빨리 느껴지는 곳은 어디일까.아마 연주회장일 것이다.12월 초순만 되어도 송년음악회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정말 한해가 다 가는구나』하는 느낌이 새록새록 돋기 시작하는 이즈음 가볼만한 음악회장의 송년축제들을 소개해본다. 해마다 송년음악계는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이라는 우리나라의 양대악단이 벌이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연주경쟁으로 분위기가 달궈졌다.그러나 올해는 오트마 마가의 KBS교향악단(781­1571)이 22일 KBS홀에서 「합창」연주회를 갖는 반면 원경수의 서울시향(3991­630)은 오랫동안의 관례를 깨고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5번「운명」과 6번「전원」으로 송년음악회를 갖는다. 「합창」은 대신 서울아카데미오케스트라(578­9065)가 26일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한다.이날의 「합창」은 임원식의 지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올해 내내 열린 「베토벤교향곡 전곡 연주회」의 피날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크리스마스 음악회는 서울모테트합창단(580­1114)이 소프라노 이춘혜·알토 윤현주와 함께 15일 예술의전당에서 「캐롤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일찌감치 막을 열어 서울싱어즈소사이어티(537­6221)가 18일 세종문화회관의 「성탄 축하음악회」로 뒤를 잇는다.성탄음악회는 윤학원이 지휘하는 선명회합창단과 레이디스 싱어즈,테너 엄정행이 출연하는 23일 예술의전당 「캐롤여행」(580­1415)과 2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서울신포니에타(325­8962)의 「크리스마스 이브 콘서트」로 절정을 이룬다. 송년은 국악인에게도 온다.KBS국악관현악단(781­1571)은 15일 KBS홀에서 「카톨릭 국악 성가」를 주제로 성탄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연주회를 여는데 이어 28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송년음악회」를 연다.또 국악실내악단 슬기둥(591­3817)의 송년음악회도 27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한국페스티벌앙상블(739­3331)이 20일 페스티벌앙상블홀에서 여는 「영화속의 클래식 음악」은 새로운 감각의송년음악회로 눈길을 끈다.영화음악평론가 서남준이 해설자로 나서는 이 자리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양영화속의 선율들을 실연으로 들려준다. 솔리스트앙상블(553­1781)이 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갖는 송년음악회도 해마다 인기를 끌어온 프로그램이다. 이밖에 외환카드송년음악회(391­2822)가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것을 비롯해 서울아카데미앙상블(253­6295)이 18일 리틀엔젤스예술회관,서울팝스오케스트라(580­1415)가 19일 예술의전당,뉴서울필하모닉(561­08 64)도 21일 같은 장소에서 각각 송년음악회를 연다.
  • 연극배우 이호재(이세기의 인물탐구:64)

    ◎혼신 연기… 무대 오를 때마다 “천의 얼굴”/자연스런 동작­낭랑한 목소리로 객석 사로잡아/지독한 「연습벌레」… 극중인물 영혼까지 파고들어/고교 졸업후 드라마센터 1기생으로… “한국의 데이비드 개릭” 평가 연극계는 원로배우 김동원을 한국의 로렌스 올리비에경에 비유하곤 한다.그러나 그 외에도 아테네극장에서 숨진 루이 주베나 영국 드루어리 레인디어터의 에드몬드 킨,랄프 리처드슨같은 명우들이 있다고 거론되어지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다만 별빛처럼 빛나던 함현진 추송웅을 잃고 드라마센터가 배출한 이호재를 우리 연극무대의 주역으로 손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이호재의 연기는 어느 역을 만나도 자유자재로운 것이 두드러진다.물 흐르듯 동작이 유연하고 그의 발성은 객석에 진동하면서 관객의 가슴속에 반향같은 메아리로 잦아든다. 연출가 김우옥은 이호재의 목소리의 특질은 풍부한 볼륨과 감정의 뉘앙스가 담긴 음조의 변화에 있다고 말한다.「그의 대사는 또렷하고 낭랑하다.따라서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중후한 음의 압력을 느끼게 한다」.그러나 지나치게 매끄러운 나머지 대사의 맺고 끊고 힘주는 대목이 청산유수에 묻혀 희석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긴 대사 숨막힐듯 소화 지난 88년 호암아트홀에 올렸던 정복근 원작의 「덫에 걸린 집」에서 누구도 흉내 낼수 없이 격렬하고 빠르고 긴 대사를 숨막힐 듯이 소화 해내는 그의 연기를 지켜보다가 상대역인 이호성이 막상 자신의 대사를 놓친 에피소드가 이를 증명한다. 「생일파티」에서의 질서정연하고 조직적인 골드버그,「오델로」의 간교한 이아고,고민하는 세조에서 소년과 노인으로 분장하는 「페르긴트」에 이르기까지 이호재는 역할에 맞는 독창적인 인물을 그때마다 탄생시킨다.그의 연기는 어느 때는 악랄하고 어느 때는 결곡하다.어느 때는 관객을 선동하거나 뜨거운 감명에 몰아넣고 혼자서 무대를 누비는 모노드라마에선 예측불허의 즉흥연기를 종횡무진으로 표출해낸다. 통상 그의 겉모습만으로는 구수하고 텁텁한 친근한 이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그래서 대사가 튀는 번역극보다는 창작극이 어울리고 창작극중에서도 진짜 장터에서 입심 좋게 떠드는 약장수가 제격인 듯도 하다.이른바 「언제 봐도 친숙하고 구수한 이미지」로 병신춤에서 봉사흉내,넉두리와 너스레로 연극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명료하게 제시해준다.리듬감이 흥청거리는 요설조의 「약장수」를 보고 연극평론가 김방옥은 『사투리 민요 재담 판소리 사설 속어 유행어등 우리말이 갖는 청각적 묘미를 이호재 특유의 연기스타일로 장구치고 북치듯 순발력 있게 둘러대고 알록달록 짜섞어 작품으로서의 품격과 독자적 가치를 갖추게했다』고 평한다. 이런 흥미와 재미와 작품성을 염두에 둔 연기력 덕분에 언제부턴가 관객은 이호재라는 배우의 연기를 보러 극장에 오게 된다.배우가 한낱 대사를 외울 뿐이라면 그 연극은 죽은 무대 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데 어떤 경우에서도 관객을 실망시키거나 역할에서 실패한적이 없는 배우가 이호재라고 감히 단언 할 수 있다. 특히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는 정력과 생명력이 넘치는 부리부리한 두눈에 쏠듯한 푸른 광채를 번뜩이며 집요한 유혹과 차가운 결단력으로 파우스트 몰락을 휘몰아치듯 전도시키고 있다.「맥베드」의 경우도 그렇다.지난 봄 핀란드의 저명한 크리츠토프 바비츠키가 연출한 「맥베드」에서 던컨왕과 벵코장군을 죽이고 던컨의 장자에게 맥베드가 살해당하는 마지막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시정과 비창미를 극도로 미화시킨 「비극적 감각의 압권」으로 호평된바 있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죽음을 향해 가는구나.오늘 그리고 내일 또 내일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향해 이렇게 다가가는구나」­ 실생활을 깊이 있게 성찰하면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지극히 꺼리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만사에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다.연극을 위해 헌신노력하거나 연극 때문에 목숨을 내걸만큼 비장한 각오를 내색하지도 않는다.오래 연극을 해왔고 술잘마시고 호방해 보이는 탓에 주변에 많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연극이 끝나면 또 다음 연극을 위해 미련없이 떠날 뿐이다.그의 그런 일면은 공연이 끝나고 단원들끼리 술한잔 마시는 쫑파티에도 얼굴을 내밀지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릴때 꿈은 외교관 이호재는 다른 예인들이 흔히 그런 것처럼 연극배우를 꿈꾸거나 그래서 그 꿈을 이룬 형은 아니다.어릴 때는 정치가나 외교관이 되고 싶었고 우연찮게 들어선 연극의 길에서 의외로 「타고난 배우」소리를 듣게 되었다. 지금의 종로 3가인 종로구 비파동에서 교동국민학교를 다녔고 휘문고 시절에는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다.부친(이병진)의 날염공장이 망하자 본래의 희망인 정외과 지망을 포기하고 드라마센터 연극 아카데미에 들어간 것이 연극배우가 된 동기다.그때까지는 연극의 「연」자도 몰랐고 단 한번도 연극구경을 가본적도 없다.멋모르고 연극을 시작했으나 유덕형을 만나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는 비로소 연극의 재미에 빠져들어 무대와 객석이 일체감을 이루는 전율을 경험했다. 그때부터 연극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연극적 재능을 승화시키기 위해 셰익스피어전집과 명배우 연기론을 탐독하는가 하면 시적인 영감과 진지한 사색끝에 자신의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성립해 나갔다.그때 만난 것이 전무송이다. 이호재가 씩씩하고 터프하고 선이 굵다면 전무송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그래서 언제부턴가 한 사람이 악이면 다른 한쪽은 선이고 한 사람이 약하면 다른 한쪽은 강하게 무대에서의 불꽃 튀기는 연기의 앙상블을 펼칠수 있었다. ○2시간전 공연장 나와 그는 하나의 역할을 맡으면 전의 역할을 말끔히 씻어버리고 새로운 인물과의 조우를 위해 몸에서 대본을 떼어놓지 않는다.수십번씩 대본을 읽고 역할을 분석하는 그의 연습태도는 그래서 곧잘 「고시공부」에 비유된다.공연날은 남보다 두 시간전에 나와 공연장 분위기를 몸속에 익히고 막이 오르기 전에는 종교는 없지만 반드시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미 전제하다시피 그는 극중 인물의 사상과 성격을 도식적으로 그리기보다 영혼의 밑바닥에까지 파고들어 내부에 도사린 모순과 갈등을 끄집어 내고야 만다.그리하여 박력이 넘치는 생동감과 맥박이 충만된 현장감이 그가 이루는 무대의 특징일 것이다. 「입가에 잔혹한 냉소를 새긴 험상궂은 얼굴이며 살기 가득찬야멸찬 언어,사정없이 상대방을 꼬집고 할퀴거나 능청스럽게 수작을 부리다가도 어느 틈엔가 달착지근한 가락을 띤 간사한 어조」로 관객의 등덜미를 찔러대는 섬뜩함은 그만의 노련한 연희라고 할수있다.따라서 낭창조형의 그의 연기는 지적인 관찰에 바탕을 둔 「자연」의 연기라는 점에서는 그 옛날 영국이 낳은 데이비드 개릭을 연상시킨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닐것 같다.또 극중의 특정한 한 인물은 자신의 어떤 일면과 비슷할수 있으며 모든 스토리 조차도 그의 인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사람에겐 이런 요소도 있고 저런 요소도 있다.교활하거나 거룩하거나 둥글수도,모날수도 있다.그런 중에도 호불호를 선명하게 가리는 탓에 연극계 일각에선 그의 오만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연기를 딱부러지게 해내는 이상 모든 잡음은 무의미 할 수밖에 없다. 연극초기에는 분장도구가 없어 장판니스를 얼굴에 칠하고 휘발유로 분장을 지운적도 있고 술값이 없어 개런티 대신 받은 반돈짜리 금반지를 술집에 맡기고 가난에 대한 울분을 풀기도 했다.그러나 이제모든 고생은 옛날이야기처럼 돼버렸다.그동안 많은 상을 타고 텔레비전등에 얼굴을 비치면서 두 아들(종화 군입대,창익 고2)을 교육시키고 수십차례의 전월세 전전끝에 올해초에는 생전 처음 종로구 명륜동에 다세대 주택이지만 집도 마련했다.부인 최정자씨(46)는 보험회사(국민보험 잠실소장)에 나간다. 요즘은 지난달 호암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여인극장의 「아내란 직업의 여인」이후 4일부터는 동숭동 학전소극장의 뮤지컬 「별들은 세상에 하나씩 의미를 두어 사랑한다는데」에 출연하는등 내년 가을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잡혀 있다.언젠가 한 신문에 그는 배우로서의 고뇌를 쓴적이 있다. 「예술가를 지망하고 거기에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결단은 엄숙한 일임에 틀림없다.순진하게 잠든 아이들,그리고 아내를 보고있노라면 나는 지금 겁도 없이 너무나 엄청난 일을 혼자서 저지르고 있는 것같아 두렵기만 하다」고. 그러나 「막이 내릴때마다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는 관객이 있는 한 무대를 떠날수 없으며」 연극을 끝내고 텅빈 객석을 뒤로하고 극장문을 나서면서 「내가 행복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사라져 갈 때의 소리」라는 루이주베의 말은 연극배우만의 최상의 행복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연보◁ ▲1944년 서울출생 ▲1961년 휘문고 졸업 ▲1963년 데뷔무대 존 스타인벡 작 「생쥐와 인간」(드라마센터) ▲1964년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 (현 서울예전)제1회졸업,극단 동랑레퍼토리 창립기념공연 유치진 작 연출「마의태자」,해럴드 핀터「생일파티」 ▲1966∼69년 군입대 월남근무 ▲1973년 오태석작「약장수」(카페 데아트르공연 이후 장기공연) ▲1974년 대구효성여대 불문과 불어극「맹진사댁 경사」연출 ▲1975∼80년 국립극단 단원 ▲1977·80년 국제극예술협회및 록펠러재단초청 극단 동랑레퍼토리 해외공연 ▲1991년 여인극장 25주년기념 셰익스피어 작「맥베드」 ▲1993년 극단 실험극장의 「에쿠우스」1백편째(2개월) 「돼지와 오토바이」(3개월) 폴란드의 크리츠토프 바비츠키 연출 「맥베드」 ▲1994년 서머싯 몸 작「아내란 직업의 여인」,김정일 작 송미숙 연출 뮤지컬「별들은 세상에하나씩 의미를 두어 사랑한다는데」(학전 소극장서 공연중) 동아연극상,백상예술대상,한국연극영화예술대상,서울연극제 연기자상,연극의 해 남자연기상,이해랑연극상 「생명」「태」「하멸태자」「초분」「리어왕」「햄릿」「오텔로」「말괄량이 길들이기」「쇠뚝이놀이」「베케트」「뜻대로 하세요」「고도를 기다리며」「뻔데기전」「물보라」「시즈위벤지는 죽었다」「수족관」「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밤주막」「피가로의 결혼」「파우스트」「요나답」「이방인들」 「화엄경」「태백산맥」
  • 지하철공사장 철판 15층까지 튀어/사고현장 주변 이모저모

    ◎폭발현장엔 6m 깊이 웅덩이/귀고리로 사망부인 확인 “통곡” ○…사고직후 30여m이상 화염이 치솟으면서 공원 부근 아현1동 8·9·42번지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특히 이 일대가 전통 한옥과 불량주택 등이 밀집한 지역인데다 때마침 강풍이 불어 40∼50여채의 건물이 20여분만에 전소. 주민 2백여명은 안전지대에 위치한 골목길에서 자신의 집과 가게가 불길에 싸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발을 굴렀으며 일부 주민은 위험을 무릅쓰고 가게와 집에 들어가 귀중품 등을 들고 나오기도. ○…사고당시 5∼6차례의 폭발음이 울리면서 지하철공사에 사용되는 철판 3장이 고려아카데미빌딩 15층 높이까지 올라간 뒤 떨어질 만큼 폭발은 위력적. 행인 김영수씨(43·회사원)는 『화재현장 앞길에 10여대의 차량들에 있던 승객들이 급히 내려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편 불기둥이 30m이상 치솟으면서 가까운 여의도는 물론 을지로 등에서도 검은 연기를 볼 수 있었다는 것. ○…사고현장 주변은 마치 폭탄이 투하된 전장처럼 각종 시설물과 가로수 등이 형체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소.특히 가스저장소 위에 조성된 2백여평 남짓의 도심공원에는 나무와 벤치 등 각종 시설물이 들어서 있었으나 사고 직후 형체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라져 버렸으며 폭발로 5∼6m 깊이의 웅덩이가 생겨나기도.또 공원과 인접한 골목길 등에 주차해 있던 서울1르 5903 프라이드 승용차를 비롯한 30여대의 차량들도 전소돼 거대한 숯덩이를 방불.하오 4시30분쯤 사고현장 한 주택에서 30대 남자가 인명구조대원들에 의해 구조돼 나오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울부짖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이날 폭발사고로 머리와 왼팔·양쪽발에 화상을 입은 최명숙씨(42·여·서울 마포구 아현동 606의5)는 어렵게 마련한 집과 계원들로부터 받은 곗돈 8백여만원을 날리고 한숨. 최씨는 사고현장 부근에 있는 중국집 태화장과 자신이 일하는 우기용달사무실등의 계원 50여명으로부터 15만원씩 받은 곗돈을 안방에서 계산하고 있던 중 『펑』하는 굉음과 함께 들이닥친 불길을 피하기 위해 몸만 빠져나오느라전 재산을 몽땅 날려버렸다는 것. ○…마포구청에 설치된 사고대책본부는 하오 11시쯤 조삼섭 구청장과 박청부 가스공사사장,구의회의원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고대책회의를 열고 소의국교 등 2곳에 분산수용된 이재민들에게 전세금 지급과 함께 생활필수품 수급을 논의. 또 사고원인과 책임소재를 따지지 않고 가스공사측이 전액을 피해보상하기로 서울시와 가스공사간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발표. ○…진화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주민 50여명이 현장에 몰려와 『공원앞에는 평소 「비상대피소」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면서 『비상시에는 가스관 때문에 오히려 더맣은 희생자가 생길 것이 뻔한데도 이곳을 비상대피소로 지정할 수 있느냐』고 격렬히 항의. ○…사고현장 부근에서 식당일을 하고 있는 이정엽씨(43)는 사고당시 식당 2층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부인 조순옥씨(38)를 찾지 못해 해메다 사망자가 안치된 서대문구 세림병원영안실에서 조씨의 귀소리를 보고 사망을 확인한뒤 망연자실. ◎대형 가스사고 일지 ▲74·11·16= 서울 응암동 남찬가스서부저장소 폭발,30명 중상 ▲78·10·16=서울 현대아파트 가스폭발,12명 부상,1백12가구 파손 ▲78·10·22=서울 명동 LP가스 폭발,재산피해 1백41억원 ▲81·8·13=안양시 보신탕집 프로판가스 폭발,10명 사망 20명 부상 ▲81·12·26=서울 대한화재보험 지하식당 가스폭발,3명 사망 1백30명 부상 ▲82·5·10=부천시 우풍회사 공장 가스폭발,31명 사상 ▲85·5·6=서울 마포·서대문구 14개동 도시가스 연쇄폭발,가옥 20채 파손 ▲90·7·22=울산시 유공 에틸렌공장 부탄가스 저장탱크 폭발,재산피해 1억원 ▲91·10·12=울산시 현대아파트 가스폭발,8명 사망 1명 부상 ▲93·11·9=여수시 삼성전자 판매장 LP가스 폭발,20명 부상 ▲93·11·29=울산시 현대미포조선소 LPG운반선 폭발,10명 부상 ▲94·1·9=광주시 무등주유소 LP가스 폭발,3명 사망 5명 부상 ▲94·4·27=전남 나주군 신진냉동 가스폭발,5명 사망 2명 부상 ▲94·8·30=서울 도봉2동 4층 건물 LP가스 폭발,1명 사망 5명 부상
  • 모스크바 지하도시 건설 중단 위기/비용조달 막막 영향평가 미비

    ◎크렘린 등 붕괴 가능성 지적도 모스크바시가 크렘린광장 바로 옆 마네즈 광장에 서구식의 대형복합빌딩을 짓기 위해 시작한 속칭「마네즈 지하도시건설」공사가 착공 20여개월만에 재정,기술결함 등이 지적되며 공사중단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마네즈 광장은 한때 공산주의자들의 주말집회장소로 유명했던 모스크바의 명소이다. 지하도시건설은 모스크바시내 최요지인 이 광장 13만5천㎦부지에 모스크바시 건설8백50주년을 맞는 오는 97년 완공을 목표로 최첨단시설을 갖춘 대규모 주차장,상가,사무실,박물관이 들어설 지상지하 복합건물을 짓는다는 야심찬 계획이다.지금까지의 지하굴착작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 모두 48만㎥의 흙을 파냈다. 그런데 최근 모스크바 시청측이 지반이나 주변건물에 미칠 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공사를 시작해 크렘린을 비롯,모스크바호텔,모스크바대 시내 캠퍼스 등 주변건물이 무너져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러시아과학아카데미 회원인 지질학자 빅토르 오시포프박사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지반조사도 않고 적절한 기술지침도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크렘린 등 인근건물의 붕괴 가능성을 공식제기했다.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언론들이 이 지하도시건설계획이 순전히 유리 리슈코프 모스크바시장의 정치적 야심에 의해 졸속으로 결정됐다며 공사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리슈코프시장이 재임중 업적에만 눈이 어두워 철저한 준비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둘러 착공했다는 것이다. 공사비조달 대책도 거의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당국이 책정한 총공사비는 자그마치 10억달러.이중 모스크바시의 재정분담은 1천5백만 달러에 불과하고 공사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인다는 계획만으로 시작됐다.가칭 「마네즈광장 주식회사」를 설립해 모스크바시당국이 지분 25%를 차지해 대주주가 되고 나머지는 외국자본으로 채운다는 복안이었다.그런데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서방투자회사들 사이에 나도는 말로는 착공 2년이 가까워오는 현재까지 투자의사를 밝힌 외국자본은 단1건도 없다고 한다.정정불안,특히 건설공사의 경우 모스크바시 관리들의 악명높은 부패,관료주의 때문에 언제 공사가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참여의사를 나타낸 외국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여기에 이르자 모스크바시측은 기술,재정상 문제가 없음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컴퓨터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공사가 진행중이며 인접건물에 영향이 안가도록 관련부서,연구기관의 철저한 점검을 받고 있다고 했다.12월중에는 참여의사를 밝힌 외국자본의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며 공사비조달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있다. 모스크바의 심장부에 예정대로 자본주의의 상징인 대형복합건물이 들어설지 아니면 공사중단이라는 오명만을 남기게될지 궁금하다.
  • 일,“오물자정” 유리 개발/표면의 기름·때 스스로 없애

    ◎니혼게이자이 보도/승용차·고층빌딩에 적합 【도쿄=강석진특파원】 기름이나 담배연기 등으로 표면이 더러워져도 저절로 더러움이 제거되는 신형 유리가 일본조달·도쿄대학·가나가와과학기술아카데미에 의해 공동개발됐다고 일본의 니혼케이자이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 유리는 햇볕이나 형광등의 빛에 포함돼 있는 자외선의 에너지를 오물 분자를 분해하는 화학에너지로 바꿔주는 「광매체」의 투명막을 액정기술을 활용해 유리 표면에 처리한 것.광매체로는 도쿄대학 공대의 후지시마 교수가 개발한 이산화티타늄이 사용됐다. 승용차의 앞유리나 고층빌딩의 창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광매체는 지금까지 살균·탈취·오물제거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결정화가 안돼 불투명막 밖에 만들 수 없었는데 이번에 결정화에 성공,투명한 신형 유리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신형 유리는 표면에 오물이 부착되면 광매체가 이를 이산화탄소로 분해한다.
  • 유전자 「변형유전」 기술 개발

    ◎미,동물실험 성공… 인간에 적용 길터 【뉴욕 연합】 동물의 정자 세포 유전자를 변형시켜 그 특질이 후대에도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개발됐다. 새 유전공학 기술은 멀지않아 인간에게까지도 적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유전병 치료 등의 효과 못지 않게 오용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등 윤리 차원의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22일 이 날짜 사이언스 아카데미 학회지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의하면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랄프 브린스터 박사는 생쥐의 정낭에서 줄기세포로 불리는 초기단계의 정자세포 유전자를 변형시킨 결과 2대에까지 그 특질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조지타운 의과대학의 마틴 딤 박사(세포생물학)는 새로운 기술이 우선 남성 불임증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불임증을 유발시키는 암치료를 받는 남자환자의 경우 치료전에 미리 정자의 줄기세포를 추출했다가 수술 뒤 환자의 고환에 다시 주입시키면 정충이 다시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유전공학 기술을이용,인간의 정자 줄기세포에 대해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없애버리거나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유전자를 추가시키거나 하는 등의 유전자 변형을 시도할 경우 윤리적 도덕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 불 국립영화센터(유럽 문화산업현장:상)

    ◎「100년 전통」 불영화 명예회복 “앞장”/연 4천4백억원 투자,우수작품 집중 지원/「국립학교」 운영… 학생 1인당 투자비 연1억/매년 30∼40명의 전문인 배출… 한국인 입학생 1명 국제화·개방화 시대에 문화의 역할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다.과거 냉전시대엔 무력이,그 다음엔 경제적 힘이 국가간 경쟁의 주요 무기였지만 이제 문화가 무기화 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문화전쟁의 시대 21세기를 앞두고 선진국들은 문화의 무기화 작업을 이미 시작한지 오래다.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유 문화를 지닌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특히 문화의 무기화에 앞장선 나라들이다.두 나라의 문화산업현장과 적극적인 문화진흥정책을 현지취재로 3회에 걸쳐 싣는다. 프랑스는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과 함깨 세계영화시장을 양분해 온 영화종주국이었다.비록 지난해 미국영화 「쥬라기공원」과 프랑스영화 「제르미날」의 흥행대결에서 「제르미날」이 참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프랑스 영화의 자존심은 여전히 살아있다. 『프랑스 영화는 프랑스의 예술과문화를 바탕으로 한 영상예술로 제작되는데 비해 미국 영화는 대규모 상업자금을 투자한 문화상품일 뿐이다.프랑스는 흥행여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재능있는 영화인으로 하여금 영원히 남는 예술 작품을 만들도록 한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 사무총장 장 푸레씨의 말이다.그는 프랑스 영상 및 음향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폭력적이고 음란한 영화를 제작할 의도는 없으며 과거 1백년간의 영예를 미래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라도 프랑스적인 문예영화를 제작하는데 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1895년 세계최초로 활동사진을 촬영한 뤼미에르 형제를 배출한 나라.그 프랑스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 온 곳이 바로 국립영화센터다. CNC라는 약자로 불리는 국립영화센터는 영상산업진흥을 위해 지난 45년 문화부 직속으로 창설돼 올해로 50주년을 맞는다.CNC에서는 프랑스 영화 진흥을 위해 재정지원과 제작 배포 수출지원 등 영화 산업에 대한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연간 4천4백억원의 예산을 영화진흥에 투자하고 있는 CNC는 지난 60년앙드레 말로 문화부 장관 재직 당시부터 우수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를 지원하는 ATR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ATR제도란 매년 6백편정도의 시나리오를 심사해서 이중 우수한 작품을 선정,돈이 없는 영화사나 신인 감독에게 제작비를 융자해주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 지원을 받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CNC에서 손해를 볼 뿐 영화 작가들은 금전적 손해를 입지 않는다. 해마다 40∼50편의 작품이 이 돈으로 제작되며 지금까지 모두 1천2백25편의 영화가 이 돈을 받아 만들어졌다.따라서 해마다 프랑스 영화의 30% 이상이 실험성이 강한 신인 감독에 의해 제작된다. CNC는 우수한 영화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국립영화학교도 설립,운영하고 있다.이 학교는 해마다 30∼40명의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해서 시나리오·연출·촬영·음향·장치·편집·제작등 7개 과정으로 40개월의 전문교육을 시켜 국가 자격증을 가진 전문영화인을 배출한다. 이 학교의 학생 한 사람에게 프랑스 정부가 투자하는 돈은 1년에 약 1억원.『프랑스정부는 한 사람의 전문 영화인을 양성하기 위해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만큼 투자하고 있다』고 이 학교의 교감이자 프랑스 외무부 장관 알랭 쥐페의 부인인 쥐페여사는 말했다. 세계적 권위를 지닌 이 학교는 외국인들에겐 1년에 3∼4명씩만 입학을 허용하는데 지난해 한국영화아카데미출신의 변혁씨가 최초의 한국인 학생으로 입학했다. 학생들에게는 한달에 50만원씩의 장학금이 지급된다.또한 문화부 장관 이름으로 발급되는 이 학교 학생증만 가지면 전국 4천4백여곳의 영화관에서 언제든지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극까지 볼 수 있다. 지난해 프랑스 영화는 모두 1백1편이 국내에서 제작되고 70여편이 외국과 합작으로 제작되었다.영국이 28편,스페인과 독일이 30여편,이탈리아가 90여편밖에 제작하지 못한데 비해 프랑스가 1백70여편의 영화를 제작한 것은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아직도 영화산업의 선진국임을 입증하고 있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수준 높은 예술영화를 제작하던 독일과 이탈리아 소련 등이 영화 명맥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 나라의 우수한 영화인들이 본국에서 절망하고 미국으로 이주해 가고 있다』고 설명한 장 푸레씨는 『프랑스가 유일하게 유럽의 전통을 지키는 것은 우수한 영화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물론 프랑스도 미국 영화의 침투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지난해 프랑스 영화관람인구 1억1천1백만명 가운데 프랑스 영화를 본 사람(4천40만명)보다 미국 영화를 본 사람(6천5백만명)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자의 입장에서는 프랑스의 적극적인 영상산업 진흥정책은 부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방대한 영화시장을 지닌 미국보다는 프랑스가 한국과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영상산업 진흥정책은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NC사무총장 장 푸레씨는 『영화는 아주 다루기 힘든 분야여서 국가가 정치적으로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며 『국가의 영화정책이 빈곤하면 한때는 영화 강국이었던 이탈리아가 영화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듯이 다른나라도 이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프랑스전국의 4천4백여곳 영화관에서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고 전하고 『파리나 런던 뉴욕 도쿄 서울 등에서 동시에 한 영화가 개봉되는 것보다는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영화가 상영되는 것이 문화의 다양성을 위헤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 출품된 한국영화를 두편 본 일이 있다는 장 푸레씨는 CNC 취재를 마치고 일어서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한국의 영상예술을 국제화하기 위해서는 서양의 기법을 답습하지 말고 한국 고유의 문화를 배경으로 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신토불이와 식물자원/김태욱(일요일 아침에)

    신토불이­오늘날 이 단어 만큼 널리 쓰이는 말은 없다.몸과 흙은 분리될 수 없는 것으로 곧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자란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나아가 우리의 것,우리의 토종농산물에 대한 관심과 호응도 아주 높아가고 있다.우리 것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하고,사라져가는 귀중한 생물종을 찾아내고 보호하는데 온 사회가 함께하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토종이라 부르는 것들(토종고추 토종감자 토종파 토종마늘 토종고구마)을 살펴보면 과거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것들이 대부분임을 알수 있다.고추는 기록상 1614년 이전에 일본을 거쳐 도래하였으며 고구마는 1763년 통신사로 일본에 갔던 조엄이 도입하였다.문익점 선생이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목화씨는 우리 민중을 추위에서 해방시켜준 아주 귀한 자원이었다.꽃중의 여왕 장미와 순결의 상징인 백합 역시 외래 식물종이다.그러나 이 아름다운 꽃들을 모두 제거하고 대신에 우리의 토종장미인 해당화와 토종백합인 나리꽃만을 심자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또한 우리의 식탁을 장식하는방울토마토나 파슬리,양상치등 싱싱하고 독특한 맛을 내는 야채를 외국산이라고 거부할 수는 없다. 영국의 식물학자 어네스트 윌슨은 외국의 다양하고 우수한 식물종을 수집,탐험하여 식물자원이 빈약한 모국에 안겨줌으로써 국가적 영웅으로 숭배받고 있다.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모든 외교관들에게 외국을 방문하면 그곳에서 가치가 있어 보이는 씨앗은 모두 본국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는데 이 당시 벤저민 프랭클린은 런던으로부터 대두를 도입하였다.일찍이 식물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은 처사이다. 식물은 관상적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산업용 원료가 된다.건축자재·염료·향료·식료품·펄프재·섬유재 등 식물 한종이 가진 자원가치는 무궁무진하며 따라서 많은 식물자원을 확보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잠재자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심히 보고 지나치는 식물하나에서 인간을 암으로부터 혹은 에이즈로부터 구제해줄 특효약이 나올 수도 있다.은행잎으로부터 추출한 혈액순환개선제나 주목나무의 줄기에서 추출한 항암제 탁솔은 식물의 잠재력에 있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세계는 식물종 자체 뿐만 아니라 식물의 유전자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우리가 실제 농산물이라고 말하는 소위 재배작물들을 꼽아보면 우선 벼·밀·보리·무·배추·콩·옥수수·파등의 몇가지가 떠오른다.사실 재배하는 작물의 종수 자체도 식물 전체 종수에 비하면 아주 적지만 이들의 품종도 육종학자들에 의해 개발된 몇가지의 것으로 제한된다.소위 말하는 높은 생산성을 지향하는 단작 농업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립아카데미에서 발표한 주요작물의 유전적 취약성에 관한 논문을 보면 현대의 단작 농법에 대한 위험성을 잘 읽을 수 있다.즉 인위적으로 육종된 작물들은 병이나 충에 의해 대규모로 공격 당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과학자들은 매번 새로운 신품종을 개발하지만 몇 세대가지 못해 새로운 질병과 해충이 출현한다. 그때마다 과학자들은 자연 그 자체에서 야생의 천적들과 싸워가면서 살아가는 야생의 식물종을 찾아내는데 이들이야 말로 자연상태에서 모든 위험을 극복해낸유전적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현재 세계는 이러한 야생종의 유전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찍이 러시아의 전설적인 유전학자이며 식물 재배연구가였던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가 이끄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바빌로프연구소는 온세계의 식물들이나 종자들을 유전상 원산지로부터 수집하여 소장하였다.2차 대전 당시 나치군에 점령 당해 도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굶어 죽었을때 이 연구소의 과학자들도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볍씨부대 옆에서 그냥 굶어 죽었다.세계적으로 매년 바빌로프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탄생기념사업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미래를 바라보는 과학자에 대한 당연한 예우이다. 우리의 문익점 선생이나 미국의 제퍼슨,영국의 윌슨,러시아의 바빌로프는 모두 식물의 자원적 가치를 알고 이를 확보하려 했던 선각자들이다.지금 우리 사회에서 번지고 있는 우리것 찾기,토종살리기 등도 중요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새로운 종의 확보도 중요하다.우리 것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외국산 종이나 외국으로부터의 종의 도입이 거부당하거나 배제당해서는 안된다.외국종 도입이나 육성방안이 국가 차원에서 적극 마련돼야 하며 식물의 잠재적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이나 연구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그리하여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우리 것이 가질 수 있는 취약성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지금은 바야흐로 식물자원전쟁 시대이다.
  • 노벨상과 한국/노영현(굄돌)

    스웨덴 왕립아카데미는 금년도 노벨문학상을 일본 작가 오에 겐사부로에게 수여했다.상금총액은 7백만 스웨덴 크로나(약7억9천5백만원).아시아 작가로는 인도의 시인 타고르,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어 세번째이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에 2위 자리를 내주고 못내 아쉬워했던 일본은 이번 수상소식으로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이제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를 8명이나 보유한 국가가 됐다. 큰일을 해낼 때는 확고한 신념과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어야한다.세계 마라톤의 강자로 자리굳힌 황영조 선수는 히로시마 마라톤레이스에서 더운 날씨,컨디션 난조,일본선수들의 견제등 뼈를 깎는 고통속에서도 원폭으로 원통하게 숨진 한국인의 넋을 달래기 위해 기필코 승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력을 다했다고 한다.노벨상 수상자 오에도 전쟁이 빚은 히로시마 피폭참상을 보고 항시 전쟁에 대한 회의를 품어왔고 또 장애자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의 한을 자기문학의 골격으로 삼았다. 73년 물리학상을 받은 에사기 박사와 81년 화학상을 받은 후구이 교수는 입을 모아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첫째 기초이론을 중시하라.둘째 비서구어권은 국제적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라.셋째 로비활동에 적극 나서라』고 조언했다.강대국들은 스웨덴주재 대사관에 노벨상을 받기 위한 전담반을 배치하여 조직적인 로비활동을 펴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과연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가.객관적 시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우리의 사상·문학·연구성과·공헌도 등이 지구촌에 활발히 소개되고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지금 체육에 쏟고 있는 정성의 몇분의 일이라도 투자한다면 우리의 위상에 걸맞는 결실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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