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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김연아·BTS·페이커·손흥민, 한국 5대 국보”

    “봉준호·김연아·BTS·페이커·손흥민, 한국 5대 국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것이 해외에서도 화제다. 중국의 한 매체는 봉준호 감독을 “한국의 5대 국보”로 평했다. 중국 ‘시나닷컴’은 봉준호 감독이 10일(한국시각)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개 부분을 휩쓸었다고 보도했다. 시나닷컴은 “봉준호 감독과 피겨스케이팅 그랜드슬램에 빛나는 김연아, 세계를 휩쓸고 있는 BTS(방탄소년단), 최정상급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 그리고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이 ‘한국 5대 국보’가 아닐까”라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과 ‘한국 5대 국보’로 이름을 올린 김연아는 현역 시절 동계올림픽과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선수권·그랑프리파이널·4대륙선수권을 모두 제패한 피겨여왕이다. 7인조 보이그룹 BTS는 2019년 빌보드 음악상 톱 그룹상을 받았으며 전 세계 수많은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페이커는 e스포츠 사상 최대시장규모를 자랑하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역대 최고 프로게이머다.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은 2019년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 올스타에 선정되며 월드클래스로 공인받았다. 미국 매체 ESPN의 e스포츠 전담 기자 타일러 에즈버거 또한 봉준호 감독을 한국의 4대 엘리트로 꼽았다. 타일러 에즈버거는 10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대한민국 엘리트4’라는 게시물을 게재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봉준호 감독, 손흥민, BTS, 페이커의 모습이 담겼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안철수가 말하는 ‘기생충’의 정의

    안철수가 말하는 ‘기생충’의 정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0일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 드린다”고 축하를 전하면서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들이 기생충일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감독님 같은 천재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려주신 우리나라 모든 영화인과 관객들께도 박수를 보낸다. 저는 ‘기생충’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어 “첫째, 공정이 무너진 사회를 그려낸 작품, 둘째 영화 생태계의 공정성 문제”라며 “우리 사회의 기생충은 변기 물이 역류하고 냄새나는 화장실을 사용하는 반지하 거주자가 아닐 거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남의 것을 빼앗는 사람들이 기생충”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파라마운트사는 1948년 ‘영화관을 모두 매각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그때부터 미국에는 영화제작사가 영화관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기획, 투자, 제작, 배급에 영화관까지 운영한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1편도 좋지만 100만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 10편 중에서 제가 보고 싶은 걸 골라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봉 감독님의 수상 소감도 대한민국의 시대 정신을 정확하게 짚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국가주의, 전체주의를 넘어서 개인이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민간의 창의와 상상이 흘러넘쳐야 영화도 잘 되고, 경제도 잘된다”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는 “탁월한 실력과 치열한 노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서 최고의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님과 ‘기생충’ 제작팀, 그리고 대한민국 영화인들이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을 보여줬다. 거듭 축하드린다”고 했다. 한편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은 1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소권 폐지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탄핵 추진 등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방송도 ‘기생충 효과’…이미경 부회장 소감 ‘최고의 1분’

    방송도 ‘기생충 효과’…이미경 부회장 소감 ‘최고의 1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방송가도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11일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지난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을 생중계한 TV조선 시청률은 5%로 지상파 포함 전체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제91회 시상식이 1%에 그쳤던 데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최고의 1분’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수상소감을 말한 순간으로, 시청률이 9.4%까지 치솟았다. TNMS 시청자 데이터에 따르면 231만명 동시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TV조선의 하이라이트 방송분과 OCN의 녹화 중계도 각각 2%를 넘겼다. 긴급 편성된 특집 방송들도 호응을 얻었다. KBS 1TV ‘영화 기생충 세계를 매혹하다’는 8.8%, 봉 감독의 영화 인생 전반을 다룬 MBC 다큐멘터리 ‘감독 봉준호’는 4.3%를 기록했다. IPTV도 ‘아카데미 특집관’을 마련한다. SK브로드밴드는 ‘기생충’ VOD를 할인 제공하고, 봉 감독의 이전 작품과 올해 및 역대 수상작을 골라볼수 있는 테마관을 연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조수미,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축하 “속이 후련합니다!”

    조수미,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축하 “속이 후련합니다!”

    소프라노 오페라 가수 조수미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했다. 10일 조수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기생충 벅찬 감동과 기쁨에 가슴이 뜁니다! 그리고 속이 후련합니다!”라며 축하했다. 조수미는 이어 “봉감독님! 4년전 영화 ‘YOUTH’ 에서 제가 부른 주제가 ‘Simple song’ 이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지만 상을 못받고 노래도 못하고 와서 엄청 실망이 컸는데 이렇게 멋진 복수(?) 를 해주시다니..ㅎㅎ 대한민국 만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수미는 지난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YOUTH’의 주제가 ‘Simple Song #3’으로 주제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아쉽게 수상은 불발됐다.한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까지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본상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방법’ 정지소, ‘기생충’ 이선균 딸 맞아? “봉준호 감독 응원”

    ‘방법’ 정지소, ‘기생충’ 이선균 딸 맞아? “봉준호 감독 응원”

    tvN ‘방법’ 속 ‘인간의 탈을 쓴 악귀’ 성동일의 목을 조르는 ‘10대 소녀 방법사’ 정지소의 강렬한 모습이 포착돼 긴장감을 최고조로 치솟게 한다. tvN 월화드라마 ‘방법’(연출 김용완, 극본 연상호, 제작 레진 스튜디오,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측이 11일(화) 2회 방송에 앞서 성동일(진종현 역)과 정지소(백소진 역)의 긴장감 팽팽한 ‘목 조르기’ 현장을 공개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런 가운데 정지소는 사람을 저주로 죽이는 능력을 가진 10대 소녀 방법사 ‘백소진’ 역을 맡았다. 특히 제92회 아카데미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에서 이선균의 딸이자 최우식의 과외학생 ‘박다혜’ 역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더욱이 앞서 진행한 제작발표회에서 “’방법’을 촬영하면서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봉준호 감독님, 배우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있고 촬영 잘 하라고 응원 메시지 보내주시는 등 떨어져있지만 서로 응원하고 있다”며 봉준호 감독의 열띤 응원에 힘입어 촬영하고 있음을 밝혔고, 이를 입증하듯 ‘방법’ 첫 방송부터 저주의 힘을 가진 10대 소녀 방법사라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등 스크린-브라운관을 동시 섭렵해 시선을 강탈했다. 이와 관련 공개된 성동일-정지소의 날 선 대치 현장이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성동일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정지소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자 이내 돌변한 정지소가 성동일의 목을 있는 힘껏 조르는 모습. 분노 가득한 정지소와 달리 어디 한 번 해보라는 듯 웃으며 정지소를 도발하는 성동일의 모습이 긴장감을 더함과 동시에 섬뜩함을 풍기고 있어 이들의 대면이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무엇보다 본 장면은 정지소가 ‘대선배’ 성동일의 목을 조르며 분노의 감정을 거침없이 폭발시키는 중요한 씬. 이에 두 사람은 리허설부터 카메라 동선, 목을 잡는 손 포즈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등 ‘아드레날린 폭발’ 명장면을 완성해냈다. 이에 영화 ‘기생충’의 발칙한 여고생 캐릭터를 완벽히 지우고 비범한 저주의 힘을 가진 10대 소녀 방법사로 분한 정지소가 ‘악귀’ 성동일과 펼칠 박빙의 기싸움과 강렬한 활약에 기대가 더욱 고조된다. 한편 tvN ‘방법’은 한자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 김용완 감독, 연상호 작가, 충무로 명품 제작진의 의기투합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로 차원이 다른 장르물을 탄생시켰다. 특히 한국 드라마 최초로 사람을 저주로 해하는 ‘방법(謗法)’, ‘방법사’ 소재를 기반으로 한 ‘초자연 유니버스 스릴러’라는 독창적 세계관 위에 펼쳐진 폭풍전야 전개로 첫 회부터 시청자를 열광하게 한 가운데 ‘방법’ 2회는 오늘(11일) 밤 9시 30분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봉준호 수상소감, 거장 마틴 스콜세지 울렸다

    봉준호 수상소감, 거장 마틴 스콜세지 울렸다

    봉준호(50) 감독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소감이 거장 마틴 스콜세지(77)의 마음을 울렸다. 봉준호 감독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총 4관왕을 휩쓸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후보에 올랐던 6부문 중 미술상과 편집상 부문만 제외한 4부문의 주인공이 된 것. 특히 감독상 부문, ‘아이리시맨’ 마틴 스콜세지, ‘조커’ 토드 필립스, ‘1917’ 샘 멘데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등 명감독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봉준호 감독은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으로 무대에 올랐다. 감독상 트로피를 받은 봉준호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감사하다”면서 “어렸을 적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말이었다”면서 객석의 마틴 스콜세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순간 울컥하며 얼굴을 가리다가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오스카를 꽉 채운 배우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모두 기립박수로 마틴 스콜세지에 박수를 보내자 잠시 일어나 인사하고, 두 손을 모으며 봉준호 감독에게 “땡큐”라고 화답했다. 봉준호 감독은 “제가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상을 받을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시상식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마틴 스콜세지를 언급한 수상 소감에 대해 “무대에 올라가자마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위치도 몰랐는데 동료 후보 감독들과 순식간에 눈이 맞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콜세지 감독을 워낙 존경했고 대학교 동아리 때도 그 분의 영화를 많이 봤다. 같이 노미네이트된 것 자체가 흥분되고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제가 그 분 앞에서 상을 받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올해 영화 ‘아이리시맨’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불리는 마틴 스콜세지는 2007년 영화 ‘디파티드’로 아타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바 있다. 지난 1967년 ‘누가 내 문을 두드리나’를 시작으로 ‘성난 황소’ ‘갱스 오브 뉴욕’등 수십 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1976년 제29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1986년 칸 영화제 감독상, 1990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1991년 영국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2012년 골든글로브시상식 감독상 등 90개가 넘는 상을 받았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슈있슈] 아카데미가 인양한 세월호의 기억

    [이슈있슈] 아카데미가 인양한 세월호의 기억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만 아카데미가 주목한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 역시 한국 영화 최초로 단편 영화 최종후보에 선정됐다. 내레이션도 없이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혹했던 당시 기록을 편집한 29분짜리 영상은 현장의 상황과 통화 기록을 담아냈다. 영어 제목은 ‘In the Absence’. 지난해 4월 공개된 유튜브 영상(https://youtu.be/Mrgpv-JgH9M)은 조회 수 10만 회를 넘었다. 2018년 11월 뉴욕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해 아카데미 출품 자격이 생겼고, 예비 후보를 거쳐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암스테르담국제다큐영화제,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도 해외 관객들을 만났다. 아쉽게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이승준 감독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8반 장준형 군 어머니 오현주 씨와 2학년 5반 김건우 군 어머니 김미나 씨와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노란 명찰을 목에 건 어머니들은 아들에게 시상식 현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자비를 들여 시상식에 참가했다. 숨겨진 진실을 파헤지거나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은 아니다. 이승준 감독은 “영화가 주목한 것은 ‘고통’이다. 유가족분들이 왜 아직도 고통스러워하고 왜 진실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는지, 그 고통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보자라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 감독은 앞서 언론을 통해 “시간에 따라 그날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국가의 부재가 눈에 띈다. 그날, 그 바다엔 국가가 없었다”고 인터뷰했다.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영화 ‘기생충’ 서울 투어 코스…돼지쌀수퍼부터 스카이피자까지

    영화 ‘기생충’ 서울 투어 코스…돼지쌀수퍼부터 스카이피자까지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 이후 서울시가 공식 관광정보 사이트를 통해 영화 촬영장소를 돌아보는 코스를 발빠르게 소개했다. ‘기생충’의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집은 모두 세트에서 촬영되었지만 일부 서울 시내 거리에서 찍은 장면을 돌아볼 수 있다. 가난한 가족 장남이 과외 알선받던 우리수퍼의 진짜 이름은서울시가 제일 먼저 소개하는 장소는 가난한 가족의 장남 기우가 과외를 알선받는 ‘돼지쌀수퍼’. 영화에서는 ‘우리수퍼’로 등장하지만 실제 이름은 돼지쌀수퍼다. 이미 많은 영화팬들이 수퍼를 방문했으며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과자를 사먹으며 영화의 감동을 즐길 수 있다. 우리수퍼의 주소는 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32로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전화번호는 (02)393-5806. 우리수퍼에서 1분 거리에는 가난한 가족의 장녀 기정이 과일을 사서 오르던 계단이 나온다. 평범한 계단이지만 영화 팬들에게는 큰 추억을 낳을 수 있고 사진 찍기에도 좋은 장소. 다만 서울시 측은 조용한 주거지역인 만큼 주민들에게 불편을 일으키는 행동은 조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계단의 주소는 서울 마포구 손기정로 6길 3이다.가난한 가족이 폭우를 피하던 으스스한 터널송강호를 비롯한 가난한 가족들이 폭우를 피해 이동하던 터널은 자하문 터널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장소를 촬영지로 고른 이유로 계단을 통해 계급 차이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자하문터널의 주소는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19. 자하문터널과 함께 인근의 경복궁, 서울시립미술관, 윤동주문학관을 돌아봐도 좋다.가난한 가족이 피자 배달상자 접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피자 가게의 실제 이름은 피자시대가 아니라 ‘스카이피자’다. 가족이 17년 동안 운영한 피자가게로 가게 안에는 점주와 봉 감독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스카이피자의 주소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 6길 86으로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전화번호는 (02)822-3082.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기생충’ 축하 사진 결국 삭제한 이하늬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기생충’ 축하 사진 결국 삭제한 이하늬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배우 이하늬가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축하 파티에 참석한 사진을 SNS에 공개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또한 해당 게시물도 삭제했다. 11일 이하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배, 동료분들을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에 올린 피드에 마음 불편하시거나 언짢으신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앞서 지난 10일(한국시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 등 총 4관왕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LA 방문 중이었던 이하늬는 축하 파티에 참석했다. 이에 이하늬는 ‘기생충’ 주역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누가 보면 내가 상 탄 줄. 그런데 정말 그만큼 기쁘다. 오늘 잠은 다 잤다”는 축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본인이 수상한 것도 아닌데 참석을 했다는 것. 이에 이하늬는 “개인의 감격을 고국에 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아요. 또 다른 한국 영화의 역사를 쓰신 분들께 해함 없이 충분한 축하와 영광이 가기를 바라며 그 모든 수고에 고개 숙여 찬사를 보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해명하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다음은 이하늬 인스타그램 글 전문. 선배, 동료분들을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에 올린 피드에 마음 불편하시거나 언짢으신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개인의 감격을 고국에 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싶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아요. 또 다른 한국영화의 역사를 쓰신 분들께 해함없이 충분한 축하와 영광이 가기를 바라며 그 모든 수고에 고개숙여 찬사를 보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사설]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문화 강국 도약대 삼아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어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는 등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총 4개 부문을 휩쓸었다. 101년 역사의 한국 영화가 오스카 무대에 오른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며, 게다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4관왕을 차지한 것은 일대 사건이다. 특히 세계 영화산업의 본산 할리우드에서 초일류 감독의 쟁쟁한 작품과 겨루며 외국어 영화라는 장벽을 뚫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번 수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우울하던 한국인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을 안겼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은 예견됐다. 지난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을 시작으로 시드니영화제 최고상, 밴쿠버영화제 관객상, 전미비평가협회 작품·각본상에 이어 지난 1월에는 오스카와 더불어 미국의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기생충’이 국제무대에서 거둬들인 상만 50개에 가깝다. 무엇보다 외국 영화에 배타적이기로 악명 높은 오스카 무대가 비영어권 영화에 작품상을 준 것은 92년 역사상 처음인 만큼 아카데미의 변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할리우드조차 비주류권 영화를 무시하지 못하고, 잘 만들어진 비영어권 영화라면 정상에 설 수 있다는 점을 ‘기생충’은 입증했다. 한국 자본 100%로 제작한 ‘기생충’의 성공 비결은 한국의 문제이면서 지구촌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제를 봉 감독 특유의 웃고 울리는 절묘한 휴머니즘을 가미해 가장 한국적으로 풀어냈기에 가능했다. 봉 감독은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했는데,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영화를 만들어냄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기생충’의 정상 등극은 세계 40여개국 1억 6000만 달러(약 1901억원)의 흥행 기록이라는 산업적 성공은 물론이려니와 케이팝, 케이드라마에 이은 케이무비의 세계 진출을 확인한 성과도 거뒀다. 이번 쾌거는 ‘충무로’에서 탄생한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제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장르적 성격을 드러낸 봉준호적 실험은 예술성뿐만 아니라 오락성에서도 한국 영화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한국 영화계는 이번 수상을 자양분 삼아 제2, 제3의 ‘봉준호’ 배출에 노력하기를 바란다. 그뿐 아니다. BTS가 이끄는 한류의 동력에 ‘기생충’은 커다란 힘을 보태게 됐다. 문화 콘텐츠로 교류하는 소통의 힘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공감대를 넓혀 문화강국으로의 도약을 이뤄냈으면 한다.
  • 자연을 배우다, 공간을 비우다

    자연을 배우다, 공간을 비우다

    건축가의 정신이 직관으로 느껴질 때 건축은 희열로 다가온다. 설명으로 느낄 수 있는 건축은 기쁨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원천은 되지 못한다. 20세기 건축세계를 움직인 건축가들은 많이 있었지만 건축의 꿈을 한참 꾸고 있었던 20대 후반 내 마음에 남아 의문과 관심을 갖게 된 건축가는 루이스 칸(1901~1974)이었다. 그의 건축은 다분히 심미적이어서 눈으로 하는 건축, 머리로 하는 건축이라기보다 가슴으로 하는 건축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건축가적 정신이 직관으로 느껴지는 그런 건축가였다.●건축 생명력의 근원, 침묵·이데아·허 평생을 미국에서 활동하였던 칸이 태어난 곳은 북유럽 에스토니아(당시 러시아) 사아레마섬이었다. 1901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1905년 부모와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로 이민을 하면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미술과 음악적 자질이 뛰어난 칸은 고교시절 건축역사 수업을 듣고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칸은 1920년부터 필라델피아의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보자르식 건축을 교육받았다. 유럽의 건축가들이 활발하게 근대 건축운동을 전개하던 시절이었다. 보자르식 건축은 프랑스에서 왕정시대의 바로크와 로코코가 프랑스혁명으로 막을 내리고 나폴레옹의 정치가 시작되는 19세기 초 시작된 에콜 데 보자르(국립예술학교)에서 시행한 신고전주의 건축이다. 1919년 독일에서는 바우하우스가 발족하면서 고전 건축의 원리를 부정하고 건축공간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칸은 유럽과 비교해 볼 때 시대적으로 뒤처진 건축교육을 받았던 셈이었다. 이것이 학교를 마친 이후에 유럽 건축가들과 대화의 벽으로 작용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칸은 보자르식 건축에 머무르지 않고 건축공간과 형태구성의 고전 원리인 중심성과 대칭 그리고 반복성 등 균형적 질서 위에 좀더 건축의 심미적 부분을 깊숙이 파고드는 깊이 있는 건축에 심취하면서 창조적 투쟁과정을 통한 나름의 새로운 건축을 완성했다. 이러한 연고로 그는 50세가 넘은 늦은 나이에야 괄목할 만한 건축가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가 남긴 건축적 업적은 거대한 성과 같은 것이었다.그는 잴 수 없는(unmeasurable) 것과 잴 수 있는(measurable) 것, 깨달음(realization), 직관(intuition), 침묵(silence)과 빛(light), 영감(inspiration), 질서(order)와 같은 건축가로서 다뤄야 할 어휘들의 의미를 스스로 정리하면서 건축에 부여할 심미적 가치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 위에 독자적인 건축세계를 만들어 나아갔다. 서비스 공간(servant space)과 서비스받는 공간(served space)으로 공간의 위계를 살린 알프레드 뉴튼 리처드 의학연구소(펜실베이니아대학·1961~1967)를 비롯해 만다라를 연상시키는 소크 생물학연구소(캘리포니아주 라졸라·1959~1965), 국회의사당의 초월적 의미를 담은 방글라데시 캐피털 콤플렉스(데카·1962~1982), 자연의 빛으로 살아 숨 쉬는 킴벨미술관(텍사스주 포트워스·1966~1972), 코페루니쿠스 혁명식 중심공간을 살린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도서관(뉴햄프셔주 엑스터·1967~72) 등 많은 건축들이 걸작으로 남았다. 칸의 건축을 아우르는 단어를 꼽으라면 그것은 ‘침묵과 빛’일 것이다. 칸은 “침묵과 빛은 영감의 문턱에서 만난다”고 했고, “침묵은 단순한 조용함이 아니고 존재와 표현을 원하며 새로운 요구의 근원”이라 했다. 칸이 말하는 침묵이란 과연 무엇일까? 존재와 표현이라는 의미에서 ‘미메시스’, 곧 ‘예술은 모방이다’가 연결고리가 될 것이고, 플라톤이 모방의 원천으로 꼽은 이데아와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초월적 실재’, ‘영원하고 불변하는 사물의 본질적인 원형(原形)’이라고 하였으니 침묵의 의미가 플라톤의 이데아와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나아가 노자의 허(虛)와는 어떨까. 노자는 도덕경에서 ‘완전히 비우고 고요하게 하면 모든 것들은 뿌리(根)로 돌아가고 …그 뿌리는 결국 도(道)로서 영원하다’(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 …天乃道, 道乃久)고 이야기한다. 허의 비움은 비움으로 다시 채울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의 비움이 아니라 비움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비우고 또 비운 결과 뿌리로서 생명력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로 ‘새로운 요구의 근원’으로서 침묵은, ‘영원하고 불변하는 사물의 본질적인 원형’으로서의 이데아와, 그리고 ‘비우므로 사물의 근원으로서의 뿌리로 돌아가는 영원한 도(道)’라는 허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존재의 근원’으로 귀착되고 이것이 곧 ‘DNA’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침묵, 이데아, 허, 이 세 요소 속에는 생명의 근원이며 존재의 욕구가 있는 원초적 존재 의지로서 DNA가 중요한 가치로 존재한다고 본다. 칸이 경험 이전에 갖고 있었을 보편적·필연적 인식과 칸이 자연, 도시, 역사 등 그의 삶과 배경과 배움에서 얻은 경험적 인식, 이 두 가지 인식이 칸의 ‘침묵’ 속에 숨겨져 있던 근원적 요소로서의 DNA가 아니었나 생각한다.●인위를 없애고 노자의 ‘무위’를 담다 나는 건축작업을 할 때 건축이 지어질 환경 속에서의 ‘허’를 찾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존재 의지로서 DNA를 찾는 데 집중한다. 환경은 땅(terra)의 가치와 시대(era)적 환경을 말한다. 땅의 가치란 그 땅이 가지고 있는 풍토적 성격, 지질, 토양, 역사와 유산, 건축재료 등 그 땅의 모든 물리적·정신적 성격과 가치를 말한다. 시대적 환경이란 현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감지되는 시대적 특수환경, 예를 들면 급변하는 콘텐츠 변화에 발 맞춰야 하는 IT환경, 스피드에 대응해야 하는 스마트환경, 무감정 AI(인공지능)와 24시간 대화해야 하는 무감성 문명환경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노자의 ‘무위’(無爲) 개념을 중요시한다. 건축가 자신의 욕심에 의한 인위(人爲)적 건축이 아닌 허(虛) 속에서 찾아내는 건축의 가치가 생명력이 있고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제루의 부지는 강화도 민간인 통제선 내 마을의 산 초입에 있다. 숲속의 내음과 바람과 새들의 소리 등 노출된 자연에 맞추어 자연을 느끼는 오감에 아무런 거름이나 막힘이 없는 루(樓)를 디자인 요소로 선정했다. 주거라면 반드시 있어야 할 가족애의 근거로 마당을 배치했다. 마당은 허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서 집의 어느 곳에 있건 마당을 통해서 가족의 표정을 확인하고 소통하면서 생활하게 한다. 이러한 개념은 이후 ‘연하당’, ‘매송헌’ 등에서도 다른 형태로 적용된다. 당호는 주역의 마지막 괘인 미제(未濟)에서 땄다. 바로 앞괘인 기제(旣濟)와 반대로 ‘바뀜과 발전의 바람’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파주 출판도시 내에 있는 탄탄스토리하우스는 마스터플랜의 조건에 따라 진입 시 측면이 보이는 긴 직육면체의 덩어리가 형성됐고 이에 소통을 위한 뚫림과 시각적 편안함을 위한 사선 조형이 계획됐다. 속도가 생활이 된 현대인들에게 공연과 전시 관람 프로그램은 빠른 동선보다 천천히 생각하며 관람하는 느림의 동선을 위한 기제가 작동되고, 이에 대지 진입부터 내부 관람동선 전체에 이르기까지 집 전체를 감아 도는 긴 동선체계가 구성되었다. 공간의 생명력 부여를 위하여 곳곳에 천창이 도입됐다. 천창은 이후 파주 덕윤웨이브 공장에서 아트리움으로 발전되어 지하공장의 마당역할을 수행한다. 제주스테이 비우다 부지는 서귀포의 구릉지 귤밭 사이에 있으며 멀리 바다 전망을 가지고 있다. 땅의 표현 의지는 돌담과 귤밭의 귤창고에 있었다. 바람 많은 제주도 돌담은 바람과 공존하는 제주도 특유의 DNA를 가지고 있다. 숭숭 뚫려 바람으로부터 보호되는 돌담에는 안팎이 서로 소통하는 지혜도 담겨 있다. 귤 창고 같은 집을 돌담 쌓듯 쌓아서 생긴 넉넉한 외부공간에서 많은 이들이 쉴 수 있게 하고 다양한 소통과 조망권도 확보했다. 이들 공간은 미셸 푸코가 이야기하는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으로 쉼이 풍부한 장소, 기억에 남는 공간으로 작동될 것이다. 이런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은 구례가족호텔에서 더욱 활성화된다.칸은 ‘아름다움’을 어떤 지식이나 단서나 비평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총체적 조화’라 했다. “당신은 자연이 도와주지 않는 한 어떤 것도 디자인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아름다움이란 겉으로 드러난 미의 문제가 아니고 늘 자연을 경외하고 자연에게서 배움으로써 공존하는 조화로움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질서’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건축가 방철린
  • “보우소나루, 브라질 민주주의 위협”…세계 예술·지식인 ‘공포정치’에 반기

    “보우소나루, 브라질 민주주의 위협”…세계 예술·지식인 ‘공포정치’에 반기

    아마존 사진 공개 인사 경질 등 보복 파울루 코엘류·스팅 등 2700여명 탄원브라질 여성 감독 페트라 코스타(36)의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가 올해 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후보에 올랐을 때 국민들은 수상의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정작 브라질 정부는 이 영화에 악평을 쏟아냈다. 전직 대통령의 탄핵 사건 등을 다룬 이 영화가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부자가 함께 영화를 공격한 데 이어 대변인실 차원에서 코스타를 ‘가짜뉴스의 행상인’이라고 묘사한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정권 전체가 나서서 30대 젊은 여성 영화인을 집요하게 ‘매장’했다.보우소나루 정권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콘텐츠나 언론 보도에 위협을 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더이상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전 세계 유명 문화예술인과 지식인들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판하는 탄원을 냈다고 브라질 언론들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브라질에서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제목의 이번 탄원서는 이틀 전 가디언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은 소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루 코엘류를 비롯해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 가장 영향력 있는 현존 작곡가 필립 글래스, 팝가수 스팅과 그의 아내인 영화배우 트루디 스타일러 등 2776명에 이른다. 이들은 “브라질의 민주적 기관들이 공격받고 있다”면서 “보우소나루 행정부가 언론뿐만 아니라 문화, 과학, 교육을 조직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우소나루 정권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퇴행적 징후로는 지난 1월 중순 문화정책 최고 책임자인 호베르투 아우빙이 독일 나치 정권의 당 선전부장이었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연설을 흉내 낸 동영상을 올렸다가 해임된 사례가 꼽힌다. 청원은 “(아우빙은 해임됐지만) 보우소나루 정권의 극우 정치 프로젝트는 전면적으로 계속되고 있고, 이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보우소나루 정권이 교과서 검열과 교사 감시를 자행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영화진흥위원회와 예술기금, 문화재단 등에 검열과 예산삭감 등으로 압력을 넣고 있다고도 성토했다. 현 정권에서 보우소나루의 눈밖에 난 인사들이 줄줄이 인사 보복을 당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예컨대 아마존 산불 사태 때 삼림 벌채 상황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한 리카르도 갈바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장이 전격 경질된 바 있다. 지식인·문화예술인들의 이번 청원이 브라질 안팎의 여론에 실제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남미 각국의 반정부 시위가 거센 가운데 브라질은 극우정권의 공포정치 속에 민심이 억눌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브라질 노동자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은 창당 40주년 기념행사에서 현 정권에 맞서는 거리 투쟁을 촉구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멀티 캠퍼스 시스템 통합·구조개혁으로 ‘글로벌 강원대’ 도약

    멀티 캠퍼스 시스템 통합·구조개혁으로 ‘글로벌 강원대’ 도약

    재학생 2만 3000여명. 국내 최대 규모의 강원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명문대학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강원 춘천·삼척·도계 등 3개 멀티 캠퍼스에 단일 학사 체제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을 통합하고 특성화했다. 시스템을 새로 정비하고, 과감한 구조 개혁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결과 ‘THE 2019 세계대학영향력평가’에서 200위권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2018 라이덴(논문 인용도 대학 순위) 랭킹’ 국내 3위에 이은 쾌거였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 인재양성 혁신선도대학, 대학평가 4년 연속 최우수 대학, 대학중점연구소·정보통신기술(ICT)연구센터 지원사업 등에 선정되면서 대규모 재정 지원도 받았다. 강원대는 한때 방만 경영으로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되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 대학 이념인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바탕으로 자유전공학부와 미래융합가상학과 운영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체들이 원하는 고급 인력 양성에도 나섰다. ‘통일 한국의 중심 대학’ 역할도 자처한다. 지난 5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까지 맡아 동분서주하는 김헌영(57) 강원대 총장을 춘천 캠퍼스에서 만나 혁신 인재 양성과 청사진을 들었다.-특성화된 멀티 캠퍼스의 운영이 돋보인다. “강원대는 춘천, 삼척, 도계 등 3개 캠퍼스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거점 국립대학이다. 2006년 춘천과 삼척 캠퍼스를 통합해 놓고 집행을 따로 하는 등 방만하게 운영해 오다 두 차례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의 페널티를 받는 등 어려움이 컸다. 2016년 총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학교 시스템 통합이었다. 운영은 자율에 맡겼다. 캠퍼스는 특성화했다. 춘천 캠퍼스는 기초학문 육성과 원천기술 개발을 주력으로 했다. 삼척 캠퍼스는 지역산업과 연계해 공학대학 중심의 산학협력과 에너지 분야로 특화했다. 뒤늦게 건립한 도계 캠퍼스는 보건과학 분야를 특성화해 간호·응급구조·물리치료학과 등을 뒀다. 현재 도계 캠퍼스는 해발 890m 이상 고지대에 있어 학생들이 셔틀버스로 움직여야 한다. 이런 불편함을 덜어 주기 위해 기숙사가 있는 도계읍에 별도의 강의동을 짓고 있다. 오는 7월이면 1호관을 완공하고, 2호관도 짓는다. 기존 고지대 캠퍼스는 1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특화된 프로그램 육성 장소로 운영할 예정이다.” ●춘천-기초학문, 삼척-공학, 도계-보건 특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한 혁신 인재 육성 방안은 무엇인가. “경쟁력과 사회 변화에 발맞춰 자유전공학부와 미래융합가상학과를 신설했다.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는 자유전공학부는 정원 구조조정 연장선에서 만들었다. 학부 신입생들은 1년 동안 도계 캠퍼스에 머물며 기초교양 중심 교육을 이수하고, 2학년부터 전공과 가상학과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신개념 학사운영제도다. 미래융합가상학과는 2018학년도부터 도입한 모듈형 전공 교육 과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체들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해 곧바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과를 혁신해 운영하고 있다. 복수 전공도 가능하고, 올해부터는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다. 학과도 화장품과학과(춘천), 유리세라믹융합학과(삼척), 데이터사이언스학과(춘천), 아트앤테크놀러지학과(춘천), 인문예술치료학과(춘천) 등 6개 학과를 운영 중이다. 올 들어 커피과학과(춘천), 수소시스템공학과(삼척), 국제개발협력학과(춘천), 인지인공지능학과(삼척) 등 8개 과목을 신설했다. 미래융합가상학과는 교육부에서 융합학과로 발전시켜 전국 대학에 접목한다. 이 밖에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들이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 강원권 5개 대학과 함께 공공건강보험융합학과, 공공인재융합학과, 디지털헬스케어융합학과 등을 운영한다.”-남북 간 대학 교류에도 나섰는데. “강원도는 남북 분단의 유일한 자치단체다. 강원대는 농축산 분야의 축적된 학문과 노하우가 국내 최고 수준이다. 북한 대학과 교류하며 한반도 평화통일의 밑거름을 만들 작정이다. 2018년에는 평양과학기술대를 다녀왔다. 남북 거점 국립대학 간 교류협력 제안서를 전달하고 공동 학술대회나 심포지엄 개최 등 교류를 제안하고 서로 공감했다. 원산농업대와의 교류도 추진 중이다. DMZ 평화 국토대장정, 거점 국립대 학생회 통일한국 워크숍 개최, 남북교류협력 아카데미 등 통일 인재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통일 인재 양성을 위해 일반대학원 과정에 평화학과를 신설했다. 영관급 군인, 고위 공무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해 지난해 40명을 배출했고, 올해도 80명을 모집한다.” ●취업보장형 인턴십·창업지원사업 진행 -거점 국립대로 강원도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는 프로그램은. “국내 처음 캠퍼스 유휴 부지에 군 장병들의 취업과 창업을 돕는 ‘강원 열린 군대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춘천 지역에 주둔하는 2군단, 강원도와 협력해 강원 지역에 주둔하는 장병들에게 취업과 창업을 돕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드론, 앱 개발, 3D프린터,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교육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70명을 배출한 데 이어 계속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육군 교육사령관을 지낸 지역 출신 인사를 영입해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춘천 지역 기업체인 더존비즈온과 협력해 취업보장형 인턴십과 창업지원사업도 벌이고 있다. 졸업반 학생들을 기업체에서 방학 동안 인턴으로 채용한 뒤 일정 기간 이후 정식 채용하는 방식이다.”-앞으로의 계획은. “국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캠퍼스 혁신파크 조성사업’에 선정돼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혁신 성장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맡게 됐다. 대학 유휴 부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해 단지 내에 기업 입주시설, 창업지원시설, 문화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운영하면서 지역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게 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사업은 2022년 하반기쯤 마무리돼 기업과 연구소 입주가 시작될 전망이다. 수소산업 클러스터 구축 거점 역할도 해야 한다. 내년에는 대학기본역량진단이 있고 BK21 4단계 사업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글로벌 시대에 맞게 54개 국가, 266개 자매 대학과 교류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외 인턴과 어학연수, 해외 봉사활동 등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국제적 소양과 견문을 넓히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학생들이 전 세계 인재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국경 없는 캠퍼스를 만들어 가면 자연스레 대학의 글로벌 역량도 높아져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믿는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김헌영 총장은 경북 안동이 고향으로 안동고를 나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에 입학해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강원대에서 의료융합인재양성센터장, 기획처장, 의료기기연구소장, 아이디어팩토리사업단장을 거쳐 2016년 총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자동차공학회장, 교육부 국립대학육성방안 태스크포스 위원장, 강원지역대학총장협의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위원, 교육부 고등교육정책 공동TF위원회 위원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제32회 산학협동상 대상과 2019 대한민국 CEO 리더십 대상을 받았으며, 2019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에 올랐다.
  • 흔쾌히 제작 수락한 곽신애 대표… 뉘앙스 묘미 살린 번역가 파켓

    흔쾌히 제작 수락한 곽신애 대표… 뉘앙스 묘미 살린 번역가 파켓

    영화 ‘기생충’이 거둔 쾌거의 일등 공신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등 출연 배우들이지만 스크린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심양면 힘을 보탠 숨은 조력자들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기생충’이 세상에 나오고, 해외에서 주목받기까지 여성 제작자의 공이 컸다.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2015년 봉 감독이 건넨 15쪽짜리 시놉시스를 보고 흔쾌히 제작을 수락했다. 1990년대 영화전문잡지 ‘키노’ 창간 멤버 출신인 곽 대표는 영화사 LJ필름, 신씨네 등에서 마케팅 업무와 프로듀서를 거쳐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후 강동원 주연 영화 ‘가려진 시간’(2016)과 ‘희생부활자’(2017·공동제작)를 제작했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오빠이고,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남편이다.봉 감독과 함께 아시아계 최초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기생충’이 첫 시나리오 작품이다. ‘옥자’(2017)의 연출부로 봉 감독과 처음 만난 한 작가는 3개월 동안 반지하방이 많은 동네의 사진을 찍고 가정부·운전기사 인터뷰 등 사전 취재를 했다. 극중 기택(송강호 분)의 대사인 “38선 아래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동행이다”와 기우(최우식 분)의 대사 “실전은 기세야 기세”가 한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독도는 우리 땅’을 개사해 화제를 낳았던 ‘제시카송’의 일부도 한 작가가 썼다.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제작된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을 넘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데는 봉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1인치의 장벽”인 자막의 한계를 허문 다시 파켓의 번역이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자막 번역과 영화평론가로 활동해 온 파켓은 극중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짜파구리’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으로, 송강호의 대사에 등장하는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를 ‘옥스퍼드대’로 바꾸는 등 외국 관객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과 뉘앙스를 제대로 구현했다.각종 해외 시상식과 행사장에서 봉 감독의 재치 있는 화술을 센스 있게 통역한 최성재(샤론 최)씨도 단연 눈길을 끈다. 칸영화제 때부터 활약한 그는 봉 감독이 “언어의 아바타”라고 칭송했을 정도로 ‘봉테일’의 말맛을 그대로 살려 통역해 왔다. 한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직접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어 봉 감독의 영화 작업에 대한 이해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감독상 받자 전원 환호… 뒤이은 작품상에 당연한 일인 양 기립박수

    감독상 받자 전원 환호… 뒤이은 작품상에 당연한 일인 양 기립박수

    며칠 전부터 돌비극장 인근 경비 삼엄 햄버거 가게 등 美 곳곳서 ‘기생충’ 열기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 앞은 이미 도로가 통제된 상태였다. 커다란 구조물과 철조망이 차도 위로 올라와 있었고 경비도 삼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가오고 있음을 극장 위로 우뚝 솟은 대형 포스터가 말해 주고 있었다. 20세기 초부터 전설적인 감독과 배우들이 드나들었던 곳, 수많은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흘러나왔던 곳, 과연 며칠 후 여기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곳 동네 햄버거 가게에서도 ‘기생충’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기생충’ 열기는 뜨거웠다. 영화 평론가와 언론 보도,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영화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 보니 아카데미 시상식을 뒤집어 놓을 만큼 ‘기생충’의 기세는 등등했다. 아카데미는 한국 감독이 만든 이 놀라운 작품을 통해 그간의 보수성과 폐쇄성에 대한 오명을 벗고 새로운 시대를 열 기회를 맞았는지도 모른다. 수상작 예상 콘텐츠들을 계속 찾아보면서 ‘기생충’이 큰 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은 더욱 커졌다. 시상식 당일인 9일에는 며칠 전부터 예보한 대로 비가 내렸다.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되면서 거의 그쳤지만 쌀쌀한 거리에는 축제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눈부신 레드카펫과 스타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자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온 첫 번째 오스카상은 각본상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배우들에게, 한진원 작가는 충무로의 동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흥분을 감출 수 없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부문이 많아서 계속 숨을 죽이고 시상식을 응시했다. 게다가 아카데미에서는 각본상을 받은 작품이 작품상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기생충’이 각본상을 받는 순간부터 작품상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도 미술상과 편집상은 놓쳤지만 예상대로 국제극영화상은 봉 감독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감독상에 ‘봉준호’가 호명되자 돌비극장에 모인 영화인들은 모두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봉 감독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존경을 담은 소감을 이야기한 순간엔 후배 영화인들이 스코세이지 감독 주변에서 기립하며 시상식장의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가장 마지막에 다시 한번 ‘기생충’이 불린 건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는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아카데미의 확실한 변화를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시상식 후 LA의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간담회에 봉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배우들, 오스카상 네 개가 눈앞에 등장하자 그제서야 내가, 우리가 한국 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장면에 함께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시상식 레이스의 대장정을 마친 봉 감독은 오늘 밤만큼은 영화계라는 우주의 중심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5월 칸영화제 프리미어 상영부터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기생충’과 아주 오랜 여정을 함께한 기분이다. 한국 영화사를 넘어 세계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봉 감독과 제작진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기생충’의 주제와 재미뿐 아니라 이 영화가 영화팬들에게 남긴 기쁨과 감동의 순간도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잊혀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로스앤젤레스 윤성은 영화평론가
  • 피닉스·젤위거, 이변없는 남녀주연상 ‘기생충’에 밀린 ‘1917’은 3관왕 그쳐

    피닉스·젤위거, 이변없는 남녀주연상 ‘기생충’에 밀린 ‘1917’은 3관왕 그쳐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큰 이변 없이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와 ‘주디’의 러네이 젤위거에게 각각 돌아갔다. 반면 ‘기생충’의 강력한 맞수로 꼽힌 ‘1917’은 3개의 오스카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호아킨 피닉스는 ‘조커’에서 절대 악이 탄생하는 과정을 신들린 연기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시상식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이 영화가 표현한 방식을 사랑한다. 이 영화는 내 삶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과 떨어져 있으면서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우리가 사랑과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면 변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사회적인 메시지도 던졌다. 또 아역 배우로 연기 활동을 함께 시작한 형 리버 피닉스에 관해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러네이 젤위거는 ‘결혼 이야기’의 스칼릿 조핸슨, ‘해리엇’의 신시아 에리보 등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젤위거는 ‘주디’에서 사망하기 40일 전의 주디 갈란드를 연기했다.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무대에 섰던 갈란드를 연기하며 “주디 갈란드 그 자체”라는 호평을 받았다. 젤위거는 “갈란드의 유산은 예외적인 전설이고 포용이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었다. 우리의 영웅이었던 갈란드에 이 상을 바치고 싶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피닉스와 젤위거는 지난달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남녀 주연상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수상이 예견됐다. 남우조연상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에서 스턴트 배우인 클리프 부스를 연기한 브래드 피트에게 돌아갔다. 여우조연상은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이혼 전문 변호사를 맡은 로라 던이 받았다. 두 조연상 수상자 역시 지난달 골든글로브 수상자들이다. 반면, 골든글로브에서 최고상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을 받는 데에 그쳤다. 3관왕이긴 하지만, 주요 부문에서 ‘기생충’에 모두 밀린 셈이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미국 전쟁 영화인 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제작 참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혔다. ‘기생충’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편집상은 ‘포드 V 페라리’, 미술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에 각각 돌아갔다.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당시 고증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은 아씨들’은 의상상의 주인공이 됐다.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세월호 다큐 ‘부재의 기억’으로 단편 다큐 부문 후보에 오른 이승준 감독이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장준형군 어머니 오현주씨, 김건우군 어머니 김미나씨와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텍사스 전기톱으로 트로피 5등분하고 싶다” “밤새 술 마실 것”

    “텍사스 전기톱으로 트로피 5등분하고 싶다” “밤새 술 마실 것”

    가는 곳마다 입담 화제 흥행돌풍에 한몫 영어와 한국어 섞어 즉각 웃음 이끌어내 영화와 자신이 하고 싶은 말 전달에 탁월지난해 5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봉준호 감독은 가는 곳마다 입담으로 숱한 화제를 뿌렸다. 이는 개인적 매력을 배가시키는 한편, ‘기생충’의 흥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가장 화제가 된 발언은 “오스카(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로컬’(지역적)이니까”였다. 지난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 때 한국 영화가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답변이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당시 시상식에서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말로 박수를 받았다. 비영어권 영화에 배타적인 미국 할리우드 시장을 저격한 말이었다. 아카데미에서도 봉준호표 발언은 이어졌다. 국제극영화상 수상 때는 “이름이 바뀐 첫 번째 상을 타게 돼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올해부터 외국어영화상이 국제극영화상으로 바뀐 데 대한 언급이다. 감독상 수상 때는 “영화 공부할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며 ‘아이리시맨’으로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우상’ 마틴 스코세이지를 가리켰다. 이어 “같이 후보에 올라온 토드 필립스나 샘 멘데스 모두 너무 존경하는 멋진 감독들”이라며 “이 트로피를 오스카 쪽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5개로 나누고 싶은 느낌”이라고 말해 박수가 터졌다. 감독은 우스개에 가까운 간단한 표현은 영어로 말하면서 즉각적인 웃음을 이끌어 내는 데도 탁월하다. 아카데미 국제극영화상·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내일 아침까지 술 마실 거다”(I‘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라고 끝맺어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봉 감독은 콩글리시를 섞어서 자기 영화와 자신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며 “아카데미가 ‘로컬 영화제’ 라는 말도, 자막을 ‘1인치 벽’으로 표현한 것도 수사학적으로 인용되기 좋은 말로 봉 감독이 언론 매체 속성을 잘 알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소심했던 영화광… 특유의 유머·사회 풍자로 거장 반열에 오르다

    소심했던 영화광… 특유의 유머·사회 풍자로 거장 반열에 오르다

    “저는 12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되게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손에 쥔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유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칸영화제는 봉 감독과 한국 영화 100년의 정점이 아닌, 새로운 역사를 쓰는 출발점이었다. 봉 감독과 ‘기생충’은 이때를 시작으로 올해 미국작가조합상(WGA) 각본상,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공로상, 샌타바버라 국제영화제 감독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지난 91년간 한국 영화에는 문을 열지 않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10일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극영화상, 각본상까지 거머쥐며 한국 영화는 물론 전 세계 영화사를 썼다. 그의 언변에 담긴 유머와 휴머니즘은 매번 날카로운 사회 인식을 만나 명작을 완성해 냈다. 일곱 번째 장편 ‘기생충’ 역시 빈익빈 부익부, 계층 문제와 같은 보편적 사회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녹여 내면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1988년 연세대 사회학과로 진학한 봉 감독은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노란문’이라는 학내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첫 단편영화 ‘백색인’을 연출했다. 그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 작품으로 선보인 ‘지리멸렬’은 그의 냉소와 촌철살인의 시작이다. 교수, 기자, 검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의 이면에 숨겨진 졸렬함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1994년 밴쿠버영화제와 홍콩영화제에 초청되며 그의 연출력을 알렸다.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상업영화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킨 건 2003년 ‘살인의 추억’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당시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계에서 봉 감독의 입지를 넓혀 줬고, 이후 봉 감독은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영화마다 담긴 날카로운 시선과 사회 풍자는 ‘봉준호 장르’라는 독보적인 색깔을 창조했다. 범죄와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코믹적인 요소도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하나의 새로운 장르다. 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강박적 성향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 그 강박증은 매 작품 치밀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시나리오와 설정으로 표출됐다. 그는 시나리오 속 배경과 인물, 카메라 앵글과 움직임 등을 그림으로 구현한 촬영용 대본인 콘티를 직접 그려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장면을 알려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썩 좋아하지 않다는 별칭 ‘봉테일’(봉준호+디테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예술가적 기질은 선대부터 타고 흘렀다. 봉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천변풍경’ 등을 쓴 소설가 구보 박태원, 아버지는 한국디자이너협의회 이사장 등을 지낸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봉상균씨다. 봉 감독의 누나 지희씨는 연성대 패션산업과 교수, 형 준수씨는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봉 감독의 아들 효민씨도 2017년 YG케이플러스의 웹무비 ‘결혼식’을 연출하며 영화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아버지 후광을 지우고 자신만의 창작 활동을 위해 성을 쓰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수가 적고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에 열광했던 ‘충무로 키드’는 이제 세계 영화계의 대스타가 됐다. 7개월에 걸친 오스카 캠페인을 거치며 이미 할리우드 유명 인사가 됐고, ‘봉 하이브’(Bong hive·봉 감독 열성 팬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할리우드 거물급 인사들이 벌떼(hive)처럼 몰려 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봉 감독이 “쿠엔틴 형”이라고 부르는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감독을 비롯해 타이카 와이티티(‘조조 래빗’), 라이언 존슨(‘나이브스 아웃’), 애덤 매케이(‘바이스’) 등 유명 감독이 봉 감독을 향해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소심했던 영화광…날카로운 시선·풍자로 ‘봉준호 장르’ 창조

    소심했던 영화광…날카로운 시선·풍자로 ‘봉준호 장르’ 창조

    대학시절 첫 단편영화 ‘백색인’ 연출 2000년 ‘플란다스의 개’ 첫 장편 데뷔 살인의 추억·괴물·설국열차 등 선봬 ‘봉준호 장르’ 독보적 색깔 영화 창조“저는 12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되게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손에 쥔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유년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칸영화제는 봉 감독과 한국영화 100년의 정점이 아닌, 새로운 역사를 쓰는 출발점이었다. 봉 감독과 ‘기생충’은 이때를 시작으로 올해 미국작가조합상(WGA) 각본상,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공로상, 산타바바라 국제 영화제 감독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쓸며 지난 91년간 한국 영화에는 문을 열지 않았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10일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극영화상, 각본상까지 거머쥐며 한국영화는 물론 전 세계 영화사를 썼다.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돼 세 번째 시상대에 오를 때는 줄곧 달변이던 봉 감독도 벅차오르는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영화 공부할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로 함께 감독상(‘아이리시맨’) 후보에 올랐던 ‘우상’ 마틴 스코세이지가 한 말입니다.” 영어로 통역되는 순간 시상식장엔 갈채가 퍼졌고, 모두 기립하며 스코세이지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어 봉 감독은 “같이 후보에 올라온 토드 필립스나 샘 멘데스 모두 너무 존경하는 멋진 감독들”이라며 “이 트로피를 오스카 쪽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5개로 나누고 싶은 느낌”이라고 말해 또다시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의 언변에 담긴 유머와 휴머니즘은 날카로운 사회 인식을 만나 명작을 완성해냈다. 7번째 장편 ‘기생충’ 역시 역시 빈익빈 부익부, 계층 문제와 같은 보편적 사회 문제를 독특한 방식으로 녹여내면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1988년 연세대 사회학과로 진학한 봉 감독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서 ‘노란문’이라는 학내 영화 동아리를 만들어 첫 단편영화 ‘백색인’을 연출했다. 그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작품으로 선보인 ‘지리멸렬’은 그의 냉소와 촌철살인의 시작이다. 교수, 기자, 검사 등 사회 지도층 인사의 이면에 숨겨진 졸렬함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1994년 벤쿠버 영화제와 홍콩영화제에 초청되며 그의 연출력을 알렸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상업영화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킨 건 2003년 ‘살인의 추억’이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당시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계에서 봉 감독의 입지를 넓혀줬고, 이후 봉 감독은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영화마다 담긴 날카로운 시선과 사회 풍자는 ‘봉준호 장르’라는 독보적인 색깔을 창조했다. 범죄와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코믹적인 요소도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하나의 새로운 장르다. 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강박적 성향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 그 강박증은 매 작품 치밀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시나리오와 설정으로 표출됐다. 그는 시나리오 속 배경과 인물, 카메라 앵글과 움직임 등을 그림으로 구현한 촬영용 대본인 콘티를 직접 그려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장면을 알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썩 좋아하지 않다는 별칭 ‘봉테일’(봉준호+디테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예술가적 기질은 선대부터 타고 흘렀다. 봉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외할아버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천변풍경’ 등을 쓴 소설가 구보 박태원, 아버지는 한국디자이너협의회 이사장 등을 지낸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봉상균씨다. 봉 감독의 누나 지희씨는 연성대 패션산업과 교수, 형 준수씨는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봉 감독의 아들 효민씨도 2017년 YG케이플러스의 웹무비 ‘결혼식’을 연출하며 영화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아버지 후광을 지우고 자신만의 창작활동을 위해 성을 쓰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수가 적고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에 열광했던 ‘충무로 키드’는 이제 세계 영화계의 대스타가 됐다. 7개월에 걸친 오스카 캠페인을 거치며 이미 할리우드 유명인사가 됐고, ‘봉 하이브(Bong hive· 봉 감독 열성 팬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할리우드 거물급 인사들이 벌떼(hive)처럼 몰려 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하다. 봉 감독이 “쿠엔틴 형”이라고 부르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를 비롯해 타이카 와이티티(‘조조 래빗’), 라이언 존슨(‘나이브스 아웃’), 애덤 매케이(‘바이스’) 등 유명 감독이 봉 감독을 향해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감독상 받자 전원 환호… 뒤이은 작품상에 당연한 일인 양 기립박수

    감독상 받자 전원 환호… 뒤이은 작품상에 당연한 일인 양 기립박수

    며칠 전부터 돌비극장 인근 경비 삼엄 햄버거 가게 등 美 곳곳서 ‘기생충’ 열기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 앞은 이미 도로가 통제된 상태였다. 커다란 구조물과 철조망이 차도 위로 올라와 있었고, 경비도 삼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가오고 있음을 극장 위로 우뚝 솟은 대형 포스터가 잘 말해주고 있었다. 극장 앞 거리인 ‘워크 오브 페임’은 몇 년 전 들렀을 때는 실망스러운 관광지일 뿐이었는데, 아카데미 시즌에 방문하니 확실히 영화의 성지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동네 햄버거 가게에서도 ‘기생충’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기생충’ 열기는 뜨거웠다. 영화 평론가와 언론 보도,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영화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아카데미 시상식을 뒤집어 놓을 만큼 ‘기생충’의 기세는 등등했다. 대부분 감독상과 작품상 둘 중 하나는 ‘기생충‘이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아카데미는 한국 감독이 만든 이 놀라운 작품을 통해 그간의 보수성과 폐쇄성에 대한 오명을 벗고 새로운 시대를 열 기회를 맞았는지도 모른다. 수상작 예상 콘텐츠들을 계속 찾아보면서 ‘기생충’이 큰 상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은 더욱 커졌다. 시상식 당일(9일)에는 며칠 전부터 예보한 대로 비가 내렸다.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되면서 거의 그쳤지만 쌀쌀한 거리에는 축제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ABC 방송 생중계를 통해서야 그 철옹성 같은 시상식장 안에 깔린 눈부신 레드카펫과 스타들을 보며 가슴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온 첫 번째 오스카상은 ‘각본상’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배우들에게, 한진원 작가는 충무로의 동료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흥분을 감출 수 없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부문이 많아서 계속 숨을 죽이고 시상식을 응시해야 했다. 게다가 아카데미에서는 각본상을 받은 작품은 작품상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기생충’이 각본상을 받는 순간부터 작품상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미술상과 편집상은 놓쳤지만 예상대로 국제극영화상은 봉준호 감독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감독상에 ‘봉준호’가 호명되자 돌비 극장에 모인 영화인들은 모두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가장 마지막에 다시 한 번 ‘기생충’이 불린 건 아카데미 회원들에게는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아카데미의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시상식 후, LA의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 호텔에서 한국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간담회에는 봉 감독을 비롯해 곽신애 대표, 한 작가, 이하준 감독, 양진모 감독, 그리고 여덟 명의 배우들이 참여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고, 그제서야 내가, 우리가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한 장면에 함께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작년 5월 칸영화제 프리미어 상영부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개인적으로도 ‘기생충’과 아주 오랜 여정을 함께한 기분이다. 축제로 끝났지만 섭섭한 마음도 있다. 봉 감독의 재치 넘치는 수상 소감도 당분간은 들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영화사를 넘어 세계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봉 감독과 제작진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기생충’의 주제와 재미뿐 아니라 이 영화가 영화팬들에게 남긴 기쁨과 감동의 순간도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잊혀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로스앤젤레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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