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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BC “일제강점기 미화 발언… 한국민에 모욕감 사과”

    미국 내 올림픽 주관 방송사 NBC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나온 일제 식민지 미화 발언을 공식 사과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11일 “NBC로부터 ‘부적절한 발언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점을 이해하며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서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NBC는 시청자 7500만명인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사과했다. NBC 앵커 캐럴린 마노는 미국 현지 생방송에서 “개회식 도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한을 두고 했던 우리들의 발언에 한국인들이 모욕감을 느꼈음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NBC는 지난 9일 열린 평창올림픽 개회식 중계 도중 “일본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강점했던 국가이지만, 모든 한국인은 발전 과정에서 일본이 문화 및 기술, 경제적으로 중요한 모델이 됐다고 말할 것”이라는 해설자 조슈아 쿠퍼 레이모의 발언을 내보냈다. 레이모는 뉴스위크·타임지 기자 출신으로 전 칭화대 교수, 일간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작가다. 당시 조직위는 NBC에 즉각 항의했다. NBC의 공개 사과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레이모의 트위터 계정에는 비난이 빗발쳤고, 그가 스타벅스 이사회의 임원이라고 주장하는 내용도 올라왔다. 사실상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발언이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Care2 petition’에는 레이모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서명에 9000여명(오후 8시 기준)이 참여했다. 한편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책임져야 할 파트너로서의 일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SNS에 널리 퍼트렸다. 영상에는 일본이 한국·중국·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진심 어린 사죄와 보상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포항 지진에 이재민 증가 ... 대피소 시설 확충에 무료급식 재개

    포항 지진에 이재민 증가 ... 대피소 시설 확충에 무료급식 재개

    경북 포항시는 11일 규모 4.6 지진 발생으로 재산,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이 늘자 대피소 시설 확충 등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나고 지금까지 운영하는 대피소는 북구 흥해체육관 1곳이다.기쁨의 교회에도 3개월 가까이 대피소를 운영했으나 이재민 대부분이 새 보금자리로 옮기고, 자원봉사자 피로도 누적되자 지난 10일 철거했다. 현재 흥해체육관에는 텐트 160채를 설치했고 149가구 312명이 지내고 있다. 주택 전·반파에 따른 이주대상 주민뿐 아니라, 집수리 중이거나 지진 트라우마로 이곳에서 지내는 주민도 있다. 그러나 시는 이날 발생한 지진으로 대피소에 주민 200여명이 더 몰리자 텐트 60채를 추가 설치한다. 시는 “대피소에 추가로 온 주민 가운데 일부는 지진이 잦아들자 집으로 돌아갔다”며 “현재 약 100명이 귀가하지 않음에 따라 텐트를 더 설치해 머물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재민 음식 제공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최근까지 대피소에는 대한적십자사나 일부 종교단체가 무료 급식소를 운영해 왔으나 지난 10일 오후 중단하기로 하고 설비를 철거했다. 하지만 규모 4.0대 여진이 나자 대한적십자사는 오는 12∼14일 아침과 저녁은 무료급식을 다시 하기로 했다. 점심은 포항시가 맡는다. 설 연휴를 포함한 오는 15일∼19일에는 시가 자체로 도시락을 구매하는 등 방법으로 이재민에게 모든 급식을 제공한다. 그 뒤 20일부터는 대한적십자가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담당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재민이 대피소 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의 아저씨’ 이선균-이지은-오달수-송새벽, 시선 강탈 티저 영상 공개

    ‘나의 아저씨’ 이선균-이지은-오달수-송새벽, 시선 강탈 티저 영상 공개

    tvN 상반기 최고 화제작 ‘나의 아저씨’ 이선균, 이지은, 오달수, 송새벽의 레거시 티저 영상이 전격 공개됐다.단 한컷의 짧은 등장에도 각각의 캐릭터들을 한눈에 그린 배우들의 시선강탈 연기가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오는 3월 21일 첫 방송 예정인 tvN 새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제작 초록뱀미디어)는 각자의 방법으로 삶의 무게를 무던히 버텨내고 있는 아저씨 삼형제와 거칠고 차갑게 살아온 한 여성이 서로의 삶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지난 10일 밤 첫 공개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나의 아저씨’의 레거시 티저 영상(http://tv.naver.com/v/2694821)에는 각자의 캐릭터를 한 컷으로 그려낸 아저씨 삼형제 박상훈(오달수), 박동훈(이선균), 박기훈(송새벽)과 이들을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지안(이지은)의 모습이 임팩트 있게 담겼다. 먼저 삼형제의 맏형 상훈. 늦은 저녁 시간, 술 한 잔 기울이고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옆에 앉은 동생들에게 “죽는거지”라며 조금은 익살스러운 톤의 한마디만으로 미소를 짓게 하는 귀여운 중년 남성의 모습이다. 이어 이른 아침의 운동장에 조기축구회의 점퍼를 걸치고 등장한 막내 기훈은 “말로 해. 말로”라면서 주변을 진정시키는 모습을 보이더니 곧바로 “뭘 말로 해!”라며 상대에게 달려든다. 대충 기른 긴 머리와 뿔테안경, 그리고 한순간에 보이는 다혈질 성격은 삼형제의 막내지만 어딘지 모르게 까칠한 모습. 그리고 형과 동생과는 달리 사무실에서 등장한 둘째 동훈은 서류 가득한 책상 사이에 몸을 돌려 앉아있다. 그러나 어쩐지 당황한 표정과 흔들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를 놀라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화장기 없는 얼굴에 빛바랜 코트를 걸친 채 여자 이지안이 등장했다. 골목 어귀에 서 무심한 눈길로 카메라를 응시하다 몸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아저씨 삼형제를 관찰하는 시선으로 느껴져 앞으로 펼쳐질 이들의 이야기에 기대를 증폭시킨다. 첫 영상이 공개된 뒤 기대작다운 반응이 댓글로 나타났다. “배우 조합 대단, 벌써 기대된다”, “믿고 기다린다” “세 남자 진짜 잘 어울린다. 주변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삼형제다”, “삼형제와 아이유 케미가 기대된다”, “스토리가 정말 궁금하다” 등, 짧지만 임팩트 있었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한편, ‘나의 아저씨’는 웰메이드 작품 메이커 tvN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감독과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이선균, 이지은(아이유), 오달수, 송새벽, 이지아 등 스크린에서도 함께 보기 힘든 믿고 보는 배우들의 총출연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나의 아저씨’ 3월21일 밤 9시 30분 첫 방송. 사진=tvN 연예팀 seoulen@seoul.co.kr ‘나의 아저씨’ 이선균-이지은-오달수-송새벽, 시선 강탈 티저 영상 공개!
  • 평창개회식 ‘식민지 발언’ 미 NBC “사과드린다”

    평창개회식 ‘식민지 발언’ 미 NBC “사과드린다”

    대회조직위 즉각 항의에 사과 서신미 교포사회 “당사자가 사과해야” 항의 계속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도중 해설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미국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가 공식으로 사과했다.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11일 “NBC로부터 ‘부적절한 발언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점을 이해하며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공식 서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NBC는 지난 9일 열린 대회 개회식 중계 도중 “일본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강점했던 국가지만, 모든 한국인은 발전 과정에 있어 일본이 문화 및 기술, 경제적으로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고 말할 것”이라는 해설자의 발언을 내보냈다.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발언이 알려지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 항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직위는 “이 발언에 NBC에 즉각적인 항의를 전달했다”면서 “NBC는 공식 사과 서신을 조직위에 보내고 7500만 명이 시청하는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가 아닌 NBC 방송사의 사과였다. NBC SN을 통해 앵커가 사과문을 읽었을 뿐이었다. 발언을 한 이는 NBC 아시아 통신원 조쇼아 쿠퍼라모다. 그는 스타벅스와 페덱스의 이사이며 헨리 키신저 전 외무장관 컨설팅 회사의 CEO(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교포 사회는 “발언의 당사자가 사과하라”며 항의를 계속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NBC가 ‘모든 한국인이 일본 모델 인정할 것‘ 발언 사과했다”

    “NBC가 ‘모든 한국인이 일본 모델 인정할 것‘ 발언 사과했다”

    ‘부적절한 발언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점을 이해하며 사과드린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도중 해설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미국내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가 공식 사과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1일 오전 “이 발언에 NBC에 즉각적인 항의를 전달했다”면서 “NBC는 공식 사과 서한을 조직위에 보내고 7500만명이 시청하는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직위원회는 공식 서한을 공개하지 않았고 사과했다는 프로그램 제목도 밝히지 않았다.당사자가 아닌 NBC 방송의 사과였다. NBC SN을 통해 앵커가 사과문을 읽었을 뿐이다. 미국 교민들은 “당사자가 사과하라”며 계속 항의하고 있다. NBC 홈페이지에도 한국 국민을 향한 사과의 메시지를 찾아볼 수 없다. 이틀 전 NBC 아시아 통신원 조쇼아 쿠퍼라모는 개회식에 일본 선수단이 입장하는 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개회식을 찾았다”며 “일본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강점했던 국가지만 모든 한국인은 발전 과정에 있어 일본이 문화 및 기술, 경제적으로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고 말할 것(But every Korean will tell you that Japan is a cultural and technological and economic example that has been so important to their own transformation)”이라고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그는 스타벅스와 페덱스의 이사이며 헨리 키신저 전 외무장관이 운영하는 컨설팅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다. 모든 한국인이 일본의 식민 지배를 용납하고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는 이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교민들은 곧바로 소셜미디어 등에 항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유저들까지 NBC 비난에 가세했다. 한편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NBC 해설자의 망언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자며 2분 분량의 영어 동영상 ‘책임져야 할 파트너로서의 일본’(https://www.youtube.com/watch?v=4HQ2r0GCmOw)을 퍼뜨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영상은 2015년 2월 일본 외무성이 제작한 ‘전후 시대의 국가 건설: 책임 있는 파트너로서의 일본’이라는 역사 왜곡 영상을 패러디해 같은 해 4월 서 교수가 만들어 배포했던 것이다.  서 교수는 11일 이 영상을 NBC를 포함해 CNN·BBC·NHK 등 세계 주요 언론 300여 개 매체의 트위터 계정에 첨부하는 동시에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세계인에게 알리고 있다. 그는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일본이 아시아에 저지른 잔인한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만 한다”며 “이번 NBC의 망언은 일본의 역사 왜곡 전략이 세계에 먹히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이런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전방위적인 역사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평창올림픽 기간 ‘전 세계 전범기 퇴치 캠페인’도 펼치는데 메가 스포츠 이벤트마다 등장하는 욱일기(전범기) 응원을 제보받아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여론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북한 응원단 붉은색 체육복 입고 ‘미소’ 단일팀 응원준비

    북한 응원단 붉은색 체육복 입고 ‘미소’ 단일팀 응원준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이튿날인 10일 북한 응원단은 밝은 미소로 단일팀 응원을 준비했다. 이날 응원단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 7일 방남한 응원단의 첫 응원무대이다. 응원단은 두툼한 방한 소재로 만든 붉은색 체육복을 입고 서로 머리 모양을 만져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응원단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콘도로 복귀하는 길에서도 취재진을 향해 손 흔들거나 미소 짓는 등 여유를 보였다. 개회식 참석 소감을 묻자 “좋았습니다”라고 짧게 답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태권도 시범단은 대답 대신 묵직한 음성으로 “안녕하십니까”라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혼자 가는 먼 집/조성천 · 소녀와 꽃의 사정/신영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혼자 가는 먼 집/조성천 · 소녀와 꽃의 사정/신영배

    혼자 가는 먼 집/조성천26.2×26.2㎝, 종이에 PVC 대진대 서양화과 대학원 졸업. ‘리턴 투 네버랜드’ 등 다수의 개인전과 국내외 아트페어 참여. 소녀와 꽃의 사정/신영배 소녀가 그림자를 가지고 놀았다 소녀는 중얼거리고 그다음 사라졌다 계단은 아침에 짧아지고 저녁에 길어지네 소녀는 긴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문은 월요일에 짧아지고 화요일에 길어지네 소녀는 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꽃은 햇빛에 짧아지고 달빛에 길어지네 소녀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길고 긴 꽃 속을 걷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달을 따라갔다 노란 돌을 주워 멀리 던졌다 강물이 노란 돌을 데려갔다 소녀는 강물을 따라갔다 먼 곳에는 아름다운 새가 있을까 새 모양의 귀를 달고 소녀는 길어지고 길어지고 달이 긴 소녀를 따라간다 강물이 길고 긴 소녀를 따라간다 소녀는 길고 긴 꽃 속을 걸었다 꽃이 계속 길어지는 이유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소녀 때문이었다 종일 제 그림자를 갖고 놀고, 아침에 짧아지고 저녁에 길어지는 계단을 내려가는 소녀라니! 소녀는 저 혼자 노는 일에 익숙하다. 소녀가 강물을 따라간 것은 “먼 곳에 [있다는] 아름다운 새”를 향한 동경 때문이다. 그 동경이 얼마나 큰지 소녀는 “새 모양의 귀를 달고” 있다. 소녀의 동경과 기다림은 자꾸 길어진다. 소녀는 달과 강물을 따라 걷고, 달과 강물은 거꾸로 길어진 소녀를 따라간다. 소녀를 따라가는 달과 강물, 그리고 꽃도 소녀가 길어진 만큼 길어진다. 소녀가 길어졌다는 것은 소녀가 이미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너무 멀리 와 버렸다는 뜻이다. 장석주 시인
  • [이주의 어린이 책] 남편 챙기랴 아이 돌보랴 씩씩한 ‘불곰’이 된 엄마

    [이주의 어린이 책] 남편 챙기랴 아이 돌보랴 씩씩한 ‘불곰’이 된 엄마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허은미 글·김진화 그림/여유당/36쪽/1만 3000원엄마도 처음부터 엄마였던 건 아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딸이자 학창 시절에는 누구보다 꿈 많았을 소녀는 순식간에 엄마가 되었다. 남편 챙기랴 아이들 돌보랴 가족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자신도 모르게 ‘불곰’이 될지는 더욱 몰랐을 것이다. 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세상 어떤 것도 무서울 것이 없는, 그래서 늘 당차고 씩씩한 불곰 말이다.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를 쓰고 그린 허은미 작가와 김진화 화가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이 그림책은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워킹맘의 일상과 애환을 수채 물감과 콜라주, 판화 기법으로 실감 나게 표현했다. 겉으론 사나워 보이는 불곰의 탈을 쓰고 생활 속 숱한 전쟁을 견뎌내는 엄마의 내면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이가 본 엄마는 화가 나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고 아침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집안을 들었다 놨다 한다. “엄마는 해가 뜨면 거죽을 벗고 사람이 되었다가 밤이 되면 다시 불곰이 된다”는 아빠의 장난 섞인 거짓말은 그래서 그럴싸하게 들린다. 불곰이 된 엄마가 아빠를 잡아가는 상상에 잠 못 이루던 아이는 외할머니댁에서 우연히 본 엄마 사진을 보고 더 놀란다. “우리 엄마도 이렇게 예쁠 때가 다 있었구나.” 외할머니는 꽃같이 곱고, 잘 웃던 엄마가 우리를 먹여살리느라 이렇게 변했다고 한다. 아이는 그 말에 비로소 생각한다. 엄마가 매일같이 일터에서 겪어야 하는 고된 하루를. 세파에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을. 불 같은 엄마의 마음속 한편에도 낭만적인 꿈이 자리잡고 있음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KBS 신임 사장 후보자 13명 지원

    KBS 신임 사장 후보자 공모에 13명이 지원했다. KBS 이사회 사무국은 9일 오후 KBS 사장 후보자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원자는 고도원 아침편지 문화재단 이사장, 김성환 전 KBS미디어 이사, 김영신 전 KBS 정책기획센터장, 김철수 전 KBS인터넷 사장, 남성우 전 KBS 편성본부장, 박동영 전 KBS 이사, 양승동 KBS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임병걸 KBS 해설위원, 장경수 동아방송예술대 객원교수, 정순길 전 KBS 춘천방송총국장, 정필모 KBS 기자 등이다. KBS 이사회는 오는 20일 열리는 임시이사회에서 후보자를 압축해 면접 대상자를 선발한 뒤 24일 후보자 정책발표회와 사장후보평가시민자문단(이하 시민자문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최종 후보자는 26일 이사회 면접 뒤 표결을 통해 확정된다. KBS 사장은 이사회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신임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22일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11월 23일까지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오늘 미세먼지 ‘나쁨’… 내일부터 ‘올림픽 한파’

    주말인 10일은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평창 지역을 비롯해 전국이 대체로 흐린 날씨를 보일 전망이다. 경기 동부와 강원 영서 지역에는 새벽부터 아침 사이에 눈발이 날릴 것으로 예상됐다. 평창 지역 역시 오전 한때 눈이 약하게 내리다가 하루 종일 흐린 날씨를 보이겠다. 주춤했던 한파는 11일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기상청은 9일 “10일은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하는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흐리고 중부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눈이 날리겠으며 폭설이 지속됐던 제주도는 오후 늦게까지 5~1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10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3~4도, 낮 최고기온은 1~9도로 예견됐다. 서울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1도로 지난달 18일(0.3도) 이후 23일 만에 영상권을 회복한다. 평창의 10일 아침 최저기온은 전날보다 7~8도 정도 오른 영하 3도, 낮 기온은 영상 3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11일은 다시 아침 기온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지고 이런 추운 날씨는 화요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10일 오후부터 북쪽의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다음주 초까지는 다시 쌀쌀한 날씨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중국 내몽골지역에서 발생한 황사가 북서기류를 타고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고 있어서 10일에는 옅은 황사와 함께 중국발 대기오염물질까지 겹쳐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단계를 보이겠다. 그러나 11일에는 국내 대기순환이 원활하고 중국발 대기오염물질도 적게 유입돼 전국이 ‘보통’ 단계를 보일 것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전망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첫 공연 마친 北예술단 10일 오전 서울 이동, 11일 국립중앙극장서 공연하고 12일 귀환

    첫 공연 마친 北예술단 10일 오전 서울 이동, 11일 국립중앙극장서 공연하고 12일 귀환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 강원 강릉에서 첫 공연을 가진 북한 예술단은 9일 동해 묵호항에 정박 중인 만경봉 92호에서 휴식을 취한 뒤 10일 서울로 이동한다. 북한 예술단은 11일 오후 7시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통일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 공연’을 하고 12일 귀환할 예정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9일 “북한 예술단 기술진은 오늘 아침 9시 40분쯤 서울로 출발했다”면서 “기술진 선발대가 무대 설치 등 작업을 하고 예술단 본진은 오늘 선내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예술단 본진은 내일 오전 서울로 이동해 오후에 국립극장에서 리허설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만경봉 92호는 예술단 본진이 떠나고 나서 출항시간이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16년 만에 열린 북한 예술단의 첫 방남 공연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관객들도 좋은 반응을 보였다. 특히 북한 예술단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J에게’ 등 남측 가요를 부를 때는 따라부르는 관객들도 나왔다. 또 체제 선전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북측 노래에 대해서는 남측과 협의를 거쳐 공연 내용에서 빼거나 가사를 고쳐 부르는 등 유연한 모습도 보였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끈 모란봉악단이 2015년 12월 첫 해외 공연을 위해 찾은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 내용을 두고 갈등을 빚어 공연을 전격 취소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 단장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남측 주요 인사를 영접하고 추 대표 옆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중 현 단장은 추 대표에게 “공연이 마음에 드는가” 하고 먼저 물었고, 추 대표가 “세련된 공연”이라고 평가하자 “고맙다. 정말 잘하는가” 하고 다시 묻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북한 예술단의 공연과 선수단 입촌식을 9일 보도하며 공연 소식을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예술단이 제23차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 개막을 앞두고 8일 남조선 강릉에서 축하공연의 첫 막을 올리었다”면서 “공연장소는 우리 예술단의 축하공연을 보기 위해 남녘의 곳곳에서 모여온 수많은 관람자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무대에 올린 공연 내용을 설명하면서 “우리 예술인들은 여러 곡의 남조선 노래들도 무대에 올렸다”고 보도했지만, 곡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민족적 색채가 짙고 특색있는 예술의 세계에 심취된 관중들은 종목이 바뀔 때마다 환호를 올리고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내면서 흥분된 심정을 금치 못해 하였다”면서 “출연자들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분열의 비극을 하루빨리 끝장내고 조국 통일을 앞당겨올 겨례의 의지를 반영한 여성 3중창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 종곡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로 공연 마감을 장식하였다”고 보도했다. 한편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북한 예술단의 한국 공연에서 ‘독도’가 노래 가사로 등장한 것에 대해 “북한이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한다”고 9일 불만을 표했다.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예술단이 공연 중 ‘독도도 우리 조국’이라는 가사가 나온 것과 관련해 “북한이 올림픽을 지독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예술단은 공연 중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라는 노래의 가사 중 ‘제주도 한라산도 우리 조국’이라는 부분을 ‘한라산도 독도도 우리 조국’으로 바꿔 불렀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효리네 민박2’ 비장의 무기 노천탕 첫 개시..이효리-윤아 ‘흥 폭발’

    ‘효리네 민박2’ 비장의 무기 노천탕 첫 개시..이효리-윤아 ‘흥 폭발’

    JTBC ‘효리네 민박2’에서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겨울 민박의 야심작으로 준비한 ‘노천탕’이 드디어 개시된다.이효리, 이상순 부부와 직원 윤아는 노천탕을 이용하게 된 첫 손님들을 위해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며 특별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부부는 노천탕에 쌓인 눈을 깨끗이 쓸고 닦아냈고, 윤아는 손님들의 피부 미용을 위해 온수에 약초 주머니를 넣었다. 또한 이효리와 윤아는 노천탕 앞에 쌓여있는 장작더미에 손수 아기자기한 그림을 그리며 노천 목욕탕을 이용하는 손님들을 위한 볼거리를 더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손님들의 취향을 저격한 이상순의 음악 선곡으로 한층 달아오른 민박집의 모습도 공개된다. 윤아는 10년 차 걸그룹답게 음악에 맞춰 최신 걸그룹 댄스를 선보였고 윤아로 인해 이효리, 이상순 부부도 흥을 감추지 못하고 댄스에 동참했다. 한편 손님들이 노천탕을 이용하는 동안 이효리, 이상순, 윤아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세 사람은 충격적인(?) 비주얼의 사진으로 웃음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손님들이 반한 겨울 노천탕의 모습은 2월 11일 일요일 밤 9시에 방송되는 JTBC ‘효리네 민박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사랑이자 아픔이었던 베컴이에게

    [김유민의 노견일기] 사랑이자 아픔이었던 베컴이에게

    만 14년을 내 발목을 붙잡던 녀석이 떠났다. 더운 날은 더워서 추운 날은 추워서 기다리고 있을 모습이 걱정돼 발걸음을 재촉하게 하던 베컴이. 떠올리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었는지. 떠난 뒤 밀려올 눈물과 아쉬움, 그리움이 두려워질 정도의 긴 시간들이었다.젖도 못 떼고 온 꼬물이가 자라서 강아지가 되고 어느새 깜짝 놀랄 정도로 늠름한 모습을 보여줬다. 높은 곳에서 위험하게 뛰어내리기도 했었지만.. 무척 건강해 늘 기특해했더니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보다. 다시 아가처럼 약해지고 숨차고 힘들어하던 네 모습에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조용히 한 내 말을 듣고 정말로 그렇게 홀연히 떠나버린 녀석. “너무 힘들면 보는 엄마도 아프니까 자면서 갈래... 우리 베컴이, 사랑하는 베컴이.” 너무 차고 맑은 아침. 한 달만 있으면 만으로도 14년인데. 네가 준 수 만 가지 행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작은 몸짓 하나하나 눈에 밟히고 아른거리는데, 하늘에서 다른 엄마아빠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우리가 너무 오래 붙들고 있어서 이제야 왔다고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걸까. 새해가 되자마자 급히 가버린 베컴아. 남은 우리는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세상에서 너를 기억하며 아파하고 있어.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면 조금씩 옅어지겠지. 네가 우리에게 준 행복과 사랑만은 잊지 않고 기억할게. 너도 이 세상에서 우리와 살았던 시간들을 좋았다고 기억해주라.정말 고맙고 또 고마웠어. 네가 우리에게 선물한 14년이란 시간. 천사 같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온 너는 작고 예쁘고 씩씩했고 고집도 셌고 애교도 많았지. 베컴아, 네가 얼마나 소중한 엄마의 애기이자 단짝이자...마지막엔 아픔이었는지 몰라. 억지로 잊으려하지 않고 서서히 잊어볼게. - 2018년 1월 18일 늦은 10시 30분. 베컴이는 떠났다. 맑고 쨍한 추위 속에 다음날 아침 9시 정말로 연기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그날 오후 호수공원에는 커다란 해가 지고 있었고 우리는 하늘에 대고 “베컴아, 잘가~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라고 작게 소리치며 하늘에서 보고있을 것만 같은 녀석에게 손흔들어 인사했다. 채워지지않는 빈자리는 공허와 아쉬움, 보고픔이 자리잡았다. 이제 생각날 때마다 편지를 쓰려한다. 적막한 집안에서 아주 지겨워질 때까지. - 베컴이 엄마의 편지로부터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 ‘멋’ 올림픽…한옥마을 일출ㆍ설화 품은 월화정 ‘금메달감’

    ‘멋’ 올림픽…한옥마을 일출ㆍ설화 품은 월화정 ‘금메달감’

    #둘째날 평창 대관령면 횡계리에 들어서자 비로소 올림픽 분위기가 풍겼다. 과거 슬럼 같았던 동네 이목구비가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다. 천변 황태덕장 자리에 올림픽 개폐회식장이 들어섰고 상가들은 하나같이 반듯하게 치장됐다. 조직위 차량도 넘쳐났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자 제법 체증이 생겼다. 개막을 나흘 앞두고도 이런데 대회 기간 차를 갖고 들어가면 옴짝달싹 못할 것 같았다. 황태회관은 이곳에서 가장 큰 식당 중 하나다. 아침부터 황태가스를 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한단다. 황태구이가 1만 3000원, 황태가스는 1만 8000원이다. 황태가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한 평창 메뉴 개발 훨씬 전부터 이 집에서 만들어낸 메뉴라고 했다. 처음엔 새로운 맛이네 싶었는데 조금 먹으니 물리고 오히려 늘 먹던 황태구이가 훨씬 우리 입맛에 맞다는 진리를 절감하게 만들었다. 외국인에게 황태의 매력을 맛보게 하기 위한 메뉴란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줘야 하나 망설여졌고, 너무 비쌌다. 또 하나 이 가게의 아쉬운 점은 중국과 동남아 출신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괜히 테이블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며 자기들끼리 수다 떨거나 손님을 보며 괜히 웃어대는 것이었다.그 뒤 대관령 산신을 만나러 갔다. 옛 대관령휴게소를 통해 선자령 오르는 길로 2㎞ 정도 지나니 굿당이라 깎아내림당하는 대관령국사성황사가 나온다. 신라 때 범일 국사를 대관령 산신으로 모셔 강릉 단오제를 지내는 곳이다. 칼바람이 장난 아닌데 실제로 굿이 진행 중이었다. 누군가의 비원이 어떤 이승의 악업을 풀기 위해 저렇듯 간절할까 궁금해졌다. 선자령 오르며 늘 다니던 길을 이번 평창 대회를 맞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됐다. 다시 횡계로 돌아와 부추탕수육으로 유명한 진태원에 들렀다. 대기명단에 전화번호를 적어두면 자리가 빌 때쯤 연락하는데 5분 지체되면 다음 팀으로 넘어가니 자동차 등에서 대기하다 얼른 뛰어가야 한다. 대기 명단 적을 때 처량했던 느낌과 달리 안에 들어가니 여유가 넘쳐난다. 혼밥을 드는 이도 있었다. 탕수육은 인터넷에서 봤던 것보다 부추와 양배추 양이 적었다. 그저 이 추운 고장에서 색다름을 즐기는 정도였고 짬뽕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황태덕장도 둘러보니 평창에는 더이상 가볼 데가 없어 오후에 강릉 다녀온 뒤(뒤에 나온다) 다시 평창한우타운으로 넘어왔다. 널찍한 주차장이 단체 손님을 많이 받는 집이란 걸 말해 준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 옆 식당으로 넘어가 구워 먹는 시스템이다. 한우 채끝과 안심은 1등급, 등심은 1등급 투플러스를 한 팩씩 담고 명이나물을 얹었더니 8만원이 조금 안 됐다. 식당은 테이블 간격이 널찍해 가족 단위로 한우를 즐기기에 최적이었다. 종업원들은 친절하고 잘 교육받은 느낌이었다. 자녀 둘을 데리고 온 부부가 판을 다섯 차례나 손수 교체하는 것을 보며 우리는 한 번도 갈지 않고 구워 먹었다. 강릉 일정 마치고 귀경 길에 다시 들러 고기만 사들고 집에 들고올 정도였다면 설명이 되겠는가?#셋째날 강릉 체육기자들 사이에선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이득을 보는 건 평창보다 강릉일 것이란 얘기가 많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잊은 옛 도시의 정취와 유적들을 돌아보는 쏠쏠한 재미를 안기기 때문이다. 둘째 날 오후 강릉대도호부관아와 임영관을 찾았다. 관아는 전남 나주목아와 거의 비슷한 느낌이다. 임영관은 지방에 부임한 관리들이 묵고 궁궐을 향해 망궐례를 올리던 곳인데 젊은이들이 찾는 월화거리나 중앙시장에서도 가까워 둘러볼 만하다. 상당히 큰 규모의 유적이 비교적 잘 보전돼 놀라웠다. 다음날 월화정에서 바라보니 이곳에 이들 관청을 세운 이유가 또렷했다. 대관령 옛길 근처 성산면 보광리의 김주원 묘를 찾았다. 김주원은 신라 태종무열왕의 6세손으로 왕위계승 회의에 물난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왕에 오르지 못했고 나중에 다시 기회를 만났으나 물리쳐 명주(강릉의 옛 지명)군왕으로 봉해졌던 강릉김씨의 시조다. 산 중턱에 있지만 진입로도 잘 닦여 있고 마을버스 종점이기도 했다. 김주원의 무덤은 크고 웅장하지만 입지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아들 헌창과 손자 범문의 반란 실패로 제대로 장례를 치를 여력이 없었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대관령박물관에 들렀다. 수요일 휴관하는 점이 색달랐다. 일인당 1000원인 입장권을 받는데 강릉과 대관령 사는 이들만의 특색 있는 컬렉션을 기대한 이들에겐 실망을 안겨줬다. 홍귀숙이란 분이 평생 모은 유물을 기증해 2003년 세워졌다. 대관령 옛길을 지나가다 망중한을 즐기는 정도의 의미랄까?횡계에서 한우를 먹고 다시 강릉으로 넘어와 오죽한옥마을에서 잠을 청했다. 보급형은 10만원을 받았는데 깔끔한 객실에 무엇보다 따듯한 난방이 만족스러웠다. 주중에 5만원 받는, 사무실 2층 숙소도 괜찮겠다 싶었다. 경내를 산책하다 솔숲 위로 삐죽 솟아나는 일출의 영향으로 한옥이 붉게 물드는 색다른 재미도 만끽할 수 있었다.초당순두부마을이 멀지 않아 늘 가던 할머니순두부집을 찾았다. 앞의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롭게 건물을 올렸는데 웬일인지 순두부를 미지근하게 내와 감동을 덜었다. 월화정에 들렀다. 신라 때 연화부인이 물고기를 길렀는데 그 물고기가 김무월랑(金無月郞)에게 편지를 전해줘 사랑을 이뤘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옛 동해북부선 철길 옆에 있었는데 1961년에 철거된 것을 2004년 강릉김씨 대종회가 명주군왕 김주원의 뜻을 좇아 관리하고 있다. 옛 철교 대신 들어선 인도교(중간에 아래가 훤히 보이는 유리 구간도 있다)를 걸어 중간에 이르니 왼쪽 고루포기산부터 선자령까지, 남대천, 강릉 전경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인도교를 내려가니 월화거리가 쫙 전개되고 성남중앙시장 상인들이 장사 준비에 분주하다. 들은 게 있어 꽈배기하는 곳 어디냐고 물었더니 상인들이 아래 좌판을 가리킨다. 과메기다. 수십 번 꽈배기라고 외쳤으나 그들은 과메기라고 받아친다. 어허 이런.월화거리 오른편 현대식 먹거리 가게들이 공사 막바지에 열중하고 있다. 왜 진즉 하지 않고 그러고 보니 인도교 초입 벤치에 앉은 여인 조각도 야릇하다. 성희롱을 조장하는 것 같다. 여인이 왼쪽을 돌아보는데 곁에 남자가 앉아 고개를 돌리면 그럴듯한 사진이 된다고 만든 것 같았다. 어허 참. 바로방 제과점을 찾았는데 이제 막 기름솥에 불을 붙였다. 오전 9시 40분인데 영업은 10시 30분부터란다. 길 건너편 목욕탕 주차장에 차를 댔는데 앞에 퇴락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올드록 하우스 범핑이란 가게인데 늦은 밤 맥주 홀짝이기 좋은 곳으로 여겨졌다.언제부터 이렇게 커피홀릭이 됐나 싶은 대한민국, 커피문화의 성지로 여겨지는 강릉의 모태 격인 테라로사를 가기 전 반드시 여러분에게 둘러보라고 권할 곳에 갔다. 굴산사지. 신라 때 절터인데 높이 5.3m의 당간지주가 태백산맥을 발아래 두고 버티고 서 있다. 당간지주란 절 입구에 깃발을 꽂던 돌기둥인데 이토록 큰 것이 있었나 싶고 강릉 사람들의 기개를 엿볼 수 있었다. 신라 유물은 모두 아담했는데 여기는 고구려인의 기상을 닮은 듯 웅대하다. 굴산사지는 요즘 감각으로 봐도 정말 컸던 것 같다. 조금 들어가면 옛 절터에 부도가 서 있다. 대관령 국사성황사에 산신이 돼 모셔진 범일 국사 것이라고 한다. 강릉 가면 늘 들르는 테라로사에서 커피와 치즈케이크를 맛본 뒤 바로방 들러 야채빵에 고로케, 도넛을 샀다. 두 팀 앞세우고 샀는데 뒤로 어느새 10명 이상 긴 줄이 서 있다. 꽈배기는 오후 3시쯤 나온다고 해 포기했다. 점심은 강릉의 마지막 식사답게 생선찜으로 채웠다. 이모네생선찜에서 가오리로 많은 생선을 덮어씌운 생선모둠찜을 시켰다. 둘이면 소자도 충분하다는데 사진 때문에 중자를 시켰더니 양이 장난 아니다. 생선에 간을 전혀 안 해 국물에 자기가 원하는 만큼 적셔 먹는다. 아주 맛있지는 않지만 가족 나들이로 찾기 좋은 곳이었다.오죽헌 근처 녹색체험센터에서 열리는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악의 사전을 보러 갔다. 제목도 괴상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성조기 등 선진 8개국(G8)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작품이 손님을 맞는다. 뜨악했으나 한 시간 정도 둘러본 총평은 올림픽 보러 온 김에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소감이었다. 특히 난민 배에 올랐다가 헬리콥터에 구조되는 가상현실(VR)이 인상적이었다. 오죽헌에서 개최하는 ‘강릉에서 한국의 미를 읽다’ 전시회는 강릉만의 특색 있는 아름다움이 뭐 없나 눈을 까뒤집고 찾는 우리를 여전히 실망시켰다. 솔향수목원에서 해가 진 뒤 시작하는 ‘미디어아트쇼 청산별곡’을 보러 갔다. 진입로 안내부터 안전 교육까지 세세하게 관람객 편의를 돕고 추운 날씨에도 마음을 다해 안내 해설을 하는 이들이 감명 깊었다. 한 시간 정도 계곡과 숲을 오르내리며 인공 빛으로 뭔가 스토리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심지어 산 중턱에 인공 달을 만들어 비추기까지 했다. 하지만 차라리 30초라도 불과 빛을 완전히 끄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게 더 좋지 않았겠나 생각했다. #나가며 기름값 15만원어치를 써가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평창과 정선, 강릉만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찾으려 했다. 만족스러운 것도 있었고 ‘왜 이렇게밖에’ 싶은 구석도 한둘이 아니었다. 올림픽을 치른다고 확 바뀌지 않을 것이란 새삼스러운 진실도 마주했다. 많은 것이 바뀌고 새로워져야 한다. 그러자면 시설이나 인프라보다 역시 사람이 먼저다. 그걸 2박 3일 동안 절감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2년 동안 생면부지 노부부 무료로 병원 데려다 준 택시기사

    중국의 한 택시 운전사가 2년 동안 무료로 노부부를 병원으로 모셔다 드리는 선행을 베풀어 화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8일(현지시간)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한 택시회사에서 운전사로 일하는 구 첸밍의 사연을 소개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첸밍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 6시 30분에 손님을 받지 않는다. 휠체어를 탄 60대 남성 두 화이지에와 그의 아내 구오 리를 병원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서다. 그는 오전 11시쯤에 병원으로 돌아와 신장 투석을 받은 화이지에와 아내를 집으로 다시 데려다준다. 세 사람의 인연은 2016년 음력 설 연휴부터 시작됐다. 당시 부부는 병원으로 가기 위해 추위 속에서 30분 넘게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택시를 잡기가 너무도 힘들었고,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는 법이나 택시비 지불 방식에 능숙하지 않았다. 그런 부부 앞에 멈춰 선 사람이 바로 첸밍이었다. 그는 안쓰러운 마음에 부부에게 택시비를 받지 않았고, 그 이후로 일주일에 두 번 자진해서 그들을 병원으로 모시고 있다. 첸밍은 “나도 당뇨를 갖고 있어서 일주일에 세 번 인슐린을 직접 주입한다. 환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어서 부부의 어려움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항상 첸밍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지만 그는 항상 거절한다. 감사 표시로 회사에 선물을 보내려해도 주소를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감사하단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고마워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제천 화재 참사 유족의 절규 들어준 판사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를 지켜보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8일 오전 10시쯤 청주지법 제천지원 2호 법정. 지난해 12월 21일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희생된 사고와 관련해 구속기소된 스포츠센터 건물주 이모(54)씨에 대한 첫 공판을 참관하려는 방청객들이 30여개 좌석을 가득 메웠다. 그중에는 이번 참사로 가족을 잃은 민모(57)씨와 김모(43)씨의 모습도 보였다. 영하 14도의 매서운 한파를 뚫고 참석한 두 사람은 점퍼 차림에 수염이 덥수룩했다. 10시 10분 신현일 재판장의 호출로 카키색 수의를 입은 이씨가 고개를 숙인 채 법정에 들어와 피고인석에 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씨가 서울의 명문대 입학을 앞두고 이번 화재로 숨진 딸이 생각나는 듯 눈을 감았다. 재판장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고 묻자 이씨는 작은 목소리로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검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적시된 이씨의 공소장을 읽어 내려가자 방청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밀폐된 공간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숨져 간 희생자들의 고통이 법정을 오열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재판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이씨는 “나중에 답하겠다”고 했고, 첫 공판은 그대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재판장이 방청석을 향해 “이 사건 피해자 가족 중 하실 말씀이 있는 분은 하시라”며 이례적으로 발언권을 줬다. 민씨가 일어나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니와 여동생, 조카를 한꺼번에 잃은 유족입니다. 29명이 사망하는 엄청난 참사를 일으킨 건물주를 엄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없는 죄를 있게 해 달라는 게 아니라 책임이 있는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처벌을 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망하신 29명의 영혼이 자유롭게 저세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씨의 절규를 듣고 잠시 침묵하던 재판장은 “유족들은 공소장을 열람할 수 있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도 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재판을 끝냈다. 법원을 나서는 두 유족의 허름한 몸으로 영하의 칼바람이 다시 휘몰아쳤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시간 때 추위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시간 때 추위는?

    평창올림픽 개막식 시간에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의 추위는 어느 정도 될까.9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영하 6도 가량이 예상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이날 오후 8시부터 공식 개막식을 가진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번 개막식은 지붕이 없는 경기장에서 열리기에 추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날 오전 5시 기준으로 발표된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개막식이 열리는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평창의 날씨는 영하 6도 내외로 예상된다. 아침 시간대에는 영하 12도인 것에 비해서는 그나마 좀 나은 상황이다. 평창동계 올림픽 개막식 시간에 맞춰 조금이라도 온도가 따뜻해질지 관심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맛’ 올림픽…깔끔 담백 꺾지 매운탕ㆍ두툼한 송어회 ‘국대급 맛’

    ‘맛’ 올림픽…깔끔 담백 꺾지 매운탕ㆍ두툼한 송어회 ‘국대급 맛’

    평창동계올림픽 경기를 보러 가는 이들에겐 경기를 재미있고 무엇보다 따듯하게 보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경기 앞뒤로 어디로 가 뭘 먹고 어디에서 무엇을 즐기느냐도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일이다. 세상은 넓고 가볼 데는 많다고 되뇌는 후배와, 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다고 답해 주는 선배가 함께 2박 3일 강원 평창과 정선, 강릉을 돌아봤다. 경기장 근처 유명하다는 음식, 가봐야 할 곳들을 찾았다. 객관적으로 재량하기보다 이렇게 동선을 짜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 솔직히 제멋대로 잡았다. 딱딱한 문화 정보 안내와 틀에 갇힌 메뉴 소개를 멀리하고 실수와 착각, 우연한 인연까지 담아 본다. 그게 여행이 주는 진짜 즐거움이니 말이다. #첫날 평창과 정선 4일 오전 9시쯤 평창군청 앞 올림픽 대종(大鐘)을 마주했다. 아침 햇살 속에 대종은 금방이라도 고고성을 평창읍에 울려 퍼뜨릴 것 같았다. 그러나 푸욱 웃음이 터졌다. 대종 제작에 6억원, 누각 꾸미는 데 1억 7000만원이 들었다는 안내 글 때문이었다. 할 말을 잃었다. 헛헛한 마음을 무엇으로 달래나, 일요일 아침인데 올림픽시장 가게들은 문을 열었을까 싶었는데 별 걱정을 다했다. 영하 15도는 족히 될 법한 날씨인데도 벌써 서너 집이 문을 열어 추운 기색 하나 없는 할머니들이 메밀전 등을 부치고 있었다. 메밀모둠 중자와 만둣국을 주문했는데 모둠의 양이 푸짐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만둣국엔 수수와 조를 넣은 콩밥을 반 공기쯤 주는데 조리대 너머 공기 건네며 일요일 이른 아침 찾아온 이들의 사연을 살피는 마음씨가 새롭다.메밀모둠보다 강렬했던 것이 알타리무와 배추김치였다. 아삭거리는 식감이 압권이었고 단맛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설탕 넣은 것 아니냐는, 실례되는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당연히 그럴 리 없다고 했다. 배를 채우고 커피를 마시며 후배가 짠 동선에 일대 수정을 가했다. 지도를 펴 보니 후배가 대단한 착각을 했다는 게 확연해졌다. 올림픽시장이 있는 평창읍은 개회식과 스키점프 경기가 열리는 대관령면 횡계리와 40분 이상 떨어진 곳인데 이곳을 여행 기점으로 잡은 것부터가 문제였다.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봉평면 태기리 보광휘닉스파크에서도 자동차로 30분 걸리니 봉평 식당들에서 느낄 맛을 굳이 올림픽시장 찾아 볼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또 곧바로 횡계 올라가는 것보다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 주변을 둘러보고 그곳에서 자고 다음날 횡계로 올라가는 것이 합리적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동선을 수정한 뒤 평창군 방림면 마을도서관을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일요일 오전 10시가 넘었는데도 면사무소와 나란히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나날이 그 의미가 퇴색하는 마을 공동체에 대한 염원과 기억들을 소환하고 싶은 우리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점심은 정선 가는 국도 변 시골가든에서 잡고기매운탕으로 했다. 손님은 단 한 테이블이라 불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게 안에는 ‘전국노래자랑’ 트로트 노래만 가득했고 난로 위에는 정체불명의 시커먼 고기가 앉혀 있었다. 테이블 위에 탄 것 같은 햄 두 조각을 비롯해 밑반찬들이 젓가락질을 하고 싶은 생각을 차버렸다. 그런데 말이다, 이 집 반전이다. 매운탕이 A급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1급수 어종인 꺾지까지 넣은 매운탕이었다. 고추장을 네 숟가락은 퍼넣었음 직한 국물은 무슨 조화인지 묵직하지 않고 깔끔하고 담백했다. 감자를 이렇게 많이 넣은 매운탕도 찾기 힘들 것 같았다. 소자를 시켰는데도 양이 장난 아니다. 감자 맛도 일품이었다. 묵직해진 배를 이끌고 아리랑박물관을 둘러봤다. 아리랑이 이렇게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일깨워 주는 레코드며 잡지, 신문 기사 등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어 볼만했다. ‘대지’의 작가 펄 벅이 아리랑을 주제로 책을 낸 것이나 미국의 재즈 싱어 냇 킹 콜이나 프랜시스 레이 악단 등이 연주한 아리랑을 헤드폰으로 들을 수도 있었다. 일인당 2000원씩 입장료를 내고 정선 문화상품권 1000원짜리 네 장을 돌려줘 정선시장 가서 쓰면 된다고 하니 그것도 횡재한 것 같은 기분을 안겼다. 근처 정선 문화예술센터에서는 A팝 공연이 열린다며 중고생들이 분주히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회 개막을 닷새 앞둔 날 정선읍 풍경은 올림픽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천변 아파트 여러 가구에 여러 나라 국기가 게양돼 펄럭이고, 다리 위나 주요 도로에 펄럭이는 대회 홍보 배너만이 펄럭이고 있었다. 축제를 앞둔 흥청거림은 체감되지 않았다. 우리는 농악패라도 오일장 거리를 휘저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대회 개막하면 몰아서 하려나 보다 생각하고 말았다. 문화상품권에다 약간의 현금을 더해 회동집 들러 올챙이국수와 수수부꾸미를 먹었다. 정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했던 이곳의 선조들의 애환에 공감하지 못하고 뭔가를 씹어 보려 하면 그냥 목구멍으로 쑥 넘어가 버리는 맛의 허무함을 절절히 느끼며 헛웃음을 삼켰다. 하릴없어진 우리는 산삼봉표를 찾으러 갔다. 세상에나, 중국에 조공을 바치려는 조정의 안간힘으로 함부로 산삼 캐가지 말라고 봉표를 붙여놓은 게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 근처에 있다고 했다. 가리왕산 휴양림 가면 볼 수 있겠다 싶어 30여분을 달려갔는데 휴양림 직원들은 모르겠다고 도리질을 해댄다. 길도 안 좋고 눈도 제법 쌓여 있을 것이며 어스름이 찾아드니 포기할 수밖에. 휴양림을 나오니 아가씨 한 명이 걸어간다. 읍내 버스터미널 앞까지 태워 줬다. 대회 의전 일을 돕는다고 했는데 휴양림 숙소에 먹을 게 없어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혼자 묵는 게 아닐 텐데 왜 혼자 길을 떠난 것일까 궁금했다. 이곳에 존재하지도 않는 듯한 문화의 그림자를 찾겠다며 인터넷에서 조그만 실마리를 잡았다. 산골다방 오월, 뭔가 우리가 찾는 문화의 원형질이 꿈틀거릴 것 같았다. 다시 차를 몰아 매운탕 먹었던 길로 접어들어 구절리역 근처로 향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분명 이곳이 산골다방 오월이라고 가리키는데 찾을 수가 없다. 서너 바퀴를 돌다 나중에는 차에서 내려 직접 골목을 쑤셔 다녔다. 국숫집 외관이 똑 커피 가게의 그곳이다. 내비도 정확히 그 집을 목적지로 가리켰다. 얼마 전 폐업하고 국숫집으로 전향했는데 그나마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았다. 이제는 열차도 다니지 않는 구절리역 구내와 역전은 마치 서부극 무대처럼 쓸쓸했다. 근처 사람들로 북적이는 커피숍이 딱 하나 눈에 띄어 계단을 올라 창문 너머 들여다보니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커피 한잔 마실 공간이 없구나 싶었다. 정선에서 곤드레나물밥 말고 다른 특색 있는 것을 먹어 보려고 인터넷을 뒤졌고, 고향이 이 근처인 회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지만 결론은 곤드레밖에 없었다. 다른 집은 문을 닫아 산마실에 들어가 정식 둘을 시켰다. 점심을 든든히 먹은 터라 들어갈 곳이 없겠다 싶었는데 밥이 술술 들어가는 게 신기했다. 되직한 강된장도 맛있었고, 심심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도토리묵무침, 약간 태운 듯해 구수하게 나온 누룽지 숭늉을 게눈 감추듯 먹었다. 널찍하면서도 편안한 가게 풍경, 그림과 글씨 족편들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여관 잡는 게 신기할 정도로 어렵지 않았다. 여주인들이 퉁명한 점만 빼고는 여느 도시의 여느 모텔과 마찬가지인 표준화된 객실을 5만원에, 둘 중 조금 나중에 지어진 듯한 곳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저녁을 먹은 뒤 송어회를 야밤의 메뉴로 정했다. 산마실 바로 맞은편인데 횟값으로 1만 3000원만 받는단다. 왜 이렇게 싸요 했더니 몸소 양어장을 해서란다. 테이블 없이 포장 판매만 한다. 유들유들한 주인장은 흥정 솜씨가 기차다. 메뉴판에는 비빔야채 등을 다 합해도 1만 9000원이면 되는데 우리는 배춧잎 두 장을 건네고 말았다. 모텔에 돌아와 송어회를 놓고 잔을 기울였다. 이렇게 배가 부른데 이렇게 송어회가 맛있다니, 과거 송어회 좀 한다는 식당 가서 먹어본 것보다 훨씬, 더더더 맛있다. 350g인데 보통 일회용 용기에 얼음 깔고 제법 두툼하게 네 줄로 깔고 가장 맛있다는 배바짓살 몇 점을 올려놓아 푸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다음날 아침 속이 편한 게 또 신기했다. 술도 식사도 제법 해치웠고 송어회 양도 장난 아니었는데 좋은 공기 덕인지 개운했다. 모텔을 오전 7시 30분쯤 나와 어디 편의점 가서 커피라도 마셨으면 하고 42번 국도를 다시 타 진부 나들목으로 향했다. 갑자기 도로 왼편에 샬레풍의 건물이 눈에 띄어 차를 돌렸다. 카페 아르미스, ‘로미지안 수목원’의 전초 기지 같은 곳인데 집을 앉힌 모양새나 인테리어가 고급스럽다. 편백 향이 은은한 가운데 음악 들으며 책 읽기 딱 좋았다. 주인장 손진익(78) 엘베스트 그룹 회장의 지독한 아내 사랑이 만들어낸 치유의 공간이었다(조만간 서울신문 사람들 란에 인터뷰를 게재할 예정이다). 정선에서 커피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느낌에 우리는 만세 삼창이라도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낭떠러지 2030에게 안전모라도…

    낭떠러지 2030에게 안전모라도…

    아침에만 잠깐 볕이 드는 반지하 원룸에 사는 스물아홉 살 취업준비생 선아. 매일 아침 8시 선아는 윗집 차가 시동을 거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면접을 보러 간 회사에서 면접관들은 “졸업한 지가 꽤 됐네요”, “그동안 뭘 했지요?”, “결혼은…?”이라고 물어온다. 선아는 속으로 되묻는다. “세상은 많은 것을 묻는데 과연 정답이 있는 걸까.”문인혜(27) 작가의 그림책 ‘선아’는 특정한 정답만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하루하루 낭떠러지를 밟는 심정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애환을 그렸다. ‘N포 세대’, ‘열정페이’, ‘헬조선’, ‘금수저·흙수저’ 등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시대, 수많은 ‘선아’들은 잘못도 없는데 그저 불안하다. 선아는 버스에 오르다 한 청년의 거친 몸짓에 넘어지지만 항의 한 번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도중 화내는 손님 앞에서도 아무 말 없이 머리를 조아릴 뿐이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듯 고단한 하루를 보낸 선아가 집에 오는 길에 우연히 집어 든 것은 공사장에 뒹구는 노란색 안전모. ‘살아남고 싶어서’ 안전모를 쓴 선아를 보고 있자면 ‘선아’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 줄 ‘사회적 안전모’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경험을 담아 이 책을 쓰고 그린 문 작가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으로 그렸는데 만들고 나니 나의 이야기였다”면서 “불안한 세상을 사는 모든 선아들이 공감하고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 책으로 지난해 영국 일러스트레이션협회(AOI)에서 여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어워즈’의 그림책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출판사 이야기꽃은 이 책이 지닌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달 인터넷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후원해 준 이들에게는 책과 함께 노란색 안전모 스티커와 배지, 포스트잇을 증정한다. 출판사는 향후 청년 실업과 복지 문제를 다루는 ‘청년 정책 토론회’도 열어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6일째… 雪에 갇힌 제주

    6일째… 雪에 갇힌 제주

    “눈. 눈. 눈. 또 눈. 여기 따뜻한 남쪽 섬 맞아?”제주 섬이 눈 폭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엿새 동안 눈이 쏟아지면서 관광객은 숙소에 갇히는가 하면 가게마다 차량 월동장구는 동나버렸고 우편배달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8일 아침에도 눈이 그칠 거라는 기상예보와 달리 기습 폭설이 내리면서 낙상사고와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등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제주 전역에 오전 한때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오후 들어 기온이 올라가면서 간선도로는 눈이 녹아 간신히 차량 통행이 가능해졌다. 제주토박이 김모(52·제주시 노형동)씨는 “한파가 겹치면서 이면도로는 제설 작업을 엄두도 못내 낮에도 인적마저 뚝 끊어져 버렸다”고 말했다.육지의 매서운 한파를 피해 온 관광객은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박모(50·대구시)씨는 “관광지 도로마다 눈이 쌓여 숙소에서만 먹고 자고 사흘을 보냈다”며 “20년 근속 휴가를 받아 가족들을 데리고 왔는데 최악의 여행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제주공항은 올겨울 폭설로 이날까지 네 차례나 활주로를 폐쇄, 항공기 운항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우정청은 제설작업이 된 시내 일부 지역만 우편배달하고 있다. 현재 우편물 20만통, 소포 1만여통이 쌓여 있다. 중산간에 있는 골프장은 거대한 눈밭으로 변해 개점휴업 상태다. 한라산은 지난 3일부터 입산이 금지됐다. 관광지 주변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고 있다. 이모(56·제주시 교래리)씨는 “폭설로 도로가 막혀 며칠째 식당 문 조차 열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며 “2월은 짧은데다 설 휴무까지 있어 종업원 월급이나 제대로 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건설 공사도 중단돼 노동자들도 시름을 앓고 있다. 강모(47·경기도)씨는 “겨울에도 건설현장이 많아 왔는데 폭설로 일감이 없어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농가도 비닐하우스 붕괴 피해면적이 5만 1330㎡에 달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중산간 지역은 한파로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모(51·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씨는 “삼다수로 밥 짓고 세수하고 마당의 눈을 모아 화장실용으로 사용한다”며 한파로 전기차 배터리 충전량도 뚝 떨어져 멀리 장 보러 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제주시 아라동 적설량 자동 관측기는 지난 3일 17.7㎝를 시작으로 4일 29.4㎝, 5일 37.6㎝, 6일 49.9㎝, 7일 47.1㎝를 기록했다. 이날도 오전 9시 현재 50.3㎝ 눈이 내렸다. 한라산은 폭설로 관측 장비가 고장 나 적설량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기상청은 오는 11~12일 다시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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