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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항구적 평화 토대 될 ‘하노이선언’ 기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늘 베트남 하노이에서 8개월 만에 다시 만난다. 두 정상은 오늘 저녁 하노이 시내에서 만찬을 하는 데 이어 내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거쳐 ‘하노이선언’을 발표한다. ‘하노이선언’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어 갈 토대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가 실무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고 상대방에게 요구한 조건들의 상당수가 선언에 포함돼야 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국교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체, 비핵화라는 목표에 합의했다. ‘싱가포르선언’에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비판도 있으나 70년간의 적대 관계를 하루아침에 청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포인트는 양국이 얼마나 통 큰 결단으로 요구 사항을 주고받으며 선언에 구체화하는가다. 최소한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 및 사찰·검증을, 미국에서는 종전선언과 초기적 제재 완화가 나와야 할 것이다. 나아가 미 국무부도 밝힌 대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인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핵화의 상징으로 대륙간탄도탄(ICBM)의 일부 해체를 기대하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핵심 기술이 포함된 ICBM의 해체를 지금 단계에서 북한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현재의 핵’을 폐기한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북미의 신뢰가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미국도 제재 완화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제재를 일부 풀어 주되 만일 북한이 비핵화에 역행하면 다시 제재를 복원하는 스냅백을 활용하면 된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콕 집어 언급한 개성공단 조업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미국 주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제재 면제 조치를 해주면 그만이다.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인도적 지원 일부 허용이나 미국인의 북한 관광 재개도 적지 않은 조치일 수 있으나 그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은 물론 북한 주민 상당수를 설득할 수 있는 대가를 미국이 제공하면서 비핵화를 유도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는 사찰과 검증이 동반된다. 미국의 연락사무소가 평양에 설치되는 것도 순리일 것이다. 미국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북 협상이 미국의 안보 위협만을 제거하는 게 아닌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드는 책무를 지닌다는 점이다. 그를 위해 북미가 혼선을 빚었던 비핵화 개념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국제사회가 납득할 로드맵도 ‘하노이선언’에 담아야 한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 할 수 있는 군사분야 합의서를 도출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비핵화와 북미 국교 수립에 의해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음을 인식하기 바란다. 불가역적이고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기까지 남한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11월 뉴욕 방문 취소 등으로 북미가 난관에 빠졌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다. 비핵화에 도달할 때까지 예상되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슬기롭게 풀기 위한 남북미 2인3각의 자세가 필요하다.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봄맞이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봄맞이

    설을 쇠고 나니 봄 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벌써 남녘은 매화가 만발하고 수선화 꽃 핀 모습을 보여주네요. 장호원은 겨우 수선화 촉이 올라올 뿐이고 매화는 겨우내 앙다문 꽃눈 그대로 꼼짝 않고 있습니다. 참으로 메마른 겨울이 지나갑니다. 부는 바람에 흩어진 낙엽들은 쓸다 보면 절로 바스러지고 진 빠진 수풀은 손 대면 툭툭 부러져 버립니다. 작년에는 혹한으로 배롱나무가 얼어 죽었는데, 긴 겨울 가뭄에 어린 나무들이 어떻게 살아날지 걱정입니다. 봄이 온다는 데도 꽃 소식보다 기다려지는 눈 소식. 그래도 봄은 오겠지요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닭들이 먹을 물그릇은 여전히 꽁꽁 얼어 아침마다 얼음 깨고 비워 내어 물을 채워 줘야 합니다. 지난해와 달리 닭들은 이틀에 하나씩 겨우 알을 내놓아 서운하긴 해도 탈 없이 이 겨울을 보내네요.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요. 봄 되기 전 닭장 안에 쌓인 거 긁어 내어 퇴비로 만들고 새로이 왕겨 깔아 주어야 합니다. 겨우내 춥다고 쌓인 먼지도 무심히 보아넘겼는데 아지랑이 피어 오를 따뜻한 봄 오기 전에 청소도 해야지요.복숭아 맛있기로 유명한 저의 마을은 요즘 복숭아 나무 가지치기 하느라 바쁩니다. 꽃눈이 움직이기 전에 곁가지들 정리하고 벌레들 깨어나기 전에 방제도 해야 하고 퇴비도 넣어 줘야 한답니다. 여전히 추위가 물러서지 않은 나날, 사람은 뵈지 않는데 지나다 보면 잘려진 잔가지들 묶어 놓은 것이 나무들 주변에 잔뜩 쌓여 있습니다. 묵은 것들 쌓아 달집 태워 대보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얼음은 풀리고 땅이 부풀어 오르며 봄은 시작하겠지요. 조만간 냉이도 달래도 쑥도 지천일 봄, 묵은 것을 털어내고 잘라 내고 쓸어 태우며 나무들을 깨우고 땅을 두드립니다. 그렇게 피어날 봄을 위해 궂은일을 해야 할 요즘입니다. 깨어나기 전 준비해야 하기에 절기상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 것이겠지요. 어데 시골살이만 그러한가요. 아직까지 묵은 것 치우지 못하고 껴안고 사는 우리들. 꽃 피고 새 우는 계절이 와도 여전 겨울 그늘이 많은 세상. 그래도 봄은 오지요. 오지 않을 듯해도 언젠가 맞이할 봄입니다. 모두 함께 조금 더 따뜻해지는 세상 꿈꿔 봅니다.
  • 올해 시흥 어린이집 정원 구도심 제한하고 신도심 인가 조정

    올해 시흥 어린이집 정원 구도심 제한하고 신도심 인가 조정

    경기 시흥시는 어린이집 수급계획을 62% 수급률로 동결하고 신구도심 분리 수급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보육 수요와 어린이집 정원 충족률을 고려해 구도심은 제한하고 신도시는 인가할 수 있게 조정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2년간 시흥시 보육정책위원회를 이끌어 갈 위원들에 위촉장도 수여됐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출하고 올해 어린이집 수급 계획과 필요경비 수납 한도액을 결정했다. 또 필요 경비 수납한도액은 경기도 보육정책위원회 결정사항을 반영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은 경기도 안을 반영하고, 민간어린이집은 입학준비금과 특별활동비 등7개 항목에 대해 시 실정을 감안했다. 이에 따라 입학준비금은 연 10만원, 차량운영비는 월 2만 6000원, 특별활동비는 월 6만 5000원, 현장학습비는 분기별 11만 5000원, 행사비는 연 30만원, 아침저녁급식비는 1식 2000원, 특성화비는 월 4만 5000원으로 결정했다. 시는 지난 3년간 필요경비를 동결하고 이번 필요경비는 경기도 수납한도액의 83% 수준으로 정했다. 이날 뽑힌 강점숙 위원장은 “2년간 보육정책위원회를 이끌어 가면서 시흥아이들이 안정적이고 더 나은 보육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 대표로 참석한 한 위원은 “지금까지 경력단절 여성으로 지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이런 시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며 “위원회 회의 진행을 보면서 정책 결정 방식을 체험하고 아이들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20대 청년들, 살인 현장에 들어가” 한화 폭발사고 유족들 오열

    “20대 청년들, 살인 현장에 들어가” 한화 폭발사고 유족들 오열

    “위험하다 계속 말했지만 묵살당해아들·가장 잃었는데 CCTV도 못 봐”유족들,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촉구“일터가 위험하다고 135건이나 지적했는데 묵살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살인 현장에 들어 간 겁니다” 한화 대전공장에서 폭발사고로 숨진 20~30대 청년 희생자의 유족들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사고 현장이 방위 산업체라는 이유로 사고 2주가 지나도록 유족들이 현장 폐쇄회로(CC)TV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4일 대전 유성구 한화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김승회(31)·김태훈(24)·김형준(24)씨 등 직원 3명이 사망했다.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족들은 상복을 입은 채 어렵게 입을 뗐다. 입사 한달 만에 사고를 당한 고(故) 김형준씨의 어머니 최민숙씨는 “형준이가 제대로 안전 교육도 못받고 일하다 이 세상을 떠났다”면서 “국가가 하는 방산 업체이고 대기업이어서 당연히 안전 시설이 갖춰져 있을 거라고 믿었던 내가 원망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작년 같은 공장에서 5명이 억울하게 죽은 것도 모자라 또 3명의 청년을 죽게 만든 책임을 묻고 진상을 밝혀주길 간절하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고 김승회씨의 어머니 이순자씨는 “아들이 다섯살 배기 딸도 못보고 아침 일찍 출근했다 돌아오지 못했다”며 “딸이 아빠 일을 모르고 웃을 때 가슴이 찢어진다”며 오열했다.유족들은 사측과 방사청이 공장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 대표 김용동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노동자들이 위험 안전성 발굴서를 통해 위험성을 꾸준히 제기했는데도 사측이 무시해 사고가 난 것”이라며 “방사청도 현장 위험성 평가를 했고 7월 사고가 난 이형공실 개보수를 계획했다는데, 이는 위험한 걸 알고도 청년들을 들여보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사청이 지난해 12월 한화 대전공장을 안전점검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고 위험성을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직원들도 위험물 발굴 개선 요청서에서 “추진체 이형(연료 분리) 과정 중 수평이 맞지 않아 연료에 마찰이 생긴다”는 등 135건의 위험 요소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5월에도 5명이 사망한 현장에서 사고가 재발한 것은 구조적 문제”라며 “방사청이 안전 점검 후 개선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기업에게 중대한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에 유가족·유가족 추천 전문가·노동자 참여 보장 ▲고용노동부 장관과 방위산업청장의 사과 ▲한화 김승연 회장의 사과와 유족 면담 ▲기업과 정부의 사고 책임자 엄벌 및 재발방지 대책 발표 등을 요구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AFC 챔피언십 경기일 아침에 뉴잉글랜드 구단주는 유사성행위

    AFC 챔피언십 경기일 아침에 뉴잉글랜드 구단주는 유사성행위

    열 번째 슈퍼볼 우승을 차지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로버트 크래프트(77) 구단주가 성매매를 흥정한 혐의로 기소됐다는 소식은 지난 주말 알려졌다. 그런데 검찰이 크래프트 구단주가 마사지 업소를 방문한 날이 캔자스시티 칩스와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챔피언십 경기를 벌인 날이었다고 밝혔다. 선수단은 열심히 챔피언십 경기를 준비하는데 구단주는 아침에 마사지 업소를 찾아 유사 성행위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25일(이하 현지시간) 팜비치 검찰청이 배포한 기소 기록에 따르면 크래프트 구단주는 24시간도 안돼 두 번째로 지난 20일 오전 11시쯤 2015년형 파랑색 벤틀리 승용차를 타고 주피터 시에 있는 오키즈 오브 아시아 데이 스파를 찾았다. 한 여성으로부터 두 가지 유사성행위를 받는 모습이 동영상에 찍혔다. 검찰은 100달러 지폐와 잔돈을 그 여성에게 건넸음 15분 뒤 업소를 떠났다고 밝혔다.캔자스시티의 킥오프로 오후 6시 40분 AFC 챔피언십 경기가 시작됐는데 메이저리그 사커(MLS) 뉴잉글랜드 레볼루션 구단주이기도 한 크래프트는 버젓이 경기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 일이 있기 17시간 전에는 크래프트 구단주가 성매매를 흥정하는 모습이 역시 동영상에 포착됐다. 데이브 애런버그 팜비치 카운티 검찰총장은 두 가지 경범죄 혐의로 기소했다며 첫 재판이 4월 24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낮은 수위의 체포영장이 발부돼 여행하려면 검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죄가 인정되면 1년 징역형과 5000 달러 벌금, 10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 인신매매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강연에 참여하는 등의 징벌을 받을 수 있다. 크래프트 변호인은 “어떤 불법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고 부인한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반년 동안 대대적인 성매매 단속과 수사가 진행돼 팜비치 카운티에서만 24명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됐고 팜비치부터 올랜도까지 열 군데 스파가 영업 정지됐으며 여러 명이 성매매 혐의로 구금됐다. 2011년부터 이듬해까지 씨티 그룹 회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씨티 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은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존 헤이븐스(62)도 같은 스파를 드나들며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김정은 1호 열차, 베트남 접경 핑샹 접근

    김정은 1호 열차, 베트남 접경 핑샹 접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최단 노선으로 중국 내륙을 종단해 베트남과 접한 국경지역으로 오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26일 0시께 류저우에 이어 난닝을 오전 3~4시께 통과한 것으로 보여 중국의 베트남 접경인 핑샹에는 이날 아침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전용 열차는 지난 23일 평양에서 출발해 단둥, 선양, 톈진, 스자좡, 우한, 창사, 헝양, 구이린, 류저우, 난닝을 거치며 중국 내륙을 관통해 왔다. 이 노선은 광둥성의 광저우를 거치지 않은 채 중국과 베트남의 접경으로 가는 최단 경로이다. 이러한 동선은 26일 오전 하노이에 도착하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용 열차는 핑샹에서 그대로 국경을 통과해 베트남 동당역에 오전에 도착, 김 위원장은 열차에서 내려 승용차로 하노이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현재 핑샹역의 상태가 환송 행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바로 통과해 베트남 동당역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길섶에서] 서비스받을 권리/김균미 대기자

    서울 택시요금이 오른 지 열흘이 지났다.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랐다. 택시를 자주 타는 편이 아닌데 요 며칠 사이 본의 아니게 택시를 몇 번 탔다. 퇴근길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이 많이 막히고 신용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다 보니 미터기에 뜬 금액을 신경쓰고 보지 않으면 택시요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20%가량 올랐다고 하니 적게 오른 건 아니다. 택시요금이 올랐으니 승객이 서비스도 나아지길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아침 출근시간대에 차들이 밀리는 시내로 가자고 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택시기사의 기분을 살필 필요도 없길 바란다. 밤늦게 빈 차로 나올 가능성이 큰 변두리 주택가로 가는 내내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해할 필요도 없길 바란다. 그런데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여전히 길이 막히는 시내로 가자면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전달된다. 과속과 급제동이 잦아지면 감정이 실렸나 싶기도 하다. 한 번은 참아 본다. 문득 오래전 개인택시 기사가 한 말이 떠오른다. “손님, 내 돈 내고 타는데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당연한 권리예요.” 순간 머쓱했던 기억이 난다. 빈 택시를 부르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kmkim@seoul.co.kr
  • 김정은·美기자들 ‘한지붕’… 회담장 입구는 비스트 드나들게 넓혀

    김정은·美기자들 ‘한지붕’… 회담장 입구는 비스트 드나들게 넓혀

    金위원장·美기자단 ‘기묘한 동거’ 현실로 회담장 유력 메트로폴호텔, 北 선호해 와 호텔 후문 연석 1m 깎아 출구 확장 공사 유사시 비상 통로·비스트 대기 장소 활용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베트남 정부가 오는 28일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하노이 시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의 차량 출입구 확장 공사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대 전용 리무진인 ‘캐딜락 원’이 드나들 수 있게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캐딜락 원은 육중한 차체, 압도적인 방탄 성능, 최첨단 장비 등을 갖춰 정식 명칭 대신 ‘비스트’(야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미측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출입구 확장을 요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25일 호텔 신관 ‘오페라 윙’의 차량 출구, 입구의 조경용 잔디와 연석이 각각 가로 60㎝, 세로 1m가량 깎여 나간 사실이 확인됐다. 새로 깐 도로 위에는 ‘보수작업 중’이라는 팻말이 서 있었다. 호텔 관계자는 “당국의 지시로 어제 공사했다”면서 “공사 이유는 모른다”고 밝혔다. 현지 소식통은 “전날 검은 양복을 입은 백인 남성이 잔디 위에 서서 베트남 남성에게 공사 위치를 설명하는 광경을 봤다”면서 “오늘 아침에 보니 정확히 그 지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오페라 윙 출입구는 호텔의 후문 격에 해당한다. 앞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등 의전팀 차량은 정문 격인 구관 ‘히스토리컬 윙’ 출입구를 이용했다. 이쪽이 출입구가 더 여유롭고 연결된 도로 폭도 넓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회담 당일 히스토리컬 윙 출입구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유사시 비상 통로 확보 또는 비스트 대기 등의 목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이로써 북측은 회담 개최지부터 회담장까지 자국의 의견을 관철한 셈이 됐다. 앞서 미국은 다낭을, 북한은 하노이를 개최지로 원했다. 회담장 역시 미국은 국립컨벤션센터(NCC)를 선호했지만, 북측이 경호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여 왔다. 회담장이 메트로폴로 기울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김 위원장 숙소로는 멜리아호텔이 최종 확정됐다. 회담 기간 중 이 호텔 7층에는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프레스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멜리아호텔 21~22층에 투숙할 것으로 알려져 ‘적과의 동침’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호텔 측은 투숙객들에게 다음달 3일까지 20층 라운지도 사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멜리아호텔은 메트로폴까지 차로 10분 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JW메리어트호텔에서 메트로폴까지는 약 30분이 걸린다. 양 정상이 차를 타고 시간을 맞춰 호텔 입구에 동시에 들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반면 김 위원장이 숙소로 베트남 영빈관(게스트하우스)을 최종 낙점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영빈관은 메트로폴과 불과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다. 도보로 1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영빈관에서 걸어서 메트로폴에 가서 비스트에서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맞으면 마치 북측이 이번 회담을 주도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하노이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런던 가판대] 케파의 ‘선상 반란’, 첼시 ‘무정부 상태’로 도배

    [런던 가판대] 케파의 ‘선상 반란’, 첼시 ‘무정부 상태’로 도배

    예상했던 대로 25일 아침(현지시간) 영국 런던 신문 가판대가 케파 아리사발라가(첼시)의 ‘선상 반란’ 기사로 도배가 됐다. 아리사발라가는 전날 맨체스터 시티와의 카라바오컵 결승 0-0으로 맞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의 교체 지시를 거부하는 황당한 일을 벌였다. 그렇잖아도 경질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사리 감독은 아리사발라가가 다쳐서 의료진의 치료를 받자 윌리 카바예로를 투입하기로 마음 먹고 준비 시켰다. 하지만 아리사발라가는 여러 차례 손가락을 내저으며 “안된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조너선 모스 주심이 달려와 교체가 되는 건지 아닌지 물어봤고, 사리 감독은 화가 잔뜩 나 라커룸으로 향하는 터널 안으로 들어가다가 곧바로 벤치로 돌아왔다. 카바예로는 그라운드로 들어가야 할지, 벤치에 남아 있어야 할지, 아니면 라커룸으로 들어가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아리사발라가는 승부차기에서 르로이 사네의 킥을 막아 사리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셀레브레이션을 유도했지만 라힘 스털링에게 120분 접전을 끝내는 한 방을 얻어맞아 3-4로 맨시티에 왕관을 내줬다. 사리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이 패배해 망연자실해 그라운드에 붙박혀 있는데도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렸다. 첼시 공격수 출신 크리스 서튼은 “첼시에 선상반란”이 일어났다며 아리사발라가를 향해 “명예를 실추시켰다.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다. 첼시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가 돼야 한다. 그가 다시 클럽을 위해 뛰게 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가 사리였다면 떠났을 것이다. 그렇게 무시받을 순 없는 일이다. 왜 케파 같은 선수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느냐”고 되물었다. 잉글랜드 대표팀과 토트넘 미드필더 출신 저메인 제나스는 감독을 “존중하지 않는 게” 확실해 보였지만 사리가 패배 뒤에 그라운드를 휙 떠나버려 “품격 없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전력 상 한참 달리는 경기를 대등하게 풀어간 선수들을 다독이고 상대 선수단에 축하를 보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얘기다. 아무리 선수 하나 때문에 화가 잔뜩 났더라도 그러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리 감독은 아리사발라가가 못해서 교체하려 한 것이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고, 아리사발라가는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런 것이 아니라고 얘기했을 뿐이며 감독에 항명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아리사발라가는 명백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어설픈 발뺌에만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콩가루 집안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 첼시 수뇌부가 어떤 처방을 내놓아 팀을 수습할지 주목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새로운 것에 끝없이 호기심 갖죠”...‘도전적 카리스마’의 지휘자 유로프스키

    “새로운 것에 끝없이 호기심 갖죠”...‘도전적 카리스마’의 지휘자 유로프스키

    “오케스트라와의 관계는 긴 여행과도 같습니다. 여행처럼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도전적이죠.” 러시아 출신의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롭스키(46)는 구스타보 두다멜, 야닉 네제 세갱 등과 함께 2000년대초 세계 지휘계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젊은 거장으로 꼽힌다. 오는 3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런던필하모닉과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유롭스키는 “런던필하모닉은 새로운 것에 대해 끝없이 호기심을 갖는 저의 스타일과 맞는 악단”이라고 자평했다. 유롭스키는 34세였던 2007년부터 런던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를 맡았다. 젊은 나이에 87년 역사의 악단을 10년 넘게 이끌어온 그의 답변에는 ‘탐험’, ‘도전’ 등의 단어가 주를 이뤘다. 유롭스키의 이력 역시 도전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지휘자 미하일 유롭스키의 아들인 그는 구소련이 붕괴되던 1990년 고국을 떠나 독일에서 음악공부를 시작해 아일랜드 웩스포드 페스티벌 오페라에서 데뷔했다. 유럽 여러 도시를 오가며 성장한 그는 고국 ‘러시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커리어를 쌓아왔다. 가족과 거주하는 베를린을 “가장 개방적인 도시”라고 소개하는 유롭스키는 “다양한 문화에서 다양한 음악을 보고 듣고 지휘해왔다”며 “이러한 경험이 새로운 프로젝트나 현대음악을 접했을 때 거침없이 도전할 수 있는 영양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적 전통을 공부하는 것을 즐긴다”며 “이제 거의 모든 문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아침마다 동양에서 유래한 요가를 즐기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또다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친(親) 푸틴 성향으로 강한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유롭스키는 러시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온전히 음악에만 매달려온 인물이라는 평가받는다. 그는 “악보는 제 음악의 모든 것이고, 모든 아이디어의 법칙과 기초이자 영감의 원천”이라며 “악보를 탐구하고 이해는 과정에서 저만의 방식대로 작곡가의 의지와 메시지를 증명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번 내한에서 독일의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와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에 이어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선보인다. 한편 유롭스키는 베를린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키릴 페트렌코의 뒤를 이어 2021년 시즌부터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박지훈, 대학내일 표지 장식… 18학번 선배美 훈훈

    박지훈, 대학내일 표지 장식… 18학번 선배美 훈훈

    워너원 출신 박지훈(20)이 대학내일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대학내일은 25일 박지훈이 ‘대학내일’ 879호 표지를 장식했다고 밝혔다. 대학내일은 이날 홈페이지 메인 기사로 ‘표지모델!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18 박지훈’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박지훈의 표지와 내지 사진 여러 장을 게재했다. 박지훈은 사진 속에서 후드티를 입고 샐러드를 먹는 모습, 안경을 쓰고 책을 읽는 모습, 팬케이크와 우유를 앞에 두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 등을 연출하며 대학 선배 느낌을 표현했다. ‘스물한 살 박지훈 선배의 TMI 인터뷰’라는 부제의 인터뷰 기사에는 박지훈이 생각하는 ‘캠퍼스 로망’, ‘학교생활 소확행’, ‘일상생활 TMI’, ‘반려견 자랑’ 등 내용이 담겼다.박지훈은 대학내일과의 인터뷰에서 “스물 살 되면 형들이랑 술 한잔 마시면서 얘기하는 게 그(캠퍼스 로망) 중 하나였는데 그건 다행히 이루었다. 그 외에 캠퍼스 잔디밭에서 친구들하고 짜장면 먹기, 혼자 여행 다니기 등이 있었는데 아직 이루지 못했다. 새 학기엔 빨리 동기들하고 더 친해져서 자주 같이 밥 먹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여유로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아버지와 탁구 치기, 맥스랑 산책하기, 컴퓨터 게임 등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은 게임, 운동. 최근에 빠진 카드 마술도 연습한다”며 일상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지훈은 2017년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수시 전형에 합격해 연극 전공으로 진학했다. 지난해 4월에는 중앙대 ‘100주년 홍보대사’로 임명돼 ‘중앙사랑’의 일원으로 중앙대의 다양한 활동을 알려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인도 시골의 생리대 공장 다룬 ‘Period’ 오스카 단편 다큐 수상

    인도 시골의 생리대 공장 다룬 ‘Period’ 오스카 단편 다큐 수상

    인도 시골 마을의 생리대 공장을 다룬 ‘Period. End of Sentence’가 오스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달거리, 형벌의 끝“ 쯤 되겠다. 이란계 미국인 영화감독 레이카 제브타치와 제작자 멜리사 버튼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진행된 제91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의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수도 델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을 달려야 도착하는 카티케라 마을에서 생리대 공장을 운영하는 22세 여사장 스네흐와 동료들을 담았는데 제브타치와 스네흐가 함께 레드카펫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정을 모르는 EPA 통신 등은 제브타치 옆에 인도 전통 의상을 걸친 여성을 ‘게스트’라고만 소개했는데 사실은 스네흐였다. 할리우드 북부의 한 학생 단체가 크라우드펀딩 모금으로 제작비를 모아 생리대 제조 기계와 제브타치 감독을 이 마을로 보내 영화로 만들었다. 델리에서 115㎞ 떨어진 이 마을은 이 나라의 수도와는 딴판이다. 2시간 반을 달려야 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BBC 기자는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4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마지막 마을에 이르는 7.5㎞는 포장이 안돼 자갈밭이나 다름없었다. 인도의 여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월경은 여자들에게도 금기시되는 단어였다. 달거리 중인 여자는 정결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종교시설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스네흐 역시 15세 때 첫 경험을 하기 전에 어머니나 자매들로부터 단어조차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건강 문제에 관심 많은 자선단체 ‘Action India’가 이 마을에 위생냅킨 공장을 차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단체와 일하던 수만이란 이웃이 2017년 1월 생리대 공장 얘기를 처음 꺼냈다. 대학 졸업반으로 델리에서 경찰 일을 하겠다고 꿈꾸던 스네흐는 어머니의 동의를 구했는데 아빠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가족의 중요한 문제는 남자 책임이다. 아빠에게 생리대가 아니라 아기 기저귀를 만드는 곳이라고 얘기해야 했다. 두 달 뒤 어머니가 생리대 만드는 곳이라고 알렸더니 아빠는 “일하긴 하는군”이라고 말해 안도했다고 했다. 18세부터 31세까지 7명의 여성이 일주일에 엿새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월급은 2500루피(약 4만원). 하루 600개를 만들어 ‘플라이’란 브랜드로 판매한다. 공장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부족한 전기 공급이다. 낮에 정전이 되면 밤새 일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낡은 옷 등을 찢어 썼는데 지금은 마을 주민의 70%가 생리대를 사용한다. 과거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인데 이제는 여자들도 생리를 당당히 얘깃거리로 삼는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스네흐가 학교 시험 준비에 몰두해야 할 때면 어머니가 대신 일했고, 다큐 제작진이 처음 마을에 왔을 때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가를 주민들에게 심문 받았다. 두 아이를 둔 수슈마 데비(31)는 지금도 남편과 언쟁을 벌인 뒤에야 공장에 출근할 수 있다. 남편은 집안 일을 다 끝낸 뒤에 출근하라고 해 새벽 5시 일어나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고 버팔로 먹이 주고 아침 준비하고 점심까지 차린 뒤에야 출근하고, 퇴근하면 곧바로 저녁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왜 월급도 적은데 일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늘어놓는다. 수슈마는 월급 일부를 남동생 옷가지 사는 데 써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다큐에 그대로 나오는데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가 될줄 알았으면 뭔가 조금 더 지적인 것처럼 말할걸 그랬다”며 웃었다. 넷플릭스에서도 이 소중한 다큐를 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누구도 해외로 나가본 적조차 없어 그의 할리우드 여행은 주민들에게 너무도 큰 자랑거리다. 스네흐도 한 번도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미국에 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지금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겐 노미네이트 자체가 상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눈이 떡 벌어질 정도의 꿈이 이뤄졌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일본 언론 “김정은 열차, 소형 헬기 탑재 가능성”…중국 내륙 종단 이동

    일본 언론 “김정은 열차, 소형 헬기 탑재 가능성”…중국 내륙 종단 이동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열차를 타고 중국을 종단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탄 특별열차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보소식통 등을 인용, 25일 김정은 특별열차 내부에 최신 통신시설이 구비된 이동집무실이 마련돼 있는 것은 물론 비상시를 대비한 소형헬기까지 탑재돼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하는 특별열차가 평양에서 제조됐다면서 경호를 위해 총격과 폭발에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방탄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비상시를 대비해 소형 헬리콥터까지 탑재돼 있다는 정보도 있다고 덧붙였다. 열차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수행원들 외에 경비대, 요리사, 의사 등이 탑승하고 있을 것으로 이 신문은 예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때 특별열차를 이용했는데, 당시 150명이 동승했으며 열차 내에는 위성전화, TV 스크린 등 최신 통신설비가 갖춰진 ‘이동 집무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일가가 거의 같은 모양의 특별열차를 여러 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 안에서 누군가 밀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과거 특별열차를 타고 외국을 방문할 때 열차에 현지 요인을 태우고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열차 탑승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25일 오전 7시쯤 우한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베이징 소식통은 “오늘 아침 우한 장강 대교가 통제되는 등 김정은 특별열차가 통과하는 모습이 감지됐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기존 예상과 달리 베이징을 통과하지 않고 24일 오후 1시쯤 톈진에 도착한 뒤 허베이성 바오딩과 스좌장을 통과했다. 24일 자정쯤에 정저우를 통과한 이 열차는 이날 오전 우한을 통과함에 따라 창사를 거쳐 난닝, 핑샹으로 최단거리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중국 내 열차 노선이 다양해 창사에서 광저우를 경유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열차 속도를 볼 때 26일 오전까지 베트남에 도착하려면 광저우보다는 최단거리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정은 부들부들’…김정현 아나운서 해시태그 논란 해명

    ‘김정은 부들부들’…김정현 아나운서 해시태그 논란 해명

    MBC 아나운서 김정현(30)이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적은 해시태그(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일종의 메타데이터)로 논란이 되자 장문의 글을 올려 해명했다. 김정현은 24일 인스타그램에 “새벽 1시 40분에 뉴스특보라니... 그래도 간만에 뉴스했다 #김정은부들부들”이라고 적고 자신의 뉴스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이를 본 일부 네티즌들은 아나운서로서 직업의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며 지적했다. 김정현은 “가벼운 마음에서 쓴 멘트다. 정말 김정은에게 부들부들 거린 것이 아니다. 짤막한 글을 남겼다고 해서, 제가 특보를 위해 동료 대신 자원했던 부분들, 밥 먹다 말고 서둘러 달려왔던 부분, 아침까지 대기했던 부분들은 모두 ‘새벽에 뉴스특보 했다고 찡찡거리는 입사 1년차 아나운서’이자 부족한 언론인의 자세로 압축됐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설령 누군가가 ‘찡찡댄다’ 한들 우리 다 사람이잖아요”라면서 “야근하시면서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하고 있지 않은 분 있으실까요? 그런 내용 포스팅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서로 공감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차피 해야 하고, 하고 있는 일, 이런 식으로 ‘찡찡’도 대면서 우리 다 각자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아니었나요? 언제부터 이렇게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김정현은 지난해 MBC 아나운서국에 입사해 MBC ‘섹션TV 연예통신’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천하제일경 황산 오르고 강남 수향마을 돌아… 겨울 중국 속으로

    천하제일경 황산 오르고 강남 수향마을 돌아… 겨울 중국 속으로

    EBS1 ‘세계테마기행’이 여행 비수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중국의 알짜 명소로 떠난다. 25~28일 4부작으로 방송되는 ‘중국 동화’(冬話)는 흑과 백으로 그려진 산수화 같은 중국 겨울 풍경을 돌아본다. 1부 ‘겨울 산수화 장자제’에서는 소수민족인 투자족이 사는 부용진 마을을 찾아간다. 거대한 폭포가 마을 한가운데에 흐르고 1000년 된 빨래터와 고풍스러운 가옥이 운치를 더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장자제에서는 아찔한 유리잔도를 지나 거대한 동굴 천문동에 이른다. 영화 ‘아바타’의 모티프가 됐던 신비한 봉우리 위안자제의 장엄한 풍경이 펼쳐진다. 2부 ‘천하제일경 황산’은 수양제가 만든 인공호수 수서호에서 출발한다. 물의 도시 양저우에서 열리는 제사에서 세 가지 머리 요리인 ‘삼두연’을 맛본다. 탕커우 마을에서 트레킹 준비를 바친 뒤엔 1박 2일 황산 등반에 나선다. 3부 ‘수향백미 저우좡’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을인 안후이성 황산시 굉촌을 둘러본다. 아침 시장에서 ‘할머니 돌머리 전병’으로 출출함을 달래고 무협영화 ‘와호장룡’ 촬영지를 감상한다. 장수성 쑤저우에서 중국 4대 정원 졸정원의 비밀을 알아보고 중국의 베니스 저우좡 마을에서 수향마을의 운치를 느낀다. 4부 ‘가장 추운 길 검문촉도’에서는 삼국지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제갈량 후손들의 마을 제갈팔괘촌을 돌아보고 쓰촨성 청두에서 제갈량이 유비와 함께 잠들어있다는 무후사를 찾는다. 제갈량이 출사표를 쓰고 떠난 검문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삼국지 영웅들을 떠올려 본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조성길 딸 강제북송 아냐…부모 증오했다” 진실 공방

    “조성길 딸 강제북송 아냐…부모 증오했다” 진실 공방

    지난해 11월 북한 귀임을 앞두고 잠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후임인 김천 대사대리가 이탈리아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의 북한 송환에 대해 “자발적인 귀환”이라고 항변했다. 22일(현지시간) ANSA통신 등 이탈리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조 전 대사대리 후임으로 이탈리아에 부임한 김천 대사대리는 오스발도 나폴리 이탈리아·조선(북한) 친선의회그룹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조 전 대사대리 잠적 후 그의 딸을 북한 정보요원들이 납치해 강제로 북한으로 보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김 대사대리는 편지에서 “조성길의 딸은 잠적한 조성길 부부에 의해 집에 홀로 남겨졌기 때문에 부모를 증오했고, 조부모에게 돌아가기 위해 평양에 가기를 원했다”면서 “조성길의 딸은 치료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거기서 잘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딸이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는 서한에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23일 베이징발 기사를 통해 북한 사회 이데올로기에 투철했던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세간의 관측처럼 자식을 버리고 잠적한 비정한 부모에 의해 혼자 남겨진 뒤 북한 정보요원들에 의해 북한에 강제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를 먼저 배신하고 자진 귀국을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기사를 쓴 필리포 산텔리 특파원은 “북한은 어린 학생들에게 체제에 대한 충성이 부모를 비롯한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생각을 주입한다”면서 “조성길의 딸 조유정은 학교에서 배운 이런 교육을 의심 없이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은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최근 기자회견을 하면서 알려졌다. 이에 이탈리아 정치권은 그의 딸이 만일 일각의 주장대로 강제로 북송됐고 이 과정에서 북한 정보요원들이 개입했다면 인권 침해와 주권 훼손에 해당하는 “엄중한 사안”이라며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들끓었다. 야당은 물론 집권 연정의 한 축인 ‘오성운동’도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의회 보고까지 요구하자 이탈리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조 전 대리대사의 딸이 지난해 11월 14일 북한으로 자발적으로 귀국했다는 사실을 북한 공관이 보고해 알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 전 대사대리 딸의 송환을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김 대사대리는 이날 나폴리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남한에서 제기한 ‘납치설’은 이탈리아와 북한의 관계를 훼방놓기 위한 것”이라고도 비난했다. 김 대사대리는 또 조 전 대사대리가 11월 10일 북한 대사관을 떠나 잠적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그가 정치적인 동기로 이탈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대리는 “조성길은 딸 조유정의 정신장애 때문에 아내와 부부싸움을 한 뒤 대사관을 나갔고, 다음 날 아침 그의 아내도 대사관을 떠난 뒤 두 사람 다 돌아오지 않고 종적을 감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고등학생인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아버지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3월부터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英성공회, 신자 감소로 全교회 일요 예배 의무 폐지

    英성공회, 신자 감소로 全교회 일요 예배 의무 폐지

    영국 성공회가 신자 감소와 신부들의 과로를 이유로 모든 교회들이 일요일마다 예배를 보는 것을 의무화한 규정을 400여년만에 폐지했다. 기독교계 사상 처음으로 모든 교회가 매주 일요일마다 빠짐없이 예배를 본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게 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성공회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회의를 열어 모든 교회들이 일요일마다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되는 변화를 승인했다고 가디언이 23일 전했다. 찬성은 230표, 반대는 2표에 그쳤다. 이러한 규정 변화를 제안한 윌레스덴의 피트 브로드벤트 주교는 “이는 단지 이미 행해지고 있는 일들을 더 쉽게 행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1603년 제정된 교회법은 모든 교회의 신부들에게 일요일마다 아침 저녁으로 신자들을 위한 예배를 볼 것을 의무화했다. 성공회가 416년을 이어온 전통에 변화를 준 것은 성직자와 신도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십년에 걸쳐 신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많은 신부들, 특히 농촌 지역의 신부들이 여러 개의 교회를 담당해야 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신부들로부터 모든 교회들이 일요일마다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해줄 것을 주교들에게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성직자는 주교의 특별 허가 아래 한 교회에 신자들을 모아 합동 예배를 진행하기도 한다. 결국 성공회는 ‘모든 교회에서 예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각의 성직자 담당 구역에서 최소 1개 교회만 일요예배를 드리는 방안으로 규정을 완화했다. 이번 교회법 수정안은 영국 왕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승인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그러나 영국 성공회는 교회법 수정이 일요 예배 의미 축소 등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영국 성공회 대변인은 “일요일 예배는 여전히 영국 성공회 성직자들에게 핵심적인 책무”라면서 “이번 교회법 수정은 여러 교회를 돌며 예배를 진행해야 하는 성직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르포] 탠디가 쏘아올린 작은 공…제화공의 삶은 달라졌을까

    [르포] 탠디가 쏘아올린 작은 공…제화공의 삶은 달라졌을까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허름한 3층 건물. 시커멓게 먼지 앉은 계단을 올라갔더니 간판도 없는 작업장이 나왔다. 접착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눈이 따가웠다. 동행한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정기만 제화지부장이 말을 건넸다. “냄새 심하죠? 우리 같은 사람은 30년, 40년 매일 맡으니 독한 줄도 몰라요. 내가 자주 깜빡깜빡하거든요? 뭘 기억을 못 해. 일 그만둔 선배들 중에 치매 환자도 많아요. 그게 본드 냄새 때문은 아닐까, 우리끼리 추정만 하죠.” 40년간 가죽을 구두 모양으로 붙이고 꿰매는 ‘갑피’ 작업을 해온 김모씨는 오늘 10켤레 작업을 마쳤다고 했다. ‘켤레 당 얼마 받으시냐’고 물었더니 “1만 5000원씩 받지”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지부장이 정색했다. “형님! 있는 그대로 사실만 얘기해야죠. 그렇게 농담하시면 안 돼요.” “아, 이 사람아, 그렇게 받고 싶다는 바람도 말 못하나.” 대한민국 수제화의 60%가 만들어지는 곳.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는 김씨와 같은 제화공이 3000명 정도 있다. 골이 띵한 냄새가 진동하고 가죽 티끌이 날리는 제화공의 공간은 판에 박은 듯했다.앉은뱅이 의자에 쪼그려 앉은 나이 든 노동자들, 무릎과 허벅지, 앞섶이 닳아빠진 작업복을 입은 채 연장을 재게 놀린다. 못해도 20년, 족히 40년 이상 매일 해온 일이다. 사진을 찍으려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손을 내저으며 하는 말도 하나같이 똑같다. “기자 양반, 얼굴은 찍지 마요. 빚이 많아서 얼굴 나가면 누가 쫓아와.” 제화지부 노조가 생긴 지 20년이 지났지만 노조 가입자는 20명을 넘기지 못했다. 정 지부장 소원은 ‘조합원 50명 만들기’였다. 그런데 최근 8개월 사이 688명이 가입원서를 썼다. 20년 동안 한 명도 늘지 않았던 노조원이 708명으로, 35배나 폭증한 것이다. 구두밖에 모르던 족쟁이(구두장이. 제화공들이 스스로는 지칭할 때 쓰는 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4·26 탠디혁명’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지난해 4월 26일, 서울 관악구 인헌동에 있는 구두 브랜드 ‘탠디’ 본사가 마비됐다. 이 업체에 납품하는 하도급(하청)업체 제화공 100여명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쳤다. 엿새 전에 파업에 들어간 이들은 켤레당 7000원 수준의 공임을 2000원 인상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임은 8년간 한 번도 오른 적 없었다. 그마저도 탠디는 회사 사정이 나빠 비용을 낮춰야겠다며 500원을 더 깎으려 들었다. 참다못한 제화공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결국 사측은 켤레당 공임을 1300원 올려주기로 했다. 16일 동안 본사를 점거했던 제화공들은 그제야 농성을 풀고 작업장으로 돌아갔다. 이 불길은 성수동으로 옮겨 붙었다.“탠디는 양반이야. 7000원씩 받았잖아. 여기는 켤레당 5500원이었어. 20년 동안 한 푼도 안 올랐지.” 동대문 시장과 온라인쇼핑몰 등에 구두를 납품하는 하도급업체에서 일하는 이창열씨의 말이다. 성수동에는 미소페, 세라, 소다, 슈콤마보니 등 백화점 브랜드 하도급공장부터 TV홈쇼핑, 아울렛,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팔리는 구두를 만드는 영세 작업장까지 규모가 제각각인 업체가 다닥다닥 모여 있다. 제화공의 수입은 구두 시즌에 따라 다르다. 봄 구두, 샌들, 부츠 등 소비자가 신발을 장만할 성수기에는 일감이 몰려 월 350만원도 번다. 1년으로 치면 5개월 정도다. 그렇지 않은 비수기에는 월수입 200만원을 넘기기 어려울 때도 있다. 문제는 노동시간이다. 350만원을 벌려면, 한 달 중 25일을 매일 아침 7시 출근해서 밤 11시 퇴근해야 한다. 일당 14만원, 시급으로 치면 875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8350원보다 400원 많다. 30년 넘게 일한 숙련 제화공이 받는 처우가 이런 수준이다.“월 350만원 정도면 괜찮은 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 그런데 16시간 궁둥이 붙여야 받는 돈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더라고. 우리도 하루 8시간 일하고 넥타이 맨 회사원들 퇴근할 때 퇴근하면서 그 정도 받아야 할 것 아냐.” 이창열씨는 ‘탠디혁명’을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30년 동안 7000원을 받고 일했는지 믿을 수 없다’,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살았냐’는 핀잔이었다. ●명동 멋쟁이 신던 싸롱화가 어쩌다 제화공 월급이 대기업 회사원보다 많은 시절이 있었다. 1960년대부터 ‘멋 좀 안다’ 싶은 사람들은 서울 명동거리에 즐비한 양화점에서 구두를 맞춰 신었다. 당시 수제화는 고급지게 ‘싸롱화(살롱화)’로 불렸다. 구두 잘 짓는 족쟁이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솜씨 좋은 제화공을 서로 구하려고 업체들은 스카우트 전쟁을 벌였다. 제화공 몸값도 덩달아 올랐다. “1980년까지 내 월급이 금성전자(지금의 LG전자) 회사원보다 많았어. 진짜 기술자 대접해주던 시대였지. 1988년 서울올림픽 전까지가 싸롱화 전성기야.” 코오롱FnC의 신발 브랜드 슈콤마보니에 납품하는 우리수제화에서 일하는 최경진씨는 옛날 얘기를 묻자 들뜬 표정이었다. 1979년 열여섯살에 상경한 그는 돈을 많이 준다는 말에 제화공이 됐다. 제화공 월급 2년만 모으면 서울에 집 한 채 살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고 최씨는 기억했다. 잘 나가던 싸롱화는 1992년 한중 수교,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급격히 쇠락했다. 값싼 중국산 제화가 밀려들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자금 사정이 나빠진 싸롱화집들은 문을 닫고 명동을 떠났다. 제화공들은 성수동으로 몰려들었다. 금강제화 본사가 있고 경기 성남의 에스콰이아, 엘칸토 생산공장과도 가까워 하도급공장들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가죽, 악세사리, 부자재 등 구두 재료를 거래하는 업체도 늘어나면서 성수동은 수제화의 메카가 됐다. ●제화업체가 씌운 허울, ‘작은 사장님’ 제화공의 고통은 성수동 시대가 열리자마자 시작됐다. “양화점이 없어지니 구두를 백화점에서 팔기 시작했어. 판매무대가 바뀐 거야. 백화점은 유명 브랜드만 팔잖아. 소비자들도 브랜드화 아니면 거들떠보질 않았지. 그런데 백화점이 판매 수수료를 30% 이상 떼어가니까 구두회사들도 사정이 어려워진 거야. 별수 있어? 제화공 임금 후려치는 거밖엔….” IMF 외환위기 때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던 제화업체들은 몸집을 줄였다. 이때 제화공이 표적이 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탠디, 소다 등을 시작으로 제화업체들이 직접 고용했던 제화공을 외주로 돌리기 시작했다. 제화공 입장에서 보면 ‘악랄한 제도’가 그때 생겨났다. 이른바 ‘소사장제’다. 말 그대로 제화공에게 ‘작은 사장님’이라는 감투를 씌운 것이다. 하는 일은 전과 같았다. 본사가 지정한 장소에서, 본사가 준 재료로, 본사가 보낸 작업 지시서대로 구두를 만든다. 하지만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로 번 돈의 3.3%를 떼어 세무서를 통해 내야 한다.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혜택도 없다. 연월차 사용도 보장이 안 되고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가방끈이 길기나 한가요. 초졸·중졸이 태반인데…. 사장들이 주민등록등본 떼오면 공임 올려준다고 어르고, ‘다 같이 죽자는 거냐’고 협박하니까 잘 모르고 하자는 대로 해준 거예요.” 정 지부장은 몹시 안타까워했다. ●김앤장 이기고 퇴직금 받아낸 제화공들 사측의 꼼수에도 법원은 제화공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내놨다. 2016년 제화공 9명이 퇴직금을 달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7~14년 동안 탠디에서 구두를 만든 이들이었다. “업계에서 일을 그만두는 제화공에게 한 달치 월급 정도를 주는 관행이 있었어요. 처음엔 그분들도 회사 측에 180만~200만원 정도 챙겨달라고 좋은 말로 부탁했죠. 그런데 탠디에서 ‘제화공은 직접 고용된 직원이 아니고 개인사업자이니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야멸차게 나온 거예요. 법대로 하라면서요. 오기가 생겨서 ‘좋다! 법대로 퇴직금 받아내자’는 분위기가 된 거죠.” 정 지부장이 전한 ‘퇴직금 투쟁’의 도화선이었다. 탠디는 1심에서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선임했다. 제화공들은 노동 전문 최승호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겼다. 1심 재판부는 제화공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한 탠디는 2심에서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변호사 3명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최 변호사님이 80%는 진다고 생각하라고 할 정도로 무모한 싸움이었는데 이겼어요. 판사님들이 작업장으로 직접 현장검증을 나와서 보시곤 제화공은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고용된 노동자라고 판단한 거예요.” 2심 재판부는 ▲탠디가 2000년까지는 제화공을 직접 고용해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근로소득세를 내게 한 점 ▲이후 이들을 일괄 사업자로 등록하게 한 점 ▲탠디가 작업 분량을 사전에 정해준 점 ▲제화공들의 독자적인 구상이나 생각이 작업에 반영되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제화공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에게 종속돼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퇴직금으로 고작 200만원을 바랐던 제화공들은 근로 기간에 따라 적게는 1150만원에서 많게는 4500만원의 퇴직금을 탠디로부터 지급받게 됐다. 이후 소다, 베라슈 등의 제화공들도 잇따라 퇴직급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3심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최종 승소했다. “7건의 퇴직금 소송에서 5건 이겼어요. 판례가 쌓였잖아요. 이제 사측도 소송 안 하고 자발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제화공이 노동자로 인정받았다는 거예요. 소사장제가 법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다는 것을 법원이 증명해준 게 제일 큰 소득이죠.” 정 지부장은 말했다. ●다음 목표는 재벌과의 싸움 지난해 탠디혁명을 시작으로 슈콤마보니, 미소페 등에서 공임 인상 시위가 이어졌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26개 제화 사업장과 단체협약을 맺어 공임을 켤레당 1300~1700원 인상했다. 단체 협약을 맺지 않은 영세 사업장들도 이에 따라 공임을 올려줬다. 20년간 5500원에 머물렀던 성수동 제화공의 공임이 7000원 수준까지 올랐다. 708명이 똘똘 뭉쳐 이뤄낸 기적이었다. 제화지부의 다음 목표는 4대 보험 가입이다. 제화공의 노후 대비와 건강관리, 산재 보상과 고용안정성 보장을 위해서다. 20년간 못 올린 공임을 해결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사측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제화공들이 4대 보험 가입에 부정적이다. 먼 미래의 혜택보다는 매달 빠져나갈 자기부담금 걱정이 크다. 수제화 산업의 고령화로 은퇴를 앞둔 60대 이상 노동자가 많아서 더 그렇다. 공임 인상, 퇴직금 지급 등의 요구를 수용한 사측도 4대 보험 가입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정 지부장은 선결과제를 바꿨다. “제화업체 본사, 하도급업체 사정도 있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요구를 가하면 견딜 수 있겠어요? 그래서 방향을 좀 바꾸려고요. 이번엔 재벌하고의 싸움입니다.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을 낮추는 게 우선이라서요.” ●납품가 5만원, 백화점 가면 30만원 둔갑 구두 한 켤레의 가격 구조를 보자. 성수동 제화공이 받는 공임은 올해부터 70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제화공은 두 부류로 나뉜다. 재단사가 자른 가죽을 구두 모양으로 꿰매는 ‘갑피공’과 발 모양 틀인 골(라스트)에 갑피를 씌우고 창을 붙여 마무리하는 ‘저부공’이다. 갑피공과 저부공은 각각 7000원을 받는다. 하청업체 사장은 재료비와 재단비용, 공임비에 각종 비용과 마진(이윤)을 붙여 5만~6만원에 본사에 납품한다. 백화점에 가면 이 구두는 30만원으로 둔갑한다. 여기서 나온 판매이익은 제화업체 본사와 백화점이 나눠 갖는다.공정거래위원회가 해마다 조사하는 대규모 유통업체 판매수수료율을 보면, 가장 최근 자료인 2017년도 기준 백화점이 잡화 매출의 31.4%를 판매수수료로 가져가는 걸로 나온다. 계약서에 쓰여있는 ‘명목 수수료’ 기준이다. 잡화에는 구두 외에도 가방 등 소품이 들어가지만 더 세분화된 기준은 없다. 백화점의 잡화 판매수수료율은 2013년 31.2%, 2014년 30.6%, 2015년 31.8%, 2016년 30.6%로 30%대 초반을 유지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0.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28.5%에서 27.6%로 0.9%포인트 하락했다. 백화점 못지않은 주요 판매처인 TV홈쇼핑은 잡화에 2017년 34.7%의 판매수수료율을 부과했다. 2013년(37.3%)보다 2.6%포인트 하락했지만 백화점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판매수수료 낮추는 협상은 사측과 백화점이 할 일이지만, 제화업체도 백화점과의 관계에서는 ‘을’이잖아요. 저희가 나서야죠. 사실 말이 쉽지, 노동자가 재벌하고 일대일로 붙을 수 있겠어요?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하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 등 정치권 도움도 요청할 계획입니다.” ●백화점 “카드수수료도 오르게 생겼는데?” 예상했지만 백화점은 제화공들의 수수료 인하 요구 계획에 난색을 보였다. 최근 신용카드회사들이 연매출 500억원이 넘는 대형가맹점에 카드수수료율을 0.2~0.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도 벅차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정부와 여당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고자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대가로 대규모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묵인하면서 예상됐던 수순이다. 정 지부장은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가능성에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공임 인상, 퇴직금 지급, 대법원 승소…. 다들 질 거라고 했던 싸움이에요. 계란으로 바위 쳐서 안 되는 걸 되게 만든 게 우리 족쟁이들입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봄, 봄, 봄, 봄이 왔어요…매캐한 미세먼지와 함께

    봄, 봄, 봄, 봄이 왔어요…매캐한 미세먼지와 함께

    다음달 2일 전국에 봄을 재촉하는 비 전망지난 겨울보다 춥지는 않았지만 때때로 찾아온 한파로 몸을 움츠리게 됐던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다. 서울의 경우 23일 토요일 낮 최고기온은 15도, 24일 일요일 낮은 13도까지 오르면서 4월 초에 해당하는 봄 날씨가 이어졌다. 기다리던 포근한 봄이 됐지만 매캐한 공기와 함께 찾아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같은 포근한 날씨는 2월의 마지막주 월요일인 25일은 물론 3월 초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5일은 중국 북부지방에서 남동진하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당분간 아침기온은 평년(영하 6도~3도)보다 1~3도, 낮 최고기온은 평년(6~11도)보다 3~8도 높은 기온분포를 보여 포근하겠지만 낮과 밤의 일교차가 10~15도 가량으로 크게 날 것”이라고 24일 예보했다. 25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도~영상 6도, 낮 최고기온은 8~16도 분포를 보이겠다.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서울 10도, 춘천, 대전 11도, 제주 12도, 광주 14도, 대구 15도, 부산 16도 등이 되겠다. 10일 뒤까지 날씨를 알려주는 중기예보에 따르면 이 같이 포근한 날씨는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고 개구리가 뛰어나온다는 경칩인 다음달 6일까지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월 2일 오후에는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리면서 올 겨울은 작별을 고할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풀리면서 미세먼지의 공습은 한층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요일인 24일에도 숨쉬기 힘들거나 공기가 탁하게 보이는 미세먼지(PM10)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월요일은 25일은 한반도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정체 현상 때문에 미세먼지가 축적돼 농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보했다. 실제로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경기 남부, 강원 영서, 대전, 세종, 충북,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나쁨’ 단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인도 생리대 공장의 22세 여사장, 아카데미 시상식 가는 사연

    인도 생리대 공장의 22세 여사장, 아카데미 시상식 가는 사연

    인도 델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을 달려야 도착하는 카티케라 마을에서 생리대 공장을 운영하는 22세 처녀가 25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 극장에서 열리는 제91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의 화려한 무대에 오를지 모른다. 어찌된 일일까? 스네흐란 이름의 아리따운 처녀로 다큐멘터리 영화 ‘Period. End of Sentence’ 주인공이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달거리, 형벌의 끝‘ 쯤 되겠다. 할리우드 북부의 한 학생 단체가 크라우드펀딩 모금으로 제작비를 모아 생리대 제조 기계와 이란계 미국인 라이카 제흐탑치 감독을 이 마을로 보내 영화를 만들었는데 단편 다큐멘터리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델리에서 115㎞ 떨어진 이 마을은 이 나라의 수도와는 딴판이다. 2시간 반을 달려야 한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BBC 기자는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4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마지막 마을에 이르는 7.5㎞는 포장이 안돼 자갈밭이나 다름없었다. 인도의 여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월경은 여자들에게도 금기시되는 단어였다. 달거리 중인 여자는 정결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종교시설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스네흐 역시 15세 때 첫 경험을 하기 전에 어머니나 자매들로부터 단어조차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건강 문제에 관심 많은 자선단체 ‘Action India’가 이 마을에 위생냅킨 공장을 차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단체와 일하던 수만이란 이웃이 2017년 1월 생리대 공장 얘기를 처음 꺼냈다. 대학 졸업반으로 델리에서 경찰 일을 하겠다고 꿈꾸던 스네흐는 어머니의 동의를 구했는데 아빠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가족의 중요한 문제는 남자 책임이다. 아빠에게 생리대가 아니라 아기 기저귀를 만드는 곳이라고 얘기해야 했다. 두 달 뒤 어머니가 생리대 만드는 곳이라고 알렸더니 아빠는 “일하긴 하는군”이라고 말해 안도했다고 했다. 18세부터 31세까지 7명의 여성이 일주일에 엿새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월급은 2500루피(약 4만원). 하루 600개를 만들어 ‘플라이’란 브랜드로 판매한다. 공장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부족한 전기 공급이다. 낮에 정전이 되면 밤새 일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낡은 옷 등을 찢어 썼는데 지금은 마을 주민의 70%가 생리대를 사용한다. 과거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인데 이제는 여자들도 생리를 당당히 얘깃거리로 삼는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스네흐가 학교 시험 준비에 몰두해야 할 때면 어머니가 대신 일했고, 다큐 제작진이 처음 마을에 왔을 때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가를 주민들에게 심문 받았다. 두 아이를 둔 수슈마 데비(31)는 지금도 남편과 언쟁을 벌인 뒤에야 공장에 출근할 수 있다. 남편은 집안 일을 다 끝낸 뒤에 출근하라고 해 새벽 5시 일어나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고 버팔로 먹이 주고 아침 준비하고 점심까지 차린 뒤에야 출근하고, 퇴근하면 곧바로 저녁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왜 월급도 적은데 일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늘어놓는다. 수슈마는 월급 일부를 남동생 옷가지 사는 데 써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다큐에 그대로 나오는데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가 될줄 알았으면 뭔가 조금 더 지적인 것처럼 말할걸 그랬다”며 웃었다. 넷플릭스에서도 이 소중한 다큐를 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누구도 해외로 나가본 적조차 없어 그의 할리우드 여행은 주민들에게 너무도 큰 자랑거리다. 스네흐도 한 번도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미국에 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지금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겐 노미네이트 자체가 상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눈이 떡 벌어질 정도의 꿈이 이뤄졌다.” 25일 오스카 시상식을 눈여겨볼 이유가 하나 더해졌다. 국내에선 TV조선이 오전 10시부터 중계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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