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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정 떠난 지 104일, 집에 가려면 일주 더 격리를” 사모아 럭비팀

    “원정 떠난 지 104일, 집에 가려면 일주 더 격리를” 사모아 럭비팀

    안녕하세요. 전 뉴질랜드에서 북동쪽으로 2600㎞ 떨어진 태평양 중남부의 섬나라 사모아에서 럭비 선수로 뛰는 시어도어 맥팔랜드라고 합니다. 전 마누마 사모아란 프로 팀 소속으로 지난 2월 23일(이하 현지시간) 고국을 출발했는데 4일까지 무려 104일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저희 팀이 속한 글로벌 라피드 럭비 시즌의 첫 경기가 3월 14일 호주 퍼스에서 예정돼 있었거든요. 해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2주 전지 훈련을 한 다음 퍼스에서 경기를 잘 뛰었어요. 그런데 귀국 길에 오클랜드를 경유했는데 코로나19 탓에 발이 묶여 버렸어요. 처음에는 뉴질랜드 당국의 격리 처분을 당했어요. 한 교회 단지에 더부살이를 했는데 석달 동안 20명의 선수들이 한 방에서 지냈답니다. 아시죠? 저희처럼 근육 우람한 남자들이 좁디좁은 방에서 지낸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격리가 풀리니까 그 다음에는 우리 조국이 굳게 잠근 국경의 빗장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얼마 전 다행히 귀국을 허가 받고 사모아 땅에 발을 딛긴 했어요. 그런데 또 2주 동안 격리를 해야 합니다. 아직도 집에도 못 가보고, 가족 얼굴도 못 봤어요. 저희 팀 비디오 분석관 하리 주니어 나라얀이 농을 했어요. “뉴질랜드에 왔을 때는 여름이었는데 떠날 때는 겨울이네”라고요. 저희 팀은 3월 21일 조국의 아피아에서 홈 경기가 예정돼 있어 빨리 돌아가야 했는데 퍼스에서 경기하는 날, 사모아 정부는 같은 달 15일 오전 8시부터 호주 등 33개국을 출발해 사모아에 오는 여행객은 출발 전 2주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발표했어요. 뉴질랜드 입국은 허용돼 전지 훈련을 소화했던 교회 단지를 다시 이용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행운은 거기까지였어요. 같은 달 24일 사모아 정부는 이틀 뒤부터 “사모아를 오가는 모든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공표했거든요. 해서 저희 팀은 같은 달 30일 뉴질랜드의 격리가 풀렸지만 비행기에 오를 수가 없었지요.싱글 베드 달랑 하나뿐인 커다란 침실에서 스무 명이 자고, 구단 직원들은 더 작은 방에서 지냈어요. 당연히 사생활 같은 것은 없어진 지 오래였죠. 몇몇 녀석들은 코까지 곯았어요. 그래도 사기는 여전했답니다. 저녁마다 빙고 게임을 해서 50센트나 1달러 내기를 해 돈을 모아 밖에서 사모아 우무스(돌구이)로 요리를 해먹었어요. 거실을 헬스장으로 꾸며 운동하다 뉴질랜드가 봉쇄 완화 4단계에 들어간 3월 25일부터 바깥에서도 훈련을 했고요. 하루는 경찰이 찾아와 접촉이 많은 우리 게임(럭비)을 해산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참나. 전 농구 국가대표이기도 한데 석달 동안 딱붙어 지내니 선수들이 가족처럼 느껴져요. 나라얀이 그러는군요. “일절 다투는 일 없고, 가장 큰 언쟁은 빙고 게임 중 일어난다. 누구나 돈을 잃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영국 럭비 선수들이라면 놀라 자빠지겠지만, 저희는요, 술은 입에도 안 대요. 우리 럭비 문화가 그렇고, 교회 단지 안이라서도 더 그래요. 4월 말 봉쇄가 느슨해지자 몇몇 선수가 단지 밖에 나가 살았지만 사모아 출신들은 모두 그곳에서 지냈어요. 일주일 전 오클랜드를 떠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어요. 하지만 조국에서는 단 한 명의 코로나19 감염자도 있어선 안된다며 2주 격리를 하라네요. 그나마 이번에는 선수단과, 직원들 따로 지내요. 전 혼자 다른 호텔에서 지내는데 갑자기 오늘 아침 일어나니 가족처럼 붙어 지내던 친구들이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어요.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그리던 가족과 상봉하게 돼요. 그때까지 안녕!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핵심은] ‘소신 지킨 죄’로 징계받은 금태섭

    [핵심은] ‘소신 지킨 죄’로 징계받은 금태섭

    ‘소신 있는 정치인이 되려면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 용기 있게 자기 생각을 밝히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중략)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등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함구령을 내리고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금태섭 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경고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의 일부입니다. 말미에는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고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금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금 의원이 지난해 12월 본회의 표결 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였습니다.■ 핵심 ① 당론과 소신의 충돌 민주당 지도부는 ‘공수처 찬성’을 당론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금 의원은 “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 문제의 전문가이고, 내 지식과 경험으로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든다는 것을 도저히 찬성하기 어려웠다”며 반대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기권한 것이고요.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국회의원이 소신껏 선택한 기권이라도 당론, 즉 당의 전체 의견을 거스르는 행위는 징계 사유라고 봤습니다. 민주당 당규에 따라 “당의 강령이나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금 의원은 징계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그는 해당 당규는 당원 또는 당직자에 한하는 것으로 국회의원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수처에 관한 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토론 없는 결론에 무조건 따를 수는 없다”고도 했습니다. ■ 핵심 ② 민심 위에 당심 있나 민주당은 이번 4·15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했습니다. 전체의 60%에 이르는 압도적인 의석수입니다. 유권자가 민주당에 이토록 거대한 힘을 실어준 까닭은 무엇일까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나라다운 나라’ 만드는 데 제대로 써달라는 뜻일 겁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심보다 당심을 더 우위에 둔 것 같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법보다 당론이 우선하는가’라는 질문에 “당론에는 ‘권고적 당론’과 ‘강제적 당론’이 있는데 지난번 금 의원이 기권한 건 강제 당론(에 어긋나는 것)이었다”고 답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합니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돼 있습니다. 국회법에도 국회의원의 양심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국회법 114조의 2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양심은 개인적 소신이 아니라 민심을 등에 업은 소신을 뜻합니다. ■ 핵심 ③ 반대 없는 정치를 반대한다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소신이라는 이름으로 공수처를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검찰주의적 대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던 금 전 의원의 행위에 대해서는 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징계를) 거두어 주길 바란다”고 썼습니다. 박용진 의원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강제 당론과 권고 당론은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는 조항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조응천 의원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걸 징계한다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원의 양심이 당론과 항상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는 선택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난립하는 가치 가운데 무엇이 더 국가를 이롭게 할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비록 그것이 당론과 배치되는 소수의견일지라도 말이죠.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토요일 아침, 한 주간 가장 뜨거웠던 이슈의 핵심을 짚어드립니다.
  • 나이 들어 빠지는 근육 방어 비법 ‘완전단백질’

    나이 들어 빠지는 근육 방어 비법 ‘완전단백질’

    우리 몸속 근육은 하루하루 사라진다. 노화로 인해 줄어드는 양만큼 근육 세포가 재빨리 생성되지 않고 그 자리를 지방이 채워 물렁물렁해진다. 이때 조금이라도 근육을 지키고 싶다면 근력운동과 함께 노화된 근육세포에 보다 양질의 영양분, 즉 단백질을 공급해줘야 한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수분 다음으로 많은 성분이다. 근육과 뼈, 피부, 머리카락 등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일 뿐 아니라 에너지 생성을 돕고, 체내 호르몬과 효소, 항체를 만드는 데도 단백질이 쓰인다. 때문에 단백질은 우리 몸속에서 끊임없이 분해와 합성을 반복한다. 하루 평균 약 300g의 단백질이 분해되고 합성되는데 이때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 체내 단백질이 충분하지 않으면 근육에 저장해 두었던 단백질을 분해해서 사용하게 된다. 결국 근육에서 단백질이 빠져나가기 전에 매일매일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근육을 제대로 지키고 저장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식품에 함유된 필수아미노산 함량을 나타내는 ‘아미노산 스코어’를 따져봐야 한다. 아미노산 스코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973년 제정한 단백질 영양 평가 방법으로 아미노산 스코어가 100점 이상인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9가지 필수아미노산을 모두 충분히 함유한 양질의 단백질을 ‘완전단백질’이라고 부르는데 일반 식품 중에는 우유, 달걀 등이 높고 원료로는 유청단백질과 카제인 단백질의 아미노산 스코어가 높다. 신체기능이 저하되는 노년층의 경우, 근육건강을 위해 특히나 ‘완전단백질’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한 단백질 식품만 오래 섭취하면 단백질 합성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해 성장발육이 더디고 근육감소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화두가 되면서 성인 단백질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출시 1년여 만에 누적매출 4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성인 단백질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은 매일유업 셀렉스는 최근 100% 완전단백질 ‘코어 프로틴 플러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지금까지 총 150만 캔이 판매된 ‘코어 프로틴’ 제품에 고객 목소리를 반영해 업그레이드했다.‘코어 프로틴 플러스’는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음식물로 섭취해야 하는 9가지 필수아미노산을 모두 고르게 가진 완전단백질(유청단백질, 카제인 단백질, 분리대두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단백질의 질 뿐 아니라 총량도 늘렸다. 기존 ‘코어 프로틴’보다 단백질은 10% 늘린 20g, 필수아미노산 류신(부원료)은 50% 늘린 3,000mg이 함유돼 있다. 영양성분도 강화해 근육과 뼈를 위한 칼슘(300mg), 마그네슘(100mg), 비타민D(20㎍)는 기본으로 구성하고, 활력을 위한 비타민B군과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위한 아연까지 추가했다. 우유의 진하고 고소한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당은 우유의 10분의 1로 줄이고 평소 유당 때문에 우유를 잘 마시지 못한 사람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운동 후 단백질 보충용으로는 물론이고 단백질이 부족한 중년 여성, 바쁜 아침 가족건강을 위한 간편식사대용으로 좋다. 가정용 캔과 운동이나 야외활동시 휴대가 간편한 스틱형 2가지 형태가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세계 유일한 공연”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 “한국에 있어 다행”

    “전세계 유일한 공연”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팀… “한국에 있어 다행”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유일하게 내한공연을 하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국내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의 주역들이 한국에서 공연을 이어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오페라의 유령’을 이끄는 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 라울 역의 맷 레이시는 5일 오전 MBC 라디오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의 ‘아침 음악회’ 코너에 출연해 공연 과정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뮤지컬의 대표곡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극 중 유령을 연기하며 카리스마와 동시에 애절한 사랑을 그려낸 조나단은 이날 “저희가 한국에 왔을 때가 타이밍이 가장 좋지 않았나 싶다”면서 “스태프들이 코로나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고 지금 전세계에서 서울 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국의 동료들은 일을 전혀 못하고 있지만 저희는 이렇게 관객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고 안전하게 공연을 하고 있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여긴다”고 밝혔다. 월드투어팀은 지난해 12월 부산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지난 3월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서울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6개월 남짓 한국에 머무는 데다 코로나 사태 초반에 배우 두 명이 확진돼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가 긴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저한 방역으로 공연은 매회 높은 인기를 얻으며 순탄하게 계속되고 있다.앞서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지아 뮤지컬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지난달 데일리 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연 중인 영국 쇼, ‘오페라의 유령’이 자랑스럽다”며 한국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데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또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올리버 다우든 장관에게 “한국의 추적 검사 시스템이 사회적 거리를 두지 않는 실황 공연으로 복귀하기 위한 단계별 이행의 시작”이라는 내용의 서신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 이날 라디오에서 세 주연들은 ‘The music of th night’, ‘All I ask of you’,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을 차례로 라이브로 노래해 무대에서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시위 촉발’ 흑인 사망 연루 경찰들 오렌지색 미결수 차림 법정 나와

    ‘시위 촉발’ 흑인 사망 연루 경찰들 오렌지색 미결수 차림 법정 나와

    흑인 조지 플로이드(46)의 사망에 연루된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전직 경찰관 3명이 4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니애폴리스 법정에 나온 전직 경찰관은 플로이드의 사망 당시 그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른 데릭 쇼빈(44)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알렉산더 킹(26), 토머스 레인(37), 투 타오(34) 등 3명이다. 쇼빈은 오는 8일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경찰관 신분에서 하루아침에 파면과 함께 법의 심판대에 선 것이다. 지난달 25일 체포 과정에서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쇼빈은 기존 3급 살인에 더해 2급 살인 혐의가 추가됐고, 나머지 3명의 전직 경찰관들은 2급 살인 공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킹과 레인은 당시 수갑이 뒤로 채워진 채 바닥에 엎드린 플로이드의 등과 발을 누르고 있었고,타오는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오렌지색 미결수 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해 판사로부터 예비심문을 받았다. 예비 심문은 각각 약 5분간에 걸쳐 이뤄졌지만, 이들은 법정에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4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이날 이들 3명에게 총 100만달러(약 12억 1950만원)의 보석금을 책정했다. 보석금을 내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개인이 소지한 무기를 반납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보석금은 75만달러로 내려갈 수 있다. 레인의 변호인인 얼 그레이는 “레인이 명령을 따르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느냐? 그는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적경(寂境)/백석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적경(寂境)/백석

    적경(寂境)/백석 신 살구를 잘도 먹드니 눈 오는 아츰나어린 아내는 첫아들을 낳았다 인가 멀은 산 중에까치는 배나무에서 즞는다 컴컴한 부엌에서는 늙은 홀아비의 시아부지가 미역국을 끓인다그 마을의 외딴 집에서도 산국을 끓인다 열흘 전 전국의 고3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했습니다. 인천의 고3들 개학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동무들이 서로 만나 얼싸안고 지난 이야기들 하느라 학교가 클럽 분위기가 되었다 하네요. 이들의 모습 인간적이었지요. 반가운 동무들 만나고도 오지마, 사회적 거리를 실천해야 해, 라고 말할 뿐이라면 이 어찌 인간의 삶이라 하겠는지요. 적막한 산골에 경사가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거죠. 나어린 며느리를 위해 홀아비인 시아버지는 컴컴한 부엌에서 미역국을 끓입니다. 고요하고 아늑한 인간의 풍경이지요. 흉몽 같은 시절이 지나가면 우리 모두 대면식을 갖고 지상의 순간을 클럽으로 만듭시다. 사랑한다고, 당신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해줍시다. 곽재구 시인
  • 누나, 내 포즈 어때?… 멋지게 나와?

    ●반려동물에게 추억 선물… 가족이니까 ‘반려동물은 가족이다.’ 이 시대에 이런 말은 새삼스럽다. 핵가족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은 가족 이상의 친근한 존재가 됐다.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를 ‘애완동물’이라 불렀던 시절이 지금 돌아보면 되레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해 전국 20세 이상, 64세 이하의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설문 조사를 했더니 반려동물을 등록신고한 사람이 1년 새 5배 넘게 늘어 등록된 반려견 수는 무려 209만여 마리를 기록했다. 유기견 방지를 위한 정부의 홍보 노력과 과태료 면제 등 정책적 배려에 따른 결과이겠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국민의식이 크게 달라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반려동물의 수명은 약 15년 안팎.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반려인들에게 이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평생을 함께할 수 없는 만큼 소중한 시간을 살뜰히 기록하고 싶은 이들이 많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임혜지(28)씨 가족도 그렇다. 처음 분양받았던 반려동물 설탕이를 데려온 지 한 달도 안 돼 병으로 잃은 뒤 한동안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아야 했다. 상실의 아픔이 너무 커서 두 번 다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한 적 있지만 운명처럼 ‘리코’를 만났다. 우연히 설탕이와 똑같은 종의 리코가 눈에 들어온 것. ●‘리코’의 다양한 표정 이끌어낼 교감이 중요 임씨 가족에게 리코는 이제 그냥 가족이다. 가족이 된 지 만 2년이 될 무렵 리코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한 임씨는 리코의 ‘개린이’(어린 강아지) 시절 추억을 남겨 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증명사진 촬영. 오늘은 리코가 개린이 증명사진 찍는 바로 그날이다. 아침잠에 빠져 있다 멀뚱멀뚱 눈망울만 굴리는 리코의 외출 준비를 시키느라 온 가족이 매달린다. 임씨가 리코의 장난감과 물통, 기저귀, 배변주머니, 간식을 빠짐없이 다 챙긴다. 말쑥하게 털 미용을 마쳤고 반짝반짝 미끄러질 만큼 빗질도 했다. 난생 처음 사진을 찍게 된 리코는 모든 것이 어리둥절할 뿐이다. 경기 수원시의 반려동물 전용 스튜디오 ‘보크 스튜디오’. 여러 반려동물 친구들의 샘플 사진을 본 뒤 스튜디오에 마련된 리본넥타이와 화환 등 예쁜 액세서리로 치장한 리코는 마침내 누나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반려동물의 다양한 표정을 읽어내고 카메라에 담는 스튜디오 실장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사진작가와 리코의 순간적인 교감이 매 순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리코의 동선을 쫓아 한참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사진작가. 그의 마지막 한마디에 온 가족은 또 한바탕 크게 활짝 웃었다. “표정이 너무 다양하네요. 반려동물 모델이 따로 없어요~.” 글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누나, 내 포즈 어때?… 멋지게 나와?

    누나, 내 포즈 어때?… 멋지게 나와?

    ●반려동물에게 추억 선물… 가족이니까 ‘반려동물은 가족이다.’ 이 시대에 이런 말은 새삼스럽다. 핵가족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은 가족 이상의 친근한 존재가 됐다.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를 ‘애완동물’이라 불렀던 시절이 지금 돌아보면 되레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해 전국 20세 이상, 64세 이하의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설문 조사를 했더니 반려동물을 등록신고한 사람이 1년 새 5배 넘게 늘어 등록된 반려견 수는 무려 209만여 마리를 기록했다. 유기견 방지를 위한 정부의 홍보 노력과 과태료 면제 등 정책적 배려에 따른 결과이겠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국민의식이 크게 달라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반려동물의 수명은 약 15년 안팎.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반려인들에게 이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평생을 함께할 수 없는 만큼 소중한 시간을 살뜰히 기록하고 싶은 이들이 많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임혜지(28)씨 가족도 그렇다. 처음 분양받았던 반려동물 설탕이를 데려온 지 한 달도 안 돼 병으로 잃은 뒤 한동안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아야 했다. 상실의 아픔이 너무 커서 두 번 다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한 적 있지만 운명처럼 ‘리코’를 만났다. 우연히 설탕이와 똑같은 종의 리코가 눈에 들어온 것.●‘리코’의 다양한 표정 이끌어낼 교감이 중요 임씨 가족에게 리코는 이제 그냥 가족이다. 가족이 된 지 만 2년이 될 무렵 리코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한 임씨는 리코의 ‘개린이’(어린 강아지) 시절 추억을 남겨 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증명사진 촬영. 오늘은 리코가 개린이 증명사진 찍는 바로 그날이다. 아침잠에 빠져 있다 멀뚱멀뚱 눈망울만 굴리는 리코의 외출 준비를 시키느라 온 가족이 매달린다. 임씨가 리코의 장난감과 물통, 기저귀, 배변주머니, 간식을 빠짐없이 다 챙긴다. 말쑥하게 털 미용을 마쳤고 반짝반짝 미끄러질 만큼 빗질도 했다. 난생 처음 사진을 찍게 된 리코는 모든 것이 어리둥절할 뿐이다.경기 수원시의 반려동물 전용 스튜디오 ‘보크 스튜디오’. 여러 반려동물 친구들의 샘플 사진을 본 뒤 스튜디오에 마련된 리본넥타이와 화환 등 예쁜 액세서리로 치장한 리코는 마침내 누나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반려동물의 다양한 표정을 읽어내고 카메라에 담는 스튜디오 실장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사진작가와 리코의 순간적인 교감이 매 순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리코의 동선을 쫓아 한참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사진작가. 그의 마지막 한마디에 온 가족은 또 한바탕 크게 활짝 웃었다. “표정이 너무 다양하네요. 반려동물 모델이 따로 없어요~.” 글 사진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내 딸, 이게 얼마만이냐… 伊, 3개월 만에 국경 열고 웃다

    내 딸, 이게 얼마만이냐… 伊, 3개월 만에 국경 열고 웃다

    타 대륙 방문 이력 없으면 격리 의무 면제 밀라노·시칠리아섬 등 곳곳에 차량 행렬 코로나 하루 확진 321명 등 감염 우려 여전 스위스 등 “아직 이르다” 국경 폐쇄 유지“우리(이탈리아)는 엄청난 희생을 통해 웃고 즐길 자격을 갖추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코로나19 감염 확대를 막으려고 취했던 봉쇄 조치를 약 3개월 만인 3일(현지시간) 해제하면서 밝힌 희망이다. 콘테 총리는 “이번 위기를 구조적 문제 극복과 국가 재건의 기회로 삼겠다”며 세제 개혁도 예고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부터 국내 이동제한을 해제했을 뿐만 아니라 국경도 개방했다. 입국 허용 대상은 유럽과 솅겐조약(유럽연합 회원국 간 자유로운 통행 보장 협정) 가입국에서 오는 외국인으로, 입국 직전 다른 대륙을 방문한 이력이 없으면 14일간의 의무 격리 조치가 면제된다. 사실상 유럽지역 여행객에만 문호를 연 것이다. 이탈리아 관광지는 모처럼 활력이 넘쳤다. 저마다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제 첫날인 이날 이른 아침부터 밀라노와 제노바 등 주요도시 주변 고속도로에서는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시칠리아섬 메시나에서도 본토로 가는 페리를 타려는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관광업계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관계로 이번 여름휴가 때 많은 자국인들이 국내여행을 택할 것으로 전망하며 기대를 키우고 있다. 남부 칼라브리아주의 조엘 산텔리 주지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칼라브리아로 오라. 단 하나의 위험이 있다면 당신이 살찔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쾌한 러브콜을 띄우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12%를 차지하는 관광 재개에 나섰지만 기대만큼 경제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 국경을 접한 이웃국가들은 여전히 빗장을 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하루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1명, 사망자는 71명이었다. 누적 확진자는 23만 3800여명이고 사망자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3만 3600명에 이른다. 이를 의식한 듯 콘테 총리도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강조했다. 주변국은 여전히 경계태세다. 오스트리아는 4일부터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이웃국가와의 국경을 개방할 예정이다. 스위스는 역시 “이탈리아와의 국경 폐쇄를 해제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오는 15일부터 독일·프랑스와의 국경 폐쇄 해제에 동의했다.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등도 당분간 이탈리아와의 국경 폐쇄를 유지할 방침이다. 관광업계도 이런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 시내 1200여개 호텔 가운데 문을 연 곳은 40여개에 불과하다. 밀라노도 10여개 호텔만 영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 재개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문을 열어도 객실이 얼마나 채워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4일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6000억 유로(약 819조 9000억원)의 채권을 추가로 매입하기로 하고, 정책금리에 대해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경쟁자는 펭수… 연금 받고 싶어요”

    “경쟁자는 펭수… 연금 받고 싶어요”

    충주시 새내기 캐릭터 공무원 충주씨(21·수달)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충주시 농산물 홍보의 일환으로 개설한 유튜브로 입소문을 타더니 사과 홍보송 ‘사과하십쇼’(조회 수 38만회)로 대박을 쳤다. 두 차례 홈쇼핑에 출연해 팔아 치운 사과만 1만 6000세트(3억 6000만원 상당). 뻔한 지자체 홍보 영상에서 벗어난 ‘저 세상 텐션’으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든 게 인기 비결로 꼽힌다. 자타 ‘수달’이지만 어엿한 농업정책국 영업직 공무원인 충주씨. 충주씨의 정체는 EBS 크리에이터 펭수처럼 비밀에 싸여 있다. 충북 충주시청 7층에 있는 충주씨 사무실을 찾았다. 다음은 충주씨와의 일문일답.-충주 출신이네요. “물 맑고 공기 좋은 충주시 살미면 수주팔봉에서 17살 때부터 3년간 살았어요(충주씨는 지난해 7월 충주 살미면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을 캐릭터화했다). 달래강에는 수달 친구들이 많이 사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잡아가려 해서 다들 숨어 살아요. 흑흑.” -6대1의 최종 면접을 뚫고 지난해 12월 5일 임용됐어요. 공무원시험을 보기로 한 이유가 있나요. “하릴없이 백수로 지내다 어느 날 시청 앞 전광판에서 캐릭터 공무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충주시 농산물에 대해서만큼은 사전을 달달 외우다시피 공부했어요. 홍보·영업 공무원이니까 장기 자랑도 열심히 준비했고요.” -요즘 공무원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잖아요. 혹시 월급은…. “실수령액으로요? 통장에 찍히는 게 138만원 정도….” -연금도 받나요. “연차가 안 돼서요…. 저 받을 수 있나요? 10년 이상 열심히 근무하면 받을 수 있대요. 연금 받고 싶어요. 열심히 할게요. 연금 주세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유튜브 관리는 혼자 하는 건가요. “기획자 선배 둘, PD님, 매니저님들과 아침에 영상 제작 회의도 하고 점심도 먹고 그래요. 저는 소셜미디어(SNS) 구독자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고 있어요. 막내니까 시키는 대로 다 합니다. 춤도 추고요, 농산물 홍보 행사도 나가고요.” -콘텐츠 제작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어디서 얻기보다 자연스럽게 생각해요. 저희 콘텐츠가 일명 ‘병맛 콘셉트’이거든요.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하게 하자. 있는 그대로 보이고 싶어요.” -악플에 상처받은 적 없나요. “지난해 12월 24일 구독 관계자 5명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구독자 2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어요(지난 5월 27일 현재 구독자 1만 9000여명). 악플도 저에게 보내 주시는 사랑이죠. 상처가 아니라 저는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경쟁자를 꼽자면. “펭하! 펭수(10) 선배님요. 데뷔는 선배님인데 나이는 제가 많아요. 지역 지자체 캐릭터 친구들도 차례대로 만나 보고 싶어요. 제 생일(충주씨의 생일은 7월 8일 충주 시민의 날이다)에 코로나만 잠잠해지면 친구들이랑 생일 파티를 할 계획이에요.” -충주씨의 매력 포인트를 알려 주세요. “처음엔 제 목소리가 너무 아저씨 같다. 외모랑 매칭이 안 된다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 매력 있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 목소리에 반하신 거죠? 제가 잘생긴 것도 있고 말도 막힘 없이 잘하는 것 같고요. 하하.” -‘사과하십쇼’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어요. 다음 편은 안 나오나요. 충주 사과 자랑도 좀 해 주세요. “설탕에 절였느냐. 육즙이 팍팍 튀어나오는데 정말 나 혼자 먹기 아깝다. 이렇게 자랑하고 싶고요. 올해 사과 출하기에 맞춰서 사과 뮤직비디오 2020편도 나오니 기대해 주세요.”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요. “사과 보내면서 저도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비행기를 못 탔어요. 미국 뉴욕이랑 베트남에도 충주 사과를 수출하고 있답니다. 뉴욕에서도 얼른 충주 사과 홍보 콘텐츠를 찍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21대 국회 개원 협상 불발…통합당 빼고 본회의 강행할 듯

    21대 국회 개원 협상 불발…통합당 빼고 본회의 강행할 듯

    21대 국회 개원을 놓고 여야가 4일 협상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래통합당은 의장단 선출 뒤 원 구성을 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상임위 강제 배정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했다. 민주당 김태년·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비공개 회동을 했으나 각자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법정 기한에 맞춰 5일 개원하고 의장단을 선출한 뒤 원 구성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이다. 반면 통합당은 의장단이 선출되고 나면 민주당이 마음대로 상임위를 강제 배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원 수를 내세워 전체 상임위원장에 민주당 의원들을 배치해야 한다는 뜻을 표명했었다. 민주당은 5일 오전 10시에 예고대로 본회의를 열 태세지만, 제1야당인 통합당의 불참 속에 열릴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여야는 본회의 개최 직전까지 협상을 이어가기로 해 극적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내일(5일) 아침 개원 전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통합당은 5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개원식 및 의장단 선출 참여 여부를 논의한다. 배현진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양당이) 내일 오전에 다시 접촉할 것 같다”고 말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해! 해! 해!… 100세 최고참 농부의 ‘스마일’ 건강학

    해! 해! 해!… 100세 최고참 농부의 ‘스마일’ 건강학

    공익직접직불제 보조금 최고령 신청자 아영면사무소 조사 통해 ‘현업 농부’ 인정 정 할아버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농사”“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농사를 지어야지. 집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답답하고 몸이 더 축나는 거야.” 몸을 추스르기도 어려운 고령에도 건강하게 농사를 짓는 백세 농부가 화제다. 주인공은 전북 남원시 아영면 서갈마을 정필상(100) 할아버지. 정 할아버지는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활짝 웃었다. 정 할아버지는 올해 공익직접직불제를 신청한 국내 최고령 농부다. 공익직접직불제는 1000㎡ 이상 농지를 실제로 경작하는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아영면사무소는 현지 조사를 거쳐 정 할아버지의 현업이 농업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정 할아버지는 올해로 69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그가 보유한 농지는 3300㎡. 고랭지인 아영면에서 결코 적은 면적은 아니지만 성실하게 노력해야 빠듯하게 살아갈 수 있는 소농이다. 정 할아버지와 부인 박한순(87) 할머니는 이 토지를 피땀으로 일궈 4남1녀의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길렀다. 노부부는 올해도 지난달 초 모내기를 마쳤다. 이들은 모내기 현장에서 바쁜 일손을 도와 상일꾼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정 할아버지 부부는 건강한 가족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부부 모두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이 없어 영농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정 할아버지는 100년을 살아오면서도 잔병치레도 별로 하지 않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없을 정도다. 그는 요즘도 농사를 짓는 시간 외에는 공공근로에 참여할 정도로 건강하다. 고령이다 보니 거동이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총기는 젊은 사람 못지않게 또렷하다. 그의 건강 비결은 긍정적 사고로 생활에 충실한 것이다. 술과 담배는 전혀 하지 않고 일상에서 건강과 행복을 찾는다. 하루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무조건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하지. 근처 논도 둘러보고 일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다 보면 시간이 부족할 정도야.” 경남 함양군 백전면이 고향인 정 할아버지는 집안 대대로 부호였다. 그러나 아버지 때 가세가 기울어 외할아버지댁인 지금의 아영면 서갈마을로 이사 와 농사와 인연을 맺었다. 일제강점기에 소련 탄광으로 강제징용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성실하고 착한 성품으로 마을에서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서갈마을 이장 박국선씨는 “정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200m쯤 떨어진 독립 가옥에 살고 계시지만 주민들과 항상 소통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큰어른”이라면서 “백세시대 건강한 농부의 표본인 정 할아버지 부부가 오래오래 건강 장수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남원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약탈에 울분 토하는 美 한인사회 “왜 작은 점포를 털어가나”

    약탈에 울분 토하는 美 한인사회 “왜 작은 점포를 털어가나”

    “펜실베니아 미용용품 점포 30% 피해”“4~5시간 털려도 경찰 나타나지 않아”시카고선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어”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약탈 피해를 입은 미주 한인사회가 신음하고 있다. 치안력이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무차별적인 약탈을 당한 한인사회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과 같은 사태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사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교민들에 따르면 이날까지 50개 안팎의 현지 한인 점포가 항의 시위대의 약탈 공격을 받았다. 대략 30곳의 미용용품 상점을 비롯해 휴대전화 점포, 약국 등이다. LA나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필라델피아에도 7만명가량의 많은 교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상규 펜실베이니아 뷰티 서플라이(미용용품) 협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인 뷰티 서플라이 점포가 100개 정도이니 30%가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인 상대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상권에서 피해가 집중됐다. 필라델피아의 흑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도 하지만 백인·히스패닉 인종을 가릴 것 없이 폭력적인 약탈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시위가 격화했다가 펜실베이니아주 방위군이 배치되면서 폭력 수위는 다소 진정됐지만 주방위군이 다운타운에 집중 배치되다 보니 도심권에서 떨어진 한인 상권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통행금지 무색하게 곳곳서 약탈”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다운타운은 펜실베이니아주 병력이 나서면서 약간은 자제가 된 것 같은데 한인 커뮤니티는 지금도 상당히 불안한 상태”라고 우려했다.그는 “통행금지를 무색하게 약탈을 하니까 그게 문제”라며 “신발, 잡화상 등 흑인들이 좋아하는 상점의 철문을 다 부수고 들어가서 새벽까지 곳곳에서 약탈이 이어진다.한인이 운영하는 어떤 약국은 철문이 있는데도 다 털렸다. 전기톱으로 철문을 뜯어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심지어 한인 소유의 대형상가가 4~5시간이나 털렸지만 현지 경찰은 수차례 신고에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약탈범들은 길가에 트럭을 세워두고 300만~400만 달러 상당의 물건들을 박스째 물건을 실어갔다고 한다. 나 협회장은 “자정뿐만 아니라 새벽 2~3시에도 6~10명씩 몰려다니면서 털고 있는데, 심야 통행 금지는 있으나 마나”라며 “우리는 그저 앉아서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에서도 한인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매체인 CBS 시카고는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에서 약탈 피해를 당한 김학동씨의 사연을 전했다. 김씨는 “제발 그만하고 이곳에서 나가 달라고 했고, 그들도 처음에는 이해하는 듯했다”면서 “하지만 시위대가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20~30명이 몰려와서 약탈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시위를 이해한다. 그렇지만 왜 작은 점포를 부수는가. 왜 점포에 들어와서 물건들을 털어가는가”라며 “이건 옳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딸 하나씨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약탈자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들고 가는 것을 보는 것뿐이었다”라고 허탈해했다. 다행히 28년 전 큰 피해를 입은 LA 한인타운에는 주방위군이 전격 투입된 상태다. 주 방위군 병력은 전날 오후 웨스트 올림픽대로에 위치한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를 비롯해 3∼4곳에 배치돼 삼엄한 경계에 들어간 바 있다. 주 방위군은 항의 시위 사태가 끝날 때까지 LA 경찰과 함께 한인타운에 주둔하면서 지난 1992년 ‘LA 폭동 사태’의 재연을 막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재연 우려 LA에는 주 방위군 투입 시카의 한인업체 피해도 심각하다. 미네소타주와 인접한 일리노이주 최대 도시 시카고의 흑인 대상 한인사업체 소유주들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카고 한인 업계에 이렇게 큰 피해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카고 남부에서 1987년부터 33년째 미용용품 매장을 운영해온 김종덕 아메리칸 뷰티총연합회 전 회장은 일요일은 지난달 31일 상황을 소개했다. 김 전 회장은 “아침에 가게에 나갔더니 경찰관들이 건물 앞에서 ‘오늘 영업할 수 없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갔다가 걱정이 돼 오후에 다시 나가보니 건물 인근에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어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방차가 오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서 보니 우리 건물과 매장이 불에 타고 있었다”며 그다음 날이 돼서야 매장의 물건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그을고, 소방차가 뿌린 물에 모두 젖어버린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또 “우리 매장은 시카고 경찰 본부에 인접해있어 매우 안전한 곳으로 간주됐다”며 “이번에는 경찰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 피해를 50만 달러 정도로 추산하면서 “30년 이상 꾸려온 사업체가 한순간에 이렇게 훼손돼 고통스럽다”라고 말했다. 시카고 한인뷰티협회 김미경 회장은 시카고 지역에 약 600개의 한인 미용용품 업체가 있다며 이들 중 최소 60~70%가 이번 사태의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성배 시카고 한인회장은 “곳곳에 경찰차들이 세워져 있고 대부분 건물의 출입문과 창문이 나무판자로 가려져 있거나 철판이 덮여 있는 상태였다”며 뷰티업체 외에도 휴대폰 대리점과 패션, 보석 가게 등 한인 사업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인 사업체가 의도적 표적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한다”면서 “코로나19 사태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했더니 식료품점을 비롯한 대부분 업소가 문을 닫아 지역 주민들로서는 당분간 생활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경찰에 쫓긴 70명 집안 이끌어 밤 보내게 한 워싱턴 주민 화제

    경찰에 쫓긴 70명 집안 이끌어 밤 보내게 한 워싱턴 주민 화제

    날로 시위가 격화하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경찰의 포위에 쫓기던 시위대원 70여명을 집안으로 불러 들여 피난처를 제공하고 밤을 지낼 수 있게 해준 남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오후 7시쯤 백악관에서 1.6㎞ 떨어진 스완 스트리트 NW에 사는 라훌 두베이는 통금령을 위반하며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46)이 백인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 끔찍한 죽임을 당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던 이들이 경찰과 주방위군의 포위 작전에 쫓겨 자신의 집안에 뛰어드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문을 활짝 열어 시위대원들이 집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 메카(22)란 이름의 시위 참가자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지난 며칠 중 가장 평화롭게 시위를 진행하던 이들과 함께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러 방향에서 압박해오는 진압 병력에 쫓기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14번가에서 쫓겨 15번가로 달아났는데 그마저 안돼 스완 스트리트로 쫓겼고 그곳에서마저 오도가도 못하게 됐다. 두베이의 이웃 미시악은 13명의 아이들이 경찰, 주방위군에게 숫적으로도 밀리고 완전 포위된 것을 봤다고 전했다. 그녀는 진압 요원들이 “마치 폭탄 위협에 대처하는 것 같았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해서 시위대원들이 피난처로 찾은 것이 두베이의 집이었다. 두베이는 2일 NBC 워싱턴 지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도 최루 가스를 마셨으며 사람들이 “내 집 층계참에서 살육당하거나 맞고 있었다. 솔직히 내가 했던 일 말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폭풍우처럼 내달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계속 문을 열어 사람들을 붙잡아 집안으로 밀어넣었다. 만약 당신이 폭풍우를 맞으면 똑같이 누구라도 당신 집으로 들어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피신한 시위자 중 한 명인 레인은 NBC 뉴스에 두베이의 집 여러 방에 70명 정도가 나뉘어 들어가 밤을 지샜다며 “우리는 무척 지쳐 있었고 탈진한 상태였다. 아드레날린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밤새 물러나지 않았고 레인과 메카는 시종 바깥 동정을 살피며 집안의 일을 다큐멘터리로 찍듯 담았다. 메카는 사람들이 집안에 뛰어들 때 진압요원들이 현관을 겨냥해 최루 가스를 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해서 그가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집안에 있던 이들이 재채기를 해대는 모습이 담겨 있다. 피터 뉴샴 경찰서장은 스완 스트리트 상황에 대해 진압 요원들이 “그 전 이틀 밤에 걸쳐 폭력 시위 양상으로 변질되는 양상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조짐을 봤기 때문에“ 대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날 밤 워싱턴 DC에서 300명이 체포됐는데 스완 스트리트에서만 200명 가량이었다. 물론 체포된 이들 가운데는 강도와 약탈 행위에 연루된 이도 있었다. 하지만 두베이 집에 들어온 이들은 강한 연대감을 확인했다. 우유나 베이킹 소다와 물을 섞어 최루탄 가루 범벅인 눈시울을 씻어내고 두베이가 주문해 먹다 남긴 피자 조각을 나눠 먹었다. 그러자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20~30상자의 피자를 주문해줬다. 마스크를 기부하겠다는 사람, 모두를 아침에 집에 데려다줄 수 있도록 차를 대령하겠다는 사람이 잇따라 나타났다. 영국 BBC 동영상을 보면 아침에 엉망이 된 두베이의 집 주변을 청소하겠다고 자원하고 나선 예술가도 있다. 메카는 “그 전에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거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거기서 밤을 보낼 것이란 점을 알게 됐다. 진짜로 침묵을 깨기 위해 애써 화두를 꺼내는 아이스브레이킹 같은 것은 필요없었다”고 돌아봤다. 모든 인종이 고루 있었고, 직업도 모두 달랐다. 모든 이들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책을 두베이에게 전달했다. 메카는 “그 방에서 인류애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상대와 어떻게 접촉하는지, 서로를 대할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서로를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감동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그 여자는 거기 없었다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그 여자는 거기 없었다

    하머스호이는 코펜하겐 스트란드가드 30번지에 십 년 동안 살면서 이 집을 일흔 점 가까이 그렸다. 이 방은 작은 살롱이다. 가운데 창문이 있고 오른쪽에는 흰 문이 있다. 왼쪽 벽에는 액자 두 개가 걸려 있고 그 앞에는 타원형 탁자가 놓여 있다. 탁자 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화가의 부인 이다가 앉아 있다.관객은 이 그림을 보면서 어디에다 중점을 두어야 할지 주저하게 된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성은 주인공이 되기에는 존재감이 빈약하다. 한쪽에 치우친 데다가 뒷모습이어서 무엇을 하는지, 표정이 어떤지 알 수 없다. 인물보다는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더 중요해 보인다. 햇빛은 흰 커튼을 더욱 희게 만들고, 창턱과 바닥에 창살 무늬를 떨구고 있다. 지금은 아침나절일까 늦은 오후일까. 이 고요한 방안에서는 시간조차 정지된 것 같다. 하머스호이는 서구 예술이 급격한 변화를 겪던 세기 전환기에 활동했다. 야수파, 표현주의가 등장하면서 원색이 폭발했으나 하머스호이는 흰색, 회색, 검정, 갈색으로 이루어진 모노톤에 가까운 그림을 고집했다. 색뿐만 아니라 지시적 내용도 소거했다. 가정은 전통적으로 여성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여겨졌다. 화가들은 실내 그림에 여성을 등장시켜 온기를 불어넣거나 모종의 드라마를 암시했다. 하머스호이의 그림에 등장하는 이다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 부부의 실제 생활이 어떠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하머스호이는 대학 친구이자 동료 화가인 페테르 일스트의 여동생 이다와 평생을 해로했다. 자식은 없었지만, 사이가 나빴다는 증거도 없다. 과묵했던 화가는 가까운 사람들한테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한번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코펜하겐으로 하머스호이를 찾아간 일이 있었다. 하지만 화가가 아무런 얘깃거리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릴케는 그에 대한 글을 쓰려던 계획을 접어야 했다. 그를 인터뷰했던 기자는 화가의 집이 그의 그림과 똑같았다고 증언한다. 창백한 공간 속에 이다는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고독의 메타포를 창조했지만, 모델이 돼 준 아내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 힌트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도리어 그녀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미술평론가
  • 시민구단 부천의 폭주… 1부보다 더 재밌는 K리그2

    안병준·안드레, 개막 5경기 연속골 격돌 포털 중계 동시접속 작년보다 80% 늘어 5라운드까지 마치고 FA컵 일정으로 한주 휴식기에 들어간 프로축구 K리그2의 1위 경쟁과 득점왕 경쟁이 뜨겁다. 1부인 K리그1 보다 흥미진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네이버 중계 경기당 평균 최대 동시접속자가 지난시즌 같은 기간보다 80% 늘어난 1만 3647명으로 집계됐다. K리그1은 2만 6277명으로 18.2% 늘었다. 올시즌 K리그2에서는 예상을 깨고 부천FC가 돌풍을 일으키며 강력한 1위 후보 대전하나시티즌과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4승1패(승점 12)로 대전(3승2무)을 승점 1점차로 제치고 1위다. 부천FC는 극적인 내러티브를 갖고 있어 K리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2006년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가 연고지를 옮기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팀을 잃은 서포터스들이 중심이 돼 창단된 시민구단이다. 2008년 옛 K3에서 출발한 부천은 K리그에 승강제가 본격 도입된 2013년부터 K리그2에 합류했다. 지난 7년간 거둔 최고 성적은 4위. 승강 플레이오프에도 오른 적 없고 스타 플레이어도, 몸값 비싼 외국인 선수도 없어 올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단 모두가 절실함으로 똘똘 뭉쳐 끈적끈적한 플레이를 펼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막 3연승을 달리다 제주에 0-1로 패하며 주춤했지만 이내 수원FC를 잡고 반등했다.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뒤 공격적 투자로 탄탄한 전력을 갖춘 대전이 머쓱해질 정도라는 평가다. 코로나19로 리그가 27경기로 단축된 K리그2는 벌써 20%가량 진행된 상태다. 부천이 초반 기세를 끝까지 몰고가 K3 출신 팀으로는 사상 처음 1부 그라운드를 밟는 역사를 쓸지 주목된다. 내셔널리그 출신으로는 수원FC가 2015년 1부 무대를 처음 맛본 바 있다. 득점 1위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인민날두’ 안병준(수원FC)과 ‘브라질 특급’ 안드레(대전)가 개막 5경기 연속 득점으로 시즌 6호골을 기록하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조총련계로 북한 대표팀 출신 4번째 K리거인 안병준은 제공권 싸움에도 능하고 골 결정력까지 갖춘 데다 수비에도 적극적이다. 브라질 명문 코린치안스 출신 안드레는 지난 2월 대전에 ‘승격 청부사’로 영입됐다. 탄탄한 체구에 저돌적인 돌파와 몸싸움 능력을 보여주며 ‘(웨인) 루니’라는 별명이 붙었다. 둘의 경쟁이 시너지를 내 K리그 최다 경기 연속골 기록이 바뀔지도 관심이다. 현재 최고 기록은 K리그1과 K리그2를 통틀어 7경기 연속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걷거나 서 있을 때 ‘비틀’… 음주·과로 아닌 몸의 ‘이상 신호’

    걷거나 서 있을 때 ‘비틀’… 음주·과로 아닌 몸의 ‘이상 신호’

    가끔 주위가 빙글빙글 돌거나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과로나 음주 탓이라고 무심코 넘길 일이 아니다. 어지럼증의 증상과 원인, 대처법을 알아본다.어지럼증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은 현훈이라고 한다. 자세가 불안하거나 눈동자가 떨린다. 가끔 심한 구역질이나 구토 증상을 동반한다. 자세 변화가 없는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뇌 부분의 이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걸을 때나 서 있을 때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갑자기 비틀거릴 때가 많다면 중추성 어지럼증일 수 있다.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발생하면 균형을 잡는 능력이 줄어든다. 술 취한 사람처럼 걷고 한쪽으로 기울거나 쓰러지는 증상이 잦다. 갑자기 아찔한 느낌과 함께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증상은 실신성 어지럼증에 해당한다. 빈혈이나 저혈당, 심장 이상으로 발생한다. 기립성 저혈압 환자에게 흔하다. 장시간 앉아 있다 일어설 때 하체로 몰렸던 혈액이 제때 뇌로 돌아가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심리적인 원인으로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한다. 심인성 어지럼증이다. 붕 뜨는 느낌이 들면서 몸이 흔들리고 머리 안이 도는 것 같은 증상을 호소한다. 사람이 많은 마트에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일 때가 많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인성 어지럼증은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등의 질환을 앓을 때 주로 나타난다”면서 “과거 이석증 등으로 심한 어지럼증을 겪었던 사람들이 병이 나은 뒤에 지속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귀의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전정신경염이다. 귀는 우리 몸에서 청력과 균형을 담당한다. 남혜정 경희대한방병원 안이비인후과 교수는 “머리에 문제가 없는데도 발생하는 어지럼증을 말초성 어지럼증이라고 하는데, 말초성 어지럼증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은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의 전정계”라고 설명했다. 전정계는 머리가 움직이는 정보를 뇌에 전달하고 눈의 시야 안정에 도움을 주며 자세를 유지하는 근육 조절에 관여한다. 달팽이관이 소리를 인식한다면, 전정기관은 머리의 움직임과 기울어짐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전정신경염은 감기 몸살이나 급성 장염 등을 앓은 뒤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레 어지럼증이 생기고 흔들리는 느낌이 안정되지 않으며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김지수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신경과) 교수는 “전정신경염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감기를 앓은 뒤 생기기도 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나 무리한 일로 몸이 피곤할 때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우리 몸의 저항력 저하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증도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전정기관에 있는 탄산칼슘 결정체인 이석(耳石)이 떨어져 머리 회전을 감지하는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 머리 움직임에 따라 어지럼증이 생긴다. 전문용어로는 ‘양성돌발체위현훈’인데, 감기를 고뿔이라 부르듯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석증이라고 쉽게 표현한다. 이석을 원위치로 돌리면 치료된다. 이석증 환자는 주로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도는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몸의 균형을 잘 잡지 못한다. 특히 베개를 베거나 목을 구부렸다 위를 쳐다보는 행동을 할 때 순간적으로 증상이 발생한다. 메슥거림과 구토, 두통,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등을 동반하고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어지럼증이 호전된다. 메니에르병도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앓았던 병이다. 귓속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겨 귀 내부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유전적 요인, 세균·바이러스 감염, 머리에 입은 외상 등이 영향을 미친다. 머리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심한 어지럼증이 수시로,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뇌혈관질환에서도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뇌혈관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자가 진단을 하려면 양팔을 들어올렸을 때 한쪽 팔이 떨어지는지, 시야가 흐려지는지, 앞발과 뒷발을 일자로 붙여 걸을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뇌질환 관련 어지럼증은 주로 장년층 이상에서 많이 보이며 대표적인 것이 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이라면서 “갑작스레 심한 두통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마비되는 증상, 발음 이상 등의 증상이 어지럼증과 동반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지럼증을 극복하려면 우선 일상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노력이 중요하다. 식사는 가볍게 약간 부족한 듯하는 게 좋다. 예전의 80% 정도만 먹되 끼니마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영양식을 마구 챙겨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활을 단순하게 설계한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비슷한 시간에 운동하고 잠을 충분히 잔다. 단순하고 규칙적인 생활은 평형감각을 맡은 귀의 전정계에 휴식을 준다. 피부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더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추운 곳에 들어가면 어지럼증을 느낀다. 여분의 옷을 갖고 다니면서 내 몸이 느끼는 피부 온도를 비슷하게 맞춰 주는 것이 좋다. 평생 실천 가능한 정도의 저염식을 꾸준히 실행한다. 메니에르 질환에서는 특히 저염식이 강조된다. 무엇보다 최소한 주 4회 이상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으로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어지럼증 환자에게는 아침보다 밤 운동이 좋다. 운동시간은 40분~1시간 정도가 적절하다. 기분 좋게 땀이 날 정도로 20~30분간 운동하고 스트레칭을 10~20분간 충분히 한다. 벌크업 같은 상체운동보다 하체 강화 훈련이 권장된다. 남혜정 교수는 “어지럼증에서 중요한 치료 대상은 뒷목과 옆 목줄기 부분”이라면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가운데 목에서 귀 뒤쪽으로 뻗어 있는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된 경우가 많아 일과 후 규칙적인 운동으로 하루 동안 쌓인 근육 긴장을 풀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헬조선이 웬 말? 한국만 한 나라는 없다” 한국인보다 더 ‘찐’ 한국인

    “헬조선이 웬 말? 한국만 한 나라는 없다” 한국인보다 더 ‘찐’ 한국인

    한국 사람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 선불교에 빠져 ‘무일푼 한국행’을 택했다는 독일인은 한국의 구불구불 산길이 너무 좋다고 했다. 20년을 한국에서 지낸 그는 녹색이든 파란색이든 대충 ‘파란색’이라고 부르던, 넉넉히 음식을 마련해 낯선 외국인도 정으로 나누어 먹이던 소싯적 한국을 그리워했다. 한국만 한 나라 없다고, 헬조선이 웬 말이냐며 청춘 시절 자신의 ‘노오력’(노력의 강조형)을 언급할 때는 외국인답지 않은 ‘꼰대스러움’(?)에 웃음을 짓게 했다. 반면 교육 문제·댓글문화·서울집중화·고령화·상대적 박탈감 심화 등 한국의 민감한 사회문제를 지적할 때는 짧게 끊어 치는 특유의 저돌적인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방송인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안톤 숄츠(48) 기자를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1시간가량 만났다.-기자, 프로듀서, 여행작가 등 호칭이 여러 가지다. 직업이 뭔가. “프리랜서 기자다. 2001년부터 잡지용 여행기사를 쓰고 사진도 찍었다. 인도, 네덜란드, 태국 등 10개국에 6개 국어로 기사를 제공했다. 하지만 사진의 디지털화로 수입이 줄어 영역을 넓혔다. 2002년부터 한일월드컵 등 행사가 많아져 프로듀서를 겸했다. 해외 방송국의 한국 취재를 돕고 직접 촬영도 했다. 또 2007년부터 2018년까지 ARD(독일 공영방송)의 특파원들과 일하는 프로듀서였다. 2003년부터 7년간 조선대에서 독일어교육과 전임강사도 했다.”(KBS의 저널리즘 토크쇼J, tvN의 외계통신 등 TV 시사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언제 한국에 왔나. “1994년이다. 독일에서 열여섯 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는데 한국 ‘사부님’이 동양철학, 선불교, 참선 등도 가르쳐주며 정신수양을 강조하셨다. 한국의 옛 문화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어느 날 도장에 왔던 한국 스님이 선불교에 관심이 많으니 제대로 배우려면 한국에 오라고 했다. 당시는 군 복무 대신 18개월간 사회복무를 할 때여서 이듬해인 스물두 살 때 한국에 왔다. 참고로 태권도는 1단이다. 한국은 군 복무만 하면 1단이라지만 독일에서는 5년은 해야 1단을 딴다.” -한국에 와서 스님을 만났나. “한국에 도착해서 바로 스님과 금수산(충북 제천)에 갔다. 돈은 없었지만 산 수행이 너무 좋았다. 밤늦게까지 겨울 산을 돌아다니다 길을 잃고 추위에 떨다가 소위 ‘도사’(산속 수행자)의 작은 텐트에서 함께 자기도 했다. 출신이나 이름도 안 묻고 음식을 나누어 주고, 재워 주는 한국 문화가 좋았다. 독일도 정이 많지만 이방인한테까지 그렇지는 않다. 지금은 그런 한국 문화가 사라져 가는 듯해 아쉽다. 이후에 한국 불교를 해외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숭산 스님의 제자가 됐다. 1년간 일본 사찰에서 수행도 했다.” -요즘에도 산을 자주 찾나. “등산도 하지만 오토바이 타는 것도 좋아한다. 아름다운 산길을 한 시간가량 구불구불 달려서 지리산에 자주 간다. 거제도나 강원 지역은 정말 아름답다. 천국이다. 한국에서 가 보지 않은 곳은 거의 없을 거다. 다만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를 못 달리는 법은 아마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라는 평이 있다. “한국에서 20년쯤 살았다(웃음). 말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한국에 처음 온 1994년에는 지금처럼 영어가 보편적이지 않았다. 한국어 습득은 생계의 문제이기도 했다. 외국 친구가 아닌 스님과 지낸 것도 도움이 됐다. 외국 커뮤니티보다 빨리 한국 사회로 들어가는 게 언어 습득에 유리한 것 같다.” -좋아하는 한국어가 있나. “단어는 정서를 담는다는데 한국말 중에는 정확하지 않은 단어 표현이 외려 매력적인 경우가 있다. 파란색이 그렇다. 블루(blue)나 그린(green)을 다 의미할 수 있다. ‘거시기’라는 단어도 좋다. 순간 뭔지 생각나지 않을 때 쓰면 신기하게도 듣는 사람이 알아듣는다.” -왜 주거지로 광주를 택했나. “조선대에 근무하면서 2004년 광주에 정착했다. 서울을 좋아하지만 막히는 교통과 비싼 집값이 싫었다. 인생을 도로에서 버리는 느낌을 자주 받았고, 당시에 알아봤던 서울의 30평 아파트 가격은 7억원이나 했다. 수도권에 살 생각도 했는데 한 시간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서울에 일이 있을 때 광주에서 KTX를 타는 게 낫겠다 싶었다. 광주는 서울과 다른 분위기이지만 살기 편한 도시이고 자연도 너무 좋다. KTX나 SRT로 서울까지 한 시간 30분 걸린다. 아침 식사 후 KTX를 타고 노트북으로 일을 하며 서울에 왔다가 저녁 식사는 다시 광주 집에서 할 수 있다.” -광주에 아늑한 집도 지었더라. “2012년에 땅을 샀고 돈 좀 더 모으고 2016년에 지었다. 만족한다. 한국은 분권이 필요하다. ‘서울 집착’은 한국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이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헤르초게나우라흐라는 인구 2만 3000명 정도의 작은 곳에 있고 기업용 소트프웨어 업체인 SAP도 인구 1000명이 안 되는 라인란트팔츠주 발도르프에 있다. 인구 150만명 정도인 광주에서 시작했던 금호 등은 서울로 이사갔다. 분권을 못 하면 삶의 질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지방분권 외에 한국과 독일의 차이점을 꼽는다면. “교육이 독일과 크게 다르다. 한국의 교육 수준은 높지만 핵심이 잘못됐다. 독일은 교육을 잘 받으려고 시험을 본다. 한국은 시험을 잘 보려고 교육을 받는다. 시험은 도구인데 한국에서는 시험이 목적이다. 요리를 하는데 재료가 아니라 프라이팬을 돌리는 기술에 집착한다. 한국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 자신처럼 고생할까 봐 애를 안 낳는다는 한국 사람들도 있다. 독일에서는 학원이 뭔지도 몰랐다. 독일에서 초등학생에게 밤 10시까지 학원에 다니게 하면 주위에서 정신상태를 확인하려고 할 거다. 독일 초등학생들은 오후 1시면 학교를 마치고 논다. 노는 게 창의성을 키운다.” -스펙이 없으면 직장을 구하기 힘든 게 한국의 현실이다. “독일에서는 구직자를 찾을 때 사람을 보는데 한국은 학벌, 부모의 직업, 토플점수 같은 숫자를 본다. 독일에서는 아무도 토익점수를 묻지 않는다. 나도 토익, 토플을 한 번도 안 봤지만 큰 기업에서 통역 일을 했다. 독일에서는 시험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문제를 잘 풀 사람을 원한다. 그러니 창의성과 실질적 경험을 중시한다. 독일에서 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결국 ‘좋은 교육’ 때문이다.” -한국인 중에는 살기 힘든 나라에 산다고 여기는 이들이 꽤 많다. “7포시대, 흙수저 등의 단어도 알고 60%가 한국에서 떠나고 싶다는 설문 조사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다. 새벽 2시에 밖에 마음대로 나간다. 배가 고파서, 집이 없어서, 약을 못 먹어 죽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내 고향인 독일 함부르크 시내를 걷다 보면 돈을 달라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의료제도의 혜택을 받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요즘 한국에 열심히 해도 어차피 안 된다며 자포자기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열심히 하면 무조건 잘된다는 법칙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처음에 한국에 왔던 90년대는 어땠나. “당시는 일본도 넘어설 거라며 자신감이 대단했다. 요즘은 그 자신감이 없다. 독일에서는 50%가 월셋집에 산다. 수입차나 집이 없는 게 무조건 가난한 건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90년대에 상대적으로 내 집 마련이 쉬웠다는데 그렇지 않았다. 나도 돈 없이 서울에 도착해 3평 남짓 크기의 하숙방을 다른 사람과 함께 썼다. 겨울이면 식사값을 아끼려고 1000원으로 붕어빵 5개를 사 먹었다. 당시 한국인들은 고생하면서도 정이 있었다. ‘밥 먹었냐’는 흔한 인사말에 그런 마음이 있었다. 요즘 청년들은 한국의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에 집착하는 건 아닌가 싶다. 일부는 해외에 나가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던데 외려 힘들 수 있다.”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아니겠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화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 값비싼 소유물, 럭셔리 여행 등 대부분 자신의 인생 중 최고의 10%를 보여 주는데,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 같다. 실제 인생보다 멋지게 보이고 칭찬받고 싶은 것 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가짜가 많다. 댓글도 그렇다. ‘자기 의견’과 ‘잘못된 의견’이라는 두 가지만 존재하는 것 같다. 오른쪽과 왼쪽 사이에 틈은 너무 큰데 아무것도 없다. 내 의견과 다르다고 틀린 의견은 아니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게 민주주의다. 토론문화가 필요하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미국서 윤현숙 “자고 일어나니 창문깨져, 무섭다”

    미국서 윤현숙 “자고 일어나니 창문깨져, 무섭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더욱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 중인 가수 겸 배우 윤현숙이 근황을 전했다. 윤현숙은 지난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가 아닌 실제라니 참. 커피 한잔 사러갔다 차안에서 대기 #무서워”라는 글과 영상을 올렸다. 공개된 영상에서 윤현숙은 자신의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거나 집 안에서 거리를 촬영한 영상을 전하기도 했다. 거리 촬영 영상에서는 헬기가 시위 상황을 확인하고, 수많은 경찰차와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기도 했다. 밤새 격렬한 시위로 아침에 창문이 깨진 사진을 통해 공포스러운 심정을 알리기도 했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이 금지된 상황도 알렸다. 커피를 사러 잠시 외출했다가 시위 행렬로 차량 통행이 제한되자 차에서 대기하고 있거나 스타벅스에서 창문이 시위로 깨지자 나무판자를 덧댄 사진도 게시했다. 앞서 그는 지난 5월 30일부터 로스앤젤레스의 상황을 전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지금 실시간 상황”이라며 “영화가 아니라 실제라 생각하니 무섭네요. 아직도 밖에는 사이렌 소리 총소리. 아. 멘붕입니다”란 글을 남겼다. 한편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비무장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현재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제시 린가드, 명품옷 가득 드레스룸 등 45억 저택 내부 공개

    제시 린가드, 명품옷 가득 드레스룸 등 45억 저택 내부 공개

    영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제시 린가드(27)가 살고 있는 저택이 방송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린가드는 1일(현지시간) MTV UK에서 방송된 리얼리티쇼 ‘크립스’(Cribs)의 특별판 시리즈 중 한 편을 통해 맨체스터 체셔에 있는 300만 파운드(약 45억 9000만원)짜리 저택 내부를 자세히 공개했다.린가드는 방송국 촬영 스태프들이 자택에 찾아오자 2분 만에 옷을 갈아입고 나서 카메라맨들을 자신의 옷과 모자 그리고 운동화가 보관된 드레스룸으로 이끌었다. 그는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향해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들로, 옷들과 운동화들 그리고 잉글랜드 모자(England Cap)들이 있다”면서 “매일 아침 옷을 갈아입으러 이 방에 오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기 내 잉글랜드 모자들 좀 보라”고 말했다.여기서 잉글랜드 모자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출전한 그에게 잉글랜드 축구협회에서 제공하는 기념 모자를 말한다. 이는 잉글랜드에서 축구가 처음 시작됐을 때 유니폼 대신 모자를 써 팀을 구분하던 전통에 유래한 것으로, 선수는 국가대표팀 경기 출전 횟수에 따라 이와 같은 모자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또 그는 “(이를 보면) 하루를 제대로 시작한다. 하루 동안 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면서 “특히 이 파나마전 모자는 (내게 있어) 매우 중요한데 월드컵 당시 내 첫 골을 기록한 경기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실제 점수를 위한 하나의 엄청난 기분은 내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내 나라를 대표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뿐”이라면서 “난 그들을 자랑스럽게 했다”고 회상했다.린가드는 또 이 방에서 명품 수트와 셔츠, 재킷 그리고 스니커즈로 가득한 인상적인 옷장들을 자랑했다.그의 저택에는 실내 수영장과 개인 영화관이 있고, 한 살배기 딸과 함께 놀 수 있도록 야외 정원에 정글짐과 그네도 설치돼 있다. 린가드는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 조치 동안 자택에 머물며 뒷마당에 설치해둔 골대를 사용해 슈팅 연습을 해왔다. 이날도 그는 가볍게 슈팅을 성공시키고 나서 특유의 골 세리머니를 카메라 앞에서 선보였다. 한편 린가드는 현재 EPL 재개를 앞두고 팀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MTV UK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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