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삼촌?
한국어와 일본어는 비슷하기도 하지만 문화가 다른 만큼 차이도 많다. 그중에 내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호칭이다. 우선 친척에 대한 일본의 호칭은 이렇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저씨와 아줌마(삼촌, 고모, 고모부, 이모 등등 다 포함). 아저씨, 아줌마의 아들, 딸은 이름 부르면 땡! 그런데 한국은 혈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호칭도 아주 복잡하다. 고모, 고모부, 이모, 이모부, 할머니, 외할머니, 삼촌, 조카, 형부, 처제, 사돈… 끝이 없다. 그래도 한국에 살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는 호칭이 있다.
내가 부산에서 한글어학당 다니던 꼬꼬마 시절에 한국 친구의 단골 술집에 따라가게 되었다. 어두운 시장 골목 구석에서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동동주와 파전을 파는 작은 포장마차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친구는 크게 소리쳤다. “이모오오오! 여~ 파전 대자. 동동주도 대자.” (응? 이모? 아~ 친척집이었구나. 친척집이 단골이라니!) 동동주가 나오자마자 우리는 무안주로 ‘원샷’을 남발했고 어느새 바가지로 동동주 항아리 긁는 소리만 들려올 때쯤! “삼초오오온! 동동주 대자 하나 더 주세요.” (오~ 삼촌! 친척집이 확실하네. 서비스 좀 나올라나.)
좋은 분위기로 술을 마시고, 술자리가 끝날 때쯤 그 친구가 삼촌에게 말했다. “사장님, 여 계산요!” “네, 잠시만요. 얼마입니다.” (응? 사장님? 뭐야, 내가 취해서 잘못 들었나?) 삼촌(?)이 얼마라고 말하자마자 다른 친구도 합세해서 서로 돈을 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포장마차 안이 한바탕 시끄러워졌다. “삼촌, 내 돈 받아요.” “아이다. 삼촌 여기요, 여기!” (헐, 동동주집 주인은 도대체 누구네 삼촌인 거니?)
한국에 오래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호칭 문화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이제는 아줌마보다는 이모, 아저씨보다는 삼촌, 손님보다는 언니, 이름보다는 언니, 오빠라는 호칭에 더 정이 가기 시작했다. 존댓말보다 반말이 더 높게 느껴지는 이상한 한국말. 교과서로만 배워서는 절대 알 수 없다. 계속 한국에 살면서 배웠으면 좋겠다.
2008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