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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학·건축학… 12가지 학문으로 바라본 서울의 속살

    역사학·건축학… 12가지 학문으로 바라본 서울의 속살

    서울의 인문학/류보선 외 11명 지음/창비/328쪽/1만 8000원 도시는 렌티큘러와 비슷하다. 보는 각도를 조금만 달리해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의 종로 2~3가를 예로 들자. 도로 북쪽은 탑골공원, 종묘공원 등이다. 이 이름들에서 가장 먼저 환기되는 건 노인들이다. 여기에 ‘박카스 아줌마’가 연관검색어처럼 끼어들며 노인들의 에로티카를 만들어 낸다. 도로 남쪽은 다르다. 팔팔한 청춘들의 거리다. 밥집, 술집, 학원 등이 줄을 섰고, 북쪽과 사뭇 다른 유형의 욕망들이 꿈틀댄다. 겨우 도로 하나를 경계로 매우 다른 삶의 풍경들이 펼쳐지는 셈이다. 영역을 확장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인구 1000만명의 거대도시다. 그만큼 다양한 표정을 가졌고,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변화상이 극심하다. 그러니 서울의 현재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면 겉으로 보이는 풍경과 수치화된 자료 아래 감추어진 서울의 속살을 끄집어내야 한다. 바로 그 작업이 새 책 ‘서울의 인문학’의 지향점이다. ‘2015 서울인문학’ 프로젝트에 참여한 12명의 저자가 문학, 역사학, 사회학, 건축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프리즘 삼아 여러 각도에서 서울이라는 도시를 들여다보고 있다. 류보선의 ‘광장의 꿈, 혹은 권력의 광장에서 대화의 광장으로’는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이 탐구 대상이다. 저자에게 두 광장은 우리의 사회정치적 관계가 응축돼 드러난 공간이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상징적 공간으로 단단히 자리잡았으나, 세월호 사고 이후 대립과 갈등의 공간으로 바뀐 징후가 뚜렷하다. 저자는 ‘멈추어 서서 대화하는 곳’으로서의 광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염복규의 ‘서울 남촌, 100년의 역사를 걷는다’는 북촌이나 서촌 등에 견줘 상대적으로 소외된 ‘남촌’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살핀다. 저자는 일제 시기 일본인의 정착지이자 식민지배의 표상이었던 남촌에 새겨진 100년 역사를 되짚은 뒤, 남촌의 역사를 어떻게 현재에 되살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제시하고 있다. 조연정은 ‘이 멋진 도시를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통해 우리 사회 청년 세대가 직면한 빈곤과 절망의 현실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문제가 개인이나 세대에 국한되지 않은, 공동체와 시대 전체의 문제란 것을 강조한다. 김성홍은 ‘용적률’ 개념에 주목했다. 그는 ‘땅과 용적률의 인문학’을 통해 땅과 자본의 역학관계를 분석하면서 지금이야말로 건축의 ‘크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조절 장치를 모색해야 할 때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성북구의 더불어 사는 힘 ‘보이소’에 있소이다

    성북구의 더불어 사는 힘 ‘보이소’에 있소이다

    위기가정 도운 유월순씨 ‘보이소 1호’…두번째 주인공은 ‘중재의 달인’ 이옥희씨 성북구 보문동 주민들끼리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이웃을 소개하는 칭찬 릴레이 ‘보이소’(보문동 이웃을 소개합니다)가 화제다. 멍석만 깔아 주면 이웃들을 배꼽 빠지게 하는 동네 명물부터 골목 어딘가에서 큰소리가 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해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는 중재의 달인, 어려운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봉사의 달인 등 보문동의 각양각색 이웃들이 ‘보이소’로 탄생했다. 구는 야쿠르트 아줌마 유월순(57)씨가 영예의 보이소 1호로 선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야쿠르트를 배달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어려운 이웃들을 동마을복지센터에 연결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신속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보이소 1호 유씨는 이계선 보문동장과 김종빈 주민자치위원장, 신미경 마을코디네이터가 고르고 고른 끝에 선정됐다. 이 동장은 “유씨는 오랫동안 보문동 일대에 야쿠르트를 배달하면서 신뢰를 쌓아 소외된 이웃에 대한 정보나 주민의 희망사항 등을 주민센터에 전달했다”면서 “주민과 주민센터를 잇는 다리 역할을 훌륭하게 했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특유의 화합력으로 골이 깊은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의 달인’ 이옥희(75) 보문아이파크 노인회장을 보이소 2호로 지목했다. 김영배 구청장은 “서로 가장 잘 아는 이웃끼리 마을의 인적 자원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보이소’를 통해 주민과 공무원이 함께하는 마을 민주주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구와 동주민센터는 ‘보이소’와 같은 인적 자원을 복지 사업으로 연계해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이끌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길섶에서] 무지렁이/서동철 논설위원

    세상 물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무지렁이라고 하는데 남의 얘기가 아니다. 아파트 현관문에 번호키를 달아놓은 직후, 비밀번호가 가물가물해 이러저리 누르고 있으니 뒤에서 기다리던 위층의 젊은 아기 엄마가 “제가 한번 해볼게요” 하고는 나선다. 문은 금방 열렸고 엄마와 아들은 빙긋 웃으며 가볍게 목례를 한다. 꼼짝없이 번호키 하나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중년의 무지렁이로 비친 것이다. 실제로 번호키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으니 무지렁이가 아닌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것도 할 줄 모르느냐?”고 들이대지 않은 배려는 고마운 것이었다. 며칠 전에는 치과에서도 그랬다. 젊은 간호조무사는 다짜고짜 “아버님!” 하고 부르더니만 “스케일링 처음 하시는 거지요?”한다. 속으로는 “이 나이에 스케일링 처음 하겠느냐?” 하고 외쳤지만 참았다. ‘아버님’도 그렇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동네 아저씨를 부르는 용도다. 아줌마들이 왜 ‘아줌마’라고 부르면 불편해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작은 반성도 있었다. ‘그래, 내가 잘났다고 떠들어 봐야 소용 있나. 그대들의 눈에 보이는 모습이 내 참모습이지’ 하는 것이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서울대생 가장, “주인집 아줌마 덕분에…” 감동 사연 급속도로 확산

    서울대생 가장, “주인집 아줌마 덕분에…” 감동 사연 급속도로 확산

    서울대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한 청년이 어려웠던 시절을 딛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연을 털어놔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일 서울대 재학생들의 익명 공간인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서는 한 익명 게시자의 글이 올라왔다. 이 학생은 “동기들끼리 술을 마시다가 ‘군대 안 가냐?’라는 말이 나왔다”면서 “나는 군대를 안 간다”고 운을 뗐다. 이 학생은 “나는 가장이다. 엄마, 아빠는 둘 다 고아라고 했다”라면서 “그리고 내가 열 두 살때 두 분은 버스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곱 살, 두 살짜리 동생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새벽엔 배달을 하고 다섯 평 방에서 셋이 잤다”고 말했다. 이 학생에 따르면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과 정부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비를 받아 동생들의 분유나 기저귀 등을 사면서 생활했고, 그러면서도 매달 5만원씩 저축을 했다. 그러다 몇 년 뒤에 세 들어 사는 주인집 아주머니가 학생을 앉혀두고 “너 대학 갈 거니?”라고 물었다고 한다. 학생은 “일하려고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아니야, 잘 들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 그래서 과외를 하렴”이라고 조언을 했다. 학생은 “(아주머니가) 어린 나이에 몸이 상하면 나중에 더 먹고 살기 힘들다고, 몸도 커서 다섯 평에서 자기도 힘들 텐데, 돈 많이 벌어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세상에 착한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이 아줌마 덕에 믿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 학생은 기회균형 선발 특별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합격했다. 학교에 입학한 뒤 그는 과외 전단지를 만들었고 “한 달 만에 내 손에 60만원이라는 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학교에서 생활비 장학금을 받고 정부에서도 여전히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은 동생들과 함께 이사를 할 수 있었다. 그는 “며칠 전 아줌마를 찾아갔다. 아줌마는 고생했다고 우리 등을 다독여주셨다”면서 “큰 동생은 이제 고3이다. 작은 동생은 이제 중학생이 된다. 그렇게 계산하더니 아줌마는 정말 빠르게 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말했다. 결국 네 사람은 울었다고 한다. 이 학생은 “이 자리를 빌어,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아줌마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면서 “저는 이제 졸업을 합니다. 아줌마. 다 아줌마 덕분입니다.사회에 나가서도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며 글을 마쳤다. 이같은 사연이 담긴 게시글은 19일 오후 2시 현재 2만 67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980여 명이 공유하는 등 급속도로 확산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celand Desolation 아이슬란드 적요寂寥

    Iceland Desolation 아이슬란드 적요寂寥

    춥고 외로웠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알고 있다. 3개의 형용사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나란 인간, 말로는 잘 표현을 못하겠다. 1년이 지나서야 일부를 해동해 본다. 약간의 온기를 더해. ‘얼음땡’도 아니고 ‘얼음땅’이라니! 1년 전 나에게는 2월이 가기 전에 써야 하는 유럽항공권 1장이 있었다. 그래서 목적지는 유럽, 시절은 겨울. 동행자는 없음이 자동 결제된 상황이랄까. 파리나 비엔나처럼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유럽의 로맨틱한 도시들을 먼저 떠올렸지만, 그 도시의 어느 뒷골목에 홀로 서서 윈도우를 힐끗거릴 내 모습을 생각하니 ‘성냥팔이 소녀(혹은 아줌마)의 재림’이 될까 두려워졌다. 그나마 심장박동수를 조금이라도 올려 줄 미지의 세계가 필요했다. 이름도 이상한 ‘아이슬란드’. 세상에 ‘얼음땡!’도 아니고 ‘얼음땅’이란 나라가 있다니. 공항 입국장은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고, 호텔은 전부 아이스호텔이 아닌지. 거리에 온통 스노맨들이 돌아다니고 집집마다 펭귄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건 아닌지.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무대가 된 나라라니 상상되는 것들마저 만화적이고 SF적이다. 오슬로를 경유해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에 도착했다. 이 도시에 아이슬란드 인구 31만명 중 3분의 1이 넘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유는 분명했다. 2월 중순에도 영하 2℃와 영상 2℃ 사이를 오가는 ‘온난한’ 날씨 때문. 좋은 기후의 땅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노르웨이 출신의 바이킹들이 일부러 이름을 아이슬란드로 정했다는 것이다. 더 위도가 높고 인간이 살기 어려운 땅에 그린란드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같은 이유라니 일찌감치 작명의 위력을 알았던 걸까. 그러나 아이슬란드에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많은 눈이 왔다. 다행이 낮 동안 부지런히 태양이 눈을 녹이지만 문제는 도시가 항상 젖은 느낌이라는 것.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한 용품을 챙기기는 했어도 우산을 고려하지 않았던 내게 비장의 무기는 오슬로에서 구입한 방수재킷이었다. 누군가 아이슬란드에서는 방한보다는 방수가 중요하다고 했었다. 현지인처럼 출퇴근한 투어들 사실 온전히 혼자일 자신이 없어서 예약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G 어드벤처G Adventure 여행사에서 기획한 ‘아이슬란드 로컬 리빙’이라는 자유로운(?) 그룹(?) 여행이었다. 방이 예닐곱개쯤 되는 2층 집 하나를 빌려 15명이 3박 4일간 현지인처럼 살아 본다는 취지였다. 아침은 냉장고의 식료품으로 각자 해결하고, 저녁은 셰프도 아닌 현지 가이드가 양갈비 오븐구이 등의 요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좋다는 여름을 제쳐 두고 한겨울에 사람들이 아이슬란드를 찾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다. 흔히 오로라라고 부르는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전역에서 오로라 관찰이 가능하다. 북극권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어서 자다가도 창문 밖으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라헌터들은 더 선명한 오로라를 보겠다고 밤이 되면 인공조명이 없는 외곽으로 ‘헌팅’을 나간다. 일기 예보, 대기 관측을 하듯 오로라 관측 정보en.vedur.is도 시시각각 업데이트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일행에게 내려진 진단은 ‘가능성 희박’.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틀 연속 밤을 기다렸지만 차를 몰고 나가기도 어려운 악천후였다. 그러니 낮 동안 아이슬란드를 열심히 즐길 수밖에. ‘로컬 리빙’답게(?) 각자가 예약해 둔 투어 프로그램을 찾아 외출했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귀가했다. 그 유명한 블루라군 온천욕부터 골든서클투어, 동굴탐험, 빙하워킹 등이 기본이고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싱벨리르 국립공원에서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도 가능하다고 했다. 여행사 직원 말로는 물에 들어가면 춥지 않다는데, 한국에서라면 휴교령이 떨어질 눈보라 속에서 아이슬란드 학생들은 조깅을 하고 있었으니 판단은 스스로의 몫이다. 남부 해안을 도는 투어 프로그램을 선택한 날 아침에도 눈보라가 거셌다. 눈도 뜰 수 없을 만큼 눈이, 아니, 아이스가 날리고 있었다. 투어가 취소되지 않는 것이 영 불만인 채로 발이 푹푹 빠지는 길을 걸은 끝에 투어 버스에 탑승. 이후 창밖은 온통 하얀 풍경뿐이었다. 눈이 내리는 풍경, 눈이 쌓인 풍경, 눈이 녹은 풍경, 눈이 감기는 풍경, 눈이 휘둥그레지는 풍경, 눈이 멀 것 같은 풍경 등등. 바람은 또 어찌나 센지 ‘스코카포스’처럼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수조차 휙휙 넘어가는 책장처럼 허공으로 날릴 정도였다. 머나먼 적요의 땅에서 아이슬란드는 적요의 세상이었다. 전체 국토의 11%가 빙하로 이루어진 황무지. 사람도 건물도 귀한, 천년 이끼의 땅.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인 땅. 적요의 절정은 레이버렌디동굴Leiðarendi Cave 속이었다. 동굴에는 인공 조명이 없었다. 방문자 센터 같은 것도 없었다. 차에서 내려 헬멧과 헤드랜턴을 하나씩 배급받았고 별다른 이정표도 없는 길을 따라가니 곧바로 동굴 입구였다. 뚝뚝 물이 떨어지고 바닥이 흥건한 동굴 속을 웅크리고 걷다가 비로소 넓은 공간을 만났을 때 가이드는 모두에게 헤드랜턴을 끄라고 명령했다. 자리에 앉아 움직이지도 말고, 소리도 내지 말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여태 이토록 온전한 어둠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눈앞에 손을 가져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귀가 토끼처럼 커지고, 코가 개처럼 예민해지는 느낌. 가이드의 사소한 ‘트릭’은 아이슬란드 동굴탐험을 일생 기억할 만한 경험으로 남게 했다. 자연스럽게 자연현상을 체험하게 하는 것. 이것은 아이슬란드에서 체험했던 모든 투어에 일맥상통하는 철학처럼 보였다. 자연을 아끼고 보존한다는 ‘오만한’ 접근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두는 것 말이다. 아이슬란드 남쪽의 유명한 해변인 레이니스피아라Reynisfjara에 도착해 버스를 내릴 때 가이드가 여러 번 반복한 말이 있다. “절대로 바다에서 등을 돌리지 말아요!” 그날 파도는 정말 거셌다. 주상절리대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해변이었고 검은 모래사장은 제법 넓었다. 전쟁이라도 하듯이 온몸으로 돌진해 서로에게 몸을 던지는 파도들은 괴성을 지르는 듯도 했다. 저 바다에서 수영을 감행했다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고했다. 그렇게 무모한 짓은 상상도 해 보지 않은 내가 안전을 자신하며 바닷가로 돌출한 주상절리대 앞으로 나간 순간 거대한 파도가 전속력으로 돌진해 왔다. 설마 하며 뒷걸음질 치는 속도보다 파도가 달려오는 속도가 빨랐고, 이내 발은 무릎까지 흠뻑 젖고 말았다. 이 나라의 날씨가 그러하듯, 아직도 생생하게 활동하는 화산들이 그러하듯, 파도조차도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투어 버스의 히터가 젖은 부츠를 몇시간 만에 말릴 수 있을 만큼 화끈했기에 다행이었다. 어쨌든 나는 살아남았다. 얼음의 이면, 눈꺼풀의 이면 한 해가 지나 다시 그 부츠를 꺼내 신었는데 발등을 덮은 고무 부분이 칼로 벤 듯 갈라져 있었다. 12월 내내 그 까닭을 고심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아이슬란드 빙하 투어 때문이었다. 흔히 아이젠(이건 브랜드 이름이다)이라고 부르는 크램폰Crampons을 착용했다가 발을 잘못 놀려 신발이 찢긴 것. 남들은 성큼성큼 잘도 돌아다니는데 조금만 비탈이 져도 혼자서 쩔쩔매며 얼어붙어 버렸던 굴욕도 다시 떠올랐다. 스카프타펠Skaftafell 국립공원의 빙하는 생각보다 미끄러웠고, 신비로운 푸른빛이었으며,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 보였지만 피켈등반용 얼음 도끼에 쉽게 부서졌다. 작은 크레바스 안으로 몸을 웅크려 들어가자 바닥에 얕은 시내가 흐르고 있었다. 두꺼운 빙하를 통과하는 동안 빛조차 파랗게 물이 들어 있었다. 시간이 무한히 농축된 곳. 사실 나는 빙하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몇해 전 안나푸르나의 크레바스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한 친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발이 자꾸만 헛디뎌졌다. 크레바스 안이 끝없는 심연의 어둠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은 힘이 났던 것 같다. 다시 레이카비크로 돌아와 마지막 밤은 혼자만의 숙소를 선택하고 시내에 남았다. 아이슬란드의 필수 코스라는 블루라군Blaa Lonið까지는 거리가 멀기도 했고 원래 로컬들은 가지 않는 곳이라는 말에 힘입어 과감하게 패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숙소 니나 & 효도르Nina & Horður는 성공적이었다. 남다른 인테리어 감각을 지닌 젊은 부부 니나와 효도르의 고급스러운 취향도 맘에 꼭 들었다. 앙큼하게도 공항까지 캐리어를 끌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인 데다가 아이슬란드의 모든 집에서는 수도꼭지를 틀면 온천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른 저녁 옥상 야외 테라스에 놓인 작은 자쿠지는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가소롭다는 듯 눈발이 떨어지고 있었고. 따끈한 온천수에 몸을, 차가운 공기에 머리를 맡긴 채 눈을 감았다. 처음엔 동굴의 어둠이, 곧 이어 빙하의 푸른빛이 보였다. 눈꺼풀을 투과하는 빛을 느끼며 눈을 떴을 때, 나는 보았다. 희미하게 일렁이는 녹색 장막을. ‘나는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은 푸른 작별의 손짓을. ▼아이슬란드를 꿈꾸는 여행자를 위해 G 어드벤처 투어 아이슬란드 로컬 리빙 6일 168만원부터 포함사항 현지 주택 4박, 조식 4회, 중식 1회, 석식 2회(요리교실), 레이카비크 시티 투어, 오로라 관찰(차량 포함) 불포함 사항 항공료 및 기타 식사, 개별 선택 투어 | 한국 대리점 신발끈여행사 02 333 4151 gadventures.kr 나이스트립(주) 꿈꾸는 여행 아이슬란드 7일 여행 529~549만원 포함사항 런던 경유 항공편 및 전일성 식사 및 숙소, 교통편, 가이드, 일정표상의 관광지 입장료 포함 불포함 사항 개인경비 및 가이드, 기사 팁 출발 1~2월 매주 수요일 예정 02 771 1932 www.icelandtour.co.kr 샬레트래블앤라이프-자체 여행 전문가팀이 제작한 <아이슬란드 101>은 국내에서는 드문 한국어 가이드북으로 감성이 넘칠 뿐 아니라 레스토랑과 숙소 정보까지 포함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맞춤형 여행도 예약할 수 있다. 02 323 1280 iceland.chalettravel.kr 글·사진 천소현 기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월드피플+] 태어나자마자 늙어버린 인도 남매 이야기

    [월드피플+] 태어나자마자 늙어버린 인도 남매 이야기

    건강히 자라나야 할 어린 나이에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한 남매가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드문 질환 때문에 노인들 만큼 건강이 악화된 7살 소녀 안잘리 쿠마리와 2살 소년 케샤브 쿠마르 남매의 사연을 소개했다. 두 어린이는 일반적인 노년층에게 찾아오는 건강 문제를 벌써 모두 겪고 있다. 관절통 때문에 온몸이 아픈데다 호흡이 힘들고 시력도 약하다. 피부는 늘어지고 얼굴은 부어올랐으며 면역력이 약해 잔병치레가 잦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놀림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아직 아기인 케샤브와 달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안잘리의 심적 고통은 더욱 심한 상태다. 안잘리는 “내가 또래 친구들과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 얼굴, 몸, 모든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어 “친구들이 나를 할머니, 아줌마, 원숭이 같은 별명으로 부르는 것이 싫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안잘리의 소원은 하루빨리 건강한 자신의 언니 실피(11)처럼 돼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는 “언니처럼 예쁘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날더러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 가족이 나 때문에 창피해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슬프다”고 전했다. 언니 실피는 동생들이 주변의 괴롭힘을 이겨내고 강하게 살아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내가 바라는 것이라고는 동생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아서 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가 없이 자립하게 되는 것이다”며 “나는 동생들이 강해지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현지 의사들은 남매가 선천적 조로증과 피부이완증 중 최소 한 가지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두 가지 질병이 모두 매우 드문 질병이며, 해외에서는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인도에서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의사들은 남매의 건강상태가 현재로써는 치명적인 수준에 이르지 않았으나 면역력이 약해 조속한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심장질환, 관절염, 호흡기 감염 등 일반적 노인들에게 발생하는 증상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탁으로 한 달 4500루피(약 8만 원)정도를 벌어들이고 있는 아버지 샤트루간 라자크(40)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며 “아이들이 나보다도 빨리 늙어가고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마음이 아프다. 기적을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라자크의 가족은 500루피(약 8000원) 정도를 남매의 병원비로 사용하고 있다. 어머니 린키 데비(35) 또한 “안잘리는 자신이 언제쯤이면 언니처럼 될 수 있냐고 묻는다. 그 아이는 주변을 매우 의식하며 자신의 외모에 큰 심리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저는 태어나자마자 늙었습니다” 印 남매의 사연

    “저는 태어나자마자 늙었습니다” 印 남매의 사연

    건강히 자라나야 할 어린 나이에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한 남매가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드문 질환 때문에 노인들 만큼 건강이 악화된 7살 소녀 안잘리 쿠마리와 2살 소년 케샤브 쿠마르 남매의 사연을 소개했다. 두 어린이는 일반적인 노년층에게 찾아오는 건강 문제를 벌써 모두 겪고 있다. 관절통 때문에 온몸이 아픈데다 호흡이 힘들고 시력도 약하다. 피부는 늘어지고 얼굴은 부어올랐으며 면역력이 약해 잔병치레가 잦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놀림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아직 아기인 케샤브와 달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안잘리의 심적 고통은 더욱 심한 상태다. 안잘리는 “내가 또래 친구들과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 얼굴, 몸, 모든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어 “친구들이 나를 할머니, 아줌마, 원숭이 같은 별명으로 부르는 것이 싫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안잘리의 소원은 하루빨리 건강한 자신의 언니 실피(11)처럼 돼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는 “언니처럼 예쁘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날더러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 가족이 나 때문에 창피해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슬프다”고 전했다. 언니 실피는 동생들이 주변의 괴롭힘을 이겨내고 강하게 살아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내가 바라는 것이라고는 동생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아서 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가 없이 자립하게 되는 것이다”며 “나는 동생들이 강해지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현지 의사들은 남매가 선천적 조로증과 피부이완증 중 최소 한 가지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두 가지 질병이 모두 매우 드문 질병이며, 해외에서는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인도에서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의사들은 남매의 건강상태가 현재로써는 치명적인 수준에 이르지 않았으나 면역력이 약해 조속한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심장질환, 관절염, 호흡기 감염 등 일반적 노인들에게 발생하는 증상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탁으로 한 달 4500루피(약 8만 원)정도를 벌어들이고 있는 아버지 샤트루간 라자크(40)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며 “아이들이 나보다도 빨리 늙어가고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마음이 아프다. 기적을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라자크의 가족은 500루피(약 8000원) 정도를 남매의 병원비로 사용하고 있다. 어머니 린키 데비(35) 또한 “안잘리는 자신이 언제쯤이면 언니처럼 될 수 있냐고 묻는다. 그 아이는 주변을 매우 의식하며 자신의 외모에 큰 심리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태어나자마자 늙어버린 인도의 2살, 7살 남매

    태어나자마자 늙어버린 인도의 2살, 7살 남매

    건강히 자라나야 할 어린 나이에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한 남매가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드문 질환 때문에 노인들 만큼 건강이 악화된 7살 소녀 안잘리 쿠마리와 2살 소년 케샤브 쿠마르 남매의 사연을 소개했다. 두 어린이는 일반적인 노년층에게 찾아오는 건강 문제를 벌써 모두 겪고 있다. 관절통 때문에 온몸이 아픈데다 호흡이 힘들고 시력도 약하다. 피부는 늘어지고 얼굴은 부어올랐으며 면역력이 약해 잔병치레가 잦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놀림에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아직 아기인 케샤브와 달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안잘리의 심적 고통은 더욱 심한 상태다. 안잘리는 “내가 또래 친구들과 다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 얼굴, 몸, 모든 것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어 “친구들이 나를 할머니, 아줌마, 원숭이 같은 별명으로 부르는 것이 싫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안잘리의 소원은 하루빨리 건강한 자신의 언니 실피(11)처럼 돼서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는 “언니처럼 예쁘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날더러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내 가족이 나 때문에 창피해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슬프다”고 전했다. 언니 실피는 동생들이 주변의 괴롭힘을 이겨내고 강하게 살아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내가 바라는 것이라고는 동생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아서 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가 없이 자립하게 되는 것이다”며 “나는 동생들이 강해지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현지 의사들은 남매가 선천적 조로증과 피부이완증 중 최소 한 가지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두 가지 질병이 모두 매우 드문 질병이며, 해외에서는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현재 인도에서는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의사들은 남매의 건강상태가 현재로써는 치명적인 수준에 이르지 않았으나 면역력이 약해 조속한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심장질환, 관절염, 호흡기 감염 등 일반적 노인들에게 발생하는 증상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탁으로 한 달 4500루피(약 8만 원)정도를 벌어들이고 있는 아버지 샤트루간 라자크(40)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며 “아이들이 나보다도 빨리 늙어가고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마음이 아프다. 기적을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라자크의 가족은 500루피(약 8000원) 정도를 남매의 병원비로 사용하고 있다. 어머니 린키 데비(35) 또한 “안잘리는 자신이 언제쯤이면 언니처럼 될 수 있냐고 묻는다. 그 아이는 주변을 매우 의식하며 자신의 외모에 큰 심리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김을동 의원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 하면 밉상…약간 모자란 듯 해야”

    김을동 의원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 하면 밉상…약간 모자란 듯 해야”

    김을동 의원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 하면 밉상…약간 모자란 듯 해야”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을 하면 굉장히 밉상을 산다”면서 “약간 좀 모자란 듯한 표정을 지으면 된다”고 말했다. 4·13 총선에 도전하는 여성 예비후보자들에게 건넨 충고다. 김 최고위원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20대 총선 여성 예비후보자 대회 ‘여성, 개혁 앞으로!’에서 ‘멘토와의 만남’ 코너에 멘토로 단상에 섰다. 그는 “김숙향 예비후보가 김수한 전 국회의장 딸인데 그 어머니는 선거 때 어떤 민원이 들어와도 ‘네네네네’ 딱 한 가지 답변만 했다”면서 “왜 저럴까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김수한 전 의장이 전국 최다 득표로 당선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자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비판하든 칭찬하든 ‘네네네’ 하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된다“며 ”그동안 배운 이론을 개진하는 것은 (선거에 도움될 일이) 아니다. 완전히 자기 자존심을 넣어놓고 얼굴을 ‘포커페이스’로 만들어야 내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는 게 내 경험”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유세 경험을 언급하며 “인간의 심리가 이상한데 자기보다 똑똑한 건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그저 조금 모자란 사람이라고 할 때 사람들이 다가온다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효과적인 선거 전략’에 대해 “우리 딸 같다, 엄마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우리’라는 말이 붙는 것이 중요하다. 내 딸 같다, 우리 조카 같다, 엄마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여자가 가진 최고의 운동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김 최고위원은 “여성보다는 아줌마 이미지가 다정다감해 한결 장점이 있다”면서 “어떤 사람이 와서 싫은 소리를 해도 웃으면서 다가갈 수 있는 푸근한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무성 대표는 앞서 인사말을 통해 “여성 예비후보자도 과거처럼 선거 때만 되면 중앙당에 와서 당직자 방에 죽 줄서서 인사하고 얼굴 도장 찍을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화장발에 불과한 인재영입 쇼에 열 올리는 야당의 꽃꽂이 후보와 달리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생명력이 강한 풀뿌리 민주주의 후보라는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한나 아렌트의 말(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펴냄) 독일 태생의 유대계 미국 정치이론가인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 등 자신이 주창한 주요 개념에 대한 설명을 생생하게 들려주는 인터뷰집이다. 208쪽. 1만 4500원. 2030 대담한 도전(최윤식 지음, 지식노마드 펴냄)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꼽히는 저자가 앞으로 5년 동안 한국 등 아시아에서 벌어질 금융 위기를 예측하고 미래 산업에 대한 치열한 각축전을 전망한다. 740쪽. 2만 8000원. 풍성한 삶을 위한 문학의 역사(존 서덜랜드 지음, 이강선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서양 문학의 시작인 신화부터 서사시, 셰익스피어와 카프카, 보르헤스, 마르케스 등 남미 문학까지 모든 장르를 설명하는 문학 역사의 개설서다. 376쪽. 1만 8000원. GDP의 정치학(로렌조 피오라몬티 지음, 김현우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국내총생산(GDP)의 수학적 객관성 뒤에 숨어 있는 불평등을 파헤친다. 239쪽. 1만 5000원. 명랑 시인의 귀촌 특강(남이영 지음, 세종서적 펴냄) 1억원으로 내집 갖기에 성공한 저자가 실패 없는 귀촌 생활을 위해 귀촌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실전 노하우를 전한다. 295쪽. 1만 4000원. 산 아줌마(윤나리 글·그림, 현북스 펴냄) 놀아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계절마다 다른 놀이를 선사하는 산 아줌마의 손길과 품이 따스하다. 현북스의 2015년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우수작. 40쪽. 1만 2000원.
  • WBFF 피트니스 모델대회 아시아 챔피언 쉽 서울에서 첫 개최

    WBFF 피트니스 모델대회 아시아 챔피언 쉽 서울에서 첫 개최

    세계적인 피트니스 모델 대회인 WBFF가 오는 5월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아트홀에서 개최된다. WBFF는 ‘WORLD BEAUTY FITNESS & FASHION’의 약자로 세계 30개국에서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트니스 쇼로써 아시아 9개국으로 이뤄진 ‘WBFF 아시아’의 첫 행사로서 한류의 중심인 한국이 선택돼 WBFF KOREA가 주최한다. WBFF 아시아 챔피언쉽은 동아TV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서 온라인 생중계가 예정돼있으며, 벌써부터 각 언론사의 취재요청이 쇄도 하고 있다. 현재 WBFF 아시아 공식 인스타그램(@wbffasia)은 개설한지 3개월 만에 10만명를 넘어서면서 피트니스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WBFF 아시아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제휴업체들과 함께 다양한 선물을 제공하며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WBFF 아시아 챔피언쉽 종목은 남자 머슬 모델, 남녀 피트니스 모델, 여자 비키니 모델, 여자 피규어 모델, 커머셜 모델, 트랜스포메이션 모델 총 7가지다. 각 부문별 최고 득점자에게는 프로 카드 지급 및 트로피가 수여되며 부상으로 현금 3000달러가 시상된다. 그리고 각 체급에서 TOP4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WBFF 월드대회 출전권과 트로피, 부상을 증정한다 WBFF 아시아 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WBFF 아시아 챔피언쉽은 카니발과 같은 의상, 메이크업, 음악과 함께 하는 하나의 축제로 총 1만5000달러의 상금이 부여되는 대규모 피트니스 대회가 될 전망이며,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다”고 말했다. 현재 WBFF ASIA 임원으로는 대표 홍준영(914 컴퍼니 대표), 의장 박신(FNT 그룹 대표이사)이 임명됐다. 또한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한,중,일에서 피트니스 한류의 중심으로 활동하는 몸짱아줌마 정다연씨가 홍보대사로 위촉돼 아시아 전역에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응팔’ 김선영 “난 아줌마 체질…선우 엄마와 싱크로율 70%”

    ‘응팔’ 김선영 “난 아줌마 체질…선우 엄마와 싱크로율 70%”

    저 멀리서 ‘아이고, 성님’ 하면서 반갑게 달려와 어깨를 툭 칠 것 같은 배우 김선영(40). 뽀글 머리 가발을 벗고 곱게 단장을 했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특유의 친화력과 입담은 딱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 선우 엄마였다. “이전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박이 났지만 3탄인 ‘응답하라 1988’은 정말 망할 줄 알았어요.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도 이번엔 소소한 가족 이야기가 중심인데 설마 3탄까지 잘되겠느냐고 했고요. 그런데 작품이 잘되고 제 이름까지 알려지니 웬 떡인가 싶네요.(웃음)” ●중3 때 처음 해 본 연극이 인생 바꿔 작품 속 김선영은 이름뿐만 아니라 그녀와 삶 자체가 닮아 있다. 심지어 그녀의 딸과 극중 딸인 진주의 나이가 여섯 살인 것도 같다. 때론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렸다는 그녀는 “싱크로율이 70%는 되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경북 영덕군 강구항 출신으로 고3 때까지 고향에서 지낸 덕에 경상도 사투리도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학교 3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연극 하나를 만들고 졸업해야 한다고 한 것이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처음에 연극 연출가를 꿈꿨던 그는 1995년부터 연극배우의 길을 걷게 됐고 영화 ‘잠복근무’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영화 ‘모순’을 찍으면서 지금의 남편인 독립영화 감독 이승원을 만났다. TV에 출연한 것은 불과 2년 전 ‘호텔킹’부터. 하지만 맡은 역할은 아줌마, 구멍가게 주인 등 소시민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전 아줌마가 좋아요. 몸뻬 바지도 즐겨 입고 지나가다가 남에게 훈수 두는 것도 좋아하고요. 제가 잘 울고 잘 웃고 수다 떨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 선우 엄마가 딱 그랬어요. 저도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애를 키우려면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야 했죠. 극중 선영이 사랑받은 건 형편이 어려워도 늘 긍정적이고 씩씩했기 때문 아닐까요?” 5화에서 시어머니에게 구박받고 친정 엄마가 남기고 간 돈 봉투와 편지를 읽고 오열하는 장면은 그녀의 연기력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실감나는 연기로 많은 이의 눈물샘을 자극했지만 촬영 당시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극 중반 택이 아빠 무성과의 중년 로맨스도 화제였다. 선영이 날치기를 당한 뒤 무성이 골목길에 마중 나와 둘이 말없이 골목길을 올라가는 장면은 그가 꼽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아픔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연기의 힘” 한림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다져 온 그는 지금도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삶의 희로애락을 더 깊이 있게 표현하는 비결은 그 지점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위로보다 아프다고 함께 말할 수 있고 공감하는 게 연기의 힘이죠. 그건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꾸민다고 되는 게 아니죠. 진짜가 아니면 무대에 섰을 때 관객들이 더 잘 알거든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남편의 치킨집 실패서 배웠다… ‘줌마 창업’ 열풍

    남편의 치킨집 실패서 배웠다… ‘줌마 창업’ 열풍

    자녀 양육 문제 때문에 17년간 몸담았던 대형 면세점을 2004년에 그만두었던 한선희(52·여)씨는 경력 단절 10년 만인 2014년 10월 면세점 직원 교육업체를 차렸다.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면세점이 늘고 규모도 커지는 것을 보고서 경력이 15년 이상 된 전직 면세점 직원 3명과 함께 창업을 했어요. 작년이 사실상 사업 첫해였는데 연 매출이 1억원을 넘었어요. 자본보다는 지식과 노하우가 더 중요한 일이어서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었지요.” ‘치킨집’으로 대표 되는 남성 중심의 중년 창업시장에 ‘아줌마 창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교육·뷰티·패션·컨설팅 등 지식 및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소자본 창업이라는 점에서 기존 남성과 다르고, 단절됐던 경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젊은 여성들과도 차별화된다. 지난 22일 찾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장년창업센터에는 입주사 20곳 중 5곳에서 여성 사장들이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이곳은 40대 이상 창업자에게 1년간 사무실을 내주고 창업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센터 관계자는 “2년 전에는 여성 회원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전체 창업 회원 333명의 5분의1인 65명(19.5%)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여성 창업 회원 65명 중 14명이 각종 컨설팅 업체를 차렸고, 10명이 의류업, 9명이 생활용품업과 교육서비스업, 7명이 액세서리업을 시작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여성 사업자는 지난해 10월 248만 7840명으로 2010년 12월(192만 8270명)에 비해 약 5년 새 29%가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 사업자 증가율(19.5%)을 크게 웃돈다. 2012년 12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공방 선예원을 창업한 김민아(45·여)씨는 “귀금속 공예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중 부모님의 위암 수술로 간병을 하다가 창업을 했다”며 “강사 경력을 살려 직접 제작 외에 공예 수업까지 개설해 작년에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남성들은 복잡한 창업준비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년 여성들은 체감경기를 감안한 냉철한 손익분석을 토대로 창업하려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센터에서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 손문규 창업닥터는 “치킨집의 초기자본은 5000만원인데 컨설팅업체 등 중년 여성의 창업은 500만원이면 가능하다”며 “고정비를 최대한 줄이는 알뜰 경영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화장법을 가르치는 유모(48·여)씨는 “평생 대기업이나 군 간부로 대접받던 남편의 친구들이 명퇴를 하고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실물경제에 밝은 내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년 여성들이 1인 가구와 관련한 사업이나 반려동물 사업 등 사회의 장기적인 변화를 반영해 창업 아이템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회계 및 법무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굿바이 하숙집, 굿바이 내 청춘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굿바이 하숙집, 굿바이 내 청춘

    하숙생이 뭔지를 몰랐다. 유년 시절 나는 ‘하숙생=나그네길’로, 둘이 같은 의미인 줄 알았다. 가수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 때문이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로 시작되는 바로 그 노래다. 그 어린 시절, 나는 하숙생이 뭐 대단한 벼슬자리라도 되는 줄 알고 있었다. 최희준 노래만 들리면 ‘목소리가 솜사탕 같다, 인상 좋다, 구수하다’ 등등 동네 어른들이 저마다 칭찬 일색으로 한 말씀씩 하셨기 때문이다. 무색무취한 목소리에다 찐빵같이 펑퍼짐한 특색 없는 얼굴을 달콤한 솜사탕과 비교하다니…,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까지도 찬양 일변도였다. 그뿐만 아니다. 당시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따라 부를라치면 눈살을 찌푸리던 아버지도 하숙생을 부를 때만큼은 눈을 지그시 감고 은근히 만족해하시는 것이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유년 시절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가수 최희준이 그 시절 보기 드문 대학을 졸업한 이른바 학사 가수, 그것도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선망해 마지않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는 것에 기인하고 있었다는 것은 철들고서야 알았다. 하숙생, 이 세 글자가 이촌향도, 우골탑의 지방 출신 대학생들에게는 하나의 통과의례쯤 되는 물기 어린 말이다. 요즘 세대에겐 생경하겠지만 하숙이란 말은 이 땅의 기성세대에게는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빤쓰’나 ‘난닝구’를 바꿔 입기는 보통이고, 고향에서 토종꿀이라도 올라오면 하룻밤 사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하숙생끼리 둘러앉은 밥상 앞에서 소, 돼지고기를 ‘육군’으로, 계란과 닭고기를 ‘공군’으로, 생선을 ‘해군’으로 불렀던 풍경을 요즘 세대는 알기나 할까. 모두가 곤고했던 시절, ‘육군’ 반찬을 요구하다 하숙집 아줌마에게 쫓겨날까 봐 손발이 닳도록 빌었다던 하숙 친구들의 에피소드는 이제는 빛바랜 전설이 된 지 오래다. 하숙집의 아침은 재래시장의 골목처럼 시끄럽고 혼란스러웠다. 식사 시간에 조금 늦으면 맨밥을 물에 말아 깍두기로 때워야 한다. 늦잠을 잔 아침 식탁에 계란 프라이나 소시지 부침 등은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일단 먹고 다시 잔다’는 원칙은 하숙생들에게는 불문율이다. 국은 대개 콩나물국이고 반찬으로 두부조림, 마늘쫑이 곧잘 등장한다. 닭볶음이나 제육볶음은 누구 생일이 되어야 오르는 최고의 찬이다. 그래도 밥은 무한정 공급되었다. 방구석에 놓여 있는 전기밥통을 열고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쿠쿠도 쿠첸도, 일제 코끼리표(조지루시) 전기밥솥도 없던 시절, 하숙집의 밥은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색되고 냄새가 났다. 그러나 스무살 한창 나이, 대개 두 공기는 기본으로 하고 조금 당긴다 싶으면 세 공기도 마다 않던 혈기방장한 젊은 시절이었다. 하숙은 갖은 사연도 많았다. 연전에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4’도 예가 된다. ‘하숙집’을 배경으로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서울 생활과 순정을 다뤘다. 지금의 세대에게는 상상도 가지 않겠지만 드라마는 그 옛날 하숙집의 풍경을 비교적 잘 그려냈다. 하숙은 대개 학교 근처에서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슬리퍼를 질질 끌고 김치 냄새 풀풀 풍기며 이쑤시개를 꽂고 도서관에 나타나는 풍경이 낯설지가 않게 된다. 그러나 이 원칙에도 예외는 있다. 신촌 이화여대 일대 하숙집은 단연 성황이었다. 이 일대 하숙생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같은 집에 하숙하는 이대생을 한번 꼬셔 보려는 음흉한 목적이 그것이다. 그러나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듯이 이대 인근 대흥동 하숙집에서 이대생들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학생 전용 하숙집에 있거나 아니면 다 큰 처녀를 하숙집에 두는 게 걱정됐던 고향의 부모들이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먼 친척집에라도 맡겨 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하숙집에는 사연도 많고 해프닝도 많았다. 덜컥 임신시키는 바람에 하숙집 딸과 결혼한 S대 법대 고시 준비생의 전설은 하숙집에 전해 내려오는 단골 얘깃거리다. 세월은 사람과 함께 간다. 이제 지금의 시대에 그 시절과 같은 하숙집을 찾기는 어렵다. 완연히 사양길이다. 편리하고 혼자만의 공간이 보장되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하숙은 더이상 그 시절의 낭만을 사유케 하는 그 옛날의 공간이 아니다. 개인주의시대를 반영하는 나만의 공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젊은 날 추억의 장소는 항상 하숙집이고 복고 드라마의 배경은 늘 하숙집 풍경이다. 뿐만 아니다. 하숙집은 그 시절 남학생들에게는 욕망의 보금자리였다. 야한 상상을 하며 여자친구를 방으로 초대하거나 잠깐 동안의 아찔한 포옹을 꿈꾸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신촌구락부라는 모임이 있다. 인터넷에 쳐 보면 ‘신촌 밤무대를 주름잡는 건달들의 모임’이라는 그럴듯한 설명이 나온다. 언뜻 들으면 무슨 조폭 단체 같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80년대 초입 대학 시절, 신촌 언덕배기 같은 하숙방에서 나뒹굴던 나의 하숙집 친구들의 모임이다. 하기야 친구 부친상에 ‘신촌구락부’ 이름으로 조화를 보냈더니 그동안 괴롭히던 직장 상사가 친구가 ‘조직’의 일원인 줄 알고 놀라 고분고분해졌다는 실제 상황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름만 거창한, 하숙친구 모임일 뿐이다. 그러나 하숙집 친구는 끈끈하다. 이른바 ‘한솥밥 먹은 사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또 한 해가 떠밀려 가고 새해가 밝았다. 신촌구락부란 이름 아래 하숙집 친구들이 새해 저녁으로 오랜만에 모였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풍요로운 음식을 마주하며 기성세대가 되어 다시 모였다.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구조조정이란 이름 아래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민을 토로하고, 쉬이 익숙해지지 않는 스마트폰 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얘기하고,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그 많은 화제 중에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그 옛날 하숙집에 관한 추억들이다. 지금보다 많이 불편하고 촌스러웠지만, 지금은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감성들이 하숙을 경험한 이 땅의 중년들에게는 달콤 쌉싸름한 추억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실 하숙은 갓 스물의 청춘들에게 완전히 독립된 성인이라는 착각을 준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친구들 덕분에 사투리 흉내 내기는 즐거웠고 선배들과 뒹굴거리며 포르노 테이프를 보며 성교육을 받았다. 화끈한 화면에 목이 타면 야쿠르트로 열기를 식히던 시절, “마찌노 아까리가/또떼모 끼레이네 요코하마….” ‘블루 나이트 요코하마’는 하숙집 단합대회 회식 때 단골 레퍼토리였다. 하숙집에서 뒹굴던 젊음들은 이제 시대의 끝자락에 밀려 나 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만 흘러가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다. 그 시절이 그리운 건, 그 하숙집 골목이 그리운 건, 단지 지금보다 젊은 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거기에 우리들의 금빛으로 빛나는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년세세화상사(年年歲歲花常似) 세세년년인부동(歲歲年年人不同). 해마다 피는 꽃은 해마다 같건만은 사람은 해마다 만날 수 없음이여. 그 시절을 생각하면 오늘 문득 비감해진다. 굿바이 하숙집! 굿바이 내 청춘! 서강대 MOT 대학원 교수 yule21@empas.com
  • 춘절 대목에 은행서 자취 감춘 ‘연변 아줌마’

    춘절 대목에 은행서 자취 감춘 ‘연변 아줌마’

    이른바 ‘연변 아줌마’로 대표되는 중국동포들이 은행 창구에서 모습을 감췄다. “위안화 가치가 폭락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송금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 등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 사설환전소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 인근 한 시중은행 창구. 이 지점의 주된 업무는 중국 송금이지만 창구는 무척 한산했다.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아, 100만원 보낼 때요? 기준환율은 5452위안이지만 최대한 우대환율 적용해 드릴 테니 일단 은행으로 나오세요.” 창구 직원의 ‘간절한’ 요청에도 전화는 뚝 끊겼다. 이 직원은 “환율을 묻는 전화만 수십 통 걸려오고 정작 손님은 없다”고 털어놓았다. 예년 같으면 지금은 ‘대목’ 중의 대목이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2월 6~14일)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곳 지점장은 “대기표를 받고 몇십 분씩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하루 3~4명이 전부”라면서 “이 정도면 줄어든 게 아니라 씨가 말랐다고 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2년 전만 해도 이 지점의 연간 중국 송금액은 700억원에 이르렀지만 지난해는 그 절반인 350억원에 그쳤다. 사정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시중은행 직원은 “송금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개인의 중국 송금액은 7억 8600만 달러로 전년(10억 3200만 달러)보다 23.8%나 급감했다. 기업의 중국 송금액이 같은 기간 37.8%(246억 달러→346억 달러)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개인의 중국 송금 건수는 2014년 8만 1692건에서 2015년 6만 7104건으로 17.8% 감소했다. 회당 평균 송금액도 약 1만 2600달러에서 1만 1700달러로 900달러 줄었다. 중국동포들은 위안화 환율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송금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식당 일을 하는 중국 교포 김미정(49)씨는 “위안화 가치가 조만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이익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면서 “그렇다고 무작정 송금 시기를 미룰 수만도 없어 최소한의 돈만 (중국 가족에게)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의 송금액은 늘고 있다는 점에서 환율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송금액과 건수는 꾸준히 느는 데 반해 개인 송금이 줄고 있다는 것은 은행이 아닌 다른 루트로 송금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중국교포 이일화(43)씨는 ‘다른 루트’로 사설 환전소를 지목했다. 이씨는 “은행에서 중국으로 돈을 보내면 이틀 정도 걸리지만 환전소는 30분밖에 안 걸린다”면서 “무엇보다 수수료가 은행의 3분의1정도여서 (불법인 줄 알면서도) 대부분 사설 환전소를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아줌마 아가씨 기자의 달콤살벌한 맛짱]딸기·단호박 타르트 만들기

    [아줌마 아가씨 기자의 달콤살벌한 맛짱]딸기·단호박 타르트 만들기

    딸기가 가장 맛있는 달인 1월을 맞아 진행된 이번 베이킹 주제는 ‘딸기 타르트’다. 바삭한 듯 부드럽게 씹히는 타르트 셸(타르트의 겉면)과 타르트 윗면에 눅진하게 올려져 있는 크림치즈, 크림치즈 위에 빼곡히 놓인 생딸기가 그 어떤 베이킹보다도 딸기 그 자체를 온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요리학원에서 서울신문 아가씨 기자들의 타르트 대결이 펼쳐졌다. 1회부터 빠짐없이 베이킹 수업을 받고 있는 제1아가씨(김진아 기자)에게 도전장을 내민 건 자동차와 제약 업계를 출입하는 명희진(제2아가씨) 기자였다. 자취 4년차인 제2아가씨는 밥통으로 만든 당근 케이크에 도전했다가 케이크가 아닌 떡을 만들어 낸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베이킹 레시피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겠다며 요리 대결에 참여했다. 제1아가씨는 제철 딸기로 만든 ‘딸기 타르트’를, 제2아가씨는 몸에 좋은 단호박을 이용한 ‘단호박 타르트’ 만들기에 도전했다. 먼저 타르트 셸을 만들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반죽을 밀대로 고르게 펴 줘야 하는 일이다. 고르게 펴지 않으면 익혀 낸 타르트 셸의 두께가 고르지 않아 어느 부분은 딱딱하게, 다른 부분은 물렁하게 씹힐 수 있다. 또 반죽을 타르트 틀에 붓고 난 뒤 포크를 이용해 바닥 부분을 사정 없이 찍어 내야 한다. 구멍을 통해 공기가 빠져나가 타르트 셸이 일반 케이크처럼 부풀어 오르는 걸 막을 수 있다. 타르트 셸을 만들어 낼 때까지 제1·2아가씨의 격차는 거의 없었다. 둘의 격차는 타르트 셸을 채운 ‘필링’에서 벌어졌다. 딸기 타르트의 필링은 크림치즈와 요거트크림, 단호박 타르트의 필링은 단호박 퓨레(단호박과 설탕, 계란 등을 갈아 낸 것)와 단호박 생크림이다. 단호박 생크림은 단호박 퓨레와 젤라틴, 생크림을 섞어 만든다. 젤라틴을 넣는 이유는 단호박 필링을 단단하게 잡아 주기 위해서다. 제2아가씨는 가느다란 손목 탓인지 생크림을 만든 뒤 단호박 퓨레와 섞을 때 한 번에 힘 있게 섞지 못하고 휘젓듯이 섞느라 재료가 모두 섞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모든 과정을 가르친 박지현 서울요리학원 강사는 제1아가씨의 딸기 타르트에 10점 만점에 9점을, 제2아가씨의 단호박 타르트에 8점을 각각 줬다. 박 강사는 “딸기 타르트는 반죽에 약간의 기포가 있지만 필링이 촉촉하고 고르게 퍼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단호박 타르트에 대해서는 “생크림을 너무 오래 섞어서인지 약간 거친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곡차곡 베이킹 경력을 쌓아 온 제1아가씨가 간신히 1점 차이로 이겼다. 하지만 두고두고 먹기에는 단호박 케이크가 좀 더 나을 듯하다. 딸기는 상큼했지만 크림치즈와 설탕이 가득 들어간 요거트 파우더로 만든 딸기 타르트의 필링 때문에 1조각만 먹었는데도 금방 질렸다. 하지만 오로지 단호박 하나만을 활용해 만든 단호박 타르트는 좀 더 건강하고 질리지 않는 맛이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크림치즈 필링 레시피 ◎재료(지름 약 130㎜ 타르트 1개 분량)크림치즈 150g, 설탕 40g, 계란 1개, 생크림 100g, 전분 10g, 레몬즙 10g  ◎순서1. 크림치즈를 설탕과 섞어 주걱으로 부드럽게 풀어준다.2. 1번에 계란을 넣고 섞는다.3. 2번에 생크림을 넣고 섞는다.4. 3번에 전분을 넣고 섞는다.5. 4번에 레몬즙을 넣고 섞는다.6. 5번을 타르트 셸 높이의 80~90%까지 채운다. 7. 필링이 채워진 타르트 셸은 165도에서 25분간 구워낸다. ●요거트 크림 레시피 ◎재료우유 250g, 설탕 45g, 계란 1개, 계란 노른자 1개, 박력분 10g, 전분 10g, 요거트 파우더 130g, 생크림 200g ◎순서1. 우유를 막이 생길 때까지 끓인다.2. 계란과 계란 노른자를 가볍게 풀어준 뒤 설탕을 넣고 섞어준다.3. 2번에 끓인 우유를 천천히 섞어준다. 빠르게 섞으면 계란이 익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섞인 우유와 계란을 체에 걸러 불순물을 제거한다.4. 박력분과 전분, 요거트 파우더를 3번과 함께 섞어준다. 5. 4번을 냄비에 넣고 중약불에서 쉬지 않고 끈적한 크림이 될 때까지 저어준다. 잘 저어주지 않으면 내용물이 탈 수 있다. 6. 생크림을 올려낸 뒤 5번을 70g 정도 섞어 크림을 만들어낸다. 요거트 크림을 필링이 채워진 타르트 셸 위에 짤주머니를 이용해 바르고 딸기로 함께 장식하면 딸기 타르트 완성. ※도움말: 서울요리학원 제공 ※수강 문의는 서울요리학원(www.seoulcooking.net, 02-766-1044~5)
  • 한국야쿠르트 사회공헌 실천… 야쿠르트아줌마의 나눔 활동

    한국야쿠르트 사회공헌 실천… 야쿠르트아줌마의 나눔 활동

    -사랑으로 돌본 홀몸 노인 3만명 넘어. 위안부 할머니에게도 손 내밀어 한국야쿠르트 ‘야쿠르트아줌마’의 홀몸노인 돌봄 활동은 타 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야쿠르트만의 나눔 사업이다. 노인의 자살과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야쿠르트가 20년째 진행하고 있는 ‘홀몸노인 돌봄사업’ 수혜자가 3만 명 가까이 된다. 홀몸노인 100만 명 시대에 민간기업 주부판매원들이 3%의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홀몸노인 돌봄사업은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건강에 이상이 있는 노인을 주민센터나 119에 알리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국 600개 영업점과 1만3000여 명에 달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매일 발효유 제품을 전달하며, 노인들의 안부를 살피고 말벗이 되어 외로움도 달래주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1994년 서울시 광진구청과의 협약을 통해 홀몸노인 1,104명을 대상으로 돌봄사업을 처음 실시했다. 이후 이 사업이 홀몸노인 복지를 위한 효과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으면서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단위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한국야쿠르트 임직원들도 발 벗고 나섰다. 사내 사회봉사단인 ‘사랑의 손길펴기회’는 정기적으로 홀몸노인을 직접 방문하고, 후원물품을 전달하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특히, 홀몸노인들이 하절기에 면역력이 쉽게 떨어지고 활동력이 저하되는 등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이 기간 중 쪽방, 쉼터 등을 집중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한국 야쿠르트는 지난해 10월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인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과 협약을 맺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활안정과 건강증진을 위해 힘써나가고 있다. 할머니들이 머무르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눔의 집에 매월 소정의 후원금을 보내는 한편 야쿠르트아줌마가 매일 발효유 제품을 전달해 준다. 한국야쿠르트는 지속적으로 협력사, 공공기관, 비영리단체와 함께 사회 곳곳에 건강한 문화를 확산시키며 ‘함께하는 활력사회’라는 기업이념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최동일 한국야쿠르트 홍보이사는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과 공정한 기업문화 창출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계속해서 성장해나가겠다”며, “나눔이라는 건강한 습관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동네 주민과 수다 떨며 상상력 모을 것”

    “동네 주민과 수다 떨며 상상력 모을 것”

    “재밌게 놀면서 할 생각입니다. 행정을 잘하라고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동장 자리에 앉히지는 않았겠죠.” 5일 서울 금천구 독산4동 동장을 맡은 황석연(49)씨는 ‘전국 첫 민간인 동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지난해 11월 공모에서 16대1의 경쟁률을 뚫고 2년 임기의 동장이 된 그는 “정색하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마을의 발전 방향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다양한 상상력이 지역에 반영되는 것”이라면서 “동네 아저씨·아줌마들과 신나게 수다를 떨다보면 독산4동에 필요한 것이 뭔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경력이 다양하다. 교사와 기자, 서울혁신파크 위원장을 했다. 행정적인 부분에 변화는 없을까? 황 동장은 “동장실이 있으면 없애려고 했는데, 벌써 누가 없애 버렸더라”라면서 “주민서비스 강화하고 행정적인 부분은 전문가인 공무원들을 믿고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 동장은 대신 “독산4동을 세계적인 행복마을로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방법은? 그는 “관점을 바꾸면 된다. 모든 지역이 강남처럼 100층짜리 랜드마크형 빌딩을 쭉쭉 올릴 수는 없다”면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비교를 하면서 불행하게 사는 것보다는 세계의 행복한 마을들을 롤모델로 삼아 주민들의 삶이 즐겁도록 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마을은 뭘까. 황 동장은 “여름이면 주민들이 슈퍼마켓 평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이 골목에서 땅따먹기를 하는 동네”라며 “주민들의 삶이 연결되고, 추억이 있는 동네”라고 설명했다. 동장을 끝내고 책 한 권을 쓰고 싶다는 그는 “전국 최고의 수다쟁이 동장을 기대하시라”며 웃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안철수, 유머를 입다…더민주, 호남을 잃다

    ■안철수, 유머를 입다…개콘식 화법으로 스킨십 강화 나서 신당 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최근 눈에 띄게 달라졌다. ‘틀에 박힌 모범생’ 이미지에서 벗어나 공개 석상과 사석에서 거침없는 유머를 구사하는 등 스스럼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안철수식 썰렁 개그’는 이제 안 의원의 전매특허로 자리잡았다. 안 의원은 29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김 대표 특유의 말투를 흉내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김 대표가 ‘정치하기 힘들제’라고 묻길래, ‘중소기업 사장보다 덜 힘들다’고 했다”고 전하는 대목에서 김 대표의 성대모사를 했다. 전날 기자들과의 영화 관람 후 뒤풀이 자리에서도 안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에 대해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는 당명에서 ‘새정치’가 빠져서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인터넷상의 각종 패러디물을 언급하며 “지금도 재미있잖나. 더‘불어’, 또 ‘터진’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탈당한 상황을 빗대 “안철수없당”이라며 ‘개그콘서트급’ 유머를 날리기도 했다. 안 의원은 자신의 우유부단함을 조롱하는 별명인 ‘간철수’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제 간이 안 좋다고 공격하려는 의미까지 담아 만들었다는데 머리 잘 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헤어스타일을 어디서 바꾼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역구에서 어디 한 군데만 가면 아줌마들이 싫어한다. 미용실을 돌아다닌다”고 답했고,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헤어스타일이 화제가 되자 “이발소 머리 같던데, 미용실이었나? 머리가 커서 그런가”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최근 국회 엘리베이터에서 안 의원과 마주친 한 여당 의원이 “얼굴 좋아 보이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안 의원은 “이제 좀 정치에 감이 생기네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편 내년 총선에서 기존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재출마 방침을 고수해 온 안 의원은 이날 “(지역구 결정은) 창당이 되면 모두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해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더민주, 호남을 잃다…텃밭 등돌린 참여정부 첫해 보는 듯 95.1%→50.7%. 16대 대선 직후와 집권 6개월 뒤인 2003년 8월 사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호남의 지지도 변화(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조사) 추이다. 44.4% 포인트의 지지 하락은 같은 기간 전체 평균 격차(25.2% 포인트)와 비교해 두 배 가까운 차이다. “호남은 내가 좋아서 지지한 게 아니고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 지지한 것”이라는 당선 뒤 발언으로 시작된 호남 민심의 이탈은 ‘호남+비호남 개혁세력’으로 이뤄진 노 전 대통령의 지지 연합이 붕괴되는 단초가 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한 호남 여론 악화의 배경에는 참여정부부터 시작된 비토 정서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3년 6월 대북 송금 특검과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의원의 구속에 이어 대통령 재신임 발언(10월), 열린우리당 창당(11월)으로 이어진 참여정부의 집권 첫해는 박 의원과 맞붙은 2·8전대와 대표직 재신임 국면 등을 겪은 문 대표의 최근 모습과 일정 부분 겹친다는 해석도 나온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으로 당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게 문 대표의 복안이지만 호남발(發) 탈당 움직임은 오히려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호남향우회 현직 임원들은 30일 집단 탈당계를 제출한 뒤 천정배 신당에 합류하기로 했고,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도 다음달 초 탈당이 예상된다. 탈당이 점쳐지는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루비콘 강가에 서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가칭 ‘국민회의’ 창당을 준비 중인 천정배 의원은 29일 광주에서 “지난날의 전략적 과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호남 주민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과거 ‘탈(脫)호남’을 기치로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한 사실을 공식 사과했다. ‘안철수 탈당’으로 더욱 요동치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반성문’으로 해석된다. 더민주당은 인재 영입으로 호남 민심을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성수 대변인은 “개혁적인 대안세력을 곧 선보일 수 있도록 다각적인 인재 영입을 할 것”이라며 “선대위원장 가운데 한 분을 호남을 대표·상징하는 분으로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청소년공부방·너나들방… 활력 샘솟는 공간

    청소년공부방·너나들방… 활력 샘솟는 공간

    “우리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들로 빼꼭하게 채워졌으니 덧붙일 요구가 없죠.”(독산동 주민 이모씨) 금천구 독산4동 주민센터가 특별한 공간으로 변신해 28일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마을 활력소’다. ‘마을 활력소’는 동주민센터가 ‘우리 동네에 잘 맞는 공동체 공간’이 되도록 주민과 공무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행정·문화 복합공간이다. 이 사업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가 진행하는 마을 공동체 조성사업의 하나다. 구 관계자는 “서울시 4개 구 각 1개 동주민센터 유휴공간을 마을의 거점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독산4동이 가장 먼저 공간 개선을 완료했다”며 “공간 구성을 주민들이 주도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주민 31명으로 구성된 독산4동 마을 활력소 민관기획단은 10여 차례의 워크숍과 사례 탐방, 설문, 인터뷰, 회의 등을 통해 이용자이자 운영자로서 공간을 설계했다. 8월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때때로 분과별 모임을 열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의견을 모았다. 주민들은 독서토론공간, 뮤지컬연습공간, 쉼터, 어르신모임장소, 음악카페, 아줌마수다방, 육아노하우 공유공간 등 평소 ‘있었으면’ 했던 공간에 대한 욕구를 마구 분출했다. 구 관계자는 “공간에 대한 구상을 주민에게 맡겼을 때 의견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공간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놀랐다”고 전했다. 마을 활력소는 독산4동 주민센터 1층 369㎡와 2층 185㎡로 구성된다. ‘‘모두공간’으로 불리는 1층은 교육공간과 회의실, 공연장, 청소년공부방 등으로 활용된다. 2층 ‘너나들방’은 마을 활동의 거점공간 역할을 한다. 마을 활력소는 주민 중심으로 구성된 관리모임인 ‘동동(洞動) 마을 활력단’에서 공간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열린 개소식에서는 99명의 주민이 참여 신청을 했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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