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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요즘 교육 정신은 없고 물질만 있어요”

    지난주 나간 옛날식 서당에 대한 기사를 보고 ‘21세기에웬 곰팡내?’하며 흉을 보셨을지 모르겠다. ‘21세기와 서당’.마치 ‘하이힐과 한복’처럼 어울릴 것같지않는 조합이다.아줌마 기자 역시 세계공용어라는 영어와 컴퓨터 공부에도 바쁜 세상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서당 취재는 신이 났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경기도 이천 산수유마을의 도립서당.모처럼 서울을 벗어나이름처럼 예쁜 마을을 만난 것도 즐거웠다.‘롤러 코스터’같은 세상에서 잠시 내려와 정지된 ‘지혜의 숲’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수염에 탕건까지 두른 서당 훈장은 우리 시대의 찌든 아저씨들과 달리 얼굴 빛이 투명했고 목소리가 맑았다.7살부터 26살까지 전국 서당을 돌며 공부했다니 요즘 기준으로는 졸업장 하나 없는 ‘무학자’(無學者)요,시대를 거꾸로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도 뭔가를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들고 있다.도심에도 서당이 한두 곳씩 늘어나 ‘옛배움’을 전파하고 있으니 무슨 까닭일까. 서당 취재를 하면서 한국을 휩싸고 있는 영어 열풍이 오버랩 됐다.뱃속에 있는 태아에게도 영어 공부를 시키고 취학전 어린이를 60만∼100만원짜리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유별날 것도 없는 세상이 요즘이다. 딸에게 영어를 공부시킨 경험담을 ‘엄마,영어 방송이 들려요’라는 책으로 낸 어떤 주부는 이런 말을 했다.“아이에게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국제화시대의 생존수단은 영어이며 그것을 익혀 주는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자식이 고기를 잘 잡아먹고배곯지 않게 하려는 지극한 모정과 부정이 학교,학원,과외공부까지 시키는 것이리라. 그런데 밥 정도는 굶을 걱정이 없는 게 요즘 세상이다.아이들은 ‘밥’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가뜩이나 영양과잉인요즘에는 성인병 키우고 수명만 단축시키기 십상이다. 몸을 살찌우는 기능 위주의 지식이 지혜를 가장하는 시대….“요즘의 교육은 정신은 없고 물질만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서당 훈장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빈 지식과 생존 수단을 가르치기에 급급한 학부모들이 이런 대목을 읊조려 보는 것도 나쁘지는않을 것 같다. ‘知足可樂 務貪則憂’(넉넉함을 알면 가히 즐거울 것이요,욕심이 많으면 곧 근심이 있느니라) 이제 우리도 마음을 채워가는 교육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허윤주기자rara@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마법의 동산’ 서 마음껏 뛰놀게…

    며칠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란 영화를 보았다.유행 따라가기와는 거리가먼 ‘노친네’인 나로선 큰 맘 먹고 즐긴 문화생활이었다. 나는 그토록 떠들썩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를 아직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초등학생 조카가 읽던 책을 몇줄 읽어봤지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 이내 집어던졌다.그런 내가 거금 7,000원을 들여 영화관을 찾은 것은 “왜들난리야.책은 못 읽었지만 영화라도 보고 아는 채 해야지”라는 다소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머글(보통인간)들의 세상에서 구박데기로 자란 고아소년해리 포터가 11살이 되면서 마법학교에 입학해 겪는 모험담이 줄거리.부엉이들이 편지를 배달하고,빗자루를 타고하늘을 날고,깃털과 지팡이로 요술을 부리고…. 별 기대없이 영화관을 찾았던 아줌마 기자는 2시간30분동안 풍덩 영화에 빠졌다.아무리 ‘구닥다리’라지만 영화를 보면서 나는 단박에 알아챘다.해리포터의 매력은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리 없는 마술이 주는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라는 것을. 크리스마스 전후로 전국의 유치원,어린이집,놀이방에서는 일제히 ‘산타 마술’이 일어났다.큰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일까지 선물을 보내주십시오’라는 가정통신문이 왔다.고민할 것도 없이 ‘공주병’ 딸이 노래를 부르던 분홍색 원피스를 사 보냈다. 산타잔치가 열린 크리스마스 이브.퇴근을 했더니 큰 딸은 “엄마,산타할아버지가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지?”라며흥분했다.‘나윤(여동생)이랑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놀아라’라고 적힌 카드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동생 이름까지알았느냐고 묻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흐뭇해졌다. ‘해리포터’ 열풍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실제로 주문을외우고 마법사 깃털을 구하려는 아이들이 늘었다는 소문이다.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혼동한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부모세대보다 훨씬 더 영리한 게 우리 아이들 아닌가.오히려 걱정할 것은 똑같아질 것을 강요하는 획일적교육,상상력이 끼어들 틈이 없는 치열한 입시지옥 아래 아이들은 몇년이 흐르기 전에 알아챌 거라는 것이다.마술은더이상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마법이 사라진 인간세상,마법을 믿지않는 평범한 ‘머글어른’들이여.마법의 동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굳이 말리지 말았으면 싶다. 허윤주기자 rara@
  • NGO/ “뮤직비디오 폭력·저질 위험수위”

    “대마초 흡연,불륜,동성애,낙태수술,혼전동거 등을 묘사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제작사에게 당신들은 자식을 키우지 않느냐고 묻고 싶어요.” 청소년들이 쉽게 접하는 뮤직비디오의 문제점을 파헤쳐사회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주부들이 있다.서울 중구저동 모교회 문화교실 소속인 김경옥씨(43·여) 등 7명이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교회에 모여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며 문제점을 토론한다.방송,비디오,게임,광고 등에 대해 광범위한 문화소비자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孫鳳鎬)’ 소속 간사 1명이 매주 자문을 해주고 있다. 이들은 대개 10대 자녀들을 둔 40대 주부들이다.뮤직비디오를 처음 모니터링한 것은 지난 98년으로 벌써 3년이 넘었다.뮤직비디오에서 청소년들의 폭력과 자살,성문제 등을 부추기는 내용을 발견하고부터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시끄러운 힙합음악을 듣느라 괴로웠는데 요즘에는 아이들과 새 뮤직비디오에 대해 의견을주고받으며 즐거운 기분으로 해요.” god,문희준 등 신세대 가수들의 노래와영상을 평가하는‘아줌마’들의 시각은 이제 수준급에 올랐다.1년에 2차례씩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도 펴내고 있다. 지난 주에도 올해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공개 발표회를갖고 보고서를 냈다.폭력성,선정성,죽음의 미화,가치관 왜곡 등 뮤직비디오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성전환자 하리수가 대중에게 편안한 ‘연예 상품’으로 공인을 받으면서 요즘은 동성애를 담은 뮤직비디오가 유행이에요.” 폭력을 미화한 뮤직비디오는 god의 ‘니가 필요해’,문희준의 ‘Alone’,선정적인 것은 양동근의 ‘구리뱅뱅’,김원준의 ‘나인’ 등을 꼽았다.이정현의 ‘미쳐’는 자살을 미화하고,이윤정의 ‘Seduce’는 노골적인 성적 유혹을담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범수의 ‘하루’처럼 포장은 아름다워도 애인이 죽으면 따라죽는 것이 숭고하다는 식의 죽음을 미화하는 메시지를 담은 뮤직비디오가 더 위험해요.” 이은미씨(44)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분별력을 지닐 때까지 유해한 문화 환경으로부터 지켜야겠다는 소명감에서 꾸준히 뮤직비디오를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들이 꼽은 올해 최악의 뮤직비디오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는 문차일드의 ‘사랑하니까’다.반면 최근 나온 god의 ‘길’은 가사가 청소년들의 고민을 잘 담고 있고 ‘희망’을 그린 메시지도 좋아 최고의 뮤직비디오라는 평을 들었다. 케이블방송에서 일일이 문제가 될만한 뮤직비디오를 녹화하는 엄마들을 ‘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비판하느냐’며 싫어하는 청소년들도 있다.하지만 어른들의 뜻에 공감하는 자녀들도 제법 많다는 것이다. 강희자씨(47)는 “우리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비디오들은 아이들도 호기심으로 몇번 본 뒤에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고 하더라”며 아이들도 따라주고 있다고 했다. 모니터 활동도 깊이를 더해가면서 ‘총이 나오면 무조건나쁘다’는 식의 단순한 비판을 하지않기 위해 자문위원을 초빙하거나 전문강좌에 참석하기도 한다.실력이 있어야올바른 판단을 한다는 생각에서다. 팀장으로 모니터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경옥씨(43)는 “총격,폭력,죽음 등을 담은 뮤직비디오로 시선을 끌어 음반만 많이 팔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기자 geo@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장점부터 살려라

    지난번 교육일기에서 밝힌대로 나는 요즘 ‘부모교실’에다닌다.주1회 열리는 수업에 아줌마는 물론 아저씨까지 ‘부모 면허증’ 따기에 열심이다. 강사 K씨는 남자다(처음에는 ‘남자가 애키우는 걸 아나’하는듯한 아줌마들의 눈초리에 시달려야 했다).그가 수강생들에게 던진 첫번째 주문은 ‘아이의 장점을 보라’.아이들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고,좋은 부모가 되기위해서는 아이들에 대한 시각부터 바꾸라는 말이다. 심리상담사인 그는 청소년 상담교실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라고 했더니 단점 10개를 꽉 채워쓴 아이들은 수두룩하더란다.하지만 대다수가 장점을 서너개 밖에 채우지 못했고 아예 한개도 못쓰는학생도 있었다.사람의 장·단점은 ‘80대 20’인데 많은 이들이 80의 장점을 북돋우기보다 20의 단점을 가슴아파하고방어하는 데 기운을 소진한다고 K씨는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나오는 ‘동물 학교’라는 글을 소개했다. ‘옛날에 동물들이 모여서 학교를 만들었다.교과목은 달리기,나무 오르기,날기,수영.동물들은 예외없이 전과목을 공부해야만 했다. 오리는 수영선수였다.하지만 달리기가 형편없어 수영을 포기해야했다.오리는 달리기 연습을 너무 많이해 물갈퀴가 너덜너덜해졌고 수영에서도 평균점수 밖에 얻지 못했다. 토끼는 달리기에 탁월했지만 수영을 배우느라 너무 물속에많이 들어가 신경쇠약증에 걸리고 말았다. 독수리는 문제아였다.나무 오르기에서 꼭대기에 올라갈 때까지 큰 날개를 퍼덕여 다른 학생들을 방해했기 때문.독수리는 교사에게 자기 방식대로 날게 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묵살당했다. 학년이 끝날 무렵,수영도 잘하고 달리기,오르기,날기까지약간 할줄 아는 뱀장어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졸업식장에서 답사를 읽는 학생으로 뽑혔다.(중략)’ 왠지 낯익은 장면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장점보다 단점만 부각시켜 ‘신경쇠약증 환자’로 만들어버리는 우리 학교와 사회의 자화상이다.이 대목에 이르면왜 한국인들의 행복지수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지도 눈치챌수 있다.옥의 티만찾고,남과 비교하며 주눅부터 드니 왜 안그렇겠는가. 당신의 아이는 오리인가,토끼인가,독수리인가.장점을 바라보는 훈련을 당장 시작해야한다는 K씨의 얘기에 귀기울여볼일이다. 허윤주기자
  • NGO/ 시민이 주인되는 ‘시민방송’ 뜬다

    ‘시민의,시민에 의한,시민을 위한 방송’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참여연대,경실련,환경운동연합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시민방송(Ctv)’은 내년 3월 본격적인 위성방송 시작을 앞두고 지난 10일부터 인터넷방송(www.ctv21. or.kr)을 시작했다. 시민이 만드는 방송인 만큼 시민방송은 50% 가량을 시청자들이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채울 예정이다.특히 토론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될수록 시간 제약을 두지 않고 합리적인 해결책이 도출될 때까지 토론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시민방송 백낙청 이사장(서울대 교수)은 “시민방송 자체가 하나의 시민단체”라면서 “시민의 방송참여는 3가지방법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고 소개했다.즉 시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시민의 입장에서 시민방송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 등으로 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무료 서비스가 시작된 인터넷 방송을 들여다 보면 시민방송이 어떤 프로그램으로 짜여질지 예상할수 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가 진행하는 ‘시사레슬링’ 코너를클릭하면 ‘누가 탑골공원의 박정희 친필 현판을 떼어냈는가’라는 주제로 공중파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난상토론이 진행된다.‘다·방·구’ 코너에서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여자,‘방’구석에 박혀 있는 여자,‘구’석기 시대의 여자들이라는 아줌마들의 왁자지껄한 수다를 들을 수 있다. 이밖에 여러 NGO들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시청자들이직접 촬영해 올려 놓은 이야기,독립영화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활동하다 시민방송에 합류한송덕호 PD(37)는 “시민방송은 시민이 생산의 주체인 동시에 소비의 주체”라면서 “공중파,케이블,위성 등 기존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송 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24일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으로부터 ‘시민의 채널’ 위탁사업자로 선정된 시민방송은 본격적인 위성방송이 시작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까지 시청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현재는 제작국,사무국,관리국에서 40여명만이활동하고 있으나 곧 시민단체 통신원,시민기자,해외 통신원 등을 대거 충원할 예정이다. 시민방송의 가장 든든한 파트너는 단연 시민단체.시민방송 사업 자체가 시민사회의 요구로 추진됐으며,국내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 대표 36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최고 의결기구이다. 즉,시민방송은 시민단체로부터 방송 콘텐츠를 제공받고시민단체는 시민방송을 통해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는 전략이다.시민들이 직접 제작,편성,경영에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시민방송은 또 전국 각지의 풀뿌리 시민단체와 협력하기위해 내년부터 시단위로 79개의 미디어센터를 설립한다.미디어센터는 시민들에게 영상제작기술을 교육하고 기자재를제공한다. 상업성을 배제하기 위해 일체의 광고방송을 내보내지 않는다는 것도 시민방송만의 특징이다.노동계 출신인 김윤사무국장(39)은 “당장은 KDB의 지원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100만명의 시민 후원자를 모집해 시민이 주인이 되는 방송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지금까지 2,000여명의 후원자가 모였다. “시민방송은 공익방송이지만 결코 딱딱하고 재미없는 교양방송이 아닙니다.평범한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이야기,진보적이지만 부드러운 방송을 꼭 기대하세요.” 제작국 오종호(36) 기획실장이 자신있게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우리 아줌마들 그렇게 恨많은 줄 몰랐어요”

    “한국여성들이 그렇게 한(恨)이 많은 줄은 미처 몰랐어요. 처음에는 ‘아줌마’라는 제목부터 마땅치않았고 극중 성격도 너무 희화화됐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여성들이 드라마를통해 한풀이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드라마 한 편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는 없겠지만 더이상 한을쌓아가지않도록 여성도,남성들도 모두 노력했으면 합니다.” ‘2001 남녀평등 방송상’ 대통령상의 영광을 차지한 MBC드라마 ‘아줌마’의 주인공 원미경(41)은 자신이 아줌마이기에 가능한 연기였다고 말했다.이어 “실제로는 극중 삼숙씨처럼 여성의식이 없어 부끄럽다”고 고백하면서도 수상의 기쁨만은 감추지 않았다. ‘남녀평등 방송상’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방송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여성부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평등문화 실천과 인식제고에 기여한 방송프로그램을 골라 수상하는 것으로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어머니이자 아내이지만 정작 ‘제3의 성(性)’으로 비하돼온 아줌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권력관계로 풀이한 드라마‘아줌마’가 대상에 선정된 것과 관련,여성부 관계자는 “결혼한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했고 아줌마들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제공한것이 높게 평가됐다”면서 “심사위원 전원합의로 이견없이대상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촬영 때면 스스로의 저녁반찬거리를 사느라 분주하기도 해 ‘역시 아줌마’임을 증명해 보였다는 원씨는 남편 이창순 MBC PD와 사이에 2녀1남을 두고 있다.가정의 평화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때는 남녀평등을 생각했던 대부분의 아줌마들이 이젠 다시 아무 생각없는 아줌마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모르겠어요”라고 남녀평등상 수상자다운 일침을 잊지 않았다. 허남주기자 yukyung@
  • [여성 선언] ‘아줌마‘ 카테고리 때문에

    “아니 내가 분명히 여기까지 들고 왔는데 왜 가방이 없냐고?” 제주공항의 대형차량 주차장 앞에서 관광버스에 짐을 옮겨 싣고 있는데 갑자기 일행 중 한 여성의 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차에 올랐거나 이제 막 오르려던 사람들은 일제히 그녀 주변으로 몰려왔다.시동을 걸던 버스 운전사는 다시 시동을 끄고 밖으로 나왔다.그녀는 사람들이 모여들자 더 큰 목소리로 “그런 건 여행사에서 챙겨줘야지.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녀도 가방 잃어버린 건 처음이야.그런데 가방이 없다니”하며 발을 굴렀다.일행은 모처럼 제주도에 왔다는 설렘이한순간에 사라지고 “이번 여행은 글렀구나”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평소에도 모임에 1시간 이상 지각해서 일행을기다리게 하는 일이 많았다.그날 아침에도 비행기 출발 10분 전에 나타나 행사 진행자의 애를 태우더니 기어이 소지품을 분실하고는 소동을 벌인 것이다. 그녀는 그러한 일에 대해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사람이 같은 일을 저지르면 서슴없이 비난하는 타입이었다.그녀는 관광버스에 오른 후에도 자신이분명히 주차장까지 가방을 들고 왔으며 여행사 직원이 버스에 싣지 않아 가방을분실한 것이라고 우기며 관광 안내원을 심문하듯 들볶았다. 날짜 조정에 숱한 진통을 겪은 끝에 1박2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온 일행은 대부분 회사를 경영하는 몹시 바쁜 사람들이었다.이들은 제주도가 홍콩처럼 자유무역 도시가 되어 더 많이 북적대기 전에 한번 다녀오자는 모임 리더들의 설득을 받아들여 시간을 낸 사람들이었다.그러한 그들의 여행을 그녀 한 사람이 망치고 있는 것이다.관광 안내원은 그녀 등쌀에 핸드폰으로 본사는 물론 공항의 분실물센터,각 경찰서에까지가방 분실 신고를 하느라 관광 안내가 뒷전으로 밀려 미리짜여진 일정조차 엉망이 되어버렸다. 다음날 오후,공항의 분실물센터에서 가방을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그녀는 남자들이 자신의 가방을 알아서 옮겨주리라 기대하며 빈 손으로 공항을 빠져 나왔고 남자들은 그러한 그녀의 의중을 헤아릴 수 없어 자기 짐만 챙겼음이 증명되었다.그러나 그녀는 단 한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그녀는 별다른 사회생활 경력 없이 성공한 남편 덕에 사회봉사단체 등 여러 모임에 가입해 임원 등을 맡아왔다고 한다.그러나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열심히 노력하는 다른 여성들마저 “역시 여자는 별 수 없어” 혹은 “아줌마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라는 평가를 받도록 할 것임이 염려된다.게다가 반듯한 여성들이 이러한 부류의 여성들이 모임을 주도하기 시작하면 더러워서 피한다며 탈퇴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러다 보니 정부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기금 등여러 가지 혜택이 엉뚱한 곳에 돌아갔다며 억울해하는 경우도 보게 되었다. 따라서 비상식적인 특정 여성의 행동 때문에 ‘아줌마’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여 비난을 받거나 여성에게 주어진정당한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으려면 비상식적인 여성들이 모인 자리를 피하지만 말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여성들이 바로 서려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도록 더러운 싸움도 불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정숙 ㈜시그니아미디어그룹 대표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준비안된 부모가 준비안된 부모 낳는다

    지난주 나는 효과적인 부모 역할 훈련 프로그램(P.E.T.)을 취재하다가 그 자리에서 2개월 짜리 수강증을 끊었다. 사연을 이야기하자면 얼마전 끝낸 ‘아줌마 내공(內攻)프로그램’부터 짚어가야 한다.내공프로는 ‘아줌마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이숙경씨 등이 “여자들이 모여 자기삶을 성찰하고 거기에서 얻은 힘으로 행복을 찾자”며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내공’과의 만남은 프로그램 개설을 알리는 팩스 한장이 신문사로 날아오면서 시작됐다.‘대체 뭘 한다는거야’머리를 갸웃대며 이숙경씨에게 인터뷰를 청했다.솔직히 말을 들으면서도 뭘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갔다. 다만 당시 ‘헛헛’하고 ‘팍팍’한 내 상황이 내공이란말을 솔깃하게 들리게 했다.만 10년째로 접어든 신문사 생활은 벅찼고,연년생 두 딸들은 약간의 정서불안증까지 보이며 엄마를 ‘고파’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기자도 낄 수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기자가 아니라 아줌마 자격으로”라는 단서로 받아주었다. 프로그램 첫 시간,나 말고 8명의 아줌마가 ‘맹숭맹숭’한 얼굴로 와 있었다.애 낳은지 백일도 안된 30대,사춘기큰아들 때문에 맘고생하는 40대,남편의 바람기가 탈인 아줌마 등등…. 1주일에 한번씩 그림으로 마음 그리기,몸짓으로 감정 보여주기,미래 계획 세우기 등을 하며 그것이 일종의 상담프로란 걸 알았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삶의 흙탕물을 가라앉혔다.정말 오랜만에 마음을 들여다보았다.삶도 들여다보았다.‘아이와 일,무엇도 제대로 못한다’는 자책에 내몰리는 나,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두 딸에게 전가되고 있었다. 우리들의 옛 모습인 마음 속의 덜 자란 ‘아이’도 찾아냈다.생활에 바빴던 부모의 무관심이 사무친 아이,잘난 남매들과 비교당하며 열등감을 키운 아이,부모님의 불화로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그 ‘아이’들은 아줌마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옭아매며,말썽을 부리며 징징대고 울고 있었다. 초겨울로 향하는 어느날,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한 아파트에 아줌마 아홉이 모였다.팀의 일원이자아파트의 안주인이 졸업식을 겸해 마련한 점심식사였다.아줌마들은 서로 “앞으로 더 잘 살라”며 등을 다독여주었다. 그동안 우리는 준비안된 부모는 또다시 준비안된 부모를낳는다는 것을 알았다.‘부모 훈련'을 통해 그 악순환을 끊고 싶다. 허윤주기자
  • “복고적 모습…주연보다 빛나요”

    “복고적 모습…주연보다 빛나요”

    “우리가 복고적으로 생겨서 인기인 것 같아요.” SBS 주말드라마 ‘화려한 시절’(오후 8시50분)의 두 조연 공효진(21)과 류승범(21) 두 동갑내기가 주연보다 더큰 주목을 받으며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둘다 드라마 출연은 처음인 신인인데도 주연보다 빛나는 이유는뭘까? 촌스런 자주색 유니폼을 입고 버스비(費)를 걷는 악착스러운 버스차장 조연실 역의 공효진은 70년대 가난한 큰딸들의 모습이다.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서울에 올라와 버스차장이나공장에 취업하여 동생들의 학비를 벌었던 그 시대의 큰딸들.볼에는 아직 젖살이 남아있는데 가족이라는 무거운 어깨의 짐에 버거운 표정의 그들. 때론 승객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고 돈을 숨긴다고 알몸검색을 받기도 했던 ‘하잘것 없었던’ 버스차장들을 보며요즘 시청자들은 무엇을 느낄까.그러나 공효진의 실제 모습은 화면과는 영 딴판이다. 호주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부잣집 막내딸 스타일이다. 코믹한 푼수 이미지탓에 영화 ‘킬러들의 수다’에서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했을 때더빙한 것이라는 오해도 받기도 했다.취미인 피아노 연주는 수준급이다.세상 근심 모르고 살아온 듯 늘 방글방글 잘 웃는다. “저는 남자친구들에게 ‘여장부’ 소리를 들을 정도로거침없고 화통한 성격이에요.드라마처럼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헌신하는 사랑은 해본 적이 없어요.” 전혀 다른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공효진은 남의 대사까지모조리 외울 정도로 거듭 연기연습을 했다.영화 ‘화산고’에서는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검도부 주장역을 맡고 이미지 변신에도 열중하고 있다. 그는 “드라마에 출연한 이후 시장에 가면 아줌마들도 절많이 알아봐요. 그것이 드라마랑 영화랑 다른 것 같아요”하면서 스스럼없이 웃는다. 류승범은 교복단추를 두개쯤 풀어헤치고 껄렁껄렁하게 이태원을 누비는 양아치 철진 역이다.집안의 기둥인 형에게모든 것을 양보한 70년대의 가난한 차남이다.집안 형편 때문에 똑똑한 형이라도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자신은 2년이나 뒤늦게 야간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전 폭력이 무서워요.” 류승범 또한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와는 천지차이이다.영화 ‘다찌마와 리’부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이키키 브라더스’에 이르기까지 줄곧 어줍잖은 양아치역을 맡아왔지만 실은 찬송가 작곡을 꿈꾸는 선한 크리스천이 그의 본모습이란다. “양아치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걱정이지만 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찬송가 작곡에 도움을 줄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학교를 그만뒀다.그러나 창작의 어려움에 부딪히고 좌절할 때 도움을 준 영화감독인 형 류승완의 조언에 따라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아직 연기자가 내 길인지는 확신하고 있지 않습니다.삶이 나를 가르치고 있다는 자세로 살고 싶어요.” 나이답지 않은 뼈있는 한마디로 상대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멋이 있다. “이소룡 쌍절곤을 갖고 다니면서 더욱 시대분위기를 내는 것에 주력할 것이에요.집에 두개나 있는데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 더욱 기대해 주세요.”이송하기자 songha@
  • 9억9,000만달러 수출 상담

    ◆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추계 컴덱스 2001에서 한국 공동관에 참가한 국내 IT벤처업계의 수출상담 실적이 9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주요실적으로는△호서텔넷이 미국에 500만달러의 RF모듈 수출계약 △IMRI가 캐나다에 700만달러의 LCD모니터 납품계약 △유니온커뮤니티가 미국에 2,900만달러의 지문인식기 독점공급 계약을 따낸 것을 꼽을수 있다. ◆ 현대오토넷은 18일 미국 포드사와 3,000만달러 규모의전기자동차용 모터컨트롤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18일밝혔다.현대오토넷은 내년 2월 첫 선적,5년간 포드사에 모터 컨트롤러를 공급하게 된다.이번에 수출되는 컨트롤러는포드사의 도심형 전기자동차에 장착될 예정이다. ◆ 삼성전자는 18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제1회 아·나·기(아줌마는 나라의 기둥) 마라톤 대회’에 스폰서로 참여해 대회에 참가한 1,000여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김치냉장고 ‘다맛’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삼성전자는 올해말까지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다.
  • [사라지는 것을 찾아] 겨울 필수품 ‘연탄’

    초겨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연탄이 추억으로 다가온다.어렵사리 살던 시절에우리는 연탄 한장이면 끼니를 해결하고 온가족이 옹기종기따듯한 밤을 지낼 수 있었다. 지금은 보일러가 보편화되고 기름과 가스가 주 연료로 사용되지만 불과 10년전만 해도 서민생활에서 연탄은 생활필수품이었다.겨우살이 준비를 위해 아낙네들이 모여 김장을담궜다면 남편들은 연탄을 들여놓는 것이 부담스런 일이었다.그렇게 김장과 연탄은 우리 서민들의 가슴을 짓눌러왔다. 난방용으로 연탄을 사용하던 시절에 지글지글 아랫목 한구석만을 데워주던 까닭에 가족들간의 아랫목 차지 다툼도치열했다. 당시에는 연탄에 얽힌 달동네 풍경도 인상적이었다.하루 벌어 하루를 살던 가난한 동네에는 저녁이면 매듭꼰 새끼에 두어장씩의 연탄을 끼워 들고 봉지쌀과 함께언덕을 오르던 가장들의 모습이 이어졌다.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는 집들은 리어커나 지게꾼을 동원해 수십장,수백장씩 연탄을 들여놓고 나면 그해 겨울은 뿌듯했다. 연탄불을 이용한 어린이들의 주전부리도 잊지못할 추억이다.학교 앞 담장밑은 어김없이 연탄 화덕을 피워놓은 장사꾼들에게는 명당이었다.등·하교길에 코흘리개 어린이들의주머니를 겨냥한 뽑기아줌마와 번데기장사 아저씨들의 유혹은 만만치 않았다. 덩어리 설탕을 담은 국자를 연탄 화덕 위에 올려놓고 소다를 섞어 보글보글 녹여가며 부풀려 먹던 그때 그맛은 40대 이후 장년층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동물모양,별모양 등을 찍어내던 뽑기도 먹거리에 놀이문화를 접목한 것이어서당시 어린이들에게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퇴근길에 출출해진 어른들이 막걸리와 함께 쥐치포·양미리 등 술안주를 구워내던 곳은 역시 연탄 화덕이었다.지금도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붕어빵도 당시에는 모두 연탄불로 구웠으니 연탄의 쓰임새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그래서 연탄불을 꺼지지 않게 관리하는데도 대단한 정성을 요구했다.밤마다 가족들의 따듯한 잠자리를 위해 안주인들은 속옷바람으로 시간에 맞춰 연탄을 갈아주는 수고로움도 감수해야 했다. 그 시절 겨울철만 되면 신문 사회면에는 어김없이 연탄가스 중독사고 소식이 단골기사로 보도되어 안타깝게 했지만연탄은 잠시도 서민들의 곁에서 떼놓을 수 없었다.연탄가스 중독에는 빙초산과 동치미 국물이 효과가 있다는 속설에 집집마다 김장때면 동치미를 담그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었다. 해마다 수차례씩 연탄 생산지인 강원도 탄광지역에서 광원들이 무더기로 매몰되는 사고까지 겪으면서도 연탄 없이는 살 수는 없었다.마지막 남은 연탄재는 빙판진 골목길의미끄럼 방지용으로,도심 텃밭의 비료 대용으로 또 다시사용되었으니 연탄은 서민들에게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던셈이다. 조한종기자 bell21@
  •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 애너 퀸들런 지음 / 임옥희 옮김

    “책이 비행기이며 기차이며 길이다.책은 행선지이며 여정이다.책은 집이다.” 요즘 좀처럼 듣기 어려운,이 행복한 고백의 주인공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애너 퀸들런이다.다수가 “디지털”할 때 “노”라면서 책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책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에코 리브르)가 나왔다. 지은이는 황홀했던 어린 시절의 책읽기로 말문을 연다.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배회했다”고 토로한다.때로는 ‘소공녀’ 안에서 빅토리아 시대 영국으로 갔다가 어떨 때는 ‘안나 카레니나’와 더불어 차르가 몰락하기 이전의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갔다.한 시인의 표현을 빌면 그녀를키운 것은 구할은 책이었던 셈이다. 이어서 자신의 삶을 책이 어떻게 바꾸었나라는 독백이 나온다.어머니 친구인 장서가 아줌마의 서재에서 만난 책들로 ‘열병’을 앓던 한 소녀는 대학생이 되어서 소설을 쓰다가 세상에 나와 기자를 거쳐 출판인,작가가 되었다. 나아가 자신의 ‘행복한 책읽기’를 개인의 경험에 가두지 않는다.이른바 책읽기의 쓰임새를 전해준다.전 세계에2,000만부가 팔린 ‘안나 프랭크’의 일기가 ‘사춘기 경험의 보편성과 그녀가 경험한 감옥의 끔찍한 특수성'을 전해주듯 책읽기는 편견의 유리창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지은이의 고백은 “책의 죽음은 불가능하다”는 확신으로 매듭짓는다.‘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이다.비록 책이 어려운시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그렇게 될만한 증거를 찾기란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인다.8,000원. 이종수기자
  • 집중취재/ 영등포 쪽방촌 사람들

    기온이 뚝 떨어진 15일 낮 서울 영등포역 주변에 자리잡은 쪽방촌.800여개의 쪽방이 빼곡이 들어선 좁은 골목길에는 햇볕을 쬐며 추위를 쫓는 사람들과 벌겋게 술에 취해배회하는 40∼50대 거주자들이 눈에 띄었다. 25년째 쪽방촌에서 살고 있다는 박모씨(64·여)는 “아궁이가 없어 연탄도 못 땐다”면서 “겨울나기가 끔찍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앵벌이,노숙자,전직 매춘여성,무의탁 노인,전과자,중증장애인 등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슬럼가인 영등포 쪽방촌은 서울 지역의 다른 쪽방촌보다 여건이 훨씬 더 열악하다.화재에 취약한 판잣집인데다,다른 쪽방촌에 비해 기름·연탄보일러 시설이 없는 곳이 훨씬 더많다. 지난해 11월 화재로 쪽방 거주자 1명이 숨진 이후 소화기 400개가 설치됐지만 지난 7월 관할 소방서에서 한차례 안전교육과 점검을 실시한 이후 한번도 찾지 않아 소화기에는 먼지만 잔뜩 쌓여 있었다. 좁은 나무계단으로 머리를 숙여서야 겨우 올라간 판잣집2층에는 1평 크기의 쪽방 8개가 4개씩 마주보고 있었다.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은 악취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판자로 엮은 방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쏟아졌다.공사장에서 다쳐 두 눈이 실명돼 반년째 바깥 나들이를 못했다는 유모씨(60)가 컴컴한 방에 누워 있었다.노숙을 하다 최근 들어왔다는 옆방의 강모씨(55)는 ‘맛이 갔다’며 유씨에게 아예 말도 못 붙이게 했다.정신이 혼미한 탓에 기초생활보장수급 자격신청도 못한 유씨의 방에는 가스버너와 냄비 1개,빈 소주병만 뒹굴고 있었다. 쪽방의 한달 방세는 보증금없이 12만∼15만원선.일세 5,000원∼7,000원만 내면 하룻밤을 보낼 수 있지만 일거리가없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쪽방 어귀에서 만난 소아마비 장애인 윤모씨(50)는 “일하고 싶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탄식했다.매월기초생활보장비로 받는 28만6,000원 중 방값 15만원을 제하면 목에 풀칠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윤씨는 “취직만 되면 쪽방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척추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뒤 쪽방에서 15년째 살고있다는 신모씨(48)는 누워 지내는 처지다.낡은TV를 지켜보던 신씨는 “희망이란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말문을닫았다. 또다른 쪽방촌인 서울 종로구 창신동.IMF 때 출판사를 운영하다 부도가 난 뒤 아내와 이혼하고 이곳으로 찾아들었다는 고모씨(48)는 폐품 수집으로 연명하고 있다.공사판일자리라도 얻기 위해 인근 동대문 인력시장을 찾고 있지만 번번이 허탕만 치고 있다.고씨는 1∼2병 술을 마시기시작, 어느새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창신동시장을 끼고 쪽방골목 끝에 자리잡은 40∼50대 ‘끝물 아줌마’들의 겨울나기도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매춘여성 출신으로 갈 곳이 없어 자리를 잡긴 했지만돈벌이가 마땅치 않다.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노인들을 상대로 1만∼1만5,000원을 받고 몸을 팔아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쪽방 사람들은 거처가 일정하지 않아 국민기초생활보장이나 취업 알선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다.이들은 간경화,당뇨,고혈압,폐결핵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어 자활의지도미약하다. 쪽방상담소의 사회복지사 김정지영씨(27)는 “쪽방 거주자 대부분이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심신 미약자여서 선치료-후자활 프로그램이 필요하지만 예산과 인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문제점과 해결책- “자활 부축 프로그램 급선무”. ‘도시의 그늘’로 일컬어지는 쪽방촌은 알코올 중독,만성 질환,열악한 주거환경 등 모든 도시 문제를 안고 있는곳이다. 쪽방촌 상담사들은 쪽방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갈수록줄어드는 일자리를 꼽는다.다음으로 알코올에 의존하는 쪽방 거주자들의 낮은 자활의지,만성 질환의 악순환 등의 순이다. 올해 서울 종로구청의 공공근로사업 내역을 보면 수급혜택을 받았던 공공근로자는 1,589명으로 지난해의 3,263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특히 근로능력이 있는 조건부 자활대상자의 경우 일자리감소는 자활의지를 꺾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쪽방 거주자들의 패배의식,기존 생활습관에 대한 미련도자활의 걸림돌로 지적된다.서울 영등포지역 쪽방상담소는지난달 50여건의 취업 의뢰서를 받아 쪽방 거주자들과 취업 상담을 했지만 단 1건도 성사되지 않았다.대부분이 무학 또는 초등학교 졸업 정도의 학력수준이어서 자격 요건에 맞지 않은데다 근로 의지도 별로 없었다는 게 상담소관계자의 설명이다. 종로 ‘사랑의 쉼터’ 관계자는 “근로능력이 있어도 일을 하면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근로를 기피하는 경향이 짙다”고 전했다. 만성 질병과 알코올 중독도쪽방 거주자들이 안고 있는 문제다.어떤 이들은 생계용으로 지급받은 곡식을 팔아 술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 광야쪽방상담소 임경석 의료간사(45)는 “최근 거주자 2명이 후두암과 폐암 진단을 받았다”면서 “알코올중독과 열악한 주거환경이 질병을 낳고,질병으로 노동력이 상실되는 악순환부터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쪽방 상담사들은 “노숙자 중심으로 진행중인 알코올 중독 치료 등 자활 프로그램을 쪽방 거주자에게도 확대해 스스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기자
  • [공무원 Life & Culture] 서울 강남경찰서 황종국경사

    “주방장,음식이 왜 이렇게 짜.” “김실장,음식을 만들 때에는 정성이 중요한 거예요.” “아줌마,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주세요.” 10평도 안되는 서울 강남경찰서 구내식당 주방에서 연신잔소리를 해대는 주인공은 경무과 황종국 경사(49). ‘구내식당 호랑이’로 통하는 황 경사가 맡고 있는 일은 구내 식당과 매점을 관리하는 것.여느 시내 식당보다 음식을 싸고 맛있고 깨끗하게 만들고,슈퍼마켓보다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잔소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97년 처음 발령났을 때는 지저분한 생선과 야채 더미에싸여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으로 경찰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발령 직후 딸아이가 “아빠 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라며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거나,아내가 “요즘 당신 옷에서 생선 냄새가 나는 것 같아.무슨일 있어”라고 물어도쉽게 얘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료들로부터 ‘잘 먹었습니다’ ‘맛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보람을 느끼기 시작해 이제는 자신의 보직을 ‘천직’으로 알고 사랑한다. 구내식당의 김치 한포기,밥 한그릇에도 그의 정성이 배어 있다.그는 싸고 품질이 좋은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계절별 반찬은 미리 준비해 비용을 절감한다. 전날 주문한 생선은 새벽마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직접 보고 마음에 들어야 캐피탈 승용차에 싣고 온다. 쌀은 충북 청원군의 방앗간에서 직접 배달해온다.야채는오후 4시쯤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직접 산다.오후가 되면같은 품질이라도 반 값에 팔기 때문이다.생선은 업자들에게 부탁해 경매를 통해서 사기도 한다. 발로 뛰다보니 가락동 시장에서 버려지는 무잎과 배추잎을 주워다 말려 시래기 반찬으로 만들려다 청소 불도저가쓰레기와 함께 밀어버려 죽을 뻔한 일도 있었다. ‘음식은 맛이 최고’라는 지론으로 재료를 아끼지 않아손해볼 때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위생에도 신경을많이 쓴다. 이같은 정성으로 처음에는 점심시간에 손님이 80명도 되지 않았으나 ‘맛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인근관공서와 노점상까지 300∼400명씩 몰리고 있다.손님들은줄을 서서 기다렸다 먹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충남 천원군 시골에서 8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배고픔의 서러움도 잘 알았다. 시위 진압에 나간 전·의경의 식사가 빈약한 것을 보고는서장에게 건의해 자신이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줘 ‘정말맛있는 식사를 하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편지를 받기도했다. 그는 4년을 발로 뛰어 돌아다니고 주방장을 독려해 1억5,000만원의 경비를 절감한 공로로 14일 서울경찰청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예산 절감으로 남은 돈은 결식 아동 돕기와 사내복지를 위해 쓰고 있다. 그는 “출세와 성공보다는 어떻게 살았느냐가 더욱 중요하지 않느냐”면서 “그늘진 자리라도 진실하게 살았을 때 느끼는 보람과 행복감이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준규기자 hihi@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여기자 애들중에 공부 잘하는 애가 없다고?

    “여기자 아이들 중에는 공부 잘하는 애가 없대.” 남자선배가 장난삼아 던진 우스갯소리인지,여자 선배들이 정색하고 들려준 얘기인지 기억도 안나는 이 ‘괴담’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심기가 심히 불편해진다.‘무슨 헛소리’하고 반박하기도 힘든 것이,주위를 살펴봐도 ‘성공 케이스’가 드물다.“우리 두 딸만은…”하면서도 은근히 불안한 건 어쩔 수가 없다. 고참 여자 선배가 들려준 경험담이다.본인이 어렸을 때만 생각하고 ‘때되면 제 스스로 하겠지’하고 아이를 맘껏놀렸단다.그러다가 한글도 안뗀 채로 초등학교에 보냈더니 ‘ㄱ’,‘ㄴ’은 건너뛰고 바로 책 읽기부터 들어가더란다.한번 기가 죽은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기까지 애를 먹은 것은 물론이다.선배는 “내가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것 같다.요즘 아이들 성적은 엄마 성적이란 얘기가 거짓말이 아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기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남녀를 불문한다.아침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게 다반사.‘주5일 근무제’를 논하는 마당에 주말은 물론 공휴일에도 출근하기 일쑤다.술자리도 잦아 ‘폭탄주’와 맞서다 ‘전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비슷한 근무 조건에 있는 남녀기자 자녀들의 성적표가 차이나는 건 무슨 까닭일까.심증에 그칠 뿐이지만,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주는 아내의 유무와 연관이있는 듯하다.고주망태가 되어 새벽에 귀가하든,주말에 회사에 출근하든 상관없이 아이를 챙겨주는 고마운 손길 말이다.(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쩝.) 지난주 교육면에 ‘아버지가 우등생을 만든다’는 기사가 나가자 남자들의 항의 메일이 만만치 않았다.쉽게 말해“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피곤한데 왜 ‘고춧가루’를 뿌리느냐”는 거였다. 지금은 맞벌이 시대다.생활비는 물론 엄청난 교육비를 감당하려면 혼자 벌어서는 역부족이다.이쯤되면 눈치빠른 분은 아줌마기자의 속셈을 알아챘을 법도 하다.진짜 말하고싶은 건 ‘여기자의 남편들이여,일찍일찍 집에 들어와 아이도 돌보고 동화책도 읽어주라.힘이 닿으면 가사일도 도와주라’라는 것을. 여기자뿐 아니다.숱한 맞벌이 여성들이 일과 육아에치여 울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조금이라도 애가 이상하면 ‘혹시 일하는 엄마라서…’하며 주눅부터 든다.이제는 정말 아빠들이 함께 짐을 나눠 들었으면 좋겠다. 허윤주기자rara@
  • [공무원 Life & Culture] ‘스마일 부대’ 중앙청 방호원들

    요즘 건물들,참 으리으리하다.현대적 감각을 앞세운 차가운분위기에 위압감마저 느껴진다.게다가 건물 앞을 지키고 서있는 경비원들.방문객을 위한 친절함보다는 마치 “우리집에 왜 온거야”라는 핀잔이 느껴지는 눈초리다. 건물에 들어서는 것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곳,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그러나 이곳에는 경직된 분위기의 관공서를 상쾌하게 하는얼굴들이 있다.청사 보안을 담당하면서 때론 과격한 민원인들과 ‘전투’를 치러야 하지만 ‘친절’과 ‘미소’를 잃지 않는 방호원들,일명 ‘세종로 스마일 부대’다. 진한 남색 제복을 입고 청사의 정문,후문 등 출입문 곳곳을 지키고 있는 중앙청사 방호원들은 청사관리 업무에서부터주차차량 파악,야근자 확인,사무실 안전 점검까지 하고 있다. 현재 중앙청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방호원은 총 49명.별정직 6급에서 기능직 9급까지 직급이 다양한 방호원들의 평균 근무연수는 15년 정도다.면사무소 서기였거나 지방우체국 직원 등 전직 공무원 출신도 있고,일반 회사에 다니거나 농사를짓다가 방호업무를 시작한 경우도 많다.대부분이 두번째 직장으로 방호원을 택했다. 늘 정제된 자세로 청사 직원들에게 ‘베스트 스마일’로 유명한 남수진씨(54)는 합기도 4단의 고수로 한때는 합기도장사범이기도 했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청사를 오가는 사람들을 파악하는 것이다.어떤 이가 직원인지,민원인인지,또는 잡상인인지파악하고 출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이렇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하루 3,600여명 정도.웬만해선 누가 누군지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번은 겪게되는 고충 하나. “청사 보안을 위해 직원이나 민원인들에게 신분증이나 방문증을 꼭 달도록 합니다.하지만 이런 것을 기분 나빠하는사람들이 많아요.직원들은 주로 ‘아저씨,오늘 왜 그래요?’,‘나 몰라요?’ 이렇게 말하면서 불쾌한 표정을 짓더라고요.하지만 보안이 중요하다보니 싫은 소리도 해야 하고….”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한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보다는 외부 민원인들이 대하기 힘들다.그들의 두번째 고충,바로과격한 민원인들이다. “한번은 통일부를 찾아온 80대어르신들이 이산가족방문자 명단에서 누락된 화풀이를 저희한테 하시더라고요.한 노인이 ‘왜 내가 빠진거냐’면서 지팡이를 휘둘러대는 통에…. 어르신 지팡이 손잡이에 목이 걸려 아주 혼쭐이 났었죠.”사복 방호원인 박형준씨는 웃으면서 말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벌’ 그 자체였다고 한다. 방호원들 사이에서 유명인으로 통하는 민원인들도 있다.아예 직업이 ‘민원인’인 이들은 주로 별명으로 불린다.대표적인 경우가 ‘평택아줌마’와 ‘배 감사관’이다. “딱히 민원을 제기하는 분야도 없이 청사를 찾는 사람이죠.워낙 민원에는 도가 튼 사람이라 잘못 건드렸다가는 그 자리에서 민원 서류가 만들어집니다.어떻게 그렇게 공무원의취약점을 잘 아는지….” 방호원들의 세번째 고충이다. 때로는 예전 권위주의 정권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하늘을 찌르는 관공서의 권위’로 민원인에게 윽박지르거나 강제로 내쫓기도 했지만 요즘은 ‘턱도 없는 소리’다.민원인을 대하는 와중에 목청이 높아졌거나 단어 선택이 잘못됐다면 바로 민원감이다.공무원과 같이 출퇴근하는 민원인도 있다.한 70대 노인은 10여년 전부터 매일 아침 9시 청사를 찾아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6시에 퇴근한다.몇달 전만해도 2명이었지만 최근 한 노인이 노환으로 세상을 등졌다. 최여경기자 kid@
  • 이 주일의 아동도서/ ‘호호 아줌마가 작아지는 비밀’

    어느 날 아침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호호 아줌마의 몸이 찻숟가락만 해진 것.어쩌지.그러나 호호 아줌마는 절망하지 않는다.“할 수 없지,뭐.이왕 조그마해졌으니 이대로 잘 해봐야지”라며 위기를 찬스로 만든다.쥐한테는 고양이를 이용하여 겁을 준 다음 청소를,마찬가지로 고양이는개에게 이른다고 윽박질러 설거지를 시킨다. 이 희한한 이야기는 노르웨이 작가 알프 프로이센의 ‘호호 아줌마’ 시리즈중 1권인 ‘호호 아줌마가 작아지는 비밀’(비룡소)의 한 장면이다.모두 3권으로 나온 이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84년 국내 텔레비전에도 방영되었다.이 중 ‘호호 아줌마가 작아지는 비밀’은 노르웨이 어린이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호호 아줌마의 모험은 짤막짤막한 이야기 형태를 빌어 마법의 숲(2권),다섯가지 나들이(3권)로 이어진다.몸이 작아질 수 있기에 때론 개구리에게 수영을 배우고 고양이나 돼지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아줌마의 다양한 여행을 통해 아이들은 동물 보호,이웃사랑 등을 배울 수 있다. 스웨덴 시사만화가 비에른 베리가 그렸고 홍연미가 옮겼다.1권 6,000원,2·3권 6,500원이종수기자
  •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연년생 딸둔 ‘무식한’ 아줌마

    오후8시,잉크 냄새 물씬한 내일자 가판 신문을 집어들고 나오는 퇴근길.해가 짧아져 밖은 벌써 어둑어둑하다.지하철역 입구에 들어서기 전 휴대폰 0번을 꾹 누른다.전화를 받는 건 아침일찍 잠자는 모습만 보고나온 둘째딸이다.그래도 짐짓 모르는 척“누구야?”하고 묻는다. “응,나윤이.” “우리 나윤이.오늘 할머니랑 뭐하고 놀았어? 언니랑은 사이좋게 놀구?” “응….근데 엄마,나윤이는 엄마의 소주하(소중한) 따(딸)이지∼”가슴 깊숙히 온기가 지펴오르며 하루의 피로가 대번에 씻겨져내린다.매일 똑같은 레퍼토리로 되풀이되는 이 퇴근길 전화는 내 삶의 ‘박카스’다. 나는 49개월,30개월짜리 연년생 딸의 엄마다.신혼여행지인 필리핀에서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었고,첫째를 낳은지 1년도 안돼 둘째를 가진 ‘무식해서 용감한’ 아줌마기자다. ‘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를 쓴다니까 주변의 ‘걱정스런’눈초리가 만만치 않았다.사실 스스로도 찔리는 점이 한두가지가아니다. 일하는 엄마가 다 그렇듯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이 마음 한 구석에 묵직하다.돌아보면 나의 애 키우기는 제 새끼를 남의 둥지에 낳고 도망가는 ‘뻐꾸기 엄마’의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큰애가 태어난지 6개월까지 시골 외할머니께 맡겼고,그 뒤엔자기 애만도 셋이나 딸린 친정언니집 옆으로 이사가 그 집을 ‘놀이방’으로 만들어 버렸다.언니가 “나 도저히 이젠 못봐”하며 두손 두발 다 들자 부랴부랴 아파트단지에서 동네아주머니를 모셔 지금까지 이럭저럭 꾸려오고 있는 중이다. ‘교육일기’에 무엇을,어떻게 쓸까.걱정이 돼 한동안 끄적이다 바쁘단 핑계로 팽개쳐둔 육아일기까지 찾아보았다.일기 속의 초보엄마는 설사만하던 애가 황금빛 똥을 누었다며,첫 이빨이났다며 위치도까지 그리며 기뻐하고 있다.때로는 고열에 들뜬딸들을 돌보다 현기증나는 새벽을 맞고,잠투정하며 우는 아기를 30분동안 울게 놔둔 독한 엄마를 용서해달라고 빌고 있다. ‘도 닦듯’ 입 꾹 깨물고 애를 키우다보니 신혼기분은 이미간데 없다.꼬물꼬물하는 연년생 갓난아기들은 이제 엄마를 이겨먹을 정도로 부쩍 컸다.올 봄부터 구립어린이집에 다니는 큰딸이 떼를 쓰길래 매를 들었더니 “선생님이 여자랑,어린애는 보호해야하는 거래”하고 따져 제 엄마아빠를 넋빠지게했다. 어쨌든 자질은 좀 떨어져도,새끼사랑은 끔찍한 ‘고슴도치류’아줌마 기자는 독자 여러분께 첫 인사를 드린다.꾸벅. 두 딸을 키우면서,또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들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정보를 가감없이 소개할 작정이다.아낌없는 응원과 충고를 바란다. 허윤주기자
  • 2001 길섶에서/ “언니, 언니”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애는 낯선 남자애가 “고모”라고 부르는 게 영 못마땅한 모양이었다.기껏해야 서너살 차이니누나 소리 들어가며 데리고 놀면 좋으련만,옆에서들 굳이고모라고 부르도록 시키는 게 싫었나 보다.결국 “내가 왜 아줌마야?”라며 불평했다.그래서 가족관계를 그림으로그려가며 설명해 주었다.“네가 얘 아빠·엄마한테 오빠·언니라고 부르지? 그런데 얘가 너한테 누나라고 하면 이애는 제 부모도 형·누나라고 불러야 하겠네? 너하고 얘부모는 같은 줄(항렬)이고,얘는 한 줄 아래니까 너한테 고모라고 해야 하는 거야.” 전통사회에서 혈연관계를 나타내던 호칭이 지금도 그대로 쓰인다.아저씨·아주머니는 그렇다 치고 남녀 사이에서아빠·오빠가 거리낌없이 사용된다.그뿐인가.업소에서는나이 불문하고 손님과 종업원이 서로 “언니”“언니”하고 있다.단군 할아버지의 한 자손이라 친다 해도 이건 너무 상스럽다.이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호칭을 하루빨리 만들어 내야 하겠다. 이용원 논설위원
  • 내일 개봉 ‘와이키키 브라더스’ 주인공 이얼

    가볍게 웃기기만 해도 기본흥행은 거뜬히 보장받는 이때. 느리고 진득한 화면에 사람 냄새 진하게 풍기는 영화를 내놓는다는 건 모험일 수도 있다.27일 개봉하는 임순례 감독의 새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제작 명필름)가그 시험대에 올라섰다. “흥행이요?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됩니다.제가 웬만큼만 얼굴이 알려진 배우라도 그런 걱정은 안할 것같은데 말예요. ” 주인공 이얼(37).얼굴만큼이나 이름도 낯설다. “큰 규모에 쟁쟁한 스타를 내세운 영화들 틈바구니에서관객이 우리 작품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겸사를 떨던 그는 이내 “일단 한번 보기만 하면 반할 것”이라고 탕탕 큰소리를 친다. 영화속 역할은 밤무대 삼류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리더 성우.불경기로 고향 충주에 내려와 변두리 나이트클럽에 간신히 자리를 잡는다.그러나 그마저도 오래가진 못한다.멤버들이 하나둘 떠나버리고 나중엔 룸살롱 취객들의 비위나 맞추는 ‘1인 밴드’로까지 전락한다. “임 감독,참 대단한 사람이에요.남녀를 따지는 게 우습지만 요즘 영화판에 그만큼 뚝심있는 감독도 없다 싶어요.찬조출연자 한명쯤은 스타로 써도 됐을텐데 답답할 정도로 초지일관이었어요.바닥인생들의 막다른 삶을 실감나게 그리려는 고집에서 그랬겠지만요.” 감독 칭찬에 침이 마른다.함께 호흡맞춘 배우들도 하나같이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근 다섯달동안 영화를 찍으면서도 배우 하나하나가 감정이 잡힐 때까지 묵묵히기다려주던,누나같은 감독”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얼은 연극무대에 오래 서왔다.지난 88년 이후 뮤지컬 ‘개똥이’‘지하철 1호선’‘장보고의 꿈’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익혔다.영화를 찍기도 했다.‘49일의 남자’,‘축제’에서는 감질나는 단역이었다. 주인공이 짚어주는 영화의 감상포인트는 뭘까.“꼬질꼬질찌든 삶의 얼룩을 새삼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때리고 맞고 웃기는 영화에 열광하는 심리들도 그래서일테구요.그래도 한번쯤은 그 얼룩을 돌아보는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한때 짝사랑했던 고향의 여자친구(오지혜)가 억척 야채장수 아줌마로 살아가고,고교시절 밴드 멤버들이 삶의 무게에 짓눌려 변해있는 현실에 극중 성우는 쓸쓸해서 휘청댄다. “제가 ‘음치’에 ‘박치’(박자를 못 맞추는 사람)거든요.그런데 스물세곡이나 소화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기회가 와준다면 다음번엔 좀더 움직임이 많고 좀덜 쓸쓸한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한다. 황수정기자 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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