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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참에 만화 한류 한번 일으켜 볼까요”

    “이참에 만화 한류 한번 일으켜 볼까요”

    “이 참에 만화 한류라도 한번 일으켜 볼까요?”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애 둘 딸린 주부’라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지. 혹 사근대는 인상·말투에다 과장된 화장이 떠오르지 않는지. 이 편견을 깨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정희(36)씨.2004년 경기도 부천만화정보센터가 개설한 ‘주부만화예술대학’을 수료한 뒤 아동만화작가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지난 5월 낸 첫 작품 ‘똥장군’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 진출까지 모색 중이다. # 되살아난 ‘똥장군’의 추억 “XX네 아빠는 똥 퍼요/그렇게 잘 풀 수가 없어요/건더기 하나 없이 잘 퍼요/그래서 XX도 똥 퍼요”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라면, 어릴 적 친구 하나 골리려고 이런 노래 불러본 경험이 있을 법하다.‘푸세식’ 화장실 시절 똥을 처리하는 직업,‘똥장군’이 있어서다. 수세식에서 좌변기에서 비데로까지 넘어가면서 ‘똥장군’은 이제 잊혀진 단어다. 김씨는 이걸 소재로 삼았다.‘첫 독자’인 초등학교 3·4학년 두 아이들이 재밌다는 반응을 보여 자신했지만 시장의 반응도 열렬했다. 불황이라는 출판계에서 보름도 채 안돼 초판이 다 나갔다.‘예상 밖의 인세’뿐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욕구’를 확인한 김씨는 흐뭇하다. # 사라져가는 것들을 차곡차곡 담고 싶어요 지금은 ‘똥장군’ 후속작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5일장’과 ‘엿장수’를 다룰 셈이다. 이런 소재를 다루는 건, 만화에서나마 사라져가는 우리 옛것을 온전히 남기고 싶어서란다. 그래서 그림체도 남다르다. 아동만화 하면 ‘뽀샤시 사진’ 같은 그림체를 떠올릴 법한데 김씨의 그림은 ‘치열한 사실주의’다. 자라나는 아이들뿐 아니라 외국 독자들에게도 이게 우리 옛 일상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어서다. 전라도 화순이나 강원도 횡성 같은 곳까지 찾아가 인물의 표정과 동작은 물론, 갖가지 풍경까지 사진으로 찍어 자료로 활용한다. 채색작업도 사소한 데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처리한다. 출판사조차 ‘지독하다.’ 할 정도지만 우리 옛것에 대한 욕심은 김씨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 뻔뻔해져라! 목수였던 아버지의 손재주를 물려받았다지만, 그냥 아줌마로 살았기에 설마설마했다. 무작정 출판사 문을 두드리다 면전에다 대놓고 이런 건 요즘 트렌드가 아니라는 구박도 받았다. 그렇게 헤매다 겨우 낸 책이 ‘똥장군’이다. 그래서 김씨는 탈출을 꿈꾸는 아줌마들에게 ‘치열한 노력’을 권했다. 지켜본 바로는 탈출하고 싶다면서도 정작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도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와 이해심 많은 남편 덕분에 이만큼 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는 건 천상 대한민국 아줌마였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女談餘談] 시어머니의 ‘행복론’/정은주 지방자치부 기자

    “몸이 저렇게나 불편하신 줄은….” 양가 부모님이 상견례하던 날, 친정 어머니는 걱정스레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뵙고 나니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 편치 않으신가 보다. 시어머니는 1999년 울릉도 여행길에 올랐다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헬리콥터에 실려 병원에 도착,5시간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깨어났다. 하반신 부분 마비라는 후유증이 찾아왔다. 쉰살을 갓 넘긴 나이에 혼자 걷는 게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 후 시어머니는 ‘행복찾기’에 나섰다. 행복찾기 하나, 손잡기. 시부모님은 나들이 나갈 때 손을 꼭 잡는다. 지팡이나 휠체어가 있어도 시아버지가 손을 고집한다.“매일 결혼식장에 입장하듯 살고 싶어서”라고 농담처럼 말씀한다. 생사의 문턱에서 돌아온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리라. 그래서인지 시부모님의 걷는 모습이 갓 연애를 시작한 20대처럼 애틋하다. 시어머니는 두 며느리를 양쪽으로 의지하며 걷길 좋아한다. 아들들이 나서도, 키가 비슷한 며느리들과 걸어야 편하다고 물리친다. 첫 발을 내디딜 때 고부는 휘청거린다. 발걸음이 맞지 않아 균형을 잃는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라는 시어머니의 귀띔에 고부는 행진하듯 발을 척척 맞춘다. 몸으로 조화를 가르치는 것이다. 행복찾기 둘, 인터넷. 시어머니는 인터넷이라는 친구를 얻었다. 고스톱은 물론이고 검색, 메신저, 쇼핑, 금융거래까지 함께 한다.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성경책을 베끼며 타자를 연습했다. 그러다 고스톱 삼매경에 빠져 사이버머니를 10억원쯤 모았다. 돈버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즐거워하신다.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어느날부터 포털사이트에서 며느리 기사를 찾아 읽고, 싸이월드에 ‘힘내라.’는 쪽지를 남긴다. 요즘은 동네 아줌마들을 대신해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저렴하지만 좋은 물건을 골라 준다. 시어머니께 행복찾기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다음에 진짜 떠날 때는 ‘나는 행복했다. 너희들도 행복하라.’고 말하고 싶어서.” ejung@seoul.co.kr
  • [어린이책꽃이]

    ●자꾸자꾸 모양이 달라지네(팻 허친즈 그림, 보물창고 펴냄) 유아들의 손놀이 필수품인 ‘블록’을 소재로 한 글자없는 그림책.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달라지는 블록쌓기 모양을 통해 형태, 수, 측정 등의 감각을 키울 수 있다.5세까지.8800원.●어처구니 이야기(박연철 글·그림, 비룡소 펴냄) 귀신을 쫓아내려 궁궐지붕 위에 올렸던 작은 조형물의 이름이 ‘어처구니’. 말썽꾸러기 어처구니들로 조용할 날이 없는 하늘나라 이야기. 해학과 상상력이 멋드러지게 손잡은 그림책이다.5세 이상.9000원.●오줌싸개가 정승판서가 되었다네(원동은 글, 홍성찬 그림, 재미마주 펴냄) 돌잔치에서 혼례를 거쳐 늙어죽기까지 인생의 과정을 그림과 함께 되짚어보는 민족생활사 교양서. 민요, 시조, 민담 등 상식을 두루 터득할 수 있는 풍물해설서로 손색없다. 초등생.1만 3000원.●아이와 함께 떠나서 더 행복한 아줌마표 해외여행(김은지 지음, 성하출판 펴냄) 중학교 교사인 지은이가 초등생 딸과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귀띔해주는 해외여행 노하우. 공항 출발에서부터 여행을 놀이로 삼으라는 제안이 재치있다.1만 3000원.
  • 30대를 잡아라

    백화점의 한 의류 코너. 모델로 나온 탤런트 박진희씨가 숨을 참으며 몸에 꽉 끼는 비싼 옷을 억지로 입는다. 안절부절못하는 가게 여직원의 “작은 데….”라는 말은 못들은 척 박진희씨는 “어휴∼ 완벽해.”라며 거울을 보며 스스로의 몸매에 감탄한다. 하지만 박진희씨가 참았던 숨을 내쉬자 앞 단추 하나가 뚝 떨어져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다. 보는 이들은 ‘풋!’하고 웃음이 터진다. 단추를 주워든 여직원은 “어∼, 단추가…. 어떡해, 어떡해! 아이 진짜 이거 나몰라∼.”라며 발을 동동 구른다. 겸연쩍은 듯 능청스러운 박진희씨는 그러나 “어떡하긴, 보험으로 하죠 뭐.”라며 뻔뻔스럽게 말한다. 최근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아줌마로 열연한 박진희씨를 통해 합리적인 소비와 실용성을 강조하는 30대 여성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현대해상의 ‘실용주의 생활보험’을 강조한 광고이다. 30대를 노골적으로 겨냥한 광고도 있다. 경쾌한 음악 속에서 피아노 위의 장난감 자동차에 손을 뻗치는 아이, 나무에 걸린 공을 잡으러 올라가는 학생, 암벽을 등반하는 젊은이, 계단을 뛰어오르는 직장인….“높이 오르지 않는다면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자막이 흐른다. 그 위로 “서른하나 스포티지에 오르다.”는 내레이션과 함께 한 남성이 긴박하게 운전한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경쾌한 배경 음악은 전기기타 동영상으로 세계 네티즌의 찬사를 받은 임정현씨의 ‘카논’ 록 버전이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광고는 젊은세대의 경쟁과 승부의 세계를 투영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광고 ‘서른하나’편이다. “서른살을 잡아라.” 최근 광고계의 특명이다. 막강한 소비세력으로 떠오른 30대를 잡으려는 광고 전쟁이 뜨겁다. 이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자신에겐 인색함 없이 투자하는 소비 계층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 광고는 타깃층을 그동안 40∼50대에서 30대로 낮췄다. 보험의 핵심 타깃층이 젊어진 이유는 건강과 노후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아진 까닭이다. 최근 현대해상이 선보인 광고는 이런 보험 업계의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광고는 좀더 직설적으로 ‘서른하나’라는 나이를 광고 주요 메시지로 삼고 있다.‘서른하나, 스포티지에 오르다.’라는 카피 아래 30대의 도전과 열정이 광고 컨셉트다. 주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김치냉장고 광고에서도 이같은 30대 마케팅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흑백톤의 위니아만도 딤채 광고에서 탤런트 지진희씨의 딤채 사용법을 소개한다. 지진희씨가 친구들을 초대한 다음 김치냉장고에서 와인과 샐러드를 꺼내 파티를 즐긴다.“딤채에서 와인과 치즈를 꺼낸다. 유쾌한 친구들을 초대한다. 근사한 금요일밤을 만든다. 딤채로 문화를 즐기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60~70년대 ‘국민가수’로 명성 오기택 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60~70년대 ‘국민가수’로 명성 오기택 씨

    아빠가 있다. 늘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준다. 하지만 어느새 멀어지기 시작했다.1997년 외환위기(IMF)때였다. 고개 숙인 아빠들이 늘어났다. 며칠동안 방황하다 힘없이 돌아오는 아빠들이 많았다. 이무렵 생겨난 동요가 새삼 생각난다. ‘딩동댕 초인종 소리에 얼른 문을 열었더니/그토록 기다리던 아빠가 문 앞에 서 계셨죠/너무나 반가워 웃으며 아빠 하고 불렀는데∼/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시계바늘을 40년 전으로 돌린다.6·25전쟁의 후유증, 배고픔과 가난으로 아빠들은 많은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만큼은 가난을, 무지를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꾹꾹 참고 견뎠다. 한(恨)도 그리 많아 두다리 쭉 펴고 잠을 제대로 자본 날이 얼마였을까. 그런 1966년에, 노래 하나가 툭 튀어 나왔다. ‘이 세상의 부모마음 다같은 마음/아들 딸이 잘 되라고 행복 하라고/마음으로 빌어주는 박영감인데/노랭이라 비웃으며 욕하지 마라/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부라보 부라보 아빠의 인생’ 이 노래는 당시 아빠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전국적으로 급속히 퍼졌다. 이른바 국민가요로 애창됐다. 이심전심, 세월이 지난 IMF때에도 자주 불렸다. 지금도 회갑잔치나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거나하게 술한잔 마시면 단골로 나오는 노래 메뉴 중 하나다. ●해남서 내년부터 ‘오기택 가요제´ 개최 특유의 저음 가수 오기택(64). 분명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난 63년이었다. 밤깊은 서울 마포에서 바라본 영등포는 불빛만 아련했다. 은방울자매가 부른 ‘마포종점’의 가사 중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하나’처럼 영등포는 먼 곳이었다. 또 있다. 오죽하면 ‘진등포’였을까. 사람마다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할 정도로 늘 땅이 젖어 있었다. 이럴 때 스무살의 젊은 청년 오씨가 불현듯 나타나 ‘영등포의 밤’을 구성지게 불렀다.‘궂은 비 하염없이 쏟아지는 영등포의 밤/내가슴에 안겨오는 사랑의 물결∼/아 영원히 잊지 못할 영등포의 밤이여’ 한자락 쫙 깔린 바리톤 목소리로 가슴을 후벼 팠다. 당시 영등포 사람들은 거의 ‘애국가’처럼 불렀다. 고단한 민초의 삶을 토해냈고 미래의 꿈과 사랑을 위한 이중주였으니….3년 뒤에는 남궁원·엄앵란 주연으로 같은 제목의 영화가 나왔고 노래를 부른 오씨까지 출연하면서 ‘영등포의 밤’은 공전의 히트를 쳤다. 뿐만 아니다. 오씨는 66년도에만 ‘아빠의 청춘’에 이어 ‘고향무정’‘충청도 아줌마’‘마도로스 박’을 연이어 불러 히트치면서 단숨에 국민가수로 떠올랐다.‘구름도 울고 넘는 저 산아래∼’로 시작되는 ‘고향무정’은 타향살이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향수의 리얼리즘으로 다가갔다. 지금도 명절때 가족끼리 만나면 즐겨 부른다. 또 명사들을 만나 18번이 뭐냐고 물으면 ‘고향무정’을 꼽는 사람이 많다. ‘충청도 아줌마’ 역시 지금의 40대 이상에겐 한두 소절의 가사를 중얼거릴 정도로 친숙해져 있다.‘와도 그만 가도 그만 방랑의 길은 먼데 충청도 아줌마가 한사코 길을 막네∼’ 두번에 걸쳐 10대가수상을 받은 오씨는 그렇게 60∼70년대를 풍미했다. 일본까지 원정갈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가 녹음한 노래만 무려 1000곡이 넘는다. 지금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모든 부와 영예, 인기를 뒤로 하고 외롭게 혼자 재활치료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노래말처럼 ‘아련한 불빛’과 ‘쓸쓸한 여의도 비행장’을 생각하며 회한에 빠져 있다. 이런 그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 두가지가 날아들었다. 첫번째는 전남 해남군에서 내년 10월부터 ‘오기택 가요제’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충청도 아줌마’의 노래비가 곧 세워진다는 것. ●바다낚시 갔다 뇌출혈로 죽을 고비 오씨를 만나기 위해 아파트 문을 노크했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한손으로 벽을 기대며 애써 맞이한다. 오씨는 10년전 6시간의 뇌수술을 받고 깨어나 언어장애와 왼쪽 팔·다리 마비증상이라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다. 그러니까 1996년 12월30일이었다. 낚시광인 그는 제주 추자도로 혼자 낚시를 떠났다.10일간 낚시할 수 있는 야영 준비물을 챙기고 도착한 곳은 상(上)추자의 ‘염섬’이라는 무인도. 이날 오후 50㎝ 크기의 감성돔 3마리를 기분좋게 낚고 상추자 주민들과 새해 첫날을 맞이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내일은 폭풍주의보라는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왔다. 철수 준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오기로 돼 있던 배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31일에도, 그 이튿날에도 배는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없어 연락할 방법조차 없었다. 1월2일 아침. 폭풍주의보가 해제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배가 곧 오겠지 하며 다시 짐을 꾸렸다. 이때였다. 갑자기 어지러움 증세와 함께 왼쪽 팔·다리의 힘이 쭉 빠지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운이 없게도 바다쪽으로 경사진 낭떠러지 바로 앞이었다. 게다가 솔잎이 바닥에 널려 있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미끄러져 바다에 떨어질 판이었다. 겨우 오른손을 뻗어 옆에 있는 소나무 가지를 잡았다. 설상가상, 팔에 힘이 점점 빠졌다. 바지의 허리띠를 겨우 풀어 오른손을 소나무에다 칭칭 감았다. 캄캄한 밤이 됐다. 배가 고프면 솔잎으로 허기를 채웠다. 입술이 덜덜 떨릴 정도로 진눈깨비의 추위까지 엄습했다. 아무 노래나 마구 불러댔다. 부처님과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몸 전체가 꽁꽁 얼었다. 낚싯배가 온 것은 1월3일 오전 10시였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오씨는 제주경찰청 헬기로 긴급 후송돼 제주 한라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4일 오후에는 대한항공편으로 서울 성모병원으로 옮겨져 뇌수술을 받았다. “뇌출혈이지요. 평소 혈압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했습니다. 해병대에서 고된 훈련을 받았기에 24시간을 버텼다고 생각합니다.” 오씨는 손목의 흉터를 보여준다. 당시 소나무에 감겨진 자국이다. 침이란 침은 다 맞아보고 약이란 약은 다 써봤다고 했다. 독자로 태어나 세살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일찍 작고해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년동안 재활치료하느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혼을 안 한 후회도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향인 해남에서 먹을 것을 조금씩 보내주는 훈훈한 인정이있었다. 치료비는 잘나가던 시절 벌어놓은 것으로 충당했다. ●날마다 헬스클럽서 걷는 연습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체력과 강한 의지로 언어장애는 약간 극복했지만 노래 부를 정도는 아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하루에 한번 동네 헬스클럽에 가서 힘겹게 걷는 연습을 하며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매년 그랬듯이 올겨울에도 쑤셔오는 몸 때문에 태국에 가서 요양할 예정이다. “그때 ‘영등포의 밤’을 불러 영등포 지역의 땅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노래요? 어릴 때부터 잘한다고 했지요. 고복수 선생님이 운영하는 동아예술학원에 들어가면서 가수가 됐습니다.” 오씨에겐 두가지 이력서가 있다. 가수와 골프.80년부터 시작한 골프실력은 88년 제5회 광주CC 챔피언 등 각종 아마추어대회에서 10여차례나 우승을 거머쥐었다.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한다는 특유의 성미 덕분이다. 나이가 비록 60대 중반이지만 가수로서의 재기의욕도 그만큼 강하다. 노래가 좋아 결혼도 못했다는 그는 잠시 창너머 한강쪽을 바라본다.“정말 아까운 노래들이 많아요. 생전에 팬들에게 보답하는 기회가 꼭 한번 왔으면 좋겠네요.” ■ 오기택이 걸어 온 길 ▲1943년 해남 출생 ▲59년 서울 성동공고 졸업 ▲62년 동아예술학원 2년 수료 ▲61년 제 1회 KBS 주최 직장인 콩쿠르대회 1등입상 ▲63년 ‘영등포의 밤’‘가버린 영아’로 데뷔 ▲65년 해병대 만기제대 ▲67년 제2회 부산문화방송 10대 가수상 수상 ▲75년 한국연예인협회 이사 ▲79년 동협회 가수분과위원장 ▲86∼91년 일간스포츠 초청 연예인 자선골프대회 연속 우승 ▲90년 싱가포르 렉스오픈 아마추어 1위 ▲97년 1월 추자도 인근 무인도에서 낚시 도중 뇌출혈로 쓰러짐 ▲2006년 반야월 가수예술공로상 수상 # 주요 히트곡 ‘아빠의 청춘’‘영등포의 밤’‘고향무정’‘충청도 아줌마’‘찾아온 고향’‘비내리는 판문점’ 등. 현재까지 1000여곡 발표 km@seoul.co.kr
  • [길섶에서] 그녀는 모르리/송한수 출판부 차장

    “만지지 말고 물어 보세요. 손 대지 말고 보기만 하라니까요∼.” 동네 슈퍼마켓 주인 아줌마가 과일을 사려던 손님에게 눈을 치뜨고 내뱉은 말이다.“어쩜 저럴 수 있지?” 그래, 생각해 보니 그 가게는 언제 보아도 파리만 날리고 있지 않았나. 언뜻 듣기에 사람들은 무얼 사더라도 그 옆집에 간다고 했다. 보기좋게 들킨 ‘만지지 말라.’는 폭언으로 그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 안됐지만 속으로는 샘통이라며 혀를 찼다. 아니나 다를까. 탐스레 복숭아를 쳐다 보던 할머니는 이어지는 주인의 손사래에 팩 돌아섰다.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들려준 백화점 사탕 판매원 이야기가 떠올랐다.“옆에선 울상인데 이 아가씨는 실적이 뛰어났지 뭐야. 사탕을 되질하는 방식이 다른 판매원과 차이가 났대. 성공의 주인공은 처음엔 정직하게 담았다가 덤을 얹었어. 그런데 실패한 아가씨는 거꾸로였지. 고봉으로 쌓았다가 한 되로 깎아냈단다.” 복숭아를 깨물어 보라고 자신있게 내밀어도 시원찮았을 슈퍼 아줌마가 이 얘기를 이해하기나 할까? 송한수 출판부 차장 onekor@seoul.co.kr
  • [웃으며 삽시다] 아이들에게 행복본능을 유전시키자

    [웃으며 삽시다] 아이들에게 행복본능을 유전시키자

    글 최규상 웃음전문가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은 전국적으로 웃음운동을 펼쳤습니다. 나라를 잃어 실의에 빠진 백성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은 바로 마음속에 희망을 심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창호 선생은 어린이들은 방그레 웃고, 젊은이는 빙그레 웃고, 노인들은 벙그레 웃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호 선생은 특히 아이들의 웃음이야말로 너무나 중요한 보물이라고 했습니다. 웃음이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들의 웃음은 한 가정을 밝게 하며 웃음의 원천이 됩니다. 그리고 웃음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의 앨 엔더슨 박사의 《웃음과 학습과의 연구》에서 살펴보면 웃음은 아이들에게 참으로 막강한 영향을 줍니다. 웃음은 아이의 이해능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며, 주의력을 잡아줘 학습에 도움이 되며, 나아가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자극해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개발됩니다. 그리고 늘 밝게 잘 웃는 아이는 저절로 좋은 표정을 갖게 되고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있어도 미소를 지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좋은 인상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어 친근감을 느끼게 하여 성장하면서 인간관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엄마들이 두려워하는 왕따가 될 염려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좋다는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할 줄 알아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됩니다. 가정 내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음을 나누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몇 가지 방법을 나누어 봅시다. 첫째, 하루에 한 번만 같이 웃어보세요. 가족이 함께 웃는 웃음은 모든 행복의 기본이 됩니다. 가족 간의 웃음은 가족의 행복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루에 10~15초 동안 서로를 보면서 웃을 수 있도록 해봅시다. 그것이 쉽지 않다면 자기 전에 서로 간지럼을 태워봅시다. 필자가 아는 한 분의 아들이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했는데, 실제로 자기 전에 서로 간지럼을 태우면서 30초 정도 웃었더니 매우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둘째, 아이의 유머를 기억하고 칭찬해 주세요. 아이들은 천성적으로 유머의 기질을 타고납니다. 그래서 세상을 보는 눈이 어른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한 아주머니가 임신을 해서 남산만큼 배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물었습니다. ”아줌마. 그 배에 뭐가 들어 있어요?” ”응. 예쁜 아가가 들어 있단다…” 그러자 아이 왈, ”그런데 어쩌다 애를 다 먹었어요?” 순수의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은 온통 웃을꺼리 천국이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과 사물을 보는 아이의 시각을 칭찬하고 감동해주면 아이의 유머 감각과 기질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유머를 잘 하고 사람들을 웃게 하는 어린이가 학교 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아이가 유머를 할 때마다 잘 기억해 놓았다가 칭찬을 해보세요. 유머의 핵심은 바로 자신감인데, 아이가 이 자신감을 갖게 하는 데는 아이의 유머에 박수를 치면서 뒤집어지게 크게 웃어주는 것만큼 좋은 칭찬은 없습니다. 그리고 항상 아이에게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재미있다는 말을 해주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셋째, 아이와 퀴즈를 나누어 보세요. 아이와 웃음 눈높이를 맞추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가 어떤 일에 웃음을 잘 터트리는가를 잘 살펴보면 아이의 웃음코드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퀴즈는 아이와 함께 웃음을 나누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보면, 도둑이 훔친 돈은? 슬그머니. 그렇다면 날마다 이상한 것만 바라보는 사람은? 치과의사가 된다. 소가 웃는다를 세글자로 한다면? 우하하가 된다. 그리고 100곱하기 100곱하기 100곱하기는? 그렇다, 비꼽에 피가 난다이다. 중요한 것은 시도해 본다는 것이다. 최근에 인터넷에 유행하는 이런 엽기적인 시험문제와 답안 퀴즈는 어떨까? 떠벌려 말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부와 성공을 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와 성공의 원천은 어렸을 때부터 만들어집니다. 웃음과 유머를 갖는다는 것은 이미 행복을 본능적으로 갖게 된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에게 행복본능을 유전시켜 주세요. 하하하.     월간 <삶과꿈> 2006.09 구독문의:02-319-3791
  • SBS 드라마 ‘독신천하’ 한영은 역 탤런트 유선

    SBS 드라마 ‘독신천하’ 한영은 역 탤런트 유선

    “결혼을 한다면 조건을 따질 게 아니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나름 순정파죠?” 터프한 이미지의 탤런트 유선이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25일 첫 전파를 탄 SBS 월화드라마 ‘독신천하’(연출 김진근, 극본 이해정·염일호)에서 무늬만 독신주의자인 백수 ‘한영은’역을 맡았다. 사실, 그리 오랜만은 아니다. 지난 1월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이후 8개월만이다. 그런데도 그가 반가운 것은,2004년 SBS ‘작은 아씨들’의 터프한 둘째딸 ‘미득’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 확실히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가 연기하는 영은은 결단력이 부족한 소심녀에다가 일과 사랑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순수한 캐릭터의 29살 여성이다.“그동안의 강한 이미지와 달리 소심하면서도 다소 풀어진 캐릭터에 끌렸어요. 항상 유쾌하고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네요.”잠시나마 공백기를 가진 것은, 작품을 신중히 선택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는 “매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고, 맡은 캐릭터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전작보다 약하고 마음이 여린 캐릭터라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극중 영은은 부모의 권유로 교사가 됐지만 드라마틱한 인생을 꿈꾸며 용감하게 사표를 던진 뒤 백수 신세로 전락한다. 뒤늦게 잘난 친구들로부터 자극을 받아 요리사 자격증에 도전한다. 가족의 결혼 압력에 지쳐 있지만, 일도 사랑도 마음대로 되지 않자 남에게 구질구질하게 보이기 싫어서 독신주의를 표방한다.“조건에 맞춰, 나이에 쫓겨 그저그런 남자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혼자 살지.”라며 결혼에 초연한 듯 행동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불같은 연애를 해서 결혼하고 싶어한다. 그런 그 앞에 성형외과 의사 현수(이현우 분)와 스포츠센터 트레이너 우혁(강지섭 분)이 나타나는데…. 아마도 오늘날을 살아가는 독신주의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그는 “자신의 일을 찾고 자아실현을 원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꿈을 꾸는 영은의 캐릭터가 실제 제 성격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 “현실적인 조건보다는 열렬하고 순수한 사랑을 통해 평생 친구같은 반려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이미지대로라면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데, 이번에는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에 커다란 안경을 쓰고, 노래방에서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를 목청껏 불러댄다. 욱하는 마음에 옆집 아줌마와 싸우기도 한다.“극중 백수 모습을 잘 살리기 위해 머리도 부스스하게 하고, 노메이크업에 도전했어요. 요리학원에서 남자를 만나면서 조금씩 귀여운 모습을 찾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연기변신이 아니냐는 질문에 “제가 실제로 여성스럽고 여린 면이 있어서 아주 동떨어진 모습은 아닐 것”이라면서 “특히 영은은 여리지만 다혈질적인 면도 있고, 자존심도 있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영은과 함께 독신주의 드라마작가인 남정완(김유미 분)과 조건만 따지는 커플매니저 서혜진(문정희 분) 등의 일과 사랑, 결혼에 대한 꿈과 현실을 솔직하고도 유쾌하게 그린 ‘독신천하’가 20∼30대 결혼 정년기 남녀의 결혼관과 인생관을 얼마나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사진 SBS 제공
  • [길섶에서] 교육열 유감/ 이목희 논설위원

    인근 아파트에 사는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입시험을 앞둔 중압감 때문이라고 했다. 병원 영안실에 모인 엄마들이 충격을 크게 받았다.“이제 우리 얘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을래.”,“튼튼한 게 최고지.” 병원을 나서면서 누군가 과외 얘기를 꺼냈다.“○○○선생이 수학을 잘 가르친다는데….” 몇십분 전 일을 잊은 대화가 이어졌다.“아니야,○○학원 선생에게 맡기는 게 나을걸.” 성격이 싹싹한 아줌마가 있었다. 그러나 아들 교육 문제에는 약간의 노이로제 증상을 보였다. 어떤 학습지가 좋다고 소문나면 동네 서점을 돌며 같은 책을 마구 사들였다. 다른 학생이 쉽게 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과외선생과 학원 정보를 맹렬히 수집했지만 남에게는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 40,50대 아저씨들과 모임을 가졌다. 제일 큰 고민을 털어놓으라니 자녀 교육이었다. 공부를 잘하면 그 뒷바라지, 못하면 그 애끓임. 서로 동정을 하고, 충고도 했다.“나만의 근심이 아니구나.” 위안이 되면서도 “무리한 교육열 때문에 나라 앞날이….”라는 걱정이 들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사회공헌 우수기업 특집] 한국야쿠르트-급여1% 봉사활동 기금으로

    [사회공헌 우수기업 특집] 한국야쿠르트-급여1% 봉사활동 기금으로

    유산균 발효유 산업의 선도기업인 한국야쿠르트는 ‘건강사회건설’이라는 창업 이념으로 30여년간 ‘나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기업도 사회 구성원이라는 신념에 따라서다. 한국야쿠르트의 나눔 경영 중심에는 1975년 설립된 ‘사랑의 손길펴기회’이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을 기본 정신으로 삼은 사랑의 손길펴기회는 소외된 이웃에게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직원들로 구성된 봉사조직이다. 모든 임직원은 입사와 동시에 회원으로 가입한다. 월 급여의 1%씩 갹출해 봉사활동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1900여곳에 204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또 ‘야쿠르트 아줌마’와 전 임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 봉사활동도 다양하다.1회 이벤트성 봉사가 아닌 체계적인 계획 아래 매년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판타지 철학동화 ‘우리는 말썽꾼이야’/글 양승완

    ‘우리는 말썽꾼이야’(양승완 글, 최수웅 그림, 철수와영희 펴냄)는 동화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는 책이다. 이야기 한 장이 끝나면 그 내용을 간추려 다시 아빠와 딸이 유머 넘치게 대화하는 형식으로 글이 전개된다. 철학은 고리타분하고 멀리 있는 학문이 아니라 그저 일상의 사유세계임을 꼬마독자들에게 즐겁게 귀띔해 준다. 모길이와 재구는 여자친구 주희의 생일선물을 사주려 강아지를 훔쳐 팔기도 하는 고아원의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들. 그런데 누군가를 입양하겠다며 뚱뚱이 아줌마가 나타난 이후 둘 사이엔 금이 간다. 서로 입양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까닭이다. 이렇듯 이야기의 한 장이 끝나면 ‘대화편’이 달려 나온다.“세상의 그 무엇도 너를 대신할 수 없고 세상의 그 누구도 너를 알 수 없어. 너는 너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야.”(아빠) “아빠는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세요?”(예진) 작가 아빠와 딸 예진의 자유로운 대화에 동화의 주제가 선명하게 스며 있다. 초등3·4학년.8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남성 보험설계사 모시기 경쟁

    남성 보험설계사 모시기 경쟁

    생명보험업계에 남성 보험 설계사들의 스카우트 전쟁이 한창이다. 재무·재정쪽에 밝은 30∼40대 남성 설계사들이 대상이다.40∼50대 아줌마 설계사들에 이은 2단계 대규모 이동이다. 설계사를 데리고 온 만큼 수당을 더 주는 피라미드식 수당 방식도 스카우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기존 고객들은 해당 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재무상식으로 무장한 남성조직이 타깃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사의 남성 설계사 조직 담당 임원이 이달초 A사로 옮겼다.I사는 이 임원이 맡았던 10개 영업점 조직이 함께 움직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K사 임원이 P사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일고 있다. 한 외국계 생보사 임원이 “스카우트에 있어 에티켓이 없다.”고 비난할 정도로 보험사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보험사들의 설계사 스카우트가 지나치다며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 몇년간 설계사를 많이 솎아냈던 알리안츠생명,SK생명에서 이름을 바꾼 미래에셋생명, 최고경영자(CEO)가 공격적 경영을 천명한 PCA생명 등이 공격적으로 설계사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지난해 설계사 이탈이 많았던 교보생명도 이에 동참할 움직임이다. 변액연금보험이 인기를 끌면서 재정·재무지식을 갖춘 설계사들이 주 타깃이다. 특히 남성 설계사 조직은 위계질서가 뚜렷해 상층부가 움직이면 따라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는 도제교육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을 가르쳐준 사람을 따라가지 않을 경우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은 피라미드식 수당도 스카우트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피라미드식 수당이란 설계사가 받는 수당의 일부를 설계사를 관리하는 사람이 받는 구조이다. 따라서 스카우트를 하는 사람이 많은 설계사를 데려올수록 더 많은 수당을 받는 구조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에서 채택한 이같은 수당구조를 최근 국내 회사도 채택하면서 스카우트 전쟁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계약자, 설계사 말만 믿기보다는 확인을 설계사들이 이동할 경우 계약자들은 기존 계약사와의 연결고리를 잃게 된다. 설계사들은 자신의 고객이 보험료를 하루, 이틀 연체할 경우 이를 알려 보험계약이 효력을 상실하는 경우를 막는다. 회사를 옮기면 기존 회사의 계약에 대해 이같은 정성을 쏟기가 어렵다. 또 계약자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대상이 없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약자들이 약관을 일일이 찾아보기는 어렵다.”며 “미흡하지만 회사의 콜센터를 이용하는 길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더 큰 문제는 승환계약(보험 갈아타기)이다. 설계사가 옮긴 회사의 상품이 더 좋다며 보험을 바꾸라고 하는 경우다. 다른 회사의 상품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기존 보험을 해약할 경우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또 암보험의 경우 계약 후 90일이 지나야 보장이 발생하므로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승환계약을 할 경우 자신의 손실은 없는지, 있다면 얼마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열린세상] ‘스페이스 코리아’/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우주인’이 되기 위한 열망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신체검사의 긴 줄을 서고, 주요 일간지 1면에는 ‘아리랑위성 2호’가 보내온 외국 도시들과 백두산 천지 등의 실시간 선명한 사진이 실리고 있다. 먼 선진국의 일로만 여겼던 우주가 어느덧 우리 곁에 성큼 와 있는 느낌이다. 지난 7월28일 발사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는 비록 러시아 추진체의 도움으로 쏘아올렸지만,IT기술 1·2위, 로봇기술 3·4위 등의 비교우위에 있는 우리 기술로 대덕에서 제작한 위성이었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화염과 함께 소련 플레세츠크 하늘을 솟아오르는 장면은 정말 감격스러웠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의 발사를 보았을 때와는 감회가 사뭇 달랐다. 아리랑 2호는 99년 말 1호가 발사된 이후 7년여의 긴 준비를 거쳐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가 공동 개발한 위성으로 이에는 1m급 고해상도를 갖는 다중대역카메라(multi-spectral camera)가 탑재되어 지리, 해양 등의 영상자료를 지상으로 보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시작한 우리의 우주개발계획이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럽다. 이를 위하여 묵묵히 애써주신 관련 과학기술자들께 깊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우리의 국가 우주개발은 선진국 대비 40여년 늦게 출발하였다. 그렇지만 향후 중장기 개발 계획은 야심차다고 볼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로드맵에 의하면 과학위성인 ‘우리별’ 시리즈, 통신위성인 ‘무궁화’ 시리즈 및 지구관측위성인 ‘아리랑’ 시리즈 등 3가지 타입의 위성 13기와 KSR III 액체 추진로켓 개발 등에 2010년까지 2조 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하여 효율과 실용을 중시하는 일부 진정성 강한 사람들은 국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는 우주개발 계획에 불만을 토로한다. 전시행정, 정치적 제스처로 보인다며 빈곤이 존재하는 우리사회에서의 투자 우선순위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 10위권인 우리나라에서의 ‘국가 우주 개발 프로젝트’의 문제는 ‘투자 대비 효율’의 잣대로만 따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국가의 품위를 높이고, 기술은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너무 직설적이고 함축적이어서 당기는 말은 아니지만, 국가의 품위와 과학의 관계를 연결 짓는 의미는 곱씹고 싶다. 국가도 그 수준에 맞는 기품이나 위엄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서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최소한의 몸짓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선저우(神舟) 프로젝트, 인도의 80년대 인공위성 개발들은 타산지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랜만에 만난 국민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우리의 미래 절대기술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바 크다. 사실 이 우주기술은 실제적으로 재료 및 유전자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도가 매우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스페이스 코리아’ 프로젝트에 한두 가지 제언하고 싶다. 우주개발 프로젝트는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적 프로젝트로 진행시켰으면 한다. 국가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초등학생부터 국회의원, 행정가는 물론 시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아줌마들에게까지 투명하게 성과를 알렸으면 한다. 즉,‘국민 토털 프로젝트’로 운영하여야 한다. 국민이 직접 가서 참관하고 즐길 수 있는 많은 시설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관심을 내고 성원하는 사업은 실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주기술 개발은 정부가 주도는 하되 민간인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개발된 기술의 많은 부분을 민간과 함께 공유하여야 한다. 선진국과 다른 우리의 우주개발 철학이 필요하다. 우리는 실용 중심의 상업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한 우주산업관련 민·학·산의 유기체적 시스템의 구축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성과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하였다. 한국 우주인의 출현,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 등 우리의 우주를 향한 여정은 이제 본격 시작되었다. 멋진 항해를 기대해 본다.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 동해안 지자체 ‘절반의 性공’

    동해안 지자체 ‘절반의 性공’

    ‘동해에 부는 누드바람, 광풍으로 변할까.’ 강원도 동해안 해수욕장이 누드와 성(性)을 주제로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아직 전문 누드비치는 반대 여론 등에 밀려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누드사진 촬영대회’와 ‘남근(男根)깎기대회’행사 등은 갈수록 인기다. 당장 9,10일 이틀간 동해시 추암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누드촬영대회가 전국 사진동호인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추암해수욕장은 애국가의 해돋이 장면을 촬영한 장소. 일부에서는 “애국가 촬영지에서 벗고 누드사진을 찍어대는 것은 외설스럽다.”는 반대 여론도 만만찮았지만 6년째 맞으며 오히려 누드 촬영지로 더 잘 알려지고 있다. 일정이 짧아 아직은 400∼500여명의 사진 동호인들이 찾는 정도지만 동해바다와 떠오르는 해, 긴 백사장, 고깃배, 갈매기, 촛대바위가 어우러진 배경으로 누드사진 컷을 만들 수 있어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다. 이번 행사에도 전문 누드모델 5명과 서울·대구·마산·구미 등 전국 500여명의 사진작가들이 참가한다. 전야행사에 이어 다음날 일출시간에 맞춰 촛대바위와 백사장 등 추암해수욕장 주변을 배경으로 촬영에 들어간다. 해가 거듭되며 100여명씩 참가자들이 늘고 있어 동해시 홍보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아직은 동호인들 만의 누드사진 촬영대회지만 사진들이 전국에 동해시를 알리고 있어 홍보효과는 수십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삼척시, 남근깎기 전통을 ‘애로´ 관광상품으로 승화 삼척시도 근덕면 신남리에서 500년이상 이어지고 있는 남근(男根)깎기 전통을 ‘애로’ 관광상품으로 승화시켜 성공작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시는 2002년부터 해마다 남근깎기대회를 열고 전봇대 크기만 한 다양한 모양의 남근을 주제로 한 수십만평의 공원까지 꾸며 외지 ‘아줌마 부대’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남근을 만지면 소원성취하고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까지 퍼져 한해 3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지자체의 이 같은 기획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고성군은 지난해 죽왕면 공현진2리 일대 5만여㎡를 여성전용 누드비치로 만들려다 반대여론에 밀려 잠시 덮어 두고 있다. 당시 군부대 초소가 이전하면서 한적하고 숲과 백사장 등이 어우러진 장점을 살려 여성전용 누드비치로 만들 계획이었다. 지역주민들도 발전을 위해 어느정도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네티즌들 사이에 ‘여성전용을 만들면 남성들과 가족들은 뭐냐.’‘차라리 독신녀 전용을 만들라.’등 반대여론이 빗발쳐 중도하차했다. 고성군은 이에 따라 최근에는 심층수와 숲을 이용해 여름피부관리전문비치로 조성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누드비치에 대한 미련은 여전하다. 강원도와 강릉시도 지난해 봄 강릉지역 유명해수욕장 한곳을 ‘누드비치’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지역정서와 여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한때 속초항 부근에 홍등가 조성 의견도 그러나 강원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해수욕장 운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누드비치 문제는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을 뿐 언젠가 가시화될 것이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때 속초항을 중심으로 홍등가를 만들자는 의견까지 나올 만큼 동해안의 성(性)을 주제로 한 상품개발 논의는 비등점을 넘어선 상태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빠알간 피터’ 천상서 웃고 있겠지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모노드라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무대를 채워야 하는 만큼 탁월한 연기력은 기본이고 체력과 정신력까지 세 박자가 제대로 들어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모노극의 선구자는 연극 ‘빠알간 피터의 고백’으로 유명한 추송웅이다.1977년 초연 당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8년 동안 1000회를 넘는 공연 기록을 세웠다. 추송웅은 모노극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빠알간’외에 ‘우리들의 광대’‘검은 고양이’ 등 세 편의 모노극에 출연했다.81년에 등장한 ‘품바’의 김시라도 대표적인 1인극 배우로 꼽힌다. 두 배우를 떠나보낸 지 올해로 각각 20주기와 5주기를 맞아 특별한 행사가 마련됐다. 제1회 모노 페스티벌이 9일부터 11월11일까지 대학로 일대 소극장과 홍익대앞 떼아뜨르추 소극장에서 열린다.70·80년대 모노드라마의 붐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다. 추송웅의 장남인 추상욱 가을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김시라의 미망인인 박정재 상상소극장 대표가 의기투합했고, 때마침 모노드라마를 준비 중이던 대학로 공연기획사들이 힘을 보탰다. 참가작은 6편.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인기상을 수상한 유순웅의 ‘염쟁이 유씨’와 장영남의 ‘버자이너 모놀로그’, 성병숙의 ‘발칙한 미망인’을 비롯해 극단 가가의회의 ‘품바풀이-날개없는 천사’, 극작가 다리오 포의 ‘호랑이 아줌마’, 극단 띠오빼빼의 ‘명성황후, 내가 할 말이 있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추상욱 대표는 “‘모노드라마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아버지는 배우로서 모든 걸 걸고 모노극을 하셨다.”면서 “이번 페스티벌이 침체된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는 첫해라 별다른 부대 행사가 없지만 내년부터 창작 모노드라마 공모전과 해외 우수 모노드라마 초청, 모노드라마 학술 세미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02)31412-0538.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자치구 공동브랜드 名品선언

    자치구 공동브랜드 名品선언

    자치구 공동브랜드 사업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자치구에선 특별한 노력으로 판매가 조금씩 늘며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서울지하철 2호선 용두역 이스코(EASTCO) 매장.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들이 지갑·구두 등을 고르고 있다. 매장 유리벽에는 ‘파격적 가격’ 등의 문구도 보인다. 물건을 고르던 한 주부는 “얼마전 남성용 벨트를 하나 샀는데 생각보다 품질이 좋아 이번엔 핸드백을 사려고 일부러 들렀다.”면서 “중소기업 공동브랜드라는 사실은 몰랐으나 광고도 하고 아줌마들 입소문도 많이 난 유명 브랜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5평짜리 이 매장은 아산모드㈜ 등 동대문 관내 13개 중소기업의 제품을 이스코라는 브랜드로 공동 판매하는 곳이다. 지갑, 벨트, 양말, 모자, 등산복, 구두, 전구, 칫솔 등 판매하는 제품도 다양하다. 서울메트로로부터 매장을 임대하면서 보증금은 동대문구청이 내고, 월세는 입주 기업들이 공동으로 부담한다. 이스코란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샛별 회사라는 의미다. 품질은 우수하지만 아직 뚜렷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장래에는 소비자가 알아주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동대문구는 이스코의 홍보를 위해 지난 2월 중랑천 체육공원에 시계탑을 세운 뒤 이스코라는 브랜드를 탑 위에 크게 써 붙였다. 지역방송을 통해 광고도 한다. 구민에게 알리는 현수막에는 어김없이 한쪽 구석에 이스코를 적었다. 포스터도 만들어 배포했다. 마을버스와 구청 차량에도 광고를 하고 있다. 구민들은 제품을 만나기 전에 이미 브랜드를 알고 있을 정도다. 은평구의 공동브랜드는 ‘파발로(PAVALO)’다. 구파발의 유래가 된 옛 파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영어식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9개 업체 13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은평구는 내년 10월 구청 별관을 완공하면 파발로 상설전시장을 만들기로 했다. 2004년부터 자치구가 도입한 공동브랜드는 9개구 13개이다. 강동구는 ‘케이디’(KD), 용산구는 ‘가비앙’(GAVIANT), 중랑구는 ‘더조아’(THEZOA) 등이다. 서울시의 공동브랜드는 ‘하이 서울’(HI SEOUL)이다. 각 자치구는 관할구역에 본사를 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동브랜드를 만들었다. 지방세를 내는 기업들이 잘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 취지만큼 홍보가 제대로 안된 게 현실이다. 구민들조차 해당 브랜드를 모른다. 자치구가 브랜드만 만들었지, 애정을 갖고 알리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대문구와 은평구의 노력이 돋보인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동대문 평화시장은 동대문구의 관할구역이 아니어서 중구청에 세금을 낸다.”면서 “하지만 동대문구엔 상업구역이 많다는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구청이 앞장 서서 공동 브랜드를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거꾸로 보기/손희송 가톨릭대 교수·신부

    오래 전에 읽었던 법정 스님의 수필집에 실려 있는 이야기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스님은 어느 여름날 자신이 거처하는 암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마루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비스듬히 주위 경치를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평소에 눈에 익고 친숙하게 보이던 산 경치가 색다르게 눈에 들어왔다. 스님은 벌떡 일어나 마루에서 마당으로 내려와 서서 허리를 굽혀 가랑이 사이로 다시 그 경치를 내다보았다. 눈앞에는 전혀 새로움이 펼쳐졌다. 하늘은 푸른 호수가 되고 산은 그 속에 잠긴 그림자가 되었다. 스님은 이 발견이 너무나도 신기해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소개를 했다. 먼저 스님이 숙달된 조교처럼 시범을 보이면 그들도 따라 하면서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는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가르침이 담겨 있다. 고정된 시각을 바꾸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가르침! 각자의 고유한 시각에서 독특한 개성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편견과 고정 관념이 생겨서 거기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편향된 시각과 제한된 소견으로 세상과 인간을 보게 되면, 마음에 안 들고 미운 것이 많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는 비난과 다툼의 원인이 된다. 물론 사람은 익숙하고 당연한 것에 머물기를 좋아해서 거기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익숙한 것에서의 ‘탈출’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사해준다. 올여름에는 어느 해보다 장마가 길었고, 장마가 끝난 직후에는 찜통더위가 지속되어 불쾌지수가 상당히 높았다. 게다가 신문과 방송에서 접하는 소식은 우리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고 마음을 갑갑하게 만드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일수록 일상사를 한 번 거꾸로 보는 시각 전환을 해보면 좋겠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람이 쓴 ‘항상 감사하기’라는 제목의 글은 짜증스러운 일상사도 뒤집어보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가르쳐준다. 10대의 자녀가 반항을 하면 그건 아이가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집에 잘 있다는 것이고/지불해야 할 세금이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직장이 있다는 것이고/집들이 하고 나서 치워야 할 게 너무 많으면 그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고/ 옷이 몸에 좀 낀다면 그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이고/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의 소리가 많이 들리면/그건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주차장 맨 끝 먼 곳에 겨우 자리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 데다 차도 있다는 것이고/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왔으면 그건 내가 따뜻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고/교회에서 뒷자리 아줌마의 엉터리 성가가 귀에 거슬린다면 그건 내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이고/이른 새벽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깼다면 그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고/그리고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이유는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고/할 일 안하고 지금 내가 놀고 있는 이유는 나에게 아직 여유가 있다는 뜻이고. 신약성경에 보면 예수님은 당신 말씀을 듣는 이들에게 회개하라고 누누이 강조하신다. 회개란 잘못된 삶에서 돌아서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새로운 삶에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 그리스어로 쓰인 신약 성경에서 회개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단어 ‘메타노이아’(metanoia)는 어원적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달리 생각하는 것’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새로운 삶이 생각을 바꿈으로써 시작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하겠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숨통이 막힌 듯 답답할 때마다 생각을 바꾸어 세상을 다르게 보는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이 보이면서 긍정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긍정적인 시각은 한 자락의 여유를 선사하여 꽉 막힌 숨통을 트이게 해줄 것이다. 마치 무더운 날에 쏟아지는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처럼 말이다. 손희송 가톨릭대 교수·신부
  • [커리어 우먼] 박수경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장

    [커리어 우먼] 박수경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장

    “하루 종일 온갖 종류의 화장품을 발라 보고, 여성 심리를 연구하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일하는 걸 보니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학교가 전부인 줄 알고 있던 저에게 새 세상이 열린 거죠.”아모레퍼시픽의 최연소이자 유일한 여성 임원급인 박수경(41) 소비자미용연구소장이 7년 전 입사할 때를 떠올리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새로운 일은 호기심을 촉발시켰고, 일에 대한 재미는 능률과 직결됐다. 화장품 회사여서 여직원 비율은 55%로 높았지만 의외로 팀장 이상 간부사원 비율은 5%도 안 됐다. ●“뷰티 소프트로 승부한다” 박 소장은 지난 1월부터 뷰티트랜드·고객상담·미용교육팀으로 구성된 소비자미용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직원이 100명 정도로 대(大) 부대이지만 남자 직원은 7명뿐이다. 연구소는 시시각각 변하는 화장품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요구 사항, 유행을 연구하고 이를 신상품 개발에 반영한다. 출시전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 사용감 평가를 전담해 결과를 기술연구소에 피드백해 주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 단 한차례에 평가를 통과하는 예는 없다. 평균 10∼11차례 ‘퇴짜’를 맞는데 어떤 제품은 100차례 넘게 품평을 한 경우도 있다. 박 소장은 제품 못지 않게 고객들에 대한 미용 서비스, 이른바 ‘뷰티 소프트’를 중시한다.“고객 상담의 80%가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등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20%가 상품에 대한 불만”이라면서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에게 사용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100%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강사에서 민간기업 과장으로 박 소장은 대학원에서 소비자학을 전공한 박사로 10년 가까이 강의와 연구만 한 이른바 ‘먹물’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 2000년 지도교수가 아모레퍼시픽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평소 미용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덜컥’ 제안을 받아들였다. 박 소장이 이 곳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공을 살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것. 연령과 소득으로만 구분하던 기존의 방법에서 탈피, 소득·활동성 등에 따라 ‘산동네 아줌마형’‘강남 미즈형’ 등 6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일부에서는 ‘연구를 위한 연구’ 아니냐는 불만도 있었지만 제품의 정체성을 점검하고 판매 전략에 적극 반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새 일에 한참 재미를 갖고 일하던 박 소장에게 의외로 슬럼프는 일찍 찾아 왔다. 입사 2년차 때였다. 열심히 일하는 것을 놓고 주위의 평가가 엇갈리자 마음이 흔들렸다. 입사 동기마저 없어 소외감은 더욱 컸다. “1년 만에 견디지 못해 그만둔다는 건 자존심의 문제였다.”는 그는 “사내에 지인을 만들려고 또래의 남자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 동기 모임에 넣어달라고 했다. 의아해하던 남자 동료들의 진심어린 충고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박 소장은 네트워크를 잘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고 본다.“친하게 지내는 것과 네트워킹은 다르다.”면서 “네트워킹은 내게 뭔가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성스러움은 지키면서 남성적인 장점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통합형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미용행태 문화마다 달라요” 박 소장은 소비자들의 미용행태는 나라마다 국민성과 역사 등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문서에 외모에 관한 기록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미(美)에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미에 대한 추구는 부지런한 것과 직결되고, 최근의 한류와도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킨·로션·에센스 기능이 함께 든 멀티 제품이 성공하지 못한단다. 단계별로 하나씩 발라 효과를 극대화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장품 가짓수가 다른 나라 여성들에 비해 훨씬 많다. 예를 들어 저녁에 바르는 화장품이 중국은 3가지, 프랑스는 5가지인데 한국은 6∼7가지, 심지어 11가지나 된다. 이처럼 깐깐한 소비자들 덕에 한국 화장품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박 소장은 앞으로 오프라인에 축적된 미용 정보를 소비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가상의 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또 “색조화장품에서도 아모레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욕심의 한 자락을 드러냈다. ■ 박수경 소장은 ▲1965년생 ▲1988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소비자학 석·박사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중앙대 등 강사 역임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원 ▲2000년 1월 아모레퍼시픽 이미지메이킹(IM)팀 입사(과장) ▲2003년 IM팀장 ▲2005년 뷰티 트랜드(BT)팀장 ▲2006년 1월∼ 소비자미용연구소장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OUR STORY] CAR~섹시 레이싱 걸

    [OUR STORY] CAR~섹시 레이싱 걸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기 키워드 중 하나. 바로 ‘레이싱걸’이다. 무한질주의 자동차 경주장, 신차 발표 등 각종 모터쇼에서도 ‘존재의 이유’를 한껏 뽐내며 없어서는 안될 ‘자동차의 꽃’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는다. 소위 ‘쭉쭉빵빵’한 몸매와 아찔한 옷차림, 상큼한 미소로 네티즌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들은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새로운 엔터테이너로 당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울러 누구나 ‘찍’으면 그림이 되는 레이싱걸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내리며 많은 팬들까지 확보하고 있는 것. 특히 방송과 연예계에 진출하는 ‘스타’들도 많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화보에도 단골처럼 등장할 만큼 우리곁에 친숙해지고 있다. 이쯤되면 ‘그녀들의 세상 속’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동차 경기가 열린 지난 일요일에 밀착취재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여자의 변신은 무죄 지난 20일 아침 8시, 자동차 경주가 열리는 서울 ‘용인 스피드웨이’. 경기에 나갈 차들이 스폰서 스티커를 붙이고 경기 등록을 하러 왔다갔다 분주하다. 이때였다. 주차장 쪽에서 눈에 ‘확’띄는 여인들이 아스팔트 위를 사뿐사뿐 걸어온다. 화장도 없는 얼굴에 수수한 청바지, 티셔츠를 걸치고 있어도 ‘레이싱걸’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스피드웨이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여자 화장실’. 볼일이 급해서일까? 아니다.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메이크업실이 바로 ‘화장실’이다.‘백조’같이 곱고 섹시한 미녀들의 메이크업 장소가 화장실이란 점이 다소 의외였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무슨 할 이야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1시간여 수다떨며 준비를 마친 미녀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쌩얼’의 수수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화려한 화장과 짧디짧은 치마, 예쁜 귀고리 등으로 단장한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다. # 자동차 레이싱의 꽃 오전 10시. 경기가 시작되자 미녀들도 자동차가 뿜어내는 굉음에 흥분을 하기 시작한다. 바로 팬들을 위한 서비스인 ‘포토타임’에 나섰다. 아주 짧은 상의에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아니 살짝 걸쳤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미녀들의 모습을 찍기 위한 카메라 셔터소리가 요란해진다. 어디 숨어 있다가 나타났는지 자동차 경주 관람은 뒷전이고 그들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팬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주미씨 여기 좀 봐주세요.”라고 하자 벽계수까지 녹였다는 황진이의 미소(?)를 살짝 지어 보인다. 의자에 앉아 고개를 돌리며 깜찍한 표정을 짓자 어김없이 모든 카메라가 그녀를 향한다.170㎝가 넘는 키에 뒷굽 9㎝짜리 하이힐을 신은 미녀들이 동시에 일어섰다. 쭉 빠진 다리, 잘록한 허리, 풍만한 가슴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걸친 그녀들의 몸짓에 따라 카메라들이 이리저리 춤을 춘다. 그야말로 자동차 경주의 꽃이었다. # 우린 백조예요 174㎝의 키에 32-23-35의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지만 애환도 적지 않다.“비록 저희들이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정주미(25·이하 한국타이어 소속)씨. 한여름의 폭염에다 아스팔트의 지열까지 더하면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임에도 계속 밝은 웃음을 지어야 한다. 차가운 날씨 때에도 마찬가지. 이은미(21)씨는 “감기 때문에 콧물이 나고 머리가 아파서 약을 먹고 나섰는데 팬들은 모르잖아요. 아무 일 없듯 미소짓고 그들과 대화를 하느라고 힘든 때가 많아요.”라고 토로한다. 또 김하나(25)씨도 “저흰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조금만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면 금방 티가 나요.”라고 하면서 건강 관리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금방 지장을 초래한다고 고백했다. 극성팬들 때문에 속상한 경우도 더러 있다. 모기에 물려 보기 싫거나, 허리나 배가 살짝 접힌 곳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려 난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하나씨는 “그래도 저희를 사랑해 주는 팬들이 있어서 행복해요. 초콜릿이나 영양제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든 십자수 쿠션 등을 선물하며 ‘힘내세요’라는 한마디에 보람을 느끼지요.”라며 활짝 웃는다. 이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포토타임, 팬서비스, 미팅, 다양한 이벤트 진행과 우산을 쓰고 레이서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일 등을 했다. 마지막으로 시상식이 진행되면 우승자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나면 하루일과가 끝난다. 과거에는 사회적인 시선에 다소 부담을 느꼈지만 요즘은 아니란다.“레이싱걸이란 직업을 전혀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요.”라는 의미있는 얘기를 던지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 이색 레이싱걸 현재 활동중인 전문적인 레이싱걸은 40여명. 하지만 최근들어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일 만큼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주부 레이싱걸을 비롯해 패션사업가, 연예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 왕언니 강민정 레이싱걸의 ‘왕언니’ 강민정(30·R스타즈소속)씨는 요즘 무척이나 바쁜 사람이다.2001년 모터쇼를 통해 레이싱걸이 된 그녀는 2004년 6월에 결혼한 아줌마로 일과 가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쿠즈플러스에서 열린 ‘페라리 599 GTB 피오라노’ 발표회에서 만난 그녀의 모습에선 전혀 ‘아줌마티’가 드러나지 않았다.175㎝의 늘씬한 키에 빨간색의 섹시한 의상이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요. 결혼해서 지난해까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어요. 물론 집안일은 별로 한 것도 없지만 항상 시부모님을 볼 때 마음에 걸렸어요.” 강씨는 당시 광고기획사에 다니던 남자 친구(지금의 남편)가 권유해 레이싱걸 생활을 시작한 케이스. “결혼할 때 어른들에게 허락받기가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의 직업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보여드렸지요. 남편의 지원사격도 있었지만요.” 지금은 오히려 시부모님이 며느리 사진을 걸어놓을 정도로 열성팬이 됐다. 전시장이나 경기장에서 보여준 고운 자태와는 달리 집에서는 팔 걷어붙이고 빨래·청소하는 억척 아줌마로 변신한다. ■ 사장님 정란선 이렇게 앳되고 예쁜 사장님이 또 있을까. 키 169㎝ 몸무게 49㎏, 까만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TV에서 보았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하 맞다. 정란선(27)씨다. 한때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게 했던 레이싱걸이다. 서울 강남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씨는 지난해 5월 레이싱걸을 그만두고 인터넷 패션몰 (RSlook.com)을 열었다. 요즘 주문 들어오는 물건을 포장·배송하는 일로 무척이나 바쁘단다. “제가 원래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쇼핑몰을 하나 열었는데 팬들이 알고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지금 너무 행복해요.” 패션 디자이너를 하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옷을 고르고 입는 안목이 남다르다. 파는 옷은 ‘빈티지’풍이 주류를 이룬다.‘로맨틱 카고바지’는 하루에 50여장씩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를 끈다. 자신이 직접 모델도 하고 사진도 찍어 운영비를 최대한 아껴 약간의 흑자를 보고 있단다. 또한 얼마전에는 오픈 마켓인 엠플(www.mple.com)에 입점했다. “레이싱걸을 할 때도 최고가 되려고 무척 노력했듯이 새로운 분야에서도 열심히 해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레이싱걸 1호 사장답게 반드시 정란선의 독자 브랜드를 갖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 A급 1년 전속금 300만~500만원 레이싱걸 전문 에이전시인 GL P&P의 이혜진(29)실장은 레이싱걸 입문과정에 대해 “보통 전문 에이전시에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보내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정된 지망생은 심층 면접을 통해 자질이 있는지를 꼼꼼히 평가받는다. 주로 가을에 새로운 레이싱걸을 뽑아 이듬해 봄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다음은 그가 말하는 레이싱걸이 갖추어야 할 세가지 조건. 첫째 몸매. 기본적으로 키가 170㎝가 넘어야 하며 일반 모델과는 달리 몸매에 볼륨이 있어야 한다. 둘째 소위 ‘사진빨’을 잘 받아야 한다. 레이싱걸의 주된 일이 사진에 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 ‘말’을 잘해야 한다. 팬들과 지근거리에서 접하는 직업이라 조리있는 표현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해도 레이싱걸로 데뷔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인 자동차 경주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나 레이싱팀에 전속계약을 맺어 활동하고 있는 레이싱걸은 고작 40여명일 정도로 수요 또한 적다. 그래서 대부분 모터쇼 등의 행사에 도우미로 활동한다. 자동차 부품업체나 레이싱팀에 속해 있는 A급 레이싱걸이 받는 1년 전속계약금은 300만∼500만원. 이외에 한번 경기 때마다 20만∼40만원 내외의 수당을 받는다. 레이싱걸을 선호하는 이유는 얼굴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 각종 모터쇼나 전시회에 설 때 ‘몸값’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이싱걸은 부업이고 내레이터 모델이 주업인 경우가 많다.
  • “내 명의 재산없다” 42%

    “내 명의 재산없다” 42%

    ‘남성 박사학위 소지자 여성의 5배, 남성 급여 여성의 1.6배, 재산 없는 여성은 남성의 7배….’ 2006년 서울 여성의 현주소이다. 남녀평등 시대라지만 여성의 가난은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의 남녀차별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재)서울여성이 15일 발간한 ‘2006 통계로 보는 서울여성’에 따르면 여성은 평생 남성보다 궁핍하게 살아가며,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는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41.8%가 본인명의 재산이 없었다.65세가 넘으면 23%가 월평균 소득이 아예 없어진다. 이는 70대의 노동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30∼40대 여성의 경제활동은 최고 65.5%로 독일(81.9%), 미국(78.2)에 못미치지만 70대는 22.8%로 독일(1.5%), 일본(12%)을 크게 웃돌았다. ●16.6% 부모 반대로 학교 못가 여덟살 딸과 여섯살 아들을 둔 김인숙(가명·36)씨는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까지 딸의 바람대로 피아노, 무용, 영어를 가르쳤지만, 아들이 커가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네 아줌마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놀랍게도 다들 “아들을 가르쳐야지, 무슨 말이냐.”며 딸의 사교육비를 줄이라고 했다.“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하던 애들도 남편 잘 만나서 나보다 잘 살아. 여자는 남자 만나기 나름이야.”한 아줌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여성의 16.6%가 부모의 반대로 교육을 포기했다. 같은 이유로 교육 기회를 놓친 남성은 2.4%에 불과했다. ●여성 임금, 남성의 64% 취업에서도 경제적 소외는 계속된다. 다국적기업에 다니는 김숙희(가명·29)씨는 회식자리에서 재테크 얘기를 하다가 남자 신입사원 연봉이 자신보다 많다는 것을 알았다. 2005년 상반기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189만 8000원으로 남성(294만6000원)의 64.1%에 그쳤다. 게다가 여성근로자의 64.1%가 임시 및 일용근로자로 일했다. ●30대 경제활동 감소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에 최대 걸림돌은 육아 문제로 나타났다. 남성의 경제활동은 꾸준히 늘어나다가 35∼39세에 정점(93.4%)을 이루는 종(鍾) 형태지만, 여성은 25∼29세에 높았다가(63.9%) 낮아진 뒤 40∼44세(65.5%)에 정점을 이루는 M자형을 그렸다. 반면 독일과 미국의 여성은 남성처럼 40∼49세에 경제 활동을 가장 활발히 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김미희(가명·31)씨는 지난해 직장을 그만뒀다.100일도 안 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육시절에 갓난아이를 맡기면 큰일난다고 주위에서 걱정하고, 양가 부모도 선뜻 도와주지 않았다. 육아휴직제를 신청하려 하자 회사가 펄쩍 뛰었다.“출산 휴가로 업무 공백이 생겼는데 육아휴직까지 챙기면 어쩌냐.”면서 “직업의식이 부족하다.”고 질책했다. 결국 회사에 사표를 냈지만, 경력단절로 다시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여성 38% ‘본인명의 재산 1개뿐´ 나이가 들면서 여성의 경제적 소외는 더욱 심해졌다. 서울 삼성동에 사는 박은아(가명·40)씨는 결혼 10년 만에 어렵게 내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남편 명의다. 공동명의 운을 뗐다가 핀잔만 들었다.“당신이 집에서 하는 일이 뭐 대단하다고…. 어디다 다른 남자 숨겨놓고 명의 바꾸면 이혼하려고?” 억지를 부리는 남편과 싸우기 싫어 박씨는 공동명의를 포기했다. 그러나 10년간 온갖 집안일과 자녀양육을 도맡았는데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것 같아 허탈하다. 박씨처럼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는 여성이 41.8%나 된다. 남성이 6.1%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본인명의 재산이 1개 있는 여성이 38.5%,2개가 14.6%,3개가 4.1%였다. 남성은 3개(33.6%)가 가장 많았고 2개(30.8%),1개(13.7%),4개(13.3%) 순이었다. ●65세 이상 여성 23% “소득없다” 여성빈곤의 절정은 고령 여성으로 조사됐다. 65세 이상 인구의 23%가 월평균 소득이 아예 없었고 44.6%가 50만원 미만,17.7%가 50만∼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없는 남성은 9.5%,50만원 미만은 28.9%로 빈곤이 덜했다. 이문동에 사는 서금자(가명·62)씨는 한달 생활비가 50만원이다.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남편의 통장에 국민연금과 상가 임대료가 들어오지만 남편이 경제권을 쥐고 있어 서씨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자 현황을 살펴 보면 여성은 전체(31만 3981명)의 37.5%(11만 7666명)로 남성(62.5%·19만 6315명)에 훨씬 못미쳤다. 국민연금을 덜 받다 보니 60세 이상 여성 50.9%가 자녀나 친척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재)서울여성은 지난 2002년 1월 서울시가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법인으로 여성의 사회참여와 양성평등문화 확산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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