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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흔 넘어도 결혼·취업 ‘NO’…日 ‘어린이방 아저씨’ 급증

    마흔 넘어도 결혼·취업 ‘NO’…日 ‘어린이방 아저씨’ 급증

    ‘본가살이를 만끽하는 40대 어린이방 아저씨의 현실.’ 일본 일간 SPA는 최근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마흔이 넘어서도 부모 집에 얹혀 살며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취미 생활을 영위하는 ‘어린이방 아저씨’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쿠라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독립한 누나 두 명과는 반대로 일에 대한 의욕이 없어 취직을 하지 않고, 어린 시절 그 방에서 계속 살며 일용직 노동으로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쿠라타는 “일용직 노동으로 월평균 13만엔(약 123만원)을 받는다. 부모님도 나이가 드셨지만, 연금을 받고 있어 제 돈은 주로 게임에 사용한다”라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많게는 월 3만엔(약 28만원) 정도를 저축한다. 확인을 해보진 않았지만, 누적 저축액은 200만엔(약 1900만원) 정도 된다”라며 친구들이 자신에게 ‘그렇게 살면 위험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냐’라고 충고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부모 또한 쿠라타에게 어떠한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쿠라타는 “TV에서 저 같은 사람들을 한심한 존재로 취급하고 있지만, 저는 그저 결혼이나 취업을 하지 않고 고향에 살고 싶은 것뿐이다. 가족 또한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학창 시절 공부도 운동도 보통이었다. 좋아하는 여성과 연애도 해봤지만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제 수입이 적다고 느낀 적도 없다. 오히려 강제로 취업했다면 스트레스로 범죄자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칭찬받을 만한 생활은 아니지만, 나름 잘살고 있는 건 우리 집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지금 이대로 좋다” “부모님께 민폐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의 40세 이상 독신 인구는 약 2700만명으로, 이들 중 부모와 함께 사는 40대 인구의 비율은 약 20%나 됐다. 50대도 10%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늘고 있는 어린이방 아저씨·아줌마에 대해 △집세 절약 △부모 간호 △가업 잇기 등의 전통적인 이유도 있지만, 불경기로 인한 취업 실패와 비정규직 및 미혼 인구 급증으로 인한 요인도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국 내 여론도 엇갈렸다. “저는 이혼해서 다시 부모님 밑으로 돌아왔다. 재혼 생각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없어 이대로가 좋다. 남들은 한심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혼자 살면 그만이다” “저희 오빠도 이런 케이스다. 부모님은 아들이 곁에 있다고 좋아하신다” “남들이 가는 길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 등의 이들을 응원하는 반응이 있는 한편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리지 않고 얹혀 사는 것은 민폐다” “언제까지 일용직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냐” “부모님이 언제까지 보살펴야 하나. 마음이 아프실 듯” 이라며 이기적인 행동이라도 지적하는 반응도 많았다.
  • ‘돌싱’ 윤기원, 배우 뺨치는 여친 공개 “재혼 긍정적”

    ‘돌싱’ 윤기원, 배우 뺨치는 여친 공개 “재혼 긍정적”

    TV조선 다큐예능 ‘조선의 사랑꾼’이 사랑하고픈 세 남자 김광규 심현섭 윤기원, 그리고 기획자 최성국과 함께하는 새 코너 ‘나이(든) 아저씨(이하 나저씨)’를 첫 공개한다. 특히 30일 방송에서는 ‘나저씨’의 예비 사랑꾼 트리오 중 최근 열애 사실을 밝혀 화제를 모은 배우 윤기원이 역대급 러브스토리를 처음으로 들려줄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최성국, 김광규, 심현섭은 윤기원의 연인에 대해 “어떻게 언제부터 만났느냐”며 질문을 쏟아냈고, 윤기원은 “저 혼자만의 얘기가 아니라서...”라면서도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한편, 사석에서 윤기원의 여자친구를 이미 만나 본 적이 있는 최성국의 ‘목격담’도 이어졌다. 최성국이 “홍콩 영화배우 같은 멋진 여자분이다”라고 표현하자 ‘나저씨’들은 “왕조현? 장만옥?”이라며 기대감을 폭발시켰다. 심현섭이 “결혼할 가능성이 높은 거 아닌가?”라고 묻자, 윤기원은 조심스럽게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윤기원의 ‘홍콩 영화배우’를 닮은 그녀는 월요일 오후 10시를 매주 장식하는 TV CHOSUN 리얼 다큐예능 ‘조선의 사랑꾼’에서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 [데스크 시각] ‘갑’씨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김미경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갑’씨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김미경 정치부장

    “지금은 네가 ‘갑’인 것 같아.” 설 연휴를 계기로 가족과 친척, 친구들과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했다. 설 밥상 위로 여러 대화가 오갔다. 요즘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둘러싼 ‘드라마’와 그에 못지않게 귀추가 주목되는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드라마’를 능가하는 설 밥상 주제는 다름 아닌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문제였다.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도, 검찰 재출석이 임박한 이재명 대표도 부동산 이슈 앞에서는 조연 수준에 불과했다. 얼굴을 마주한 사람들마다 자신이 처한 부동산 상황에 대해 전문가 수준으로 설파하면서 불평을 늘어놓다가 대뜸 필자에게 진정한 ‘갑’이라며 “한턱 내라”고 했다. 최근 마련한 전세 아파트 덕분(?)이다. 회사 사무실의 강남 이전에 따라 지난달 경기도 일산에서 서울 강북의 한 지하철역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 전셋값을 많이 낮춰 대출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 부동산 아저씨는 이렇게 귀띔했다. “오랜만에 ‘바이어 마켓’이 됐어요. 전셋값이 거의 4~5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전셋값이 떨어지니 매매가도 조만간 정상화되겠지요.” 금리는 오르고 부동산값은 떨어지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을 해서라도 집을 사려던 계획을 접고 급한 대로 전세를 알아본 것인데 저렴한 전세를 얻어 이사를 했으니 집값 하락 때문에, 고금리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과 비교할 때 상황이 더 낫다는 것이다. ‘내 집이 없는 사람도 이렇게 ‘갑’이 될 수 있구나’ 싶어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본의 아니게 필자의 비교 대상이 된 ‘영끌족’보다 지난 몇 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 분노하는 일반 시민이 주변에 더 많다는 것도 다시금 깨달았다. 자연스럽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대화가 옮겨 가자 자녀 학교 등 때문에 서울로 이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한 지인은 “말도 안 되게 오른 집값이 떨어져 정상화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부터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이 나오면 어떡하냐. 도대체 전 정부와 뭐가 다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언론은 뭐하고 있냐. 집값이 조금 떨어졌다고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을 비판하지 않는 것이냐”고도 했다. 부동산이 경제정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치 영역이 된 지는 오래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공급 확대 등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부동산값을 잡지 못해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오점을 남겼고, 정권이 바뀐 뒤엔 부동산 관련 ‘통계 조작’ 논란까지 빚고 있다. 그래서인가.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은 앞다퉈 부동산값 정상화를 앞세웠지만 금리 상승에 공급 확대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벌써부터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다. 결국 지난해 10월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평균 50% 올랐다가 6% 내렸다. 50% 오른 가격이 6% 내린 게 폭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초 강남 3구와 용산구만 제외하고 부동산 규제를 모두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세제 완화 조치도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부동산값이 다시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자 원 장관 등 경제부처 수장들은 “규제를 푼다고 주택 가격이 오르리라 기대도 안 하고, 그렇게 보지도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은 확고하다. 규제가 완화되니 당장 집을 사라거나 빚내서 집 사라는 게 아니다” 등의 발언을 하며 불 끄기에 나섰다. 부동산값이 정상화로 가려면 ‘거래절벽’이나 ‘역전세’ 등도 겪어야 할 진통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분양가 수준의 집값’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위기를 기회 삼아 정부와 정치권이 실수요자를 위한 집값 정상화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그래야 ‘갑’씨와 같은 전세족·월세족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겠나. 집값 정상화는 또 경제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이바지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 “설 택배가 자꾸 사라집니다”…잡고보니 ‘이웃집’ 아저씨

    “설 택배가 자꾸 사라집니다”…잡고보니 ‘이웃집’ 아저씨

    아파트 복도에 놓인 설 명절 택배물을 훔치던 남성들이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설 연휴를 앞두고 아파트를 돌며 남의 집 앞에 놓인 택배물을 훔친 혐의로 50대 A씨와 40대 B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3시50분쯤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에 놓여있던 3만9000원 상당의 소 갈비탕 택배물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B씨도 오후 5시30분쯤 가방을 메고 해당 아파트 복도를 돌면서 사과와 음료수 택배물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택배 물건이 자꾸 사라진다’는 신고를 받고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아파트에서 잠복근무를 벌여 A씨 등을 붙잡았다. 이들은 해당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주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 이후 처음 맞는 설 명절인 만큼 치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11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설 명절 종합 치안 활동’을 벌여왔다.
  • 재벌집 진양철, ‘미생’ 오상식으로 다시 돌아오다

    재벌집 진양철, ‘미생’ 오상식으로 다시 돌아오다

    공식 클립 누적 조회수만 2억 5000만 뷰를 돌파하며 종영 후 8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드라마 ‘미생’이 인생드라마 작품집으로 출간됐다. ‘미생’ 작품집은 총 3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 회 대본과 일러스트 장면들, 배우 인터뷰, 감독 인터뷰, 작가의 말 등으로 이뤄졌다. 특히 배우 인터뷰는 ‘재벌집 막내아들’로 전 국민에게 ‘진양철’이라는 캐릭터를 각인시킨 배우 이성민,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다시 한번 따뜻함을 남긴 배우 김대명, ‘미생’ 장그래 이후 ‘불한당’과 ‘비상선언’ 등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들로 역할 변신에 성공한 배우 임시완이 직접 참여했다. 영업3팀 배우들이 종영 10년 차에 새롭게 풀어내는 깊이 있는 인터뷰는 배우 각자의 이야기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방식으로 각 권에 수록되돼 있다. 출판사 세계사는 인생드라마 작품집 시리즈 첫 작품으로 ‘나의 아저씨’를 출간했었다. 인생드라마 작품집은 손에 잡히는 물성으로 드라마를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안팎의 만듦새를 완성도 높게 제작하여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 작품으로 출간될 ‘미생’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사 강현지 편집자는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표지와 원인터내셔널을 연상시키는 북케이스를 통해 독자가 책을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드라마를 소장했다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미생’ 작품집에 수록된 일러스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팬층이 두터운 작품을 섬세하게 그려내 주목받은 손은경 작가가 그렸다. 작품집만을 위해 그려진 일러스트 장면들은 독자들을 그 장면이 단번에 생생하게 떠오르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2권에서는 섬세한 연출로 잘 알려진 김원석 감독의 연출자적 시선이 녹아든 내밀한 인터뷰, 스틸컷과 코멘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작품집에서 주목해볼 만한 점은 무엇보다 3권 ‘작가의 말’이다. ‘미생’은 직장인들의 고달픈 마음과 얽히고설킨 사회생활을 잘 그려내 그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히트작인 원작 웹툰을 잘 살리면서도 컷과 컷 사이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확장하여 각색 모범 사례처럼 인정받았기에 드라마 대본에 대한 관심 역시 상당했다. 정윤정 작가는 원작의 이야기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30쪽에 걸쳐 세세하게 담았다. ‘작가의 말’은 드라마 팬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나리오 작법이나 드라마 대본 작가 지망생, 에디팅, 글쓰기,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 등에게도 굉장히 유용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출판사는 전했다. 작품집 ‘미생’은 현재 예약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 1위를 기록했다. 오는 25일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서점에서 정식 배본 및 판매할 예정이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삶이 그대에게 웃어 주지 않아도/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삶이 그대에게 웃어 주지 않아도/미술평론가

    앙리 루소도 아홉 살까지는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 솜씨 좋은 장인이었던 아버지는 돈도 꽤 모았으나 투기에 손을 대 집과 전 재산을 날렸다. 루소는 학교도 변변히 다니지 못하고 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세관의 하급직으로 취직했다. 그의 앞에 놓인 삶은 회색빛이었다. 월급은 적었고 앉아서 기다리는 게 하는 일의 거의 전부였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그림이 있었다. 주변 풍경을 관찰하고 드로잉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다행히 너그러운 상관을 만난 덕택에 근무 중이라도 일만 없으면 그림을 그려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았다. 마흔 살이 넘어서 전시회에 그림을 선보였지만 비웃음만 샀다. 화단의 주류 화가들이 기존의 미학 이론이나 기법을 따르지 않는 전위적 화가를 무시하는 일은 흔했다. 하지만 함께 전시회를 연 전위적 화가들까지 그를 무시했다. 그의 그림이 너무 이상한 데다 이론도 원칙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루소는 이론이 정연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 생각을 이론화할 줄 몰랐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냥 붓으로 표현했을 뿐이다.마흔아홉 살에 얼마 안 되는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자 루소는 미련 없이 세관을 그만두었다. 몽파르나스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돈이 궁하면 거리에 나가 바이올린을 켰다.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늘어났지만 죽을 때까지 가난은 떠나지 않았다. 이 그림은 동네 채소가게 주인 쥐니에 아저씨의 가족을 그린 것이다. 일요일, 새로 산 말을 마차에 묶고 온 식구가 소풍에 나선 참이다. 이 허름한 마차는 교외로 물건을 떼러 갈 때도, 가족이 외출할 때도 두루 쓰이는 요긴한 물건이었다. 들쭉날쭉한 크기로 옹기종기 배열된 얼굴들이 자랑스레 우리를 향하고 있다. 개들도 신이 났다. 마차 아래 검은 개가 있고, 마차 앞에서는 강아지가 쫄래쫄래 걸어간다. 앙리 마티스의 제자였던 미국인 화가 맥스 웨버가 물었다. “마차 아래 있는 개가 다른 요소에 비해 너무 크지 않습니까?” 루소는 태연히 대답했다.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라오.” 비례가 맞지 않으면 어떠하리.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고 따스한 정이 흐르는데.
  • “갤럭시로만 보여” 2억 화소 ‘밈’뜬다

    “갤럭시로만 보여” 2억 화소 ‘밈’뜬다

    지난해 반도체와 가전 동반 매출 하락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로 반등 모색에 나선다. 최근 해외 10~20대 고객층에서 전작 ‘S22 울트라’ 모델의 카메라 성능을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하는 영상이 이들의 놀이문화인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떠오르면서 신제품 판매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3’ 행사를 열고 새로운 갤럭시 S시리즈를 공개한다고 11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국내외 언론사와 파트너사에 발송한 행사 초대장을 통해 갤럭시 S23 시리즈의 주요 특징을 예고했다. 이번 초대장은 3개의 초록색 원형이 검은 배경을 밝히는 모습으로 디자인됐다. 업계에서는 3개의 원형은 제품 후면에 카메라 렌즈가 직선 형태로 배치되고 카메라 성능이 대폭 개선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또 기존 제품에는 없었던 녹색 계열의 색상이 추가됐고, 어두운 배경을 녹색 원형이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야간 촬영 기능인 ‘나이토 그래피’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신제품 가운데 최상위 모델인 S23 울트라는 전작의 1억 800만 화소보다 9200만 화소 향상된 2억 화소 카메라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20 울트라 모델부터 지원하고 있는 ‘100배 줌’을 활용하면 스포츠 경기장이나 대형 공연장 등에서 원하는 인물을 더 선명하고 또렷하게 담아낼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봉쇄됐던 대규모 공연 등이 지난해 속속 재개된 시점부터 S22 울트라 모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졌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실제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공연장이나 달을 촬영하는 영상을 놓고 S22 울트라와 아이폰 14프로 맥스의 카메라 성능을 비교하는 콘텐츠가 경쟁처럼 올라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연 및 아이돌 커뮤니티 등에서 S22 울트라를 4만~6만원대에 빌려주는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공연장에서 아이돌 가수나 배우의 모습을 더 선명하고 생동감 있게 촬영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갤럭시 S시리즈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40·50대 아저씨 폰’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1020세대가 제품에 관심을 갖고 빌려서 체험까지 하는 것 자체가 삼성에는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 “달 탐사선까지 찍힌다?”…밈이 된 갤럭시S, ‘2억화소 밝은 눈’으로 1020 파고든다

    “달 탐사선까지 찍힌다?”…밈이 된 갤럭시S, ‘2억화소 밝은 눈’으로 1020 파고든다

    지난해 반도체와 가전 동반 매출 하락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로 반등 모색에 나선다. 최근 해외 10~20대 고객층에서 전작 ‘S22 울트라’ 모델의 카메라 성능을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하는 영상이 이들의 놀이문화인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떠오르면서 신제품 판매에도 청신호가 켜졌다.삼성전자는 다음달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23’ 행사를 열고 새로운 갤럭시 S시리즈를 공개한다고 11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국내외 언론사와 파트너사에 발송한 행사 초대장을 통해 갤럭시 S23 시리즈의 주요 특징을 예고했다. 이번 초대장은 3개의 초록색 원형이 검은 배경을 밝히는 모습으로 디자인됐다. 업계에서는 3개의 원형은 제품 후면에 카메라 렌즈가 직선 형태로 배치되고 카메라 성능이 대폭 개선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또 기존 제품에는 없었던 녹색 계열의 색상이 추가됐고, 어두운 배경을 녹색 원형이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야간 촬영 기능인 ‘나이토 그래피’가 한층 강화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신제품 가운데 최상위 모델인 S23 울트라는 전작의 1억 800만 화소보다 9200만 화소 향상된 2억 화소 카메라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S20 울트라 모델부터 지원하고 있는 ‘100배 줌’을 활용하면 스포츠 경기장이나 대형 공연장 등에서 원하는 인물을 더 선명하고 또렷하게 담아낼 수 있다.앞서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봉쇄됐던 대규모 공연 등이 지난해 속속 재개된 시점부터 S22 울트라 모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졌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실제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공연장이나 달을 촬영하는 영상을 놓고 S22 울트라와 아이폰 14프로 맥스의 카메라 성능을 비교하는 콘텐츠가 경쟁처럼 올라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연 및 아이돌 커뮤니티 등에서 S22 울트라를 4만~6만원대에 빌려주는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공연장에서 아이돌 가수나 배우의 모습을 더 선명하고 생동감 있게 촬영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갤럭시 S시리즈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40·50대 아저씨 폰’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1020세대가 제품에 관심을 갖고 빌려서 체험까지 하는 것 자체가 삼성에는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 이경규 “딸, 이혼남과 결혼해도 자기 인생…알아서 해라”

    이경규 “딸, 이혼남과 결혼해도 자기 인생…알아서 해라”

    방송인 이경규가 딸이 이혼남과 결혼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호적메이트’에서는 이경규와 예림이 부녀의 연애 상담소 이야기가 담겼다. 이경규, 이예림 부녀는 연애상담소를 열었다. 이경규는 이 자리를 통해 “지금 고민의 싹을 잘라줘야 한다. 아빠 나이가 되면 고민이 없어진다. 왜냐하면 아파”라고 농담했다. 첫 손님으로 국제 커플이 찾아왔다. 34살 김찬휘와 이탈리아에서 온 24살 샌디 커플로, 두 사람의 나이는 10살 차다. 샌디는 “이탈리아 유학 당시 만났다”고 소개했다. 샌디는 “내가 24살이고 우리 아저씨가 34살이다. 가끔 아저씨 느낌이 난다“고 했다. 이경규는 “세대차이를 느끼는구나”라며 ”여자친구가 사랑 하나로 멀리서 한국으로 왔다. 잘해줘야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 들어온 손님은 “대구에서 온 29세 김대현이다”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손님은 “5년 전에 이혼을 하고 딸은 전처가 양육하고 둘째는 제가 양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님은 “지금 여자친구와 1년 정도 만났는데 너무 좋은 사람이라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금의 여자친구는 본인보다 2세 어린 초혼이라고. 여자친구의 부모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했다. 이경규는 “내가 봤을 대 바로 허락은 안 해줄거다”라면서도 “이성적으로 다가가서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내가 아버지 된 입장이라면 나는 별로 개의치 않을 거다”라며 “딸이 좋다고 한다면 자기 인생이니까. 알아서 해라”라고 덧붙였다.
  • ‘슬램덩크’는 NO재팬 예외?… “추억이니까” vs “자랑은 말자” [넷만세]

    ‘슬램덩크’는 NO재팬 예외?… “추억이니까” vs “자랑은 말자” [넷만세]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하 ‘슬램덩크’)가 온라인상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개봉 5일 만에 5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며 극장가 다크호스로 떠오른 점에서도 물론 그렇지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노재팬’(NO JAPAN·일본 제품 불매 운동) 논쟁의 중심에 서면서다. 친민주당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알려진 ‘클리앙’에서는 ‘슬램덩크’가 개봉한 지난 4일 이후 영화와 노재팬 운동을 둘러싼 논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글이 정치적 성향이 다른 커뮤니티로 퍼지고 조롱의 대상이 되면서 논쟁이 더욱 가열되는 모양새다. 지난 6일 클리앙에 올라온 ‘슬램덩크 영화 보고 왔어요. 그런데’라는 제목의 글이 한 예다. 글쓴이는 오랜만에 극장에 가 ‘슬램덩크’를 보고 왔다고 전하면서 “이번 애니메이션 영화는 소장각이다. 움직임도 너무 좋았고, 새로 만든 이야기가 기존 이야기와 잘 엮여 재미와 감동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재팬이라 불까말까 고민했는데 워낙 의미 있는 만화라 안 볼 수가 없었다”라며 “다들 시간 되시면 큰 화면과 빵빵한 사운드로 보시라”고 적었다.이 글 자체는 클리앙에 올라온 여러 ‘슬램덩크’ 후기 중 하나로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에펨코리아’(펨코), ‘엠엘비파크’(엠팍), ‘디시인사이드’(디씨) 등 다른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노재팬 운동을 하고 있지만 슬램덩크는 봐야 한다는 글 내용뿐 아니라 “노재팬은 DSLR과 슬램덩크까진 허락을”, “부분적 불매도 불매다” 등 여기에 달린 댓글까지도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놀림감이 됐다. 펨코 이용자들은 관련 글에 “365일 선택적 노재팬”, “한국 드라마·영화 불법으로 보면서 혐한하는 중국인들이랑 동급”, “주인공 이름이 강백호·서태웅인데 일본 만화 아니지” 등 수백개의 조롱 댓글을 달았다. 엠팍에서도 “100개 살 거 50개 사면 불매한 거라던데”, “살 수 없는 물건이나 관심 없는 것만 선택적 노재팬”, “혼자 조용히 노재팬 했으면 상관없는데 토착왜구니 뭐니 홍위병처럼 죽창질 하니…” 등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클리앙 내부에서도 ‘슬램덩크’ 관람을 두고 열띤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한 클리앙 이용자는 “슬램덩크 후기 올렸다고 노재팬 떡밥이 불타는 건 과한 처사인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애초에 100% 노재팬이 가능한지부터 의문일뿐더러 일본 관련 상품이나 후기 등이 올라올 때마다 노재팬 떡밥을 불태우는 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조롱하려는 의도에 놀아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슬램덩크’ 관람 등은 개인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여기에는 “자기 돈으로 표 끊어서 (안중근 의사의 생애를 그린 영화) ‘영웅’ 보게 할 거 아니면 나만 잘하면 된다”며 글쓴이를 지지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계속된 인증 릴레이에 이어 n차 관람 후기까지… 적당히 해야죠”라며 클리앙 내 ‘슬램덩크’의 인기를 못마땅해하는 댓글도 달렸다.이와는 정반대로 ‘슬램덩크’를 적극적으로 불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클리앙 이용자는 “슬램덩크 작가의 성향과 작품에 녹아 있는 것들을 보면 노재팬 찬반 문제가 아니라 보이콧해야 할 대상”이라며 “저도 나중에 알았지만, 만화에 녹아 있는 극우 아이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어린이들에게 은연중에 받아들이게 하는 게 그들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클리앙 이용자도 “추억도 좋고 애니 한 편 본다고 나라 파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일본 불매운동 때도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 자랑질만 안 하면 되는 거 아닐까. 그런데 (영화 봤다고) 자랑하시는 분들이 제 눈엔 ‘나만 양심에 찔릴 수 없다’ 하는 걸로 보인다”고 적으며 ‘슬램덩크’ 후기 글이 이어지는 상황을 비판했다. ‘슬램덩크’ 개봉을 전후해 온라인상에는 원작 만화에서 욱일기 무늬를 여러 차례 사용한 점,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과거 우익 성향의 발언을 했던 점 등을 지적한 게시물이 퍼지기도 했다.한편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 ‘슬램덩크’는 30대에서 40대, 50대까지 이르는 폭넓은 팬층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슬램덩크’는 주말이었던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30만 9305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2위인 ‘영웅’보다 약 1만명 적은 근소한 차이다. 온라인에는 영화를 극찬하는 후기가 이어진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의 한 이용자는 “슬램덩크-농구대잔치-마지막 승부로 이어진 1990년대 초중반 가장 낭만 넘치던 스포츠 농구에 대한 향수. 소년챔프를 즐겼던 유소년·청소년 시절의 추억. 그리고 그 시절 옛 친구들, 저녁 6시 엄마가 불러서 먹던 저녁밥.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늙어서 배 나온 아저씨 소리 듣는 현실이 참 기분 이상하고 울컥하더라”라며 “도전과 실패, 좌절과 후회, 노력과 극복. 이 모든 걸 관통하는 인생의 교과서 슬램덩크. 남자를 울리기 너무 좋은 예술작품”이라고 적었다. 영화 ‘슬램덩크’의 인기는 서점가로도 번지고 있다. 영화 개봉을 기념해 나온 만화 ‘슬램덩크 챔프’는 지난 5일 예스24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넷만세] 네티즌이 만드는 세상 ‘넷만세’. 각종 이슈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 ‘재벌집’ 김남희 “JYP 오디션, 5초 만에 광탈”

    ‘재벌집’ 김남희 “JYP 오디션, 5초 만에 광탈”

    배우 김남희가 연예기획사 오디션에서 5초 만에 탈락한 사연을 전했다. 7일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에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배우 김남희, 김도현, 박지현이 전학생으로 출연해 촬영 현장 뒷이야기 등을 들려주며 예능감을 뽐냈다. 김남희는 과거 단역 배우로 활동하면서 경험을 쌓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을 보러 간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는 “JYP 오디션장에 도착해 보니 유치원생, 10~20대들이 모여 춤 연습하고 있었다. ‘내가 여기서 오디션을 봐야하나’ 고민했지만 멀리서 왔으니 보고 가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장시간 대기한 끝에 오디션장에 들어가 인사를 하니 놀란 심사위원이 ‘뭐 하시게요?’라고 물었고, 김남희는 “연기를 하려고 왔다고 하고 준비한 대사를 시작하는 순간 5초 만에 끝났다”고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처음부터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내 앞에서 애들이 유행하는 노래와 춤을 화려하게 하는데 웬 아저씨가 연기하겠다고 하니까”라고 덧붙였다. 이수근은 “연기 파트는 따로 보는 게 아니라 하나로 줄을 섰냐”고 물으며 “이경규 선배가 카타르에서 (월드컵) 경기 전반 끝나고 화장실을 갔는데 줄이 너무 길었다고 했다. 힘들어도 끝까지 갔는데 기도줄이었다”고 에피소드를 전해 웃음을 안겼다.
  • 박경림 “박수홍, 내 신혼여행까지 따라와…밤새 연락”

    박경림 “박수홍, 내 신혼여행까지 따라와…밤새 연락”

    ‘조선의 사랑꾼’에서 최성국의 태국 신혼 여행과 2세 계획이 공개된다. 9일 오후 방송되는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조선의 사랑꾼’에서는 새벽부터 허니문을 떠나는 최성국 부부의 차에 같이 탄 ‘빌런 제작진’의 모습이 공개된다. 박경림은 “17년 전 내 신혼여행도 박수홍 아저씨를 비롯해서 10명이 같이 갔다”며 “밤새 같이 놀자며 연락이 와서, 우리가 호텔 방을 바꾸고 도망갔다”고 ‘단체 신혼여행’ 경험자임을 밝혔다. 박수홍은 “수영장에 장미꽃까지 다 뿌려놨는데 신혼부부가 안 나오더라”며 ‘원조 빌런’ 시절을 돌아본다. 한편 최성국의 아내는 ‘허니문 베이비 계획’을 묻는 제작진에게 “저는 아이를 빨리 갖고 싶다고 했는데, 친구들이 천천히 신혼을 즐기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서 첫날밤 이후 최성국이 직접 밝힌 가족계획에 MC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또한 ‘빌런 제작진’들은 최근 결혼을 발표해 폭풍 화제를 모은 ‘엔조이커플’ 임라라 손민수의 집에 아침부터 들이닥친다. 자다 일어나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임라라를 위해 손민수는 “너무 밝다”며 후다닥 방 조명을 꺼주는 달달한 모습을 보였다. 박경림은 “민수씨에 비하면 지금까지 본 분들은 사랑꾼이 아니었네”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최성국은 “이런 게 방송에 나가면 안 돼. 힘들어져”라며 견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박수홍은 전략을 바꿔 “민수씨는 나랑 똑같아”라고 주장해 폭소를 자아냈다. ‘조선의 사랑꾼’은 9일 월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 김구라, ‘15개월 늦둥이’ 딸바보 면모

    김구라, ‘15개월 늦둥이’ 딸바보 면모

    ‘슈퍼맨이 돌아왔다’ 김구라가 딸바보의 면모를 펼친다. 내일(6일) 밤 10시 방송되는 KBS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 460회는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의 연말’ 편으로 꾸며진다. 이중 KBS 연예대상에 참석한 젠과 사유리가 김구라와 만난 사연이 공개된다. 김구라는 젠을 아빠 미소로 바라보며 “지금은 아기가 많이 귀여워”라며 늦둥이 딸 바보의 면모를 펼쳤다고 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날 젠과 사유리는 시상식 전 김구라의 대기실을 찾아 사탕 꽃다발을 전달한다. 젠과 만난 김구라는 입가에 미소를 숨기지 못한 채 비슷한 또래의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의 다정한 면모를 드러낸다. 김구라는 꽃다발을 주는 젠에게 “이거 아저씨 주는 거예요? 고마워”라고 말하며 젠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가 하면, 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세심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폭발시켰다고. 더불어 김구라는 젠에게 애교까지 선사하며 딸바보 면모를 엿보였다는 후문이다. 이어 사유리와 김구라의 본격적인 육아 토크가 펼쳐진다. 현재 15개월 딸을 키우고 있는 김구라에 사유리는 “제일 힘들 때다. 같이 공동 육아해요”라며 육아 선배로서의 조언과 제안을 아끼지 않아 김구라에 머쓱한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는 전언이다. 이미 몇십 년 전 육아를 경험한 김구라는 “그때는 어려서 경황이 없었다. 지금은 아기가 너무 귀엽다”라며 딸을 육아하는데 쏙 빠진 늦둥이 아빠의 즐거움과 행복을 전한다. 김구라는 젠에게 두둑한 용돈까지 전하며 “젠, 아저씨가 맛있게 먹을게 고마워”라며 끝까지 애정을 표했다고 해 기대감이 치솟는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매주 금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 웃으며 곱씹는 굴곡진 두 인생, 쓰디쓴 삶에서 배어나온 단맛

    웃으며 곱씹는 굴곡진 두 인생, 쓰디쓴 삶에서 배어나온 단맛

    희곡 부문 당선작은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이다. 서로의 관계가 불분명한 두 인물 ‘소년’과 ‘아저씨’의 파편적인 대화가 전부인 이 희곡은 사실 처음 읽었을 때엔 유력한 당선작으로 주목하지 않았다. 장면의 연결이 거칠고, 지문 또한 인물의 행동 묘사가 아닌 심리 묘사에 집중하고 있어 언뜻 희곡 쓰기에 서툰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작품의 수를 추린 뒤, 다른 희곡들과 견주어 다시 읽었을 때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은 새로이 변주되고 확장되어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해 주었고, 이는 실제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이야기의 주체가 누구인지-소년인지 아저씨인지, 묘사된 상황들이 무엇인지- 꿈인지 현실인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작가는 빵의 맛이 ‘맵고, 짜고, 시고, 달다’는 은유를 통해 우리 인생의 굴곡진 면면을 드러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려 애쓴다. 자신들의 비참한 일상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두 인물의 대화는 시리도록 아프지만, 결코 상투적인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문학적 사유는 깊고, 삶에 대한 고민은 치열하며, 시선은 따듯하고 섬세하다. 부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관객(독자)들과 작가 본인에게 인생의 단맛이 느껴지길 바라며,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다른 작품은 ‘예상 이별’과 ‘소녀의 방’이다. ‘예상 이별’은 사랑과 이별, 관계에 대한 사유를 수학과 철학의 명제들을 빌려와 아주 간결하고 위트 있게 풀어낸다. 무엇보다 극적 재미가 충만하고, 논리적이며, 결말도 깔끔하다. ‘소녀의 방’은 부조리극의 전통을 현대적 감수성으로 계승한다. 관계에 대한 동시대적 고민을 풀어내면서, 쉽고 간결한 은유와 함축적인 무대 언어들을 활용한 수작이다. 당선된 작가에겐 축하를,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케 한 작가들에겐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이익훈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희곡]

    식빵을 사러 가는 소년/이익훈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희곡]

    등장인물 : 아저씨·소년 아저씨는 드러그스토어 앞. 지금 막 나왔다. 아저씨: (횡단보도 앞에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 너 또 식빵 사러 가니? 소 년: 네. 아저씨: 오늘도 무화과 잼이랑 먹을 거니? 소 년: 어떻게 말해야 하죠? 아저씨: 왜? 소 년: 오늘은 제가 먹을 게 아니라서요. 아저씨: 그러면 누가 먹을 건데. 소 년: 엄마요. 엄마가 아저씨랑 먹을 거래요. 아저씨: 나? 소 년: 아뇨. 엄마 남자 친구요. 아저씨: 아, 지난번에 말했던 아빠 친구 말하는 거구나. 소 년: 쉿, 엄마가 그 말 하면 싫어해요. 죄책감 같은 게 느껴지나 봐요. 아저씨: 넌 이럴 때마다 참 어른스럽구나. 소 년: 아저씨, 파란불이 되었어요. 소년은 깡충깡충 횡단보도를 건넌다. 아저씨는 횡단보도 건너편 인도에 크게, 깡충, 소리를 외치며 도착한 소년의 뒷모습을 본다. 아저씨는 소년의 뒷모습을 찍고 싶다. 부끄러움이 없는 모습. 아저씨는 부끄러움이 많다. 전화기를 찾는다. 전화기가 없다. 아뿔싸. 방금 산 염색약도 없다. 지갑도 없다. 전화기와 염색약과 지갑을 찾는 동안 소년은 ‘비건식빵전문무인판매가성비갑프랜차이즈’ 매장으로 들어간다. 쉽게 누구나 쓰는 마케팅 용어가 매장 앞에 있다. 무인판매라. 아저씨는 키오스크를 사용할 때마다 뒤의 사람이 재촉할까 조급해져 미안한 마음과 짜증나는 마음 때문에 방금 자신이 사려던 게 뭔지 잊곤 했다. 대면이 좋다. 대면이 좋다라. 아저씨는 드러그스토어 안으로 들어간다.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길에 돌아다닌다. 비가 쏟아진다. 아저씨가 드러그스토어에서 나온다. 약속이나 한 듯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사라진다. 아저씨는 한숨을 짓고 드러그스토어 옆 건물 처마 아래 있다. 아이도 식빵 가게 처마 아래 있다. 아저씨: (소년에게) 거기도 비가 오니? 소 년: 그럼요. 거기가 비가 오는데 여기라고 안 오겠어요. 아저씨: 그렇지. 그런데 너는 이럴 때마다 도인 같다. 소 년: 아저씨야말로 사라졌다가 뽕, 나타났어요. 도인처럼. 아저씨: 내가 그랬어? 뽕! 뽕뽕뽕! 뽕뽕뽕뽕? 소 년: 그만해요. (웃으며) 재미없어요. 사이 소 년: 걱정했어요. 사라져서. 아저씨가 말이 없자 소 년: 집에 있는 책을 읽었어요. 아빠가 두고 간 책들. 묵자. 아저씨: 아빠가 철학을 했나 보다. 소 년: (못 들은 척한다) 아닌가. 노자인가. 어려워요. 아저씨: (못 들은 척한다) 식빵은 샀어? 소 년: 네, 감자가 들어 있는 식빵이에요. 맛있을 거 같아요. 요즘 감자가 제일 핫하다고 해서 샀어요. 철학보다 식빵 얘기나 낫네요. 아저씨: 감자가 요즘 유행이지. 감자튀김, 감자칩, 감자깡, 감자전, 감자프라이, 감자만두, 감자옹심이, 감자전, 영국식감자칩, 프랑스식감자오믈렛, 일본식감자돈가스, 독일식감자사우어크라우트곁들임, 감자회오리튀김, 생감자, 찐감자, 말린감자, 감자술, 감자팩, 감자보디크림, 감자립글로즈, 주식감자…. 소 년: 여기 빵 중에서 제일 비싸요. 아저씨: 너 왜 말을 끊니. 소 년: 재미없어서요. 아저씨: 내가 재미없구나. 소 년: 네. 다른 건 다 1990원인데 이것만 4990원이에요. 아저씨: 비싼 거 샀다고 엄마한테 혼날까 봐 걱정되니? 소 년: 엄마는 날 혼내지 않아요. 미안해하지. 그래서 나는 화가 나요. 아저씨: 그렇구나. 소 년: 혼내는 사람들은 안 미안해하는데 혼내지 않는 사람들은 항상 미안해해요. 미안해하니까 나는 화를 내고 싶은데 화를 못 내니까 나는 화가 다시 나요. 아니, 엄마를 이해하니까, 아니 엄마를 이해해야 하니까 화가 나는데 화가 안 나요. 그래서 결국 화가 나요. 아저씨: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 소 년: (물끄러미, 차갑게) 알아요. 아저씨는 비겁하니까. 아저씨: 미안하다. 사이 소 년: 그러나 난 아저씨도 이해해요. 아저씨, 미안해하지 마요. 미안해하면 화가 나요. 화가 나는데 화를 안 내야 하니까 내가 비참해져요. 아저씨: 그래, 더 비겁해지마. 사이 소 년: 따뜻한 걸로 골랐어요. 엄마가 아저씨랑 먹어야 하는 거라. 이거 맛있어야 해요. 아저씨: 비가 계속 온다. 괜찮아? 소 년: 여긴 맞을 만해요. 아니다. 안 맞아요. (식빵 가게 캐노픽스를 가리킨다) 아저씨는요? 아저씨: (처마를 쳐다본다. 그러나 처마라고 할 수 없는 이십 센티 정도의 콘크리트 돌출 형태라 비를 막지 못한다. 요즘 도시에선 함부로 쉽게 비를 피하기도 어렵다. 남의 영업장 앞에서 비를 피하면 장사 방해를 한다고 면박당하고 가로수의 잎은 사지 절단이 된다. 다 아는 마당에 의연할 수 없다.) 여긴 비가 많이 와. (웃으며) 다 젖었어. 소년은 아저씨가 있는 곳, 처마 밑을 바라본다. 개미들에게야 가수 싸이가 흠뻑쇼를 하는 것처럼 물이 쏟아지는 그곳이 신나는 실외 운동장처럼 보이겠지만 살이 처지고 배가 나오고 무릎이 풀리기 시작한 아저씨, 오래 고정 자세로 서 있는 것도 힘들 아저씨에게, 그 땅은 비를 피하기 좁다고 말하기 전에, 우선 처량해 보인다. 소년은 생각한다. 방금 나온 드러그스토어 안으로 다시 들어가 아까는 못 사 온 물건이 있는 것처럼 들어가 잠깐 비를 피하면 좋을 것을 왜 저러고 있는지 답답하다. 물론 안다. 드러그스토어는 아저씨 나이 때 남자가 쉽게 드나들기 편한 곳은 아니다. 소년은 자기가 있는 곳, 식빵 가게 캐노픽스를 쳐다본다. 넓다. 아저씨가 이쪽으로 오면 좋겠다. 그런데 오지 않을 것이다. 아저씨는 왜 고집스럽게 저기에 있을까. 그는 비겁하기 때문일까, 처량하기 때문일까, 어리석기 때문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캐노픽스 위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비를 본다. 빗소리를 듣는다. 소년은 슈만의 Op.68 No.12를 듣는다. 아저씨: 그렇게 보지 마렴. 나쁘진 않아. 남 눈에는 나쁘겠지만 나는 나쁘지 않아. (말꼬리를 흐린다. 마치 영화 ‘부기나이트’ 마지막 장면의 그 남자 같다. 두 손으로 자신 있게 붙잡고 일으켜 보지만 쓰러진 성기는 마음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타인의 불능을 안쓰럽게 여기겠는가. 그것도 사회적으로 희생하거나 공헌한 바 없는-오락적으로 음지의 쾌락을 준 것으로 사회적 공헌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다른-포르노 배우의 퇴직 직전을. 아저씨는 그 정도 쾌락도 못 되고 그저 처마 밑에 있을 뿐이다. 그깟 비가 뭐 대수라고. 자신감을 억지로 불러 본다. 자신감은 대답이 없다. 사이.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정말 나쁘지 않아. 그다지. (그러나 우스꽝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소 년: (슈만을 다 듣고) 곧, 끝나요, 그래 봤자. 아저씨: 뭐가, 말이니? 소 년: 비요. 비는 더 온다. 아저씨: 그럴까. 소 년: (번개가 친다) 안 그럴 수도 있겠어요. 제가 그리로 갈게요. 아저씨: 너, 우산도 없잖아. 소 년: 둘이 같이 맞아요. 그러면 덜 외로우니까. 아저씨: (혼자 맞는 거에 오래 익숙해서 이런 권유가 실은 무섭다) 그럴래. 소 년: (신호등을 보며) 파란 불이에요. 아저씨: 조심하렴. 소년은 깡충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소 년: (옷 속에서 식빵을 살짝 꺼내며) 아저씨가 궁금해할까 봐. 아저씨: 그래, 궁금했어. 소 년: 따뜻해요. 아저씨 먹을래요? 아저씨: 엄마랑 아저씨 가져다줘야 한다며. 소 년: 궁금해했잖아요. 감자튀김, 감자칩, 감자깡, 감자전, 감자프라이, 감자만두, 감자옹심이, 감자전, 영국식감자칩, 프랑스식감자오믈렛, 일본식감자돈가스, 독일식감자사우어크라우트곁들임, 감자회오리튀김, 생감자, 찐감자, 말린감자, 감자술, 감자팩, 감자보디크림, 감자립글로즈…. 블라블라 해놓고. (사이) 감자 박사님. 아저씨: 놀리지 마렴. 소 년: 딱 놀려야 좋은 타이밍인데, 놓치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 박사 아니야. 그냥, 예전에 글을 썼지. 글을 잘 쓰려고 감자 조사를 했지. 지금은 글도 감자도 모조리 다 실패했어. 나는 실패한 인생이야. 소 년: 알고 있어요. 아저씨는 실패한 인생. 저번에 만났을 때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땐 양배추를 조사하고 있었는데. 아저씨: 내가? 소 년: 내가 호밀 식빵을 사러 가던 날이었는데요. 아저씨가 내게 식빵 사러 가냐고, 울면서 말 걸었어요. 울면서. 아저씨가 대낮에 울다니. 나는 너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아저씨를 사랑스럽게 봤어요. 아저씨가 말했어요. 호밀 빵에는 사우어크라우트란다. 샌드위치 만들어 먹으렴, 기가 막혀. 낮술에 취해 있었어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아저씨: 기억나. 소 년: 그때도 아저씨는, 멋있었어요. 아저씨: 내가? 소 년: 실패한 사람들은 다 멋있어요. 성공한 사람들은 다 밥맛이에요. 아저씨: 그렇구나. 사이 소 년: 왜, 라고 안 물어요? 아저씨: 인생에 왜가 어디 있어. 소 년: 알겠어요. (아저씨를 보며) 아저씨가 왜 시에 성공하지 못했는지 알겠어요. 아저씨: 왜? 소 년: 이런. 왜가 없다고 해 놓고. 아저씨: 왜? 소 년: 말 못 하겠어요. 아저씨: 왜? 소 년: 정말 말 못 해요. 아저씨: 그럼 말하지 마렴. 소 년: (소심하게) 왜가 없는 사람이니까. 아저씨: 응? 소 년: 왜를 묻지 않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고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말하잖아요. 아저씨: 그런데? 소 년: 그런데 아저씨가 갑자기 왜냐고 물어서, 이건 뭐지, 당황했어요. 아저씨: 비가 그치는 거 같다. 사이 소 년: 여하튼, 그날부터, 사우어크라우트 샌드위치를 해 먹었어요. 맛있었어요. 소금이 처음에 짰는데 시면서도 달아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아저씨: 엄마가 해 줬니? 소 년: 내가 했어요. 그쯤은 저도 할 줄 알아요. 엄마가 음식 해 주는 사람도 아니고. 아저씨: 그렇지. 소 년: 엄마는 그럴 때도 미안해해요.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를 안아요. 숨이 막혀요. 싫어요. 엄마 팔에는 온통 낙서에요. 뭘 감추려고 했는지 알 수 없어요. 엄마는 가끔 저에게도 낙서를 해요. 아저씨: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니, 너한테. 소 년: 엄마를 원망하지 않아요. 조금만 더 기다려 줘요. 아저씨: 기다리다 죽을 수도 있어. 소 년: 와우,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다. 아저씨: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우리 엄마는 결국 자기를 죽였지. 나는 엄마를 용서하지 않았어. 용서하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었어. 내 팔에도 낙서가 있다. 내 팔 좀 볼래? 사이 소 년: 싫어요. 사이 소 년: 그런데요. 감자주식은 뭐예요? 주식감자였나. 아저씨: 그건, 그건. 소 년: 말 안 해도 돼요. 그 정도는 알아요. ‘감’ 자는 아마 감소한다는 ‘감’ 자일 거고. ‘자’는 아마 자본주의 할 때 ‘자’일 거고, 주식은 요즘 영끌한다는 주식을 말하는 거겠죠, 뭐. 아저씨: 잘 아는구나. 소 년: 나는 실패한 사람이 좋아요. 아저씨처럼. 사이 소 년: (식빵을 들이밀며) 먹어도 돼요. 여기엔 제 몫이 있어요. 따끈한 건 제 몫이에요. 그들은 차가운 걸 먹어야죠. 그게 심부름시킨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당연한 몫이에요. 안락을 누리는 사람들의 몫. 아저씨: 미안하지 않아? 소 년: (단호하게) 왜요? 그들이 미안해해야죠. 엄마는 미안해하지만 뭘 미안해하는지 모르는 거 같아요. 그런 사람들한테 미안해할 필요가 없어요. 아저씨: 나는 미안해. 소 년: 제 몫을 나눠 먹어요. 아저씨: 그래도, 좀 그래. 소 년: (채근하며) 그들은 여기 없어요. 눈치 보지 말아요. 우리 같이 먹어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아저씨: (소년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래도 미안하지. 그건 네 몫이지, 내 몫이 아냐. 소 년: 이건 우리들의 몫이에요. 아저씨, 나를 부끄럽게 만드네요. (식빵을 옷 속으로 넣으며) 나는 나한테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싫어요. 미안하다고 너무 쉽게 성의 없이 점잖게 말하면서 자기만 회피의 천국으로 가요. 아저씨: 미안하게 되었구나. 소 년: (시계를 보며) 저는, 십 분 정도 늦게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그때까지만 같이 있어 줘요. 아저씨. 아저씨: (처마를 보며) 비가 그치는 것 같아. 소 년: 습기를 먹어 빵이 더 폭신폭신해졌어요. (쾌활하게) 비가 오는 날은 빵 만들 때 물을 조금 덜 넣어야 해요. 비 때문에 나는 추운데 빵 때문에 나는 더 따뜻해져요. 아저씨: 정말 비가 조금, 조금 가늘어졌다. 너, 아까 곧 그칠 거라고 하더니. 소 년: 비는 굵기도 하고 가늘기도 하고 굵게 조금 오기도 하고 가늘게 많이 오기도 해요. 갑자기 내려오기도 하고 갑자기 멈추기도 해요. 그걸 몰라요? 아저씨: 너 신기가 있나 봐. 십 분 후에 비가 그칠까? 소 년: 십 분 후? 아저씨: 십 분 정도 늦게 들어가는 게 좋겠다며. 그때까지만 같이 있자며. 소 년: 아저씨? 아저씨: 응. 소 년: 정말 몰라서 그래요? 아저씨: 화났니? 소 년: 비가 와서 안 간 게 아니에요. 엄마가 아저씨랑 하는 일이 아직 안 끝났어요. 아저씨: (소년의 말이 뭘 말하는지 잘 모른다) 우산이 없는데. 소 년: 우산이 없다고 어딜 못 가요? 비가 와서 못 가요? 인생에 우산이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어요. 우산은 다들 멋으로나 쓰는 거예요. 아저씨: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소 년: 이제 팔 분 남았어요. 이빨 닦고, 양말을 신고, 단추도 채우고. 아저씨: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내가 담근 사우어크라우트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 그가 죽었어. 그걸 먹어 줄 사람이 이제 없어. 소 년: 알아요. 아저씨가 술에 취해 항상 말했어요. 사이 소 년: 빵 드실래요? 아저씨: 아니. 소 년: 실은, 저도 그랬으면 했어요. 엄마한테 새걸 주고 싶었어요. 남은 건 제가 먹고요. 그 정도가 제일 괜찮아요. 아저씨: 뭐라 할 말이 없구나. 게걸스러운 이 세상에서는, 더욱. 소 년: 이제 오 분 남았어요. 집까지 가면 딱 맞아요. 갈게요. 아저씨 잘 가요. 아저씨: 그래, 비가 다 그쳤구나. 잘 가렴. 소 년: 미안해요. 다음에 제가 그거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sauer 시큼한, kraut 양배추 / sauer에 망가진, 무기력한이라는 뜻이 있다.) 먹어 줄게요. 아저씨가 해 준 거, 같이 먹어요. 2. 오래된 아파트 단지 놀이터다. 오후, 이 시간. 보통의 아이들은 모두 학원이나 피시방에 있기 때문에 놀이터는 이제 교복 소년소녀들이 담배 피우며 잠깐 부모를 피해 돈을 피해 세상을 씹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나마 이 아이들은 귀여운 구석이 있을 수도. 교복 소년소녀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심심하면 시소를 타다가 그네를 타다가, 우리가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말이야, 몇 초 정도 반성하지만, 라이프 이스 고 온, 다시 담배를 피운다. 이럴 때 라이프 이스 고 온을 사용하는 게 맞는지 모르지만 영어를 사용하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약간은 공부를 하는 것 같아 혼란스러우면서 뿌듯하기도 하다. 아직 교복 소년소녀들도 없는 시간. 텅 빈, 잡초만 무성한 곳 벤치에 느긋하게 앉아 아저씨는 셀프 염색을 어느 정도 마쳤다. 이제 셀프 염색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뒷머리를 어찌할까, 언제나처럼 대충 문댈까, 그러다 아니다 싶다. 마지막은 단정하고 싶다. 소년이 놀이터로 폴짝 들어온다. 아저씨: 너구나. 소 년: 네, 저예요. 염색하나 봐요. 어제 산 걸로. 아저씨: 어제 하려다가, 비 오는 날은 염색이 잘 안 되고 흘러내려서. 그동안 비 오는 날 염색하다가 옷을 많이 버렸어. 소 년: 비 오는 날은 밖에만 비가 오는 게 아니니까요. 염색약도 축축해지고 속마음도 축축해져요. 아저씨: 빵은 폭신폭신해지고. 소 년: 재미없어요. 아저씨: 어젠 잘 갔니? 소 년: 잘 갔어요. 엄마가 좋아했어요. 아저씨가 고맙다고 했어요. 아저씨: 나 말이니? 소 년: 아뇨. 엄마 남자 친구요. 아저씨: 아저씨가 너 올 때까지 기다렸나 보다. 인사하려고. 소 년: 단추를 목까지 다 잠그고, 마치 로만 칼라처럼, 그러곤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아저씨는 단정해요. 아저씨: 나도 단정해지려고, 염색을 했어. 소 년: 단정한 아저씨는 재수 없어요. 아저씨: 나도 재수 없니? 소 년: 아저씨 같은 사람이 단정해지면 무서워요. 그 끝을 나는 다 알아요. 사이 소 년: 싫어요. 단정해지지 말아요. 어린 내가 감당하기 어려워요. 사이 아저씨: 아저씨가 빵 먹고 가려고 했나 보다. 네가 사 온 맛있는 빵을. 소 년: 양말도 다 신고 벨트도 풀었던 흔적이 없었어요. 재킷도 다시 입은 흔적이 없었어요. 처음부터 벗지 않았나 봐요. 엄마랑 술도 마시지 않았어요. 나 혼자 별생각을 다 했어요. 그 정도는 해도 되는데. 내가 그 정도 아량은 있는데. 너무 매너가 좋았어요. 아저씨: 좋은 사람이구나. 소 년: 용돈을 주기에 받았어요. 많이 줬어요. 또 빵을 사 와야지. 아저씨랑 엄마가 편하게 쉬게 해 줘야지. 아저씨: 용돈을 받았구나. 소 년: 매너가 너무 좋아서 화가 났어요. 그를 때리고 싶었어요. 용돈을 받아서 나는 화가 났어요. 나는 나를 때리고 싶었어요. 아저씨: 그런 걸 왜 벌써 알았니? 그런 건 모르는 게 나은데. 소 년: 아저씨를 만난 다음부터, 엄마가 몸에 낙서하지 않아 나는 좋거든요. 엄마가 많이 웃어서 좋아요. 엄마가, 씻고 화장하고 몸을 예쁘게 가꿔서 나는 정말 좋아요. 엄마가 더이상 울지 않아서 좋아요. 엄마가 천장에 줄을 달지 않아서 좋아요. 베란다에 기대어 저 아래 높이를 가늠하지 않아서 좋아요. 엄마를 그렇게 만들어 준 아저씨가 너무 좋아요. 그런데, 전, 집에 들어가기 전에 빵에다 침을 뱉어요. 빵은 촉촉해져요. 그래 놓고, 그 침 뱉은 빵을 주고 용돈을 받은 거예요. 전 못된 아이예요. 사이 아저씨: 못된 아이야. 소 년: 네? 아저씨: 못된 아이야. 내 뒷머리 염색 좀 해 줄래? 사이 소 년: 싫은데요. 아저씨: 우선 비닐장갑을 끼고. 소 년: 싫어요. 아저씨: 단정해져도 네가 안다는 그 길로 안 갈게. 소 년: 싫은데. (싫다고 하면서 비닐장갑을 낀다. 포기한 걸까. 믿는 걸까) 아저씨: 냄새가 독하니까, 한 손으로는 코를 막고. 소 년: 아저씨 냄새만큼 독할까. 아저씨: 내 냄새? 소 년: 네. 아저씨: 홀아비 냄새가 나니? 아, 너 홀아비라는 낱말을 아니? 소 년: 그쯤은 알아요. 홀아비는 서 말 구슬을 꿴다! 아저씨: 홀아비가 아닐걸. 구슬이 아니거나. 소 년: 제 말은 홀아비일수록 구슬을 꿰어야 한다! 아저씨: 그럼, 냄새가 안 나겠네. 소 년: 냄새가 나요. 아저씨: 무슨 냄새가 나. 늙은 냄새가 나니? 소 년: (망설이다가) 슬픈 냄새요. 사이 소 년: 슬픈 냄새가 나요. 못 닦은 냄비의 눌어붙은 라면 냄새, 찬밥에서 나는 딱딱한 냄새, 보일러를 켜지 않은 방의 차가운 냄새, 혼자 마시는 소주 냄새, 눈알에 초점을 잃은 냄새, 가누지 못하는 오줌의 냄새, 기름기 없이 가늘어진 흰 머리의 냄새. 아저씨: 혼자 늙는 남자의 냄새구나. 소 년: 그냥 슬픈 냄새가 나요. 심심하고 할 일 없어 아무나하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외로운 냄새가 아니에요. 사랑하는 것을 모두 잃고 광야에 서 있는 남자의 냄새. 곧 자신도 잃을 것 같은, 슬픈 냄새가 나요. 사이 소 년: 그냥 빵 냄새만 맡아도 그 슬픔의 냄새가 사라질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살아요? 제가 좋아하는 명대사가 있어요. 아저씨: 명대사? 소 년: 보족세트와 비빔막국수요! 아저씨: 무슨 영화야? 소 년: 영애 누나랑 혜준이 누나랑 선영이 누나랑 홍내 형아랑 현철이 형아가 아름답고. 아저씨: 그래 그게 무슨 영화니? 소 년: 종준이 아저씨랑 해숙이 아줌마가 너무 멋진 구경이요. 자살을 결심했던 소년은 그 말을 듣고 꿀꺽 침을 삼킨 후 살아가게 됩니다. 아저씨: 명대사구나. 소 년: 그러니, 아저씨도 식빵을 먹어요. 아저씨: 그래. 식빵을 먹어야겠구나. 그럼 우선 염색을 빨리 끝내야겠구나. 멋을 부리고 싶구나. 소 년: 좋아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우선 장갑을 끼고. 그들은 오래 조용히 염색을 한다. 빛을 받아 머리에서 윤이 난다. 염색이 끝난다. 아저씨: 고맙다. 잠깐 기다릴래. 염색했으니 머리를 감아야 해. 창포물로. 소 년: 머리 감고 만나요. 아저씨: 그럴까. 소 년: 잘 감아요. 전, 그사이, 같이 먹을 식빵을 사 올게요. 아저씨: 무슨 빵을 사 올 거니? 소 년: 마늘이랑 양파가 들어 있는 빵을 사 올까 해요. 아저씨: 네가 그런 걸 먹을 수 있어? 매울 텐데. 소 년: 아저씨. 나, 이래 봬도, 엄마 남자 친구가 아빠 친구인 사람이에요. 인생이 이렇게 매운데, 그깟 매운 빵 정도야. 아저씨: 그렇구나. 그래 넌, 그럴 수 있겠구나. 나는 매운 인생을 견딜 수가 없는데. 너는 의젓하구나. 소 년: 아저씨, 머리 감고 나와요. 저는 빵을 사 올게요. 아저씨: 그래. 있다 보자. 아저씨는 염색약 도구를 챙기고 저벅저벅 기쁘게 집으로 향한다. 소년도 식빵을 사러 간다. 깡충깡충. 놀이터는 다시 텅 빈다. 오래. 텅 빈 놀이터. 식빵을 사러 갔던 소년이 빵을 사 온다. 소년은 언제나 그렇듯 빵을 가슴에 품고 있다. 소년은 아저씨를 기다린다. 아저씨가 오지 않는다. 어디선가, 구급차 소리. 소년은 식빵을 결국 혼자 뜯어 먹으며 화가 났다. 오랜 시간 소년을 텅 빈 놀이터에 둔 아저씨가 소년에게 온다. 소년 화가 나서 아저씨에게 달려가 아저씨를 때린다. 소 년: 아저씨. 그렇게 제멋대로 하니 자유로워요? 아저씨: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자유롭지 않구나. 소 년: 그럼, 내가 자유롭게 해 줄게요. 죽어 버려. 소년, 깡충 뛰며 아저씨 목을 조르려고 한다. 아저씨: 이제 안 할게. 정말이야. 자유가 뭔지 알고 싶었어. 미안해. 소년, 아저씨의 발목을 때린다. 소 년: 자유가 뭐긴 뭐예요. 자유가 자유지. 아저씨: 자유가 자유구나. 소 년: 엄마는 내게 빵 심부름시킬 때마다 미안해했어요. 미안해하지 말고, 엄마. 낙서나 하지 마. 이미 우리에겐 지울 낙서가 이만큼이야! 아저씨: 그게, 난 힘들구나. 소 년: 이거나 먹어요. 아저씨: (자기 머리를 만지며) 염색이 잘 나왔어. 고마워. 단정하게 잘 가고 싶었어. 사이, 어두워졌다가 환해진다. 다시 놀이터. 놀이터는 조용하다. 소년 혼자 빵을 먹고 있다. 여전히 조용히. 품 안에 넣었던 빵을 새 모이만큼 아주 조금 뜯어서. 다시 품 안에 넣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걸까. 그래 인생을 멀리서 보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평화롭다. 그래 인생을 가까이서 보자. 무슨 일이 계속 일어난다. 그렇다고 평화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볼 것인가. 멀리 볼 것인가. 가까이 볼 것인가. 아저씨가 놀이터로 들어온다. 아저씨 단정하다. 아저씨: 못된 아이야. 소 년: 아저씨. 오우! 몰라봤어요. 아저씨: 너 덕분이다. 나 안 갔어. 가려다 말았어. 소 년: 아저씨를 기다렸어요. 오래 기다렸어요. 그러나 올 거라고 확신했어요. (품 안에 있는 빵을 꺼내며) 이거. 아저씨: 나도, 빵을 기다렸어. 소 년: 절 기다린 거예요? 아니면 빵을 기다린 거예요. 아저씨: 빵을 기다렸지. 네가 사 오겠다고 했던 마늘 양파 빵을. 소 년: 쳇. 아저씨: 삐졌니? 소 년: 조금 먼저 먹었어요. 아저씨: 그 빵을 같이 먹을 너를 기 아저씨: 내가 너 안아 줘도 되니. 살고 싶구나. 소 년: 그럼요. 전 괜찮아요. 언제든 같이 안아요. 다렸지. 사이 아저씨: 그런데, 못된 아이야. 소 년: (소년은 아저씨를 보지 않는다) 네. 아저씨: 너는 식빵을 사러 어디까지 갔니? 소 년: 왜요? 아저씨: 나도 널 너무 오래 기다렸어. 네가 오지 않더구나. 정말 너무 많은 생각을 했어. 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어. 식빵을 사러 어디까지 갔니? 소 년: 아저씨 같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데로요. 아저씨: 나 같은 사람? 나에 대해 알아? 소 년: (냉정하게) 잘 알아요. 당신 같은 사람들. 떠나간 사람만 그리워하는 사람. 고통 속을 떠도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들. 아저씨: 내가 그랬니? 소 년: 우리 엄마랑 똑같아요. 아저씨: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소 년: 나는 아저씨처럼 안 클 거예요. 사이 소 년: 삶은 멀리 있으면 바로 앞에서 안아 줄 것처럼 오라고 하면서 정작 앞으로 가면 멀어져요. 나는 그걸 알아요. 아저씨: 너는 몰라야 하는 걸 너무 빨리 알았구나. 그래서 재밌니? 소 년: 재미가 없을 게 뭐가 있어요. 빵을 사러 갈 때 매일 달라요. 날씨가 달라요. 재밌어요. 길의 사람들이 늙어 가요. 재밌어요. 나무는 키가 자라고 도로는 파여요. 겨울이 되면 보도블록을 새로 깔아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져요. 상처가 나요. 상처가 조금씩 지워져요. 다른 상처가 생겨요. 침을 바르고 약을 바르고 안아 줘요. 몸이 커져요. 비가 오면 차분해져요. 바람 부는 날은 창밖에 화분을 내다 놔요. 아저씨: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바람 부는 날은 지붕이 날아가는 게 아니고. 소 년: 그럼요. 비가 새면 방수공사를 해야겠다, 다른 집 천장은 괜찮을까. 바람이 불면 오즈에 다녀와야겠구나, 같이 다녀와야겠다. 아저씨: 그래서 너는 식빵을 사러 어디까지 갔다 왔니? 어제 그 식빵 집? 소 년: 아뇨. 아저씨 같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데로요. 아저씨, 자꾸 나한테 그런 거 묻지 말고 차라리 빨리 죽어요. 내게 상처만 가득 주고 떠나요. 이기적이고 못된 아저씨야. 사이, 어두워졌다 다시 환해진다. 다시 놀이터. 놀이터는 텅 비어 있다. 아저씨는 자고 있다. 아저씨 옆에 봉지가 있다. 소년이 나타난다. 아저씨 일어난다. 아저씨: 너 또 식빵 사러 가니? 소 년: 네. 아뇨. 아저씨: 네? 아뇨? 소 년: 응, 아니야. 아저씨: 그거 유행하는 말이지. 부정의 긍정 같기도 하고 긍정의 긍정 같기도 하고 긍정의 부정 같기도 하고 부정의 부정 같기도 하구나. 소 년: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아저씨: 모르겠다. 소 년: 저번에 아저씨 오래 기다렸어요. 화났어요. 아저씨: 염색하고 머리를 감고 나니까 잠이 솔솔 왔어. 그래서 아주 오래 깊은 잠에 빠졌어. 소 년: 저를 잊을 정도로요. 아저씨: 너는 안 잊지. 나를 잊고 싶었어. 잊혀지고 싶었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김광석의 노래 그날들 가사 중에서. 사이 소 년: 오늘 제가 사 온 빵은 뭐게요? 아저씨: 빵을 사서 오는 길이었구나. 소 년: 네. 그래서 아까 응, 아니야라고 했어요. 아저씨: 오늘은 무슨 식빵을 사 왔니? 소 년: (아저씨에게 식빵을 주며) 테두리에 설탕이 마구 뿌려진 식빵을 사 왔어요. 아저씨: 맛있구나. 소 년: 이건 조금 식어도 맛있어요. 식빵은 식으면 맛이 덜해요. 그래서 품 안에 오래 두느라 저는 좀 힘들었어요. 저번에 아저씨가 안 오기에, 그걸 다 먹었어요. 처음에는 새 모이만큼 먹었는데 결국 나 혼자 다 먹었어요. 아저씨가 안 오니까 무서워서 나중에는 화가 나서 다 먹었어요. 미안해요. 아저씨: 미안하구나. 사람들이 깨워 줘서 일어났어. 소 년: 괜찮아요. 이제라도 잠에서 깨어났으니까. 아저씨: 이거 정말 맛있구나. 꿀맛이다. 소 년: 꿀맛이라뇨. 설탕 맛이죠. 사이 아저씨: 날 좀 안아 줄래. 소 년: (망설임 없이) 기꺼이요. (안아 준다) 사이 아저씨: 이거 정말 맛있구나. 설탕 맛이 이렇게 맛있다니. 참, 이거. (봉지를 열어 보인다) 소 년: 뭐예요? 아저씨: 사우어크라우트야. 같이 먹자. 소 년: 저번에 말했던. 같이 먹어요. 아저씨: 응. 이걸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같이 못 가서 항상 미안해했어. 소 년: 그 사람은 그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 (사우어크라우트를 먹으며) 맛있다. 짠맛이 단맛이 되었어. 시고 달콤하고 짜고 고소해요. 아저씨: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이제 살아야겠어. 그만해야겠어. 사이 아저씨: 내가 너 안아 줘도 되니. 살고 싶구나. 소 년: 그럼요. 전 괜찮아요. 언제든 같이 안아요. 끝.
  • 체조합시다/김사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소설]

    체조합시다/김사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소설]

    이것은 아시아나 스포츠 상설 매장에서 산 트램펄린. 공중부양. 수양은 뛰고 있다. 흔들리고 있다. 조금씩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다. 전시제품이므로 모서리 변색 있음. 그러나 탄력 좋음. 아시아나 아저씨는 이것이 아주 튼튼한 물건이라고 말했고 정말 그렇게 생겼으니 괜찮겠다 싶지만 수양은 어쩔 수 없이 좀 무서워진다. 그녀는 변색한 트램펄린 모서리를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서 물었다. 아저씨. 만약 부러지면 어떻게 할 건지? 그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요 아가씨…. 맞는 말이다. 수양은 칼을 팔러 가기 전에 튼튼하고 단단한 물건들을 생각하며 오십 분씩 뛰었다. 붉은 벽돌과 철제 의자 강화유리로 된 창문 그리고 칼…. 트램펄린 앞에는 높이 백칠십 센티미터짜리 거울이 있고 수양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열심히 뛴다. 이것은 은근히 땀이 나는 일이므로 겨울에는 얇은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뛰어야 하고 여름에는 다 벗고 뛰어야 한다. 뛰어오를 때는 정말로 공중부양하는 기분이지만 그것은 기분일 뿐이고 어쨌든 떨어지는 일이다. 수양이 영양제나 선크림이나 치약이나 칫솔이 아니라 칼을 파는 이유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무서워서라도 사 준다는 말이다…. 수양은 칼 판매상이다. * 수양은 택기와 알고 지낸 지 꽤 되었고 택기의 사육장에 가 본 적도 있다. 사육장은 동굴처럼 길고 캄캄해서 거기에 무엇이 있기는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빴다. 수양이 택기야 저렇게 하면 토끼가 살 수 있냐 너무 어둡지 않냐 물었을 때 택기는 원래 조명을 켜 두는 곳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어두운 거니 묻자 기주가 깜박한 거라고도 했다. 사육장 입구에는 파란색 파라솔이 있었고 그 아래로 작은 탁자와 바퀴 달린 접이식 침대, 플라스틱 의자를 두었다. 의자에는 헐렁한 러닝셔츠와 익은 노른자색 사부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 늘어져 있었는데, 수양은 그 사람이 말로만 듣던 기주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택기의 둔하고 쓸모없는 동생 기주. 네가 바로 기주다. 기주는 고개를 뒤로 기울인 채 눈을 감은 모습이었고 무릎 위로 까만 총이 놓여 있었다. 택기야 저거 진짜 총이냐. 비비탄총이지. 그렇구나 난 또. 정오를 지나던 때였으므로 하늘을 향한 기주의 얼굴은 서서히 달궈지는 중이었다. 그늘을 벗어난 얼굴 위로 노랗고 깨끗한 햇빛이 일렁거렸으니 기주는 잘 먹고 잘 자라는 중인 아이처럼 보였다. 스포츠머리에다 늘 하얀 두건을 쓰는 택기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수양은 기주의 뺨 위로 조심스레 검지를 얹었고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따듯함을 느꼈다. 택기가 토끼 한 마리를 잡아 사육장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그의 표정은 중요한 약속을 앞둔 사람처럼 신중하고 뻣뻣했다. 기주는 그때까지도 절대 깨지 않았으므로 수양은 택기야 기주가 졸고 있어… 하고 작게 속삭였다. 택기는 기주가 졸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척을 하는 거라고 말했다. 잿빛 토끼는 몸집이 컸다. 그냥 큰 게 아니라 아주 컸다. 택기는 자이언트 토끼라고 말했다. 크고 따듯하고 순한걸. 택기야 이 토끼는 정말로 순하다고. 털에 파묻힌 토끼의 눈이 마름모 모양이었기 때문에 수양은 토끼의 미간을 마름모꼴로 문질렀다. 몸집이 큰 것과는 별개로 토끼는 부드럽고 무른 표피를 가져서 조금만 세게 쥐면 으스러질 것 같았다. 수양이 토끼도 우는가 어떻게 우는가 기억이 나지 않네 하자 택기는 토끼를 가리켜 커서 문제다, 크고 소리도 없어서 문제다, 하고 중얼거렸다. 그게 왜 문제야. 커야 더 좋지. 너는 토끼로 요리하는 요리사니까 커야 좋은 거지. 개새끼들이 도망을 간다고. 토끼는 개새끼가 될 수 없었지만 택기는 달리 부를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도망을 간다니 탈출한다는 것인가. 어떻게 탈출해. 이렇게 큰데. 크기가 이런데. 가끔 유연한 토끼들이 있다고 해도 토끼는 액체가 아니므로 수양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택기가 하는 탕집은 사육장과 마주 보고 있고 탕집 주방 쪽창은 사육장 입구를 향해 나 있었다. 택기는 하얀 두건을 쓰고 방수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탕을 끓인다. 매일 그렇게 한다. 그러다 보면 택기의 몸에서는 아주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수양은 택기의 냄새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 택기가 한참 탕을 끓이다가 쪽창을 쳐다보면 토끼 두어 마리가 잔디밭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택기와 단번에 얼굴이 마주치고 어떤 때는 뒷모습이 보이지만, 뒤돌아 있던 놈도 언젠가 택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어 있고 그러다가 산으로 사라진다고 했다. 택기는 개새끼들이 사람을 놀릴 줄 안다고 싫어했다. 사실 토끼는 번식이 빠른 동물이라서 두어 마리가 없어진다고 문제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택기는 기주더러 탈출하는 놈들을 되는 대로 잡아내라고 거기에 앉혀 두었다. 기주는 그동안 뭔가를 잡아낸 적이 없다. 쟤는 아무것도 못 잡아. 택기가 말했다. 기주는 여태껏 바닥에만 비비탄을 쏘아 댔기 때문에 기주가 앉은 부근으로는 잔디가 자라지 않았고 살짝 젖은 토양이 드러났다. * 수양은 이제 택기의 탕집에서 칼을 팔게 되었지만 원래는 여기저기에서 잘 팔고 다녔다. 모르는 집의 문을 두드리고 칼 세트를 재빠르게 보여 준 뒤 현관에 걸터앉아서 800방짜리 숫돌에다 느릿느릿하게 칼을 갈고 이것 보세요 참 쉽지요 하는 일을 잘했다. 배낭에 챙긴 A4 용지 다발 중 한 장을 꺼낸 뒤에 막 갈아 낸 칼로 비스듬히 잘라 내고 한번 해 보세요 정말 부드럽고 예리하지요 하는 일도 잘했다. 가끔은 몇 달 전에 팔았던 집에 가서 또 팔아 내고 이번에는 업그레이드되었으니 다르다고 거짓말하는 일도. 그런 일을 못 하게 된 것은 어느 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의 집에 갔기 때문인데, 그가 원로 마술사였다는 소문이 있다. 그는 특히 손도 대지 않고 멀리 있는 폭죽을 터뜨리는 마술을 잘했는데 그것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게 없어서 터뜨리고 터뜨리다 귀가 먹었다고 했다. 어쨌든 수양은 원로 마술사쯤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수양이 아무리 이것 보세요 이것 보세요 해도 칼을 제대로 보지 않았고 대신 전화기를 들었다. 수양은 그날 처음으로 지구대에 가 보았는데, 눈썹이 짙고 목소리가 큰 박 순경은 그냥 말하는 것이지만 소리 지르는 것처럼 들리는 볼륨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어요 알아야 해요 하며 조금은 간절한 표정으로 수양의 손을 꼭 붙잡았다. 박 순경의 손바닥이 참 축축해서 수양은 이 사람 겁이 많은 사람이잖아 생각했고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칼 파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그래도 수양은 칼 파는 데 재능이 있었고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지구대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서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지 하며 트램펄린을 뛰었다. 뒤통수가 팽팽하게 조여드는 느낌이 들자 수양은 앞으로도 트램펄린 타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멈추고 싶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기운이 빠져서 잠들었다. 다음 날에는 오전 다섯 시에 잠에서 깼다. 잠 없는 노인들이나 일찍 나가는 공장 사람들한테는 그만큼 이른 시간에 찾아가서 칼을 파는 수밖에 없었으니 수양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 노력하는 편이었는데 그것이 그만 몸에 익어 버린 것이다. 잠자는 동안에는 땀을 조금 흘렸다. 날이 점점 더워져서 그랬다. 수양은 택기가 토끼탕을 잘 끓인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택기가 만든 탕을 먹어 본 적이 없고 그때까지 택기의 얼굴을 본 적도 없었지만, 오가는 길에 택기의 탕집을 자주 보았고 거기에는 늘 사람이 많았으니 그런 집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택기의 탕집 앞에는 국도가 있고 작은 산도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그 작은 산이 국내 100대 명산 중 칠십 번째나 팔십 번째쯤 되었다. 수양은 그 산이 얼마나 명산인지 궁금했다. 지구대에 다녀온 다음 날, 수양은 일찍 일어나게 되었으니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싱크대에서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씻어 낸 뒤 밖으로 나가 아주 천천히 걸었다. 그녀는 무척 여유로운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분한 음악을 듣고 따뜻한 차를 끓여 마신 뒤에 산책하기를 즐기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몸을 앞뒤로 조금씩 흔들어 가며 걸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수양은 칼을 팔러 갈 때 주로 흰옷을 입었는데, 가장 친절하고 상냥해 보이면서도 미묘하게 위협적인 색깔이 바로 흰색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그런 식으로 칼을 팔지 않게 되었으나 자연스레 흰 옷을 골라 입었다는 사실이 좀 웃겼다. 어디서 자꾸만 하나둘하나둘하나둘하나둘 하고 조금도 쉬지 않고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양은 곧 택기의 탕집 앞 잔디밭에 다다랐고 거기에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열을 맞춰 잔뜩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니 저건… 새천년 체조잖아. 수양은 원래 칼을 잘 파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처럼 칼을 많이 팔아 본 적은 없었다. 하나둘하나둘하나둘 구호는 알맞게 외치는데 동작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이 체조를 끝내고 명산이라는 산을 탄다고 우르르 사라졌을 때, 수양은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해, 하며 걷던 길을 다시 걸었고 명산 앞에 있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로 들어섰다.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만두를 팔았는데 택기의 탕집만큼은 아니더라도 장사가 잘됐다. 여기까지 따라오기는 했으나 산을 타기 싫은 아이들이 김밥과 만두를 먹고 있었고 산 타는 사람들만 노리는 일명 등산객 전문 린치족들이 교복을 꼬박꼬박 챙겨 입은 모습으로 담배를 계산하는 중이었다. 수양은 매운맛 만두를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린 뒤에 자리에 앉았다. 김이 나는 만두를 젓가락으로 조금씩 잘라 먹으며 산을 타는 사람들에게 칼을 팔아야겠어 하고 중얼거렸다. 김밥과 만두를 먹던 아이들에게 혹시 칼을 사겠니 물었지만 아이들은 무시했고 김밥에서 빼낸 단무지만 계속해서 찔러 댔다. 수양은 왠지 섭섭해져서 입을 쩝쩝 다셨다. 그래 역시 어른들에게 팔아야겠지…. 수양은 하나둘하나둘하나둘 체조하던 사람들이 내려올 때까지 만두를 야금야금 베어 먹다가 벽걸이형 선풍기의 약풍을 맞으며 졸았다. 그러곤 결국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데 무려 여섯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렇게 작은 산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기에 그만큼이나 걸린단 말인가. 알 수 없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수양은 사람들이 손바닥을 짝짝 부딪치며 내려와서는 곧장 택기의 탕집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고는 집으로 달려가서 칼 세트와 함께 A4 용지가 든 배낭을 챙겼는데, 그 사람들 앞에서는 종이를 자르는 시범 따위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그런 것들을 챙기지 않았다. 택기의 탕집 앞에는 하얀 두건을 쓰고 분홍색 방수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서 있었다. 그것이 바로 택기였다. 택기는 탕집 입구로 들어서려는 수양을 붙잡았다. 탕을 드시려면 예약을 하셔야 하는데요. 저는 탕 먹으러 온 사람 아니거든요. 그런 음식은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왜 들어갑니까? 칼을 좀 팔고 싶어서요. 택기가 수양의 팔뚝을 가볍게 내려놓으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을 때 수양은 이 사람이 설마 나를 좋아하게 되었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택기의 손바닥이 너무 두꺼웠고 반짝거리는 그의 분홍색 앞치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그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길 바랐다. 탕이 싫으면 뭘 좋아하시죠. 택기가 물었다. 저는 감자튀김을 좋아해요. 수양이 대답했다. 산을 좀 타 봤다 하는 사람들은 주로 택기의 탕집에 모인다. 수양이 테이블 여러 개를 이어 붙인 곳으로 다가가서 제 칼을 좀 보시겠어요 하면 어어 그렇지 봐야지 하는 사람들이었다. 수양의 칼은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었고 일주일에 두어 번 방영하는 홈쇼핑 식칼과 유사한 모양새였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수양이 칼을 꺼내 들 때마다 마술을 본 것처럼 좋아했다. 제 칼을 좀 사시겠어요 하면 당연히 사 줘야지 이걸로 기필코 그놈을 죽이고 말리라 그런데 아가씨는 누군가? 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칼을 사게 되어 있다. 수양은 매일 아침 몸을 앞뒤로 흔들며 산책하게 되었다. 하나둘하나둘하나둘 체조하는 사람들을 지켜본 뒤 명산 앞에 있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앉아 조금 식은 만두를 먹었고 할 일이 없어지면 린치족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려 했다. 그들은 늘 길쭉한 막대 모양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그게 어떤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택기는 수양의 칼을 사지 않았지만 매일 웃는 얼굴 모양의 동그란 감자튀김을 내 주었고 수양은 그것을 천천히 먹어 치웠다. * 기주야 너는 왜 토끼를 잡지 못하니. 수양은 매일 택기의 탕집에서 칼을 팔게 되었으므로 기주의 얼굴도 매일 보았다. 택기는 두피부터 손등과 발가락까지 온몸에 땀이 많은 편이었는데 기주는 그렇지 않았다. 기주는 파라솔 아래 탁자 앞에서 밥을 먹고 침대나 플라스틱 의자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하여튼 그런 식으로 종일 바깥에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도 바짝 마른 풀 냄새나 무언가를 태우는 냄새 같은 것만이 났다. 밥을 먹고 나서는 바닥에다 비비탄총을 쏘고 종아리나 팔뚝 주위로 부채질을 조금 하다가 신문에서 오려 낸 스도쿠를 한참 붙잡고 있었는데 빈칸을 모두 채우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수양은 접이식 침대 위에 누워서 천천히 복식호흡을 했다. 언젠가 그것이 송장 자세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주 편안해진다. 너는 왜 토끼를 못 잡냐고. 몰라. 그걸 왜 몰라, 보고 있는데 왜 몰라. 그냥 잠깐 눈을 감았는데 밖으로 나와 있었어, 저기에 서 있었어. 토끼를 왜 좋아하나. 누가? 여기 오는 사람들이. 정력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대. 토끼는 조루라던데?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일간 신문에서 오려 낸 스도쿠가 바람에 날아가도 기주와 수양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내일은 또 다른 스도쿠가 배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주는 공중에서 나부끼는 스도쿠 종이를 보며 이마를 조금 구겼고 모든 것이 무게중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사람의 심장은 아주 미세하게 왼쪽으로 치우친 상태이므로 무게중심도 왼쪽에 있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모두의 왼쪽 엉덩이는 조금 더 눌려 있고 작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왼쪽으로 살짝 돌아앉게 되어 있다고. 안 그래도 사람이라면 모두 그런 편인데, 기주는 특히 자신이 왼쪽으로 조금씩 돌아앉는 상상만 해도 본능처럼 왼쪽으로 이끌리고 그래서 자꾸만 왼쪽을 주시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토끼들은 하필 오른쪽에서만 출몰하고 그런 이유로 도저히 놈들을 발견할 수가 없다고. 그렇지만 기주가 신경을 써서 오른쪽으로 돌아앉아 보아도 변하는 건 없었다. 어떻게 해도 토끼들은 탈출하고 기주는 밥을 먹고 있었거나 스도쿠를 풀고 있었거나 눈을 감고 있었거나 무게중심 때문이었거나 무슨 무슨 이유로 토끼를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 산 쪽으로 멀어지는 토끼를 발견하고 아아아아 토끼가 나타났다 지금은 멀어지는 중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 택기가 뛰어나오지만 이미 모든 게 사라지고 난 뒤였다. 수양은 사라진 토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전에 살아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해졌다. 이만큼이나 사라졌으면 이미 산에는 토끼가 천지일 텐데 산을 타는 사람들은 자꾸만 택기의 탕집에 와서 토끼탕을 먹었고 산을 타다 토끼를 본 사람은 없다고 하니 저녁에는 산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수양은 보이지가 않네 여기로 좀 와 봐라 이리 좀 와라 하며 산을 오르다 페도라를 만났는데, 그가 페도라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페도라는 까맣고 큰 페도라를 쓰고 있었고 걸친 옷이 없었다. 아주 깊은 페도라여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페도라는 줄무늬 사각팬티만 입은 모습으로 큰 소나무를 껴안고 있었는데 팔이 긴 편이어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 같았다. 수양이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서 만난 린치족들을 떠올리며 옷까지 모두 벗겨 가다니 정말 답도 없는 놈들이로군, 하자 페도라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산을 타고 또 탔지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워져서 옷을 한 꺼풀씩 벗었고 이것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벗을 때마다 길을 잃는 기분이더군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다만 뭐라고 했던가요…. 페도라는 여기에서 말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더니 얇고 연약한 목소리를 내었다. 우리는 아주 건강해 너무 건강해 우리는 내일이 없는 사람이에요 하면서 나를 지나쳤습니다. 정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외우는 일은 잘해서 말이죠. 밤이 되니 추워져서 나무를 안고 싶었습니다. 그는 손가락을 세워 모자와 팬티를 가리켰다. 이건 제 자존심이라 남겨 두었습니다. * 택기의 손은 두껍다. 손등은 거칠지만 손바닥은 부드러워서 영 이상한 손이다. 수양은 택기가 탕집 안에서 날카로운 칼을 다루다 그 손까지 어떻게 해 버리는 건 아닌가 가끔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다. 산을 타고 온 사람들은 자리를 떠날 때까지 쉴 새 없이 떠들기 때문에 괴로울 만큼 시끄럽고 그것은 모두 택기의 탕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므로 택기는 자주 지치고 늘어진다. 늘어진 택기는 수양의 집에서 잠을 잔다. 택기의 탕집과 택기와 기주가 사는 집은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데도 택기는 가끔 수양의 집에서 자겠다고 성가시게 굴고 징징거리다 결국 그렇게 했다. 수양은 이제 칼 가는 시범을 보일 필요가 없지만 습관처럼 칼 가는 연습을 하고 트램펄린을 탔다. 그만 타. 왜. 나 머리가 아파. 이것만큼 긴장되는 게 없다고. 수양이 칼을 갈고 있으면 택기가 조용히 옆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허공에다 수양과 같은 동작으로 칼을 갈아 보고 바보 같은 표정을 짓는다. 요리하는 택기는 두건을 쓰는 데다 표정도 굳어 있으니 어느 폭력배의 막내쯤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는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니 정말 바보 같았다. 그러다가 너무 집중하면 택기의 작은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지고 침이 떨어진다. 수양은 그때마다 택기의 목에 하얀 수건을 매 주었다. 아무리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도 침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수건을 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택기는 칼 가는 시늉을 한참 하고 나서 미끄러지듯 바닥에 드러눕는다. 택기야 내일은 몇 마리나 잡냐. 아마 스물세 마리. 그렇구나 바쁘겠다. 택기와 수양은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가까이 붙어 잔 적이 많고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 수양은 아무래도 칼 있는 집에서 하는 건 좀 그렇지, 하고 택기에게 말을 걸고 택기는 나도 방금 개새끼들 잡고 와서 좀, 이라고 대답한 뒤 눈을 감았다. 기주 말로는 자기 몸은 왼쪽이 더 무겁대. 걔는 원래 헛소리를 잘해. 나 어제 페도라를 봤어. 어디서 파는데. 아니 페도라 쓴 사람 봤다고. 어디서 봤는데. 산에서. 산에서 그런 걸 왜 쓰고 있어. 내가 박 순경을 불렀어. 박 순경은 왜. 데려가 줄 것 같아서 불렀어, 진짜 데려가더라. 택기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토끼를 잡아야 하고 수양은 흔들흔들 걷는 산책을 해야 하므로 그때쯤이면 수양이 이제 자자, 하고 그들은 잠을 잤다. 그런데 그날따라 택기가 수양의 팔뚝에 얼굴을 비벼 댔고 수양은 그것이 아주 뜨겁게 느껴졌기 때문에 택기의 얼굴이 언제부터 뜨거웠는지 궁금해졌다. 택기야 너는 왜 요리를 잘하냐. 사실 택기는 요리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었고 탕집은 택기의 고모가 소유하던 것이었는데, 그녀는 매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들기 전 택기와 기주의 얼굴을 조심스레 붙잡고 볼 키스를 해 주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당시의 택기는 이미 어른이었고 그런 일이 시들했지만 어린 기주는 그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고모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생활력이 강했으나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으므로 종일 동물을 관리하고 탕을 끓이는 일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이제는 정말 견딜 수 없겠다고 느낄 때마다 탕집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나기만 했다. 고모는 하루하루 침실 방문을 잠그고 우는 일을 반복했으며 아주 먼 곳에 사는 친구와 긴 통화를 이어 가다 결국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데, 수양은 도대체 그 고모가 어디로 떠났다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말이 되냐. 말이 안 될 건 뭐지 나는 거짓말을 안 하는데. 택기가 말했다. 택기와 기주는 그녀가 아주 먼 곳에 있다던 친구를 찾아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고모로부터 딱 한 번 받은 엽서에는 그런 소식이 적혀 있지 않았고 감기는 걸리지 않았니 하는 식의 시답잖은 안부와 함께 탕을 맛있게 끓이는 조리법이 정갈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고모는 택기 앞으로 분홍색 방수 앞치마가 담긴 택배를 보냈다. 멀리 있는 곳에서 모텔 장사를 시작했으며 경치가 좋다는 내용의 쪽지를 함께 남기곤 연락이 닿지 않았으므로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밤마다 전화를 걸었던 누군가가 정말로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고모가 보낸 엽서 앞면에는 어떤 지역의 문화재 사진이 크게 붙어 있었는데 기주는 택기 몰래 그곳으로 찾아가기 위해 짐을 꾸렸다가 들킨 적이 있다. 어쨌든 택기는 돈 때문에 요리사가 되었고 자꾸자꾸 토끼를 잡고 자꾸자꾸 탕을 끓이다 보면 다 잘하게 되어 있다고도 말했다. 실망이야. 대대로 내려오는 명장 집안인 줄 알았는데. 택기는 이제 내가 명장이 되겠어 하고 속삭였다. * 수양은 아침 식사로 매운 컵라면을 먹은 뒤 집을 나섰다. 그날따라 날이 무척 더웠다. 이상하게도 수양은 배가 아주 헛헛한 기분이었고 뜨겁기도 해서, 어쩐지 저녁이 되면 배가 몹시 고파지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원한 게 먹고 싶다 차갑고 시원한 게, 하며 걸었다. 탕집 앞에서는 하나둘하나둘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대신 몸을 꼭 죄는 회색 양복을 입은 페도라가 서 있었다. 그는 양손을 주먹 쥔 채 정면을 바라보았다. 산 타는 사람들은 구호를 외치는 대신 바둑판처럼 깔끔한 간격을 유지하며 페도라를 마주 보았다. 그 속에서 러닝셔츠를 입은 기주의 뒷모습이 함께 보였다. 바닥에 놓인 시디플레이어에서 노래 전주가 흐르자 수양은 트로트잖아, 했고 가장 뒤에 서 있던 짧은 파마머리 여자가 뒤돌아 이건 샹송이야 아가씨, 하고 단호하게 속삭인 뒤 고개를 돌렸다. 페도라는 긴장한 것처럼 보였는데 정말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오른손을 올려 가슴 부근을 꼭 쥐더니 툭 하고 가볍게 무릎을 꺾어 쓰러지자 산 타는 사람들과 기주가 똑같은 모션을 했다. 왼쪽 가슴 위로 손을 얹고 살며시 주먹을 쥔 뒤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바짝 서 있던 잔디가 푹푹 꺼지는 소리가 얕게 들렸다. 움직임 없이 서 있는 것은 수양과 탕집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택기뿐이었다. 페도라는 곧바로 일어나 정자세를 취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유연하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를 따라 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반복되었고 사람들은 산을 타기 위해 흩어졌으며 페도라는 시디플레이어를 들고 잰걸음으로 멀어졌다. 수양은 그날 밤에 페도라를 다시 만났다. 그는 기주와 함께 접이식 침대에 앉아서 사육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페도라는 페도라를 쓰지 않은 채였고 품이 큰 티셔츠와 반바지에 납작한 가죽 슬리퍼를 신었다. 얼굴 끝이 뾰족한 데다 길쭉하고 마른 몸을 가지고 있어서 물 위에서 흔들리는 수생식물 같은 모습이었다. 침대 옆 의자에는 박 순경이 등을 둥그렇게 말고 앉아 기주의 스도쿠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수양은 그 모습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에 저것이 진짜인가 생각했다. 날이 더웠으므로 휴게소에 들러 과일과 빙과류를 사 오던 길이었고 기주가 수양을 발견하고서 손을 흔들었기 때문에 그들 넷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기주야 택기는 어디 있냐. 사육장에. 또 토끼 잡으러 갔냐. 그래야 내일 팔지. 그렇긴 하지. 수양은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었다. 페도라가 수양에게 수양씨 반갑습니다 하자 수양이 네 페도라씨, 하고 대답했다. 페도라씨와 박 순경님은 왜 여기에 있나요. 저는 지금 박 순경의 집에 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요. 그날부터요. 수양은 페도라의 어조에서 어느 해안지역을 떠올렸으나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다. 기주는 수양에게 페도라가 극장에서 일했다고 일러 주었고 수양은 배우이시군요, 하며 페도라를 바라보았다. 페도라는 그렇다면 그렇고 아니라면 아닌 것도 같다고 대답했다. 박 순경은 수양의 노란 장바구니에서 크림 맛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더니 수양의 칼로 참외를 깎아 탁자 위에 한 조각씩 올려 두었다. 모두 참외를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박 순경은 시간 간격을 두고 참외 다섯 개를 깎아 냈는데, 넷은 그것을 모조리 해치웠다. 탁자 한쪽에 쌓인 참외 껍질이 아주 얇게 깎인 모양새여서 박 순경은 그런 일에 소질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페도라는 수양이 페도라씨, 하고 부를 때마다 턱 끝을 당기며 조금씩 새는 웃음을 참았다. 한때 자신이 그런 별명으로 불렸다고 했다. 그래서 배우라고요 아니라고요. 극장은 극장인데 영화를 보여 주는 극장은 아니고요…. 카바레라고 더 많이 부르던데요…. 그러면 가수인가 보군요. 그것도 애매한 것이 나는 노래에도 소질이 있었지만 다른 것을 조금 더…. 페도라는 관광지에 있는 관광 카바레 출신으로, 밤무대 가수를 노렸으나 실력이 그만큼은 되지 못해서 코미디와 차력을 하다가 나중에는 가수 뒤에서 춤을 추는 댄서가 되었다. 그는 주로 샹송 가수의 뒤편에서 팔다리를 부드럽게 흔들며 흐느적거리는, 춤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춤을 추었다. 노래의 분위기에 맞춰 페도라를 쓰고 실크 셔츠를 입었으므로 전체적으로 잠들기 직전인 사람이 몽롱한 정신으로 침실이나 거실을 슥슥 걸어 대는 느낌이었다. 샹송이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것과는 별개로 카바레에서 잘 통하는 장르는 아니었으니 샹송을 부르던 여자 가수와 페도라가 무대에 올라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대체로 에이급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세워지거나 펑크 난 공연을 메우기 위해 급조하는 식이었다. 원형 무대를 둘러싸고 앉거나 서거나 춤추거나 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이미 정신이 나간 상태여서 이런저런 욕을 하고 술이나 음식 던지기를 좋아했으며 샹송 가수와 페도라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짧은 공연을 마치면 유령처럼 사라지던 샹송 가수와 페도라가 ‘덜떨어진 듀오’로 불리게 된 것은 어느 날 페도라가 춤을 추다 크게 미끄러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춤에는 정교함이나 정신 집중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으니 그는 늘 언제쯤 이따위 춤을 그만두게 될 것인가 골몰하며 춤을 추었다. 그 일은 다만 페도라의 정신이 다른 데 있었고 밑창이 닳아 본드 칠을 한 그의 구두가 미끄러운 무대 바닥을 견디지 못해 생긴 불상사였을 뿐이지만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페도라가 마치 허공에서 날아온 강렬한 펀치를 맞고 쓰러진 사연 있고 가련한 남자로 보였다. 그가 쓰러져 있는 동안 샹송 가수는 엉덩이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클라이맥스를 불렀다. 샹송 가수는 주로 앙리코 마시아스의 ‘추억의 솔렌자라’를 불렀는데 그것은 프랑스의 민요를 빌려 만들어진 노래였고 그날 샹송 가수가 부르던 노래 역시 그것이었다. 아무래도 민요라는 것이 공동체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것이라… 라고 페도라는 덧붙였다. 그 노래는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프랑스인이 아니고서야 웬만한 사람들은 들어 보지도 못했을 곳이 솔렌자라였지만 어느새 솔렌자라는 모두에게 추억의 솔렌자라가 되어 있었다. 페도라가 쓰러지자 사람들이 무대를 주시하기 시작했고 이내 샹송 가수의 목소리를 따라 흥얼거렸다. 무대 아래에서 뒷짐을 지고 서 있던 안내요원은 두 손을 입가로 모은 뒤 야 이 새끼야 계속해, 계속하라고. 멈추지 마!라고 외쳤다. 안내요원과 페도라는 가끔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그가 주춤거리며 일어서자 누군가 휘파람을 불었고 누군가는 소리를 질렀다. 그날부터 샹송 가수와 페도라는 ‘덜떨어진 듀오’로 불리며 완벽한 B급이 되었다. 페도라는 완벽한 B급이 된 이후로 춤을 그만두고 마임을 했다. 주된 특기는 역시 쓰러지거나 넘어지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화살 맞는 남자’를 가장 잘했다. 어떤 식으로 화살을 맞게 되는지는 매번 달라졌기 때문에 ‘덜떨어진 듀오’가 무대에 오르면 페도라는 먼저 무대 앞으로 한 발짝 나서서 말했다. 오늘은 도망치다 화살을 맞는 소년입니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 대신 화살을 맞는 남자입니다 하는 식이었다. 페도라는 관광 카바레의 유명 인사가 되어서 ‘덜떨어진 듀오’가 아닌 ‘페도라’로 불리기 시작했다. 카바레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미 페도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어떤 이유로 화살을 맞는 콘셉트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무엇보다 페도라 역시 그 일을 자꾸만 반복하다 보니 정말로 자신이 화살을 수없이 맞아 본 가슴 아픈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 감정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화살을 맞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일어나느냐였는데,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많았다. 화살을 맞고 쓰러진 뒤에 재빨리 일어나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세였다. 그 외에도 아주 천천히 일어나거나 몸을 조금씩 굴려 일어나거나 하는 많은 방식이 있었다. 화살을 맞는 모습이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보다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는 일이 중요했다. 크고 동그란 무대를 둘러싼 사람들은 무대 앞 바리케이드에 달라붙어 페도라를 향해 다트를 던지는 듯한 가벼운 자세로 툭툭 한 손을 뻗거나 활시위를 당기는 척했고 그러면 페도라는 타이밍을 노려 바닥으로 주저앉아야 했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사람들이 외치는 순간 알맞은 자세로 일어나는 것이 핵심이었다. 어느 틈에 관광 카바레 포스터에는 깊고 검은 페도라를 쓰고 하관만을 드러낸 페도라가 매력적으로 미소 짓는 측면 모습이 들어섰다.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는 ‘페도라는 무조건 일어난다’였다. 사람들이 ‘화살 맞는 남자’를 원한 것은 물론이고 페도라 역시 그런 일에 사로잡혔으므로, 그는 넉넉한 실크 셔츠 대신 흰색 쫄쫄이만을 입고 무대에 서게 되었다. 쫄쫄이는 페도라가 자세를 달리할 때마다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근육을 치밀하게 보여 주었다. 무대 조명 아래에서 길쭉하고 마른 페도라는 석고상처럼 보였다. 페도라는 그날 아침 택기의 탕집 앞에서 ‘화살 맞는 남자’를 시도할 때 입은 양복이 박 순경의 것이라고 했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찾느라고 고생했습니다. 그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기주는 페도라를 향해 떼돈을 벌었냐고 물었다. 물론 그렇지요. 페도라가 답했다. 페도라가 점차 이름을 알리면서 샹송 가수는 잊히게 되었다. 그녀는 카바레에서 완전히 떠나기로 한 날 분장실로 페도라를 불러내었고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자다가 화살이나 맞아라…. 그는 그날의 분장실과 샹송 가수를 상기하며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끝내줬지요. 그는 잠시간 굉장한 화살을 맞은 기분을, 그것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화살이라는 기분을 온몸으로 느꼈고 ‘페도라’로 사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는 이제 밝은 낮부터 일하는 직업을 얻고 싶어졌으므로 골목길에 커피숍을 차렸는데, 그곳은 분명 커피숍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또 다른 카바레가 돼 버리고 말았다. 카바레의 단골들은 종종 무리 지어 커피숍에 들렀다. 그들은 테이블에 앉아 페도라가 내린 커피를 음미하고 얌전히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일을 반복하다 어느새 에이프런을 두른 바리스타 페도라의 구역을 침범했고, 손수 커피를 내려 마신 뒤 커피값과 팁을 금고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장소는 달라졌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페도라는 또다시 화살 맞는 남자가 되어서 쓰러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카바레의 단골들은 매일 아침 일찍 경직된 얼굴로 찾아와서 페도라의 쇼를 관람한 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돌아갔다. 커피숍을 접고 책 대여점과 노래 연습장을 차례로 열었지만, 그것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끝으로 번 돈을 모두 까먹은 페도라가 백화점 주차요원이 되었을 때는 그가 들고 있던 주홍색 경광봉마저 화살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는 멀리 도망쳤고 그렇게 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들은 아주 캄캄한 시간까지 파라솔 아래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줄곧 무덥고 눅눅했다. 페도라의 이마에서 땀이 죽죽 흘러내려 턱 끝에 매달렸다. 기주는 비비탄총을 매만졌고 수양은 사육장 천장에 달린 노란 조명을 바라봤다. 박 순경이 수양씨 아직도 칼을 파신다고요, 하고 물었다. 정말 이상하시네 나한테 왜 자꾸 그러세요. 수양은 억울한 기분으로 되물었다. 저 사실 산을 잘 탑니다. 순경님이 산을 잘 타는데 나더러 어쩌라고요. 저도 린치족이었습니다. 뭐라고요?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박 순경은 코끝을 조금 긁적이다 또다시 수양의 장바구니를 뒤적였다. 이제는 깎아 먹을 참외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날씨가 참 덥네요 같은 말만 몇 번 더 했다. * 페도라는 매일 시디플레이어를 들고 나타났고 사람들은 새천년 체조를 하는 대신 화살 맞는 사람들이 되어 갔다. 쓰러졌다 일어나는 순간에는 분위기가 고조되었기 때문에 모두 흥분한 모습으로 크게 숨 쉬었다. 방수 앞치마를 두른 택기도 종종 수양과 나란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주로 산 타는 사람들 한복판에서 왼쪽 가슴을 그러쥐고 쓰러지는 기주를 구경했다. 택기야 기주가 제일 열심인 거 아냐. 쟤가 얼마나 땀이 없는데 저렇게 축축해지다니. 택기는 가만히 기주를 보다 사육장으로 걸어 들어가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시디플레이어의 노래는 한 시간가량 반복 재생되었으므로 사람들은 한 시간 동안 화살 맞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수양은 이른 오전마다 택기의 탕집 앞에 서서 기주와 페도라를 번갈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런 뒤에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갔다. 페도라는 일이 끝난 후에 시디플레이어를 챙겨 신속하게 걸었다. 아무래도 박 순경과 함께 아침을 먹기 위한 속도일 거라고 수양은 생각했다. 페도라의 ‘화살 맞는 남자’가 또다시 유명해지자 화살 맞는 사람이 되겠다는 이들은 끊임없이 늘어났다. ‘화살 맞는 산악 동호회’ 슬로건이 걸린 전세버스가 페도라를 찾아온 날에는 분반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먼저 맞는 조와 나중에 맞는 조로 나뉘었다. 그날의 페도라는 이전보다 땀을 많이 흘렸고 모든 일을 마친 뒤 ‘명산 앞 간이 휴게소’ 쪽으로 걸어가는 수양을 불러 세웠다. 수양씨, 칼을 파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다 알면서 왜 그러세요. 페도라가 입가를 우물우물 달싹였다. 나를 죽여 주십시오…. 수양은 그 순간 몹시 울고 싶어졌다. 나는 칼 파는 사람이지 칼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하고 말한 뒤 침을 삼켰다. 잘 알고 있습니다. 페도라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깊게 미소 지었다. 수양은 바로 그 미소가 한때 관광 카바레 포스터 속에 자리했던 그의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수양씨, 나는 이제 평생 이렇게 살게 되었습니다. 페도라는 느린 걸음으로 멀어졌다. 페도라의 속도가 아주 느렸기 때문에, 수양은 그의 크기가 도저히 작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 걸었고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앉아 만두를 베어 먹다 다리를 덜덜 떠는 린치족과 눈이 마주쳤다. 이봐, 한가하면 우리랑 놀지 그래? 우리는 꽤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나는 칼 파는 사람이다…. 어쩌라고! 크게 외친 린치족이 도망쳤다. 흐트러진 플라스틱 의자를 보던 수양은 애매한 기분이 되어서 린치족의 목소리를 되새겼다. * 페도라가 자취를 감춘 어느 아침에도 시디플레이어는 잔디밭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산 타는 사람들과 기주는 화살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착실히 열을 맞췄다. 기주가 시디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택기가 사육장 밖으로 뛰어나왔다. 수양은 사육장 바깥으로 몸을 내민 잿빛 토끼를 단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너는 그때 그 토끼구나. 너는 지금까지 계속 거기에 있었구나…. 잿빛 토끼 뒤로 몇 마리의 토끼들이 튀어나와 잔디밭 위에 선 사람들 사이를 헤집었다. 빠르고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오랫동안 화살 맞기를 훈련한 기주는 교묘한 움직임으로 발밑의 토끼를 피할 수 있었으므로, 끊임없이 화살을 맞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정면을 바라보는 자세를 취했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고꾸라지다 분산되었다. 몇몇이 토끼를 잡기 위해 두 손을 죄며 바닥 가까이 몸을 숙였고 토끼는 매끄러운 몸짓으로 벗어났다. 택기가 기주의 비비탄총을 손에 들었지만 비비탄이 다 떨어져 틱틱 소리만 났다. 제법 많이 사라진 토끼 때문에 택기는 한동안 탕집 문을 닫았다. 박 순경은 꽤 오랜 시간 페도라를 찾다 ‘명산 앞 간이 휴게소’ CCTV에 찍힌 그의 마지막 흔적을 확인한 뒤 조용해졌다. 화면 속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기주야 너는 이제 화살을 맞지 않니. 나는 이제 다 해냈어. 화살 맞는 사람들은 드문드문 찾아오다 발길을 끊었다. 페도라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한 모든 것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수양은 이제 페도라의 옆얼굴이나 자세, 목소리와 같은 것들을 묘연한 실루엣만으로 떠올렸다. 그러고는 택기와 잠을 자거나 트램펄린을 타거나 칼을 갈았다. 깰 생각 없이 느슨하고 풀어진 얼굴로 잠을 자는 기주의 뺨 위로, 수양은 그들이 아주 처음 만난 날처럼 손가락을 얹었다가 뗐다. 박 순경은 새로 마련한 자신의 과도로 참외를 깎았다. 그는 매일 누군가 내버려 둔 스도쿠를 채워 넣는 데 몰두했는데, 어떤 날에는 작은 탄성과 함께 저기에 토끼가, 하며 잔디밭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건 진짜 토끼야, 진짜다. 작게 속삭인 수양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러나 방수 앞치마를 한쪽 어깨에 걸친 택기가 탕집 처마 아래에 서서 그곳을 바라보기만 했으므로 수양은 걸음을 멈추었다.
  • 프리선언 10년 전현무 “악플 시달려” 왈칵, 눈물의 대상

    프리선언 10년 전현무 “악플 시달려” 왈칵, 눈물의 대상

    방송인 전현무가 ‘2022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눈물을 보였다. 이날 대상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후보에 오른 전현무는 2017년 이후 MBC 방송연예대상을 거머쥐었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전현무는 “순간 눈물이 나올까 했는데 사람을 이 꼴로 만들어 눈물이 쏙 들어갔다. 어떤 몰골인지 모르겠는데 사실 축포가 처지고 내가 호명이 될 때 순간 눈물이 좀 쏟아져 나올 뻔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게 왜 그런가 생각 해봤는데 이경규 선배님이 공로상 받을 때 이후로 정신이 혼미했다 없던 공황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어지러웠다. 멋지게 수상 소감을 하고 싶었는데 이걸 씌어놓으니”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나 혼자 산다’냐, ‘전지적 참견 시점’이냐 같은 난감한 질문이 있을 때마다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두 프로 모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두 다리 같은 프로다”라며 애정을 내비쳤다. 전현무는 “‘나 혼자 산다’는 내게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외아들로 자라면서 되게 외롭게 컸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나운서가 됐고 프리로 나와 여러 예능을 전전하면서 웃기고 싶은 마음은 많지만 능력이 부족해 욕도 많이 먹었고 이 길이 아닌가 싶었던 적도 많았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지 않나. 많은 예능인이 공감하겠지만 악플에 시달리고 좋지 않은 여론이 있어도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이경규, 유재석, 김국진 형에게 받았던 즐거운 선한 에너지를 부족한 능력이지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프리를 했다. 부족한 저를 받아준 게 MBC다“라고 했다.이 대목에서 끝내 눈물을 보인 전현무는 ”올해로 프리랜서를 선언한지 10년 됐다. 10년 만에 능력이 많이 충출해졌는지 모르지만 초심은 잃지 않았다. ’일밤‘을 보며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10년, 20년 뒤에도 트랜드를 쫓고 파김치를 담그고 그림 그리는 아저씨같이 여러분 옆에 머물고 싶다“고 다짐했다. 동료 방송인들에게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전현무는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 너무 고맙다. 2년간 떠나있을 때 든든히 지켜줬고 여동생, 군대 동기 같다. 정말 고맙다. 형제가 없는데 처음으로 가족애를 느끼게 해준 프로가 ’나 혼자 산다‘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안84는 셋째 동생 같다. 코쿤은 영혼의 파트너다. 전생에 내 연인이었던 것 같다. 눈빛만 봐도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다. 장우와 이번에 베트남을 갔다 와서 친해져 좋다. 예능에서 샤이니 루시퍼를 췄는데 키와도 친해졌다. 광규 형님은 10년 전에 ’나 혼자 산다‘에 들어올 때 ’넌 나같이 될 거야‘라고 했는데 내가 어느덧 그 나이가 돼 형과 닮아가고 있다. 주승이도 너무 고맙고 내년에 더 많은 영상 촬영했으면 한다“고 했다. 전현무는 또 ”이영자 선배님이 힘내라면서 최고의 MC라고 말해줬는데 그 말에 힘을 얻고 열심히 녹화한다. 돈 한 푼 안 내고 잘 배우고 있다. 송은이 선배님도 스승 같고 이국주, 홍현희, 양세형, 유병재은 나보다 동생이지만 예능 선배 같은 친구들이다. 권율은 잘생긴 개그맨이다. 더 친해지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 혼자 산다‘의 허항 PD가 좋은 상(올해의 예능프로그램상)을 받았다. 2년간 떠나 있을때 다시 하자고 손을 내밀어줘 고맙다. ’전참시‘는 나와 같이 태어난 프로라서 애정이 간다. 외로울 때 MBC 예능을 보며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고 생각한 마음이 절대 변치 않지 않을 것이다. 초심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더 여러분에게 큰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전현무는 ”이 사회에서 살면서 어떤 기여를 할까 고민한다. 작게나마 얼굴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거더라. 더 많이 베풀고 다가가고 솔직한 전현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 ‘억만금보다 값진 정성’ 한파 녹이는 평범한 기부천사들

    ‘억만금보다 값진 정성’ 한파 녹이는 평범한 기부천사들

    불황 속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우리 동네 평범한 기부천사들이 세밑을 훈훈하게 데우고 있다. 성금만 전달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얼굴없는 천사부터 용돈을 모아 기부하는 어린 아이들까지 나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22일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해마다 기부금 규모가 줄어드는 가운데 최근 소액 개인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익산 원광대학교 근처에 ‘쿠키붕어빵’을 운영하고 있는 김남수(63) 씨는 하루에 만원씩 모은 365만원이 든 봉투를 들고 연말에 익산시청을 찾는다. 기부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올해 초에는 강원·경북지역 산불 피해자들에게 전해달라며 성금 400만원도 전달했다. 올해도 익산시청에 기부 의사를 밝혔다. 김 씨는 “사업체 3개가 IMF로 문을 닫으면서 힘들고 배고픈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여건이 된다면 계속해서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정읍시 영원면 ‘기부 천사 붕어빵 형제’로 불리는 운학마을 김영중(71) 이장과 백양마을 김해중(69) 이장 형제는 지난 20일 정읍시청 주차장 한편에 사랑의 붕어빵 나눔 부스를 꾸리고, 주민들과 공무원들에게 갓 구운 붕어빵을 나눴다. 최근에는 영원면사무소에 230만원 상당의 백미 10㎏ 100포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의 선행은 햇수로 벌써 8년이 지났다. 김영중 이장은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이웃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부안군 위도면 식도마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운영하는 이영수 씨는 동전 모금함을 만들어 매년 위도면사무소에 전달하고 있다.그는 1년동안 모금한 뒤 2020년 35만원, 2021년도 25만원, 올해는 21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착한가게에도 가입해 매월 기부금을 납부하는 등 지역사회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도 이웃사랑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군산의 산북중학교 박민규 교사와 학생들은 2018년부터 매년 학교 축제부스를 운영을 통해 마련한 수익금으로 연탄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0일 지역의 어려운 가정을 찾아다니며 연탄을 날랐다. 박민규 교사는 “힘들게 마련한 돈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아이들은 물론, 모금활동과 연탄 봉사활동에 동참해준 교직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앞서 지난 10월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형제가 3년간 모은 용돈을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줬다. 전주시 인후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정연우(11)·정지우(9) 형제는 심부름과 착한일, 독서 등을 하고 부모에게 받은 용돈을 3년간 모아 전주시복지재단에 100만원을 기부했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불경기로 전반적으로 온정의 손길은 줄고 있지만 개인 기부가 이를 채우고 있다”며 “소액이라도 모이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 임원희, 서울 25평 아파트에 “자가가 우리 중 나 밖에”

    임원희, 서울 25평 아파트에 “자가가 우리 중 나 밖에”

    방송인 이상민이 임원희가 멤버 중 유일 자가 소유자임을 밝혔다. 20일 방송된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는 배우 김수로와 강성진이 출연했다. 이날 이상민은 김수로와 강성진이 등장하자 “2022년도 다 가고 해서 한돈으로 오늘 파티 한 번 하는 것”이라며 말했다. 그러자 김수로는 “이렇게 한 끼 때우는 거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난 원희 집 처음 와 본다”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에 이상민이 “유일하게 우리 중 자가”라고 설명하자 김수로는 “집이 작다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를 들은 임원희는 “자가가 우리 중에 나 밖에 없다”고 말했고 탁재훈은 “이 아저씨들 누가 불렀냐”며 투덜댔다. 한편 임원희는 지난 방송을 통해 본인 소유의 서울 25평 아파트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 [길섶에서] 아살세/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아살세/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고장 난 온수매트를 버리려 낑낑대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늦은 시간이라 중간에 누가 타는 일이 거의 없는데 그날따라 낯선 아저씨 한 분이 합류했다. 키보다 훨씬 큰 매트를 들고 있는 게 안쓰러워 보였을까. 1층에서 문이 열리자 그는 “같이 들어 드릴까요” 하더니 대답할 새도 없이 매트를 번쩍 들고 분리수거장까지 성큼성큼 앞장섰다. 출퇴근 환경이 바뀌어서 갑자기 마주하게 된 만원버스. 간신히 올라탄 버스 풍경이 익숙지 않다. 교통카드를 대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을 뻗어 보지만 좀체 공간과 거리가 확보되지 않는다. 부탁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낯선 손이 내 카드를 쓱 옮겨 쥔다. 단말기에 대준 뒤 다시 건네주는 손. 너무 혼잡해 얼굴을 볼 수 없다. 친절한 손만 있다. 고마움의 기억은 나도 누군가의 카드를 단말기에 대주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교통카드는 말이 생략된 채 생면부지 주인들 간의 손에서 손으로 건너간다. 아살세,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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