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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깔깔깔]

    ●구두쇠 남자 구두쇠 남자가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옆에 서 있던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옆 사람:어디 가십니까? 구두쇠 남자:제주도로 신혼여행 갑니다. 옆 사람:그러면 신부는 어디 있지요? 구두쇠 남자:동행하지 않기로 했어요.전에 가본 일이 있다고 해서 집에 떼어 놓고 가는 길입니다. ●흔들리는 전봇대 늦은 밤 한 중년 신사가 술에 취한 채 길가에서 오줌을 누려고 전봇대 앞에 서 있었다. 신사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오줌을 누지 못하고 있자 그 옆을 지나가던 한 청년이 그 신사에게 말했다. “아저씨,좀 도와드릴까요.” 신사는 기특하다는 얼굴로 청년을 보더니 말했다. “난 괜찮으니 흔들리는 전봇대나 좀 잡아줘.”˝
  • 여름더위 날릴 코믹· 섹시광고 돌풍

    덥고 짜증나는 여름 무더위에는 시원한 웃음 한방과 짜릿한 섹시함을 안겨주는 광고가 제격이다.날씨가 더워지면서 계절 상품을 중심으로 코믹 섹시 광고가 대거 선보이고 있다.대표 주자는 엽기적인 재미를 내세우고 있는 환타 광고.올들어 일본에서 제작된 광고 중 재미있고 한국적 상황에도 맞는 광고를 그대로 내보내고 있다. 여름을 맞아 선보인 엽기 시리즈 가운데 하나는 비키니를 입은 소녀가 환타캔을 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다이빙을 하던 남자가 그대로 날아와 환타를 채가는데 이 남자의 벗겨진 머리와 볼록 나온 배가 한 번 더 웃음을 자아낸다. 또 다른 환타 광고는 백사장에서 환타를 가지고 놀던 남녀가 캔을 따자 환타에서 날아간 탄산이 산을 폭파시켜버리는 것.일본 모델들의 황당하고 무표정한 얼굴이 인상적이다. 허무 개그를 연상시키는 일본의 환타 광고 가운데 엽기 교사 시리즈는 국내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돌아다닐 정도로 인기다. 해태제과의 트위스트킹과 바삭바삭 소보로도 환타 광고를 연상시키는 일본풍 분위기에다 엽기적 재미를 선사한다. 트위스트킹 광고 노래는 20년 경력의 국내 CM송의 대부 김도향씨가 직접 불렀다.‘새빨간 딸기가 부끄러워 몸을 꽈 비비비비비∼틀어서 트위스트킹 꽁꽁’으로 끝나는 노래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엽기적으로 몸을 꼬아대는 모델들이 엉뚱한 웃음을 선사한다. 문방구 앞에서 오락을 하는 학생,옥상에서 빨래를 너는 여학생,마루에 누워 배를 만지며 만화를 보는 남학생 등 평범한 일상 속의 인물들이 김도향씨의 비비비비∼ 노래만 나오면 열정적으로 온몸 트위스트를 춘다. 80년대 초 롯데삼강 스크루바의 ‘삑삑 꼬였네 들쑥날쑥해∼’란 CM송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김씨는 오랜 만에 만든 트위스트깅 노래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한다. 트위스트킹처럼 역시 세편의 시리즈로 제작된 해태의 바삭바삭 소보로 광고도 일상에서의 엽기적인 재미를 선보인다. 드라마는 물론 광고에서도 예의 밉지않은 너스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차태현이 BBQ광고에서는 닭살스러운 섹시함으로 무장했다. 탤런트 한혜진과 연인으로 등장,서로의 입에 도톰한 닭살을 뜯어 넣어주며 연방 ‘아아아∼’하는 야릇한 감탄사를 토해낸다.커플의 닭살스러움에 치를 떠는 가로등에 매달린 동네 아저씨 역은 제일기획의 카메오 전문 오경수 아트디렉터가 맡았다. 오씨는 그동안 귀뚜라미 보일러의 수위아저씨,스카이라이프의 아빠 등 30여편의 광고에 카메오로 등장했다.‘쉘위댄스’‘으랏차차 스모부’‘라이온 선생’ 등에 출연한 대머리 일본배우 다케나카 나오토에 버금가는 엽기적 표정연기로 제일기획에서 제작하지 않는 광고에도 가끔 출연 섭외가 들어온다고 한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마니아]옆집 아저씨 축구 ★ 되다

    ‘뚝도축구회(회장 김근홍)’가 성동구청장기 생활체육축구대회 청년부(30대) 3연패를 달성했다.이로써 뚝도축구회는 대회규정에 따라 우승기를 영구 소지하게 됐다. 제26회 성동구청장기 생활체육축구대회가 지난 6일(일) 18개 동호회가 참가한 가운데 미사리 축구장에서 치러졌다.청년부·장년부(40대)·노년부(50대)로 나뉘어 치러진 이날 결승 경기는 종로구·성북구 경기와는 달리 잔디구장에서 열려 선수들이 평소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었다. 24·25회 대회 청년부를 2년 연속 석권한 뚝도축구회 김 회장은 “이번 기회에 꼭 3연패를 달성해 우승기를 우리 것으로 만들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전통의 강호 ‘마장축구회’장재흥 회장은 “다른 것은 몰라도 뚝도의 3연패만은 막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양팀의 결승전은 전·후반 50분 내내 불꽃튀는 접전이었다.전반은 뚝도의 공격수 이병낙(35·의류업)·양철의(39·IT업) 선수의 빠른 발을 이용한 왼쪽 돌파가 주효했다.지속적으로 왼쪽 돌파를 시도하던 뚝도는 전반 12분 마장의 수비가 잘못 걷어낸 공을 양철의 선수가 오른쪽 구석으로 강하게 때린 슛으로 첫골을 뽑아냈다. 전반을 1대0으로 마무리한 뚝도는 후반전에도 우세한 경기를 펼쳐갔다. 후반 5분 전반부터 활기찬 경기를 펼치던 뚝도의 이병낙 선수가 왼쪽에서 올라오는 센터링을 가볍게 방향을 바꿔 추가골을 성공시켰다.2대0으로 끌려가던 마장은 후반 8분 김영주 선수가 만회골을 터뜨렸으나 기쁨도 잠시,바로 1분 뒤 다시 뚝도의 이병낙 선수에게 20m 이상 단독 드리블 찬스를 허용,추가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전체적인 경기 분위기는 뚝도 쪽으로 급선회했다.뚝도는 여세를 몰아 후반 종반무렵 마장의 오프사이드 작전을 뚫고 김행진(33·상업) 선수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들어 골키퍼를 제치고 가볍게 마지막 골을 성공시켰다.경기결과는 4대1.뚝도팀이 청년부 3연패를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앞서 치러진 노년부 결승에서는 금일축구회(회장 장이식)와 무학축구회(회장 한창우)의 경기가 있었다.양팀은 전·후반 50분,연장 전·후반 30분 동안 결판을 짓지 못하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결과 금일축구회가 무학축구회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이날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장년부 결승에서는 응봉축구회(회장 이영기)가 마장축구회를 2대1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마장축구회는 청년부·장년부 모두 결승에 올랐으나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뚝도’의 힘은 인터넷 구청장기 3연패를 달성한 ‘뚝도축구회’는 성수2가 1동에 있는 경수초등학교 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축구 동호회다.현재 60여명의 회원이 있으며 김근홍·이재균씨가 각각 회장과 총무를 맡고 있다. 뚝도팀이 3연패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던 점도 있지만,다른 팀들과는 달리 인터넷 홈페이지(www.ddsoccer.pe.kr)를 통한 회원 상호간의 교류가 잦았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프로경기가 아닌 ‘동네축구’에서는 개인의 경기력보다는 특히 회원 상호간의 신뢰와 팀워크 등이 승부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밥먹고 뛰면 백전백패” “아무리 이웃사촌끼리 모여 만든 팀이라도 전략부재로 결승전에서 졌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성동구 생활체육 축구대회에서 결승전에 오른 청년·장년·노년 등 3개 부문 감독들은 모두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청년부와 장년부 모두 결승전에 올려 놓은 마장축구회의 김영래(43) 감독은 “체력과 패기를 무기로 뛰는 청년부는 3∼4명의 스타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힘의 경기를 펼치겠다.”면서 “불혹을 넘긴 장년부는 아무래도 후반전에 체력이 떨어지니 모든 선수가 공을 협공하는 ‘동네축구 방식’을 구사하겠다.”고 말했다.김 감독은 특히 올해는 동계특별훈련까지 받았으며 팀의 허리인 미드필드를 튼실하게 재배치했다고 밝혔다.하지만 이날 마장 청년부는 뚝도에 4대1로,장년부는 응봉에 2대1로 모두 졌다.마장 청년부를 침몰시킨 뚝도축구회 김명수(55) 감독은 경기전 인터뷰에서 “운이 많이 작용하는 동네축구의 수준은 차이가 크지 않다.”고 겸손해했으나 마장을 대파하자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투톱체제’를 적용한 것이 주효했다.”면서 팀의 비밀병기인 30번과 37번 선수를 가리켰다.김 감독은 또 마장 청년부가 오프사이드 작전을 구사하다 기습골에 맥없이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김형식(54) 무학축구회 감독은 경기전 “50대 초반의 체력이 무궁무진해 문제 없다.”면서 자신감을 보였으나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아깝게 패하자 “심판이 경기 운영의 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우리 선수 1명을 퇴장시키는 바람에 팀 전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면서 아쉬워했다. 승부차기로 우승컵을 거머쥔 이재철(62) 금일축구회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식사한 뒤 바로 뛰는 바람에 무학팀에 패배했다.”면서 “이번 경기에서 팀 차원에서 식사량을 조절한 것이 승리의 1등 공신”이라고 말했다. 장년부에서 우승한 응봉축구회의 이인현(52) 감독은 “끈끈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삷과 경영이야기] (13) ‘마라톤 CEO’ 구자준 LG화재 사장

    지난 4일 오전 서울 다동 LG화재 본사 사장실.인터뷰 도중 구자준 사장의 휴대전화에서 ‘띠리링∼’ 문자메시지 도착음이 울렸다.‘5월 손익 ○○억원 초과 달성.목표치 상회.상세보고 예정-권중원 드림’경영기획본부장의 보고를 받은 구 사장이 노란색 최신형 카메라폰 위로 잰 손놀림을 이어간다.‘수고했음.오후에 상세보고 바람-구자준’ 분당 200타는 됨직한 능숙한 문자입력 솜씨.“허리춤에 전화기 차고 다니면 아저씨 취급 받는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있나요.” 구 사장에게서 대기업 오너라는 딱딱한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다.아침에 직원들과 달리기로 땀을 낸 뒤 설렁탕 한 그릇 하는 걸 최고로 친다는 그 스타일 그대로다.미사일공학 엔지니어에서 보험업계 대표 경영인으로 연착륙하기까지의 경험과 철학을 들어봤다. ●미사일공학 엔지니어가 보험CEO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창업자 가족치고는 너무 늦게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하지만 나는 그런 대접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다.집안 전통이기도 하다.대학 졸업하고 금성사(현 LG전자)에 말단으로 들어가 남들과 똑같은 과정 밟아 입사 13년 만인 1986년에야 처음 임원이 됐다.우리 연배의 경우 사원에서 임원까지 평균이 15년이 걸렸으니까 2년 정도 혜택 본 것 아니냐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만일 위에서 배려해 주었더라도 내가 거부했을 것이다.폼잡는 데 익숙해지 있지 않다.어려서부터 부잣집 아들이란 소리 신물나게 들었지만,남들 다 걸어가는데 나 혼자 차 타고 편하게 갈 성격이 아니다. -원래 나는 서울대가 목표였다.그러나 68년 초 대학입시를 얼마 안 남기고 급성맹장염에 걸려 시험을 제때 보지 못했다.그래서 잠시 미국행(캔자스대,미주리대)을 하기도 했지만 70년 다시 돌아와 한양대에 들어갔다.다른 건 몰라도 수학만큼은 천재소리를 들었던 나는 공과대학을 택했고 74년 금성사에 입사했다. -현장에서 직원들과 같이 생활했는데 동료들은 ‘저 사람은 사주집안 자식이니까 곧 경영진이 될 것’이라고 수군거렸다.하지만 내 스타일을 알게 된 뒤 금세 친구가 됐다.얼마 후 방위산업 부문이 금성정밀로 분사됐고,나는 이곳에서 대학 전공을 살려 미사일 개발 분야를 맡았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미사일 연구를 가장 많이 한 축에 내가 끼지 않을까 싶다.그때 우리 팀에서 해낸 일이 미국산 호크 미사일의 재(再)장착 작업 국산화였다.미사일은 실전배치된 뒤 몇년 지나면 정기적으로 내부 전자장비 등을 개보수해 재장착을 해야 한다.그때까지 우리나라는 기술력이 없어 재장착을 하려면 일일이 미사일을 미국으로 보내야 했다.미사일 기술 국산화는 지금도 나에게 커다란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마침 이번에 그 회사(현 LG이노텍내 방산부문)가 LG화재에 인수돼 ‘넥스원 퓨처’라는 계열사로 다음달 1일 출범한다. -99년 LG그룹 계열분리로 나는 생전 몰랐던 보험업계에 발을 들였다.용어부터 낯선 보험업계는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농사꾼이 사무실에 넥타이 매고 앉은 격이었다.“어이쿠,바로 일에 뛰어들었다가는 괜히 회사에 방해만 되겠다.” -2000년 1월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보험전문대학원 TCI에 입학했다.우리 나이로 50줄에 접어든 때였지만 여유 부릴 계제가 아니었다.그러나 그해 여름 LG화재의 자회사였던 럭키생명이 최악의 경영난에 직면했다.서둘러 귀국했다. ●퇴출위기 회사맡아 ‘마라톤경영’ 시작 -럭키생명 사장은 CEO로서 첫자리치고는 너무나 여건이 가혹했다.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한 퇴출 직전의 회사였다.사장 한달 접대비가 고작 200만원.마냥 고민할 만큼의 여유도 나에겐 없었다.더욱이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사원들 앞에서 나까지 힘든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다. -골프를 끊었다.당시 내 골프실력은 핸디3에 이를 만큼 수준급이었다.“많지 않은 돈으로 직원들을 다독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마라톤이었다.새벽이나 휴일에 직원들을 불러모았다.1시간 정도 뛰고 나서 설렁탕 한 그릇 같이 먹으면 50명이 모여도 20만원이면 족했다.가장 힘들다는 영업소의 소장들을 선발해 함께 달리기를 하기도 했다.나는 매번 꼴찌였다.맨 뒤에 처져 있는 소장들을 도착점까지 이끌어야 했다.1년여 전 시작한 달리기는 많은 힘이 돼 주었다. -자연스럽게 사내 술자리가 줄었다.어려운 회사일수록 술자리가 잦다.쓰린 마음을 달래려고 술을 마시고,다음날 컨디션이 안 좋으니 열심히 일을 안 하고,그러다 보니 실적 안 오르고,또 술을 찾게 되는 ‘술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마라톤 경영’이라고 명명한 경영기법은 여기에서 비롯됐다.마라톤과 보험업은 비슷한 점이 많다.둘다 한번 경쟁에서 처지면 선두를 따라잡기 힘들다.제조업은 한번 대박이 터지면 수직상승을 하지만 10원,10원씩 꾸준히 돈이 쌓이는 보험은 그게 불가능하다. -보험과 마라톤에는 철저한 준비와 기초체력이 필요하다.순간적인 재치나 순발력,기술만으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지구력도 마찬가지다.보험의 ‘보’자만 들어도 고개를 돌리는 게 사람들 심리다.그때마다 지쳐 포기한다면 레이스는 그걸로 끝이다.적응력과 순발력도 보험과 마라톤의 공통점이다.마라톤 코스에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는 것처럼 보험업도 순간순간 바뀌는 영업환경에 적응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마지막으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란 점이 똑같다.통상 42㎞ 구간 중 35㎞ 지점이 되면 도저히 못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그러나 거기에서 포기하면 35㎞까지의 고생과 노력도 말짱 헛일이 된다. -흔히 쓰는 말 중에 ‘못 먹어도 고’란 게 있다.왜 먹을 수가 없는데 ‘고’를 하나.당연히 ‘스톱’이어야 한다.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접어야 한다.대신 확실하게 판단을 내려 게임에 뛰어들었으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우리 LG화재 경영의 1차 목표는 ‘이기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단지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자기 마라톤 기록을 2시간30분에서 2시간으로 단축시킨다 한들 남들이 1시간30분에 들어왔다면 자기 자신한테는 이겼을지 몰라도 다른 선수에게 이긴 것은 될 수가 없다. -LG화재는 ‘비전 2010’이라는 경영목표를 갖고 있다.지금은 업계 3∼4위이지만 2010년에는 확고한 2위를 차지해 1위 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그 핵심수단이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기본기,지구력,순발력 등 모든 조직역량을 총동원하는 ‘마라톤 경영’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뷰로크라시’(관료주의)다.금성사에 있을 때부터 뷰로크라시를 없애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회사내 상관은 휴일에 등산 가서도 상관이고,골프를 칠 때도 상관일 때가 많다.그러면 그 회사는 경직돼 있는 것이다.윗사람에게 문제점을 제대로 건의하지 못한다는 말도 된다.내가 보고를 휴대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받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왜 다들 바쁜데 사장실 앞에 서류철 들고 죽 늘어서서 기다리나. ●‘이기는 회사’ 목표 줄서기부터 없애 -사장실 앞 줄서기는 내부 줄서기와 무관치 않을 수 없다.직원의 업무능력이 인사 고과평가의 90% 이상이 돼야 하는 데 줄서기가 만연하면 그게 어렵게 된다.직원들의 신뢰가 깨지면 인사고과의 공정성이 사라지고 투명한 인사로 평가받지 못한다.줄서기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이기는 회사’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인사청탁은 있을 수 없다.정기인사때 일정 직급 이상 직원의 인사파일을 모두 내가 외우듯이 들여다보는 이유다. -우리 사회 전반에 비효율이 너무 많다.예를 들어 해외에서 쓸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려면 미국에서는 단돈 10달러와 자국 면허증만 있으면 되는데,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여권 사본을 내야 한다.여권없이 해외 나가는 사람도 있나.어차피 출국할 때 없으면 안되는 서류를 왜 번거롭게 중복해서 한번 더 제출하게 하나.대입 수능시험도 그렇다.해마다 한번씩 직장인 출근시간을 늦추고,경찰들이 수험생을 실어나르기 위해 오토바이 비상대기를 한다.차가 막혀 도착하지 못한 수험생이 울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시험시간을 몇 시간 늦추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 아닌가.인감증명은 일제시대 잔재인데 정작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다. -어른들을 위해 한마디.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자녀에게 직접 사랑을 표현해 보라.어색하지도 번거롭지도 않고 즉석에서 바로바로 답장이 날아온다.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를 늘리는 데 이것만한 게 없을 것 같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구자준 사장은 구자준(具滋俊·53) LG화재 사장은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 고 구철회 회장의 4남4녀 중 막내다.반도상사(현 LG상사)와 락희화학공업(LG화학) 등의 사장을 지낸 구철회 회장은 창업주와 동고동락하며 그룹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구 사장은 LG전자·LG상사 등을 거쳐 1999년 LG화재가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올 때 부사장으로 취임했다.‘마라톤 경영’을 주창해온 그는 국내 2회,해외 3회 등 5차례의 완주경험(최고기록 4시간28분)을 갖고 있다. 해발 8611m의 세계 2위봉인 K2원정대(2001년)와 남극원정대(2003년)의 원정대장으로 현지에 동행,강철 같은 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지난해 11월에는 개인홈페이지 ‘준스 스토리’(Joon’s Story)를 개설해 직원들과 수시로 대화하고 보고의 상당부분을 휴대전화로 해결하는 능률 위주의 전문경영인이다.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그의 좌우명이다. ˝
  • 깔깔깔

    ●강아지새끼 버스 정류장에서 한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안고 탔다.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강아지가 갑자기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어머! 제니야,멀미하니?” 등 별스러운 소리를 해댔고, 승객들은 시끄러운 소리에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를 보다 못한 한 아저씨가 아주머니에게 한마디했다. “아주머니, 버스 안에서 너무 시끄럽네요. 그 강아지 새끼 좀 조용히 시켜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아니,이게 어디를 봐서 강아지 새끼예요! 내 새끼나 마찬가지인데, 좀 멀미를 하는 거 가지고 내 새끼한테 왜들 그러세요.” 그때 한 용기 있는 아줌마가 한마디로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아니,어쩌다가 강아지 새끼를 낳았어?”˝
  • [길섶에서] 기찻길/우득정 논설위원

    어린 시절의 기억은 항상 고향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기찻길에서 시작된다.저녁 무렵 철길 위에서 기다리노라면 이웃 과수원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사과를 쥐어 주곤 했다.또 기찻길은 선로 위에 대못을 올려두면 칼날로 변하는 마법의 대장장이이기도 했다.겨울철에는 형들과 함께 철로를 따라 떨어진 조개탄을 줍는 것이 가장 큰 일과였다. 어느 가을 이웃집 아이가 기차에 치여 죽었던 날,어머니는 기찻길을 지나던 엿장수가 아니었다면 막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철로 위에 서서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기차를 신기한 듯 바라보던 막내를 엿장수 아저씨가 온몸을 던져 구해줬단다.아이들로부터 그 얘기를 전해 듣고 고마움을 표시하려 엿장수를 찾았더니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는 얘기와 함께. 이름조차 생소한 한 기업이 보낸 사보가 책상에 놓여 있다.고속철 선로로 장식된 표지를 넘기니 하루 서너 차례 굉음을 울리며 마을 앞을 지나던 기차의 사진도 실려 있다.선로 주위를 감싼 아지랑이도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다.갑자기 기적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듯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자연체험터 운영하는 교육실천가 조영순씨

    작가 이윤기는 ‘하늘 아래,누구의 고향 아닌 마을이 없다.’고 했다.흙냄새 나는 시골만 고향이 아니라 태어나 자란 곳은 어디든 마음의 안식처라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훗날 품게 될 고향의 모습은 삭막한 아파트촌,풀 한 포기 없는 도로다.마음 속에 담아뒀다 꺼내보기엔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그렇다고 아이들에게 과감하게 자연을 선물하자니 교육이 아쉽다.마냥 순진하게 흙에서 뒹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탓이다. 쉽지 않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누군가는 아니 한 공동체의 모든 사람들은 책임지고 아이들에게 자연과 배움 모두 쥐어줘야 한다.하지만 자신의 아이교육도 힘든데 마을 아이들,세상의 아이들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경기 양주시 봉암리에는 스스로 이런 책임을 짊어지고 온 사람이 있다.마을의 아이들에게 자연을 돌려주려는 사람,누구에게나 배움의 기회는 고루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해온 사람,유명한 교육 이론가보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존경받는 ‘교육실천가’ 조영순(75)씨다. ●2000여평 포도농장 갈아엎고 자연체험터 마련 “누구든 환영합니다.아이들 손잡고 봄에는 앵두 따러 오시고 가을엔 고구마 캐러 오십시오.” 경기 동두천 시내에서 10여분 떨어진 곳에는 조영순씨 소유의 2000여평 땅이 있다.그만한 땅이라면 사람들은 계산기를 먼저 두드리기 마련이다.하지만 그는 84년 포도농장을 갈아엎고 마을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직접 톱질과 칠을 해서 그네,평균대,정글짐 등 놀이터를 꾸몄고 절반의 땅에는 각종 나무와 농작물을 심어 체험 농장도 만들었다. 포도농사꾼이 이렇게 생각을 바꾼 것은 ‘아이는 이렇게 키워라’라는 책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서양에는 ‘모험의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된 곳에서 아이들을 마음껏 놀게 하면서 자연을 알게 하고 자립심을 키운다고 합니다.저도 걱정 많이 했습니다.그러다 걱정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나부터라도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생각은 좋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지금은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도 처음에는 불만을 털어놓았다.생업인 포도농장을 엎었으니.게다가 아이들이 다칠까봐 하루가 멀다하고 농장의 풀베는 일을 혼자 하다 보니 기계소음으로 어느새 자신의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됐다. ●환자복 입고 교통안전 교육 ‘신호등 아저씨’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곳에서 놀던 아이들이 찾아와 ‘와!내 앵두나무가 아직도 있네.’라고 얘기할 때는 아이들에게 근사한 고향을 만들어 준 것 같아 그저 흐뭇합니다.” 그는 1년에 한 번씩 이곳에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을 실시한다.서울의 ‘어린이교통안전연구소’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교육을 받은 후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안전 교육을 시켜왔다.신호등과 횡단보도 등은 그가 손수 만든다. 이날 그의 이름은 ‘신호등’이다.아이들에게 다양한 안전교육을 시켜야 하지만 신호등 지키기를 무엇보다 강조하기 위해서다.그래서 그는 아이들에게 ‘신호등 할아버지’로 불린다.또 그는 환자복을 입고 목발을 짚은 채 아이들을 만난다.사고의 위험성을 보다 생생히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는 함경도에서 1953년 1·4후퇴 때 가족들을 두고 홀로 월남했다.대구에서 군생활을 시작했고 동두천에서 오랜 군생활을 마쳤다.퇴직금으로 받은 30만원으로 인근 봉암리에 자리를 잡았다. ●안방문고·장난감도서관… 아이들 위한 30년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품고 있었던 그가 구체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74년이었다.평소 책읽는 것을 좋아하던 셋째딸이 제법 큰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아온 것이다.“딸아이를 보면서 아이들로 하여금 책을 많이 읽게 하면 문화적인 혜택을 덜 받는 곳에 살아도 도시 아이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그래서 안방문고를 시작했죠.” 안방문고라는 말 그대로 자신의 집에 책과 책읽는 공간을 마련해 마을 아이들에게 개방하기 시작했다.3년 6개월 동안 지속됐던 안방문고는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마을도서관 건립으로 이어졌다. “책을 접하니 아이들의 말씨부터 달라졌습니다.그걸 보고 마을 사람들이 독서의 교육 효과를 인정했죠.” 그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도서실에 형이나 언니를 따라온 아이들이 놀 만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부산에 장난감 도서관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마을에도 비슷한 공간을 만들었다.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시골아이들에게 놀이기구가 드물던 시절이라 아이들이 하나 둘 장난감을 집으로 가져간 것이었다. “문을 닫았지만 아이들이 계속 찾아와 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는게 아닙니까.아,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그는 면마다 하나씩 할당되던 새마을유아원을 봉암리에 유치하는 데 갖은 노력을 했다.84년 마침내 공립 어린이집이 이 마을에 문을 열었다.그는 초대원장을 맡았고 이후 13년 동안 그 일을 계속했다.그는 자신을 ‘머슴’이라고 생각하고 어린이집을 꾸려나갔다.아동교육에 대한 책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때 읽은 책으로 인해 그는 20년간 생업이었던 포도농장을 교육 공간으로 바꾸기에 이르렀다. 그가 만든 놀이기구 중에는 유독 평균대가 많다. “자연을 체험하게 하는 것,책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모두 중요합니다.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자립심’입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놀이 기구가 평균대라고 생각한다.아슬아슬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의 힘으로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서 아이는 혼자 서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다칠까봐 평균대에서 놀지 못하게 하죠.유아원이나 유치원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하지만 어른들이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듯 아이들은 자립심을 위해 평균대 건너기를 놀이로 삼아야 합니다.” ●마을서 자란 아이가 보낸 감사카드에 눈물 쏟아 그는 되도록이면 평균대 운동에 부모가 함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아이들이 혼자 걸으면서 자립심을 기르고 동시에 부모님의 격려와 박수를 받으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해온 일을 담담하게 말하던 그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이 마을에서 자란 아이가 보낸 생일카드였다.그 안에는 어린 시절 ‘뻔한 조기교육’ 대신 자연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해준 할아버지에게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걸 받고서 ‘아,내가 그동안 헛수고한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이 나더군요.단 한명의 아이일지라도 제 노력으로 회상하고픈 어린 시절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이들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봉암리의 교육실천가 조영순씨.그는 아이들을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내쫓는 이 시대 부모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명랑·심윤경 장편 나란히 출간

    문단의 촉망받는 젊은 여성작가 이명랑(31)과 심윤경(32)이 나란히 장편 소설 ‘나의 이복형제들’(실천문학사)과 ‘달의 제단’(문이당)을 냈다.소재와 작품 속 시공간은 다르지만 성숙한 시선으로 삶의 본질을 캐려는 눈길은 닮았다.둘다 자기만의 독특한 문체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을 보여준다. ●‘나의 이복형제들’ 2년 전 ‘삼오식당’에서 영등포시장 상인들의 일상생활을 능청스러운 해학과 기지로 그리면서 삶의 난장을 빼어나게 묘사했던 이명랑.그의 시선이 이번에는 시장 안에서 더 밑으로 내려갔다.시장 상인들은 배경음악 정도로 뒷전에 처리하고 떠돌이 일용직 등 더 버림받고 주변부에 놓인 인물들의 삶을 돋을새김한다. 소설은 따로 읽어도 자연스러운 여섯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졌다.신내림의 운명을 포기하고 집을 나와 떠도는 열일곱살 소녀 영원을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녀의 눈에 비친 신산한 삶을 정밀묘사한다. 서울상회 ‘협동합시다’ 아저씨의 배려로 과일가게에서 일하는 영원에게 ‘깜뎅이’ 인도인 노동자,근육수축병에 걸린 불구의 춘미 언니,조선족 다방 여종업원,난쟁이 왕눈이 등은 모두 애증이 교차하는 ‘이복 동생’이다. 영원은 그들 모두가 징그럽고 눈에 거슬리는 존재라 처음에는 뜨악하게 반응하지만 갈수록 그들의 상처에 공감한다.나아가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친구·동생·누이처럼 상처를 달래주고 생의 의지를 불어넣으려고 노력한다.겉으로 보기엔 비루한 삶 속에서 생의 열정과 의지를 발견하는 작가의 노력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달의 제단’ 2002년 성장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심윤경의 상상력이 이번엔 고색창연한 세계로 뻗었다.종손으로 문중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할아버지와 서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손자의 갈등을 축으로 상식을 넘어서서 명분에 집착하는 빗나간 열정의 허망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의 두 이야기를 넘나들며 진행된다.바람둥이 생모,자살한 아버지 등의 태생적 상처를 지닌 종손 상룡과 문중의 전통에 대한 맹목적 애정을 지닌 할아버지의 갈등이 한 축이고 다른 하나는 상룡의 10대 조모인 안동김씨가 친정 할머니와 주고받은 언찰(諺札)이다. 상룡이 해독한 편지는 가문의 계통이 의심스러운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시공을 초월해 존재하는 맹목적 열정과 그것이 부른 희생을 증언한다.문중의 명예를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할아버지의 강요로 사랑하는 사람과 이혼하고 재혼한 뒤에 자살한 상룡의 아버지와 편지 속 안동김씨 할머니가 아들과 서방을 건사하지 못한 이유로 시아버지에게 자진하라는 명을 받는 것은 맥이 통한다. 언문 형식의 편지를 끈질기게 해석한 작가의 노력에 힘입어 세대를 달리한 신구 가치의 대립이라는 본질은 현재형으로 다가온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열린세상] 이대로 간다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

    민 대부분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생각하고 있다.최근의 여론조사에서 확인되었지만 IMF때보다 더 어렵다고 보고 있다.서민이 많이 사는 동네를 들러보면 극심한 경제침체의 실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이대로 간다면 한국 경제가 기업의 붕괴에 이어 가계생활의 붕괴에 직면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장가도 못 간다고 하소연하는 청소부 아주머니,중국산 때문에 문을 닫아야 되겠다고 걱정하는 지하실 의류공장의 사장을 만나게 되고,폐지를 수집하려고 이곳저곳 힘겹게 돌아다니는 노인,과일 몇 개를 좌판에 가져다 놓고 기운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아저씨를 쉽게 볼 수 있다.시청료나 국민연금 등 각종 공과금의 납부를 독촉하는 고지서가 집앞에 널려 있고,전기공급을 중단한다는 단전통지서가 대문앞에 붙어 있는 집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의 경제기반은 붕괴하게 된다.기업이 투자를 멈추고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국민들은 구멍가게라도 차려 생활고를 이기려고 나서고 있다.그러나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임대료도 내지 못해 결국 문을 닫고 원금만 까먹고 있다.급기야 임대료수입으로 살아가는 집주인도 집을 살 때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서민들의 생활고가 깊어지는데도 정치권이나 정부의 움직임은 딴판이다.정치적 구호만 앞세우고,일반 국민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엉뚱한 문제에 매달리며,공허한 논리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그뿐 아니다.정부는 수출이 잘 된다면서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경제가 일시적으로 어려울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 모두 입으로만 민생문제를 걱정하고 있다.여당은 17대 국회가 개원되면 언론개혁과 사법개혁을 시급한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한 성장이냐 분배냐,성장이냐 개혁이냐의 논란을 만들면서 마치 성장을 주장하면 반개혁세력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야당 역시 국가의 과제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서민들의 생활고에 대한 실상과 책임을 규명하거나 기업의 투자중단과 해외진출의 문제점을 파헤치겠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가 민생문제를 외면하다 보니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가하고 안이하다.대통령과 경제부처에서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결연한 각오와 적극성을 느끼기 힘들다.또한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알뜰하게 운용할 방안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오히려 정부기구의 확대 등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을 만들고 있다. 대통령은 경제위기론이 개혁에 저항하는 논리로 악용되어서 안 된다고 강조한다.그러나 민생고의 절박성은 부유층보다 서민들이 훨씬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서민들의 생활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 과연 대통령은 알고 있을까.그랬다면 대통령은 기업이 왜 투자를 하지 않고 해외로 떠나는지,개인의 소비가 왜 그렇게 얼어붙는지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경제기반의 붕괴는 시간의 문제가 된다.대통령부터 인식을 제대로 해야 한다.대통령이 경제를 최우선적으로 챙길 때 정부도 바뀌게 된다.이래야 외환위기가 오는데도 정부가 이를 방치했던 1997년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또 그래야 국민들의 불안을 겸허하게 듣고 열심히 일하는 정부를 만들 수 있다. 정치인 또한 권력욕에서 벗어나 민생을 챙겨야 한다.정치인을 위한 정치를 국민을 위한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이러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자기개혁이 필요하다.정치인들이 국가개혁을 논하기 이전에 정치인들의 자세가 먼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이제는 경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
  • 국내진출 다국적 기업들 ‘로컬광고’ 늘려

    코카콜라 라이트 레몬맛 광고는 모델 한은정의 섹시미와 도나 서머의 팝송 ‘핫 스터프’가 딱 맞아 떨어졌다.일본의 코카콜라 라이트 레몬맛 광고 역시 모델은 일본인이지만 섹시한 분위기에 배경음악이 같다. 코카콜라와 같은 다국적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광고를 선보인다.그러나 전략에 따라 토착화한 광고도 만든다.우리나라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점차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국내제작 광고를 늘리는 추세다.국내 다국적 기업들은 대부분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업체나 독점기업이어서 광고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전략이다. ●코카콜라 순수 국내제작물 방영 전통적으로 코카콜라 광고는 미국 본사에서 만들어진 슬로건에 따라 제작됐다.우리 귀에도 익숙한 ‘언제나 코카콜라’‘코카콜라 즐겨요’‘생각을 멈추고 느껴라’ 등이 그 슬로건이다. 지난달부터 방영되고 있는 코크 플레이 광고는 한 청년이 하늘에서 난데없이 떨어지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리니지 게임과 음악,춤을 즐긴다는 내용이다.지난해 1000만원을 받은 무명 일본모델이 10억원짜리 파도 속에서 뛰어다녀 화제가 된 블록버스터 코카콜라 광고 ‘파도’편에 이은 순수 국내제작물이다. 통일된 슬로건에 따라 광고가 제작되다 보니 외국 코카콜라에서 만든 광고를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지난해 극장용으로 만들어진 북극곰 ‘달’편은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것이었다.북극곰 가족이 초승달로 코카콜라 병뚜껑을 딴다는 가족간의 사랑을 담은 광고 내용이 한국인의 정서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당신의 가능성이 당신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합니다.’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광고는 전세계적으로 똑같은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MS는 대부분의 광고를 글로벌하게 진행하며 일부 제품 광고는 한국에서 만든 경우도 있었다.아이,꿈,희망을 강조한 광고가 ‘독점기업’ MS에 대한 전세계인의 악감정을 얼마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펩시콜라는 국내에서 만든 광고와 미국 본사에서 전세계를 겨냥하고 제작한 광고를 동시에 내보내고 있다.펩시콜라의 게토레이 아이스는 윤소이를 모델로 기용하여 최근 유행하는 요가를 주제로 광고를 만들었다.펩시콜라는 베컴,카를로스,라울,호나우딩요,토티 등 세계적 축구 스타들을 총출동시켜 ‘풋 배틀’ 광고를 제작했다.펩시콜라를 두고 중세부족들끼리 축구로 대결한다는 내용이다. ●한국맥도날드 사장 CF출연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으로 각종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맥도날드는 ‘아임 러빙 잇’이라는 캠페인을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진행하며 젊은이들의 패스트푸드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일깨우려는 시도를했다.한국에서는 신입사원과 감자튀김,축구심판과 치즈버거,수위아저씨와 불고기 버거 등 한국적 상황에 맞는 광고를 계속 내보냈다.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이란 상식을 깨뜨리고자 햄버거 열량 공개에 이어 다음달 고객들에게 주방과 조리과정도 공개한다. 이를 위해 한국맥도날드 지사인 신맥의 신언식 사장과 맥킴의 김형수 사장이 광고에 직접 출연한다.GM대우 닉 라일리 사장에 이어 외국회사 사장의 광고 모델 데뷔란 흔치 않은 사례가 될 전망이다.한국인 맥도날드 사장들이 어눌한 한국말로 대우자동차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 영국인 닉 사장만큼의 흡인력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올리브나무 숲 오두막에서 생긴일(구드룬 멥스 지음,김라합 옮김,반딧불이 펴냄) 여름방학 캠프에 가지 않고 엄마 몰래 오두막으로 돌아온 로베르트가 오두막 근처 화가 볼프강 아저씨를 만나 우정을 싹틔우는 이야기.8000원. ●구름이 찾아 준 엄마(후세노비치 지음,최수민 옮김,꼬마이실 펴냄) 부모를 잃고 자란 지은이가 유년 시절의 심정을 바탕으로 쓴 그림책.친부모를 잃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던 소녀는 하늘로 향한 문을 통해 엄마가 있는 곳으로 떠난다.8800원. ●넌 어느 별에 살고 있니?(로렌 차일드 지음,조은수 옮김,국민서관 펴냄) 갓 학교에 입학한 소녀 클라리스 빈이 일상을 통해 지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들려준다.콜라주 기법의 장난기 넘치는 그림과 아이들 특유의 유쾌한 말투가 재미있다.8500원. ●마음속의 샘물(틱낫한 지음,이해인 옮김,계림북스쿨 펴냄) 틱낫한 스님이 어린이들을 위해 직접 쓰고,시인인 이해인 수녀가 우리말로 옮긴 그림책.틱낫한 스님이 처음으로 성자를 만나게 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담담한 수채화로 그렸다.8500원.˝
  • 서울신문 제정 제12회 공초문학상 수상 정현종 시인

    “그동안 이런저런 문학상을 많이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갔으면 했는데….” 수상 소감치고는 짧은 한마디.그 속에 시인 정현종의 모습이 들어있다면 지나친 예단일까.시인의 상징처럼 보이는 흰 머리와 여전히 움푹 파인,맑으면서 직관이 그득한 눈매와 느릿느릿한 말에는 남에 대한 배려,겸허가 배어있다.수상시 ‘경청’이 이미 시인의 몸과 마음의 일부가 된 듯하다. ●중학시절 본 공초 ‘스님’ 이미지로 남아 “중학교 시절 명동의 음악다방에서 공초 선생님을 뵌 적이 있습니다.당시 윤동주 시집을 들고 문학에 빠져있던 터라 선생님 소문을 듣고 찾아갔는데 줄담배만 태우시며 말씀이 없던 기억이 납니다.제주 돌하루방과 흡사한 얼굴의 선생님은 제게 거의 반쯤은 스님 같은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스쳐간 만남이 인연이 됐을까? 이후 공초와 다시 만난 적도 없고 문학 내적으로도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그의 수상시 ‘경청’은 공초의 삶과 시와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공초는 일상의 구속을 거부한 채 형이상학적 세계를 시심(詩心)으로 그린 시인.무욕·무소유의 철학으로 세상을 초월한 삶을 살면서 수많은 문인들과의 접촉으로 시세계를 넓혀갔다.그의 시 정신을 기리는 공초문학상의 12번째 수장작 ‘경청’에서 정현종은 불행이나 비극의 원인이 경청하지 않는 세태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이라고 나지막이 노래한다.그가 강조한 ‘경청’은 자신을 낮추고 나아가 비워야 가능할 것이다.이 경지야말로 공초가 실천하려고 한 무욕과 통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맥이 통하네요.지금 우리 현실은 정치판·학교 등 어떤 공간에서건 자기의 말만 난무합니다.남의 말에 귀를 귀울이는 여유가 아쉽습니다.듣는 능력은 참 중요합니다.시(詩)든 음악이든 모든 예술은 들을 수 없으면 불가능합니다.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비단 여론만 듣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비판까지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경청’은 지난해 세상에 나온 그의 여덟번째 시집 ‘견딜 수 없네’에 수록된 작품.시인 고은이 ‘우리 시대의 한 언어의 정령’이라고 찬탄한 첫 시집 ‘사물의 꿈’(1972년)을 낸 이후 시인은 작품을 낼 때마다 ‘문단의 화제’였다.초기에는 사물의 존재 의의를 내밀한 꿈의 속성과 연계시키는 관념적 시세계에 몰두하다가 80년대 이후 사물의 구체적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이후 다섯번째 낸 시집 ‘한 꽃송이’는 “상당한 변화를 겪으면서 보여온 과정이 마침내 도달하게된 ‘자유’의 한 극점”이라는 평을 받으며 환경문제를 문학적으로 집약한 전범으로 자리잡았다. ‘약점으로 내리는 비’‘확신과 열애의 손의 운행’ 등 파격적 시어들은 마침내 문학평론가 김현에게서 “한국 현대시의 표현법과 소재의 면에서 큰 충격을 준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김춘수와 김수영을 극복한 자리에 시인 정현종을 자리매김하게 했다. ●바람의 시인… 자유의 시인 숲과 우주에 관한 이야기에서 자신만의 특징을 보여주면서 ‘바람의 시인’‘자유의 시인’이라 불려온 그는 수상시 ‘경청’에 이르기까지의 시적 변화를 이렇게 말한다.“나이 들면서 문어보다는 보통 하는 말 즉 구어(口語)의 사용이 늘었습니다.또 관심 영역도 세상만사로 넓어졌고요.무엇보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뜻은 변하지 않았는데 읽기가 쉬워졌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경험의 눈으로 보는 게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탁월한 그의 시적 감수성이 세월의 흐름에 민감한 것은 자연스럽다.‘경청’이 들어있는 시집 ‘견딜 수 없네’에서는 시간의 무상함,어쩔 도리없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유달리 많이 토로한다.“나이 들면서 시간의 본질과 덧없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최근 ‘꽃 시간’이란 제목의 시도 두편을 썼습니다.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없다,바쁘다.’라고들 하는데 시간 자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주류의 삶에 딴죽을 거는 게 문학의 속성이라고 할 때 그가 이 광속의,현란한 속도의 세태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컴퓨터 앞에서 정신없이 살다 보니 더 바삐 굴러가고 조급해지는 거죠.문명사라는 게 가속도의 역사 아니겠어요.천천히 가야 합니다.가끔은 멈춰서서 느긋한 마음으로 세상과 일을 돌아보는 게 필요합니다.이 격류의 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게 문학이 아닐까요.” 거슬러 올라가는 운명은 힘들다.그러나 내년이면 등단 40년을 맞는 시인이 헤쳐온 ‘시의 길’은 세속의 잣대로는 고난의 길이었을지 모르지만 정작 자신과 독자에게는 황홀하지 않았을까.그 ‘고통의 축제’는 시인이 90년 연암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이 “시(예술)라는 것이,혹시,폭설(제도와 문명의 폭력) 속에서 고라니가 찾아가는 인가 같은 것은 아닐까.”라는 예언자적 비유 속에 잘 녹아 있다. 글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 ■정현종 연보 ▲39년 서울 출생 ▲59년 연세대 철학과 입학 ▲65년 박두진 추천 시 ‘독무(獨舞)’로 ‘현대문학’ 등단 ▲66년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동인 ‘사계’ 결성 ▲70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74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 국제 창작프로그램 참가 ▲77년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교수 부임 ▲78년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82년 연세대 국문과 시창작 지도교수 부임 ▲90년 연암문학상 수상 ▲92년 이산문학상 수상 ▲96년 대산문학상 수상 ▲작품집 ●시집 ‘사물의 꿈’‘나는 별 아저씨’‘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한 꽃송이’‘세상의 나무들’‘갈증이며 샘물인’‘견딜 수 없네’ ●시선집 ‘고통의 축제’‘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이슬’ ●산문집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숨과 꿈’ 등 ˝
  • 심사평-거울 속의 꽃을 꺾는 詩境

    경 청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 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 사람에게는 사물의 이치를 새겨들을 수 있는 나이가 있다고 한다.그렇다면 시의 나이는 얼마나 오래 살아야 귀가 트이는 것일까? 제12회 공초문학상 수상작으로 정현종 시인의 시 ‘경청’을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결정하면서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다. 정현종 시인은 60년대 들머리에 시단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후 사물에 대한 깊은 인식을 서정성으로 용해시킨 첫 시집 ‘사물의 꿈’으로 이미 시단에서 자기 좌표를 설정해놓은 시인이다.그리고 시대적 현상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일관되게 사람과 자연,사람과 시간 등 보다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화두를 불지펴 놓았다. 시선집 ‘고통의 축제’와 시집 ‘사랑할 시간은 많지 않다’로 한꺼풀씩 말의 껍질을 벗겨오면서 오늘의 수상작 ‘경청’을 담고 있는 시집 ‘견딜 수 없네’에 이르러 그의 시 세계는 한층 자유로워지고 사물과의 내통에 있어서도 평화로워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경청’은 이 시대의 갖가지 소음을 진공흡입기로 빨아들이는 신기한 힘을 지니고 있다.통신수단이 첨단화되고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고 있음에 비해 사람들의 귀는 점점 절벽이 되고 눈도 어두워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불행의 대부분은/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의 말문부터가 매우 직설적이면서 심상치 않은 경구를 담고 있다. “대통령이든 신이든/어른이든 애이든/아저씨든 아줌마든/무슨 소리이든 간에/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은 아주 귀에 익은 듯하면서도 새삼 아프게 우리의 폐부를 찌른다.특히 “내 안팎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게 된다.밖의 소리를 받아들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내 안의 소리를 듣는 것은 더욱 어렵다. 얼핏 보면 쉬워 보이는 ‘경청’의 세계는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현종만이 뽑아낼 수 있는 수월경화(水月鏡花)가 숨어있다.즉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한 고요 속에/세계는 행여나/한 송이 꽃 필 듯”에 부딪치면 아하 저 공초선생의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시법을 얻었구나 하는 울림을 받는다.공초문학상의 빛을 더해준 정현종 시인께 경의를 보낸다. 심사위원 이근배·김종해·임헌영 ˝
  • [KPGA SK텔레콤오픈] 커플스·최경주·허석호 20일 격돌

    미국과 일본 그린을 평정한 골프 스타들이 한국에서 한 판 대결을 펼친다. 한국 최고의 골퍼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와 ‘미국의 자존심’ 프레드 커플스(45),일본 메이저 챔피언 허석호(31·이동수패션)가 20일 경기도 이천 백암비스타 골프장(파72·7079야드)에서 막을 올리는 한국남자골프(KPGA) SK텔레콤오픈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올 미프로골프(PGA) 투어 첫 메이저인 마스터스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로 3위에 올랐고,지난주 중국 원정에서 특유의 뚝심으로 4위를 기록하는 등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디펜딩챔피언인 최경주는 지난해 신용진(39·LG패션)과 3번째 연장 홀까지 가는 혈전 끝에 따낸 타이틀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올해로 PGA 투어 23년째를 맞는 커플스는 PGA 통산 15승,유럽투어 5승을 거뒀고 특히 스킨스 게임에서는 4차례나 우승해 ‘스킨스의 황제’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베테랑.지난해 셸휴스턴오픈에서 5년 만에 정상에 섰고,올해 마스터스에서도 공동6위에 오르는 등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허석호는 지난 16일 일본프로골프 첫 메이저대회인 일본프로골프선수권 우승으로 일본 투어 5년 출전권은 물론 PGA챔피언십과 브리티시오픈 초청장까지 챙겨 금의환양했다. 결전을 앞둔 이들은 18일 서울 서린동 SK텔레콤 사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선전을 다짐하며 서로에게 덕담을 건넸다. 구수한 입담이 일품인 최경주는 “우승의 ‘3박자’는 잘 자고,잘 먹고,잘 쉬는 것”이라면서 “시원시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최경주는 “PGA에 처음 진출했을 때 상대 선수들이 아는 체할 때까지 끊임없이 인사하고,깔끔한 매너를 가진 선수로 각인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면서 “커플스는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으로 처음부터 나를 특별히 아껴준 동료이자 선배”라며 고마워했다. 첫 한국 나들이에 나선 커플스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인 만큼 꼭 우승하고 싶다.”면서 “지난주 훈련을 많이 해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최경주에 대해서는 “‘탱크’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저돌적인 선수”라면서 “PGA 톱 클래스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석호는 “이번 기회에 최경주와 커플스라는 큰 산 두 개를 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최경주가 소개해준 필 리츤 코치에게 스윙을 교정받고 있는 허석호는 “일본은 미국으로 가는 과정”이라면서 “나의 목표이자 희망인 최경주 선배는 언제나 ‘프로라면 꿈의 무대인 PGA에 이름을 올려야 하지 않겠냐.’며 독려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 [i센터] 어린이 대공원 ‘동춘서커스’

    이번 주는 신나는 나팔소리와 피에로의 익살스러운 광대짓이 흥겨운 서커스 공연을 보러 가자. 오는 30일까지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선 커다란 천막 안에서 ‘동춘서커스’공연이 펼쳐진다.아이들 손을 잡고 천막 한편에 앉아 있노라면 옛 추억이 떠오른다.사자춤의 흥겨움으로 공연은 시작한다.사자의 탈을 쓴 무희들이 관람석으로 내려와 아이들에게 장난치며 분위기를 돋운다. 접시돌리기,외발자전거 묘기,좁은 통속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소녀의 묘기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일어나 박수를 친다.12명이 동시에 하는 인간탑 쌓기의 체조 묘기,훌라후프 20개를 한꺼번에 돌리는 묘기에서 유난히 박수 소리가 크다. 어린 소녀가 객석에서 제일 무거워 보이는 아저씨를 무대로 데리고 나온다.“엄마 아빠는 왜 누나랑 무대로 나갔어.”하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글쎄 왜 그러나 한번 볼까?”하며 숨을 죽인다. 이게 웬일인가.아빠를 집어넣은 항아리를 소녀의 가녀린 다리위에 올려 놓는 것이 아닌가.그러더니 항아리를 빙글빙글 돌린다.“야 저 누나는 힘이 진짜 세다.”하며 웃는다. 서커스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공중그네다.까마득하게 높은 천장,긴 줄 끝에 드리워진 두 개의 그네. 둥둥 둥둥….북소리가 긴장감을 더하는 가운데 한 청년이 그네에 거꾸로 매달려 힘차게 그네질을 한다.반대편의 가녀린 소녀는 그네를 타고 청년에게 다가간다.만나는 듯하면 멀어지고,멀어지면 다시 다가가고. 순간 높이 날아올라 공중제비를 도는 소녀.“으아악∼ ”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감는다.어느새 소녀는 청년의 팔목을 잡아 쥔 채 여유롭게 하늘하늘 공중을 휘젓고 있다. 서커스장을 나서 어린이대공원의 동물원이나 놀이시설,중국 등축제를 둘러보면 휴일 하루를 알차게 즐길 수 있다.서커스는 매일 오후 1시와 3시,저녁 7시와 9시 모두 네 차례 약 40분간 공연을 한다. 입장료는 대인 8000원,소인 6000원,경로자와 장애인은 4000원이며 4세이하는 무료다.(02)455-5331.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
  • [우리 결혼해요]정훈(34)·신수영(27)씨

    “나이는 좀 많지만 강추함.등에 ‘품’자 마크도 찍혀 있음.” 전에 다니던 회사 과장님이 소개팅하라며 내게 보낸 문자메시지였다. 약속시간보다 30분쯤 먼저 도착해 오빠를 기다리는 동안,여느 소개팅보다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커져갔다.다소 아저씨틱한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설마.아니겠지.’하며 가슴 졸이기도 했다.다행히 오빠는 평소 내가 좋아하던 푸근한 인상의 맘좋은 사람이었다.처음 만난 자리에서 오빠는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나를 재미있고 편안하게 해줬고 우리는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간직하고 헤어질 수 있었다.그 후 오빠는 ‘내기해서 지면 밥사기’ 등의 방법으로 자연스레 지속적인 만남을 이끌었고,어느새 나는 ‘과장님’이란 호칭 대신 ‘오빠’로 부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시작하면서,담배 피우는 남자를 몹시 싫어하던 나는 오빠에게 금연과 약간의 다이어트를 권유했다.이후 애연가에 가깝던 오빠는 담배냄새조차 싫어하게 됐고 5㎏ 감량에도 성공했다.이때부터 나는 오빠를 좀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 첫 만남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D데이를 세며 결혼식을 기다리고 있다. 경상도 사나이답지 않은 다정함과 소년 같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오빠.처음 내 손을 잡지 못해 손가락으로만 사알짝 잡던 것.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졌다며 준비해둔 선물을 쑥스럽게 내밀던 것.그리고 다이어트한다고 밥 굶고 나와 극장에서 영화보는 내내 꼬르륵 소리를 내던 것.작은 것 하나하나가 내겐 너무나 소중하고 이쁜 추억들이다. 오빠! Celine Dion ‘Because you loved me’의 마지막 가사처럼 “My world is a better place because of you.”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쓰는 우리 암호 알죠? “ㅅ ㄹ ㅎ!”˝
  • [깔깔깔]

    ●조용히 해주세요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이 중년 남녀 한 쌍에게 음식 주문을 받고 있었다. 한창 주문을 하다 갑자기 남자가 테이블 밑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는 것이었다.종업원은 깜짝 놀라 여자를 쳐다봤지만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문을 계속했다. 여자가 주문을 마치자 종업원이 물었다. “실례지만 남편께서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셨는데 괜찮으세요?” 여자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럼요.사실은 제 남편이 방금 레스토랑으로 들어왔어요.제발 조용히 좀 해주세요.” ●영악한 아이 한 유치원생이 머리를 깎으러 이발소에 갔다. “아저씨,이발하는데 얼마예요?” “응,7000원.” “면도는 얼마예요?” “3000원.” “그럼,제 머리 면도해주세요.”˝
  • [깔깔깔]

    ●여자의 마음 어느 비 내리는 날 밤,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한 여자가 귀가를 서두르고 있었다.그런데 키 큰 남자가 불쑥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의 우산을 함께 쓰게 했다. 다소곳이 아래만 바라보며 걷고 있는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윽고 집에 이르자 그녀는 요조숙녀처럼 나긋나긋한 소리로 말했다. “여기가 저의 집이에요.정말 고맙습니다.” 그러자 퉁명스럽게 나오는 말. “이거 왜 이래? 나야 나.”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그 남자는 오빠였다. ●담배 끄게 만드는 한마디 * 40대 아저씨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폐암으로 사망하셨답니다.’ * 20대 여성 :‘담배가 다이어트에 그렇게 나쁘다며?’ * 백수 :‘담뱃값이 또 올랐네.’ * 중·고등학생 :‘떴다.’˝
  • 차태현 “머슴에서 황태자로 변신합니다”

    배우 차태현(28)이 4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황태자’로 변신해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차태현은 오는 6월 16일 첫 방송되는 MBC 미니시리즈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주인공 최권희 역을 맡았다.거만한 말투와 행동으로 남을 무시해 비난을 사지만,감성적인 내면으로 결국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뜨는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재벌 2세다.아버지 소유의 해외 리조트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밝은 성격의 김유빈(성유리)을 만나 첫사랑을 경험한다. “데뷔한지 10년이 됐는데 그동안 너무나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만 맡았던 것 같아요.이미지 변신에 대한 필요성도 있고 해서 이 작품을 골랐죠.”그동안 ‘엽기적인 그녀’,‘연애소설’,‘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등 작품에서 여자친구를 위해 헌신하다 구박만 받는 ‘머슴’과 같은 역할만 주로 연기했단다.“하지만 평생 연기할 것이니 걱정은 안해요.나이들면 자연스레 바람피는 중년 아저씨 역할도 할 수 있을거에요.” 차태현의 매력은 바로 연예인 답지 않은 솔직한 성격에 있다.상대역인 성유리에 대한 느낌을 묻자,“한마디로 ‘가문의 영광’이죠.지금 한창때 아니면 언제 유리씨와 함께 연기를 해보겠어요.가끔 유리씨한테 문자메시지를 날리거든요.이유요?답장 메시지 받아 주위사람들에게 자랑하려구요.(웃음)” 연기자이면서 가끔 가수활동도 병행하는 차태현의 노래 욕심이 궁금해졌다.“두가지 일을 하다보니 예전보다 노래실력이 나아질 생각을 않더라구요.가요 시장도 불황인데 제가 음반 낸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요?(웃음)당분간 연기에만 몰두할 생각이에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길섶에서] 의자의 추억/심재억기자

    시골버스 운전석은 폼나는 자리였습니다.향기로운 매연을 풍기며,순식간에 한나절 거리의 장터에다 짐보퉁이와 사람들을 부려놓는 시골버스,그 버스를 끄는 운전사의 ‘위세’는 맨 앞자리 운전석에서 더 빛났고,그런 만큼 그 자리는 시골 아이가 항상 고개를 꺾고 쳐다봐야 하는 외경의 성소(聖所) 같은 곳이었습니다.거기에 챙 좁은 ‘순사 모자’까지 비뚜름하게 얹고 앉았으니,폼이 날 밖에요. 그러나 이런 운전석도 편하기로는 읍내 이발소 의자에 못미쳤습니다.높낮이가 조절되고,등받이가 젖혀지는 이발소 의자는 정말 안락해 앉으면 마냥 졸렸습니다.이발사 아저씨,머리에 새똥 앉았다며 바리캉으로 벅벅 긁어댔지만,그런 면박도 쏟아지는 졸음 사태를 쫓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자에 비하면 부엌 나무청에 처박힌 통나무 모탕은 참 볼품 없었습니다.늘 삭신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가 장만해준 안락의자,어머니는 그 모탕에 지친 몸을 얹고 부엌일을 하시곤 했지요.문득,엉거주춤 못생긴 어머니의 모탕이 생각납니다.세상의 어머니들,지금은 어디에서 귀닳은 모탕에 노구를 얹고들 쉬시는지…. 심재억기자 je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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