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본고사」 필요한가(오늘의 쟁점)
95대학입시에서는 대학별 본고사를 치르는 학교가 47개대학으로 늘어나자 한국교총과 서울시 고교교장단이 이를 재검토해 줄것을 요구하고 나섰다.대학 본고사실시와 관련, 이를 반대하는 김동연서울시고교교장단회의회장(창덕여고교장)과 지지하는 김대행교수(서울대 사범대학장보·국어교육과)의 주장을 쟁점으로 소개한다.
◎폐지론/김동연/학생 부담늘고 불법/고액과외 부추겨/「수능·내신」으로도 수학능력 파악가능
94학년도 입시에서 9곳에 불과했던 대학별 고사시행대학이 오는 95학년도 입시에서는 47개대학으로 늘어나고 고사과목도 대체로 국어·영어·수학 세과목에 한정된다고 한다.
이는 고등학교의 교육정상화라는 측면에서 볼때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지난번 입시에서 처음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모처럼 고등학교 교육이 본연의 방향으로 나가는 전기를 마련했으며 일방적 주입식,단편지식위주의 입시교육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도 국·영·수 위주의 암기식 「족집게」과외보다는 정상적인 학교공부와 평소의 광범위한 독서,심오한 사고학습을 중요시하게 됐다.
그러나 95학년도 입시에서 47개대학이 대학별고사를 채택함으로써 이러한 교육정상화의 단초들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다.
원래 대학입학시험은 두가지의 기능이 있어야 한다.하나는 하급학교 교육정상화에 기여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상급학교인 대학의 수학능력 즉,대학에서의 학업성취능력의 정확한 예언이다.
현재 대학입학전형에서 고등학교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것은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며,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수학성취능력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언하는가를 재는데 충분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수학능력시험만으로는 대학교육 성취능력을 잘 잴 수 없다하여 수학능력시험에서 충분히 학습능력을 측정한 국·영·수 세과목만을 대상으로 대학별고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이중의 입시경쟁 부담을 안겨줄 뿐이다.대학의 자율성보장을 위해서 대학마다 특성있게 대학별고사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학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대학별고사를 실시한다면 내신성적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과는 아주 다른 영역과 내용으로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국·영·수 과목에 한정된 대학별고사는 대학의 자주성과 자율성 보장에 별다른 도움이 안될뿐만 아니라 불법고액과외를 부추겨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해악을 미칠것이 뻔하다.
따라서 대학별고사를 시행하되 국·영·수 교과만은 피해서 정치·경영·화학·생물 등 전공분야와 직결시켜 고도의 창의력과 사고력·조직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대학별고사를 치러야 할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과 특성화를 보장할 수 있는 독창적인 입학전형의 한 방법으로,면접구두시험을 통해 효율적인 학문수학의 가능성 또는 고도 지성인의 기본소양등을 측정해보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청소년중에는 이른바 「엉뚱한 천재」가 있을 수 있다.
발명왕 에디슨도,상대성이론을 창안한 아인슈타인도 획일적 정규학교교육에서는 실패했다.
대학별고사에서는이같은 「엉뚱한 천재」를 가려내 그 뛰어난 소질을 육성해 주어야 하며 정치·경제·문화·예술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소질의 소유자,기상천외하고 기발한 착상의 천재를 발굴해야 한다.
◎존치론/김대신/창의력·사고력 측정엔 주관식 필수적/고교교육의 장상화·전인교육에 도움
95학년도에 많은 대학이 대학별고사를 시행하게 됨으로써 제기된 문제점을 중심으로 본고사의 뜻을 생각해 본다.
첫째,왜 굳이 대학별고사를 치르려고 하는가.대학은 창의적 사고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객관식 시험은 그 능률성에도 불구하고 창의적 사고력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있다.
주어진 조건속에서만 사고하는 사람은 대학이 지향하는 창의적 연구와 자기구현에 한계가 있으므로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의 측정은 그 어떤 여론이나 부담과도 바꿀 수 없다.
둘째,채점상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왜 굳이 주관식으로 하는가.스스로 문제를 발견,그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자기개발 능력이 있어야 대학의 학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며 미래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학한 뒤에야 그 능력을 개발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
셋째,시험과목이 왜 국어·영어·수학에 집중되는가.대학이 학생 선발을 위해 평가하려는 초점은 두가지로서 그 하나는 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이며 또 하나는 대학입학 뒤의 학문 가능성이다.이것을 예언해 주는데 상관도가 가장 높은 것이 이 세과목이다.
넷째,대학 또는 학과별로 한 과목만 치르면 안되는가.대학은 고등학교 일반보통교육을 통해 전인교육을 받아 균형있는 지식과 사고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려 한다.
대학이 원하는 것은 그 학과의 지식에만 탁월한 사람이 아니다.대학에 와서도 교양교육을 받도록 교육법이 규정하는 정신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학교교육의 정상화는 저해되어도 좋은가.고교의 정상화를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고등학교의 전과목이 고루 시험과목이 되는 것이다.
과목수를 제한하게 된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전과목을 채택하지 않는한 국·영·수 중심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입시과목이 표준화되어야 대학과 학과의 선택이 자유롭다.
여섯째,고등학교 내신성적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
그러나 고교교육이 입시에 좌우된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입시가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는 증거로 간주해도 될 것이다.학력고사가 시행되는 동안 길러진 것은 오로지 객관식 문제나 풀 줄 아는 능력에 국한되었다는 그 동안의 뼈아픈 경험을 감추지 말아야 한다.
일곱째,학생들이 그토록 과중한 부담에 시달려도 되는가.교육은 자기 향상을 위해서 스스로 부담을 자청하는 행위이다.
중요한 것은 그 부담이 가치 있는 것인가,아니면 불필요한 부담인가 하는데 있다.과외나 사교육비의 증가문제도 이런 기준으로 살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교육에 관한 논의는 교육의 목표와 본질에 근거하지 않고 시장논리에만 매달리게 될 때 파행을 부른다.개인과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하여 진정 필요한 것을 도외시하지 않는 교육적 양식위에서 입시가 논의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