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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모랑 조카? “ㅋㅋ 모녀 사인데…”

    이모랑 조카? “ㅋㅋ 모녀 사인데…”

    한때 가수가 꿈이었던 18살 왕초보 아기 엄마의 육아일기가 화제다. 야후 등 포털 사이트의 ‘인기검색’에 올랐을 정도다. 주인공은 돌이 갓 지난 딸 윤현이를 키우고 있는 이주영(경남 거창)씨. 그녀의 육아일기는 ‘18살 왕초보 애엄마의 아가 키우기’다. ●어제 60만 홈피 방문… 댓글 1만7700개 사진으로 보면 엄마와 아이 모습은 소녀 이모와 조카 사이 같다. 하지만 “이제 아기 키우는 일이 익숙해져 힘들지 않다. 순해서 거저 키우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그녀는 왕초보 딱지를 뗀 어엿한 애엄마다. 이씨는 지난 11일 싸이월드의 투데이 멤버(투멤)로 선정되면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선정 당일 24만명,16일(오후 7시 현재) 60여만명이 그녀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여자 투멤으로 선정되면 보통 하루 평균 5만∼6만명이 다녀간다. 이 추세라면 17일쯤이면 총 방문객은 200만명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방명록에 남겨진 글도 1만 7700개를 넘어섰다. 그녀의 미니홈피를 방문한 박에스더씨는 “아기가 너무 귀엽네요. 힘들지만요, 파이팅하세요.”라고 격려해 줬다. 그녀 홈피의 인기폭발에 대해 피알게이트 이선민 대리는 “호기심 반, 놀라움 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남편은 현재 경기도 파주에서 군 복무 중이다. 오는 10월 제대한다. 이씨는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 2003년 고등학교 3학년이던 남편을 만났다. 생각지도 못한 임신으로 고민을 하던 끝에 양가의 허락을 얻어 2004년 9월 윤현이를 낳았다. ●중3때 고3 남편 만나… 재작년 딸 낳아 그녀는 윤현이를 낳던 날의 경험을 미니홈피에 올렸다.‘진통이 슬슬 나타난다. 너무 설렌다. 배가 너무나 아프다. 그러나 태연한 척 웃고 있다. 부모님께는 정말 보여주기 싫었다. 내가 아이를 낳기 위해 진통을 한다는 것을. 진통 소식을 들으시고 달려오신 시어머니는 말씀하셨다. 하늘이 노래져야 그때 애기가 나오는 거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세상 색깔 그대로다. 아! 배는 진짜 아픈데. 하늘은 언제 노래지는 거야… 의사쌤이 오셨다. 내진을 하시더니 수술을 해야 된다며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난 수술실로 옮겨졌다. 하얀 연기 같은 게 솟아 올라왔다. 냄새가 지독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기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딸이네요 하는 간호사 언니 목소리도 들린다. 아기가 너무 예쁘다.’ ●“한때 가수 꿈… 자상한 엄마되고파” 이씨의 싸이홈피 방명록에는 수많은 네티즌의 글이 올라온다.“어린 나이에 고생했다.” “열심히 키워라.”는 등의 격려성 글이 대부분이다. 이씨는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의 질책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격려해 주신 분들이 많아 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가수가 꿈이었는데 이제는 자상한 엄마, 사랑 받는 아내이고 싶다.”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공짜가 따로없다 우린 알뜰스키족

    공짜가 따로없다 우린 알뜰스키족

    ‘아는 것이 힘’이란 시대는 지나갔다(?). 요즘은 ‘아는 것이 돈’이다. 본격적인 시즌을 맞은 스키장도 예외는 아니다. 각종 카드사와 이동통신사, 모바일 회원들의 할인 정보와 셔틀버스, 기차 등을 이용한 무료 교통정보 등 ‘공짜’정보들이 넘쳐난다. 잘만 이용하면 돈 몇 십만원 절약하는 것은 쉽다. 공부하고 떠나자. 그런 사람만이 뭐니 뭐니해도 ‘머니’를 아낄 수 있다. 또한 돈도 돈이지만 도떼기시장처럼 사람들이 많아 스키를 제대로 타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마니아들은 심야나 철야 스키를 주로 이용한다. 낮시간에 비해 사람들이 없고 한가하니까 시간 대비 재미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올해부터 각 스키장마다 심야나 철야 스키를 운영해 거의 24시간 슬로프를 개방하고 있다. 이번 주는 까만 밤, 하얀 스키장으로 가족, 연인과 함께 떠나보자.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제값 다주고 타면 바보 보드 장비는 여름에 카드로 샀지만 교통비, 리프트 값 등 둘이서 한나절에 10만원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카드사 뉴스레터에 나온 스키장 할인 정보에 눈이 번쩍 뜨였다.‘아함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 리프트 50%는 기본이고 야간이나 심야는 리프트가 공짜라니.’ 게다가 집 앞에서 스키장까지 가는 셔틀버스나 기차가 무료, 다양한 부대시설에는 30%의 할인 정보까지 가득했다. # 스키장은 밤이 좋아 요즘 낮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 스키장이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로 밥을 먹는 곳이나 슬로프 하단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정도는 참을 만하다. 하지만 리프트를 한번 타려고 기다리는 시간은 30분은 기본. 길면 40∼50분이나 된다. 슬로프에서 짜릿함을 느끼는 시간은 길어야 5분. 리프트 대기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상진씨는 야간도 아니고 심야와 철야스키를 타기로 했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5시까지 리프트를 운영하는 심야·철야 스키는 일단 사람들이 적어 매력적이고 신나는 음악과 함께 보는 설원의 야경은 데이트 하기 ‘딱’이다. 심야·철야 스키는 양지 파인리조트, 대명 비발디파크, 현대 성우리조트, 강촌리조트, 무주리조트 등 대부분의 스키장들이 운영 중이다. 심야는 보통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철야는 밤12시부터 새벽 4시를 전후해서 끝난다. 낮보다는 차도 덜 막히고 훨씬 낭만적인 철야스키를 타기로 결정했다. 물론 좀 피곤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 리프트가 공짜 인터넷 웹서핑을 하던 상진씨는 심야나 철야 리프트가 공짜라는 소중한 정보를 발견했다. 이게 웬 떡인가. 보통 정액 1만원이나 30% 할인은 많아도 공짜로 리프트권을 주는 곳은 흔치 않다. 그래서 그는 무조건 양지 파인리조트로 결정했다. 양지 파인리조트(www.pineresort.com,031-338-2001)는 LG카드 중에서 WEEKI,Lady,2030,Platinum카드를 가진 사람이나 SBS 홈페이지의 유료 회원,LG텔레콤 회원은 폐장일까지 심야나 밤샘 스키 중에 한타임에 대해 무료로 리프트권을 나누어준다.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쿠폰을 다운 받으면 주·야간에 25%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현대 성우리조트(www.hdsungwoo.co.kr,033-340-3000)도 심야와 철야스키를 매일 운영한다. 핸드폰으로 다운 받을 수 있는 모바일 회원권은 주중·주말 리프트를 30%, 리프트 5장을 1개의 세트로 묶은 세트권도 약 30% 할인해 준다. 특히 성우리조트가 좋은 것은 리프트권을 사면 곤돌라를 무료로 탈 수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회원은 슬로프 상황, 실시간 교통정보, 날씨 등을 핸드폰으로 안내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외환카드로 리프트와 스키렌탈, 스키강습을 결제하면 40%, 부대시설 이용료 30%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인터넷 서비스와 휴대전화 충전 등을 할 수 있는 ‘외환카드 고객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강촌 리조트(www.gangchonresort.co.kr,033-260-2000)도 LG텔레콤 회원에 한해 자신의 포인트로 심야 스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GS리테일 보너스 카드나 GS칼텍스 주유카드도 주·야간 20% 할인된다. 또 ‘갱스터’라는 강촌리조트 회원(연회비 2만원)에 가입하면 각종 부대시설 할인과 평일 리프트권 1매를 주는 것도 이용할 만하다. 철야 스키의 메카라는 대명 비발디파크(www.vivaldipark.com,033-434-8311)도 끌린다. 가격보다는 초·중급은 물론 중상급 슬로프인 테크노와 펑키까지 운영해 다양한 슬로프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크다. 비발디파크는 새벽스키 리프트와 교통비를 포함해 3만 9000원. 밤 10시에 잠실운동장에서 출발해 새벽 6시에 비발디파크에서 돌아온다. 홈페이지 사이버회원, 모바일 할인,LG카드로 결제하면 리프트가 주중 30%, 주말 20% 할인된다. 많은 눈으로 최상의 설질을 자랑하는 무주리조트(www.mujuresort.com,063-322-9000)는 서울에서 무주까지 교통비와 주간 리프트를 무려 40% 할인해 4만 7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금·토요일의 경우 밤 12시까지 심야와 토·일, 공휴일 새벽 6시30분부터 시작되는 새벽 스키는 좋은 설질과 한적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인기다. 또 KB카드로 리프트권을 결제하면 20% 할인된다. 용평리조트(www.yongpyong.co.kr,033-335-5757)에선 설야스키를 1만원에 탈 수 있다.3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새벽 12시30분부터 4시까지 운영하는 ‘설야스키’를 KB카드로 구매시 3만2000원짜리 리프트권을 70% 할인된 특별요금 1만원에 판다. 또한 주·야간 리프트나 렌탈도 KB카드로 결제하면 30% 할인과 아울러 3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도 된다. 2000원의 비용을 들여 휴대전화에 모바일 할인쿠폰을 내려받으면 시즌 내내 리프트권은 30%, 객실 및 부대시설을 이용할 때도 30∼50% 할인서비스를 한다. 베어스타운(www.bearstown.com,031-540-5000)은 BC카드로 결제하면 30%할인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금요일 심야스키는 50% 할인해준다. 휘닉스파크(www.phoenixpark.co.kr)는 BC카드 소지자에게 매주 금요일 백야스키의 리프트권을 무료로 준다. 또 3000원을 내고 모바일 회원권,BC카드로 리프트권 결제시 30% 할인해준다. # 버스와 기차도 공짜 서울 근교 스키장들은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영한다. 양지파인리조트, 강촌리조트, 베어스타운 등은 서울·경기 80여 곳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 무료버스를 이용하면 기름값은 물론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절약할 수 있어 ‘짠돌이’ 스키어들에게 인기다. 또한 강촌리조트는 아침 7시55분, 낮 11시5분에 청량리역에서 스키장까지 무료 기차를 운영한다.(주말, 공휴일은 제외) 보통 홈페이지에서 출발시간, 출발 장소 등을 확인하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 사람만 이용이 가능하다. # 이런 이벤트도 있어요. 각 스키장의 다양한 이벤트를 잘 기억했다가 이용하면 리프트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대명 비발디파크는 2월11일,3월11일이 생일인 사람들에게 생일 당일에 리프트 주간 또는 야간권을 무료로 제공하며 시즌 중 생일을 맞은 사람은 생일 당일 리프트 주간 또는 야간권을 50% 할인해 주는 파격 이벤트를 운영 중이다.(주민등록증 확인) 또한 1976년∼1984년에 출생(주민등록증 상)한 여성들은 매주 수요일 리프트 주간 또는 야간권을 50%할인해주며 다른 스키장 06시즌권 착용고객에게 매주 월요일 야간스키를 무료로 탈 수 있게 해준다. 현대 성우리조트도 생일 당일날은 50%할인을 받을 수 있다. # 패키지를 이용하면 좋아요 무주리조트는 국민호텔, 리프트·렌탈권 2매, 식사 2식 등을 포함한 패키지가 2인 기준 19만원으로 저렴하다. 주중에만 이용한다. 대명 비발디파크는 주말에도 이용가능한 패키지로 유스호스텔에서 잠을 자고 리프트·렌탈권 2매를 포함해 19만2000원이란 파격적인 요금에 선보였다. 현대 성우리조트는 17평 콘도, 리프트 2매, 식사권 2인용 1매와 정상휴게소 1만원 이용권 1매를 포함해서 16만9200원에 판매한다.
  • 웃음은 인생도 바꾼다

    웃음은 인생도 바꾼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죠? 한번 크게 웃을 때마다 엔돌핀을 포함해 21가지의 쾌감 호르몬이 생성됩니다. 그 중 엔케팔린이란 호르몬은 진통제로 잘 알려진 모르핀보다 300배나 강한 통증완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효과를 돈으로 환산해 보니 200만원가량 됐다죠. 한번 크게 웃을 때마다 손쉽게 돈을 버는 셈입니다. 우리가 일흔살을 산다고 가정할 때, 하루 5분정도 웃는다면 평생 웃는 시간은 90일이 채 못 됩니다. 세수하고 양치질하는 시간이 2년, 화장실 가는 시간이 1년정도라니 이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시간이죠. 올해는 크게, 그리고 많이많이 웃으세요. 웃어야 웃을 일이 저절로 생깁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하루 5분만 웃음 스트레칭에 투자하세요 웃지 않고 하루종일 찌푸리고 있으면 얼굴 주변 80여개의 근육들이 굳어진다. 이런 상태가 반복돼 50대에 이르게 되면 밥먹는 근육과 수다떠는 근육만 남게 될지 모른다. 하루 5분만 짬을 내 웃음 스트레칭을 해보자. 기분전환도 되고 웃는 모습도 예뻐진다. # 입주변 두드리기-얼굴의 긴장을 풀고 ‘아∼´발음 상태의 표정을 짓는다. 다섯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입 주변을 15회 정도 두드린다. 같은 방법으로 ‘에, 이, 오, 우´순으로 입 주변을 골고루 마사지해준다. # 상하좌우 움직이기-입술을 오므려 앞으로 쭉 내밀고 상하좌우로 움직인다.5∼6회 정도 반복한다. 이때 턱을 움직이지 않도록 손으로 고정해주는 것이 포인트. # 볼풍선 만들기-귀에서 싸∼하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볼풍선을 만든 뒤 15초간 숨을 멈춘다.15초가 지나면 가볍게 손으로 입 주변을 두드리며 볼풍선을 터뜨린다.3∼5회 반복한다. ◇ 입이 찢어질 만큼 웃어요 어떻게 웃어야 ‘제대로´웃는 걸까. 웃는 방법을 연구하고 사회 구석구석에 웃음을 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소 생소하지만 웃음치료사가 바로 그들. 다음은 웃음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규상(39) 한국웃음연구소(www.hahakorea.co.kr) 부소장이 제시한 웃음운동의 세가지 방법. 첫째. 입이 ‘찢어질 만큼´ 웃어라. 크게 웃어야 눈밑의 신경을 자극해 쾌감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둘째. 날숨으로 15초 이상 웃어라. 처음엔 5초 이상을 웃기도 벅차지만,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점차 웃는 시간도 늘어나고 그만큼 쾌감호르몬의 분비도 증가한다. 셋째. 배가 출렁일 만큼 온몸으로 웃어라.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숙변 제거와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뇌는 진짜웃음과 거짓웃음을 구별하지 못한다. 자주 웃으면 방정맞다, 체신머리없다 타박을 하면서도 ‘웃는 얼굴에 침 안 뱉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정서. 웃을 일이 없다 해서 하루종일 무표정하게 있지 말고 억지로라도 웃자.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야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 현대생활백수 - 일구야, 유머잡지구독 200원에 안 되겠니? ☞이렇게 웃기세요 # 상대방 흉내내기 상대방의 흉내를 내며 관심을 표시하면 나의 사소한 농담에도 쉽게 웃습니다. # 성대모사 등 개인기 키우기 연예인들의 성대모사를 한두개쯤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수해도 즐거워하게 되지요. # 유머잡지 구독하기 힘들여 인터넷사이트를 뒤지는 것보다 3000∼4000원 정도하는 유머잡지를 구독하는 것이 훨씬 유용합니다. # 과장해서 말하기 같은 말이라도 조금만 ‘오버´해서 표현해 보면 뜻밖의 웃음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 자신감 갖기 웃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80%는 성공한 겁니다. ☞이런 유머는 안 돼요 # 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하는 유머 농담으로라도 못생긴 사람과 비교하는 말을 하면 상대방이 수치심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 성적인 유머 성적인 유머는 가장 웃기기 쉽지만, 가장 위험한 유머이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앞에서는요. 그자리에서는 함께 웃지만, 뒤에서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 욕설이 들어간 유머 아주 친한 사람들에게도 자칫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개그맨 고혜성이 말하는 유머의 기술> ■ 네가 웃어야 내가 사는 ‘웃찾사’를 만나다 사람을 웃겨야 하는 직업을 가진 개그맨들은 하루에 얼마나 웃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SBS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 녹화현장.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공개홀의 문을 열자마자 웃음소리가 현관로비까지 들려온다. 카메라 리허설을 앞둔 개그맨들이 분장실에 모여 긴장도 풀고 무료함도 달랠 겸 수다를 떠는데, 여간 왁자지껄한 것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웃음꾼들이 모였으니 그럴 법도 하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남자분장실을 지나 여자분장실 앞을 기웃대니 김태현과 함께 ‘행님아∼’코너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신영이 눈에 들어온다. 서로 ‘행님아∼’스타일 그대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김신영에게 평소 자주 웃느냐고 묻자 “제 자신이 즐거워야 다른 사람을 웃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거침없이 대답한다. 조금이라도 기분이 다운된 채로 녹화를 하면 팬들이 금방 안단다.“억지로라도 웃으려고 하죠. 일부러 오버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을 잘 웃길 수 있는 비결은 뭐냐고 물어보았다.“자신감입니다. 웃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떳떳하게 들이대세요.” 잠시 후 머리 크기가 김신영보다 두배는 족히 커보이는 윤택이 입가에 능글맞은 미소를 흘리며 들어온다.‘설정’인지는 몰라도, 협찬받았다는 100만원짜리 바지가 너무 작아 허리춤을 아예 풀어헤친 채로다. 어떻게 하면 유머넘치는 사람이 될 수 있냐고 물었다.“유머에 저작권이 있나요? TV나 유머책에서 본 얘기들을 하다보면 나도 웃고 상대방도 웃는 거죠.” 인상만큼이나 능글맞은 대답이다. 이번엔 웃음과 울음 중 어느 쪽이 건강에 좋으냐고 하자 “울 때는 웃을 때보다 얼굴근육을 훨씬 많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얼굴이 많이 피곤해 하죠.”라며 웃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논리를 편다. 인기절정의 개그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샌가 기자의 입가에도 웃음이 맴돌기 시작한다. 윤택처럼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라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남다를 것 같았다.“다른 사람들처럼 술자리에서 수다를 떱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웃다보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죠.” 뭔가 색다른 해소법을 기대했는데, 다소 아쉽다. ‘택아∼’코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형인이 어느새 나타나 윤택의 풀어헤쳐진 바지춤을 채우려고 애를 쓴다. 입으로는 낑낑 소리를 내지만, 전혀 힘들어하는 표정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모르고 살 것 같다고 하자,“개그 소재를 찾고,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전 원형탈모증도 생겼어요.”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얼마전까지 조울증 증세로 고생을 했다니, 항상 웃으며 살 것 같은 개그맨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른 인기 개그맨 A씨도 원형탈모증세로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단다. 분장실안의 TV로 ‘만사마’ 정만호의 ‘들이대’ 리허설을 보며 웃고 있다보니 어느샌가 오후 5시. 방청객들이 입장할 시간이다. 현관문을 열자, 소한추위 속에서도 입장순서를 기다리는 방청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인천에서 왔다는 안근미(22)씨는 “TV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아서 남친이랑 2시간 걸려서 왔어요.”라며 웃는다. 추위에 언 볼이 빨개져서 ‘웃기는’사람이나, 웃고 싶은 사람 모두 웃음을 찾기 위해 쏟는 정성이 대단함을 느꼈다. 웃음은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찾아 가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웃으면 밤에도 해가 뜹니다”“인체의 면역력을 증대시키는 데 웃음만큼 좋은 것이 없어요. 웃음은 백혈구와 함께 엔돌핀, 엔케팔린 등 21개의 쾌감 호르몬을 생성해 인체의 면역력을 증대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죠.” 국내 웃음치료사 제1호 한광일(42) 한국웃음센터(www.funhaha.or.kr) 소장의 웃음치료 요법에 대한 설명이다. 한 소장은 또 “하루 생성되는 1000여개의 암세포를 공격하기 위해 꼭 필요한 NK세포( natural killer cell)는 웃을 때 많이 만들어진다.”며 웃음의 효능을 거듭 강조했다. 작년 9월 한 소장이 국내 한 방송사와 공동으로 실시한 웃음치료 요법 처치 전후의 체력진단 실험결과는 주목해볼 만하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보건소에서 벌인 실험에서 웃음치료를 받기 전 피실험자의 체력나이는 25세였지만 실험 후엔 19세로 무려 6살이나 줄어든 것.7분간 웃음치료 강의를 하고 3분간 박장대소를 한 후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장기간 웃음치료 요법을 받게되면 더욱 획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그는 단언한다. “웃음은 개인은 물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웃는 사람에겐 밤에도 해가 뜰 수 있습니다.” 웃음치료사 제1호 한광일 소장
  • [지금 청남대에선] 발묶인 관광지개발…개방2년 관람객 ‘뚝’

    [지금 청남대에선] 발묶인 관광지개발…개방2년 관람객 ‘뚝’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가 충북도로 소유권이 넘어간 지 3년 가까이 된다. 일반개방 이후 ‘현대판 임금님 행궁’을 보기 위해 물밀듯이 몰리던 관람객들의 열정도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다. 청남대는 대통령 별장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에게 좀더 다가가려고 변화를 꿈꾸고 있으나 쉽지 않은 모습이다. ●관람객 감소 폭설로 호남지방이 난리가 난 뒤 열흘쯤 지난 지난달 말.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 있는 청남대는 매서운 칼바람에 썰렁한 모습을 보였지만 분위기만큼은 고고했다. 나무는 모두 옷을 벗어 앙상했고 잔디는 누렇게 변해 있었다. 단체로 구경을 온 관람객이 주고받는 말소리와 청남대 선착장 앞의 대청호변에 풀어놓은 오리떼의 울음소리가 적막을 깼다. 경남 거제에서 남동생과 함께 온 윤지애(28·교사)씨는 “평소 한번 오고 싶었는데 방학을 맞아 처음 찾았다.”면서 “외국의 왕이나 대통령 별장은 무척 화려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청남대에 있는 식기나 샴푸 등은 검소해 보여 의외였다.”고 말했다. 요즘 하루종일 청남대를 찾는 관람객은 평일 500명, 주말 10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관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4년 4월 1만명을 훌쩍 넘길 때와는 대조적이다. 청남대는 2003년 4월 충북에 소유권이 이전되고 일반에 개방된 8월부터 그해 말까지 53만 843명의 관람객이 찾았다.2004년 100만 6652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73만명으로 관람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청남대관리사업소 신현구 운영팀장은 “개방후 관람객이 많은 것은 호기심에서 찾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올 관람객수를 정상으로 본다면 내년부터 따져봐야 관람객이 주는지 느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변화 발목잡는 규제 관람객들은 대통령이 잠자고 밥을 먹던 본관구경을 가장 많이 즐긴다. 이 가운데 대통령 부부 침실이 최고 인기다. 안내원 박상은(24)씨는 “개방 전에 항간에 ‘목욕탕의 수도꼭지가 금으로 만들어졌다.’ ‘지하실에 가면 대청호 물고기들이 훤히 보인다.’는 등의 헛소문이 많이 나 그런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시설이 단조롭다면서 불만스러워하는 관람객도 있지만 도시에서 바쁘게 살다가 온 관람객은 ‘조용하다.’며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청남대는 개방 전과 후로 크게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상수원 보호구역에 있어 증개축이 어려워, 화장실을 늘리고 계단과 관람로를 넓히는데 그쳤다. 잔디밭도 행사 때에만 개방되고 있다. 본관의 침실과 방 등에도 금줄을 쳐놓았다. 신 팀장은 “대통령이나 가족들이 쓰던 식기 등은 요즘에도 나와 바꿀 수 있지만, 사용했던 것이어야 가치가 있기 때문에 관람객의 접촉을 막아 훼손을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식시설이 부족하고 하루 묵으려 해도 청남대는 불가능하고 문의면 소재지에 있는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음식점도 없다. 청남대에서는 아이스크림과 자판기 커피만 사먹을 수 있다. 관람객 설문조사에서도 ‘먹을 거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불만거리였다. 청남대는 현재 2과4팀의 충북도 소속 직원 22명과 안내, 청소, 조경, 경비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용역업체 직원 63명이 관리하고 있다. 신 팀장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싶지만 상수원 보호법에 묶여 갖가지 규제가 따라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청남대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동상·소장품 전시 ‘대통령 역사관’ 계획 ‘대통령 역사관 건립’ 충북도의 의뢰를 받은 청주대 산업경제연구소와 삼성에버랜드는 올해 ‘청남대 명소화를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역사관에는 청남대를 이용한 역대 대통령의 유물과 업적 등을 전시해 관광 홍보시설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2003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이 청남대에서 묵은 뒤 권양숙 여사와 함께 뜬 손 모형 동상이 전시된다. 관리사업소는 ‘핸드 프린팅 전시장’을 만들기 위해 다른 대통령 부부의 손 모형도 생존시 뜬다는 구상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탔던 자전거를 확보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6년 여름휴가 때 읽은 책 5권도 구해 놓았다. 낚싯대, 골프채, 테니스 라켓 등 대통령들이 썼던 물건도 있다. 대통령들의 동상과 각국 대통령 궁이나 별장을 축소한 미니어처 100점도 역사관에 설치, 전시할 계획이다. 유람선도 뜬다. 청남대 선착장에서 900∼1100m쯤 떨어진 대청호 큰섬과 작은섬을 모노레일로 연결해 배터리로 움직이는 유람선도 운항한다는 것이다. 두 섬은 생태공원으로 조성, 관람객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섬들은 1980년 대청댐이 건립된 뒤 25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땅이다. 모두 16만평 규모로 행정구역은 대전에 속하고 있지만 소유권이 청남대와 함께 충북도로 넘어온 상태이다. 본관 진입로에 있는 돌탑 앞에 원형광장을 조성해 먹을거리 제공장소로 활용한다. 상설공연 무대도 만들어진다. 이곳에서는 승무와 궁중무용 등 고급 전통공연이 펼쳐지고 어가행렬 등 대통령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이벤트가 열린다. 일부 건물은 고급 훈련원으로 변신한다. 청남대 곳곳의 야생화를 활용, 전국 최대 야생화단지를 꾸밀 예정이다. 이밖에도 문의면 소재지∼청남대간 13㎞의 진입로에 자전거길을 만들고 면소재지 재래시장 활성화와 숙박시설 확충 등의 계획이 추진된다. 이 발전계획은 10년간 추진된다. 권영동 관리소장은 “청남대가 국민이 사랑하는 휴식처로 자리잡으려면 필요한 시설이고, 또 만들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청남대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권영동 관리사업소장 “상수원 보호법 때문에 도대체 뭘 할 수가 없습니다.” 권영동(55·4급) 청남대 관리사업소장은 “청남대를 변신시키지 않고 이대로 방관해서는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상수원 보호구역에 있어 건물을 신축하거나 시설을 개보수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관리사업소 사무실로 쓰고 있는 건물도 청남대 경호업무를 수행하던 지상 2층 규모의 군부대 막사다. 권 소장은 “청남대는 산과 호수, 꽃밭, 왕궁으로 이뤄진 곳인데 이런 규제로 인해 중요한 물을 이용할 수 없어 불구자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놀고 있는 골프장에서 관광객이 대청호로 공을 쳐보는 시설을 관광상품화 해보려고 해도 못하고 있다.”면서 “무엇을 해보려고 해도 상수원 보호법에 자꾸 걸려 짜증스럽다.”고 덧붙였다. 충북도로 넘어가기 직전인 2003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 라운딩한 1만 6515평의 5홀 규모 골프장은 현재 놀리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청남대 장기발전계획도 성사가 불투명하다. 음식조달이 안 되고 새로운 관광시설이 없는 등 관광자원이 단조로운 측면이 관광객 감소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적자가 매년 7억∼8억원에 이르고 있다. 그는 “재작년은 대부분 무료 관람이 가능한 노인들이 찾아와 관람객 숫자가 많았어도 적자를 냈다.”며 “지난해부터는 청장년이 늘어나 기대를 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장기발전계획 외에 4∼5㎞ 거리의 문의면 매표소와 청남대 사이에 유람선을 띄우고 청남대를 궁중식 혼례식장으로 활용하고 싶어한다. 그는 “청남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방된 현대 대통령 별장으로 고품위 관광지”라며 “고품위를 지키고 국민도 쉽게 다가가는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수질을 해치지 않는 개발방식은 허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남대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어제와 오늘청남대는 1983년말 지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경치에 반해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실제로 들어섰다. 처음 이름은 영춘재(迎春齋)였다. 1986년 7월 ‘남쪽의 청와대’라는 의미에서 청남대(靑南臺)로 바뀌었다. 부지는 모두 55만 8000평에 이른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본관 등 숙소시설과 골프장, 양어장, 헬기장,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보트도 2척이 있으나 대청호변 전시시설로 옮겨져 있다. 앞에 대청호가 펼쳐진 초가정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 지어졌다. 이곳에는 김 대통령의 전남 하의도 생가에서 가져온 농기구 등이 전시돼 있다. 본관 진입로에 수령 70년이 된 반송과 130년이 넘는 소나무에다 메타세쿼이아 등 조경수 5만여그루, 야생화 20만포기가 곳곳에 심어져 있다. 청남대는 5명의 대통령이 모두 88차례 이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은 28차례 이용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4월에 한차례만 쓰고 충북도로 소유권을 넘겼다. 개방 이후에는 지난해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이 촬영되기도 했다. 청남대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儒林(510)-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32)

    儒林(510)-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32)

    제5부 格物致知 제1장 疾風怒濤(32) 검은 비늘에 금빛목걸이를 목에 두른 용이 동해바다로부터 불쑥 날아와 방 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꾼 신사임당은 이로 인해 율곡의 아명을 ‘현룡(見龍)’이라 하였었다.‘이현룡’이 ‘이이’로 이름이 바뀐 것은 율곡의 나이 11살 때. 그 무렵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는 중병에 걸려 목숨이 촌각을 다투고 있었는데, 율곡은 조상을 모신 사당에 들어가 아버지대신 자신이 죽도록 해달라고 비는 한편 자신의 팔뚝을 찔러 거기서 나오는 피를 신음하는 아버지 입 속에 흘려 넣었던 것이다. 간신히 기운을 되찾은 이원수는 그 무렵 낮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백발노인을 만난다. 그 노인은 이원수를 향해 ‘당신의 아이는 분명히 이 나라의 큰 유학자가 될 것이요. 그러니 이(珥)라고 바꾸시오.’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이원수가 ‘이 아이는 용을 보고 낳은 아이입니다. 그래서 현룡이라 했는데 이름을 바꾸라니요.’하고 묻자 백발노인은 이렇게 말을 하였다고 한다. “이(珥)란 귀걸이를 뜻하는데 매우 귀한 것을 말한다오. 그러므로 꼭 이로 바꿔야 하오.” 이로 인해 율곡의 이름은 이현룡에서 이이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율곡은 새벽닭 울음소리를 들으며 어렸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버지의 꿈속에 나타난 백발노인은 어쩌면 노자의 현신이 아니었을까.” 공자가 예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 수만리의 여행을 떠나 주나라로 노자를 찾아갔듯이 이번에는 노자의 현신인 내가 학문의 길을 밝히기 위해서 해동공자인 퇴계선생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인류가 낳은 대성인이자 대사상가였던 공자와 노자의 만남이 세기적인 대사건이라면 철인이자 우리나라가 낳은 대사상가인 퇴계와 율곡의 만남 역시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대사건인 것이다. 비록 2박3일의 짧은 만남이었으나 율곡은 퇴계로부터 받은 지대한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을 정도였다. “…내가 학문의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을 때 사나운 말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여 가시밭길의 거친 들에 있다가 방향을 고쳐서 옛길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은 실로 퇴계선생의 계발(啓發)에 힘입은 것이다.” 눈을 뜨는 데는 영겁의 세월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보는 것은 찰나에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율곡이 퇴계를 만난 것이 평생 동안에 있어 2박3일의 짧은 찰나였지만 그 한순간에 자신의 고백처럼 ‘가시밭길의 거친 들에서 방향을 고쳐서 옛길로 돌아오게 되었으니’ 율곡을 육신적으로 낳은 사람은 그의 아버지인 이원수라 할지라도 율곡을 정신적으로 거듭나게 한 사람은 참스승인 이퇴계, 바로 그 사람인 것이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율곡은 서둘러 안동을 향해 출발한다. 그 길은 율곡에게 있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는 최상의 선택이었으며, 사나운 말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방황하던 질풍노도의 계절에서 발견한 유일의 구명대(救命帶)이자 캄캄한 어둠을 밝히는 등대불이었던 것이다.
  • 새해 행운의 ‘1호’ 0시 정각 서울서 남아 탄생

    새해 행운의 ‘1호’ 0시 정각 서울서 남아 탄생

    2006년 첫날이 밝으면서 올 한해를 처음으로 시작하는 ‘1호’ 주인공들이 탄생했다. 서울 중구 성균관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병동에서는 0시 정각, 남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병동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산모 최미연(29)씨와 아버지 이형수(36)씨 사이에서 태어난 첫 아이로 체중도 3.15㎏으로 건강했다. 어머니 최씨는 “아기가 울음소리도 크고 건강해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새해 처음으로 특별하게 태어난 만큼 앞으로 커서 사회에 봉사하는 선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해 가장 먼저 우리나라 땅을 밟은 사람은 뉴질랜드에서 온 태평양자원무역 주계환(51) 대표. 오클랜드에 사업차 방문한 주씨는 오전 4시10분 국제선 항공편인 대한항공 KE824편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환영 행사에서 주씨는 항공사로부터 호주·뉴질랜드·피지 등 대양주 노선을 여행할 수 있는 비즈니스 클래스 왕복 항공권 1장과 특급호텔 무료 숙박권 등을 받는 행운도 안았다. 아시아나항공도 오전 4시35분 필리핀 마닐라발 OZ032편으로 입국한 필리핀 한인회장인 신철호(59)씨에게 인천∼마닐라 비즈니스 항공권 1장을 증정했다. 또 새해 첫 출국 항공편은 오전 6시50분 인천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난 대한항공 화물기 KE8545편으로 기록됐다. 화물기는 첫날부터 휴대전화와 LCD 등 고부가 수출품들을 가득 싣고 떠났다. 첫 도착 항공화물편은 오전 6시30분 일본에서 연어를 싣고 들어온 노르웨이 오슬로발 대한항공 KE520편이다. 가장 먼저 새로운 해를 맞은 곳은 독도로 오전 7시26분쯤 새해의 장엄한 햇살을 비췄다. 이어 7시31분 울산 대송리 간절곶, 방어진, 부산 태종대 등에서 일출이 시작됐다. 오전 4시45분 부산역을 출발한 새마을호도 가장 먼저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렸다. 새마을호 기관사 박현수(46)씨는 “올해는 기관차처럼 우리나라도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차고 안정되게 달려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블랙홀/김미정 등장인물 광식 정애 남자 가인 등을 들고 있는 아이 인철 그 밖의 배우들 각 에피소드들의 시간적 배경은 같다. 에피소드 1 전체 무대는 1,2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2층은 오랜 병원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병실의 내부가 있다. 병실에는 환자용 침대와 보호자용 침대가 있고 침대를 바라보며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양끝으로는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고 그것은 병원 비상계단의 모습이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모니터기가 놓여져 있다.1층은 어느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배경들이 있고 계단의 정반대쪽에는 지하철 입구의 표시가 그려져 있다. 계단의 앞쪽으로는 벤치가 있고 그 벤치 옆에는 어느 노숙자가 놓고 간 듯한 신문지들과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얼핏 들으면 기차소리와도 같은 규칙적인 소리.2층의 무대가 조금 밝아지면서 기차소리는 심장 모니터기의 소리로 바뀐다.2층의 무대가 완전히 밝아지면 모니터의 소리는 잦아들고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광식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창 밖에는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리창을 닦는다. 유리창을 닦다가 소주를 꺼내어 마신다. 광식의 앞에는 먹던 중이었던 김치그릇과 밑반찬 그릇들 그리고 밥그릇이 있다. 나머지 두 침대는 비어있다. 광식:(입맛을 다시며)거 참 맛있겠네. 저 양반 저거 세상을 아는 양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 한 병 사오는 건데.(혼잣말로)거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눠 먹읍시다.(먹던 밥을 계속 먹는다.) 남자가 유리창을 두드리더니 소주병을 내민다. 광식:한 잔 주시게요?아이고 그럼 나야 고맙지요. 유리창 남자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광식이 술잔을 받는 시늉을 한다. 광식:(마시는 시늉)원샷! 캬! 안주는? 안주도 줘야지. 남자가 씩 웃는다. 광식:사람 참 싱겁소. 남자도 하!웃는 모양. 그러고는 유리창을 닦는다. 광식:하, 취한다.(침대의 이불을 젖히니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다. 광식이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등을 문지른다)우리 딸입니다. 예쁘죠?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이 예수님 귀 빠진 날이래요. 뭐 대단한 양반인지는 몰라도 병원 전체가 들썩들썩 합니다. 우리 병실 환자들은 모두 외출을 나갑디다. 세상을 구원하신 독생자 그리스님인지 놈인지 덕분에 오랜만에 조용하고 좋수.(등을 문지르다가 손을 동그랗게 하고 두드린다.)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둘이요, 두부장수 두부를 판다고 달달달, 셋이요, 새 각시가 빨래를 한다고 달달달. 광식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함께 빨간 등을 든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1층의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만히 서서)아빠!일곱은 뭐라고 그랬죠? 남자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린다. 광식이 쳐다본다. 남자가 손가락 일곱 개를 유리창에다 댄다. 광식:일곱이요. 일본 놈이 순찰을 돈다고 달달달! 아이:아!(아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가 퇴장한다.) 광식:(아이의 등에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우리가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죠?(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글씨를 쓴다.‘나 몰라요?’큰 소리로 입 모양이 보이게)초등학교 어디? 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고향이 공주?아닌가?아무튼 형씨 인상 한 번 좋수다. 어쩌다 이런 일…. 뭐 오해는 마슈.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 될 거요. 인상 보면 알지.(아이를 쳐다보며)우리 애는 십 년째 이러고 누워 있어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거든.(사이)원무과에서는 석 달에 한 번씩 청구서가 나옵니다. 일년 만에 집 날리고 벌써 팔 년 짼데 뭐가 남았겠습니까?지금은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병원에서 살아요. 뭐 그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냐고 그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걸. 만날 울고 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는 거죠. 하루의 끝은 웃으면서 보내려고 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죠.(한숨을 쉬며)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요.(조금 작은 소리로)이건 형씨한테만 하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니 딱 일년이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삼년이겠지. 웃기죠?딱 일년 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우리 마누라가 알면 난리 날 겁니다. 긴병에 효자 없죠?맞습니다. 부모라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자식이니까 붙들고 있는 겁니다.(큰소리로)진짜 나 몰라요?(한참의 사이 후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다시 한참의 사이를 두고 고개를 든다.)제길, 소주 한잔에 취했네. 다 잘 될 거요.(사이)그거 하면 하루 얼마나 줍 니까? 남자가 유리창에다 손가락을 대고는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를 세더니 칼을 꺼내어서 줄을 끊는다. 순식간에 남자가 사라진다. 광식:어?(광식은 잠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는다.)씨!지가 왜 죽어. 죽을 놈이 누군데.(한참 만에 전화를 찾는다. 떨리는 목소리로)저 여기 13층인데요.(사이)네?병원(사이)한영병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사이)아니 안이 아니고 밖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면…유리창을 닦는 사람인데…. 인상이 좋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고…. 저 위 동네에 사는…. 헉!(갑자기 입을 막는다. 전화를 놓친다.) 광식이 정신없이 병실을 빠져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벽에다 반복해서 박는다. 무언가 모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아이를 바라보고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바닥을 유리창에다 댄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의 호흡기 전원을 끈다. 호흡기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멈춘다. 침대 위 아이의 몸이 위로 한 번 뛰었다가 털썩 내려앉는다. 심장모니터의 박동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광식의 몸이 털썩 밑으로 내려간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광식의 손바닥 자국이 드러난다. 소리:2005년 12월25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을 유지하던 15세 김모 양의 아버지가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김모 씨는 병원 소각장에서 아이의 신발을 태우다가 붙들렸습니다. 김모 양은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이후로 계속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의 목숨마저 끊어버리게 된 김모 씨는 현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의 다른 가족으로는 아이의 어머니 최모 씨와 8세의 아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아내 최모 씨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김모 양의 병실 밖에서는 병원의 유리창을 닦는 강모 씨의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강모 씨의 주머니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있었고 리프트의 한 쪽에는 분골함으로 보이는 상 자에 하얀 재가 반쯤 들어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들뜬 분 위기의 한 쪽에는 이런 어두운…. 암전 에피소드 2 빗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진다.2층 무대의 소품들은 여전하다. 정애가 지하철 입구를 통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하고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선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서 닦는다.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정애가 있는 곳으로 온다. 정애:(남자를 힐끗 보더니)크리스마스에 눈이 안 오고 비가 오네요. 남자가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도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남자를 바라보며)묘한 기분이 들어요. 남자:…. 정애:(천천히 고개를 돌리며)나 좀 봐 주책이야.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 정애:(가방에서 칫솔을 꺼낸다. 혼잣말로 연습한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하시느라 살림하시느라 일하시느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건강 칫솔입니다. 이 건강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 인준을 받은 칫솔모를 사용한 칫솔로서 여러분의 이와 잇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서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줄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도 칫솔모가 상하지 않아 칫솔을 자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남자를 쳐다보며)한영병원 1002호에 입원해 있는 가인이를 아시죠? 제 딸이에요. 남자:(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정애를 본다) 정애:그동안 잘 지냈어요? 남자:…. 정애:당신, 많이 늙었네요. 남자:…. 정애:먹고 살만 하시면 칫솔 두 개만 사주세요.5천원이에요. 이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를 인정받았어요. 그게 뭔지 아시죠? 남자가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서 정애에게 준다. 정애가 남자에게 칫솔을 준다. 정애:우리 가인이는 저 혼자 이빨도 못 닦아요. 그래서 칫솔도 필요 없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가운데로 간다. 뒤돌아서 정애를 바라본다. 남자:봉천동 산27번지에 사는 소영이는 어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 돌에 깔려서 죽었거든요. 그 아이도 이제 칫솔은 필요없을 겁니다. 정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가인이는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정애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잡고 흔든다. 남자와 정애의 몸싸움. 슬프고도 정열적인 음악이 흐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 같다.2층 병실로 검은 옷을 입은 조폭이 등장한다. 쇠방망이를 들었다. 조폭:으메 씨벌, 병실 한 번 좋구마잉, 으메 씨벌, 돈 빌려준 놈은 지 엄니 병원비도 없어서 집구석에서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디 돈 빌려간 놈은 지 자식을 번듯하니 이런 큰 병원에다 모셔두고 있어 잉?니들이 사람이여?개, 돼지만도 못한 것들 아녀 이것!씨발!(방망이를 한 번 내리친다) 정애:병원비가 없어서 사채를 썼어. 갚은 이자만으로도 원금을 까고도 남는데 이 새끼들이 이자가 한달만 밀려도 병실로 찾아오네. 아이의 아빠가 작업복을 입고 1층으로 등장한다. 같은 복장의 배우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광식:이 집은 재개발 지역 내에 있습니다. 나 난 이, 이렇게까지 하긴 싫어요. 어서 어서들 나가세요. 안,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어, 어서 나가!셋을 셀 거야. 하나!둘!씨발 나가요!셋!(방망이를 치켜든다.) 배우들이 같이 치켜든다. 남자:봉천동 산 27번지 재개발 지역.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조폭:울 엄니도 몇 년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다니까. 니 자식만 자식이고 울 엄니는 늙었응께 고만 돌아가시라 이거여 뭐여!잔말 말고 돈 내놔!안 그러면 자식이고 뭐고 없응께. 인철이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남자와 정애는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광식:인철아!이 자식 여기 있었구나. 나 좀 살려주라!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난 못 하겠다. 내가 그 돈은 꼭 갚을게. 인철아. 나 좀 놔 주라. 내 이 손으로 우리 엄니같은 노인네 허리를 치고 머리를 잡고 집에다 불을 지르고 그랬다. 야!인철아!나 좀 ! 인철:아직 먹고 살 만한가 보구나, 니가. 알아서 해. 광식:야, 우리가 불알친구 아니냐. 이 자식아. 인철: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생각해. 자식을 생각하라고. 광식:인철아. 나 이제 이 짓 못하겠다. 나 좀 봐주라. 인철:야 이 자식아. 일할 사람은 많아. 너 당장 돈 갚을 수 있어? 광식:내가 벌어서 갚을게. 인철:오다가 떨어져서 말이야. 니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곤란해져. 이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알지? 광식:그래도 난, 난 못해. 인철:이 자식아. 그럼 돈을 가져와. 광식:으으으으으! 인철:쉽게 생각해. 아이의 호흡기 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2층 병실의 조폭과 1층의 광식과 다른 배우들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정애와 남자가 무대를 빙글빙글 돈다.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애: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닌데. 조폭:그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아줌니 아직 탱탱하구마잉. 남자:일곱 살 난 딸이 집 마당으로 뛰어들다가 돌에 깔려 죽었네. 정애:그럴게요, 그럴게요, 제가 가서 일해 드릴게요. 빚만큼 일해 드릴게요. 제발 가주세요. 조폭:오메,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괜히 힘써 부렀네. 현란한 조명이 무대 전체를 채우고 이어서 공사장의 먼지 같은 희뿌연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무대에 탬버린 소리가 울린다. 연기가 걷힌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애가 탬버린을 치고 있다. 정애는 노래를 부른다.2층의 유리창 밖으로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골함에서 하얀 재를 허공에 뿌린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에피소드 3 웨딩마치 흐르면서 무대가 밝아지면 2층의 무대에는 하얀 천이 내려와져 있다. 무대의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단들이 있고 단위에 사람들이 둘씩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광식과 정애다. 첫번째 단 광식:오늘은 입질이 영 시원찮네. 정애:아이 재미없어. 광식:그러게 왜 따라왔어. 정애:집에 있어도 재미없어. 광식:그러셔?가인이는? 정애:아까부터 곯아 떨어졌어. 텐트 치고 잔다고 좋아하더니. 당신은 낚시가 그렇게 좋아? 광식:그러엄. 정애:우리보다도? 광식:그러엄. 정애:치, 그럼 왜 결혼했냐? 평생 혼자 낚시나 하고 살지. 광식:니가 결혼해 달라고 하도 쫓아 다녀서 할 수 없이 했다. 정애:뭐야?내가 언제? 광식:물고기 머리냐? 정애:하이구 그러셔?그래서, 그래서 후회해? 광식:글쎄에. 정애:이이가 정말.(광식을 꼬집는다.) 광식:아야!조용히해. 물고기들 다 도망간다. 정애:똑바로 말하란 말야.(또 꼬집는다.) 광식:아야. 왜 이래 마누라. 똑바로 말하면 잡아먹으려고? 정애:뭐야? 광식:하하하. 두번째 단 정애:방송국에서 우리 가인이를 찍어간대. 광식:그래?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정애:간호사들이 편지를 써 줬대. 광식:정말? 세번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정애: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광식:가끔씩 눈을 맞추고 울기도 합니다. 정애:가인아.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밖에 나가 놀아야지. 광식:(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운다.) 정애:그럴 땐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인이가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광식:(정애의 등을 두드린다.)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주고 등을 이렇게 두드려 줘야 합니다. 정애:가래도 뽑아줘야 하고요. 낮에는 어머니가 와 계시고 밤에는 우리가 교대로 하죠.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애와 광식의 역할을 바꾸어 정애가 광식의 등을 두드린다. 광식:가장 필요한 거는 역시…. 정애:(얼른)아이의 병원비를 석 달에 한 번씩 계산해야 해요. 셋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세번째 단 정애: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 벌써 통장이 바닥났어. 광식:인수가 걱정이야. 정애:왜? 광식:장모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정애:그래서? 광식: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줬는데, 아이가 이상했어. 정애:이상해? 광식:자장면을 먹다가도 눈을 깜빡하고 얘기도 잘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거렸어. 정애: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낯설어서 그랬겠지. 광식:그게 아니야. 정애:그럼,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광식:장모님이 그러는데 신경증 증세가 있대. 정애:뭐? 광식:우리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래.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인이가 그렇게 되고…. 아무리 장모님이 신경 써 줘도. 정애:그래서 엄마가 잘 못 돌봐서 그런단 거야? 광식:이 사람이!누가 그렇대? 정애:그럼 뭐야, 그럼 뭐냐고. 광식:으이구, 왜 억질 부려. 내가 뭐라고 했다고. 정애:몰라. 정말 미치겠다. 다른 배우들이 세번째 단을 쳐다본다. 네번째 단 광식:당신 저녁마다 어디를 나가는 거야. 정애:내가 말했잖아. 친구 식당일 도와준다고. 광식:당신 정말! 정애:어서 밥이나 먹어. 광식:…. 정애:유리창 닦는 아저씨가 죽었어. 광식:뭐? 정애:집이 재개발돼서 다 부숴지고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대. 광식:그래서, 죽었어? 정애:줄을 끊었어. 광식:다, 당신이 봤어? 정애:아니, 들었어. 깡패들이 와서 집을 다 부쉈대. 참 기분이 묘해. 그 아저씬 우리 가인이가 바깥세상을 잘 볼 수 있게 유리창을 깨끗하게 잘 닦아줬는데. 광식:…. 정애:불쌍하다. 그치?그런 거 보면 우리만 힘든 것도 아냐. 가인이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광식: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울리는 말이니? 정애:왜 이래?오늘?짜증이 컨셉트야? 광식:힘들겠다. 자기는. 정애:새삼스럽게 왜 이래. 광식: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정애:뭐? 광식:…. 정애:어, 어떻게 알았어? 광식:더럽다. 정애:누가? 광식:내가. 정애: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사채만 안 썼어도. 광식:당신이 다른 남자들 앞에서 웃고 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쏠려. 정애: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광식:제길! 정애:당신이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콩팥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뭘 주려고?눈?간?심장?그럼 우리 가인이는?당신이 죽으면 가인이도 죽어. 광식: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애:허풍 떨지 마. 광식:뭐? 정애: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광식:거기가 그런 데냐?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정애: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광식:꿈에도 생각 못했어. 당신이…. 정애:아까 어머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데 먹을래? 광식:…. 정애:총각김치도 있어. 광식:개새끼. 정애:애 듣는 데서 왜 자꾸 욕을 하고 그래. 광식: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병신이! 정애:(광식의 뺨을 친다.) 광식:인생이 억울하다. 정애:…. 광식:…. 정애:가인이가 다 들어. 세 단의 배우들이 일어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얀 천을 내린다. 침대위의 아이가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앉아있다. 빨래가 매달려 있는 줄 사이에는 등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정애의 얼굴 몽환적이 된다. 무대에는 등의 불빛만이 있다. 정애:이상하지. 유리창 아저씨가 우리 병실 앞에서 하얀 재를 뿌리는 꿈을 꿨어. 그게 우리 가인이가 죽어서 태운 재 같아서 가슴이 저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신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거야. 광식:그 사람. 자기 아이가, 무너지는 집에 깔려서 죽었어. 정애:어떻게 알아? 광식:나도 꿈을 꿨어. 둘이서 장난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 잔 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거야. 초등학교 동창인가 중학교 동창인가 물어보려는 참에 줄을 끊더라. 그러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죽은 그 아이를 많이 닮았더라. 내가 그 사람을 닮고 죽은 아이가 가인이를 닮고 ……. 정애:꿈을 꾸는 것 같다가 일어나보면 꿈이랑 별 차이가 없는 현실이 돌아와. 광식:내가 거기 있었어. 아이가 죽을 때 내가 거기 있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배우들이 등 앞에 서있다. 하나의 등에 하나의 광식과 정애. 두 사람이 조금 더 몽환적인 상태가 된다. 정애: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광식:꿈에서 보면 우리의 머리맡에 등이 하나씩 걸려 있어. 정애:예쁘다. 광식:등이 하나씩 꺼져. 정애:슬프다. 배우들이 등을 차례로 끈다. 광식:가인이 머리위의 등은 아직 켜져 있어. 정애:다행이다. 광식:(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나는 꺼진 내 등을 부여잡고 울어. 당신 등을 부여잡고 울어.(울음을 터트린다.) 정애:부모란 게 그런 거야. 자식이란 게 그런 거야. 광식:저기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많이 희미해진 등들이 있네. 정애:그건 누구의 등일까? 광식:인수. 정애:저게 우리 인수 등이야?어머, 정말 빨갛고 작은 등이네. 광식:그 아이, 그 아이 아빠. 정애:어쩜, 저렇게 예쁜 등을 가진 아이였어. 광식:(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나는 가인이의 등을 꺼. 정애:어?그럼 안돼. 광식:천천히, 조금씩 심지를 줄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배우가 가인이의 등을 끈다. 앉아있던 아이의 눈이 무섭게 커진다. 호흡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 점점 잦아든다. 앉은 채로 숨을 멈춘다. 정애가 광식의 목을 조른다. 남아 있는 등들이 무대를 비춘다. 숨을 멈춘 가인의 눈이 등불처럼 떠져 있다. 암전. 에피소드 4 1층 무대의 한곳에 햇빛처럼 조명이 드리우고 광식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광식의 그림자가 무대 전체에 비추어지면서 광식의 외로움이 극대화된다. 정애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소복을 입고 있다. 광식의 그림자에 정애의 모습이 겹친다. 정애:(허공에 손을 대본다.)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뭐라고 그러지? 광식:메리 크리스마스. 정애: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냐? 광식:알면서 왜 물어봐? 정애:어서 일어나서 이리로 와. 집에 가야지. 광식:왜 이래? 당신이 이쪽으로 와야 해. 병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야. 정애가 광식의 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정애가 당황해하며 멈춰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 정애:어디로 가지?가인이가 죽었는데. 광식:(놀라며)무슨 소리야?가인이가 죽어? 정애:균에 감염이 돼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 누가 때리지 않았어도 온몸에 멍이 들고 입과 항문으로 피가 줄줄 나왔어. 당신이 없는 동안에 가인이가 죽었어. 지금 가면 볼 수 있어. 광식:(가슴을 쥐어짜며)아! 정애:죽는 건 너무 순간이라 처음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당신을 기다렸어. 오늘쯤 당신이 병원으로 올까봐 이리로 왔어. 광식: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정애:가인이를 보내려고 집을 구했어. 며칠동안만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 오늘 나가야 해. 주인이 죽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당장 나가라고 그러는데 며칠만 봐달라고 빌었어. 광식: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정애:다른 병실 아이도 죽었어. 아이 아빠가 호흡기를 껐어. 뉴스에도 나왔어. 그 아이 아버지는 잡혀 갔어.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아. 아니 잘 모르겠어. 지난 8년이 꿈인지, 아니면 지금이 꿈인지. 광식이 운다. 그림자가 흐느낀다. 정애의 몸에 겹쳐져서 두 사람의 흐느낌이 된다. 광식:장례비는? 정애:아이 옷하고, 염할 것 하고, 화장터 가서 화장할 것 하고 집세 내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시간이 흘러감을 알게 해준다. 그림자가 점점 작아진다. 광식: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정애:차내에 계시는 승객 여러분, 여기를 잠시 봐 주십시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은 한달만 써도 칫솔모가 쉽게 닳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로는 치석까지 제거되지 않습니다. 광식:둘이요, 두부장수. 정애:여기 새로운 칫솔이 나왔습니다. 몇 달을 써도 칫솔모가 손상되지 않는 칫솔입니다. 이를 닦으면 부드러운 칫솔모가 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줍니다. 광식:낙원으로 갔니? 정애:이를 닦는 동안 여러분을 낙원으로 데리고 가줄 칫솔이 두개에 오천원입니다. 광식:정말 하루저녁이 꿈같다. 아이들이 죽고 어른들은 자살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아. 정애:하얀 옷을 입어서 니 모습이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고 숨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었어. 엄마는 꿈을 꾼다. 니가 등불을 들고 나타나 아빠를 위로해주고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선하게 해주는 꿈을……. 죽은 이들이 등불을 들고 등장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 당선소감 “수술후 벅찬 소식… ‘이런게 인생이구나’ 느껴” 갑자기 배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직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통증과 전신마취 후의 몽롱함 속에서 들은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대전여민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연극 소모임 ‘돼지꿈’에서 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여성 문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면서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로서 막연히 연극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던 나를 연극판으로 이끌어주고 몇 년을 한결같이 믿어준 대전여민회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진연 언니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년을 울고 웃으며 연극을 했던 모든 돼지꿈 단원들과도 술 한 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 몇 평의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상열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대전대의 모든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동료들, 그밖에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개인이나 가족의 병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해 같이 치료할 날을 바라며 당선 소감을 마친다. 김미정 ●약력 1971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대전대 문예창작대학원 수료 대전여민회 문회위원장(연극모임 ‘돼지꿈’ 연출 및 극작 활동) ■ 심사평 “꿈·현실 넘나들며 존재의 불가사의 부각 돋보여” 신춘문예에도 유행은 있는가 보다. 올해 응모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의식과 관념이 과잉되어 작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작품들, 고통의 아우성만 보여주고 고통의 근원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엄살과 감상(感傷)덩어리의 작품들, 무뇌아적 형식실험에 진부한 소재를 안이하게 결합한 작품들, 존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보이려는 도살의 욕망은 보이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작품들 등. 개성이나 독창성의 기준을 떠나 극작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별하려고도 해보았으나 단편희곡이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닌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구성해내는 능력, 압축적이면서 오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공, 존재의 심연을 깊고 섬세하게 응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독창성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신인을 기대했다. 그 이유는 대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등단과 함께 사라져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미정의 작품과 박재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 박재원의 희곡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서라운드(surround), 다시 말해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형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삶의 조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대응이 자폐적이라는 지적 또한 면할 수 없었다. 김미정의 ‘블랙홀’은 공간, 인물, 사건의 혼재와 병치, 꿈과 현실의 넘나듦을 통해 존재의 불가사의한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극 공간의 활용과 극적 이미지의 연결이 돋보였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철리 김태웅
  • [우리는 맞수 CEO] 남중수 KT 사장 vs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우리는 맞수 CEO] 남중수 KT 사장 vs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KT와 SK텔레콤은 IT업계의 ‘용호상박(龍虎相搏)’으로 불린다. 두쪽 모두 차세대IT 기술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남중수 KT 사장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이런 이유로 재계에서 주목받는 최고경영진(CEO)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소통’이 쉽다는 점이다. 남 사장은 특별할때 ‘감사 메일’을 직접 보낸다. 김 사장도 휴대전화를 잘 받는다. 못받았을땐 답신이 온다. 상대방은 ‘감동’은 아니라도 의외의 고마움을 느낀다. 두 CEO는 IT기술 및 서비스의 컨버전스(융합)시대를 맞아 양보없는 일전도 벌이고 있다.KT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인터넷방송(IPTV) 등에,SK텔레콤은 위성DMB,3세대 이동전화 WCDMA가 진화한 HSDPA 등에 주력하고 있다. 두 CEO는 최근 연말을 맞아 내년의 사업 계획 등을 밝혔다. ●상대가 있어 믿음직하다 김 사장은 지난 9일 “삼수끝에 염원의 매출 10조원 달성이 가능해졌다.”며 한 획을 그었음을 밝혔다.KT가 매출 10조원을 몇년전에 넘긴 상태여서 그의 말에는 다분히 KT를 의식하고 있다. 남 사장은 5일후인 14일 “내년에 올해보다 5000억원을 더 얹어 3조원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맞받았다. 남 사장은 8월 취임때 “정책에 많은 협조를 하겠다.”고 밝혀 정부와도 연관성이 있다. 그는 경영이념을 ‘원더 경영’으로 정했다.‘놀라운’ 경영이다. ●남 사장은 ‘온화’, 김 사장은 ‘냉철’ 남 사장은 KT 재무실장일때 민영화를 성공시킨 ‘승부사’다. 그런데도 외모가 온화하고 정도 많다. 주위에선 그 ‘정’속에는 아이디어와 전략이 숨어 있다고도 말한다. 출근 직후 91세의 노모에게 화상전화로 안부인사를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반면 김 사장은 ‘샤프한’ 느낌이 온다. 사물을 꿰뚫는 혜안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의사 결정은 신중하게 하지만 결정되면 단호하게 밀고 나간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다보면 순리를 참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남 사장은 인생 좌우명을 ‘동선시(動善時), 거선지(居善地)’라고 말한다. 움직일 때는 때가 중요하며, 머무르기엔 낮은 곳이 좋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난쟁이가 더 멀리 본다.’는 좌우명으로 협조를 강조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것은 비슷하다. 김 사장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신곡도 잘 부른다. 남 사장은 기타를 잘 치고, 회사 행사때도 독주를 하곤 한다. 사장이 되기전 두 회사간 주식맞교환 협상때는 테이블에서 직접 만난 인연도 있다. ●“컨버전스시장, 승자는 누구?” 남 사장은 KT의 잠재력을 크게 본다. 따라서 펼치고 펼칠 사업도 많다. 와이브로,U-시티,IPTV, 광대역통합망(BcN) 기반구축 등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와이브로 상용화가 예정돼 있다. 김 사장의 SK텔레콤은 내년 상반기에 HSDPA를 상용화한다.HSDPA는 KT의 와이브로에 대적할 무기다. 내년엔 위성DMB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베트남 등지의 글로벌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두 기업은 콘텐츠에도 눈을 돌렸다.SK텔레콤은 종합엔터테인먼트회사인 IHQ와 음반전문 유통사인 서울음반 지분 인수를 통한 콘텐츠사업 발판을 마련했다.KT도 이에 뒤질세라 영상유통업체인 싸이더스FNH에 지분 참여를 통해 콘텐츠사업 분야에 진출했다. 최근엔 이를 위해 KTF,KTH 등 일부 자회사를 빼곤 사장을 다 바꿨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남중수 KT 사장 ▲1955년 6월28일생 ▲74년 경기고 졸업 ▲79년 서울대 경영학과 ▲80년 정무1장관 비서관 ▲81년 체신부장관 비서관 ▲82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입사 ▲90년 미 매사추세츠대 경영학박사 ▲98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충북본부장 ▲2000년 상무이사 겸 IMT사업추진본 부장 ▲2001년 KT 전무이사 겸 재무실장 ▲2003년 1월 KTF 대표이사 사장 ▲2005년 8월 KT 대표이사 사장 ■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1954년 10월15일생(양력) ▲74년 경기고 졸업 ▲78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80년 한국과학기술원 석사 ▲8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 학원 졸업 ▲97년 SK텔레콤(옛 한국이동통신) 사업전략담당 이사 ▲98년 SK텔레콤 수도권지사장 상무 ▲2001년 SK신세기통신 사장실장 ▲2002년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 전무 ▲2004년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 네티즌 “황교수님 이젠 돌아오세요”

    MBC PD수첩의 비윤리적 취재사실이 알려진 뒤 황우석 교수의 연구실 복귀를 호소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PD수첩 취재에 응했던 미국 내 연구원들에 대한 격려도 줄을 이었다. 황 교수 공식 팬사이트인 ‘아이러브황우석’(cafe.daum.net/ilove hws)은 6일 ‘1000명 난자 기증의사 전달식’과 ‘꽃 한송이 가져다 놓기’ 행사를 서울대에서 갖는다. 이들은 오전 11시 수의과대학 건물 앞에 꽃 한송이씩을 들고 찾아가 황 교수의 연구실 복귀를 호소하기로 했다. 카페 운영진은 “그동안 힘든 고통을 당하신 박사님을 위로해 드리고 박사님에 대한 우리 국민의 변함없는 지지와 따뜻한 사랑의 모습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 주자.”고 회원들을 독려했다. 네티즌 ‘point10’은 “황 교수가 이런 와중에 연구가 되겠는가.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이 황 교수에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라.”고 했다. 김선종 연구원 등 재미 연구원들에 대한 격려도 많았다. 네티즌 ‘아울음’은 “멀리 타국땅에서 쓸쓸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황 교수팀 연구원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요. 갑자기 방송국으로부터 협박을 당한다면 정신이 거의 나가게 될 겁니다.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합시다.”라고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발언대] 국민의 마음 읽는 ‘감성경찰’ 돼야/지영환 경찰대 수사보안연수소 수사교육담당

    ‘순사가 잡아 간다.’ 세살배기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했던 일제강점기 시대가 있었다.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아이들 울음 멈추기는 반복됐다. 강자에게 약한 경찰, 규제 단속 중심의 관권경찰, 두려운 권력기관의 인식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칙칙한 경찰의 옷은 여러 번 바뀌어 경찰 창설 60년이 되면서 ‘밝게’ 바뀌고 있다. 일반경찰은 연한 회색, 교통경찰은 아이보리색, 근무 모자에는 참수리가 앉아 있다. 길 잃은 아이를 만나는 경찰은 밝고 따뜻한 마음으로 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감성을 가져야 한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장애우의 속울음부터 눈물 없는 노인의 울음까지 한번에 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시민의 안녕을 위해 갖춰야 할 ‘윤리경찰’ ‘감성경찰’의 조건은 어떤 것일까. 첫째, 윤리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경찰 스스로 선한 삶을 살고자 노력해야 한다. 교통경찰 활동은 교통질서의 확립을 목표로 단속할 수 있고, 지도 계몽할 수도 있다. 경찰은 ‘법집행’을 포함한 여러 수단을 사용한 ‘질서의 유지와 회복’으로 봐야 한다. 재량권의 행사는 윤리적 문제를 수반한다. 그런데 경찰은 대부분의 다른 직업보다 더 많은 유혹에 노출되어 있고, 자신의 의지가 시험에 드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경찰은 국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촉하는 움직이는 국가기관이기에 경찰의 부도덕은 국가의 부도덕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또 경찰의 목적은 큰 의미의 질서유지이다. 이 질서유지를 경찰의 힘만으로 유지할 수는 없다. 시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경찰의 윤리가 확립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둘째,‘감성경찰’이 되어야 한다. 감성시대를 맞이하여 ‘감성경찰’의 속옷을 함께 입어야 한다. 감성(感性)은 사람이 타고난 성질(感)과 성품(性)을 합친 말로, 사람들이 감각 기관에 의한(물리적) 지각현상을 토대로 참된 지식을 얻는 것이다. 국민의 감성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감성 부분을 챙기되,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피하고, 그들이 원하는 경찰행정을 펼쳐야 한다. 이성적으로 바람직하면서 동시에 감성적으로도 기분 좋은 행정이 필요하다. 행정은 헌법과 법규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만큼 각종 법규도 감성을 고려한 상태로 만들어져야 한다. 경찰의 입장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국민감정을 거슬러서는 곤란하다. 간혹 ‘우매한 국민’이 있어 진정으로 그들에게 좋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쾌해하고 거부할 경우에는 충분히 설득하고 이해시켜 좋은 감정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만족감이나 행복감은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주권이 시민에 있고 그 주권이 시민에 의하여 직접 행사된다. 따라서 경찰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성경찰’의 가슴으로 순찰을 돌아야 한다. 이성경찰에 의해 기본적인 행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감성으로 국민 행복을 완성시켜야 한다. 셋째, 국민을 가족처럼 대해야 한다. 노상강도에 코뼈가 부러진 시민을 병원에서 치료받게 한 다음 집에 갈 차비까지 선뜻 건네는 경찰, 경찰의 눈으로 보아도 아름답다. 범인을 붙잡아 시민이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 중의 하나임을 순간순간 되새겨야 할 때이다. 경찰이 만드는 바다는 깊어야 한다. 한명 한명의 맑은 물방울을 모아 우리의 바다를 만들어야 한다. 맑은 물 진리처럼, 정의처럼 흘러야 한다. 정의의 풍랑이라면, 풍랑을 넘어 진리의 높은 파도라면, 파도를 넘어 거침없이 세계를 항해하는 경찰이 되어야 한다. 지영환 경찰대 수사보안연수소 수사교육담당
  • [기고] 농촌사랑은 후세 위한 사회보험/이상영 농협유통 대표이사

    인간 생활의 필수요건으로 ‘의식주’를 꼽는다. 순서로는 입는 것을 제일 먼저 꼽지만, 중요도로 따지자면 음식이 제일 먼저 와야 맞다. 처음부터 먹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동양적인 예의상 안 맞기 때문일 게다.‘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이 먹는 것은 생존 자체를 의미한다. 기원전 유럽을 제패하고 천년의 찬란한 로마시대를 연 로마인의 두개골을 분석한 어느 학자의 연구결과가 흥미를 끈다. 로마시대 사람은 수돗물을 생활화했다. 이 수돗물은 납으로 만든 파이프로 공급되었기 때문에 로마인은 평생을 두고 물에 스며든 납을 음용할 수밖에 없었다. 납은 우리 몸에 축적되면 신경세포를 마비시켜 정신착란을 일으키게 하는 성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로마의 마지막 황제 네로가 로마시를 불바다로 만든 원인도 이 납성분과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다. 그런데 요즘 중국산 김치·장어와 같은 농수산물에서 납 성분이 검출되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산모가 출산을 하자마자 찬물에 샤워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출산한 산모에게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몸을 다스리며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게 하고 절대로 차가운 물을 만지지 못하게 한다. 만약 우리 나라 산모가 찬물에 목욕을 한다면 평생 뼈마디가 쑤셔서 운신하기가 힘이 들 게다. 이것은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와 뼈의 구조가 조상 대대로 우리 기후와 풍토, 우리 음식에 친화되어 내려왔기 때문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우리 몸에는 역시 우리 농산물이 제격’이라는 이 말의 뜻은 우리의 올바른 식생활과 건강한 삶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요즘 농촌은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끊어지고 빈집이 늘고 장가 못 가는 노총각이 많다. 농협중앙회가 주관하고 있는 도시 농협이 농촌 농협을 돕는 무이자 자금지원 행사장에서 농촌지역 조합장의 답사가 계속해서 머리에 맴돈다. 강원도 원주 신림농협의 경우 관내 인구가 4000여명인데 지난해 신림면에서 출생신고는 단 3건이었다고 한다. 한 명은 조합장 자신의 손자이고, 또 한 명은 이웃집 손녀인데 금년 들어 자기집 손자와 이웃집 손녀는 원주시내와 서울로 이사를 가 버려서 앞으로 7년 뒤에 원주시 신림면의 신림초등학교는 폐교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된단다. 도시민이 쉴 곳이며 우리 농산물 공급의 진원지가 공허한 폐허가 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삭막할까. 이를 방치하고 싶지 않다면 정부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막대한 자금과 예산을 투자해서 관리해야 할 것이다. 농민이 살면서 우리 먹을거리를 지키고 환경을 유지하는 비용과 농민이 살지 않고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서 관리하는 비용, 이 둘 중 어느 것이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 것인가. 오늘의 농촌돕기운동은 후세를 위한 사회보험적 성격에서 바라봐야 할 과제다. 농산물 시장 개방과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 안전한 우리 먹을거리 생산지인 농촌을 지키기 위한 국민 모두의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이상영 농협유통 대표이사
  • [마흔에 떠난 1만4000km 실크로드] 청해호를 지나며

    [마흔에 떠난 1만4000km 실크로드] 청해호를 지나며

    우린 바다위에 떠있다. 갑판에서는 흥겨운 생음악이 연주되고, 우린 둘러앉아 캔맥주를 돌린다. 흑기사:대장정이었습니다. 우리가 살아 돌아온 것을 축하하며! 노익장:건배! 잊지 못할 사막의 밤을 위하여! 김원장:1만 4000㎞, 우리가 해냈습니다 파이팅! 한사장 부부:장렬하게 전사한 우리의 발, 지프의 명복을 빌며! 남대장:계속되는 오버랜드 탐험, 그 끝없는 발자국을 위하여! 날이 밝으면 인천항이 보일까? 어두운 바다 저편에 우리가 지나친 실크로드 1만 4000㎞에서 만난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광들도. 나는 바다 저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실크로드는 더 이상, 우리와 관계없는 머나먼 서역의 땅만은 아니었다. 캔맥주는 정말 시원했다. ●청해호를 지나며 나는 물을 가르며 달렸다. 아니, 날았다. 눈앞이, 가슴이, 마침내는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활짝 열린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물, 호수를 가득 채운 물뿐이다. 각기 다른 다섯 종류의 푸른 색깔이 얽히고 비껴가며 출렁이는, 아름다운 물뿐이다. 그 푸른 물위로 햇살이 찬란하다. 그리고 그 햇살 위로는 하늘이 얹혔다. 또 다른 느낌의, 푸르디푸른 하늘이. 어디로 갔을까?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바글대던 사람들은?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사연과, 그 생김만큼이나 각기 다른 상처로 앓고 있던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전설 속에서, 그리고 현실 속에서 만나고 스친 여러 얼굴들이 그 푸른 물에 어른거린다.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던 열일곱의 위구르 소녀. 작년에 결혼을 했다며 수줍게 웃는 그녀의 얼굴 위로 장건의 이름 모를 흉노족 부인 얼굴이 오버랩된다. 정비소에서, 절대로 팁을 받지 않던 한족 청년, 그 청년의 뒷모습은 어쩐지 고선지를 떠올리게 한다. 바람이 분다. 건륭제를 녹일 만큼 대단했다는 향비의 체취는 어떤 종류였을까? 허브? 로즈마리? 아니면 사향? 땀 냄새가 가실 날 없었던 이번 여행, 그 긴 1만 4000㎞를 진두지휘한 오버랜드의 남대장은 어쩌면 전생에 손오공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삼장법사였을까? 아, 시원하다! 언제인가, 아니, 내 생애 있기는 있었는가, 현실감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곳에서, 물고기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이렇게 가슴 서늘할 만큼 마음껏 심호흡을 해본 적이! 그들도 아마 한두 번쯤은 이렇게 위로를 받았으리라. 평생 만리장성만 쌓다 돌아간 진시황의 노예도, 양어머니인 양귀비를 죽게 한 안록산도, 사오정도, 그리고 항우와 유방도 이 실크로드를 오다가다 한 번쯤은 톈산 산맥의 천지든, 금사탄의 보스텅 호수든, 이 청해호든 중국의 그 많은 물가 어딘가에 앉아 세상 번뇌를 내려놓고 이렇게 딴 꿈을 꾸었으리라. 잠시라도. 바람이 분다.‘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우리는 마냥 흔들리고 부대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설령 이것이 모두 한바탕의 부질없는 꿈이라 해도, 우리는 또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넘어지고 깨어지더라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해호의 물빛은 ‘이것이 정말 꿈이지 싶다’. 지나치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현실이라고 믿기에는. ● 무선통신 날아오다 8월22일 10시 란주를 향해서한동안 양 수백 마리가 차창을 가득 채우더니, 이제는 창밖이 온통 야크 떼다. 수백마리는 됨직한 야크들이 길고 검은 털을 가벼운 바람에 날리며 떼를 지어 길을 건넌다. 우리에게 훅, 노린내를 끼얹으며. 우리는 그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속절없이 그 짐승을 바라본다. 그들의 발소리, 낮고 긴 울음소리가 귓속을 가득 채운다. 마치 동물다큐멘터리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 온 듯하다. 8월22일 13시 꿀가게유채꽃이 흐드러졌다. 지금은 8월 22일. 제주의 유채꽃은 이미 진 지 오래겠지? 꿀을 사기 위해 길가 작은 텐트 앞에 차를 세웠다. 꿀벌지기 가족 모두가 갑자기 들이닥친 손님들을 상대한다. 모두들 꿀을 사는데, 나는 꽃가루를 샀다. 열 살 안팎으로 보이는 그 집 아들은 아주 익숙하게 막대 저울을 다뤘다. 저울눈이 조금 넘쳤는지, 아이는 꽃가루 한 주먹을 도로 덜어낸다. 조금치의 덤도 없다. 내가 손을 내저었더니 그냥 씨익 웃고 말았다. 그러나 나도 지지 않는다. 계산을 다하고 돌아서며, 꽃가루 한움큼을 집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장군멍군이다. 메롱! 8월22일 17시 속도위반 고도가 낮아지고 있다. 녹지는 어느 틈에 자취를 감추고 황토고원이 슬며시 나타났다.10대 반항아들처럼 음악을 꽝꽝 울리며 매끈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어디선가 경찰이 나타나 차를 세웠다. 속도위반이란다. 여기까지 와서 속도위반? 하지만 방법이 없다. 선두차가 대표로 벌금 200위안을 물고 풀려났다. 한 번 더 걸리면 한국 돌아가는 데 지장 있다며, 살살 가야한다며, 중국인 가이드는 시속 60㎞를 고집했다. 그게 정말일까? 아무튼 우리는 먼지길이라 씽씽 못 달리고, 과적 차량이 꽉 밀려서 시원스레 못 달리고, 그리고 또 속도위반이라 못 달렸다.‘다시 사막에 가고 싶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미친 듯 속 시원히 달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냥 생각만 그렇게 했다. 8월23일 14시 은천을 향해 덥다. 수수밭을 지나며 깜빡 졸았는데, 문득 눈을 떠보니 길가 양쪽에 감자가 산처럼 쌓여있다. 옆에도, 앞에도, 그리고 뒤에도, 감자를 가득 실은 트럭이다. 사람들은 모두 감자위에 서있거나 앉아있다.“여기 감자 1t에 얼마인지 아십니까?” 무전기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싸겠지. 그러나 얼마나 쌀까?“1t에 500위안이랍니다.”그러나 그건 정말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싸도 그렇지. 아마 중국어를 잘못 알아들은 것이겠지. 동그라미를 하나 덜 붙인 것이 아닐까? 나는 다시 졸기 시작했다. 8월25일 21시 장가구 도착 내몽고지역을 지나쳤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생김이 어딘가 우리와 닮은 사람들. 왠지 정이 간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그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고 볶은 콩을 바구니에 담은 할아버지가 다가왔다. 몇 봉지 안 되는 그 물건들을 다 팔아드렸더니 할아버지의 입이 벌어졌다. 콩은 아주 고소했다. 오늘 저녁은 한식이다. “와우!” 아리랑식당에서 소주와 함께 삼겹살과 김치전을 먹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그런데 사실, 한국에서 난 삼겹살을 먹지 않는다.)우리나라는 잘 있는지, 사랑하는 고국의 동포들은 모두 잘 있는지, 한 달 가까이 한국에 관한 아무런 뉴스도 듣지 못한 우리는, 소주잔을 권커니 잣커니 하며, 나라걱정에 밤 깊어가는 줄 몰랐다. 8월26일 9시 운하를 건너서주유소에 도착해 무심코 문을 여는데, 순간적으로 기분이 이상하다. 콰당! 재빨리 문을 닫고 눈을 크게 떴다. 벌떼다. 시커먼 벌떼가 바로 코앞, 주유기 근처에서 윙윙거리고 있다. 수백마릴까?, 수천마릴까? 정말 별 일이 다 있다. 주유소에서 우린 늘 두 가지를 해결하곤 했다. 차에 기름을 넣고, 몸속의 물을 빼고.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중 한 가지를 할 수가 없다. 아주, 아주 유감이다. 왜냐하면 중국의 화장실은 몹시 유명한데, 그나마 주유소의 그것은 조금 낫기 때문이다. 벌떼 때문에, 우리는 한참 후에 등급이 확 떨어지는 다른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휴…. 8월26일 11시40분 만리장성에서 질린다. 처음 보는 게 아닌데도, 만리장성은 여러모로 사람을 질리게 한다. 8월 27일 1시 45분 천진 도착 차 한 대의 시동이 꺼졌다. 끝내 차를 고치지 못해서, 우린 새벽 1시가 넘어 호텔에 도착했다. 식당은 모두 문 닫았고, 밥을 먹을 경황도 없이 달려온 끝이라, 우린 마지막 비상식량을 털었다. 내게도 컵라면 한 개가 돌아왔다. 그러나 ‘무기’가 없었다. 생각 끝에, 나는 재크 나이프를 빼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사리 먹은 라면은 그대로 얹혔다. 방금 먹은 라면을 도로 토해내면서, 나는 빌었다.‘내 생애, 다시는 라면을 나이프로 먹는 일이 없기를!’ 8월27일 13시 천진에서편안하게 누워 발마사지를 받았다. 여독을 모두 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깜찍하게 인천항에 진입하고 싶었다. 아아, 내일이면 배를 탄다!
  • 새로 그리는 청계천 풍경

    새로 그리는 청계천 풍경

    조선시대 청계천은 지금의 한강과 도시사회학적 기능이 유사했습니다. 현재 한강 남쪽이 조선시대에는 청계천 북쪽에 해당했지요. 청계천 북쪽은 강북, 청계천 남쪽은 강남인 셈이지요. 그런데 강북인 북쪽엔 잘 나가던 양반님들이, 강남인 남쪽엔 중인이나 몰락한 양반님들이 살았습니다. 한강의 경계선과는 다르죠. 이덕무나 홍대용 등 조선 후기 실학자들이 남산 근처 집에서 교류했다는 기록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일제 때는 청계천을 사이로 남쪽은 일본인, 북쪽은 조선인들이 장악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많아지면 끼리끼리 모이고, 넓어지면 구분되기 마련입니다. 망국적인 지역색이라지만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지역색의 가장 큰 특징인 사투리는 우리 말 연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문제는 좁디 좁은 서울에서 지역색이 ‘빈부의 차’ ‘한의 크기’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강남·북 균형발전, 더불어 사는 이웃만들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강북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청계천이 지역 화합의 장이 되고, 서울의 균형발전과 화합에 초석이 되길 바랍니다. 과거의 청계천과 지금의 한강이 갈등을 잉태했던 경계선이었다면, 새로 복원된 청계천은 한데 어우르는 물줄기가 돼야 합니다. 이미 화합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청계천에서는 지역도, 계층도 없습니다. 강북의 주부도, 강남의 직장인도, 그리고 지방에서 올라온 농부도 청계천은 넉넉히 감싸안고 있습니다. 청계천의 물줄기와 천변 풍경은 청계천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습니다. 출근길 천변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환경의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이나 사고 방식도 바꿔 놓는다.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은 전국을 1일생활권으로 묶으면서 마이카 시대를 열었다. 최근의 ‘웰빙 열풍’은 일산 호수공원과 월드컵공원, 그리고 올해 개장한 서울숲 등 도심공원의 증가를 요구한다. 푸른 물결이 서울 도심에 모습을 드러낸 지 14일째 청계천을 찾은 시민과 외국인들이 3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청계천은 서울 시민들의 삶에 변화를 주고 있다. 시민들은 압축성장의 희생양으로 사라졌던 청계천을 이제 다양한 모습으로 즐기고 있다. 청계천과 천계천을 찾는 사람들이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는 ‘천변풍경’을 24시간 동안 들여다봤다. ■ 시시각각 이색풍경 ‘만인만색’ #출근길 12일 오전 7시.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는 고산자교 인근은 ‘마을 공원’이다. 쌀쌀하게 느껴지는 가을 바람을 가르며 천변을 달리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조간 신문이나 책을 펼쳐들고 벤치에 앉아 모닝 커피를 마시는 ‘낭만파’도 눈길을 끈다. 청계천변 주민인 정강자(47·여)씨는 “아침 식사 뒤 운동을 하러 청계천에 나오는 게 일상이 됐다.”면서 “물길을 따라 걷다가 돌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상쾌한 기분은 걸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고 흐뭇해했다. 오전 8시.‘넥타이 부대’가 하나둘 출현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등 근처까지 대중 교통으로 왔다가 천변 산책로를 따라 도심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다. 경기도 분당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나종웅(61)씨는 “청계천이 개통된 뒤에는 버스로 종로까지 왔다가 매일 20분 가까이 걸어서 출근한다.”면서 “시골 개천을 건너 학교까지 등교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자연학습장 오전 9시가 지나자 청계천은 학생들의 ‘자연 학습장’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전국 곳곳에서 견학 온 학생들의 웃음 소리와 앳된 미소가 푸른 물결과 함께 포개진다. 분수와 다리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다. 다리 밑에서 김밥을 몰래 까먹는 모습도 정겹기만 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중에 다니는 서세민(13)군은 “하천 바닥이 콘크리트로 돼 있어 인공적인 것 같지만 물고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물이 깨끗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일본인 배낭족 다나카 마사코(23·여)씨는 “TV에서 청계천 개통식을 보고 꼭 오고 싶었다.”면서 “도쿄나 오사카 등에는 없는 자연 하천이 서울에 생겨 부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넥타이부대 정오. 점심 시간을 조금 넘기자 천변에는 다시 직장인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점심 식사를 일찍 마치고 청계천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청계천 시점부인 청계광장부터 동대문까지 정장 차림의 신사 숙녀들이 청계천을 메웠다. 아이스크림이나 테이크아웃 커피 등을 든 젊은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종로2가 삼일빌딩의 한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데이비드 알프레도(42)는 “6년 전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삭막한 도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났다.”면서 “하늘과 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청계천을 걷는 것은 서울에서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밝게 웃었다. 아직 가을 햇살이 따가운 오후 3시. 직장인들의 빈 자리는 중·장년층이 대신했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여성들의 탄성과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손을 잡고 돌다리를 건너가는 노부부들의 모습도 미소를 짓게 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은 한가로운 가을 오후를 즐기고 있다. 시점부 광장에는 ‘청계천 사진사’가 등장, 시골에서 올라온 관광객과 노인들을 상대로 상행위를 하고 있었다. 경기도 안산시 와동에서 농사를 짓는 장일순(69)씨는 “서울시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와 물어물어 찾아왔다.”면서 “어릴 적 봤던 청계천보다 훨씬 깨끗하고 아름답게 복원된 것 같다.”고 떠올렸다. #연인들의 사랑 늦은 오후. 청계천의 평균 연령은 대폭 낮아졌다. 수업을 마친 대학생 등 젊은이들이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가득 찼다. 동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한 뒤 검은 봉지를 들고 청계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많았다. 오간수교 아래에는 자리를 깔고 사주팔자를 보는 여인도 눈에 띄었다. 해가 지고 가로등이 밝혀지자 청계천은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푸른색 네온으로 치장한 다리는 밤하늘 별들과 함께 장관을 연출했다. 연인들이 이곳을 그냥 지나칠리 만무하다. 저녁 때 도심 천변은 절반 가까이가 ‘쌍쌍’이다. 커플들은 손을 마주잡은 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변을 걸었다. 다리 밑 벤치나 돌 위에 앉아 밀어를 속삭이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다. 구석진 자리에서 몰래 입맞춤을 나누는 연인들도 흐뭇하기만 하다. 동대문을 지나자 운동족들이 천변을 차지했다. 특히 고산자교 인근에서는 밤 9시가 지나도 걷거나 뛰는 사람들로 붐빈다. 정장에 운동화를 신은 채 ‘퇴근 운동’을 하는 직장인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도심이 어둠에 잠긴 13일 새벽 2시. 하루 종일 인파에 시달린 청계천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다. 음침한 청계로와는 달리 천변은 적당한 조명으로 오히려 아늑하다. 낮에는 들리지 않았던 물소리와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온 몸을 휘감는다. 삼일교 아래서는 20대 젊은이들 8명이 조용히 맥주를 기울이고 있다. 광통교 아래에서는 한 젊은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노상방뇨를 시도한다. 취기 오른 한 커플은 광교 아래 천변에서 발을 담근 채 물장구를 치고 있다. 새벽 운동을 나선 아주머니들의 발걸음도 활기차다. 가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천변풍경’은 이렇게 다시 쓰여지고 있었다. 이두걸 서재희기자 douzirl@seoul.co.kr ■ 관리자들이 말하는 청계천 꼴불견 ‘청계천에서 이러지 마세요!’ 청계천 관리 담당자들은 어떤 사람들을 ‘청계천 꼴불견’으로 꼽을까. 멀쩡한 시설물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개구쟁이들이 첫째로 지목됐다. 청계천 시점부 광장에 조성된 ‘청계 미니어처’의 물이 올라오는 부분에 장식용으로 놓은 구슬은 장난꾸러기들이 자꾸 빼버려 아예 없애 버렸다. 지난 4일에는 짓궂은 학생들이 물길을 발로 막아 광장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민병찬 청계천관리센터 시설관리팀장은 “오간수문의 ‘오버플로(수위가 높아졌을 때 물이 흐르도록 뚫어놓은 관)’ 뚜껑 위에 놓았던 두꺼비상은 등에 발자국이 새겨질 정도로 사람들이 밟아 관이 막혀 물이 넘치곤 했다.”면서 “지금은 두꺼비상을 밟지 못하도록 자리를 옮겨 물 속 깊이 넣어뒀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는 사람들도 문제다. 금붕어 미꾸라지 다슬기 등 각종 어류를 청계천에 몰래 풀어놓는가 하면 청둥오리와 비슷하게 생긴 집오리 세 마리를 데려다 놓은 시민도 있다. 강수학 청계천관리센터 생태관리팀장은 “호기심에 풀어놓는 생물들이 청계천의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면서 “청계천에서는 물고기를 잡아서도 안 되지만 동물을 풀어놓는 ‘방생’ 행위도 금지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청계천의 유명세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얌체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다리에 ‘대리운전’ 등 홍보 플래카드를 은근슬쩍 붙여놓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허가 없이 공연을 벌여 관리팀을 당혹케 하기도 한다. 지난 5일 세운교 밑에서 색소폰을 멋들어지게 연주한 외국인 예술가는 ‘모금통’역할을 하는 모자를 돌리다 관리팀에 적발됐다. 관리팀은 ‘상행위뿐만 아니라 예술 공연도 허가 없이 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제지했지만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왜 막느냐.”는 일부 시민들의 항의를 감수해야 했다. 이밖에 청계천에서 술에 취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사람, 급한 김에 다리 밑에서 ‘실례(노상방뇨)’를 하는 사람 등이 청계천 꼴불견으로 꼽혔다. 청계천관리센터 박호영 경영관리팀장은 “대부분의 청계천 방문객들이 질서를 매우 잘 지키고 있다.”면서 “아름다운 청계천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시민들 스스로 규칙을 잘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논두렁 우렁이 만져봐요

    논두렁 우렁이 만져봐요

    환경오염으로 사라져가는 토종 민물고기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한국 토종 민물고기 생태체험전’이 12월 18일까지 롯데월드 어드벤처 3층 특별 전시장에서는 열린다. 쉬리, 어름치, 각시붕어 등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를 비롯해 주위에서 쉽게 보기 힘든 황쏘가리, 열목어 등 천연기념물, 식인 물고기로 유명한 피라니아 등 100여종 1만여마리의 민물고기를 3개 전시 테마관에서 만날 수 있다. 탑을 쌓아 새끼를 기르는 어름치, 조개에 알을 낳는 묵납자루, 굴을 파고 알을 지키는 밀어, 거품집에 알을 낳는 버들붕어,‘민물고기의 귀족’ 황쏘가리 등 우리 하천 생태계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물고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릴적 개울가나 논두렁을 옮겨놓은 듯한 10여개의 자연 생태연못과 살아 있는 송사리나 우렁이 등을 풀어놓아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며 관찰할 수 있는 체험공간을 마련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400m에 이르는 전시관 전체 벽에는 붉은 단풍나무와 밤나무 등 가을 낙엽길 풍경 사진이 걸려 있다. 또 귀뚜라미와 풀벌레 생태관에서 들리는 청량한 풀벌레 울음소리는 가을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어드벤처 입장손님은 누구나 무료. 단체의 경우 사전 예약하면 생태체험 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www.lotteworld.com,(02)411-2000. ●63빌딩 홈페이지 새 단장 사이버세계 같은 우주공간으로 변신한 63빌딩의 홈페이지가 새롭게 단장했다. 커플끼리 데이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해피 커플즈’, 와인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와인앤피플’ 등 온라인 커뮤니티 만들었으며, 홈페이지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면 받게 되는 포인트를 모아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했다. 13일까지 홈페이지 곳곳에 숨겨둔 보물아이콘을 찾아 클릭하는 ‘63보물찾기’,63빌딩 상품 구성을 간단한 퀴즈로 알아보는 ‘63퀴즈이벤트’ 등 홈페이지 개편 기념 이벤트에 참가하면 푸짐한 상품도 나누어준다.www.63.co.kr,(02)789-5557. ●멕시코의 다양한 문화 체험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는 찬란한 고대 문명을 이룩한 멕시코의 건축·요리·놀이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10월 한달간 연다. 마야·아스텍 문명의 유적지로 잘 알려진 멕시코의 대형 건축물인 피라미드 블록 쌓기, 포크 댄스 라마리에타 배우기, 엉덩이 축구 울라마와 전통축제 체험 외에 엄마와 함께 참여하는 타코 요리 만들기, 사막에서 쓰는 그늘 모자 만들기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졌다. 어린이들이 직접 멕시코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다.www.samsungkids.org,(02)2143-3600. ●싱가포르 여행객 경품 대잔치 싱가포르관광청은 싱가포르항공과 공동으로 오는 31일까지 싱가포르·빈탄을 다녀오는 모든 여행객에게 추첨을 통해 현대 쏘나타 승용차를 비롯한 다양한 선물을 나눠준다. 참가 방법은 두가지. 여행사에서 응모권을 받아 홈페이지에서 신청하거나 여권 스탬프, 비행기표 등 증빙자료를 싱가포르관광청에 제출하면 나눠주는 응모권을 받아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된다.kr.visitsingapore.com,(02)399-5570.
  • “결혼40년 첫 공연 보러갔는데 할멈이 눈앞서 사람무덤으로…”

    시집온 지 40여년 만에 처음 보러 가는 공연이었다. 살다 보니 이런 촌구석에도 현철, 설운도 같이 유명한 연예인들이 온다며 김인심(67)씨는 마냥 들떠 집을 나섰다. 무뚝뚝한 농사꾼인 남편 김봉술(68)씨도 모처럼의 부부동반 나들이에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상주 시민운동장으로 향했다.오랜만의 외출이라고 부지런을 떤 덕분에 공연 시작 시간보다 훨씬 앞선 3시30분쯤 도착해 대기열의 앞 부분에 설 수 있었던 김씨 부부는 “좋은 자리에 앉아서 가수들을 코 앞에서 볼 수 있겠다.”고 싱글벙글했다. 하지만 불과 2시간 뒤 행복한 노부부는 공연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져들어온 인파에 깔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이별을 했다. 다행히 하반신만 낀 김 할아버지는 정신을 차린 뒤 할머니의 손을 잡고 사람더미에서 끌어내려 애썼지만, 수십명의 체중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손을 놓치자마자 사람들 속으로 말려들어간 김 할머니는 30여분 뒤 싸늘한 주검이 되어 할아버지 앞에 나타났다. “내 손을 잡고 있다 숨이 막혀 얼굴이 파랗게 질리더니 내 눈 앞에서 사람 무덤으로 끌려 들어갔어. 처음으로 좋은 구경 좀 시켜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할멈 보내고 어떻게 살라고….” 오른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은 김씨는 빈소에 앉아 분홍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피울음을 토해냈다.●축제 다녀온다던 어머니 영안실 영정으로… 지난 3일 경북 상주 압사사고에서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사연이 속속 드러나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축제에 다녀온다는 어머니의 모습을 영안실에서 마주한 자식들은 허탈감에 할 말을 잃었고, 어린 자식을 앞세운 어머니는 혼절과 통곡을 반복했다. 각각 성모병원과 적십자병원에 안치된 김경자(63·여)씨와 노완식(64·여)씨는 봉사활동을 같이 하는 단짝친구였다.같은 사찰 소속 자원봉사동아리 회원으로 마을의 잡일에서부터 독거노인 목욕까지 항상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 왔다. 이번 자전거축제에서도 사흘 동안 봉사활동을 한 뒤 폐막식을 구경하러 왔다 변을 당했다.●단짝친구 사흘 자원봉사뒤 폐막식 갔다 함께… 사촌형제 사이인 황인목(14)·황인규(12)군은 누나 인애(15)양과 공연을 보러 갔다 변을 당했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4년째 작은아버지와 살고 있던 인규군은 인목군 남매와 친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다.하지만 인파 속에서 순식간에 누나와 할머니의 손을 놓친 아이들은 비명소리 한번 못내보고 사람들에게 깔렸다. 눈 앞에서 동생들을 보내야 했던 인애양은 끔찍한 광경이 뇌리에 남아 괴로워했다.상주 유지혜 김준석기자 wisepen@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클래식 전도사 금난새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클래식 전도사 금난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좌절의 쓴 맛을 본 뒤에야 새로운 길이 눈에 들어왔다. 용기를 내어 발걸음을 내디뎠다. 눈덮인 들판에 첫 발자국을 새기듯 그 길을 조심조심 걸었다. 문득 프로스트의 시(詩)가 생각난다.‘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그랬다. 젊은 나이에 미지의 길을 택했다. 험난했지만 열심히 오르고 또 올랐다.30여년 세월이 흘렀다. 각박한 이 사회에, 가느다란 손끝으로 커다란 감동의 하모니와 가슴 찡한 행복의 향기를 선사하는 거장으로 우뚝 섰다. 클래식 전도사 금난새(59) 교수. 지휘자로 외길을 걸어왔다. 자신의 이름처럼 금빛 날개를 달고 무대와 객석 사이를 훨훨 날아다닌다. 그가 지휘봉을 잡으면 청중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항상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아무리 딱딱한 클래식이라도 부드럽게 녹여 청중을 매료시킨다. 그래서 ‘지휘봉의 마술사’라는 얘기를 듣는다. 요즘들어 별칭이 더욱 많아졌다. 지휘자라는 본업 외에 벤처 오케스트라의 CEO로도 확실하게 인정받는다. 즉, 지난 1998년 ‘유라시안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이후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것. 덕분에 청와대와 중앙부처 공무원, 기업체와 대학 등을 상대로 ‘성공한 예술CEO’ 자격으로 강연을 다니느라 분주하다. 올들어서만 벌써 40회를 넘고 있다. 교수, 지휘자,CEO, 초빙강연 등 1인4역을 해낸다. 기획과 아이디어맨이라는 별칭도 있다. 서울 중구 신당역 인근의 ‘충무아트홀’ 6층 사무실에서 금씨를 만났다. 충무아트홀은 중구청이 올 3월 개관했으며, 금씨는 중구청의 지원으로 사무실과 연습실 공간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금씨는 때마침 모 기업체 강연을 막 다녀온 직후였다. 우선 강연 내용이 어떤 것이냐고 하자 “오케스트라의 조화와 기업경영의 하모니를 주제로 했다.”면서 요즘에는 대기업 강연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요즘 기업의 경영전략이 감동과 하모니 경영을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식당을 갔을 때 맛있고 행복감이 없으면 다시 찾지 않는 것처럼 음악의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라고 특유의 레스토랑 경영론을 펼친다.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하고 관객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해야 다음 연주회 때에도 표를 예매하고 찾아주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런 다음 청중들이 원하는 것, 또 그 수준을 파악해 반발짝 앞선 감동을 던져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8·15경축사처럼 해마다 항상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되는 것이나, 부모가 아이들한테 늘 공부하라고만 하면 무슨 감동이 있겠느냐는 것. 그래서 많은 감동을 주기 위해 찾아가는 ‘방문 연주회’를 고집한다.‘도서관 음악회’‘베토벤 페스티벌’‘포스코 로비 콘서트’ ‘굿모닝 클래식’‘3군사관학교 방문연주회’‘해설이 있는 오페라’ 등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철저한 고객지향 서비스 정신에서 나온 대표적 프로젝트. 이를 통해 민간 오케스트라 운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2500명의 대학생을 모아놓고 두 시간 동안 연주회를 가졌다.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4번을 해설하며 연주에 들어가자 다들 환호하며 흠뻑 빠졌다. 랩과 팝음악에 익숙한 대학생들이 모처럼 심포니의 선율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 금씨는 “장차 나라의 기둥이 될 대학생들에게 클래식의 감동을 선사해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보람과 큰 기쁨이 아니냐.”고 했다. 올 가을에만 5개 대학을 찾아갈 예정이다. 앞서 지난 94년부터 3년간 ‘금난새와 함께 떠나는 세계의 음악여행’이라는 청소년 음악회를 열어 우리나라 클래식 연주사상 최고의 화제공연으로 뽑히기도 했다. 객석에 있는 청중을 불러 노래를 시키는가 하면, 또 객석의 아저씨들이 남성 합창단으로 갑자기 둔갑하는 광경을 연출, 청소년들을 매료시켰다. “연주회 때마다 지휘자가 맨 나중에 나가는 것을 고집합니다. 마지막까지 관객들과 함께 축하하고 서로의 감동을 나누기 위해서지요. 또 단원들에게는 노력한 만큼 되돌아온다는 점을 늘 강조합니다. 또한 우리 오케스트라는 예술계의 샘플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지휘자가 안 됐으면 지금쯤 무엇이 됐을까 하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글쎄요. 영화감독이었을 것”이라며 웃는다. 아울러 미술도 좋아하고, 또 연주 때 늘 문학적 철학을 염두에 둔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의 재능, 즉 장르를 고집하지 않고 예술적 감각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어 ‘금난새’라는 이름에 얽힌 사연을 물었다. 그의 부친은 한글학회 회원이자 ‘그네’로 유명한 작곡가 고(故) 금수현. 금녕 김(金)가인 부친은 자신의 성을 한글식인 ‘금’으로 먼저 바꿨다. 이후 새로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나는 새’라는 뜻의 ‘금난새’로 지었다. 형제자매들의 이름도 ‘내리’‘누리’ 등 ‘ㄴ’자 돌림으로 했다. 금씨는 “우리 아이들은 ‘ㄷ’자 돌림의 ‘금다다’와 ‘금드무니’ 등으로 이름지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47년 음악적 환경이 풍부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중학교와 고교 진학때 입시에서 모두 실패했다.“실패는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중학교 때에는 소심한 성격에다 영어 소문자도 제대로 못써 열등아라는 놀림도 받았다. 오기가 생겨 영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교내 영어 웅변대회에서 1등까지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경기고 입시에서 떨어지자 부모의 권유로 결원이 생겨 추가 모집하는 서울예고에 입학했다.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고1때 우연히 AFKN(미8군방송)에서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음악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레너드 번스타인(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작곡자)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니의 멋진 연주에 감동했다. 이때부터 번스타인은 인생의 모델이 됐다.‘토요음악회’ 등 앞장서서 그룹활동을 주도했다. 또한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곤 실천에 옮겼다. 서울음대 시절엔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연주여행에 나서기도 했으며, 음대 학생회장을 맡아 음악캠프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위근무를 마친 뒤 모교인 서울예고에서 1년반 정도 교편을 잡았다. 그러나 지휘자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베를린대학으로 유학을 훌쩍 떠났다. 때마침 베를린 오페라좌에서 지휘자로 활동했던 음대의 라벤슈타인 교수를 만나 본격적인 지휘공부를 하게 됐다. 여러차례 콩쿠르에 나갔지만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서른살이 되던 77년 카라얀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지휘자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베를린 음대 졸업 후 귀국,KBS 교향악단에서 12년간 활약하게 된다. 이후 수원시향이 없어질 위기에 놓이자 서둘러 달려가 다시 살려내는 데 앞장섰다. 이런 인연으로 6년 동안 수원시향 지휘자로 몸담았다. 98년에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본금도 거의 없이 벤처 오케스트라 ‘유라시안 필하모닉’을 만들었다.99년 12월31일 밤 서울 강남의 포스코 빌딩 로비에서 연주를 한 것이 인연이 돼 포스코가 ‘대학교 순회 콘서트’를 지원해주게 됐다. 또한 ‘CJ’측의 후원을 얻어 육·해·공군사관학교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이에 힘입어 창단 첫해 40회 연주를 시작으로 70회,80회,100회 등 해를 거듭할수록 전국 27개도시를 상대로 순회연주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에는 벌써 130회를 넘었다. “아내와 단둘이 결혼식을 올리고 베개 두 개로 신혼생활을 시작했듯이 유라시안 필하모닉의 시작도 초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에서 우리를 많이 찾고 있습니다. 고전음악은 우리 시대의 창이자 분명 위대한 것입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7년 부산 출생 ▲66년 서울예고 졸업 ▲70년 서울대 음대 작곡과 졸업 ▲74년 베를린 음대 유학 ▲77년 카라얀 국제 지휘콩쿠르 입상 ▲80년 KBS교향악단 전임 지휘자 ▲89년 KBS교향악단과 국내 최초 오케스트라 녹음 출반. ▲92년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94년 ‘해설이 있는 청소년음악회’ 기획·진행 ▲98년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창단 ▲2002년 주식회사 CJ와 오케스트라 후원 계약 체결,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홍보대사 ▲05년 중구문화재단과 협력계약 체결, 유라시안 필하모닉 충무아트홀 상주 ▲현 유라시안 필하모닉 음악감독,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 저서 나는 작은새 금난새 (디자인하우스,96년),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생각의 나무,03년)
  • [문화마당] 말로 밥을 하면…/김용택 시인·교사

    아마 요즘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환경친화적’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자를 모르는 우리 어머니께서도 이따금 “야야, 그렇게 하면 환경 파괴라고 허드라.”라는 말을 “오늘 마늘 뽑자.”라는 말을 하듯 하시게 되었다. 우리 어머니뿐 아니다. 우리 반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도 무심코 종이를 버리는 아이에게 ‘환경오염’이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어찌 우리 반 아이들이나 우리 어머니뿐이겠는가. 우리들의 일상과 우리들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관리들은 더하다. 장관님도, 도지사님도, 국회의원도, 군수님도, 면장님도, 군의원님도, 심지어는 산과 들을 허물어 길을 내고 강을 허물어 둑을 쌓는 회사들도, 모든 물건들을 만드는 회사들도, 커다란 간판을 내걸고 ‘자연친화적 개발’ ‘푸른 국토 건설’을 외친다. 우리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잠을 자는 모든 것들이 다 하나같이 환경친화적으로 이루어지고 만들어져서 그 선전 문구만 보면 이제 우리들은 마음 놓고 무엇이든 먹어도 되고, 마음 놓고 무슨 옷이든 입어도 되고, 마음 놓고 아무 강물에 들어가 놀아도 아무 문제도 없을 것 같다. 참으로 대단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환경을 이렇게 광적으로 보호하고 환경과의 친화를 외치며 사는 나라도 이 지구상에 아마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산자락 하나, 하천 하나를 파괴하는 사람이 있으면 금방이라도 우리 국민 모두가 달려들어 이 나라에서 살지 못하도록 무서운 형벌을 내릴 것처럼 무섭기까지 한 말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문필가들이나 수많은 생태학자들이나 환경론자들이 쓴 글들을 보라. 글들이 하나같이 아름답다 못해 눈물이 날 정도로 우리나라 국토와 환경을 걱정한다. 이렇게나 국토를 잘 이해하고 우리나라의 나무와 풀과 꽃과 강과 산과 벌레와 물고기와, 심지어 풀벌레 울음소리까지 걱정하는 책들이 서가를 지배하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대단하다. 또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많이 팔리고 있다. 어떤 저자들은 책을 내면 책이 종이로 만들어지는데, 자기 책이 나무 몇 그루를 또 쓰러뜨렸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런 진정성이야말로 무모하게 자연을 파괴하며 사는 우리들의 겁없는 ‘자연친화적’(?)인 생활태도를 각성시키는 채찍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전국가적이고, 전국민적인 관심과 염려와 걱정과 근심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우리 땅을 그득 메우고 있는데, 왜 지금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물이, 땅이, 공기가 죽어가는지 정말 모르겠다. 참으로 모를 일이다. 때로 나는 나만 모르는 것 같아 겁이 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전국민이 입을 모은 ‘환경친화’ ‘환경보호’라는 이 말이 다 거짓말이라는 것인데, 이 또한 대단한 일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입을 모아 외치는 환경친화라는 말을 그 누구도 안 듣거나, 심지어는 자기가 한 말도 자기가 믿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그러지 않고서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이 훤한 대낮에 이 나라 곳곳에 강둑을 쌓으며 수천년을 강 스스로 조성해온 강바닥을 어찌 박박 긁어버린단 말인가. 환경을 입에다 달고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눈앞에서 환경을 파괴하는데 그 누구 한 사람 나서서 막지 않고 있으니,5000만이 입을 모아 자연을 보호하자고 외친들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말이다. 책상에 앉아 백 번 천 번 그런 글을 쓰느니, 열 권 스무 권 그런 책을 내며 천 번 만 번 환경행사를 하느니, 돈이 되는 곳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환경친화적 개발’이란 말을 앞세워 국토를 망가뜨리는 무모한 개발 현장에 가서 포클레인 삽날을 거두게 하자. 환경을 지키자고 하는 게 아니라, 환경은 지켜져야 한다. 우리 어머니는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말로 밥을 하면 조선 사람이 다 먹고도 남는다.” 김용택 시인·교사
  • [토요영화]

    [토요영화]

    ●디 아더스(MBC 밤 12시) 1940년대 영국의 외딴 대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포 스릴러. 마지막 10분의 반전이 압권이다. 니콜 키드먼이 주연하고 전남편 톰 크루즈가 기획에 참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오픈 유어 아이즈’의 스페인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첫번째 영어권 영화로, 연출뿐 아니라 음악·각본도 맡았다. 니콜 키드먼과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호평 받았으며 미술과 무대세트, 음향효과 등도 수준급. 제목에서 보듯 내가 아닌, 집안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추리하는 묘미가 있다. 2차 대전이 끝난 직후,1년 전 남편이 전쟁에 참전한 뒤 소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레이스(니콜 키드먼 분)는 아픈 두 아이를 데리고 영국 남부해안의 아름다운 저택으로 이사한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하루종일 어두운 집안에서 살아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외부와 단절된 시간을 보낸다. 어느날 저택을 찾아온 밀즈 부인 일행을 하인으로 고용한 뒤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피아노가 저절로 연주되는 등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딸이 누군가가 집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를 반복하면서 그레이스는 집안에 자신들 외에 다른 존재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도대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가?모든 것이 밝혀지는 전율의 마지막 10분, 걷잡을 수 없는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2001년,104분. ●어쌔신(SBS 오후 11시55분) 은퇴를 결심한 최고의 베테랑 암살자와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그를 노리는 젊은 살인자, 이들 사이에 끼어든 해커의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다룬 액션 스릴러. 형사 액션물의 대가인 리처드 도너 감독이 암살자들의 한판 게임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그렸다. 택시안의 결투장면 등 액션이 볼거리이지만 단순히 액션에 머무르지 않고 인물의 내면세계를 통해 암살자의 고독을 그려낸다. 인터넷과 해커, 카체이스 등 현대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투입되지만 ‘대부’를 연상시키는 흑백의 회상장면 등이 과거와 조화를 이룬다. 암살계 1인자 래스(실베스터 스텔론 분)는 ‘죽음의 게임’에서 손을 떼고 싶다. 프리랜서들이 날뛰고 책임감과 법칙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 야심만만한 암살자 베인(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은 죽음의 게임에 대한 탐욕을 키운다. 자신이 암살자 전통의 후계자라고 믿으며, 래스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 한다. 정보세계의 도둑 엘렉트라(줄리안 무어 분)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다가 래스와 만나 재생의 기회를 잡는다. 래스와 엘렉트라가 어둠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칠 때 베인은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이들을 위협한다. 그러나 래스는 호락호락하지 않는데….1995년,132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문화마당] 가을의 소리/김용택 시인·교사

    문을 열어 놓고 자는 여름이면 더위 때문에 종종 새벽에 잠을 깬다. 차 소리들이 하도 시끄러워 지금이 몇 시인데 저렇게 차들이 돌아다니고 있는지 궁금하여 시계를 보면 3시일 때도 있고 4시일 때도 있다. 전주에 온 지 7,8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벽에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은 밤이 되면 자야 한다고 나는 알고 있다. 나무들도 꽃들도 사람도 닭도 소도 그리고 강물 속에 사는 물고기도 잠을 자는 걸로 나는 알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횃불을 가지고 강물에 나가 강물 속을 훤히 비추어 보면 커다란 고기들이 얕은 물가에 나와 조는 것을 많이 보았다. 눈을 뜬 채 죽는 물고기마저도 그렇게 잠을 자는 마당에 하물며 사람들이 그렇게 잠을 안 자고 멀쩡하게 새벽까지 돌아다니는데 어찌 내가 놀라지 않겠는가. 도시의 밤을 돌아다니며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멀쩡하게 살아 있는 나무에 감아 놓은 작은 알전구들이다. 밤이 되어도 환한 불빛과 자동차 소음 때문에 편히 쉬지 못하는 나무들에게 밤새워 알전구 불을 켜 놓으니, 나무들이 어떻게 한 순간인들 편하게 잘 시간이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불을 켜 놓은 것도 모자라 어떤 집은 그 알전구 불을 저녁 내내 깜박거리게 한다. 나무에 감아 놓은 전구들이 깜박거리는 것을 보면 나는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어느 여름날 밤 서울 강남 터미널 앞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서 있었다. 어?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린가!밤인데 매미가 울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매미가 밤에 울다니, 이건 제 정신이 아니었다. 밤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 매미들은 악을 쓰며 울고 있었다. 차 소리를 이기려는 듯한 그들의 악쓰는 소리는 바로 악쓰며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우리들에게 한 번 물어 보자. 우리들이 사는 것이 지금 제 정신으로 사는가? 아무튼, 너무 더워 잠이 깨어 가만히 누워 있으면 새벽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어쩔 때는 오토바이가 어찌나 큰 소리로 속도를 내며 달리는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들여다볼 때도 있다. 새벽이어서 차들이 과속들을 하는지, 몇 분을 주기로 ‘끼이익’ 하는 소리가 들린다.‘끼이익’ 하는 소리만 들릴 때도 있고,‘끼이익’ 하는 소리와 동시에 ‘퍽’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러면 반듯이 또 ‘비요비요’ 하는 소리가 뒤따른다. 오늘 새벽에도 나는 잠이 깨었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차들이 달리고,‘끼이익’하는 소리가 더러 들리고 ‘퍽’ 하는 소리에 뒤 이어 ‘비요비요’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너무나 큰 ‘퍽’소리와 요란한 ‘비요비요’ 소리를 귀 기울여 듣다가 나는 그 요란한 소리 속에서 아주 색다른 소리를 들었다. 나는 눈을 뚝 떴다. 풀벌레 울음 소리였다. 어쩐지 어제 저녁 갑자기 바람의 느낌이 달라졌나 싶었는데, 풀벌레 울음소리가 그 선선해진 바람결을 따라 온 모양이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풀벌레 울음소리를 찾아 들으며 누워 있는데 이번에는 다시 또 다른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오! 아파트 바로 앞 텃밭에서 호미로 땅을 긁고 파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시골에 살 때 어머님께서 새벽 강을 건너가 밭을 맬 때 땅을 파면 호미 끝에 걸려 뒹구는 자갈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까지. 나는 얼른 일어나 베란다에 서서 아직은 어둑한 밭을 손보고 있는 할머니들의 정겨운 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흙에서 들리는 생명의 소리들이 도시의 소음을 뚫고 내 귀를 씻고 있다.
  • 방학엔 다도해 비경을

    방학엔 다도해 비경을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초·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여행지를 정하는 일이다. 모처럼 가족들끼리 푸른 바다에 몸을 담그고 쉴 수 있는 곳이라야 하고, 아이들에게 뭔가 유익한 추억도 남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 피서객들로 크게 붐비지 않는 즐겁고 유익한 여행지가 없을까. 그렇다면 주저없이 다도해가 펼쳐진 서남해안으로 떠나보자.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쪽빛 바다와 남도 특유의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맛깔스러운 음식이 있어 아이들의 편식 걱정은 접어도 좋다. 대부분 살찔 염려가 없는 웰빙 식품이라 어른들에게도 딱이다. 여름 성수기에도 비교적 사람들이 크게 붐비지 않는 다도해의 비경 외달도(목포)와 조도(진도)로 안내한다. 목포·진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외국에 온 것 같아요” - 외달도 ●아이들을 위한 열대의 쪽빛섬 ‘여기가 우리나라 맞아?’‘사랑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은 목포의 외달도는 이름만큼이나 예쁜 섬이다. 열대 지방의 리조트를 연상시킬 만큼 이국적인 정취를 뿜어낸다. 푸른 바다와 인접한 해수풀장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외달도행 신진페리(061-244-0522)에 오르자 서남해안에 점점이 박힌 섬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외달도는 목포에서 불과 6㎞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고하도와 달리도, 율도를 거쳐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은 50분쯤 걸린다. 요금은 1인당 왕복 7000원. 페리는 2시간 간격으로 하루 6차례 운항한다. 배를 놓치면 북항(270-8584)에서 일명 ‘쌕쌕이’로 불리는 낚싯배를 이용하면 된다. 10명까지 인원에 상관없이 편도 2만 5000원이다. 시간은 15분. 선착장에 내려 해변을 따라 왼쪽으로 100m쯤 지나 해변에 인접해 있는 해수풀장(276-9676)에 도착하자 아이들의 아우성이 즐겁게 메아리친다. 지난해 완공돼 올해가 사실상 첫 개장으로 아직까지는 덜 알려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적다. 청정해역의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 우수마을’, 해양수산부로부터는 ‘100대 아름다운 섬’으로, 전남도에서도 ‘아름다운 섬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오전 9시 문을 열어 오후 5시 문을 닫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수욕장과 샤워실 등 시설 이용료가 없다는 것. 내년에는 유료화를 검토중이지만 크게 비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목포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숙박용 텐트는 1박에 2만원(275-9676). 해수풀 앞에는 갯벌 생태체험장이 있어 각종 조개와 고둥을 채취할 수 있어 어린이들을 위한 훌륭한 자연학습장 구실을 한다. 해수풀 뒤에는 왕골이 우거진 천연 습지가 있어 개구리 울음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섬은 걸어서 30분이면 일주할 정도로 크지 않지만 경치가 빼어나다. 선착장을 따라 오른쪽으로 걸으면 멋진 해상 콘도형 유료 낚시터(246-3170)가 있는데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양식장에서 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다. 낚싯대와 미끼는 무료로 제공되며 잡은 고기의 종류에 따라 돈을 내면 된다. 참돔은 마리당 1만 6000원, 농어·감성돔은 마리당 8000원이다. 무료로 회도 썰어준다. 이 곳에서는 숙박도 할 수 있는데 1인당 7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방이 3만원이다. 외달도에 붙은 무인도 별섬은 앙증맞을 정도로 귀엽다. 외달도 해수욕장과 등대, 갯바위 낚시터 등도 있으며, 섬 중심에 있는 해발 64m의 매봉산은 최고의 산책코스다. 이 곳의 먹을거리는 최고의 여름 보양식. 특산물인 전복과 고둥, 굴, 소라 등 해산물 요리와 토종 촌닭을 맛볼 수 있다. 아이들의 편식 걱정을 접어도 좋을 만큼 맛있다. 해수욕장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김순엽 민박집(261-1347)이 있다. 무공해 야채와 도다리 매운탕 등 한상 가득 나오는 한정식이 1인당 5000원이며, 촌닭 1마리 3만원, 전복은 15마리를 썰어 한접시에 7만원이다. 숙박료는 2만 5000∼3만원이다. ●세계에서 2점뿐인 공룡화석 목포의 박물관은 다른 곳과 달리 알차다. 자연사박물관과 국립해양유물 전시관이 있는데 모두 국내 최고의 전시관이다. 용해동 입안삼 자락에 있는 목포 자연사박물관(276-6331)은 12개 전시관에 1만 3000여점의 희귀 전시품을 전시한 자연생태학습의 요람이다. 지구 46억년의 자연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질관 등은 세계에 단 2점뿐인 공룡화석 렙토세랍토스와 임신한 해양파충류 화석이 전시돼 있다. 성인 3000원, 초등학생 1000원. 인근 국립해양유물전시관(270-2000)은 우리의 오랜 해양역사의 하나인 고대 선박의 발달사와 송·원대 도기문화를 보존·전시하고 있다. 완도선실, 신안선실 등 4개 전시실에는 해저에서 인양한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성인 600원, 어린이 무료. 인근에는 남농기념관과 문화예술회관이 있다. 외달도 옆 고하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때 108일 동안 머물던 곳으로 사당이 있다. 목포시청 관광과(270-8217). ■ 절로 신나는 섬-조도 ●푸른 바다에 깃털처럼 뿌려진 조도 남근바위(방아섬), 똥섬(변도), 모자섬(산자도)…. 푸른 바다에 섬들이 새의 깃털처럼 흩뿌려져 있다 해서 붙여진 조도. 푸른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는 154개의 섬들은 작은섬 하나하나가 자연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모양만으로도 그 이름을 대충 어림잡을 수 있을 만큼 섬 모양이 특이하다. 팽목항에선 조도 어류포행 조도고속페리(061-542-5383), 신해고속페리가 하루 여섯편 운항한다. 이 중 두편은 관매도까지 간다. 조도까지 편도 3000원, 승용차 운반비 1만 4000원(운전자 포함). 떠나기 전에 미리 운항여부와 시간을 확인하는 게 좋다. 섬들의 중심인 조도의 어류포에 도착하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슴을 열어준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조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도리산 돈대봉. 항구에서 일주 해안도로를 따라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돈대봉에 도착하자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섬들을 감싼 해무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섬을 도는 해안도로의 길이가 100㎞에 이를 정도로 긴 만큼 차를 배에 싣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가족 여행을 온 곽혜영(53·서울 강동구 둔촌동)씨는 전망대 앞에 펼쳐진 섬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일본 도치기현에서 9년째 살다가 최근 귀국한 곽씨의 친척 박미애(47)씨는 “일본의 3대 절경인 미야기(宮城)현의 마쓰시마(松島)보다 훨씬 예쁘다.”면서 “섬사이에 피어오르는 해무가 절경이다.”고 말했다. 매도는 3㎞에 이르는 백사장과 3만평의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모래사장이 곱디곱다. 배를 타고 관매8경을 돌아보면 좋다.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진도 남도국립국악원과 인접해 있는 개인 미술관인 나절로 미술관(010-9457-8841)은 이 일대 최고의 숙박 명소. 지난 94년 손수 가꾼 이색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추상화가 이상은(53)씨가 운영하고 있다.‘나절로’는 이씨의 호로 ‘스스로 흥에 겨워’란 뜻의 호남 사투리다. 이씨가 폐교된 3500여평 규모의 상만초등학교를 인수해 가꾼 곳이다. 미술관 정원에는 무성한 담쟁이 덩굴과 108번뇌의 얼굴을 표현한 돌상이 어우러져 있다. 이 미술관에는 7개의 방이 있어 주로 예술인들에게 방을 내주는데 전화로 예약하면 일반인도 숙박할 수 있다. 토담으로 지은 찻집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으며, 야외에는 바비큐 시설과 원두막이 있어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숙박료는 2인 1실 2만 5000원. 인근엔 정유재란때 충무공 이순신이 12척의 배로 왜선 330여척을 무찌른 명량대첩지가 있다. 가계해수욕장에서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인 신비의 바닷길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유익한 여행지는 세계적인 명견인 진돗개(천연기념물 53호)를 보는 것. 진돗개시험연구소(540-3388)와 인근에 있는 사육장을 둘러볼 만하다. 진도개의 본산으로 철저한 혈통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돌담한정식(544-1170)에서는 한정식과 갈치조림, 병어조림, 보리쌈밥(1인분 6000원) 등 남도 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진도군 문화관광과(540-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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