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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 탄력근무제

    [등에 업힌 아이가 나를 보고 있다/올이 굵은 오렌지색 스웨터에 한쪽 볼을 짓이긴 채/아이의 깊은 눈동자가 내 몸에 와 박힌다/…/그동안 버스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내리고/다시 몇몇의 사람들이 올라탔다] 정복여 시인의 시 ‘귀가’의 일부다.만원 버스 속에 녹아있는 삶의애환이 잘 그려져 있다. 우리 눈에 익은 소시민의 퇴근길 정경이기도하다. 산업화 이후 우리는 가정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지식정보화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요즈음도 마찬가지다.특히 예전보다 자가용이 많이 늘긴 했지만 출퇴근길이 짜증스럽긴 매한가지다.교통체증 때문이다.하물며 만원 버스에서 ‘지옥철’로 교통수단이 바뀌었을 뿐인 소시민들의 고달픔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외국의 경우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스트레스관리협회의 연구결과가 이를 말해준다.이 협회의이달초 발표에 따르면 직장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항목중 출퇴근문제가 단연 으뜸이었다. 교통난 속 출퇴근이 직장내 인간관계나 가족문제,심지어 돈문제보다더 큰 압박감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얼마전부터 ‘굴뚝산업’ 시대에 꽃핀 출퇴근 근무 방식 대신 IT업체를 중심으로 재택근무 방식이 확산됐다.정보화시대에어울리는 근무방식이라고 본 것이다.그러나 이 실험은 아직까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듯하다.지난해 중반 미국 재택근무자는 2,400만명에 달했으나 올들어 절반 가까이 출퇴근 방식으로 돌아섰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AT&T,시스코 등 미국내 주요대기업은 올초까지만 해도 사원주택에 초고속 통신망을 깔아주며 재택근무를 권장했다.하지만 올하반기 들어 거꾸로 출퇴근을 독려하고있다고 한다.이처럼 재택근무제가 시들해진 데는 영업실적의 악화가주효했다.자율근무를 통한 창의성보다는 직원의 소속감 고취와 효율성이 우선이라는 판단과 함께 출퇴근방식으로 회귀중인 셈이다. 특허청이 최근 중앙행정기관으로는 처음 2001년 1월부터 ‘탄력적근무시간제(flexible time system)를 도입한다고 밝혔다.일반적 공무원 근무시간,즉 오전 9시∼오후6시(‘9 to 6’)에서 벗어나겠다는선언이다.공무원의 전문성과 능률 제고를 겨냥,공동근무시간대(오전10시∼오후 4시) 이외엔 자유롭게 출퇴근하게 한다는 발상이다. 탄력근무제는 전통적 출퇴근제와 재택근무제를 절충한 ‘제3의 길’이다.일본 주요 기업에서도 탄력근무제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특허청의 ‘벤처 정신’이 관료사회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지켜볼일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
  • SBS 특집드라마 2편, 상처받은 사람들에 따스한 체온을

    SBS가 창사 10주년을 맞아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특집극 두편을 마련했다. 지난 10년동안 SBS에 대한 평가를 보면 ‘시청률 경쟁을 촉발시켜프로그램의 선정성을 증가시켰다’는 부정론이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넓혔다’는 긍정적 인식을 누르고 있는 상황이다.이번 두 편의드라마는 그런 세간의 시각을 바꾸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12일 방송될 ‘빗물처럼’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내가 사는 이유’‘거짓말’‘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바보같은 사랑’ 등에서 상처입은사람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에 천착해 왔던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다.노씨는 TV드라마에도 컬트가 있음을 여실히 증명한 작가.그의 작품들은 시청률 10%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소수 집단으로부터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빗물처럼’의 주인공은 배종옥과 정웅인.배종옥은 노작가와 세번째 작품이다.그가 맡은 미자는 어릴 적 화상사고로 삶을 자포자기한채 살아간다.술집을 전전하면서 선원을 만나 살림을 차린다.그러나임신을 하자 버림을 받는다.아이를 부모에게 맡겨 놓고 그는 다시 술집생활을 한다.그를 술집에서 만난 지인(정웅인)은 교통사고로 자식을 잃었다.혼수상태 아이의 산소호흡기를 그가 직접 떼어냈다는 것을 안 아내는 그를 떠났다.미자는 부모에게서 아이가 몹시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지인에게 자신의 아이를 한번 보고 와 달라고 부탁한다. 다른 한편은 김수현 작가의 ‘은사시나무’다.지난해 부모가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의 장기이식을 결정하기 까지의 고민과 갈등을 섬세하게 그린 ‘아들아 너는 아느냐’를 통해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는 아내를 잃고 소도시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어머니의 제삿날 각자 가족을 이룬 3남1녀가 모이면서 각자의 아픈 속내를 드러낸다. 아버지 역은 이순재가,장남은 황진희가,둘째 아들은 이덕화가,막내아들은 유동근이,큰 사위는 임채무가 각각 맡았다.이들은 드라마에서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펼쳐 보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
  • 지구촌 共生씨앗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여러 나라에서 온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자율·자립과 공생의 소중함을 체험하며 출신에 관계없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나라.서커스단과 공장,주유소,학교,은행 등을 직접 운영,스스로 살림을 꾸리고,대통령과 시장 등 대표를 뽑아 자치하는 진정한 교육공동체.스페인갈리시아지방 오렌세에 자리잡은 44년 역사의 벤포스타 얘기다.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도서출판 보리 펴냄)는 독일에서 어린이극장을 운영하는 에버하르트 뫼비우스가 지난 72년 1개월 동안 이곳을 둘러보고 펴낸 방문기다. 헤수스 실바 멘데스 신부(67)는 좀더 나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있는 유일한 존재인 아이들을,형제들의 아픔을 알고 정의로운 세상을 건설할 미래의 일꾼으로 새롭게 교육해야 한다고 믿었다.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기심과 돈,권력,악습 따위에서 그들을 구출,손수 집을 짓고 살며 스스로 관리하는 어린이 나라를 세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지난 56년 15명의 사내아이들과 함께 소년들의 도시를 세웠다.이들은 실바 신부의 부모 집에 묵으며 빈병과 종이등을 주워자금을 마련,2년만에 벤포스타(위치가 좋다는 뜻)란 별명의 포도농장을 구입했다.손수 건물을 세우는 등 삶의 터전을 일구며 가난한 어린이들을 주민으로 끌어들였다.4∼15살의 아이로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부모가 동의하면 누구나 주민이 될 수 있다.그 수는 시기에 따라300∼2,000명에 달했다.세계 순회 공연을 다니는 최고 수준의 서커스단에 매력을 느껴 찾아오는 어린이들도 많다.당시 프랑코 총통의 독재에 영향받지 않는 자유지대로서,정식 국가는 아니지만 국경초소까지 세웠다. 이곳 아이들은 공장에서 일을 해도,학교 수업에 출석해도 돈을 받는다.모두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기 때문이다.대신 돈을 내고 숙·식권을 사야 먹고 잘수 있다.독자 화폐인 코로나만 쓰기 때문에 외부의도움은 기대할 수 없다.놀고 먹을 수는 없는 것. 외부에서 오는 성인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아이들의 자유로운결정권을 되도록 제약하지 않는 것이다.아이들에게 필요한 전문지식을 주는 조언자에 그쳐야 한다.때문에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학교에갈 수 있다.희망자에 한해 대모험을 하기도 한다.1년동안 병원,고기잡이,교도소,빈민가 청소년 돌보기,구걸,잡역부 등 궂은 일을 하며 삶을 대하는태도를 바로잡는 체험을 하는 특별수련이다. 출판사측이 홈페이지(www.arrakis.es/∼benposta) 등에서 찾은 최신자료를 책 말미에 추가정리한 내용에 따르면 벤포스타는 아직도 잘운영되고 있다.70년대 중반부터는 여자아이들도 함께 지낸다.벤포스타는 조숙한 아이들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삶과 동떨어진 낡은 생각을 어른들로부터 이어받아 되풀이하는 성인세계의 축소판이 아니다.자기 나름의 궤도 위에서 스스로를 만들어 나가는 독립조직이다.이제까지 어린이공화국을 거쳐간 수십개국 수만명의 주민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공생을 실천하고 있다.김라합 옮김,7,500원. 김주혁기자 jhkm@
  • [네티즌 이슈] 낙태문제

    *합법화 다시 생각을. 지난 9월 유엔 인구기금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0만명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이중 5,000만명이 낙태수술을 받고 있으며,그 중 2,000만명이 전문의료인의 도움없이 안전하지 못한 낙태수술을 받으며,이로 인해 7만8,000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이 간단한 보고 내용만으로도 우리는 단순한 살인행위로 치부되어 외면하고 있었던 낙태의 합법화 문제에 대해숙고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현대사회는 점점 다원화되고 있고 성의 해방은 의식의 해방이라는이름을 붙여 공공연히 대두되는 세상이다.이런 현상은 모두 삶의 주체로서 개인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그런데 낙태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혼여성의 경우,낙태의 주된 이유가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가 아이를 낳음으로써 쏟아질 사회적비난이고,둘째가 자신의 장래계획에 지장이 있어서라고 한다.이들의입장에서 본다면 낙태의 문제는 생존의 문제,즉 세상과 공존하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그렇기에 많은 여성운동가가 주장하는 낙태의 합법화란 낙태를 인류사회적 차원을 떠나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켜달라는호소인 것이다. 낙태에 관한 논의는 항상 여성들의 인권에 결부되어있다.왜냐하면모든 임신의 또다른 원인인 남자들은 적절하지 않은 시기,적절하지않은 대상과의 섹스는 그 순간 잉태될지도 모르는 태아의 살인행위라는 관념이 없다.그러니 늘 여자들만 섹스의 결과에 따른 책임,즉 임신에 대한 두려움에 싸여 사는 것이다.피임에 성공한 것이 대학입시에 붙은 것보다 더 기쁘다는 한 여대생의 고백을 들으며 우리사회가이 대책없이 무거운 굴레를 벗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임이다.이것은 보다근본적인 교육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미국에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남자아이들에게 콘돔사용법을 가르치고 그 사용을 권한다.이 광경을 목도하고 너무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현재 미국은통계적으로 해마다 낙태율이 낮아지고 있다.교육의 힘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정말 낙태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죄악이라는 인식이 우선된다면 섹스는 다름 아닌 새 생명에 대한 책임의 시작이라는 철저한 계몽이 되어야 한다.부수적으로 피임교육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해야 한다.뻔히 눈에 보이는 비극을 막기 위한 방지책은 아무리 지나쳐 보여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그러고도 방지를 못해 발생한 임신의경우 출산과 육아의 직접책임이 있는 여성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원치 않는 아기를 낳은 산모와 아기를 환영할 사회분위기가 수반되지않는데, 무조건 생명윤리를 앞세워서 아기를 낳으라고 강요하는 것은지극히 무책임한 폭력일 뿐이기 때문이다. ■안 윤 미 소설가 ym1209@orgio.net. *여성 자유의지에 맡겨라. 살다보면 똑떨어지는 정답이 없을 때가 많다.O,X의 문제로 다루기엔인간이 너무 복잡한 탓이다.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낙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이미 세계곳곳에서 찬반논쟁이 뜨겁지만 선뜻 어느한쪽을 택하기가 쉽지 않다.그러나 낙태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기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나는 눈물을 머금고 ‘찬성’의 손을들어줄 것이다. 기존의 낙태 찬반논쟁의 핵심에서 ‘윤리’와 ‘생명’,두 단어가걸린다.전자는 낙태를 허용함으로써 생길 무질서한 성윤리를 견제하는 말이고,후자는 태아가 가진 생명의 권리를 누가 뺏을 수 있느냐는추궁이다.그러나 여기에서 나는 구조적인 모순을 본다. 먼저 윤리적 문제의 제기는 마치 낙태여부로 여성의 ‘도덕성’을가늠하는 듯 해 적절하지 못하다.성(性)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면이고 꼭 필요한 부분이다.순결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면자유로운 성개념이 크게 문제시될 필요는 없다.만일 실수든 고의든임신을 할 경우에 결과로 남은 아이에 대한 책임은 여성 혼자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그런데 이를 죄인처럼 제재한다는 건 남성위주의 사고로 여성의 정조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오히려 성이 개방되고 공식화될수록 그에 따른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대처될 수 있다.확실한 피임법이라든지 미혼모 수용시설 등이 떳떳하게 마련될 수 있다는 말이다.이렇게 볼 때 낙태허용이 윤리를 혼란시킬 것이라는 의견은 허점이 있다. 다음으로 태아의 ‘생명존중’의 문제이다.꼭 낙태시술의 장면을 보지 않더라도 태아의 생명은 분명히 존중받아야 한다.그러나 출산은여성의 생명도 담보로 하는 행위이다.감히 어느 쪽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더구나 가부장제의 사회에서 ‘남아’를 낳아야만 되는여성에게 줄기차게 아이를 낳으라고 할 수도 없다. 여성은 출산을 선택하든 낙태를 선택하든 엄청난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아무도 그 고통을 감수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선택은 여성자신의 ‘자유의지’여야 한다.특히 낙태는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선택했다면 그녀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사회나 종교단체의 일방적인 구속이나 제재는 여성에 대한억압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낙태는 찬반의 논쟁으로 끝내기보다 둘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바꾸는 쪽으로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만일 낙태가 허용된다면 낙태의 직접적인 결정은 여성이 하겠지만 그 결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법이 아닌 그사회의 환경과 분위기라고 생각한다.임신한 여성을 수용하는 분위기,이렇게 출생한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는 시설기관들이 제대로 마련될 때 여성은낙태가 아닌 출산의 선택으로 본인의 의지를 움직일 것이다.정말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우리의 관심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우리 모두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쁘게 받아들일 때까지. ■임 지 연 나드리화장품 홍보팀 lovely0@nadricosmetic.co.kr.
  • 새 영화/ 노블리

    채 소녀티도 못벗은 어린 여자가 남산만한 배를 끌어안은 모습이 어째 위태위태하다.미혼모가 되고만 열일곱살의 노블리(나탈리 포트만).다섯살때 고아가 된 그의 운명은 여전히 꼬이기만 한다.건달같은 남자친구는 줄행랑쳐 버리고,수중에 남은 재산은 5달러50센트와 폴라로이드 카메라 한 대 뿐이다. 휴먼드라마 ‘노블리’는 미국 작가 빌리 레츠의 96년작(Where The Heart Is)이 원작이다.98년 TV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쇼’에 소개된후 일약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을 잽싸게 나꿔챈 이는 TV프로듀서 출신인 매트 윌리암스.영화는 그의 데뷔작이다. 출산일이 내일모레.오갈 데 없는 노블리가 사람들 몰래 잠자리를 마련한 곳은 월마트 매장이다.판매용 매트와 라디오,알람시계 등을 천연덕스레 갖다 쓰고는 언젠간 갚아야 할 물건목록을 만들어 놓는 그는 누가봐도 선량하고 깜찍한 미혼모다. 한밤중 월마트 안에서 혼자 낳게된 아이를 받아준 은인은 마을도서관의 총각 사서 포니(제임스 프레인).영화는 그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이 사랑을 맺기까지의 여정을 큰줄기로 잡았다.그리고는 결함없는 삶이란 세상에 없으며,음지가 양지될 날이 곧 올 거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띄운다. 주인공을 떠받치는 주변 캐릭터들이 유난히 돋보인다.한가지씩 결함을 갖고 있으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건강한 생활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들은 닮은꼴이다. 병든 누나를 돌보느라 학업을 접고 시골에 눌러앉은 포니는 순수한사랑에 열정을 바칠 줄 안다.아이 다섯 딸린 이혼녀 간호사 렉시(애슐리 주드).울타리가 돼줄 남자를 찾겠다며 아둥바둥 속물근성을 드러내지만,노블리와 진한 우정을 나눌 만큼 심성은 따뜻하다. 톱스타 애슐리 주드가 기꺼이 조연을 택한 이유가 감잡힌다.지적이면서도 육감적인 관능을 뿜어내던 그녀가 삶의 때가 꼬질꼬질한 ‘억척어멈’을 연기하리라고는 상상못했을 것이다.나탈리 포트만은 ‘레옹’에서 장 르노와 함께 다니던 마틸다역의 그 소녀다.14일 개봉.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9)나그네살이

    *망명객 입도 반해버린 독일 빵 '브뢰트헨'. 독일에서 처음 망명 생활을 시작했던 것은 베를린이 아니라 함부르크에서 조금 떨어진 북해의 섬에서였다.내 친구인 독일인 조각가의 별장이 그 섬의 외버넘이라는 마을에 있어서 그곳을 몇 달동안 집필 장소로 쓸 수가 있었다.친구는 함부르크 예술대학의 교수여서 방학 때에만 그 시골집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코발스키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별장에서 살았다. 고양이는 여류시인 사라 키르쉬가 내 친구에게 선물로 분양한 수컷이었는데 독일 가정집 고양이들이 그렇듯이 거세된 놈이었다. 내가 외버넘에 살면서 처음 맛을 들인 것은 빵이었다.유럽에서 독일이 제일 맛있다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몇몇 가지가 있다.맥주의 다양함과 맛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고 백포도주 역시 그러하다.물론 붉은 포도주는 프랑스의 것이지만.그리고 소시지의 종류와 맛 또한 제일이다.그리고는 역시 빵이 맛이 있다. 우리에게는 언제부터인가 프랑스의 바게트가 맛있는 빵으로 자리를잡았지만 사실은 프랑스 사람들도 독일 빵의 맛에는 두 손을 들 정도다.그것은 아마도 독일 평원 지대의 기후 탓도 있을테지만 좋은 밀이나오기 때문일 것이다.감자 요리와 빵은 유럽에서 제일인 듯 하다.살찐 독일 사람들을 일컬어서 ‘감자 배때기’라고 할 정도로 감자와빵을 거의 매 끼 먹는다. 독일 사람들이 아침에 먹는 빵이 저 유명한 젬멜 또는 브뢰트헨이라는 아이 주먹만한 동그란 빵이다.빵가게에서는 새벽부터 아침거리의빵을 굽는데 제 시간에 맞추어 가야만 따끈하고 맛있는 빵을 살 수가있다. 이런 사정은 파리에서도 다르지 않아서 아침에 일찍 부산을 떨며 일어날 자신이 없는 젊은이들은 전날 저녁에 길다란 바게트 빵을사서 귀가하다가 친구라도 만나면 빵으로 서로 때리고 장난도 친다. 그렇지만 독일에서는 아침 나절에 브뢰트헨을 살 자신이 없으면 아예맛있는 아침 식사는 포기해야만 한다.그렇다고 빵가게가 멀리 있는건 아니고 대도시든 시골이든 적당한 거리에 빵가게가 한 둘씩은 있으니까 잠깐 산보하러 나가는 셈 치면 된다.빵은 부근의 정육점에서도 팔고 있어서 햄이나소시지와 함께 살 수도 있다.나는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외버넘 마을을 한바퀴 돌고나서 빵 가게로 갔다. 브뢰트헨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위에다 검은 깨나 흰 깨를 뿌린 것도 있고 너츠를 박은 것도 있다.껍질은 바삭하고 안은 말랑말랑하며기포가 가득하다.브뢰트헨 빵의 가운데를 잘라서 잼이나 버터를 바르기도 하고 치즈와 각종의 햄을 넣어 먹기도 한다.거위 간을 바르거나타타르 치즈를 바르거나 생 햄이며 양상치며 살라미 저민 것을 끼워먹기도 한다. 거리의 가판대인 ‘임비스’에서는 구운 소시지와 야채를 끼워 주기도 한다.거리에서 도로공사 같은 중노동을 하는 노동자도 소시지 끼운 브뢰트헨 두어 개에 작은 병 맥주 하나로 점심을 너끈히 해결한다.전날 사 두었다가 묵힌 빵은 오븐에 넣어 다시 구우면바삭한 맛으로 먹을 수가 있다.독일에 처음 온 어떤 이는 아침에 브뢰트헨 빵을 먹고나서 너무도 맛이 있어서 여덟 개나 먹어 치우고는하루종일 더부룩해서 혼났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점심 때에도 집에서 준비해온 브뢰트헨을 공원 벤치에서 먹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수가 있다.점심이나 저녁 때에 푸짐한 고기 요리와 더불어 먹는 빵은둥글넙적한 농가의 통밀 빵이 있는데 껍질이 암갈색으로 잘 익어 있다.얇게 썰어서 치즈를 넣어 겹치거나 버터를 발라 먹는데 안에는 곡물이나 씨앗이 들어 있어서 간간이 고소하게 씹힌다.그보다는 작지만역시 둥글넙적한 호밀 빵이 있다.러시아 흑빵처럼 검은 색이고 스튜나 수프와 함께 먹으면 맛이 있다. 안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고 얇은 껍질의 독일 감자는 요새 갑자기 커진 우리네 감자 보다 훨씬 작다.어른 손아귀에 쥐면 달걀보다 조금커서 위로 비집고 나올 크기만 하다.나는 손칼 모양의 감자깎개를 사용하지 않고 스푼 끝으로 살살 벗겼다.이것 저것 요리해 먹기 귀찮을때에는 굵고 큼직하며 안에 입자와 고깃살이 씹히는 한뼘 크기의 소시지를 사다가 감자와 함께 먹었다.마을에는 어디에나 정육점이 있고이른바 핸드 메이드라고 하여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소시지가 있었다.벗긴 감자를 물이 자박자박한 냄비에 넣어 파슬리 가루를 뿌려서 삶아내고 소시지는다른 냄비에 물을 끓여 데쳐 낸다.데친 소시지는 기름기가 적당히 빠지고 부드러워서 아주 맛이 좋다.접시에 파슬리가파릇파릇 묻은 삶은 감자와 데친 소시지를 담고 감자에는 소금을 약간 치고 소시지에는 양념 머스터드 겨자를 바른다.차게 해두었던 맥주를 한모금씩 마시면서 감자와 소시지를 곁들여 먹는 맛이 그만이다.이런 간단한 식사법은 별장의 주인인 내 친구에게서 배운 요리였다. 외버넘의 친구 별장은 이백년이나 되었다는 농가였다.지붕이 높아서선반을 만들어 이층은 다락방 침실과 서고 공간으로 쓰고 있었다.지붕은 우리네 같은 초가 모양인데 해마다 또는 해거름으로 갈아야 했지만 초가지붕보다는 영구적으로 보인다.층층으로 갈대를 덮고 그 사이 사이로 콜타르를 뿌려서 엉기게 해 놓았다.지붕의 추녀로 자른 단면이 보이는데 두께가 삼십센티는 되어 보였다.양쪽 벽과 가운데 페치카 겸 오븐이 달린 벽은 벽돌로 쌓아 올렸다. 주변에는 이런 농가가 반듯한 마을 길 좌우로 있었고 아직도 농사를짓는 집들이 있어서 낟가리가 쌓인 헛간이나 트랙터들이 세워져 있었다.또는 도시 사람들의 산뜻하게 지은 현대식 별장도 있었다. 뒷마당에는 보기 좋게 자란 사과나무 두 그루가 있어서 그곳에 해먹을 달아 매어 놓고 낮잠을 자기에 좋았다.검은 딸기 나무도 몇 그루나 있었고 그중에서도 배나무는 대단한 명물이었다.물론 길쭘하고 울퉁불퉁하게 열리는 서양배 나무였다.나는 물이 많고 시원한 우리 배와는 달리 서양배를 깔보고 있었는데 그 정원 배나무의 배 맛은 나도그랬지만 누구보다도 까마귀들이 인정하고 있었다. 외버넘의 배는 둥그런 머리부터 익어 가는데 그건 마치 무화과가 익듯이 머리 언저리가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기가 막히게 향기가 나고 한입 베어 물으면 정말 잼처럼 달다.사각하면서 단물이 입 안에가득찬다.익어가는 배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말랑말랑하고 먹고 나면 손에는 껍진껍진한 당분이 들러붙을 정도였다.까마귀가 아예진을 치고 배나무에서 살았다.나중에는 까마귀를 쫓는데도 힘이 빠져서 아예 포기하고 말았지만 까마귀가 한입 파먹고 풀밭에 떨군 배를주워 먹는 재미도알게 되었다.부리의 자욱이 패인 곳을 도려내고 나머지를 먹는데 역시 녀석의 미각은 대단하여 가장 잘 익은 배가 틀림없었다. 내가 있던 집에서 길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가면 역시 농가인데 집 앞쪽만 큰 유리창을 내어 달은 작은 식당이 있었다.그 집 이층은 섬을찾는 여행자들에게 방도 빌려주는 민박 집인 셈이었다.그 집의 이름은 잊었는데 집 앞쪽에 희고 노란 장미 울타리를 낮은 목책 위에 둘러 놓았다.이른바 독일식의 ‘가정식 백반’을 하는 집이었다. 황석영.
  • 한국고문서학회 ‘조선시대 생활사2’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부모가 돌아가시면 3년상을 지냈다.3년째 되는날까지,만 2년간 상을 치르고 그로부터 2개월 후 상복을 벗었으니 공식 추모기간은 만26개월이었던 셈.현직까지 그만둔 채 부모의 묘 옆에 여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했다니 효도도 좋다지만 얼마나 불편했을까.그 기간동안 아무 일도 못했을까.실제로 다들 잘 지켰을까. 조선 전기의 문사 이문건이 남긴 ‘묵재일기’에 따르면 그가 탈상때까지 여막에서 생활한 기간은 총183일.해당기간의 4분의 1 정도다. 거의 씻지도 못하고 지냈다.유성룡은 60세에 모친상을 당해 3년상을지내며 ‘신종록’ 등 예에 관한 몇편의 저술을 남겼다. 반면 조선 중기 안동의 사대부였던 이정회는 ‘송간일기’에서 1578년 5월 1일 모친상을 당해 10여일동안 빈소를 지키며 손님을 맞은 뒤에는 농사일을 돌보는 등 기본적인 사회생활은 영위하면서 자식된 도리와 가장의 역할 등 두가지 일을 겸했다고 썼다. 한국고문서학회가 엮은 ‘조선시대 생활사2’는 이처럼 제도 중심에서 탈피,고문서에 나타난 사례 중심으로 조선시대 사람들의 다양한일상적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청주지’에는 열녀 이야기가 몇편 있다.‘황효건이 죽자 처 이씨는 20년간 죽을 먹고 따뜻한 자리에는 앉지도 않으며 슬퍼함이 하루같아 선조조에 열녀로 정려됐다’‘정용갑의 처 신씨는 남편이 죽자 음식을 전폐하고 슬퍼하다 17일만에 목숨을 끊어 남편의 뒤를 따랐다’요즘 세태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들이다. 반면 여자 노비의 정절은 양반들에 의해 무참하게 유린됐던 시절이었다.이육이 지은 ‘청파극담’에 실린 골계담에는 맹씨성을 가진 재상이 밤마다 여비의 방으로 찾아들었다고 기록돼 있다.“절편떡같이 고운 부인을 두고 왜 이 누추한 종을 자꾸 능욕하십니까”“너를 갓김치로 여긴다”절편떡을 먹을 때 갓김치를 곁들여 먹어야 맛이 난다는 뜻이다. 15∼50세 노비의 값은 쌀 20석이나 면포 40필에 해당한다고 ‘경국대전’(1467년)에 기록돼 있다.당시 말 한마리가 면포 30∼40필이었으니 노비는 말과 거의 비슷했던 셈. 묵재일기에 나타난 아기 돌잔치의 모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필묵,활,쌀,도장 등을 놓고 아이가 집는 순서에 따라 문인,무예,부자,관직 등으로의 진출을 기대했다. 허준을 어의로 만든 유희춘은 선조 원년(1568)부터 8년까지 17회에걸쳐 녹봉을 받았으나 정량은 3회 뿐이었고 나머지는 흉년 등을 이유로 감액지급된 것으로 ‘미암일기’에 적었다.관리들은 녹봉으로만생활한 것은 아니고 상당부분 증여(뇌물)에 의존했다.오늘날의 관리들은 어떨까.역사비평사 1만2,000원. 김주혁기자 jhkm@
  • [네티즌 이슈] 동성애

    ■ 황색 저널리즘의 좋은 표적. 동성애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이 동성인 사람이다.하지만 이 땅에서 성적 소수자-동성애자로 산다는 것은 이성애가 아닌 성적 지향혹은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진 또 하나의 권력이자 편견과 이유 없는 불안에 근거한 왜곡된 선전으로 동성애자들의 지난한 삶은 계속되고 있다.그러한 무수한 예들 중에 ‘동성애가 AIDS의 원인이며 AIDS확산의 주범은 동성애자이다’라는 것이 있다.AIDS는 감기처럼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것이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감염되지 않는다.때문에 그가 동성애자인가 이성애자인가 하는것은 AIDS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회적 편견과 억압의 기재들은 현실에 존재하고그러한 조건 속에서 동성애자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않다.아직까지 대부분의 ‘커밍아웃’은 사적인 신뢰에 기반한 관계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연예인 홍석천씨의 커밍아웃도 마찬가지다.그의 커밍아웃은 친분이있는 기자에게 당장의 공표를 염두에 두지 않고 한 개인적인 커밍아웃이었다.하지만 자극적인 소재만을 노리는 황색 저널리즘의 표적이되어 의도하지 않은 시기에 여론화되었고,사회적으로는 동성애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개인적으로도 불이익을 받게 됐다.연예인이 아니더라도 간혹 주위에서 의도하지 않은 커밍아웃으로 인해 어려움을겪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려운 커밍아웃은 왜 하는 것인가.‘나를 위하여,당신을 위하여,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위하여’ 동성애자들은 커밍아웃을 결심한다.스스로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자신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첫 단계이며,자기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또 주변사람들에게도 자신을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주는 것이며, 그에게 다양하고 열린 사고를제공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나아가서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한 확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강지호 한국남성동성애자 친구사이 기획부장. ■ 다른형태의 라이프 스타일. 탤런트 홍석천씨가 동성애자라고 방송에서 출연정지를 당하여 동성애에 대한 토론이 뜨겁다.나는 의사로서 정신의학에선 동성애를 어떻게 보는가를 ‘최신 정신의학 책’ 내용을 인용하여 소개하고, 내가미국에서 만나보았던 동성애자에 대한 얘기를 한 후 이번 사건처럼서로 다른 패러다임이 충돌할 때 어떻게 갈등을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1973년 미국의 정신의학에서는 다수의 동성애자들이 사회적으로 문제 없이 활동하고 있어 동성애를 병으로 보지 않게 되고 1980년대에정신의학적 진단분류,즉 DSM에서 이를 삭제하였다.즉 이를 병적이라고 보기보다 성적 지남(sexual orientation)의 문제 내지 하나의 다른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로 보는 것이다. 단지 초자아와 동성애적 욕구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또는 자신의동성애 경향에 대하여 불안,우울,죄의식,자기증오,수치,기타 적응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한때 자아이질성 동성애(ego-dystonic homosexuality)라 하고 비로소 하나의 정신질환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으나,현재는 이마저도 적응장애나 우울증으로 고려하고 있다. 15년 전 미국에 있을 때였다.소아과 여자의사를 만났는데 그 여성은 딸아이를 혼자서 키운다고 했다.결혼을 하지 않고 남자와의 관계도 없이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공여받아 아이를 임신했다며 무척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그 여성은 소아과전문의 자격증을 딴 후 주립대학연구실에서 잠시 연구하고 있었는데,연구원들이 가족과 함께 모여 야구놀이 등을 하며 놀 때 딸아이를 데리고 왔다.3∼4세 정도 된 예쁜아이였다. 사회적 편견으로 생긴 가치관 갈등의 해결책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다’라고 ‘갈등분쟁해결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제시하고 있다.동성애자와 이성애자에서 성에 대한 지남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소중하게 여기는 공통분모,사랑과 생명을찾으면 되겠다.즉,누군가가 동성애자라 해도 폭력으로 누군가를 괴롭힌 것이 아니고 위에 말한 동성애자 소아과 의사처럼 아이들에게 유익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게끔 우리사회가 열리기를 나는 바란다. 안병선 양천구보건소 의사.
  • 가을밤 여행스케치와 음악 ‘소풍’을

    “김밥 한줄과 사이다,삶은 계란 챙겨서 좋은 사람과 함께 오세요.”포크그룹 여행스케치가 10월1일부터 사흘동안 오후7시 예술의전당 야외극장에 가을콘서트 ‘소풍’을 간다.(02)538-3200. 지난 89년 남자 셋,여자 둘로 구성된 여행스케치는 10여년 동안 9장의 앨범(라이브앨범 포함)을 발표하며 꾸준히 라이브활동을 펼쳐왔다.이번 공연은 8집 ‘러브 스토리’ 발매기념.리더 조병석 뿐만아니라남준봉 현준호가 곡작업에 참여했고 각 멤버가 자신의 사랑이야기 1곡씩을 들려준다. 포크는 물론 발라드 펑키 재즈 등 웅장하면서도 경쾌한 맛,조용하고도 따뜻한 느낌이 배인 다양한 곡들을 선보인다. 타이틀곡 ‘왠지 느낌이 좋아’는 여행스케치의 장기인 독특한 화음을 잘 살린 곡이고 ‘아이 캔 웨이트 4 유’는 펑키한 맛과 팝적인매력을 잘 조화시킨 곡이다.미디엄 발라드 ‘오랜 기억속 너에게’도이들의 대표곡 ‘별이 진다네’와 비슷한 분위기로 사랑받을만하다. 공연에서는 모두 30여곡이 불려진다. 임병선기자 bsnim@
  • 2000년 서울국제문학포럼

    ★ 산중에 숨은 신들:도겐(道元). 나는 미국 워싱턴주의 태평양 연안 농촌에서 자랐다.아이 시절에 우리집의 젖소를 돌보고 숲 속에 드나들며 일했다.나는 삼림의 남벌을목도했으며 아직 고등학교 학생이면서 환경 정치운동을 벌였다.1930년대의 내 고향 퓨젯 사운드는 많은 부분이 야생지대로 남겨 있었으나 오늘날 그곳은 90%나 채벌되었다.나는 동서양의 역사와 문학을 공부하면서 힌두 사상이 불교와 불해(不害)라는 윤리적 교훈을 공유한다는 것,그리고 이 교훈이 사람만 아니라 모든 중생을 포함한다는 것을 배웠다.이것이 나를 결정적으로 아시아로 쏠리게 했다.그리고 공부 끝에 선 사상에 도달했을 때 드디어 나는 대승 경전과 도교 사상과 수묵화와,시와 인도 요가와 좌선 등이 서로 연결됨을 깨달았다. 몇 해가 지나 나는 도겐을 발견했다.내가 이 13세기 일본 선승의 ‘산수경’을 읽고 실천과 자연 현상계에 대한 그의 접근법을 약간 깨달았을 때 나는 단순한 동아시아의 자연에 대한 감성보다 훨씬 값진어떤 것,단순한 ‘자연사랑’의 한정되고 선택적인 주제들을 훨신 뛰어넘어 모든 영역을 두루 섭렵하는 어떤 위대한 정신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 폭넓고 자비로운 관점을 가진 오늘의 환경주의자들은 도겐을 일종의 생태학자로 생각할 수 있다.오늘의 생태 과학자들은 생명체 작용에서 관찰되는 복잡성의 수준을 토대로 하여 ‘혼돈과 복잡성’의 이론화를 이룩하는 데 이르렀다.이런 모든 유기적,무기적 영역들의 상호작용을 일러 ‘생명환경띠’라고 하며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이라 한다.그것은 광대한 연결이며 우리는 모두 그 지체들이다. 생태학의 연구는 진정 ‘청소’와 ‘윤회’ 즉 욕망의 세계에서의삶과 죽음의 바퀴,다른 말로 하자면 ‘신진대사’의 존재들에 대한연구이다.삶과 죽음의 공동체에 실존하는 각양각색의 역할을 현상 그대로 파악하는 눈이다.그런데 지구환경 보존은 과학자의 일거리가 아니다.이는 헌신적으로 도를 따르는 자들,곧 실천과 통찰로써 지혜와자비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 남들의 눈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들의몫이다. 원형적 생태론자인 도겐 선사는 산수경에서‘잠자리와 물고기가 물을 궁전으로 본다면 사람이 궁전을 보는 것과 꼭 같다.그들은 그 궁전이 흘러간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모든 영역들이 나름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진리를 능숙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며 개인 각자의 에고는 물론 인간이란 종족의 에고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개리 스나이더 美 시인. ☆ 대중문화 사회 속의 시인. 우리는 인터넷사이트에서 미국제 특정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다운받는다.그러면서 많은 광고를 보게되고 결국은 크레딧 카드로 돈을지불하게 된다. 조금은 복잡한 이 과정에서 ‘파울 첼란’의 육성이 컴퓨터 사운드시스템에서 울려나온다.첼란은 아우슈비츠 이후시대의 핵심적인 시로꼽히는 자작시 ‘죽음의 푸가’를 읊조린다. 그런데 어째서 시인가? 왜 오락사회는 사사로운 잡담,즉 그런 사회에 걸맞는 채팅에 만족하지 않는 걸까? 어째서 하필 입으로 말하는의식(儀式)적인 전통중 가장 오래된 표현형식을 위해 애를 쓰는 걸까? 이를테면 운맞추기라는 전통이 힙합 구절 속에,청소년 대중문화의문맥속에서 다시금 되살아나고 있는 까닭은 뭔가. 내 생각으로,대중문화와 시는 그렇게 대립적인 것 같지는 않다.반대로 가장 널리 유포된 문화의 형식들이,바로 죽었다고들 하던 시를 거듭 불러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블루스,유행가,록 발라드에 가사와시적 운율이라는 그 태고의 구성성분이 없다면 그것이 무엇이겠는가. 고급문학에서 나온 서툰 모조품 아니겠는가? 판타지 영화세계의 주인공과 마술사들은 그들이 입을 열 때마다,옛세계문학시편이라는 소도구들 없이는 계속 진행해 나가지 못할 것이다.위협받고 있거나 파괴된 아름다움의 이미지들을 눈앞에 보며 무언가 말을 한다면,그 말이야말로 시어일 것이다.더 없이 평면적인 문맥에서도,가장 단순화된 상투어에서도 시적인 발언은 그 힘을 증명한다. 여기 고향도,사회적 출신도,직업도,빈부도 다른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시작한다고 치자.이들은 어릴때 본 TV영화,비틀즈의노래 등 유년의 기억을 서로 짜맞추어 가며 이야기 매개로 풀어 나간다. 즉 소통,상이한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지고 관계를 깊어지게 하는 바탕은 대중문화에 함께 참여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서로 교환하는 기호의 대다수는 대중문화에서 비롯되었거나그에 상응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할리우드는 거대한 조작이며 우리가 보낸 어린시절의 한 장소에 대한 동의어다. 나는 상상한다.온 세상 수많은 남녀 동료시인들과 함께 시를 쓰고있다고.물론 그 시는 대중문화보다 더 오래된 것이며 그보다 더 위대하다.그 시의 뿌리는 인간이라는 종과 언어의 뿌리 만큼이나 깊게 뻗어있다. 그러나 또 나는 안다.시인은 그의 동시대인과 그리고,그 시대를 관통하는 대중문화와 조심스럽고도 본질적인 대화를 나누며 살고 있다는 것을. 우베 콜베 獨 시인·튀빙겐대 교수. ■ 위기속의 문화. 오늘날 예술생산계가 전반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은 아주 새로운 것이다.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얻어낸 예술생산 및 유통의 자치성이 경제적인 당위성이라는 이름으로 위협받고 있다.신자유주의자들은 문화에도 다른 분야처럼 시장논리가 혜택을 줄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들은 문화의 특성을 묵시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서적에 대해서도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미디어기업들이 유통시키는 서적과 영화·TV용 오락 프로그램 등 ‘정보’라는 이름 아래 유통되는 모든 생산품들은,다른 상품과 다를 바가 없이 이윤생산의 법칙에 따라 생산되어야 한다는 발상에서 온 것이다.수많은 채널을 가진 디지털 TV가 ‘미디어 선택 가능성의 폭발적 증가’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되어,시청자의 어떤 요구든 경향이든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또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쟁이 있게 됨에 따라 당연히 창조적인 방송이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을 공급의 획일성이라는 말로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이 획일성은 국가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세계적으로도 그렇다.경쟁상태에서는 다양성을 추구하기보다는 동질성을 추구하기 마련이다.최대다수가선호하는 것을 생산해야 하므로,생산자는 특히 어느 국가에서든지 통용될만한 상품들,다시 말하면 차별화를추구하지 않는 TV드라마와 연속극·추리극·상업용 음악·통속연극 등 ‘맥도날드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경쟁상태에서 그나마 소규모의 다양성을 지향한다해도 생산기구,특히 유통기구들이 통합됨에 따라 최소한의 가능성도 막히게 된다.기업들의 수직적인 통합으로 생산업체가 유통업체에 통합되어버렸기 때문이다.그 예가 바로 여러 개의 상영실을 갖춘 대형영화상영관으로 이들은 영화배급업자의 요구에 철저히 따를 수 밖에 없다.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정권이 검열을 했다면,이제는 금권이 검열기구로 등장한 셈이다. 상업논리라고 하는 것은 외형상으로는 진보적인 근대성의 양상을 띠지만,사실은 가장 대표적인 경향을 선택해서 최소의 노력의 대가만을 치르려하는 사회논리의 발현으로,방임의 극단적인 표현형태일 뿐이다. 여기에 대항하고자 했던 사람들도 가장 자율적인 문화생산자에서 점점 생산과 생산품 보급의 수단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문화생산자는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는 약화된 위치에 있으며,그래서 드물고 필요하며소중한 존재가 된 것이다. 피에르 부르디외 佛 사회학자. □ 문학과 삶의 관계. 삶이 문학의 원천이라고들 말합니다.사실이죠.그러나 동시에 삶과문학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삶은 문학의 원천이 될 수도있지만 문학의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삶이 문학에 노골적인 방식으로 남용하여 들어가면,문학이 파괴되곤 합니다.실제로 문학은 삶,시민,관중,독자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제가 여기서 말하는 이것들은 당연히 문학의 질을 떨어지게 하는 부정적인 요소들만을 말합니다.가령 작품에 도움이 되는 독자들의 날카롭고 좋은 비평 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지요.삶도 마찬가지입니다.오늘날 만연하고 있는 저속한 취미로부터 문학은 스스로를 방어할 줄 알아야 합니다.다시 말해휼륭한 문학작품은 시장의 법칙에 복종하기를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산정권은 이런 울타리를 부셔 버리려고 했습니다.공산주의자들은전 인민이 문학에 참여해야 하고 모두가 소설이나 극작품을 쓸 수 있다고 외쳤습니다.이것은 문학을 없애고 파괴하는 한 수단입니다.모든사람이 문학을 한다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사양길을 재촉하는 것입니다.문학작품의 질이 떨어질 것은 당연합니다. 문학의 캘린더는 삶의 캘린더와 다릅니다.문학은 삶을 상대적으로알뿐입니다.인류에 이롭고 위대한 사건일지라도 문학에는 별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반대로 문학작품들의 대부분이 살인,부정적인 사건에서 영감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과학의 진보에 관하여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과학이 문학의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그러나 나는 이 의견에 반대합니다.문학은 과학의 발전에 상관없었습니다.문학에 중요한 것은외적 세계의 발견이 아니라 인간 내면세계의 발견을 이루는 것이기때문입니다. 오늘날 인터넷의 발견으로 문학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나는 이것을 믿지 않습니다.인터넷은 위대한 문학,다시 말해 질이높은 작품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작가인 나에게 있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지옥의 발견입니다. 지옥,이 무시무시한 기구는 인류문명의 기초를 이루었습니다.문학에있어 지옥의 발견은 다른 어떤 과학의 발명보다도 중요합니다.왜냐하면 지옥은 인간의 의식,죄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문학이 삶의 투영이라고 생각합니다.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문학은 특별하고 좀더 내밀한 삶입니다.문학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삶이나 세계와 다릅니다. 시대의 단순한 삶의 투영에 머무르는 문학은 저속한 사실주의와 열악성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이스마일 카다레 알바니아 출신 소설가.
  • 인터뷰/ MBC ‘아줌마’ 주인공 원미경

    전업주부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MBC ‘아줌마’의 주인공오삼숙을 연기하는 원미경.올해 나이 마흔,아이 셋의 진짜 아줌마다. “오삼숙은 굉장히 순수하고 남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실제가정에서도 주부가 밝고 명랑해야 집안이 화목하잖아요.주부가 ‘토끼’같아야 돼요”.본인의 실제 삶도 그렇단다.집에서 많이 웃기고엉뚱한 짓을 일삼아 남편인 MBC 이창순PD가 ‘코미디를 한번 해보지그러느냐’고 농을 할 정도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의 90%를 차지한다’고 말할 정도로 가정적인주부가 앞으로 6개월동안 방송될 드라마의 주인공은 어떻게 할 생각을 했을까.“아이들이 제가 TV에 나오는 걸 좋아해요.출연을 결정하기 전에 아이들과 의논했는데 막내인 아들은 빼고 두 딸이 찬성했어요.제가 일하는 동안 집안일은 남편이 전적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그사람 집안일 잘해요” 원미경은 일단 연기를 시작하면 가정은 완전히 잊고 배역에 몰두하는 편이다.대사를 완벽하게 외워도 녹화가 있는 날에는 몇 번씩 잠에서 깰만큼 소심하다.지난 18일 방송된 술마시고 노래하는 장면 촬영을 앞두고는 거의 3주동안 잠을 설치기도 했다.워낙 음치인데다가 대본에 원래 있던 ‘찰랑찰랑’이라는 노래는 처음 듣는 곡.집에서 하도 반복해 들으니까 아이 셋이 엄마의 음악교사로 나서기도 했다.하지만 결국 촬영을 며칠 앞두고 걱정을 많이 하는 원미경을 보고 장두익PD가 ‘남행열차’로 바꿨다. “작품을 새로 시작하면 늘 그런 편이에요.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는것이 어색해요. 항상 잘하려고 노력하는 후천적인 배우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인지 원미경은 강수연이나 김희선 등 선천적으로 감성이 풍부한 후배들을 보면 부럽다 못해 밉기까지도 하다.그래서 더욱 집에서생활할 때도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어느 순간 ‘그래,다음에 연기할 때는 이런 장치도 필요하겠구나’라고 스스로 다짐도 한다.예를 들면 주부가 부엌에서 일하다 전화를 받을 때는고무장갑을 끼거나 손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도록 배려한다. 원미경은 남편인 이PD와 작업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한다.배역은 다양한 성격을 가진 악역,거기다 연하의 남자와 열애하는 역이면 금상첨화다.“20대 했던 멜로연기에서는 감정을 잘 표현해내지 못했죠.이제는 살아온 세월이 있고 그 감정들 다 이해하거든요.지금 해야 진짜멜로연기일 것 같아요”전경하기자
  • 주가 폭락 “자고나니 빈털터리”

    주가 폭락으로 개미들의 한탄과 눈물이 쏟아지고 있다.인터넷 증권사이트에 실린 ‘개미’들의 실패담은 비록 자신들의 책임이라 할지라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대부분 결혼 10년 미만의 10살아래 자식들이 있는 30대 후반의 중산층 이하의 가장들이었다. 배우자 몰래 투자하다 거금을 잃었고 솔직히 털어놓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다. 1년만에 1억원을 날렸다는 주부는 “친구를 만나는 것도,아무 것도의미가 없다”면서 “어쩌면 백화점의 아이옷 전체를 사고도 남을만한 돈을 단 1년에 날린 나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속이 상하고,밥을먹을 때도,아이의 얼굴을 볼 때도 마음이 아프다”고 해 안타깝게 했다. 한 투자자는 주식투자에 실패,33평짜리 아파트를 팔고 15평짜리 다세대주택에서 살고 있고 5,000만원의 빚이 남아있다고 털어놓았다.참으로 비참한 마음에 “즐거운 추석에 부모·형제 볼 면목이 없어 숙직을 핑계대고 처와 자식들만 보냈다”고 적었다. 건설회사 퇴직금 1억원을 갖고 ‘안전한 사업’을 찾다 주식을 시작했다가 날렸다는 사람은“지옥같은 투기판을 떠나 새 삶을 찾겠다”면서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일확천금의 꿈,혹시 올지도 모를 행운에의기대는 버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1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 등 8,600만원을 날렸다는 주부는 “정말 주식은 일반인 특 히 가정주부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줄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재산 1억5,000만원을 잃었다는 사람은 “순간의 선택과 ‘클릭’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올지 몰랐다”면서 주식은 다시는쳐다보지도 않겠다고 썼다. 수천만원을 잃고 카드론 등으로 빌린 돈 4,000만원의 빚의 이자를감당하기도 힘들다는 투자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돈을 잃은 생각이 가슴을 짓누르고 혼자 있을 때면 죽고 싶다”고 토로했다. “친구도 만나기 싫고,회사일도 손에 안 잡히고,폐인이 되어가는 건가요”라고 절규한 투자자는 매일밤 퇴근길에 소주 한병을 사서 가방속에 넣어 갖고 가 아내 몰래 마시고 빈병을 다시 가방에 넣어 출근길에 버린다고 적었다.필명조차 ‘분노와 허탈’인 이 투자자는 또허황된 줄 알면서도 매일 복권을 1장씩 산다고 했다. 아내 몰래 주식투자를 하다 33평형 아파트 대금을 날렸다는 투자자는 “추석때 모든 것을 털어놓아 ‘자신을 위해 돈을 써본 적이 없던’ 아내가 이해해 주긴 했지만 아내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고 고백했다. 한 투자자는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잘 살아보자고 시작한 주식투자,당신은 극구 말렸었지.그래서 당신 몰래 대출받아 시작해 손실은점점 커지고….만회코자 또다시 대출,대출금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어느새 입주해야할 아파트 가격보다도 많은 빚만 남아있구료.이제 어찌해야 하나….나를 만나 8년을 하루같이 고생만 해온 당신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오.좋은 집 장만하여 입주할 때 당신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정말 보고싶었는데…. 이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고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통만 남겼구료.미안하오.”손성진기자 sonsj@
  • 조성기·김다은씨의 ‘꾸밈’없는 이야기 두편

    수식이 거의 없어 오히려 감칠 맛나는 소설집 두 권이 눈길을 끈다. 중견작가 조성기의 작품집 ‘종희의 아름다운 시절’(민음사)은 타이틀작과 ‘종희의 서러운 시절’을 포함,3편으로 된 얇은 책이다. 종희라는 이름을 내건 두 편의 작품은 주인공이 같은 연작인데 이야기 내용도 독자를 사로잡지만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작가가 부러 선택한 문체가 한층 매력적이다.이북 원산에서 태어난 여주인공 종희가 19살로 육이오를 맞기까지가 소설의 아름다운 시절이고 부모와 올케·조카를 놔두고 월남한 직후의 부산 생활이 서러운 시절에 해당된다. 일제 말기,분단직후의 북한,전쟁발발과 월남 등 사연이 많을 수 밖에 없지만 비슷한 사연이 흘러넘치고 이미 많이 이야기되어버려서 탈이다.작가는 이 흔한 사연을 어떻게 해야 새롭게 말할 수 있을까. 본래 이 작품의 소재는 창작이 아니고 작가의 옛 전세집 여주인인이종희씨가 테이프 10개 분량에 담은 과거사다.조성기는 이 장황한신세담을 테이프 1개 분량도 못되게 바짝 조인다.이때 시제의 현재형 고수,수식어와 설명 적극 배제의 특이한 문체가 솟아난다.길고 중복됐을 사연 한가운데를 뭉턱 잘라버리고 현재 시제와 함께 쑥쑥 나가는 바람에 인물이 굉장히 생동감있게 다가오며 마치 아직 앞뒤를 재지 못하는 아이처럼 설명이란 걸 하지 않아 독자의 상상력을 촉진시킨다.장황한 글을 많이 써본 작가만이 시도할 수 있는 멋진 ‘변태’다. 여성작가 김다은의 ‘위험한 상상’(이룸)도 꾸밈새없는 간명한 문체가 돋보인다.그런데 이 읽기 쉬운 문체는 작품의 전체적인 정조를살려내기 위한 은근한 미화작업이 아니라 작가의 다소 외진 ‘아이디어’에 독자를 곧장 닿게 하기 위한 거침없는 아스팔트 포장과 같다. 사람살이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비극적인 단면이 작가의 아이디어다. 작가는 인물이나 사회의 곡진한 면보다 일순 정지·확대시킨 인간의조잡하고 부조리한 측면에 더 강하게 끌려있다. 아이디어 한 점을 완전연소시키는 콩트 같이 삶을 너무 단순화한 감이 있지만 바로 이 점을 재미있어할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표제작에서 한 여고생은 짝사랑하는 선생과의 성적인 관계를 상상하는 일기를 쓴 채 자살하고,그 교사는 그 일기로 꼼짝없이 감옥행을 당한다.‘개만도 못한 소망’은 가출한 아내가 우연히 만난 여자로변신해 남편과 뜻깊은 외도를 한다는 이야기다. 책 후미 해설에서 평론가 김치수는 “대부분의 소재가 일상적으로 보고들을 수 있는 것이어서 농담처럼 웃을 수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는언어가 가지고 있는 애매성이라든가 인간의 운명이 가지고 있는 희극성이라든가 소설이 가지고 있는 반전의 묘미라든가 하는 문제를 밝히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김재영기자 kjykjy@
  • [여성 선언] 밥상인권

    우리네 밥상을 보면 아줌마 인권 수위가 어느 만큼인지를 대번에 알수 있다. 아줌마 손 끝에서 마지막 에너지까지 짜내 버리는,인정머리없는 밥상문화! 아무리 없는 집 상차림이라도 수저, 젓가락, 물컵 등까지 주욱 대령하자면….게다가 밥상엔 웬 그릇들이 그리도 많은지. 간장종지,국그릇,밥그릇,찌개냄비,김치사발,나물접시,멸치볶음 등…. 요즘같은 무더위엔 상 차리다가 땀으로 범벅되기 십상이다.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그들의 ‘소식주의’에 놀랐다.잼과버터와 빵 한 조각,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한끼 식사로 충분했다.그리고 접시 하나면 그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었다.정찬이래봐야,유럽에서 정찬을 먹은 적은 없고…영화에서 보면 큰 접시를 가운데 놓고 식구들이 주욱 한 수저씩 제 손으로 덜어다 먹지 않던가.우리는떡하니 앉아서 밥상받고 앉아 짜다 맵다 투정에다가 밥 먹고 나서 숭늉까지 찾으니….정말 고귀하신 인종들이다. 연년생 아이를 키우던 선배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지금은 아이들이커 초등하교 고학년이 되었지만,그 아이들이한 살,두 살일 때 그 언니의 삶은 거의 환상이었다. 모닝빵을 한 손에 들고 우적우적 씹어먹으면서,아이 하나는 포대기로 업고,한 손으로 애 밥먹이고….남편이란 사람은 그 와중에도 국 따로,밥 따로,반찬 따로인 예의 그 밥상을앉아서 받아먹었다. 얼마전 회사근처 구내식당의 식판에 밥을 받아먹으며 문득 떠오른생각. “그래.집에서도 식판에 밥을 먹으면 되겠군” 그날 이후 집에서 제일 큰 접시에 밥,김치,나물,콩자반 등을 담고먹는다.국이나 한 그릇 따로 뜨고.설거지도 줄고,그렇게 간편할 수가없다. 하지만 줄줄이 시집식구에,눈치볼 사람들 모시고 사는 아줌마가 어느날 갑자기 저녁밥을 식판에 담아 내온다면….“너 미쳤냐” 할 거다.아마 식판을 사용하자고 ‘건의’한다고 해도 “그래! 좋은 생각이야!”하며 순순히 받아들일 멋진 가족이 얼마나 될지…. 내가 사무실에서 식판이야기를 꺼냈더니 몇몇 아줌마들이 집에서 써본 방법들을 소개해주었다. “식판을 사지 말고요,애들이 먹는 그 예쁜 그릇 있죠?(칸이 나뉘어있는) 그걸로 써보세요.우리 남편은 그거 너무 좋아해.아기랑 똑같은걸로 밥먹으면서.하하!” “집에서 제일 예쁘고 큰 접시에 밥,반찬,야채…같이 담아서 먹어요” “우리 남편은 이쁜 접시에 담아 주니까 좋아하던데?” 그리고 한 아줌마가 말하기를,복잡한 밥상 차리기를 그만두고 접시하나로 한 식구 먹거리를 담아내기 시작하면서,남편이 상 차리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사실 여자,남자 할 것 없이 지금처럼 매끼니를 정찬으로 차려 먹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스런 노동이다.게다가 경제적 손실,환경피해도 만만치 않다.이 사람 저 사람집적거리던 반찬을 버려야 할 때가 많고,그릇 가짓수가 많으면 설거지하면서 세제와 물을 사용하는 양도 많아질 테니까. 식구들 중 오직 한 사람(아줌마)만이 밥을 짓고,밥상을 차리고,밥상을 치우는,먹고 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불평등 노동을 접시 한 개,식판 하나에서부터 바꿀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어릴 적부터,자기 접시에 자기가 먹을 밥과 반찬을 덜고,다 먹은 접시를 헹구면서성장한 아이는 밥상 차리는 수고로움을 구경하며 앉아 있지만은 않을거다. 아내와 함께 접시에 밥을 덜어 먹는 남편은 가사노동이 남의 일이며,자신은 대접만 받으며 사는 사람이 아님을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 못지 않게 힘든 일이 있다.그건 일상을 바꾸는 일이다.그건,열 두가지 그릇 대신 ‘식판’으로 밥상을 차릴 수있느냐의 문제이다. ◇ @zooma 편집장 이 숙 경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3)낯선 땅에서

    *우연히 맛 본 '홍탁' 오감 뒤흔든 맛의 혁명.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이 퍼지게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유래가 있다.생물학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되,현지 사람들 말에 의하면 홍어는 ‘되다만 물고기’라고 한다.즉 물고기와 파충류의 중간치기라는 것이다.오래 전에 홍도에 갔을 때 섬 주위를 배를 타고 돌아보다가 물 밑 저 아래로 지나가는 거대한 물고기를 본 적이 있었다.그것은 거의 돗자리 한 장만한 크기였는데 유유히 물 밑으로 헤엄쳐 지나갔다.아마도 가오리일 거라고 뱃사람이 말했다.하여튼 가오리와 홍어는 얼핏 보아 구분이 잘 안간다.아마도 바닷 속 생물중에서는 한통속일 거라고 생각한다.홍어는 대개 방석 한 장만한 크기가 제일 맛있다.다시 ‘홍어 거시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홍어를잡으면 암놈과 수놈은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수놈 홍어는 암놈에 비하면 헐값이고 쳐주지도 않는다.실제로 찜해 놓은 것을 먹어보면 암놈은 지느러미 부근이나 속뼈가 흐물거리고오돌오돌 씹히건만 수놈의 것은 뻣뻣하고 딱딱해서 발라내야만 한다. 그리고 살 맛도 부드럽고 쫄깃하지 못하고 어딘가 퍽퍽한 느낌이다. 사가는 사람이야 겉모양만 보아서는 어느게 암놈이고 수놈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이 때에는 생선을 뒤집어 배 아래쪽을 보면 된다.물론암수의 성기가 다르기 때문이다.아니,물고기에 성기라니.홍어는 다른물고기들처럼 난생이 아니라 태생이다.따라서 다른 물고기들처럼 암놈이 알을 낳으면 그 주위에 정액을 뿌려서 수정 시키는 게 아니라직접 교미를 통하여 수태하고 새끼를 낳는다.어부들이야 그러지 않겠지만 중간상인들은 홍어가 들어오면 배를 뒤집어 살피고나서 수놈 홍어의 ‘거시기’부터 얼른 떼어낸다.암놈과 같은 가격을 받아내려는속셈에서다.그래서‘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가 되어 버렸다.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의 맛 중에 ‘목포 홍탁’을 제일로 친다.칠십년대 초반엔가 우연히 ‘홍탁’을 맛보고 진저리를 쳤던 적이 있었다.무슨 날고깃점 같은 것을 두툼하게 썰어 내오고,그와 크기가 비슷하게 돼지고기 삶은 것 몇점이 곁들여졌는데,묵은 김치가 찢어 먹기 좋도록 썰지도 않은 채로 한접시 따라 나왔다. 술은 주전자에 넘칠 듯 가득 들어있는 탁주 막걸리였다.상대방의 하는 짓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데 우선 날고기 비스무레한 것에 돼지 삼겹살을 겹쳐서 손으로 찢은 김치에 둥글게 싸서는 입 안에 넣었다.한 입 씹자마자 그야말로 오래된 뒷간에서 풍겨 올라오는 듯한 개스가 입 안에 폭발할 것처럼 가득찼다가 코를 역류하여 푹 터져 나온다.눈물이 찔끔 솟고 숨이 막힐 것같다.그러고는 단숨에 막사발에 넘치도록 따른 막걸리를 쭈욱 들이켠다.잠깐 숨을 돌리고나면 어쩐지 속이 후련해진다.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다.말 그대로 어리떨떨하다가 정신이 번쩍 나는 것이다.이들 홍어,돼지 삼겹살,묵은김치를 전라도 사람들은 ‘삼합’이라고 부른다.‘홍탁 삼합’을 처음 먹는 사람들은 어찌나 독한지 입천정이 홀라당 벗겨져 버리기도한다. 이 지독한 별미는 홍어를 발효 시켰기 때문이란다.싱싱한 홍어를 사다가 그대로 뒤란 두엄더미속에 던져 둔다.다른 생선이나 육류 같으면 대번에 썩어 문드러질텐데 두엄 더미 속에서 사나흘 삭으면 홍어는 적당히 발효가 된다.살은 아직도 먹음직한 선홍색이다.이것을 두툼하게 썰어서 자연 그대로 먹기도 하고 얇게 저며서 고춧가루 섞은소금에 찍어 먹기도 한다.그뿐 아니라 찜을 하여도 맛이 독특하다.발효시킨 홍어찜은 날 것 보다는 덜해도 개스는 여전해서 코를 탁 쏘는 맛은 여전하다.삭힌 홍어를 갖은 양념하여 다른 물고기 찜을 하듯이 뭉근하게 쪄서 내는데 살과 뼈를 모두 함께 먹을 수가 있다.잔뼈가많이 들어있는 지느러미께는 마치 중국요리의 샥스핀처럼 부드럽고아작거리는 맛이 그만이다. 그냥 가자미처럼 잘게 썰어서 갖은 양념과 채썬 무에 미나리 등속과 버무린 홍어무침은 흔히 경조사의 주요 음식으로 나온다.충청도에서도 홍어찜을 쳐주는데 발효 시킨 것은 아니다.도회지 사람들, 특히서울 사람들은 거의가 삭힌 홍어를 처음 먹을 때에는 ‘다시는 먹지않겠노라’고 혼자서 속으로 은근히 결심을 하지만,십중 팔구는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슬슬 조심하면서 먹게되고 한번 맛을 들이면 아예요즈음 말로 ‘마니아’가 되어 버린다.제법 맛을 아는 고참이 되면홍어찜을 먹다가 더욱 냄새가 고약한 홍어애를 서로 먹겠다고 다투게된다. 옛날에도 홍어는 가짜가 많았다.흔히 조기를 말린 굴비가 그렇듯,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굴비를 영광 법성포에서 말린 것이 영광 굴비이듯이 홍어도 흑산도에서 잡은 것이 진짜 노릇을 하는 셈이다.흑산 홍어는 지느러미에 부드러운 가시가 있고 몸빛이 조금 더 진하고 검붉은 기가 도는데 살이 단단하고 차지다고 한다.뾰족하게 솟아난 코를둥글게 구부려 보면 다른 홍어는 쉽게 부러지지만 흑산 홍어는 유연하게 구부러질뿐 부러지지 않는다. 요즈음에는 흑산도는 물론이고 인근 서해에서 홍어가 잘 잡히지 않으니 진짜배기 흑산 홍어는 부르는게 값이라고 한다.그래서인지 저 남반구의 반대편쪽에서 잡힌 칠레산 홍어가 흑산 홍어로 둔갑을 하게끔 되었다.외국산 홍어는 날개살의 뼈를 씹어보면 딱딱하고 거세어 대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다.그래서 부드럽게 하려고 온갖 조리법에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회는 살만 저며내니 그렇다치고 통째 찜으로 낼때에도 잘 삭히고 오래 쪄내면 구별이 안되기도 한다. 요즈음 진짜 홍어 먹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시정의 뒷말이 있다.모모 당의 원로 되시는 이가 진짜 흑산 홍어를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어느 음식점에서 홍어를 먹어 보고는 자신있게 ‘이건 진짜’라고 점수를 매겼다.그는 한 고장 출신으로 홍어를 좋아하는 대통령에게 자랑하려고 포장해달라며 다시 한 접시를 주문했더라고 한다.사정을 알게된 주방장이 급해졌는지 달려나와 속내를 털어놓는데 진실을 밝히자면 ‘이건 가짜’라는 것이다.즉 아무리 높은 어른도 구해먹기가 어려워졌다는 농담일 것이다. 내가 해남 가서 처음으로 후배를 사귀어 선물을 받은 것 두 가지가있으니 그중 첫 번째가 ‘어란’이다.작은 항아리에 무슨 훈제 소시지 같은 것이 채곡채곡 들어 있었다.큰 아이가 아직도 해남 토박이인 그를 부를 때면 동섭이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고 ‘살구 아저씨’라고 부르는 연유가 있다.해남 내려가서 자리를 잡았던 집 안에 수백년묵은 느티나무와 동백나무가 있었다는 얘기는 나왔는데 백 오십여평남짓한 마당 안에 또한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해마다 가지가휘도록 살구가 열려서 초여름만 되면 내 아이들이바구니 가득 따고는 했다.동섭이는 병원 집 장남인데 도시에 나가 직장 생활을 하다가 뜻을 잃고 낙향해서 집안 일을 거들던 청년이었다. 그가 집에 올 때마다 아이들에게 ‘내 살구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아서 농담 치고는 좀 괴이쩍게 생각했더니 한참 뒤에 내가 물으니 그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성님이야 유명한 사람이고 나는 촌 구석 사람인디 금방이사가뿔면 저놈들이 내를 알것소.내가 이렇게 해둬야 낭중에 날 기억하지 않것소,하는 것이 그럴듯한 그의 대답이었다. 황석영. @
  • 전남 신안 임자도,드넓은 백사장·해당화…한폭의 동양화

    어느새 말복. 벌써 동해 물은 차가워져 옷 벗어제끼고 바다에 뛰어든 이들을 소스라치게만들 것이다.위력을 잃어가는 태양빛처럼 사람들의 발길과 가슴도 내리막길,아래녘으로 흘러드는 것일까. 지난 5일 광주를 거쳐 직통버스로 2시간 달린 끝에 전남 무안군 해제반도 끄트머리 점암마을에 섰다.말이 직통이지 할머니가 세워달라면 멈추고 ‘쩌기우리집’을 외치면 이내 서는,인정으로 달리는 버스. 울산에서 시작한 24번 국도가 마침표를 찍는 점암마을은 차량과 인파로 북적댄다.철부선으로 20분 거리인 신안군 임자도로 떠나는 이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저마다 자동차를 배에 실으려 발을 동동 구른다.국내 최장의 백사장을자랑하는 대광해수욕장을 달려보려는 것. 대광해수욕장은 진리선착장에서 버스로 10여분을 더 가야 한다.무안군 해제와 신안군 지도를 잇는 연륙교가 열리기 전에는 목포에서 뱃길로 6시간이 걸렸다니 그 불편함이야 이곳 말대로 ‘징그러울’ 터이지만 그 덕에 섬은 고스란히 정취를 간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징그럽게 기요이”향토색 짙은 탄성이 줄을 잇는다.자그만치 12㎞인 해수욕장의 백사장,섬의북서쪽 대기리와 광산리를 잇는 대광해수욕장은 걷는데만 3시간이 넘게 걸리는 어마어마한 규모.하루 평균 이곳을 찾는 이가 3,000명을 헤아린단다.이들을 해수욕장에 풀어놓았지만 티도 안난다. 해수욕장 관리를 맡고 있는 대광개발사무소 나승방 계장(52)은 “수만명이흩어져도 티하나 안날 것인디 말이요,그눔의 배편 땀시 3,000명밖에 못 온단 말이요”라며 입맛을 다신다. 썰물때 폭 300m의 모래밭과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바닷가에서 뻘밭으로나아가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진흙을 온몸에 바르고 뒹굴다 이내 바닷물에 ‘첨벙’ 뛰어든다.해맑은 웃음이 해변에 왁자하다. 해수욕장 전체를 돌아보려니 엄두가 안나 자전거를 빌기로 했다.예상했던 대로 “뭐할라고 그라요”하는 핀잔이 날아든다.신분증과 돈을 건네려 하자 미용실 주인 아주머니는 “앗따,그런 거 받을라믄 차라리 안 빌려드리고 말지라우”하며 달아나버린다. 자전거로 30분 달린 뒤에야 대기리 해송숲 앞에 이르렀다.해당화가 그득하다.다른 해수욕장이라면 해수욕객에 짓밟혀,또는 6월에 확 피었다가 지고 말아 자취를 찾을 수 없을텐데 이곳에서만은 제대로 된 해당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대기리 앞바다 한가운데선 낚시꾼들이 낚싯대를 드리우는 장면도 심심찮게만날 수 있고 10명 정도가 양쪽에서 그물을 잡고 고기를 모는 ‘훌치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햇빛을 받아 은색이 더욱 선연한 갈치 치어를 그물에서 떼내느라 도시인은 포만감에 행복하다. 한 가족이 차지할 수 있는 해변이 500m 안팎은 될 것 같다면 과장일까. 해수욕장 가운데 새우젓배가 정박해있다.선주가 도시로 나간 형제 식구들을불러모아 피서를 즐기고 있다.배에서 풍덩 바다로 뛰어들고 난리가 아니다. 배에서 식사를 해결하고,참 괜찮은 피서가 아닌가. 이곳 해수욕장은 저녁 7시에도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물이 차갑지 않다. 엄청나게 큰 규모에 물린 이들이라면 바로 옆 엄허리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돌려도 괜찮다.이곳 사람들은 ‘어머리’라고 부르는데 진리 샘다방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비포장도로를 30분 달리면 나온다.800m쯤 되는 백사장에 3∼4가족이 띄엄띄엄 안식을 즐기고 있다.이곳을 찾은 게 아침 8시인데 10여명의아이들이 물장난에 여념없다.부모들은 낚시와 늦잠에 빠져있느라 아이들은안중에도 없다.모래벌이 완만해 100m를 나가도 허리춤밖에 안차는 수심 덕분. 사실 임자도는 모래로 유명한 곳.“임자도 처녀는 모래 서말을 마셔야 시집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래가 많았다.대광해수욕장 바로 뒤쪽엔 이곳사람들이 모래치·물치라고 부르는 오아시스가 있다.이 섬 전체 16개 가운데 하나.모래가 머금은 수분이 모이고 모여 소(沼)를 이루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한치 땅이 아쉬운 주민들은 모래밭을 대파밭으로 바꿔놓아 오아시스의 참면모를 만나기란 힘겹기만 하다.또 2001년까지 170억을 투자해 관광지로 다듬어낸다는 계획아래 백사장 따라 계단을 만드는 등 이곳의 자랑인 모래를 해수욕장과 단절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어 안타까웠다. 무안읍 해제반도를 가로질러 점암마을에 이르는 길도 좋다.옛 정취를 그대로 자아내는 지도읍자동마을의 초가집과 남도식 기와집,맑고 푸른 하늘과 바다,논밭을 일구는 사람들,조그만 염전,멀리 뻘밭에 정물화처럼 앉아있는 배,척박함 속에서도 삶의 여유를 비벼내는 붉은 얼굴의 흙,어느 것 하나 시심을 일으켜 세우지 않는 것이 없다. 글·사진 임자도 임병선기자 bsnim@. *가는길. 임자도 가는 길은 생각보다 편하다.강남 고속터미널에서 신안군 지도읍까지가는 버스가 오후4시,딱 한번 있다.점암까지는 수시로 버스가 다닌다.광주에서 무안·해제를 경유하는 직통버스(하루 25회 운행)를 이용해도 된다. 점암마을 임자호 대합실(061-275-7303).광주발 버스 도착시간과 맞물려 하루 12편 운행.왕복 1,500원.지프 1만4,700원. [자는 곳·먹거리]푸근한 인상의 주인 할머니가 기억에 오래 남는 대광장 여관(275-3466)을 비롯,해수욕장 뒤편 민박집이 잘 정비돼있다.민박문의 대광개발사무소 278-6524. 요즘 이곳에선 민어가 많이 잡힌다.겨울에는 병어도 감칠맛 나고,민박집에 부탁하면 회를 떠준다.예전엔 숭어도 많이 잡혔지만 요즘은 뜸하다. 임자도 북쪽끝 전장포는 우리나라 새우젓 산지의 대표격이었지만 이젠 명성이 퇴색했다.다만 마을 뒤 솔개산 기슭에 흩어져 있는 새우젓 굴이 아릿한명성을 추억하고 있을 따름이다.
  • [휴먼 카페] 간통으로부터의 해방

    남편이 바람이 나 다른 여성과 실림을 차렸다는 30대 여성이 내게 상담하러왔다. 고등학교때 공부를 잘 했지만 가난해서 대학을 포기하고 중매로 결혼을 한 여성이었다.결혼 후 겨우 아이 둘을 낳고 중풍으로 몸져 누운 시아버지를 돌아가실 때까지 간병해온 억척같은 여성이었다. 그녀에 따르면 남편의 바람을 눈치채고 짐을 싸서 친정으로 갔다가 아이들걱정에 돌아오니 남편이 그 여성과 함께 집에서 살고 있더란다.그러다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남성에 이끌리고 그 남성을 통해 남편을 혼내줬으면 하고 부탁을 할까,묻는 등 다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 여성에게 우선 취직을 하라고 권했다.또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하지도 말라고 했다.그 죄로 남편을 고소하면 남편의 사회생활은 파괴되고 어차피 자식들 때문에 남편과 다시 연루되기 때문에 무익한 일이 될 거라고 했다.그리고 딴 살림을 차린 남편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한 그 여성에게 보석은많이 깎일수록 빛이 나는데 이번 어려움을 극복하면 훨씬 아름다운 사람이될 것이라고 다독여줬다.남편에게 매달리는 현재의 마음을 접고 혼자서도 행복한 사람이 얼마든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키워줬다. 우리의 삶에서 솟아나는 모든 희로애락,생각,행동 중에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발전시키고 도우는 것이 나오고 또 제거해야 되는 것이 나온다.간통을 한남편,그 반대의 경우에 의해 상처받은 현대의 생활인들은 그 불행에 매여 있지 말고 그걸 현실로 빨리 인정하고 해방되는 것이 필요하다.그 주변의 사람들도 간통이나 바람에 흥분하거나 실의하기보다 그 이후의 유쾌한 삶을 위해차분히 도와주어야 한다. 양천구보건소 소아과 의사 안병선 quasy@chollian.net
  • ‘쉬움의 미덕’위에 둥지튼 본격소설 2편 출간

    쉽게 읽히는 본격소설은 아무튼 후한 점수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 나온 김향숙의 장편소설 ‘서서 잠드는 아이들’(창작과비평사)과그보다 앞서 출간된 김종광의 소설집 ‘경찰서여,안녕’(문학동네)은 작가는 나름대로 치열하게 쓰고,독자는 편하게 세상과 삶에 대한 문학적인 탐사의맛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예를 제공한다. 우리 세계의 진실을 문학적으로 들춰내고자 애쓰는 본격 소설은 많은 경우바윗돌을 들어올리는 거인인 양 끙끙대는 작가의 원초적인 노력이 그대로 독자에게 감지돼 읽기가 편치 않다.세상의 바윗돌을 다 움켜쥐려고 하지 말고한 귀퉁이만 살짝 들어올리면 쓰기도 쉽고 읽기도 편하지 않을까.김향숙은틴에이저의 방황을 이야기하고 김종광은 충청도 농촌·읍내의 풍속을 샅샅이 꿰뚫는다. 이 시대 십대 청소년의 일탈적인 삶은 다룬 ‘서서 잠드는 아이들’은 제목이 좀 가벼워 보이는데 ‘어른의 욕망과 부조리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평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틴에이저를 가리킨다고 한다. 등장인물 중 아버지를 일찍 여읜 지선이는 돈많은 중년남자와 원조 교제 비슷한 걸 하다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까지 하게 되며 주인공인 셈인 혜진이는가난으로 대학을 포기한 데다 암이 두 개씩이나 걸린 어머니 대신 생활비를벌어야 한다는 걸 참을 수 없어하며 집에서 도망치려 한다.중산층 남학생인남영이는 공금횡령으로 구속된 아버지 때문에 모범생에서 가출,본드흡입까지 내몰린다.통속성이 없지 않은,저널리스틱한 이야기거리들을 속도감있게 펼쳐 매우 쉽게 읽힌다.가끔 십대가 아닌 명석한 어른의 시각이 튀어나오고,중산층 이상에 한정된 풍속이 필요 이상으로 돌출되곤 한다. 그보다는 기존 세대와는 판이한 이들의 교제를 비판적이든 긍정적이든 더 깊게 들여다 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풀어진 꽃잎처럼 절제가 없는 이들 틴에이저의 생은 병태가 아니라 새로운 변종일 수도 있는 것이다.그런 면에서 이들의 문제를 성장의 내부가 이닌 어른이란 외부에서 출발시킨 것이근본적인 약점으로 잡혀지긴 한다. 11편의 단편을 묶은 김종광의 소설집은 71년생인 젊은 작가에 대한 기대를한껏높여준다. 작가는 드물게 보는 이야기꾼인데 중소도시나 농촌의 좁은 주변에서 이야기를 건져내는 화학적 막대기같은 그의 코믹한 시선은 삶 자체에 대한 연민,사회구조에 대한 비판까지 포용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김유정의 반어,채만식의 풍자,이문구의 능청스러운 입담이 함께 심어져 있다”는 평론가 김만수의 책 말미 해설도 수긍되는 일면이 있다.평론가 김사인 또한 작가의 ‘가벼움’을 ‘거창한 이념과 명분,정도 이상의 과장된 자의식적 태도를 다같이 경계하면서’ 나온 의미있는 전략으로 높이 사고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아이들을 풀어주자”

    옛 국민학교 시절 여름방학 숙제에 얽힌 추억을 한 가지도 갖지 않는 어른이어디 있을까. 방학내내 실컷 뛰놀다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느라 동네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오늘의 날씨’를 열심히 베끼던 일 (선생님들은 날씨로 엉터리일기를족집게처럼 가려내셨다),개학날 아침 친구가 곤충채집 숙제로 제출한 메뚜기가 핀에 꼽힌 채 다리를 버둥거리는 모습에 웃지도 울지도 못했던 일… 등등. 그 지겹던 여름방학 숙제도 세월이 흐르고 나니 모두 애틋한 향수처럼 그립기만 한데, 2000년 여름,요즘 아이들의 방학풍경은 어떤가. 해야 할 숙제는 많이 줄었다.그러나 도심아이들에게 학교탈출의 해방감은 잠시뿐 피아노,태권도,미술교실 등 끝없이 이어지는 학원순례에 고달프긴 방학전이나 마찬가지다.최근엔 수학여행 버스참사 등 잇단 사고 때문에 부모들이 청소년 여름캠프도 꺼리는 분위기라 아이들은 이래저래 시무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들은 어떤 처방을 내릴까.전교조 초등위원회 사무국 김도균 선생님(32·서울 도봉구 화계초등)은 “방학만이라도 제발 아이들을 내버려두라.자유롭게 풀어주라”고 학부모들에게 당부한다.학원에서 배우는 공부보다는 생활주변을 돌아보며 다양한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훨씬 가치로운 투자라는 말이다.기차여행도 함께 떠나고,친한 친구와 함께 목욕도 보내면서 여러사람들과 살을 부비고 공동체의식을키우는 시간으로 활용해 보라고 권한다. 지렁이 직접 만져보기,밤하늘 별똥별 보며 소원빌기 등 자연과 하나가 되는추억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다.반딧불이는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서울 북한산 산기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김도균 선생님은 귀띔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그렇다면 엄마,아빠가 함께 읽는 것이가장 좋은 비결이다.대형서점에 같이 가 하루종일 실컷 책구경도 하고 맘에드는 동화책을 한 권씩 골라 읽은 뒤 서로 바꿔보고 느낌을 자연스럽게 얘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도대체 속을 모르겠다는 부모들이많다.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으면 교환일기를당장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매일 쓰라고 강요하지 말고 1주일에 2∼3번이라도 번갈아 쓰다보면 어느새 가슴속 빗장이 열린다. 전교조 소속 초등교사들이 여름방학을 위해 아주 ‘특별한 숙제’를 마련했다.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뽑은 ‘아이들이 방학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30가지’를 발췌해 소개한다. 허윤주기자 rara@
  • 통계로 본 ‘여성의 삶’

    하루 평균 1,005쌍이 결혼하고 339쌍이 이혼을 하고 있다.재혼 여성과 초혼 남성의 결혼은 갈수록 늘어 전체 재혼인구의 25%에 이른다. 셋째 아이를 아들로 골라 낳는 경향이 늘어 남아가 여아보다 10%가 더 많다. 통계청은 제5회 여성주간(1∼7일)을 맞아 여성의 생활여건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여성관련 통계를 정리해 4일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발표했다. 여성의 교육 및 취업기회는 확대되고 있지만 사회적 지위 향상은 뒤따르지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생활=이혼이 급증하고 매년 2만쌍이 재혼을 하고 있다.특히 재혼 여성과 첫 결혼을 하는 남성이 맺어지는 사례가 재혼 남성-초혼 여성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재혼 여성과 초혼 남성이 맺어지는 비율은 전체 재혼의 25.8%를 차지했으며 10년전인 88년의 20.8%에 비해 5%포인트가 늘어났다. 하지만 초혼여성과 재혼남성의 재혼은 88년 35.6%에서 98년 21.7%로 크게낮아졌고 재혼 여성과 재혼남성이 맺어지는 비율은 43.5%에서 52.5%로 늘어났다.관계자는 “초혼남성과 재혼여성의 결혼이 초혼여성 재혼남성의 결혼건수를 95년 앞지르기 시작한 이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혼은 98년 12만3,731건으로 97년(9만3,333건)에 비해 무려 32.6%가 증가했다. 여성의 평균 초혼나이는 88년 24.7세에서 98년 26.2세로 늦어지고 있다.75년에는 25세 여성 5명 가운데 1명이 미혼이었으나 95년에는 2명중 1명꼴로미혼율이 크게 높아졌다. ◇출산=여자아이에 비해 남자아이 출생비율(여아=100)이 96년 111.6,97년 108.3으로 줄어들다가 98년 110.2로 다시 늘었다.셋째아이를 낳을때 아들을 골라낳는 현상 때문이다.여성의 사회활동과 늦게 결혼하는 탓에 35세 이상의산모가 초산으로 낳는 출생아 수는 89년 3,796명에서 98년 9,308명으로 2.5배 늘었다. ◇교육·취업=95년 여성의 평균 교육연수는 9.4년으로 남성의 11.2년보다 1. 8년 적다.남녀 교육연수 격차는 80년 2.1년,90년 2.0년보다 줄었다.98년 여자의 대학진학률은 63.9%로 80년 21.6%보다 약 3배 늘었다. ◇사회적 지위=여성공무원은 98년 26만3,853명으로 전체공무원의 29.7%를 차지했다.전체 여성공무원중 55.0%는 교육공무원,17.9%는 기능직에 있으며 정무직(0.8%),외무직(3.3%),법관·검사직(4.7%)의 비중은 매우 낮았다. 박정현기자 j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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