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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향길 운전 2시간마다 쉬어주세요

    고향길 운전 2시간마다 쉬어주세요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마음이 설레는 이가 많다. 고향길과 부모님이 차려 주시는 풍성한 음식은 명절의 의미를 더하게 된다. 하지만 추석 명절이 끝나고 나면 감기몸살에 걸리거나 여기저기 쑤시는 등 꼭 집어서 말할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올해는 명절증후군을 이겨내고 건강을 지키는 10가지 상식을 챙겨 보자. ●차에서 내려 최소 10분간 휴식을 올해는 유난히 명절이 짧기 때문에 고향 내려가는 길이 심하게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창문을 닫고 장시간 운전하다 보면 몸 안의 이산화탄소가 축적돼 졸리거나 하품이 나오기 일쑤다. 장시간 한 자세로 오랜 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장딴지 근육이 굳어지고 혈액이 정체돼 혈전이 생길 수 있다. 경직된 자세로 장시간 운전하는 것은 척추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장시간 운전할 때는 최소한 2시간마다 차에서 내려 10분 이상 스트레칭을 하거나 휴식을 취해야 한다. ●과음, 과식은 금물 자주 보지 못했던 자식이나 손주들을 위해 부모님은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리기 마련이다. 반가운 친척들을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면 밤을 새워가며 자연스럽게 술과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과음과 과식은 급체와 복통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과식은 간과 위에 부담을 줘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급적 기름진 음식이 많은 고칼로리 음식과 독한 술은 많이 먹지 않도록 조절하자. ●주부 스트레스는 가족이 나눠야 주부들은 추석이 되면 연휴 내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집 안팎을 청소하고 차례상을 차리는 등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가족과 친척들을 위해 불만을 참고 심리·육체적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명절증후군은 가족이 스트레스를 나눠 가질 때 쉽게 치유할 수 있다. ●수면 5시간 지키기 추석이 되면 밤을 새워가며 고스톱을 치거나 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이 있다. 갑작스레 생활 패턴을 바꾸면 신체 리듬이 깨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심한 피로를 호소하게 된다. 다소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 5시간 이상은 잠을 자도록 하자. ●아이 안전사고 주의 명절에는 아이들이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평소 지내던 환경이 아닌 낯선 환경에서 지내다 보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내에서 뛰어다니다 가구 모서리에 부딪치거나 논두렁, 야산 등지에서 낙상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의 세심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 ●음식은 저칼로리 조리법으로 풍성한 음식 때문에 체중 조절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추석 음식을 하나도 안 먹을 수는 없는 일. 음식을 조리할 때 조리법에 주의하면 어느 정도 칼로리를 낮출 수 있다. 가능하면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하고 고기는 볶기보다 삶아서 편육으로 먹는 것이 좋다. 또 튀김옷은 가능한 한 얇게 입히고 튀긴 뒤에는 소쿠리에 냅킨을 깔아 기름을 흡수하게 한다. ●가정상비약을 챙기자 추석 연휴 기간에는 대부분의 병원과 약국이 문을 닫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게 된다. 간단한 소화제나 두통약, 해열제 등은 미리 챙겨서 고향길에 오르자. 고혈압, 당뇨환자는 평소 꾸준히 먹는 약을 주변 가족들이 꼭 챙기고 확인하자. ●적당한 활동량 필요 TV만 보거나 고스톱을 즐기다 보면 활동량이 크게 줄어든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자칫 관절이나 호흡기에 무리가 올 수도 있다. 이번 추석에는 집에만 머물지 말고 고향 근처 명소 나들이를 통해 건강도 챙기고 가족애도 쌓아 보자. ●손을 자주 씻자 면역체계가 완벽하게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작은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평소 집에서는 별 탈이 없다가도 친가나 외가만 다녀오면 감기나 열병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다. 이는 갑작스럽게 변화된 환경이 신체에 무리를 준 결과다. 특히 예년보다 이른 추석으로 아침에는 서늘하고, 오후에는 더운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리 짧은 옷을 준비하고 방은 너무 건조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이나 흙장난을 한 뒤에는 꼭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응급전화는 1339 간단한 질환들은 준비해간 상비약으로 처치가 가능하지만 큰 부상이나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하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추석 연휴기간에 진료하는 병원이나 약국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응급전화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응급환자가 생기면 유선전화는 1339, 휴대전화는 지역번호+1339를 누르면 언제 어디서든 의사와 상담이 가능하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도움말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신우성 교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 [책꽂이]

    ●전환의 모색(장회익 등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장회익의 ‘온생명사상’,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도정일의 ‘시장전체주의’, 김우창의 ‘심미적 국가’ 등 한국 대표지성 4인의 중심사상이 우리 삶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 살폈다.1만 5000원.●치유의 역사학으로(도미니크 라카프라 지음, 육영수 엮음, 푸른역사 펴냄) 역사를 고찰하면서 과연 과거를 공평하게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일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지은이는 미국의 대표적 역사이론가.2만 1000원.●진짜 경쟁력은 국어실력이다(홍성호 지음, 예담 펴냄) 조어와 약어, 외래어와 고유어, 북한말 등 우리말의 쓰임새는 물론 좋은 문장 만드는 법, 행간의 의미 읽어내는 법 등 국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노하우들을 소개했다.1만 3000원.●빅토르 하라(조안 하라 지음, 차미례 옮김, 삼천리 펴냄) 1960∼1970년대 노래를 통한 사회변혁을 이끌었던 칠레의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1932∼1973)의 삶을 조명했다. 그의 삶을 빌려 다시 보는 격동의 칠레 현대사.1만 8000원.●운동화 전쟁(바버라 스미트 지음, 김하락 펴냄,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세계적 스포츠용품 회사인 아디다스, 퓨마, 나이키의 성장과 침체, 재기의 성공신화를 담았다.1만 3000원.●악마의 계교(데이비드 벌린스키 지음, 현승희 옮김, 행복우물 펴냄) 지난 10여년 동안 무신론 과학자들의 저술을 분석해온 저자는 무신론이 과학적으로 위장된 결과라고 반박했다.1만 6500원.●놀이방의 코끼리(데니스 브로디 지음, 홍은미 옮김, 크림슨 펴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나 소아우울증, 자폐장애 등 각종 장애를 겪는 아이의 부모들에게 증상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귀띔.1만 4000원.●위기의 책 길을 찾다(한기호 지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출판평론가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이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출판시장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책을 제시했다.9000원.●북극곰과 펭귄(슈테판 푸리에 지음, 장혜경 옮김, 시공사 펴냄) 저자는 독일의 기업자문가 겸 경영트레이너. 우화 형식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 기업, 개인 어느 쪽에게나 성공의 키워드는 ‘협력하는 것’”이라고 주장.1만원.●들뢰즈와 시간의 세 가지 종합(키스 포크너 지음, 한정현 옮김, 그린비 펴냄) 들뢰즈의 역저 `차이의 반복´에 대한 해설서. 프로이트와 들뢰즈의 상관관계, 특히 프로이트 개념과 연구성과를 활용한 들뢰즈의 사유전개 과정을 조명했다.2만원.
  • 실제와 가상… 무엇을 진실이라 생각하나?

    실제와 가상… 무엇을 진실이라 생각하나?

    설치, 영상, 조형, 회화 등 현대미술 장르를 전방위로 섭렵해온 작가 이용백(42)의 개인전이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 한창이다.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일상공간에서 현대인들이 공기처럼 함께하는 플라스틱. 현대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그것은 따져보면 합성가공품의 결정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플라스틱 전’이라 제목 붙이고, 지극히 가공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과연 무엇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지 자문해본다. 독일 유학파인 작가는 1990년 이후 오랫동안 음향예술, 로보스틱 기술 등에 천착해 왔다. 다양한 예술영역을 넘나들며 미디어 아트를 통해 재현과 상징, 실제와 시뮬라크르를 고민해온 작가로 정평 나 있다. 이번 개인전에는 그동안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연작과 신작 등 35점이 나왔다. 그 가운데는 작가가 20년만에 다시 시도한 회화 작품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한 남자가 눈동자에 반해 사랑하게 된 여자가 알고본즉 컬러렌즈를 끼고 있었다는 웃지 못할 일화를 모티브로 삼은 ‘플라스틱 아이(eye)’, 플라스틱 모형 미끼를 표현한 ‘루어’시리즈 등이 실제와 가공에 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는 작품들. 예수를 무릎에 놓고 슬퍼하는 마리아의 모습을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RP)과 철 조각으로 표현한 ‘피에타’, 인조 꽃이 만발한 공간에서 인조 꽃으로 위장한 군인들이 전진하는 장면을 촬영한 대표작 ‘천사 군인’ 시리즈 등이 함께 선보인다. 새달 26일까지.(041)551-510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웃는얼굴] 지금 웃지 않는 자, 유죄

    [웃는얼굴] 지금 웃지 않는 자, 유죄

    화창한 일요일 오후 여섯 시, 잠실 석촌호수 수변무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잠시 후 그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슬며시 짓는 미소도, 웃지 말아야 할 자리에서 실없이 배어나오는 실소도 아니다. 폭발하듯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 그야말로 폭소다. 허허허. 하하하. 호호호. 다양한 연령대와 생김새만큼 소리도 제각각이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저렇게 박장대소, 가가대소하는 거지? 행인들이 의아한 얼굴로 쳐다본다. 걸음을 멈춘다. 아예 그들 주변에 자리 잡고 앉은 구경꾼도 있다. 그래도 이 사람들, 배짱 한 번 좋다. 누가 쳐다보든 말든 훈수를 두든 말든 호수가 떠나가도록 웃기만 한다. 여기는 대한민국 최초의 웃음클럽, ‘잠실 웃음클럽’이다. 웃음, 비밀을 푸는 열쇠 웃음클럽에 가입한 지 2년이 되었다는 신진숙 씨는 초등학교 교사다. 동료 교사의 권유로 이곳 회원이 된 그녀가 웃음클럽에 나온 최초의 동기는 소박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것. 신진숙 씨의 바람은 실현되었다. 그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선생님, 지루하지 않게 수업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학급 홈페이지에 우스운 퀴즈를 올리고 아이들이 수업하느라 힘겨워할 때 유머 한 토막 들려주고, 그러면서 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그러나 신진숙 씨가 말하는 웃음의 체험담은 그것만이 아니다. “저는 몸이 많이 약한 편이었어요. 20대에 폐렴에 걸려 한쪽 폐를 잘라냈는데 그 후 늘 힘들었죠. 그런데 웃음클럽에 나온 다음부터 몸이 가뿐해지고 피로도 가시는 걸 느껴요. 그래서 웃음이 운동이고 명약인 거죠.” 심신이 건강한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웃음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었다는 그녀는 “웃음이 기적을 만들었어요”라고 말을 맺으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한편 잠실웃음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배광수 씨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부터 웃음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배광수 회장만이 아니다. 우리는 웃음이 사람을 얼마나 기분 좋게 하는지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신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풍문 같은 이야기를 듣곤 한다. 웃음은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심장병과 돌연사 예방에 효과가 있다, 인터페론 감마의 분비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키워준다, 웃음의 운동량은 에어로빅 5분의 효과가 있다, 등등. 그러나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웃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랴. 배 회장에게 웃음클럽은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지식을 실천하는 첫걸음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더 팍팍해지고 마음은 쉬 황폐해집니다. 웃음은 그것을 치유하지요.” 그러고 보니 그를 비롯한 웃음클럽 회원들의 얼굴이 참 밝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책 《시크릿(Secret)》의 주제는 거창한 데 있지 않다. 긍정적 사고와 간절한 바람이 만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 원하는 미래를 창조하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내 안에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시크릿》이 전하는 놀라운 비밀이다. 그렇다면 웃음은 시크릿의 핵심 키워드가 아닐까. 자주, 또 크게 웃는 사람에게 불만스러운 일이 많을 리 없다. 그런 사람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에 침몰당할 리 없다. 윈스턴 처질은 말했다. 웃음이라는 명약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은행에 백만 달러를 저금해 두고 꺼내 쓰지 않는 자와 같다고. “웃음과 행복은 한 집에 삽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 함께 웃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 감사합니다.” 웃음을 실천하면서 사업도 인간관계도 잘 풀리기 시작했다는 배광수 회장. 그의 말처럼 우리는 알지만 행하지 못해 수많은 우울과 불운을 형벌처럼 받고 있는지 모른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웃고 나니까 웃긴 것 최규상 유머전략연구소 소장이 잠실웃음클럽을 시작한 건 5년 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웃음클럽의 시작 뒤엔 최 소장 자신의 역경이 있었다. 2002년 그는 사업에 실패하고 후배의 보증을 섰던 일이 잘못되면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극심한 스트레스의 나날을 회상하며, 그는 웃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웃음밖에 방도가 없었던 지난한 삶 속에서 그는 웃음의 진가를 발견했다. 웃음만이 근심을 이길 수 있다, 가난의 이면에 부유의 상징인 웃음이 있다. 그가 발견한 평범하지만 놀라운 이 깨달음은 웃음클럽 회원들을 통해 현실이 되었다. 유머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유머코치, 웃음치료사, 웃음전략연구소 소장……. 그를 수식하는 몇 가지 직함만으로도, 유머가 가진 다양한 영역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기업체 강연을 나가는데요, 조직에 유머가 들어가면 얼마나 막강해지는지 몰라요. 매출이요? 물론 올려줄 수 있죠.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단순히 좋은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좋은 물건을 좋은 사람에게 사고 싶어 하거든요.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웃음 띤 사람, 고객을 웃게 하는 사람이죠. 그리고 유머는 조직을 단합시키기도 하지만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유머마케팅이라는 분야도 있고요.” 유머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그의 말처럼 누구나 좋은 사람과 대화하기 원하고 친해지고 싶어 한다. 좋은 사람은 웃는 사람, 웃게 하는 사람이다. 웃음을 장착해야 하는 이유는 이토록 명백하다. 왜 모르겠는가, 웃음이 좋다는 것을.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다. 웃고 싶어도 세상사는 힘겹고 고단하다. 웃을 일이 없는 것이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웃고 나면 웃을 일이 생긴다니까요.” 최규상 소장과 유머클럽 회원들의 역발상 속에는 먼저 웃는 사람이 이긴다는 철학이 있다. 인생은 고통을 지배하느냐 고통에 지배당하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고통의 우위에 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웃어버림으로써 웃을 일을 만드는 것이다. 웃음을 통해 승자가 된 그들은,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웃어’서 ‘버리’세요. 고통도, 슬픔도, 아픔도.” 유머는 휴머니즘이다 몇 년 전 김제동이라는 남자가 텔레비전에 등장했을 때, 대중이 그에게 매혹당한 것은 화려한 언변이나 연예인답지 않은 소탈한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는 눈이 작습니다. 눈이 작아서 좋은 점이 참 많아요. 일단 아폴로눈병에 걸려본 적도 없고요….” 그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비하도 미화도, 연민도 과시도 없다. 오직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더 나아가 자신을 도구로 가지고 노는 내공이 있을 뿐이다. 그가 대중의 호감을 산 건 콤플렉스를 벗어던진 바로 그 힘 덕분이 아니었을까. 최규상 소장에게도 같은 힘이 느껴진다. “저는 혀가 짧습니다. 혀가 짧으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남들처럼 혀를 깨물어본 적이 없다니까요. 그리고 저는 혀가 짧기 때문에 겸손합니다. 제 혀를 가지고 발바닥처럼, 남을 밟아본 적이 없어요. 제 혀는 오히려 손바닥을 닮았습니다. 키워주고 토닥여주고 쓰다듬어주는 데에 사용합니다.” 누구나 콤플렉스는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콤플렉스 때문에 슬퍼하고 절망한다. 유머가 가진 강력한 힘은 여기에서 발휘된다. 관점을 변화시켜 열등감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내 키가 작은 게 아니라 남의 키가 큰 것이다. 내가 못생긴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잘생긴 것이다. 스스로의 결점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즐거움은 유머감각을 소유한 자의 몫이다. 그래서 최규상 소장은 유머러스한 사람은 유머리스트(Humorist)가 되고 유머리스트는 휴머니스트(Humanist)가 된다고 말한다. “유머라고 하면 단순히 남을 웃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일차적인 단계예요. 유머의 가장 큰 힘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일찍이 수많은 현자와 철학자들이 웃음에 대해 역설했다. 웃는 사람은 웃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 웃음은 참을 수 없는 어떤 것을 참을 만한 것으로 더 나아가 희망적인 것으로 바꾸어놓는다, 웃음은 마음의 치료제이자 몸의 미용제이다……. 그러나 웃음의 효과에 관해 아무리 많은 상식과 아포리즘을 알고 있어도 소용없다. 이 순간 웃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노희경 식으로 이렇게 말하자. ‘지금 웃지 않는 자, 유죄’라고. 잠실 웃음클럽·다음 카페 “유머발전소”
  •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중편)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중편)

    ■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중편) ■ “이제는 ‘전사’가 아니라 ‘시민’이고 싶다.” ■유목민들의 환호… 들뜨는 초원 현지에 도착해 사흘째 되는 날 늦은 오후,갑자기 울란바타르 시내가 들썩거렸다.도심 곳곳에서는 차량이 경적을 울려대며 질주하고 있었고,그 차창 밖으로 벗은 몸통을 드러낸 청년들은 뜻을 알 수 없는 환호성을 토해냈다.저녁이 되자 시내 중심지에 있는 정부 청사 앞 수흐바토르 광장에 끝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몽골 혁명의 아버지 수흐바토르가 1921년 울란바토르에 몽골 인민정부를 수립한 것을 기념해 조성한 광장이다.울란바토르의 중심부에 있는 이곳에는 지금도 황톳빛 나는 수흐바토르의 기마상이 세워져 있는 울란바토르와 몽골의 중심 광장이다. 그들은 손에 손에 몽골 국기를 들고 있었다.베이징 올림픽에서 몽골 전통 씨름선수 출신인 투브신바야르 나이단(24)이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카자흐스탄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딴 것이다.몽골 공화국이 탄생한 이래 최초의 일이라고 했다.그 분위기가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을 때의 서울 풍경과 흡사했다.방송은 종일 그 소식을 전했다.방송체계가 열악해 금메달을 따는 순간의 경기 비디오는 나중에야 국민들에게 전해졌으나 시민들 반응은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특별 프로그램으로 방송하며 자국민들의 신명을 긁어댔다. 환호작약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자유분방한 유목정신과 버무려진 근대의 국가주의 냄새가 물씬 풍겨났다.국가주의의 한 모습은 심야에 대통령이 각료를 불러모아 광장의 연단에 오른 것에서도 확인됐다.텔레비전으로 중계된 광장의 축하 집회에서는 ‘몽골 만세’라는 구호가 밤새 울려퍼졌다.도심의 건물 곳곳에 대형 몽골 국기가 내걸리고,사람들은 취한 듯 이런 분위기에 젖어 그날도,다음날도,그 다음날도 금메달 얘기를 되내이고 곱씹었다.한 시민은 금메달을 딴 몽골선수에게 족히 5억 토그르기는 주어질 것이라며 부러워했다.일종의 포상금이고 격려금인 셈이다. 하기야 엥흐바야르 대통령이 선거부정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소요로 곤욕을 치르는 가운데 이들의 관심을 일거에 잠재울 금맥이 터졌으니 그 선수가 얼마나 고맙고 기특했을 것인가.아직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 부족한 탓인지 그들은 금새 그런 국가적 과제를 잊고 금메달의 환호에 매몰되어 가고 있었다.우리에게도 전두환 집권 초기에 ‘3S(Sports,Sex,Screen) 정책’의 아픈 기억이 있었다.그 묵은 관성은 지금도 때만 되면 되살아나 국민들의 정신을 갉아댄다.일종의 심리적 마약 같은 것이다.이번 올림픽도 마찬가지다.애쓴 선수들의 노고와는 별도로 그런 마약 같은 정치적 의도가 많은 국민들의 정서에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필자만 가진 것은 아니리라. 초원의 나라를 들뜨게 하는 것은 그 뿐이 아니었다.얼핏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황무지도 가만 들여다 보면 온갖 생명의 약동이 있듯 더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듯 보이는 왕년의 제국 몽골이 긴 잠을 털어내고 약동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그들은 칭기스칸과 그의 후예들이 일군 제국의 꿈을 다시 이루는 일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이런 바람은 그들의 유전자가 된 정복욕의 현대적 발현일지도 몰랐다. 이번 여행길에 만난 몽골의 엥크볼드 총리는 이런 말을 했다.“지금 몽골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오로지 말 안장에 몸을 얹은 칭기즈칸이 극동에서부터 멀리 아랍권과 서·동유럽 일대를 아우르고 위대한 승자가 되었듯 우리 몽골도 반드시 국부를 일궈 그 옛날의 영화를 재현하려 한다.” 지금도 몽골 초원에는 양과 말,야크 무리가 끊임없이 떼를 지어 이동하고 있으며,사내들은 말을 타고 거침없이 초원을 질주한다.그러나 그런 노마드의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런지는 알 수 없다.옛적 몽골의 용맹스런 기마부대가 마각(馬脚)을 앞세우고 지축을 흔들며 질주해 간 길을 지금은 차량과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다. 생각해 보면,말과 오토바이가 갖는 기능의 유사함은 놀랄 만큼 닮았다.말이 달릴 수 있는 곳은 어디든 오토바이로 달릴 수 있다.몽골 젊은이들이 구닥다리라도 오토바이를 즐기는 것은 이런 말의 문화에 대한 향수를 담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그들의 핏속에는 말등에 생애를 얹고 거친 초원을 끝에서 끝으로 달리며 살아온 강인하고 웅혼한 기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울란바토르 시내에서는 검게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에 눈매가 날카로운 안짱다리 사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그들은 바깥으로 휜 안짱다리로 어기적거리며 불안하게 걷는다.다 까닭이 있다.유목민인 그들은 말 위에서 태어나 말 위에서 자라고 살아왔다.그런 그들이 말을 버리고 도시로 들어와 살아도 기마의 흔적까지 청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안짱다리는 그들이 말을 몰아 초원을 내달리며 살아왔음의 지울 수 없는 유흔이다.그렇게 말과 함께 살아온 그들이 생계를 위해 다리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가 퇴행성 관절염이다.말을 버렸으니 말이 겪어야 할 다리의 노역을 고스란히 사람이 감당해야 하고,그러자니 관절염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이를테면 문명이 그들에게 편의만 준 게 아니라 관절염의 고통까지 가져다준 셈이다. 사실 지금의 지리멸렬한 몽골을 보면서 옛 영화의 재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으나 엥크볼드 총리의 말마따나 강한 희구가 또한 강한 동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 혹은 희망이 읽히는 것도 사실이었다.구체적인 삶의 일이야 짧은 기간 머물다 이내 떠나야 하는 나그네가 관여할 일도 아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원나라 멸망 이후 일패도지해 세계 곳곳에 흩어진 혈족들을 다시 불러모아 당장 뭔가를 도모할 여력을 갖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그들이 가진 무한한 자연자원과 광물 등 지하지원,그리고 옛 영화에의 향수가 언젠가는 무한한 에너지로 발산될 것이라는 믿음이 그곳 ‘젊은 전사’들의 눈빛에서 읽힌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전사’가 아니라 ‘시민’이고 싶다 사실 몽골에서 마주친 젊은이들은 비록 입성이 초라하고,용모가 꾀지지하다 해도 눈빛 만큼은 여전히 도발적이고 진취적이었다.노마드의 기질을 타고난 그들은 바깥 세상을 두려워 하지 않으며,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도 적극적이었다.그들은 소득 수준에 어울리지 않게 자유로운 섹스를 즐긴다고 했다.이것 역시 유목의 한 관습이다.하기야 과거 칭키즈칸의 정복 시절,수만리 원정길에 나선 그 ‘전사’들이 무슨 재주로 제 나라 여자만을 품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하면 답은 간단한 것이었다.그로부터 자유로운 섹스의 관행이 또한 하나의 습속으로 자리잡지 않았을까. 울란바토르 시가지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휴대폰으로 통화하고,MP3를 즐겨들으며,더러는 콜라를 곁들인 햄버거를 먹기도 했다.그들 중 한 젊은이와 대화를 나눴다.올해 스물 두살인 그의 이름은 오고바흐타였다. -학생인가. ▲울란바토르 국립대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여자친구는 있는가. ▲있었는데,두달 전쯤 헤어졌다.나는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그 쪽 부모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사실 우리집은 양을 키우는 가난한 집인데 그 쪽은 아버지가 고위 공무원이어서 매우 유족한 편이다. -그런 일로 헤어져 안타깝지 않나. ▲처음엔 무척 속이 상했지만 어쩌겠나,받아들여야지.사실,날 좋아하는 여자들도 꽤 많다. -최근 몽골에서도 부정선거로 인한 시위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런 일이 있었지만 외국인에게 국내 일을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그는 자국의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한사코 발언을 꺼렸다.) -사실,옛 영화를 돌이켜 보면 지금의 몽골 모습은 좀 실망스럽다.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한꺼번에 많은 것을 얻기는 어렵다.경제적 어려움은 몽골의 현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중국의 집요한 방해가 크게 작용한 측면도 있다.중국은 네이멍구 자치주의 독립 요구를 의식해 철저하게 우리를 견제하고 있고,그래서 경제적 어려움이 더 심하다.사람들은 몰라도 네이멍구는 당연히 우리 땅이다.언젠가는 우리가 되찾아야 한다.(몽골은 내몽골과 외몽골로 나뉘는데 이 중 생활 여건이 좀 나은 내몽골은 중국의 자치구로 편입돼 있다.) 또 정치인들이 더 정직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지금 몽골의 많은 실력자들은 부패해 있고,그래서 신뢰를 못 받고 있다. -혹시 밖으로 나가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당연히 기회가 되면 나가고 싶다.나 뿐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이 그걸 바란다.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만약 갈 수 있다면 한국에 가고 싶다. -그럴 이유라도 있나. ▲몽골 사람들이 한국을 동경하고 있으며,나도 마찬가지다.생김이 비슷한 것도 좋고…,한 혈통이라서 그런 것 아니겠나.사실,2년 전 형이 한국 평택에서 돈벌이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지금 몽골에 들어와 있다.형을 통해서도 한국 얘기 많이 들었다. 오고바흐타의 말에서도 드러나듯 몽골인들의 중국에 대한 반감은 생각보다 깊고 강했다.그들은 중국을 몽골을 토막낸 분열의 조종자로 인식하고 있었다.그보다 더 근원적인 이유도 있었다.근대 이전에 한족과 몽골족(흉노족·선비족)은 서로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해야 하는 사투를 끊임없이 되풀이했다.중국은 틈만 나면 군대를 동원해 흉노족을 토벌했다.칭기즈칸 이전만 해도 흉노족은 통일된 세력을 이루지 못해 항상 중국의 한족 토벌군에게 쫓기며 살아야 했다.한족 토벌군이 한번 들이닥치면 그들의 생업은 한순간에 초토화되기 일쑤였다.그럴 때면 이들은 또다시 기약없는 유랑길에 오르곤 했다.부족 단위로 연맹체를 이뤄 살았던 이들이 막강한 한족 토벌대에 맞설 결속력을 갖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이런 몽골인들의 한은 이들이 남긴 노래에도 흔적이 남아있다.‘해가 지면 저 먼 동쪽에서 낯선 말울음 들리고 갑옷 입은 적들이 초원의 단잠을 해치러 온다….’ 지금도 몽골의 유목민들은 게르를 지을 때 항상 출입구를 동쪽에 둔다.언제 한족 토벌군이 들이닥칠지 몰라 항상 동쪽을 경계하면서 살라는 의미였다.그것이 오랜 세월 되풀이되면서 전통이 되어버린 것이다.그만큼 그들은 한족의 중국을 두려워하며 살았다.그런 두려움은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해 대제국을 건설할 때까지 계속됐다.몽골인들의 중국에 대한 이런 뿌리 깊은 적대감은 중국 본토를 정복해 원제국을 건설한 과정에서 여과없이 투영됐다. 칭기즈칸은 동서양 어느 나라를 정복해도 결코 무리한 동화를 요구하지 않았다.‘너희 식으로 살라.종교든 전통이든 다 예전처럼 향유하도록 허락한다.단,나를 배반하는 것만은 용서하지 않겠다.복종하지 않으면 죽음 뿐이다.’이것이 정복자 칭기즈칸의 지배방식이었다.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철저한 복속을 요구했다.몽골인들이 갖지 못한 문자 말고는 모든 것을 몽골 식으로 바꿨다.그 과정에서 수많은 살륙이 있었으나 개의치 않았다.몽골족은 중국 정복 이후 이전의 앙심을 철저하게 되갚았다.몽골이 우리나라를 대한 것과는 여러모로 대비되는 광경이다. 그와의 대화는 계속됐다. -젊은이들의 사교는 자유롭나. ▲그렇다.대학생쯤 되면 대부분 연인을 갖는다. -혼전 관계는 어떤가. ▲자유롭다.요새 젊은이들은 노인들과 다르다.부모 세대와는 그런 점에서 이해를 공유하기 어렵지만 유목민족이어서 그런지 어른들도 그런 점에서는 보기보다 개방적이다.그런 점에서는 한국이나 중국의 영향이 크다.이곳에서는 한국 텔레비전도 볼 수 있다.(실제로 그곳에서는 아리랑 TV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결혼전에 동거하는 경우도 많지 않겠나. ▲당연하다.내 친구 중에도 결혼을 약속하고 같이 사는 애들이 많다.개중에는 아이를 둔 친구도 있다.사실 몽골에서는 유목 특성상 결혼식이라는 의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물론 전통적으로야 그렇지 않지만….요새는 젊은이들이 그런 습속에 얽매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친구들 얘길 들으면 아직 몽골 대학에는 첨단 기술을 배우는 학과가 부족한 것 같다.한국이나 중국은 같은 기술이라도 세분화해서 가르치는데 몽골에서는 기술 분야의 경우 엔지니어링이라는 큰 틀에서 공부를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분야를 정해 공부를 한다.그런 점 말고는 별로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 ■“역사를 자부하되 거기에 갇히지는 말자.” 그 전에 투브 아이마그라는 지방 소도시에서 만난 바이갈마 국립병원장은 자신이 옛 소련에서 의학을 공부했다고 얘기했다.이처럼 기성세대의 주류는 대부분 소련 유학파들이다.당연히 대학 교육의 주류도 소련 유학파들이었다.구미지역으로 나가 공부를 하는 부류는 대부분 나이가 젊은 신세대들이다.그들에게서 몽골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제국의 몰락 이후 한없이 추락하는 지리멸렬한 몽골이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뜻밖에 그들은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당찬 모습을 보였고,구닥다리 전통에 발목이 잡힌 답답한 국수주의자나 국가주의자도 아니었다.담담하게 현실을 수용하면서도 그것이 결코 몽골의 모든 것이 아님을 말하고 싶어했고,과거보다 다가올 미래를 말하고 싶어했다. 오고바흐타와는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그는 제법 기품있고 당당한 젊은이였다.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별로 주저함이 없었다.그는 몽골이 지금 앓고 있는 병을 ‘전통과 현대의 갈등’이라고 정리했다.현대적인 것도 좋지만 그것이 전통과 잘 어우러져야 하며 특히 현대문명이 몽골의 가족주의를 해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지금 몽골의 젊은이들은 거침없이 초원을 누비던 예전의 ‘전사’가 아니었고 그걸 바라지도 않았다.오히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열린 세상에서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시민’이었다.오고바흐타가 그런 몽골의 바람을 내게 보여주었다. 하기야 울타리가 없는 초원에서 살던 그들이 문명의 규격화된 틀 속에 갇혀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몽골은 우리나라와 달리 컴퓨터로 대변되는 디지털의 수혜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마치 전통 매듭을 엮어 늘어뜨린 것 같은 그들의 문자 ‘외가르징’을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않아서다.이런 까닭에 그들은 지금도 몽골말로 의사 소통을 하면서도 글은 러시아 문자를 쓴다.예전에 한자를 들여와 우리 식으로 음을 부여한 것과 흡사한 방식이다.몽골 구레대학에 재학 중인 아마르자르갈(20)이라는 여학생은 “이런 방식이 못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다.그래도 사람들이 몽골말을 잊은 건 아니다.”고 말한다.그는 “정부가 지금 프로그램을 개발 중인데 한 3년쯤 후면 우리 문자로 컴퓨터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았다.그들의 얼굴에서 몽골의 내일을 볼 수 있었다. 몽골 제국의 전성기는 10∼12세기였다.이 때 몽골을 이끌었던 칭키즈칸과 그의 아들 우고데이,손자 쿠빌라이칸 등은 몽골은 물론 세계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정복사업을 완성했다.지금 몽골인들이 갖는 자부심은 여기에서 기원한다.물론 그런 자부심이 그들에게 더 이상 ‘빵’이 될 수 없으며 ‘칼’도 될 수 없음을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겪어보면 알겠지만 세계 어디를 가봐도 몽골인들처럼 순박한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비록 경제적으로는 곤궁하지만 받은 것은 반드시 되돌려 주는 것도 특성이라고 할만 합니다.그것이 모욕이든 은혜든….이런 몽골 사람들을 상대로 일부 한국인들은 구차하다,못 산다,지저분하다며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몸짓과 표정을 드러내 보였는데 그런 한국인들을 보고 이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아십니까.‘저것들이 이제와 우릴 얕잡아 본다.예전엔 우리 발밑을 기던 것들이….’라고 합니다.가난하다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요.”ACC 김종구 회장의 말이다.그는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몽골통이다.울란바토르에만도 그와 형님,동생 하는 현지인들이 즐비하다.몽골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뒤 이런저런 인연으로 현 총리와 울란바토르 시장 등 정부 고위 관료들과도 격의없이 지내 이젠 그들과 사적인 인연도 무척 깊다고 말한다.그는 몽골인들의 기질이 사내다운 면모를 좋아하지만 의외로 정에 약하다고 정리했다. 다시 그의 말을 듣자.“사실 많은 사람들이 몽골의 실상을 보고 실망하지만 이 나라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자원이 있습니다.그래서 구미 열강들이 벌써 그걸 노리고 엄청난 공세를 펴고 있기도 합니다.일본만 해도 벌써 몽골의 지하자원 지도를 만들었답니다.우리가 오불관언할 처지가 아닙니다.지금 하지 않으면 늦습니다.알짜배기를 다른 나라가 다 가져간 뒤에 겉만 핥아대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되지요.우리도 몽골을 장기적인 국가전략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울란바토르에서 만난 또 다른 청년 오르디흐(‘오르디흐’는 산을 오르다는 뜻의 몽골어이다.그는 우리나라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한국에서 일하고 있으며,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중퇴한 뒤 몽골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런 말을 했다.“잘은 모르지만 유럽 국가들이 우리 지하자원을 불법적으로 채굴(무단 채굴이 아니라 당초의 협정을 위반한 채굴이라는 뜻)해 가고 있으며,이걸 우리 지도자들도 알고 있다고 들었다.그러나 그 후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는 모른다.국민들은 이런 점에서 지도자들이 좀 더 투명한 국정운영을 바라고 있다.”(사실 오르디흐의 말을 듣기 전에도 몽골 권력자들이 지하자원 채굴권을 외국에 넘기면서 막대한 사익을 챙기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대지를 달구던 해가 설핏 기울자 울란바토르 거리에는 다시 사람들로 넘쳐난다.낮에는 없던 과일 노점도 서둘러 좌판을 펴고,재래시장도 아연 활기를 띤다.오가는 차량도 낮보다는 훨씬 많아진 듯 하다.시내의 한 음식점 창밖으로 내다본 울란바토르 시가지는 확실히 낮과 밤이 달랐다.더위 탓이리라.밤이면 활기를 띠는 곳이지만 중국의 도시들처럼 환락적이라는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그런 곳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지만….)도시 분위기는 그냥 수더분하고 소박했다.어둠이 내리자 나방이 다시 가로등을 에워쌌다.도심의 경직된 스카이라인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멀리 지평선 너머로 사위는 노을이 조용히 잔광을 거두고 있었다.음식점 점원에게 동쪽을 물었다.그 어디에 서울이 있을 것이다.‘오랑캐 말은 북풍에 귀를 열고 월나라 새는 남쪽 가지에 둥지를 튼다(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 운운했던 무명씨의 싯귀가 떠오른다.‘바람의 땅,태양의 나라’에서 맞은 하루가 또 그렇게 저물었다.(하편에 계속)
  • [기고] 자녀에게 선택과 책임을 줘야 하는 이유/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유아교육과·학생복지처장

    [기고] 자녀에게 선택과 책임을 줘야 하는 이유/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유아교육과·학생복지처장

    요즈음은 낮과 밤, 주말 구분 없이 부모들이 학교에 전화를 많이 건다. 시험기간에 어떤 학생이 부정행위를 해서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었으니 대책을 강구해 달라는 요구에서부터, 아이가 기숙사에 있는데 늦게 일어날 수 있으니 확인을 해달라는 요구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렇게 자녀를 위해 부모가 헬리콥터처럼 학교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 이런 부모의 보호 속에 있는 자녀를 ‘캥거루족’이라고 하는 용어는 우리에게 더이상 낯설지 않다. 이는 핵가족화로 자녀의 수가 한두 명인 데다, 과거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서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과의 교류를 통해 전통적 가치관과 규범이 변하고 있고, 인터넷을 비롯한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무제한의 정보들이 난무하면서 부모가 시대와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자녀 생활에 과도하게 개입하여 관리한 부모와 그 자녀의 10년,20년 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자녀의 경우에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물리적, 정신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고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적인 생활을 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부모의 경우에는 자녀를 분리해 내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갈등으로 심신의 건강을 잃어버리거나 가정 해체를 맞이하여 불우한 노인기를 보낼 수도 있다. 이는 부모와 자녀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풍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구직자들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의 눈높이와 형편에 의존하여 웬만한 직장에는 취업을 하지 않으려 하는 현상도 이중 하나다. 비정규직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젊은이들이 직장생활의 고충을 쉽게 견디지 못해 결과적으로 이직률이 높아져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개인적인 의사결정능력과 책임의식이 부족한 데서 야기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은 사실상 부모와 자녀 간의 합리적 관계 형성이 잘못된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 합리적 관계가 이뤄지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즉 인간으로서 각각 독립된 존재임을 깨닫고 현재에 대한 판단과 결정, 미래에 대한 설계와 준비를 모두 각자의 몫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부모의 삶과 자녀의 삶에 있어서 최대공약수의 범위를 너무 크게 욕심내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바람직하다. 자녀의 사회화를 위해 꼭 필요한 시기에 부모가 잠시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지,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원하는 그림으로만 채울 수도 없고 자녀가 부모의 인생을 대신 리모델링해 줄 수도 없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도 자기가 입고 싶은 옷과 입기 싫은 옷이 있듯이, 좋고 싫음에 대한 선호가 분명히 있다. 사회를 거대한 오케스트라로 표현한다면 이러한 선호는 나중에 자녀들이 바이올린의 소리를 낼지, 첼로의 소리를 낼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부모는 사회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같은 자녀의 선호를 장려해 줘야 한다. 지금 자녀들이 해야 할 일을 부모들이 정해주고, 앞장서서 자녀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지 않은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자녀에게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녀가 직접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자녀에게 선택할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스스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인격체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부모 인생의 주인이 자녀가 아니듯이, 자녀 인생의 주인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 그 자신인 것이다. 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유아교육과·학생복지처장
  • 전북 가구주의 24%가 여성

    전북 지역에서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의 24%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전북통계사무소가 밝힌 ‘통계로 본 전북 여성의 삶의 변화’에 따르면 도내 여성 가구주는 2000년 13만 2000명이었으나 올해는 15만 2000명으로 전체의 24.3%를 차지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2000년 47.8%에서 2007년 50.3%로 높아졌다. 여성 취업자의 연령별 분포도는 40대가 26.0%로 가장 많고 60대 20.8%,50대 19.7%,30대 18.6%,20대 14.4% 순이다. 연간 출생 아이는 2000년 2만 4934명에서 2007년 1만 7111명으로 31.4% 감소했다. 여자 아이 100명당 남자 아이를 나타내는 출생 성비는 108.1명에서 106.9명으로 낮아졌다. 출생 성비는 첫째 아이 107.7명, 둘째 106.5명, 셋째 104.3명 등으로 조사됐다. 평균 초혼 연령은 2000년 25.7세에서 27.7세로 높아졌으며 이혼 연령은 38.7세, 재혼 연령은 39.1세였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과거’라는 거울 통해 미래의 희망을 본다

    ‘과거’라는 거울 통해 미래의 희망을 본다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 미움과 증오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처럼 맑은 눈으로 자유분방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과작(寡作)의 시인’ 정희성(63)씨가 신작 ‘돌아다보면 문득’(창비 펴냄)을 들고 돌아왔다.2001년 ‘시를 찾아서’ 이후 7년 만이다.‘그날도 요로코롬 왔으면’‘내 시는 나와 함께’‘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가을날’‘몽유백령도’ 등 모두 63편이 실렸다. “고등학교 교사, 작가회의 이사장 등 35년에 걸친 조직생활을 마치고 보니 이제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과거를 떠올리게 되고 추억 어린 얘기를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추억이 의미가 있는 것은 모르는 사이에 감이 익듯 과거라는 거울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시인은 과거와 미래를 서로 연결돼 계속 이어지는 무한의 고리 ‘뫼비우스의 띠’에 비유하며 아름다웠던 과거를 추억한다.“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중에서) 과거를 얘기한다고 해서 단지 옛날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끌어내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현실의 삶을 진솔하게 형상화, 아무리 소소한 삶이라도 그 나름의 의미가 내장돼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어머니가 흐릿한 불빛 아래서 양말 뒤축에 알전구를 끼워 구멍난 양말을 깁고 있는 동안 나는 전과지도서를 펴놓고 어머니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려 공부하며 대청마루 멋쟁이 젊은 여자들과 춤추느라고 아버지가 틀어놓은 유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를 따라부르는데”(‘양말 깁는 어머니’중에서) 정겨운 일상 풍경이 가족의 의미를 한 폭의 정물화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도 웃음과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는다.“그날도 시장 근처 늘 가던 술집에서 거나하게 마시고 취한 김에 주모를 불러 영화배우 허장강이 하던 식으로, 마담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을렀던 것인데 여자가 그날 따라 선선하게 문단속하고 갈 테니 요 앞 여관에”(‘내가 아는 선배는´ 중에서)는 팍팍한 삶 속에서도 저절로 웃음 짓게 하는 해학이 넘친다. “시는 바쁘다고 해서 안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시작 활동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동안 호흡이 짧은 시를 주로 써왔다는 그는 앞으로는 등단 초기로 되돌아가 ‘몽유백령도’와 같은 긴 호흡의 시를 쓰고 싶다고 한다.7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창씨개명(미즈노 나오키 지음, 정선태 옮김, 산처럼 펴냄) 창씨개명 자체의 법적 장치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식민지 지배의 전체적 맥락에서 그 의미를 재조명했다. 창씨개명 정책 결정과정에서 일본 당국 내부의 의견대립까지 자세히 파악했다.1만 6000원.●Do-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이렌 도르니에 등 지음, 이은실 옮김, 오픈하우스 펴냄) 독일의 비행조종사이자 사진작가인 저자가 독일산 수상 비행기 Do-24를 타고 세계일주한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엮은 에세이집. 수상 비행기의 역사에 관한 모든 것.3만 2000원.●자유와 존엄을 넘어서(B F 스키너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 펴냄) 세계적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스키너의 인간관을 압축해 보여 준다. 인류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성격보다는 행동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1만 5000원.●슈퍼 토마토와 백신 바나나(마르쿠스 브라이언 지음, 김일형 옮김, 열음사 펴냄) 쏟아지는 기능성 식품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 기능성 식품과 영양섭취에 관한 오해 바로 잡기.1만 2000원.●괜찮다, 다 괜찮다(공지영·지승호 지음, 알마 펴냄) 전문 인터뷰어인 저자가 수개월에 걸쳐 인기작가 공지영을 만나 그의 삶과 사랑, 문학, 종교 등 다양한 세상의 관심사에 대해 나눈 이야기. 솔직담백한 공지영의 세계를 또 한번 대면할 듯.1만 2000원.●아이 마음 부모 생각(김환 지음, 바오로딸 펴냄) 심리학자이자 현장상담가인 저자가 자녀의 마음상태에 따라 부모가 취해야 할 태도 등을 이론과 실제사례를 들어 귀띔.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조언 40가지도 제시.8500원.●갈릴레이 죽이기(전2권)(권순규 지음, 스토리텔링컴퍼니 펴냄) 아폴로 달 착륙에서부터 9·11 테러 등 굵직한 사건들을 음모론적 시각으로 접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형식의 추리소설. 한국인 여성이 워싱턴을 무대로 거대 음모론을 파헤치는 줄거리. 각권 9000원.●제목 저널리즘(김지용 지음, 미디어포럼 펴냄) ‘큰 글씨로 쓰는 기사’라고 일컬어지는 신문의 제목. 수십년 신문제작 현장에서 편집을 맡았던 저자가 국내 신문 제목의 변천사, 제목달기의 노하우 등을 두루 일러 준다.1만 5000원.
  • EBS ‘다큐왕국’ 입지 굳힌다

    EBS ‘다큐왕국’ 입지 굳힌다

    EBS가 25일 가을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한다. 이번 정기 개편은 지난 봄 대대적으로 시도된 ‘고품격 기획 다큐멘터리 편성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 전반기 EBS는 화제작 ‘인간탐구 5부작-아이의 사생활’ 등 굵직굵직한 교육기획 다큐멘터리들을 집중 방영했다.EBS는 이런 성과들을 바탕으로 후반기에도 명실상부한 ‘다큐멘터리 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시아 최초의 공룡 다큐멘터리 영화 ‘한반도의 공룡’이다.8000만년 전 한반도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쳤던 타르보사우루스 등 공룡들의 극적인 삶이 고화질(HD) 영상으로 펼쳐진다. 화면은 실제 촬영한 원시 자연과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탄생시킨 공룡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재현됐다.100% 순수 국내 제작물이다. 역사·문명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아프리카 원시 부족들의 삶을 통해 인류의 근원을 조명하는 ‘아프리카 원시문명 탐험’(9월 방송), 동서양 문명의 교차로를 찾아 문화 공존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문명의 교차로를 가다’(10월 방송), 지구 최후 ‘원시의 시간’이 남아 있는 칠레 안데스 지역을 심층 취재한 ‘문명 탐구-안데스’(11월 방송) 등이 방영된다.‘한반도 문명사’와 ‘인도 문명사’ 시리즈는 내년 방송을 목표로 사전 제작 중이다. 학교 현장에서 당장 시청각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교육 콘텐츠형 다큐멘터리들도 관심거리.‘피타고라스 정리의 비밀’(9월 방송)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수학 다큐멘터리로, 고대로부터 전해져오는 직각 삼각형의 비밀 등을 알아본다. 또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의 실태를 조명하는 ‘마리온 이야기’(9월 방송), 빙하기 시대의 자연 유산인 피오르와 리아스 지형을 들여다보는 ‘피오르와 리아스’(12월 방송), 실험을 통해 생활 속 과학 호기심을 풀어보는 ‘당신의 과학’(8월 방송), 북극의 섬 그린란드의 자연과 원주민을 담아낸 ‘세계의 자연-그린란드의 여름 이야기’(10월 방송) 등이 차례로 전파를 탄다. 이밖에 실제 동물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어린이 드라마 ‘몰모트 킹’(10월 방송)을 비롯해 ‘리틀 아인슈타인’,‘달려라 카카’ 등 유아·어린이 애니메이션도 마련된다. 신설 프로그램인 ‘EBS 토론광장’(매주 토요일),FM 라디오 ‘강지원의 특별한 만남’(월∼토, 오후 4시20분)도 기대를 모은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故 이언, 그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

    故 이언, 그가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

    오토바이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故 이언(27. 본명 박상민)의 애도물결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생전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글귀가 알려지면서 슬픔을 더하고 있다. ’커피프린스1호점’ 종방 후 이언은 2008년 1월 남긴 글에서 “잔치도 끝났고, 여흥도 끝났다. 올해 나의 목표는 작년의 나를 넘어서는 것…인생에 라이벌 같은 건 없다. 비교불가. 나는 나다. 시선은 언제나 정면. 옆 따위는 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곧고 빠르고 안정되게 달릴 수 있을 지만 생각 하자…인생은 전쟁. 살아남자. 웃으면서 미친 듯이 즐기자. 세상은. 그리고 인생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고 연기자로서의 각오를 전했다. 또한 이언은 지난 7월 15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교 1학년까지 11년 동안 씨름을 했던 108kg의 체중을 가진 남자는, 두달 만에 30kg를 감량하고 모델이 됐다. 20살 때부터, 27살까지. 워킹과 포즈가 세상의 전부였던 남자는, 현장에서만큼은 연기자가 되려 한다.”는 삶에 대한 자전적 글을 남겼다. 같은 시기에 남긴 글에서는 “18살인 김연아는 몇 십톤의 얼음 위를 다스리고, 19살인 박태환은 몇만 리터의 물을 지배 한다. 21살인 류현진이 던진 공 하나에 몇 십만 명의 시선이 23살인 하승진의 덩크에 수천개의 셔터가 터진다…20살인 권지용이 만든 노래에 모두가 환호하고, 21살인 류덕환의 연기에 사람들은 기립박수를 친다…자, 27살인 나는 무엇으로 누구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라며 앞날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부산 출신인 이언은 1997년 고등학교과 입학과 동시에 씨름 운동을 시작하며 2년 연속 교내외 씨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유망한 씨름 선수로 주목 받았다. 188cm의 훤칠한 키의 소유자인 이언은 1999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배우 차승원을 보고 패션 모델을 꿈꾸며 30kg을 감량하고 오디션을 통해 패션쇼에서 활약하게 됐다. 2006년 연예계에 진출한 이언은 과거 씨름 선수와 모델이었다는 독특한 경력을 기반 삼아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와 케이블 방소 Mnet의 ‘아이 엠 어 모델 멘’(I AM A MODEL MEN)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후 2007년 KBS 2TV 월화 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으로 본격적인 연기자 길에 들어선 이언은 MBC 인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하면서 ‘민폐 민엽’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올해 출연작으로는 지난 5월 종영한 MBC 수목 드라마 ‘누구세요?’가 있으며 지난 6월 부터 이번 달 19일 까지 방영됐던 KBS 2TV 월화 드라마 ‘최강칠우’에서 자객단 일원인 자자역으로 열연했다. 사진=故 이언의 미니홈피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웃는얼굴] 담장에 핀 우리 할미의 웃음꽃

    [웃는얼굴] 담장에 핀 우리 할미의 웃음꽃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서정주, <국화 옆에서> 중에서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휘감는 선운산 능선을 따라 난 구절양장 길. 소 등에 얻는 길마를 닮은 질마재 낮은 구릉을 넘자 가가호호 담장마다 그려진 국화꽃, 웃음꽃이 반긴다. 그것은 마음을 동하게 한다. 질마재의 신화가 살아 숨 쉬는 곳 고창군 부안면 송현리 안현돋음볕마을(처음 해가 떠오르는 마을). 질마재의 신화가 살아 숨 쉬는 이곳은 때 이른 국화꽃, 웃음꽃이 한창이다. 서정주 시인의 묘소가 자리한 돋음볕마을은 미당(未堂)의 시 <국화 옆에서>를 테마로 조성된 마을로, 매년 10월이면 ‘국화꽃 축제’가 열린다. 회색 콘크리트 담벽과 슬레이트 지붕이 온통 국화꽃과 얼굴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마을에 벽화가 그려진 건 작년 초, 마을 사람들은 서정주 시인을 기리기 위해 국화꽃과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누님의 얼굴을 담장과 지붕 위에 그려 넣어 마을을 단장했다. 벽화는 송주철 공공디자인연구소에서 작업을 맡아, 10여 명의 벽화전문화가들이 7개월 동안 함께 그렸다. 벽화 속 주인공은 모두 마을 주민들이다. 벽화가 그려진 소담한 담장을 따라 걷는다. 는개와 함께 ‘8할의 바람’이 머무는 풍경은 쓸쓸하다. 섬돌 위에 가지런히 벗어 놓은 신발, 휑한 마당을 지키는 누렁이와 농기구들이 사람 사는 마을임을 짐작케 할 뿐, 움직임도 소리도 없다. 한참 동안 계속 되는 정적, 시간이 멈춘 듯하다. 살방살방 가벼운 마실에 어울리는 길이다. 벽화 속 주인공들의 질박한 삶 마을 중앙 담벼락에 그려진 얼굴의 주인공은 김순애·양옥순 할머니이다. 서울에서 내려온 손주놈 보듯, 리드미컬하게 자리 잡은 주름 위로 웃음 가득한 얼굴, 그래서 더 반갑고 살갑다. 잠시 숨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간다.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는 촘촘한 콘크리트 벽 위에 넉넉한 마음과 밝은 표정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질펀한 농담과 질박을 덧입혔다. 한 마을에 살며 형님 동생으로, 때론 동무로 마을의 애경사를 먼저 챙겨온 이들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평생을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마주한다. 마을을 휘돌아 보는 사이 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처벅처벅’ 물 먹은 발작국소리가 정적을 깨고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다가온다. 어깨 위로 걸친 삽자루, 무릎까지 끌어 올린 장화. 방금 전까지 논에서 일하고 왔던 흔적이다. “남의 집 앞에서 뭐헌당가. 뭐 볼게 있다고 허구한 날 사람들이 들락거리는지. 비도 오고만 마을 회관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쉬엄쉬엄 허소.” 낯이 익다. 알고 보니 담장에 그려진 얼굴은 대부분 그 집에 살고 있는 주인의 얼굴이란다. 문패가 따로 필요 없는 마을이다. 비에 젖은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막 논에서 돌아온 아저씨는 마을회관에서 손수 커피를 끓여준다. 달큼한 커피도 커피지만, 자신의 삶의 터전에 무심히 카메라를 들이댄 무래함을 꾸짖지 않아 더 고마웠다. 커피 값으로 사진을 찍어 드린다고 하니 “나는 찍어서 뭐헌당가, 오는 사람마다 사진 찍자고 허니 아조 귀찮아 죽것네”라고 하면서도 벽화 앞에 나란히 선다. 걸쭉한 농을 건네던 아저씨는 온데간데없고 카메라 속으로 웬 수줍은 어린아이가 들어온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곳. 따뜻한 마음과 할머니의 정겨운 미소가 그립다면 안현돋음볕 마을에 가보라. 첫날밤 신부마냥 노랑저고리 다홍치마로 물든 마을은 크로마토그래피처럼 가슴속 형형색색으로 스민다. 국화꽃 향기에 취해 마을을 거닐다보면 벽화 속 주인공을 만나는 행운도 기다린다. 문의: 고창군청(www.gochang.go.kr), 문화관광과 063-560-2234~5 찾아가는 방법 서해안고속도로→군산→선운사IC→22번국도, 선운사 방면→안현돋음볕마을 주변 볼거리 서정주 시 박물관 시문학관은 돋음볕마을과 마주보고 있다. 폐교된(선운분교) 학교를 이용해서 만들어졌으며 내부에는 시 전시실, 세미나실,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외부에는 서정주의 시 <자화상>을 상징하는 거대한 자전거가 있다. 매년 11월에는 ‘시문학제’가 열리기도 한다. 글·사진 임종관 본지기자     월간 <삶과꿈> 2008년 7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수영 황제’ 펠프스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사실

    ‘펠피쉬’‘인간어류’란 별명으로 사랑을 받으며 신기록을 양산하고 있는 베이징 올림픽 8관왕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3·미국)에 대해 미처 몰랐던 8가지 사실이 중국의 한 언론에 보도됐다. 중국 신화통신은 18일 보도에서 펠프스가 경기 때마다 다른 수영복을 입으며,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와도 라이벌 의식 때문에 수영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다음은 신화통신이 전한 펠프스에 대해 일반인이 전혀 몰랐던 8가지 사실. 1.그는 수영모를 두개 쓴다. 펠프스처럼 수영모를 두개 쓰는 수영선수들은 많다.머리 모양을 최대한 부드럽게 곡선으로 만들어 물 속에서 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가장 친한 친구는 라이언 로흐티가 아니라 에릭 벤드트. 베이징 올림픽 200m 배영에서 금메달을 딴 로흐티와 펠프스는 친구이며 음악,여자,삶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지만 수영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둘이 너무 경쟁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펠프스와 벤드트는 가장 친한 친구.만날 때마다 방을 같이 쓰며,미시간대에서 펠프스가 지난 2년간 손목 부상으로 힘들게 훈련할 때도 함께했었다. 3.펠프스는 경기마다 다른 수영복을 입는다. 펠프스가 자유형을 할 때는 어깨끈이 있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전신수영복인 스피도의 ‘LZR 레이서’를 입는다.하지만 접영 때는 LZR레이서 반신수영복을 착용한다.접영을 할 때에는 어깨 움직임이 많아 반신수영복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경기를 마치자마자 펠프스가 전신수영복의 지퍼를 허리까지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결코 자신의 상체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전신수영복은 몸에 너무 꽉 달라붙어 대부분의 수영선수들이 가능한 빨리 지퍼를 내리고 싶어한다고. 4.펠프스는 자신에 관한 기사를 읽지 않는다. 펠프스는 오래 전에 신문을 통해 전해지는 자신에 관한 글읽기를 멈추었다.대신 그의 코치인 밥 바우먼이 제자에 대한 기사를 샅샅이 읽는다.바우먼 코치는 “나는 구글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5.그의 아이팟에는 항상 힙합만 담겨있진 않다. 이번주 펠프스가 경기전에 아이팟의 이어폰을 통해 들은 음악은 뉴올리언스 출신 래퍼 릴 웨인이었다.펠프스는 릭 로스,영 지지 그리고 제이지의 광팬이며 때때로 테크노 음악도 듣는다. 6.펠프스는 비디오 게임광. 펠프스는 ‘매든’ 게임을 무척 좋아하며 가끔씩 ‘헤일로’도 즐긴다.골프 게임도 좋아해서 닌텐도 윌로 타이거 우즈 역할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연습할 때 어깨 통증이 오기도 했다고.바우먼 코치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면 비디오 게임기를 내다 버릴 것이라고 그에게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7.펠프스는 한번 수영할 때 팔을 몇번 움직이는지 알고 있다. 펠프스는 지난 13일 접영 200m 경기에서 고글에 물이 차 바로 앞조차 보지 못할 때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몇번 팔을 휘저으면 터치패드에 닿는지 머리 속으로 정확히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8.펠프스는 TV를 켜놓고 잔다. 삶의 절반을 전 세계를 떠돌며 호텔방에서 보낸다면 ESPN이나 디스커버리 채널이 그가 잠들 때 편안함을 안겨줄 것이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일요영화]아무도 모른다

    [일요영화]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40분) 일본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 일가족이 이사를 온다. 젊은 엄마와 4남매. 아빠가 모두 다른 아이들은 서로 닮은 구석이 없다. 아이를 싫어하는 집주인의 눈을 피해 엄마와 장남 아키라는 동생들을 짐짝 속에 숨겨 들어왔다.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집안에만 숨어지낸다. 어느 날, 엄마는 일 때문에 당분간 오사카에서 지내야 한다며 아키라에게 생활비를 쥐여 주고 떠난다.14살의 아키라는 혼자 동생들을 돌보면서 엄마를 기다린다. 엄마는 불쑥 다시 집에 나타났다가는 크리스마스 때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또 사라진다. 하지만 섣달 그믐이 지나도록 돌아오겠다는 엄마는 감감무소식이다. 아키라는 엄마가 보내온 편지의 주소지로 전화를 걸어본다. 하지만 엄마가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가 바뀌어 새봄이 왔건만, 아이들의 삶은 피폐하기 짝이 없다. 엄마의 편지는 완전히 끊기고 돈도 바닥난다. 전기와 수도마저 끊기자 아이들은 공중수돗물을 이용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4남매는 이사온 뒤 처음으로 함께 몰래 집 밖 나들이를 한다. 편의점에서 얻어온, 유통기한 지난 인스턴트 음식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던 아이들은 점점 지쳐간다. 씩씩하게 힘겨운 상황을 이겨나가던 아키라도 마찬가지. 견디다 못한 아키라는 동생들을 남겨놓고 집을 뛰쳐나간다. 하지만 야구시합을 하다 문득 불안한 예감이 들어 집으로 달려오지만…. 영화 ‘아무도 모른다’(2004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이 1988년 ‘스가모 어린이 유기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 당시 실제로 4명의 아이들은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고 학교도 다니지 않은 상태였다. 영화에서처럼 생모에게서 버림받은 지 반년 만에 한 아이가 죽는 비극을 맞고서야 4남매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졌다. 장남 역의 배우 야기라 유야는 14살에 첫 출연한 이 작품으로 2004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드라마가 다큐멘터리 못지않은 진정성을 확보한 것은 어린 주인공의 캐릭터 분석력 덕분.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 벼랑에 내몰린 위기상황의 절망감 등을 과장되지 않고 차분한 연기로 풀어내 극찬을 받았다. 영화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데뷔작 ‘환상의 빛’으로 1995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골든 오셀라상을 받기도 했던 일본의 유망감독.1998년작 ‘원더풀 라이프’는 낭트삼대륙영화제 그랑프리 등을 수상한 뒤 미국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아무도 모른다’는 감독이 각본을 쓴 지 15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역작이다. 상영시간 140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절제된 詩語로 죽음을 통곡하다

    절제된 詩語로 죽음을 통곡하다

    옛 선비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슬픔을 좀체 겉으로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자식을 잃어도, 아내를 잃어도, 지음(知音)을 잃어도 그 슬픔을 애써 삭이며 마음 속으로만 울어야 하는 절제를 미덕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슴속에 똬리를 튼 애통함을 어찌할까. 마음의 고질이 돼 몸만 갉아먹을 텐데…. 해서 옛 선비들은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슬픔의 노래인 ‘만시(輓詩)’를 짓게 된 것 같다. 조선시대의 만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낸 ‘옛 사람들의 눈물’(전송열 지음, 글항아리 펴냄)이 나왔다. 한시를 전공한 저자가 조선시대 문집에 실린 만시 35편을 가려 뽑아 그 역사적 유래와 미학적 특징을 분석, 옛 사람들의 슬픔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엿보게 해주는 책이다. ●자신 죽음 읊은 자만시 등 輓詩 35편 저자에 따르면 만시는 자신의 죽음을 기리는 자만시(自輓詩)를 비롯해 자식을 잃은 참척(慘慽)의 아픔을 노래한 곡자시(哭子詩), 먼저 간 아내를 위해 지은 도망시(悼亡詩), 벗을 보낸 아픔을 삭이며 쓴 도붕시(悼朋詩)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자만시. 죽음을 예상하고 자신이 썼다는 점에서, 죽은 뒤 누군가가 써주어야 하는 일반적인 만시와는 사뭇 다르다. 자신의 인생 전체를 압축해 표현한 만큼 그 사람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조선 중기 대문장가 이식의 자만시 등 3편이 실렸다.“살아온 세월이 예순네 해나 되었어도/장부의 한평생 쉴 틈이 없이 고달팠네/문장의 헛된 명성 끝내 화만 초래했고/(중략)/이제 저 세상 돌아가면 모든 생각 끊어지겠지만/푸른 산은 변함없고 물은 동으로 흐르리라” 고위 관료인 대제학을 지낸 이식이 죽기 20일 전에 삶의 역정을 고백한 이 시는 인생이 그저 한번 왔다가 가버리는 나그네의 길이라는 점을 새롭게 일깨워 준다. 자식을 앞세우는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이 있으랴. 오죽하면 ‘상명지척’(傷明之戚·공자의 제자 자하가 자식을 잃고 너무 슬퍼한 나머지 눈이 멀어 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이라고 했을까. 조선 중기 여류시인 허난설헌이 남매를 차례로 잃고 지은 참척의 만시 등 5편이 수록돼 있다.“지난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다가/올해엔 또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중략)/비록 뱃속에 아기가 있다 한들/어찌 그것이 자라기를 바랄까/부질없이 황대사를 읊조리며/피눈물 흘리며 슬픈 울음소리를 삼키노라” 아이 하나만 잃는 것도 견디기 힘든 고통일 텐데, 그것도 남매를 한꺼번에 먼저 보낸 애통함은 도저히 말로써 표현할 길이 없는 아픔이 녹아들어 있다. ●추사 김정희 아내 잃은 슬픔 노래 인생의 고락을 함께한 아내를 잃은 슬픔 또한 어찌 깊지 않겠는가. 추사 김정희가 유배중 아내의 부음을 듣고 쓴 시 등 아내를 기리는 11편이 실렸다.“뉘라서 월모에게 하소연하여/서로가 내세에 바꿔 태어나/천 리에 나 죽고 그대 살아서/이 마음 이 설움 알게 했으면” 유배 간 남편을 대신해 병든 몸으로 집안 대소사를 감당해야 했던 아내의 죽음을 천리 밖 유배지에서 들을 수밖에 없던 추사의 절절한 슬픔을 오롯이 담아냈다. ●선비들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고찰 둘도 없는 벗을 잃은 통절한 슬픔을 드러낸 만시도 있다. 조선 중기 문장가 이안눌이 40년 지기 권필의 죽음을 애도하며 썼다.“(중략)/내가 오래 살았음이 한스러운 것이 아니라/내게 눈이 있다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네/다시는 이 사람 보지 못하리니/이 험한 길에 부질없는 눈물만 흐르네”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표현을 써 통절함을 강조한 이 시는 벗의 죽음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저자는 “만시는 자신의 슬픔을 설명하지 않는 대신 오히려 깊이 농축된 한없는 슬픔을 느껴보라고 한다.”면서 “제문이나 묘지문 같은 산문이 아닌 만시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말초적 감정에만 매달리고 있는 요즘, 옛 선비들이 슬픔을 시를 통해 승화시키는 절제의 미학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1만 4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선행학습이 티처보이 만든다”

    “선행학습이 티처보이 만든다”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자로 살아오며 느낀 소회와 교육관, 올바른 자녀 교육법 등을 정리한 저서 ‘한국 교육의 리모델링-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공저 전병식, 교육과학사刊)를 14일 출간했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8년 간 서울시교육감을 지낸 그가 교육 행정가로서,50여년 간 교단에 서 온 교사로서, 네 자녀를 키워낸 아버지로서의 경험을 학부모, 교사들과 공유하기 위해 쓴 책이다. 유 전 교육감은 책에서 1957년 교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아이들을 사랑과 인내로 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했다. 당시 담임을 맡았던 반 아이들이 칼을 휘두르며 싸우다 퇴학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아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6개월 간 심리학 공부에 매달리며 아이들과 상담하고 동료 교사, 교장을 설득한 끝에 학생들을 복교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그 학생들은 목사, 의사, 실업가, 과학자로 성장해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유 전 교육감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격려하고 인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이러한 자세로 교육할 때 우리 교육이 바로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0교시 수업, 심야 보충학습 등에 대해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건강을 지킬 수 있겠는가.”라며 “어른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오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 관행처럼 자리잡은 선행학습에 대해서는 “반짝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저해해 의존형 아이, 이른바 ‘티처보이’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은 아이들을 폐쇄적인 운동장에 몰아넣고 소싸움을 시키면서 어른들은 구경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한 외국 교육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와 삶의 행복을 무시한 채 어른 중심의 강압적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3)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임인덕 신부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23)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임인덕 신부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 ‘서방 수도(修道) 제도의 입법자’,‘수도생활의 사부(師父)’로 불리는 이탈리아 성 베네딕트(480∼547)가 쓴 수도 규칙서의 대표적 문구이다. 경북 왜관의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엘 가면 곳곳에서 이 문구를 볼 수 있다. 이곳의 모든 사제와 수사들은 실제로 한순간도 잊지 않고 이 문구를 새기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독일 출신의 임인덕(73·본명 하인리히 세바스티안 로틀러) 신부는 영화와 비디오로 ‘복음’을 전하는 ‘미디어신부’. 성경 대신 영화를 복음의 방편으로 삼아 기도하고 일하며 42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독특한 사제이다. ●한국생활 42년은 한 편의 ‘로드무비´ ‘아시아 최대의 수도원’이라는 왜관수도원은 일반인에겐 좀처럼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 은밀한 곳. 그중에서도 임인덕 신부가 매일매일 ‘기도하고 일하는’ 시청각실은 웬만한 수도원 식구들조차 발길을 쉽게 들여놓을 수 없는 이색지대로 통한다. 내년 초 사제서품을 받는다는 젊은 한국인 신학생의 안내로 찾아간 수도원 한쪽, 분도출판사와 닿아 있는 시청각실은 소문대로 임 신부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영화는 딱딱한 성경보다 복음의 가치들을 훨씬 더 잘 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임 신부. 왜관수도원에서 22년간 가톨릭 분도출판사를 이끈 데 이어 베네딕도미디어 책임자로 활동하면서 국내 영화계에서도 유명 인사가 되어 버린 그의 한국 삶은 한 편의 로드무비나 다름없다. 20여년 전 당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쥐어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시청각실에서 기자를 맞은 임 신부는 실타래 같은 고난의 나날들을 덤덤한 웃음으로 하나하나 풀어냈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을 기억하시나요.” 예정됐던 손님들의 방문 약속을 인터뷰 뒤로 물린 노 사제가 불쑥 던진 물음이 묵직하게 가슴을 죈다. 사제의 뜻을 이리저리 더듬어 보아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 뼘 손으로 진실을 가리려는 무지막지한 폭력을 도저히 참을 수 없더군요.” 국내 언론들이 ‘시민 폭동으로 네 명의 군인과 한 명의 시민이 희생됐다.’는 왜곡으로 일관했지만 현장을 목격하고 빠져나온 광주의 한 신학생이 전하는 진실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듣던 것과는 사뭇 다르고 놀라운 것이었다. “200명 이상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다는 광주 현장의 증언을 밤새도록 녹음한 테이프를 서울의 성당들로 올려보내 미사 직후에 나눠 줬지요. 덕분에(?) 신부들이 모두 잡혀 들어갔고 혹독한 매질을 견디지 못한 한 신부가 내 이름을 댔지요. 출국당할 뻔했지만 아직 이곳에 살고 있네요.” ●출판사 이끌며 400여권 신학서적내 분도출판사 책임을 맡고 있던 1977년 ‘해방신학’을 번역출간했을 때의 일화도 내쳐 들려준다. “용공성이 있다며 책을 모두 불태우라는 문화공보부의 위협이 있었어요.3000권을 찍었는데 도저히 책을 버릴 수가 없었지요. 수도원 옥상에 숨겼다가 서울의 책방으로 보냈는데 1년 만에 다 팔리고 12쇄를 찍었습니다.” 1971년부터 1993년까지 분도출판사를 이끌면서 낸 책만도 400여편.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을 비롯해 교부학 시리즈 등 신학서적을 출간했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꽃들에게 희망을’같은 스테디 셀러도 그의 손끝에서 번역되어 세상에 나왔다. 책 선정부터 번역, 편집, 교열, 제작, 표지 디자인까지 모두 혼자 해냈다. 군사정권 시절 사회정의와 관련된 책을 내려니 여간 견제와 통제가 심한게 아니었다. 천주교 교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브라질의 마틴 루터 킹이라는 돔 헬더 카마라 주교의 ‘정의에 목마른 소리’를 내면서부터 교회의 외면을 받았고 어쩔 수 없이 가방에 책을 싸들고 책방들을 전전해야 했다. 뉘른베르크 전기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이 땅에서 그토록 험한 길을 걷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는 정말 용감한 사람입니다. 나치에 반대하다가 살던 고향에서 쫓겨났지만 단 한번도 뜻을 굽히지 않았어요.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 교실에서 히틀러의 사진을 가리키며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선생님의 물음에 “전쟁을 일으킨 범죄자’라고 말했다는 그다. 밤늦게 집으로 찾아온 교사가 “위험한 아이이니 주의를 시키라.”며 아버지, 어머니에게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출판사 일을 하면서도 영화 일을 놓지 않았다. 국내 영화계에서도 그를 예술영화 보급의 산파로 인정한다.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연작이며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같은 예술영화를 국내에선 처음 비디오로 출시했다. 대학가며 공장에 영사기를 들고 찾아가 사회정의와 자유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을 보여 주기도 했다. 1981년부터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칠 때까지 6년간 안동 가톨릭센터에서 영화포럼을 연 것도 이 지역에선 유명한 일. ●종교 초월한 영화포럼 서울로 이어져 “입소문이 번지면서 포럼엔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불교 신자, 대학생, 개신교 신자들까지 모여들었지요. 막걸리와 김치를 놓고 영화 이야기를 하느라 밤을 꼬박 지새기도 했는데….” 이 영화포럼은 나중에 서울로 이어져 한 지인이 자신의 방을 포럼 장소로 내놓아 문인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박완서씨도 단골손님이었다고 한다. 그가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뮌헨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던 시절. 하나님의 부재와 하나님의 침묵을 담은 영화 잉마르 베리만의 ‘침묵’을 보고였다.“신학이 가르칠 수 없는 메시지를 영화로 전할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생각이 불현듯 일었고 한국에서의 삶도 그 연장선이다. 당시는 제3세계에 대한 관심이 컸던 때. 아시아, 아프리카의 선교사로 가기를 원하고 있던 중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부산 출신의 한국 대학생들과 교유하면서 한국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결정적으로 한국에 오게 된 것은 1954년까지 북한 강제수용소에 수용됐다가 독일로 돌아온 한 신부를 만난 뒤였다. 그 신부로부터 전해들은 한국 문화와 풍속에 끌렸고 사제서품을 받은 이듬해 한국행을 택했다고 한다. 먼 길 떠나는 자식을 뒷발치서 하염없이 쳐다보던 아버지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무렵 동생도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사로 떠났다고 한다. 한국에 42년간 살면서 성주 본당 보좌신부 6개월과 점촌 본당 주임신부 4개월을 합친 10개월이 본당 신부 소임의 전부. 나머지는 모두 출판과 영화에 매달려 산 셈이다. 지금도 주일 인근 안동 공소와 필리핀공동체에서 미사를 주례하고 강론도 하지만 큰 일은 역시 영화.5년 전부터는 DVD에 주력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심어주는 작품들에 치중하고 있다. “라디오캐나다가 제작한 환경 애니메이션 ‘프레데릭 백의 선물’도 꽤 많이 팔았고 독일 아동문학가 에리히 케스트너 원작의 ‘하늘을 나는 교실’, 이탈리아 작가 레오 리오니의 동물 우화 애니메이션 ‘핑크트헨과 안톤’도 반응이 괜찮은 편”이라며 웃는다. “예수는 복잡한 이론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예수가 즐겨 썼던 쉽고 편안한 비유들을 영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한국 교회에서도 영화에 대한 인식이 많이 열려 기쁘다는 임 신부. 영화와 영성에 대한 집착에서 시작된 그의 외길 걷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예수가 지금 시대에 있다면 분명 영화감독이 되어서 메시지를 전할 것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임인덕 신부는 ▲1935년 독일 뉘른베르크 출생 ▲ 베네딕도회 입회 ▲1960년 뷔르츠부르크대 신학과 졸업 ▲1965년 뮌헨대 종교심리학과 졸업, 사제서품 ▲1966년 한국 입국 ▲1969년 왜관수도원 기숙사 사감 ▲1971년 분도출판사 책임 ▲1987년 교통사고 ▲1993년∼ 베네딕도미디어 책임
  • [일요영화] 달리는 아이들

    ●달리는 아이들(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40분) 어느날 갑자기 전쟁고아가 돼버린 아미로(마지드 니로움만드)는 버려진 배에서 혼자 살게 됐다. 당장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아미로는 하루가 바쁘다. 또래 친구들과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다가도,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빈 병을 하나라도 더 주워 팔려고 쫓아다녀야 하고, 짬짬이 항구 주변에서 구두를 닦고 냉수를 팔기도 한다. 그러나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하루하루는 고달픈 순간의 연속이다. 구두를 닦아 주다가 엉뚱하게 도둑으로 내몰리는가 하면, 냉수를 마시고는 돈도 안 내고 도망가는 어른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때도 허다하다. 아이의 유일한 낙은 바닷가에 떠 있는 거대 함선과 비행기를 하염없이 구경하는 것.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비행기가 나오는 잡지를 사긴 했지만, 정작 글 한 자 읽을 줄 모르는 까막눈 처지인 자신이 답답하기만 하다. ‘하얀풍선’‘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천국의 아이들’…. 웬만한 영화팬이라면 이 영화들의 공통점을 단박에 짚어낼 것이다. 천진하게 동심을 자극하는 듯하면서도 기어이 묵직한 삶의 비의까지 넘겨 짚게 만든 이란 영화들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모흐센 마흐말바프, 자파르 파나히, 마지드 마지디…. 이들 또한 ‘이란 영화’ 하면 자동으로 줄을 서는 대표 감독들. 1985년 제작된 ‘달리는 아이들’도 그 계보에 묶이는 이란 영화다. 감독은 아미르 나데리. 국제무대에 이란 영화를 알린 시점으로 따지자면, 이란 영화의 ‘개척자’ 반열에 들 이름이다. 이라크와의 전쟁이 한창인 포염 속에서 탄생한 영화는 결코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동심에 기댄 드라마이되 전쟁의 상처를 에둘러 은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두닦이를 하다 억울하게 도둑으로까지 내몰리는 어린 주인공 캐릭터는 영화 주제를 압축한 상징으로 읽힐 만하다. 그러나 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역설의 에너지를 뿜어내기도 하는 것이 이 영화의 노림수다. 스크린 밖의 객관적 잣대로는 눈을 씻고 봐도 희망의 씨앗이 없어 보이는데, 주인공은 어떤 순간에나 삶을 낙관한다. 전쟁의 참상이나 그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도 영화는 애써 피했다. 삶이 고달파질 때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하염없이 달리고 또 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두고두고 아련한 잔상을 남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Beijing 2008 D-2] “걸음마 떼자마자 체조기계로 길러져”

    그에겐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다. 걸음마를 떼자 부모는 한 자녀 정책을 좇아 낳은 외동딸을 올림픽 영웅으로 키우겠다고 마음먹었다. 외모가 사내 같아 병정처럼 키웠다. 고향인 허베이성 황시(黃石)에서 부모는 세살배기를 탁구경기장으로 데려갔다. 스포츠에 관심을 보였고, 그에게서 전도유망한 자질이 보인다는 체조코치의 말을 믿고 아이를 맡겼다. 아이는 어린애답지 않게 훈련에 집중,10살 때 허베이성 대표가 됐다. 그리고 이제 20세, 중국 체조의 희망 청페이는 이번 올림픽에서 종합우승의 관건이 될 체조 여자 개인종합에서 숀 존슨(16·미국)과 이번 대회 가장 극적인 금메달 다툼 중의 하나를 앞두고 있다.5일 뉴욕타임스는 인터뷰를 싫어하기로 유명한 청페이 대신 그의 부모 집을 찾아 어린 시절을 온통 빼앗기고 조국에 영광을 안기기 위해 오늘도 뜀틀을 넘고 마루를 구르는 청페이의 아픈 성장사를 돌아봤다. 13세에 국가대표로 뽑힌 그는 4년 전 아테네에서 선배들이 메달은커녕 7위로 추락하는 것을 지켜본 뒤 심기일전, 각종 국제대회에서 18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중국 여자체조를 재건할 리더로 거듭났다. 뜀틀에선 지난해 슈투트가르트 세계선수권까지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2005년 멜버른선수권에서 여자선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기술로 통하는 ‘540도 비틀며 도약’을 완벽하게 연출, 이 기술에 ‘더 청(The Cheng)’이란 칭호를 붙이게 만들었다. 군사교범을 읽는 게 유일한 취미라는 그는 개인의 명예나 부를 좇는 게 아니라 사회주의 조국에 보답하는 게 유일한 임무라고 내세운다. 하지만 이번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면 대졸자 첫 월급이 500달러(약 50만원)인 이 나라에서 포상금으로만 15만달러를 챙기는 한편 짭짤한 후원계약들을 맺게 된다. 부모는 아이의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는 지적에 화를 버럭 냈다.“가난해서 그애의 삶을 바꿨으면 했던 것일 뿐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프로 운동선수였고 그게 그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했다. 부모와 전화통화를 할 때에도 청페이는 ‘네’‘아니’‘좋아’ 정도로만 의사를 표시한다고 했다. 지난달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기 위해 고향집을 찾은 것이 2년 만의 일이었다. 허베이성 정부가 가족에게 새집을 건넨 뒤 첫 방문이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2008 美 대선]‘인종 딜레마’에 빠진 오바마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인종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상대편 후보에게선 ‘인종 카드를 활용한다.’는 공격이 거세고, 반대로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선 ‘인종문제를 소홀히 다룬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흑백혼혈이자 성공한 부자 흑인이라는 복합적인 인종 정체성이 안팎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가 인종문제의 위태로운 줄타기에서 얼마나 중심을 잘 잡느냐가 대선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오바마는 2일(현지시간) 대선 라이벌인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 진영이 인종문제를 최근 거론한 데 대해 “인종차별주의가 아니라 냉소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매케인측의 ‘도발’에 맞대응하는 대신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이미 힐러리 클린턴 진영으로부터 인종 카드로 공격을 당한 오바마로선 문제를 확대시켜 봐야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이다. 오바마는 대신 “매케인측은 네거티브 선거전에 능하다.”고 역공했다. 앞서 매케인의 핵심 참모인 릭 데이비스는 지난달 31일 “오바마가 인종카드를 꺼내들었다.”면서 “불화를 일으키는 부정적이고,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가 전날 미주리주 연설에서 공화당이 ‘오바마는 덜 애국적이며, 재미난 이름을 갖고 있고, 지폐에 등장하는 역대 대통령과 생김새가 다르다.’고 언급한 것을 비판하자 오히려 이를 공세의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오바마의 인종 고민을 깊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흑인 인권운동을 둘러싼 흑인 사회와의 미묘한 갈등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2일 오바마가 인종과 계급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차별철폐조치인 소수계 우대정책을 강력히 지지해온 오바마는 정작 대선 캠페인에선 인종보다 계급 차별 해소에 무게를 두는 발언으로 흑인 유권자들을 동요시키고 있다. 그는 지난주 시카고 언론인 간담회에서 “좋은 환경의 흑인 아이가 가난한 백인 아이보다 더 혜택을 누리지 않는 방향으로 소수계 우대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지난 4월 경선에서도 자신의 두 딸이 대학에 진학할 때 소수계 우대정책의 혜택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 흑인노예제 배상문제에도 반대해 흑인 지도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는 정부에 노예제 금전 배상을 요구하는 흑인 인권단체에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배상은 시내에 좋은 학교를 짓고, 실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최근 하원이 통과시킨 노예제 사과 결의안도 흑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특별히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스로 흑인 인권운동의 수혜자라고 말하면서도 인종문제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듯한 오바마의 이런 발언은 흑인 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콜로라도, 애리조나, 네브래스카 등 일부 주가 소수계 우대정책을 폐지하는 국민투표 발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책임있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순녀기자 coral@ 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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