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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의 삶 그의 꿈] 한 달에 한 시간, 교훈 하나 이야기 두 개

    [그의 삶 그의 꿈] 한 달에 한 시간, 교훈 하나 이야기 두 개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다. 그런데 먼 앞날을 내다보고 세워야 할 중요한 계획이 목표부터 잘못된 듯하다. 일류대 진학이 교육의 목표가 되면서 학교는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을 양성하는 게 아니라 안하무인 독불장군을 배출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무한경쟁과 1등제일주의가 교육의 다른 말이 된 오늘날, 우리에게 인성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정보통신 발전, 선진국으로 가는 길 삼보컴퓨터 창립자인 이용태 박사가 인성교육 전도사로 변신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개인용컴퓨터(PC)의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던 1980년부터 삼보는 국내 컴퓨터 시장을 성장시켜 온 선두주자였다. 대한민국이 정보통신 대국이 된 과정과 삼보컴퓨터의 발자취는 맥락을 같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보의 역사는 바로 이용태 박사의 역사이기도 하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이용태 박사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것은 1969년. 귀국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서 일하던 1970년, 그는 인텔에서 발명한 IC 컴퓨터를 접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1세대 컴퓨터의 구성소자는 진공관입니다. 진공관은 가지만한 크기인데 이때의 컴퓨터는 공장과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했습니다. 다음에 나온 게 콩만한 크기의 트랜지스터인데 이 컴퓨터는 장롱 10개를 펼쳐놓은 것만 했죠. 그리고 1970년에 나온 게 3세대 컴퓨터입니다. 손톱만한 칩 안에 수천 개의 트랜지스터를 인쇄해 놓았어요. 엄청난 혁명이죠.” 복잡하고 거대한 컴퓨터의 시대가 종식되는 것을 목격한 이용태 박사는 두 가지 이유에서 흥분했다. 하나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겠구나’, 또 하나는 ‘국산 컴퓨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구나’. 그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보통신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임을 확신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다들 로켓트 만들어 달나라 가자는 사람 취급했지요. 정부와 재벌을 상대로 10년을 설득했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제가 직접 만드는 수밖에요. 1980년 청계천에서 자본금 1,000만 원 가지고 삼보컴퓨터를 시작했습니다.” 최초의 국산 컴퓨터 개발, 정부기관의 행정전산망 통일, 초고속 인터넷 보급…. 뛰어난 통찰력과 결단력으로 그 모든 일을 해온 그가 2005년 삼보컴퓨터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인성교육 전도사로 변신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정보산업 발전에 평생을 바쳐온 그는 “컴퓨터 만드는 일보다 인성교육 사업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IT 산업보다 더 중요한 인성교육 이용태 박사가 1996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박약회는, 초대 회장인 포항공대 김호길 총장과 지인들이 도산서원 내 박약제(搏約劑:학문은 넓히고 예술은 줄이다)에 모여 퇴계 이황 선생에 관한 스터디모임을 가진 것이 시작이었다. 모임의 횟수가 거듭되면서 회원이 늘어났고, 이용태 박사가 회장이 되었을 때는 회원 수가 3,000명에 이르렀다. 그는 박약회 회장으로서 오늘날의 선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에 관해 고심했다. “과거와 미래 중에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문집을 간행하고 서원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과거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미래는 후진을 바르게 인도하는 것이죠. 저는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05년 삼보컴퓨터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손자 손녀들을 모아놓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 것이 인성교육 사업의 첫 걸음이었다. 아이들에게서 긍정적인 변화를 본 그는 ‘인성교육을 국민운동 차원으로 벌이자’, ‘나부터 인성교육의 전도사가 되자’라고 결심했다. 먼저 박약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법을 강의했고 22개 박약회 지회에서 젊은 어머니들에게 전도했다. 이것이 인성교육 사업의 1단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산 동래교육청으로부터 인성교육을 특별사업으로 실시할 계획이니 강연을 해달라는 전갈이 왔다. 2007년 그는 여러 차례 부산을 방문해 동래교육청의 공무원, 초등·중학교 교장,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그리고 2008년 동래교육청에서 본격적으로 인성교육을 시작하면서 각 가정으로 인성교육에 관한 안내문을 보냈고 900여 가정이 신청했다. 이로써 인성교육 사업 역시 2단계로 접어들었다. 한 달에 한 시간, 교훈 하나 이야기 두 개 그가 말하는 인성교육법은 쉽다. ‘한 달에 한 시간, 교훈 하나 이야기 두 개’면 충분하다. “인성교육을 신청한 가정에 한 달에 한 번 교훈 하나와 교훈에 맞는 이야기 두 개를 보냅니다. 그걸 가족들이 다 함께 읽은 다음에 토의합니다. 정말 쉽죠?” 이토록 간단한 인성교육의 실천사례는 실로 놀랍다. 동래교육청과 박약회가 펴낸 《감화이야기를 통한 가정 인성교육 실천사례》를 읽어보면, 새옹지마에 관한 교육 후 실패를 두려워하던 아이가 실수를 하고도 자신감을 잃지 않아 기쁘다는 어머니, 양보와 배려에 관한 교육 후 싸움이 잦던 연년생 형제의 사이가 좋아져 뿌듯하다는 어머니 등 감동적인 실천사례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아이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변화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인성교육의 날을 정하고 가족이 둘러앉아 토의의 시간을 가지면서 평소에도 가족 사이에 대화가 늘었다. 부모가 솔선수범하여 그달의 교훈을 실천하다 보니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는 감화사례도 있다. 이용태 박사는 이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는 데 ‘한 달에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한 달에 한 시간, 일 년이면 열두 개의 교훈을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덕목은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열 가지면 충분하죠. 3년이면 열 가지 이야기를 서너 번쯤 되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요.” 왜 인성이 중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건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취업할 때에는 일류대 나온 게 중요할지 몰라도 입사 후엔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가, 열의와 의지가 강한가, 일을 하는 데 있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가, 하는 것이 판단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우수한 사원은 인성으로 판가름 나는 셈이다. 사회활동만이 아니다.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느냐 못하느냐도 결국 가족 구성원의 인성 문제다. “부부 사이에 불만이 있다면 상대가 라틴어 문법을 몰라서도 아니고 칸트의 철학을 몰라서도 아닐 겁니다. 남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아서, 함부로 말해서, 이기적인 태도를 취해서 불만인 거예요. 그게 바로 인성 아닌가요?” 인성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전후 우리는 잿더미 속에서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범죄률과 자살률이 날로 높아가는 현재, 우리가 정말 예전보다 행복한지 자문해 볼 일이다. 이용태 박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GDP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모두가 반듯한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예전에 저는 우리가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선진국을 숨 헐떡이며 쫓아갈 게 아니라 그들 앞으로 껑충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컴퓨터였고요. 지금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에 있어 세계 1등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앞서 가기 위해서 그보다 더 우선해야 할 것이 교육이에요. 그래서 인성교육 사업이 제게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그는 교육의 목적이 일류대에 진학하는 것이 되어버린 세태가 안타깝다. 크게는 사회에 유용한 인간을 기르고 작게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을 만드는 게 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불어 사는 법과 스스로를 경영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서양학문엔 없지만 예부터 우리 교육이 중시해 왔던 게 바로 그것이다. 다행히 5년간의 인성교육 사업이 호응을 받고 있어 그는 요즘 너무 기쁘다. “아침부터 밤까지 만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반듯하고 착하면 그보다 더 좋은 세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글_ 하재경 소설가
  • 지리산문학상에 정호승 시인

    정호승 시인이 지리산문학상 제4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 ‘물의 신발’ 등 5편이다. 유안진 시인 등 심사위원단은 “정 시인의 시편은 근자에 들어 삶과 죽음, 바보와 성자,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 의식의 심화와 확장을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상금 500만원. 시상식은 오는 29~30일 경남 함양 상림공원에서 열리는 지리산문학제 기간에 열린다. 한편 함께 발표된 제4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작으로는 이은희 시인의 ‘달의 아이’ 등 5편이 선정됐다. 상금 200만원. 수상작은 계간 ‘시작’ 가을호에 발표된다.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고대 브리튼,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고대 브리튼,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브리튼섬과 아일랜드섬을 통튼 영국제도(諸嶋)의 선사시대를 탐구한 책이 나왔다.  ’고대 브리튼,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일조각 펴냄)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구석기부터 철기시대까지 기후가 바뀌는 과정에서 영국제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상상해 보고, 그 모습들을 삽화로 보여준다.  브리튼섬에는 수도 런던이 중심인 잉글랜드와 웨일스,스코틀랜드가 있다. 건너편 아일랜드섬에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가 있다.  브리튼의 대부분은 두 차례나 빙산과 얼음 조각으로 뒤덮였고 바다 수면이 바뀌었으며, 강바닥이 낮아지고 물길조차 바뀌었다. 이 책은 바뀌는 풍경과 환경속에서도 당시 사람의 흔적을 추적해 증명하고 있다.브리튼 사람들이 숲에서 사냥하고 들에서 농사짓고 로마 병사의 침략을 받게 되는 인류역사의 장면이 삽화와 함께 다양하게 펼쳐진다. 또 사냥꾼·농사꾼·광부·대장장이 등 다양한 직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부싯돌·주먹도끼·맷돌·구리 도끼·질그릇·청동검·나무베틀·철망치 등 각종 도구와 무기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시대 흐름에 맞춰 보여준다.  영국의 고고학자 에드워드 파이도크와 헨리 호지스가 자료를 찾은 뒤 글을 썼고 , ‘The Making of Man’으로 카네기상을 받은 마조리 메이틀랜드 하워드가 선사시대의 남자와 여자, 아이의 일상을 선과 점으로 재현했다.이 책에서는 윌트셔, 데번셔, 글로스터셔, 콘월, 켄트 등 브리튼 서부와 남부에 살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전북대 ‘인문한국 쌀·삶·문명연구원’의 노용필 교수가 옮겼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잭슨자녀 대부 마크 레스터 “패리스는 내 친딸”

    마이클 잭슨의 오랜 친구이자 그의 세 자녀의 대부이기도 한 마크 레스터(51)가 자신이 잭슨의 딸 패리스(11)의 생부라고 주장했다. 레스터는 8일(현지시간) 뉴스오브더월드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마이클이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정자를 줬고 패리스가 내 딸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내가 패리스의 생부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친자감정을 받을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잭슨은 1996년 그에게 아버지가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털어놨다. 하지만 잭슨이 본인의 정자로 임신이 불가능해지자 레스터에게 정자 기증을 요청했다는 것. 레스터는 “그가 정자를 요청했을 때 나는 좋다고 했다.”면서 “정자는 그에게 주는 선물이었고 대가를 받지는 않았으며 내게는 영광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레스터는 런던 할리가의 한 클리닉을 통해 정자를 줬으며 잭슨은 8개월 뒤 간호사 데비 로우와 결혼 소식을 발표했다. 레스터는 “나는 패리스와 분명히 긴밀한 유대감을 느끼고 있고 패리스가 내 일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패리스를 비롯해 프린스 마이클(12), 블랭킷(7) 등 잭슨의 세 자녀가 자신의 친자인지 여부를 떠나 이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서 “그들의 삶에서 내가 제외되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퇴근하라고 컴퓨터 끄는 사장님 北 “김정운 지략으로 클린턴 방북” 먹는 조루 치료제 프릴리지 약효는 탈모 예방하려면 머리 감은뒤 수건 두드려 말려 천년요새서 환경운동 보루로 인천 계양산
  • [기고] 유아부터 대학생까지 인성교육이 먼저/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기고] 유아부터 대학생까지 인성교육이 먼저/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여름방학이 한창이다. 유치원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모습은 어디에 있건 활기차고 아름답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저출산 시대에 꽃보다 더 귀하고 어여쁜 우리 아이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복잡한 전철에서 신발을 신은 채 의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아이. 엄숙한 결혼식이나 모임에서 뛰어다니고, 큰소리로 떠드는 아이.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그저 귀엽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부모들. 이런 아이들이 커서 대학생이 되고, 사회의 일원이 된다.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자세로, 다른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는 말과 행동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거리낌 없는 언행을 ‘자유’라는 용어로 포장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요즘 대학가에선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는 탁월한 전공능력이나 화려한 경력보다는 공동체 속의 한 개인으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스스로 삶의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 학교 생활은 물론이고 취업현장이나 사회 각 분야에서도 인정받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더라는 경험에 기인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인간적 소양을 가르치기 위해 보통 네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첫째, 캠페인성 인성교육으로, 다양한 색채의 포스터나 배너를 붙이고 이달의 실천 목표를 정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방법이다. 이는 인성교육의 내용을 지속적으로 주지시키면 학생들이 올바른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둘째, 칭찬과 보상의 방법이다. 이는 올바른 행동 자체보다는 보상이나 상찬이 우선시돼 상 받는 것 자체가 행동의 초점이 될 우려가 있다. 셋째, 정의내리기와 연습하기로, 가치의 덕목을 외우고 이 목록에 대해 각각 정의를 내리게 하는 방법이다. 즉, 학생들에게 “정직하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지요?”라고 물으면 그저 단순히 그 내용을 암기한 후 답을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넷째, 강요된 형식적 방법으로 특별한 규칙을 엄격히, 그리고 일제히 수행하게 하는 방식이다. 즉, 좌측통행을 해야 한다거나, 어른이 방에 들어오면 일어선다거나 하는 등 질서와 존중을 부과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네 가지 방법은 당장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는 있으나, 지속적으로 내재적 변화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인성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그들이 일상에서 본 것, 말한 것, 개인적으로 행하고 경험한 것 등에 대해 솔직하고 사려 깊은 토의와 반성을 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것이 부모나 교사, 이웃 등 신뢰할 만한 어른에 의해 지속적으로 행해질 때 아이들은 사회적·윤리적 공동 문제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고, 이에 대해 분명하고 강한 태도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고 배려·봉사하는 경험을 실천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진정으로 우리 자녀들을 사랑한다면, 우리가 행복하려면 지금 눈 앞에 있는 내 아이, 남의 아이 모두에게 관심을 가지자. 내 자녀를 대하듯이 진심으로 그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살피며 위험과 도전, 자율과 한계를 설정해 서로가 서로에게 즐겁게 관여하고 의미를 교환하는 공동의 교육문화를 만들어 가자. 언제부터인가 새치기 없이 줄을 잘 서는 대한민국 국민이 됐듯이 나부터 마음먹고 시작하면 공공장소에서 우리는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황정숙 청강문화산업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 매년 유아 970만명이 죽어가는데…

    매년 유아 970만명이 죽어가는데…

    출근길에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할까. ‘옷이 젖으면 어쩌지? 지각을 하게 되면 뭐라고 하지?’ 이런 걱정을 할 겨를이 없다. 구할 방법을 생각하고 뛰어들어야 한다.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비하면 이런 것들은 대수롭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빈곤층을 돕는 건 인간의 의무 호주 출신의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는 “이렇게 사소한 희생으로 살릴 수 있는 아이가 죽어가는 일은 세계 곳곳에서 매일 2만 7000번, 한해에 1000만번 가까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세계 인구의 5분의1이 하루 생활비 1.2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에 빠져 있으며, 해마다 5세 이하 유아 970만명이 죽어간다. 그는 이들을 돕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당연한 의무이며, 부유한 사람들이 포기하고 희생하는 약간의 사치로 가난한 사람들은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작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산책자 펴냄)에서 그 방법으로 ‘기부’에 집중하며, 실제로 우리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얼마를 기부를 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저자는 책에서 수많은 연구와 통계 자료, 기부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전달하고 자연스럽게 기부를 유도한다. 그리고 우리가 “기부를 하라.”는 말을 들을 때나 남을 도우려고 할 때 갖게 되는 의구심에 대해서도 간파한 듯, 꽤 설득력있게 설명을 덧댄다. 이를 테면 “남을 돕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비난할 수 있나.”, “내가 번 돈으로 차를 사고 집을 산들 누가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남에게 해를 끼치며 돈을 모은 게 아닌데 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하지.” 등의 의문이다. ●강요보다 타인 경험 등으로 설득 이에 대해 싱어는 물론 사람은 자기가 번 돈을 마음대로 쓸 권리가 있지만, 그런 권리를 갖는다고 해서 그것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치를 할 권리가 있더라도 당연히 사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당연히 해야 할 윤리적 행동을 외면한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다. 부를 추구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중소기업에 돌아갈 이익을 빼앗을 가능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빈민국의 자원을 헐값에 쓰고, 온실가스를 뿜어내며 후진국 환경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도 힘든데 어찌 남을 돕지?”나 “내가 낸 돈이 누구에게 갈지 어찌 알고?” 등의 질문도 할 것이다. 싱어는 명쾌하게 말한다. “우리는 수백년 전 프랑스 왕보다 잘 살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의 증조할아버지보다도 훨씬 잘 산다.” ‘기브웰(Give Well)’ 같은 자선단체 평가기관이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안심하고 기부 활동도 할 수 있다. ●기부는 소득의 5%부터 이제 문제는 ‘그렇다면 어떻게?’이다. 싱어의 방법은 ‘소득의 5% 기부’이다. 이는 연간 소득 10만~14만 8000달러인 사람들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행복감을 느끼는 적정선이다. 연소득이 이를 넘어서면 기부액을 조금씩 더 늘려나가도 생활하는 데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절대 빈곤을 줄이자는 것이지 독자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하지 않는 지불을 하고 있음을 일깨우며 스스로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도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 우리 모두가 더 많은 소득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고 싶다.” 저자의 말 그대로 무한한 죄책감을 심으며 기부를 강요하지 않고 마음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는 점이 책의 미덕이다.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연극무대 서니 상상력이 절로”

    “연극무대 서니 상상력이 절로”

    아이가 공부를 포기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지긋지긋했다. 8살 초등학생 시절부터 학원으로 내몰렸다. 아침 일찍 학교 가서 저녁 늦게야 집에 들어오는 생활. 답답했다. 9년 정도 했으면 이제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부 말고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16살 하나(사진 가운데·서울 계성여고 2학년)는 슬그머니 공부에서 손을 뗐다. 엄마는 울었다. 화내고 야단쳤다. 그러나 자식에게 이길 부모는 없다. “네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때 다시 공부하라.”고 했다. 하나는 그때부터 어느 대학에 갈지가 아니라 내 꿈이 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연극반에 들어갔다. 중학생 시절 장기자랑 시간에 뮤지컬 공연을 했던 기억이 나서다. 마침 지난해 계성여고 연극반은 서울문화재단과 시교육청이 진행하는 ‘청소년 비전 Arts-TREE’사업 대상학교로 선정됐다. 기회였다. 이 사업에는 연극인 조재현 등 예술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아이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놀이하고 어울리며 경험을 전수받는다. 사업의 특색은 모든 과정을 아이들 힘으로만 진행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저 지켜보다 필요할 때 조언할 뿐이었다. 전담 교사는 끊임없이 “네 느낌대로 하라.”를 주문했다. 대본부터 아이들이 만들었다. 각자 돌아가며 단어 하나씩을 던졌다. 이후 상상력을 발휘해 단어를 문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문장들은 하나씩 이야기가 되어 갔다. 이 과정에만 한달 이상이 걸렸다. 하나는 “이러면서 싸우기도 하고 맘대로 안 돼 울기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상상력의 힘은 컸다. 각자의 생각들은 충돌하고 조합돼 ‘나의 가장 빛나던 날’이라는 연극을 만들어 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이 사업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문화재단은 오는 10일 남산 예술센터 개관 첫 작품으로 이 연극을 올리기로 했다. 아이들은 지금도 작품을 계속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연습 때마다 또 다른 상상력이 발휘된다. 연극반 박동준 전담교사는 “공부에는 조금 소홀할지 몰라도 결국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 이런 과정들이다.”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6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오후 11시30분) 충북 제천의 한 영구 임대 주택에 어린 딸 수미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아빠 이경엽씨. 아내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가 돌도 되기 전 집을 나갔다. 거친 세상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쉰넷의 가난한 아빠와 다섯 살 철부지 딸. 딸아이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데 경엽씨는 점점 자신이 없다. ●30분 다큐(KBS2 오후 8시30분) 한반도의 세기를 넘어선 이상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남남북녀(南男北女)일 것이다. 이는 남쪽의 남성과 북쪽의 여성이 더 잘 생겼다는 말로 해석된다. 탈북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며, 자연스레 남남북녀 커플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의 머릿속 저 깊은 곳에 새겨진 남남북녀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 본다. ●사주후愛(MBC 오후 6시50분) 남편이 사라졌다! 매일 눈을 뜨자마자 말도 없이 집을 나가는 남편의 기괴한 일상.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내. 남편에 대한 분노로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는데…. 아내에 대한 애정을 보이지 않는 남편과 남편에 대한 미움만 말하는 아내. 멀어진 두 사람을 위한 전문가의 맞춤 솔루션이 시작된다. ●두 아내(SBS 오후 7시15분) 지숙의 친구 영선을 통해 모든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철수는 연락도 없이 사라진다. 영희와 지숙은 사라져 버린 철수 때문에 불안해한다. 한편 철수의 가족들은 소리를 철수의 아이로 속이기 위해 지숙이 유전자 검사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철수는 영희를 찾아 정말 우리가 이혼했냐고 묻는다. ●얼쑤! 한국어쇼(EBS 오전 6시) 남편만 믿고 찾은 한국. 낯선 환경에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달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가족들의 배려와 사랑으로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베트남 출신 짱씨. 딸에게는 자랑스러운 엄마가, 남편에게는 사랑스런 아내가, 시어머니에게는 멋진 며느리가 되고 싶다는 욕심쟁이 짱씨의 신나는 한국 생활이 펼쳐진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5분) 파리 중심에 있는 문화와 젊은이의 거리로 유명한 레알 지구. 이곳에서 경쾌한 사물놀이가 펼쳐지자 시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집중된다. 이번 공연은 김덕수 단장이 이끄는 한울림 연희단이 선보이는데 정해진 무대가 아닌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직접 찾아가 한국의 소리를 접하도록 한 것이다.
  • ‘결못남’ 지진희, 싱글 대신 결혼약속 해피엔딩

    ‘결못남’ 지진희, 싱글 대신 결혼약속 해피엔딩

    재희(지진희 분)가 혼자 즐기는 완벽한 삶보다 문정(엄정화 분)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선택했다.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 마지막회는 재희와 문정이 일주일간의 동거를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찾으며 둘에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담았다. 문정과 함께하면서 문정을 위해서는 자신의 것을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재희는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설계하고 문정에게 청혼했다. 이에 문정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해 둘의 사랑이 이뤄지는 듯 했지만 끝내 두 사람은 아이 문제에서 가치관의 차이를 확인하고 각자의 길로 돌아서게 됐다. 하지만 다시 혼자의 삶으로 돌아간 재희는 우연히 “재희씨 외로움 제가 훔쳐가요. 앞으로 외로울 일 없겠죠?”라고 쓴 문정의 쪽지를 발견하고 문정에게 달려갔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혼자였기에 혼자만의 완벽한 삶을 추구했던 재희가 문정을 만난 뒤 함께하는 행복을 깨닫게 된 것. 문정을 찾아간 재희는 가슴이 아프다며 꼭 치료해주길 원한다는 진심어린 말을 전하고 이에 문정이 다시 그의 손을 잡아주며 둘은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마지막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이렇게 인간적인 드라마 좀 많았으면 한다.”, “화난다. 재밌는데 왜 이리 빨리 끝납니까?”, “더 이상 ‘결못남’을 볼 수 없다니 너무 아쉽고 기분이 이상하다.” 등의 글을 남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결못남’은 지진희 엄정화의 맛깔스런 연기와 정돈된 극의 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아왔지만 끝내 한자릿수 시청률을 넘어서지 못하고 막을 내려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사진제공 = KBS 2TV 화면캡처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공주형 미술세계] 렌즈 속 환상의 세계로

    [공주형 미술세계] 렌즈 속 환상의 세계로

    ‘소원을 말해 봐.’ 램프의 요정 지니를 자청한 여성 아이돌 그룹이 노래한다. 정말 말만 하면 하나에서 아홉으로 수도 늘고 외모도 한참 진화한 아름다운 요정들이 소원을 이뤄 줄까. 살짝 흔들려 보지만 아무래도 미심쩍다. 요술 램프의 존재도, 소원 성취의 여부도. 모두 다 나와 같은 것은 아니다. 카메라를 요술 램프 삼고 스스로 램프의 요정이 되어 소원풀이에 나선 열 두 명의 작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 두산갤러리에서 8월 20일까지 열리는 ‘현대미술로서의 사진전(The Photograph as Contemporary Art)’이다. 무어라고 주문을 외운 것일까. ‘차렷, 열중 쉬어, 앞으로 나란히!’를 반복하며 열을 맞춰 붙박이가 되어 있는 세상이 한꺼번에 휘청거린다. 하얀 눈이 덮인 나뭇가지에 매달린 것은 눈꽃이 아니다. 고운 빛깔의 나비들이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취사선택된 빌딩, 도로, 자동차, 사람들이 모여 나만의 이상향으로 완성된다. 정적이 감도는 도서관 안에서는 레고놀이가 한창이다. 신문을 읽고 잠을 자도록 연출된 인물들을 블록 조각처럼 이리저리 배치하는, 중심에 밀려 항상 구석에서 쓸쓸하던 귀퉁이와 모서리가 당당한 오늘의 주인공이다. 폐허의 창 너머로 또 다른 폐허가 아닌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다. 불가능은 없다. 모든 것은 생각대로 행해진다. 나의 소원뿐 아니라 우리의 그것까지도 고려하고 배려하는 카메라의 요정들이다. 바둑이와 함께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했던 철수군과 영희양이 수상하다. 밝고 반듯한 어린이의 모습은 간 곳 없다. 머무는 곳도 대낮의 대로변이 아니라 으슥한 방 안이다. 오근석의 ‘교과서’는 학창 시절 교과서가 건너 뛰었던 내용들이 핵심이다. 수업을 마친 우리는 더 이상 욕망을 감추고 제도에 순응하는 소원을 갖지 않아도 된다.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여자 아이다. 핑크 색 옷을 입은 아이는 핑크색 학용품으로 공부를 하고, 핑크색 리듬에 맞추어 발레를 하고, 핑크색 침대에서 잠이 든다. 핑크 나라를 소원하는 것은 아이들일까, 사회일까. 윤정미의 ‘핑크 프로젝트’는 이것이 궁금하다. 내일의 스타를 소원하는 오늘의 무명 배우이다. 오늘만은 대사도 몇 마디 없이 사라지는 조연이 아니라 빛나는 주연이다. 비록 그들 삶의 터전을 무대 삼았지만 말이다. 황준현의 ‘꿈꾸는 사람들’은 이렇게 소원을 푼다. 적극적인 디지털 시대 열 두 요정들은 말한다. 소원을 정하는 것도 이루는 것도 각자의 몫일 뿐이라고. 어디 요술 램프가 없는지 두리번거리고, 내 곳간 채울 소원만 가득했던 나는 뜨끔해지고 만다. 오늘은 로또 판매대를 기웃거리는 대신 셀카를 찍어 보련다.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서. 찰칵 찰칵, 얍! . (02) 708-5050 미술평론가
  • [책꽂이]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전혜성 지음, 중앙북스 펴냄)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차관보급에 나란히 임명된 고경주·홍주 형제를 비롯해 두 딸과 네 아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낸 전혜성 동암문화연구소 이사장이 풀어놓는 자녀교육. ‘사람 구실’ 제대로 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부모가 먼저 바로서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1996년 출간본을 개정·보완했다. 1만 5000원. ●톨레랑스가 필요한 기독교(이우근 지음, 포이에마 펴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낸 이우근 변호사가 한국 교회의 병폐와 기독교인들의 비뚤어진 신앙을 꼬집는다. 법조인이자 개신교 장로로서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하며 ‘톨레랑스(관용)’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만 3000원. ●전쟁하는 세상(앤서니 파그덴 지음, 추미란 옮김, 살림 펴냄) 지속된 동서양 문명의 격돌과 뿌리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동양은 주로 중동권으로,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의 정복전쟁으로 시작해 2500년 간 이어진 다양한 전쟁을 그리며 세계화한 세상에서도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3만원. ●탐욕의 자본주의(김용관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주식거래소가 생긴 1609년부터 400년 간 이어진 자본주의의 역사를 풀었다. 자본주의 사상가들뿐 아니라 근대인들의 다양한 일화로 자본주의로 변해온 역사의 풍경을 훑어본다. 1만 2000원. ●풀어서 본 반민특위 재판기록(정운현 편역, 선인 펴냄) 1949년 1~8월 반민족행위자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남긴 성과와 영욕을 모았다. 당시 친일행적으로 조사받은 인원은 668명이었으나, 증거를 없애기 위한 그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기록이 남은 것은 64명뿐이다. 그나마도 손으로 휘갈겨쓴 한문이 대부분이라 일반의 접근이 쉽지 않다. 정운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 전 사무처장은 10년 동안 이 기록들을 쉽게 풀어냈다. 전 4권. 8만원. ●여학생이라면 꼭 배워야 할 힐러리 파워(데니스 에이브럼스 지음, 정경옥 옮김, 명진출판 펴냄) 세계 여학생들이 역할모델로 삼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인생 전략.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삶을 살피며 어떤 점을 배워야 할지 전한다. 이화여대, 도쿄대를 연설 전문도 실려있다. 1만 3000원.
  • 영화를 그늘 삼아 서울 바캉스 어때?

    영화를 그늘 삼아 서울 바캉스 어때?

    도심의 여름은 어딜 가나 열대야다. 단, 이곳만 빼고! 바로 시원한 공기가 발길을 잡아끄는 영화관 안이다. 8월 서울 곳곳에서 열리는 영화축제는 더위도 식히고 귀한 작품도 관람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다. ●충무로에 영화축제 넘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3회째를 맞은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CHIFFS)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새달 24일부터 9월1일까지 9일 동안 향연을 벌인다. 선보이는 작품은 전세계 40개국 214편. 고전영화가 60~70%를 차지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고전영화는 30%로 줄어든 대신 최신작과 화제작들이 큰 비중으로 보강됐다. 이들은 서울 중구 충무로 일대 영화관 8곳과 야외 상영관 4곳에서 상영된다.  영화제는 고전, 경쟁, 파노라마, 포럼 등 4개의 메인 섹션과 특별 섹션 등으로 구성된다. 고전 섹션에서는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씨네 클래식에서 쟝 들라누와 감독의 ‘전원 교향곡’,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알파빌’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배우 신성일 회고전, 한국고전 도시액션 영화 회고전, 메릴린 먼로 회고전이 마련된다.  파노라마 섹션의 ‘올댓시네마’는 한국에 소개된 적이 없지만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작품들을 모았다.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의 ‘인 더 일렉트릭 미스트’,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대서사극 ‘씨 월’ 등이 목록에 올랐다. 2009년 해외 영화제 수상작을 모은 ‘씨네 도테르’에서는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카탈린 바가’ 등이 상영된다. ‘씨네 아시아 액션’ 코너에는 엽위신 감독의 본격적인 액션영화 연출작인 ‘살파랑’ 등이 준비됐다.  ‘충무로 오퍼스’라는 이름의 경쟁 섹션도 마련된다. 신인감독들을 대상으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자배우상, 여자배우상, 그리고 관객이 뽑은 액션영화상을 선정한다. 올해는 ‘첨밀밀’의 시나리오 작가 아이비 호의 감독 데뷔작 ‘친밀’ 등이 후보작에 올랐다. 포럼 섹션은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영화들을 모은 ‘씨네 포럼’, 체코영화들을 선보이는 ‘체코 섹션’, 남미 영화 특별전인 ‘비바 라틴 씨네마’로 꾸려진다. 이 밖에도 특별 섹션에서는 다큐멘터리, 대학생 단편 등을 만날 수 있으며, 기획행사에서는 디지털 3D 입체영화를 다루는 기술포럼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맛볼 수 있다.  개막작은 나탈리 포트먼의 감독 데뷔작이자 이와이 슌지 등이 참여하고 올랜도 블룸, 샤이어 라보프 등이 출연한 옴니버스 영화 ‘뉴욕, 아이 러브 유’다. 폐막작은 하반기 최신 한국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chiffs.kr)를 참고하면 된다. ●고전영화·디지털영화 향연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개최하는 ‘2009 시네바캉스 서울’은 고전영화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될 것 같다. 새달 4일부터 30일까지 서울낙원동 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전후 미국 장르영화의 개척자 돈 시겔의 영화 10편을 추린 ‘B급 장르영화의 거장: 돈 시겔 특별전’, 삶에 대한 고통과 회환을 재치있게 그려내는 그루지야 출신 노장 감독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특별전’이 마련된다. 또 ‘쉘부르의 우산’으로 친숙한 자크 드미의 뮤지컬 영화 4편(‘음악과 영화’ 섹션), 톨스토이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문학과 영화: 톨스토이와 영화’ 섹션)를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똥파리’ 양익준 감독의 단편·장편 영화를 상영하고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작가를 만나다’를 비롯해 ‘영화사 강좌’, ‘서울아트시네마 일본영화 걸작 정기 무료상영회’, 청소년을 위한 ‘영화관 속 작은 학교’ 등도 챙겨볼 만 하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 참조.  국내 대표적인 디지털 영화의 축제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 2009’도 세 번째로 찾아온다. 새달 19일부터 25일까지 CGV압구정에서 열리는 것. 17개국에서 출품된 92편의 영화들은 모두 작품의 70% 이상이 디지털 촬영으로 이뤄진 작품들로 디지털 영화의 현재를 바로미터처럼 알려준다.  올해는 한국단편경쟁 부문이 신설됐다. 후보에 오른 15편의 영화들 가운데 가장 높은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에 옐로카멜레온상(상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장편경쟁 부문에는 국적이 아시아인 감독들의 영화 등 15편이 초대됐으며, 국내에서도 홍기선의 ‘이태원 살인사건’, 정재훈의 ‘호수길’이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된다. 개막작은 중국 로우 예 감독의 ‘스프링 피버’로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작품이다. 폐막작은 장편경쟁 부문의 레드카멜레온상 수상작이 상영된다.  이 밖에도 지난 10년간 주목할 만한 작품을 모은 ‘00/09:21세기 한국디지털영화전’, 아시아 및 한국 디지털영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두 차례의 ‘신디 토크’, 오프닝 콘서트와 함께 심야상영을 즐기는 ‘신디 올나잇’ 등도 마련된다. 상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cindi.or.kr) 참조.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핍박과 순응… 화폭 속 이주 한인들의 삶

    핍박과 순응… 화폭 속 이주 한인들의 삶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 한인 이주)’. 한민족은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일본으로, 만주로, 연해주로 떠나갔다. 1945년 8월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광복을 맞이하자 그들은 앞다투어 귀국했다. 그러나 일부는 그 땅에 남아서 삶을 이어나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행복했을까? 고향을 어떻게 그리워했을까? 그들의 2~3세대들은 한국을 조국으로 받아들일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9월27일까지 전시하는 ‘아리랑 꽃씨: 아시아 이주작가전’은 1948년 정부 수립 이전까지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현재의 독립국가연합(CIS) 등으로 이주했던 1세대와 후손들의 작품을 통해 이같은 질문에 답을 주고 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방한한 재일교포 2세 노흥석 작가는 “일본과 카자흐스탄, 연해주에서 사는 동포들의 작품을 전시하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다른 지역, 다른 국가에 살아도 우리는 모두 한 뿌리다.”라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카스티브주립미술관의 엘리자베타 김 큐레이터도 “3년 전에 기획한 전시가 이번에 열매를 맺게 됐다.”며 기뻐했다. 전시는 일본, 중국, CIS 등의 국가별로 나누고 있다. 우선 일본정부의 재일 교포 1세대에 대한 차별 문제로 고통받았던 작가들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재일교포 3세 작가 김영숙(35)의 작품 ‘쌀(rice)’은 차별과 차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품으로 95%의 일본쌀에 나머지 5%는 아시아 각국의 쌀을 섞어서 쌀 무더기를 만들어 내놓았다. 각국의 쌀 품종은 분리돼 있을 때는 서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섞어 놓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전시를 위해 방한한 김 작가는 “일본사회에서 차별이 사라진 것 같지만, 차별을 주제로 만든 작품들을 미국에서 전시했을 때 ‘그게 어때서’라는 반응이 나와서 당황했다.”면서 “사실 차이와 차별이라는 것도 민족과 인종이 완전히 섞여 있는 사회에서는 별일이 아닐 수도 있기에 새로운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루마리 휴지에 북한과 남한의 여권 표지를 번갈아가며 스탬프로 찍은 재일교포 3세 작가 김애순(33)의 작품 역시 조국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교포사회의 분열이나 압력이 사실은 종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계급의식을 담아 리얼리즘 작업을 했던 조양규(1928~?) 같은 작가도 이번에 한국에 소개됐다.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비판해 일본으로 밀항한 지식인 조씨는 그러나 일본사회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1960년 결국 북송선을 탔다. 추측하건대 북한에서도 그는 적응하지 못했을 것 같다. 21세기 현대미술이라고 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그의 ‘창고’ 시리즈는 자본이 축적되는 창고 앞에서 빈 손인 노동자의 모습을 담아 인간소외를 웅변한다. 재중교포 작가들의 작품은 소수민족으로서 중국에 동화된 조선민족의 특성을 보인다. 개혁·개방 이후 땅과 소(牛)를 나눠준 것에 기뻐하는 농민의 모습을 담아 1984년 전국미술전람회 우수상을 받은 임천(1936~2008)의 ‘소방울’ 같은 그림은 이른바 사회주의식 리얼리즘이다. 개혁·개방으로 혼란한 중국인들의 정체성도 박광섭(39)의 작품에서 나타난다. 분홍색 물방울 속에 갇힌 채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질식할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은 사회주의식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사회에서 옳고 그름을 파악할 수 없는,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보여준다. CIS 국가의 작가들은 1세대를 제외하고 더 이상 한민족적인 정체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신의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린 세르게이 박(1922~2000)의 작품은 유채지만 물감의 번짐들이 마치 수묵화 같은 느낌이 살아 있다. 노동하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김현룡(1908~1993)의 작품 ‘들에서의 콘서트’, ‘일과 후’에서는 소련의 사회주의 이념을 보여준다. 2세대인 세르게이 김(57)의 작품 ‘선조’ ‘짓눌린’ 등에서는 상당한 미학적 성취를 만나볼 수 있다. 관람료 3000원. (02)2188-600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2030] 재즈로 몸매관리 초식男… 추리닝이 편한 건어물女

    [2030] 재즈로 몸매관리 초식男… 추리닝이 편한 건어물女

    요즘 초식남과 건어물녀가 뜨고 있다. 초식남은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혼자 있는 걸 즐기면서 연애와 결혼을 멀리하는 남성을 일컫는 말이다. 건어물녀는 직장에서는 능력있는 알파걸로 인정받지만 집에만 오면 무릎 나온 체육복을 입고 결혼에 대한 생각은 건어물처럼 말라버린 여성을 뜻한다. 당당한 초식남과 건어물녀로 살아가는 2030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원강사 김모(31)씨는 초식남이라는 개념이 생소하지 않다. 나이 차이가 4~8살 나는 누나 3명 밑에서 막내아들로 자란 김씨는 어릴 때부터 ‘사내 자식이 계집애같이 군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중학교에서는 동성애자라는 놀림을 받고 심하게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군 입대 전에는 성 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김씨도 자신의 여성적인 성향을 인정한다. 그는 고양이 캐릭터 ‘키티’를 좋아한다. 사무용품, 담요, 토스터 등 키티 상품을 수집하는 게 취미다. 재즈댄스로 몸매를 가꾼다. 7년째 같은 학원을 다니는데 10여명의 같은 반 학생 중에서 남자는 김씨뿐이다. 그는 “유연성을 키우고 균형 잡힌 몸매를 만드는 데 재즈댄스만큼 좋은 게 없어요.”라고 말했다. 조용한 성격 탓에 친구들과 만나 술 마시고 어울리는 것보다는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편을 더 좋아한다. 대학교 2학년 때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연애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소개팅도 해보고 엄마 성화에 못 이겨 선 자리에도 두 번 나가봤는데 연애나 결혼할 필요성을 못 느껴요. 아직은 혼자 있어도 충분히 즐거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4년차 직장인인 이모(29)씨가 요즘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는 ‘결혼 못하는 남자’다. 누군가와 소통하는 데 서툴러 40살이 다 되도록 결혼을 못하는 남자 주인공 조재희(지진희 분)의 생활방식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여자친구와 제 생활을 모두 공유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일이 귀찮아요. 그러다 헤어지면 누군가와 또 다시 시작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느니 저 혼자 취미생활 하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효율적인 것 같아요.”라는 게 이씨의 지론이다. 그래서인지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여자친구를 사귄 적도 없다. 대학 때는 미팅, 소개팅 등으로 서너번 여자친구를 사귀기도 했지만 막상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할 나이가 되자 연애에 흥미를 잃게 됐다. 흔히 말하는 ‘결혼 적령기’가 됐지만 결혼 생각은 아직 없다. 부모님은 슬슬 선 얘기를 꺼내시지만 성격 맞춰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는 평범한 결혼생활은 딱 질색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희생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결혼을 의무처럼 여기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가정을 꾸리면서 사는 게 나름대로 보람은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 가족 구성원 각자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다. 이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정이라고 하면 너무 전형적”이라면서 “남자는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고 여자는 애 낳고 살림하다 보면 자기를 가꾸기 위해 쓸 시간이 하나도 없다. 아이는 아이대로 무서운 입시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며 자신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신 이씨가 몰두하는 취미는 블로그 꾸미기다. 이씨는 주말이면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난다. 200만원이 넘는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 카메라로 찍은 여행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게 삶의 낙이다. 그는 “언젠가는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할 날도 오겠지만 당분간은 저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어요.”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백모(24)씨는 생물학적 성은 남성임에도 학교의 여자 후배들 사이에서 ‘언니’로 통한다. 백씨는 알아주는 수다쟁이다. 여성들과 커피전문점에 앉아 2~3시간 지치지 않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정도다. 유행하는 옷차림, 남성들의 심리, 남성 아이돌 등 여성들이 좋아하는 주제에 능통한 덕분이다. 특히 패션에 관심이 많은 백씨는 여자 후배들이 옷을 사러 갈 때면 함께 가준다. 백화점 쇼핑을 귀찮아하는 여느 남성들과 다르다. 백씨는 여자 후배의 체형 콤플렉스를 커버할 수 있는 옷을 골라 입어보게 한 뒤 냉정한 평가를 해주기 때문에 ‘쇼핑 메이트’로 후배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본인을 가꾸는 데도 인색하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을 때 남성 패션잡지 2권을 정독하며 스타일을 연구한다. 온스타일 등 케이블 TV 패션채널도 눈여겨 본다. 백씨는 이런 소질을 살려 내년 봄 휴학을 하고 인터넷 의류쇼핑몰을 열 계획이다.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은 백씨지만 정작 여자친구를 사귀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일단 사업에 성공해 돈을 많이 번 뒤에 멋진 연애를 하겠다는 게 이씨의 계획이다. 그는 “초식남 열풍을 보면서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흥밋거리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김모(27·여)씨는 금요일이면 언제나 ‘칼퇴근’을 한다. 동료들은 술 한잔 하자며 김씨를 붙잡지만 그는 단호하게 뿌리치고 집에 온다. 김씨가 항상 사들고 들어가는 것은 차가운 캔맥주와 주전부리. 집에 가서 곧바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뒤 침대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김씨가 일주일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또 손꼽아 기다리는 순간이다. 김씨는 “맥주를 마시는 순간 일주일의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에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맥주를 마시며 일주일 동안 못 본 드라마를 챙겨본다. ‘미드(미국 드라마)’와 ‘일드(일본 드라마)’ 마니아인 김씨는 ‘건어물녀’라는 말의 기원이 된 일본 드라마 ‘호타루의 빛’도 이미 보았다. 그때 여자주인공과 자신이 너무 닮아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김씨는 “여배우 아야세 하루카가 저보다 훨씬 예쁘다는 것만 빼고 모든 생활방식이 똑같았어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주말에도 되도록 외출을 안 하는 편이다. 드라마를 보며 집에 있거나 집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정도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거나 소개팅, 미팅을 하지 않은 지 1년이 넘었다. 김씨가 건어물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람 만나는 일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내내 신경을 박박 긁는 상사의 비위를 맞춰주고 ‘뒷담화’에 열중하는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인간관계가 얼마나 사람 진을 빠지게 하는지 깨닫게 되죠. 주말이라도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도저히 회사생활을 견뎌낼 수가 없어요.”라며 김씨는 고개를 저었다. 레스토랑 매니저인 한모(36·여)씨는 최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건어물녀 테스트’를 해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나같이 구질구질한 질문뿐이건만 한씨에게 해당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테스트 결과 한씨는 ‘초 건어물녀’라는 진단이 나왔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한씨는 일할 때 흐트러짐이 없다. 깨끗이 다린 유니폼을 입고 단정한 구두를 신고 머리카락은 흘러내리지 않도록 핀으로 고정시킨다. 한씨는 아침마다 직원들의 용모를 점검하고 서비스 교육을 시킨다. 직원들은 그를 ‘B사감’이라 부르며 깐깐한 상사로 여긴다. 그런 한씨도 집에 들어오면 ‘귀차니스트’가 된다. 화장을 지우지도 않은 채 침대에 몸을 던진다. 하루종일 서 있느라 퉁퉁 부은 다리를 주무르며 케이블 TV에서 틀어주는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 10년 넘게 입어 목 부위가 늘어날 대로 늘어난 대학 동아리 티셔츠와 잠옷바지가 그가 걸치는 옷의 전부다. 배가 고파져 요리를 해 먹으려는 생각에 냉장고 앞에 섰다가도 파랗게 곰팡이가 핀 밑반찬을 보면 식욕이 뚝 떨어진다. 대충 사다 둔 크래커에 잼을 발라 끼니를 때운다. 그마저도 없으면 집앞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 라지 사이즈를 포장해와 맥주 안주로 삼는다. 일주일에 한번 빨래를 하는 한씨는 마른 빨래를 갤 시간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낀다고 했다. ‘빨래 건조대는 옷걸이’라고 여길 정도다. 한씨는 심지어 제모도 하지 않는다. 레스토랑 유니폼 셔츠 소매가 팔꿈치 가까이 내려오고 검은색 긴 바지를 입기 때문에 노출할 일이 없다는 것. 한씨는 “저처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라면 건어물녀의 생활방식에 다들 맞장구를 칠 거예요. 손님들한테 시달리다가 아무도 없는 빈 집에 오면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쉬고만 싶거든요.”라며 동의를 구했다. 은행원 김모(27·여)씨는 지점을 찾는 고객들 사이에서 ‘최고 행원’으로 꼽힌다. 완벽한 외모에 상냥한 태도로 손님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빨아서 다린 유니폼을 입고 환한 미소로 고객을 응대한다. 간혹 바빠 짙은 화장 대신 파우더만 얇게 하고 가는 날에는 차장이 조용히 불러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이니 외모에 좀 더 신경쓰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가끔 머리를 길게 길러 굵은 웨이브 퍼머를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못마땅해할 상관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접는다. 회사에서는 완벽한 김씨지만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 건어물녀로 변신한다. 단정한 머리를 풀어 헤치고 화장을 지운 뒤 두꺼운 안경을 쓴다. 여름이면 김씨는 낡은 민소매 원피스를 입는다. 해진 옷이 감촉이 좋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을 가득 담은 세숫대야에 발을 담그고 미리 준비해둔 최신 영화를 보면 천국이 따로 없다. 그러나 김씨는 간혹 남자친구가 늦은 밤 화상통화를 걸거나 집 앞에 불쑥 찾아오는 날이면 당혹스럽다고 전한다 김민희 오달란 유대근기자 dallan@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중산층 두껍게] “희망을 대출 받았죠”… 수급자 女사장 월500만원 벌다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중산층 두껍게] “희망을 대출 받았죠”… 수급자 女사장 월500만원 벌다

    “여보, 대단해….”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은 그녀의 여린 등을 힘겹게 쓰다듬었다. 지금 아내 차모(44)씨는 매월 500만원가량 소득을 올리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지난해 9월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무보증 소액대출)로 창업자금 2000만원을 지원받은 지 10개월 만이다. 차씨는 현재 간병파견업무, 요양보호사교육 등으로 밤 10시30분까지 근무하지만 희망이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한때 남편과 음식점을 경영하며 아이 셋과 알뜰살뜰 살림을 꾸려오던 차씨는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빚 1억 5000만원에 집 보증금마저 잃었다. 당시 시중은행 어디서도 그녀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고리사채로 버티던 차씨는 끝내 파산을 신청, 신용불량자가 됐고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했다. 15년간 자활센터에서 간병인으로 지내며 월 80만원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차에 남편마저 2007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절망에 빠진 그녀에게 마지막 희망이 된 건 ‘마이크로크레디트’였다. “신용등급조차 없어 돈을 빌릴 수 없는 제겐 유일한 희망이었죠. 앞으로 3~4년만 더 노력하면 기초생활수급자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차씨는 웃었다. ●올해 상반기 1147명 창업 도와 저신용층 서민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가 정부에서 본격 시행한 지 5년째를 맞았다. 당초 신용불량자,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 계층의 대출금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현재 대출상환율은 90% 수준을 보이는 등 비교적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이용한 서민들과 전문가들은 마이크로크레디트가 ‘빈곤층의 탈출구’로서, 노동 의지가 있는 서민이 빈곤의 악순환을 끊고 자활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8월 8000만원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자금을 이용해 창업에 성공한 김용한(39·나눔특송 대표)씨는 “택배사업으로 현재까지 1억 9000만원을 벌었고 올 연말까지 2억 50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한다.”면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고 만족해 했다. 김씨와 공동창업한 4명 가운데 1명은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청산했고, 또 다른 한 명도 내년 3월이면 수급자 신분을 벗을 예정. 김씨는 “열심히만 하면 중산층이 될 수 있다.”고 강한 믿음을 내비쳤다. 김씨처럼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지금까지 이용한 사람은 2600여명 정도. 보건복지가족부의 ‘희망키움뱅크 지원실적’에 따르면 저신용자층의 상환율은 ▲2005년 86.2% ▲2006년 91.8% ▲2007년 97.7%로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 창업자 수도 2005년 47개 자활공동체 189명에서 올 상반기 198개 단체 1147명으로 대폭 늘었다. ●민간단체 공급·사후관리 부족 하지만 전국적 인프라 부족으로 서민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적고 자금 집행 후의 사전·사후관리 소홀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노대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5년 만에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저소득층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다만 운영자가 주로 비영리민간단체로 구성돼 공급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운영경비 등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 기금조성 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이용자들도 자금운영과 교육 등 사전·사후 관리가 미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금융소외자는 전체 금융권 이용자 3500만명의 20% 정도로, 경제력이 낮은 여성·퇴직자·실업자·영세사업자 등 금융위원회 추산 2004년 691만명, 2006년 721만명, 지난해 816만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들이 대부업체에서 빌린 ‘고금리 사채빚’은 지난해 사상 첫 7조원을 넘어섰고 올 5월 자영업자 수는 전년 대비 30만명(4.9%)이나 줄었다. ●정부차원 개인 지원 크게 늘려 정부는 이들이 중산층에서 급격히 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이크로크레디트 제도를 올해부터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부의 ‘희망키움뱅크사업’, 금융위가 지원하는 소액서민금융재단(휴면예금관리재단)에서 올해부터는 서울시(희망드림뱅크사업)와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새마을금고(1514개)가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활용가능 기금액도 연 3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로 키웠으며 수혜대상을 늘리기 위해 단체가 아닌 ‘개인’ 저신용자에게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복지부는 올 연말까지 저소득 개인에 대한 지원을 포함 기존 기금 연 20억원을 330억원으로 늘려 3100명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도 소액서민금융재단을 중심으로 사업시행기관을 50곳에서 200~300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용어클릭 ●마이크로 크레디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15조에 따라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금융소외계층(신용등급 7~10급), 저소득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 자금을 빌려주고 사전·사후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자식·고부 갈등 老끼리는 다 통해 뭐든 들어드려요”☞거짓없고 솔깃한 공약… 금배지들 ‘空約’ 꼬집다☞불티나는 돼지고기 선물시장선 찬밥☞스타벅스의 변신 “와인도 맥주도 팔아요” ☞임금님이 여름 보양식으로 즐겼던 맛 ‘신안 민어회’
  • MB “서민아픔 돌보는 것이 소명”

    MB “서민아픔 돌보는 것이 소명”

    이명박 대통령이 ‘친(親) 서민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16일 어린이집을 찾아 ‘1일 교사’ 체험을 하고,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서민의 아픔을 얘기하며 ‘나눔의 생활’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관악구 신사동에 있는 보육시설인 ‘하나 어린이집’을 둘러보고 영유아와 놀이하며 돌봐주기, 아이들 귀가 준비하기 등 보육교사 활동을 체험했다. 일하는 엄마들과의 타운미팅을 통해 이 대통령은 일과 육아 병행의 어려움과 보육서비스 질에 대한 의견을 듣고, 보육교사들이 보는 보육서비스 등에 대해 현장 의견도 수렴했다. 이 대통령은 “아이 넷을 키워 봐서 (부모 마음을) 잘 안다.”면서 “내가 네명을 키울 때는 의료보험도 못 들었다. 어디에 가도 아이가 많으면 구박받았다.”고 소회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어머니들은 ‘보육시설이 있어도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다.’고 하더라.”면서 “궁극적으로 보육을 정부가 해주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맞벌이를 해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아니면 (보육료 지원) 혜택을 주려고 한다.”면서 “보육교사들의 처우 개선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사립 보육시설의 교사 보수를 국공립 수준으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장애아 보육과 관련, “장애인 부모들이 밝아야 한다.”면서 “제일 위험한 게 (장애인) 부모가 남들 앞에서 (자녀가 장애아라는 사실을) 말하기 싫어하고 보여 주기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보육시설 방문을 마친 뒤 인근 설렁탕집을 찾아 택시운전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자녀교육 문제와 체감경기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이 된 것은 서민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고 돌보라는 소명이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던 삶에서 전세계 지도자들과 교우하기까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아는 삶을 살아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섬기며 우리나라를 세계로부터 존중받는 선진일류국가로 만들라는 소명을 받은 것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런 소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 겸손히 지혜와 명철을 구하겠다.”면서 “의롭게, 공평하게, 정직하게 행한 일에 대해 훈계를 받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담대하게 앞으로 나아 가겠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화려한 무대… 눈이 더 즐겁겠네

    화려한 무대… 눈이 더 즐겁겠네

    무대 벽면에는 수백 마리의 하얀 종이나비가 붙어 있다. 주인공 초초상의 기분에 따라 이 벽면은 화사한 노란색으로, 우울한 파란색으로, 절망의 검은색으로 바뀐다. 무대 크기는 소박하지만 짜임새가 있다. 초초상 정원과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다다미 방과 거실을 2단으로 만들었다. 내용과 음악에 맞춰 바닥이 회전하면서 분위기를 달리한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주인공들의 표정 연기까지 섬세하게 보인다. 특히 자신을 떠난 핀커톤이 3년 만에 보낸 편지를 읽을 때 환희와 기쁨, 슬픔, 그리움 등이 묻어나는 초초상의 표정 변화가 압권이다. 수준 높고 전달력 좋은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기본이다.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나비부인’의 리허설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케스트라 배치를 조정하고 배우들의 무대 움직임을 맞추느라 리허설 시작이 지연된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초초상과 핀커톤의 결혼식, 화려한 무대 색상, 파랑과 노랑이 조화된 화사한 초초상의 의상 등 시각적인 면에서 ‘나비부인’은 확실히 눈길을 끌었다. ‘나비부인’은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 초심자를 위해 만든 ‘마이 퍼스트 오페라’ 시리즈의 네 번째 공연으로, 17~25일 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이탈리아 출신의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하나로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 일본 나가사키가 배경이다. 게이샤 초초상과 미군장교 핀커톤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지만 핀커톤은 그녀와 아이를 남겨 두고 미국으로 떠난 지 3년 만에 미국인 아내와 나타나 아이를 맡겠다고 말하고, 결국 초초상은 절망하며 자결한다는 내용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내용이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다소 비극적인 내용보다는 시각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대 장치에도 재미있는 의도를 숨겼다. 무대가 시계방향으로 돌면 현실과 삶의 순리, 반시계방향 회전은 비현실과 이상을 의미한다. 윤기 있는 바닥은 조명을 반사해 무대 벽면에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데 이는 초초상의 감정을 투영한다. 초초상은 소프라노 이지은·이상은, 핀커톤은 테너 김도형·최성수, 스즈키는 메조소프라노 정수연·백재연이 맡는다. 공연은 지난 1월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로 일자리를 잃었던 단원들이 ‘나라오페라합창단’으로 다시 무대에 복귀하는 의미도 갖는다. 이미 인터넷 판매분은 매진됐다. 공연 직전 예매 취소분에 한해 현장판매가 가능한 상태다. (02)586-5282.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심장 갈아탄’ 소녀 수술 3년 반 넘도록 ‘멀쩡’

    ”기증자와 수술을 해주신 의사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날 전 없었을 겁니다.너무 감사한 일이예요.”  다른 이의 심장을 이식받아 원래 심장은 쉬게 해놓은 지 10년 만에 이식받은 심장을 제거하고 자기 심장을 다시 작동시켜 화제를 불러모은 영국의 16세 소녀가 수술 3년 반이 지나도록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BBC가 14일 의학 전문지인 ‘랜싯’ 인터넷판을 인용해 보도한 주인공은 웨일스주 카디프 근처 마운트 애시에 사는 한나 클라크. 그는 스포츠도 마음대로 즐기고 동물을 돌보는 파트타임 일도 갖게 됐고 9월에는 학교에 복학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한때 12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클라크는 ‘천식 치료제를 흡입하는 것 말고는 어떤 약도 복용하지 않고 있다.동물들과 함께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매우 좋아하고 있다.예전에는 털이 가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심장이식 수술과 제거 수술을 모두 집도한 마그디 야쿱 박사는 “기적”이라며 “심장이 (기능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회복하기 시작하자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생후 8개월째인 지난 1994년 심장 크기가 두 배로 커지면서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근증(心筋症)이 확인됐다.야쿱 박사 등은 심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클라크의 이름을 올려놓았다.그러나 폐 기능 역시 좋지 않아 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둘 다를 한꺼번에 이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판단 때문에 의료진은 이듬해 생후 5개월된 아이의 심장을 이식시켰다. 원래 심장은 작동을 멈추게 한 뒤 그 위에 대체 심장을 갖다놓아 혈액을 자신의 몸 속 이곳저곳에 퍼나르게 했다.  수술 4년 반 뒤에는 두 개의 심장 모두 잘 기능했다.이제 의료진은 이식된 심장을 제거해야 했지만 이식된 심장에 퍼진 암세포를 제거해야 하는 난제에 맞닥뜨렸다.이식된 심장의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처방한 약물치료의 부작용이었다. 이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원래 심장이 거의 완벽하게 회복된 것.의료진은 2006년 2월에 이식된 심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야쿱 경은 처음에 두 번째 수술 집도를 거부했지만 부모들이 워낙 집요하게 설득해 결국 수술을 맡게 됐다.  영국심장재단의 피터 바이스버그 교수에 따르면 심장전문의들은 거부반응 때문에 망가진 심장이 푹 쉬면 회복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을 불러왔는데 클라크의 사례로 약해진 심장도 약간의 도움을 받으면 회복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꼬마 귀신이 전하는 생명과 죽음의 의미

    묵직하다. 뇌사와 장기 기증의 의미를 다루는 어린이책이라니. 또한 어렵다. 초등학생들에게 삶에 대한 애착과 죽음으로부터 초월을 알려줘야 하다니 말이다. 그럼에도 영화 ‘사랑과 영혼’의 어린이 버전처럼 상상력은 발랄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에 가닿는 방법은 친절하고 편안하다. 동화작가 최은영이 쓴 어린이 소설 ‘살아난다면 살아난다’(최정인 그림, 우리교육 펴냄)는 삶과 죽음의 위태로운 경계선을 넘나드는 열 두살 근호의 이야기다. 근호의 넋이 가족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 타인에 대한 헌신의 의미를 깨달으며 ‘죽어서 살아나는 법’을 배워가는 얘기다. 결국 죽음은 삶과 자리를 바꿔가며 늘 우리 곁에 있는 벗처럼 머물다가 떠나곤 하는 구체적인 대상이다. 귀신을 볼 수 있고 얘기도 나눌 수 있는 영매(靈媒)인 ‘703호 할머니’는 병원 안팎을 떠돌며 계속 살고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근호에게 알려준다. “편히 가려면 마음속 원망을 내려놓아야 한다. 원망으로 가득 차서는 저승에 가서도 편히 지낼 수 없어.”라고 말이다. 근호조차도 채 깨닫지 못하고 있던 마음속 깊은 곳에 쌓였던 원망의 짐을 꿰뚫어본 703호 할머니의 지적이다. 근호는 엄마 손을 잡고 따라온 재혼 가정의 아이다. 애정 표현에 서툰 새아빠, 새할아버지의 무관심에 시달렸다. 유일한 희망인 엄마마저 공부와 성적에 집착했다. 그 틈바구니에서 근호의 마음 밑바닥에는 원망과 미움이 커왔다. 근호의 소박한 바람은 ‘엄마와 아빠랑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근호는 병원을 떠돌다가 심장병에 걸려 생사를 넘나드는 또다른 열 두살 소년 동우의 사연을 접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위태로운 번민을 거듭하는 뇌사 상태의 근호와 엄마, 아빠. 이들은 죽음 직전의 근호 앞에서 마침내 마음을 열고 서로 화해하며 소통한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선택한다. 심장 기증을 통해 근호를 더 오랫동안 살리기로 한 것이다. 근호의 시선을 쭈욱 함께 따라가다 보면 가슴 깊은 곳이 덥혀지다가 뭉클한 기운이 서서히 올라온다. 죽음은 삶만큼이나 소중한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5080] “배려하는 마음 전파… 삭막한 사회에 인간미 불어넣죠”

    [5080] “배려하는 마음 전파… 삭막한 사회에 인간미 불어넣죠”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간의 예절을 명시한 신라 화랑의 세속오계(世俗五戒)가 전통으로 이어졌고, 유교의 삼강오륜(三綱五倫)도 사회 기본 윤리로 존중돼 왔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코리안특급’ 박찬호 선수는 마운드에 올라 경기 시작 전 심판에게 모자를 벗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 모습을 본 미국인들은 당시 한국인의 예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오랜 전통인 예절이 급격한 사회 변화속에 많이 퇴색했다.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예절이 점점 등한시됐고, 반인륜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부모형제, 부부, 스승과 제자, 상급자와 하급자 간에 지켜야 할 도리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이다. ●전통예절 체득 세대가 교육 맡으면 좋아 우리 사회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고유 전통인 예절을 되살리자는 목소리가 높다. 삭막해지는 사회를 보다 인간미 넘치는 사회로 만들자는 노력이 한창이다. 이를 위해 5080세대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5080세대는 한국 전통 예절을 몸에 체득하고 있는 세대다. 사회가 급변하기 전 고유 문화와 예절의 본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 있던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또 5080은 최근 변화된 사회의 실상까지 함께 경험해 우리나라 예절의 변화 양상을 그 어떤 세대보다 훤히 잘 안다. 해서 5080세대는 예절을 가르치는 ‘예절강사’로 제격이다. ●예절 교육에 필요한 자격은 예절강사를 하려면 우선 자격증을 따야 한다. 물론 나이 제한은 없다. 예절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에는 대표적으로 한국예절교육협회의 ‘예절사’와 범국민예의생활실천운동본부의 ‘실천예절지도사’가 있다. 두 곳 모두 예절교육자로서 공인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을 실시하며 교육 내용도 예절에 관한 전반적인 분야를 다룬다. 차이점이라면 예절사는 생활예절, 기업예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실천예절지도사는 전통예절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예절사는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시험은 1년에 2회 실시하며 1회에 30명 정도가 자격을 얻는다. 예절사 2급에 응시하려면 예절교육기관에서 30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시험과목은 예론, 현대·생활·기업예절(30%), 관혼상제(30%), 면접 및 실기(40%)이며, 70점 이상 획득해야 합격한다. 예절사 1급은 2급 자격이 있는 사람만 응시할 수 있다. 1급 응시자는 한국예절교육협회에서 주관하는 예절 대학원 과정 150시간을 이수하고, 논문과 연구발표를 통과해야 합격할 수 있다. 합격 기준은 90점이다. 실천예절지도사는 만 19세 이상이면 특별히 의무적으로 교육을 이수하지 않아도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시험은 필기, 실기, 면접 3단계로 이뤄지며 단계마다 60점 이상 받아야 합격한다.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실기시험에서 불합격하면 다음번 1차 필기시험은 면제된다. ●자격증 따고 예절강사로 거듭나기 예절강사는 초·중·고·대학 등 교육기관, 시민·복지단체, 기업체, 예식장 등 예절 교육이 필요한 어디든 파견된다. 급여는 시급으로 시민·복지단체의 경우 3만 5000~5만원, 교육기관은 5만~10만원, 기업체는 10만~15만원선이다. 그리고 강의는 보통 2시간씩 하기 때문에 시급의 두 배가 하루 일당이라고 보면 된다. 예식장 주례는 통상 10만원 정도를 받는다. 자격을 따고 난 뒤 혼자서 바로 현업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한국예절교육협회는 초보 예절강사들을 데리고 선배 예절강사의 강의 현장을 견학한다. 견학 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면 복지·시민 단체에서 연습·경험 차원으로 선배와 동반으로 예절강의를 한다. 또 뛰어난 전문 예절강사 앞에서 예절강의 발표를 하고 평가도 받는다. 협회에서는 자체적으로 보습교육도 실시한다. 이렇게 해서 강의력이 쌓인 예절강사는 본격적으로 단독 예절강의에 나서게 된다. 처음에는 협회의 도움을 받지만, 강의력을 인정 받은 예절강사는 각 단체에서 서로 모셔가기 위해 경쟁을 하기도 한다. ●예절강사 무엇을 가르치나 예절강사는 말 그대로 예절을 가르친다. 전통예절, 생활예절, 직장예절, 관혼상제, 예학 등에 대한 이론 강의와 실습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 특히 5080세대라면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 주는 데 안성맞춤이다. 가르치는 세부적인 것은 절하기, 다도예절, 한복 입기, 상황별 친절 매너교육, 음식예절 등 예절이 필요한 전 분야에 걸쳐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절강사의 역할은 예법 자체를 가르치는 것보다 예절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예를 통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전파하는 데 있다. 예절은 인격의 표현이자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조능자 한국예절교육협회 상임이사는 “다른 사람에게 바른 인성과 삶의 모습을 전해야 하는 예절강사는 전통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나름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면서 “많은 양의 독서를 통해 품성을 계발하고, 꾸준한 자기관리로 내·외적으로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지러운 풍속을 바로잡기 위해 어르신들이 발벗고 나선다면 젊은이들에게도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인기 예절강사 되려면 ”학생 눈높이로… 이해 못하면 끈기있게”  예절강사는 비교적 노인이 일하기 쉬운 직업으로 꼽힌다.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육체·정신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노동 시간도 많지 않은 편이어서 예절강사로 일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이 많다.  최근에는 동화구연·한자·전통문화강사 등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다. 동화구연 강사는 주로 여성이, 한자강사는 남성이 많이 하는 편이다. 전통문화강사의 경우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예절강사로 보면 된다. 모두 학생을 상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일의 성격이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예절교육을 받는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천문화원에서 노인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송기동 사무국장은 “어린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때는 끈기를 갖고 가르쳐 줘야 한다.”면서 “어른이 보기에 당연한 내용을 어린이들이 모른다고 해서 혼내거나 다그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압적 강사 호응 떨어져 수업에 지장  송 국장은 너무 엄한 선생님이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간혹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대하는 강사도 있는데, 이럴 경우 수업 호응도가 떨어지고 수업 흐름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예절교육협회 윤경란 교육팀장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기가 알게 된 것만 고집하고 예절을 고정관념과 같은 ‘틀’로 생각하면 주위 사람이 힘들어진다.”면서 “예절을 무조건 가르치려고만 해서는 안 되고, 가르치면서 본인도 그 예절을 수용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나이가 들수록 외모를 더 잘 가꾸어야 인기 예절강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인도 예절 ‘무장’ … 외모 단장·유머 필요  적극적인 성격은 기본 덕목이다. 남 앞에 나서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예절강사가 되기 위한 교육과정에서는 대부분 ‘두려움 극복’ 전용 수업이 있을 정도다.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예절’을 재밌게 가르칠 수 있는 센스도 필요하다.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이정화 부장은 “예절강사들은 학생들의 호응이 떨어질 때 가장 힘들어한다.”면서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본인만의 기술이 있으면 좋다.”고 귀띔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현직 예절강사들의 조언 “예절교육, 특별할 것 없어 우리생활 후손에게 전하는 것” “곧 손자도 볼 텐데 미리 손자들 교육시키는 셈치고 시작했죠. 특별한 노력이 필요 없으니 처음부터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충남 천안시에 사는 최정자(59·여)씨는 어린이집 전문 예절강사로 맹활약 중이다. 평생을 주부로 살아온 최씨는 두 딸이 모두 출가하면서 적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갱년기 우울증도 찾아왔다. 그러다가 친구로부터 ‘예절강사’를 소개받았다. 아이를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과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개구쟁이 말썽엔 모두 내 손자려니…” 요즘 최씨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돌며 예절강사로 활동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어린이집을 돌며 기본적인 예절교육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성격이 다정다감한 최씨는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개구쟁이 남자 아이들 때문에 간혹 애를 먹기도 하지만 ‘모두 내 손자려니 생각한다.’는 최씨다. 그는 “예절은 특별한 게 아니다. 우리 생활을 후손에게 전수해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힘 안들고 지식 발휘… 노인들 직업 강원 원주시에 사는 허만봉(64)씨는 2년 전부터 예절공부를 시작하며 예절강사로 활동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헌신해온 허씨에게 ‘예절강사’만큼 적합한 직업도 없었다.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기 때문에 은퇴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예절강사를 접하게 됐다. 허씨는 현재 교직경험을 살려 예절강사의 또 다른 선생님 격인 ‘예절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들과 직접 접촉하며 예절을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직업을 원하는 또래에게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도 보람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예절강사야말로 60~70대에게 정말 좋은 직업”이라면서 “체력적으로 무리가 가지 않고, 본인의 지식을 십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살고 있는 최성호(72)씨는 경찰공무원으로 총경까지 진급했다가 정년퇴임을 한 후 예절강사가 됐다. 현재 최씨는 한국예절교육협회 전국 지회에 출강하며 ‘예절사들의 예절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현직 경찰 시절 무술솜씨가 뛰어났던 최씨는 예절 강의에서 무도(武道)를 가르치기로 유명하다. 그는 2007년 71세의 나이로 전국 태권도대회 장년부문에 출전해 입상하는 등 지금도 변함없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민영 이영준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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