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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00가지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인의 삶과 풍광을 만나다

    3500가지 ‘커피의 고향’ 에티오피아인의 삶과 풍광을 만나다

    솔로몬과 시바여왕의 후예들로 3000여년의 오랜 역사를 이어온 에티오피아는 성서에도 수십 차례 언급된 초기 기독교 국가 가운데 하나다. 많은 나라들이 이슬람을 받아들이던 시대에도 꿋꿋이 기독교 문명을 지켜낸 나라. 때문에 곳곳에는 정교회와 성지순례지가 자리하고 있고 기독교의 신앙이 배어 있는 그들의 삶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서남북으로 전혀 다른 지형이 빚어내는 이색적인 자연환경 안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3500개 이상의 고유 품종으로, 훌륭한 품질을 자랑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나일 강의 원류 중 하나인 블루 나일 강에서 흐르는 폭포에서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다. 2일 오전 9시 40분 KBS 1TV ‘걸어서 세계 속으로’에서 커피 향이 진하게 풍기는 에티오피아의 풍광을 소개한다.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음료인 커피는 6~7세기 목동에 의해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된 것이 시작점이다. 이후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고향’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아프리카 최대의 커피 생산국이 됐다. 커피의 본산인 만큼 ‘커피 세리모니’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식사 뒤 또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정해진 의식에 따라 커피를 만들고 한두 시간에 걸쳐 대접을 하는 것이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 의식으로 자리 잡은 이들에게 커피는 어떤 존재일까.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까지 에티오피아의 수도로 번성했던 곤다르는 왕들의 도시로 불려 왔다. 아프리카 속에 중세 유럽을 옮겨놓은 듯 화려한 곳이자 우뚝한 독자성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이전의 고대 왕궁 도시로, 지금은 많은 유적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왕궁의 잔해들이 남아 있다. 곤다르 최초의 성 파실게비 성 외에도 역대 황제들이 자신의 성을 하나씩 지어 총 6개의 성이 자리 잡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로마의 시저 율리우스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을 사용해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13월이 있는 나라다.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인 그레고리력으로 9월 11일이 되면 에티오피아에서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신년 축제 ‘엔쿠타타쉬’가 열린다. 아이들은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꽃가루를 뿌리며 우리나라의 세뱃돈과 흡사한 돈을 받는다. 어른들은 잘 차려진 음식을 먹고 춤을 추며 풍성한 새해를 기원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성장 멈춰 20년간 아기처럼 산 美 여성 사망

    성장 멈춰 20년간 아기처럼 산 美 여성 사망

    1993년 태어나 네다섯 살 때에 성장이 멈추어 버린 미국 여성이 지난주 결국 사망했다고 미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메릴랜드주(州)에 거주하는 브룩 그린버그(20)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희소병으로 4살 때 성장이 멈추어 버려 평생을 유모차에서 아기처럼 지내야 했다. 미국 최고 전문의들이 나서 병의 원인을 밝히려 했지만, 내분비 계통이나 염색체 계열에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어 이 특이한 질병을 ‘신드롬(Syndrome) X’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그린버그의 삶은 몇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등 순탄하지 못했다. 그녀는 성장이 멈춘 시기에 뇌종양이 발생하여 14일을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기도 했고 7차례에 걸친 위궤양 수술을 받기도 했다. 결국, 식도가 좁아져 평생을 튜브를 이용해 어머니가 주는 음식물을 섭취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후 비교적 상태가 나아져 올해 1월에는 가족과 함께 TV 토크쇼에도 출연하는 등 세간의 관심과 함께 화제를 몰고 오기도 했다. 지난주 갑작스러운 그녀의 사망 원인 또한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의사들은 단지 그녀의 특이한 유전자 형태가 성장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유전자가 노년기에 나타나는 파킨슨병처럼 다른 질병들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 그린버그의 부모는 딸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표현하며 “그녀는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젊음 그 자체였다”며 “누가 아이의 나이를 물으면 나는 20개월이라고 답한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그린버그의 장례는 27일 진행되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 책꽂이]

    꼴뚜기(진형민 지음, 조미자 그림, 창비 펴냄) ‘꼴뚜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가 하면 새끼 고양이를 던지며 놀다 닭장을 돌보게 된 아이들. 위기에서 빠져나오려 좌충우돌하는 아이들의 속마음이 경쾌한 필치, 기운찬 결말로 그려진다. ‘기호 3번 안석뽕’으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을 받은 진형민 작가의 첫 번째 동화집이다. 9500원. 그날, 어둠이 찾아왔어(레모니 스니켓 지음, 존 클라센 그림, 김경연 옮김, 문학동네 펴냄) 낮에 어둠은 옷장 안에 숨어 있다가 저녁이 되면 계단과 창틀, 지붕을 타고 온 집안으로 쭉쭉 몸을 뻗는다. 어둠을 무서워하는 라즐로에게 어둠은 말을 건다. “네가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볼 때 어둠은 너를 내려다본단다.” 아이는 어둠과 화해하게 될까. 빛과 어둠의 경계, 그림자의 깊이를 세련되게 연출한 그림책. 1만 1000원. 가면(정해영 지음·그림, 논장 펴냄)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자신의 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이집트 사람들이 미라에 씌운 가면, 적을 압도하기 위해 아스테카 왕국의 전사들이 뒤집어쓴 재규어 가죽 등 세계 각지의 가면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류 문화 그림책. 한지에 곱게 색을 입히거나 구기고 꼬아가며 개성 있는 가면을 꼼꼼하게 재현해 낸 작가의 솜씨가 빛난다. 1만 3000원. 수요일의 기차 여행(실비아 하인라인 지음·그림, 안케 쿨 그림, 김세나 옮김, 문학수첩리틀북 펴냄) 사라는 엄마, 아빠보다 지적장애가 있는 이모 훌다를 더 따른다. 둘을 떼어 놓으려는 부모님에게 화가 난 두 사람은 가출을 감행한다. 소심쟁이 소녀와 괴짜 이모의 가출 소동은 롤러코스터처럼 유쾌하게 내달리며 삶은 스스로 이끌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안긴다. 1만원.
  • [김일수 樂山樂水] 무엇이 참된 국민행복일까

    [김일수 樂山樂水] 무엇이 참된 국민행복일까

    낙엽 떨어지는 오솔길이 아니라도 좋다. 이 무렵 맑은 하늘과 마주하는 어느 곳에서나 일상인도 철학자가 될 수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삶이란 무엇이며, 개인과 공동체의 삶은 또 뭔가. 행복한 삶, 행복한 죽음에서처럼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개인 또는 가족의 행복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행복은 무엇이며, 우리 시대의 목소리가 된 국민행복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국정감사장은 행복한지 모르겠다. 또 기업들은 추수하는 들녘처럼 행복한가.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서, 근로자들은 일터에서, 군경은 그들의 임무에서 행복한가. 한때 갈등이 고조됐던 지역들은 지금 행복한가. 보통사람들이라면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긴 힘들어도 그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행복을 꿈꾸며 살아 온 일상에서 누적된 경험들을 통해서일 것이다. 간혹 천신만고 끝에 바라던 꿈이 이뤄졌을 때 행복을 얘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첫아이를 가슴에 품은 한 부부가 큰 행복에 겨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류의 행복은 갈증을 추겨 주는 한 모금의 물과 같아서,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목마름이 찾아온다. 인생의 행복은 흔히 부귀영화, 건강, 성취욕에 연계된 것들이지만 어느 하나 장구한 것 없으니 그것을 잡으려는 치열한 생존경쟁이란 실로 바람을 잡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추구는 포기할 수 없는 인권의 핵심이요, 기본권 중 기본권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나 사회공동체라면 그 구성원들의 행복한 꿈 실현에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옳다. 문제는 무엇이 참된 행복이며, 그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오늘날 국민행복과 관련된 정책들은 주로 의식주와 건강 등 삶의 외부적 조건과 연관된 것들이다. 그것은 기껏 삶의 부피와 양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행복은 삶의 질과 직결된 것들이다. 물론 물질문명과 소비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은 이 삶의 질조차 양적 크기로만 저울질하는 데 길들여 있다. 그러나 참된 삶의 질은 삶의 뿌리와 내면, 인간 심성의 속살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눈먼 소비주의는 알지 못한다. 근원적으로 인격의 정신적 즐거움은 선을 사모하는 마음, 진리를 기뻐하는 정신,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열정, 거룩함을 닮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삶의 공동체가 죄악으로 무너지고, 불의 때문에 파괴되며, 추함으로 갈등하고 더러움으로 타락할 때 실로 우리는 행복의 문 저밖에 버려진 셈이다. 물론 사회구조는 상당한 자생력과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통과 윤리, 법제도와 보이지 않는 질서들까지도 우리네 삶을 고비마다 추슬러 주기 때문이다. 국가나 사회공동체의 틀은 어느 정도의 불법이나 일탈을 견딜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행복을 갉아 먹는 불의나 갈등이 범람하면 비록 우리네 국가적·사회적 삶 자체가 해체되는 건 아닐지라도 그 삶의 질은 형편없이 피폐해 버린다는 점이다. 만약 선과 진리, 미와 성결에 대한 각자의 의지와 상호 간의 신뢰가 약화하면 사회적 갈등과 불신은 깊어지고, 공동체적 삶은 온전함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행복은 표면적으로 공표되는 통계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삶의 질과 그에 대한 현실적인 체감의 문제이다. 더 나아가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라’처럼 우리네 삶의 긍정적 미래전망에 대한 기대와 신뢰, 그리고 사랑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구체적인 신뢰와 사랑이 없다면 국민행복은 정치적인 신기루에 불과하다. 광야 같은 세상을 지나는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시공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오아시스이지, 결코 바람을 잡는 것 같은 추상적 유토피아가 아니다.
  •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예방부터 관리까지… 진화하는 서울 자치구 보건소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예방부터 관리까지… 진화하는 서울 자치구 보건소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요즈음 감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보건소들마다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보건소를 예전의 낙후한 시설에 간단한 채혈검사나 독감 접종 등을 하는 곳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즘 보건소는 예방접종은 기본이고 건강검진 및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의료·건강 프로그램을 앞세워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서길복 (56·종로구)씨는 지난주 종로구보건소에서 단돈 5000원으로 20여개 항목에 걸친 검사를 받았다. 체위검사, 흉부방사선촬영, 소변검사, 혈액검사 등을 토대로 전문의들에게 진료도 받았다. 서씨는 “회사생활을 할 때 매년 받던 건강검진 못지않다”며 만족해했다. 각 지자체 보건소들은 경쟁적으로 거액의 예산을 들여 인테리어를 바꾸고, 고가의 의료 장비로 프리미엄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깨끗하고 세련된 내부에 산모들을 위한 수유실, 그리고 치료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까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놓았다. 심전도 측정기나 초음파 진료기 등의 장비는 물론이고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업에 따라 첨단장비를 갖춘 곳도 많아 웬만한 종합병원 부럽지 않다. 아픈 사람을 진료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예방차원의 보건업무도 많다. 중구보건소에서는 비만클리닉, 금연클리닉, 당뇨클리닉, 급성 전염병관리 등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홍세연(52·중구)씨는 매주 토요일 집 근처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비만클리닉에 다니고 있다. 한 달 만에 체중이 5㎏이나 빠진 홍씨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살을 뺄 수 있었다”고 말했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보건소의 모든 진료가 무료다.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는 곳도 여럿 생겨났다. 바쁜 직장인을 위해 야간진료와 토요 진료도 확대되는 추세다. 뜸 치료를 받기위해 강동구보건소를 찾은 박길자(78) 할머니는 “친절하고 예쁜 한의사 선생님이 친딸처럼 말벗도 되어주니 너무 감사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치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프로그램 뿐 아니라 건강 예방과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쏟고 있다. 부위·방식에 따라 다른 살빼기 강의를 내놓는가 하면, 조부모가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키우는 세태에 맞춰 할머니·할아버지를 위한 육아교실을 계획하는 곳도 있다. 임산부 교육은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베이비마사지, 태아 두뇌발달을 위한 독서 태교, 신생아 제대관리, 임산부 성교육 등을 다채롭게 실시 중이다. 변화한 보건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실시한 의료기관 만족도 조사에서 보건소 의료서비스가 만족도 64.3%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인 종합병원 만족도 53%보다 11% 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이향숙 중구보건소 의약과장은 “지역병원들이 보건소와 연계해 진료활동을 하거나 무료봉사와 강의를 하는 곳도 있어 앞으로 주민들의 보건소 이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건소가 저비용 고품질로 주민들의 건강종합복지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건강한 행복도시를 앞당기는 전령으로, 보건소의 진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빛을 밝히자 문명이 빛났다

    빛을 밝히자 문명이 빛났다

    인간이 만든 빛의 세계사/제인 브록스 지음/박지훈 옮김/을유문화사/380쪽/1만 5000원 ‘인간이 만든 빛의 세계사’는 인간이 만들어낸 빛이 삶의 양식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살핀 탐사기이자 역사서이다. 18세기까지 사람들이 경험한 빛은 고대 로마시대의 빛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때까지 램프 제작 기술에 별 다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램프의 밝기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킨 곳은 18세기 후반 유럽의 연구실이었다. 스위스 과학자 프랑수아 피에르 아미 아르강이 개발한 램프는 이전에 쓰던 램프의 오렌지색에 비해 불빛이 ‘하얗고, 생생하며, 눈부셨다’. 그의 램프는 일반 램프보다 10배나 더 밝아 등대의 항로 표지로 쓰였다.아르강 램프는 너무 밝아 눈이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여서 넓적한 운모, 장식용 유리 등으로 불꽃을 가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램프나 전등에 씌우는 갓의 시초였다. 19세기로 접어들면서 영국에서 새로운 조명 수단으로 가스불이 등장했다. 독일 출신의 영국 이민자 프레데릭 앨버트 윈저가 중앙 거점에서 가스를 생산해 관을 통해 가로등, 상업시설, 웨스트민스터의 가정집 등에 가스를 공급했다. 사람들은 가스불을 이렇게 예찬했다. “한여름의 대낮처럼 밝으면서도 달빛처럼 부드러워 눈을 편안하게 했다.” 가스불은 첫선을 보이자마자 런던 전체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저녁 시간을 여가에 할애하고 돈도 더 썼다. 아이쇼핑이 취미로 자리잡으면서 저녁 시간은 소비자들의 시간으로 탈바꿈했다. 1870년대에 러시아의 발명가 파울 야블로치코프가 전기를 이용한 아크등을 개발했다. 아크등은 너무 밝아서 가로등을 45m 간격으로 배치해도 충분히 거리를 밝힐 수 있었다. 그러나 빛이 지나치게 강렬해 빛의 세기를 낮추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촛불 10~20개에 맞먹는 빛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802년 영국왕립협회에서 험프리 데이비가 발갛게 달군 백열 필라멘트를 선보이며 백열등 개발의 서막을 열었다. 그리고 77년이 흐른 1879년 12월 31일 밤 미국 워싱턴주 멘로 파크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에디슨이 그의 연구실, 사무실, 집에 설치한 수십개의 백열등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딸깍’ 스위치를 올리는 소리와 함께 진공 유리구 속에 나타난 빛은 불꽃도 나타나지 않고 달래거나 어를 필요도 없었다. 빛은 더 이상 떨리지도 않고 기울지도 않았고 냄새가 나거나 촛농을 떨어뜨리지도 않았다. 산소를 소모하지도 않았고 공장에서 쓰는 걸레나 건초 더미에 불이 붙을 우려도 없었다. 아이 혼자 불 옆에 있어도 괜찮았다. 백열등의 등장은 사람들의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밤늦게 작업할 수 있고 공부할 수 있고…. 혜택이 셀 수 없이 생겨났지만 부작용도 컸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먹고 마시는 ‘노는 문화’는 불면증, 비만 등 현대병을 유발했다. 오늘날은 백열등이 더 환하고 전기를 덜 쓰는 발광다이오드(LED)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이젠 빛의 홍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인공조명이 넘쳐나 심신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주말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OBS 일요일 밤 11시) 하얀 편지 봉투 위에 미소처럼 새겨진 사과 하나와 설레는 그 이름 박현준(박신양). 자고 일어나면 들켜버릴 거짓말처럼 정민(전지현)은 군인 아저씨에게 여선생님인 척 편지를 쓴다. 철부지 꼬마 정민이 스무 살 되던 해, 그녀의 작은 마을에 젖은 눈동자를 가진 서른 살의 청년이 스며든다. 상처받은 비둘기를 돌보고, 늘 슬픈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그. 매일 밤 그는 죽은 연인을 향해 쓴 편지를 비둘기 편에 날려보낸다. 부질없이 하늘로 부친 편지에 어느 날 거짓말처럼 답장이 날아온다. 정민에게도 비둘기가 전해준 편지는 두근거림 그 자체였다. 누군가의 외로움과 고독한 마음이 녹아있는 비둘기 편지.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그러나 현준은 새롭게 시작되려는 사랑이 죄스러워 정민에게 마지막 비둘기를 띄워 보내고는 어디론가 떠난다. 마지막 편지에 쓰인 이름, 박현준. 이제 정민은 어린 시절 추억 속에 설레는 사람으로 남은 그를 기억해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만 그렸던 그의 실체를 확인하려고 비둘기에 털실을 매달아 그에게로 날려보낸다. ■그 남자가 아내에게(씨네프 일요일 오후 6시 30분) 자유분방한 성격의 사진작가 슌스케와 남편의 내조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사쿠라는 결혼 10년차 부부다. 무엇에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철없는 남편 슌스케는 자신을 향한 아내의 애정이 귀찮기만 하고,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갖기 원하는 사쿠라는 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결혼 10주년 기념 오키나와 여행을 제안한다. 두 사람은 이번 여행에서 싸우지 말자고 굳게 약속한다. 한편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키나와의 풍경을 뒤로 한 채 호텔에 누워만 있던 슌스케는 밖으로 나가자는 사쿠라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사진기를 들고 아내와 함께 나선다. 그런데 결혼반지를 두고 왔다며 숙소로 되돌아간 사쿠라는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그녀를 한없이 기다리던 슌스케는 예상치 못한 아내의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 ■타이탄의 분노(캐치온 일요일 오후 4시 35분) 크라켄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반신반인 페르세우스는 한적한 마을의 어부이자 열 살 된 아들의 아버지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한편 신과 타이탄의 갈등은 고조되고, 이 사이 깊은 지하 세계에 묶여 있던 포세이돈의 아버지 크로노스가 속박에서 풀리게 된다. 이를 기회로 제우스를 무너뜨리기 위해 지옥의 신 하데스와 제우스의 아들인 전쟁의 신 아레스가 크로노스와 결맹해 세상의 종말을 부를 대혼란을 일으키려 한다. 크로노스의 등장으로 타이탄의 힘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더 이상 사명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페르세우스는 아버지 제우스와 위기에 처한 인간들을 구하려고 안드로메다 공주와 포세이돈의 아들 아게노르,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와 연합군을 결성한다. 이들은 최후의 전투를 치르러 지옥의 문으로 들어선다.
  • [기고] 정부3.0이 만들어내는 숲의 변화/신원섭 산림청장

    [기고] 정부3.0이 만들어내는 숲의 변화/신원섭 산림청장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숲을 찾는 횟수는 평균 4일 남짓 된다. 4∼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자연휴양림이나 산림욕장, 치유의 숲 등에서 휴식과 여가시간을 갖고자 하는 국민이 많아진 결과이다. 등산이나 숲길 걷기 열풍도 큰 몫을 차지한다.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등 청소년 문제가 커지고 주 5일 수업제가 자리잡으면서 학교 밖 숲 체험이나 숲 교육 참여가 높아진 이유도 있다. 산림복지 종합계획은 유아기에서부터 청소년기, 중·장년기, 노년기 그리고 생을 마치는 회년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맞게 숲의 여러 편익을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담고 있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숲 프로그램의 전달체계나 전달과정이다. 국민들에게 서비스하겠다는 계획은 있으나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와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줄 의미 있는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9월 시작한 ‘마음과 마음의 어울林’ 캠페인은 참가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온·오프라인에서 체험이벤트를 진행하는데, 따뜻한 사연들이 넘쳐나는 ‘착한 캠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아빠 숲에 가’ 프로그램은 만족도가 84%에 이르고 가족관계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90%에 육박한다. 산림청이 계획을 세워 참여자를 억지로 모으는 방식에서 탈피, 학부모·교육청·경찰청 등이 필요성을 인정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결과이다. 숲을 체험한 아이들의 인성에 변화가 생기고 서툴렀던 감정 표현이 자연스럽게 바뀌어 폭력성이나 중독성이 줄어들었다. 그뿐만 아니다. 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활동에도 변화가 생겼다. 안전행정부, 환경부, 국방부, 문화재청 같은 정부 부처는 물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병해충 방제나 산림재해 방지, 산림환경 보전에 나서고 있다. 산림청 간부들이 임업현장의 애로를 듣고 허심탄회하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산림분야 소통, 체감 100℃’ 프로그램 역시 임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껏 많은 것을 건의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는데, 안 되는 이유를 듣고 되는 것은 조속히 개선계획을 공개하니 속 시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3.0이 만들어내는 변화들이다. 산림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개방하고 공유하니 소통이 되고 칸막이가 없어져 협력이 가능해졌다.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가져온다. 방식을 바꾸고 발상을 전환하면 정책의 질이 달라지고 효과 또한 높아진다. 산림 정보의 공개와 데이터 개방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2017년까지 산림청이 보유한 공공데이터의 76%인 75종이 공개된다. 숲 해설, 등산로 정보, 산림주제도와 같은 산림공간정보와 국내 최다(587만건)인 국가생물종 정보 일부가 연내 우선 개방돼 국민들이 숲을 향유하는 데도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조만간 등산로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으로 등산이 편리해지고 스마트폰 스캔을 통해 꽃과 나무에 대한 정보도 바로 얻을 수 있게 된다. 국민의 눈 높이를 맞추고,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마음의 문을 열면 숲은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 [옴부즈맨 칼럼] 10월의 문화 산책/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10월의 문화 산책/안혜련 주부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인터뷰가 시선을 끈 것은 ‘끝이 싫은 영화는 만들기도 싫어’라는 큰 기사(서울신문 10월 8일자 20면) 제목 때문이었다. 가족 이야기에 집중해 온 그는 이번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6년간 키워온 아들이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료타의 이야기를 한다. 성장 과정을 함께한 아들과 친자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가정의 대비를 통해 진정한 아버지의 의미를 담아보려 했다는 그는 이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목욕을 마친 아이를 부모가 수건으로 닦아주는 장면처럼 일상이 갑자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이 되는 것을 느낄 때, 그는 그 장면을 찍고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술을 하는 영화감독이 아닌, 따뜻한 한 인간을 만나는 감동이 신선함과 함께 다가왔다. 나 역시 끝이 싫은 영화는 보기 싫다. 고통스럽고 잔인한 영화도 보고 싶지 않다. 힘들고 지치고 고통스러운 현실은 이제 그만, 영화 스크린에서는 사랑스럽고 애잔하고 좋은 이야기를 보고 싶다. 젊고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 보는 재미가 스토리 따라가는 재미를 앞설 때도 있으니, 나이가 들기 때문일까 심장이 쪼그라들어서일까. 가족 이야기마저 외부 혹은 내부의 폭력으로 파괴하고 와해시키는 최근의 우리 영화들을 보면서 ‘우리는 선하고 착한 이야기에서는 감동받지 못하나’라는 의문이 드는 중이었다. 인간은 때로 심장소리가 들릴 때까지 끝까지 가는 것에서 존재 의미를 찾는 것 같다. 삶에서 일에서 사랑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순수하지 않다는 듯, 마치 진실하지 않다는 듯. 폭력의 미학이라는 말도, 순수악이라는 말도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미학이라는 말로 치장하고 위장해도 폭력은 폭력일 뿐이고 악은 악일 뿐, 순수도 또 다른 선도 아니다.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수많은 선과 악, 사랑과 증오의 감정 중에서 요즘 들어 특히 악이나 증오가 영화나 드라마의 주된 소재나 주제가 되는 이유가 무얼까? 선과 사랑마저 폭력적으로 그려지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가 과거보다 더 잔인하고 파괴적인 인간이 되어 그런 것을 더 원하게 된 것일까?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그렇지 않다는 답을 알려줄 것 같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보여줄 것 같다. 깊어가는 이 가을, 심수관 도예전도 관심을 끈다. 서울신문에 선을 보인 작품들(10일자 20면)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15대 심수관은 인터뷰(7일자 2면)에서 여러 가지 시도, 그 모든 것이 혁신이며 그런 혁신이 축적되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때 전통이 된다고 그리고 심수관가의 전통은 그런 노력을 해온 혁신의 축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말하고 표현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고 하는데, 옛것에서 출발해 새것을 만들어 내는 그 어렵고도 어려운 일은 그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고민인 것 같다. 간송미술관의 ‘진경시대 화원전’을 소개하는 단원과 혜원의 그림(9일자 17면)도 이리 매혹적이니 안 가볼 도리가 없을 것 같고, 서울택리지 기사에 나온 200년 전 한강(11일자 23면)은 이곳이 어딘가 싶을 정도로 고즈넉한 모습이다. 200년 전 한강에서 2013년 예술의전당 도예전까지, 신문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만나는 가을의 정취가 좋다.
  • 생후 5주 신생아, 최연소 장기 기증후 떠났다

    생후 5주 신생아, 최연소 장기 기증후 떠났다

    생후 5주의 신생아가 20대 여성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나 감동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13일 보도했다. 영국 웨스트요크셔에 사는 사미라(22)는 얼마 전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녀의 수술이 특별한 이유는 기증자가 생후 5주만에 사망한 신생아였기 때문이다. 당시 신생아의 신장 크기는 고작 4㎝. 태아의 신장은 엄마 뱃속에서 37주 후 가량이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다. 때문에 태어난 직후 성인에게 곧바로 이식해도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수술을 담당한 세인트제임스대학병원 측은 문화적, 사회적 여론 등을 의식해 이식 수술을 꺼렸지만, 새 삶을 살 환자를 위해 결국 수술을 결정했다. 의료진은 “당시 사미라의 신장은 90%가까이 기능을 손실한 상태였다. 매일 9시간이 넘게 투석을 받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면서 “게다가 합병증까지 심해져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에서 기증자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수술을 아이를 잃은 부모가 소생 불가의 판정을 받은 뒤 먼저 장기이식을 희망해 성사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생후 5주 신생아의 신장을 이식받은 사미라는 “처음에는 신장 크기가 너무 작아 수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면서 “문화적, 도덕적 관념 뿐 아니라 아이의 부모에게 이식 수술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심적으로 큰 고통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아이와 아이의 부모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지금의 심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미라가 이식받은 신생아의 심장은 7㎝까지 자란 상태. 의료진도 수술 결과가 매우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름도 없이 세상을 떠난 이 신생아가 영국 최연소 장기기증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낭만 관악… 도서관에서 ‘다문화 결혼식’

    낭만 관악… 도서관에서 ‘다문화 결혼식’

    관악구청 1층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은 지식 복지를 꿈꾸는 관악구의 간판 정책을 상징한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자마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친숙하게 드나드는 동네 사랑방이 됐다. 10일 오후 3시 이곳엔 평소와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북 웨딩(도서관 결혼식)이 펼쳐진 것이다. 입구부터 파티용 분홍색 풍선이 휘날렸다. 열람실 통로엔 오색 비단길이 깔렸다. 서가에도 풍선이 달렸고, 작은 꽃 화분과 꽃장식이 이곳저곳 놓이며 분위기를 띄웠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단상이 마련됐다. 가족의 단란한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이 벽을 비쳤다. 전국 처음으로 작은 도서관에서 선보인 결혼식의 주인공은 온데 마리아테레사(27)·김성수(43)씨 커플. 필리핀에서 건너온 마리아테레사는 5년 전 모국에서도, 한국에서도 혼인 신고만 했을 뿐 집안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김씨에게는 늘 마음의 짐이었다. 마침 구에서 북 웨딩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이들 부부를 추천했다. 유종필 구청장이 신부대기실로 쓰라며 5층 집무실에 딸린 회의실을 흔쾌히 내줬다. 회의실도 알록달록 파티용 풍선으로 꾸며지며 화사해졌다. 유 구청장은 “결혼식 뒤에도 뜯지 말라고 했다”며 “신부처럼 설레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국장단 회의를 할 요량”이라며 웃었다. 지역 업체들이 신랑·신부 미용 및 예복, 냉장고와 식기 세척기 등 가전제품을 선뜻 지원하며 거들었다. 결혼식은 지난 5일 막을 올린 ‘관악 평생학습축제-책잔치’ 기간에 열려 더욱 잔칫집 분위기를 풍겼다. 신림중앙교회 권재명 목사가 주례를 섰다. 결혼식을 적극 추진한 백성원 즐거운가족봉사단장이 신부 어머니를 대신했다. 아들 봉균(4)군은 곱게 한복을 입고 할아버지, 할머니 무릎에 앉아 엄마·아빠를 지켜봤다. 예물 교환 및 서약을 하고, 웨딩 케이크를 잘랐다. “너무 좋다, 행복하다”고 되뇌던 신부는 끝내 눈물을 떨궜다. 꼬마합창단이 앙증맞게 축가를 합창하자 주민들과 구 직원 등 하객 100여명이 함께 박수를 쳤고, 도서관은 온통 행복으로 물들었다. 김씨는 “집사람에게 너무 미안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도서관에서 결혼식을 올려 아이에게 더 뜻깊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보통 책을 열람하는 도서관의 일상적인 모습을 뛰어넘어 주민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듯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세종대왕으로 통하다(KBS1 오전 10시 55분) 한글은 누구나 쉽게 배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만학도 정순자 씨는 한글을 깨우치면서 식당에서 메뉴를 읽고 음식을 고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행복한 세상, 바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며 꿈꿔 왔던 세상이 아닐까. ■비밀(KBS2 밤 10시) 출소한 유정은 아들을 찾으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우철의 치매 증상은 나날이 악화되고, 유정은 수술비를 위해 직장을 구하려 하지만 전과자라는 이유로 취직도 쉽지 않다. 한편 민혁은 유정에게 복수를 하려다가도 나약한 유정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 유정의 주변을 배회하고, 세연은 민혁이 유정에게 집착하는 것을 보며 불안함을 느낀다.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MBC 밤 11시 20분) DJ들이 강력 추천한 게스트들과 함께한다. 김국진은 감자골 멤버 김수용을, 윤종신은 같은 소속사이자 제자 김예림을, 김구라는 친구 봉만대 감독을, 규현은 슈퍼주니어 동갑 멤버 려욱을 초대했다. 한편 개그맨 김수용의 제안으로 네 명의 게스트가 일일 DJ가 되어 라스 DJ들에게 폭탄 질문을 던지는 코너를 마련한다. ■한글날 특집다큐 글꼴 전쟁(SBS 오전 10시 30분) 아날로그 시대를 대표하던 소통수단인 문자가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글꼴’과 만나 대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본문용 글꼴의 경우 명조와 고딕, 즉 바탕체와 돋움체가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글꼴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더 좋은 글꼴을 만들어내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 글꼴전쟁의 현장에서 한글 ‘꼴’의 가치를 확인한다. ■한국기행(EBS 밤 9시 30분) 전남 고흥군 득량만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와 들이 품어주는 땅은 이들이 항상 꿈꾸었던 터전이었기에 낯설지가 않다. 천관산의 보살핌 속에서 아이 넷을 기르는 이준철씨 부부와 바다가 좋아 예순이 넘어서 초보 어부로 첫발을 내디딘 곽태남씨까지. 꿈의 스케치를 완성해 가는 사람들의 행복한 삶 속으로 함께 가본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밤 10시) 전 세계 여성암의 23%를 차지하는 유방암. 매년 10월은 유방암 인식의 달로 전 세계 여성들에게 유방암 예방과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여성들을 위협하는 유방암은 과연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최근 톱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절제술을 선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 [열린세상] 제로섬 게임의 전통을 넘어서/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제로섬 게임의 전통을 넘어서/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당나라의 천재 시인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를 보면 ‘인물은 뛰어나고 땅은 신령스럽네’(人傑地靈)라는 구절이 나온다. 풍수에서는 이 말을 ‘뛰어난 인물이 영기(靈氣) 있는 땅에서 나온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땅과 인물에 관련된 흥미 있는 설화가 많은데 그중에서 ‘절맥’(絶脈) 설화는 상당한 정치적 뉘앙스를 풍긴다.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팔도 곳곳의 지세와 물산·인문을 논하면서, 결국 조선은 천리 되는 들과 만리 되는 강이 없으니 천하를 경영할 큰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다. 약소국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를 환경 결정론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이러한 인식과 표리를 이루는 것이 절맥 설화이다. 야담에 의하면 고구려 보장왕 때 당나라로부터 도사들이 들어와 명산대천의 영기를 누르고 동명성왕이 승천했다는 조천석(朝天石)을 깨뜨렸다고 한다. 이어서 고려 공민왕 때 서사호(徐師昊)라는 명나라 사람이 천자의 기운이 있는 땅에 말뚝을 박아 봉인했다든가, 임진왜란 때 구원병을 이끌고 들어온 장군 이여송(李如松) 휘하의 도사가 역시 비슷한 행위를 했다는 설화 등이 전승되고 있다. 강력한 외세에 대한 두려움과 피해의식에서 비롯되었을 절맥 설화는 내부적으로 미래 라이벌의 출현을 견제하고 사전에 방지하려는 ‘아기장수’형 설화와 또 다른 표리 관계를 이룬다. 아기장수 우투리가 날개를 달고 모반하려다 사소한 실수 때문에 죽고 말았다든가, 장사가 태어나면 큰 역적이 된다고 하여 땅을 봉인하거나 아이를 죽였다든가 하는 설화들이 그것이다. 김동리는 ‘황토기’(黃土記)에서 이러한 유형의 설화를 잘 수용하여 비범한 인물의 허망한 삶을 표현한 바 있다. 문제는 면면히 전승되어온 설화는 단순히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한 사회의 고유한 성향 혹은 내면화된 어떤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역사 현실에서 자주 보이는, 상대방에 대해 일말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가혹한 견제, 뛰어난 인물에 대한 유별난 질시와 배척 등의 현상은 혹시 이러한 설화 유형과 모종의 관련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조선 전기에 사화(士禍)로 표출되었던 훈구파의 사림파에 대한 몇 차례에 걸친 공격, 후기의 노론과 남인 간의 각축 양상을 살펴보면 양자가 결코 공존할 수 없고 둘 중의 하나는 완전히 타격을 입어야 싸움이 종식되는 구조를 띠고 있는데, 이러한 구조는 이중환이 지적한 대로 천리의 들과 만리의 강이 없는 좁은 땅덩어리가 안고 있는 숙명적인 조건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른다. 요컨대 상대를 용납할 여유가 없는 조건에서는 모든 것을 잃게 되거나 얻게 되는 제로섬 게임의 상황이 벌어지기 쉽다. 훈구파와 사림파의 투쟁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토지는 한정되어 있는데 사림파가 부상하면서 나눠 줄 토지는 없는 상황에서 기득권에 위협을 느낀 훈구파가 사림파를 박멸하고자 했던 것으로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이러한 구조는 사회 각 분야로 확대된다. 어느 분야든지 판이 작으므로 함께 윈-윈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아니 남을 용납하면 내가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하는 극단의 처지를 각오해야 한다. 그러므로 누군가 두각을 나타내면 결코 그를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려는 풍토가 지배적이다. 인정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생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로 인해 뛰어난 인물에 대한 시기와 참소가 성행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뜻을 펴지 못한 채 초야에 묻혀 평생을 우울하게 보냈다. ‘재주를 품고 있으되 때를 만나지 못한’ 회재불우(懷才不遇)의 처지에 놓인 사람이 그 얼마나 많았겠는가? 모든 분야가 넓고 다변화된 오늘의 한국사회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타성이 불식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이나 골목 상권이 맡고 있는 업종마저 가로채거나 벤처 기업의 설 자리마저 없게 만들어 버리는 대기업의 독식 본능, 하청업체나 대리점 등에 가해지는 갑의 을에 대한 부당하고 무자비한 요구, 강한 자는 갈수록 강해지고 약한 자는 끝없이 약해지는 악순환의 고리 등 여전히 우리 사회 도처에는 제로섬 게임의 생존논리가 미만(彌漫)해 있다. 어떻게 과거의 전통(?)을 극복하고 윈-윈의 생태적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 [당신의 책]

    더 기타리스트(정일서 지음, 어바웃어북 펴냄) 다재다능한 악기인 기타를 베토벤은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불렀다. 이 말을 빌리면 기타리스트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와 연주를 겸하는 만능 음악인이다. 하지만 기타리스트가 반주자 영역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연주자로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한 건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가 출현한 1950년대부터다. 경력 20년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PD가 쓴 이 책은 시대를 풍미한 거장 기타리스트 105명의 삶과 음악을 통해 대중음악사를 조명한다. 1930년대 장애를 딛고 세 손가락만으로 최고가 된 벨기에 출신 장고 라인하르트에서 시작해 티본 워커와 비비 킹 등 초기 거장들, 그리고 지미 헨드릭스와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턴 같은 1970~80년대 스타들을 거쳐 매튜 벨라미, 존 메이어 등 21세기 신성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 기타리스트들의 계보를 찬찬히 훑는다. 748쪽. 2만 8000원. 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이택광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자 문화평론가인 저자가 요즘 가장 ‘핫’한 해외 철학자 9명을 각각 인터뷰한 뒤 문답을 생생히 옮겨 담은 책. 슬라보예 지젝, 자크 랑시에르, 지그문트 바우만, 가야트리 스피박, 피터 싱어 등 학계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주목을 한몸에 받는 철학자들의 육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폭넓은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저자는 철학자마다 주요 관심사에 대한 질문을 기본으로 던지고, 지난해 미국에서 촉발돼 세상을 들끓게 했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대중 운동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매체가 차지하는 위상 등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그들의 견해도 들어봤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에서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서구 정치철학뿐만 아니라 가라타니 고진, 왕후이 등 아시아의 대표 사상가에 이르기까지 현대 철학의 판도를 두루 조망한다. 철학자들과의 인터뷰는 2부에 담겼다. 240쪽. 1만 3500원.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오카노 유이치 글·그림, 양윤옥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치매를 앓는 어머니는 환갑이 넘은 아들의 머리숱 없는 머리를 두드리고, 꼬집으며 아이처럼 좋아한다. 훌렁 벗겨진 민머리를 어머니의 장난감으로 기꺼이 내맡긴 아들은 이렇게라도 어머니가 곁에 있음에 감사한다. 무명 만화가인 저자가 치매 어머니와의 일상을 그린 자전적 내용의 만화로, 치매 가족을 돌보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건네는 책이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지난 6월 일본만화가협회상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독자와 평단 모두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저자는 점점 아이가 되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눈물보다는 웃음, 고통보다는 유쾌함으로 승화시킨다. 한 여자로서 어머니의 인생을 회상하는 대목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NHK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영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페코로스는 ‘작은 양파’란 뜻으로, 저자의 별명이다. 216쪽. 1만 2500원. 유일한 규칙(리링 지음, 임태홍 옮김, 글항아리 펴냄) 베이징대에서 20년 넘게 경전 ‘손자’를 강의한 이력이 있는 저자가 수십년 천착해온 ‘손자 연구’를 총결산한 책이다. 중국 병법가의 최고 경전으로 통하는 ‘손자’의 병법에 대해 지은이는 ‘상황에 대응하며 사유하는 행동철학이자 투쟁철학’이라고 정의한다. ‘손자’는 인류역사상 손꼽히는 전란의 시기였던 춘추전국시대, 다시 말해 난세를 거치면서 그 진면목을 꿰뚫는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것. 따라서 그것은 인류가 사유하는 방식에 실제적으로 가장 닮은꼴이라고 주장한다. “병법에도 철학이 있다”고 단언하는 저자는 두 집단이 고도로 대항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유 방식이 다름 아닌 병법이며, 거기에는 선인의 지혜와 경험적 지식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손자’에 대한 깊은 학문적 고찰은 기본이고, 기존에 잘못 해석된 부분을 지적하는가 하면 관련 논쟁을 정리해 주기도 한다. 520쪽. 2만 8000원.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인간 본성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

    [대디 러브] 조이스 캐럴 오츠 지음/공경희 옮김/포레/352쪽/1만 3000원 다섯 살 난 로비는 엄마에게 “신(神)이 뭐냐”고 묻는 영특한 아이다. 로비와 엄마는 대형 쇼핑몰 주차장에서 차를 찾는 중이다. 두 사람이 주차된 차에 다가서려던 순간 엄마는 무언가에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다. 엄마가 잠시 정신을 잃은 사이 누군가 로비의 손을 낚아챈다. 엄마는 반쯤 정신을 잃은 채로 아들을 태운 밴을 쫓아가지만 휙 방향을 튼 밴은 이내 엄마를 향해 돌진한다. 만신창이가 된 엄마가 의식을 찾았을 때 아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올해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대디 러브’는 인간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보여준다. 작품은 유괴라는 어둡고 극단적인 상황을 빌려와 인간의 변화와 본질을 면밀하게 관찰한다. 그러나 올해로 일흔다섯 살이 된 오츠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희망적이지 않다. 3부로 구성된 이야기는 로비가 유괴된 2006년과 6년이 흐른 2012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로비를 납치한 체스터 캐시는 설교자의 탈을 쓴 악인이다. 그는 완전범죄에서 쾌감을 얻는 소시오패스이며, 아이는 열한 살 이전까지가 가장 아름답다고 믿는 소아성애자다. 그는 로비를 폭행하고 학대하면서도 자신이 “로비를 불구덩이에서 구출했다”고 여기고 유괴가 “신의 사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아빠’ 정도의 뜻을 지녔을 ‘대디 러브’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게 하고, ‘용맹한 전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기드온’이라는 이름을 성경에서 가져와 로비에게 붙이는 것도 뒤틀린 믿음의 결과다. 오츠는 로비의 신체적 고통과 악랄한 훈육 과정을 묘사하면서 우리가 ‘인간성’이라 믿는 것이 삶의 조건에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문드러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로비는 대디 러브에게 공포와 혐오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문과 학대 끝에 찾아오는 대디 러브의 칭찬에 점차 기쁨을 느낀다. 로비의 자아는 캐시를 완전히 부정하는 대신 대디 러브라는 악의 거울에 투사된다. 로비는 대디 러브를 닮아 간다. 오츠는 인간이 선한 본성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조건에 종속된다는 냉정한 시각을 견지한다. 오츠는 기드온의 입을 빌려 인간과 미국의 이면을 이렇게 설명한다. “모두 다 괴물이야. 알고 보면 다 그래.”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父, 11개월 된 아들에게 에이즈 주사, 22년 후…

    父, 11개월 된 아들에게 에이즈 주사, 22년 후…

    생후 11개월이 됐을 때 아버지로부터 강제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에이즈) 감염 혈액을 주입 당한 한 청년의 사연이 소개돼 네티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미국 허핑턴포스트 4일자 보도에 따르면, 브라이언 잭슨(22)은 생후 11개월 무렵 병원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강제로 에이즈 감염 혈액을 주사해, 현재까지 에이즈 치료를 받으며 살고 있다. 잭슨의 아버지 브라이언 스튜는 자신과 합의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한 잭슨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아들을 살해해 양육비 의무를 피하고자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의료진은 잭슨이 5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꾸준히 치료받으면서 현재까지 삶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생후 11개월된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려 한 댓가로 1급 살인미수죄 혐의를 받고 수감됐다. 현재는 가석방이 가능한 시기지만 현지 법원이 이를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그는 세인트루이스의 KPLR-TV에 출현해 “날 죽이려 했던 아버지의 구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에이즈 혈액을 주사받고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지만, 다양한 비영리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치료를 이어왔다“면서 ”이제는 아버지를 용서하겠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잭슨은 2009년 재단을 설립해 에이즈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차별을 금지하자는 캠페인을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아이들과 환자를 위한 여름 캠프 및 각종 오락행사를 주최하는 한편, 의과대학에서 강연을 하는 등 젊은 사회운동가로서 명성을 높이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야기, 그 속에 ‘사람’이 있다

    이야기, 그 속에 ‘사람’이 있다

    “이야기라는 게 문장을 뽑아내는 시추기 같아요. 이야기에는 힘이 있으니까, 흘러가는 대로 문장이 나와요.”  소설가 성석제(53)는 천생 이야기꾼이다.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는 소설의 신(神)이 있어서 내가 그의 손가락에 쥐어진 펜이 된 느낌이 든 적도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이어지는 능청과 웃음, 풍자와 어처구니는 그의 이야기에 ‘성석제표’라는 뚜렷한 인장을 새긴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이야기를 흘려보내는 자기만의 물길”을 발견한 셈이다.  2008년 ‘지금 행복해’ 이후 5년 만에 펴낸 소설집 ‘이 인간이 정말’(문학동네) 역시 삶에 대한 풍요로운 재담을 들려준다. 책에 실린 8편의 단편에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법한, 그러나 사소하고 애매해서 문학의 시간만이 비로소 붙잡을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물들은 작은 접촉 사고 뒤에도 한몫 챙겨 보겠다는 심산으로 보험 회사에 거짓 전화를 걸고(‘론도’), 남의 글로 백일장에서 장원이 되고도 부상으로 나온 공책과 연필은 뻔뻔하게 챙겨간다(‘찬미(贊美)’). 표제작 ‘이 인간이 정말’은 맞선 장소에 나와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장광설을 늘어놓는 백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들은 물론 표면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느물스러운 중년 남자의 표정 뒤에는 뿌리 깊은 고독이 도사리고 있고, 소통은 부재하며, 경제적 욕망과 허영은 되풀이하여 충돌한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컸을 거예요. 세상 만물 가운데 결국은 사람.”  그러나 그는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그리면서도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고, 지금도 별로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에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 자체에 따라 그냥 춤추는 느낌”이며 “작은 이야기를 치밀하게 직조하는 것”이다. 그의 관심은 표면보다는 단면이고, 단면보다는 단면의 응력이며, 응력의 순간적 작용보다는 그것을 움직이는 바깥의 기제다. 그는 “호기심이야말로 소설의 근력”이라면서 “‘별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소설을 쓸 수 없다”고 덧붙인다.  “사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고, 하는 것이고, 들려주는 것이고, 듣는 것이죠. 여기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것 같지만 우리 몸의 피부가 중력에 대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이야기고요. 당연한 게 아니냐고 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게 왜 이렇지’라고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이야기할 거리는 엄청나게 많아져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적하려면 문학은 더 성찰적이고 분석적이고 흥미로워야 하죠.”  그는 이번 학기 10여년 만에 대학에서 소설 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조물주에게 세상을 창조하는 방법을 가르칠 수는 없다”면서 “소설이라는 게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꼴이지만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고 말해 주는 정도”라고 몸을 낮춘다. 1986년 문학사상에서 시 ‘유리 닦는 사람’으로 등단했고 1995년 문학동네에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시작했으니 글을 쓴 지는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가 “글쓰기의 비결은 원고료”라고 농담처럼 말할 때, 그의 말은 ‘글로 밥 벌어먹는 사람’의 윤리와 자존심을 슬쩍 드러낸다. “이야기는 솜사탕 같아서 부드럽게, 가볍게 써야 부풀어 오른다”는 그는 그동안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은 느려졌죠. 충분히 힘이 쌓이고 에너지가 응축될 때까지 더 많이 기다리고요. 마냥 내뿜는 식이 아니라 좀 신중해졌다고 할까요. 아이에서 어른이 됐다고 할까. 아니 어른까지는 아니고 아마 사춘기쯤 온 것 같네요(웃음).”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학교 밖에서 배운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이야기가 있는 기억여행’

    [학교 밖에서 배운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이야기가 있는 기억여행’

    “예전에 엄마가 학교 다닐 때는 저런 지붕이 많았어.” 딸과 함께 골목을 걷던 어머니 기혜옥(45)씨가 손가락으로 지붕을 가리킨다. 딸 소희연(13·인헌초 6년)양의 질문과 어머니의 답변이 이어진다. “지붕 밑에 있는 천막은 뭐예요.”, “비가 새니까 밑에다 깐 게 아닐까.” 지난 28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북촌마을의 가회동 길. 재잘거리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목소리가 골목길을 메운다. 북촌로 2길 사거리에 자리한 ‘최소아과’를 지날 무렵 가족들을 인솔하던 전미정(36·여) 기억발전소 대표가 이들을 멈추게 하고 설명했다. “이 소아과는 상당히 오래된 건물이에요. 간판의 손글씨가 참 예쁘죠.” 박혜연(39·여)씨가 “여보, 준석이 사진 좀 찍어 줘요”라고 말하자 김경신(42)씨가 얼른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포즈를 잡은 준석(10·상탄초 3년)군의 모습을 찍는다. 이날 여행 테마는 ‘빈틈 있는 삶, 그것을 만들어가는 심심한 여행’이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1시간쯤 가회동 골목길을 거쳐 계동에 자리한 ‘물나무 사진관’까지 세 가족이 느린 여행길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꼼지락 주말문화여행’ 일환으로 진행된 ‘이야기가 있는 기억여행’의 3주차 일정이다. “심심한 여행이지만 얻을 것은 많다”고 여행을 기획한 전 대표가 설명했다. “아빠나 엄마는 일 때문에, 아이는 학원 다니느라 모두 바빠요. 바쁘다 보니 놓치는 것도 많고 함께 시간 내기도 어렵죠. 그래서 느린 여행을 기획했습니다. 지난 1~2주차에는 엄마와 아빠의 옛날사진이나 오래된 가족사진을 꺼내 함께 기억공책을 만들고 필름 카메라로 다른 가족들을 찍어 줬어요. 오늘은 골목길을 여행하고 찍었던 사진을 암실에서 현상·인화하려 합니다.” 사진관에 다다르자 인상 좋은 사장 김현식(44)씨가 아이들을 맞았다. 김씨는 가족들에게 사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인화지는 은으로 덮여 있어요. 사진에 까맣게 나오는 부분이죠” 신기해하는 이들에게 김씨가 농담을 던지자 ‘빵’ 터진다. “까만 부분을 잘 긁어 은목걸이나 은반지도 만들 수 있으니 다들 열심히 노력하세요.” 이어진 사진 현상·인화는 이날 여행의 백미였다. 암실에 들어간 위에녹(8·등양초 1년)양이 “여기에도 우리 엄마가 있고, 저기에도 있네”라며 밀착 인화된 사진 중 두 장을 골랐다. 물나무 사진관 직원 우원희(26·남)씨가 확대경에 필름을 잘라 넣고 인화지에 노란 빛을 쪼였다. 현상액이 든 네모난 통에 인화지를 넣고 통을 반복해 기울이자 서서히 상이 올라온다. 위양이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옆에 서 있던 어머니 장은미(45)씨도 “신기하다”를 연발했다. 정지 작업을 거쳐 현상을 멈추고, 정착 과정으로 남은 입자를 씻어내자 깨끗하고 말쑥한 흑백사진이 나온다. 위양과 어머니 장씨가 손가락으로 ‘V’ 자를 하고 찍은 모습이 사진에 맺혔다. “필름을 봤을 때는 엄마가 흑인처럼 나왔는데 이건 제대로 나왔네” 위양이 사진을 보며 웃자 우씨가 “머리카락은 흰색으로 나왔지. 네거티브는 반대로 나오는 거야” 하고 가르쳐 준다. 가족 사진을 받아든 세 가족은 이날 여행에 대해 ‘색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김경신씨는 “아이와 함께 손잡고 골목을 천천히 걸어오는 게 생각보다 즐거웠다”며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부인 박씨 역시 “골목길 여행이 소소한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혜옥씨를 따라온 최영무(12·사당초 5년)군은 “우리 가족이 내년에 유럽여행을 가는데 필름 카메라를 가져가고 싶다. 오늘처럼 인화도 해보고 싶다”고 웃었다. 3주 일정을 마친 이들은 4주차에 ‘꼼지락 쇼’를 통해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서로의 기억을 공유할 예정이다. 전국 4개 권역에서 5개의 ‘꼼지락 주말문화여행’을 진행하는 트러블러스 맵의 오택진(32) 국내여행팀장은 “이야기가 있는 기억여행은 다른 여행에 비해 유독 인기가 좋다. 특히 부모들의 만족도가 크다”며 “캠핑 등 즐길 거리가 많고 활기 넘치는 여행이 최근 유행하고 있지만 느린 여행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점에서 느린 여행, 심심한 여행을 권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6살 男쌍둥이, 여자로 새 삶!…세계적 유례없어

    6살 男쌍둥이, 여자로 새 삶!…세계적 유례없어

    이제 갓 학교에 들어간 남아 쌍둥이가 여자아이로 바뀌게 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주가 6살 남자아이의 성별전환을 허락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관계자는 “주민등록 당국이 사법부의 허락 없이 성별을 바꿔주기로 했다”면서 “아마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인권보호를 위해 가명 ‘룰루’로 언론에 소개된 남자아이는 형제쌍둥이로 태어났다.아이는 분명 남자였지만 2살 때부터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행동을 시작했다. ”나는 여자아이” “나는 공주”라는 말을 하면서 엄마 옷을 입으려 했다. 쌍둥이형제 중 한 명이 생물학적으론 남자로 태어났지만 정신적으론 여자아이라고 확신한 엄마는 중대결심을 했다.엄마는 “아들이 딸인 것 같다”면서 주민등록소에 성별전환을 요청했다.그러나 당국은 단호히 거절했다. 주민등록의 성별전환을 하려면 재판을 하라고 했다. 엄마는 3번이나 거절을 당하자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아들의 처지를 설명하고 “정신적으로 여자로 태어난 아들이 진정한 여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편지를 읽고 아동인권기관에 적극적인 지원을 명령했다. 아동인권기관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주 주민등록소에 “거부된 성별전환신청을 다시 검토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했다. 압력을 느낀 주민등록소는 성별전환신청을 받아들여 남자아이의 출생과 주민등록기록을 변경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현지 언론은 “남자아이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어린자식의 성별전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클라린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기고] 일반고 선생님들 마음부터 세워야/전상훈 광주 첨단고 교장

    [기고] 일반고 선생님들 마음부터 세워야/전상훈 광주 첨단고 교장

    눈 말똥말똥 뜨고 선생님과 눈을 맞추며 공부를 공부답게 하고 있는 학생은 한 반에 4~5명이나 될까. 공부하기 싫지만 대학을 가기는 해야겠기에 마지못해 힘겹게 버티는 학생이 15~16명. 나머지 학생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스스로의 삶을 위로해 주는 게 오직 잠자는 일뿐이라고 체념한 듯 엎드려 있다. 이 기막힌 교실풍경을 바라보노라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니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 한 아이라도 더 깨워서 공부시키려고 호통을 치거나 일으켜 세워 벌을 주는 것도 한두 번. 수업태도를 바로잡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길 수 없어, 하고자 하는 학생들만 데리고 수업을 진행해 보지만 도무지 신명이 나지 않는다. 명문대 진학률 하나로 학교 교육의 총체적 성과가 저울질되는 현실에서 다가오는 수능 시험일을 생각하면 마치 형장의 계단을 오르는 죄수의 심정인 우리 선생님들. 어깨에 드리워진 무력감의 그늘이 너무 짙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화·다양화, 일반고 학생을 위한 진로직업교육 확대, 일반고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강화, 자율고 제도 개선 및 특목고 지도감독 강화 등의 4대 중점과제를 설정하고 각 시도 권역별 공청회를 열어 최종안을 10월 중에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차제에 일반계고교 교장으로서 느끼는 소회와 제언 몇 가지를 피력해 보고자 한다. 우선, 학교 현장에 뿌리 깊게 자리한 ‘자율권의 변칙적 남용’에 대한 우려이다. 교육과정 필수이수 단위를 현행 116단위에서 86단위로 줄여 단위학교의 다양한 특성이 반영된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의 여지를 넓혀주겠다고 하지만, 대학입시에 절체절명으로 매달려야 하는 현실에서 국·영·수 과목을 강화하는 등의 교육과정 변칙 운영의 충동을 뿌리칠 학교가 과연 몇 개나 될지 의문이다. 다음은, 향후 4년간 학교당 평균 5000만원씩을 교육과정 개선지원비로 지원한다고 하니 일반계고교로서 일견 기대되기도 한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교육 현안이 돈이면 다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재정 지원 만능주의’로 인해 자칫 본질의 왜곡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교육당국은 교육과정 자율화, 재정 지원 확대 등도 좋지만 지금 일반고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음에 더 주목해야 한다. 위기의 공교육을 살려내고, 공부하기 싫은 학생들을 일으켜 세울 사람은 선생님들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열악한 근무조건, 최악의 교수-학습 조건 속에서 그들에게 무조건적 희생과 봉사만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인사상의 우대, 전문성 신장을 위한 다양한 연수기회 부여, 수업부담의 경감과 같은 사기진작 조치들이 뒤따라야 한다. 다음은 학교장에게 그 책무에 상응하는 인사권을 강화해 주어야 한다. 일반고의 심각한 학력저하, 위기학생 증가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생활지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수교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학교장이 소신을 가지고 유능한 인적 자원 유치를 통해 단위학교 책임경영을 추구하고 성공적인 학교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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