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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톤즈 눈물 닦아준 이태석… 숭고한 삶 왜곡 말아달라”

    “톤즈 눈물 닦아준 이태석… 숭고한 삶 왜곡 말아달라”

    지인들 “상업적 이용 안 돼” 우려 목소리 부산 톤즈문화공원 ‘이태석 기념관’ 개관 새달 12일 추모미사… ‘울지마 톤즈2’도 “이태석 신부의 나눔은 그저 퍼 주는 나눔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좋은 나눔이었습니다. 이 신부가 더이상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수단 톤즈에서 아이들을 위해 몸 바쳤던 이태석 신부의 10주기(내년 1월 14일)를 준비하고 있는 그의 지인들은 1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신부의 사랑과 영성을 이세상에 더 많이, 더 깊게 알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 ‘울지마 톤즈’로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이 신부는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사제의 길을 택해 남수단 오지 톤즈에서 사제이자 의사, 교사로 살다가 대장암 투병 끝에 2010년 선종했다. 미래가 보장됐던 의사를 포기하고 그 척박한 아프리카 오지로 간 이유를 이 신부는 ‘다이아몬드’에 빗댔다. 이 신부의 1년 후배인 김상윤 신부는 “‘돌을 들고 있는데, 다이아몬드가 보이면 돌을 버려야 하지 않겠니’라면서 사제의 길과, 청소년을 이끄는 일을 다이아몬드로 여겼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기 때문”이라는 이 신부의 말도 얹었다. 청소년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한 살레시오수도회의 부관구장인 백광현 신부는 “이 신부가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고 음악을 하며 보냈던 시간을 가장 즐거워했다”고 전했다. 이 신부는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아이들로 구성된 브라스밴드를 조직하기도 했다. 살레시오회의 한 사제는 “악기도 못 다루던 밴드가 일주일 만에 합주를 했다면서 그는 ‘이 아이들의 피에는 악보가 흐른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고 떠올렸다. 이 신부의 선행과 희생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난 10년간 그에 대한 관심도 확산됐다. 그러나 때론 이 신부의 본뜻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일들이 생겨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선 이 신부의 행적을 과장해 법정소송까지 빚었고, 브라스밴드를 무리하게 초청하려는 시도 탓에 말썽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9일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한국교구관에서 자제를 호소하는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태석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유명일 신부는 “수도회 차원에서는 10주기를 조용히 치르려 했으나 세상이 이태석 신부를 먼저 기억하려고 한다”며 “이 신부의 뜻을 기리고 올곧게 이어 가기 위한 다양한 일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신부의 기일에 맞춰 부산 서고 톤즈문화공원에 ‘이태석 기념관’이 개관하고, 그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는 내년 1월 9일 개봉한다. 신부의 전기와 다큐멘터리 영화도 내년 말 선보일 예정이다. 기일을 이틀 앞둔 1월 12일에는 광주 살레시오 중·고교 성당에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목 메인 문 대통령 “국가가 소방관 건강·안전·자부심 지키겠다”

    목 메인 문 대통령 “국가가 소방관 건강·안전·자부심 지키겠다”

    文 “국가는 국민생명 위해 존재”“안전에 무한책임…보훈도 힘쓸 것” 한 명씩 호명하며 다섯 소방관 추모목 메인 文, 어린 유족 앞에 무릎꿇어 “민간 희생자 유족에도 깊은 위로”대원 2명, 민간인 1명 시신 못 찾아사고 발생 39일째, 지난 8일 수색종료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5명의 소방항공대원을 추모하며 “국가가 소방관들의 건강과 안전, 자부심과 긍지를 더욱 확고히 지키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계명대 체육관에서 열린 독도 해역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항공대원 합동영결식에 참석해 “다섯 분의 헌신·희생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면서 “다급하고 간절한 국민 부름에 가장 앞장섰던 고인들처럼 국민 안전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소방가족의 염원이었던 소방관 국가직 전환 법률이 마침내 공포됐다”면서 “소방관들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것 역시 국가의 몫임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0월 31일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헬기가 이륙 직후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해 소방항공대원 5명과 환자 등 민간인 2명이 숨졌다. 당국은 이 가운데 4명의 시신을 수습했지만 대원 2명과 민간인 1명을 찾지 못했다.당국은 유가족 등과 협의해 사고 발생 39일째인 지난 8일 수색을 종료했다. 2004년 소방방제청 신설 이후 중앙정부가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을 연 것은 처음이다.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에 대통령이 참석해 추도사를 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재난에서 안전할 권리, 위험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국가는 국민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소방관들은 재난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에게 국가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119를 부를 수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구조될 수 있다고 믿으며, 고인들은 국가를 대표해 그 믿음에 부응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영웅”이라 지칭했다. 문 대통령은 “사랑하는 아들·딸·아버지·남편이었고 누구보다 믿음직한 소방대원이었으며 친구였던 김종필·서정용·이종후·배혁·박단비 다섯 분 이름을 우리 가슴에 단단히 새길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다섯 대원은 어두운 밤 멀리 바다 건너 우리 땅 동쪽 끝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을 위해 한 치 망설임 없이 임무에 나섰다”면서 “국민 생명을 구하는 소명감으로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훈련받고 동료애로 뭉친 다섯 대원은 신속한 응급처치로 위기를 넘겼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의 영웅들은 그날 밤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면서 “무사 귀환의 임무를 남겨놓은 채 거친 바다 깊이 잠들고 말았다”고 애통해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용감했던 다섯 대원의 숭고한 정신을 국민과 함께 영원히 기리고자 한다”면서 “또한 언제 겪을지 모를 위험을 안고 묵묵히 헌신하는 전국의 모든 소방관과 함께 슬픔과 위로를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비통함과 슬픔으로 가슴이 무너졌을 가족들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리며 동료를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 소방 잠수사들, 해군·해경 대원들의 노고에도 감사와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숨진 5명 대원의 이름을 한명씩 부르며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김종필 기장은 끊임없이 역량을 기르며 주위 사람까지 알뜰히 챙기는 듬직한 동료였고 세 아이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면서 “서정용 검사관은 후배들에게 경험과 지식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탁월한 선임이었고 아들·딸을 사랑하는 따뜻한 가장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종후 부기장은 동료를 세심하게 챙기는 항공팀 살림꾼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둘째 아들을 먼저 잃은 아버지·어머니에게 너무나 귀한 아들이었다”고 추도하다 잠시 목이 메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곳 계명대를 졸업한 배혁 구조대원은 결혼한 지 갓 두 달 된 새신랑”이라면서 “해군 해난구조대원으로 활약한 경력으로 소방관이 돼 5월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에 파견돼 힘든 수중 수색 업무에 투입됐던 유능하고 헌신적인 구조대원”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박단비 구급대원을 거론하며 “늘 밝게 웃던 1년 차 새내기 구급대원”이라면서 “쉬는 날 집에서도 훈련을 계속하면서 만약 자신이 세상에 진 빚이 있다면 국민 생명을 구하는 것으로 갚겠다고 했던 진정한 소방관이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다섯 분 모두 자신의 삶과 일에 충실했고 가족과 동료에게 커다란 사랑을 줬다”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한 헌신이 생사기로에 선 국민 손을 잡아준 힘이 됐다”고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안전한 대한민국 이름으로 다섯 분의 헌신·희생을 기려야 한다”면서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소방헬기의 관리 운영을 전국단위로 통합해 소방의 질을 높이면서 소방관들의 안전도 더 굳게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들의 희생이 영원히 빛나도록 보훈에도 힘쓰겠다”면서 “가족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 소방가족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국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아침 해가 뜰 때마다 우리 가슴에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겨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같은 사고로 함께 희생된 윤영호·박기동 님의 유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일곱 분 모두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이날 김종필 기장과 이종후 부기장, 서정용 항공 정비검사관에게는 공로장을 봉정했고, 배혁 구조대원과 박단비 구급대원에게는 1계급 특진이 추서됐다. 문 대통령은 흰 장갑을 끼고 제단 중앙으로 이동해 묵례한 후 순직대원들에게 훈장을 추서했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이 앉은 쪽으로 이동해 한명 한명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특히 어린 유가족 앞에는 무릎을 꿇고 앉아 눈높이를 맞춰 손을 꼭 잡았고, 뒤편에 있던 한 유족이 앞에 나와 무언가를 얘기하자 잠시 귀를 기울여 경청하기도 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미스 유니버스 개념 소감 “소녀들이 자신의 얼굴에서 내 모습 발견하길”

    미스 유니버스 개념 소감 “소녀들이 자신의 얼굴에서 내 모습 발견하길”

    “모든 소녀들이 자신의 얼굴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길 바란다.” 미인 선발대회에서 들어보지 못한 색다른 수상 소감이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진행된 2019 미스 유니버스로 뽑힌 미스 남아공 조지비니 툰지(26)의 메시지라고 영국 BBC 라디오1 뉴스비트가 다음날 소개했다. 90여명의 각국 대표들 가운데 그녀와 미스 푸에르토리코 매디슨 앤더슨, 미스 멕시코 소피아 아라공이 마지막 3인의 후보로 선출돼 사회자로부터 기후변화, 시위, 소셜미디어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녀는 오늘을 사는 소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리더십이다. 나처럼 생기고 피부색이나 머리칼이 나같은 여성들이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는 세상에서 자라났다. 아주 오랫동안 소녀들과 여성들에게 부족했던 뭔가가 있는데 우리가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회가 여성들에게 붙인 라벨 때문”이라면서 “내 생각에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힘있는 존재이며 우리에게 모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소녀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란 바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흑인으로서 왕관을 처음 쓴 것은 아니다. 2011년 레일라 로페스(앙골라)가 맨처음이었는데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축하를, 당신은 우리를 매우 자랑스럽게 했다”고 적었다. 조지비니는 “오늘밤 문 하나가 열렸고, 난 그걸 열고 걸어들어간 한 사람이 됐다는 점을 무한한 감사를 표할 길이 없다. 이 순간을 목격한 모든 소녀들이 자신의 꿈이 지닌 힘을 영원히 믿고 자신들의 얼굴에서 날 찾아주면 좋겠다. 난 자랑스럽게 내 이름 조지비니 툰지를 미스 유니버스 2019로 선언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남아공 출신이기도 한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도 트위터의 해시태그 #MissUniverse를 공유하며 “리더십은 오늘 소녀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우리 소녀들을 위한 리더십 아카데미 #OWLAG를 찾아준다면 환영하겠다”고 밝혔다. 미스 유니버스는 지난 8월 미스 남아공으로 뽑힌 조지비니에 대해 “자연미의 자랑스러운 변호인”이라고 표현한 뒤 그녀가 “다른 젠더(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에 맞서 싸우는 열정적인 활동가“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젠더 고정관념에 따른 수사를 바꾸는 소셜미디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동영상을 보면 그녀의 머리카락은 곱슬곱슬하기만 하다.대회 주최측은 상금 액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조지비니는 미국 뉴욕의 아파트에 일년 동안 공짜로 머무를 수 있고 10만 달러의 봉급을 받게 된다. 매체 인터뷰를 위해 세계를 여행하며 모델 일을 할 기회도 주어진다. 미스 유니버스를 비롯해 다른 미인 선발대회 모두 오늘날 사회에서 이런 대회가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맞닥뜨린다. 한 트위터리언은 “여성을 다른 여성과 겨루게 하는 미인대회는 너무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를 의식해 여러 미인대회는 수상자의 개인적 성취에 초점을 맞추거나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게 하는 식으로 비판을 피해갔다. 하지만 미스 유니버스는 아직도 TV 중계로는 내보내지 않지만 비키니 수영복 심사를 고집하고 있다. 이 대회와 쌍벽을 이루는 미스 월드 대회는 아이를 가진 엄마의 출전 기회를 봉쇄하고 있다. 지난해 미스 우크라이나로 뽑힌 모델 베로니카 디듀센코(24)는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로 왕관을 박탈당해 법적 소송에 들어갔다. 그녀는 뉴스비트 인터뷰를 통해 “대회를 오늘에 발맞추고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완벽하게 찾을 수 있는 여성들의 현실을 반영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치정살인이 부른 ‘나비효과’… 홍콩, 中 일국양제에 반기 들다

    치정살인이 부른 ‘나비효과’… 홍콩, 中 일국양제에 반기 들다

    하나의 우연한 사건이 거대한 역사를 만들 때가 있다. 이른바 ‘나비효과’다. 1914년 6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찾아온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에게 18세 청년이 총격을 가한 ‘사라예보 사건’으로 1차 세계대전(1914~1918)이 시작됐다. 2011년 4월 미국 백악관 연례만찬 행사에서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청중으로 온 부동산업자 도널드 트럼프에게 공개망신을 주자 트럼프가 이에 앙심을 품고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 지금 소개하려는 ‘찬퉁카이 사건’도 중국의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 원칙을 흔들고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을 바꾼 ‘역사의 방아쇠’로 기억될 것 같다. 9일로 정확히 6개월이 된 홍콩 시위 사태의 원인을 설명하는 프리퀄(본편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과거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사법권 못 미치는 대만 사건 발생… 기소 불가 지난해 2월 8일 중국 광둥성 선전 출신의 홍콩인 찬퉁카이(21)가 동갑내기 여자친구 판샤오잉과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대만이었다. 판샤오잉은 열흘쯤 뒤인 17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왓츠앱을 통해 “홍콩으로 돌아간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 뒤로 연락이 끊겼다. 전 세계를 소용돌이에 빠뜨린 거대한 태풍의 시작이었다.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그때 두 사람은 타이베이의 한 호텔 방에서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 판샤오잉은 임신 중이었는데, 뱃속 아이 아빠가 자신이 아닐수도 있다는 사실을 찬퉁카이가 뒤늦게 안 것이다. 판샤오잉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으로 새 남자친구의 존재를 확인해 준 뒤 “이 지경까지 왔으니 너와 헤어지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찬퉁카이가 순간적인 격분을 참지 못하고 판샤오잉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는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담아 숙소를 빠져나왔다. 타이베이의 한 지하철역 부근 공원 풀밭에 암매장하고 홍콩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판샤오잉의 신용카드로 돈을 찾아 자신의 은행계좌로 입금했다. 판샤오잉의 부모는 딸과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찬퉁카이는 곧바로 체포됐고 범행 사실도 자백했다. 이 사건은 ‘단순 치정살인’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영미법을 채택한 홍콩은 영역 내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하는 ‘속지주의’를 유지한다. 홍콩 당국 입장에서 찬퉁카이의 죄는 천인공노할 사안이지만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대만에서 벌어져 기소가 불가능했다. 다른 나라들과 그랬던 것처럼 미리 대만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었다면 찬퉁카이를 송환하고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홍콩은 그러지 않았다. 대만과 정치·법률 분야에서 공조하면 대만을 보통국가처럼 보이게 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베이징 당국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찬퉁카이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음을 안 대만 정부가 그에 대한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아 송환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무리를 해 가며 반중 성향인 대만 정부를 도울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속내도 있었다. ●2047년 이후, 공포에 떨고 있는 홍콩 시민들 같은 해 4월 홍콩 사법당국은 찬퉁카이에 대한 살인 혐의 적용을 포기했다. 대신 여자친구의 카드로 돈을 인출한 것에 대해서만 절도죄 등을 적용해 29개월형을 선고했다. 그나마도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모범수로 복역했다는 점을 들어 18개월로 감형했다. 그는 올해 10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평생을 감옥에서 지낼 것 같던 찬퉁카이에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비난 여론이 커지자 홍콩 정부는 “제2의 찬퉁카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1년 가까이 지난 올해 2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개정에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홍콩 주민이 상대국법으로 징역 3년 이상 실형이 예상되는 범죄를 저지르면 용의자 송환 여부를 판단하는데, 대만처럼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지역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사법 절차 없이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 여부를 결정하게 한 것이 골자다. 여기서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장관이 용의자 송환 여부를 정할 수 있는 지역에 대만뿐 아니라 중국 본토가 포함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국은 홍콩의 반중 인사들에게 반분열국가법(우리의 국가보안법에 해당) 위반 혐의를 적용해 홍콩 정부에 송환을 요구할 수 있다. 친중 성향인 행정장관은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홍콩인들은 중국이 광범위한 자치를 약속한 시한인 2047년 뒤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두려움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반체제 서점 관계자 실종(2015)과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 실종(2017) 등 중국 공권력에 의한 납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송환법은 홍콩인들에게 ‘말 안 듣는 사람들을 중국으로 쉽게 보내려는 법’으로 여겨졌다. ●확산되는 반중 시위… 전 세계 정치지형 변화 홍콩 정부는 범민주 진영의 반발에도 입법을 강행했다. 3월 9일 이 법안이 입법회(우리의 국회 격)에 제출됐다. 여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을 비롯한 친중파 의원들은 이 법안을 무조건 통과시키려고 나섰다. 민주당과 공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결사적으로 막았다. 70명으로 이뤄진 홍콩 입법회에서 친중파(41석)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범민주 진영(29석)의 반대를 제압하고 5월 26일 이 법안을 법사위원회에 올려 가결했다.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형식적 통과 절차만 거치면 법이 발효될 순간이 코 앞에 왔다. 그러자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자신들을 지켜야 할 정부가 되레 정상적인 사법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본토로 내보내려 한다는 배신감이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다.이후부터는 잘 알려진 그대로다. 6월 9일 홍콩 시민들이 첫 번째 거리 시위를 열었다. 100만명이 넘게 참석했다. 이후 주말 시위는 6개월째 이어지며 홍콩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 지난달 24일 범민주 진영은 홍콩특별행정구 구의회 선거에서 85%가 넘는 의석을 가져오며 사상 처음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친중 성향이 우세하던 홍콩의 시민들은 완전히 돌아섰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중국과의 전쟁’은 2047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도 이제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대놓고 말하고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 1월 당선 뒤 잇따른 정책 미숙으로 내년 1월 총통 선거 패배가 확실시돼 왔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이변이 벌어졌다. 올해 8월부터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올라 대선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이제 대만에서 ‘반중’은 국시가 됐다.이런 분위기는 최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물러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을 통과시켰다. 내친김에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신장 위구르 인권법과 티베트 인권법도 제정할 모양새다. 인권 문제를 고리 삼아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다. 한 20대 홍콩인 커플의 애정여행이 동아시아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고 전 세계를 ‘친중 대 반중 구도’로 재편하는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 역사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전 세계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살아있는 전설’ 빅 버드 스피니, 하늘의 전설이 되다

    ‘살아있는 전설’ 빅 버드 스피니, 하늘의 전설이 되다

    세계적인 어린이 인기 방송 ‘세서미 스트리트’의 빅 버드 인형 조종사 캐럴 스피니가 8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우드스톡 자택에서 별세했다. 85세 비영리단체 세서미 워크숍은 이날 성명에서 스피니는 근육 수축을 일으키는 운동장애 긴장이상 합병증과 투병하다 숨을 거두었다고 밝혔다. 스크린에 나오는 빅 버드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그를 조종하는 스피니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지난해 은퇴하면서 계승자로 매우 다르지만 수백만명의 어린이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빅 버드’와 ‘오스카 더 그라우치’를 지명했다. 키가 큰 노란 카나리 새인 빅 버드와 다른 하나는 쓰레기통에 사는 잘 삐치는 녹색 괴물인 오스카로, 이들은 마법 세계에 산다.스피니는 생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놀라울 정도로 무례한” 식당 종업원과 고함 지르는 뉴욕 택시 운전사를 모델로 삼았다고 말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다음해인 1973년 빅 버드는 공연을 위해 분장을 하고 베이이징으로 날아갔다. 그는 항공 요금으로 빅 버드가 “단지 6살이기 때문에” 절반만 냈다고 말했다. 1933년생인 그는 부끄러움을 많은 타는 아이로서 12살때 인형을 70개 가졌다고 한다. 1962년 인형조종사 축제에서 또다른 인형 조종사였던 제임스 헨슨을 만났고, 1969년 그와 다시 우연히 부딪혔다. 이를 계기로 몇개월 뒤에 스피니는 ‘세서미 스트리트’에 합류했다. 그의 일생은 2014년 다큐 ‘나는 빅 버드이다. 캐럴 스피니 이야기’로 소개되었다. 빅 버드는 키가 2.5m에 달해 큰 날개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손과 줄을 이용했다.스피니는 미국인의 문화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2000년 미의회도서관이 ‘살아있는 전설’로 선정했다. 그래미상 2회와 공로상, 데이타임 에미상을 6회 등을 수상했다. 케네디센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스타로 새겨져 있다. 세서미 워크숍은 이날 성명에서 “스피니는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세계관을 가진 예술적 천재”라며 “방송 초기인 1969년부터 50년동안 세서미 스트리트를 형성하고 정의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염혜란 “이렇게 많은 지지받은 적 처음...실제는 홍자영보다 노규태에 가깝죠”

    염혜란 “이렇게 많은 지지받은 적 처음...실제는 홍자영보다 노규태에 가깝죠”

    “귀한 손님에게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잘 간직하려구요.” 화제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최고의 신스틸러 중 한 명인 홍자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염혜란. 옹산의 엘리트인 이혼전문 변호사로서 할말은 하는 시원시원한 ‘걸크러쉬’ 매력으로 여성팬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연기 인생에서 이렇게 큰 지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에요. 한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들도 너무 잘 보고 있다고 전화가 오더라구요. 사실 제 본 모습은 홍자영 보다는 노규태에 가까운데, 하고 싶은 것들을 과감하게 하는 자영을 보고 저도 캐릭터를 사랑하게 됐죠.” 임상춘 작가는 등장 인물을 동물에 빗대어 설명했고, 그 중 홍자영을 고양이로 표현했다. “작가님이 자영은 사랑받고 싶다고 꼬리를 흔들지도 못하고 드러누워서 배를 까지도 못하는 고양이처럼 도도하고 센 척을 한다고 표현했는데, 그게 딱 들어맞더라구요.” 연극 배우 출신으로 다양한 영화에서도 활약해 온 베테랑 연기자 염혜란은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이혼전문 변호사가 쓴 책을 보면서 홍자영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머리를 자르는 정도가 아니라 삭발이라도 할 각오였어요. 이혼 절차에 관한 책을 하도 열심히 보니까 어느 날 집에서 남편이 ‘대체 의도가 뭐냐’고 묻더군요.(웃음)” 그는 실제 홍자영과 자신의 싱크로율은 0.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신 홍자영에 가까운 인물로 동백 역을 연기한 공효진을 꼽았다. “효진씨는 상황 파악을 객관적으로 잘 하고, 구별할 줄 아는 똑똑한 배우에요. 하늘씨는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고 인사를 꾸벅 해요. 둘 다 어리지만 선배 같아요.”이번 작품에서 규태와 자영의 연상 연하 로맨스는 동백과 용식의 러브 라인 못지 않게 큰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회에 동백과 용식의 후드티 키스신을 패러디한 규태와 자영의 멜빵 키스신도 큰 화제였다. 그는 “솔직히 우리만의 패러디라서 위험성도 있고 감독님도 고민하셨는데, 잘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역인 배우 오정세에 대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도 깊고 연기에 대한 고민을 열심히 하는 배우다. 촬영하면서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자영에게 노규태는 “큰 아들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아이 캔 스피크’의 진주댁을 비롯해 매 작품마다 인상 깊은 연기를 남긴 그는 “결정적인 신을 한 적이 많고, 각인되는 역할을 많이 한 나는 행운아”라면서 “작품이 좋은 덕분”이라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염혜란은 “‘동백꽃’은 홍자영의 성장기이기도 하다”고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빗장을 걸고 살던 홍자영은 초반에 까멜리아를 기웃거리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동백과 술을 마시는 장면은 이웃들과 서로 어울리는 자영의 변화를 의미한다”면서 “마지막에 자영이 임신 사실을 떡집에서 들키는 장면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혜란은 “저 역시 너무 힘들어서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이 드라마를 하면서 응원과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살다보면 자꾸 높은 것만 보고 더 나은 삶만 보고 비교하고 살잖아요. 극중 대사에서 동백이가 ‘내 삶에는 특별히 극적인 순간도 없었지만 그것마저도 기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큰 감명을 받았어요. 여러분도 자기만의 꽃밭을 일구면서 사시면 힘이 될 것 같아요. 저도 볼 때마다 반가운 오래가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피부색과 성공은 상관없어, 그게 런던

    피부색과 성공은 상관없어, 그게 런던

    英최고의 문제적 작가 제이디 스미스 다문화에 대한 혐오의 최격전지 런던 경제적 성공 좇는 서로 다른 네 인종 브렉시트 전후 영국인의 고민 담아내 오늘의 런던을 읽는 두 가지 콘텐츠는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와 제이디 스미스가 쓴 소설 ‘런던, NW’다.‘라스트 크리스마스’에서 런던은 유고슬라비아 출신 난민, 아시아계 등이 집결해 아직도 혐오와 차별에 허덕이는 격전지다. 영국 문예지 ‘그랜타’가 선정한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 제이디 스미스가 그린 런던은? 다문화주의를 넘어 강고한 신자유주의로 넘어가는 복판에 있다. NW는 런던의 북서부 지역을 의미하는 우편 기호라고 한다. 이 소설은 NW의 저소득층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성장한 네 인물들이,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성공이라는 공통된 꿈을 좇는 모습을 추적한다. 리아, 내털리, 필릭스, 네이선은 런던 북서부의 저소득층 주택 단지 ‘콜드웰’에서 자랐다. 네 사람 중에 가장 낭만적인 성격의 백인 리아 한월은 미래를 위해 쾌락을 보류하는 대신, 모든 시절의 유행을 마음껏 즐기며 성장했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프랑스 출신의 흑인 미용사 미셸과 결혼했지만, 이들의 동상이몽은 점입가경이다. “프랑스에서라면 내가 아프리카인인지 알제리인인지 아무도 관심 없어.(중략) 거기에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여기서는 얼마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52쪽) 미셸은 호언장담하지만, 리아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남편과 침대 위 쾌락에만 집중할 뿐 왜 사랑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도대체 어느 쪽이 앞인지에 대해서는 반문한다. 미셸은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위해 크고 좋은 집을 구하려는 꿈에 부풀어 있지만 책으로 배운 투자로 번번이 실패하는 한편, 리아는 몰래 피임약을 복용한다. 한편 4인방 중 유색인인 내털리는 보란 듯이 성공해 법정 변호사가 됐다. 리아가 마리화나에 빠져 세월을 보내는 동안, 유색인인 내털리는 도서관에서 독학해 오늘의 성취를 이뤘다. 그러던 어느 날, 내털리는 상류층 인사들이 가득한 자신의 파티에 리아 부부를 초대하고, 리아 부부는 파티에 섞이지 못한 채 낯선 긴장감을 유발한다. 화려한 저택과 든든한 인맥, 그리고 아이가 있는 삶. 이 모든 것은 그간 열심히 노력한 내털리가 누려 마땅한 보상일까, 혹은 또 다른 윤리적인 문제의 시작일까. 소설의 첫머리를 장식한 글귀 하나. ‘아담이 밭을 갈고 이브가 베를 짜던 시대에는 누가 귀족이었을까?’ 14세기에 활동한 영국의 사상가이자 농민 반란 지도자인 존 볼의 말이다. 거의 ‘태초에 귀족이 있었다’ 수준이다.‘라스트 크리스마스’ 이후의 세계는 ‘런던, NW’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 하나하나의 삶은, 어찌 보면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자신의 인종적 처지에 따라 내몰린 경향이 있고, 그 결과는 자식들에게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 행복하게 부유하거나 고통스럽게 전진하기, 행복한 빈민이 되거나 불행한 귀족이 되거나. 브렉시트 전후의 영국 구성원들의 고민을 담은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북 리뷰’가 꼽은 최고의 책 10권, ‘월스트리트저널’과 ‘타임’이 뽑은 최고의 소설 10권에 선정되었다. 본인 자신도 자메이카 이민자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제이디 스미스는 지금 현재 영국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우다사 박영선, 훈남 박사와 소개팅 “연기하러 나온 것 아냐”

    우다사 박영선, 훈남 박사와 소개팅 “연기하러 나온 것 아냐”

    “우리가 연기하려고 만난 게 아니잖아요” MBN 새 예능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우다사)’가 맏언니 박영선과 훈남 박사 다니엘의 ‘심장 폭격’ 중년 소개팅을 담아내며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4일 방송한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다사’) 4회에서 생애 첫 소개팅에 나선 박영선은 다소 두려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자신을 먼저 기다리고 있던 중년 훈남 다니엘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며 기분 좋은 만남을 시작했다. 과거 두 번의 우연한 만남에 이어 어느덧 세 번째 만남이라는 다니엘의 설명에 박영선은 미소를 지었고, 미국 생활 도중 이혼해 자녀가 하나라는 고백에 동질감을 드러냈다. 뒤이어 다니엘은 “국제정치와 안보를 담당하는 연구원”이라는 신상을 밝혔고, 본명이 ‘봉영식’이라는 추가 설명에 박영선은 “나는 봉이야”라는 발랄한 농담과 함께 “척척박사가 이상형”이라며 호감을 보였다.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겨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갔다. 박영선은 “TV에서의 내 모습에 대한 환상이 있을 텐데, 직접 만나면 (상대방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에 다니엘은 “우리가 지금 연기하려고 만난 게 아니잖아요”라며 “저는 사람을 만나러 나왔고, 저 또한 그렇게(남자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마음을 표현했다. 한결 친밀해진 두 사람은 영화 ‘조커’를 같이 보자며 애프터를 약속한 터. 화면으로 소개팅 현장을 지켜본 ‘우다사 메이트’들은 “한 편의 수필 같다”며 설렘을 드러냈고, “언니, 봉이야”라며 만남을 응원했다. ‘중년 소개팅의 표본’이라는 칭찬과 함께 원숙미 넘치는 만남이 마무리됐다. 며칠 후 ‘우다사 5인방’은 박은혜의 설계 하에 온전한 자신을 찾기 위한 ‘힐링 투어’에 나섰다. 남사친 이규한이 운전대를 잡은 가운데, 이들은 아이가 먼저였던 삶으로 인해 홀로 여행은 엄두도 못 냈던 현실을 토로하며 잔뜩 신나했다. 이후 대화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첫사랑 이야기로 넘어갔고, 박연수는 “방송 후 첫사랑에게 SNS 메시지를 받았는데, 결혼해서 셋째를 가졌다더라”며 반가운 에피소드를 전했다. 김경란은 “고등학교 때 혼자 좋아했던 남자애가 있었는데, 고백을 받은 후 너무 싫어졌다”며 ‘짝사랑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최종 목적지인 강원도 정선에 도착한 이들은 각각 노천탕과 도서관으로 향해 자신만의 힐링을 즐겼다. 비오는 노천탕에서 여유를 만끽하던 박은혜는 “로맨틱한 시간을 같이 보낼 사람이 필요했는데,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니 너무 행복하다”며 ‘소확행’의 기쁨을 드러냈다. 박연수는 과거 연기자 유망주로 주목받던 과거를 회상하던 중 “대형기획사에 들어간 지 3개월 만에 아이가 생겨서 미래를 아이와 바꾸게 됐는데,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며 ‘엄마’로서의 위대함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한자리에 모두 모인 6인이 그간 잊고 살아왔던 행복을 즐기고 살기로 약속하며, ‘폭풍 먹방’을 펼치는 모습으로 한 회가 마무리됐다. 중년남녀의 쫄깃한 소개팅이 잠들어있던 연애세포를 깨우는 동시에, 여행을 진정으로 즐기는 ‘우다사 메이트’들의 모습이 절로 미소를 안긴 한 회였다. 무엇보다 박영선은 소개팅 후 다니엘과의 관계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앞으로 남사친이 될 수도 있고, 연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밝혀 설렘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신동엽은 “엄마로서 빵 점인 것 같다”는 박은혜의 자책성 발언에 과거 졸업식 날 친구 가족을 따라가 식사를 해야 했던 일화를 밝히며, “아이들은 그렇게 성장하고 진화하고 깨닫는 것”이라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폭발적이었다. “그래서 두 분은 영화 ‘조커’를 보러 가셨나요?” “후기 때문에 현기증 나요, 빨리 다음 만남도 중계해주세요!”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아직 세상에 남아있다니, 두 분 너무 잘 어울려요” “오늘부로 다니엘 완전 입덕” “한결 편안해진 5인방의 여행에 저도 같이 ‘힐링’했습니다” 등, 방송에 푹 빠진 댓글들이 속출했다. ‘우다사’ 5회는 11일 수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철든 아이, 철없는 어른

    [유정훈의 간 맞추기] 철든 아이, 철없는 어른

    노키즈존에 대해 직관적으로 반감을 느끼면서도, 본격적으로 얘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령 민권법 이전 미국에서 인종별로 출입 시설을 분리했던 것보다는 복잡한 이슈가 아닐까 싶다. 나이에 따라 적절한 장소가 있다는 것은 현실이고(중년 아재인 내가 클럽에 가겠다고 나서면 곤란하지 않냐 말이다), 클래식 공연장처럼 아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비교적 쉬운 영역도 있다. 카페와 오늘 칼럼의 계기가 된 영화관은 다른 측면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전자는 대체로 아이를 동반한 양육자가 선택하는 곳이고, 후자는 아이 본인이 가고 싶은 곳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없어 겪어 보지 않은 일이기에,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 있을까 싶어 조심스럽다. 최근 ‘겨울왕국2’에 ‘노키즈관’을 요구하는 관객이 있다는 황당무계한 얘기를 들었다. 아이들 보는 애니메이션 상영관에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하면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 이게 대체 논란거리나 될 일인가 싶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놀이터 이용시간을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는 기사를 얼마 전 읽은 기억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못 하게 하자는 것이니 노키즈관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식으로 노키즈존을 늘려 가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고 현실에 맞지도 않다. 사실 우리의 삶에 거슬리는 짓을 하는 것은 대부분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나의 평온한 아파트 생활을 방해하는 것은 퇴근시간 후에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가 아니라 관리 규약에 분명 금연 아파트라고 못박혀 있는데 공용계단 등지에서 담배를 태우는 어른이다. 품위 있는 영화 관람을 방해하는 것은 아이들의 소음이 아니라 뭐가 그리 바쁜지 영화 상영 중에 카톡을 확인하는 스마트폰 불빛이나 옆자리 사람과의 팔꿈치 신경전인 경우가 많다. 올라프를 다시 만난 아이들이 반가움에 내지르는 탄성보다, 중년 남자가 후덕한 배를 메리야스 한 장으로 가리고 ‘라디오 가가’를 따라 부르며 허리를 흔드는 것이 훨씬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 말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는 끊임없이 철이 들 것을 요구하면서, 철없는 어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고 다들 걱정하는데, 사실 어른이 된다고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점심 먹자 불러내 놓고 내가 아니라 자기 스마트폰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성인들이고, 스마트폰 화면에 거북목을 처박고 걷느라 타인의 발걸음을 방해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어른들이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아이의 철없음은 용납하고 어른에게는 나이에 합당하게 철이 들 것을 요구하는 것이 좋은 사회다. 성장하는 아이의 부족함은 모두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고,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 많은 그들의 약함은 어른이 감싸야 한다. 그래도 가끔 아이들의 행동이 거슬려 노키즈존 생각이 떠오르면, 조용히 ‘합계출산율 0.98’을 외우면서 욱하는 심정을 다스리는 것이 좋다. 노키즈존 좋아하다 한국이 노키즈존이 되고 있으니까.
  • ‘우다사’ 박연수 “40대 섹시아이콘 될 것” 당당 수영복 자태

    ‘우다사’ 박연수 “40대 섹시아이콘 될 것” 당당 수영복 자태

    배우 박연수가 ‘우다사’ 방송 후 첫사랑으로부터 SNS로 연락이 왔다는 사실을 고백, 현장을 발칵 뒤집는다. 4일 밤 11시 방송하는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다사’) 4회에서는 그동안 자신을 위한 시간을 써본 적 없는 ‘우다사 5인방’을 위해 박은혜가 특별히 준비한 ‘힐링 여행’이 펼쳐진다. 5인방은 남사친 이규한의 든든한 보필 하에 강원도 정선으로 떠나, 자식과 가족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게 된다. 이런 가운데 박연수가 정선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우다사’ 첫 방송 이후 첫사랑으로부터 SNS 쪽지를 받았다”고 고백해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다. 사건의 전말을 묻는 멤버들에게 박연수는 “(첫사랑이) 아파서 헤어지게 된 경우인데, 방송이 나가고 ‘잘 지내냐, 나를 기억 하느냐’는 내용의 메시지가 왔다”고 밝힌다. 뒤이어 박연수는 첫사랑과의 가슴 뭉클한 이별 스토리와 SNS를 통해 들은 근황 등 ‘풀 스토리’를 공개해 초미의 관심을 모은다. 이러한 박연수의 고백에 ‘우다사’ 멤버들 모두 첫사랑의 기억을 앞 다투어 소환, 화끈한 수다를 이어간다. 애매하기 그지없는 첫사랑의 기준을 정의하는가 하면, ‘짝사랑 애호가’부터 ‘첫사랑 망각자’까지 다양한 취향이 공개된다. 더욱이 점점 심오해지는 5인방의 연애 이야기에 이규한은 섬세한 ‘밀당 코치’로 조언에 나서지만, 5인방은 여전히 이해를 잘 못하는 ‘연애 바보’의 모습을 보여 웃음을 더한다. 그런가 하면 박연수는 여행 도중 진행된 자쿠지 스파 체험에서 ‘반전’의 수영복 자태를 선보여 흥미를 자극한다. 함께 체험에 나선 박은혜와 호란이 래시가드를 입은 것과 달리 과감한 원피스 수영복을 착용, 탄탄한 몸매를 공개하는 것. 시선을 뗄 수 없는 박연수의 등장에 두 사람은 “멋있다!”를 연발하고, 박연수는 “아이만 키우느라 내 모습을 보일 일이 없었다. 이제는 ‘40대 섹시 아이콘’으로 불리고 싶다”는 솔직한 야망(?)을 드러낸다. 제작진은 “첫사랑과의 애틋한 연애담을 비롯해, ‘무결점 몸매’를 공개한 박연수의 솔직 후끈한 매력에 푹 빠지는 한 회가 될 것”이라며 “과거 연기자 유망주로서 대형 기획사에 들어갔지만, 3개월 만에 본업을 포기하게 된 뭉클한 사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니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연예계 ‘돌아온 언니들’의 삶과 사랑을 그려내는 ‘우다사’는 이혼의 아픔과 상처를 공유한 ‘우다사 5인방’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역대급 ‘이슈 메이킹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4일 수요일 밤 11시 4회를 방송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문대통령, 한국당 필리버스터 정면 비판 “민생법안 흥정거리로 전락”

    문대통령, 한국당 필리버스터 정면 비판 “민생법안 흥정거리로 전락”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사용하지 말아야”“예산안 처리 법정기한 넘겨…민생 영향”문재인 대통령이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고자 200여개의 국회 본회의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자유한국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들을 정치적 사안과 연계해 흥정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아이 부모들의 절절한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어린이 생명안전을 위한 민생 법안조차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문 대통령은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들을 떠나보낸 것도 원통한데 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사용하지 말라는 절규까지 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며 “국민의 생명·안전, 민생·경제를 위한 법안들 하나하나가 국민에게 소중한 법안들로, 하루속히 처리해 국민이 걱정하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는 국회로 돌아와 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쟁점 없는 법안들조차 정쟁과 연계시키는 정치문화는 이제 제발 그만두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비 사태에 놓여 있다”며 “입법·예산의 결실을 거둬야 할 시점에 벌어지고 있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문 대통령은 “20대 국회는 파행으로 일관했다”며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적인 정치를 도태시켰다”며 “국회 선진화를 위한 법이 오히려 후진적인 발목잡기 정치에 악용되는 현실을 국민과 함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어 “오늘은 국회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이지만 이번에도 기한을 넘기게 됐다”며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 위법을 반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 예산은 우리 경제와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처리가 늦어지면 적시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되는 이야기죠”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되는 이야기죠”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KBS2 ‘동백꽃 필 무렵’이 막을 내리면서 시청자에게 던진 의문형 문장은 확신에 찬 종결형 의미에 가까웠다. 드라마는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20년 세월이 흐른 시점의 동백(공효진 분)의 입을 통해 답을 들려줬다. 아들 필구(김강훈 분)가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루고 기자회견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던 동백은 남편 용식(강하늘 분)을 향해 “여보, 이제 와 보니까 나한테 이번 생이 정말 다 기적 같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린 시절에는 고아로, 자라서는 미혼모로, 지은 죄 없이 세상의 눈총을 받으며 주늑 든 삶을 살아온 동백이 서른 중반을 넘겨 용식을 만나고 옹산 주민들 틈에 섞여 들면서 행복을 발견해 가는 이야기. 그 끝에서 말한 ‘기적’은 시청자들이 동백에게, 또 자신에게 일어나길 바란 해피엔딩이었다. 올 하반기 최대 화제작으로 평가받는 ‘동백꽃 필 무렵’을 연출한 차영훈 PD는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범하고 작은 사람들의 선의가 모여 우리 사회에 기적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라고 작품 주제를 정리했다. 차 PD는 따뜻하지만 배타적인 공동체이기도 한 옹산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우리 모두가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 동백 같은 누군가에게 질곡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힘 역시 우리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그가 꼽은 ‘동백꽃 필 무렵’의 성공 비결은 ‘너무 좋은 대본’이다. “연출자로서 그 대본을 만날 수 있는 건 행운이고 기적이었다”는 그는 “배우들과 농담으로 라디오 드라마로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대로 읽으면 대본 그대로 전달될 텐데 연출을 못해서 이상해질까봐”라며 웃었다. ‘백희가 돌아왔다’ 이후 3년 만에 임상춘 작가와 다시 의기투합하면서 “엄마에게 전화하게 하고,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드라마를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전했다. 방송 후 실제로 그런 사연을 담은 댓글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 “우리 삶은 ‘복합장르’”라고 규정한 그는 “슬픈 일이 일어나도 우리는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자고, 사랑도 한다. 삶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했다. 주인공 동백의 애틋한 삶의 궤적, 용식과의 풋풋한 로맨스를 충실히 그리면서도 주변 인물 한 명 한 명에게까지 서사를 불어넣은 이유다. 그렇게 ‘애어른’ 필구, ‘까멜리아’ 종업원 향미, 필구 아빠 강종렬과 그의 부인 제시카, 미워할 수 없는 노규태와 걸크러시 홍자영 부부, 동백과 용식의 엄마들, ‘옹벤져스’ 여인들, 그리고 연쇄살인마 ‘까불이’ 부자까지도 모든 인물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차 PD는 “이렇게까지 모두가 잘해 주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공효진과 강하늘의 연기에 대해 “압도적이라고밖에는 표현하기 힘들다”고 극찬했다. 아역배우 김강훈에 대해서는 “유승호, 여진구 계보를 잇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최고의 신스틸러로는 옹벤져스 리더인 ‘준기 엄마’를 연기한 김선영을 꼽으며 “명성에 비해 작은 배역일 수 있는데도 역할 자체를 존재감 있게 표현해 줬다”고 했다. 갈수록 낮아지는 시청률, 케이블 채널·종편 등으로의 PD 이적, 해외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의 공세 등으로 지상파 위기론이 끊이지 않는다. 차 PD는 이런 위기론에 대해 “‘동백꽃 필 무렵’은 드라마의 본령이 가까워질수록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감히 생각한다”며 “공감과 감동을 일으키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어떤 매체로든 시청자들이 즐길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가치를 구현하면서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지상파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홍콩 시위는 2047년까지 이어질 긴 싸움의 시작”

    “홍콩 시위는 2047년까지 이어질 긴 싸움의 시작”

    올해 6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강행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 사태가 대학 봉쇄로 이어지며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범민주 진영이 구의회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캐리 람 정부와 중국 당국에 대한 홍콩인들의 민심도 드러났다. 홍콩에 남아 있는 1만 5000여명의 한인 교포들은 이번 시위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최근 홍콩한인회 이종석 문화담당 이사를 만났다. 그는 홍콩 시위 사태와 관련해 한인사회의 입장을 전하는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홍콩 이공대 시위 사태를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의 시각으로 홍콩 사태를 보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홍콩 시위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간 홍콩인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들에게는 정치적 이념보다는 ‘나에게 (경제적) 이익이 되느냐’ 여부가 최우선 가치였다. 이들이 들고 일어난 건 원래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해 온 자유를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으로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내 이익에 반하는 상황이 돼 저항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시위대가 주장하는 행정장관 직선제는 본래 홍콩인의 권리는 아니다. 홍콩인들이 (원래 없던) 행정장관 직선제를 쟁취해 (한국처럼) 민주화까지 이루려고 시위에 나서는 것 같지는 않다. 이공대 사태는 홍콩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간 벌였고 앞으로 벌이게 될 수많은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로 보면 될 듯 싶다. 한국에서는 홍콩 경찰이 이공대를 봉쇄한 뒤 고사작전을 벌이자 ‘홍콩 민주화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는 식으로 보도하던데 이는 지나친 확대 해석으로 본다.“ 이공대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홍콩 시위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큰 틀에서 볼 때 과격 시위 분위기는 꺾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길게 본다면 본격적인 홍콩 시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6월 시작된 시위를 계기로 이곳에서는 ‘우리는 중국인(Chinese)이 아닌 홍콩인(Hongkonger)’이라는 자각 내지 정체성이 뿌리내렸다. 만약 중국 정부가 영국과 약속한 홍콩 자치시한(2047년)이 지나서 송환법 폐지 등 압박을 가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에 정해진 수순이라고 여기고 받아들였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중국이 자치를 약속한 기간이 아직도 30년 가까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내정에 간섭하며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려고 해 화가 났다. ‘최소한 2047년까지는 우리를 내버려 두라. 간섭하더라도 2047년 지나서 하라’는 것이다. 자치시한 만료 때까지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지키려는 홍콩인들과 하루라도 빨리 이들을 ‘중국화’하려는 당국과의 길고 긴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번 사태의 배경에 홍콩 시민들의 경제적 처지에 대한 비관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 ”홍콩에는 아시아 최고 수준 대학이 여럿 있다. 3대 명문대(홍콩대, 과기대, 중문대)는 한국의 서울대보다도 세계 대학 순위가 높다. 그런데 이런 학교를 나와도 이들의 첫 월급(중위소득)은 한국 돈으로 월 3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홍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5000달러(약 6750만원)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활이 빠듯한 금액이다. 이곳은 소수의 금융권 종사자들은 거부로 살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가 술집에 들어서면 그 술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평균 재산이 억만장자 수준으로 뛰어 오르는 것과 비슷한 통계의 착시가 있다. 홍콩의 도심 아파트는 3.3㎡ 당 우리 돈으로 1억원이 넘는다.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구해도 이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집을 살 수 없다. 우리나라 고시원보다 조금 더 넓은 원룸 월세가 한화로 150만원 정도 한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월급의 절반 정도가 집세로 나간다. 이 때문에 일부는 결혼을 하고도 집을 구하지 못해 각자 부모의 집에서 생활한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일부러 혼인 신고를 안 하고 아이부터 낳기도 한다. 한부모 가정인 것처럼 위장해 사회적 배려대상으로 지정받아 임대주택을 얻기 위해서다. 이렇듯 상당수 홍콩 청년들은 미래가 안 보이는 현실에 갇혀 있다. 시위대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이들로 구성돼 있다고 추정하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시위대가 홍콩 시위와 구의회 선거 결과 등을 토대로 5대 요구안을 얻어낼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시위대가 더 이상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 같다. 5대 요구안 가운데 송환법 철폐는 지난 9월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나머지 요구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행정장관 직선제는 중국 정부가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자치구들을 자극해 독립에 나서게 할 수도 있어서다. 시위대도 현실적으로 5대 요구안을 모두 다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물러날 수 있는 명분을 얻는다면 적당한 선에서 홍콩 정부와 타협하고 거리 시위를 끝낼 것으로 본다. 그러면 중국 정부도 내년 첫 연휴(1월 말)인 설 전까지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장관을 퇴진시켜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 때가 되면 홍콩도 안정과 질서를 되찾아 일상을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3편에 계속) 글 사진 홍콩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베스트셀러]‘트렌드 코리아 2020’ 1위… 펭수 다이어리 ‘태풍의 눈’

    [베스트셀러]‘트렌드 코리아 2020’ 1위… 펭수 다이어리 ‘태풍의 눈’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0’이 여전히 인기인 가운데 28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EBS 캐릭터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의 약진이 기대된다. 29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이달 넷째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트렌드 코리아 2020’이 굳건히 1위 자리를 지켰다. 프랑스의 ‘페이지터너’ 기욤 뮈소의 ‘작가의 비밀스러운 삶’이 출간과 함께 종합 6위에 올랐다. 2007년 이후 매년 신작을 발표하며 국내에 애독자층을 확보한 기욤 뮈소는 특히 30대 여성 독자들의 구매율(31.8%)이 두드러졌다. 스릴러와 판타지, 로맨스를 결합한 장르 소설이 그의 장기다. ‘펭수’를 비롯해 인기 캐릭터를 소재로 한 책들도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화 ‘Go Go 카카오프렌즈 11’는 발매 첫 주 10위에 올랐다. 순위엔 없지만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예약판매 첫날인 전날 주요 인터넷서점에서 ‘사상 최고’ 수준의 초기 판매량을 기록해 오는 12월 19일 정식 발매가 되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경제경영 분야 도서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스테디셀러 경제서인 ‘넛지’는 지난 19일 tvN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소개되며 174계단 상승한 종합 22위에 올랐다.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출간한 ‘앞으로 5년 한반도 투자 시나리오’는 139계단 상승한 종합 25위를 기록했다. 1. 트렌드 코리아 2020 (김난도·미래의창) 2.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강한별) 3. 에이트 (이지성·차이정원) 4. 82년생 김지영 (조남주·민음사) 5. 흔한남매 (흔한남매·아이세움) 6.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기욤 뮈소·밝은세상) 7. 부의 인문학 (브라운 스톤·오픈 마인드) 8. 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정토출판) 9. 90년생이 온다 (임홍택·웨일북) 10. Go Go 카카오프렌즈 11 (김미영·아울북)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제25회 서울광고대상] “얼음 먹는 아이 모습 통해 ‘안심’ 가치 전달”

    [제25회 서울광고대상] “얼음 먹는 아이 모습 통해 ‘안심’ 가치 전달”

    웅진코웨이는 건강하고 편리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라이프케어 기업으로서 깨끗한 물과 공기, 수면을 비롯한 모든 생활환경을 안심하며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이번 ‘아이스 정수기’ 인쇄광고는 물보다 얼음을 더 자주 찾는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건강한 얼음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30년간 쌓아온 연구개발 역량과 혁신적인 필터 성능을 기반으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스 정수기’는 아이의 성장과 건강을 살피는 부모님들이 무더운 여름에도 마음 놓고 얼음을 즐길 수 있도록 깐깐하게 만든 제품입니다. 오염물질 제거 성능이 가장 뛰어난 역삼투압 방식의 ‘시루 필터’를 적용해 정수 성능을 강화하고, 우리 아이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물과 얼음을 제공합니다. 이번 광고는 해맑은 표정으로 깨끗한 얼음을 즐기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부모님들이 희망하는 ‘안심’이라는 가치를 보다 직관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앞으로도 깨끗하고 건강한 삶을 케어하기 위해 혁신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김형권 마케팅전략부문장
  • [제25회 서울광고대상] “힘 되는 일상 속 소재로 소비자 소통 이어가겠다”

    [제25회 서울광고대상] “힘 되는 일상 속 소재로 소비자 소통 이어가겠다”

    GS칼텍스는 2009년 기업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Energy for sustainable life(지속 가능한 삶의 원천을 제공하는 에너지 기업)’으로 정하고 이를 소비자와 쉽게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I am your Energy´를 회사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개발하였습니다. 2009년 3월 귀여운 아이들의 목욕탕 장면으로 시작된 I am your Energy 광고 캠페인은 소비자들의 주목과 공감을 얻기 위해 기존 에너지 기업 광고와는 차별화된 접근으로 성공적인 론칭을 이루었습니다.2019년에도 GS칼텍스는 ‘세상 모든 것은, 누군가의 에너지다’ 테마 하에 온 가족이 함께 만들던 눈사람을 소재로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을, 첫 등교하는 아이의 모습을 소재로 처음 시작의 설렘과 다짐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하여 독립군의 피 묻은 태극기를 소재로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희생하셨던 독립운동가 여러분들에게 감사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힘이 되자는 이야기 등 다양하고 공감 가는 일상생활 속의 소재를 찾아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오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수상에 감사 드리며, 앞으로도 더 좋은 캠페인을 지속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상훈 상무
  •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카~알 갈아”

    [김주대의 방방곡곡 삶] “카~알 갈아”

    전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서울은 확실히 많은 것을 잃어버린 도시다. 화사하고 생경한 빛을 얻은 대신 삶의 소박함과 은은함을 잃었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얻은 대신 통찰과 인정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간혹 우리가 잃었고 잊었던 것들을 만나게 되면 반가움은 배가 된다. 가을 오후의 햇살을 따라 여기저기 빌~빌 돌아다니다가 칼 가는 아저씨를 우연히 만났다. 칼이 잘 들지 않거나 오래되면 새것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 요즘, 칼 가는 아저씨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저씨께 캔 음료를 하나 대접한 핑계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날카롭게 칼을 갈면서 오히려 한없이 부드러운 얼굴이 되신 분의 소박하나 깊은 통찰을 알현한 기분이었다. 아이처럼 쪼그리고 앉아 쫑알쫑알하는 질문에 일일이 다 대답해 주시는 아저씨가 인정 많은 아버지처럼 느껴졌다. 내뱉은 말씀들은 그야말로 모두 어록이었다. “칼도 더러운 칼과 깨끗한 칼이 있어, 그게 그 사람이야.” 칼을 들고 손잡이와 칼 뿌리 연결 부분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그게 그 사람이라니,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하고 물어보았다. “손잡이와 칼 뿌리가 연결된 부분을 보면 알아. 그 부분을 깨끗하게 사용하다 가지고 오는 사람을 보면 얼굴도 맑아.” “아, 그렇군요. ‘깨끗한 칼’이라는 말씀 참 멋집니다. 근데요, 아저씨, 더러운 칼 가지고 오는 사람은 진짜 얼굴도 좀 더러워요?” 아저씨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셨다. “확실히 그래.” 날카롭고 곧고 강하다고 다 깨끗한 것이 아니구나. 정의로운 듯 날카롭고 곧아 보이는데 더럽게 사는 사람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날카롭되 깨끗하게 살아야겠구나. 나는 속으로 무척 뜨끔했다. 아저씨의 말씀을 ‘칼의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한테 굳이 찾아와서 칼을 갈아서 쓰는 사람은 음식을 아쌀하게 잘 만드는 사람이야.” 아쌀하다는 말은 일어에서 온 말이다. ‘깨끗하고 똑 부러진다’는 의미가 들어 있겠지만, 아저씨는 좀더 다른 의미를 덧붙여 말씀하신 건 아닌지 싶어 물어보았다. “아저씨, 아쌀하게가 무슨 뜻인가요.” “아~ㅅ~쌀한 걸 말하는 거야.” 나는 눈을 멀뚱거리며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답답하셨던지 아저씨는 좀더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아, 아아아~ㅅ~쌀한 거.” “하하하하, 아, 네에, 네에,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러고 말이야, 마트에 파는, 칼 가는 거 하나 사다 놨다가 쓱쓱 갈아 대충 써도 되는데 굳이 시간을 내서 나한테 가지고 온단 말이야. 그런 사람은 칼 쓰는 법도 잘 아는 거지. 나한테 갈면 확실히 달라. 칼이 잘 들어야 음식은 각도가 나오고 정확해.” 나는 속으로 또 놀랐다. 정확한 음식, 음식의 각도, 참 오묘한 말이다. 음식에도 각도가 있다니. “우와~ 진짜 아저씨 말씀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배우긴 뭘 배워, 사는 게 배우는 거지.” 아저씨는 겸손하셨다. 삶을 배움으로 여기는 사람의 은은함이 아름다웠다. 시간을 들여 무엇을 이루는 것은 느린 것이 아니라 ‘아쌀한(ㅎ) 것, 확실한 것’이었구나. 각도 없이 살아온 나는 또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칼에서도 그 사람이 보이지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도 그 사람이 기록되고 새겨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일 수 없다. 아저씨가 살아낸 시간이 얼핏 아저씨의 겸손한 말씀과 알뜰한 행동에서도 보였다. 시련과 역경도 있었고 탄탄대로 뻗어가던 환희의 날들도 있었으리라. 날카로운 칼을 갈면서 오히려 부드럽고 소박해진 아저씨의 역설의 삶, 깊은 통찰의 생을 이 도시는 되찾아와야 하지 않을까. 아저씨는 칼에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나는 아저씨의 말씀에서 우리가 잃고 잊은 사람의 길을 보았다. 고맙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 10가구 중 7가구 반값 월세…진화하는 ‘서울표 청년주택’

    10가구 중 7가구 반값 월세…진화하는 ‘서울표 청년주택’

    SH공사가 선매입… 임대료 하락 효과 공공임대 포함 물량 70% 반값 이하로 주택 면적 30%까지 일부 분양형 도입 에어컨·인덕션 의무화… 주거비 지원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서울시의 주거 복지 핵심 정책인 ‘역세권 청년주택’이 지난 8월과 이달 두 차례 진행된 입주자 모집에서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서울 장한평역에서 1분 거리(75m) 초역세권에 자리한 성동구 용답동 역세권 청년주택은 이달 민간 임대주택(특별물량) 청약 경쟁률이 173대1까지 치솟았다. 2·6호선 합정역에서 200~300m 거리로 더블 역세권인 마포구 서교동 청년주택은 공공 임대주택 청약 경쟁률이 143대1을 기록했다. 하지만 역세권 청년주택에는 청년 주거난 해소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그간 ‘임대료가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 수준인 공공 임대주택은 20%에 불과하고 주변 시세의 85~95%인 민간 임대주택이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도 활발하지 못했다. 서울시가 이런 문제점을 대폭 손질한 ‘역세권 청년주택 혁신방안’을 26일 내놨다. 핵심은 주변 시세의 반값 이하인 저렴한 청년, 신혼부부 주택을 전체 물량의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공공주택을 늘리고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시는 ‘서울주택공사(SH공사) 선매입’과 ‘일부 분양’ 방식을 새로 도입한다.‘SH공사 선매입형’은 주택 연면적의 30%까지 SH공사가 먼저 매입해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주변 시세의 30% 이하 임대료로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 20%에 더해 주변 시세의 50% 이하 임대료로 공급하는 물량이 50%(선매입 30%+특별 공급 20%)로, 전체 물량의 70%를 시세의 반값 이하로 내놓을 수 있다. SH공사가 선매입한 물량이 공공 임대주택이 되는 식이다. ‘일부 분양형’은 주택 연면적의 30%까지 분양을 허용한다. 이를 통해 기존 공공주택 20%에 늘어나는 민간 특별 공급 물량 20%, 총 40%의 물량을 주변 시세 반값 이하로 공급한다. 분양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분양이 허용되더라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거나 그와 비슷한 조건으로 제도를 만들 예정이라 매매가격은 주변 시세 이하로 형성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를 키우는 신혼부부 등을 고려해 주거 환경 질도 대폭 개선한다. 전용면적 14㎡(약 4평) 내외였던 1인 청년 주거 면적은 14~20㎡로, 전용면적 30㎡ 내외였던 신혼부부용은 30~40㎡로 넓힌다.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인덕션처럼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과 가구는 ‘빌트인’으로 의무화한다. 입주자들의 비용 부담은 덜고 편의는 높이려는 취지다. 주변 시세의 85~95%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민간 임대주택 거주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주거비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3인 이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신혼부부는 120%) 이하인 동시에 자산이 2억 3200만원(신혼부부 2억 8000만원) 이하면 최대 4500만원(신혼부부 6000만원)의 보증금을 무이자로 지원한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절차 간소화, 건설 자금 지원 등을 제공하면 민간 사업자가 역세권(역 승강장에서 350m 이내)에 주거 면적의 100%를 임대주택으로 지어 청년과 신혼부부(19~39세)에게 공급하는 정책이다. 2022년까지 8만호 공급이 목표다. 올해 광진구 구의동을 시작으로 서대문구 충정로3가, 서교동, 용답동, 종로구 숭인동 등 5곳(1894호)의 역세권 청년주택이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내년에는 13개 단지 4270호, 2021년에는 8개 단지 1901호가 청년들의 삶터가 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출산율 0.98명… 일·가정부터 육아친화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출산율 0.98명… 일·가정부터 육아친화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0.98명.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 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 사회가 지속되더니 급기야 부부가 평생 아기를 한 명도 채 낳지 않는 사회가 됐다. 저출산 문제는 육아, 취업, 주거, 교육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지 쉽지 않다. 출산율 저하는 경제성장률·생산성 저하, 국가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유아 보육·교육정책을 연구하는 육아정책연구소의 백선희 소장은 “기존 영유아 보육·교육정책으로는 저출산의 주요 원인인 육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육아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우리 사회의 각종 정책과 인프라를 아동·육아친화적 관점에서 수립하고, 모든 사회 주체가 힘을 모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일문일답.-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국가 활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94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아동수당 확대 등으로 12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출생아가 줄면 앞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젊은층의 노인 부양 부담이 늘어 국민연금 등 노후 안전망도 위협을 받게 된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낮은 출산율도 문제이지만 저출산화 속도가 너무 빠른 게 더 큰 문제다.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사회보장, 교육, 국방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대응·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저출산 수준과 속도를 국정 운영의 주요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기존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저출산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기존 출산 장려 위주 정책에서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여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다.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목표로 하지 않기로 한 것은 기존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저출산 원인이 다양하다. 육아의 어려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2040’ 세대가 고용·주거 불안, 성평등 의식과 현실의 격차, 자아실현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합계출산율은 ‘얼마나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초저출산 기준을 넘길 수 있도록 육아친화적 사회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출산과 육아가 더 편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 -왜 보육·육아정책에 투자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나.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의 출발점인 영유아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중 영유아기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유아기에 1달러를 투자하면 이후 7달러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심각한 인구 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인적자본, 특히 영유아기 아동에 대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빈곤가정 아동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기회의 사다리’를 가질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육아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기존 성인 중심에서 가족을 고려한 아동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아이도 행복하고 육아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 육아의 주체를 부모뿐 아니라 가족, 정부, 공공·민간 조직과 시민으로 확대해야 한다. ” -새로운 육아정책의 핵심 과제는. “영유아 보육·교육정책에 많은 재정이 투입됐지만 육아는 여전히 힘들고 일·가정 양립은 잘 안 되며 기대하는 만큼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온 마을’은 ‘전체 사회’를 의미한다. 육아정책의 기획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에서 아동 권리에 기반한 육아친화적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최근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수요가 넘치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보육·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면서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서비스 전달체계는 민간 부문에 의존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믿고 맡길 어린이집이 없다고 한탄하는 이유다. 국민에게 육아정책의 우선순위를 물어보면 예전에는 비용 지원을 요구했지만 요즘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 2017년 말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의 7.8%, 이용 아동은 12.9%에 그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국공립 유치원 이용 비율이 적어도 40%가 되도록 국공립 시설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 -최근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돼 직장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육아와 출산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육아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고 함께 아이를 돌보는 사회다. 최근 주 52시간 도입으로 남성의 가사와 육아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양성평등적 육아문화를 형성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가진 계층의 노동시간을 15% 줄이면 출산 확률이 1.3% 오르고 남성의 노동시간이 줄어들며 둘째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육아정책은 전 계층에 똑같이 시행되는 게 좋은가, 아니면 저소득층에 집중돼야 하나.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초기에 저소득층 중심의 선별적 정책을 채택했지만 요즘은 모든 소득계층에 동일한 보육료를 지원하는 등 보편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육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저소득층 등 육아 취약 가구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 아이와 다른 아이들 간 발달 및 환경상 격차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청소년기, 성인기에도 더 많은 기회의 평등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포용적 복지는 급여를 똑같이 주는 기계적 평등을 넘어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적 지원으로 빈부 격차를 줄이고 향후 역량 개발 기회를 동등하게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 연구소도 빈곤 가정, 장애아동 가정, 다양한 이주 배경 가정의 육아와 아동복지시설 내 육아 등의 연구를 통해 취약 가구를 위한 포용적 육아정책 수립에 노력하고 있다.”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싶은 일은. “저출산 위기를 맞아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육아정책 개발에 힘을 기울이겠다. 찾아가는 육아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부모들의 목소리를 적극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모든 정책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또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육아친화적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데도 정책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백선희 소장은 1968년 서울 출생으로 중앙대 사회복지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신학대 교수 출신으로 2017년 말 제5대 육아정책연구소장으로 선임됐다. 사회복지정책, 특히 보육정책 및 저출산 전문가다. 보편적 보육정책의 기반을 만든 영유아보육법 개정(2004년), 정부 육아정책 계획의 기초가 된 ‘제1차 육아지원정책방안(2004)’ 계획 수립 등에 참여했다. 최근 육아정책 패러다임 전환, 육아친화적 사회환경 조성, 4차 산업혁명시대 육아정책 등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 ‘VIP’ 곽선영, 시청자 울리고 웃기고..엔딩의 주인공 ‘하드캐리’

    ‘VIP’ 곽선영, 시청자 울리고 웃기고..엔딩의 주인공 ‘하드캐리’

    배우 곽선영이 안방극장을 60분간 이끈 후 엔딩의 주인까지 맡았다. 곽선영은 25일 SBS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해원, 연출 이정림)에서 극 전개의 주요 계기에 등장해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며 안방극장을 접수했다. 60분을 ‘하드캐리’한 후 엔딩까지도 맡아 놀라운 등장으로 존재감을 강렬히 발산했다. 먼저 송미나(곽선영)는 임신 중절 수술에 나선 듯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슬프게 했다. 앞선 두번의 육아 휴직으로 인해 마지막이 된 승진 도전에 또 찾아온 임신을 감당할 수 없어 산부인과를 찾은 것. 의사가 “결정했나” 묻자 “네”라고 답하고, 남편과 상의 여부를 묻자 “아이 아빠는 없다”고 했다. 의사가 “밖에서 수술 날짜를 잡아줄 거다”라고 말하자 송미나는 진료실을 나왔다. 산부인과를 떠날 때 곽선영이 보여준 굳은 표정과 미묘한 눈빛에 복잡한 감정을 담은 열연은 평소 송미나의 끔찍한 자식 사랑 모습과 연계되면서 진한 먹먹함을 전했다. 하지만 송미나는 곧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백화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VIP 행사가 열리고 요리를 반드시 맡기고 싶은 미카엘 셰프가 뜻대로 안 돼 모두 난감해 할 때 이를 해결해낸 것. 송미나는 참석 예정 부자들 중 이 셰프의 음식으로 삶의 의미를 얻은 사례들을 찾아내 설득했다. 이 일의 성사 여부가 승진을 위해 얼마나 간절한 지도 전하자 결국 셰프는 자신이 절박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감동해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해결 후 환한 송미나의 미소는 시청자들도 웃음짓게 만드는 해피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는데 이 역시 곽선영의 연기 내공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곽선영은 엔딩의 주인이기도 했다. 나정선(장나라)이 직장 내 남편의 여자를 찾아내기 위해 의심이 가는 여직원들에게 익명으로 ‘당신이 만나는 남자에 대해 알고 있어요, 회사에 알려지기 원치 않으면 10시까지 사무실로 와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긴장감이 가득한 가운데 나타난 이는 송미나였고, 나정선과 시청자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곽선영은 엔딩의 표정 연기를 묘한 분위기로 소화해내 여전히 송미나가 불륜 상대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맡겨진 엔딩에 요구되는 긴장감과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 유도를 더할 나위 없이 충족해냈다. 이날 곽선영은 마음을 흔드는 표정, 눈빛 연기, 대사톤으로 시청자들을 집중시켰다. 곽선영의 활약으로 임신, 승진, 불륜 상대 정체 등 송미나와 관련된 상황의 앞날에 대한 호기심은 커질 대로 커져가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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