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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견생역전’ 다니엘의 줄리엣 된 개농장 리트리버 [김유민의 노견일기]

    ‘견생역전’ 다니엘의 줄리엣 된 개농장 리트리버 [김유민의 노견일기]

    충청남도 홍성의 한 개농장에 묶여 있던 골든 리트리버가 배우 다니엘 헤니의 평생 가족이 됐다. 리트리버는 ‘줄리엣’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고 9살 ‘로스코’와 함께 공원에서 산책을 하는 근황을 알렸다. 26일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다니엘의 반려견 로스코 역시 국내 개농장에서 구조된 리트리버로 다니엘은 반려견 입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연이어 생명에 손길을 내밀었다. 다니엘 헤니는 “처음 줄리엣을 만났을 때부터 가족이 될 운명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개농장에서 힘든 삶을 살아왔음에도 줄리엣은 온순하고 따뜻하며 참을성이 많은 찬사 같은 아이다. 우리 가족과 완벽하게 어울리며 로스코 역시 여동생이 생겨 무척 기뻐하고 있다. 줄리엣과 로스코가 같이 놀고, 먹고, 잘 때 조차도 늘 함께한다. 우리 가족은 줄리엣과 멋지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5가구 가운데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펫샵 등을 통해 강아지를 분양 받는 경우가 많다. 펫샵 등으로 유통되는 개들은 대부분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번식, 사육되는 강아지 공장이나 개고기 등을 목적으로 하는 개농장에서 공급된다. 매년 약250만 마리 이상의 개들이 한국 전역의 수천 개의 개고기 농장에서 사육되고, 아시아 전역에서 매년 약 3000만 마리의 개들이 식용 목적으로 도축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동물 학대가 발생한다. 구조된 개들 중에는 흔히 ‘식용견’으로 불리는 도사견과 누렁이 등 외에, 한국에서 반려견으로 널리 알려진 푸들, 코카스파니엘, 비글, 골든리트리버, 말라뮤트 등 종이 있는 개들도 다수 발견된다.다니엘 헤니는 “줄리엣은 이제 가족을 찾았지만, 아직도 수없이 많은 개들이 개농장에서의 살아가고 있다. 줄리엣은 사랑 받을 자격이 충분하며, 나는 앞으로 줄리엣이 마음껏 세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줄리엣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에게 개농장 출신의 개들도 매우 훌륭한 반려견이 될 수 있고, 얼마든지 우리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를 바라며, 나아가 이 멋진 개들을 입양하도록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플로큰 HSI 글로벌 대표는 “줄리엣에게 이보다 더 행복한 결말은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식용견 농장은 편안함은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참혹한 곳이기 때문에 줄리엣을 비롯해 다른 개들을 그 곳에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줄리엣의 이야기가 앞으로 더 많은 개들을 구조하고, 그들이 행복한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나라 HSI 캠페인 매니저는 “다니엘의 실제 입양 사례와 그의 활동들은 국내에서 반려견 입양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금은 입양 가족을 찾기 위해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등지로 개들을 보내고 있지만, 향후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 중 더 많은 수가 국내에서 평생의 가족을 찾게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교사 10명 중 7명 내돈내산 원격수업… “기기 못 사는 학생 어쩌나”

    교사 10명 중 7명 내돈내산 원격수업… “기기 못 사는 학생 어쩌나”

    “램(RAM)이 4기가바이트(GB)인 교실 컴퓨터로 ‘줌’(Zoom·화상회의 플랫폼)과 파워포인트(PPT), 인터넷 창을 띄워 놓고 수업을 하면 화면이 계속 끊깁니다. 학생들이 화상수업을 하지 말자고 건의할 정도예요. 학교에 노트북 구매를 요청했지만 ‘해당 항목의 예산이 없다’고 거절당했습니다. 제 돈으로 노트북을 샀더니 보안 때문에 학교에서 사용할 수 없다네요.”(대전 A중학교 교사) “‘줌’과 ‘패들렛’(Padlet·포스트잇을 붙이듯 메모를 게시하는 웹앱)을 활용해 작품 속 인물의 삶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는 국어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첫째, 선생님이 보내준 링크로 들어간다. 둘째, 더하기(+) 버튼을 누른다. 셋째, 의견을 남긴다. 넷째, 줌으로 돌아온다”라고 안내했죠. 수업 마지막에 “오늘 뭘 배웠나요”라고 물어보니 “패들렛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통합된 교육용 플랫폼이 없으니 학생들이 플랫폼을 오가고 사용법을 익히느라 수업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 겁니다.”(경기 B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교육부의 ‘화상수업 의무화’ 방침에 우왕좌왕하는 학교의 모습은 정보기술(IT) 강국임을 무색하게 하는 열악한 원격교육의 민낯이다. 교사가 화상수업을 하거나 자신의 수업 모습을 촬영하려면 교실 PC에 웹캠을 연결하거나 노트북의 카메라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50.9%)은 ‘웹캠이 설치된 교실 내 PC’와 ‘화상수업이 가능한 노트북’ 둘 다 제공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모든 학급이 동시에 화상수업을 진행하려면 교실마다 무선 인터넷이 깔려야 하지만 무선 인터넷이 “모든 교실에 설치돼 있다”는 응답은 14.1%에 그친 반면 “설치돼 있지 않다”는 응답은 17.7%에 달했다. 원격수업 인프라 부족 문제는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지난 4월부터 제기돼 왔지만 개선 속도는 더디다. 정부가 전국의 모든 초·중·고교 교실에 무선 인터넷 설치를 완료하는 시점은 2022년이다.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 등 원격수업 플랫폼에 화상수업 기능이 탑재되는 시기는 11월, 학생과 교사 간 소통 기능이 활성화되는 시기는 내년 2월 이후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원격수업의 기본인 인프라 구축이 지속성이 없거나 시기를 놓쳐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노트북과 태블릿PC 등을 구입하거나 줌 유료 계정, 영상 편집 프로그램 등을 구매해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원격수업을 하고 있었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의 ‘디지털 소외’ 또한 학교와 교사가 화상수업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1학기에 실시된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 대여 사업은 여러 학생들이 동시에 화면에 뜨는 화상수업을 전제로 한 지원이 아니었다. 작은 화면으로 동영상수업이나 과제 제시형 수업은 가능하지만 화상수업은 쉽지 않다. ‘1인 1컴퓨터’ 환경이 아닌 학생들은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형제자매가 기기를 돌려 쓰고 있다. 수업을 도와줄 어른이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거나 수업을 들을 자신의 방조차 없는 학생의 처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리 반 학생 30명 중 5명이 기기가 없다”면서 “기기가 없는 학생들에게 참여를 강제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는데, 이게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인가”라고 반문했다. 농촌 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교사는 “계정 발급을 교사에게 해 달라고 전화하고, 발급 방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내도 전화로 물어볼 정도로 학부모들의 정보화 소양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가정 학부모는 ‘일일학습 안내’를 해석하는 것조차 어려워한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했던 교육 격차가 정보·인프라 격차와 합쳐지면서 확연하게 커지고 있다”면서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에게는 기기 대여를 넘어 직접 찾아가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과연 화상수업에 적극적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사들은 화상수업에서의 어려움으로 “학생들이 제시간에 접속하지 않음”(75.0%)과 “학생들이 수업 도중 나가거나 화면을 끔”(62.4%)을 꼽는다. 접속 장애(55.2%)나 기기 부족(55.0%) 등 인프라 문제를 지적하는 답변보다 많다. 자신의 얼굴과 집안 환경이 화면에 담겨 모든 학생에게 노출된다는 점, 장시간 집중해야 해 피로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화상수업을 꺼리는 학생들도 많다고 교사들은 귀띔한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화상수업에서는 말하는 학생의 목소리가 부각되고 집안이 그대로 비춰진다는 특성 때문에 학생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원격수업 출결 지침은 화상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에게 교사가 연락하고 대체학습을 제공해 출석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들 학생을 ‘미인정 결석’ 처리할 권한이 없으면 교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교육부는 화상수업을 ‘학습 격차 해소’의 방안으로 내세우지만, 이들 문제로 인해 화상수업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경기도 용인의 한 중학교 교사는 “듀얼모니터가 없는 교실에서 줌으로 화면공유를 하며 수업하면 화면에 들어오는 학생은 30여명 중 다섯 명뿐”이라면서 “대부분 카메라를 꺼 놓거나 엉뚱한 곳을 비추고 있어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화상수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교사 중 한명이지만 막상 해보니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툭하면 가출했던 ‘질풍노도’의 영재, 뇌과학에서 인간 관계의 답을 얻다

    툭하면 가출했던 ‘질풍노도’의 영재, 뇌과학에서 인간 관계의 답을 얻다

    ‘뇌과학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대기업 미래기술전략팀장….’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여러 분야를 오간다. 장동선 뇌과학자. 생소한 과학을 일반인들에게 강의하며 소통하고 TV에도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은 그가 최근 3년 반 몸담았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유튜브 방송 ‘궁금한 뇌’를 시작했다. 자칭 ‘변화 전문가’를 지향하는 그는 ‘경계 없는 삶’을 살아온 주인공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7세 때 한국에 돌아온 이후 30대까지 한국과 독일, 미국을 오가며 공부한 영재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선 체벌과 왕따를 겪었고, 일반고 입학 전 약 2년은 반복된 가출로 반항과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 다행히 이 무렵 ‘사람과의 관계’에 목말랐던 자신에게 눈을 떴고 뇌과학자 길을 걷게 됐다. ‘회식자리에서 후배들을 대신해 고기 굽고 술 따르는 전형적인 낀 세대’라며 웃어 젖히는 그에게선 명민함에 어울리지 않는 옆집 아저씨 같은 소탈함이 엿보인다. -최근 모친상을 당했다. 퇴사 이유가 간병 때문이었나. “코로나 때문에 가정 간병인도 다 막혔다. 어머니를 간병하시던 아버지께서 못 버티겠다 하셔서 가족돌봄 휴가를 알아봤는데, 차라리 간병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여러 아궁이에 불 때는’ 작업을 해 보기로 했다. 10년 넘게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아궁이에 불 때고 살다가 선택의 순간이 온 거다. 40대 임원을 위해 회사를 위해 불사를 것인가, 안정감은 떨어지나 내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 도전을 할 것인가.” -자아정체성 혼란이 극심한 유년기를 보냈을 것 같다. “가장 힘든 것은 ‘세상과의 분리감’이었다. 독일서 박사과정 밟은 아버지, 간호사 어머니가 한국 가족에게 송금한 것 외에 정착을 위해 고향 친구분께 꼬박꼬박 돈을 보냈는데 고스란히 사기를 당했다. 부모님은 독일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무일푼이 되셨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달동네 반지하 단칸방에 네 식구가 살게 됐다. 부모님은 속이 문드러졌지만, 꼬맹이는 연탄 때는 달동네와 서울이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입학해 문화충격이 왔다. 체벌과 싸움과 촌지 요구. 결국 1학년 때부터 홈스쿨링, 조기교육을 받고 중학교는 검정고시 졸업했다.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9년을 공교육에서 분리돼 있었던 셈이다.” -뒤늦게 가출은 왜 하게 됐나. “영재 교육을 계획한 어머니가 저와 여동생을 데리고 다시 오스트리아로 가셨는데, 직업도 시민권도 없는 상태여서 너무 힘들었다. 실패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병환을 얻으시고 가정불화도 심했다. 가족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했다. 2년 정도 가출을 밥 먹듯 했다. 서울역 지하보도에서 자고, 부산 광안리에서 ‘조폭·삐끼’와 어울리는 비행 청소년들과 어울렸다. 영재교육을 받던 아이가 사회 경계 밖 버려진 집단과 어울린 거다. 그런데 그런 애들이 오히려 나를 받아 줬다. 물론 내게도 편견을 갖고 있고 욕도 하고 거칠었지만, 우리는 ‘소외됐다’는 동질감이 있었다.” -영재교육과 비행 청소년의 삶을 모두 겪었다. “또래집단에 소속되지 못했던 단절이 크다 보니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남들이 하는 건 다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서 일반고로 입학했다. 충격적인 것은 그렇게 방황하고 고등학교 입학해서 수학 정석을 보니 안 풀리더라. 괴테가 ‘전진하지 않는 자는 후퇴한다’고 했는데, 아무리 똑똑해도 매일 갈고닦지 않으면 근육도 뇌세포도 망가진다는 걸 알았다.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 자율화를 해 줘 음악밴드를 조직했고, 고 2때 ‘전국고등학교 과학동아리연합’을 만들어 천체 관측, 로켓발사 등을 하러 다녔다. 소문을 듣고 당시 카이스트 총장님이 내가 어떤 아이인지 보려고 학교를 방문했는데, 하필 결석하고 놀러 나간 날이었다.(웃음)”-어렸을 적 소통 욕구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발돋움하게 한 건가. “뇌과학은 어릴 때부터 목말랐던 인간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었다. 생물학에서 과학철학으로 전과했는데 독일 정부가 비자 가진 유학생의 전공 교체를 불허했다. 랩에서 쥐 실험 하는 게 너무 싫었다. 한데 나는 어려운 시기가 오면 새로운 환경을 찾아 떠나는 유목민 기질이 있다. 마침 미국 교환학생 자리가 났는데 (독일서) 반미 감정이 높던 때라 운 좋게 순번이 와서 무조건 갔다. 지금 죽을 것 같이 힘들다면 무엇이라도 능동적으로 바꿔 보시라. 대부분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환경 탓일 때가 많다.” -2020년 한국사회에서도 그런 게 통할까. 젊은이들에게 ‘동남아로 진출하라’고 했던 정부는 역풍을 맞았다. “우리처럼 교육수준이 굉장히 높은 사회에서는 내가 못나 보인다. 환경을 바꾸면 분명히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우리만 갖고 있는 장점인데 여기서는 못 보는 게 있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똑같은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기회가 왔다고 본다. 한국에서 3D 프린터로 안경을 만들어 뉴욕 유명인사들한테 판매하는 브랜드가 있던데, 한국적 콘텐츠로 온라인을 활용해 새 기회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 -‘N포세대’에게는 쉽지 않은 말이다. “우리는 ‘성공해야 된다’는 압박이 너무 크다. 실패하면 낙인찍히고 재기 못할까 봐 두렵다. 좋아하는 격언이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시도해 본 적 있는가, 실패해 본 적 있는가, 괜찮다),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다시 시도해라, 다시 실패해라, 더 나은 실패를 해라)이다. 매번 도전할 때마다 실패해도, 용기를 갖고 또 도전하고 ‘덜’ 실패하면 된다. 블랙유머 같지만 도전하면 실패하는 게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우리 사회는 7전 8기를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존재 의미는 성공보다 실패의 영역을 조금씩 줄이는 데서 찾는 거다. 상처받을 것을 미리 두려워하지 마시라.”-애프터 코로나 시대 뇌과학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하는 이유는. “코로나 위기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플랫폼’이 5년은 가속화됐다. 무한한 데이터 중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고, 인간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인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졌다. 엔지니어도 중요하지만 뇌과학자, 심리학자의 통찰이 필요한 분야다. 코로나 시대 물리적 거리두기가 중요해졌지만, 역설적으로 사회적 거리는 좁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해마시고(웃음), 힘든 시기일수록 서로 연결돼 있어야 힘이 되고 아이디어가 솟구친다는 뜻이다. 20만년 전 구석기 시대 인류의 뇌와 오늘날 인류의 뇌 용량은 진화하지 않고 똑같다. 그럼 21세기 문명을 어떻게 이룩했느냐 의문이 생기는데, 책·증기기관처럼 연결성이 고도화된 기술혁명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라고 해서 연결성이 끊긴 사회로 가선 안 된다. 우리 뇌는 연결을 지향하는 사회적 뇌로 진화해 왔고, 연결 속에서 행복하고 혁신을 찾으며 발전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계기는. “2014·2015년 독일 사이언스 슬램(과학교육부 주관 과학강연대회), 세계 페임랩 인터내셔널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유럽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1회 강연에 2000만원까지 주는 독일 최대 ‘스피커 에이전시’(강연자 전문회사)에도 들어가게 됐는데 아내가 한국행을 원했다. 삶의 제일 큰 딜레마를 겪었다. ‘나 혼자 내가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가족을 따를 것인가’.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경험은 어땠나. “한국에서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것이 변화해야 한다. 톱다운 방식의 ‘꼰대 문화’와 ‘고맥락사회’가 문제다. 가족, 학연, 지연 등 사회적 연결고리가 중요하다 보니 개인이 실패를 감수하고 뭔가 지르기 힘들다. 밉보이면 안 된다는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도 혁신을 저해한다. 풀뿌리처럼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아이디어가 자라도록 대기업·정부는 판만 깔아 주고 그 안에서 개인·스타트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재 출신 아버지의 교육법이 궁금하다. “나도 답이 없다.(웃음) 코로나 시대 부모들의 짜증도 이만저만 아니다. 아이들 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늘 너를 위해 존재한다’는 신뢰와 공감을 주는 말이다. 영재교육도 사회성이 가미되어야 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이의진의 교실 풍경] ‘중간’을 위한 나라

    [이의진의 교실 풍경] ‘중간’을 위한 나라

    2021학년도 대입 지원을 위한 수시 상담이 막바지다. 23일부터 시작되는 4년제 대학 원서 접수를 필두로 9월 말까지 어느 대학에 어떤 전형으로 지원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내신 등급과 몇 번에 걸쳐 치러진 모의평가 성적,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돼 있는 비교과 영역을 놓고 지금 고등학교 3학년 교실과 교무실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한창 머리를 맞대고 고민 중이다. 지난 금요일 상담이 막 끝날 즈음 학생 어머니와 나눈 대화다. “우리 애는 왜 이렇게 공부를 못했을까요.” “못한 거 아닙니다.” “아이가 학교생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막상 원하는 대학 지원하는 건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네요. 속이 많이 상하는군요.” “원하는 대학들이 성적으로 따지면 상위 5% 이내의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학교라 그렇습니다. 아이가 3년 동안 성실하게 공부했으니 지금 성적이 나온 겁니다.” “아유, 그러니까 공부 못한 거죠. 어떻게 3년 동안 공부한다고 하면서 고작 이런 등급을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다 보니 진학 상담을 숙명처럼 하고 있다. 20년이 넘는 세월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고 불편한 심정이 들 때가 있는데 위와 같은 경우다. 학생의 성적을 9등급으로 나눈 게 현 내신제도이자 수능이다. 1등급은 상위 1~4% 성적의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2등급은 11%, 3등급은 23%, 4등급은 40%, 5등급은 60%의 성적을 얻은 학생까지다. 사람을 9등급으로 구분하고 나누는 것도 못마땅한데, 학생도 부모님도 이런 등급제하에서 정작 중간 등급이 5등급이고 각 등급 중 가장 많은 비율인 20%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잊고 있다는 사실이 차라리 슬프게 만든다. 사람들이 중간이 5등급이라는 걸 아예 잊어버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안 때문이다. 국가는 경제대국에 들어선 지 오래지만 개인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는 누군가 차지하고 내놓을 기미가 없고, 얻어걸리는 건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없다. 비자발적 해고를 거친 사람들이 몰려들어 자영업 시장도 포화 상태다. 자영업 5년 생존율이 30% 이하라는 말을 증명하듯 동네 가게들은 수시로 주인이 바뀐다. 망한 가게 주인이 계산원으로라도 취업하려고 하면 이제는 무인결제단말기가 버티고 서 있다. 아파트 관리실은 텅텅 비고 이미 무인경비시스템으로 교체된 지 오래다. 외환위기(IMF)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 인구 대비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10% 안쪽으로 들어야만 뒤처지지 않을 거라는 불안은 대학 입학을 경쟁의 첫 관문으로 여기게 만든다. 소위 일류 대학 입학만이 목표가 되다 보니 정작 중간 등급인 5등급은 한참 공부를 못한 아이가 돼 버린다. 타인이 규정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를 경쟁에서 낙오한 자로 자리매김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우리 사회에서 성적 상위 5% 이내의 아이들만 잘살고 있고, 나머지 95%의 아이들은 모두 낙오돼 사라져 버린 걸까. 한 걸음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숨죽이고 있던 95%의 학생들도 성인이 되면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학벌 하나로 평생 편하게 살던 시절은 지났기에 상위 5%의 학생들 역시 더이상 쉽게 살 수만은 없다는 걸 말이다. 게다가 사회를 지탱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건 높은 곳에 존재하는 상위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하지만 성실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다수의 시민이다. 꼴찌도 잘살 수 있는 세상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자존을 회복하는 것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두텁게 중간을 차지하는 이들이 사실은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자 진또배기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피고 지는 자연과 생명, 3D 애니메이션으로 창조하다

    피고 지는 자연과 생명, 3D 애니메이션으로 창조하다

    메마른 나뭇가지에서 초록 잎이 돋아나 풍성한 그늘을 드리우는가 싶더니, 어느새 붉게 물들었던 잎사귀들을 우수수 털어내고 다시 빈 몸이 된다. 형형색색의 과일과 꽃들이 허공을 떠다니는가 하면 작은 생물과 식물들이 바닷속을 유영한다. 미국 영상미디어 설치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가 3D 애니메이션으로 창조한 디지털 풍경들이다. 스타인캠프의 개인전 ‘소울스’(Souls)가 서울 자하문로 리안갤러리와 율곡로 리판머핀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1958년 덴버에서 태어나 패서디나 아트센터디자인대학과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공부한 스타인캠프는 1989년부터 3D 애니메이션과 뉴미디어로 작업해 온 이 분야 개척자다.리안갤러리에선 ‘레티널(Retinal) 1, 2’, ‘스틸 라이프(Still-Life) 4’, ‘주디 크룩(Judy Crook) 12, 14’를 만날 수 있다. ‘레티널’ 시리즈는 화려한 비눗방울 같은 덩어리와 탯줄처럼 보이는 가닥들의 역동적인 운동감을 통해 눈 속 망막 정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스틸 라이프 4’는 17세기 플랑드르화파의 바니타스 정물화를 재해석했다. 인생무상, 삶의 허무를 드러낸 바니타스 정물화와 달리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한 과일과 꽃, 식물의 우아한 움직임은 생의 환희를 느끼게 한다. ‘주디 크룩’ 시리즈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나무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담았다. 리만머핀에선 ‘블라인드 아이(Blind Eye) 4’, ‘프라이모드리얼(primordial) 1’, ‘데이지 체인 트위스트, 톨’(Daisy Chain Twist, tall)등 세 작품이 전시 중이다. 10월 31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에서 누리는 ‘슬기로운 용산 생활’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에서 누리는 ‘슬기로운 용산 생활’

    수 년째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용산구 ‘한남더힐’이 올해도 고점을 경신했다. 용산구에는 용산역, 신용산역 일대 고층 단지들을 비롯한 고가 단지들이 즐비해,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다음으로 높은 시세 수준을 자랑한다. 한강 이북권역에서는 압도적인 선두다. 용산구가 이처럼 높은 시세 수준을 나타내는 이유는 풍수지리상 명당의 기본이자 핵심으로 꼽히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췄기 때문이다. 용산구는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바라보는 입지라 주거환경이 매우 쾌적할뿐더러, 건강한 여가생활 등 삶의 여유와 힐링을 누리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교통 여건도 우수한데, 우선 한강대로, 강변북로, 마포대교, 원효대교 등 도로망은 물론 지하철 1,4,6호선과 경의중앙선, KTX, I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여러 철도 노선이 구축돼 있어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로의 이동이 수월하다. 차후 용산역~신사역 간 신분당선 연장선이 뚫리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 3개 노선 중 A,B 2개 노선이 함께 지나는 용산역이 개통되면 교통 프리미엄을 위시한 지역가치는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서울의 중심부이자 여러 대학과 업무지구를 품고, 곁에 둔 위치라 공공기관과 대형병원 외 쇼핑, 문화시설 등 양질의 생활 인프라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는 점 또한 용산구민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대표적 입지 프리미엄이다. 이러한 여러 강점들에 더불어, 수많은 서울시민들에게 ‘용산 입성’을 꿈꾸게 하는 용산구의 새로운 입지 프리미엄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용산민족공원’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최근 기존 용산기지 부지 일대에 약 300만㎡ 규모의 용산민족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여의도(290만㎡)를 넘어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341만㎡)에 육박하는 초대형 생태 자산이 용산구민의 발 아래 펼쳐지는 셈이다. 민족성과 역사, 문화성을 갖춘 자연 생태 및 국민 휴식공간을 조성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돕고, 미래 세대에게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생태녹지축의 녹색동력을 선사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용산구민은 물론 인근 지역들도 뜨거운 환호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넘치는 프리미엄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집값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용산구는 강남3구에 버금가는 시세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주거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보니 매매는 물론 전월세 시세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보다 슬기롭게 용산 라이프를 누릴 방법은 없는 걸까? 열정 가득한 2030 청년이라면, 정부가 제안하는 ‘2030 역세권 청년주택‘을 눈여겨볼 만하다. 2030 역세권 청년주택은 이름 그대로 대학생, (예비)신혼부부 등 만 19~39세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통학 및 출퇴근이 용이한 서울시내 지하철 역세권에 조성하는 기업형임대주택으로, 값비싼 초역세권 입지에 들어서면서도 초기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 수준, 연간 임대료 인상폭은 최대 8년간 최대 2.5%로 제한하고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 고가의 필수 가전들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해 주거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 특히 만 19세~39세 이하 차량 미소유 무주택자라면 청약통장이 없어도 자유롭게 청약 및 계약이 가능하고 소득, 자산, 지역 등 별도의 자격기준도 없어 가점 경쟁에 시달리는 신혼부부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이달 임차인 모집에 나서는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역시 용산구 한복판, 삼각지역을 약 300m 거리로 마주한 탁월한 입지 여건 대비 합리적 수준의 임대료를 제시해 높은 인기가 예상된다.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2가에 지하 7층~지상 37층 2개 동, 총 1,086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전용면적 19~49㎡ 763가구가 ‘2030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공급된다. 단지는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의 더블역세권 입지라 용산업무지구는 물론 이태원, 홍대, 강남, 여의도 등 서울 도심 곳곳을 쉽고 빠르게 오갈 수 있으며, 한 정거장 거리의 신용산역 건너에 1호선과 경의중앙선, 신분당선(예정), KTX 용산역이 위치해 광역교통 여건 또한 우수하다. 피트니스센터, 게스트하우스 등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 시설과 카셰어링, 무인택배 등 주거서비스도 특화한다. 또 근린생활시설 공간에는 상업시설 외 서울시의 다양한 지원시설들이 입주할 예정이라,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기혼 및 예비 신혼부부들을 위한 상품인 만큼, ‘아이 키우기 좋은 단지’의 면모도 갖췄다.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단지 내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어린이놀이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초등학교도 도보 거리다. 분양관계자는 “맞벌이 등으로 어린 자녀를 케어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는 신혼부부들에게 최적의 상품”이라며 “각 동 지상층에 조성되는 상업시설을 비롯해 용산아이파크몰, 이마트, CGV 등 쇼핑, 문화, 편의시설이 가까워 생활 전반이 풍요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경 2km ‘한강생활권’과 단지 앞에 조성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용산민족공원’이 선사할 쾌적한 주거환경과 사시사철의 아름드리 공원 뷰(일부 가구 한정)도 기대를 모은다.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이달 중 청년과 기혼 및 예비 신혼부부 임차인을 모집할 계획이다. 임차인들은 구성원 수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1~3룸 구조의 전용면적 19~49㎡ 11개 공급타입 중 원하는 가구를 선택할 수 있으며,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 빌트인 가전제품들이 기본 옵션으로 제공돼 비용 절감 및 공간활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21년 2월 입주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연 닮은 이준관의 동시… 슬픔의 치유자와 만나다

    자연 닮은 이준관의 동시… 슬픔의 치유자와 만나다

    이준관 시인의 눈망울은 선한 사슴의 그것을 닮았다. 하늘 높은 초가을, 한국시인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시인의 눈동자는 동시를 평생 써온 맑음과 깊이를 온전하게 담고 있었다. 올해로 시력(詩歷) 50년째를 맞는 시인은 여전히 수줍은 미소로 자신이 세상에 흘려보낸 아름다운 순간들을 꼼꼼하게 회상해주었다. 척박하기만 했던 우리 아동문학 현장에서 ‘이준관’이라는 이름은 탁하고 거친 세상의 흐름을 역류하여 평생 동시를 써온 뚜렷한 지표로 우뚝하다. 지금 같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그의 동시가 치유의 손길을 건네는 순간이 거기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까.“전북 정읍 이평면 하송리, 배들평야라고 부르는 평야 지대가 제 고향입니다. 동학혁명 발상지였고 전봉준 장군 집이 근처에 있었어요.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던 만석보와 혁명군이 첫 승리를 거둔 황토현도 가까이 있었습니다.” 시인은 동학혁명과 백제가요 ‘정읍사’가 자신의 문학적 젖줄이 되었노라고 고백한다. “어릴 때 통신표를 보면 담임 의견란에 하나같이 온순하고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는 책임감이 강한 아이라고 적혀 있어요. 공부보다는 들녘을 뛰어다니는 일에만 정신이 팔렸던 하루하루가 축제와 같던 시절이었지요. 고향의 자연 체험이 훗날 제 동시의 밑바탕이 되어주었습니다.” 시인의 아버지는 온유하고 자애로운 분으로 청빈한 선비의 삶을 살다 가셨다. 어머니는 활달하고 이웃에게 베풀기를 좋아한 분이었다. 어머니의 교육열로 전주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이준관 시인은 가정형편으로 한 학기만 다니고 중퇴했다. “인생의 가장 고통스러운 시절에 시를 만났습니다. 호롱불 밑에서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참으며 아무 종이에나 글을 썼습니다. 그것이 제가 처음 쓴 시였습니다.” 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된 뒤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과 그 자신 속에 있는 천진한 동심을 발견했다고 떠올렸다. 글짓기를 지도하면서 자신도 동시를 함께 써보았는데, 그것이 순수서정을 좋아했던 자신의 성정과 고스란히 맞았다고 한다. 그에게 ‘동시’란 무엇이었을까?“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어 동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어효선 선생이 뽑아주셨어요. 그리고 박목월 선생이 창간한 ‘심상’에 시가 당선되어 1974년에 시인으로도 등단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이 ‘아동문학가’로 남기를 원했다. 등단 후 반세기 동안 그는 동시를 쓰면서 나이도 잊어버리고 언제나 ‘어른 아이’로 살아왔고, 자신은 결국 아름다운 동시를 세상에 남긴 사람으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시는 제게 구원입니다. 제가 시를 통해 슬픔을 치유했듯이 제가 쓴 시를 읽고 사람들이 슬픔을 치유하기 바랍니다. 특별히 저의 동시는 따뜻한 긍정과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따뜻한 동시가 사람들의 슬픔을 치유하여 삶의 구원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그런데 신춘문예 당선작 ‘초록색 크레용 하나로’는 기존 동시의 틀을 깨뜨린 작품이었다. 마냥 즐거운 동심이 그려져 있기보다는 “휴전선/ 녹슨 철조망 위에도/ 아, 끊임없이 펄럭이는/ 푸르른/ 남북 없는 깃발의/ 물결” 같은 구절은 당대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공동체적 표현을 담고 있었다. 그의 동심에는 남북으로 나뉜 현실에 대한 아픔도 흐르고 있었고, ‘정읍사’도 ‘전봉준’도 다 들어 있었던 셈이다. 그에게 ‘동심’이란 원형적이고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기억과 함께, 아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 힘이기도 했던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을 때 칠판에 썼던 것이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였습니다. 제 시가 추구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과 동심의 아름다움입니다.” 그의 동시는 초기에는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을 크레파스 그림 같은 이미지로 묘사했다. 그 후에 서울로 직장을 옮기면서는 골목길 아이들의 일상을 대화체와 구어체로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초기에 자연이 친구였다면 후기에는 아이들이 친구가 되어 함께 호흡하는 동시를 쓴 것이다. 서울로 올라와 처음 자리 잡은 곳이 하필이면 초등학교 후문 쪽이었는데 아이들이 늦도록 숨바꼭질을 하고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를 노래하면서 놀았는데 시인의 귀에는 그것이 소음이 아니라 행복하게 노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후로도 아이들 세계를 알아보려고 퇴근하면 놀이터로 달려가 아이들과 어울렸습니다. 그네도 미끄럼도 함께 타고 잠자리도 함께 잡으러 다녔습니다. 공터에 꽃씨도 함께 심고요. 아이들이 저를 ‘아찌’라는 애칭으로 불러주었을 때가 가장 행복했습니다.” ‘이준관의 동시’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친구가 되는 맑고 순수한 마음의 동시’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동심을 바탕으로 하되 시적 요건을 갖춘 동시를 그는 지향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해주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는 따뜻하고 사랑으로 가득 찬 동시 말이다. 특별히 마흔 살 때 만난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통해 그는 자연과 삶이 한데 녹아 있는 소박하고 진솔하고 따뜻한 긍정의 세계를 발견한다. 그때부터 자연과 인간과 동심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시를 쓰자고 마음먹었다. 시쓰기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며 빌딩 창문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 사람처럼 이 세상 모든 창문의 혼탁한 먼지를 닦아 아름다운 풍경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교 중퇴하고 암담한 시간을 보내던 때 박목월 선생의 ‘청노루’를 만났습니다. 저에게 많은 위로를 준 그 작품을 통해 저는 청운사에 봄눈 녹듯이 슬픔이 녹기를 바랐던 것이죠.”그는 박목월 선생을 1974년 ‘심상’ 신인상 시상식에서 만났다. 목월 선생은 크고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시와 동시 분야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긴 선생은 그때로부터 이준관 시인의 선행 모델이 돼주었다. 동시의 스승으로는 어효선 선생을 들었다. 신춘문예 심사위원이었던 선생은 정읍까지 오셔서 결혼 주례까지 해주셨다. 선생이 별세하기 하루 전날 인터뷰를 했는데 그게 선생과의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말았다. 시인은 스승을 추모하기 위해 해마다 ‘어효선 동요 음악회’를 개최하여 선생이 지은 유명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 ‘꽃밭에서’, ‘과꽃’을 사람들과 함께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자신의 대표작으로는 무엇을 꼽을까. “‘씀바귀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초기 동시집이고 ‘우리 나라 아이들이 좋아서’는 골목길 아이들의 일상을 쓴 중기 동시집입니다.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는 자연과 아이들이 조화를 이룬 후기 동시집이고요. 이 세 권이 대표작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아끼는 작품으로는 ‘길을 가다’, ‘별 하나’, ‘나비’,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를 들었다. “길을 가다 문득/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다가가 그 곁에 가만히 서 보고 싶다./ 잎들이 다 지고 하늘이 하나/ 빈 가지 끝에 걸려 떨고 있는/ 그런 가을날,/ 혼자 놀고 있는 아기새를 만나면/ 내 어깨와/ 아기새의 그 작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디든 걸어 보고 싶다./ 걸어 보고 싶다.”(‘길을 가다’) 이준관 동시는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모두 열세 편이 실려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고 정편이 나 있다.또한 그의 ‘구부러진 길’은 ‘광화문 글판’ 30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발표된 시 중에서 독자 투표로 10편을 선정했는데 나태주 시인의 ‘풀꽃’과 함께 뽑힌 명편이다. 들꽃도 피어 있고 별도 떠 있는 구부러진 길처럼 느리고 아름다운 그의 동심이 읽히는 듯하다. 그에겐 “훗날 한국어린이문학관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아동문학을 알리고 어린이들의 종합 문학공간으로 삼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시인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아동문학을 위해 지금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때만 해도 동시를 쓴다고 하면 주변에서 그까짓 것 뭐 하러 쓰느냐고 타박하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50년을 꾸준히 한눈팔지 않고 동시를 써왔네요. 작은 힘이나마 동시 발전에 기여했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시인은 앞으로도 항상 어린이다운 마음과 감성으로 동시를 써서 어린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의 사랑을 받는 서정시의 파수꾼이 되고자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삶이 힘들어질 때마다 이준관의 동시를 읽으면서 그가 흘려준 동심의 세계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내내 그리워할 것이다. 깊고도 지속적인 그의 치유와 긍정의 시쓰기가 요즘 같은 감염병 시대에 근원적 존재 탐구와 치유로 끝없이 이어져갈 것을 믿게 되는 순간이었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핵심은] ‘라면 형제’처럼 방치된 아이들이 어딘가 또 있다

    [핵심은] ‘라면 형제’처럼 방치된 아이들이 어딘가 또 있다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치솟는 불길 속에서 아이들은 ‘살려달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10살, 8살에 불과한 형제였습니다. 화재 당시 부모는 집에 없었습니다. 지난 14일 인천 미추홀구 빌라에서 아이들끼리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났습니다. 형은 온몸의 40%에 3도 화상을, 동생은 다리에 1도 화상을 입고 현재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 중입니다. 둘 다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곳곳에 아이들이 방치돼 있다는 걸 꼭 사고가 난 다음에야 알게 됩니다. 아이들이 아프고 다치고 학대당하기 전에 어른들이 먼저 알아챌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번 주는 ‘라면 화재’ 사건을 중심으로 아동 방임의 현실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핵심 ① 부모가 매시간 아이를 보살필 순 없어 그날 아이들은 갈 곳이 없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는 비대면 수업 중이었고, 지역아동센터에 맡길 수도 없었죠. 어머니는 사고가 나기 전날부터 집을 비웠습니다. 단둘이 남아 끼니를 해결하려다 참변을 당하게 된 겁니다. 사고가 나기 전 8일에는 형제가 편의점을 찾은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기도 했죠. 둘은 배가 고파 새벽 3시에 도시락을 사러 갔습니다. 형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아침을 조금 먹은 뒤로는 (밤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을 어디다 맡길 만한 형편도 되지 않았습니다. 홀로 형제를 키우는 어머니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입니다. 수입은 매달 나오는 수급비에 자활 근로비를 합쳐 16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지난달엔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자활 근로 사업이 중단돼 급여마저 끊겼습니다. 가난한 집엔 사랑을 베풀 여유도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방치한다는 이웃 신고가 세 차례나 접수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법원에 어머니와 아이들을 분리해달라는 피해아동보호명령 청구를 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어머니와 아이들 모두 지속해서 상담을 받으라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경찰은 어머니를 주의력 결핍 장애를 앓던 형을 때리고 동생을 방치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및 방임)로 입건하고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핵심 ② 비극이 벌어지고서야 해결책을 찾는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방치된 아이들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는 취약계층 아동의 실태를 살피기로 했습니다. 전날 복지부는 이달 22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취약계층 사례 관리(드림스타트) 아동 7만여 명을 대상으로 돌봄 공백과 방임 등 학대가 발생하지 않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하겠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취약계층 아동에게 급식 지원 등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비대면 수업 확대에 따른 긴급돌봄 서비스의 필요성도 조사할 예정입니다. 아이들끼리 집에 있다 화재 사고가 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재난대비 안전 교육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이 집에서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지없이 사각지대는 발생하기 마련이죠. 실제 형제가 다니던 학교도 돌봄교실을 운영 중이었지만, 이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복지부는 아동들이 긴급돌봄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게 보호 조처를 강화해달라고 지방자치단체와 센터 등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인천시교육청은 인천시 모든 가정에 돌봄교실 이용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복지부는 또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지난 7월 해결책으로 내놓은 ‘아동·청소년 학대방지 대책’에 따라 전문가를 중심으로 아동학대 처벌강화 전담팀을 구성하고, 아동학대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원과도 협의할 계획입니다.■ 핵심 ③ 사회와 이웃이 나서서 최소한의 보호해야 지난 5월 창녕에서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가 부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잠옷 차림으로 탈출한 사건 기억하시나요. 아이는 눈에 멍이 들고 머리가 찢긴 상태로 뛰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나치지 않았던 한 주민이 아이를 편의점에 데려가 먹이고 신고도 도왔습니다. 방치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주위 어른들의 관심입니다. 형제는 부상이 심해 1년 이상 병원에서 치료와 재활을 이어가야 합니다. 소식을 접한 이웃들이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후원을 주관하는 학산나눔재단에는 하루 수십 건의 후원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공공기관들도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인천소방본부는 형제에게 치료비 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담당 구청인 미추홀구도 의료비로 300만원을 긴급 지원합니다. 나머지 치료비는 형제가 입원한 병원 사회사업실이 후원하기로 했습니다.‘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생’ 속 한 구절입니다. 열네 살 모모의 어머니는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합니다. 아버지는 얼굴조차 모릅니다. 아이를 기를 형편이 안 됐던 어머니는 창녀들의 위탁모 노릇을 하던 로자 아줌마에게 모모를 보냅니다. 부모의 사랑을 느껴본 적 없는 모모는 그럼에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모 대신 사랑을 가르쳐준 로자 아줌마와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었지만, 아이에게 삶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혼자서 살아갈 힘도 물려줍니다. 세상 모든 아이가 따뜻한 가정에서 성숙한 부모를 만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로부터 최소한의 보호는 받을 수 있어야겠죠. 더는 아이들이 위험한 환경에 남겨진 채로 굶주리다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토요일 아침, 한 주간 가장 뜨거웠던 이슈의 핵심을 짚어드립니다.
  • ‘스마트한 양천 생활’ 착착 진행 중

    ‘스마트한 양천 생활’ 착착 진행 중

    ‘스마트시티 양천은 진행 中’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산업·생활 전반에 활용되고 있는 지금, 서울 양천구가 스마트시티로 기반을 갖추며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수준의 미래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모든 인프라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미래 지향적 첨단 도시를 말한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교통과 주거, 환경과 각종 비효율 등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해 해결함으로써 시민 생활의 편의를 극대화하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지향점이다. 양천구는 2019년 서울시 스마트시티 테스트베드 특구로 지정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도시를 최적화하는 데 행정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내의 스마트횡단보도 설치,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불법 주차 단속, 가로등을 이용한 전기차 충전기 설치 등 주민이 체감 가능한 생활밀착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양천 주민의 생활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우선 관내 어린이보호구역 4곳과 깨비시장 3곳에 스마트횡단보도가 설치된다. 횡단보도 주변의 불법 주정차 차량을 즉시 감지해 자동으로 과태료가 부과되고, 정지선 위반차량 차량 번호를 전광판에 표출해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할 경우 경고방송이 송출돼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한다. 횡단보도에 매립형 LED를 설치해 야간과 우천 시 안전운전을 유도, 시장 내 보행·차량 혼용도로에 무비라이트로 이미지를 자동 표출해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도 갖춘다. 이러한 안심보행 관리시스템은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장애를 관리하고 원격제어를 하며 자료를 수집하게 되는데, 이는 향후 스마트시티 구축의 중요한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또한 주차장에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장애인주차구역 지킴이를 설치완료 했다. 관내 16개 주차장 80면에 설치돼 비장애인이 주차구역에 진입할 경우 경고방송과 경광등을 작동해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시스템이다. 차량 진입시부터 총 3차 경고를 하고 그럼에도 차량을 이동하지 않을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올바른 주차문화를 확립하고 장애인의 편의를 증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현장순찰과 주민신고를 통해서 고장을 확인하고 조치하는 데 수일이 걸리던 보안등 시스템도 사물인터넷의 도입으로 크게 개선됐다. 양천구는 스마트 보안등 관리시스템의 도입으로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원격 점등과 소등, 실시간 모니터링, 장애이력 관리가 이루어지며 관련 민원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보안등에 미세먼지 신호등을 설치하고 무단투기를 방지하는 로고젝트를 설치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게 다재다능한 보안등으로 주민들의 안전을 밝히고 있다. 친환경 전기차 시대에 맞는 충전 인프라도 확대될 예정이다. 가로등을 활용한 전기자동차 및 스마트모빌리티 충전기가 양천문화회관 앞에 10월 중 시범 설치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스마트 플러그 보급을 통해 전력량과 조도 변화량으로 생활 활동을 센서로 감지해 독거 어르신의 고독사를 예방하는 노임 돌봄 맞춤형 스마트 서비스도 시행중이다. 구는 2019년 993대를 보급, 운영하였으며 올 해에는 신규로 1000여대를 500가구에 추가 보급해 사업의 효율성을 더 높일 예정이다.상대적으로 스마트 기기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디지털 교육도 놓치지 않았다. 4월부터 서울디지털재단, 로봇업체와 함께 어르신 교육에 최적화된 교육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오는 11월에 40대의 로봇을 관내 어르신복지관에 보급한다. 로봇 리쿠는 어르신에게 카카오톡 사용법을 알려주고, 음성 인식과 답변 기능으로 쌍방향 소통학습도 가능하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는 키오스크의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유튜브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생소한 용어, 주문 실패 걱정 등 심리적 부담으로 이용이 어려웠던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양천구는 제1회 스마트시티 아이디어 공모전도 개최해 스마트시티를 위한 주민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접수 중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 곳곳에서 도시 문제의 해법을 찾으며 도시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혁신을 구상하는 기회로 삼아 스마트시티로의 도약의 발판을 삼고 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우리의 새로운 길을 더욱 빠르게 재촉하고 있다”며 “이미 사회와 경제 교육 등 우리 삶 전 분야에 디지털화가 추진되며 우리 삶 가까이에 와 있어, 주민이 체감하고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시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데이터를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라면 형제’에 눈물 흘린 양향자 “송구하고 참담하다”

    ‘라면 형제’에 눈물 흘린 양향자 “송구하고 참담하다”

    최근 초등학생 형제가 엄마 없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에 휘말린 사고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최고위원이 “사회와 국가가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에서 “두 형제 어머니의 책임은 철저히 따져봐야 하지만 그렇다고 공동체와 국가가 면책되진 않는다”면서 “두 아이를 키운 엄마이자 국회의원, 여당 지도부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배고픔을 견뎌야 했던 아이들의 삶의 무게가 마음을 아프게 짓누른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고, 1분 가까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어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두 아이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며 “국무위원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송구하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양 최고위원은 “학교, 공무원, 경찰이 힘을 모아 취약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실태를 시급히 파악해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이를 위한 계획과 재원을 담당하고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의 아이들을 챙기자”며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낙연 대표도 이날 “돌봄 사각지대의 취약계층 아동 현황을 세밀히 파악하고 긴급돌봄 내실화에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 2층 집에서 초등학생 A(10)군과 B(8)군 형제가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발생한 불로 크게 다쳤다. 전신의 40%에 3도 화상을 입은 A군은 위중한 상태이며 동생 B군은 상태가 다소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 당시 형 A군은 동생을 책상 아래 좁은 공간에 밀어넣고 이불로 감싸 보호하려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월드피플+] 병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슬픈 결혼식

    [월드피플+] 병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슬픈 결혼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결혼식이 남미 콜롬비아에서 열렸다. 애틋하고도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신랑 두반 파본과 신부 에스테파니 베라. 두 사람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콜롬비아 부카라망가의 한 병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경찰악대의 지원으로 사랑의 하모니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그런데 면사포를 쓴 신부 베라는 침대에 누워 있다. 말기 암환자였던 신부는 결혼식을 올린 지 하루 만인 13일 저녁 결국 세상을 하직했다. 9년 전 콜롬비아의 한 쇼핑몰에서 만나 예쁜 사랑을 시작했다는 두 사람은 법정혼인을 치른 부부였다. 7년 전엔 든든한 아들이 태어나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왔지만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아 결혼식은 치르지 못하고 미뤄왔다.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건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가 된 베라의 소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행복하던 부부에게 청천병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베라의 복부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된 것. 병원 측은 "암이 이미 4기에 접어들었다"며 3달을 넘기기 힘들다는 판정을 내렸다. 남편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의학적으로는 가능성이 없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남편은 시한부 삶을 살게 된 아내의 꿈을 이뤄주기로 결심하고 병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내가 사망하기 전 꼭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말을 들은 병원은 결혼식을 올릴 장소를 마련하는 한편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병원의 도움으로 결혼식 준비는 착착 진행됐다. 가톨릭 신부가 주례를 서기로 했고, 경찰은 경찰악대를 보내 음악을 선물하기로 했다. 7살 아들은 결혼반지를 갖고 식장에 입장하기로 했다. 눈물의 결혼식은 이렇게 열렸다. 결혼식은 SNS를 통해 생중계됐다. 결혼식을 마친 후 남편 파본은 "오래 전부터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지만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신부가 병상에 있어 안타깝지만 항상 곁에 있어준 아내에게 결혼식의 꿈을 꼭 이루어주고 싶었다"며 면사포를 쓴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이어 "(아내가) 인생의 끝자락에 와 있지만 모든 사람들 앞에서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결혼식에 참석한 신부의 여동생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두 사람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한편으론 마음이 좋았다"며 "(언니의 죽음이) 슬픈 떠남이 아니라 기쁜 떠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한편 두 사람의 스토리는 "결혼식의 소원을 성취한 지 하루 만에 사망한 행복한 신부"라는 내용의 기사로 중남미 각국 언론에 소개됐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선거로 싹튼 사랑…34살 연하와 결혼한 여성 정치인

    선거로 싹튼 사랑…34살 연하와 결혼한 여성 정치인

    남편과 사별 후 34살 연하의 남성과 결혼식을 올린 말레이시아 정치인이 화제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 정당의 말라카 자신 지구 여성 대표인 잘레하(62)는 최근 사업가인 아시라프 다니엘(28)과 결혼식을 올렸다. 5년 전 남편을 병으로 먼저 떠나보낸 잘레하는 세 자녀를 두고 있지만 아시라프를 처음 만난 순간 사랑에 빠졌다. 선거운동을 하며 더욱 가까워진 두 사람은 34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고 결혼식을 올렸다. 아시라프는 잘레하를 수년간 지켜보며 결혼을 결심했다면서 “6개월 동안 구애한 끝에 청혼을 받아들여 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잘레하 역시 “처음 본 그날부터 사랑이 싹텄던 것 같다. 나이 차이 때문에 가족의 반대가 있었지만 잘 풀어냈다. 아이들에게 내가 외롭다는 점을 말했더니 결국 재혼하는 데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다시 임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을 밝게 하기 위해 아이를 입양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우리 집 주변에 (아기들의) 작은 발이 뛰어다니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네티즌들은 ‘사랑에 나이 차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며 이들 부부의 결혼사진을 SNS에 공유하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부캐의 올바른 활용법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부캐의 올바른 활용법

    장수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중단하고 1년을 쉰 김태호 PD는 ‘놀면 뭐하니’를 시작하며 유재석 한 명만 택했다. 대신 유재석이 여러 명이 됐다. 드럼 치는 링고유, 트로트 가수 유산슬, 댄스가수 유듀래곤, 음반제작자 지미유. 어리둥절했던 시청자들은 곧 변신을 따라가며 ‘부캐’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본래 정체성인 본캐릭터, 즉 ‘본캐’가 아닌 서브 혹은 새로운 정체성을 말한다. 여기에 스토리까지 부여한 것이 이효리의 린다지다. LA에서 미용실을 하다가 왔다는 설정에 부캐가 풍부해졌다. 우리가 꿈꿔 온 다른 삶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것에 묘한 호응이 된 것이다. 이건 익숙한 포맷이다. 고담시의 재벌 상속자 브루스 웨인이 본캐라면 배트맨은 부캐, 거꾸로 크립톤인 슈퍼맨이 본캐라면 지구인으로 행세하는 소심한 기자 클라크 켄트는 부캐다. 그들의 변신에 동감하고, 기대하는 것은 나도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컴퓨터 다중접속 롤플레잉 게임을 할 때 유저는 캐릭터를 선택한다. 특색 있는 능력치의 캐릭터로 게임에 몰입하면 그만큼 동일시가 일어난다. 잘생기고 키가 큰 엘프 전사를 택한 사람이 난쟁이 용사를 택한 사람에 비해 게임을 한 후에 유저의 자존감이 일시적이나마 높아졌다는 연구도 있다. 게임 속 부캐가 본캐에 영향을 준 것이다. 딱 짜인 사회적 정체성 속의 삶이 답답할수록 부캐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진다. 현실에서 벗어날 탈출구이자 새로운 정체성을 실험해 보는 시도가 된다. 방송인 서유리는 십대에 왕따의 피해자였다. 한 방송에서 게임 속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십대의 본캐가 다쳐서 약할 때 부캐로 피신을 간 것이 도움이 됐다. 덕분에 본캐는 숨을 쉬며 회복될 수 있었다.심리적 측면에서 부캐 현상에서 주목할 것은 본캐와 상호관계다. 본캐는 현실의 나를 구성하는 정체감이다.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여기에 나를 설명하는 핵심이 무엇인지 추구하는 가치까지 이해한다면 더욱 좋다. 이것이 나의 지지 기반이고, 그 위에서 다양한 부캐가 나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유재석과 이효리는 오래 인기 연예인으로 정체성이 구축돼 있었기에 파격적인 변화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었다. 본인들에게도 본캐 정체성의 일관성을 해치지 않은 채 탈선을 경험할 기회가 됐다. 채식주의자, 상업광고를 찍지 않고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이효리는 린다지라는 부캐로 숨통을 틀 수 있지 않았을까? 어떻게 사람이 맑고 향기롭게만 살 수 있을까. 욕망과 욕심이라는 것은 본성인데 말이다. 이런 부캐가 있어 줘야 본캐의 건강한 핵심이 훼손되지 않는다.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앨프리드 위니콧은 아이의 자기 개념 발달을 ‘참자기’와 ‘거짓자기’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했다. 거짓자기는 부모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기에 이것만 추구하면 참자기를 제대로 발달시키지 못한다. 한편 거짓자기는 참자기의 온전성을 보호하고, 환경에 순응하는 데 도움이 되며, 참자기가 다치지 않도록 돕는다. 참자기의 발현을 가로막지 않는다면 거짓자기는 발달에 도움이 된다. 다중인격장애가 거짓자기가 너무 강해져 참자기가 뭐인지 알 수 없게 돼 버린 정신질환의 전형이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은데, 돌아가 원래 내가 누구인지 찾을 수 없고 혼란에 빠진. 그러니 부캐에 솔깃해질 때 먼저 본캐를 돌아봐야 한다. 본캐가 일단 든든해야 부캐가 마음껏 움직이고, 살짝 약해진 본캐를 방어해 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놀면 뭐하니’의 부캐들은 유재석과 이효리란 걸출한 두 연예인의 본성이 평소 느끼던 삶의 미흡함을 메꿔 주면서 동시에 본 정체성의 일치감을 유지시키는 양수겸장의 기능을 한다. 부캐의 올바른 활용법이다. 우리도 내 삶에서 지치고 뭔가 빠져 있는 것 같이 느낄 때 모든 걸 다 버리고, 훌쩍 떠나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곳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다. 이직, 창업, 이민, 이혼 등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이때 본캐인 정체성을 단번에 바꿔 버리기보다 먼저 나를 돌아보고 본캐만 괜찮다면 일단 부캐부터 만들어 시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엄마 전화로 번갈아 수업… 소외 넘어 방치된 빈곤층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 장기화 되면서장비 없는 아이들의 학습 ‘방치’ 우려 2.5단계 조치로 빌려온 노트북도 반납“아동 직접 지원·양육자 관리 서둘러야” 온라인 등교가 장기화하면서 빈곤가정 아동의 교육 소외가 심각해지고 있다. 온라인 학습의 기본 도구인 컴퓨터가 아예 없는 가정의 아이들은 교육 소외를 넘어 ‘방치’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현실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정환경에 따라 학습격차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교육현장의 우려가 이어진다. 초등학교 2학년 서진이는 새벽 3시쯤 잠자리에 들었다가 오후 1시에 일어난다. 온라인 수업은 다시보기로 틀어 놓기만 할 뿐 숙제는 이모(32·지적장애)가 대신해 준다. 서진이가 하는 일은 종일 휴대전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뿐. 공부는 일주일에 한 번 수학과 국어 방문 학습지 10분 수업이 전부다. 서진이만 빼고 온 가족은 지적 장애를 갖고 있다. 지병으로 고생하던 외할아버지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비관하다 1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돈이 없어 미안하다”는 한마디 유서만 남기고 외할아버지가 떠난 뒤 외할머니와 이모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뷰 중에도 “왜 이런 일이 우리한테만 일어났는지 죽고만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9살 서진이는 “저까지 울면 엄마(외할머니)가 더 슬퍼할 것 같아서 저는 울고 싶어도 안 울어요”라며 애써 웃는다. 지체 장애가 있던 서진이 친모는 서진이를 낳고 집을 나갔다. 서진이는 이모를 언니로, 외할머니를 엄마로 알고 그렇게 부른다. 학습을 돌봐 줄 가족이 아무도 없는 서진이는 2학년이 끝나 가는데도 2학년 교과서들을 제대로 들춰 본 적도 한 번 없다. 고등학교 2학년인 민수는 휴대전화로 수업을 듣는다. 화면이 작아서 칠판 글씨가 안 보일 때도 많다. 집에 인쇄기가 없어 과제는 연습장에 답만 써서 인증샷을 올린다. 휴대전화가 없는 고1, 중1년생인 동생들은 엄마의 휴대전화로 수업을 듣거나 온라인 수업 기간 중에도 어쩔 수 없이 학교 컴퓨터실을 찾아가야 한다. 집에 컴퓨터가 한 대도 없어서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 지역 복지재단에서 어렵게 빌린 노트북 한 대를 재등교하면서 반납한 뒤 2.5단계 조치로 갑자기 온라인 수업에 들어가자 속수무책이 돼 버렸다. 가난한 가정환경 탓에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한 엄마 민영(50)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애들한테만큼은 이런 가난과 무지를 물려주고 싶지 않았는데, 학교에 아이들 기본 교육마저 맡길 수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니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정효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과장은 “빈곤가정은 코로나19와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재난에 대처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떨어진다”면서 “컴퓨터 보급이나 대여 사업을 확대하려고 애써 보지만, 정작 컴퓨터 기기를 대여해 준다 해도 조작법을 모르는 가정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빈곤가정의 보호 양육자는 개인적 삶 자체를 감당하기 버거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 교육에 개입하거나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는 데다 설령 의지가 있다 해도 정보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신근아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들이 최선을 다해도 이들 가정의 방문 횟수는 많아야 월 1~2회”라면서 “보호 양육자의 정서와 생활방식, 사고가 대를 이어 학습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현실이라면 소외 아동에 대한 직접 지원과 양육자에 대한 관리 등 간접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pc 없는데요” 엄마폰 돌려쓰며 수업보는 삼형제 [아무이슈]

    “pc 없는데요” 엄마폰 돌려쓰며 수업보는 삼형제 [아무이슈]

    재난이 몰고온 또다른 가난, 배움이 고픈 아이들 온라인 등교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보호 양육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빈곤가정 아동의 ‘교육 소외’는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13~14일 컴퓨터 등 학습도구가 없어 제대로 된 수업을 듣기 어려운 가정, 사실상 양육자가 아이 교육에 개입할 여력이 없는 가정 등 전염병이 드러낸 빈곤가정의 ‘교육 소외’ 현장을 들여다봤다. • 나쁜 공부습관 잡아줄 사람이 없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서진(가명)이는 요즘 새벽 3시에나 잠자리에 든다. 오후 1시에 일어나 수업은 다시보기로 본다. 틀어놓긴 하지만 사실상 숙제는 이모(32·지적장애 3급)가 한다고 했다. 대신 서진이는 종일 휴대전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본다. 공부는 방문 학습지로 한다. 일주일에 1번 학습지 교사가 와서 10분씩 수학과 국어 공부를 봐준다고 했다.이 집에는 서진의 생활 습관을 바로잡아 주거나 공부를 가르쳐 줄 사람이 사실상 없다. 서진이를 제외한 온 가족이 지적 장애를 갖고 있다. 서진이의 할아버지는 지난해 9월 말 인근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깨에 원인 모를 통증이 생겼는데 생전 병원비를 걱정했다고 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돈이 없어 미안하다”였다. 그 후 할머니(51)와 이모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고 있다. 이들은 인터뷰 중에도 “왜 이런 일이 우리한테만 일어났는지.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옆에 있던 서진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두 이해한 것처럼 보였다. 서진이는 “저까지 울면 엄마(할머니)가 너무 슬퍼할 것 같아요. 전 어른이에요”라고 말했다. 지체 장애인인 서진이의 친모는 서진이를 낳고 집을 나갔다. 서진이는 이모를 언니로, 할머니를 엄마라고 부른다. • pc 없어 엄마폰 돌려쓰는 민수 삼형제 고등학교 2학년인 민수는 휴대전화로 수업을 듣는다. 화면이 작아서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일 때도 많다. 프린트기가 없어서 과제는 연습장에 답만 써서 제출한다. 사진을 찍어 인증 샷을 올리는 식이다. 각각 고등학교·중학교 1학년인 두 동생은 엄마의 휴대전화로 수업을 듣거나 온라인 수업 중에도 학교 컴퓨터실을 이용한다. 집에 컴퓨터가 한 대도 없기 때문이다. 민수는 모르는 문제가 있어도 딱히 어디 물어볼 곳이 없다고 했다.엄마 민영(50)씨는 “애들한테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데 제가 한글을 못 배워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민영씨의 어머니는 남편이 죽자 국민학교 1학년인 그를 친척 집에 맡겼다. 학교는커녕 식모살이만 하다 열 살을 넘겨 그 집을 뛰쳐나왔다고 했다. 공장과 거리를 전전하다 서울에 올라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아들 셋을 낳았다. 행복한 가정을 바랐지만, 남편은 알콜 중독자였다. 술에 취하면 민영 씨와 아이를 때렸다. 최근 주민센터에서 전화로 한글을 배우는 그는 “한글 배우고 책을 많이 읽어서 아이들이 물어볼 때 자신 있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 전염병이 조명한 ‘교육 소외’…가난 대물림 막으려면 정효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과장은 “빈곤가정은 코로나 19와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능력이 대체로 떨어진다”면서 “컴퓨터 보급이나 대여를 활발하게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직 기기를 갖추지 못한 가정도 많고 무엇보다 조작법을 힘들어하는 가정도 많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호 양육자에 대한 관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빈곤가정의 보호 양육자는 이미 자신의 삶이 버거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개 아이 교육에 개입할 여력이 떨어진다. 의욕이 있다 해도 방법을 모르거나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신근아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들이 최선을 다해 관리를 해도 가정 방문은 많아야 월 1~2회”라면서 “보호 양육자의 정서와 생활방식, 사고가 대를 이어 학습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아동 지원과 함께 양육자에 대한 관리, 교육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서진이, 민수에 대한 후원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031-965-8101) 또는 김포시종합사회복지관(031-980-4722)으로 하면 된다.
  • [월드피플+] 장애를 넘어선 사랑…난치병 남성과 여성의 작지만 큰 결혼식

    [월드피플+] 장애를 넘어선 사랑…난치병 남성과 여성의 작지만 큰 결혼식

    희소 난치병으로 평생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는 장애 남성과 비장애 여성이 4년 열애 끝에 부부의 결실을 맺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NBC 투데이닷컴은 희소 난치병을 가진 셰인 버코(28)와 그의 연인 한나 옐워드(25)가 줌 화상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자택 뒤뜰에서 둘만의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애초 가족과 함께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뒷마당에서 간소하게 혼인 예식을 치렀다. 신랑 버코는 “우리의 사랑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순간이었다”며 결혼 소식을 전했다. 신부 옐워드도 “우리가 꿈꿔온 성대한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완벽했다. 우리는 부부가 됐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아는 남자 중 가장 훌륭한 사람과 결혼하다니 엄청난 행운”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한 다큐멘터리의 실제 모델과 시청자로 처음 연을 맺었다. 신부는 “오래 전 남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메일을 보냈다. 유머 넘치는 글솜씨가 인상적이었다”고 추억했다. 이후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졌고, 영상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결국 사랑에 빠졌다.첫 데이트에서 옐워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과거 인터뷰에서 그녀는 “행여 버코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으로 입맞춤하던 날 몸을 숙여 가까이 다가가다 팔꿈치로 그를 찔렀는데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더라”고 설명했다. 신랑인 버코는 난치병인 척수성 근위축증(SMA)을 앓고 있다. 척수 내 운동신경 세포의 퇴행으로 근육 위축과 근력 감소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정도에 따라 먹고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의지대로 근육을 움직이지 못한다. 영유아기에 발생하면 만 2세가 되기 전에 사망할 확률이 높다. 버코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2살 때부터 전동 휠체어 신세를 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에 버코의 장애는 결코 장애가 아니었다. 문제는 외부에 있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야말로 그들에게 방해가 되는 유일한 장애물이었다.사실 버코에게 편견은 일상이었다. 2015년 당시 교제 중이던 다른 여성과 인터뷰에 나선 버코는 “사람들은 우리가 연인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남매 아니면 환자와 간병인 사이일 거라고 단정 짓는다”고 밝혔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질문이 반복되자, 여자친구가 한번은 “우리 아빠”라고 대답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2019년 버코가 쓴 책 ‘낯선 사람들은 내 여자친구가 내 간호사라고 생각합니다’(“Strangers Assume My Girlfriend Is My Nurse”)는 바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버코는 이후로 꾸준히 저술과 강연, SNS 활동을 펼치며 세상과 싸웠다. 몇 권의 책을 펴냈으며, 하버드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등 유수 대학에 강연을 나갔다. 장애인 권리 운동 단체도 이끌고 있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옐워드 역시 다양한 SNS 채널을 운영하며 장애에 대한 사회의 사고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제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기다리고 있다. 화상 결혼식에서 아이를 낳을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 부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의심 어린 눈초리는 여전하다. 이에 대해 옐워드는 “많은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장애인에게 성적 활동이 없을 거로 생각하는 건 해로운 고정관념”이라고 못 박았다. 2세도 같은 장애를 물려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나와 같은 병에 걸릴 일은 없다. 한나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버코가 말했다. 옐워드는 “우리 삶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보통의 연인이라는 걸 금방 알아챌 것”이라면서 “내가 버코의 화장실 사용을 돕고는 있지만, 그런 부류의 일이 결코 둘 사이의 지적, 감정적, 육체적 연관성을 훼손시키지 않는다”고 굳건한 사랑을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장관 엄마도 교수 아빠도 없는데…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장관 엄마도 교수 아빠도 없는데…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영화와 고전으로 바라본 가족들 소유욕과 상호 집착 결정체이자살육 불사하는 드라마 주인공도서로 북돋는 관계로 재구성해야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계급과 빈부격차를 높이와 냄새 등 여러 상징으로 나타냈다. 너무나 잘 만든 영화를 뒤로하고 극장 문을 나서며 품게 되는 감정은 찜찜함이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이 찜찜함을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부유하건 가난하건 똘똘 뭉쳐 남을 밀어내는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출판사 북튜브는 영화와 고전 등으로 가족을 바라본 ‘가족특강’ 시리즈를 최근 출간했다. 영화 ‘기생충’, 중국 근대 소설가 루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사마천의 ‘사기’로 가족을 해석한다.고 평론가는 ‘기생충과 가족, 핵가족의 붕괴에 대한 유쾌한 묵시록’에서 소유욕과 서로에 대한 정서적 집착만을 지닌 채 살아가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우리 시대 자화상이라고 설명한다. 가족의 이익과 서로에 관한 집착만을 키우기보다 구성원들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응원해 주는 관계로 가족 윤리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문학 공동체 문탁 네트워크 이희경 활동가는 ‘루쉰과 가족, 가족을 둘러싼 분투’에서 가족의 위기를 지적한다. 몰락한 집안의 아들이자 아버지의 병환으로 가족의 삶을 짊어져야 했고 원치 않는 결혼을 했던 루쉰의 삶이 그의 첫 소설 ‘광인일기’에 투영된 과정을 짚어 간다. 그리고 1920년대부터 시작해 1960년대에 완성된 지금의 한국 가족의 이미지가 서서히 해체하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남산강학원 신근영 연구원은 ‘안티 오이디푸스와 가족, 나는 아이가 아니다’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다. 그는 사랑과 보살핌의 공간으로 여겨지는 가족이 사실은 우리를 주저앉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다.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안티 오이디푸스’를 통해 가족이 자본주의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현대인이 개인의 욕망을 가족 속에 가둔다고 설명한다. ‘사기와 가족, 고대 중국의 낯선 가족 이야기’는 고대 가족으로 눈을 돌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과 달리 사기에 등장하는 가족은 막장 드라마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 춘추전국시대 첫 패자 제환공의 선대왕인 양공의 치정과 형제들 간의 살육전을 시작으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그는 가족의 현실을 직시해야 비로소 다른 가족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기획은 지난해 남산강학원과 감이당에서 진행한 가족특강 전체 6강 가운데 4강이다. 출판사 측은 나머지 2강인 ‘소세키와 가족’, ‘카프카와 가족’을 곧 출간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중산층·백인·비대졸자 WWC 속내, 美 대선 결정한다

    중산층·백인·비대졸자 WWC 속내, 美 대선 결정한다

    러스트벨트 교외 거주하는 중하층 백인에트럼프, 2016 몰표 기대하며 거친 유세노조 소속으로 통상 민주당 지지했지만 이민자와 일자리 경쟁하는 ‘잊혀진 계급’코로나19 트럼프 실정에 실망이 변수한국처럼 미국에서도 중산층은 정치의 격전장이다. 이들은 주택·세금·교육·방역 등 정책 성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은 여기에 ‘인종 변수’가 추가된다. 소위 배운 자와 못 배운 자가 절반씩이어서 학력변수도 중요하다. 한국의 대졸자 비율은 70%지만 미국은 49.4%(2018년·OECD기준)다. 사회계층별로 크게 봐도 소득계층별로 상류·중산·저소득층, 인종별로 백인·유색인, 교육수준별로 대졸·비대졸자로 나뉘니 12개 집단이 존재한다. 복잡한 듯싶지만 대부분은 정치 성향이 분명하다. 일례로 유색인종과 대졸자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 후보를, 백인이나 부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중산층·백인·비대졸자인 ‘화이트워킹클래스(WWC)’는 예외다. 정치에 소극적이며 조용히 자신의 삶에 몰두하는 이 계층은 통상 민주당 지지세력으로 분류되지만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졌다. 이들은 올해도 양당의 뜨거운 구애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WWC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려 한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이들이 미흡한 코로나19 대응이나 각종 설화 등 트럼프식 정치에 실망해 최소한 대선투표 당일(11월 3일) 집에 머물기를 바란다. WWC는 교외에 살며 배관공, 청소원, 경찰 등 육체노동을 한다. 소득은 중산층(4만~12만 달러) 중 하위권이다. 주로 ‘러스트벨트’(미국 북동부의 쇠락한 중공업지대)인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에 집중 거주한다. 통상 노조 소속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듯하지만 갑자기 공화당 지지 세력으로 돌변해 대선 판세를 바꾸곤 했다.◆WWC, 1960년대 닉슨 당선·2004년 부시 재선에 기여 1960년대 존 F 케네디·린든 존슨 대통령(민주당) 시기에 이들은 침묵했지만 1968년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데이비드 폴 쿤(정치전문가)은 저서 ‘더 하드햇 라이어트’ (The Hardhat Riot)에 ‘닉슨 대통령은 당시 정치에 소극적이고 시골에 거주하는 블루칼라 중산층 백인이 자신을 지지하는 침묵하는 다수라고 자랑하곤 했다’고 썼다.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도 WWC의 지지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공격적 유세도 WWC의 표심을 노린 것이다. 그는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사망한 5월 이후 지속적으로 흑인 시위대를 ‘약탈자, 폭도, 무정부주의자’ 등으로 비난하며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또 분열만 부추긴다는 비판에도 지난 1일 폭동 피해 상황을 점검한다며 흑인인 제이컵 블레이크가 세 아이 앞에서 경찰 총격에 쓰러진 커노샤 방문을 강행했다. 이곳에서 그는 총격을 가한 백인 경찰을 ‘썩은 사과’에 비유하며 실수로 언급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자경단을 자임하며 총기를 들고 거리에 나섰고, 조용했던 백인 트럼프 지지층은 성조기를 꽂은 오토바이와 차량을 타고 나와 지지 행진을 열고 있다. WWC를 설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당신의 이익을 위해 투표하라’다. 블루칼라 일자리를 빼앗은 중국을 때리고, 제약업계의 횡포를 들먹이며, 세금 감면을 약속한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WWC들이 별다른 경쟁없이 먹고살던 과거의 영광을 소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변이 직접적이고 거친 것도 WWC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 28일 뉴햄프셔주 런던데리 유세에서 “(흑인)시위대를 혼내주겠다(your ass)”고 했고, ‘쿵 플루’(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책임 강조), ‘슬리피 조’(졸린 조 바이든), ‘보스 카멀라’(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 후보를 지배한다) 등의 직관적인 신조어들을 자주 만들어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이런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그는 “나는 배우지 못한 사람을 사랑한다”며 노골적으로 WWC에 구애를 보냈다.◆WWC, 2016년 이민자에 일자리 잃고 트럼프에 몰표 WWC는 당시 미국 내 산업시설들이 해외로 이전함에 따라 일자리를 잃고 저임금 일자리를 두고 이민자와 경쟁을 하고 있었다. 기성 정당이 포섭하지 못했던 ‘잊혀진 계급’이었던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칸 퍼스트’ 구호에 투표장에 몰려나왔다. 미국은 투표권이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는다. 투표 의사를 밝히고 유권자 등록을 해야 투표가 가능하다. 2016년 경합주이자 ‘러스트 벨트’에서 기존 정치에서 소외됐던 WWC의 움직임은 박빙이던 판세를 뒤집었다. 트럼프 캠프가 ‘재선 10대 주요의제’ 중에 가장 먼저 10개월 내 일자리 1000만개 창출과 100만 소상공인 육성을 담은 일자리 정책을 꼽은 것도 같은 이유다. ‘중국 의존도 감소’로 100만개 일자리를 중국에서 탈환해오겠다는 것도 강조했다. WWC가 트럼프 지지층이 된 데는 소위 ‘민주당 엘리트의 정치적 실패’가 깔려 있다. 역사학자 토마스 프랭크는 지난 1일 인텔리전서와 인터뷰에서 월가, 실리콘밸리, 문화 기득권층(전문가)이 민주당의 주류 세력이 됐고, 공화당은 농민과 블루칼라에게 다가섰다고 했다. 게다가 민주당의 환경정책과 이민정책은 WWC의 제조업 일자리 지키기에 불리하다. 트럼프의 포퓰리즘이 가짜였어도 WWC가 솔깃한 데는 블루칼라를 소외시킨 민주당의 배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WWC는 민주당의 전문가 집단에 분개하지만 트럼프의 지지층인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은 많지 않다. 사회학자 조안 윌리엄스는 저서 ‘화이트워킹클래스’에서 “WWC는 진짜 부자를 만날 기회가 없다. 대신 바쁜 전문직들은 경비원을 없는 사람처럼 취급한다”며 “계층은 단지 돈에 의해서가 아니라 매순간의 모든 것(타인의 대우)으로 정해진다”고 썼다.◆WWC, 트럼프 지지층인 부자보다 바이든 지지층인 전문가 집단 싫어해 민주당이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꼽은 민주주의 위기, 인종차별 근절, 기후변화, 보편적 건강보험, 총기남용의 문제점 등은 WWC에게 매력적인 주제들이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미흡한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WWC의 실망감이 커졌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힐은 지난 5일 “민주당의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직전 대선 때 놓쳤던 교외거주자와 노인층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앞선다”고 전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된다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역전은 쉽지 않다. 마스크 쓰기를 거부했던 그는 경합주에 바이러스가 퍼지자 마스크 옹호자로 변신했고, 백신 조기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변수는 이슈의 휘발성이다. 올초만 해도 ‘트럼프 탄핵’이 대선의 핵심 변수인 듯했지만 민주당은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전혀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다. 9월 세 차례의 후보 간 TV토론을 거치면서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WWC의 잠재력은 이번에도 무서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달 21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선 투표율이 2016년과 동일하다면 경합주인 미시간의 경우 미등록 유권자의 62.1%(160만명)가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거주자이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61.6%(약 210만명), 위스콘신은 68.2%(약 80만명) 이상을 차지한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1% 미만의 차이로 이 3개주에서 승리했다. 이날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해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6개 경합주의 지지율은 바이든 48.2%, 트럼프 45.2%로 격차는 3%포인트였다. 전국 단위 지지율은 바이든 49.6%, 트럼프 42.6%로 7%포인트 격차가 난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열린세상] “파이팅”이란 말은 하지 않겠어/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파이팅”이란 말은 하지 않겠어/박산호 번역가

    “올해는 내 인생 최악의 여름이야.” 보기만 해도 야들야들하고 촉촉하면서 탱글탱글한 자태가 군침이 도는 족발을 앞에 두고 딸이 내뱉었다. 딸은 북한군도 무서워한다는 광기를 뿜어내는 중2보다 더 막강한 까칠함과 예민함이란 화력을 보유한 고3이다. 평소 같았으면 무한 긍정주의자에, 말의 힘을 굳건하게 믿고 있는 나는 반사적으로 잔소리 스킬을 시전했겠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2020년을 앞두고 나에게 계획이 있었듯 딸도 그랬다. 사실 고3에게 굳이 계획이랄 게 있나. 그저 무한노력과 무한체력에다 부모의 무한지원까지(금전적, 심정적) 보태서 오랫동안 목표해 온 일본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모녀는 각자 다른 의미로 어금니 꽉 깨물고(나는 열심히 돈을 벌고, 딸은 열심히 그 돈을 쓰면서 공부하고) 올해만 버티자 생각했다. 그때는 우리의 계획이 그토록 원대하고 야심찬 것이 될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미래.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코로나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일제히 끊긴 출판사들의 의뢰를 내가 초조히 기다리는 동안 딸은 그만의 위기 속에서 혼란스러웠다. 생전 처음 해보는 온라인 수업에 적응하려 애쓰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등교 일정에 맞춰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꼬박꼬박 학교 수업을 듣고, 6월로 예정된 유학 시험을 진땀 흘리며 준비하는데 갑자기 코로나로 시험이 취소됐다는 날벼락 같은 통보가 날아왔다. 결국 11월 시험 한 번에(원래는 6월과 11월 두 번 볼 수 있었다) 사활을 걸어야 하다니 무슨 이런 일이 있냐며 딸은 울음을 터트렸지만 곧 씩씩하게 눈물을 닦고 바라던 대학의 원서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무려 한 달 동안 영혼까지 갈아 넣은 원서를 보냈는데 유학원의 실수로 서류 하나를 빠트리는 바람에 대학에서 접수를 허락할 수 없다는 두 번째 청천벽력이 찾아왔다. 딸은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로 “괜찮아, 내가 회복력 하나는 짱이잖아?”라고 오히려 상심한 나를 달래 줬다. 하지만 무한긍정, 무한열정, 무한체력에도 한계는 있는 법. 코로나로 학원이 망하는 바람에 일산 집에서 학교를 거쳐 서울과 수원 학원 사이의 복잡한 동선을 오가던 아이는 급기야 모의고사를 보다 쓰러졌다. 그런 딸이 평소엔 없어서 못 먹던 족발을 보며 “내 인생 최악의 여름”이라 중얼거렸을 때 나는 “그래, 올여름이 참 그러네”라는 대꾸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좀더 신경 써서 챙겨줄 걸. 돈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딸라빚’을 내서라도 비싼 학원에 보내줄 걸. `무엇보다 가장 큰 후회는 아침마다 학교 가는 아이에게 눈치도 없이 “파이팅”이라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알량한 문자 한 통 보내 놓고 안심하지 말고 아이의 몸과 영혼을 좀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올 한 해로 네 인생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사실 이것은 네 인생에서 프롤로그의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말해 줬어야 했는데. 대학에 합격해야 진짜 인생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지금 이렇게 잔인하게 흐르는 시간도 네 소중한 인생의 일부라는 걸 알려줬어야 했는데. 코로나가 역대급 서프라이즈이긴 하지만 인생은 본질적으로 변화무쌍하다. 바라고 꿈꾸는 미래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위해 기다릴 거라는 생각은 우리의 일방적인 오해였을 뿐이다. 모든 학교, 회사, 상가, 공장, 관공서, 지하철과 비행기가 시간 맞춰 딱딱 돌아가고, 운행되고, 운영되고, 달리는 일상이 현실이 된 건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공기처럼 당연하게, 종교처럼 열렬하게 믿고 의지하던 현실이 사실은 허상에 가깝고. 삶은 언제 어느 때 어떤 계기로든 무릎이 푹 꺾이듯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을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딸에게 몇 발짝 앞서 나가 본 선배로서 일러줬어야 했다. 나는 입맛을 잃은 아이를 위해 망원시장까지 가서 공수해 온 족발 접시를 밀어 주며 생각했다. 미안하고 안쓰럽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인터스텔라’의 대사를 빌려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우리는 늘 그랬듯 답을 찾을 거야.” 이런 결심도 했다. 앞으로 다시는 “파이팅”이란 말을 쉽게 하지 않겠다고.
  • [허백윤의 아니리] 꼬마 피아니스트가 전한 음악의 의미

    [허백윤의 아니리] 꼬마 피아니스트가 전한 음악의 의미

    “제가 여러분께 음악 선물을 드릴게요.” 지난 2일, 11세 꼬마 피아니스트의 한마디에 수백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서울맹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건호군은 이날 서울 중구 푸르지오아트홀에서 랜선 독주회를 갖고 바흐의 2성 인벤션(15곡)과 3성 신포니아(15곡) 전곡, 판타지아와 이탈리아 협주곡을 선사했다.양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따분한 음들을 반복하는 바흐 인벤션은 흥미를 갖고 피아노를 배우던 아이들에게도 고비 같은 작품이다. 그런 곡을 자신 있게 끌고가는 당찬 모습에 순간 나이를 의심했다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희고 통통한 손에서 비로소 어린 연주자의 실력에 감탄했다. 선천성 망막질환을 갖고 태어난 건호군은 악보를 볼 수 없다. 여섯 살부터 건호군을 지도해 온 신정양 피아니스트가 왼손 따로, 오른손 따로, 그리고 양손을 합쳐 녹음을 해 주면 구간별로 끊어 수없이 반복하는 방법으로 곡을 익힌다고 했다. 한 구절을 실제 연주할 때까지 적어도 열 번 이상씩 듣는다. 그렇게 악보를 귀로 익히고 나면 감정을 살린다. F단조인 신포니아 9번은 몇 년 전 가족들과 본 주말 연속극에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을 담았고, 2성 인벤션에는 각 번호마다 평소에 좋아하는 점자 도감책에서 얻은 새와 동물들의 느낌을 넣었다.건호군에게 음악은 ‘세상과의 소통’이고 무대는 ‘도전’이라고 했다. 맹학교 유치부 때 노래하는 선생님 옆에서 검지손가락으로 음의 높낮이를 쫓아가며 피아노를 만지는 모습에서 재능이 보였고, 다음해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의 뮤직아카데미 막내 단원이 됐다. 장애인과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음악교육을 지원해 전문적인 음악가로 성장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초등학생이 아닌 유치원생이 선발된 것은 건호군이 처음이었다. 2017년 브루크뮐러 25개의 연습곡을 무대에서 선보인 뒤 지난해까지 콩쿠르와 연주회로 거의 매달 무대에 도전했다. “아무리 어려웠던 곡도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를 해내고 나면 스스로 많이 성장한다는 걸 느껴요. 2018년에 쇼팽 왈츠곡이 너무 어려워서 연습하기가 싫었는데 결국 해내고 나니 제가 엄청나게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코로나19로 수많은 음악가들의 무대가 취소되는 와중에도 유튜브 생중계로 랜선 독주회를 열었다. 비록 객석은 텅 비어 있었지만 유튜브 채널로 수백명이 지켜봤을 무대가 처음으로 연주를 ‘즐긴다’는 느낌을 줄 만큼 좋았다. 공연 중에 올라온 댓글들을 다음날 아침까지 귀에 담았다. “너무 많아 중간에 듣다 포기했다”고 자랑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관객이 없는 게 아쉽긴 해도 그때의 뜨거운 느낌을 이렇게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며 온라인 공연의 장점까지 척척 말했다. 그날 관중들은 그의 재능에 대한 대견함보다 음악을 나눠 준 데 대한 고마움을 더 많이 보냈다. 귀로 세상과 이야기하는 건호군은 좋은 음악과 섬세한 소리들을 더 넓게 나누는 꿈을 꾸고 있다. 꾸준히 자작곡을 쓰고 미디 작업을 배우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자신의 눈을 대신해 주는 컴퓨터와 각종 정보기술(IT) 기기를 통해 상상하는 세상을 더욱 다양한 소리와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다. 11세 꼬마 연주자인 건호군에게서 감히 음악가의 삶을 투영해 본다. 건호군의 장애를 떼어 놓고 봐도 그 나이에 해내기 어려운 도전들에 계속 부딪히는 아이의 시간은 많은 음악가들의 지난 시간이기도 하며, 지금도 이어지는 시간이다. 단순히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과 도전을 이겨 내고 거듭 성장해 간 이들에게 음악은 그들의 삶 자체다. 그런데 무대가 사라지면서 수많은 음악가들이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게 됐고 그 시간이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연주자나 관객 모두에게 안타까운 시간임이 분명하다. 다만 음악과 예술이 대체 무엇인지, 모두가 진짜 의미를 생각해 보는 지금 또한 하나의 도전과 같다. 어렵고 무거운 도전을 해내고 나면 더 크게 성장해 있을 거라고, 아쉬운 시간들이 결국은 더욱 단단한 담금질의 기회가 되기를 건호군의 도전에 비춰 바라본다.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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