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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글 전어 상큼 유자… 입으로 담은 맛보석

    탱글 전어 상큼 유자… 입으로 담은 맛보석

    가수 송창식은 노래 ‘고래사냥’에서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를 외쳤다. 동해는 바다를 뜻하지만 지명인 동해시도 있다. 안타깝게도 서해엔 서해시(군)가 없지만, 남해 바다에는 경남 남해군이 있다. 남해란 이름은 특별하다. 1980년대 생긴 지명인 동해시와 달리 신라 경덕왕 때부터 불린 이름이다. 남녘 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처럼 영호남을 에워싼 남해 바다 중간에 떠 있는 섬이다. 지금이야 다리가 두 개나 놓여 육지와 연결됐지만 섬은 섬이다. 별칭은 보물섬이다. 보물이 많다. 마늘과 시금치(섬초), 유자, 죽방멸치 등 ‘먹는 보물’은 물론 아름다운 풍광의 ‘보는 보물’에다 문화재 등 ‘역사적 보물’까지, 진귀한 것들로 가득하다. 선선한 바람이 쪽빛 바다를 타고 불어 드는 가을에 보물섬을 다녀왔다. 동화를 연상케 할 만큼 신비로운 섬이지만, 외다리 존 실버 선장처럼 보물을 노리는 해적은 없다.●20년 전부터 조성된 남해 독일마을 ‘아우프비더젠’은 독일어로 또 만나자는 작별인사다. 필자는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데어데스뎀덴 디데어데어디’ 하는 신라 향가 같은 관사와, 숨을 모았다 내쉬어야 제대로 나오는 이상한 발음의 전치사를 외우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부분 학교의 독일어 선생님 별명은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였다. 필자가 다니던 학교에도 게슈타포가 한 분 계셨다. 그분은 독일어가 얼마나 과학적이며 매력적인 언어인지 늘 강조하셨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이 위대한 언어에 대한 불경을 저지르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학력고사 20점에 해당하는 문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에 대한 학습효과를 ‘단호한’ 교편(敎鞭)으로 ‘친히’ 점검하셨다.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 필자가 수많은 독일어 주요 문법을 아직도 달달 외우는 이유다. 독일어의 추억이 대상포진처럼 문득 발진한 이유는 남해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독일마을에 갔기 때문이다.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 일대 언덕의 약 9만㎡ 너른 부지에 위치한 독일마을은 조성한 지 올해로 딱 20년 됐다. 독일마을은 남해군이 독일 북부의 도시 노드프리슬란트와 1997년 자매결연을 맺으며 그 맹아가 텄다. 2001년 남해군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귀국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택지를 조성해 분양했다. 이에 관심을 가진 25가구 정도가 직접 독일로부터 건자재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가옥을 짓고 이주하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교포들이 거주하는 집보다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상점, 식당, 카페 등이 더 많다.하지만 일부러 꾸민 ‘독일 테마파크’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독일에서 살아온 교포들의 실생활이 이뤄지던 곳으로, 그 진정성과 세밀함이 매력 포인트다. 집안의 소품 모두 재현품이 아닌 독일의 것이다. 호박색 기와를 올린 독일식 건축물과 외벽 장식, 정원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꾸며낸 것이 아니다. 가난한 시절 이역만리 독일 땅으로 떠났던 이들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파독 광부 전시관과 파독 근로자 전시관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주택가 진입로에는 독일 정통 수제 소시지와 햄, 족발 요리, 사우어크라우트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샤퀴테리아(가공육 공방)가 있고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 역시 독일식 인테리어로 갖춰 놓았다. 언덕배기에 양쪽으로 펼쳐지는 거리 풍경이 하도 이국적이면서도 현실감 있어 마치 독일 북부 항구도시에 와 있는 듯하다. 물론 식사와 함께 독일이 자랑하는 맥주도 곁들여 맛볼 수 있다.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아무렴, 발트해보다는 남해가 낫다. 풍광도 좋다. 언덕 아래로 물건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과 바다가 펼쳐지고, 해안을 옆에 두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물미해안도로도 있어 관광 코스를 짜기에도 딱이다. 천연기념물 제150호 방조어부림은 폭 30m에 길이 1500m에 이르는 해변의 숲이다.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과 숲 그늘로 물고기를 꾀어내는 어부림 역할을 동시에 한다. 무려 400여년 전인 1640년쯤 조성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1960년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받기 위해 ‘한독근로자채용협정’을 체결한다. 독일에서 기피업종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직종인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이면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옹색한 국가신용등급 탓에 차관을 제공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해외근로자의 임금을 담보로 서독 은행으로부터 지불보증을 받아 내려는 전략이었다. 1963년부터 시작된 파독 근로자는 1970년대 중후반까지 2만여명에 이르렀다. 광부가 8395명,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는 1만 371명이 서독으로 떠났다. 1인당 월급으로 100달러가 넘게 지급됐으니 차곡차곡 외화가 쌓였다. 덕분에 한국 정부는 서독으로부터 약 7000만 달러의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이 돈을 바탕으로 빈곤퇴치와 경제부흥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정말 ‘나라를 구한’ 열렬한 애국이었다. 파독 근로자들은 어려운 근무환경에 인종 차별을 견디며 특유의 뚝심과 근면으로 버텼다. “글뤽 아우프(무사하기를).” 고등학생 때 이 말을 배우지 않았던 것 같지만, 광부들이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이것만 봐도 당시 갱 속의 위험한 근무여건을 알 수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 내며 밤낮을 지새웠다. 성공적으로 독일에 안착한 이들이 노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보금자리를 튼 곳이 바로 독일마을이다. 파독역사전시관에 이에 관한 상세한 자료가 남아 있다.●비단산 둘러싸고 도는 옥색바다 남해와 해남(전남)은 앞뒤 음절만 다른 게 아니라 이미지도 많이 다르다. 해남은 땅끝의 이미지로 왠지 육지 느낌이라면, 남해는 이상향 같은 심상을 준다. 남녘, 남촌, 남국 등 남(南) 자가 앞에 달려서 그럴 것이다. 아직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10월, 풍(楓) 내려오는 가을 복판이다. 들판과 바다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붉은 황토와 노랗게 물들어 가는 황금들판, 옥색 바다가 한눈에 든다. 남해의 산과 들, 바다가 잘 짜 놓은 유화 팔레트처럼 조화롭게 펼쳐진다. 남해는 사실 산이다. 욕탕에 물을 빼듯 바닷물을 비운다면 뾰족한 산이 나올 텐데, 그 산들이 바로 남해도, 창선도, 우도 등 남해군이 품은 섬이다. 실제 국내 섬 중 가장 산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최고 786m(망운산) 등 기세 좋은 산들이 섬을 채운다. 왕이 되면 온 강토를 비단으로 두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선 태조가 이름을 붙였다는 금산(錦山). 무려 해발 700m에 이른다. 태조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 전국 3대 기도 도량 보리암이 금산의 산마루에 있다. 관광객이야 좋은 풍경을 보러 오는 것이니 어쨌든 그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 산은 좋지만 경작할 농토는 모자랐다.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수금푸’(삽의 사투리)와 호미로 일일이 산을 깎아 경작지를 개간해야 했다. 남해에는 가천면 다랑이논 같은 노동의 유산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10여층 높이의 계단 같은 논밭이 산허리로부터 바다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진다. 피땀 흘려 개간한 노동의 현장이지만 조형미만큼은 가히 예술적이다. 유려한 곡선(사실은 직선화할 수 없어 그랬을 테지만)이 가파른 층을 이루며 첩첩 오른다. 밑에서 보자면 하늘 계단이며 위에서 보면 곡면으로 구성한 몬드리안의 추상화다. 벼가 무르익으면 여기에 황금색이 입혀진다. 가을 다랑이논이 사진가에게 사랑받는 이유다.남해가 보물섬이란 설정에는 특유의 목가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설천면 구두산에는 유럽 초원을 닮은 양떼목장과 양모리학교가 있다. 푸른 언덕에 양들이 뛰어놀고 있다. 시간 맞춰 가면 양몰이 개 보더콜리가 뛰어다니며 어린 양떼를 통제하는 진풍경도 관람할 수 있다.남해는 바다다.(아깐 산이라더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비옥한 바다다. 이 바다에 봄이면 플래티넘처럼 반짝이는 멸치떼가 돌아오고, 가을이면 전어와 우럭 등 싱싱한 횟감과 전복, 소라 등 맛난 먹거리가 넘쳐난다. 관음포는 고현면 북쪽에 있는 포구다. 노량 바다를 바라보는 나지막한 언덕 아래 있다. 이락포(李落浦)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순신 장군이 서거한 곳이란 뜻이다. 1598년 음력 11월 19일, 충무공은 관음포에서 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 충무공의 뜻을 기리는 이락사 등 유적과 영상관, 다양한 조형물과 기념물이 이곳에 있다. 그 이전인 고려 때는 인근 선원사(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에서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을 판각했다. 이래저래 호국성지인 곳이다. 상주은모래해변도 남해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저물어 가는 가을볕을 받아 윤슬과 더불어 반짝이는 은싸라기 같은 모래밭을 바라보면 과연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이 외에도 멸치떼가 지나는 지족해협과 죽방렴, 남해안 특유의 청자색 계열을 색색별로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산이 높아 길도 한참 올라가는 탓에 눈부신 바다는 어느 곳엘 가도 따라다닌다. 코로나로 ‘바다 결핍’에 시달린다면 당장 남해를 찾아야 한다.●보물섬의 숨은 보물찾기 엘림 마리나 앤드 리조트는 독일 마을 아래 물건항에 위치한 요트 리조트다. 요트 정박장과 편의시설동, 테라스와 월풀욕조 등을 갖춘 숙박동으로 구성됐다. 럭셔리 요트와 제트 보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9~20세기 초에 제작된 빈티지 아날로그 오디오와 다양한 제조사의 중대형 바이크를 수십대 모아 둔 전시실도 갖췄다. 비 오는 날 등 야외 활동이 어려운 날에 찾아볼 만하다. 바닷가에 바로 접한 골든앵커 레스토랑에선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저녁 시간에는 새파란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저물어 가는 진풍경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아난티 남해는 이미 유명한 곳. ‘물결’이 모티브로 녹아든 건물에 스위트룸 150개와 프라이빗 빌라 20개로 구성됐다. 리조트 조성 당시 5베이 구조를 채택해 어떤 객실에 묵어도 바다와 섬, 골프 코스를 볼 수 있다. 몇 년 전 힐튼 브랜드에서 아난티로 주인이 바뀌었다. ‘관광’보다는 ‘쉼’을 강조하며 콘셉트도 바꿨다. 어린이 섹션과 반려동물 동반, 서가 등 일상 속 ‘느림’을 표방하며 자연 속 휴식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예술적 영감을 더한 굿즈와 식음료는 독특한 개성으로 채웠다. 아난티 남해는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낸다. 리조트 곳곳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휴식이다. ●조선시대 여행작가 류의양 ‘남해문견록’ 남겨 독서의 계절에 남해에 왔는데 유배문학관을 빼놓기도 뭐하다. 남해는 대표적인 유배지였다. 하지만 남해 풍광을 가만 떠올려 보면, 형벌이 아니라 인센티브 휴가에 가깝다. 워케이션처럼 남해에 유배 와서 교육과 저술활동을 한 선비들이 많았다. 가시나무 울타리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위리안치를 제외하면 집을 짓고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시를 쓰며 보냈다. 이때 유배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했다. 유배형이 있던 외국에도 공통된 현상이 있었다. 일본의 스가와라노 마치자네, 중국의 이백, 소동파, 백거이 등 당대 최고 시인들은 물론이며 서양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1815년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으로 귀양을 가서 구술서 ‘세인트헬레나의 회상’을 남겼고 문호 빅토르 위고 역시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추방당한 후 영국 해협의 저지섬과 건지섬에서 살며 명작 ‘레미제라블’을 썼다. 러시아 푸시킨 역시 미하일로프 유배 생활 중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썼다. 남해에는 ‘사친시’(思親詩)의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이규보, 김굉필, 권근, 김정 등 수많은 문필가들이 유배 생활 중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 가운데 류의양(1718~미상)은 현대적 의미의 ‘여행작가’라 할 수 있다. 그림 같은 남해의 풍경과 생활상을 한글로 기록한 남해문견록을 남겼다. 류의양은 책에 풍경과 지리뿐 아니라 사투리 등 다양한 생활상까지 담아 국문학뿐 아니라 언어학에서도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가을날의 보물찾기. 보물섬 남해 땅에서 도전할 수 있다. 글 사진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은빛 윤슬 금빛 들판… 눈으로 담은 가을 보석

    은빛 윤슬 금빛 들판… 눈으로 담은 가을 보석

    가수 송창식은 노래 ‘고래사냥’에서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를 외쳤다. 동해는 바다를 뜻하지만 지명인 동해시도 있다. 안타깝게도 서해엔 서해시(군)가 없지만, 남해 바다에는 경남 남해군이 있다. 남해란 이름은 특별하다. 1980년대 생긴 지명인 동해시와 달리 신라 경덕왕 때부터 불린 이름이다. 남녘 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처럼 영호남을 에워싼 남해 바다 중간에 떠 있는 섬이다. 지금이야 다리가 두 개나 놓여 육지와 연결됐지만 섬은 섬이다. 별칭은 보물섬이다. 보물이 많다. 마늘과 시금치(섬초), 유자, 죽방멸치 등 ‘먹는 보물’은 물론 아름다운 풍광의 ‘보는 보물’에다 문화재 등 ‘역사적 보물’까지, 진귀한 것들로 가득하다. 선선한 바람이 쪽빛 바다를 타고 불어 드는 가을에 보물섬을 다녀왔다. 동화를 연상케 할 만큼 신비로운 섬이지만, 외다리 존 실버 선장처럼 보물을 노리는 해적은 없다.●20년 전부터 조성된 남해 독일마을 ‘아우프비더젠’은 독일어로 또 만나자는 작별인사다. 필자는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데어데스뎀덴 디데어데어디’ 하는 신라 향가 같은 관사와, 숨을 모았다 내쉬어야 제대로 나오는 이상한 발음의 전치사를 외우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부분 학교의 독일어 선생님 별명은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였다. 필자가 다니던 학교에도 게슈타포가 한 분 계셨다. 그분은 독일어가 얼마나 과학적이며 매력적인 언어인지 늘 강조하셨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이 위대한 언어에 대한 불경을 저지르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학력고사 20점에 해당하는 문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에 대한 학습효과를 ‘단호한’ 교편(敎鞭)으로 ‘친히’ 점검하셨다.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 필자가 수많은 독일어 주요 문법을 아직도 달달 외우는 이유다. 독일어의 추억이 대상포진처럼 문득 발진한 이유는 남해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독일마을에 갔기 때문이다.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 일대 언덕의 약 9만㎡ 너른 부지에 위치한 독일마을은 조성한 지 올해로 딱 20년 됐다. 독일마을은 남해군이 독일 북부의 도시 노드프리슬란트와 1997년 자매결연을 맺으며 그 맹아가 텄다. 2001년 남해군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귀국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택지를 조성해 분양했다. 이에 관심을 가진 25가구 정도가 직접 독일로부터 건자재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가옥을 짓고 이주하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교포들이 거주하는 집보다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상점, 식당, 카페 등이 더 많다.하지만 일부러 꾸민 ‘독일 테마파크’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독일에서 살아온 교포들의 실생활이 이뤄지던 곳으로, 그 진정성과 세밀함이 매력 포인트다. 집안의 소품 모두 재현품이 아닌 독일의 것이다. 호박색 기와를 올린 독일식 건축물과 외벽 장식, 정원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꾸며낸 것이 아니다. 가난한 시절 이역만리 독일 땅으로 떠났던 이들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파독 광부 전시관과 파독 근로자 전시관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주택가 진입로에는 독일 정통 수제 소시지와 햄, 족발 요리, 사우어크라우트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샤퀴테리아(가공육 공방)가 있고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 역시 독일식 인테리어로 갖춰 놓았다. 언덕배기에 양쪽으로 펼쳐지는 거리 풍경이 하도 이국적이면서도 현실감 있어 마치 독일 북부 항구도시에 와 있는 듯하다. 물론 식사와 함께 독일이 자랑하는 맥주도 곁들여 맛볼 수 있다.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아무렴, 발트해보다는 남해가 낫다. 풍광도 좋다. 언덕 아래로 물건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과 바다가 펼쳐지고, 해안을 옆에 두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물미해안도로도 있어 관광 코스를 짜기에도 딱이다. 천연기념물 제150호 방조어부림은 폭 30m에 길이 1500m에 이르는 해변의 숲이다.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과 숲 그늘로 물고기를 꾀어내는 어부림 역할을 동시에 한다. 무려 400여년 전인 1640년쯤 조성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1960년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받기 위해 ‘한독근로자채용협정’을 체결한다. 독일에서 기피업종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직종인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이면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옹색한 국가신용등급 탓에 차관을 제공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해외근로자의 임금을 담보로 서독 은행으로부터 지불보증을 받아 내려는 전략이었다. 1963년부터 시작된 파독 근로자는 1970년대 중후반까지 2만여명에 이르렀다. 광부가 8395명,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는 1만 371명이 서독으로 떠났다. 1인당 월급으로 100달러가 넘게 지급됐으니 차곡차곡 외화가 쌓였다. 덕분에 한국 정부는 서독으로부터 약 7000만 달러의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이 돈을 바탕으로 빈곤퇴치와 경제부흥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정말 ‘나라를 구한’ 열렬한 애국이었다. 파독 근로자들은 어려운 근무환경에 인종 차별을 견디며 특유의 뚝심과 근면으로 버텼다. “글뤽 아우프(무사하기를).” 고등학생 때 이 말을 배우지 않았던 것 같지만, 광부들이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이것만 봐도 당시 갱 속의 위험한 근무여건을 알 수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 내며 밤낮을 지새웠다. 성공적으로 독일에 안착한 이들이 노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보금자리를 튼 곳이 바로 독일마을이다. 파독역사전시관에 이에 관한 상세한 자료가 남아 있다.●비단산 둘러싸고 도는 옥색바다 남해와 해남(전남)은 앞뒤 음절만 다른 게 아니라 이미지도 많이 다르다. 해남은 땅끝의 이미지로 왠지 육지 느낌이라면, 남해는 이상향 같은 심상을 준다. 남녘, 남촌, 남국 등 남(南) 자가 앞에 달려서 그럴 것이다. 아직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10월, 풍(楓) 내려오는 가을 복판이다. 들판과 바다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붉은 황토와 노랗게 물들어 가는 황금들판, 옥색 바다가 한눈에 든다. 남해의 산과 들, 바다가 잘 짜 놓은 유화 팔레트처럼 조화롭게 펼쳐진다. 남해는 사실 산이다. 욕탕에 물을 빼듯 바닷물을 비운다면 뾰족한 산이 나올 텐데, 그 산들이 바로 남해도, 창선도, 우도 등 남해군이 품은 섬이다. 실제 국내 섬 중 가장 산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최고 786m(망운산) 등 기세 좋은 산들이 섬을 채운다. 왕이 되면 온 강토를 비단으로 두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선 태조가 이름을 붙였다는 금산(錦山). 무려 해발 700m에 이른다. 태조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 전국 3대 기도 도량 보리암이 금산의 산마루에 있다. 관광객이야 좋은 풍경을 보러 오는 것이니 어쨌든 그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 산은 좋지만 경작할 농토는 모자랐다.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수금푸’(삽의 사투리)와 호미로 일일이 산을 깎아 경작지를 개간해야 했다. 남해에는 가천면 다랑이논 같은 노동의 유산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10여층 높이의 계단 같은 논밭이 산허리로부터 바다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진다. 피땀 흘려 개간한 노동의 현장이지만 조형미만큼은 가히 예술적이다. 유려한 곡선(사실은 직선화할 수 없어 그랬을 테지만)이 가파른 층을 이루며 첩첩 오른다. 밑에서 보자면 하늘 계단이며 위에서 보면 곡면으로 구성한 몬드리안의 추상화다. 벼가 무르익으면 여기에 황금색이 입혀진다. 가을 다랑이논이 사진가에게 사랑받는 이유다.남해가 보물섬이란 설정에는 특유의 목가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설천면 구두산에는 유럽 초원을 닮은 양떼목장과 양모리학교가 있다. 푸른 언덕에 양들이 뛰어놀고 있다. 시간 맞춰 가면 양몰이 개 보더콜리가 뛰어다니며 어린 양떼를 통제하는 진풍경도 관람할 수 있다.남해는 바다다.(아깐 산이라더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비옥한 바다다. 이 바다에 봄이면 플래티넘처럼 반짝이는 멸치떼가 돌아오고, 가을이면 전어와 우럭 등 싱싱한 횟감과 전복, 소라 등 맛난 먹거리가 넘쳐난다. 관음포는 고현면 북쪽에 있는 포구다. 노량 바다를 바라보는 나지막한 언덕 아래 있다. 이락포(李落浦)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순신 장군이 서거한 곳이란 뜻이다. 1598년 음력 11월 19일, 충무공은 관음포에서 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 충무공의 뜻을 기리는 이락사 등 유적과 영상관, 다양한 조형물과 기념물이 이곳에 있다. 그 이전인 고려 때는 인근 선원사(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에서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을 판각했다. 이래저래 호국성지인 곳이다. 상주은모래해변도 남해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저물어 가는 가을볕을 받아 윤슬과 더불어 반짝이는 은싸라기 같은 모래밭을 바라보면 과연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이 외에도 멸치떼가 지나는 지족해협과 죽방렴, 남해안 특유의 청자색 계열을 색색별로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산이 높아 길도 한참 올라가는 탓에 눈부신 바다는 어느 곳엘 가도 따라다닌다. 코로나로 ‘바다 결핍’에 시달린다면 당장 남해를 찾아야 한다.●보물섬의 숨은 보물찾기 엘림 마리나 앤드 리조트는 독일 마을 아래 물건항에 위치한 요트 리조트다. 요트 정박장과 편의시설동, 테라스와 월풀욕조 등을 갖춘 숙박동으로 구성됐다. 럭셔리 요트와 제트 보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9~20세기 초에 제작된 빈티지 아날로그 오디오와 다양한 제조사의 중대형 바이크를 수십대 모아 둔 전시실도 갖췄다. 비 오는 날 등 야외 활동이 어려운 날에 찾아볼 만하다. 바닷가에 바로 접한 골든앵커 레스토랑에선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저녁 시간에는 새파란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저물어 가는 진풍경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아난티 남해는 이미 유명한 곳. ‘물결’이 모티브로 녹아든 건물에 스위트룸 150개와 프라이빗 빌라 20개로 구성됐다. 리조트 조성 당시 5베이 구조를 채택해 어떤 객실에 묵어도 바다와 섬, 골프 코스를 볼 수 있다. 몇 년 전 힐튼 브랜드에서 아난티로 주인이 바뀌었다. ‘관광’보다는 ‘쉼’을 강조하며 콘셉트도 바꿨다. 어린이 섹션과 반려동물 동반, 서가 등 일상 속 ‘느림’을 표방하며 자연 속 휴식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예술적 영감을 더한 굿즈와 식음료는 독특한 개성으로 채웠다. 아난티 남해는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낸다. 리조트 곳곳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휴식이다. ●조선시대 여행작가 류의양 ‘남해문견록’ 남겨 독서의 계절에 남해에 왔는데 유배문학관을 빼놓기도 뭐하다. 남해는 대표적인 유배지였다. 하지만 남해 풍광을 가만 떠올려 보면, 형벌이 아니라 인센티브 휴가에 가깝다. 워케이션처럼 남해에 유배 와서 교육과 저술활동을 한 선비들이 많았다. 가시나무 울타리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위리안치를 제외하면 집을 짓고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시를 쓰며 보냈다. 이때 유배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했다. 유배형이 있던 외국에도 공통된 현상이 있었다. 일본의 스가와라노 마치자네, 중국의 이백, 소동파, 백거이 등 당대 최고 시인들은 물론이며 서양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1815년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으로 귀양을 가서 구술서 ‘세인트헬레나의 회상’을 남겼고 문호 빅토르 위고 역시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추방당한 후 영국 해협의 저지섬과 건지섬에서 살며 명작 ‘레미제라블’을 썼다. 러시아 푸시킨 역시 미하일로프 유배 생활 중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썼다. 남해에는 ‘사친시’(思親詩)의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이규보, 김굉필, 권근, 김정 등 수많은 문필가들이 유배 생활 중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 가운데 류의양(1718~미상)은 현대적 의미의 ‘여행작가’라 할 수 있다. 그림 같은 남해의 풍경과 생활상을 한글로 기록한 남해문견록을 남겼다. 류의양은 책에 풍경과 지리뿐 아니라 사투리 등 다양한 생활상까지 담아 국문학뿐 아니라 언어학에서도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가을날의 보물찾기. 보물섬 남해 땅에서 도전할 수 있다. 글 사진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롯데지주, 장병들 위한 독서카페 ‘청춘책방’ 열어

    롯데지주, 장병들 위한 독서카페 ‘청춘책방’ 열어

    롯데그룹이 코로나19 속에서도 군 장병, 스타트업 지원 등을 펼치며 상생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강원 철원 15사단에 독서카페 ‘청춘책방’을 열었다. 청춘책방 사업은 육군본부, 한국구세군과 협력해 최전방 등에서 근무해 문화 혜택을 누리기 힘든 장병들을 위해 롯데지주가 2016년부터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롯데면세점은 부산지역 청년기업 5팀을 선정해 최대 4000만원의 사업지원금 등을 지원하는 ‘스타럽스’ 3기를 최근 모집했다. 약 3개월간 스타트업의 발전을 위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롯데건설은 첫 번째 기술혁신 공모전을 지난달 개최했다. 미래 건설산업을 선도하는 기술을 발굴할 플랫폼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우수기술로 선정된 기업은 기술개발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이 외에도 세븐일레븐은 전국푸드뱅크에 과자, 음료, 완구 등 4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해 복지시설 등에 전달했다. 롯데하이마트는 ‘맘편한 하이드림 나눔 프로젝트’를 통해 엄마와 아이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가전제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44개 가정, 81명의 엄마와 아이에게 누적 1억 5000만원 상당의 물품이 제공됐다.
  • 슬기로운 중년생활, 이렇게 설계해 보세요

    슬기로운 중년생활, 이렇게 설계해 보세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아 쉰 살이 된 국민 MC 유재석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20대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고개를 젓고 “현재에 만족한다”고 밝게 웃었다.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면 50세가 넘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진정한 행복의 조건은 ‘사회적 부’ ‘슬기로운 중년생활’을 그린 책들이 최근 여럿 출간됐다.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부키)는 브루킹스 연구소 수석연구원이자 언론인인 조너선 라우시가 최근 20년간 여러 연구 성과와 설문조사, 대표 석학들을 만나 나눈 대화로 밝혀낸 중년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사람들의 실제 인생 만족도는 ‘U자 곡선’을 그린다고 설명한다. 쉰이 되면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와중에 가치관이 재설정되면서 반등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세계 가치관 조사를 통해 50세 이후를 즐겁게 살 6가지 요인을 분석해 보니 사회적 지원, 아량, 신뢰, 자유, 1인당 소득, 건강이었다. 저자는 이 중 네 가지가 사회관계와 관련이 있는 만큼 진정한 행복의 조건은 물질적 부보다는 ‘사회적 부’라고 강조한다.●가족·친구와 많은 시간 보내라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갈매나무)은 독일의 대표적 노화 연구자인 스벤 뵐펠 야콥스대 교수가 중년 이후 건강 관리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슬기로운 인생 후반을 위한 7가지 공식을 마음가짐, 식사, 운동, 수면, 호흡, 이완과 휴식, 사회관계로 요약한다. 7가지 공식 가운데 기본이 되는 것은 마음가짐이다. 예컨대 나이 든 실험 대상자들에게 젊어진 것처럼 행동하도록 유도했더니, 시간이 지난 후 더 젊어졌다고 느낄뿐더러 걷기 자세가 개선되고 건강 상태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저자는 또 나이가 들어가고 노화 탓에 활동성까지 줄어들면 고립감이 압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될수록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많이 웃는 일에 아낌없이 투자하라고 강조한다.●이제부터 자신이 원하는 삶 살아라 일본인 60대 여성 파워블로거인 쇼콜라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60세부터 인생을 즐기기 위해 중요한 것’(시그마북스)은 가볍게 살펴보기 좋다. 결혼부터 별거, 이혼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홀로서기 과정과 경제적 자립을 위한 노력, 그리고 즐거운 생활 방식 등을 사진과 함께 담담하게 그렸다. 잘 쓰고 있던 냉장고가 망가진 이야기부터 천원숍에서 즐겨 쇼핑하는 아이템, 독서 감상문 작성 등 소소한 이야기를 아기자기한 사진과 함께 묶었다. 저자는 1980년대 초반 여자가 결혼을 하면 일을 그만두고 살림을 하는 게 당연시 여겨지던 삶이 최근 들어 많이 바뀐 것을 두고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 코로나로 독서하기 좋은 9월… 어린이들 읽을 만한 책은

    코로나로 독서하기 좋은 9월… 어린이들 읽을 만한 책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두 달 넘게 네자릿수를 기록한 가운데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돌아왔다. 추석 연휴도 겹쳐 어린 자녀에게 그동안 못 읽었던 동화나 그림책을 권하기 좋은 시점이지만, 학부모로서는 어떤 책이 좋을지 고민이다. 학교도서관저널 도서추천위원회가 교육 현장의 교사, 사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추천한 9월에 읽기 좋은 어린이 문학 일부를 소개한다.●저학년 그림책으로는 동물, 우주여행 소재 추천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책으로는 그림책 ‘나의 왕국’, ‘와! 여름 캠프다’, ‘우주 관람차’ 등이 있다. ‘나의 왕국’(키티 크라우더 지음, 나선희 옮김, 책빛 펴냄)은 부모의 싸움에 낀 자녀의 상황과 감정을 여러 동물 친구에 비유해 보여준다. 단순한 선과 생동감 넘치는 표정, 차분하고 음영을 강조하는 채색은 주인공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와! 여름 캠프다’(마틸드 퐁세 지음, 이정주 옮김, 우리학교 펴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여름 캠프에 간 아이가 상상의 동물 등에 올라타고 환상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을 그렸다. 아이는 동물 친구들을 만나 경험한 이야기를 편지로 써서 할머니에게 보내고, 독자는 이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낀다. ‘우주 관람차’(김성미 지음, 책읽는곰 펴냄)는 우주 관람차가 마지막 운행을 한다는 소식에 한 가족이 놀이공원을 찾게 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아이가 깜빡하고 놓고 내린 장난감 우주선이 외계와 교신하더니 우주 관람차가 솟아오르는 장면은 상상력과 동심을 자극한다.●고학년 동화로는 심리극, 성장 소설 등이 제격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책으로는 ‘감자가 싫은 날’, 내 기분은 여름이야, ‘비밀 유언장’, ‘제1차 세계 동물 정상회의’ 등이 있다. ‘감자가 싫은 날’(지혜진 지음, 바람의아이들 펴냄)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진주의 심리를 다뤘다. 진주의 엄마는 노점상에서 값을 치르지 않고 감자를 가져왔고, 이 일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진주의 비밀이 됐다. 책 속 주인공의 심리가 현실적으로 느껴져 아이들이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기원한다.‘내 기분은 여름이야’(변선아 지음, 근하 그림, 창비 펴냄)는 13세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정음이는 자전거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기 때문에 자전거 타기가 망설여지지만, 친구 슬아의 권유에 따라 용기를 내서 자전거에 오르고 바람 속에서 그리워하던 아빠를 느낀다. ‘비밀 유언장’(이병승 지음, 최현묵 그림, 서유재 펴냄)은 돌아가신 줄 알았던 주인공의 외할머니가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병원에서 처음 만난 아픈 할머니는 시골집에서 유언장을 찾아보라고 하고, 주인공은 도서관 관장을 하셨던 할머니의 정신적 유산에 공감하게 된다. ‘제1차 세계 동물 정상회의’(그웨나엘 다비드 지음, 시몽 바이이 그림, 권지현 옮김, 토토북 펴냄)는 생물들이 사라질 위기의 2030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키드는 처음 열리는 세계 동물 정상회의 취재를 간다. 연사로 올라오는 쇠돌고래, 톱상어, 침팬지, 거미 등의 발언을 통해 지구를 위기로 내몬 인간 세상을 꼬집는다. 기후 변화 위기에 처한 인류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환상을 다룬 그림책 등 모든 학년 아이들에게 공감 이밖에 모든 학년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는 ‘고양이와 함께한 날의 기적 WILD’, ‘난 나의 춤을 춰’ 등이 있다. ‘고양이와 함께한 날의 기적 WILD’(샘 어셔 지음, 이상희 옮김, 주너어RHK 펴냄)는 고양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애쓰지만, 고양이의 마음을 알기 쉽지 않은 아이의 이야기다. 아이와 할아버지가 창문 너머로 탈출한 고양이를 쫓아 환상적 세계로 들어서면서 독자도 모험에 푹 빠져들게 된다. ‘난 나의 춤을 춰’(다비드 칼리 지음, 클로틸드 들라쿠르아 그림, 이세진 옮김, 모래알 펴냄)에서 오데트는 부모님에겐 비쩍 마른 딸, 친구들에겐 너무 뚱뚱한 애로 여겨진다. 사탕과 초콜릿을 좋아하는 오데트는 동경하던 작가 레어 다비드를 만나게되고 작가는 다른 사람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꿈을 키울 것을 권유한다.
  • [달콤한 사이언스] 매일 책 읽고 견과류 섭취하면 뇌졸중 예방된다

    [달콤한 사이언스] 매일 책 읽고 견과류 섭취하면 뇌졸중 예방된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은 학업성취도는 물론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도 중요한 요건이다. 최근 들어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점가에서는 관련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문해력의 핵심은 ‘독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독서는 문해력 향상 뿐만 아니라 뇌졸중 예방은 물론 뇌졸중 환자들의 재활에도 유용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타운대 종합병원 신경과, 재활의학과, 드렉셀대, 펜실베니아대, 워싱턴 메드스타 국립재활병원 공동연구팀은 언어 관련 중추를 지속적으로 자극시키는 것이 뇌졸중 재활에서 필요한데 특히 규칙적인 독서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3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뇌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브레인 커뮤니케이션즈’ 8월 30일자에 실렸다. 뇌졸중은 뇌기능의 부분적, 전체적 장애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질환으로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생기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졸중이 생기면 여러 증상이 생기는데 뇌졸중 환자 5명 중 1명 꼴로 지속적 언어장애가 나타난다. 연구팀은 뇌졸중 환자 30명과 일반인 37명을 대상으로 독해력과 소리를 듣고 이해하고 사용하는 음운학적 능력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을 이용해 회백질 부위와 뇌졸중 발생 부위를 정밀 측정했다. 분석 결과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뇌졸중 환자들은 ‘언어’ 기능을 관장하는 좌뇌에 문제가 생긴 것인데 두 가지 다른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 전두엽 부분과 관련된 뇌졸중은 정확하고 명확한 음성을 만들어 단어를 소리내는데 문제를 일으키고 왼쪽 측두엽과 두정엽에 문제가 생긴 뇌졸중 환자는 단어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능력과 소리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는 청각운동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의 언어기능 장애 재활치료를 위해서는 책을 매일 규칙적으로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피터 터켈타웁 조지타운대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졸중이 환자의 언어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경해부학적, 인지과학적 기초를 명확히 하고 규칙적인 독서활동이 재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로마린다대 공중보건대 영양학 및 예방의학센터, 통합보건대 식품영양학과, 스페인 아우구스트 파이아이수니어 생물의학연구소, 카를로스3세 연구소, 바르셀로나 델마르 의학연구병원(IMIM), 발렌시아대 의대 예방의학 및 공중보건학과, 비영리 연구교육기관인 식이지방산연구소(FARI) 공동연구팀은 매일 견과류, 특히 호두를 섭취하는 것이 좋은 콜레스테롤을 늘려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3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순환’ 8월 31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12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린다에 거주하는 건강한 63~79세 남녀 70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집단은 매일 하루 호두 반 컵 씩 섭취하도록 하고 다른 쪽은 호두를 제공하지 않았다. 실험이 끝난 2년 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지질 단백질 수치, 뇌기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호두를 장기 섭취한 사람들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수치와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혈관질환과 혈관성 치매, 뇌졸중 발병 비율도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던 사람들도 2년 동안 호두를 섭취한 결과 대부분 콜레스테롤수치와 혈압이 정상에 가깝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이전에 비해 7.9%, 여성은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델마르 의학연구병원 에밀리오 로스 교수는 “매일 호두를 한 줌씩 먹는 것은 심혈관 건강을 증진시키는 간단한 방법으로 식단에 호두를 비롯한 다양한 식단을 포함시킬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영등포, 초등생 방과 후 돌봄 ‘더 촘촘’

    서울 영등포구가 초등학생의 방과 후 돌봄을 책임지는 ‘아이랜드’(우리동네 키움센터)를 영등포동에 추가로 열어 지역 내 모두 11곳의 아이랜드를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또 올 연말까지 신길7동과 신길6동의 아이랜드 12호, 13호의 운영을 시작해 지역 초등학생의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할 계획이다. 아이랜드는 초등학생 대상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틈새 보육 시설로, 학교가 끝난 뒤 집에 혼자 남거나 학원을 전전하던 아이들을 위해 여가·놀이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다. 또 다양한 활동들을 지원함으로써 공공 돌봄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조성됐다. 이날 문을 연 아이랜드 11호점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대림3동 9호점, 신길5동 10호점이 문을 열었다. 아이랜드에는 사회복지 경력이 풍부하고 보육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센터장과 돌봄 교사가 근무한다. 학교 숙제와 독서지도뿐만 아니라 미술, 동화 구연, 창의과학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아이랜드의 이용 정원은 20~25명으로 학기 중에는 오전 11시~오후 8시, 방학 중에는 오전 9시~오후 7시 운영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방학 중 운영 시간을 적용, 오전부터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모 소득에 관계없이 지역 내 만 6세부터 12세 이하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상시 신청 가능하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아이랜드가 동네마다 문을 열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돌봄 공백을 촘촘히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부모들은 육아 걱정을 덜고, 아이들은 마음껏 꿈꾸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보육 지원책 발굴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 “함께 만들어요, 미래도서관”…아이디어 해커톤 대회

    “함께 만들어요, 미래도서관”…아이디어 해커톤 대회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도서관위원회)가 1일부터 ‘미래도서관 정책 아이디어 해커톤 대회’와 ‘도서관 홍보영상 공모전’을 연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변화의 시기에 도서관의 가치를 공유하고, 메타버스 시대에 맞는 도서관의 미래상을 함께 그려보자는 취지에서다. 도서관에 관심있는 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미래도서관 정책 아이디어 해커톤 대회는 ‘메타버스와 도서관 서비스’, ‘도서관의 사회적 가치실현’ 중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5인 이내로 구성한 팀 단위로 참가할 수 있다. 제안서 심사를 거쳐 선정된 6개 팀이 2개월 동안 메타버스 공간을 이용해 활동한다. 전문가 조언과 함께 소정의 활동비도 지원한다. 특히, 전문가 멘토단은 도서관계 및 메타버스 분야의 국내 저명인사를 선임했다. 도서관위원회는 발굴한 아이디어를 향후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비롯한 국가 도서관 정책 수립에 활용할 예정이다.도서관 홍보영상 공모전은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도서관의 장점을 영상으로 소개하면 된다. 만화·영상·애니메이션, 모션그래픽, 순수창작 등 영상 형식은 따로 제한하지 않으며, 5분 이내 분량이어야 한다. 주제는 ‘코로나 우울증을 독서로 극복한 경험’, ‘도서관에서 꿈을 키웠던 추억’, ‘슬기롭게 도서관 이용하는 법’, ‘우리 동네에 자랑하고 싶은 도서관’ 등 도서관의 가치를 새롭게 전달하고 도서관을 홍보하는 내용이다. 해커톤 대회 및 홍보영상 공모전 참여 작품은 전문가 평가와 대국민 투표를 해 도서관위원장상과 포상금을 준다.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열리는 ‘2021 대한민국 도서관 한마당’에서 시상한다. 도서관위원회 측은 “해커톤 대회와 공모전을 통해 참신한 도서관 정책과 홍보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도서관위원회는 전국의 도서관이 국민의 삶을 바꾸는 도서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 [오늘의 서울 톡]

    ‘성북마을아카이브’ 정책 사례 우수상 성북구가 ‘우수행정 및 정책사례 발표대회’에서 주민의 삶과 도시의 역사를 기록하는 ‘성북마을아카이브’를 주제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구가 지난해 1월 전국 자치구 최초로 구축한 성북마을아카이브는 성북의 역사·문화자원과 주민의 생활에 관한 기록을 수집해서 디지털 아카이브에 보관해 누구든지 기록을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든 홈페이지다. 디지털 마을기록은 사진, 영상, 간행물, 구술 채록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약 7000건을 보관하고 있다. 종로, 새달 구립도서관 독서의 달 행사 종로구는 ‘우리가족 도서관 100배 즐기기’라는 주제로 다음달 ‘종로구립도서관 독서의 달 행사’를 진행한다.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신박한 책정리 ▲강원임, 탁경은 작가와의 만남 ▲우리아이 독서코칭 ▲북아트 공작소 ▲책으로 대화하는 가족 독서토론 ▲부모 독서토론 교육 등이다. 특히 종로문화재단 유튜브를 통해 선보이는 ‘신박한 책정리’는 책을 활용한 ‘북테리어(Book+Interior): 서가 꾸미기’ 사례와 함께 다양한 책 정리 방법을 소개한다. 동작, ‘양성평등 기념행사’ 비대면 개최 동작구가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여성친화도시 동작구와 함께 하는 양성 평등한 1주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를 비대면으로 개최한다. 양성평등주간 기념 책자를 발간해 동작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고 주민센터에 배포 할 예정이다. 1일에는 양성평등 사회 구현에 기여한 유공자 18명에게 ‘동작구 양성평등 유공자 표창’을 비대면으로 수여한다. 구로, 개봉동 개웅산 정상 새 데크 설치 구로구가 개봉동 개웅산 일대를 새롭게 단장했다. 개웅산은 구가 2014년 조성한 ‘명품구로올레길’ 구간의 일부로 주민들이 평소에 즐겨 찾는 공간이다. 산 정상의 노후한 전망 데크를 철거하고 115㎡ 규모의 새 데크를 설치했다. 주변에는 진달래와 황매화를 심었다. 구는 지난해 말 노약자·장애인·임산부 등 보행 약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개웅산 자락길도 개통했다. 길이 1.1㎞, 폭 2.2m 규모로 유모차와 휠체어를 쉽게 밀 수 있도록 경사도를 8% 이하로 설계했다. ‘서대문협치회의’ 위원 35명 공개 모집 서대문구가 민관이 힘을 합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평가하는 기구인 ‘제3기 서대문협치회의’ 위원 35명을 다음 달 7일까지 공개 모집한다. 서대문구민이거나 직장 및 학업 등을 위해 서대문구에서 활동하는 이들 중 협치 활동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응모할 수 있다. 영역은 교육·마을공동체·지역복지·주민자치·사회적경제·자원봉사·도시재생·청년 등이다. 희망자는 구청 홈페이지에서 서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뒤 이메일(ccobugi01@sdm.go.kr)로 보내면 된다.
  • 자녀와의 시간 길어진 부모들, 학습서에 ‘급관심’

    자녀와의 시간 길어진 부모들, 학습서에 ‘급관심’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학습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2019년에 비해 지난해 학습 관련 서적 판매 증가율이 27.1%나 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학습서 판매 증가율이 9.6%에 이르렀다. 특히 초등학생 학습서 판매율은 11.4% 뛰었다. 과목별로는 국어 학습서가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지난해 대비 2021년 상반기 자녀 교육서 판매 증가율도 6.8%나 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오은영 박사의 책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김영사)와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코리아닷컴) 모두 판매 상위권에 올랐다.이 밖에 수학 지도를 어려워하는 부모를 위한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블루무스), 초중등 학부모를 위한 독서교육 지침서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코로나19로 등교를 대신해 원격수업이 진행되면서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생겨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예스24 측은 “부모들이 자녀를 관리하고 지도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관련 서적을 많이 찾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 #태도 보수 #기자 #재난대응 총리… ‘안정적 리더십’ 검증 완료

    #태도 보수 #기자 #재난대응 총리… ‘안정적 리더십’ 검증 완료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는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더라도 태도는 신중히 해야 한다’는 #‘태도 보수’를 취해 온 정치인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아 #정제된 정치 언어와 #현장 중심의 재난 대응 총리로 정권 초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정권 말에도 강한 개혁을 원하는 지지층의 목소리를 온전히 반영하기엔 안정적 리더십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았다.이 전 대표는 1952년 12월 20일 전남 영광군 법성포 용덕리 발막부락에서 가난한 농가의 4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민주당 지방 당원이었던 아버지에게 엄격한 성실함을 배웠고, 언변과 혜안이 남달랐던 어머니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배우며 자랐다. 어릴 적 별명은 생김새를 닮은 ‘메주’와 말이 별로 없는 ‘생영감’이었다. 궁핍한 집안 살림에 키 작고 깡마른 아이로 자랐던 이 전 대표는 열세 살이던 1964년부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만남’이라고 정리하곤 한다. 시골뜨기였던 이 전 대표는 도시 유학을 도와준 박태중(삼덕초)·성종선(광주북중)·김정수(광주일고)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고 회고한다. 이 전 대표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었던 박태중 선생님을 ‘인생의 원점’이라 여기며 국회의원 후원회장으로 모시기도 했다.1970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이 전 대표는 당시를 ‘남루하고 누추한 청춘’이라 기억한다. 입주 가정교사와 선배 하숙집, 친구 자취방을 전전하며 공짜로 밥을 얻어먹었고, 사설 독서실과 외삼촌 세탁소에 붙은 작은 방에 몇 달을 얹혀살기도 했다. 대학 4학년 땐 영양실조 초기 증세로 비문증을 진단받고 체중이 50㎏ 아래로 떨어질 정도였다. 1974년 미8군 제21 수송중대에 카투사 행정병으로 입대한 이 전 대표는 난생처음 갈비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배불리 먹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군 복무 후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에 한 차례씩 도전했지만 낙방했다. 고등학교 동기인 친구가 월급의 절반을 주며 고시 공부를 권유하기도 했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을 생각한 장남의 책임감에 6~7개월 만에 그만뒀다.1979년 동아일보 기자가 된 이 전 대표는 1987년 평화민주당 #김대중(DJ) 대선 후보의 전담 기자가 됐다. 기자로 21년을 지내며 1990년 도쿄특파원으로 3년 2개월간 일본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DJ로부터 1989년 첫 정치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10년 후인 2000년 16대 총선에서 고향인 전남 함평·영광 지역 국회의원이 됐다.2001년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을 시작한 이 전 대표는 촌철살인 논평으로 실력을 발휘했다.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는 논평은 당시 지지율이 떨어진 노무현 대선 후보 교체를 요구하며 탈당하는 소속의원들을 겨냥한 말이었다. 2002년 “한나라당은 당사를 밤섬으로 옮기지 그러는가”라는 촌평도 ‘철새 정치인’들을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지 않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회 탄핵 표결에 참여해 반대 투표를 하기도 했다. 동교동계 영입으로 정치를 시작한 배경과 호남 지역적 특성도 영향을 미쳤지만, 신당행을 반대한 어머니의 조언도 컸다.이 전 대표는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 국무총리, 당대표 등을 지내며 대선 후보로서의 중량감을 갖췄지만 보다 강한 개혁을 원하는 진보 성향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자기 변화를 남은 경선 기간 보일 수 있을지 여부가 과제로 남아 있다.
  • 생각이 힘 되는 시대, 상상력 최고 창의인재 부산이 길러냅니다

    생각이 힘 되는 시대, 상상력 최고 창의인재 부산이 길러냅니다

    “미래교육으로의 전환 완성과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힘쓰겠습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지난 7월로 재선 임기 3주년을 맞았다. 김 교육감은 민선 3, 4대 부산시교육감으로 7년 동안 재임하면서 부산 교육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 현장에 혼란을 주지 않으려고 교육 가족들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조용하면서도 합리적으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 온 점이 돋보인다. 그는 ‘미래를 준비하는 창의·융합교육’, ‘삶을 디자인하는 진로진학교육’, ‘지속 가능한 생태·해양교육’, ‘틈새 없는 학교 안전망 강화’라는 올해 4대 역점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19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합리적 개혁을 통해 교육혁신을 이뤘다고 자부한다”면서 “미래교육으로의 전환을 완성하고자 내년 3선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임기 동안 주요 성과는. “재임 1기 때에는 부산다행복학교 운영, 중학교 무상급식 시행, 청렴도 1위 달성이라는 3대 핵심 공약을 이행하는 등 부산 교육의 혁신을 추진했다. 2기 때에는 지속적인 혁신과 더불어 초중고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완성, ‘블렌디드 러닝’ 학습 환경을 구축하는 등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교육 기반 조성에 힘썼다. 또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 인공지능(AI) 교육 콘텐츠 플랫폼 구축, 부산 수학문화관 건립 등도 주요 성과다.” -인재 양성을 위한 미래교육 기반 조성이 눈에 띈다. “학생들이 성인이 되는 새 시대에는 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능력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 줘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교육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노력했다. 지난해부터 모든 초중고에 온·오프라인 장점을 혼합한 수업이 가능한 ‘블렌디드 러닝’ 학습환경 구축에 힘쓰고 있다. 또 인공지능 전문교육 시스템인 ‘B-MOOC(부산시교육청 온라인 공개 수업) 기반 AI 교육 콘텐츠 플랫폼’을 전국 최초로 설치했다. 단위 학교에서 마련하기 어려운 첨단 장비와 설비를 갖춘 다양한 체험 공간을 학교 밖에 조성해 왔다. 대표적인 시설은 코딩존과 AR·VR 체험존을 갖춘 소프트웨어교육지원센터와 부산상상&창의공장 등이다.”-학교에도 혁신과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2018년 초등학교 객관식 평가 방법을 서술형·수행평가 중심으로 바꾸는 등 수업·평가 분야에 대한 혁신을 추진했다. 수업·평가 혁신은 제도 개선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선생님들의 열정과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2019년 9월 전국 최초로 ‘수업·평가지원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선생님들의 경험과 학습 방법 등을 나누는 등 교류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교육환경 변화에 맞춰 학교 건물과 교실 등 학교 공간을 개성 있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판박이처럼 획일적이고 경직된 학교 공간에서는 창의적인 인재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직사각형 건물에서 탈피해 지역 특성과 학년별 특성, 학생의 발달 단계 등을 반영해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짓고 있다. 기존 학교도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게 증·개축하고 있다. 해당 학교의 필요에 따라 학교공간 혁신, 독서환경 개선, 첨단미래교실, 고교학점제, 영어 놀이터 등 다양한 단위 영역으로 나눠 개선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9년에 좌동초·용당초·덕천중 등 41개 학교, 지난해에는 대신초·구서여중 등 78개 학교를 리모델링했다. 올해는 부산센텀여고·예문여고 등 70개 학교에 대한 개선 작업을 펴고 있다.”-‘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 만들기에도 힘쓰고 있는데. “‘아이 키우기 좋은 부산’을 만들기 위한 정책은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다. 중학교 무상급식, 수업료와 학교 운영비, 교과서 비용 등을 지원하는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 지역 초중고의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을 완성해 명실상부한 ‘무상교육 시대’를 열었다. 또 중학교 입학생에게 교복을, 초중고 학생에게 수학여행비를 지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유치원에도 무상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가정환경이나 지역·계층에 상관없이 동등한 출발이 가능해졌고,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도 크게 줄었다.” -부산시민과 약속한 공약 이행은. “시민과 약속한 공약을 지키고자 공약실천계획을 마련해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54개 공약 사업 중 부산형 돌봄·자람터 운영 활성화 등 36개 사업을 완료했다. 부산수학문화관 설립 등 나머지 18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또 교육부 주관 ‘전국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부산시교육청이 2017년 전국 1위, 2018년·2019년 3년 연속 ‘최우수 교육청’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공교육 혁신 강화’ 영역에서 우수 사례로 뽑혔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2021 전국 교육감 공약 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최우수(SA등급)를 받았다. 2019년 공약실천계획에 이어 3년 연속 최우수(SA등급)를 받았다.” -청소년의 체험교육시설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 현상 등 영향으로 늘어나는 폐교를 새로운 교육시설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체계적인 과학교육과 기초과학 분야 발전을 위한 부산과학체험관, 문화·예술과 진로의 융합형 체험공간인 청소년복합문화센터 ‘놀이마루’,학생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영양교육체험관과 미래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한 창의공작소를 함께 갖춘 회동마루’ 등이다. 또 기장군의 옛 일광초 학리분교에 전국 최초의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와 부산 다문화교육지원센터 등도 만들었다. 부산학생 종합안전체험관과 인성교육을 위한 울림마루, 부산교육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산교육역사체험관을 설립 추진 중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바탕이 되는 학문인 수학의 대중화를 위해 서면 옛 개성중 자리에 지하 2층, 지상 5층의 국내 최대 규모인 부산수학문화관을 짓고 있다. 지난해 11월 착공해 내년 3월 개관할 예정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학습결손 대책과 2학기 학사 운영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으로 발생한 학습결손과 학력저하를 해결하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펴고 있다. ‘부산 기초학력지원시스템’을 활용해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진단하고 이들 학생을 대상으로 ‘다 깨침 자료’를 활용해 기초학력 보정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담임교사와 교과 담당 교사, 다 깨침 협력교사 10명, 온라인 교사 437명, 예비교사 250여명 등 다양한 인력을 활용해 개별 맞춤형 협력 지도를 하고 있다. 2학기에도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학사 운영을 하겠지만, 가능한 한 등교를 확대할 방침이다. 부산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교육부의 단계적 등교 확대 방안을 반영해 2학기 학사 운영 및 방역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계획은. “‘미래를 준비하는 창의·융합교육’, ‘삶을 디자인하는 진로진학교육’, ‘지속 가능한 생태·해양교육’, ‘틈새 없는 학교 안전망 강화’ 등 4대 역점 과제와 주요 현안을 남은 임기 동안 잘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동안 부산 교육이 어렵게 쌓아 온 혁신의 성과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4년이 더욱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넘어 미래교육으로 나아가려면 역량 있고 미래 지향적인 교육감이 필요하다. 지난 7년간의 경험과 성과, 소통을 기반으로 부산 교육의 미래교육 전환을 완성하고자 3선에 도전하겠다.”
  • [문화마당] 마음수양록을 쓰며/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마음수양록을 쓰며/김이설 소설가

    중학생인 둘째 아이의 방학 과제는 독서 감상문과 ‘마음수양록’을 써 가는 것이다. 독서 감상문이야 초등학교 시절부터 써 오던 일이니 어려워 보이지 않았는데, ‘마음수양록’엔 매번 끙끙거리곤 했다. 대체 그 ‘마음수양록’이 무엇이냐 물으니 말 그대로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 적는 기록이라는 것이다. 형식은 간단했다. 명언 3개, 사자성어와 고른 이유, 도덕적인 영상을 보고 느낀 점, 도덕적 실천과 느낌, 그리고 나를 위한 따뜻한 다짐을 쓰면 된다. 주일에 한 편씩 총 네 편을 써야 한다. 아이가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 골라 놓은 명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앙드레 말로), ‘가난은 가난하다고 느끼는 곳에 있다’(에머슨), ‘너 자신이 되라. 다른 사람은 이미 있으니까’(오스카 와일드). 열네 살 아이의 마음에 이런 문장이 쌓여 간다고 생각하니 여간 기특한 게 아니다. 골라 놓은 사자성어는 ‘근묵자흑’, ‘가화만사성’ 같은 쉬운 것부터 코로나19가 어서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골랐다는 ‘오매불망’, 일본어 공부가 많이 어렵지만 끈기 있게 임하는 자기가 자랑스럽다며 고른 ‘마부작침’ 등이다. 이런 사자성어를 보니 아이가 제법 컸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끈 것은 내일을 향한 다짐이었다. 대체로 ‘내일도 밝고 행복하게’, ‘내일은 일찍 일어나자’, ‘내일도 고운 말을 사용하자’ 같은 소박한 다짐을 적어 놓았다. 성정이 밝은 아이여서 그런지 딱 저 같은 다짐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나라면 어떤 것들을 적게 될까 생각해 보는데 맞춤하게 딱 떠오르는 게 없다. 나도 아이처럼 인터넷과 책을 좀 뒤적인다. 마음에 와닿는 명언 세 개를 골라 본다. ‘긴 인생은 충분히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인생은 충분히 길다’(벤저민 플랭클린), ‘운은 계획에서 비롯된다’(브랜치 리키),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아직 쓰이지 않았다면 그것을 써야 할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토니 모리슨)’. 딱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명언들이지 싶다. 내친김에 오늘의 사자성어도 고심하다가 ‘절차탁마’를 골랐다. 아이들 방학 중에 작업을 많이 못 한 스스로에게 일침을 주기 위해 고른 사자성어랄까. 매년 말이 되면 ‘올해의 사자성어’가 발표되곤 하는데 작년 2020년에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의미의 ‘아시타비’였다고 한다. 올 한 해는 어떤 사자성어로 정리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올 해가 겨우 넉 달 남은 이 시점에서 ‘고진감래’ 같은 사자성어를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마지막으로 내일을 향해 따뜻한 다짐을 써 보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스칼릿 오하라) 같은 멋진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나로서는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자’라는 거창한 문장을 떠올렸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많이 걷자’ 같은 소소한 문장으로 바꿨다. 내가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스스로를 다독이는 문장으로 제격이다. 마음에 든다. ‘수양록’(修養錄)의 뜻은 ‘수양을 쌓으며 적은 글’ 또는 ‘수양하기 위하여 쓰는 글’이다. ‘수양’이란 ‘몸과 마음을 닦아 기름’의 뜻을 가지고 있으니, 오늘의 나는 마음을 열심히 닦은 셈이다. 그렇다면 어제보다는 조금 더 맑아진 마음이 됐을까.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아이는 개학날 아침 잊지 않고 ‘마음수양록’을 챙겨 등교했다. ‘마음수양록’ 한 권을 채워 가는 동안 마음의 키가 많이 자랐으면 좋겠다. 여하튼 한참 성장기니까.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이 곱게 닦인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다.
  • 작가와 랜선 데이트… 종로서 즐기는 여름방학 ‘북캉스’

    작가와 랜선 데이트… 종로서 즐기는 여름방학 ‘북캉스’

    “신나는 여름방학, 집에서 안전하게 ‘북캉스’ 즐겨요.” 서울 종로구가 어린이와 가족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독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10일 밝혔다. 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비대면으로 ‘청운 랜선 북캉스’를 운영한다. 매주 토요일 총 3회에 걸쳐 온라인 저자 강연회가 열린다. 14일에는 최은옥 작가와 함께하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21일에는 미우 작가와 함께하는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 ‘공포의 새우눈’이 진행된다. 오는 28일에는 이진하 작가와 함께하는 숙제를 재미있게 하는 방법 ‘여름방학 숙제 조작단’이 열린다. 대상은 초등학생 1~6학년이며 비용은 무료다. 신청은 종로문화재단 누리집(https://www.jfac.or.kr)이나 청운문학도서관(070-4680-4032, 4033)으로 하면 된다. 온라인 줌(zoom) 프로그램을 활용해 실시간 강연 방식으로 진행한다. 구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사업의 하나로 오는 13일 ‘펭귄의 집이 반으로 줄었어요’ 저자인 채인선 작가를 초청, 온라인 특강을 선보인다. 황제펭귄이 남극에 닥친 기후변화 현상을 이겨 내며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 내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펭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보는 내용이다. 종로문화재단 누리집이나 어린이청소년국학도서관(02-747-8336)에 신청하면 된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코로나에 폭염까지 겹쳐 좀처럼 바깥 활동을 하기 어려운 어린이들이 집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 목공방·책쉼터·가족 호캉스…양천 곳곳이 체험 ‘핫플’ 변신

    목공방·책쉼터·가족 호캉스…양천 곳곳이 체험 ‘핫플’ 변신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은 도심 속 목공방과 공원 속 책쉼터 등 양천구 곳곳을 문화와 체험이 이뤄지는 새로운 공간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창고 개조해 목재교육전문가 양성 목동 오목공원 안에 물품 보관 창고로 쓰이던 공간은 ‘목공방’으로 개조했다. 주민에게 문화 창작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김 구청장은 “아이들에게 놀이공간으로 놀이터나 키즈카페가 있다면 어른들 또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목공방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에게 입소문을 타며 인기가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신월동·신정동 지역 주민들을 위해 2호 목공방 ‘연의목공방’이 만들어졌다. 이곳 역시 목공방이 되기 전엔 오래된 자재창고였다. 특히 지난해 8월 구는 전국 지자체 처음으로 산림청 목재교육전문가 양성기관으로 지정됐는데, 목공방에서 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목재교육전문가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학교와 목재문화체험장, 각종 시설 등에서 교육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 ●양천공원 등 책쉼터는 소통 사랑방 공간을 재해석해 나타난 또 다른 ‘핫플레이스’는 책쉼터다. 김 구청장은 “공원 안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을 조성했는데 마치 숲속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는 기분”이라면서 “책쉼터 자체의 분위기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동 양천공원과 넘은들공원에 조성된 책쉼터는 누구나 와서 독서하며 쉬다 갈 수 있는 곳이다. 기존 북카페 형식에서 벗어나 주민이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힐링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웃음테라피, 페이스페인팅 체험, 추억놀이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구는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된 열린육아방에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여름휴가는 열린육아방에서 ‘호캉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여름휴가를 갈 엄두조차 못 내는 주민이 많았다. 특히 한창 뛰어놀 나이의 자녀들이 집에만 있다 보니 부모와 자녀 모두 스트레스에 심각하게 노출됐었다. 김 구청장은 “그래서 열린육아방을 캠핑, 바닷가 등 휴가 느낌이 나는 소품으로 꾸미고 놀이키트도 제공했다”면서 “영유아 동반 가족이 와서 육아 스트레스도 날리고 여름휴가를 가지 못한 아쉬움도 달랠 수 있도록 했는데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고 말했다.
  • 한국피앤지, 환경 지속가능성 활동 앞장… 동화책도 출간

    한국피앤지, 환경 지속가능성 활동 앞장… 동화책도 출간

    한국피앤지(한국P&G)는 지난해 환경 전문 NGO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환경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95% 이상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데 반해 실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응답자의 76.8%가 일상 속 친환경 실천에 도움이 되는 정보에 니즈가 있음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손잡고 인스타그램 계정 ‘에코메이트(@eco__mate)’를 개설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친환경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자 함이다. 이와 동시에 자신의 환경 지속가능성 행태를 점검해볼 수 있는 온라인 설문 ‘환경보호 유형 검사’를 공개했다. 인식과 실천 수준에 따라 ▲환경운동가 ▲행동파지구지킴이 ▲실천만이답이다 ▲환경꼬꼬마 등 총 4가지 유형으로 검사 결과를 분류했다. 아울러 어린이 환경 교육을 위한 동화책도 펴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환경 지속가능성에 친숙해지고, 동화책을 매개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구체적 실천 방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이들과 미래재단, WWF코리아, 자원순환사회연대 등 전문 NGO와의 협력을 통해 만든 두 권의 동화책 ‘우리집이 물에 잠겼어요’와 ‘이미 가진 건 또 사지 않아요’는 기후 변화와 탄소 발자국, 재활용과 새활용의 중요성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었다. 이 책들은 온라인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및 한국피앤지의 인스타그램 계정 ‘에코메이트’에 무료로 공개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전국 아동복지와 교육 시설에 약 5000권이 기부되기도 했다. 한국피앤지는 환경 지속가능성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먼저 세제의 경우 온수와 섞어 사용 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을 해결하고자 2019년 ‘딥클리닝(Deep Cleaning)’ 기술을 적용해 찬물에도 높은 세정력을 내는 ‘다우니 초고농축 액체 세탁 세제’를 출시했다. 이와 함께 내놓은 고체 세제 ‘다우니 폼형세제’는 100% 재활용 가능한 경량 필름과 종이상자로 포장해 액체 세제 대비 포장재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양을 70%까지 줄였다. 김태곤 서울비즈 기자 kim@seoul.co.kr
  • 불편함, 그 곳곳에서… 사계절을 보았고 겸손을 배웠다

    불편함, 그 곳곳에서… 사계절을 보았고 겸손을 배웠다

    ‘시대와 소통하는 실천적 도구로서의 건축’이라는 담론을 내세운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공간이 건축가 이일훈의 ‘기찻길 옆 공부방’이었다. 건축의 공공성에 주목한 작업을 해 온 선생이 인천 동구 만석동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지은 공간이다. 그에게 ‘사회성 짙은 건축가’라는 수식어를 붙여 준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이달 초 선생의 부고를 접했다.지난 2일 별세한 건축가 이일훈은 ‘채나눔’ 설계방법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년쯤 전, 홍대 앞의 카페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그림을 그려 가며 채나눔의 개념을 열심히 설명하던 선생 모습이 떠올랐다. 채나눔은 선생이 1990년대 초부터 줄기차게 설파한 건축이념으로 편리함을 좇는 우리에게 불편하게 살기, 밖에 살기, 늘려 살기를 제안한다. 감염병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 이 시대에 가장 유효한 건축적 대안일지도 모른다.경기 화성시 외곽에 있는 ‘자비의 침묵’ 수도원은 채나눔의 개념이 온전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기록적인 폭염 속의 오후 2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학원(‘자비의 침묵’ 수도원의 원래 이름)에 도착했다. 잔디가 깔린 마당 뒤로 녹음 속에 나지막한 회색 건물들이 보인다. 콘크리트와 벽돌, 시멘트 블록 등 소박한 재료로 만들어진 건물들에는 세월의 흔적이 진초록 넝쿨 잎과 함께 내려앉아 있었다. 멀리 제주에서 올라온 수도회의 양운기 수사와 경기대학원 제자로 선생과 인연을 맺은 아뜰리에나무의 정성훈 소장과 이수학 소장이 이어 도착했다. ●‘채’로 나눈 수도원의 삶 1994년 완공된 이곳에는 수련 중인 젊은 수사 18명이 공동체 생활을 한다. 신학교 2학년생인 김모세 수사에게 일과를 물어보니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아침 기도하고 미사 드리고, 낮 기도하고, 공부하고, 저녁 기도하고 저녁 미사 드리고, 밤에 다시 기도하고 침묵의 시간을 보내다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침묵의 시간에는 신학 공부를 한다. 식사 준비와 구역별 청소는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맡는다. 2인이 한방을 사용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방을 옮긴다. 신앙의 열정을 품고 기도하고 밥 먹고 잠자고 공부하고 묵상하며 살아가는 것이 수사들의 삶이다. 채나눔 설계방법론의 범용적 사용을 고민하던 건축가는 미사를 드리는 경당을 수도원 경내에서 제일 먼 곳에 배치하면 어떨까를 제안했고 수행이 삶 그 자체인 수도회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건축가는 에세이집 ‘모형 속을 걷다’(2005·솔 출판사)에 이렇게 썼다. ‘경당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불편하다. 비 오는 날은 비 맞고 눈 오는 날은 눈 맞아야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특히 겨울 새벽에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뚫고 가려면 귀찮은 일이다. 말하자면 대충 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는 바로 그 점을 노렸다.’ ‘작을수록 나누자’는 채나눔은 불편함을 근간으로 삼는다. 건축가는 수도원의 기능별로 단위 건물들을 나누고 땅의 높낮이와 연결하는 방식을 달리하며 다양한 동선을 만들고, 공간 구성을 통해 채나눔의 철학적 권유를 풀어놓았다. 양 수사는 “불편함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시시각각 풍요로운 사색거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이야기가 있는 작은 경당 북쪽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경당은 생활관에서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돌로 만들어진 좁은 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야 도달한다. 정말 크기도 작고 소박하다. 제일 값싼 재료인 드라이비트로 외벽을 마감하고 가기둥을 세운 것 말고 장식도 없다. 내부도 거친 콘크리트를 그대로 두고 장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 소장은 “싼 재료를 사용한 것은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건축주의 사정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고 가장 흔하게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재료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쓰는가에 따라 그 건축의 맛이 더할 수 있다는 건축가의 평소 생각이 배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일반적인 성당의 화려함이나 격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작은 공간일수록 많은 이야기를 갖게 의도한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가 보인다. 경당 본 건물과 입구의 계단 사이에 철판이 놓여 있는데 자세히 보면 살짝 분리돼 있다. 성스런 공간과 속세를 구분해 놓은 것이다. 3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 의자는 콘크리트 거푸집에서 뜯어낸 나무로 만들었다. 좌석 옆으로 ‘ㄱ’자 모양의 가기둥을 여러 개 세워 측랑의 효과를 냈다. 십자가는 따로 없다. 왼쪽 측면에 십자가 모양의 가벽을 만들어 설치하고 벽 뒤쪽 측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십자가 모양을 드러나게 한다. 제대는 시멘트로 만들었다. 제대 뒤의 벽에 설치된 구리로 된 삼각뿔 모양의 청동 조각작품 같은 것은 성체, 제구 등 중요한 것을 보관하는 감실(龕室)이다. 육방체가 비스듬히 벽에 박힌 모양인데 나머지 반은 북쪽 외벽으로 돌출돼 있다. 북측 외벽의 튀어나온 감실에는 뱀 문양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구리 뱀은 모세의 지팡이를 상징하며 두려움 없이 세상 속으로 나아가 실천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불편함의 선물 건축가는 규칙적인 수도원의 삶 속에서 다채로운 자연의 변화를 느끼도록 했다. 윤안드레아 수사는 “동지 즈음에 미사를 마치고 나올 때면 십자가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맞는다”면서 “계절마다 경당과 주변의 자연이 주는 감동이 더욱 경이롭다”고 말했다. 안에서 편하게 생활하면 알 수 없는 자연의 조화다. 불편함의 미학을 들여놓은 ‘자비의 침묵’ 수도원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겸손의 복도’다. 생활관은 길게 가로로 배치한 2층 건물이다. 방을 여러 개 만들면 자연스럽게 복도가 생긴다. 건축가는 단순한 연결 통로가 아닌 의미와 효용을 지니는 복도를 만들 궁리를 했다. 경당을 일부러 멀리 두었듯 복도를 일부러 좁게 만들었다. 생활관의 복도는 폭이 75㎝로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운 넓이다. 비켜서야 지날 수 있으니 저절로 예의와 공경이 묻어나고 겸손을 배운다.‘겸손의 복도’만큼이나 건축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것이 난간 없는 계단이다. 생활관의 한 귀퉁이 2층에서 복도로 연결된 곳에 ‘하늘 성당’이라 이름 붙은 열린 공간이 있다. 옥상을 이용해 만든 사각의 작은 공간으로 개인의 묵상과 특별한 날의 작은 미사를 위해 만들었다. 마당에서 옥상 공간으로 직접 올라갈 수 있도록 외벽에 계단을 만들었는데 난간이 없다.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건축가는 “여기서 떨어질 정도로 산만하다면 수도원을 나가야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래의 세 칸 돌계단만 남기고 뒤의 계단에는 난간이 설치돼 있다. 연로한 책임 수사신부가 있을 때 설치한 것이라고 양 수사는 설명해 주었다. ●삶을 담는 그릇 건축가는 수사들이 자연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함으로써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반응하고 사색하는 삶을 유도했다. 채로 나눈 건물 사이사이에 휴식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을 만들었고 독서실 아래 필로티에는 테이블을 놓았다. 작은 경당 앞에는 길쭉한 판벽으로 기도공간 14처를 만들어 사색의 마당을 꾸몄다. 옥상 공간은 입구만 빼고 사방의 벽을 키보다 높게 쌓아 오로지 하늘만 보이도록 했다. 하늘을 보며, 별을 보며 묵상하기엔 여전히 제격이다. 혼자 기도하고 싶을 때를 위해 건물 외부에 1인 기도실도 만들었다. 2007년 증축할 때 지어진 도서관 건물도 책을 보다가 밖으로 나가 자연을 마주할 수 있도록 테라스를 두었다. 수도원의 작은 건물들은 적절한 거리 또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 수사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려면 무조건 밖으로 나와서 가야 한다. 이른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기도하러 가는 동안 마음이 정화되고 생각이 가다듬어져 겸손한 마음으로 경당에 들어가게 된다. 양 수사는 “선생은 건축은 겸손해야 하고 정직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건축이지만 마치 우리의 신앙생활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건축가 이일훈은 가고 없으나 건축은 이렇게 남았다. 마음이 담기고 삶과 맞닿아 있는 건축, 그가 추구하던 인문학적 건축은 이런 것이리라.함혜리 칼럼니스트
  • [베스트셀러]나오자마자 또 1위, ‘흔한남매 8‘…이번이 다섯번째 정상

    [베스트셀러]나오자마자 또 1위, ‘흔한남매 8‘…이번이 다섯번째 정상

    만화책 시리즈 ‘흔한남매’ 8번째 책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정상을 차지했다. 교보문고가 23일 발표한 7월 넷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따르면 ‘흔한남매 8’은 2주간 정상을 지키던 정유정 소설 ‘완전한 행복’을 재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앞서 ‘흔한남매’ 2·3·4·7편이 각각 1위에 오른 바 있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다. 방송과 유튜브 등으로 인기를 끈 ‘흔한남매’ 시리즈는 독서시장에서도 어린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여름 방학을 앞두고 다른 아동서도 순위에 포진했다. 만화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 5’는 6위로 진입했다.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17’은 지난주보다 6계단 뛰어 7위가 됐다. 동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1’은 11위, 학습만화 ‘마법천자문 51’은 35계단 상승한 14위에 올랐다. 지난주 1~4위였던 ‘완전한 행복’,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부의 시나리오’는 각각 한 계단씩 밀린 2~5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교보문고 7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흔한남매.8(미래엔아이세움) 2.완전한 행복(은행나무) 3.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인플루엔셜) 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어크로스) 5.부의 시나리오(페이지2북스) 6.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5(캐롯툰) 7.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17(아이휴먼) 8.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9.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웅진지식하우스) 10.헤커스 토익 기출 보카 TOEIC VOCA 개정판 5판(해커스어학연구소)
  • 오디오북 재생 수·시간 1위 ‘지대넓얕’… 최고 인기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독자들이 올 상반기 오디오북으로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었다. 오디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오디오북 업체 윌라는 올해 1~6월 재생 수와 스트리밍 시간 등 오디오북 사용 현황을 집계한 상반기 통계를 21일 발표했다. 종합 베스트셀러로는 채사장 작가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 박현숙 작가의 ‘구미호 식당’이 꼽혔다. 인기 작가로는 ‘죽음’, ‘기억’, ‘파피용’을 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1위에 올랐다. 이어 ‘셜록 홈스’ 시리즈로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이 2위를 차지해 출간 시기에 관계없이 인기를 끄는 오디오북의 특징을 보였다. 이어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교통경찰의 밤’ 등을 낸 히가시노 게이고가 뒤를 이었다. 인기 성우로는 ‘선량하고 힘찬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은 김상백씨가 뽑혔다. 아이를 위한 인기 오디오북은 ‘Who?’ 시리즈, ‘영어로 읽어 주는 행복한 명작읽기´,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순이었다. 부모를 위한 오디오북에는 ‘공부머리 독서법’, ‘엄마의 말공부’, ‘푸름아빠 거울육아’가 상위권에 들었다. 강의 부문에서는 존리의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이동귀의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못된 습관 고치기’가 인기를 끌었다. 강연자로는 ‘이런 세상에서 지혜롭게 산다는 것’의 채정호 작가, ‘호감과 비호감을 결정하는 말투의 힘’의 김범준 강연자, ‘패권의 비밀’의 김태유 교수 순이었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대입의 문, 여럿보다는 하나/북유튜버

    [정승민의 막론하고] 대입의 문, 여럿보다는 하나/북유튜버

    아이가 고3이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담임 선생님과 진학 상담을 했다. 원점수로는 우등생이라는데 수시 전형으로는 ‘인서울’이 불확실하단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으니 지방 국립대에 응시해 보라는 권유를 당최 납득할 수 없었다. 서울의 중하위권 대학보다 부산대 등지의 커트라인이 높았던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입시기관의 발표를 접하니 수긍이 갔다. 명문으로 통했던 지방 국립대의 44개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 전원이 합격했다. 수학 8등급이 국립대 수학과에 입학했다는 ‘개그’가 ‘다큐’인 셈이다. 2020년 대입 기준으로 인문계 상위 300개 학과 중에 지역의 9개 국립대를 통틀어 달랑 한 학과만 포함됐다. 의예과 등을 제외한 자연계 상위 300위 학과에도 3개에 불과하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고릿적 속언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있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여하튼 수험생 입장에서 대학은 더이상 ‘좁은 문’이 아니다. 경쟁을 피할 순 없지만 진학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학교나 학과를 정하는 경우의 수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서 선택장애를 일으키는 데 있다. 불량한 학부형으로서 뒤늦게 알아본 바로는 대학 입학의 길은 크게 두 가지,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이 있다. 수시는 교과 성적이라는 정량적 방법 혹은 그것에다 수행평가나 동아리 활동 등을 포함한 종합적 평가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정시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합격 결정력을 쥔다. 예전엔 단순했다. 1970년대의 예비고사와 본고사, 80년대 학력고사처럼 관건은 시험이었다. 단 한 번의 평가로 당락이 갈렸다. 점수 위주의 입시 현실에서 목숨까지 끊는 학생들이 나왔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끈 배경이다. 적성을 무시하고 몇 점이냐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들어갔던 ‘86세대’에게 대학은 시험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강하다. 현재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하는 그들에게 대학이란 점수가 아니라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가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대다수 학생이 의예과를 원한다. 외환위기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전국의 모든 의대가 서울대 자연계열의 합격선을 넘어섰다. 입학 정원을 배분할 합리적이고 공정한 잣대가 시험 말고 무엇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수만 가지 직업이 존재하는 세상살이에서 학생 개개인의 진로를 안내하고 인도하는 맞춤형 진학 서비스를 제공할 고등학교가 실제로 많지 않다. 이른바 ‘대입 스펙’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독서 이력, 자기 소개서, 교내 대회, 봉사 활동, 수행평가, 동아리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생은 거의 없다.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 학교의 배려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획일적 입시의 폐단을 고치겠다고 만든 다양한 전형들이 오히려 학생, 학부모, 학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설이다. 서울과 지방의 교육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것도 불문가지다. 따져 보면 입시는 어느 정도 획일화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관습이다. 대학의 문을 여기저기 열어 놓은 것이 하나로 만든 것보다 반드시 효율적이라고 단언하기 힘들다. 사실상 모든 대입 제도가 장단점이 있는 이상 해결책은 분명하다. 대학을 가든 안 가든, 전공을 무엇으로 하든 열심히 일하고 실적에 따라 성과를 누리는 사회를 만들면 된다. 그럼에도 발등의 불은 꺼야만 한다. 김대식, 김두식 두 형제 교수는 대담집인 ‘공부논쟁’에서 학생들이 좀 덜 피곤하게 느끼는 대입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수천 가지 입학 방식과 특목고에 대한 ‘은근한’ 배려로 수험생 자신의 역량만 온전히 평가받기 힘든 현실을 감안해서 시험 하나로 단순화하자는 것이다. 물론 지역 간,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우려와 반론이 예상되지만 쥐를 생각해 주는 고양이 격이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간격은 확대되고 있으니까 뭐라도 줄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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