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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갔는데 유럽 온 듯… 트롤리버스 떴다

    “어~ 저기, 무슨 버스가 저렇게 멋지게 생겼지.” 서울 강남 지역의 명물인 트롤리버스가 본격적으로 운행을 시작한다. 순수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로 제작된 이 차량은 강남 지역 관광 활성화뿐 아니라 해외 수출로 연결되면서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트롤리버스는 전차 모양으로 외·내관이 조명과 장식 등을 이용해 고풍스럽게 꾸며진 버스다. 일반 시내버스와는 달리 차체 크기가 작아 해외에서도 주로 관광용으로 운영된다. 강남구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이끌 ‘강남시티투어 트롤리버스’가 시험 운행을 거쳐 24일부터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한다고 12일 밝혔다. 트롤리버스는 강남관광정보센터를 시작으로 가로수길과 양재천, 광평대군묘역 등 강남의 명소 21곳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할 예정이다. 신연희 구청장은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트롤리버스를 통해 강남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문화 도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강남 트롤리버스가 명동이나 시청, 인천공항 등과 연계 노선을 개발하는 등 서울 관광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버스의 특징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순수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강남구가 트롤리버스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아무리 강남이지만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까다로운 국내 자동차 제조 규정 등이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구는 전북 진안의 작은 업체인 성진하이텍과 7개월간 밤샘 연구하며 노력한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대당 가격도 기존 시티투어에 투입되는 2층 수입버스 가격(5억~6억원)의 41%에 해당하는 2억 400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신 구청장은 “강남구의 무모한 도전이 강남의 관광 활성화를 이끌고 중소기업과 전북 진안 지역 경제를 살리는 1석3조 효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강남 트롤리버스는 전차를 닮은 외관뿐 아니라 실내의 커다랗고 둥근 유리창으로 강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내부는 와이파이와 태블릿 PC를 활용해 정류장의 관광 정보와 차량 이동 위치를 알려 주는 ‘VOD 시스템’(한·중·일·영 4개국어 안내)이 16개 좌석마다 설치됐다. 또 구는 코스를 한류스타와 문화, 의료, 쇼핑 등의 테마로 묶어 지역 사업자와 공동 관광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강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관광지와의 연계를 추진하고, 국내외 여행사들과 제휴를 맺어 해외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할 방침이다. 하루 탑승 요금은 성인 1만 2000원, 청소년 8000원이다. 코스 중 원하는 곳에 내려 관광한 뒤 트롤리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할 수 있다. 탑승권은 최대 2일 이용권까지 출시된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오지은 ‘명품 몸매’ 다시 화제 왜?

    오지은 ‘명품 몸매’ 다시 화제 왜?

    오지은 명품 몸매 대결 화제 요가로 다져진 명품 몸매를 선보여 눈길을 끈 배우 오지은이 불꽃 튀는 명품몸매 대결을 펼친다. 10일 방송되는 SBS E! ‘스타뷰티쇼’에서는 한 해 최고의 뷰티 아이콘을 선정하는 ‘스타 뷰티 어워즈’가 열린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오지은과 최여진, 지나 등이 출연해 불꽃 튀기는 대결을 펼친다. 오지은은 과거 ‘스타뷰티쇼’에 출연해 요가로 다져진 명품 몸매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직접 요가복을 입고 등장한 오지은은 풍만하면서도 유연한 명품 몸매를 드러내 감탄을 자아냈다. 네티즌들은 “오지은 몸매 너무 예뻐요”, “나도 요가하면 오지은처럼 명품 몸매 만들 수 있을까 ㅠㅠ”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헉’ 소리 나는 오지은 ‘명품몸매’ 만든 비결은?

    ‘헉’ 소리 나는 오지은 ‘명품몸매’ 만든 비결은?

    오지은 명품 몸매 대결 화제 요가로 다져진 명품 몸매를 선보여 눈길을 끈 배우 오지은이 여배우들과 불꽃 튀는 명품몸매 대결을 펼쳐 화제다. 10일 방송되는 SBS E! ‘스타뷰티쇼’에서는 한 해 최고의 뷰티 아이콘을 선정하는 ‘스타 뷰티 어워즈’가 열린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오지은과 최여진, 지나 등이 출연해 불꽃 튀기는 대결을 펼친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오지은은 과거 ‘스타뷰티쇼’에 출연해 요가로 다져진 명품 몸매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바 있다. 직접 요가복을 입고 등장한 오지은은 풍만하면서도 유연한 명품 몸매를 드러내 감탄을 자아냈다. 네티즌들은 “오지은, 최여진과 지나 누가 최고 명품 몸매일까”, “오지은 명품몸매 나도 만들고 싶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법정에 선 앤디 워홀 126억 ‘파라 포셋 초상화’ 주인은?

    법정에 선 앤디 워홀 126억 ‘파라 포셋 초상화’ 주인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여배우의 초상화 한 점을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 초상화는 팝 아트의 아이콘 앤디 워홀의 작품으로 가격이 무려 1200만 달러(한화 1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고있는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은 초상화 한 점의 소유권 반환을 놓고 벌이는 소송으로 그림 속 주인공은 과거 전세계 남성들을 설레게 만든 섹시 스타 파라 포셋이다. 초상화에 얽힌 사연은 지난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TV 드라마 ‘미녀 삼총사’의 주인공으로 큰 인기를 끈 포셋은 남자친구 라이언 오닐(영화 ‘러브스토리’ 주인공)의 소개로 앤디 워홀을 만난다. 이후 워홀은 포셋의 초상화를 두 점 그렸고 한 점은 그녀에게, 다른 한 점은 오닐에게 줬다. 문제는 지난 2009년 포셋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포셋은 유언장에 ‘워홀의 포셋 콜렉션을 모교 텍사스대에 기증한다’고 썼으나 나머지 한 점의 행방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오닐이 이 그림의 소장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텍사스대는 지난 2011년 오닐을 상대로 그림 반환 소송을 시작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뉴욕 아트 감정평가사 리 드렉슬러는 “이 작품은 워홀의 역작 중 하나”라면서 “경매 가격에 비추어 대략 12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워홀 측 변호인은 텍사스대 측이 나머지 한 점 초상화에 60만 달러의 보험을 든 사례를 들어 소유한 초상화의 가격을 반대로 깎고 나섰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만약 텍사스대 측이 승소하면 초상화를 인수받아 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이며 오닐이 이기면 그는 포셋과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에게 물려줄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씨줄날줄] 산 문화, 죽은 문화/서동철 논설위원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는 아제르바이잔발(發) 뉴스는 그동안의 어떤 세계유산 등재 소식보다 반가웠다. 죽은 문화유산이 아닌 살아 있는 문화유산, 그것도 발전시켜 나갈 여지가 무궁무진한 미래지향적 문화유산이 김장이기 때문이다. 푸른 잎채소가 나지 않는 춥고 긴 겨울을 건강하게 버틸 수 있게 하는 창의적 음식 저장 문화가 김장이다. 올해도 국민의 90% 이상이 김장했다고 한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가 사전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등재를 권고한 것도 무형유산으로서 김장문화의 생명력을 인정하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김장문화의 영어 표기는 ‘Kimjang ;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김장, 한국의 김치 담그기와 나눔)이다. 김치를 앞세우지 않은 것은 음식은 등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감안한 전략이다. 실제로 ‘궁중음식’의 등재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전력도 있다.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나눔’의 의미를 강조한 것은 절묘하다. 김장 김치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것은 전통이면서 김장문화의 바람직스러운 미래상이기도 하다. 우리도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형유산위도 김장문화 등재신청서가 ‘무형유산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영감을 주는 모범 사례’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어야 공감대도 넓어진다는 것을 보여준 김장문화의 사례는 ‘아리랑’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리랑은 지난해 인류무형유산에 먼저 이름을 올리며 붐을 일으키고 있다. 3대(大) 아리랑의 정선, 진도, 밀양은 물론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리랑의 고장을 자처하며 각종 행사와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문화융성위원회가 ‘아리랑의 날’을 제정하고, 아리랑 축제를 여는 등 아리랑을 민족 공동체의 아이콘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리랑이 생명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라는 것은 걱정스럽다. 무형유산은 민초(民草) 사이에 들불처럼 번져가면서 생명력을 얻는 속성을 갖는다. 아리랑 역시 누가 부르라고 해서 부른 노래가 아니다. 그러니 정부가 할 일은 새로운 변주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리랑이 국민 사이에 다시 불릴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현실의 버거움을 은유적이거나 때로는 직설적으로 표출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노래가 아리랑이다. 정부부터 삶의 무게에 눌려 있는 사람들의‘ 쓴소리 아리랑’까지 수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아리랑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실마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北 ‘김정일 시대’ 종언… 김정은 ‘만기친람’ 체제로

    북한의 권력 2인자로 불렸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힘을 잃으면서 이제 북한 권력 핵심부에서는 김정일 시대의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 때 운구차를 호위했던 7명 가운데 현재까지도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인사는 선전선동을 맡고 있는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뿐이다. 당시 리영호 군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은 지난해 7월 리영호 숙청을 시작으로 차례로 퇴출됐다. 여기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마저 실각설이 거론되면서 김정일 시대는 사실상 종언을 고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김 제1위원장에 의해 축출된 군부의 리영호, 내각 총리였던 최영림, 노동당의 장성택은 김정일 시대 당·정·군의 ‘아이콘’이었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과 함께 ‘김정일 유훈통치’ 시대를 공식 선언하고 2012년까지 1년여간 유훈통치로 체제를 안정시켜 왔다. 김정은 시대가 개막했지만 사실상 김정일 시대가 이어졌던 셈이다. 마지막까지 권력 핵심부를 지켰던 장성택의 실각설은 북한이 김정일 시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에 들어섰음을 대내외에 선언하는 일종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김 제1위원장이 권력 지형에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한 징후는 지난달 중·후반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선 지난달 30일 김 제1위원장의 삼지연혁명전적지 방문이 주목된다. 삼지연혁명전적지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백두 혈통’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김일성 주석의 항일 무장투쟁을 기념하는 ‘삼지연 대기념비’가 세워진 곳이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은 장성택 세력 감찰과 숙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우리의 국가정보원장),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을 이끌고 이곳을 찾아 “여기에서부터 사회주의 만세 소리, 노동당 만세 소리가 더 높이 울려 나오게 하려는 것이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작에 앞서 일종의 ‘출정식’을 가졌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이한 점은 당시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참석한 사실이 북한 매체의 보도 사진을 통해 확인됐는데도 조선중앙통신은 최룡해보다 서열이 낮은 김원홍을 가장 먼저 호명하고 최룡해를 아예 호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양건 통전부장은 김원홍 뒤에 호명됐다. 최룡해가 늦게 도착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북한 보도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최룡해 역시 견제 대상에 오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호명 순서는 대체로 권력 서열과 일치한다. 따라서 향후 김원홍과 김양건이 핵심 보좌 세력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양건은 ‘중국통’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북·중 외교와 대남 사업 부문에서 장성택을 대신할 역량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과거로의 시간여행…응답하라 ‘목포 1897’

    과거로의 시간여행…응답하라 ‘목포 1897’

    고백부터 하자. 전남 목포에서 일제강점기가 남긴 몇몇 흔적들만 보면 됐지 싶었다. 저 유명한 ‘목포 오거리’에서 시작해 근대의 낡은 풍경들을 보며 설렁설렁 걷다가 유달콩물, 혹은 팥죽이나 한 그릇 사 먹고 돌아올 요량이었다. 그러다 유달산 비탈에서 낡은 동네를 만났다. 다순구미와 보리마당이었다. 머릿속에서 뎅~ 종소리가 울렸다. 이렇게 기막히고 치열한 풍경을 보았나. 재개발이 예정된 동네는 ‘응사’(응답하라 1994) 세대조차 상상 못할 옛 모습을 품고 있었다.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조선내화 굴뚝 너머로 곧 스러질 집들이 시루떡처럼 쌓인 풍경 말이다. 멀리서 다순구미의 전체적인 모습부터 살피자. 그 뒤 마을에 드는 게 순리다. 들머리는 고하도(高下島)다. 목포 코앞의 섬이다. 지난해 6월 목포대교와 연결되면서 뭍이나 다름없게 됐다. 죽교동 쪽에서 목포대교에 오르면 5분 안쪽에 섬에 닿는다. 고하도는 허사도와 이웃했다. 워낙 작아 뒤돌아보면 금방 시야에서 사라지기 일쑤였고, 그 탓에 본 게 허사가 됐다 해서 허사도다. 지금은 목포 신항이 들어서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섬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허사가 된 셈이다. 고하도는 용을 닮았다. 활처럼 휘어 목포 앞바다를 감싸고 있다. 섬의 끝자락 ‘용오름’까지는 약 3㎞.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왕복 약 2시간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면 고하도에서 가장 높은 뫼막개(뫼봉)까지만 가도 된다. 고갯마루에 서면 목포의 아이콘 유달산(228m)이 손에 잡힐 듯하다. 목포 시가지와 삼학도 등도 죄다 눈에 담긴다. 고하도가 아니었다면 여태 볼 수 없었던, 매우 낯선 풍경이다. 고하도에서 보는 유달산의 자태가 당당하다. 남정네 ‘알통’을 닮은 암릉들이 여기저기 솟았다. 목포 사람들이 유달산을 목포의 아버지, 봉긋봉긋 솟은 삼학도를 어머니라 부르는 이유, 뫼막개에 서면 알게 된다. 유달산은 아래로 여러 마을들을 거느렸다. 그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풍경을 선보이는 곳이 다순구미(온금동)와 보리마당(서산동)이다. 다순구미는 볕이 잘 드는 곳이란 뜻이다. ‘다순’은 ‘따숩다’란 사투리가 어원이다. ‘구미’는 바닷가 곶부리 뒤편의 후미진 곳을 일컫는다. 이걸 그대로 한자로 옮긴 게 온금동이다. 마을은 옛 째보선창 뒤편의 유달산 자락에 매달려 있다. 마을에 들면 시간이 멈춰 선다. 외려 객의 시간이 과거로 끌어내려진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골목은 또 다른 골목으로 이어지고, 씨줄날줄로 얽힌 골목 마디마디엔 수많은 기억이 저당 잡혀 있는 듯하다. 산비탈을 따라 파랗고 노란 집들이 오종종하게 서 있다. 골목엔 무거운 적막이 머문다. 주민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도 심드렁한 반응으로 되돌아오기 일쑤다. 과거를 목격한 객의 눈은 즐겁지만, 정작 주민의 삶은 낡은 만큼 팍팍한 게다. 다순구미 이야기를 듣자. 곽순임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1897년 10월 1일, 목포가 ‘개항’했다. 근대적 의미의 통상항이 됐다는 뜻이다. 이듬해부터는 일본인들이 본격적으로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달산 아래, 그러니까 현재 근대역사관(옛 동양척식회사 목포지점) 등이 있는 평지 지역을 빠르게 장악했다. 1930년대 발간된 ‘목포부사’에 ‘유달산 자락 빼면 평평한 땅은 한 평도 없다’는 내용이 담긴 걸 보면, 사실상 목포의 핵심 지역이 죄다 일본인 손에 들어간 셈이다. 노른자위 땅을 잃은 목포 사람들은 인근 유달산 자락에 하나둘 정착하게 된다. 그곳이 다순구미다. 예전 다순구미엔 ‘조금새끼’들이 살았다. 조금 물때에 밴 자식이라는 뜻이다. 주민들이 질색하며 싫어하는 표현 중 하나다. 조금은 바닷물이 조금밖에 들지 않는 때다. 물고기도 잘 잡히지 않는다. 물고기를 잡아 연명해야 하는 주민들은 으레 물이 잘 나는 사리 때 출어해 조금 때 돌아오곤 했다. 여러 날 색에 주린 남정네들이 집에 와 할 일이란 불을 보듯 뻔한 것. 이 마을에 생일이 같은 ‘조금새끼’들이 여럿인 건 그런 이유다. 다순구미는 곧 사라진다. 재개발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가장 높은 곳. 햇살이 밝고 따스하다. 철거를 앞둔 마을의 처연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무말랭이 널린 바위에 앉아 앞바다를 보고 있자니 잠이 쏟아진다.왈왈 개 짖는 소리마저 자장가다. 보리마당 이야기도 짠하다. 보리마당은 현 서산동 가장 윗자락의 너른 공터를 이른다. 이름 그대로 보리를 털어 말리던 곳이다. 오래전 목포 인근의 섬 사람들은 보리나 벼 등을 수확한 뒤 목선에 바리바리 실어 목포까지 날라야 했다. 섬엔 변변한 도정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리는 정미소 가기 전, 그리고 도정을 마친 뒤 각각 볕에 말려야 한다. 보리마당은 바로 그 작업을 벌이던 공간이다. 섬 주민들이 정미소가 있던 도심 외곽에 며칠씩 머물다 보니 자연스레 이들을 상대로 국밥집과 여관, 시장 등도 생겨났다. 지금은 명맥만 남은 백반거리, 팥죽거리 등도 따지고 보면 이때부터 조성됐던 셈이다. 흔히 다순구미와 보리마당이 같은 지역인 것처럼 표현되곤 하지만, 사실 별개의 마을이다. 아리랑고개(옛 말태기재)를 경계로 윗자락은 다순구미, 아래쪽은 보리마당이다. 시간이 된다면 두 마을을 엮어 돌아보는 게 좋겠다. 예까지 와서 목포의 상징 유달산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다소 된비알도 있지만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노적봉이 들머리다. 이순신 장군이 정유재란 때 노적(곡식 따위를 수북이 쌓은 것)처럼 보이게 해 왜구를 속였다는 바위다. 이난영 노래비와 오포대, 몇 개의 정자를 거푸 지나면 마당바위에 닿는다. 너른 바위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기가 맥히’다. 마당바위 바로 앞은 일등바위다. 유달산 최고봉이다. 그 아래로 이등바위와 삼등바위가 늘어서 있다. 일등바위 아래쪽 암벽엔 홍법대사(774~835)와 부동명왕상이 조각돼 있다. 홍법대사는 일본 진언종의 개창조사다. 홍법대사가 새겨진 곳엔 거의 예외 없이 부도명왕상도 함께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공부를 마친 홍법대사가 일본으로 돌아오다 큰 풍랑을 만났을 때, 부동명왕이 항해 안전을 지켜줬다는 설화를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등바위에서 맞는 해넘이 모습이 장하다. 남들 내려오는 저물녘에 유달산에 오른 것도 이 모습을 보자는 뜻이었다. 사방이 툭 트였다. 그 너른 공간을 보석 같은 풍경들이 채운다. 삼학도가 아스라하고, 멀리 바다 위로 섬들이 둥실 떠 있다. 목포대교와 고하도가 화려한 경관 조명을 켜면, 가장 귀가한 산 아래 집들도 그제야 하나둘 불을 켠다. 평온한 풍경이다. 하산길은 좁고 급하다. 군데군데 세워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글 사진 목포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승용차로 갈 경우 서해안 고속도로 끝까지 간 뒤 초원호텔 앞 우회전(영산로), 목포 해양대학 방면으로 좌회전(유달로), 보리마당 방면으로 좌회전(보리마당로)해 아리랑고개를 넘으면 온금동이다. 유달동 주민센터 272-3665. KTX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목포역에서 근대역사문화거리와 유달산이 멀지 않다.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현 근대역사박물관) 건물과, 지점장 사택 등을 휘휘 돌아본 뒤 옛 일본영사관 옆길로 유달산에 오르면 된다. 지점장 사택은 요즘 찻집으로 쓰인다. →잘 곳:신시가지인 하당 쪽에 깔끔한 숙소들이 많다. 샹그리아 비치 관광호텔(285-0100)은 객실에서 맞는 바다 풍경이 빼어나다. 시설도 깨끗한 편.
  • 명품점·쇼핑몰 북적… ‘리설주 패션’ 유행도

    명품점·쇼핑몰 북적… ‘리설주 패션’ 유행도

    김정은 정권의 시장경제 실험 이후 북한 주민의 삶도 바뀌고 있다. 평양에는 고급 쇼핑몰과 수입품 상점이 들어섰고, 여성들 사이에서는 성형수술과 ‘퍼스트레이디’ 리설주의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 5월 평양 시내에 문을 연 ‘해당화관’은 쇼핑몰은 물론 고급 음식점과 헬스클럽, 수영장, 사우나, 안마소, 미용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상류층으로 늘 북적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은 안마 30달러(약 3만 3500원), 수영장 15달러(약 1만 6700원), 식당의 불고기 정식은 1인분에 50~70달러(약 5만 6000~7만 8000원) 수준이다. 다른 곳보다 50%쯤 비싸지만, 외국인은 물론 북한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화관이 문을 열기 전까지 상류층의 ‘놀이터’이던 대동강외교단회관은 지난여름 고객 확대를 위해 지금까지의 내·외국인 이용 구분을 없앴다. 북한 주민들은 화·목·일요일만 이용했지만 이제는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평양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모란봉구역 안상택거리에서는 유럽산 명품 의류와 가방으로 치장한 젊은 상류층 여성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품 상점은 평양뿐 아니라 지방 주요 도시에도 들어서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캐릭터 브랜드인 헬로키티 상품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미키마우스 인형 등 ‘주적’인 미국을 대표하는 디즈니 캐릭터도 눈에 띄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꺼풀 수술도 유행하고 있다. 수술 비용은 2~3달러로 쌀 1~1.5㎏ 값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근이 입에 풀칠하는 다수 주민에게는 부담되는 수준임에도 의사들이 환자 집에서 불법 시술을 하는 등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는 ‘패션 아이콘’이다. 옅은 하늘색, 보라색 등 밝은 빛깔의 원피스에 하이힐과 명품가방 등으로 패션 감각을 뽐내왔다. 북한 시장에는 리설주의 의상을 모방한 ‘리설주 블라우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북한 여성에게 생소했던, 뒤로 넘긴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펴낸 건축가 김정후 박사

    [저자와의 차 한잔]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펴낸 건축가 김정후 박사

    철강대국 독일의 아이콘이던 뒤스부르크의 티센 제철소. 60만평에 이르는 이 거대한 산업유산은 1985년 문을 닫자 도시의 흉물로 전락했다. 고철 덩어리에서 흘러내리는 검붉은 녹물과 화공약품의 독성 가득한 악취는 시민들에게 ‘절망’ 그 자체로 다가왔다. 하지만 12년 뒤, 죽음의 땅은 유례없는 친환경 공원으로 거듭나 시민들을 넉넉하게 끌어안기 시작했다. 제철소의 버려진 용광로는 스킨스쿠버장으로, 철제 파이프는 미끄럼틀로, 광석 저장고는 암벽등반 코스로 변신했다. 오늘날 연간 방문객이 50만명에 이르는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의 ‘반전’이다.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로 ‘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기’를 탐구해 온 런던대(UCL) 지리학과의 김정후(사진·44) 박사가 이번엔 유럽 산업유산의 재활용에 주목했다.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에 이은 유럽 시리즈 3탄 격인 새 저서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돌베개)를 통해서다. ‘도시 속 도시’로 거듭난 가스 저장고(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터 시티), 유쾌한 상상력의 아지트로 탈바꿈한 수력 발전소(영국 런던의 와핑 프로젝트), 최고급 호텔로 변신한 200여년 역사의 감옥(핀란드 헬싱키의 카타야노카 호텔) 등 저자가 일일이 현장 취재한 14건의 사례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되기까지의 배경과 도시 관계자들의 지난한 노력 및 갈등, 변화의 의미 등이 충실히 녹아 있다. 김 박사는 산업유산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산업화를 경험한 도시에서 생겨난 산업용 건물이 대부분 역할을 상실한 가운데 이런 시설을 허물지 않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재활용하는 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지혜와 가능성이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업혁명의 본산인 유럽에서는 경쟁하듯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시대가 지나며 삶의 영역 밖으로 밀려났던 건물, 시설들이 시민들의 일상으로 다시 성큼 들어오기까지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핵심이었습니다. 도시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버려진 건물을 헐지 않고 재활용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반대했죠. 특히 파리의 철도, 빈의 가스 저장고, 뒤스부르크의 제철소 등은 막대한 부지만 차지하고 도시의 흉물로 전락했기 때문에 시민들은 하루빨리 이를 없애고 재개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 당국과 전문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산업유산이 훌륭하게 재활용될 수 있음을 시민들에게 치열하게 설득했습니다.” 산업유산의 성공적인 재활용이 도시와 시민들에게 가져다준 혜택, 일깨워준 가치는 해당 도시의 장소성과 역사성의 복원이라고 저자는 짚어낸다.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게 만듦으로써 시민들에게 도시에 대한 향수와 자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다. 탄광촌을 개조한 영국 더럼의 비미시 박물관이 탄광업의 쇠락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다시 불러모은 사례 등이 그렇다. “도시는 다양한 세대의 삶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 예술품입니다. 산업유산에 담긴 이전 세대의 삶, 시간의 켜와 흔적을 살리면서 우리 시대에 맞는 새 기능을 부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지속 가능하고 풍요로운 삶의 환경이죠.” 김 박사는 “우리 역시 선유도 공원, 윤동주 문학관 등 산업용 시설을 도시의 훌륭한 재산으로 되돌렸듯 더 늦기 전에 언제 헐릴지 모를 산업유산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펴낸 건축가 김정후 박사

    [저자와의 차 한잔]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펴낸 건축가 김정후 박사

    철강대국 독일의 아이콘이던 뒤스부르크의 티센 제철소. 60만평에 이르는 이 거대한 산업유산은 1985년 문을 닫자 도시의 흉물로 전락했다. 고철 덩어리에서 흘러내리는 검붉은 녹물과 화공약품의 독성 가득한 악취는 시민들에게 ‘절망’ 그 자체로 다가왔다. 하지만 12년 뒤, 죽음의 땅은 유례없는 친환경 공원으로 거듭나 시민들을 넉넉하게 끌어안기 시작했다. 제철소의 버려진 용광로는 스킨스쿠버장으로, 철제 파이프는 미끄럼틀로, 광석 저장고는 암벽등반 코스로 변신했다. 오늘날 연간 방문객이 50만명에 이르는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의 ‘반전’이다.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로 ‘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기’를 탐구해 온 런던대(UCL) 지리학과의 김정후(44) 박사가 이번엔 유럽 산업유산의 재활용에 주목했다.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에 이은 유럽 시리즈 3탄 격인 새 저서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돌베개)를 통해서다. ‘도시 속 도시’로 거듭난 가스 저장고(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터 시티), 유쾌한 상상력의 아지트로 탈바꿈한 수력 발전소(영국 런던의 와핑 프로젝트), 최고급 호텔로 변신한 200여년 역사의 감옥(핀란드 헬싱키의 카타야노카 호텔) 등 저자가 일일이 현장 취재한 14건의 사례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되기까지의 배경과 도시 관계자들의 지난한 노력 및 갈등, 변화의 의미 등이 충실히 녹아 있다. 김 박사는 산업유산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 “산업화를 경험한 도시에서 생겨난 산업용 건물이 대부분 역할을 상실한 가운데 이런 시설을 허물지 않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재활용하는 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지혜와 가능성이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업혁명의 본산인 유럽에서는 경쟁하듯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가 이뤄졌다. 시대가 지나며 삶의 영역 밖으로 밀려났던 건물, 시설들이 시민들의 일상으로 다시 성큼 들어오기까지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핵심이었습니다. 도시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버려진 건물을 헐지 않고 재활용하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반대했죠. 특히 파리의 철도, 빈의 가스 저장고, 뒤스부르크의 제철소 등은 막대한 부지만 차지하고 도시의 흉물로 전락했기 때문에 시민들은 하루빨리 이를 없애고 재개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 당국과 전문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산업유산이 훌륭하게 재활용될 수 있음을 시민들에게 치열하게 설득했습니다.” 산업유산의 성공적인 재활용이 도시와 시민들에게 가져다준 혜택, 일깨워준 가치는 해당 도시의 장소성과 역사성의 복원이라고 저자는 짚어낸다.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게 만듦으로써 시민들에게 도시에 대한 향수와 자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설명이다. 탄광촌을 개조한 영국 더럼의 비미시 박물관이 탄광업의 쇠락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다시 불러모은 사례 등이 그렇다. “도시는 다양한 세대의 삶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 예술품입니다. 산업유산에 담긴 이전 세대의 삶, 시간의 켜와 흔적을 살리면서 우리 시대에 맞는 새 기능을 부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지속 가능하고 풍요로운 삶의 환경이죠.” 김 박사는 “우리 역시 선유도 공원, 윤동주 문학관 등 산업용 시설을 도시의 훌륭한 재산으로 되돌렸듯 더 늦기 전에 언제 헐릴지 모를 산업유산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시론] 규제가 아닌 놀이문화로 게임을 선물하자/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

    [시론] 규제가 아닌 놀이문화로 게임을 선물하자/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

    낙제생에 독선적인 외톨이 학생이 있었다. 대학은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한다는 이유로 자퇴를 하고, 친구 집에서 툭하면 잠을 자면서 콜라병을 판 돈과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하고 싶은 게임을 밤새도록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회사 취업을 준비했다. 또 다른 학생은 사회 부적응자, 인터넷 중독자로 불렸다. 기숙사에서 인맥관리를 한다며 공부는 하지 않고 하루종일 컴퓨터에만 매달렸다. 그는 프로그래밍 작업이 제일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했다. 앞서 언급한 학생은 1976년 게임회사 ‘아타리’에서 브레이크아웃(벽돌깨기)을 만들고, 이후 이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을 탄생시켰다. 당시 스티브 잡스의 나이는 21살이었다. 또 다른 학생은 고등학교 재학 중에 시냅스 미디어 플레이어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한 페이스북을 개발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의 나이는 19살이었다. 두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일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 관계자들이나 학부모가 보면 게임중독에 빠진 문제 학생이고, 게임을 하는 행위 자체가 규제 대상으로 비칠 수 있다. 만일 이 두 사람이 우리나라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최근 정치권에서 게임중독법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정신의학계와 학부모 단체의 의견을 받아 게임을 ‘중독물’로 간주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처럼 국가가 법을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게임은 분명 우리의 산업이며 웹 세대에게는 새로운 놀이문화라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정치·경제적 위상에 비해 저평가된 국가브랜드의 격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문화융합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e컬처산업’으로서 게임산업의 재조명이 필수적이다. 게임산업은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하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산업이기 때문이다. 웹에서 이뤄지는 놀이로써의 게임은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돼야 한다.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이 실제로 게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는지,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는 없는지, 청소년들이 자기 통제력이 약해 게임에 쉽게 중독되고 스스로 헤어나오지 못하는지, 법의 테두리에 가두려고 했던 프레임이 결국에는 청소년의 놀이 행위를 인위적으로 관리·감독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등을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청소년 보호법(가칭 셧다운제),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가칭 게임중독법) 등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법이 아니라면, 게임을 하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아이들이기에 신중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게임중독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정신과 전문의 시절 상담한 아이의 게임 폭력 사례를 경험으로 법안을 대표 발의하게 됐다고 한다. 이는 자신이 경험한 개인의 문제를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환원주의 오류로 볼 수 있다. 이런 불편한 오류가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을 지치게 만들고 미래의 성장 산업을 선도할 젊은 인재들을 자생적으로 태어나지 못하게 했던 것은 아닌지 반문해봐야 한다. 우리는 정보기술(IT) 기기 또는 인터넷에 몰입하고 있는 친구들을 ‘무언가에 미쳤다’거나 ‘무언가에 중독됐다’고 표현한다. 어른들이 지금껏 자신의 시각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는 청소년들에게 ‘행위 중독’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스스로 개척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규제가 아닌 놀이 문화로서의 게임을 선물하자.
  • 이연희, 누구보다 당당하게 누구보다 성숙하게

    이연희, 누구보다 당당하게 누구보다 성숙하게

    “이젠 저도 풋풋한 역할은 그만할 거예요. 성숙함으로 승부해야죠.” 대표적인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사랑받은 이연희(26).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 ‘순정만화’ 등의 출연작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영화 제작자들이 순수한 여주인공 이미지의 소유자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여배우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또 다른 변신을 꿈꾸고 있다. 결혼을 앞둔 네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결혼전야’(21일 개봉)로 ‘순정만화’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으로 컴백한 그를 만났다. →원조 ‘국민 첫사랑’에서 변신이 필요했던 이유는. -그런 수식어가 붙는 것은 좋지만 한 가지 이미지만 고집하다 보면 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지는 것 같다. 이제는 어떤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이 이연희라는 사람을 봐 줬으면 좋겠다. 내년이면 벌써 27살이고 데뷔 12년이 됐으니 뭔가 변신을 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무엇보다 연기자 이연희로서 나 혼자 우뚝 서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결혼전야’라는 영화를 선택한 건가. -맞다. 주로 나이 어린 역을 맡다가 결혼을 앞둔 여자의 성숙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내가 맡은 소미 역은 연애 7년차로 가족같이 편안한 남자 친구 원철(옥택연)과의 결혼을 앞두고 제주도에서 만난 여행 가이드 경수(주지훈)에게 갑자기 흔들리는 캐릭터다. 삼각관계에 놓인 인물들이 갈등하는 모습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이 영화는 결혼을 결정한 남녀가 겪는 심리적인 불안 현상인 일명 ‘매리지 블루’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공감이 좀 됐나. -결혼이라는 것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선택이고 새로운 사람과 하나를 만들어 나가는 일인데 충분히 불안감이 생길 수 있을 거다. 특히 소미와 원철의 사랑은 ‘동지애’에 가까운데 사랑의 감정이 중요한 소미는 원철의 행동 하나하나에 흔들린 것 같다. 나 역시 오래 사귀면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결혼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을 것 같다. 영화처럼 편하지만 권태로운 남자와 불편해도 설레는 남자 중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인가. -설렘과 편안함, 둘 다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친구같이 편한 것도 좋은데 서로 긴장을 늦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설레기만 하고 불편하다면 어떻게 결혼 생활을 할 수 있겠나. 그런데 내 경우는 성격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외모가 좋으면 보기 좋겠지만 그 사람과 통하는 느낌이나 교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화에는 결혼을 앞두고 위기를 겪는 세 커플이 더 나온다. 특별히 공감이 간 커플은 있나. -대복(이희준)-이라(고준희) 커플이다. 신혼여행, 혼수, 주례, 집안 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부딪치는 둘의 모습을 보고 결혼에 대한 남녀의 차이를 공감했다. 남자들은 결혼에 대해 광장히 쉽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도 이라처럼 결혼할 내 집에 시어머니가 심하게 간섭한다면 싫을 거다. 내가 결혼할 때쯤이면 부모님들의 간섭이 좀 덜해지지 않을까(웃음).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이름을 알리면서 연기력 논란을 겪었는데. -그때는 나 스스로 봤을 때도 경직된 연기가 많았고 현장에서도 힘들었다. 기가 센 선배 연기자들도 많았고 연기도 내 마음대로 잘 안 됐다. ‘이젠 연기를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이 안 나더라(웃음). 결국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위기 때는 어떻게 극복했나. 요즘 한층 달라진 모습인데. -부모님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내 연기에 대한 얘기를 가족들도 들을 텐데 부모님을 위해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드라마 ‘구가의 서’ 촬영을 앞두고 혼자 여행을 했는데 일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휴식의 즐거움을 찾는 것도 결국은 일에서 비롯된 거니까. →다음 달 미니시리즈 ‘미스코리아’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주연으로 다시 한번 연기 시험대에 오르게 됐는데. -1997년 외환위기가 터져 먹고살기 힘들 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내가 맡은 오지영은 고교 시절 퀸카였지만 엘리베이터걸로 일한다. 부조리함 속에서도 억척스럽기도 하고 자기 할 말은 하는 친구다. 사회 생활을 힘들게 하는 주변 친구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많이 공감할 것 같다. 솔직히 책임감도 크고 부담스럽지만 즐겁게 하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가. -로맨틱 코미디뿐만 아니라 경찰 수사물의 여경 역에도 관심이 많고 앤젤리나 졸리 같은 액션 연기도 잘할 자신이 있다. 이제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새 음반] 레이디 가가 ‘Artpop’ 또 한번의 파격 경쾌함을 담다

    [새 음반] 레이디 가가 ‘Artpop’ 또 한번의 파격 경쾌함을 담다

    ‘팝의 아이콘’ 레이디 가가가 지난 11일 네 번째 정규 앨범 ‘아트팝’(Artpop)을 발매했다.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재해석한 파격적인 표지 사진으로 화제가 된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경쾌함과 재미를 담았다. 앨범 제목인 ‘아트팝’은 팝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겠다는 가가의 포부가 담겼다. 이미 앨범 발매 전 ‘어플로즈’(Applause)와 ‘두 왓 유 원트’(Do What U Want)가 싱글로 공개됐다. ‘어플로즈’는 팬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백하는 내용의 일렉트로팝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4위, 댄스·일렉트로 송 차트와 핫 댄스 클럽 송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파파라치’와 ‘텔레폰’을 잇는 3연작 ‘비너스’, DJ이자 프로듀서인 제드가 참여한 곡으로 가가가 자신의 예술관과 인생관을 선언한 곡 ‘아우라’ 등 15곡이 수록됐다. 가가는 “클럽의 DJ가 된 기분으로 만든 앨범으로, 매끄러운 흐름이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가는 2015년 초 리처드 브랜슨의 관광용 우주선인 ‘버진 갈락틱’에 탑승해 우주 퍼포먼스를 펼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새 음반] 레이디 가가 ‘Artpop’

    [새 음반] 레이디 가가 ‘Artpop’

    ‘팝의 아이콘’ 레이디 가가가 지난 11일 네 번째 정규 앨범 ‘아트팝’(Artpop)을 발매했다.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재해석한 파격적인 표지 사진으로 화제가 된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경쾌함과 재미를 담았다. 앨범 제목인 ‘아트팝’은 팝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겠다는 가가의 포부가 담겼다. 이미 앨범 발매 전 ‘어플로즈’(Applause)와 ‘두 왓 유 원트’(Do What U Want)가 싱글로 공개됐다. ‘어플로즈’는 팬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백하는 내용의 일렉트로팝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4위, 댄스·일렉트로 송 차트와 핫 댄스 클럽 송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파파라치’와 ‘텔레폰’을 잇는 3연작 ‘비너스’, DJ이자 프로듀서인 제드가 참여한 곡으로 가가가 자신의 예술관과 인생관을 선언한 곡 ‘아우라’ 등 15곡이 수록됐다. 가가는 “클럽의 DJ가 된 기분으로 만든 앨범으로, 매끄러운 흐름이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가는 2015년 초 리처드 브랜슨의 관광용 우주선인 ‘버진 갈락틱’에 탑승해 우주 퍼포먼스를 펼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톱스타 없어도 괜찮아, 고정 시청자만 잡으면

    톱스타 없어도 괜찮아, 고정 시청자만 잡으면

    KBS 수목드라마 ‘비밀’이 1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톱스타도, 스타 작가도 없는 이 드라마가 치열한 수목극 전쟁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 9월 25일 처음 방송된 ‘비밀’의 시청률은 고작 5.3%.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시크릿 가든’ 김은숙 작가의 복귀작으로 하이틴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SBS ‘상속자들’을 제치고 줄곧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비밀’의 예상 밖 선전의 이유는 뭘까. ‘비밀’은 방송 시작 당시 동시간대 1위를 달리던 SBS ‘주군의 태양’과 방송분이 4회 겹치며 초반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주군의 태양’보다 한 주 앞서 종영한 MBC ‘투윅스’의 팬층을 ‘상속자들’에 뺏기지 않고 고스란히 가져왔다.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작품성에서 호평을 받았던 ‘투윅스’의 시청층이 로맨틱 코미디 ‘상속자들’이 아닌 치정 멜로 ‘비밀’로 고스란히 옮겨 왔던 것. 이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상속자들’이 다소 어린 고교생들의 사랑 이야기라면 ‘비밀’은 어른들의 멜로라는 인식이 강했고 보다 진지하고 심각한 스릴러를 표방한 ‘투윅스’를 선호한 시청자들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비밀’만의 맞춤형 홍보 전략도 한몫했다. 초반 열세였던 ‘비밀’은 처음부터 철저한 재방송 전략을 앞세웠다. 초반의 재방송 시청률이 본방송의 두 배가 되는 것을 보고 가능성을 확인한 제작진은 공휴일인 개천절에 무려 3시간 30분 동안 1~3회를 재방송했고 이후 입소문 마케팅을 펼쳤다. 홍보 역시 예고편의 주요 장면을 스포일러식으로 노출하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철저한 감추기 전략을 썼다. 미스터리극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고 본방에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드라마 홍보사 드라마틱 톡의 권영주 대표는 “사전 예고식보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나 최고의 1분 등으로 작품이 끝난 뒤 주요 내용을 간추려 보여 줬다. 궁금증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흥행 요인은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다. ‘비밀’은 2012년 KBS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최호철 작가의 작품으로 신인인 유보라 작가와 이응복 PD가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통속적인 스토리도 새롭게 만드는 신선한 감각을 뽐냈고 일명 ‘복테일’이라고 불리는 이 PD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제목이 뜨는 위치와 시간까지 계산하는 꼼꼼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여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상처를 안고 사는 강유정 역의 황정음, 연인을 죽인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 조민혁 역의 지성, ‘배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안도훈 역의 배수빈 등은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반전의 멜로 라인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성과 황정음은 초반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반전의 효과가 더 컸다. 한 시청자는 “남녀 주인공이 금세 만나 사랑에 빠지는 식상한 멜로와 달리 복수에서 시작된 남녀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가 반전의 재미를 줘 더 몰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압구정 로데오거리 ‘부활의 노래’

    압구정 로데오거리 ‘부활의 노래’

    강남구는 8일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옛 명성을 되살리려는 취지로 페스티벌(포스터)을 연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구는 로데오거리를 찾는 주민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선 로데오거리 대표 브랜드 40여개 업체가 참여하는 패션마켓(압구정 로데오 패션마켓)이 눈길을 끈다.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회원 43만명) 디젤매니아가 종합적으로 기획을 맡았다. 또 지금 젊은이들의 패션을 리드하는 의류 브랜드(1ST LOOK, 87MM, 고태용, 강동준, 홍혜진, 룩티크 등)가 대거 참여하면서 색다른 디자인을 접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후 8시 특설무대에서는 인기가수 보아와 타이거 JK, 배우 황정민, 무술 감독 정두홍 등이 출연하는 축하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울 예정이다. 구는 축제 당일 로데오거리에 차량 진입을 막아 관람객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신연희 구청장은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젊음과 패션의 아이콘 압구정 로데오를 널리 알려 인근 상권을 되살릴 뿐 아니라 한류 문화와 패션의 중심지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얼마나 섹시하면!…빅토리아시크릿 최초 트랜스젠더 모델 서나

    얼마나 섹시하면!…빅토리아시크릿 최초 트랜스젠더 모델 서나

    미란다 커, 에린 헤더튼 등 유명 모델을 배출한 명품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역대 최초로 트렌스젠더 모델을 런웨이에 세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최근 빅토리아 시크릿 측은 트랜스젠더 모델인 카르멘 카레라(28)를 패션쇼에 서게 해 달라는 2만 3000명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멘 카레라는 미국의 트랜스젠더 슈퍼모델로, 본래 드랙퀸(트랜스젠더와는 달리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고 여장을 한 남성)퍼포먼스로 유명하다. 당시 카레라는 메이크업으로 완벽하게 여자로 변신하는 ‘예쁜 남자’로 인기를 끌었다가, 드랙퀸 리얼리티쇼가 끝난 뒤 성전환 수술을 통해 진정한 여자로 다시 태어났다.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의 남자에서 카레라가 된 그녀는 모델계에서 승승장구하며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이후 W매거진에 화보가 여러차례 실렸고, 지난 달 미국 LA패션위크 당시 런웨이에서도 활약했다. 급기야 최고의 패션쇼 중 하나로 꼽히는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서 그녀를 보고 싶다는 청원까지 등장한 것. 그녀는 성적 소수자 단체인 LBG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히면서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한 서포터는 “지금이야 말로 사람들이 성(sex)과 젠더(gender,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 행동 등)의 차이점을 배워야 할 때”라며 그녀의 빅토리아 시크릿 최초의 트랜스젠더 모델로 추천했고, 또 다른 서포터는 “그녀는 다른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해외여행 | Walker of New York City 엄청나게 매력적인* 믿을 수 없이 다양한

    해외여행 | Walker of New York City 엄청나게 매력적인* 믿을 수 없이 다양한

    뉴욕커New Yorker는 워커Walker다. 뉴욕은 사람들을 걷게 만드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뻗어 있는 애비뉴를 따라 걸으면 1분마다 새로운 블록, 즉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경쾌하고 빠르다. 그 느낌을 아는 사람들에게 버스와 지하철은 재미를 놓치는 막대한 손실이고 한없는 지루함일 수밖에. 뉴욕은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이 다양하고,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엄청나게 시끄러운 믿을 수 없이 가까운>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9살 소년 오스카의 시선으로 테러 이후 미국 사회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담아낸 장편소설. 기존 소설책의 형식을 파괴하는 실험적인 텍스트 배열과 독창적인 구성으로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천재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2005년 출판된 소설은 2012년 톰 행크스, 산다라 블록이 주연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9·11테러의 상흔이 남은 그라운드 제로에는 새로운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2014년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New York, Times 뉴욕에 도착하는 순간, 사람들은 드높은 마천루에 압도당하고 말지만, 다음 순간 그 긴장을 내려놓게 하는 것은 거리의 코너마다 자리잡은 핫도그 가게다(그래서 뉴욕핫도그가 그렇게 유명한가). 깐깐할 것만 같은 뉴요커를 구성하는 것은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보통의 지구인들이다. 뉴욕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 혹은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들. 앙키스 구장 앞에서 만난 꼬마 “양키스도 아이스크림도 좋아요” 저 혼자 여기서 뭐하냐고요? (턱으로 양키스 기념품점을 가리키며) 엄마랑 아빠 기다려요. 그만 나오실 때도 됐는데 말이죠. 누나 야구 잘 모르죠? 설마 베이브 루스가 누군지 모르는 건 아니겠죠? 야구가 처음 시작된 곳이 뉴욕(1842년에 최초의 현대야구 경기가 있었다)이라는 것도 모르시나? 뉴욕에 온 김에 메츠나 양키스 중에 한 팀 골라 봐요. 오늘 구장 안에 들어가는 가이드투어는 매진인 것 같던데, 저처럼 양키스 유니폼 한 벌 장만하시든가요. 혹시 안에서 저희 엄마아빠 보면 좀 전해 주세요. 저 아이스크림 다 먹었다고요. JJ 모자가게 점원 지미Jimmy Broadlick “꿈을 좇아서 왔어요” 모자 어디서 샀느냐고요? 사실 저 근처의 모자가게에서 일해요. 뉴욕에 온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됐어요. 우리 가게에서 50m 거리에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아직 못 가봤어요. 여자 친구가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뉴욕으로 이사했어요. 그녀도 오자마자 인턴자리를 구해서 어제부터 유명한 매거진의 화보촬영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죠. 대단한 여자예요! 저는 모자 디자인을 배워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작가가 되고 싶은 꿈도 있는데 이미 써 놓은 원고가 있어요. 여긴 뉴욕이잖아요. 두드려 볼 문이 많아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도어맨 “밤에는 엠파이어, 낮에는 록펠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어디냐고요? 바로 이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빌딩 첨탑이 너무 높아서 여기서는 안 보여요. 한번은 저 위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있었는데 바람에 밀려 다시 올라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도 있답니다. 제가 중요한 팁을 하나 드리죠. 뉴욕에는 꼭 가봐야 할 전망대가 두 개 있어요. 낮에는 GE빌딩에 있는 전망대 ‘탑 오브 더 록’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고, 밤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381m의 야경이 죽여줍니다. 당신 손에 쥐고 있는 시티패스로 야간입장이 가능하니까 새벽 2시 전까지만 다시 오세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도어맨 “밤에는 엠파이어, 낮에는 록펠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어디냐고요? 바로 이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빌딩 첨탑이 너무 높아서 여기서는 안 보여요. 한번은 저 위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있었는데 바람에 밀려 다시 올라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도 있답니다. 제가 중요한 팁을 하나 드리죠. 뉴욕에는 꼭 가봐야 할 전망대가 두 개 있어요. 낮에는 GE빌딩에 있는 전망대 ‘탑 오브 더 록’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고, 밤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381m의 야경이 죽여줍니다. 당신 손에 쥐고 있는 시티패스로 야간입장이 가능하니까 새벽 2시 전까지만 다시 오세요. 네이키드 카우보이걸 ‘‘굴 때문에 벗었어요” 타임스퀘어*의 명물, 네이키드 카우보이Naked Cowboy는 아시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팬티 한 장만 입은 채 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그 근육질의 남자 로버트Robert John Burck말예요. 2009년 뉴욕시장 선거 때도, 2010년 미국대통령 선거 때도 입후보를 해서 화제를 모았으니 그를 모를 수가 없겠죠. 우리는 로버트에게 ‘네이키드 카우보이’ 상표 사용 허가를 취득한 네이키드 카우보이걸이고 오이스터를 홍보하는 중이예요. 우리 덕분에 블루 아일랜드 오이스터 컴퍼니의 매출이 급성장했죠. 같이 기념사진 한번 찍어요! 타임스퀘어의 반짝 플래시몹 “인종차별은 말도 안 됩니다!” 우리는 지금 플래시몹Flash mob을 하는 중이랍니다. 얼마 전에 히스패닉계 백인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소년에게 총을 쏴 소년이 죽은 일이 있었는데 그 자경대원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죠. 후드티를 입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라고 생각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SNS를 통해 뜻을 모았고 그 소년이 즐겨 입었던 후드티를 입고 나와서 분노, 좌절, 기쁨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어요. 첼시바버스Chelsea Barbers “뉴욕 최고의 이발사랍니다” 들어들 오십시오. 우리 이발소가 좀 특이하긴 하죠. 여기 주인인 베티Betty는 최고를 추구하거든요. 벽면에 걸린 아티스트 페페Pepe Villegas의 강렬한 작품들은 당신들처럼 멋을 아는 사람들을 사로잡죠. 마피아와 함께 사라져 간 뉴욕의 이발소들이 몇년 전부터 복고풍으로 돌아왔지만 우리 첼시바버스는 1997년부터 자리를 지켜 왔답니다. 멘솔 향기 솔솔 풍기는 스팀 타월의 느낌을 알아야 진짜 남자죠! 보시다시피 우리 고객들은 GQ 잡지의 모델처럼 말끔한 직장인들이고, 그들은 우리를 뉴욕 최고의 이발사라고 불러 줍니다. 이발 40달러, 옛날방식 면도도 40달러니까 헤어살롱에 비하면 엄청 싼 거랍니다. 주소 465 W 23rd St. New York 문의 212-741-2254 www.chelseabarbers.com 뮤지컬 <원스> 주인공 아서 다빌Arthur Darvill “참, 열정적이시네요!” 와우, 오늘 관객분들은 마치 토요일 밤의 관객분들 같네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실 줄 몰랐다는 뜻이에요. 네. 네. 한 분 한 분 모두 사인해 드릴게요. 우리 뮤지컬 <원스ONCE>가 <맘마미아>, <시카고>, <록 오브 에이지>처럼 화려한 공연은 아니지만 2012년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8개 부분의 상을 휩쓸었죠. 대사마다 빵빵 터져 주시고 영화를 통해 히트한 노래들을 따라 불러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참, 브로드웨이공연과 오프브로드웨이공연의 차이는 실력이 아니랍니다. 사실상 좌석규모만 다를 뿐이니 소극장 공연도 많이 봐 주세요. *타임스퀘어 Time Square 타임스퀘어는 뉴욕 면적의 0.1%도 안 되는 넓이지만 뉴욕시 수입 11%, 일자리의 10%가 이곳에서 창출되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광장이다. 매일 이곳을 지나가는 통행인구가 35만명에 이를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으며 새벽 2시에도 인파로 불야성을 이룬다. 타임스퀘어 주변의 건물들은 의무적으로 대형 광고판을 부착해야 하는데, 광고판만으로도 연간 수입이 200억이다. 삼성과 LG도 큰 몫을 하고 있다. Public Architecture Tour 건축은 도시의 입이다 째깍째깍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시계탑이 2시 정각을 가리켰다. 어디가 미팅 장소인지를 몰라 네거리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대각선 모퉁이에서 피터Peter Laskowich 선생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뉴욕에서 가장 인간적인 건축물 100년이나 된 기차역, 그랜드 센트럴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 가이드답게 피터 선생은 현명한 눈빛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는 오늘 이야기를 들려 줄 장본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누가 또 등장한다 말인가? 아르데코 스타일의 크라이슬러 빌딩을 포함해 위엄을 간직한 근대 건축물들을 가리키며 그가 외쳤다. “Buildings always tell us things!”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로 들어가는 통로는 점점 좁아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거의 뛰다시피 걸음이 빨라지게 된다. 쏟아져 들어온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교회를 연상시키는 대형 홀이다. 노란 조명으로 채워진 홀은 일순간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들지만 정중앙에 위치한 시계탑과 티켓부스는 다시 각자의 길을 재촉하게 만든다. 100년 전 설계된 이 건물은 조명의 밝기, 천장의 높낮이, 실내 온도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명령(걷는 속도, 장거리 여행자와 통근자의 동선)을 내리고 있었다. 그저 고풍스럽다 여겨졌던 터미널이 인공지능을 지닌 첨단 건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가운 현대의 인텔리전트 빌딩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그랜드 센트럴은 뉴욕에서 가장 인간적인 빌딩입니다. 뉴욕이 어떤 곳입니까? 평방인치로 땅을 쪼개서 파는 곳입니다. 여러분이 서 있는 중앙홀은 10층짜리 빌딩을 무려 10개나 세울 수 있는 면적이죠. 그러나 현재 이 땅에서 나오는 수익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공공장소로 유지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것은 사람을 우선시했기 때문입니다. 뉴욕에 아직은 인본주의가 남아있다는 증거죠!” 박수갈채를 받았던 연설(?)에 덧붙은 이야기는 안타까움이었다. 그랜드 센트럴을 시작으로 100년 전 파크 에비뉴 일대에 추진됐던 터미널 시티 프로젝트는 1,000개의 빌딩을 잉태했지만 지금 살아남은 생존자는 5%도 안 된다. 조만간 또 하나의 빌딩이 허물어지고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가 거듭 당부한 이야기 하나를 더 전한다. “근사한 곳에 가서 식사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지불한 돈은 1달러짜리 달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색감, 선, 질감, 스타일을 위한 것이니까요. 오감을 만족시켜 주는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오감이 모두 민감한 여행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비밀스러운 장소 두 곳을 이 기사의 마지막 페이지에 소개해 두었다. 다음 번 뉴욕에서 기자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를 장소들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리 재활용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는 걷기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다. 그러므로 뉴욕에 3층 높이의 고공 산책로가 조성됐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처럼 높은 곳 말고, 브룩클린이나 자유의 여신상에서처럼 먼 곳이 아닌, 딱 3층 높이에서 만나는 맨해튼은 어떤 모습일까? 맨해튼 웨스트사이트에 위치한 하이라인High Line은 원래 화물전용 철도가 다니던 지상 10m 높이의 고가였다. 1980년 운행 중단 이후 30년간 잡초만 무성한 상태로 방치되면서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뜻있는 시민과 예술가들의 열정이 더 높았다.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구조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10년간의 기획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3년 이상의 공사 끝에 2009년, 하이라인은 뉴욕 시민들이 사랑하는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2.3km의 버려진 철도를 통째로 재활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의 하이라인은 생태적이고 예술적인 공원으로 탈바꿈됐다. 낡은 철로를 그대로 남겨 둔 채 일광욕 데크와 벤치, 전망대 등을 설치하고 다양한 수종의 야생화를 심었다. 그리고 공원 곳곳에 조각상, 설치미술 작품들을 전시했다. 지상 약 10m 위의 산책이 제공하는 종합선물은 뉴저지의 전망과 허드슨강의 노을,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야경이다. 여름에는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진행되고 별 관측 행사도 가능하다. 하이라인의 변화는 주변 환경의 변화도 몰고 왔다. 낡고 지저분했던 고가 주변의 건물들은 새단장에 들어갔고, 아예 고가 위를 가로지르는 부티크 호텔이 지어져 젊은 뉴요커 사이에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고가 주변에 카페와 펍, 레스토랑이 늘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맵(www.thehighline.org)을 통해 고가로 진입할 수 있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랜드 투어Grand Tour | 무료로 진행되는 그랜드 투어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100주년을 맞아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되는 이벤트다. 어플리케이션($4.99)을 구입하면 셀프 오디오 투어도 가능하다. www.grandcentralterminal.com 해박한 피터 선생의 또 다른 가이드투어, 특히 야구와 접목한 뉴욕 역사를 듣고 싶다면 그의 사이트를 참고할 것. www.newyorkdynamic.com 뉴욕 시티패스New York City Pass | 구겐하임뮤지엄(또는 탑 오브 더 록), 미국자연사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현대미술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전망대, 자유여신상 유람선 등 6개의 뉴욕 관광명소 입장권으로 구성된 패키지 패스. 낱장 구입보다 $79 할인된 $104(17세 이하 청소년 $79)에 구입할 수 있다. 앞에 언급한 장소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으며 첫 개시 후 9일 동안 유효하다. www.citypass.com 그레이라인 이층버스Gray Line New York Sightseeing | 버스여행은 양날의 칼 같다. 편리하지만 수박 겉핥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뉴욕처럼 볼 것 많은 도시를 개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이층버스다. 브로드웨이 45번가의 정류소를 기점으로 북쪽을 도는 업타운 루프, 남쪽을 도는 다운타운 루프는 기본이고 브룩클린 루프, 브롱스 투어는 선택이다. 원하는 정거장에 내렸다가 재탑승이 가능하다. 각 루프의 티켓가격은 $49, 전 루프를 다 이용할 수 있는 48시간 패스는 $59다. www.newyorksightseeing.com 212-445-0848 Chelsea Gallery 욕망의 쇼룸 뉴욕에서 활동 중인 사진가 김아타는 뉴욕을 ‘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야만적인 도시’라고 했다. 그리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 도시를 야누스의 얼굴로 치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예술가들은 저마다 발견한 뉴욕의 얼굴을 하나씩 꺼내고 있을 뿐이다. 첼시의 갤러리에서 그 얼굴들을 대면할 수 있었다. 세계 미술 시장을 주도하는 70여 개 이상의 갤러리들이 그곳에 모여 있으므로.짐켐프너파인아트Jim Kempner Fine Art 정원에 들어서면 중용The Golden Mean이라는 제목의 조각상이 서 있는 짐켐프너갤러리. 실험적인 현대작품들과 복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주소 501 West 23rd St, New York 문의 212-206-6872 www.Jimkempnerfineart.com 두산 갤러리 Doosan Gallery 두산 연강 재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한국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을 발굴하여 6개월간 첼시에 머무는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주소 533 West 25th St. New York 문의 212-242-6343 www.doosangallery.com 레일라 헬러 갤러리 Leila Heller Gallery 중견 현대미술 작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특히 중동작가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아 이란, 터키, 중동의 미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소 568 West 25th, New York 문의 212-249-7695 www.leilahellergallery.com 더 페이스 갤러리 The Pace Gallery 베이징의 유명한 아트지구인 따산즈에도 분점이 있는 갤러리.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예술품, 판화 갤러리, 사진 갤러리가 나뉘어 있으며 한국의 이우환 작가도 후원하고 있다. 주소 534, 510, 508 West 25th, New York 문의 www.thepacegallery.com 브루스 실버스타인 Bruce Silverstein 앨프리드 스티글리츠 같은 근대 사진작가들을 주로 다루는 사진전문갤러리. 주소 535 West 24th, New York 문의 212-691-5509 www.brucesilverstein.com 요시밀로 갤러리 Yossi Milo Gallery 일본계 사진전문갤러리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신진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나무’시리즈로 유명한 한국의 이명호 작가도 이곳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었다. 주소 245 Tenth Ave, New York 문의 www.yossimilo.com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 매튜 바니, 아니슈 카푸어, 알로라 & 칼자딜라 등 스타 작가를 키워낸 곳. 공장 건물을 개조한 2개의 갤러리가 있는데 규모가 큰 21번가에는 설치작품을 주로 전시하고 개인전은 24번가의 갤러리에서 진행한다. 주소 515 West 24th St. New York 문의 212-206-9300 www.gladstonegallery.com Brooklyn & Williamsburg 브룩클린에서 찾은 비상구 내 머릿속에 브룩클린은 먼지 푹푹 날리는 공장지대에 땀에 찌든 노동자들이 술 한잔으로 일상을 위무하는 디스토피아였다. 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1989년, 올리 에델 감독)>에 비친 더럽고 음울한 뒷골목이 전혀 가상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러나 2013년의 브룩클린은 전혀 달랐다.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신흥 주거타운. 그곳이 브룩클린이었다. 젊음의 비상구,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모든 것은 맨해튼의 살인적인 집세 때문에 시작됐다. 비공식 집계에 의하면 20만명쯤 된다는 뉴욕의 아티스트들은 저렴한 곳을 찾아 방치된 공장이나 창고로 스며들곤 했었다. 큰 창문과 높은 천장은 대형 작품을 옮기기 좋았고, 월세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빈 공장이 많았던 소호와 첼시가 그랬다. 예술가들의 안목은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그 분위기에 반한 사람들이 몰리면서, 그 사람들을 겨냥한 자본이 따라 들어오는 수순. 꿈과 열정이 가득하지만 정작 주머니가 비어 있는 예술가들은 이제 더 이상 맨해튼 내에서는 짐 풀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 동네의 집값만 올려준 채 다시 짐을 싸야 했던 가난한 예술가들이 찾은 다음 번 비상구는 다리 건너,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였다. 베드포드 애비뉴Bedford Ave를 따라 도열한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개성적인 숍들에 활기가 더해지면서 현재 가장 ‘핫hot하고 펀fun한’ 장소로 떠올랐다. 새 책과 헌 책을 모두 취급하는 스푼빌 & 슈가타운 서점Spoonbill & Sugartown Booksellers은 디자인과 아트 관련 책으로 유명하지만 판매대 위에서 천연덕스럽게 잠을 자는 검은 고양이로도 유명하다. 윌리엄스버그를 찾아가기 가장 좋은 때는 주말이다. 많게는 150개 부스가 줄지어 선 난장이 펼쳐지는 벼룩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브룩클린에서 개최되는 주말 벼룩시장은 여러 곳이지만 윌리엄스버그 벼룩시장의 규모가 가장 크다(www.brooklynflea.com). 요즘 뉴욕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와 음식들을 판매하는 부스도 있으니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브룩클린 하이츠 브라운스톤붉은 사암으로 주택의 전면(파사드)를 장식하고 계단 아래 반지하 공간을 두었던 19세기 주택건축양식은 뉴욕의 주거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지만 지금은 그리니치와 할렘, 브룩클린 일대에만 집중적으로 남아있다. 오드리 헵번의 출세작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 트루먼 커포티Truman Capote가 살았던 집은 윌로우 스트리트 70번지에 남아 있고,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쓴 아서 밀러Arthur Miller가 살았던 집은 그레이스 코트Grace Court에 남아 있다. 뉴요커가 사는 곳, 브룩클린 하이츠 메트로폴리탄에는 베드타운이 필요한 법이다. 브룩클린 하이츠Brooklyn Heights는 뉴요커들이 사랑했던 미국 최초의 교외suburb였다. 다리만 건너면 맨해튼의 소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고, 또 하루가 멀다하고 솟아오르는 마천루는 나름대로 봐줄 만한 전경이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범죄가 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한때 공동화되다시피 했던 브룩클린은 세월의 부침을 거쳐 다시 드라마틱하게 부활하고 있다. “맨해튼 자치구는 자기들이 세금에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요. 맨해튼에는 이민자, 실업자들이 많이 살지만 브룩클린은 깨끗한 주거지죠. 우리 입장에서는 젊은 처녀가 희생하는 느낌이라고요. 하하. 어쨌든 맨해튼과 브룩클린은 쌍둥이 같은 운명인 거죠.” 쌍둥이는 운명공동체가 맞다. 브룩클린 다리를 건너오고 있는 것은 젊은 부부들만이 아니다. 대형 쇼핑몰이 건너오고, 증권사도 건너오고, 이제 호텔들도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낡은 건물들을 철거하면서 중요한 근대 건축 유산을 잃어가는 것은 쌍둥이의 씁쓸한 운명이다. 다행인 것은 무분별한 개발을 견제하는 시민활동가들의 노력이 활발하다는 것. 브룩클린 하이츠 지역은 1965년 역사보존지구로 지정됐고 주택개조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 유명한 재즈가수 노라 존스가 코블 힐Cobble Hill에 타운하우스를 구입한 후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일부 창문을 막으려 했을 때 온 동네가 떠들썩했던 일화가 있다. 브룩클린에서 진행되는 빅어니언워킹투어의 파트너는 브룩클린역사협회(www.brooklynhistory.org)다. 그저 평범해 보였던 동네 풍경을 가치 높은 건축물로 다시 보게 해 준 사람은 티나Tina Rivers였다. 플로리다에서 자란 그녀는 할아버지의 고향인 브룩클린으로 혼자 돌아왔다. 콜롬비아대학에서 예술사 박사과정을 마친 후 현재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가이드로 봉사활동을 하는 중이다. 역사연구가답게 오래된 신문 등의 정확한 사료를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지금은 브룩클린역사협회가 위치한 건물에만 들어가도 뉴욕공공도서관에서 받았던 감동을 되살려 주는 황홀한 도서관이 숨어 있다. 한때 2,632개의 객실로 뉴욕 최대 규모의 호텔이었던 세인트 조지St. George Hotel는 지금은 저렴한 숙소를 찾는 학생들의 차지가 됐다. 밋밋하게 느껴지는 휘트먼 공원도 브룩클린 데일리 이글Brooklyn Daily Eagle 신문의 기자로 이곳에 살았던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을 기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달라 보인다. 티나가 ‘쿠키 같다’고 표현한 브라운스톤* 하우스들도 마찬가지다. 투어는 맨해튼의 경치가 바라보이는 언덕의 강변 산책로에서 끝이 났다. 아래쪽 부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종합휴양시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어린이 공원, 수영장, 야간영화제를 위한 스크린, 바비큐 피크닉장, 와인바, 카약보트 등을 내려다보며 왜 이곳이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베드타운인지를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travie info 빅어니언워킹투어스Big Onion Walking Tours 빅어니언투어는 뉴욕시민들도 잘 모르는 뉴욕의 역사와 가치를 소개하는 다양한 워킹투어를 20년 이상 진행해 오고 있다.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들은 대부분 관련 분야에서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교사 혹은 연구원 출신. 지역과 주제별로 30여 개나 되는 워킹투어는 보통 2시간여가 소요되며 비용은 1인당 $20다. 미리 예약할 필요 없이 미팅장소로 가면 된다. www.bigonion.com 888-606-9255 Bronx & East Harlem 할렘을 넘어서 우리가 도전한 것은 할렘 너머 미지의 땅이었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가이드북 <타임아웃>에는 상세지도조차 없는 브롱크스Bronx를 향해 맨해튼 북단의 헨리 허드슨다리Henry Hudson Bridge를 건넜다. 보통의 뉴욕여행자에게는 북방한계선이 있다. 바로 할렘이다. 선입견은 무서운 것이라 할렘이라는 이름 앞자리를 오래 차지했던 ‘우범지역’의 잔상은 쉽게 사라지지가 않는다. 강남만, 혹은 강북만 보았다면 서울을 다 본 것이 아니듯 맨해튼만 보았다면 그건 뉴욕의 5개 자치구 중에서 하나만을 보았다는 뜻이다. 감히 말하건대 뉴욕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할렘에서 꼭 해봐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재즈뮤직을 듣는 일이고 두 번째는 흑인들의 소울 푸드를 맛보는 일이다. 혹시 일요일에 방문하게 된다면 아무 교회나 들어나 성가대의 합창을 들어 보는 일 또한 부지런한 여행자에게 근사한 보상이 된다. 할렘이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밀집한 곳이라면 북쪽의 브롱크스는 더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아프리카계뿐 아니라 유태계, 푸에르토리칸Puerto Rican, 히스패닉Hispanic 인구가 많고 북유럽에 뿌리를 둔 후손들의 흔적도 강하다. 200여 개국에서 이주한 300만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거주한다는 뉴욕의 인구통계학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브롱크스라는 지명도 스웨덴에서 이민 온 농부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금은 미국 힙합문화의 일부가 되어 버린 그래피티Graffiti가 1970년대에 처음 시작된 곳도 브롱크스였고, 그 주인공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소년들이었다. 브롱크스를 찾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은 대부분 사우스 브롱크스의 양키 스타디움Yankee Stadium으로만 몰린다. 경기가 없는 시즌이라고 해도 구장투어는 항상 만석이다. 투어마저 놓친 사람들은 경기장 코앞의 양키스 터번Yankees Tavern에 자리를 잡는다. 구단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수십년 동안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스포츠 바bar다. 낮부터 맥주를 기울이며 스포츠채널에 시선을 고정한 손님들도 오래된 풍경이다. 브롱크스 가장 큰 대로인 그랜드 콘코스Grand Concourse 양쪽으로는 아르데코풍의 아파트와 빌딩들이 도열해 있다. 이 거리를 두고 뉴욕의 ‘샹젤리제 거리’라는 과장된 미사여구를 시도하는 브롱크스 시의 마음은 알겠지만 쉽게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브롱크스는 알려지지 않은 만큼 새로운 곳이다. 사회적 사실주의 미술가 벤 샨과 그의 부인 베르나르다가 1938~1939년에 그린 벽화는 브롱크스 중앙 우체국Bronx General Post office의 로비에서 만날 수 있다. 1930년대 미국 노동 계급을 묘사한 13점의 벽화 아래로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색다르다. 센트럴 파크보다 면적이 크다는 2개의 공원이나 동물원Bronx Zoo은 어떨까. 맨해튼의 박물관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뮤지엄과 미술관들은 어떨까. 이런 궁금증은 여행 개척자들의 원동력이 된다.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운행한다는 브롱크스 컬처 트롤리를 이용하면 브롱크스 지역의 주요 문화명소를 안내해 준다니 노려 볼 만하다. 노동자 계급의 친구들 ‘카마라다스Camaradas El Barrio’ 카마라다스Camaradas를 강추한 사람은 데스말이었다. 뮤지션이 추천하는 라틴뮤직 라이브 바라니, 우리는 황금 같은 토요일 밤을 그의 말대로 카마라다스에 올인하기로 했다. 역에서 내려 바를 찾아가는 10여 분의 보도 여행은 할렘에 대한 두려움과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 은근한 스릴을 만끽해 보시길. 바에 앉아 맥주 한잔을 시키자마자 초저녁의 한산함을 뚫고 멋들어진 양복에 건장한 체구를 감춘 사장 올란도Olrando Plaza가 시가를 물고 등장했다. 만나자마자 금방 친구가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름 그대로예요. 카마라다스. 친구들이란 뜻이죠. 여기는 라틴계, 아프리카계, 히스패닉 사람들의 네이버후드죠. 제 선조는 푸에르토리칸이고요. 그런 노동자계급들을 위한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에 벽돌과 강철을 주로 사용한 것도 아버지, 할아버지처럼 이 땅을 개척했던 이민자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역 아티스트들을 후원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입니다. 저기 그림들은 지역 예술가들의 것인데 매달 바꿔서 겁니다.” 결과부터 보고하자면 우리는 오래 기억할 만한 즐겁고도 특별한 토요일 밤을 보냈다. 우연히 바 옆자리에 앉게 된 인테리어 디자이너 애슐리Ashley Geissinger는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1년 전 직장 때문에 플로리다에서 건너온 그녀가 이곳을 단골집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는 TV가 없어서 좋아. 멍청하게 앉아서 TV를 보는 건 집에서도 할 수 있잖아. 여기는 좋은 사람들이 있고, 맛있는 푸에르토리코 음식이 있지. 사랑방 같은 곳이랄까. 게다가 수준 높은 라틴뮤직 라이브공연도 있고 가끔 유명한 DJ들도 오니까 좋지.” 그녀와 뉴욕의 그래피티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두 번째 밴드 이스마엘 리베라가 연주를 시작했다. 무대 앞 좁은 홀은 이미 타고 난 리듬감으로 몸을 흔드는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소 2241 First Avenue, at 115th St. 문의 212-348-2703 www.camaradaselbarrio.com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브랜드USA 한국사무소 02-777-2733 www.thebrandusa.com, 유나이티드항공 www.united.com ■interview프레고네스 극장 전속작곡가 겸 음악감독 데스말 게바라 Desmal Guevara 스물 한 살에 이곳에 정착했으니 브롱크스에 온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었네요. 원래 피아니스트라서 예전에는 일본, 태국 등지로 공연을 다녔었는데 지금은 극장 전속 작곡가 겸 음악 감독으로 바쁩니다. 우리 프레고네스 극장Teatro Pregones은 124석의 작은 극장이지만 수준 높은 라틴공연을 올리고 로비에는 지역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하죠. 브롱크스에는 히스패닉, 도미니칸, 페루인, 러시안, 유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서 살고 있는데 우리 극장은 라틴 커뮤니티의 중심역할을 합니다. 이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곳에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살고 있다는 것이에요. 더 좋은 곳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죠. 이미 밖에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달라요. 여기서 가까운 링컨병원에만 가도 지역주민들을 위한 갤러리, 극장이 있어요. 싱글맘이나 유방암 환자들을 지원하는 문화 프로그램 등도 활발하고요. www.pregones.org ▶travel info New York City [에이미 브레드] 뉴욕 치즈 샌드위치의 감동 에이미의 빵집Amy’s Bread을 찾아낸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2층 버스 티켓을 사러 갔던 날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할 만한 장소를 찾던 나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이 바로 에이미였다. 갓 구워낸 빵과 군침을 돌게 만드는 케이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빵집은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했지만 잘 구워낸 뉴욕 치즈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그런 수고로움은 모두 잊고 말았다. 헬스키친의 본점이 멀다면 첼시마켓과 블리커 거리Bleecker St.에 더 넓은 분점이 있으니 참고할 것. 본점┃주소 Hell’s Kitchen 672 9th Avenue BTWN 46th & 47th St. 문의 212-977-2670 www.amysbread.com [그랜드 센트럴 캠벨아파트먼트] 90년 전의 호사 유럽에서 실어온 최고급 가구와 집기들로 꾸며진 캠벨아파트먼트The Campbell Apartment에서 칵테일을 한잔을 마셔 보자. 한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가장 큰 면적의 사무실이 필요했던 SF소설가 캠벨John W. Campbell은 1923년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의 남서쪽 귀퉁이를 개조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은 뉴욕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이탈리아 피렌체궁 스타일의 사무실이다.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한 호사스러움은 웨딩이나 파티, 이벤트 공간으로 대여해서 만끽할 수 있다. 주소 Grand Central Terminal, 15 Vanderbilt Entrance, New York 문의 212-953-0409 www.hospitalityholdings.com [맥넬리잭슨 서점 & 카페] 나도 저자가 될 수 있다! 뉴욕 놀리타에 위치한 이 서점은 독서애호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곳이다. ‘책을 얻는 가장 갸륵한 방법은 직접 책을 쓰는 것’이라는 발터 벤야민의 말을 실행에 옮기고 싶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던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셀프 출판 코너가 있다. 40페이지 분량의 소책자부터 800페이지 분량의 두툼한 책까지, 약 3만부의 책이 셀프 프린팅으로 탄생했다. 패키지 프로그램의 비용은 적게는 $19(권당 $7 추가)부터 많게는 $349(권당 $7 추가)로, 조건에 따라 다양하다. 주소 52 Prince Street, New York 문의 212-274-1160 www.mcnallyjackson.com [그랜드 센트럴 오이스터 바 & 레스토랑] 기차를 타고 온 해산물 중세 예배당을 연상시키는 낮은 돔 천장의 오이스터 바에 앉아 와인 한잔에 신선한 굴을 곁들이는 것은 어떤가. 그날그날 배달되는 72종의 해산물 재료에 따라서 메뉴마저 바꾼다는 오이스터 바 & 레스토랑Grand Central Oyster Bar & Restaurant을 그랜드 센트럴터미널에서 발견했을 때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1913년에 오픈하자마자 뉴욕명사들의 단골집이 된 것. 오이스터 바는 지금도 퇴근 후에 신선한 굴과 와인으로 기분전환을 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중독성 높은 아지트다. 주소 Grand Central Terminal, New York 문의 212-490-5210 www.oysterbarny.com [JJ 모자센터JJ Hat Center] 뉴욕 최고最古의 모자가게 페도라는 뉴욕 멋쟁이의 필수 아이템이다. 미트패킹이나 윌리엄스버그에서 꼭 마주치게 되는 ‘새앙쥐’ 같은 멋쟁이들의 공통점은 페도라에 선글라스, 문신이라고. 거리에서 $10~20에 살 수 있는 모자가 수십만원씩이라면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0년 전통의(1911년 오픈) JJ 모자센터의 진열대 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물욕이 절로 꿈틀거린다. 차원이 다른 2,000여 종의 모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310번가에 위치한 본점 외에 이트빌리지와 윌리엄스버그에도 분점이 있다. 주소 310 Fifth Ave &t 32nd St. New York 문의 212-239-4368 www.jjhatcenter.com [Hotel] 쉐라톤 타임스퀘어Sheraton New York Times Square Hotel 단언컨대 완벽한 호텔 여행자에게 지구는 숙소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같은 이유로 맨해튼의 호텔 요금은 상식을 넘어선다. 센트럴 파크,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현대미술관을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쉐라톤호텔이라면 그 가치는 얼마나 더 크겠는가. 그래서 쉐라톤은 언제나 사랑받는 호텔이다. 1억6,000만 달러 예산의 개보수 공사는 외관 정리를 남겨둔 상태. 스타우드 프리퍼드 게스트Starwood Preferred Guest일 경우 클럽라운지에서 맨해튼의 마천루를 감상하며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다. 쉐라톤의 자랑인 스위트 슬리퍼Sweet Sleeper 침구류에 안겨서 보내는 뉴욕의 밤은 달콤하기만 하다. 주소 811 7th Avenue 53rd Street, New York 문의 212-581-1000 www.starwoodhotels.com Z Hotel 맨해튼을 바라보는 자세 창고와 공장을 이웃으로 둔 부티크 호텔이라니,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삭막함을 상쇄하는 노력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모던한 외관과 인테리어, 힙한 소품들은 젊은이들이 취향에 완벽히 부합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Z호텔은 숨은 진가를 발휘한다. 주변의 황량함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퀸스버러 다리를 포함하는 건너편 맨해튼 미드타운의 야경이 객실 유리창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면 호텔을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다리를 하나 건넜을 뿐인데 호텔 요금은 한결 저렴하고 호텔에서는 맨해튼 미드타운까지 매시간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주소 11-01 43rd Ave, Long Island City, New York 문의 212-319-7000 www.zhotelny.com [NYC Restaurant Week] 미식가의 달력을 훔쳐라 일년에 두 번, 미식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즌이 있다. ‘브런치’ 문화가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뉴요커에게 너무나 중요한 레스토랑 위크다. 20여 일에 이르는 여름과 겨울 기간 동안 뉴욕시를 대표하는 300여 개의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3코스 요리를 1인당 점심 $25, 저녁 $38의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단 주말은 제외인 경우가 많으니 참고할 것. 워낙 인기 높은 행사이므로 예약은 필수인데 그 절차는 놀랍도록 간단하다. 노부 뉴욕Nobu New York, 블루 워터 그릴Blue Water Grill, 팜 트라이베카Palm Tribeca 등을 놓치지 말자. 참고로 식당 입구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푸른색 A는 위생등급을 표시한 것이다. B, C 순으로 낮아진다. www.nycgo.com/restaurantweek NYC Restaurant 1. The Mercer Kitchen 김치 맛을 아는 미슐랭 셰프 2001년 문을 연 메르세르 호텔 1층에 자리잡은 이 레스토랑은 트렌드세터들의 집합소다. 소호에 자리잡은 첫 번째 부티크 호텔이라는 명성에 어울릴 만한 시크함이 이 레스토랑의 압도적인 분위기. 프랑스 출신의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장 조지jean georges vongerichten는 2011년 아내와 한국을 방문해 한식조리법을 배우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적도 있다. 한층 품격 높은 미국식 캐주얼 다이닝에서는 전형적인 미국 노동자 음식인 햄버거가 메인코스가 될 때는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주소 99 Prince st. New York 문의 212-966-5454 www.mercerhotel.com NYC Restaurant 2.The Dutch 낯선 만족과 포만감 로칸다 베르데Locanda Verde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히트시킨 적이 있는 3인방이 다시 의기투합한 프로젝트는 미국식 레스토랑이다. 경험의 폭이 넓은 카르멜리니Andrew Carmellini 셰프는 토끼 팟 파이, 건조 숙성시킨 스테이크, 벗겨 먹는 새우 등 조금은 낯설고 난해한 요리를 내놓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감을 놓치지는 않는다. 오크 바에 앉아서 간단하게 와인 한잔에 신선한 굴을 즐기는 기쁨도 가능하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튀김닭 요리도 이곳에서는 육즙이 살아 있는 요리가 된다. 전체 요리는 $15 내외, 메인은 $20 내외다. 주소 131 Sullivan St & Prince St. New York 문의 212-677-6200 www.thedutchnyc.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New York City 뉴욕시는 뉴욕주의 주도로 5개의 자치구로 이루어져 있다. 익숙한 이름인 맨해튼 외에도 브롱크스, 퀸즈, 브룩클린, 스태튼 아일랜드가 뉴욕시를 구성하고 있다. 뉴욕시는 세계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도시지만 길을 찾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단순한 격자형 구조를 가진 도시에서 가로는 스트리트고 세로는 애비뉴다. 남에서 북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숫자가 늘어난다. [Rent-a-Car] 뉴욕 알라모 렌터카 대리점 뉴욕시를 벗어나 뉴욕주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북쪽으로 캐나다 국경과 만나는 나이아가라 폭포까지가 모두 뉴욕주다. 위치 JFK 국제공항지점JFK Intl Airport 주소 149-05 131st Street, Jamaica, NY 전화번호 718-553-8640 영업시간 오전 6시~밤 11시59분 예약 및 문의 알라모 렌터카 한국사무소 www.alamo.co.kr [United Airlines] about 유나이티드항공 유나이티드항공과 유나이티드익스프레스는 한 해 1억4,00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항공사다. 2012년에 국제선 9개 노선과 국내선 18개 노선을 신설하여 현재 6개 대륙에 걸친 370개 이상의 공항으로 매일 5,446편의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보유 항공기는 약 700여 대이며 2013년에도 24대의 보잉항공기를 추가하고 있다. 2012년에는 <비즈니스트래블러Business Traveler> 매거진이 선정한 북미 최고 항공사상을 수상했으며 마일리지 플러스Mileage Plus는 9년 연속 <글로벌트래블러Global Traveler> 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상용고객프로그램으로 뽑혔다. www.kr.united.com [유나이티드항공과 함께하는 뉴욕 여행] 뉴왁 리버티 국제 공항 Newark Liberty Int’l Airport, EWR 유나이티드항공의 새로운 허브공항인 뉴왁Newark 공항EWR은 맨해튼 시내까지 25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기존의 케네디John F Kennedy Inti’l Airport(JFK) 공항보다 접근이 쉽다. 유나이티드 이코노미플러스United Economy Plus 여유로운 공간의 이코노미플러스에서는 레그룸이 최대 약 12cm 넓어서 좀더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으며, 이코노미석 앞쪽에 위치하여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유나이티드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109~149달러의 추가요금을 내면 예약할 수 있다. 프리미엄 서비스 미주 대륙 횡단 노선인 뉴욕 JFK-LA, 뉴욕 JFK-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새롭게 제공되는 유나이티드항공만의 프리미엄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비즈니스퍼스트Business First에는 여유로운 공간의 180도 침대형 평면좌석을, 새로운 이코노미좌석에는 레그룸을 넓혔다. 또 전 좌석에 주문형 엔터테인먼트 및 전원 공급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유나이티드 프리미엄 캐빈 서비스┃ 글로벌퍼스트Global First & 비즈니스퍼스트Business First 침대형 평면좌석과 공항에서의 우대 서비스, 주문형 개인 엔터테인먼트 및 프리미엄 기내식을 특징으로 하는 유나이티드 글로벌퍼스트와 비즈니스퍼스트와 함께라면 여행 내내 보다 업그레이드된 편안함과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다.
  • 해외여행 | seattle-시애틀에 대한 두 가지 시선

    해외여행 | seattle-시애틀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인기 여행책의 저자이자 나름 여행 베테랑인 두 사람에게 의외의 공통점이 있었다. 아직 미국본토를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사실 미국은 그 자체로 새로운 챕터를 열어야 하는 곳이므로. 그런 그들에게 추천한 미국 여행 1번지는 시애틀이었다. ●그 女子 봉현 나를 웃게 만드는 도시 영화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에서 보았던, 상상해 오던 그 풍경이었다. 바다가 보이고, 산이 보이고 항구에는 배가 가득하며 그 안쪽으로 빼곡히 들어찬 빌딩 숲들. 그 사이사이에 크고 푸른 나무와 거리를 걷는 사람들. 하지만 어디에도 정체된 길이 없었다. 빌딩과 건물이 가득찬 것처럼 보였지만 여백이 많았다. 하늘을 가리지 않았고 바다를 남겨두었다. 내가 이곳에 와 있다는 명확한 풍경. 사람들의 시선에는 시애틀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낯선 이방인이지만 이 벅찬 풍경에 대한 시선으로 무언의 기억을 공유한다. 여행에서 본 풍경은 그래서 더욱 오랫동안 기억된다. 가을바람이 선선히 불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렸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언제나 이런 것이다. 여행지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 또한 이런 장소 때문이다. -김봉현 작가 시애틀은 생각했던 미국과 달랐다. 그동안 유럽과 중동, 인도 등을 오랜 시간 구석구석 여행했었지만 사실 미국 땅은 처음이었다. 아침에 출발해 아침에 도착한, 만 하루를 거슬러 온 기분으로 마주한 시애틀은 선선하다 못해 쌀쌀했다. 서울의 더운 여름을 한번에 씻어 내려주는 기분, 얼마 만의 가을바람이었을까. 두껍지 않은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시애틀은 크지 않았다. 하염없이 걷거나 버스를 조금만 갈아타면 웬만한 장소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시애틀 끝에서 끝까지 가도 택시로 30분 이상 걸리지 않았다. 영화 <만추>에 등장했던 ‘라이드 덕’이라는 오리를 닮은 수륙양용 투어버스도 탔다. 한 시간 반 가량의 유쾌한 도시 투어로, 센스만점의 운전기사의 장난과 신나는 노래와 함께 시애틀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다. 도심의 도로를 달리다가 그대로 강에 들어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나왔던 수상 가옥과 항구의 풍경을 감상한 뒤 다시 육지로 올라오는 경험은 시애틀다운 ‘기발한’ 시간이었다. 마치 책의 목차를 파악하듯 도시를 빠르게 스캔하는 동안 마음에 드는 장소를 점찍어 둘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두 발로 걸어다니는 동안 시애틀은 또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천천히 걸으며 스타벅스 외에도 개성 있는 카페와 초콜릿 가게, 로컬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을 거리 곳곳에서 발견했다. 지미 헨드릭스가 기타를 샀다는 전당포(지금은 카페가 되었다), 갤러리와 꽃집,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언덕을 넘어 뻗은 길 사이사이로 바쁘지 않게 걸어가는 사람들. 시애틀은 그렇게 평화로웠다. 미국 록 음악과 영화의 온갖 기록을 담은 EMP박물관, 망치를 든 조형물이 있는 시애틀 아트뮤지엄 사이로 인디언이라 불리웠던 이들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천천히 걷다가 큰 나무들이 그늘진 광장에 앉아, 트럭에서 파는 스프와 짭짤한 핫도그를 먹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금세 세찬 비가 오는데도, 우산도 쓰지 않고 여유롭게 걷는 시애틀 사람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걷기 편한 운동화와, 변덕스런 날씨를 대비해 비에 젖지 않는 옷을 입고 가방을 매고 한손엔 꽃과 책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애틀을 여행하는 동안 본 거리의 풍경은…. 많은 사람들이 차 대신 자전거를 탔고 누구든지 대화를 나누었으며 커피를 자주 마셨다. 사람들은 변덕스런 날씨에도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오히려 이것이 시애틀의 매력이라며. 여행이란,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곳을 떠나 잠시 낯선 이들과 살아보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오게 될지, 평생에 단 한 번의 방문일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다른 문화와 다른 일상을 가진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평범한 음식을 특별한 기분으로 맛보며, 낡은 것들에 놀라워하고, 익숙하기에 더욱 설레는 공간을 돌아보며 ‘이 곳에서 산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 보는 찰나의 기쁨. 그런 시간이 길지 않기에 더욱 아쉽고, 짧기에 더욱 값진 여행이 된다. 언제나 여행자로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 세계 곳곳의 사랑하는 도시를 담아두고 그리워할 수 있는 추억. 꽃향기 속에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던, 바다와 하늘의 파란 빛이 가을바람 타고 불어오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봉현 작가는 2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며 그린 그림과 단상을 모아 지난 8월 그림 에세이집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를 묶여 냈다. 2013년 1월부터 <트래비>와 인연을 맺어 ‘봉현의 온더카미노’를 매월 연재하고 있다. blog www.bonh.kr ●그 남자 최갑수 시애틀에서 보낸 향기롭고 달콤한 가을의 며칠 여기는 시애틀이고 지금은 가을이다. 나는 지금 시애틀을 즐기고 있고 시애틀의 가을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다. 어디에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를 벤 듯 스치고 지나간다. 심호흡을 하면 가슴 속 가득 차오르는 가을의 분위기. ‘어쨌거나 가을이 왔어.’ 해질녘의 가을 햇살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고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생활에 지쳤거나, 일에 지쳤거나, 사람에 지쳤거나, 혹은 자기 자신에게 지쳤을 때. 세상과 불화할 때,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때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낯선 풍경이, 낯선 이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잔이 엉망진창인 우리 인생을 위로해 준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떠나는 거다.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지만 떠나야 할 이유는 넘쳐난다. -여행작가 최갑수 10월이다. 10월은 뭐랄까, 9월처럼 심각하지 않아서 좋고, 11월처럼 허망하지 않아서 좋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을 것 같아서 더 좋다. 그리고 여행. 10월만큼 여행에 어울리는 달이 있을까. 인디언식으로 10월을 이름짓는다면 아마도 ‘그대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달’이라고 했을 거다. 어쨌든 10월엔 여행을 떠나는 거다. MP3에 좋아하는 음악을 가득 담고 소설 한 권 들고서 비행기를 타는 거다. 우리가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도서관에 가는 것과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온갖 핑계를 대고 시애틀에 갔다. 비행기를 타고서 10시간을 훌쩍 날아 바다를 건넜다. 누군가 묻는다. 왜 하필 시애틀이냐고. 회색빛의 우중충한 구름이 뒤덮고 있는 도시. 빌딩숲 저편에서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눅눅하게 만드는 도시. 1년 중 화창한 날이 불과 55일에 불과한 도시 시애틀. “시애틀이라…, 꽤 괜찮은 도시지. 하지만 뭔가 하이라이트가 없지 않아? 차라리 샌프란시스코가 어떨까?” 시애틀에 간다고 하니 어느 선배 여행작가가 이렇게 말했다. “시애틀은 기타의 전설 지미 헨드릭스가 나고 자란 곳이자 너바나와 펄잼의 주무대였죠. 여러 영화의 배경이 됐던 도시기도 하구요. 그리고 정말 맛있는 와인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 정도면 제가 시애틀을 찾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하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아참, 커피도 있었지. 스타벅스가 탄생한 곳이 바로 시애틀이지. 아무튼 우리가 시애틀을 찾아야 할 이유는 찾지 않아야 할 이유보다도 많구나. ‘시애틀’에는 ’조정자’란 뜻이 담겨 있다. ‘시애틀’은 워싱턴 주가 되기 이전 이 지역 원주민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1852년 미국정부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 지역에 거주하던 인디언 추장에게 땅을 팔 것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이에 추장은 다음과 같은 편지로 미국정부에 답한다. “우리에게 땅을 사겠다는 생각은 이상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맑은 대기와 찬란한 물빛이 우리 것이 아닌 터에 그걸 어떻게 사겠다는 것인지요? (중략) 우리는 땅이 사람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땅에 속한다는 것을 압니다. (중략) 우리는 우리의 신이 그대들의 신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땅은 신에게 소중합니다. 그러므로 이 땅을 상하게 하는 것은 창조자를 능멸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당시 미국 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는 이 편지에 감동해 그의 이름으로 도시를 이름지었다고 한다. 시애틀에서는 놀았다. 나는 여행의 본질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풍경을 보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다행히 우울하던 시애틀의 날씨는 둘째 날부터 화창하게 개었다. 어깨에는 찬란한 가을햇빛이 내려앉았고 도시 저편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먹고 마시고 놀기 충분히 좋은 날씨였다. 반바지에 스니커즈, 야구모자를 쓰고 이어폰을 꽂고 골목을 쏘다녔다.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잔 그란데 사이즈를 들고서 말이다. 이어폰에서는 커트 코베인이 흘러나왔다. 시애틀 펑크 록의 아이콘이었던 커트 코베인. 1994년 4월 8일 자택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던 그. 시신은 가루가 되어 위스카 강Wishkah River에 뿌려졌지. 시애틀에서 듣는 그의 음악은 감회가 새롭다. 워터프론트의 어느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 있다. 잘 익은 시애틀 와인이 내 앞에 놓여 있고 나는 바다를 향해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찰칵. 시애틀에서의 어느 한때가 가을 공기 속에서 인화하고 있다. 마음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정한 것들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느낀다. 행복이라는 건 세상에 살아가는 인간의 수만큼 많다. 그리고 내게는 내게 꼭 어울리는 행복이 있다. 나는 노을에 물들어 가는 와인잔을 빙글거리며 앉아 있다. 여기는 시애틀이고 지금은 10월이다. 시애틀의 몽환적인 숲,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 시애틀의 또 다른 별칭은 ‘숲의 도시’다.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올림픽 국립공원.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숲의 몽환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트와일라잇>, <트윈픽스>, <씬 시티>, <다크 엔젤> 등의 초현실 판타지들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은 허리케인 릿지Hurricane Ridge. 해발 1,600m의 전망대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올림픽 공원 내의 최고봉인 올림푸스산2,430m을 바라볼 수 있다. 길을 가며 심심찮게 만나는 야생 노루가 국립공원에 왔음을 실감케 해준다. 가는 방법 올림픽 국립공원은 자동차가 없으면 제대로 즐기기 힘들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애틀에서 올림픽 국립공원을 자동차로 가려면 타코마와 올림피아를 경유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워터프론트에 자리한 시애틀 페리 터미널에서 도항선을 이용해 배에 차를 싣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 유류비, 시간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저렴하다. 요금은 차 한 대당 11.25달러.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여행작가 최갑수는 시인으로 등단한 뒤 여행잡지 에디터를 거쳐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등 인기 여행저서를 출간한 베테랑 여행작가다. blog blog.naver.com/ssoochoi ●봉현’s Pick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파이크 플레이스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다양한 음악가들이 길거리 곳곳에서 연주를 했다. 오래 전부터 한자리에서만 오르간을 연주했다는 할아버지와 바이올린을 켜는 여자와 기타를 치는 남자, 영화 <원스>를 연상시키게 하는 두 사람이 노래하고 있었다. 기분 좋은 음악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고 설레게 한다. 유명한 장소나 유적지의 기념품도 좋지만 나는 오래된 가게에 들르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찾아낼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빈티지 상점을 꼼꼼히 둘러보면 현지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엿볼 수 있다. 바랜 가방과 구두, 식탁을 장식했던 컵과 그릇, 천 조각 들은 마치 낯선 그들의 집에 방문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는 시애틀 사람들의 생명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람들의 손때와 세월이 묻은 일터에는 날마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활기를 돋운다. 해가 뜨면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해가 지면 잔잔한 항구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그렇게 삶을 영위해 가며 청년도 노인도 함께 어우러져 그곳에 살고 있었다 -김봉현 작가 시장 초입에서부터 화려한 색과 향기의 꽃 가게가 가득하다. 커다란 꽃 한 다발에 10달러 남짓, 한 송이 한 송이가 생기 가득한 빛깔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하지만 실제로는 보기 힘든, 얼굴만한 크기의 샛노오란 해바라기였다. ‘한 송이에 겨우 2달러’라는 말에 동행한 미국 친구에게 선물하고자 1송이를 주문하자 신문지로 대충 감은 해바라기를 건네준다. 친구는 자기 얼굴보다 더 큰 해바라기를 받아들고 너무너무 해맑게 웃는다.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일은 소박하지만 행복하다. 파이크 플레이스를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을 따라, 10여 명이 일행이 되었다. 유쾌한 청년에게 파이크 플레이스의 역사와 규모 등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친절한 배려와 함께 한 시간 남짓 동안 파이크 플레이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시애틀의 메인 관광명소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다양한 가게와 사람들, 음악과 미술, 레스토랑이 어우러져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활기가 넘쳤다. 관광객뿐만이 아니라 현지 사람들도 과일을 사거나 꽃을 사고,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고,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카페에 앉아 친구를 만났다. 아이들은 파이크 플레이스의 상징인 돼지 동상에 올라타기도 하고 가족들은 저녁식사로 먹을 생선과 과일을 고른다. 식탁에 놓을 꽃 한 송이도 잊지 않는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1층의 프리마켓과 꽃과 과일, 생선가게 외에도 지하 3층에 걸쳐 여러 가게들이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할머니가 입었을 것만 같은 드레스와 아이에게 직접 만들어 입혔을 바랜 옷가지를 비롯해, 연인에게 썼던 러브레터와 졸업 앨범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오래된 서점에는 어린 시절 엄마아빠가 자기 전에 읽어 주었을 법한 그림책에, 1달러짜리 소설책과 유명한 미술가의 두꺼운 화집까지 빼곡했고 수염이 헛헛한 아저씨가 그곳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상점들은 각자의 개성과 목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상점 주인들의 시끄러운 목소리와 사람들 틈에서 정신없이 구경해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인상을 쓰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오래되었지만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활기를 간직한 시장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봉현의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Must Go Place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 1907년 문을 연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시내 1번가라 할 수 있는 퍼스트 애비뉴와 파이커 스트리트 사이 엘리엇만을 끼고 위치해 있다. 원래 어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종합시장으로 변모해 시애틀 시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유명한 치즈가게와 스프가게도 있다. 파이크 플레이스 기념품이나 공예작품, 직접 만든 화장품이나 꿀과 잼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입구에는 꽃을 파는 상점들이 가득하다. 해바라기 1송이 $2, 제철 꽃 한다발 $10 안팎으로 구입 가능.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주소 85 Pike st. Seattle, Washington 가이드 투어 |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진행된다. 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가이드를 따라 이어폰을 끼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시장을 한바퀴 구경할 수 있다. 언어는 영어만 사용한다. 17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13, 성인은 $15이다. 해설사를 따라 주요 상점을 돌며 전통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푸드 투어 프로그램은 $45. 홈페이지 www.publicmarkettours.com 껌벽Gum wall | 1990년대 초 젊은 관광객들이 건물 한쪽에 껌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너도나도 씹던 껌을 벽에 붙여 엄청난 규모의 껌벽이 탄생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관광지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다양한 색의 껌이 예술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화전문상점Golden age collectables | 마블이나 디즈니, 장난감, 기념품 등 1971년부터 미국 만화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판매하는 가게. 파이크 플레이스 401호에 위치해 있다. www.goldenagecollectables.com 빈티지 종이가게Paperworks | 오래되고 낡았지만 의미 있는 종이들을 판매한다. 세밀한 세계지도나 오래된 잡지, 신문, 공연 포스터 등 다양한 아이템이 있으며 상태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무조건 하나에 1달러’ 짜리가 가득한 서랍에서 보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www.oldseattlepaperworks.com 오래된 책방(BLMF) used book shop | 파이크 플레이스 322호. 중고 책을 사고파는 곳. 아이들 동화책에서 전공서적까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시장갈비Market Galbee |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한국식 불고기와 비빔밥, 도시락을 판매. 간판의 손글씨가 센스만점. 양도 많고 맛도 좋다. ▶갑수’s Tip 어딜 가나 시장 구경은 빼놓을 수 없다. 시애틀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이다. 생선가게 ‘파이크 플레이스 피시 마켓’은 ‘나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막 판매된 팔뚝만한 참치가 점원의 손에서 손으로 날아다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입구에 ‘레이철’이라는 대형 돼지저금통을 만들어 놓고 기부를 받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도 한다. ▶봉현’s Pick 원조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 스타벅스 1호점 Starbucks First Store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고 있던 피츠 커피Peet’s Coffee에 영향을 받아, 시애틀에 첫발을 내딛었다. 1971년 시애틀의 웨스턴 애비뉴에 1호점은 오픈했다가 1977년에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자리를 옮겼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한 켠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은 생각보다 더 작았다. 입구에 1912라고 적힌 건물 설립 년도와 낯선 스타벅스 로고 외에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스타벅스 1호점을 구경하고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바깥까지 길게 줄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입구 한쪽에서는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그 덕분에 더더욱 주변은 혼잡스러웠다. 시장의 불이 꺼지고, 가게가 문을 닫고 길거리의 음악가들도 가방을 매고 집으로 돌아가고서야 스타벅스 1호점은 조금 한산해졌다. 여느 카페, 보통의 스타벅스와는 달리 빵도 케이크도 없었다. 한쪽 벽면에 빼곡히 진열된 여러 모양과 재질의 텀블러와 머그컵에는 전세계 유일하게 남아있다는 스타벅스 초창기 오리지널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주문대에서 젊은 청년이 어김없이 ‘오늘 하루 어땠어요?’ 하면서 메뉴판을 내민다. 메뉴판에는 에스프레소, 카페라떼가 아닌 텀블러 1번, 텀블러 2번, 머그컵 3번 등등 기념품만이 빼곡하게 안내되어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곳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기념품만을 사 간다. 가게는 넓지도 세련되지도 않았지만 오리지널 로고의 색처럼 갈색 빛의 따뜻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마치 커피원두의 향과 색처럼. 시애틀에 가면 꼭 사다 달라던 지인의 선물로 하나, 그리고 나의 첫 미국, 시애틀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하나 더 구입했다. 가을의 시애틀과 아주 잘 어울렸다. 사실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 때문에 스타벅스 체인점의 숫자는 많지 않으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시애틀 다운타운에만도 100여 개의 스타벅스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점마다 특색과 분위기, 규모와 인테리어가 달라서 스타벅스를 스케치하면서 시애틀을 여행해도 ‘재미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치 파이크 플레이스 스트리트 중간에 위치. 1971년 스타벅스가 처음 오픈했을 때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추천아이템 로고가 그려진 텀블러는 $15~20 정도. 커피는 테이크아웃만 할 수 있다. ▶갑수’s Tip 스타벅스 1호점의 인기는 너무나 높아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 20평 남짓의 작은 가게가 비좁아 밖까지 줄을 서야 한다. 하지만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은 입구 옆의 거리악사가 달래 준다. 최고 인기 상품은 스타벅스 1호점 로고가 새겨진 머그컵이다. 전세계 스타벅스 중에서 유일하게 가슴을 드러낸 갈색의 인어 로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 ▶봉현’s Pick 나는 걸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파이오니어 광장까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둘러본 후 파이크 스트리트에서 1번가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면 보고 구경하고 맛볼 곳들이 많다. 갤러리와 꽃집,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 언덕을 넘어 뻗은 길 사이사이로 여유롭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처럼 시애틀은 평화로웠다. 해가 져도 외진 골목이 아니면 위험하지 않고 항구는 눈부시게 반짝였다. 팰리스 쥬얼리 & 론Palace Jewelry & Loan | 지미 헨드릭스가 전당포에서 기타를 구입한 것처럼 기타와 악기, 카메라 등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전당포.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가 아니라 재미난 주인아저씨가 운영한다. 주소 1420 1st Ave, Seattle, WA 시애틀 아트 뮤지엄 SAM Seattle Art Museum | 세계의 예술작품과 유물 2만5,000여 점을 소장. <망치질을 하는 남자>는 광화문 근처에 있는 익숙한 조형물과 동일하다. 운영시간 수, 금, 토,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목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월 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17 주소 300 1st Ave, Seattle, WA 홈페이지 www.seattleartmuseum.org 패도 아이리시 펍 & 레스토랑Fado Irish Pub & Restaurant | 오후 4시부터의 해피아워에는 모든 음식과 음료가 할인된다. 17가지 종류의 생맥주가 있고 분위기도 굉장히 독특하다. 추천 메뉴는 연어를 올린 크랩케이크와 삽겹살 맛이 나는 타코, 기네스 맥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애플파이. 주소 801 1st Avenue, Seattle, WA 파이오니어 광장Pioneer Square | 1번가를 계속 따라 내려오면 숲처럼 나무가 우거진 파이오니어 광장이 있다. 밤이 되면 클럽과 술집으로 가장 번화한 장소가 된다. 낮에는 한가로이 그늘아래에서 트럭에서 파는 핫도그를 먹어도 좋지만 관광객과 홈리스들이 뒤섞여 있으니 유의할 것. 인디언 추장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시애틀’ 곳곳에는 추장 시애틀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언더그라운드 투어를 통해 지하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갑수’s Pick 몰라봐 주어 미안한 시애틀 와인 시애틀 여행이 즐거운 또 다른 큰 이유는 최고의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 시내에서 약 20km 정도 떨어진 우딘빌에는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들이 늘어서 있다. 매일 오후 출근하듯 와이너리로 갔다. 한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와인은 쉽게 맛볼 수 있지만 시애틀 와인은 맛보기 힘들다. 그래, 시애틀에 머무는 동안 실컷 마시고 가자. 피노누아며 쉬라, 리즐링, 피노 그리지오 등등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시음했다. 저녁이면 와이너리에서 사온 와인을 마시며 시애틀의 야경을 감상했다. 어두운 창밖 밤하늘 가득 돋아나던 시애틀의 별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아내를 잃고 외롭게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애틀의 건축가 톰 행크스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최갑수 작가 와인처럼 달콤한 시간을 감각하다, 우딘빌Woodinville 시애틀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한 우딘빌은 샤토 생 미셸과 콜럼비아 와이너리가 들어선 이후, 워싱턴주 와인의 허브로 재탄생했다. 워싱턴주는 캘리포니와주와 오리건주, 뉴욕주와 함께 미국에서 와인을 생산해내는 지역. 캘리포니아 와인은 우리에게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워싱턴 와인도 최근 들어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워싱턴주는 동쪽의 야키마 밸리에 포도밭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역은 강우량이 극히 적어 인근 콜롬비아 강에서 강물을 끌어다 관개를 한 후 포도를 생산하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는 시애틀로 옮겨져 와인으로 재탄생한다. 우딘빌에 자리한 수많은 와이너리 가운데 ‘샤토 생 미셸Chateau Ste. Michelle’은 시애틀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다. 매년 25만명 이상이 찾는다고 한다. 포도밭에 자리잡은 4,300명 규모의 대형 원형 극장에선 해마다 여름이면 콘서트를 볼 수 있는데 케니 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핑크 마티니 등이 무대를 꾸민다. “샤토 생 미셸 포도밭은 캐스캐이드 산맥 동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맥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을 막아 주는 데다, 연간 강수량이 200mm 이하입니다. 위도가 높아 캘리포니아보다 여름 평균 일조량이 2시간 이상 길죠. 건조한 날씨와 척박한 토양이 포도의 풍미를 높이고, 따뜻한 기후와 일조량은 포도를 완숙하게 하죠. 여기에 큰 일교차로 인한 서늘한 기온은 산도가 탁월한 와인을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그 결과 보르도, 부르고뉴와 견줄 만한 와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한잔 맛을 본다. 2009년 빈티지. 잘 밸런스되어 있고 피니시도 괜찮은 편. 미국 와인답게 적당한 중량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그리고 캐주얼하다. 까다로운 프랑스 와인처럼 열리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열자마자 꽃이 피듯 향이 환하게 올라온다. 치즈도 좋고 고기도 어울릴 듯. 안내하는 이는 ‘어메리칸 그랑 크뤼’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와인 스펙테이터>지가 매년 선정하는 ‘톱 100 와인’에서 11년간 14개 와인이 수상한 경력을 내세운다. 기본적으로 무료 테이스팅이지만 5달러를 더 내면 중가의 와인까지 추가 테이스팅이 가능하다. 샤토 생 미셸┃주소 14111 NE 145th Street woodinville, WA 전화 425-488-1133 홈페이지 www.ste-michelle.com/ ▶갑수’s Pick 시애틀의 육해공 공략법 시애틀 여행의 출발점은 스페이스 니들이다. 시애틀 어디에서건 보인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출발해 EMP박물관과 치훌리 가든을 우선 본 후 라이드 덕을 타고 시티투어를 즐겨 보자. 수륙양용차 타고 시애틀 시티 투어 라이드 덕Ride The Duck of Seattle 치훌리 전시관을 나오니 어느새 날이 갰다. 화창하다. 하늘은 푸르게 빛난다. 자, 이제 라이드 덕을 탈 차례다. 라이드 덕은 시애틀에서만 탈 수 있는 시티투어버스다. 오리 모양으로 생긴 수륙양용버스다. 90분간 시애틀 시내 곳곳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본다. 라이드 덕, 이거 참 재미있다. 운전사는 ‘Wacky Captain’이라고 부른다. 그냥 차만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각 여행지에 대한 해설도 곁들인다. 복장도 요란하다. 우스꽝스런 모자로 탑승객을 즐겁게 한다. 하드록 카페 앞을 지날 땐 시애틀의 록 역사를 설명해 준다. 그냥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요란한 록음악을 귀청이 떨어질 듯 크게 틀어댄다. 스타벅스 앞을 지날 때는 커피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 준다. 버스에 탄 사람은 운전사의 리드에 따라 박수도 치고 노래도 함께 한다. 투어 내내 차가 들썩인다. 길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손을 흔들며 호응을 해준다. 시내를 빠져 나온 라이드 덕은 레이크 호수Lake Union로 풍덩 빠져든다. 차에서 배로 변신. 호수는 마냥 평화롭다. 유유자적 카누의 노를 젓는 사람들. 부드러운 가을 햇빛이 수면 위로 내려앉고 있다. 유니언 호수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톰 행크스의 보트 하우스가 있던 곳. 톰 행크스는 밤이면 쓸쓸히 베란다로 나와 호수를 바라보곤 했었다. 유니온 호수에는 아직도 선상 가옥이 있는데, 이는 1890년대 어부와 선원들이 처음 지어 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것. 1930년대 대공황 때 세금을 아끼고 값싼 주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와 2,000가구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지금도 500가구 정도가 남아 있다. 라이드 더 덕┃탑승장소 웨스트레이크 주소 4th Avenue & Pine Street, Seattle 소요시간 90분 요금 $22 ▶봉현’s Tip 톰 행스크보다는 현빈으로 기억되는 프로그램이다. 현빈과 탕웨이 주연의 영화 <만추>에도 등장하기 때문. 하지만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재치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운전수 가이드와 신나는 노래를 다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 마스코트인 오리 인형을 비롯, 모든 탑승객에게 오리소리가 나는 피리를 주며 모든 시애틀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반겨준다. 참고로 이 오리를 닮은 수륙양용차는 전쟁을 대비해 만들었지만 쓸모가 없어져서 관광용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시애틀을 한눈에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나는 그렇다. 어느 도시로 여행을 가든, 랜드마크로 먼저 달려가야 직성이 풀린다. 시애틀의 랜드마크는 스페이스 니들이라고 들었다. 196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였던 시애틀 센터에 자리한 곳으로 약 185m 높이의 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시애틀 시내뿐만 아니라 푸른 태평양과 유니언 레이크, 흰 눈을 덮어쓴 해발 4,392m의 레이니어 산봉이 한 눈에 바라보인다. 스페이스 니들은 ‘우주 바늘’이라는 이름 그대로 괴상하게 생겼다. 높다란 마천루들이 무표정하게 서 있는 도시. 아마도 그 사이에는 감색 정장을 입고 푸른색 또는 붉은색 넥타이를 메고 서류가방을 옆구리에 낀 직장인들이 빠른 걸음으로 뛰듯 걸어다니겠지. 카메라 파인더에 눈을 대는 순간 오른쪽편 태평양에서 커다란 유람선이 미끄러지듯 화면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주소 400 Broad St, Seattle 홈페이지 www.spaceneedle.com화려한 유리 공예품의 향연, 치훌리 가든Chihuly Garden and Glass 데일 치훌리Dale Chihuly는 세계적인 유리 조형의 거장이다. 미국 최초의 무형문화재인 그의 작품들은 전세계 관광객이 찾는 주요 도시의 200개 이상의 유명 박물관과 정원에 전시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그의 전시가 열린 적이 있다고 한다. EMP박물관 옆에 자리한 치훌리 가든 & 글라스 전시관에는 치훌리의 유리 조형물과 그림을 만나 볼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유리공예 시리즈와 개인 컬렉션까지 볼 수 있다. 전시관 밖에 자리한 높이 13m, 넓이 418㎡의 글라스하우스 역시 웅장하고 화려한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전시관 옆에 자리한 컬렉션 카페Collections Cafe에도 가보자. 그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카니발 쵸크웨어Carnival Chalkware, 오래된 아코디언, 라디오와 카메라 등을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치훌리 가든┃주소 305 Harrison St, Seattle(스페이스 니들 타워 바로 옆) 입장료 성인 $19. 스페이스 니들을 포함한 할인 패키지도 판매한다. 홈페이지 www.chihulygardenandglass.com▶봉현’s Tip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의 치훌리 가든은 아직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아주 놀라웠다. 유리공예 아티스트 치훌리의 작품을 정원을 비롯한 갤러리에서 볼 수 있었다. 실용적인 유리공예가 아닌, 형태와 색을 자유로이 만들어 이야기가 담긴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갑수’s Pick 마니아를 위한 시애틀 시애틀은 마니아의 도시. 커피 마니아, 록 마니아, 와인 마니아들에겐 천국이다. 하루 종일 EMP박물관에 있어도 좋고, 캐피톨 힐로 커피 순례를 떠나도 좋다. 찬란한 가을볕은 덤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를 만나다 EMP박물관 스페이스 니들을 내려와 그 옆에 자리한 EMPExperience Music Project 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록 음악 박물관이다. 이곳은 시애틀 여행시 가장 가보고 싶던 장소. 록 마니아들 사이에 성지라 불리는 곳이다. 시애틀은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태어난 곳이다. 1942년 시애틀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 영국 런던에서 만 27세로 요절한다. 주요 무대 활동 4년, 스튜디오 음반 3장 발매. 지미 헨드릭스의 약력은 이것이 전부이지만 그는 영원한 전설로 남아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흰색 팬더 스트라토캐스트가 반긴다. 헨드릭스가 생전에 연주했던 기타다. 그 뒤로는 500여 개의 기타로 만든 대형 조형물이 시선을 빼앗는다. 너바나의 흔적도 더듬을 수 있다. 이들의 손때 묻은 악기와 의상, 유품도 전시되어 있다. 시애틀은 너바나, 앨리스 인 체인즈, 사운드가든, 펄잼 등 1990년대 그런지grunge 열풍의 진원지기도 하다. 여성 록 뮤지션의 연대기를 훑을 수 있다. 마돈나의 의상과 조니 미첼의 친필 노트,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피아노 등이 전시돼 있었다. 체험관에서는 기타와 드럼을 비롯해 각종 이펙터와 턴테이블을 연주할 수 있다. EMP박물관┃주소 325 5th Avenue, Seattle 입장료 성인 $20 홈페이지 www.empmuseum.org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자유로운 영혼들의 거리, 캐피톨 힐Capitol Hill 시애틀은 커피향으로 가득한 도시였다. 골목마다 거리마다 커피향이 스며 있었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커피로 가장 유명한 도시. 한집 건너 스타벅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애틀 커피의 진수는 스타벅스가 아닌 캐피톨 힐Capitol Hill이라는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이 시애틀을 커피의 도시라 부르는 진짜 이유는 이곳에 자리한 수많은 독립 카페들 덕분이다. 우리나라 홍대와 비슷한 분위기다. 이 카페들은 직접 해외 유명 커피 산지에서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해 독특한 커피들을 재생산해서 공급한다. 헌책방도 많고 거리도 잘 정비되어 있어 한나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예술가와 게이, 자유분방한 캐피톨 힐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에는 스타벅스가 아닌 독립 카페들이 많다. 비바체 등 로스팅 실력이 쟁쟁한 카페들이 숨어있다. 시애틀의 진정한 커피 마니아들은 스타벅스가 아니라 캐피톨 힐에서 커피를 마신다. 독립 카페는 농장 단위로 원두를 구매해 지역 커뮤니티에 밀착해 다양한 개성을 만들어내는 로스터리와 카페를 말한다. ▶travie info 시애틀 알라모 렌터카 대여점 시애틀에서 렌터카를 빌리면 서부 해안도로를 따라 남하하며 캘리포니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위치 시애틀국제공항SeaTacIntl Airport 주소 3150 S 160th St Suite 509, Seatac, WA 전화번호 206-433-0182 영업시간 24시간 예약 및 문의 알라모 렌터카 한국사무소 www.alamo.co.kr
  • 국내여행 | 가을빛 담아 빠알간 장수

    국내여행 | 가을빛 담아 빠알간 장수

    계절은 색色으로 다가온다. 입추가 지나니 벌써 울긋불긋한 색들이 튀어나와 몸소 가을을 알린다. 멋과 맛 모두가 붉디붉은 장수야말로 가을의 출발점이었다. ●주 朱 논개님의 성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전라북도 장수는 논개가 태어난 고장이다. 기녀로 평가절하된 논개가 마냥 애틋한 장수 사람들은 정성스레 제의를 지내고 붉은 사당을 세워 아름답게 가꿔 왔다. 땅에 발을 딛고, 오는 길에 움츠렸던 몸을 쭈욱 펴 본다. 서울에서부터 3시간 거리에 있는 장수에 도착했다. 버드나무에 실려 오는 싱그러움이 섞인 공기가 마냥 달다. 손끝 발끝까지 청정한 기운이 금세 퍼지도록 바지런히 숨을 삼켰다. 한달 넘게 이어졌던 여름장마, 그 뒤에 바짝 붙어 숨통을 조였던 폭염에 지칠대로 지쳤건만, 장수에서는 기분이 마냥 달뜬다. “아마 해발이 좀 높아서 그럴 겁니다. 장수는 관측 이래로 열대야가 있어 본 적이 없어요.” 장수군 문화해설사님이 읊는 장수군 예찬을 주욱 듣자니 괜스레 기분 좋아지는 장수군의 기후적 특성을 이해할 법도 하다. 평균 500m 이상의 해발고도에 위치한 장수군은 여름에도 공기 중 습도가 낮아 한낮에 그늘 아래만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훑는다. 살기 좋은 마을이니 사람이 모이지 않을 턱이 없었다. 장수에는 조선시대 때 중국에서 건너 온 주朱씨 일가가 모여 살았는데, 이 무리 안에서 왜군 장수와 함께 촉석루에서 몸을 던진 논개論介가 나고 자랐다. 양반 주달문의 딸로 알려진 주논개는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싸움에 나섰다가 성이 함락되자 자결한 남편 최경회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주 관기로 등록했다고 전해진다. 진주성 싸움에서 대승을 거둔 왜장 게야무라 로구스케가 연회 준비를 지시하자 논개는 이 기회를 틈타 왜장을 바위 위로 꾀어내어 함께 남강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에게는 의로운 바위라는 뜻의 의암義巖이라는 호가 붙여졌고 그녀의 의로운 행동을 입으로 전한 지역민들은 눈물로 추모했지만 논개는 언제나 평가절하 되었다. 유교 사상 아래서 기녀라는 신분을 갖고 있었던 논개는 보수적인 지배계급에 의해 편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논개가 태어난 장수는 그녀를 더 애달프게 여기는 것 같다. 비록 사후지만 그녀를 기리기 위해 아름다운 사당을 지어놓고 남녀노소 사당에 올라 그녀를 추모한다. 그녀의 성처럼 붉은색의 사당이 의암호 주변에 우거진 나무의 초록빛과 대조돼 더욱 아름답다. 사당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3층 높이의 계단을 타야 하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의암호의 풍광이 수고스러움을 감내하게 만든다. 주씨 일가가 모여 살았던 주촌마을에는 아직도 논개 생가가 남아있는데 너와를 척척 얹은 기와집이 오순도순 모여 있어 구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논개사당 의암사義巖祀┃주소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두산리 3 문의 063-352-2550 입장료 무료 논개생가마을┃주소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 대곡리 1013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홈페이지 nongae.go2vil.org ●홍紅 아삭하니 한 입, 구수하니 두 입 볕을 받을수록 붉어지고 밤낮의 일교차를 극복할수록 단단해지는 게 사과다. 장수를 사랑하는 사람 손에 길러진 소는 인간에게 땅의 기운을 전한다.오전을 걷는 데 보내고 나니 평온했던 뱃속에 한바탕 소란이 인다. 위장의 동요는 사무실에 앉아서는 느끼지 못할 건강한 식욕이었다. 장수군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를 찾아 나설 타이밍인 것이다. 향긋한 향이 감도는 사과밭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절로 입에 군침이 고인다. 하루하루 가을에 가까워지고 있는 하늘 아래서 뜨거운 태양을 받아 익어 가는 사과들이 붉은색의 명도를 차츰차츰 높여 가고 있다. 단단한 과육을 자랑하는 최상 품종인 장수의 사과를 키우는 것은 기후가 8할이요, 농부의 땀이 2할이라 했다. 여름 평균 기온이 22도 정도로 선선하고 일교차가 심한 장수는 사과가 자라는 데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췄다. 가능성을 일치감치 알아본 농부들이 장수의 너른 터에 집중적으로 사과나무를 심은 결과 전국에 유통되는 사과 중의 25%가 장수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장수군은 일반 사람들에게 사과나무를 분양하기도 하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1년 동안 작은 농장의 주인이 되어 직접 농사에 참여하거나 수확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되고 있는 사과농장에 들렀더니 주인의 이름표를 단 나무들이 추석을 앞두고 열심히 과실을 살찌우고 있었다. 9~10월 수확철에는 6,000~7,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튼튼히 여문 사과를 똑똑 거둬들인다. 가을 내내 작은 마을이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고 하니 사과는 장수의 에너지를 먹고 자라 다시 이 땅에 생동감을 선사하는 보은報恩 식물 같다. 맑은 공기와 건강한 땅의 기운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건강함은 사람에서 가축에까지 전해진다. 쨍쨍한 볕을 받아 낮 시간 내내 유기물을 합성한 풀을 먹고 자란 소는 장수군의 또 다른 아이콘이다. 장수 어디서나 소의 먹이로 쓰기 위해 건초와 짚을 정성스럽게 묶어놓은 곤포가 눈에 띈다. “잡다한 고기 찌꺼기를 먹고 자라는 소들과는 차원이 다르단 얘기지.” 우리 한우가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드는 장수 사람들의 자랑스러움이 느껴진다. 현재 장수에는 3만2,000두 이상의 한우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데 장수군에 거주하는 사람보다 많은 수라고 한다. 한우유전자뱅크에서는 장수 한우의 우수한 품질을 유지·개량하는 데도 애쓰고 있다. 우르르 쾅쾅, 텅 빈 위장 소리. 자, 공부는 그만하고 붉은 육질 사이로 하얀 마블링이 반짝반짝 빛나는 한우를 숯 위에 올릴 시간이다. 장수사과 사이버팜┃주소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와동길 56 문의 063-350-5348 분양가격 한 그루당 10만원 홈페이지 www.mtapple.go.kr ●적赤 적토마를 타고 내달리리 유일하게 동물과 한 팀이 되어 교감하는 스포츠, 승마. 가을볕 아래 말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기분은 그 무엇과 쉽게 대치될 수 없으리.잔뜩 보양식을 먹었으니 훌훌 발산할 차례다. 다음 행선지를 보니 주소에서부터 웃음이 인다. 장수군, 장수읍, 장수리에 있는 장수 승마체험장. 다그닥다그닥 말을 타고 달리듯 리듬감이 한가득 하다. 승마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말들이 뛸 수 있는 너른 땅 외에도 예민한 말이 조용하게 쉴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광활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캐나다나 미국에서 승마가 보편적인 운동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땅덩어리가 좁기로 우리나라 버금가는 네덜란드를 여행했을 때 도심 공원에서 누구나 말을 탈 수 있고 어린 아이들이 익숙하게 말을 다루는 걸 보고 새삼 부러웠던 경험이 있다. 역시 세상만사는 갖춰진 환경보다 의지의 문제인 듯하다. 어찌됐든 ‘부자 스포츠’로만 여겨지는 승마를 장수군에서 저렴한 값에 즐길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입장료만 내면 누구든 기승체험을 하면서 승마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비바람막이가 설치돼 있어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말을 타기 위해서는 머리에 꼭 맞는 승마모자와 종아리 보호대인 챕스chaps를 착용해야 한다. 승마체험장에 모두 구비돼 있으니 따로 챙겨 갈 필요는 없다. 실제로 말안장에 오르면 보기보다 체감하는 높이가 높다 보니 긴장하게 되지만 그도 잠시, 말이 이끄는 리듬에 몸을 맡긴다. 4명이 한팀이 되어 코치의 지시 아래 말 위에서 걷다가 뛰다가 달리다가 걷다가를 반복한다. 전신에 유연하게 흐르는 리듬을 타고 나면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트랙에서 타는 게 익숙해지고 나면 너른 목장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적갈색 말에 오르고 싶어진다. 승마체험장 내에는 아기 조랑말과 당나귀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먹이 주기 체험도 할 수 있고 거대한 트로이목마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좋다. 장수 승마체험장┃주소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장수리 176-7 문의 063-350-2579 운영요일 수~일요일(월·화요일 휴장) 운영시간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입장료 성인 2만5,000원, 청소년 1만8,000원, 어린이 1만2,000원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장수군청 www.jangsu.go.kr☞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 9월6일부터 8일까지 장수군 의암공원 일대에서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가 열린다. 올해 7번째로 치러지는 중견 축제답게 다채로운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2박3일간 펼쳐지는 축제에 참가해 직접 수확한 사과를 맛보고 1,500명이 한번에 장수 한우를 시식해 보자.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한우곤포 나르기 대회’에 참가해 힘을 뽐낼 수도 있다. 축제 2일차(7일)엔 음력 7월 보름 불가佛家의 승려들이 부처를 공양하는 날 풍요를 기원하는 장수 지역의 영농문화인 깃절놀이가 펼쳐져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의 의미를 되새기며 흥을 돋운다.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가 열리는 의암호 주변에는 캠핑장이 설치돼 야외에서 묵으며 청정 장수를 체험할 수 있다. 주소 전라북도 장수군 의암공원 및 장수군 일원 문의 063-352-2011 운영시간 9월6~8일 오전 10시~밤 10시 홈페이지 www.jangsu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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