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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K2에서 돌아오지 못한 파키스탄 산악인 알리 사드파라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K2에서 돌아오지 못한 파키스탄 산악인 알리 사드파라

    파키스탄 등반가 무함마드 알리 사드파라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아이슬란드인 욘 스노리, 칠레인 후안 파블로 모어와 함께 세계 두 번째로 높으며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산으로 악명 높은 K2(해발 고도 8611m)을 오르다 베이스캠프와 교신이 두절됐다. 지난 18일 세 사람 모두 공식 사망한 것으로 선언됐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물론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난 당한 지점이 정상 바로 아래였으며 체감 온도 영하 80도에 이르는 날씨, 희박한 공기, 조난된 지 한참의 시간이 흐른 점 등을 종합했을 때 생환 가능성이 전혀 없어서다. 알리는 국제 산악계에서도 다재다능한 등반가로 유명했으며 조국에서는 영웅으로 여겨지던 인물이었다. 세상의 8000m 이상 고봉 14좌 가운데 8개 봉우리를 발 아래 둔 유일한 파키스탄인이었으며 겨울철에 세계 아홉 번째이자 파키스탄 두 번째 봉우리인 낭가 파르밧(8125m)을 오른 첫 번째 산악인이었다. 아들 사지드는 아버지와 함께 K2 정상을 산소통 없이 겨울에 올라 세계 최초 기록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사지드는 정상을 불과 300m 앞둔 일명 보틀넥(Bottleneck·병목), 죽음의 구역(death zone)에서 산소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포기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목숨을 잃지 않았다. 사지드는 군이 조직한 구조팀에 협력해 아버지가 남긴 흔적을 샅샅이 뒤졌으나 아버지는 물론 두 동료 누구의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군대는 구조 작업을 재개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희망을 많이 가질 필요는 없다는 점을 잘 안다. 해서 지난주 초 그는 “모두가 수색에 동참해준 것에 감사드린다. 그들이 지금 살아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해서 수색은 시신을 찾아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알리는 1976년 이 나라 오지 중에서도 오지인 히말라얀 발티스탄 지역의 사드파라 마을에서 태어났다. 중학 교육을 마친 뒤 하급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고교 진학을 위해 스카르두 마을로 이사했다. 형과 달리 곧잘 공부를 해 좋은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었다. 그는 가정 형편 때문에 일찍 학업을 접고 2003년이나 2004년쯤 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투어 조직자로 나서자마자 성공했고 그가 이끈 탐사는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특히 2016년 3인조 팀을 구성해 겨울에 낭가 파르밧을 초등하자 국제적 명성을 누리게 됐다. 지난 3년 동안 프랑스와 스페인을 여행하며 대학생들에게 등반 교육을 시켰다. 그러면 왜 그는 산소통 없이 K2를 오르겠다고 결심했을까? 하나의 이론은 스노리의 고산 짐꾼으로서 계약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랬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속임수이고, 몇 주 전 니르말 푸르자 등 네팔 셰르파들이 겨울철 K2 세계 초등의 업적을 달성하는 바람에 그들을 능가하는 새 기록에 욕심을 낸 것이라고 친척이자 친구이며 현지 언론인인 니사르 압바스는 해석했다. 아들과 함께 한다면 더욱 깊은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란 얘기다. 사지드는 25~30명의 다국적 등반대와 함께 출발했는데 나머지는 모두 8000m 지점에 이르기 전에 정상을 포기하고 돌아섰다고 현지 언론에 털어놓았다. 사지드가 보틀넥에 이르렀을 때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아버지는 비상용으로 챙겨온 산소통을 쓰라고 했다. 사지드가 실린더를 연결했을 때 산소가 새나오기 시작했다. 이 때 아버지와 두 외국인은 이미 보틀넥을 오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뒤를 돌아보며 계속 올라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아들은 실린더가 샌다고 외쳤다. 아버지는 ‘걱정 마라. 계속 올라와. 그러면 나아질 거야’라고 했다. 하지만 사지드는 더 이상 쥐어짤 힘도 없어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5일 정오 무렵이었다. 그게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아버지가 왜 그렇게 계속 올라오라고 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사지드는 “네팔인들이 몇주 전에 그 일을 해냈다. 그 역시 그 일을 원했다. 왜냐하면 K2는 우리 산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세 사람이 보틀넥을 넘어 정상으로 향하는 모습을 봤기에 아마도 그들이 정상에 이르렀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사고는 하산 때 일어나며 아주 살짝만 몸의 균형을 잃어도 엄청난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알리를 아는 이들은 그가 그런 실수를 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한 파트너나 아니면 둘 다 사고를 당해 그가 돕다가 하산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영원히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아들 사지드는 “등반 역사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해서 우리는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사망이 선언된 뒤 “아버지를 존경했던 모든 등반가들에게 아버지의 꿈과 소명을 좇아 그의 발자취를 따라 계속 걷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알리 일행의 비극 말고도 이번 겨울 시즌 K2는 숱한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셰르파 등반대와 같은 날 K2을 등반하던 스페인 산악인 세르히 밍고테는 정상을 밟지 못하고 베이스캠프로 하산하던 중 목숨을 잃었고, 알리 일행이 조난된 지난 5일에도 불가리아 산악인 아타나스 스카토프가 해발 7400m에서 5500m 지점으로 추락해 세상을 등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81세에 다울라기리·시샤팡마 오르면 히말라야 14좌 최고령 완등

    81세에 다울라기리·시샤팡마 오르면 히말라야 14좌 최고령 완등

    환갑을 넘어 히말라야의 8000m 이상 고봉 14좌를 모두 발 아래 두겠다고 마음 먹었다. 20년이 흘러 81세가 된 지금, 12개 봉우리를 등정했다. 둘 남았는데 올해 끝낼 생각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서쪽 과다라마 산맥에 자리한 모랄사르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카를로스 소리아 할아버지가 집 뒤의 산자락을 찾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7일 전했다. 그는 올해 봄 네팔의 다울라기리(8167m), 가을 티베트의 시샤팡마(8027m)를 올라 세계 최고령 14좌 완등 기록에 도전한다. 물론 지난해 두 봉우리를 마칠 작정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덮쳐 미뤘는데 사실 그가 바라는 대로 도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일단 네팔 당국은 나라 생존에 필수적인 관광 및 등반 신청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빌라 출신으로 인테리어 업자로 일하다 은퇴한 그는 “숨쉬기가 힘들다. 해서 내가 (히말라야의) 높은 고도에 있었을 때를 생각나게 만든다”고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평생 산에 올랐다. 하지만 환갑을 앞두고 남들과 다른 삶을 남기려면 고봉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해 20년을 매달렸다. 환갑 전에 8000m 이상 봉우리를 하나 올랐고, 나머지 11개는 모두 환갑을 넘어서였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86m)를 올랐을 때는 62세였다. 한때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자였다. 칠순에는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올랐다. 그는 12좌를 올랐다는 자체보다 다른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심각한 동상 한 번 입지 않았고, 구조대를 부른 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봉우리 하나하나를 모두 온전히 내 두 발로만 오르고 내려왔다.” 두 봉우리에 올라가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에 스러진 비슷한 연배의 이들, 요양원 등에서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며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기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꽃을 조금 들고 가 정상에 추모의 뜻으로 남겨놓고 오겠다는 말도 덧붙였다.자택 뒤쪽의 방 하나를 개조해 운동기구를 들여놓고 몸을 만드는 데 열심이다. 벽은 작은 암장으로 꾸며 아이스픽 꽂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와 함께 등반했던 지리학자 시토 카르카빌라는 “세상의 어느 누구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면서 “카를로스는 은퇴했을 때 지루해하는 노인이 아니며 산을 등반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는 힘이 넘치는 베테랑 산악인이며 60년 동안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르른, 세상에 다시 없는 스포츠인”이라고 감탄했다. 그는 현재 등반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중이며 팬데믹 때문에 자신의 계획이 차질을 받지 않길 바라고 있다. 2년 전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지만 몸상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리에 약간 안정감을 잃었고, 힘도 딸리고, 정신적 날카로움도 과거만 못하다. 하지만 히말라야에 갔을 때 스스로 해낼 수 있는지 알아내려고 하는 노인네처럼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이 든 사람은 게임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많은 이들이 ‘그래, 벌써 칠십인 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뭐? 그 나이가 얼마나 좋은 나이인가!” 한편 지난달 16일 세계 2위봉 K2(8611m)을 네팔 셰르파 10명이 일제히 세계 최초로 겨울에 오르는 낭보를 전한 뒤로는 비보가 잇따르고 있다. 아이슬란드인 욘 스노리, 칠레인 후안 파블로 모어, 파키스탄인 무함마드 알리 사드파라 등 셋이 지난 5일부터 베이스캠프와 교신이 두절됐다. 무함마드의 아들인 사지드 사드파라는 산소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포기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셰르파 등반대와 같은 날 K2을 등반하던 스페인 산악인 세르히 밍고테는 정상을 밟지 못하고 베이스캠프로 하산하던 중 목숨을 잃었고, 지난 5일에도 불가리아 산악인 아타나스 스카토프가 해발 7400m에서 5500m 지점으로 추락해 세상을 등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30년만에 서울면적 ⅔ 얼음 소실…유럽 최대 빙하 비교 사진

    30년만에 서울면적 ⅔ 얼음 소실…유럽 최대 빙하 비교 사진

    한 아버지와 아들이 공개한 사진 몇 장이 기후변화가 30년간 아이슬란드 빙하에 미친 파괴적인 영향을 보여준다고 인디펜던트 등 영국 매체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던디대학의 키런 백스터 박사는 지난해 아이슬란드를 방문해 자신의 아버지이자 풍경 사진작가인 콜린 백스터가 31년 전인 1989년 휴가 중 가족과 함께 갔던 같은 곳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똑같이 재현했다.이후 이 사진을 부자가 나란히 놓고 비교해본 결과, 아이슬란드 남동부 바트나이외쿠틀 빙하가 얼마나 극적으로 후퇴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바트나이외쿠틀 빙하는 아이슬란드 면적 8%를 덮고 있는 유럽 최대 빙하다. 이에 대해 키런 백스터 박사는 “난 이 놀라운 곳을 방문하며 자랐기에 빙하의 영향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 지난 몇십 년간 빙하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한 모습을 보는 것은 개인적으로 참담한 일”이라면서 "이곳에서는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분명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의 강사로 유럽 전역의 빙하 후퇴에 관한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선도적인 전문가인 백스터 박사는 이전에 스위스 몽블랑에서도 주변 빙하 소실에 관한 전 지구적 온난화의 영향을 기록한 바 있다. 아이슬란드 기상청에 따르면, 바트나이외쿠틀 빙하는 지난 30년간 많은 양의 얼음이 소실됐는데 부피로는 150~200㎦, 면적으로는 400㎢ 이상이다. 이는 서울 면적(605㎢)의 3분의 2에 달하는 얼음이 소실됐다는 것이다. 테르미니로 알려진 빙하의 끝부분도 같은 기간 1㎞ 넘게 후퇴했다.백스터 박사의 부친이자 사진작가 콜린 백스터는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가족 휴가 사진을 다시 보내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난 놀라운 자연 경관에 완전히 경외심을 느꼈고 멀리서 본 빙하의 아름다움에 압도됐던 것을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30년 만에 빙하가 사라진 모습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로 압도적이고 매우 놀라운 일이다. 날 포함한 우리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우리 인간의 활동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엄청난 양의 얼음 소실에 관여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영국 리즈대 북극관측연구소 등 연구진이 유럽지구과학연맹(EGU)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빙권’(The Cryosphere)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지구에서 녹아 없어진 얼음의 면적은 영국 면적에 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또 1990년대 얼음 소실은 연간 8000t이었지만 2017년에는 1조3000억t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 세계 해수면은 3.5㎝나 상승해 연안 지역사회와 취약한 야생동물 서식지의 침수 위험이 커졌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토마스 슬레이터 박사는 “우리가 연구한 모든 지역에서 얼음이 소실됐지만 남극과 그린란드 빙하의 소실이 가장 빠르다. 이들 빙하는 현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예상한 최악의 기후 온난화 시나리오를 따르고 있다”면서 “해수면 상승은 이번 세기 연안 지역사회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콜린 백스터, 키런 백스터/던디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타인의 취향

    [유정훈의 간 맞추기] 타인의 취향

    주말에 지인들과 약속을 잡으면 외식을 하기보다 집에서 모이는 편이다. 식사를 준비하기 전에 못 먹거나 안 먹는 음식을 확인한다. 오이를 빼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소셜미디어에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당당하게 세를 얻는 세상이다. 해당 식재료만 빼면 되니 그리 어렵지도 않다. 다음으로 ‘비건’이 있었다. 채소 요리를 하면 된다고 단순히 생각하면 안 된다. 빵에 버터가 들어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멸치 육수도 안 된다. 우유를 대체하기 위해 요리에 쓸 달지 않은 두유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맛을 내기 위해 동물성 식재료 특히 버터에 얼마나 손쉽게 의존해 왔는지 반성했다. 언젠가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친구를 위해 식사를 준비했다. 제대로 차리고 싶었다. 먹는 것은 인생 최고의 즐거움인데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다 해서 맨날 밥에 고기 구워 김치랑 먹으라고 할 수는 없다. 빵과 면을 피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소스나 조미료 등의 원료로 밀가루가 사용되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요리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의 성분표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비건 식사 준비 이상으로 고난과 형극의 길이었다. 이런 제약 조건하에서 맛을 희생하지 않는 요리를 만드는 것은 그 자체가 만만찮은 도전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기술적 어려움의 극복이라기보다 타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스스로의 세계를 넓힌 경험으로 기억된다. 나는 한 번의 식사 대접을 위해 약간의 궁리를 했을 뿐이지만 그들에게는 하루 세 끼 일상이 도전이었을지 모른다. 남들보다 예민한 미각 때문이든, 개인의 선택 때문이든, 선천적 조건 때문이든, 누구도 먹기 싫은 혹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 말고도 순수한 취향 문제에 해당하는 음식 논쟁도 많다. 대부분 부질없는 일이다. 민트초코를 아무리 치약맛이라 얘기해도 유명 아이스크림 체인에서 공급 부족이 발생한 것은 민트초코 맛이다. 아이슬란드 대통령은 ‘파인애플 피자를 법으로 금지하고 싶다’는 얘기까지 했다지만, 시장조사 결과에 의하면 파인애플 피자에 대한 선호는 혐오만큼이나 굳건하다. 매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특정 음식의 옳고 그름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봐야 음식 취향이 다른 사람과 공존해야 하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특정 음식을 안 먹는 사람이 아니라 그 반대편 사람의 편협함이다. 일상의 식탁에서 접하는 ‘사소한 다름’을 불편하게 여긴다면 그보다 큰 다름을 극복할 수 있을까. 타인의 음식 취향을 까탈스럽다고 탓하거나, 먹다 보면 괜찮다는 식으로 억지로 먹이려 들면 곤란하다. 음식을 가리지 말고 먹어야 한다는 등의 오지랖도 사절이다. 어느 예능인의 말처럼 탕수육 ‘부먹·찍먹’(소스를 부어 먹느냐, 찍어 먹느냐)을 고민할 시간에 한 개라도 더 먹는 편이 유익하다. 직전 칼럼에는 주는 대로 맛있게 먹는 자에게 복이 있다더니 오늘은 왜 딴 얘기를 쓰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두 칼럼은 사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바로 타인에 대한 존중이다.
  • 남들 돕기만 하던 네팔 산악인 10명 겨울철 K2 첫 등정, 새 역사

    남들 돕기만 하던 네팔 산악인 10명 겨울철 K2 첫 등정, 새 역사

    네팔인으로 구성된 등반팀이 처음으로 겨울철 히말라야 K2(해발 고도 8611m) 등정에 성공했다. 세계 등반사를 새로 쓴 이들은 10명인데 8명의 이름은 니르말 님스 푸르자, 다와 텐지 셰르파, 밍마 G 다와 템바 셰르파, 펨 치리 셰르파, 밍마 데이비드 셰르파, 밍마 텐지 셰르파, 님스다이 푸르자, 겔제 셰르파이다. 님스다이 푸르자는 대원들이 16일 오후 5시(현지시간) 등정에 성공했다며 정상에서 촬영한 사진을 함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번 등반에 관여한 트레킹 업체 ‘세븐 서밋 트렉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해냈다”라며 “네팔 등반인들이 정상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네팔 등반대는 처음에 네 팀의 등반대에 속해 있었는데 10명이 네팔인의 이름으로 새 역사를 쓰기 위해 한 팀으로 뭉쳤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파키스탄 북부의 중국 국경 지대에 자리잡은 K2는 에베레스트(8848.86m)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야만의 산’(savage mountain)으로 불릴 정도로 등정 난도가 높은 봉우리로 꼽힌다. 이 별칭은 1953년 정상 등정에 실패한 미국 산악인 조지 벨이 남긴 말이었다. 산악인 사이에서는 에베레스트보다 더 등정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K2의 겨울철 등정을 처음 시도한 것은 1987~88시즌이었을 정도다. 14좌 겨울철 등정을 네팔인들이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번만큼은 네팔인들이 해내야 한다는 기대와 열망이 컸다. 2008년 8월에는 11명의 산악인이 K2 등정에 나섰다가 눈사태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특히 겨울철 K2는 ‘난공불락’이었다. 정상 부근의 풍속은 시속 200㎞ 이상까지 올라가고 기온은 영하 60도까지 내려가는 등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혹한 조건 때문에 K2는 8000m 이상 14개 고봉 가운데 유일하게 겨울철 등정이 이뤄지지 않은 산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네팔 등반대를 제외하고는 겨울철 K2 등정에서 7650m 이상 오른 사례도 없을 정도였다. 이번 네팔 셰르파 등반대도 지난 11일 정상 공략을 시도하려 했으나 눈폭풍 등 기상 악화로 인해 계획을 수정했다. 카트만두 포스트는 “당시 해발 6760m 지점에 있던 등반대의 캠프2가 강풍에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며 “텐트가 바람에 완전히 찢겨 나갔고 장비마저 분실됐다”고 보도했다. 에베레스트를 24차례나 등정해 세계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카미 리타는 AFP 통신에 “수십년 동안 네팔인들은 외국인들이 히말라야 정상에 닿는 일을 도왔지만 우리가 응당 받아야 할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뒤 “오늘 10명의 네팔인들이 K2에서 역사를 새로 쓰고 우리의 용기와 힘을 제대로 보여준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반겼다.이날 낭보와 함께 비극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다른 팀에 속해 있던 스페인 산악인 세르히 밍고테(49)가 등정을 포기하고 베이스캠프로 하산하다 이날 심각한 추락 사고를 겪어 숨졌다. 그는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8000m 이상 고봉 7개를 등정한 숙련된 등반가였다. 이번에도 K2를 오르며 산소통을 쓰지 않으려 해 엄청난 탈진을 경험했고 결국 등정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명복을 빈다. 현재 K2 등정을 시도하는 팀들은 파키스탄의 고산등반가 무하마드 알리 사드파라와 아들 사지드 사드파라, 아이슬란드 산악인 욘 스노리가 꾸린 3명의 작은 원정대, 네팔 셰르파 셋이 모인 작은 원정대, ‘세븐 서밋 트렉스’가 기획해 셰르파 21명과 외국인 등반가 24명이 뭉친 15개국 45명의 대규모 원정대가 있었다. 알렉스 가반(38·루마니아)과 타마라 룽거(34·이탈리아)가 대규모 원정대에 속해 정상 도전을 벼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영국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최소 33개국서 확인

    영국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최소 33개국서 확인

    전염성이 더욱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 곳곳에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공식 확인된 국가는 최소 33개국에 이른다. 영국을 비롯해 미국, 터키, 호주, 벨기에, 브라질, 캐나다, 칠레, 중국,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인도,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요르단, 레바논, 몰타, 네덜란드, 노르웨이, 파키스탄, 포르투갈, 싱가포르, 한국,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대만 등이다. 공식 확인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감염국은 더 늘어날 수 있다. NYT는 이날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베트남에서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NYT는 영국이 변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 12월8일로 발표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며 현재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6만여 명에 육박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영국발 입국을 금지·제한하는 국가는 40개국을 넘어섰다. 필리핀의 경우 영국뿐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된 총 20개 국가에서 입국하는 것을 금지했다. 변이 바이러스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상태다. 누적 확진자·사망자 세계 최대인 미국은 콜로라도주·캘리포니아주에 이어 지난달 31일 플로리다주 마틴카운티의 20대 남성이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추가로 확인됐다. 이들 중 대부분은 최근 여행 이력이 없어 사실상 미국 내에는 변이 바이러스가 이미 상당히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캐머런, 메이, 존슨… 4년 반의 브렉시트 협상 이끈 영국 총리들

    캐머런, 메이, 존슨… 4년 반의 브렉시트 협상 이끈 영국 총리들

    찬성 52% 대 반대 48%로 지난 2016년 6월 영국 국민투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다. 그리고 4년 6개월 만인 2021년 1월 1일 영국은 정말로 47년 동안의 동거를 끝내고 EU와 결별한다. 브렉시트 관련 협상 지휘대를 잡아야 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등 3명의 총리의 행보를 되짚으며 브렉시트 협상의 결정적 장면을 돌아봤다.●국민투표 붙였으나 ‘찬성’ 나오자 사퇴한 캐머런2010년 43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된 캐머런 전 총리는 브렉시트 투표를 강행한 장본인이지만,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국민투표 찬성 결정이 나오자 이에 책임을 지고 2016년 7월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캐머런 전 총리의 의중은 ‘브렉시트 반대 48%’에 서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대체 캐머런 전 총리는 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감행했을까. EU라는 커다란 경제권에 소속되어 얻는 수혜를 포기하는 결정을 국민들이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했지만 여전히 유로화는 수용하지 않고 파운드화를 유지하던 영국에선 사실상 독일이 주도하는 EU에 대한 반감이 있었지만, 막상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EU 경제권이어서 영국이 얻는 이득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2010년대 중반부터 서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이슬람 난민을 비롯한 이민자들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이 커지자, 이를 타개할 장치로 국민투표를 실시했던 것이다. 투표 전만 해도 EU 탈퇴, 즉 브렉시트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측은 적었다. 그러나 캐머런 전 총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영국 사회의 세대·지역·계층 간 불화가 투표에 투영되면서 브렉시트 찬성 결정이 나왔다.●‘소프트 브렉시트’ 추구하다 의회 외면당한 메이‘브렉시트 찬성 국민투표’라는 판정패를 당한 캐머런 내각이 사퇴한 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나온 여성 총리다. 메이 전 총리의 임무는 어떻게 브렉시트를 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메이 총리는 2017년 3월 29일 EU의 헌법격인 리스본 조약의 50조를 발동했다. EU 탈퇴에 관한 규정인 50조의 1항은 ‘모든 회원국은 자국의 헌법규정에 의거해 EU 탈퇴 결정이 가능하다’고, 3항은 ‘탈퇴협정 발표일 혹운 탈퇴 통보 뒤 2년 경과시점부터 리스본 조약 효력이 중단된다. 단, 회원국 만장일치 시 2년 연장이 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있다.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으로 영국과 EU의 ‘이혼’은 합의됐다. 그 다음 협상은 ‘이혼조건’을 결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관세, 무역, 노동이동, 여행 비자 면제 등 맞춰야 할 조건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영국과 EU의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영국과 EU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한, 절차적으로도 어려운 과정이었다. 더욱이 메이 전 총리는 영국의 EU 내 잔류를 원했던, 즉 브렉시트 반대파들이 지지했던 ‘소프트 브렉시트’에 힘을 실었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처럼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유럽경제구역의 일원으로서 EU 단일시장 접근 권한을 갖는 방식이 소프트 브렉시트이다. 결국 소프트 브렉시트 요소가 포함된 합의에 대한 영국 의회의 부결, 이후 영국과 EU의 협상 불발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브렉시트 실행은 늦춰졌다. 영국이 진짜 브렉시트를 원하기는 하는 것인지 EU 측의 비아냥도 나왔다. 그래도 ‘노 딜(합의 없는) 브렉시트’를 피하기 위해 메이 전 총리는 연거푸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며 협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리더십이 약화된 메이 전 총리는 사퇴했다.●원조 브렉시트 찬성파 존슨… 다음 과제는 ‘브렉시트에서 살아남기’메이 전 총리에 이어 지난해 7월 24일 취임해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게 된 보리스 존슨 총리는 외무장관 시절부터 브렉시트 찬성파로 2016년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진영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존슨 총리는 2019년 10월 말 브렉시트 단행 의지를 고수했고, 결국 북아일랜드를 실질적으로 EU 관세 및 단일시장 체계에 남겨두는 양보를 하며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말로 설정됐던 브렉시트는 올해 1월 31일로 연기됐다. 이 합의안 역시 하원에서 부결되자,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 카드를 빼들어 의회 구성을 보수당 과반으로 바꾼 뒤 법적 절차를 마무리짓고 지난 1월 31일 오후 11시를 기해 브렉시트를 단행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포스트 브렉시트 협상’이 남았다. EU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 ‘무규칙 상태’를 대체할 새로운 규칙이 필요했다. 이번에도 브렉시트 실시일을 2021년 1월 1일로 미리 확정해두고 그 때까지 양 측의 조건을 맞춰가는 협상이었다. 협상은 여러 차례 시한을 넘긴 끝에 24일 마무리됐다. 이번에도 마지막 쟁점이던 영국과 EU의 어업권 문제에서 존슨 총리가 통 큰 양보를 해 협상을 매듭 지었다. 이제 영국의 다음 과제는 ‘브렉시트 체제에서 살아남기’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코비 브라이언트 아내·장모 법정까지 간 ‘손주 돌봄비용’

    코비 브라이언트 아내·장모 법정까지 간 ‘손주 돌봄비용’

    아들·딸을 대신해 손주를 봐주는 조부모에겐 ‘월급’을 얼마나 줘야 할까. 미국 사회에서 가사와 돌봄노동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의 가치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미 프로농구(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가 지난 1월 딸과 함께 사고사한 후, 아내 바네사가 자녀 양육비를 놓고 친정 엄마인 소피아 레인과 법정 싸움을 시작한 게 알려지면서다. 19일(현지시간) BBC는 이 논쟁을 “지저분하고, 복잡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사”라고 하면서도 “개별 사안과 별개로 레인의 주장이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둘러싼 역사를 상세히 다뤘다. 레인은 “오랜 시간 보모 역할을 해 왔으며, 사위가 여생을 보살펴 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네사는 “그녀는 18년간 하루에 12시간씩 아이들을 돌봤다며 그 대가로 시간당 96달러를 달라고 한다. 실제로는 갓난아기 시절 잠깐 봐준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레인은 500만 달러와 집, 고급 SUV 차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 내 육아와 집안일을 일반적인 노동의 범주로 보고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반세기 이상 이어져 왔다. 미국과 영국 등에선 1970년대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주축이 돼 ‘국제 가사노동 임금 캠페인’을 전개했다. 당시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한 이들은 “일반적인 생산노동에서 여성이 배제돼 육아, 가사 같은 재생산노동에만 종사하며 남성의 우위가 생긴다”며 가사노동도 자본주의 임금 경제 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는 하루 동안 직장과 가사노동을 전면 거부하는 ‘여성총파업’을 진행했는데, 아이슬란드 여성 90%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매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이면 펼치는 여성 파업의 토대다. 50년이 흐른 현재,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가사노동 시간이 많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영국 싱크탱크인 해외개발연구소(ODI)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에 45분 더 일한다. 1년으로 치면 5.7주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상황으로 학교와 보육시설이 문을 닫고, 가족 내 고령층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을 돌보는 데 여성이 내몰리며 성별 격차는 더 커졌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지난 3월 발간한 ‘불평등보고서’에서 전 세계 여성 가사노동의 가치를 약 10조 9000억 달러(1경 1900조원)로 추산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매출 500대 기업’에서 애플, 아마존 등 상위 50개 기업의 총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NBA 전설’ 코비 아내·장모가 양육비 전쟁 벌이는 이유는

    ‘NBA 전설’ 코비 아내·장모가 양육비 전쟁 벌이는 이유는

    아들·딸을 대신해 손주를 봐주는 조부모에겐 ‘월급’을 얼마나 줘야 할까. 미국 사회에서 가사와 돌봄노동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의 가치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미 프로농구(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가 지난 1월 딸과 함께 사고사한 후, 아내 바네사가 자녀 양육비를 놓고 친정 엄마인 소피아 레인과 법정 싸움을 시작한 게 알려지면서다. 19일(현지시간) BBC는 이 논쟁을 “지저분하고, 복잡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사”라고 하면서도 “개별 사안과 별개로 레인의 주장이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둘러싼 역사를 상세히 다뤘다. 레인은 “오랜 시간 보모 역할을 해 왔으며, 사위가 여생을 보살펴 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네사는 “그녀는 18년간 하루에 12시간씩 아이들을 돌봤다며 그 대가로 시간당 96달러를 달라고 한다. 실제로는 갓난아기 시절 잠깐 봐준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레인은 500만 달러와 집, 고급 SUV 차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 내 육아와 집안일을 일반적인 노동의 범주로 보고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반세기 이상 이어져 왔다. 미국과 영국 등에선 1970년대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주축이 돼 ‘국제 가사노동 임금 캠페인’을 전개했다. 당시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한 이들은 “일반적인 생산노동에서 여성이 배제돼 육아, 가사 같은 재생산노동에만 종사하며 남성의 우위가 생긴다”며 가사노동도 자본주의 임금 경제 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1975년 아이슬란드에서는 하루 동안 직장과 가사노동을 전면 거부하는 ‘여성총파업’을 진행했는데, 아이슬란드 여성 90%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매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이면 펼치는 여성 파업의 토대다. 50년이 흐른 현재,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가사노동 시간이 많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영국 싱크탱크인 해외개발연구소(ODI)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에 45분 더 일한다. 1년으로 치면 5.7주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상황으로 학교와 보육시설이 문을 닫고, 가족 내 고령층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을 돌보는 데 여성이 내몰리며 성별 격차는 더 커졌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지난 3월 발간한 ‘불평등보고서’에서 전 세계 여성 가사노동의 가치를 약 10조 9000억 달러(1경 1900조원)로 추산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매출 500대 기업’에서 애플, 아마존 등 상위 50개 기업의 총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첫눈 오는날 셀카”…故 박지선과 약속 지킨 서강준

    “첫눈 오는날 셀카”…故 박지선과 약속 지킨 서강준

    배우 서강준이 고(故) 박지선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켰다. 서강준은 첫눈이 내렸던 13일 자신의 SNS에 셀카와 고양이 사진을 업로드했다. 서강준은 “wait”이라는 한마디와 함께 ‘약속’을 뜻하는 이모티콘을 남겼다. 서강준이 SNS 활동을 한 것은 지난 10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SNS 활동이 뜸한 그가 근황을 공개한 이유는 지난 10월 개최한 ‘틱톡 스테이지 커넥트 서강준-원 코지 나이트’의 진행자였던 박지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 당시 박지선은 “첫 눈 오는 날 꼭 SNS에 셀카를 남겨서 업로드 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서강준은 “첫눈 오는 날 꼭 셀카를 업로드 하겠다.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지선은 “강준씨가 약속을 잘 지킨다. 1년 전 한국 팬 미팅 때도 아이슬란드 가족이 사진 올려달라고 하니까 다음날 바로 올렸다. 나는 올렸나 안 올렸나 나중에 꼭 확인해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박지선은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지난달 2일 세상을 떠났다.한편 서강준은 지난 4월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 출연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글맛나는 집콕생활 명작의 비법을 콕콕

    글맛나는 집콕생활 명작의 비법을 콕콕

    세상엔 글 잘 쓰는 사람도 많고, 책도 수두룩하게 출간되는 듯 보인다. 소설은 어떻게 쓰는 건지, 책은 또 어떻게 출간하는지 궁금하지만 막막한 ‘지망생들’에게 구원이 될 만한 책 두 권이 새로 나왔다. ‘라이팅 픽션’(위즈덤하우스)과 ‘책 한 번 써봅시다’(한겨레출판)이다. 미국 작가 재닛 버로웨이가 쓴 ‘라이팅 픽션’은 미국에서 40년 동안 25만명이 넘는 독자들에게 읽힌 소설 작법서다. 미국 학교에서 글쓰기 교과서로도 많이 애용됐다. 책은 소설을 구상하고 책상에 앉는 지점부터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기술, 초고를 다듬는 과정까지 소설 쓰기의 전반을 다뤘다. 산문 문학으로서 소설이 지니는 보여 주기와 말해 주기, 인물을 만드는 방법, 시간·장소·분위기 등 소설적 배경을 정하는 법, 단편과 장편의 차이, 알레고리를 적용하는 법 등이 풍부하게 수록됐다. 젠더 문제나 페미니즘 시각, 제3세계 작품의 경향도 반영해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문지혁 작가는 ‘옮긴이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죽음은 우리 삶의 작가이며 동시에 우리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이지만, 그사이 누군가는 이야기가 되려는 욕망과 이야기를 만들려는 충동 속에서 살아간다. 바로 그 누군가일 당신에게, 이 책은 가늘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되어 줄 것이다.”‘라이팅 픽션’이 소설에 특화됐다면, ‘책 한 번 써봅시다’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무규칙 작법 에세이’다. 소설과 에세이, 논픽션과 칼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장강명 작가의 30가지 실전 기술을 담았다. 장 작가는 “아이슬란드에서는 책을 한 권 이상 출간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나 된다”는 사실을 인용하며,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고 설파한다. 장 작가 에세이의 특징은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안 한다는 데 있다. 가령 에세이에 관한 조언들, 인용 욕심과 감동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튀려고 할수록 글의 개성은 사라지며 구체적 단상을 추상적 사고로 발전시키라는 이야기는 사례를 더해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가 얘기하는 ‘비법’ 중 가장 솔깃한 부분은 성실성에 관한 언설이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건 없건, 몸 상태가 어떻든 간에 매일 꾸준하게, 직업인처럼 쓰려고 한다. 소설을 쓰는 시간과 청소를 하는 시간 등을 합쳐서 ‘근무시간’을 정해 놨는데, 그 시간을 매일 스톱워치로 재서 엑셀 파일에 기록한다. 1년에 220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이 목표다.”(269쪽) 작가는 지난해와 재작년 모두 목표를 달성했으며 올해도 차질은 없다고 말한다. 잊지 말자. 앉으면, 쓰게 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글쓰기가 막막한 당신에게 권하는 작법서 2권

    글쓰기가 막막한 당신에게 권하는 작법서 2권

    소설은 어떻게 쓰는지, 책은 어떻게 출간하는지 궁금하지만 막막한 ‘지망생들’이 많다. 여기 ‘글쓰기’라는 망망대해에서 당신을 구체적으로 구원할 책 두 권이 왔다. ‘라이팅 픽션’(위즈덤하우스)과 ‘책 한 번 써봅시다’(한겨레출판)이다. ●구체적인 소설 작법서 ‘라이팅 픽션’미국 작가 재닛 버로웨이가 쓴 ‘라이팅 픽션’(위즈덤하우스)은 미국에서 40년 동안 25만 명이 넘는 독자들에게 읽힌 소설 작법서다. 미국의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 교과서로도 많이 애용됐다. 책은 소설을 구상하고 책상에 앉는 지점부터 소설을 쓰는데 필요한 기술, 초고를 다듬는 과정까지 소설 쓰기의 전반을 다뤘다. ‘명사를 동사로 바꾸는’ 산문 문학으로서의 소설이 지니는 특징인 보여주기와 말해주기에 관하여, 인물을 만드는 방법, 시간·장소·분위기 등 소설적 배경을 정하는 법, 단편과 장편의 차이, 알레고리를 적용하는 법 등이 풍부하게 수록됐다. 젠더 문제나 페미니즘 시각, 제3세계 작품의 경향도 반영해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 책의 옮긴이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며 대학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문지혁 작가다. 그는 ‘옮긴이의 말’에 이렇게 적었다. “죽음은 우리 삶의 작가이며 동시에 우리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이지만, 그사이 누군가는 이야기가 되려는 욕망과 이야기를 만들려는 충동 속에서 살아간다. 바로 그 누군가일 당신에게, 이 책은 가늘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되어줄 것이다. ‘소설을 쓰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요?’ 이제 나에게는 새로운 대답이 하나 생겼다. ‘이 책을 읽으세요.’” ●무규칙 작법 에세이 ‘책 한 번 써봅시다’‘라이팅 픽션’이 소설에 특화됐다면, ‘책 한 번 써봅시다’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 ‘무규칙 작법 에세이’다. 소설과 에세이, 논픽션과 칼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장강명 작가가 30가지 실전 기술을 담았다. 장 작가 에세이의 특징은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안 한다는 데 있다. 작가는 “책에서 아이슬란드에서는 책을 한 권 이상 출간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10%나 된다”는 사실을 인용하며,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고 설파한다. 책을 읽다 보면 “글쓰기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막막한 분야”이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진입장벽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령 에세이에 관한 조언들, 인용 욕심과 감동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튀려고 할수록 글의 개성은 사라지며 구체적 단상을 추상적 사고로 발전시키라는 이야기는 사례를 더해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가 얘기하는 ‘비법’쯤 가장 솔깃한 부분은 뜻밖에도 성실성에 관한 언설이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건 없건, 몸 상태가 어떻건 간에 매일 꾸준하게, 직업인처럼 쓰려고 한다. 소설을 쓰는 시간과 청소를 하는 시간 등을 합쳐서 ‘근무시간’을 정해놨는데, 그 시간을 매일 스톱워치로 재서 엑셀 파일에 기록한다. 1년에 220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이 목표다.”(269쪽) 작가는 지난해와 재작년 모두 목표를 달성했으며 올해도 차질은 없다고 말한다. 잊지 말자. 앉으면, 쓰게 된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송현서의 각양각세(世)] 여행의 자유, ‘코로나 면역 여권’이 되찾아 줄까

    [송현서의 각양각세(世)] 여행의 자유, ‘코로나 면역 여권’이 되찾아 줄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 여행의 자유는 증발해 버렸다. 세계 각국이 국경을 단단히 걸어 잠그면서 이전과 같은 자유로운 여행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 돼 버렸다. 하지만 국경의 벽을 넘는 길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다. 헝가리는 지난 9월 ‘면역 여권’ 법안을 통과시켰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출구전략으로 등장한 면역 여권은 이미 코로나19에 한 번 감염됐거나 백신을 맞아 항체가 생성된 사람의 경우 재감염의 위험이 낮고 타인에게 전염시킬 우려도 적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등장한 정책이다. 헝가리는 지난 6개월 이내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돼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자료를 제출하면 입국을 허가할 예정이다. 아이슬란드 역시 다음주부터 유사한 정책을 시작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자국민에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법적 처벌을 하지 않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국 마운트사이나이병원 연구진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경증에서 중증도 수준으로 앓았다가 회복된 3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90% 이상은 감염 후 수개월 혹은 그 이상 동안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충분한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연구를 이끈 애니아 와인버그 박사는 “항체로 인한 면역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대한 과학적 증명은 충분하지 않지만, 면역 여권을 이용해 헝가리 등의 국가에 입국하는 사람이 재감염되거나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위험은 낮다”면서 “면역 여권은 사회활동을 재개하고 여행을 허용하는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면역 여권이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슬란드 보건청의 한 수석 역학자는 CNN과 한 인터뷰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와 여행 제한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된 사람들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기본적인 정의의 문제이며 타인을 전염시키지 않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는 의학적 상태일 경우 다수에게 위험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월 “코로나19에서 회복돼 항체가 있는 사람들이 재감염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증거는 없다”며 면역 여권 발급에 대해 거듭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미국 하버드대의 보건 전문가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성을 증명하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쓰는 것”이라며 “항체 생성을 위해 코로나19에 일부러 감염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면역으로 발생하는 사회 계층화 및 무료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항체 보유 여부가 또 다른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머지않아 면역 여권이 암시장에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예측도 나온다. 면역 여권으로 여행의 자유를 되찾거나 산업이 활기를 띤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잃는 것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득과 실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huimin0217@seoul.co.kr
  • 그린란드 빙상, 더 빨리 녹아내리는 이유 찾았다 (연구)

    그린란드 빙상, 더 빨리 녹아내리는 이유 찾았다 (연구)

    그린란드 중부 빙상의 융해가 맨틀과 핵의 경계에서 뜨거운 맨틀이 상승해 암석 하부까지 도달하는 현상인 ‘맨틀 플룸’의 지열 활동으로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호쿠대 연구진은 그린란드 하부에 있어 이른바 ‘그린란드 플룸’으로 불리는 맨틀 플룸의 범위와 분포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지표면 아래의 구조를 3D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그린란드 하부의 지각과 맨틀을 통과하는 지진파 경로를 측정했다. 이는 음파가 차갑고 딱딱하며 밀도 높은 물질에서 더 쉽고 빠르게 전달되지만 뜨거운 바위처럼 따뜻한 물질에서 더 느리게 전달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병원 CT 촬영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지진 측정은 이른바 ‘그린란드 빙상 감시망’으로 불리는 지진 기록소들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이를 통해 연구진은 그린란드 플룸이 맨틀과 핵의 경계에서 천이층(MTZ)까지 상승해 있다고 판단했다. 천이층은 맨틀의 중층에서 깊이 약 400~900㎞의 부분으로, 맨틀 내 지진과 속도는 이 층에서 급격히 증가한다. 상부 맨틀과 마찬가지로 주로 감람암으로 이뤄져 있는 화학 조성은 거의 변함이 없지만, 고압에서 밀도가 큰 결정 구조로 변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린란드가 속한 북대서양 지역에서는 지열 활동이 활발하다. 인근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령 얀마옌섬에도 각각 맨틀 플룸을 지닌 활화산이 존재한다. 북극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서도 지열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그런데 이번 연구로 그린란드 플룸은 아이슬란드와 안마옌섬 그리고 스발바르 제도의 지열 활동에도 영향을 주는 두 개의 플룸 지류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 주저자인 도요쿠니 겐티 교수는 “그린란드 플룸에 관한 지식은 이런 지역에서의 화산 활동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일 것”이라면서 “그린란드 빙상의 융혜에 따른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이라는 문제가 있는 쟁점을 해결하는데도 빛을 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저널: 고체 지구’(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olid Earth) 최신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80년 내 사라질 빙하 위 질주…아이슬란드서 이색 관광버스 등장

    80년 내 사라질 빙하 위 질주…아이슬란드서 이색 관광버스 등장

    아이슬란드에서 두 번째 큰 빙하로 8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이 큰 란기외쿠틀(랑요쿨) 빙하에서는 스노슈즈를 신고 걷는 것이 아니라 최고 시속 60㎞의 속도로 거대한 버스가 관광객을 태우고 질주한다고 AFP통신이 최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길이가 15m나 되는 이 붉은색 관광버스에는 정지 마찰력을 얻기 위한 거대한 타이어가 장착돼 있어 아이슬란드 서부지역에 있는 이 광대한 빙하의 가루눈 위를 순조롭게 달릴 수 있다.약 2500년 전 형성된 란기외쿠틀 빙하는 녹고 다시 얼기를 반복해 현재 가장 오래된 얼음은 약 500년 전 것이라고 빙하학자들은 추정한다. 긴 방하라는 뜻의 란기외쿠틀은 최대 높이 약 1450m, 면적 약 950㎢에 달한다. 한때 면적 약 16㎢에 달했지만 2014년 공식 소멸한 것으로 선언된 이외쿠틀 빙하도 란기외쿠틀 빙하의 일부분이었다.슬레이프니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관광버스는 850마력의 엔진에 지름 2m의 바퀴 8개를 탑재해 얼음 지형을 문제없이 주행할 수 있다. 슬레이프니르라는 이름도 바퀴가 8개나 달려 있다는 점에서 북유럽 신화 오딘이 타고 다니던 다리가 여덟 개인 말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슬란드로 입국할 때 코로나19 검사는 물론 5일간의 격리 조치를 지켜야 하지만, 이탈리아인 부부 1쌍을 비롯한 소수의 여행객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곳까지 와서 빙하 버스 여행에 참여했다. 1인당 1만 아이슬란드 크로나(약 9만3000원)를 냈다는 이탈리아 관광객 로셀라 그레코(30)는 “정말 감회가 새롭다. 이 정도 세월이 지난 빙하를 보니 내가 정말 지구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란기외쿠틀 빙하 기슭에서 오르는 길을 따라 1940년 이후 20년마다 얼음이 어디까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를 보면 이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이 빙하에서는 소빙하기 끝인 1890년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250㎞에 달하는 표면적의 얼음이 사라졌다. 20년째 빙하 관광을 안내하고 있는 가이드인 귄나르 구뷔드욘손은 “빙하의 고도가 곳곳에서 점점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산이나 누나탁(빙하로 둘러쌓인 언덕)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고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융해수로 형성돼 있던 빙하호의 보가 무너지면서 홍수가 발생했다. 이는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이런 현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아이슬란드 기상청(IMO)의 빙하학자 토르스테인 토르스테인손은 지적했다. 토르스테인손에 따르면, 란기외쿠틀 빙하의 존속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이런 경향이 지금까지와 같이, 또는 한층 지구 온난화 영향 아래 계속된다면 란기외쿠틀 빙하의 전체나 80~90%는 이번 세기말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사진=AF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케인 닮아가나…A매치 간 토트넘 멤버들 도우미로 빛나

    케인 닮아가나…A매치 간 토트넘 멤버들 도우미로 빛나

    이번 A매치(국가대표팀간) 기간에 유럽 네이션스리그와 월드컵 남미 예선, 친선 경기 등에 출전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선수들이 골보다 어시스트로 빛났다. 올시즌 EPL에서 득점(7골) 보다 어시스트(8개)가 많은 해리 케인(잉글랜드)을 닮아가는 모양새다.토트넘 구단은 19일 공식 트위터에 이번 A매치 기간에 소속 선수들이 기록한 어시스트를 정리한 게시물을 올리며 ‘팀워크’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르면 손흥민(한국), 지오바니 로 셀소(아르헨티나), 가레스 베일(웨일스)과 해리 윙크스(잉글랜드)가 각각 2개, 케인과 세르히오 레길론(스페인)이 각 1개를 기록했다. 손흥민의 경우, 지난 15일 새벽(이하 한국 시간)과 17일 밤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멕시코 전(2-3 패))와 카타르 전(2-0 승)에서 황의조(보르도)의 2경기 연속골을 거들었다. 유럽 네이션스리그 리그B에 조별리그에 출전한 베일은 16일 아일랜드 전(1-0 승)에서 선제 결승골, 19일 핀란드 전(3-1 승)에서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웨일스의 2연승을 이끌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남미 예선에 나선 로 셀소는 13일 파라과이전 (1-1 무)과 18일 페루전(2-0 승)에서 모두 팀의 선제골을 도왔다. 케인과 함께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유럽 네이션스리그 리그A 조별리그에 출전한 해리 윙크스는 13일 아일랜드(3-0 승)와의 친선전과 19일 아이슬란드(4-0 승)와의 네이션스리그에서 각각 1도움을 뽑아냈다. 케인도 빠지지 않았다. 16일 벨기에 전(0-2 패)에서 풀타임에 이어 아이슬란드 전에서 75분을 뛰었는데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 메이슨 마운트(첼시)의 두 번째 골이 나오기 직전 문전 혼전 과정에서 공이 케인의 발에 스치며 마운트에게 연결되며 어시스트를 챙겼다. 레길론은 지난 15일 스위스와의 유럽 네이션스리그 A그룹 조별리그 경기에서 후반 막판 게라르드 모레노(비야 레알)의 극적인 1-1 동점골을 어시스트 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자고 일어나니 1만명 확진…伊 마스크 벗고 입맞춤한 남녀 벌금

    자고 일어나니 1만명 확진…伊 마스크 벗고 입맞춤한 남녀 벌금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마스크를 벗고 입맞춤을 나눈 남녀가 벌금을 물게 됐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일 조르날레’(il Giornale)는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을 위반한 남녀에게 경찰이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밀라노 셈피오네 공원을 걷던 남녀가 가로등 불빛 아래서 마스크를 벗고 입맞춤을 나누다 경찰에 적발됐다. 두 사람은 “집에서 나와 식당으로 가던 중 길에서 입맞춤을 나눴다. 눈을 떠보니 경찰 4명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고 밝혔다. 동거 사실 입증 못해 벌금경찰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위반한 혐의로 이들에게 벌금 400유로(약 54만 원)를 부과했다. “근처에 아무도 없었으며, 동거 중”이라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공공장소 등 다수가 모이는 곳에서 사람 간 거리가 1m 미만일 경우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가족 등 동거인과는 1m 이내에 붙어 있더라도 마스크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 적발된 남녀는 동거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 각각 이탈리아와 폴란드 국적으로 주소지가 서로 다르게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놀란 여자가 울음을 터트린 사이, 남자가 2년 반 전 약혼해 함께 살고 있다며 증거 사진을 내밀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국 벌금 고지서를 들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탈리아 일일 신규 확진자 사상 첫 1만 명 돌파10월 초까지 일일 신규 확진자 2000명대를 유지하던 이탈리아는 중순부터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16일 신규 확진자 1만10명이 나온 데 이어, 17일에는 1만925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역학조사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추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부 고위 자문관인 월터 리치아르디는 16일(현지시간) ANS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보건당국이 더는 밀접 접촉자를 추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앞서 보건당국은 전체 확진자의 33%가량을 역학조사 불능으로 분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7일 전국적으로 옥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데 이어 14일에는 실내외 파티 개최 금지와 식당·주점 야간 영업 제한 등의 조처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의 방역 조처로는 바이러스 확산세를 막기 어렵다고 보고 추가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고 일어나면 최고치 경신, 유럽 코로나19 어쩌나이탈리아를 포함해 현재 유럽 전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17일 기준 유럽 전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82만6587명으로 집계됐다. 러시아가 136만93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스페인(93만6560명), 프랑스(83만4770명), 영국(68만9257명), 이탈리아(39만1611명)가 그 뒤를 이었다. 확산 속도만 놓고 보면 체코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최근 14일간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확진자는 체코가 770.5명, 벨기에 637.6명, 네덜란드 485.5명, 영국 333.3명, 아이슬란드 313.7명 순이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우주로 간 치킨 너겟…88만개 쌓아 올린 높이까지 도달 (영상)

    우주로 간 치킨 너겟…88만개 쌓아 올린 높이까지 도달 (영상)

    치킨 너겟이 우주로 갔다. 1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영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아이슬란드’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치킨 너겟을 우주로 보냈다고 전했다. 아이슬란드 측은 이날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우주로 간 최초의 치킨 너겟’ 작전 전말을 공개했다. 노스웨일스주 디사이드 본사 인근의 한 농장에서 하늘로 오른 치킨 너겟은 약 2시간의 비행 끝에 3만3528m 상공까지 도달했다. 똑같은 치킨 너겟 88만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것과 같은 높이다.아이슬란드 관계자는 영하 60도 추위에도 치킨 너겟이 별 문제 없이 성층권에 안착했다고 밝혔다. 우주로 간 치킨 너겟은 1만9000m 상공에서 낙하산을 전개, 322kph 속도로 낙하해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치킨 너겟은 성층권 탐사 전문가로 구성된 특별팀이 수소로 채운 기상 관측 기구를 이용해 성층권까지 운반했다. 특별 고안한 치킨 너겟 맞춤형 발사체에는 항공전자기기와 위성추적장치, 영상 촬영용 통합 카메라 지원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이번 프로젝트는 아이슬란드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아이슬란드 창립 50주년을 기념할 특별한 방법을 찾다가 인기 제품 중 하나인 치킨 너겟을 우주로 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 것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 만큼 우리 제품이 훌륭하다는 걸 보여주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어딨겠느냐”고 덧붙였다. 해당 치킨 너겟은 아이슬란드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가장 인기 있는 품목으로, 지난주에만 1000만 개 넘게 팔려나갔다. 그에 힘입어 아이슬란드도 전년 대비 20.1% 성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아이슬란드 측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고객의 쇼핑 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냉동식품이 이렇게 인기를 끈 적이 없었다”면서 치킨 너겟 등 인기 냉동식품을 적극 활용해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안녕? 자연] “얼음으로 덮인 아이슬란드 화산, 10년 만에 또 분화 조짐”

    [안녕? 자연] “얼음으로 덮인 아이슬란드 화산, 10년 만에 또 분화 조짐”

    두꺼운 얼음으로 표면이 덮여있는 아이슬란드의 화산이 또 다시 폭발 조짐을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그림스뵈튼 화산은 아이슬란드 최대 빙하 바트나이외쿠틀에 위치한 해발 1725m의 화산으로, 폭발 시 빙하를 녹여 주변에 홍수를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빙저 화산이다. 2011년 5월, 100년 만에 최대 폭발을 일으켰으며, 지진을 동발한 폭발이 시작된 뒤 인근 국가들의 항공편 900여 편이 취소되고 한화로 약 1조 6400억 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화산의 배관과 마찬가지인 마그마가 부풀어 오르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진활동을 감지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영국 잉글랜드 랭커스터대학의 화산 전문가인 데이브 맥가비에는 학술연구 비영리 독립법인인 더 컨버세이션과 한 인터뷰에서 “화산 내 열 활동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지진 활동도 증가했다”면서 “모든 징후는 분화가 임박했다는 것을 가리키며, 몇 시간 동안 지진이 지속된다면 얼마 후 폭발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로·교통규칙·항만시설의 국제적 통일을 위한 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데이터 상 그림스뵈튼 화산이 불안한 수준이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항공산업이 화산폭발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그림스뵈튼 화산이 대략 100년에 한 번씩 거대한 분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맥가비에 박사는 “약 10년에 한 번씩 작은 폭발도 이어져 왔다”면서 “2011년 분화가 100년에 한 번 꼴인 큰 폭발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분화는 그보다 작은 규모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조건부 낙태 허용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

    조건부 낙태 허용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임신중단(낙태)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중기에 해당하는 15주∼24주 이내에는 성범죄로 인한 임신이나 임신부 건강의 위험 등 합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맞춰 낙태죄는 그대로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요건의 조항을 다듬은 것이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4월 낙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269조(자기낙태죄)와 형법 270조(동의낙태죄)에 대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임신 14주까지 안전한 낙태 수술 가능 정부는 이번에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면서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정하고, 이를 다시 14주·24주로 나눠서 기준을 마련했다. 헌재 결정을 반영해 임신 14주까지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적 요건 없이도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헌재는 “임신 14주까지는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해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이라며 이 기간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신 15∼24주 이내는 조건부로 허용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신부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나 성범죄에 따른 임신, 근친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한다. 입법예고안은 여기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새롭게 추가했다. 임신부가 자녀를 출산해 양육할 형편이 안 될 경우,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관련 상담을 받고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치면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입증한 것으로 간주한다. 대다수 국가가 ‘조건부 낙태 허용’ 채택 일각에선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임신주수 구분 없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것보다 훨씬 후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건부 허용으로 24주가 지나 낙태한 여성은 여전히 처벌받기 때문이다.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대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도 “정부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했다”며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보다 먼저 낙태를 합법화한 국가들도 대부분 일정 기간 내에서만 낙태가 가능한 ‘조건부 허용’을 택했다. 일례로 미국은 임신 후 3개월까지만 낙태가 가능하다. 3개월 후에는 한국처럼 제한 조건을 뒀다. 영국은 의사 2명이 동의할 때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한다. 이후에는 산모의 건강과 심각한 수준의 기형 등 예외적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를 인정한다. 최근까지 낙태가 엄격히 금지됐던 아일랜드는 2018년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임신중절 법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아이슬란드는 임신 16주, 스웨덴은 18주, 네덜란드는 22주까지만 낙태가 가능하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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