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냉전체제 붕괴 이후 수년 동안 지속적인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에서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가 최근 교육,사회복지정책 등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하면 올해 대선에서 각 후보자들간 쟁점이 되고있는 의제 중 하나가 바로 교육문제이다. 그러나 미국인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온 것이다.
흔히 미국 교육 하면 아이비리그의 세계 초일류 대학을 떠올리게 되지만 미국 교육의 강점은 엘리트 대학 교육보다는 미국인 전체의 교육 수준 향상을지향하면서 오랫동안 미국 대학 교육의 중추역할을 해온 Community College(2년제 초급대학.이하 CC)에 있다.CC는 미국 전역에 1,100여개가 있으며,매년1,000만명에 이르는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사실상 오늘날 미국 사회를 떠받치는 몸통과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1862년 ‘Land Grand Act’법안을 제정,농업·기계 등 실용기술에초점을 둔 대학 창설 기반을 마련했으며 1901년 하퍼 시카고대학 총장이 최초의 CC인 Joliet JuniorCollege를 창설했다.초기의 CC는 고교 졸업자에게대학 수업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나 1930년대에는 경제공황으로 급증한 실업자들에게 재고용 기회를 주기 위한 기술 강좌도CC 내에 신설되었다.이후 1940년대 트루먼 행정부는 2차대전 참전 후 귀국한 용사들을 위해 학비를 대폭 감축한 공립CC 창설을 요청하는 보고서를 채택해 CC가 미국 전역에 확장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공립CC는 60·70년대 미국 정부의 꾸준한 지원으로 2.5배나 급증했으나 사립은 재정난으로 감소했다.CC는 80·90년대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98년현재 1,132개가 등록돼 있으며,95∼96년간 학생수는 929만9,052명에 이른다.
CC에 다니는 학생수는 미국 전체 대학생(학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처럼 CC에 많은 학생이 등록하는 이유는 4년제 대학의 절반도 안되는저렴한 학비와 다양한 기능,지역 내 근거리 위치 등 때문이다.
CC에서 이수한 학점은 4년제 대학에서 인정됨으로써 학비가 저렴한 CC에서2년 동안 학점을 취득한 후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할 수 있다.따라서 많은 일류대 지망생들도 일단 CC를 거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또 CC는 단순히 4년제대학으로 편입을 위한 과정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다.지방 기업체들과 협력하여 직장인,실업자들에게 전문기술을가르치는 단·장기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이민자 영어교육,평생교육을 위한 강좌도 개설하고 있다.
미국 CC의 기본목표는 고등학교 이상 졸업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가능한한 많은 사람에게 대학 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CC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공부하고 또한 학생들이 편리한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TV·전화·인터넷 등을 이용한 교육방식도 도입하고 있다.또 4년제 대학,고등학교,기업체 등과 협력을 강화해 변화하는 교육 수요에 적극 부응하는 노력을계속하고 있다.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정책은 4년제 대학에 집중되어 있다.우리나라에도 미국의 CC와 유사한 전문대학이 있으나,공립보다는 사립이 대다수여서 학비도 싼 편이 아니고 일반인이나 직장인의 수요에 적절한프로그램을제공하지 못하고 있다.제한된 교육 예산을 감안할 때 단시일 내에 미국 CC와 같이 대규모 재정 지원을 실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우선 도별로 1개의 공립 초급대학을 시범적으로 설립해 미국 CC제도의 장점을 도입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우리나라도 엘리트 위주 대학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전국민,각 지방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대학 교육 범위를 확대시키는 정책을 추구해야 할 때이다.
손훈 서울시 국제관계자문대사 前 駐시애틀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