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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뛰놀 시간 부족한 아이들… 친구 맺고 싶은 마음 재치 있게 담아[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동화 심사평]

    뛰놀 시간 부족한 아이들… 친구 맺고 싶은 마음 재치 있게 담아[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동화 심사평]

    동화를 쓴다는 것은 단지 어린이 인물을 화자 삼아 어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 아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계와 새롭게 마주치는 경험을 얻을 때 작품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면 먼저 작가의 마음이 작품에 담겨야 한다. 올해 본심에서 논의된 응모작은 총 5편이었다. ‘어쩌다 보니’는 획일화된 반복 학습으로 마치 인공지능 로봇처럼 자라는 오늘날 어린이의 모습을 서늘하게 비춘다. 다만 어린이 독자보다는 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이 더 도드라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나의 할머니, AI할매’는 어린이와 사물 사이의 유대감을 유머러스하게 그려 냈으나, 할머니의 형상이 다소간 전형성 안에 머물렀다. ‘나는 너의 미지수X’는 수학·과학에 빠진 어린이가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재밌게 풀어냈다. 하지만 정작 상대방을 사랑하는 이유가 서사적으로 충분히 드러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앵, 탁!’은 모기 잡는 어린이의 일상을 유쾌하게 형상화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야기와 세계의 규모를 조금 더 확장한다면 더 좋은 작품을 쓰리라 기대한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윤호 구하기 대작전’은 친구를 맺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을 재치 있게 그려 냈다. 특히 두 인물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천천히 우정이 샘솟는 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점이 돋보였다. 마음껏 뛰놀 시간이 부족한 오늘날 어린이들을 동화의 형식을 통해 구해 내고 싶은 작가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전하며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한다.
  • “성폭행 당할까 두려웠다”…하마스 인질 여성의 고백 [월드피플+]

    “성폭행 당할까 두려웠다”…하마스 인질 여성의 고백 [월드피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혀 있다가 54일 만에 풀려난 프랑스계 이스라엘 여성 미아 심(21)이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폭로했다. 심은 최근 이스라엘 채널13 TV와의 인터뷰에서 "성폭행 당할까 두려웠다. 이것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며 인질로 잡혀있을 때의 상황을 털어놨다. 문신 예술가인 심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당시 노바 음악축제 현장에 참가했다가 납치됐다. 이에대해 그는 "당시 도망치려 했지만 내 차가 총격을 받고 불이 붙었다"면서 "그 자리에서 불에 타 죽을지 아니면 항복할지 결정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픽업트럭에 실려 가자지구에 끌려갔으며 3일 동안 방에 갇혔다. 그리고 다시 그는 하마스 대원의 집으로 끌려가 방에 갇혀 감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심은 "성폭행당할까봐 두렵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겁이나 잠을 거의 못잤다"면서 "집에 하마스 대원의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어느정도 안심이 됐다"고 밝혔다.또한 그는 "포로 생활의 마지막 날 다른 인질 6~7명과 함께 갇혀있었으며 하루에 빵 한조각을 받았다"면서 "당시 나는 곧 석방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있어 남아있는 인질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심은 납치 9일 뒤 하마스가 공개한 인질 영상에 처음 등장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공개된 영상에서 그는 "하마스가 3시간에 걸쳐 수술을 해주고 치료해줬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내주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다행히 그는 지난해 11월 30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포로 교환 협상에 따라 석방됐다. 이후 그는 자신의 팔에 새긴 '우리는 다시 춤을 출 거야. 7.10.23′이라고 적힌 문신 사진과 함께 '작은 빛이 커다란 어둠을 몰아내길 바란다. 납치된 모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남겼다.
  • 누구에겐 빠르고, 다른 이에겐 느리게 가는 시간의 비밀

    누구에겐 빠르고, 다른 이에겐 느리게 가는 시간의 비밀

    2024년 한 해가 밝았다. 아이들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 어른이 됐으면’하는 마음을 갖지만, 어른들은 반대로 ‘한 일도 없이 한 해가 지났네’라면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아쉬워한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중세 교부철학을 정립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이란 무엇인가? 아무도 나에게 묻지 않을 때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설명하려면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알 듯 말 듯 아리송한 시간에 관한 과학책들이 최근 잇따라 출간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시간의 과학자’라고 하면 가장 떠오르는 사람은 2018년 타계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다. 호킹이 1988년 내놓은 ‘시간의 역사’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부 이상이 판매됐을 정도로 과학 교양서의 이정표를 세운 책이다. ‘시간의 역사’에서 시작된 호킹의 이론은 호킹의 제자인 토마스 헤르토흐 벨기에 루벵 가톨릭대 교수가 쓴 ‘시간의 기원’(알에이치코리아)으로 일단락된다. 호킹은 빅뱅과 시간에 관해 연구하던 중 ‘다중우주’라는 문제에 맞닥뜨렸다. 이에 그는 양자물리학을 바탕으로 법칙이 우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법칙을 위해 존재한다는 ‘하향식 우주론’을 펼쳤다. 우주와 시간에 대한 호킹의 독특한 상상력과 함께 어려운 현대 물리학 이론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시간 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미래의창)은 시간을 멈출 수 있을까, 시간은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시간은 무엇일까, 타임머신을 만들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뭘까 등 시간에 대해 우리가 궁금했던 점을 깊이 파고 든다. 과학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라는 구분은 환상에 불과하고,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도 과거의 흔적일 뿐이다.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고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는 것은 있는 것이겠느냐는 같은 생각할수록 골치 아프지만 흥미진진한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시간은 어쩌면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 낸 허상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살아 보니, 시간’(생각의힘)은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명현 박사, 이정모 펭귄 각종과학관장, 김상욱 경희대 교수가 시간에 관해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사람들은 과학에서는 시간을 정확히 정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과학자들은 시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세 사람은 우리가 흔히 쓰는 과거-현재-미래는 환상이라고 주장하며,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것은 ‘기억’ 때문이며 변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나’라고 강조하며 시간을 과학적으로 이리저리 해부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이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과거-미래에 연연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모순된 행동”이며 “아픔, 상처, 아쉬움, 머뭇거림 등을 떨쳐내고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점이다.
  • “청년 일자리 초토화시킨 사람을 국회의원 뽑아준다고?”...前경제수석의 일침

    “청년 일자리 초토화시킨 사람을 국회의원 뽑아준다고?”...前경제수석의 일침

    “생업으로 돈을 벌어 세금을 내본 적이 없는 사람, 세상에 ‘공짜’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 이런저런 법으로 청년 일자리를 초토화시킨 사람,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입법을 한 사람에겐 4월 총선에서 절대로 표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박병원(72)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잃어버린 시대’를 우려하는 상황에 내몰린 가장 큰 이유로 ‘나쁜 정치’를 들었다. 진보·보수 정부에서 경제정책 수립의 중책을 담당했고 우리금융 회장, 은행연합회 회장,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민간부문 수장으로도 오랜 관록을 지닌 그는 당대의 경제 지략가로 통한다. 서울신문은 한국경제의 심박동을 끌어올릴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박 이사장과 편집국장 신년 대담을 가졌다.서울 종로구의 사무실 한 켠에 야생화 사진으로 만든 2024년 달력이 걸려 있었다. 지난 여름 보름 남짓 일정으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로 트레킹을 다녀왔다는 그는 “백두대간에는 알프스처럼 케이블카, 등반열차를 설치할 수도 없고 (대피소가 아닌) 제대로 된 산장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국립공원이 불필요하게 많은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공원으로 지정해 달라고 국가에 요청한 결과입니다. 그래야 도로 등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국립공원이 되면 규제에 묶여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지자체들이 국립공원 지정을 풀어달라고 해야 할 상황입니다.” ●규제 때문에 내수로 흐를 돈 놓쳐 -(김태균 편집국장)자연스럽게 규제 이야기로 시작하게 됐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규제 혁신이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제대로 된 적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박 이사장)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금지하는 법이 왜 나왔나. 택시업계가 반대하니까 국회가 앞장서서 입법을 했다. 공인중개사 표를 얻으려고 국회의원들이 ‘직방(부동산 중개서비스)금지법’도 발의했다. 택시기사를 위하고 공인중개사를 위한다는 것인데, 정작 국민 전체를 위하는 의원은 없다. 문재인 정부 때 반도체산업육성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하다가 질질 끌었는데 여당 의원 중 한 명이 ‘삼성전자에 이익이 될 테니 못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 논리면 우리는 구멍가게밖에 할 수 없다. 정권과 정치권이 경제 논리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돈 버는 게 죄가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경제가 잘 되겠는가. 지금도 국회는 끊임없이 규제법안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의 덫에 갇혀 있다.” -4월에 총선이 치러진다.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현역(의원) 출마자들이 재임 중 어떤 나쁜 법안을 만들었고, 어떤 낭비성 예산을 통과시키는 데 참여했는지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에 들어갈 돈이 6조~7조원이라고 한다. 예비타당성 면제 특별법을 만든 의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새만금과 무안·양양·울진·가덕도 공항에 헛된 돈을 쓰고, 저출산으로 소멸할 위기에 처한 나라를 만들어놓은 정치인의 잘못도 따져야 한다. 나랏돈을 잘 썼으면 인구 위기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국회도 문제지만 정부 정책이 국가경쟁력을 잠식했다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한답시고 교육, 의료, 교통, 통신비를 최대한 억눌러 소비 지출을 최소화함으로써 국민들이 돈을 쓸 여유를 만들어주겠다 했다. 서비스업을 일자리 원천으로 생각하지 않고, 싼값에만 공급하려고 했다. 애초 가능한 일인가.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공)교육을 만들어놓고 더 좋은 교육은 학원, 해외로 가라고 해놓은 격이니 교육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의료 산업도 마찬가지다. 있는 사람들은 병을 고치러 해외로 나간다. 말도 안 되는 규제 때문에 내수로 흐를 돈을 얼마나 놓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국민은 돈을 쓸 각오가 돼 있는데 국가는 그럴 생각이 없다. 정부마다 새로 출범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통신비 인하, 카드 수수료 삭감이다. 도무지 돈을 벌 수 있게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모두에게 고만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건데 이게 과연 국민이 원하는 걸까. 이래 서야 우리 서비스 산업이 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역대 정부가 예외 없이 서비스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싼값에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거짓말이다. 국민 누구도 ‘남보다 더 나은 교육’, ‘남보다 더 나은 의료’ 서비스는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교육, 의료에서 유출되는 막대한 외화를 우리 대학, 우리 병원으로 돌릴 수 있다면 등록금과 보험 수가를 덜 올리고도 교육의 질을 높이고 병원 적자를 줄일 수 있다.”대한민국은 ‘정치의 덫’에 갇혔다‘타다·직방 금지법’ 기득권 표심용‘예타 면제법’도 수십조 예산 낭비위기 내몬 정치인 왜 책임 안 지나싼값에 고급 서비스? 미션 임파서블!누구도 만족 못 할 공교육·공공의료그러니 사교육이나 해외로 눈 돌려제조업처럼 외국시장과 경쟁해야인구감소 흐름 ‘뉴 노멀’ 되어선 안 돼태어난 아이도 대학 전액 지원 등파괴적 출산 대책 나랏돈 쏟아야청년고용 안정 위한 노동 개혁도●산업 개방 안 하면 목숨 걸고 안 뛰어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서비스업을 제조업처럼 하면 세계 최고로 만들 수 있다. 제조업은 걸음마 단계부터 수출을 했다. 그러다 1970년대 중반 시장을 개방했다. 그러자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여태껏 시장을 개방해서 해당 분야의 산업이 몰락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개방을 안 한 산업만 성장을 못 했다. 대표적인 게 의료, 교육, 통신, 교통 같은 서비스업이다. 개방을 안 하니까 목숨 걸고 뛰지 않는다. 전부 규제산업이기도 하다. 규제를 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기존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원과 보호를 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은 이런 함정에 빠져 있다.” -규제 혁파나 서비스 산업 경쟁력 제고를 외치고는 있는데도 현실에서는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비싼 땅값·노동시장 경직, 투자하겠나 “투자가 안 이뤄지면 우리 경제는 한 걸음도 못 나간다. 연구개발(R&D)이나 인적 자원 모두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는 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일자리는 기업에 의해 생긴다. 물론 투자는 이익 발생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우리의 치명적인 결함은 땅값은 너무 비싸고 노동시장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도 주는 세제 혜택을 안 주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야 어떤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겠는가. 가뜩이나 투자하기에 별 볼 일 없는 나라인데 정부의 투자 유치 노력은 더 미약해졌다. 투자가 늘어나야 좋은 일자리도 늘어나는데 그게 안 되니 ‘편의점 알바’ 자리밖에 안 생긴다. 2002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각각 동북아와 중동의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를 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정부부처의 뿌리 깊은 규제 신봉과 행정 일선의 낡은 관행도 문제 아닌가. “총리실 규제개혁 자문위원을 1년째 하고 있는데 답답한 게 많다. 일선 공무원들이 책임지기 싫으니까 안 움직이려고 한다. 국회까지 가지 않고 조례나 시행령만 고쳐도 되는 일들도 안하는 경우가 많다. 의대 정원 증원만 해도 국회에 안 가도 되는 사안이다. 의사협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증원에 반대하면서도 ‘의사 수가 늘어나면 국민 의료비용 증가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비슷한 논리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와 관련해 대한민국 경제의 ‘암적인 요소’가 토지 공급 부족이라는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서울의 경우 박원순 전 시장 때 재개발 재건축을 금지시킨 게 치명적이었다. 토지 공급 루트는 재개발·재건축 밖에 없는데 그때 완전히 끊겼다. 인재(人災)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도 토지 공급이 끊어진 데서 비롯됐다. 지금 풀고는 있지만 효과는 4~5년 후에 나타난다. 땅값이 비싸니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 어렵다. LG필립스가 20년 전 파주 2000만평 부지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수도권 인구 집중, 군사시설,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인허가를 도저히 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안 해 주면 중국 간다고 하는데 어떡하나’라고 주변을 설득해 결단을 내렸다.” -농사를 안 지을 사람은 농지를 못 사게 해놓은 현행법도 손볼 때 된 것 아닌가. “한국 농지가 미국 농지보다 30배는 비싸다. 누가 농사 짓겠다고 그 큰돈을 내겠는가. 규제 풀어주면 난개발이 이뤄진다는 건 웃기는 소리다. 규제를 없앤다고 해서 설악산, 관악산 꼭대기에 공장을 짓겠나, 만경평야 한복판에 집을 짓겠나. 규제를 풀어도 투자와 개발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금은 규제를 풀어주어도 정작 수요가 없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구 위기 때문에 ‘소멸’이 화두로 떠올랐다. “인구가 감소하는 경제를 운영하는 것은 인구가 증가하는 경제를 운영하는 것보다 100배 이상 힘들다. 일부에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뉴’도 ‘노멀’도 아닌 극히 비정상적 상황이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수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인구대책이 경제정책의 제1조가 돼야 한다. 인구 감소는 무조건 반전시켜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 낭비되는 재원을 탈탈 털어 출산 장려에 써야 한다. ”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380조원을 썼다고 한다. 지방정부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우선 380조원을 썼다는 얘기부터 짚어봐야 한다. 덩치 큰 청년임대주택 예산처럼 이것저것 가져다 억지로 짜맞춘 수치다. 가공의 숫자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인구 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예산을 ‘하나의 주머니’에 담는 것이다. 부처별로 실시하고 있는 것들 다 집어치우고 한데로 끌어모아야 한다. 돈은 뭉쳐야 힘이 있다. 위원회 같은 형태가 아니라 보건복지부든 기획재정부든 어느 한 부처에서 확실하게 틀어쥐고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출산하는 아이들은 물론 이미 태어난 아이들도 대학 학비를 다 지원한다는 식으로 해야 한다. 국가·지방재정 따질 것 없이 끌어모아 파괴적인 출산 장려책을 펴야 한다.” ●국가 발전 위해 엘리트 이민 허용해야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우선은 외국에서 우수한 노동력과 두뇌를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할 텐데. “마지못해 ‘이민을 허용한다’는 식의 미지근한 자세로는 안 된다. 육체노동 수요 중심의 발상도 깨뜨려야 한다. 국가발전을 위해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해야 한다. 그걸 못 하면 수렁에서 빠져나갈 길은 없다.” -우리 청년들이 아이 낳을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출발점은 역시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아닐까. “노동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미 취직한 사람한테 이로운 일은 그 어떤 것도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에겐 불리한 일이 된다. 대표적인 게 정년 연장이다. 정년은 해고 제한의 반사적 거울이고, 호봉제의 폐해다. 해고가 자유롭거나 연봉제 같은 탄력적 임금체계가 확립되면 정년이 필요 없다. 정년은 회사가 계속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다. 신입사원 3명분의 임금을 가져가는 사람들 때문에 청년들이 희생당하는 제도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유연성 제고라지만, 해고를 쉽게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당장은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양대 노총 눈치를 보는 정치권 때문에 그들의 기득권을 완화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에 ‘기득권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노동자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테면 신입사원들에 대해서만큼은 연봉제와 성과급, 직무급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임금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호봉제는 젊은 시절에는 저임금, 나이 들어서는 고임금을 받는 구조다. 평생직장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제도다. 모든 노동자가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데, 왜 그들이 다른 조건으로 취업하는 것을 가로막나.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대표들도 다 교체해야 한다. 실제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를 주고받는 사용자·노동자들이 대표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 박병원 이사장은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1975년 행정고시 17회로 입직한 뒤 재정경제원 예산총괄과장과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 요직을 역임했다. 재경부 1차관을 끝으로 30여년 공직생활을 접은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기도 했지만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명박 정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은행연합회 회장, 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과 서비스산업 발전 태스크포스(TF)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2월 사단법인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제2의 윤미향’을 막자는 취지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대기업의 후원금, 지원을 받는 법인, 비영리기관이 수만 곳인데 제대로 평가하는 기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 발달장애 뮤지션 ‘천상의 선율’

    발달장애 뮤지션 ‘천상의 선율’

    지난달 29일 발달장애 소아·청소년 음악 경연 ‘기적의 오디션’이 열린 서울 서초구 어린이병원 강당. 자폐 청년 바이올리니스트 김준희(26)씨가 묵직한 바이올린 선율로 가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연주했다. 심사위원들은 “정말 바람이 부는 것 같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김씨는 대상을 수상했다. 절대음감을 타고난 김씨는 아홉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자폐성 발달장애 2급 진단을 받았다. 어린이병원 레인보우 예술센터 김명신 실장은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준희는 바이올린을 친구 삼아 지내 온 청년”이라며 “특별한 능력을 보유한 서번트증후군 아이들은 음악교육과 사회성 치료를 통해 준희처럼 음악가로 자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에게는 전문 연예기획사에서 훈련받을 기회가 주어졌다. 기적의 오디션은 서울시 어린이병원이 지난해 4월 발달장애 뮤지션의 사회 연계와 참여를 돕기 위해 마련한 경연이다. 현악·관악·타악·보컬 등에 재능을 가진 실력파 발달장애 뮤지션 12팀이 참여했다. 음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안선우(19)씨는 평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지만 첼로를 잡으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쌍둥이 형제 임선균·임제균(27)씨는 트럼펫과 플루트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수 김재중씨는 “순수함에서 나오는 감동은 그 누구의 연주보다 크다”며 “경연을 펼칠 실력에 오르기까지 함께한 음악치료사와 가족들의 노고에도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레인보우 예술센터는 국내 최초 발달장애 엔터테인먼트인 레인보우브리지(RB) 프로젝트를 통해 발달장애 뮤지션의 사회 참여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지적 수준이 낮지만 재능이 번뜩이는 서번트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그야말로 원석”이라며 “이 아이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초점을 두고 치료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 “스케이트·범퍼카·썰매 신나요”… 구로 안양천은 ‘겨울 낭만 천국’

    “스케이트·범퍼카·썰매 신나요”… 구로 안양천은 ‘겨울 낭만 천국’

    “탁 트인 안양천변에서 아이와 함께 스케이트를 타러 나왔어요.” 서울 구로구가 올해 처음 마련한 ‘안양천 어린이 스케이트장’에는 지난달 26일 평일 오후에도 스케이트를 타러 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최강 한파가 잠시 누그러진 틈을 타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아이들은 스케이트화를 신고 빙판을 지쳤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다가가 “새 스케이트장이 괜찮은 것 같냐”고 묻자 한 인근 주민은 “집 앞 가까운 거리에 겨울철 즐길거리가 있어서 좋다”고 답했다. 오금교 인근 안양천 둔치에 위치한 어린이스케이트장에는 아이스링크 뿐만 아니라 유아들이 즐길 수 있는 범퍼카와 썰매장도 있다. 평일 오전엔 초심자들을 위한 스케이트 강습도 열릴 예정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1일 “개장 첫 주말부터 하루에 600여 명이 방문해 겨울철 낭만을 즐겼다”며 “무엇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로구는 지난 6년간 겨울마다 운영해온 눈썰매장을 스케이트장으로 새 단장했다. 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겨울 스포츠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따뜻한 간식거리를 파는 매점부터 휴게실, 의무실 등 부대시설도 갖췄다. 문 구청장은 이날 개장식에서 “자칫 운동량이 급감할 수 있는 추운 겨울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 스포츠인 스케이트가 주민들의 여가 활동에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장식엔 이인영·윤건영 국회의원, 이규혁 전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등 내빈 50여명이 참석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꿈나무 피겨스케이팅 선수팀의 축하공연을 관람했다. 지난달 22일 문을 연 스케이트장은 오는 2월 11일까지 운영된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월요일엔 휴장이다. 스케이트장 입장료는 무료이고 장비 대여료 2000원를 내면 한 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 규제 혁파 막는 건 ‘나쁜 정치’…대기업이 돈 벌면 죄 되는 나라, 이런 법 만든 이들 또 뽑겠나

    규제 혁파 막는 건 ‘나쁜 정치’…대기업이 돈 벌면 죄 되는 나라, 이런 법 만든 이들 또 뽑겠나

    “생업으로 돈을 벌어 세금을 내본 적이 없는 사람, 세상에 ‘공짜’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 이런저런 법으로 청년 일자리를 초토화시킨 사람,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입법을 한 사람에겐 4월 총선에서 절대로 표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박병원(72)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잃어버린 시대’를 우려하는 상황에 내몰린 가장 큰 이유로 ‘나쁜 정치’를 들었다. 진보·보수 정부에서 경제정책 수립의 중책을 담당했고 우리금융 회장, 은행연합회 회장, 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민간부문 수장으로도 오랜 관록을 지닌 그는 당대의 경제 지략가로 통한다. 서울신문은 한국경제의 심박동을 끌어올릴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박 이사장과 편집국장 신년 대담을 가졌다.서울 종로구의 사무실 한 켠에 야생화 사진으로 만든 2024년 달력이 걸려 있었다. 지난 여름 보름 남짓 일정으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로 트레킹을 다녀왔다는 그는 “백두대간에는 알프스처럼 케이블카, 등반열차를 설치할 수도 없고 (대피소가 아닌) 제대로 된 산장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국립공원이 불필요하게 많은 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공원으로 지정해 달라고 국가에 요청한 결과입니다. 그래야 도로 등을 해결해 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국립공원이 되면 규제에 묶여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지자체들이 국립공원 지정을 풀어달라고 해야 할 상황입니다.” ●규제 때문에 내수로 흐를 돈 놓쳐 -(김태균 편집국장)자연스럽게 규제 이야기로 시작하게 됐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규제 혁신이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제대로 된 적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박 이사장)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금지하는 법이 왜 나왔나. 택시업계가 반대하니까 국회가 앞장서서 입법을 했다. 공인중개사 표를 얻으려고 국회의원들이 ‘직방(부동산 중개서비스)금지법’도 발의했다. 택시기사를 위하고 공인중개사를 위한다는 것인데, 정작 국민 전체를 위하는 의원은 없다. 문재인 정부 때 반도체산업육성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하다가 질질 끌었는데 여당 의원 중 한 명이 ‘삼성전자에 이익이 될 테니 못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 논리면 우리는 구멍가게밖에 할 수 없다. 정권과 정치권이 경제 논리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돈 버는 게 죄가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경제가 잘 되겠는가. 지금도 국회는 끊임없이 규제법안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치의 덫에 갇혀 있다.” -4월에 총선이 치러진다.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현역(의원) 출마자들이 재임 중 어떤 나쁜 법안을 만들었고, 어떤 낭비성 예산을 통과시키는 데 참여했는지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에 들어갈 돈이 6조~7조원이라고 한다. 예비타당성 면제 특별법을 만든 의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새만금과 무안·양양·울진·가덕도 공항에 헛된 돈을 쓰고, 저출산으로 소멸할 위기에 처한 나라를 만들어놓은 정치인의 잘못도 따져야 한다. 나랏돈을 잘 썼으면 인구 위기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국회도 문제지만 정부 정책이 국가경쟁력을 잠식했다는 비판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한답시고 교육, 의료, 교통, 통신비를 최대한 억눌러 소비 지출을 최소화함으로써 국민들이 돈을 쓸 여유를 만들어주겠다 했다. 서비스업을 일자리 원천으로 생각하지 않고, 싼값에만 공급하려고 했다. 애초 가능한 일인가.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공)교육을 만들어놓고 더 좋은 교육은 학원, 해외로 가라고 해놓은 격이니 교육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의료 산업도 마찬가지다. 있는 사람들은 병을 고치러 해외로 나간다. 말도 안 되는 규제 때문에 내수로 흐를 돈을 얼마나 놓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국민은 돈을 쓸 각오가 돼 있는데 국가는 그럴 생각이 없다. 정부마다 새로 출범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통신비 인하, 카드 수수료 삭감이다. 도무지 돈을 벌 수 있게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모두에게 고만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건데 이게 과연 국민이 원하는 걸까. 이래 서야 우리 서비스 산업이 바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역대 정부가 예외 없이 서비스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았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싼값에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거짓말이다. 국민 누구도 ‘남보다 더 나은 교육’, ‘남보다 더 나은 의료’ 서비스는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교육, 의료에서 유출되는 막대한 외화를 우리 대학, 우리 병원으로 돌릴 수 있다면 등록금과 보험 수가를 덜 올리고도 교육의 질을 높이고 병원 적자를 줄일 수 있다.”대한민국은 ‘정치의 덫’에 갇혔다‘타다·직방 금지법’ 기득권 표심용‘예타 면제법’도 수십조 예산 낭비위기 내몬 정치인 왜 책임 안 지나싼값에 고급 서비스? 미션 임파서블!누구도 만족 못 할 공교육·공공의료그러니 사교육이나 해외로 눈 돌려제조업처럼 외국시장과 경쟁해야인구감소 흐름 ‘뉴 노멀’ 되어선 안 돼태어난 아이도 대학 전액 지원 등파괴적 출산 대책 나랏돈 쏟아야청년고용 안정 위한 노동 개혁도●산업 개방 안 하면 목숨 걸고 안 뛰어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서비스업을 제조업처럼 하면 세계 최고로 만들 수 있다. 제조업은 걸음마 단계부터 수출을 했다. 그러다 1970년대 중반 시장을 개방했다. 그러자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여태껏 시장을 개방해서 해당 분야의 산업이 몰락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개방을 안 한 산업만 성장을 못 했다. 대표적인 게 의료, 교육, 통신, 교통 같은 서비스업이다. 개방을 안 하니까 목숨 걸고 뛰지 않는다. 전부 규제산업이기도 하다. 규제를 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기존 시장 참여자들에게 지원과 보호를 해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은 이런 함정에 빠져 있다.” -규제 혁파나 서비스 산업 경쟁력 제고를 외치고는 있는데도 현실에서는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비싼 땅값·노동시장 경직, 투자하겠나 “투자가 안 이뤄지면 우리 경제는 한 걸음도 못 나간다. 연구개발(R&D)이나 인적 자원 모두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는 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일자리는 기업에 의해 생긴다. 물론 투자는 이익 발생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우리의 치명적인 결함은 땅값은 너무 비싸고 노동시장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도 주는 세제 혜택을 안 주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야 어떤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겠는가. 가뜩이나 투자하기에 별 볼 일 없는 나라인데 정부의 투자 유치 노력은 더 미약해졌다. 투자가 늘어나야 좋은 일자리도 늘어나는데 그게 안 되니 ‘편의점 알바’ 자리밖에 안 생긴다. 2002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각각 동북아와 중동의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의 성적표를 보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정부부처의 뿌리 깊은 규제 신봉과 행정 일선의 낡은 관행도 문제 아닌가. “총리실 규제개혁 자문위원을 1년째 하고 있는데 답답한 게 많다. 일선 공무원들이 책임지기 싫으니까 안 움직이려고 한다. 국회까지 가지 않고 조례나 시행령만 고쳐도 되는 일들도 안하는 경우가 많다. 의대 정원 증원만 해도 국회에 안 가도 되는 사안이다. 의사협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증원에 반대하면서도 ‘의사 수가 늘어나면 국민 의료비용 증가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비슷한 논리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와 관련해 대한민국 경제의 ‘암적인 요소’가 토지 공급 부족이라는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서울의 경우 박원순 전 시장 때 재개발 재건축을 금지시킨 게 치명적이었다. 토지 공급 루트는 재개발·재건축 밖에 없는데 그때 완전히 끊겼다. 인재(人災)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도 토지 공급이 끊어진 데서 비롯됐다. 지금 풀고는 있지만 효과는 4~5년 후에 나타난다. 땅값이 비싸니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 어렵다. LG필립스가 20년 전 파주 2000만평 부지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수도권 인구 집중, 군사시설,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인허가를 도저히 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안 해 주면 중국 간다고 하는데 어떡하나’라고 주변을 설득해 결단을 내렸다.” -농사를 안 지을 사람은 농지를 못 사게 해놓은 현행법도 손볼 때 된 것 아닌가. “한국 농지가 미국 농지보다 30배는 비싸다. 누가 농사 짓겠다고 그 큰돈을 내겠는가. 규제 풀어주면 난개발이 이뤄진다는 건 웃기는 소리다. 규제를 없앤다고 해서 설악산, 관악산 꼭대기에 공장을 짓겠나, 만경평야 한복판에 집을 짓겠나. 규제를 풀어도 투자와 개발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금은 규제를 풀어주어도 정작 수요가 없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구 위기 때문에 ‘소멸’이 화두로 떠올랐다. “인구가 감소하는 경제를 운영하는 것은 인구가 증가하는 경제를 운영하는 것보다 100배 이상 힘들다. 일부에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뉴’도 ‘노멀’도 아닌 극히 비정상적 상황이다. 인구가 감소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수요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인구대책이 경제정책의 제1조가 돼야 한다. 인구 감소는 무조건 반전시켜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 낭비되는 재원을 탈탈 털어 출산 장려에 써야 한다. ”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380조원을 썼다고 한다. 지방정부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우선 380조원을 썼다는 얘기부터 짚어봐야 한다. 덩치 큰 청년임대주택 예산처럼 이것저것 가져다 억지로 짜맞춘 수치다. 가공의 숫자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인구 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예산을 ‘하나의 주머니’에 담는 것이다. 부처별로 실시하고 있는 것들 다 집어치우고 한데로 끌어모아야 한다. 돈은 뭉쳐야 힘이 있다. 위원회 같은 형태가 아니라 보건복지부든 기획재정부든 어느 한 부처에서 확실하게 틀어쥐고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 출산하는 아이들은 물론 이미 태어난 아이들도 대학 학비를 다 지원한다는 식으로 해야 한다. 국가·지방재정 따질 것 없이 끌어모아 파괴적인 출산 장려책을 펴야 한다.” ●국가 발전 위해 엘리트 이민 허용해야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우선은 외국에서 우수한 노동력과 두뇌를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할 텐데. “마지못해 ‘이민을 허용한다’는 식의 미지근한 자세로는 안 된다. 육체노동 수요 중심의 발상도 깨뜨려야 한다. 국가발전을 위해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해야 한다. 그걸 못 하면 수렁에서 빠져나갈 길은 없다.” -우리 청년들이 아이 낳을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출발점은 역시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아닐까. “노동개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미 취직한 사람한테 이로운 일은 그 어떤 것도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에겐 불리한 일이 된다. 대표적인 게 정년 연장이다. 정년은 해고 제한의 반사적 거울이고, 호봉제의 폐해다. 해고가 자유롭거나 연봉제 같은 탄력적 임금체계가 확립되면 정년이 필요 없다. 정년은 회사가 계속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호하는 제도다. 신입사원 3명분의 임금을 가져가는 사람들 때문에 청년들이 희생당하는 제도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유연성 제고라지만, 해고를 쉽게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당장은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양대 노총 눈치를 보는 정치권 때문에 그들의 기득권을 완화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에 ‘기득권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노동자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테면 신입사원들에 대해서만큼은 연봉제와 성과급, 직무급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임금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호봉제는 젊은 시절에는 저임금, 나이 들어서는 고임금을 받는 구조다. 평생직장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제도다. 모든 노동자가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데, 왜 그들이 다른 조건으로 취업하는 것을 가로막나. 최저임금위원회의 노사 대표들도 다 교체해야 한다. 실제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를 주고받는 사용자·노동자들이 대표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 박병원 이사장은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은 1975년 행정고시 17회로 입직한 뒤 재정경제원 예산총괄과장과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등 요직을 역임했다. 재경부 1차관을 끝으로 30여년 공직생활을 접은 뒤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기도 했지만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명박 정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은행연합회 회장, 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금융규제혁신회의 의장과 서비스산업 발전 태스크포스(TF)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2월 사단법인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그는 “‘제2의 윤미향’을 막자는 취지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대기업의 후원금, 지원을 받는 법인, 비영리기관이 수만 곳인데 제대로 평가하는 기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 “나라 걱정 많아졌지만 새 희망 찾을 것”

    문재인 전 대통령 “나라 걱정 많아졌지만 새 희망 찾을 것”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년 인사를 남겼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수고하셨다. 어려워진 경제, 높은 물가, 팍팍해진 삶을 잘 견뎌주셨다”고 인사하며 “나라 걱정이 많아졌고, 슬픈 일도 많았다. 하지만 겨울 지나 새봄이 오듯, 우리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것”이라고 소망했다. 또한 “지난해 고마웠다. 많은 분이 평산책방을 찾아주셨다”면서 “덕분에 평산마을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고 마을 안 식당, 카페, 농산물 직판 등 마을경제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어 양산지역 79곳의 작은 도서관에 책 50권씩을 기증하는 등 평산책방의 공익사업 성과를 소개하며 “새해에도 평산책방은 힘이 닿는 한 책을 통한 공익사업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끝으로 “푸른 용의 해 나라의 기운과 국민의 행복이 용솟음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면서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덕담했다.
  • [전문]尹 대통령 2024년 신년사

    [전문]尹 대통령 2024년 신년사

    윤석열 대통령은 갑진년 새해 첫날인 1일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된 신년사에서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다.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정책을 추진하겠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또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하 전문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푸른 용의 해,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4년 새해, 국민 여러분께서는 어떤 소망을 품고 첫 아침을 맞으셨습니까? 바라시는 소망은 다 다르겠지만, 작년보다 나은 새해를 꿈꾸는 마음은 모두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와 정부도 다르지 않습니다. 새해에 우리 국민 모두의 삶이 더 나아지고,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뛸 것입니다. 돌아보면, 지난해는 무척 힘들고 어려운 1년이었습니다. 나라 안팎의 경제 환경이 어려웠고, 지정학적 갈등도 계속됐습니다.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가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를 늦추면서, 민생의 어려움도 컸습니다. 국민 여러분,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민생 현장에서 국민 여러분을 뵙고, 고충을 직접 보고 들을 때마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민생을 보살피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늘 부족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는 더욱 힘을 내주셨습니다. 지난 한 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높은 물가와 경기 퇴조의 ‘스테그플레이션’을 겪었습니다. 특히, 특정 국가 의존도가 심했던 나라, 에너지 전환 정책에 실패한 나라, 그리고 디지털 심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나라들의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글로벌 복합위기 가운데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민과 기업인 여러분의 피땀 어린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정부를 믿고 함께 뛰어주신 국민 여러분, 그리고 기업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기만의 이념 기반한 이권 카르텔 타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우리 정부는 민생을 국정의 중심에 두고 모든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건전재정 기조를 원칙으로 삼아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한편, 물가를 잡고 국가신인도를 유지해왔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정치와 이념이 아니라 경제 원리에 맞게 작동되도록 시장을 왜곡시키는 규제를 철폐해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켰습니다. 특히,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여 국민 부담을 줄였습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 전략 기술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법인세를 인하하여 기업의 고용과 투자 여력을 높였습니다. 15개의 국가 첨단 산업 단지와 7개의 첨단 전략 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킬러 규제도 혁파하며 산업을 육성하고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새해 2024년은 대한민국 재도약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교역이 회복되면서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이 나아지고 수출 개선이 경기회복과 성장을 주도할 것입니다. 물가도 지금보다 더욱 안정될 것입니다. 경제 회복의 온기가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금융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힘을 모아 지원할 것입니다. 부동산 PF, 가계부채와 같이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리스크는 지난 한 해 동안 잘 관리해왔고, 앞으로도 철저히 관리해나갈 것입니다. 새해에는 국민들께서 새집을 찾아 도시 외곽으로 나가지 않도록 도시 내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습니다. 특히, 재개발, 재건축 사업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사업속도를 높이고,1인 내지 2인 가구에 맞는 소형 주택 공급도 확대하겠습니다. 경제 활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킬러규제를 지속적으로 혁파하고, 첨단 산업에 대한 촘촘한 지원을 통해 기업이 창의와 혁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경제 외교, 세일즈 외교는 바로 우리 국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자리 외교입니다. 취임 후 지금까지 96개국 정상들과 151차례의 회담을 갖고, 우리 기업과 국민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운동장을 넓혀 왔습니다. 새해에도 일자리 외교에 온 힘을 쏟겠습니다. 지난해, 녹록지 않은 대외 여건 속에서도 민간의 활력을 바탕으로 시장경제 원칙과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한 결과 통계 작성 이래 역대 가장 높은 고용률과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였습니다. 핵심 취업 연령대인 20대 후반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 1월에서 11월까지 평균 72.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우리의 노력과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경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OECD 35개국 가운데 2위라는 성적표를 내놓았습니다. 올해를 경제적 성과와 경기회복의 온기가 국민 여러분의 삶에 구석구석 전해지는 민생 회복의 한 해로 만들겠습니다. 정부는 출범한 이후 일관되게 이권 카르텔, 정부 보조금 부정 사용, 특정 산업의 독과점 폐해 등 부정과 불법을 혁파해 왔습니다. 올해도 국민의 자유를 확대하고 후생을 증진함과 아울러,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할 것입니다. 부패한 패거리 카르텔과 싸우지 않고는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 정부의 개혁 노력을 지켜봐 주시고,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모든 국정 중심은 국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잠재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특히, 저출산으로 잠재 역량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구조개혁을 통해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야만 민생도 살아나고,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구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합니다. 먼저, 노동개혁을 통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겠습니다. 노동개혁의 출발은 노사법치입니다. 법을 지키는 노동운동은 확실하게 보장하되, 불법행위는 노사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급속히 변화하는 산업수요에 대응하려면,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합니다. 유연한 노동시장은 기업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냅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은 더 풍부한 취업 기회와 더 좋은 처우를 누릴 수 있습니다.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 내용과 성과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변화시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습니다. 유연근무,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노사 간 합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람이 곧 미래이고, 경쟁력입니다. 교육개혁은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세대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고 제공하겠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하여 부모님의 양육과 사교육 부담을 덜어드리고, 아이들은 재미있고 다채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누리게 하겠습니다. 교권을 바로 세워 교육 현장을 정상화하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학교폭력의 처리는 교사가 아닌 별도의 전문가가 맡도록 할 것입니다. 혁신을 추구하는 대학에는 과감한 재정 지원을 함으로써 글로벌 인재를 길러낼 것입니다.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연금개혁은 그동안 어느 정부도 손대지 않고 방치해 왔습니다. 저는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연금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국민께 약속드렸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철저한 과학적 수리 분석과 여론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정리하여 작년 10월 말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이제 국민적 합의 도출과 국회의 선택과 결정만 남아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국회의 공론화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출산, 지금과는 다른 차원 접근 필요”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구조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저출산 문제의 해결입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내야 합니다. 훌륭한 교육정책, 돌봄정책, 복지정책, 주거정책, 고용정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20여 년 이상의 경험으로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의 중요한 국정 목표인 지방균형발전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는 출범 이후, 우리 외교의 중심축인 한미동맹을 완전히 복원하여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으로 확장시켰습니다. 방치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고, 한일 셔틀외교를 12년 만에 재개했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인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미 워싱턴 선언에 따라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핵 기반의 한미 군사동맹을 새롭게 구축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상대의 선의에 의존하는 굴종적 평화가 아닌, 힘에 의한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확고히 구축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튼튼한 안보로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걱정 없는 일상을 뒷받침하겠습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더욱 강력히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낼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입니다. 우리 군을 인공지능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첨단 과학 기술에 기반을 둔 과학 기술 강군으로 탈바꿈시킬 것입니다. 아울러,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사이버 환경을 조성해 나가면서 북한을 포함한 다양한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국가 주요 기관과 민간 핵심 시설을 빈틈없이 보호하겠습니다. 이처럼 튼튼한 안보의 기반 위에 글로벌 경제안보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함과 아울러, 핵심산업과 민생에 직결된 광물, 소재, 부품의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력을 확실하게 갖추겠습니다.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연평균 150억 달러 이상의 방산 수출 성과를 달성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방위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 수출 대상국과 품목을 다변화하고 2027년까지 대한민국을 방산 수출 4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습니다. 최근 미국의 권위 있는 정치 논평 매체는 지난 2년간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큼 국제적 역할과 위상을 드높인 나라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동북아시아의 핵심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인태 지역을 넘어 대서양까지, 안보, 경제, 문화에 걸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새해를 맞으며, 대통령 취임사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쉴 틈 없이 뛰어왔지만,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습니다. 새해, 더욱 새로운 각오로 온 힘을 다해 뛰겠습니다. 무엇보다 민생 현장 속으로 들어가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민생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입니다.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가 될 것입니다. 우리 미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언젠가 누군가 해야 한다면, 바로 지금 제가 하겠습니다. 새해에는 국민 여러분 모두 원하시는 바를 성취하시고, 저와 정부도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두 다리 잃은 英 9세 소년 최연소 수훈

    두 다리 잃은 英 9세 소년 최연소 수훈

    부모 학대로 두 다리를 잃은 9세 소년이 영국 최연소 수훈자에 선정됐다. BBC, 텔레그래프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국 남동부 켄트 웨스트몰링에 사는 토니 허젤은 30일(현지시간) 발표된 찰스 3세 국왕의 새해 서훈 명단에 포함됐다. 허젤은 20대 친부모의 학대로 생후 6주에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들다 결국 무릎 아래 두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2018년 아동 학대로 10년형을 선고받았던 그의 부모 중 친모는 지난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2016년 생후 17개월 때 새 가정에 입양된 허젤은 이후 양부모의 도움으로 다른 아이들을 돕는 데 나서 지난 3년간 아동 학대 처벌 강화 운동을 펼쳤다. 의족과 목발을 이용해 10㎞를 걷거나 등산하며 195만 파운드(약 32억원)를 모았다. 다른 아이들을 도우면서 신체적 도전도 즐길 수 있었다는 허젤은 “훈장을 받게 돼서 신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훈 명단에는 세계적 음악 축제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설립자 마이클 이비스와 약 20년 전 커밀라 왕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베스트셀러 작가 질리 쿠퍼 등이 함께 올랐다. 대관식 예식을 집전한 캔터베리 대주교는 국왕이 개인적으로 선정하는 수훈 대상자가 됐다.
  • [단독] 핏줄은 아니지만 우리도 가족입니다[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단독] 핏줄은 아니지만 우리도 가족입니다[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여기,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가족이 있다. 때리고, 버리고, 방치한 친부모 곁을 떠난 아이들을 품는 또 다른 부모. 그리고 이들 품에 안긴 아이들. 세상에 무방비로 내쳐졌지만 ‘가족’이 무엇인지 ‘부모’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런 가족을 지원하는 ‘가정위탁’제도는 지난해 2236명이나 되는 ‘투명아동’(출생미신고 영유아)이 드러난 이후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아는 이는 여전히 많지 않다. 서울신문은 새해에는 세상에 홀로 내던져지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면서 위탁가정 이야기를 다룬 ‘잠시만 부모가 되어 주세요’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위탁부모 17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와 함께 24명의 위탁부모를 직접 만나 들은 이야기와 제도적 한계를 전하고 대안을 제시한다.2021년 4월, 언니 가연(당시 17개월·가명)이와 동생 수연(7개월·가명)이가 구조된 곳은 퀴퀴한 악취, 벌레가 들끓던 ‘쓰레기 집’이었다. 봄 날씨에도 가연이는 보풀이 다 일어난 남아용 겨울 내복을 입고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수연이는 시커먼 때로 온몸이 덮여 있었다. 경북에 사는 안난영(55)씨는 가정위탁을 결심한 뒤 3년 전 이 자매를 처음 만났다. ‘가정위탁’은 사정상 친부모가 양육하지 못하는 아이를 대신 맡아 일정 기간 길러 주는 제도다. 나이 탓에 끝까지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질까 봐 안씨 부부는 입양 대신 이 제도를 택했다. ‘위탁부모’는 우리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들과 똑같은 부모다. 아니 오히려 상처 많고 보살핌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를 돌봐야 해서 더 힘들 때가 많은 부모다. 가연이만 해도 발견 당시 예방접종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얼굴엔 상처가 가득했다. “가연아, 우리 씻고 옷 갈아입을까?” 다정하게 말을 걸어도 멍하게 쳐다볼 뿐 아이는 답도 하지 못했다. 부모의 학대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긴 가연이는 하기 싫은 제안이 들어오면 무엇이 무서운지 한동안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 수연이는 “엄마” 정도를 할 수 있는 비슷한 개월 수 아이와 달리 옹알이도 하지 못했다. 이유식을 끓여 먹여 봤지만 넘기지도 못했다. 분유 외엔 뭔가를 먹어 본 적이 없는 듯했다. 꼬박 하루 걸려 간신히 한 숟가락을 먹일 수 있었다.위탁부모는 오랜 시간 이런 아이들의 상처를 함께 견딘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른의 보살핌 속에서 조금씩 회복하고 자라난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26일 찾은 안씨의 집.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김 더 먹고 싶어요. 더 주세요.” “그럼, 우리 애기들 많이 먹어.” 자매는 이제 “엄마”라는 말을 자연스레 한다. 수연이는 아침밥에는 관심도 없고 언니에게 장난치기 바쁜 딱 어린아이 그 모습이다. 아이들의 위탁아빠인 김수창(61)씨가 쌀밥이 소복이 쌓인 숟가락을 연신 수연이 입에 넣어 준다. “그나마 남편이 오랜만에 집에 있어서 한숨 돌리네.” 안씨가 미소를 띠며 두 아이의 유치원 가방을 쌌다. 어느덧 다섯 살, 네 살이 된 아이들은 지난 3년간 많이 컸다. 이날 오후 안씨는 자주 넘어지는 가연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방치 기간이 길었던 가연이는 어릴 적 서는 법을 늦게 배워 지금도 척추와 다리가 좋지 않다. 석 달 전부터 도수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검사 비용만 11만 2000원. 위탁아동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 비용을 지원받지만, 일부 비급여 항목은 위탁부모 부담이다. 지방자치단체 주머니 사정에 따라 지원도 매번 다르다. 위탁부모는 법적으로 아이의 ‘보호자’가 아닌 ‘동거인’이라 제약도 많다. ‘부모’지만 병원 진단서를 볼 수 없고 서류를 뗄 때마다 ‘위탁부모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서류로는 남이지만 그들은 가족이다. 안씨는 말한다. “친부모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당연히 제가 죽을 때까지 돌봐야죠.” 네 가족이 저녁을 먹은 이후엔 집 근처 놀이터로 향했다. 두 아이가 그네에 앉자 부부가 그네를 밀었다. 아이들이 더 세게 밀어 달라고 졸라댔다. 아이들이 또 웃었다. ‘그저 지극히 평범한 가족’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갔다.
  • [단독] 50대 부모 가장 많아… 절반 이상 “또 돌볼 의향 있다”

    [단독] 50대 부모 가장 많아… 절반 이상 “또 돌볼 의향 있다”

    위탁부모 가운데 절반 이상은 “또 돌볼 의향이 있다”고 했다. 생후 7개월이던 지윤(4·가명)이와 생활한 지 4년이 된 유은경(38)씨는 “지윤이보다 어린 아이 한 명을 더 맡기로 결심했다. 가족이 된다는 게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큰 의미라는 걸 알게 된 만큼 잠시라도 울타리가 돼 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신문이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19일까지 핏줄 하나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키우는 위탁부모 1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55.3%(94명)는 ‘또 맡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내 자식 하나 키우기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지만 이들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61.7%) 고된 육아를 자처했다. ‘의향이 없다’고 답한 경우도 ‘지금 있는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어서’(35.5%)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또 ‘체력적으로 힘들어서’(27.6%), ‘나이가 많아서’(9.2%) 등 현실적으로 맡을 수 없는 경우가 뒤를 이었다. 위탁부모는 통상적으로 또래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보다 나이가 많았다. 대부분 친자녀를 어느 정도 키운 이후 결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50대(42.4%)가 가장 많았고 60대(26.5%), 40대(25.9%) 순이었다. 위탁부모 가운데 친자녀가 없는 경우는 전체의 11.2%에 불과했다. 아이가 없어서 위탁부모가 되는 경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돌보려는 사명감으로 헌신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위탁부모들은 어떻게 이 큰 책임을 맡게 됐을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위탁부모 중 28.8%는 ‘입양을 고민하다가’ 가정위탁을 결심하게 됐다. 종교적 이유(17.6%), 학대받은 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12.9%) 위탁을 결심한 가족도 적지 않았다. 가정위탁을 결심했을 때 가족 구성원들이 전적으로 찬성하는 경우(48.8%)는 절반 정도였다. 찬성했지만 양육의 부담, 고령 등을 감안해 걱정하는 경우(37.1%)도 적지 않았다. 반면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4.2%)는 드물었다. 위탁부모 자격 기준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위탁아동과 나이 차이가 60세 미만이고 친자녀(18세 이상은 제외)와 위탁아동을 합쳐 자녀가 4명 이하면 된다. 아동학대 등의 범죄전력이 없어야 한다. 학대 피해 아동 등을 돌보는 전문 위탁부모는 일반 위탁부모의 자격을 갖추고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받거나 경력을 쌓아야 한다. 서울신문은 이 힘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해 9월부터 넉 달간 서울, 부산, 대전, 울산, 대구, 경북 경산, 전북 진안, 경기 이천, 충북 영동 등 전국 곳곳의 위탁부모 24명을 직접 만났다. 아동권리보장원, 전국 18개 가정위탁지원센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전국가정위탁지원센터협의회, 보건복지부, 광역 지방자치단체 등 모두 44개 기관의 도움도 받았다.
  • [단독] “얼마 받고 키우냐” “무슨 덕 보자고 남의 애를” 가시가 박혀도…“아이 덕분에 다른 삶” “와줘서 고마워” 울타리가 되어 준 가족들[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단독] “얼마 받고 키우냐” “무슨 덕 보자고 남의 애를” 가시가 박혀도…“아이 덕분에 다른 삶” “와줘서 고마워” 울타리가 되어 준 가족들[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어른의 잘못으로 홀로 남겨진 아이는 갈 곳이 없다. 의사 표현은 물론 아직 걸음도 떼지 못한 아이들은 그렇게 죄없이 세상의 냉대 속에 던져진다. 할아버지·할머니 등 친인척이 맡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런 아이들을 품는 위탁가정은 2022년 기준 974가구, 이들에게 맡겨진 아이는 1126명이다. 서울신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170명의 위탁부모들은 그런데도 하나같이 “아이 덕분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고마운 건 오히려 우리”라고 했다.#소망이의 ‘꿈’ 끈에 묶여 있던 장애아 끈질긴 치료로 호전돼 “경찰관이 되고 싶대요” 2013년 생후 14개월의 소망(13·가명)군을 마주한 박정자(61)씨는 마음이 무거웠다. 둘째 딸을 입양한 뒤 느꼈던 행복과 보람만큼 위탁부모로서의 역할도 해 보려 했지만 막상 아이를 맡으려니 망설여졌다. 소망이는 당시 대한사회복지회 입양기관에 있던 14명의 아이 중 아무도 원하지 않아 돌봐 줄 가정을 찾고 있던 마지막 남은 장애아동이었다. 하루 종일 빨아 손가락이 벌겋게 짓무르고,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했던 소망이는 안전상의 이유로 기둥에 묶여 있었다. 소망이는 태어나자마자 사회복지협회에 맡겨졌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던 소망이의 친모는 특별한 주거지 없이 지하철역과 공원 등 길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 태어난 직후 돌봄을 받지 못한 소망이는 뇌전증을 얻게 됐다. 장애가 있다 보니 누구도 선뜻 맡으려 하지 않았고,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이는 시설에만 있어야 했다. 박씨처럼 학대 아동이나 장애가 있는 아동을 돌보는 전문 위탁부모의 수는 아주 적다. 2022년 기준 전체 9330명의 위탁아동 가운데 전문 위탁부모에게 맡겨지는 아동은 2.5%인 237명에 그친다. 학대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훨씬 많지만, 전문 위탁부모가 그 수치를 따라가지 못한다. “나이도 있으신데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시나요.” 소망이와 함께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던진 말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박씨에게 상처로 남아 있다. 박씨는 “나이 많은 부모인 우리 집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그런 말을 듣는 게 화가 났다. 기어코 제대로 키워 보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고 했다. 소망이가 두 돌쯤 되자 박씨는 서울 강남과 경기 안산 등 전국의 유명한 소아청소년과를 다니면서 치료를 시작했다. 언어치료, 그림치료, 놀이치료 등 소망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찾아갔다. 이런 노력에도 소망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유치원에 다닐 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는 발달 지연 판정을 받았다. 10년 넘게 이어진 가족들의 꾸준한 돌봄 덕분일까.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소망이는 글씨도 쓰고, 구구단도 외운다. 같은 나이대의 다른 아이들보다는 더디지만, 문제 행동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박씨에게 “경찰관이 되고 싶다”며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박씨는 “다른 건 못 해 줘도, 돈은 부족해도 가족이 돼 줄 순 있다는 마음으로 소망이를 키웠다”며 “돌이켜 보면 오히려 치유받는 건 저와 가족들이었다. 이제 소망이가 잘 자라서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제 남은 꿈”이라고 말했다. #셋째의 ‘장애’ 생후 8개월 친모에 학대 신생아처럼 목 못 가눠 “우리도 평범한 가족이죠” 경남 지역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던 유제희(43)씨는 3년 전인 2021년 갑작스레 ‘위탁’을 맡아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당시 이 지역에는 학대 피해 아동을 맡을 수 있는 전문 위탁부모가 유씨를 포함해 2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유씨 품에 안긴 서희(4·가명)는 생후 8개월에 친모에게 학대당해 응급실로 실려 온 아이였다. 얼굴과 몸에 멍자국이 가득했던 서희는 뇌 일부가 손상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기도 했다. 서희의 친모는 “부부싸움 도중 화가 나 (서희를) 때렸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서희의 이야기를 들은 유씨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맡아 줄 사람이 저밖에 없다고 하는데 어쩌겠어요. 9개월짜리 갓난아이가 그래도 누군가의 품에 있어야지.” 서희는 이제 40개월이 됐다. 친부모의 폭력에서 벗어났지만 상처는 남았다. 한창 어린이집을 다녀야 하는 나이지만, 서희는 여전히 목을 가누지 못한다. 눈도 보이지 않는다. 유씨는 “지금도 신생아 수준이다. 병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콧줄로 분유를 먹고 있었다”며 “뇌가 손상돼 기능을 제대로 못 한다. 수술로도 고칠 수 없다고 하는데 속상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래도 서희는 이제 젖병으로 분유를 먹는다. 대부분의 아이에게 당연한 이 일이 서희에게는 아직 쉽지 않다. 한 시간 내내 젖병을 물리고 있어도 서희가 먹는 분유는 10㎖ 남짓. 사레가 들려 토하면 그걸 닦고 다시 젖병을 물려야 그 정도를 먹는다. 인터뷰하는 3시간 동안 유씨의 한 손에는 서희의 머리가, 또 다른 손에는 젖병이 들려 있었다. 유씨는 장애가 있는 서희를 키우는 고단함보다 불신의 눈초리와 주변의 시선이 더 힘들다고 했다. 서희를 데려온 2021년부터 지금까지 6개월마다 서희에게 쓴 물품 등은 영수증을 따로 모아 주민센터에 제출한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서희를 키우지만 유씨는 장애인 주차구역에도 주차할 수 없다. 유씨 같은 위탁부모는 ‘부모’가 아닌 ‘동거인’으로 등록돼서다. 전문 위탁가정들이 일반·일시 위탁가정과 달리 월 100만원의 보호비를 지원받는다는 점이 오해와 불신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사실 가장 가슴 아픈 건 ‘얼마 받고 키우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예요. 월 100만원이라는 돈을 받아서 서희를 키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사랑으로 하는 일이지 돈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요.”비혈연 위탁부모 170명이 참여한 실태조사에서는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위 사람들이 가정위탁 제도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제도 자체를 모른다’고 답한 위탁부모가 72.9%나 됐다. “평범한 가족”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유씨의 꿈은 여느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씨는 “서희가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 크면서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 그게 가장 걱정”이라며 “서희가 아장아장 걸어오는 꿈을 꿀 때마다 언젠가는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50대 부모 돌 때 맡아 어느새 열여덟 일주일을 내리 울던 아이 “스스로 극복해줘 고맙죠” 위탁부모도 사람인 만큼 아이를 키우기까지 수백 번 고민한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위탁부모들은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과연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됐다”, “막상 아이를 마주하니 겁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낀 감정으로 사랑스러움(60.0%), 반가움(47.1%), 설렘(42.9%)만큼이나 안쓰러움(60.6%), 걱정(50.0%), 안타까움(34.7%)을 많이 꼽았다. 아이 부모의 사정이 나아지고 아이가 안정을 찾을 동안만이라도 잠시 가족이 돼 주려고 시작한 위탁이 친부모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길어지면서 아이들이 훌쩍 커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환(18·가명)군은 갓 돌이 됐을 때인 2007년 주재옥(69)씨의 집으로 왔다. 지환군은 친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당시 지환군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였던 주씨의 아내는 혼자가 된 지환군을 외면할 수 없었다. 주씨는 “당시만 해도 정년을 8년 정도 앞두고 있었는데, 아내의 제안에도 처음엔 한 아이의 인생을 내가 책임질 수 있겠냐는 부정적 생각이 컸다”고 했다. 갓난아이를 키우기엔 나이가 많은 50대 부모였지만 주씨는 지환군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환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자신이 위탁부모라는 것을 밝히는 편지를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담임 선생님에게 보냈다. 주씨는 “친부모는 없지만 적어도 사랑받고 자랐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노력했다. 그래도 젊은 부모들보다는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입학 전 자신이 위탁아동이라는 걸 알게 된 지환군은 일주일을 내리 방 안에서 울기만 했다. 주씨가 지환군을 키우는 동안 가장 가슴 아팠던 때였다. “말주변이 없어 너는 가슴으로 낳은 내 아들이고,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존재라며 위로했어요. 한참을 울던 지환이가 다행히도 스스로 극복해 줘서 고마웠어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지환군은 물리학과 진학을 목표로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주씨는 “성적이 우수해 장학금도 받고 있다”며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이 아들 자랑에 진심이었다. 위탁부모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스로가 바뀐다고 한다. 위탁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주로 느끼는 감정으로 사랑스러움(75.3%), 행복(71.2%), 고마움(62.9%), 기쁨(58.8%)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아이의 상태가 나아져서’, ‘아이에게 내가 더 사랑받고 있어서’,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아서’ 위탁부모들은 행복하다고 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위탁부모들은 ▲아이가 처음 엄마, 아빠라고 불렀을 때 ▲사랑한다고 말할 때 ▲주변에서 잘 컸다고 칭찬할 때를 주로 꼽았다. #사랑을 배우다 중2 극심한 사춘기 겪어 과학고 졸업 ‘자립 준비’ “입양보다 더 가치 있죠” “과학고를 나온 우리 셋째아들 민우가 이제 ‘화이트 해커’가 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송순향(64)씨도 삼수생인 막내아들 민우(21·가명)씨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송씨는 2003년 당시 생후 8개월이었던 민우씨를 처음 만났다. 가정위탁 제도가 도입된 첫해 만난 이들은 그렇게 21년을 함께했다. 민우씨는 이제 위탁아동이 아닌 어엿한 ‘자립준비청년’이 됐다. “무슨 덕을 보겠다고 남의 애를 키우냐.” “미친 짓이다. 당장 그만둬라.” 가정위탁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전무했던 그 시절 민우씨를 키운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너도나도 송씨를 말렸다. 하지만 송씨의 결심은 꺾이지 않았다. 지금도 송씨는 민우씨가 가족 분위기를 더 화목하게 만든 ‘복덩이’라고 생각한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위탁부모들도 ‘이후의 삶의 변화’를 유독 강조했다. 위탁부모들은 “아이가 집으로 온 이후 기존의 자녀들을 포함한 가족들이 모두 성장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전보다 늘었다”, “웃음과 대화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고 했다. 가정위탁은 위탁아동에게 ‘가족’의 의미를 알려주지만, 아이를 맡는 가정에도 마찬가지로 그 의미를 다시 일깨워 준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이 늘 행복하고 기쁜 일로만 가득하지는 않다. 송씨는 가장 힘들었을 때로 민우씨가 사춘기를 맞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중학교 2학년 시절을 꼽았다. 이전부터 자신이 위탁아동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민우씨는 당시 “쓰레기 같은 집에서 태어난 쓰레기 인생,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학교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다. 송씨는 “사실 그때는 죽도록 힘들었는데, 돌이켜 보면 이만큼 크려고 성장통을 아주 호되게 앓은 것만 같다”며 “민우가 이렇게 견뎌 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했다. 그 이후 민우씨는 송씨에게 종종 입양할 의향이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송씨는 그럴 때마다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는 좋지만 민우는 친부모님이 있잖아. 그분들에게서 아들을 뺏고 싶지 않아. 어른이 돼서도 네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모여 사는 것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가족이 되자.” 원가정 복귀가 가정위탁의 목적인 만큼 위기에 놓인 아이를 잘 보듬은 뒤 자립할 수 있게 만든다면, 그게 입양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게 송씨의 생각이다. 가정위탁 제도가 도입된 첫해부터 지금까지 제도의 역사와 함께한 송씨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위탁부모라는 게 사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특별할 것도 없어요. 다만 보호가 필요한 아이 중 더 많은 아이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컸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더 많은 사람이 이 제도를 알고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게 우리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이유예요.”
  • [단독] 핏줄은 아니지만 우리도 가족입니다[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단독] 핏줄은 아니지만 우리도 가족입니다[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여기,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가족이 있다. 때리고, 버리고, 방치한 친부모 곁을 떠난 아이들을 품는 또 다른 부모. 그리고 이들 품에 안긴 아이들. 세상에 무방비로 내쳐졌지만 ‘가족’이 무엇인지 ‘부모’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런 가족을 지원하는 ‘가정위탁’제도는 지난해 2236명이나 되는 ‘투명아동’(출생미신고 영유아)이 드러난 이후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아는 이는 여전히 많지 않다. 서울신문은 새해에는 세상에 홀로 내던져지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면서 위탁가정 이야기를 다룬 ‘잠시만 부모가 되어 주세요’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위탁부모 17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와 함께 24명의 위탁부모를 직접 만나 들은 이야기와 제도적 한계를 전하고 대안을 제시한다.2021년 4월, 언니 가연(당시 17개월·가명)이와 동생 수연(7개월·가명)이가 구조된 곳은 퀴퀴한 악취, 벌레가 들끓던 ‘쓰레기 집’이었다. 봄 날씨에도 가연이는 보풀이 다 일어난 남아용 겨울 내복을 입고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수연이는 시커먼 때로 온몸이 덮여 있었다. 경북에 사는 안난영(55)씨는 가정위탁을 결심한 뒤 3년 전 이 자매를 처음 만났다. ‘가정위탁’은 사정상 친부모가 양육하지 못하는 아이를 대신 맡아 일정 기간 길러 주는 제도다. 나이 탓에 끝까지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질까 봐 안씨 부부는 입양 대신 이 제도를 택했다. ‘위탁부모’는 우리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들과 똑같은 부모다. 아니 오히려 상처 많고 보살핌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를 돌봐야 해서 더 힘들 때가 많은 부모다. 가연이만 해도 발견 당시 예방접종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얼굴엔 상처가 가득했다. “가연아, 우리 씻고 옷 갈아입을까?” 다정하게 말을 걸어도 멍하게 쳐다볼 뿐 아이는 답도 하지 못했다. 부모의 학대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긴 가연이는 하기 싫은 제안이 들어오면 무엇이 무서운지 한동안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 수연이는 “엄마” 정도를 할 수 있는 비슷한 개월 수 아이와 달리 옹알이도 하지 못했다. 이유식을 끓여 먹여 봤지만 넘기지도 못했다. 분유 외엔 뭔가를 먹어 본 적이 없는 듯했다. 꼬박 하루 걸려 간신히 한 숟가락을 먹일 수 있었다.위탁부모는 오랜 시간 이런 아이들의 상처를 함께 견딘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른의 보살핌 속에서 조금씩 회복하고 자라난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26일 찾은 안씨의 집.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김 더 먹고 싶어요. 더 주세요.” “그럼, 우리 애기들 많이 먹어.” 자매는 이제 “엄마”라는 말을 자연스레 한다. 수연이는 아침밥에는 관심도 없고 언니에게 장난치기 바쁜 딱 어린아이 그 모습이다. 아이들의 위탁아빠인 김수창(61)씨가 쌀밥이 소복이 쌓인 숟가락을 연신 수연이 입에 넣어 준다. “그나마 남편이 오랜만에 집에 있어서 한숨 돌리네.” 안씨가 미소를 띠며 두 아이의 유치원 가방을 쌌다. 어느덧 다섯 살, 네 살이 된 아이들은 지난 3년간 많이 컸다. 이날 오후 안씨는 자주 넘어지는 가연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방치 기간이 길었던 가연이는 어릴 적 서는 법을 늦게 배워 지금도 척추와 다리가 좋지 않다. 석 달 전부터 도수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검사 비용만 11만 2000원. 위탁아동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의료 비용을 지원받지만, 일부 비급여 항목은 위탁부모 부담이다. 지방자치단체 주머니 사정에 따라 지원도 매번 다르다. 위탁부모는 법적으로 아이의 ‘보호자’가 아닌 ‘동거인’이라 제약도 많다. ‘부모’지만 병원 진단서를 볼 수 없고 서류를 뗄 때마다 ‘위탁부모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서류로는 남이지만 그들은 가족이다. 안씨는 말한다. “친부모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당연히 제가 죽을 때까지 돌봐야죠.” 네 가족이 저녁을 먹은 이후엔 집 근처 놀이터로 향했다. 두 아이가 그네에 앉자 부부가 그네를 밀었다. 아이들이 더 세게 밀어 달라고 졸라댔다. 아이들이 또 웃었다. ‘그저 지극히 평범한 가족’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갔다.
  • 3756명, 사회가 품어야 할 아이들… ‘가정형 보호’가 절실하다[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3756명, 사회가 품어야 할 아이들… ‘가정형 보호’가 절실하다[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3756명. 유기, 학대, 미혼 부모, 부모의 빈곤 등으로 친부모가 돌볼 수 없어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의 숫자(2022년 기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9년까지 1만명을 넘어섰던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은 2010년부터 1만명 아래로 감소했지만, 4000~5000명대에서 더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9년은 4612명, 2020년 5053명, 2021년 4521명의 아이가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가정위탁은 21년째 사회적 관심과 홍보 부족, 표류하는 정책 등으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외면받는 위탁가정 학대 사건 터져야 반짝 관심 21년째 표류… 위탁가정 줄어 아이들은 혼자서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친부모가 돌볼 수 없다면 사회가 품어야 한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보호시설 등을 통해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품을 수 있는 아이의 숫자가 한정적이다 보니 여전히 해외로 입양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최근에는 아동보호시설 등 시설형 보호보다 가정위탁 같은 가정형 보호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국정과제에 보호아동의 가정형 거주 전환 로드맵이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로드맵은 보호 대상 아동이 인권을 존중받고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보호체계를 재정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정형 보호의 대표적인 제도인 가정위탁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시설에 보내는 대신 가정에서 키운다. 친부모의 양육 능력이 회복되면 원래 가정으로 복귀한다는 점이 입양과 가장 큰 차이다. 친부모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위탁아동이 만 18세가 돼 ‘자립준비청년’이 되면서 독립하게 된다. 위탁을 연장해 만 24세까지도 위탁가정에서 지낼 수 있다. 강현주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는 “가정 내 가족 관계를 통해 사랑과 애착 관계를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아동의 성장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건이나 영아 유기 사건 때마다 가정위탁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로 언급되지만, 잠시 주목받다가 이내 관심이 사라진다. 지난해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고 유기되는 아이들이 8년간 20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2020년 태어난 지 16개월 된 아기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가정위탁 제도는 대안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도입된 지 21년이 지난 지금도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고 위탁가정의 숫자는 오히려 감소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12년 1만 1030가구였던 전체 위탁가정(전문·일반·일시 모두 포함)은 2022년 7591가구로 줄었다. 출생 아동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절반 정도만 가정형 보호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보호가 필요한 아동 3756명 가운데 중장기 보호 조치가 취해진 아동은 1881명이었다. 이 가운데 가정형 보호 조치(가정위탁 802명, 입양 전 위탁 114명, 입양 52명)가 취해진 아동은 모두 968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51.5%)에 그쳤다. #갈 곳 없는 위기아동들 지자체에만 맡겨 ‘나몰라라’ 비혈연 위탁부모 발굴 시급 가정위탁 관련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는 지방이양 사업이다. 각 지자체의 재정 여력이나 정책 관심도에 따라 위탁가정에 지급하는 양육보조금은 월 30만~50만원으로 최대 2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위탁부모는 물론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소수인 데다 마땅히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도 없다. 정부도 딱히 관심을 두지 않고 지자체에 맡겨 두다 보니 관련 정책이 표류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현선 세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정위탁 가운데 조부모 등 친인척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88% 정도이고 혈연관계가 아닌 위탁부모의 비중은 작다”며 “제도가 힘을 받기 위해선 비혈연 위탁부모들이 계속 발굴되고 양성돼야 하지만 지자체에만 제도 운용 전반을 맡겨 둘 뿐 정부가 활성화를 위해 나서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단독]“다른 건 못 해줘도 가족이 되어줄 순 있다는 마음으로”…위탁부모 170명의 이야기[잠시만 부모가 되어 주세요]

    [단독]“다른 건 못 해줘도 가족이 되어줄 순 있다는 마음으로”…위탁부모 170명의 이야기[잠시만 부모가 되어 주세요]

    어른의 잘못으로 홀로 남겨진 아이는 갈 곳이 없다. 의사 표현은 물론 아직 걸음도 떼지 못한 아이들은 그렇게 죄없이 세상의 냉대 속에 던져진다. 할아버지·할머니 등 친인척이 맡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런 아이들을 품는 위탁가정은 2022년 기준 974가구, 이들에게 맡겨진 아이는 1126명이다. 서울신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170명의 위탁부모들은 그런데도 하나같이 “아이 덕분에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고마운 건 오히려 우리”라고 했다. #소망이도 이제 ‘꿈’이 생겼습니다 2013년 생후 14개월의 소망(12·가명)군을 마주한 박정자(60)씨는 마음이 무거웠다. 둘째 딸을 입양한 뒤 느꼈던 행복과 보람만큼 위탁부모로서의 역할도 해 보려 했지만 막상 아이를 맡으려니 망설여졌다. 소망이는 당시 대한사회복지회 입양기관에 있던 14명의 아이 중 아무도 원하지 않아 돌봐 줄 가정을 찾고 있던 마지막 남은 장애아동이었다. 하루 종일 빨아 손가락이 벌겋게 짓무르고,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했던 소망이는 안전상의 이유로 기둥에 묶여 있었다. 소망이는 태어나자마자 사회복지협회에 맡겨졌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던 소망이의 친모는 특별한 주거지 없이 지하철역과 공원 등 길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 태어난 직후 돌봄을 받지 못한 소망이는 뇌전증을 얻게 됐다. 장애가 있다 보니 누구도 선뜻 맡으려 하지 않았고,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이는 시설에만 있어야 했다. 박씨처럼 학대 아동이나 장애가 있는 아동을 돌보는 전문 위탁부모의 수는 아주 적다. 2022년 기준 전체 9330명의 위탁아동 가운데 전문 위탁부모에게 맡겨지는 아동은 2.5%인 237명에 그친다. 학대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훨씬 많지만, 전문 위탁부모가 그 수치를 따라가지 못한다. “나이도 있으신데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시나요.” 소망이와 함께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던진 말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박씨에게 상처로 남아 있다. 박씨는 “나이 많은 부모인 우리 집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그런 말을 듣는 게 화가 났다. 기어코 제대로 키워 보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다”고 했다. 소망이가 두 돌쯤 되자 박씨는 서울 강남과 경기 안산 등 전국의 유명한 소아청소년과를 다니면서 치료를 시작했다. 언어치료, 그림치료, 놀이치료 등 소망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찾아갔다. 이런 노력에도 소망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유치원에 다닐 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는 발달 지연 판정을 받았다. 10년 넘게 이어진 가족들의 꾸준한 돌봄 덕분일까.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소망이는 글씨도 쓰고, 구구단도 외운다. 같은 나이대의 다른 아이들보다는 더디지만, 문제 행동은 대부분 사라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박씨에게 “경찰관이 되고 싶다”며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박씨는 “다른 건 못 해 줘도, 돈은 부족해도 가족이 돼 줄 순 있다는 마음으로 소망이를 키웠다”며 “돌이켜 보면 오히려 치유받는 건 저와 가족들이었다. 이제 소망이가 잘 자라서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제 남은 꿈”이라고 말했다. #우리 셋째는 ‘장애’가 있습니다 경남 지역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던 유제희(42)씨는 2년 전인 2021년 갑작스레 ‘위탁’을 맡아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당시 이 지역에는 학대 피해 아동을 맡을 수 있는 전문 위탁부모가 유씨를 포함해 2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유씨 품에 안긴 서희(3·가명)는 생후 8개월에 친모에게 학대당해 응급실로 실려 온 아이였다. 얼굴과 몸에 멍자국이 가득했던 서희는 뇌 일부가 손상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기도 했다. 서희의 친모는 “부부싸움 도중 화가 나 (서희를) 때렸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서희의 이야기를 들은 유씨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맡아 줄 사람이 저밖에 없다고 하는데 어쩌겠어요. 9개월짜리 갓난아이가 그래도 누군가의 품에 있어야지.” 서희는 이제 40개월이 됐다. 친부모의 폭력에서 벗어났지만 상처는 남았다. 한창 어린이집을 다녀야 하는 나이지만, 서희는 여전히 목을 가누지 못한다. 눈도 보이지 않는다. 유씨는 “지금도 신생아 수준이다. 병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콧줄로 분유를 먹고 있었다”며 “뇌가 손상돼 기능을 제대로 못 한다. 수술로도 고칠 수 없다고 하는데 속상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래도 서희는 이제 젖병으로 분유를 먹는다. 대부분의 아이에게 당연한 이 일이 서희에게는 아직 쉽지 않다. 한 시간 내내 젖병을 물리고 있어도 서희가 먹는 분유는 10㎖ 남짓. 사레가 들려 토하면 그걸 닦고 다시 젖병을 물려야 그 정도를 먹는다. 인터뷰하는 3시간 동안 유씨의 한 손에는 서희의 머리가, 또 다른 손에는 젖병이 들려 있었다. 유씨는 장애가 있는 서희를 키우는 고단함보다 불신의 눈초리와 주변의 시선이 더 힘들다고 했다. 서희를 데려온 2021년부터 지금까지 6개월마다 서희에게 쓴 물품 등은 영수증을 따로 모아 주민센터에 제출한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서희를 키우지만 유씨는 장애인 주차구역에도 주차할 수 없다. 유씨 같은 위탁부모는 ‘부모’가 아닌 ‘동거인’으로 등록돼서다. 전문 위탁가정들이 일반·일시 위탁가정과 달리 월 100만원의 보호비를 지원받는다는 점이 오해와 불신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사실 가장 가슴 아픈 건 ‘얼마 받고 키우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예요. 월 100만원이라는 돈을 받아서 서희를 키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사랑으로 하는 일이지 돈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요.” #우리는 ‘평범한 가족’입니다 비혈연 위탁부모 170명이 참여한 실태조사에서는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위 사람들이 가정위탁 제도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확히 알고 있지 않다’, ‘제도 자체를 모른다’고 답한 위탁부모가 72.9%나 됐다. “평범한 가족”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유씨의 꿈은 여느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씨는 “서희가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 크면서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 그게 가장 걱정”이라며 “서희가 아장아장 걸어오는 꿈을 꿀 때마다 언젠가는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위탁부모도 사람인 만큼 아이를 키우기까지 수백 번 고민한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위탁부모들은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과연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됐다”, “막상 아이를 마주하니 겁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낀 감정으로 사랑스러움(60.0%), 반가움(47.1%), 설렘(42.9%)만큼이나 안쓰러움(60.6%), 걱정(50.0%), 안타까움(34.7%)을 많이 꼽았다. 아이 부모의 사정이 나아지고 아이가 안정을 찾을 동안만이라도 잠시 가족이 돼 주려고 시작한 위탁이 친부모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길어지면서 아이들이 훌쩍 커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환(17·가명)군은 갓 돌이 됐을 때인 2007년 주재옥(68)씨의 집으로 왔다. 지환군은 친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당시 지환군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였던 주씨의 아내는 혼자가 된 지환군을 외면할 수 없었다. 주씨는 “당시만 해도 정년을 8년 정도 앞두고 있었는데, 아내의 제안에도 처음엔 한 아이의 인생을 내가 책임질 수 있겠냐는 부정적 생각이 컸다”고 했다. 갓난아이를 키우기엔 나이가 많은 50대 부모였지만 주씨는 지환군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환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자신이 위탁부모라는 것을 밝히는 편지를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담임 선생님에게 보냈다. 주씨는 “친부모는 없지만 적어도 사랑받고 자랐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노력했다. 그래도 젊은 부모들보다는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입학 전 자신이 위탁아동이라는 걸 알게 된 지환군은 일주일을 내리 방 안에서 울기만 했다. 주씨가 지환군을 키우는 동안 가장 가슴 아팠던 때였다. “말주변이 없어 너는 가슴으로 낳은 내 아들이고, 누구보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존재라며 위로했어요. 한참을 울던 지환이가 다행히도 스스로 극복해 줘서 고마웠어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지환군은 물리학과 진학을 목표로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주씨는 “성적이 우수해 장학금도 받고 있다”며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이 아들 자랑에 진심이었다. 위탁부모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스로가 바뀐다고 한다. 위탁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주로 느끼는 감정으로 사랑스러움(75.3%), 행복(71.2%), 고마움(62.9%), 기쁨(58.8%)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아이의 상태가 나아져서’, ‘아이에게 내가 더 사랑받고 있어서’,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아서’ 위탁부모들은 행복하다고 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위탁부모들은 ▲아이가 처음 엄마, 아빠라고 불렀을 때 ▲사랑한다고 말할 때 ▲주변에서 잘 컸다고 칭찬할 때를 주로 꼽았다. #아이와 함께 가족을, 사랑을 배웁니다 “과학고를 나온 우리 셋째아들 민우가 이제 ‘화이트 해커’가 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송순향(63)씨도 삼수생인 막내아들 민우(20·가명)씨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송씨는 2003년 당시 생후 8개월이었던 민우씨를 처음 만났다. 가정위탁 제도가 도입된 첫해 만난 이들은 그렇게 20년을 함께했다. 민우씨는 이제 위탁아동이 아닌 어엿한 ‘자립준비청년’이 됐다. “무슨 덕을 보겠다고 남의 애를 키우냐.” “미친 짓이다. 당장 그만둬라.” 가정위탁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전무했던 그 시절 민우씨를 키운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너도나도 송씨를 말렸다. 하지만 송씨의 결심은 꺾이지 않았다. 지금도 송씨는 민우씨가 가족 분위기를 더 화목하게 만든 ‘복덩이’라고 생각한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위탁부모들도 ‘이후의 삶의 변화’를 유독 강조했다. 위탁부모들은 “아이가 집으로 온 이후 기존의 자녀들을 포함한 가족들이 모두 성장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전보다 늘었다”, “웃음과 대화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고 했다. 가정위탁은 위탁아동에게 ‘가족’의 의미를 알려주지만, 아이를 맡는 가정에도 마찬가지로 그 의미를 다시 일깨워 준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이 늘 행복하고 기쁜 일로만 가득하지는 않다. 송씨는 가장 힘들었을 때로 민우씨가 사춘기를 맞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중학교 2학년 시절을 꼽았다. 이전부터 자신이 위탁아동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민우씨는 당시 “쓰레기 같은 집에서 태어난 쓰레기 인생,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학교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다. 송씨는 “사실 그때는 죽도록 힘들었는데, 돌이켜 보면 이만큼 크려고 성장통을 아주 호되게 앓은 것만 같다”며 “민우가 이렇게 견뎌 준 것만 해도 고맙다”고 했다. 그 이후 민우씨는 송씨에게 종종 입양할 의향이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송씨는 그럴 때마다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는 좋지만 민우는 친부모님이 있잖아. 그분들에게서 아들을 뺏고 싶지 않아. 어른이 돼서도 네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모여 사는 것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가족이 되자.” 원가정 복귀가 가정위탁의 목적인 만큼 위기에 놓인 아이를 잘 보듬은 뒤 자립할 수 있게 만든다면, 그게 입양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게 송씨의 생각이다. 가정위탁 제도가 도입된 첫해부터 지금까지 제도의 역사와 함께한 송씨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위탁부모라는 게 사실 대단한 일도 아니고 특별할 것도 없어요. 다만 보호가 필요한 아이 중 더 많은 아이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컸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더 많은 사람이 이 제도를 알고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게 우리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이유예요.”
  • [단독]위탁부모 절반 이상, “위탁아동 또 돌볼 의향 있다”[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단독]위탁부모 절반 이상, “위탁아동 또 돌볼 의향 있다”[잠시만 부모가 되어주세요]

    위탁부모 가운데 절반 이상은 “또 돌볼 의향이 있다”고 했다. 생후 7개월이던 지윤(3·가명)이와 생활한 지 4년이 된 유은경(37)씨는 “지윤이보다 어린아이 한 명을 더 맡기로 결심했다. 가족이 된다는 게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큰 의미라는 걸 알게 된 만큼 잠시라도 울타리가 돼 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신문이 11월 30일부터 12월 19일까지 핏줄 하나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키우는 위탁부모 1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55.3%(94명)는 ‘또 맡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내 자식 하나 키우기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지만 이들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61.7%) 고된 육아를 자처했다. ‘의향이 없다’고 답한 경우에도 ‘지금 있는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어서’(35.5%)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또 ‘체력적으로 힘들어서’(27.6%), ‘나이가 많아서’(9.2%) 등 현실적으로 맡을 수 없는 경우가 뒤를 이었다. 위탁부모는 통상적으로 또래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보다 나이가 많았다. 대부분 친자녀를 어느 정도 키운 이후 결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50대(42.4%)가 가장 많았고 60대(26.5%), 40대(25.9%) 순이었다. 위탁부모 가운데 친자녀가 없는 경우는 전체의 11.2%에 불과했다. 아이가 없어서 위탁부모가 되는 경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돌보려는 사명감으로 헌신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위탁부모들은 어떻게 이 큰 책임을 맡게 됐을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위탁부모 중 28.8%는 ‘입양을 고민하다가’ 가정위탁을 결심하게 됐다. 종교적 이유(17.6%), 학대받은 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12.9%) 위탁을 결심한 가족도 적지 않았다. 가정위탁을 결심했을 때 가족 구성원들이 전적으로 찬성하는 경우(48.8%)는 절반 정도였다. 찬성했지만 양육의 부담, 고령 등을 감안해 걱정하는 경우(37.1%)도 적지 않았다. 반면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4.2%)는 드물었다. 위탁부모 자격 기준은 그리 까다롭지 않다. 위탁아동과 나이 차이가 60세 미만이고 친자녀(18세 이상은 제외)와 위탁아동을 합쳐 자녀가 4명 미만이면 된다. 아동학대 등의 범죄전력이 없어야 한다. 학대 피해 아동 등을 돌보는 전문 위탁부모는 일반 위탁부모의 자격을 갖추고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받거나 경력을 쌓아야 한다. 서울신문은 이 힘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9월부터 넉 달간 서울, 부산, 대전, 울산, 대구, 경북 경산, 전북 진안, 경기 이천, 충북 영동 등 전국 곳곳의 위탁부모 24명을 직접 만났다. 아동권리보장원, 전국 18개 가정위탁지원센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전국가정위탁지원센터협의회, 보건복지부, 광역 지방자치단체 등 모두 44개 기관의 도움도 받았다.
  • (여자)아이들 미연 “실망하신 분들께 죄송” 전격 사과

    (여자)아이들 미연 “실망하신 분들께 죄송” 전격 사과

    그룹 ‘(여자)아이들’ 미연이 ‘2023 MBC 연기대상’ 축하무대에 대해 사과했다. 미연은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MBC 연기대상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네버버(네버랜드, (여자)아이들 팬덤명). 영광스러운 자리에 축하 무대를 서게 됐는데 제가 너무 좋아하는 곡을 부를 수 있게 돼 너무 기뻤는데 긴장도 많이 하고 음정이. 정말 큰일을 내버렸다”고 적었다. 미연은 전날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2023 MBC 연기대상’에 참석해 2부 오프닝 무대를 꾸몄다. MBC TV 드라마 ‘연인’의 OST ‘달빛에 그려지는’을 불렀으나 음정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미연은 해당 무대에 대해 “모니터 해봤는데 많이 놀라셨을 것 같다. 축하 공연으로 선 자리인데 실망하신 분들께 죄송하고, 앞으로 더 노력하는 미연이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 서울신문 사진기자들의 ‘2023년 기획 사진’ [포토多이슈]

    서울신문 사진기자들의 ‘2023년 기획 사진’ [포토多이슈]

    [포토多이슈] 사진으로 다양한 이슈를 짚어보는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연재물 2023년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사진기자들은 각 출입처와 여러 사건·사고 현장에서 발로 뛰며 취재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꾀했습니다.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취재했고, 흑백 필름 사진을 컬러로 복원해 보도했으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서울신문에 보도된 사진기자들의 기획 사진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 1월 25일 <난방비 더 써도 더 추운 ‘단열빈곤층’>25일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등 올겨울 가장 추운날씨를 보였다. 계속되는 한파에 각 가정의 난방에너지 사용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가스비, 전기료 등의 공공요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충분히 난방을 하지 못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로 마포구 상암동의 아파트단지와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촬영한 결과 건물외부 기온이 20도가 넘게 차이가 났다. 난방비 인상으로 난방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왼쪽은 마포구 상암동의 아파트단지 오른쪽은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을 나타낸다. 홍윤기 기자 ◼ 3월 1일 <104년 전 만세 부른 그날…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제104주년 3·1절을 앞두고 국가보훈처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독립운동가 15인의 흑백사진을 컬러사진으로 복원했다. 맨 윗줄 왼쪽부터 베델, 김좌진, 송진우, 안창호, 윤동주, 가운뎃줄 왼쪽부터 이승만, 안중근, 김구, 윤봉길, 유관순, 아랫줄 왼쪽부터 조소앙, 최재형, 한용운, 헐버트, 이회영. 이들의 사진을 일제강점기 불교 사찰이 독립거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서울 은평구 진관사 태극기와 합성했다. 홍윤기 기자 ◼ 4월 7일 <아파도 뛴다… 취재 열정 ON>한때는 선망의 직업이었던 기자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급증하고 있는 언론사 간 경쟁도 치열하고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 사건으로 긴장을 늦출 수도 없으며 불규칙한 근무로 개인 생활을 보장받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건 현장 어디든 기자들은 찾아간다. 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취재를 한 서울신문 곽소영 기자는 “잠을 잘 곳도, 씻을 곳도 없어 렌터카에서 차박을 하며 취재를 했고”, “무너진 건물 위에서 취재하다가 여진을 겪거나 어렵게 숙소를 구해 잠을 자다가 건물이 흔들려 급하게 대피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각종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면서 ‘종이신문’의 몰락에 대한 우려가 생긴 지 오래다. 챗GPT가 모든 질문에 답은 하지만 사실 여부는 모른다. 인공지능(AI)도 정보가 있어야 어떤 판단이라도 내린다. 난무하는 가짜뉴스 속에서 치열한 취재를 통해 검증된 사실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레거시 미디어’ 기자들은 오늘도 현장에 있다. *기사 일부 발췌 글·사진 도준석 기자 ◼ 5월 5일 <컬러로 되살아난 그때 ‘웃음’처럼… ‘어린이 해방’ 100년, 신나게 놀자>‘어린이를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야 …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라.(중략)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할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 하라.’ 100년 전 방정환이 결성한 소년운동협회가 발표한 ‘어린이해방선언’입니다. 1979년 서울의 한 기찻길 옆에서 등넘기를 하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찍은 서울신문의 흑백사진을 컬러로 복원해 보니 아이들의 발그레한 얼굴이 더욱 생기 있어 보입니다. 그 시절 이토록 즐거웠던 우리가 어른이 된 지금 아이들에게 이런 ‘고요하고 즐거이’ 지낼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을까요. 아이들 웃음은커녕 탄생의 울음조차 사라지는 현실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 5일 제101회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날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서울신문 멀티미디어부 ◼ 6월 11일 <北 얼마나 힘들길래… 위성장비도 카메라 렌즈통 재활용>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찰위성 발사 준비위원회를 현지지도했다는 소식과 함께 공개한 사진(왼쪽 사진) 속 직사각형 물체(빨간 원)가 한 카메라 제조사의 망원렌즈 상자(600밀리렌즈·오른쪽 사진)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상자에는 많은 케이블이 연결돼 있고 제조사를 지운 흔적이 있었다. 박지환 기자 ◼ 6월 26일 <비수급 빈곤 리포트 - 기초수급 밖, 빈곤에 갇혔다>동생에게 명의를 빌려줬다가 50여명의 공동 명의로 얽힌 부동산을 처리하지 못해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인 홍상표(가명)씨가 아사 직전에 구조된 뒤 퇴원 후 거동을 못하는 누나의 기저귀를 정리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 9월 6일 <파묘: 조상님 묘를 옮기겠습니다 -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경기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제2묘지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 무연고 추모의 집. 연고가 없는 유골 2397기가 작은 목재 분골함에 담겨 층층이 쌓여 있다. 유골들은 혹시라도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며 이곳에서 5년간 머물다 자연에 뿌려진다. 무연고로 방치된 무덤의 최후를 추적하기 위해 지난 6일 이곳을 방문했다. 오장환 기자 ◼ 11월 29일 <대한민국 정신건강리포트 - 나는 [숨겨야만 사는] 정신질환자 입니다>최서연(가명)씨는 27세 여성 요리사다. 어릴 때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성인이 돼서야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치료 전에는 자살도 여러 차례 시도했다. 지금은 삶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 더 강하다. 서울신문과 만나 자신을 괴롭혔던 증상과 외부의 편견을 담담하게 풀어낼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 졌기 때문이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람은 100명당 6명에 이른다. 4년 전보다 27.3% 증가했다. 정연호 멀티미디어부 부장
  • 16년 키웠는데 자녀 셋 ‘친자 아님’…中 발칵 뒤집힌 이혼소송 [여기는 중국]

    16년 키웠는데 자녀 셋 ‘친자 아님’…中 발칵 뒤집힌 이혼소송 [여기는 중국]

    중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든 한 부부의 이혼소송이 화제다. 16년 동안 부부로 살아오며 딸 3명을 낳았지만 알고 보니 이 3명의 자녀 모두 남자의 친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남편은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그동안의 양육비 반환과 정신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현지 언론 광밍망(光明网)에 따르면 장시성 더싱시(德兴)인민법원에서 이번 이혼 소송에 대한 공개 재판을 진행했다. 이혼 소송을 제기한 천즈센(陈志显)씨를 비롯한 부인 위(余)씨, 부인의 내연남으로 알려진 우(吴)씨 등이 출석을 명령받았다.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열리는 재판에서는 먼저 천씨와 위씨의 이혼소송과 양육권, 재산 분할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고 정신적인 손해배상, 16년 동안의 세 자녀 양육비 반환 문제 등을 다룬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남편인 천 씨가 언론사에 직접 자신의 사연을 알리면서 세상에 공개되었다. 부부는 지난 2007년 결혼을 한 뒤 16년 동안 결혼생활을 했다. 타지에서 일하느라 한 달에 한두 번씩 본가로 돌아왔고, 평소 꾸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외출도 잘 하지 않는 육아에만 전념하는 부인이었다. 결혼 직후 첫째가 태어났다. 자신과는 닮은 점이 하나도 없었지만 부인을 쏙 빼닮은 딸이라서 의심하지 않았다. 둘째, 셋째가 태어났지만 자신과는 닮지 않았다. 하루는 부인이 잠이 들었다고 했지만 폐쇄회로(CC)TV에서는 부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자주 “아이들과 일찍 쉰다”라는 핑계를 댔지만 미리 깔아놓은 위치 추적 앱에서 부인은 집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었다. 부인의 흔적을 쫓던 중 우 씨라는 남성과 한 모텔에서 나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의심이 생긴 남편이 세 자녀에 대해서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세 아이 모두 자신의 친 자식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외도 사실을 확신한 남편이 부인을 다그치자 “아이들이 아빠라고 부른 지 10년이 넘었는데 유전자 검사를 하느냐”, “난 외도한 적이 없다. 혈연관계가 그렇게 중요하냐”라면서 오히려 당당하게 나왔다. 처가로 달려가 장모님과 불륜 사실에 대해 언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장모가 넘어져 다쳤다. 역으로 가해자가 된 남편은 장모에게 치료비를 배상했다. 대담해진 부인과 내연남은 오히려 폭죽을 들고 남편의 집을 찾아와 창문을 부수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을 했고 이 충격으로 남편의 부친은 심장병이 재발했다. 폭죽으로 위협한 혐의로 부인은 구치소에 8일 동안 구류됐다. 그러나 10년 넘게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세월이 억울한 이 남성은 직접 방송국을 찾아가 자신의 사연을 말했고 언론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남성을 도와주겠다는 변호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이혼 소송과 양육비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부인의 불륜남으로 지목받은 남성도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그는 자신은 해당 여성과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서 “억울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인 위씨가 지난해 11월 아무도 모르게 4번째 아이를 출산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졌다. 출산 당시 그녀의 곁을 지킨 사람이 바로 불륜남이었고 대담하게 보호자란에는 현재 남편의 이름으로 사인했지만 한자도 틀리고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긴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한편 현재 중국 법률에 따르면 혼인 기간 외도나 출산 문제는 형사범죄로 여기지 않지만 구체적인 사기 행위가 있으면 형사적인 책임이 따르게 돼 있다. 게다가 민법 제1091조에 따르면 이혼 후 자신의 아이가 친자가 아님을 알게 될 경우 정신적인 손해배상과 양육비 반환을 요구할 수 있어 이번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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