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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분홍신’ 김혜수 생머리 자른 이유

    영화 ‘분홍신’ 김혜수 생머리 자른 이유

    그녀를 만나기 전 들었던 의문 한가지는 “최근 들어 어둡고 히스테릭한 캐릭터의 배역을 잇따라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하는 것이었다. 영화제 시상식과 TV 토크쇼 등에서 파격적인 의상으로 섹시함과 당당함을 뽐내고, 데뷔 이후 주로 밝고 코믹스러운 작품에 출연하면서 대중적 이미지를 만들어 온 그녀다. “최근 몇년 새 작품을 선택하면서 ‘내 마음 가는 대로 하자’고 스스로 다짐했죠. 전작 ‘얼굴 없는 미녀’로 인해 많은 고민과 번뇌에 시달렸고, 끝나고 나서도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었어요. 하지만 연기자로서 더 부담되는, 배우가 장르에 묻힐 수 있는 영화에 끌리더라고요.” 김혜수가 돌아왔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7월8일 개봉 예정인 공포영화 ‘분홍신’(감독 김용균, 제작 청년필름). 분홍신을 신고 끊임없이 춤을 추다가 결국 발목을 자른 소녀의 이야기인 안데르센의 동화 ‘분홍신’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영화에서 그녀는 구두 모으기가 취미인 30대 초반의 안과전문의 선재역을 맡았다. 우연히 주운 분홍신에 집착하다가 후배가 그것을 신고 나가 발목을 잘린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분홍신에 대한 공포에 떨게 된다. 최근 영화 촬영이 한창인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에서 만난 그녀는 극중 선재 연기에 완전히 몰입돼 빠져나오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웃음기 없는 침울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이번 작품이 전작 ‘얼굴 없는 미녀’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운을 떼자 그녀의 큰 눈이 더욱 커진다.“‘분홍신’은 본격 호러영화죠. 주인공 캐릭터도 보다 보편적이에요. 기본적으로 전혀 다른 영화,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상업배우로서 항상 진로에 대한 갈등과 고민을 하지만, 전작 때문에 작품 선택에 제한을 받지는 않으려고 해요.”그녀는 “처음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얼굴 없는 미녀’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감독과 미팅을 한 뒤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영화구나.’라고 마음먹었다.”면서 “개봉 후의 반응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번 작품을 위해 지난 12년간 고이 길러온 긴 생머리를 짧게 잘랐다. 호러물이라면 오히려 긴머리가 어울리지 않았을까.“헤어 스타일은 여자가 변화를 주고 싶을 때 가장 먼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하던 그녀는 “분홍신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이 몰랐던 억눌린 여성으로서의 욕망을 깨닫는 선재 캐릭터를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과감하게 단발로 잘랐다.”며 변신한 자신의 모습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개봉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잔여 촬영분이 30%가 남은 빡빡한 일정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엔 피곤함이 묻어났다. 그녀는 “개봉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촬영이 상당히 타이트하게 진행돼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넘쳐났다.“‘분홍신’은 굉장히 무서우면서도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담아내는 영화예요. 본격적인 공포영화는 처음이라 조심스럽지만,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할 생각만 하고 있어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남양주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신지마! 분홍신! 지난달 28일 경기도 남양주시 서울종합촬영소. 영화 ‘분홍신’의 촬영이 한창이다. 이날 촬영분은 죽음을 부르는 분홍신을 신고 참혹하게 숨진 후배 미희의 시체를 확인한 뒤 집에 들어온 선재(김혜수)가 그 죽음을 부르는 분홍신을 안고 있는 딸 태수(박연아)를 발견하고, 이를 빼앗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 서너평 남짓한 좁은 방안은 공포감을 조장하듯 온통 회색빛이 감돌고 있었고, 한 쪽에는 투명 유리로 만든 진열장에는 각양각색의 구두 100여켤레가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에 검정색 의상을 입은 김혜수와 빨간색 잠옷을 입은 태수가 등장하자 방안엔 더욱 음침한 기운이 감돈다. “태수야, 너 그거 신으면 안돼!그거 빨리 엄마줘!”(김혜수),“싫어!”(박연아) 순간,‘짝!’ 김혜수가 아역배우 박연아의 따귀를 사정없이 휘갈긴다. 미혼이란 사실이 무색하게 어머니의 절절한 모정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김혜수의 독기어린 표정연기. 박연아도 8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녹록지 않은 연기력으로 당당히 김혜수와 연기 대결을 펼쳐 방안은 이내 후끈 달아올랐다. ‘분홍신’은 현재 70%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로, 이달까지 모든 촬영을 마친 뒤 올여름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남양주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새달1일 개봉 ‘아무도 모른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대한 일차적인 관심은 주연 배우 야기라 유야에 쏠린다. 열 네 살의 나이에 그것도 데뷔작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니 ‘도대체 얼마나 잘하길래’라는 호기심이 먼저 발동하는 건 당연하다.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제 기간동안 수많은 영화들을 봤지만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건 아키라(극중 이름)의 표정뿐이었다.”고 했다지 않는가. 하지만 ‘신데렐라 보이’에 대한 관심이 영화 전반의 호감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스토리는 충격 그 자체지만 이를 담아내는 시선은 너무 담담해서 어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까지 느껴진다. 고통스럽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경험은 마치 그림형제의 ‘잔혹 동화’를 연상케 한다.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 아키라네 가족이 이사온다. 미혼모인 엄마(유)와 아버지가 각기 다른 네 명의 아이들.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전에 살던 집에서 쫓겨난 엄마는 집주인에게 큰아들 아키라만 소개하고, 다른 아이들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집안에서만 생활하도록 단속한다. 술 취해 늦게 들어오는 철없는 엄마와 온갖 집안 일을 다하는 아키라, 그리고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좁은 방안에서만 지내는 착한 아이들. 힘든 현실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의 소박한 행복은 엄마가 새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 영화가 결손 가정의 아이들을 다룬 여타 영화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엄마라는 존재없이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무심할 만큼 담담하다. 막내 여자아이조차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거나 떼를 쓰지 않는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편의점에서 남은 음식을 얻어오는 비참한 지경에까지 아이들을 밀어넣고서도 영화는 눈물을 짜내는 상투성을 악착같이 비껴간다. 그래서 관객 또한 울먹이는 아역 배우를 따라 눈물을 훌쩍이는 관습적인 경험 대신 숨이 멎을 듯한 지독한 슬픔에 그저 아파할 뿐이다. 야기라 유야의 연기는 격정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 않다.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 뿐이다. 다른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마찬가지.1년간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세밀한 표정들을 잡아낸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4월1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제2의 O.J 심슨’ 블레이크 4년만에 무죄 평결 ‘눈물’

    결혼후 6개월된 아내를 총기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제2의 O J 심슨’으로 불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 배우 로버트 블레이크(71)가 4년 만에 결국 무죄 평결을 받았다. 16일 캘리포니아 배심원단이 평결 결과를 낭독하자 블레이크는 미소지으며 변호인를 껴안은 뒤 머리를 책상에 대고 울기 시작했다. 손이 덜덜 떨려 변호인이 건넨 물컵을 엎지를 정도로 거의 졸도 상태였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는 희망을 잃어본 적이 없다.”며 “여러분이 백만년을 산다한들 나보다 더 은총받은 이를 만나기 힘들 것”이라며 감격했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지난 1967년 영화 ‘차가운 피’에서 형장으로 향하는 살인범 연기로 각광을 받았고 70년대 인기 드라마 ‘베레타’로 에미상까지 수상한 블레이크는 지난 2001년 5월 아내 보니 리 베이클리(당시 44세)를 이탈리아식당 앞에 주차된 자동차에서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검찰은 처음엔 베이클리의 의도적 임신으로 결혼의 덫에 걸렸다고 생각해 격분했던 블레이크가 나중엔 둘 사이에 태어난 딸 로지에게 푹 빠져 모녀간을 떼어놓으려 했었다고 주장했다. 베이클리는 블레이크와 관계를 맺으면서 동시에 말론 브랜도의 아들 크리스티안과 양다리를 걸칠 정도로 남자관계가 복잡했다. 유전자 검사에서 블레이크가 생부라는 사실이 확인돼 2000년 11월 결혼했다. 현재 4살인 로지는 블레이크의 성인 딸이 키우고 있다. 블레이크는 베레타를 끝으로 사실상 은퇴한 상태였고 이번 재판에 1000만달러 이상을 써 ‘알거지’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1인3역 짐 캐리 좌충우돌 팬터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감독 브래드 실버링)은 ‘해리포터’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팬터지 영화다. 알록달록한 꼬마인형들이 등장해 익숙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듯하다가 뒤통수를 치는 도입부는, 이 영화가 분홍빛 솜사탕처럼 말랑말랑한 영화가 아님을 재치있게 보여준다. 의문의 화재로 졸지에 고아가 된 삼남매 바이올렛, 클라우스, 서니. 부모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으나 성인이 되기 전에는 한푼도 쓸 수 없게 된 이들은 후견인이 되어줄 먼 친척 올라프 백작을 만난다. 가여운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대해주면 좋으련만 사악한 올라프 백작은 돈에 눈이 어두워 아이들을 없애려 한다. 그러나 상대가 아이들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 게다가 보들레어가의 삼남매는 알고 보니 저마다 남다른 재능을 지닌 천재였다. 무엇이든 발명해내는 발명가 바이올렛, 엄청난 독서량으로 모르는 게 없는 클라우스, 그리고 한번 문 건 절대 놓지 않는 막내 서니. 이쯤 되면 변장술은 뛰어나지만 두뇌는 허술한 올라프 백작과 삼남매의 대결은 위험한 수준을 넘어 치명적인 지경에 이르게 된다. 영화의 그로테스크한 정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미술은 단연 돋보인다. 호수 한쪽 절벽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어진 조세핀 숙모집이나 온갖 파충류들이 득시글거리는 몽티 삼촌의 저택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제작진은 상상력의 최대치를 표현하기 위해 80여개의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짐 캐리가 올라프 백작을 비롯한 1인3역으로 변신의 귀재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고, 메릴 스트립은 신경과민증 조세핀 숙모역으로 열연했다. 실루엣으로만 등장하는 극중 화자, 레모니 스니켓의 목소리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배우 주드 로다. ‘스텝맘’으로 낯익은 클라우스역의 리암 에이켄을 비롯해 세 아역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눈길을 끈다. 원작은 현재 11권까지 출간됐고, 전세계에서 2700만부가 팔렸다.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그 영화 어때?]‘철수♡영희’ 7일 개봉

    한국인에게 친숙한 소재로 상업영화와 차별되는 재미를 길어올린 영화 ‘철수♡영희’(제작 씨네광장·7일 개봉). 흔히 ‘저예산영화’ 하면 실험성을 떠올리겠지만, 이 영화는 꾸미지않은 순수함과 일상성의 재미를 위해 저예산영화의 강점을 이용했다. 철수와 영희는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접했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름. 영화는 천진난만한 두 어린이를 통해 누구나 품고 있을 법한 유년시절의 풋풋하고도 아련한 향수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초등학교 4학년,“뭔가 생각이 많아지고 어른스러워지는” 그 시절의 팬터지를 가장 한국적인 정서로 채색해낸 것. 영희(전하은)는 전학을 오자마자 수학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정도로 똑똑하고 당찬 아이다. 꽃집을 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면서도 맑고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다. 반면 철수(박태영)는 말썽만 피우고 공부도 못하는 개구쟁이 소년. 영희를 좋아하게 된 철수는 영희의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영화는 큰 사건 없이 뚝심있게 소소한 일상만을 끌어안는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다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추억의 한자락을 생생하게 표현해내기에 결코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웃음이 떠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 디지털영화인 만큼 ‘때깔’이 곱지는 않지만, 알록달록한 아이들의 옷차림과 화사한 꽃집 풍경 등이 파스텔톤의 수채화처럼 점점이 가슴속에 스며들어 따듯함을 전해 준다.‘발랑 까진’ 요즘 아이들보다는 삶이 팍팍해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영희 역만 아역배우가 연기했고, 촬영지였던 대덕초등학교 학생들이 영화속 모든 아이들을 연기했다. 때로는 어색하긴 하지만 가식적이지 않은 연기가 영화의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1989)의 황규덕 감독 연출. 전체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사랑스러운 철수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아역배우들 사이에서 찾았다면 결코 발견할 수 없었을 얼굴.‘철수♡영희’에서 철수 역을 맡은 박태영(10)은 너무나도 평범해서 눈에 확 띈다. 황규덕 감독이 캐스팅 이유로 ‘신토불이 토종 같은 외모’를 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황 감독은 학급 구성원 30명을 뽑기 위해 대덕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봤고 “버스를 놓쳐서 시간을 때우려고” 기웃거린 그를 발견했다.‘개똥벌레’를 구성지게 부르는 모습에서 신세대 아이들과 다른 ‘깊이’를 보았다는 감독의 직감은 100% 적중했다. 무대인사 때도 쑥스러워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는 평범한 아이지만, 영화 속에서만큼은 어딘지 어눌하면서도 귀여운 철수를 완벽하게 연기해낸 것. 실제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능청스러운 모습은 우람한 체구와 하모니를 이루며 내내 배꼽을 잡게 한다.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라는 영희의 질문에 “둘다 좋아. 산꼭대기에 가면 도시락이 있거든. 바다에 가면 호텔이 있잖아. 거기에 뷔페식당이 있거든.”이라며 느릿느릿하게 말하는 철수의 엉뚱함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실제로 이 대사는 감독의 질문에 박군이 대답한 내용. 아이다운 기발한 대답에 감독이 재촬영까지 하며 영화의 한 장면으로 활용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그 영화 어때?] 웰컴투동막골 촬영현장

    햇살이 채 스며들지 못한 산자락 응달엔 언제 내렸는지 알 수 없는 하얀 눈이 군데군데 웅크리고 있다. 차 한대 겨우 들어가는 울퉁불퉁한 좁은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니 기와를 얼기설기 이어 지붕을 만든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작은 마을 ‘동막골’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국 근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피비린내났던 상처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이는 그 곳. 강원도 평창군에 자리잡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제작 필름있수다)의 세트장인 이 마을에서, 국군·인민군·연합군이 이념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아름다운 팬터지를 그리고 있었다. #덩실덩실 마을 축제에 귀청 찢는 총소리가… 모닥불이 모락모락 연기를 날리는 마을의 정자나무 근처엔 한참 흥겨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전쟁이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마을사람들과 그들에게 동화돼 함께 어울리는 군인들. 이들은 전투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오게 된 연합군 조종사 스미스(스티브 태슐러), 길 잃은 인민군 수화(정재영), 국군 탈영병 현철(신하균)의 일행들이다. 음악이 흐르고 슛 사인이 들어가자 30여명의 마을 사람들과 10여명의 어린아이들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하지만 이내 귀청을 찢는 듯한 총소리가 판을 깬다. 동막골에 추락한 미군기가 피격됐다고 오인한 한·미연합군이 쳐들어온 것. 총구를 들이댄 채 “이 X새끼들아.”“Shut up”“빨갱이 어딨어?”등의 목소리가 뒤섞이고 마을사람들도 우왕좌왕한다. 참다 못한 현철은 국군을 공격하고, 수화도 연합군 두 명을 처리한다.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수십명이 뒤엉켜 긴장감 넘치는 액션신. “컷. 누구 다친사람 없나 확인해 주세요.”이내 무술감독이 동작들을 점검하러 나선다. 연합군 역의 외국배우들을 앞에 두고 급한 맘에 손짓발짓을 다 동원한다.“턱 탁(치는 동작), 드르륵(총소리) 알겠어요?” 그 짧은 틈을 타 까까머리를 한 아역배우들은 모닥불 앞에서 작은 나뭇가지를 불쏘시개 삼아 불장난을 하느라 신났다. #“연극과 다른 팬터지와 비주얼 돋보일 영화” 평창군의 세트장은 10억원을 들여 넉 달에 걸쳐 폐광촌으로 버려진 야산을 다듬어 길을 내고 개울을 만들고 집을 짓고 나무를 심어 완성시켰다. 이은하 PD는 “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으로 평창군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세트장을 둘러보다 영화의 원작자이자 2년전 같은 제목으로 연극무대에 올렸던 장진 감독을 만났다. 연극과 많이 달라느지냐고 묻자 “연극만 하겠어요?”라며 웃더니 이내 영화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박광현 감독에게 잘 맡긴 것 같아요. 한국전쟁을 정말 감각적으로 찍었습니다. 영화는 한국 최고를 향해 가고 있어요. 나도 각본상 받을 수 있을 것 같고…(웃음)” 박광현 감독은 CF 감독 출신으로 옴니버스 영화 ‘묻지마 패밀리’의 ‘내 나이키’편을 연출한 바 있다. 박 감독은 “연극과 이야기의 큰 구조는 바뀌지 않지만 동막골이란 공간의 팬터지를 더 많이 살렸다.”면서 “공중전을 포함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비주얼과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화는 1월중 크랭크업해 내년 5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평창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한지붕 세븐스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엔 유독 주연배우가 많다. 영화가 공식적으로 이름을 내세우는 주연배우만 7명. 화려한 스타는 없지만 모두 연기력이 검증된 실력파 배우들이다. 국군은 신하균 서재경, 인민군은 정재영 임하룡 류덕환, 연합군은 스티브 태슐러가 맡았고 마을 여성 역에 ‘올드보이’의 강혜정이 유일한 홍일점으로 가세했다. 특히 정재영 신하균 임하룡은 연극에 이어 같은 역할로 다시 스크린에 얼굴을 내미는 것. 정재영은 “머리에 흉터가 깊이 나서 딱 보면 ‘사람 여럿 죽였구나.’싶은 외모지만 알고 보면 따뜻하고 바보스러운 역”이라고 소개했고, 신하균은 “연극보다 디테일이 살아난 캐릭터로 큰 이야기를 전달하는 연기의 앙상블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여러 영화에서 ‘반짝’ 출연에만 그쳤던 임하룡은 “겁많은 군인역으로, 내년엔 신인상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티브 태슐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공개 오디션을 통해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배우.“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한국 스태프의 성실함에 놀랐다.”는 그는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친절한 현장분위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순박한 동막골을 상징하는 여일 역의 강혜정은 “첫 촬영 때 모니터를 보고 ‘우리 영화가 이런 색깔을 가졌구나.’라는 생각에 설다.”면서 “한마디로 ‘때깔’이 아주 좋은 영화”라고 말했다. 3개월간 동막골의 세트장 근처에서 함께 숙식을 해결하면서 저절로 ‘팀워크’가 생겼다는 이들.“이렇게 현장 분위기가 좋은 영화가 잘 되는 것 같다.”는 정재영의 말대로 한바탕 흥겹고도 감동적인 연기의 앙상블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그녀에겐 안방이 좁다!

    그녀에겐 안방이 좁다!

    안방극장에서 주름잡아온 TV스타들의 스크린 진출이 전례없이 왕성하다. TV를 통해 시청자들과 안면을 확실히 텄거나 인기를 누린 탤런트들이 경쟁하듯 스크린으로 속속 발길을 옮기고 있는 것. 이같은 경향은 여성 탤런트들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안방극장 밖으론 좀체 발길을 하지 않았던 ‘TV전문’ 여성 탤런트들의 행보가 무엇보다 눈에 띈다. 최근 늦깎이로 스크린에 진출한 대표적인 얼굴이 장서희(32). 아역배우 출신으로 데뷔 20여년 만에 코미디 ‘귀신이 산다’로 주인공을 꿰찼다.“시나리오를 받고 진로변경을 한참 고민했다.”는 그녀였지만, 관객 300만여명을 끌어모은 흥행성적으로 저력을 과시했다. 김지수(32)도 내년 봄 개봉하는 ‘여자, 정혜’(제작 LJ필름)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연예계 데뷔 12년만 이다.‘여자, 정혜’는 기억하기 싫은 내면의 상처를 안은 여자가 새로운 사랑을 찾는 과정을 섬세한 터치로 그린 저예산 감성드라마. 전체의 99%가 그녀의 감정연기로 채워질 정도로 여배우의 일인기에 기댄 영화다.“속으로 삭이는 내면연기가 빼어나 몇몇 메이저 영화사들이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는 중”이라고 제작사측은 귀띔했다. ‘드라마 퀸’ 김현주(26)도 뒤늦게 ‘스크린 퀸’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었다.‘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카라’‘스타러너’ 등 이미 세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녀의 심기일전 카드는 휴먼코미디. 이성재와 호흡을 맞추는 ‘신석기 블루스’(제작 팝콘필름)에서 부당해고를 당해 복직소송을 벌이는 대기업의 전직 안내데스크 직원이 됐다. TV에서 보여준 똑부러지는 이미지와는 딴판인, 속수무책일 정도로 엉뚱한 순진녀로 변신했다.‘스크린 퀸’을 단단히 노리고 있음에 틀림없다.“자신의 촬영분이 없는 날에도 현장에 나와 상대배우의 연기를 연구하고 들어간다.”는 게 제작사측의 전언이다. TV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전천후 연기자’로 일찌감치 실력을 확인받은 얼굴이 수애(24)다. 아버지 같은 대선배 주현과 부녀(父女)의 정을 눈물나게 엮은 영화 ‘가족’의 여주인공으로, 데뷔작으로 대박을 터뜨린 행운을 안았다. 가슴 밑바닥의 슬픔을 끌어올리는 눈물연기로 호평받은 수애는 차기작을 이미 결정했다. 내년 2월 크랭크인할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제작 튜브픽쳐스). 멀리 우즈베키스탄의 결혼정보회사 통역관 겸 커플매니저 김라라 역. 맞선보러 온 시골 노총각 둘을 ‘구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번엔 밝고 씩씩한 캐릭터다. 인기 TV드라마 ‘낭랑 18세’로 얼굴을 알린 신인 한지혜(20)도 움직인다. 첫 영화는 내년 초 개봉예정인 ‘B형 남자친구’(제작 시네마제니스).‘폼생폼사’인 B형 남자에게 첫눈에 빠져버리는 소심한 여자가 됐다. 29일 개봉하는 ‘주홍글씨’의 엄지원(27),‘귀신이 산다’의 조연으로 스크린에 연착륙한 손태영(24) 등도 “안방극장이 너무 좁다!”를 외치는 ‘신인’ 여배우들. 이쯤되면 여배우 기근에 허덕여온 충무로가 모처럼 화색을 띨만도 하다. 제작현장의 관계자들은 “남자배우들에 비해 여배우층이 상대적으로 얇은 게 영화계의 현실이라 앞으로도 TV쪽에서의 여배우 수혈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몇몇 톱여배우들을 기다리느라 맥놓고 세월을 보내는 제작관행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낙관하는 목소리가 높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스타들의 입영전후

    스타들의 입영전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잊혀진다.’는 말은 연예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말이 아닐까. 특히 신체 건장한 일부 남성 연예인들이 갖은 병명을 들이대며 군대라는 곳에 제발로 걸어 들어가지 않으려는 것을 보면 그렇다.2년이란 공백은 한창 인기가도를 달리는 이들에게 너무도 긴 세월이다. 그러나 군대는 결코 ‘무덤’이 아니었다. 국방의 의무를 충실하게 마치고 오히려 연예계를 씩씩하게 행보하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연예인들의 병역 기피가 도마 위에 오를 때마다 또 다른 차원에서 거론되는 이름들이 있다. 바로 차인표, 서경석, 이휘재, 홍경민, 이훈 등등. 이들은 모두 인기라는 달콤함을 맛볼 무렵 군입대라는 ‘입에 쓴 약’을 달게 받아 먹은 스타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수많은 TV연예정보프로그램들을 통해 몇몇 스타들의 군생활이 중계되다시피 해 잊혀지기는커녕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 전기를 맞기도 했다. 차인표가 그런 경우. 늦깎이로 데뷔해 트렌디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는 후속작 대신 군대를 선택했다. 그가 상대적으로 고령(?)이라는 점과 연인 신애라가 있었기에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은 그의 군생활은 이미지를 높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가 만약 인기에 연연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면 ‘천태산’(MBC ‘영웅시대’)이란 인물을 맡지는 못했을 것이다. 서경석도 연착륙한 케이스. 방송으로 돌아오자마자 MBC ‘타임머신’ MC 자리를 꿰찼다. 결혼 직후 입대한 탤런트 이훈도 현재 MBC와 KBS를 오가며 입담을 뽐내고 있다. 새달 말 제대를 앞두고 있는 가수 홍경민은 민감한 시기에 방송에 복귀하는 터라 더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연예인들의 병역기피가 오히려 그의 컴백에 ‘윤활유’가 된 셈. 그의 성실한 병역의무 이행은 특히 남성팬들로부터 큰 갈채를 받고 있다. 이처럼 군대는 앞을 길게 내다본 사람들에겐 영광이요, 근시안을 가진 이들에겐 뼈에 사무친 후회와 한탄으로 남았다. 새달 군입대를 통보받은 송승헌, 한재석, 장혁 등은 드라마 출연 무산으로 ‘민폐’를 끼쳤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이미지에 스스로 먹칠하는 ‘이중고’를 자초했다. 가수 유승준도 ‘패가망신’을 스스로 부른 대표적인 경우. 군입대를 약속해 놓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 병역기피 의혹으로 한국 입국 자체가 금지됐다. 결혼과 출산이 더이상 여배우들의 멍에가 아니듯 군대가 남자 연예인들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일 수 없다. 최근 병역 파동을 계기로 군입대가 이미지 유지 또는 쇄신을 위한 또 하나의 홍보수단으로 자리잡아가는 느낌이다. 원빈, 이동건 등 톱스타들이 앞다투어 군입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제대뒤 뜬 스타 윤영준 두려웠다. 일찍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을 통해 아역배우로서 입지를 다졌고,‘공룡 선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굴도 알렸는데….26개월이란 공백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공백을 메우는 데는 두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아픔도 컸다. 당시 함께 출연했던 절친한 친구(이정재)가 그 기간동안 일약 스타로 떠올라 화려한 조명을 받는 것을 그저 내무반에 앉아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다. 그 잊혀짐의 시간들이 오히려 연기자로서 한단계 도약하는 데 둘도 없는 약이 됐으니…. 연기자 윤영준(29)처럼 요즘 회자되고 있는 연기자들의 병역문제가 가슴에 와닿는 배우는 없을 것 같다. 그는 최근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는 극중 한기주(박신양)의 비서로, 앞서 ‘태양의 남쪽’에서는 나이트클럽 사장 용태(명로진)의 부하로 나오는 등 ‘의리의 사나이’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세를 몰아 얼마 전 방영된 MBC 베스트극장 ‘그림자놀이’에서 주인공을 꿰찼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위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 섭외도 줄을 이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실 저도 군 입대를 비켜가기 위해 별 짓을 다했어요. 하지만 결국 연기자를 믿는 시청자에게 서운함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인기는 언제라도 다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거든요.” 그는 ‘당시 군대를 면제 받고 연기생활을 계속 해왔다면 어땠을까?’라고 생각을 하면,‘아역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에 짓눌린 채 더 큰 고민의 날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단다. 중1때 아역배우로 데뷔한 그는 20살이 되자마자 군에 입대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아무도 ‘연기자 윤영준’을 기억해 주는 이가 없었다. 이후 5년여 동안을 ‘일반인 윤영준’으로 지내야 했다.“제 스스로 최면을 걸었죠.‘이건 나의 옛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차원의 연기자로 도약하기 위한 일종의 ’전화위복의 시간들’이라고요.” 그의 판단은 옳았고, 이후 아역 출신 연기자로서 흔치 않은 ‘대기만성형’ 성인 연기자로 우뚝 섰다. 올해로 연기 데뷔 17년째인 그는 나름대로의 연기철학을 가지고 있다.“연기는 바로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자의 경험이 드라마 캐릭터에 녹아들 때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거든요.” 자신만의 연기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가령 26세의 남자 역할을 맡으면,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제가 태어나서 26살까지의 경험들을 작문하듯 정리하죠. 그리고 ‘드라마는 그 26살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연기톤을 잡아가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대사, 행동 하나 하나에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죠.” 그는 팬들의 사랑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인터넷에서는 현재 98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LONG RUN 배우 윤영준’이란 그의 팬카페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군입대 당시부터 지금까지 저를 잊지 않고 격려해 주신 분들이죠. 연기자는 팬들과 함께 커나간다는 것을 하루에도 열두번씩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기자가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스칼렛 요한슨

    요즘 할리우드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여자배우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스칼렛 요한슨.이제 겨우 스무살인 이 배우,참 복도 많다고?아니다.이력을 들춰보면 벌써 십여편에 달하는 영화가 빽빽히 차 있다. 갑자기 뜬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1994년 ‘노스’로 데뷔해 ‘호스 위스퍼러’(98년)에서 사고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소녀,‘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년)에서 빌리 밥 손튼의 마음을 뺏는 소녀 등을 맡았던 그녀는 그동안 앳된 ‘소녀’에 불과했으니까. 십대의 반항적 이미지와 성숙된 여인의 매력이 섞이기 시작한 것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년)부터다.권태로움이 자연스레 새겨진 표정은 중년의 위기를 겪는 남성과 정신적 교감을 나눌 정도로 성숙돼있었다.그리고 그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그녀는 아역배우가 아닌 당당한 여성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다시 16세로 돌아가지만 더이상 그저 어리기만 한 소녀는 아니다.막 터질 것 같은 봉오리처럼 사랑에 들뜬 채 그것을 꼭꼭 마음 속에 눌러담는 절제된 연기는 ‘사랑도‘와 일맥상통하는 매력을 풍긴다.순수하면서도 인생의 깊이를 아는 듯한 표정 때문인지 최근 그녀의 상대역은 모두 나이든 배우들.‘사랑도‘의 빌 머레이,‘진주‘의 콜린 퍼스에 이어 ‘바비 롱의 러브송’에서도 존 트라볼타와 호흡을 맞췄다. 현재 61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과 비경쟁부문 초청작 ‘바비‘의 주연 여배우 자격으로 베네치아를 방문 중인 그녀는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한 남성기자로부터 “당신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는 애정공세를 받기도 했다.역시 요즘 스칼렛 요한슨의 주가는 최고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 ‘돈텔파파’ 유승호

    [눈에 띄네~ 이 얼굴] ‘돈텔파파’ 유승호

    “‘15세 관람가’등급 때문에 영화를 못봐서 아쉬워요.살짝 봤는데 몹시 야해요.저희 영화 잘 봐주세요.” ‘돈텔파파’의 시사가 시작되기 전 무대에서 던진 말로 좌중을 웃겼던 아역배우 유승호(11).하지만 시사가 끝난 뒤 간담회장에서 “진짜 영화를 안 봤냐.”고 묻자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이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관계자 누나가 그렇게 말해야 관심을 끈다고 해서….사실 보긴 봤어요.” 어쩔 수 없는 ‘아이’다. 그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영화 ‘돈텔파파’에는 그대로 묻어나온다.영화는 숱한 중간급(?)스타들을 포진시켜 홍보에 활용하고 있지만,‘돈텔파파’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유승호일 것이다. 지나치게 야무지거나 잘 우는 등 감정의 과장이 심한 보통의 아역 배우들과 다른,진짜 애들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가 유승호만의 미덕.그가 맡은 초원은 나이트클럽 MC인 아빠가 홀로 키운 탓에 철이 일찍 들었지만,천연덕스러운 아이의 천진함이 살아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의 순수함이 충돌하며 빚는 웃음과 울음은,가끔씩 도가 넘는 영화의 유치함을 정화시키고도 남을 만한 힘이 있다.예쁜 누나가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오자 “누나,우리 형(아버지)이랑 부킹하실래요?”라며 금세 ‘꼬리치는’ 귀여운 연기와,죽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휴대전화를 든 채 덜덜 떨며 “엄,엄마,아빠 살려주세요.”라며 가슴을 울리는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유승호는 1999년 CF에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드라마 ‘가시고기’‘베스트극장’등에 출연했다.2002년 영화 ‘집으로’로 대박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눈에 띄네~ 이 얼굴]‘효자동 이발사’ 이재응

    “꼬마친구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새벽 얼음판 위에 엎어져 있거나,입이 부르튼 채 러닝만 입고 떨고 있을 땐 가슴이 아파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효자동 이발사’에서 가슴 찡한 모성애 연기를 펼친 문소리가 극중 아들로 나온 아역배우 이재응(13)을 두고 한 말이다.영화는 1960∼70년 유신시대에 우연히 대통령의 이발사가 된 한 소시민의 인생유전을 그린 드라마.재응은 주인공 성한모 부부(송강호·문소리)의 어린 외아들로,대통령 이발사인 아버지 때문에 뜻하지 않게 시련을 겪는 캐릭터다. 송강호를 이야기의 기둥으로 삼은 영화여서 재응의 대사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하지만 그의 어눌하면서도 순박한 연기는 마음 약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송강호의 코믹연기에 화기애애하던 객석의 분위기가 번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차분해지는 화면도 모두 재응이 주도하는 대목들.간첩누명을 쓰고 중앙정보부에 끌려가고,모진 고문 끝에 다리를 못쓰게 됐는데도 멍한 표정만 짓거나,용한 의원을 찾아 전국을 뒤지는 아버지의 등에 업혀서도 무심히 맑은 눈망울만 굴리는 장면들이다.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재응의 연기이력을 대충 짚어낼 것 같다.‘선생 김봉두’에서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꿋꿋하던 강원도 산골의 초등학생 소석이,‘살인의 추억’의 첫 장면에서 시골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던 바로 그 아이다.그러고 보면 송강호와는 심상찮은 인연이다. “송강호,문소리 선배님에게서 연기를 배울 수 있어 무척 기뻤다.”며 숫기좋게 잘 웃는 재응이는 ‘선배 복’이 많다.최민식 주연으로 강원도 산골에서 한창 촬영중인 드마라 ‘꽃피는 봄이 오면’도 함께 찍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
  • [무슨 영화 볼까]

    송환 장르/예매율 다큐멘터리 / 1.0%(12세) 감독/배우는 김동원/조창손·김선명·김영식 어떤 줄거리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과 애환을 일지처럼 보여주는 다큐드라마. 이래서 좋아 휴먼드라마보다 사실적인 감동,깊은 여운.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눈이 따끔거릴 정도로 울었습니다.” 아홉살 인생 감독/배우는 드라마 / 1.1%(전체) 장르/예매율 윤인호/김석·이세영·정선경 어떤 줄거리 아홉살짜리 아이들의 우정,사랑,꿈,고민 등을 엮은 성장드라마. 이래서 좋아 어른배우 ‘찜쪄 먹을’ 아역배우들의 감동연기. 이래서 별로 어른 세계를 모방한 듯한 대사,설정들. 홈피 반응은 “보는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맹부삼천지교 감독/배우는 코미디 / 2.1%(15세) 장르/예매율 김지영/조재현·손창민·소이현 어떤 줄거리 아들을 일류대로 보내려는 무지렁이 아버지의 맹목적 부성애. 이래서 좋아 조재현의 좌충우돌 연기에 웃다가 울다가. 이래서 별로 토사물 등 코미디 단골소재 이젠 지겨워…. 홈피 반응은 “학벌위주의 사회는 없어져야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감독/배우는 전쟁액션 / 4. 4%(15세) 장르/예매율 강제규/장동건·원빈·이은주·공형진 어떤 줄거리 6·25전쟁을 배경으로 ‘전우’가 돼버린 형제. 이래서 좋아 ‘실미도’를 보며 흐느꼈다면,이번엔 펑펑 울지도…. 이래서 별로 기교없이 단선적인 드라마 전개. 홈피 반응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전쟁영화” 저지걸 장르/예매율 로맨틱드라마 / 4.5%(15세) 감독/배우는 케빈 스미스/벤 애플렉·리브 타일러·라 카스트로 어떤 줄거리 출세지향주의 가장,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다. 이래서 좋아 벤 애플렉의 모성애 자극하는 홀아비 연기. 이래서 별로 예상가능한 로맨스,빤한 해피엔딩. 홈피 반응은 “…” 바람의 전설 장르/예매율 드라마 / 11.2%(15세) 감독/배우는 박정우/이정재·박솔미·김수로 어떤 줄거리 춤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 이래서 좋아 온갖 종류의 사교춤들이 선보이는 ‘댄스의 성찬’. 이래서 별로 ‘제비’와 ‘춤꾼’의 차이,끝까지 헷갈리네. 홈피 반응은 “행복하고 가슴이 묵직해지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장르/예매율 종교드라마 / 60.7%(15세) 감독/배우는 멜 깁슨/제임스 카비젤·모니카 벨루치·클로디아 게리니 어떤 줄거리 나사렛 예수의 마지막 12시간을 묘사한 드라마. 이래서 좋아 성경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내러티브. 이래서 별로 눈을 질끈 감고 싶을 만큼 참혹한 장면들. 홈피 반응은 “나를 열렬한 신자로 만들어준 고마운 영화” 어린 신부 장르/예매율 로맨틱코미디 / 13.1%(12세) 감독/배우는 김호준/김래원·문근영 어떤 줄거리 여고 1년생과 바람둥이 대학생의 신혼일기. 이래서 좋아 참신한 설정, 깨물어주고 싶게 귀여운 문근영. 이래서 별로 그들은 왜 무조건 시키는 대로 결혼했을까. 홈피 반응은 “순정만화 같은 재미,아쉬운 마무리”˝
  • [무슨 영화 볼까]

    ●송환 장르/예매율 다큐멘터리 / 0.8%(12세) 감독/배우는 김동원/조창손·김선명·김영식 어떤 줄거리 비전향 장기수들의 삶과 애환을 일지처럼 보여주는 다큐드라마. 이래서 좋아 휴먼드라마보다 사실적인 감동,깊은 여운. 이래서 별로 … 홈피 반응은 “…” ●폴리와 함께 장르/예매율 로맨틱 코미디 / 1.3%(15세) 감독/배우는 존 햄버그/벤 스틸러·제니퍼 애니스톤 어떤 줄거리 성격이 완전 딴판인 남녀의 엎치락뒤치락 사랑이야기. 이래서 좋아 드라마의 결점을 덮는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 이래서 별로 진부한 웃음코드,빤히 읽히는 내용전개. 홈피 반응은 “…” ●아홉살 인생 장르/예매율 드라마 / 1.6%(전체) 감독/배우는 윤인호/김석·이세영·정선경 어떤 줄거리 아홉살짜리 아이들의 우정,사랑,꿈,고민 등을 엮은 성장드라마. 이래서 좋아 어른배우 ‘찜쪄 먹을’ 아역배우들의 감동연기. 이래서 별로 어른 세계를 모방한 듯한 대사,설정들. 홈피 반응은 “보는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맹부삼천지교 장르/예매율 코미디 / 2.2%(15세) 감독/배우는 김지영/조재현·손창민·소이현 어떤 줄거리 아들을 일류대로 보내려는 무지렁이 아버지의 맹목적 부성애. 이래서 좋아 조재현의 좌충우돌 연기에 웃다가 울다가. 이래서 별로 토사물 등 코미디 단골소재 이젠 지겨워…. 홈피 반응은 “학벌위주의 사회는 없어져야 한다!” ●마지막 늑대 장르/예매율 코믹액션 / 3.0%(15세) 감독/배우는 구자홍/양동근·황정민 어떤 줄거리 놀고 싶은 형사와 일하고 싶은 순경의 동상이몽 해프닝. 이래서 좋아 강원도 산골이 배경인 ‘무공해 자연주의’ 액션. 이래서 별로 질릴 것 같은 양동근의 어눌한 말투와 표정연기. 홈피 반응은 “스웨덴 영화 ‘캅스’랑 너무 비슷하다.” ●태극기 휘날리며 장르/예매율 전쟁액션 / 3.3%(15세) 감독/배우는 강제규/장동건·원빈·이은주·공형진 어떤 줄거리 6·25전쟁을 배경으로 ‘전우’가 돼버린 형제. 이래서 좋아 ‘실미도’를 보며 흐느꼈다면,이번엔 펑펑 울지도…. 이래서 별로 기교없이 단선적인 드라마 전개. 홈피 반응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전쟁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장르/예매율 종교드라마 / 68.7%(15세) 감독/배우는 멜 깁슨/제임스 카비젤·모니카 벨루치·클로디아 게리니 어떤 줄거리 나사렛 예수의 마지막 12시간을 묘사한 드라마. 이래서 좋아 성경을 다시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내러티브. 이래서 별로 눈을 질끈 감고 싶을 만큼 참혹한 장면들. 홈피 반응은 “…” ● 어린 신부 장르/예매율 로맨틱코미디 / 18.1%(12세) 감독/배우는 김호준/김래원·문근영 어떤 줄거리 여고 1년생과 바람둥이 대학생의 신혼일기. 이래서 좋아 참신한 설정, 깨물어주고 싶게 귀여운 문근영. 이래서 별로 그들은 왜 무조건 시키는 대로 결혼했을까. 홈피 반응은 “순정만화 같은 재미,아쉬운 마무리”˝
  • [눈에 띄네~ 이 얼굴]‘아홉살 인생’ 나아현

    1970년대의 남루한 추억이 그대로 ‘소품’이 된 성장영화 ‘아홉살 인생’(제작 황기성사단).외모만 번지르한 선배스타들의 기를 팍팍 꺾어 놓을 만큼 아역배우들의 연기력이 빼어나기로 입소문이 짜하다. 그런데 홍보사에서도 놀란 ‘다크호스’는 극중 금복을 연기한 나아현(12).시골 초등학교 3학년생들이 주요인물로 설정된 영화에서 금복은 주인공들을 떠받치는 양념으로 출발했다가 갈수록 주연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돋을새김된다.짝사랑하는 남자친구 백여민(김석)이 서울에서 전학온 새침떼기 여자친구 장우림(이세영)과 친해지자,속이 타서 안절부절.그럴 때마다 관객들은 까무러치게 재미있다. “(자신의 옷·신발 등을 미제라 속여온 우림에게 경상도 사투리로)니 방금 이것도 미제라 캤제? 우리나라 고추장이 미국가면 미국고추장이 된다 카더나?” 깍쟁이 우림에게 번번이 무시당하다 복수의 한마디를 날릴 때는 관객들의 체증도 싹 내려갈 정도.촌티가 확 풍기는 짧은 단발머리,제 마음을 몰라주는 여민이 야속해 오만상을 구기는 표정연기 등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하다. 실제 금복이는 초등학교 6학년생(부산 남천초등).영화출연 경험이 있는 김석,이세영과는 달리 이번이 데뷔작이다.지난해 여름 제작자가 4개월여 동안 전국 주요도시를 돌며 진행한 오디션에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응시했단다. “여섯 살때부터 연기자가 되는 게 소원이었다.”고 당차게 데뷔소감을 밝히는 이 꼬마아가씨를 스크린에서 계속 만날 수 있을까.금복의 엄마아빠가 딸이 연기자로 사는 걸 썩 내켜하지 않는다는데….영화를 꼭 한번 보시라.틀림없이 금복이가 좋아질 것이다. 황수정기자 sjh@˝
  • [무슨 영화 볼까]

    ● 맹부삼천지교 장르/예매율코미디 / 36.4%(15세) 감독/배우는김지영/조재현·손창민·소이현 어떤 줄거리아들을 일류대로 보내려는 무지랭이 아버지의 맹목적 부성애. 이래서 좋아조재현의 좌충우돌 연기에 웃다가 울다가. 이래서 별로토사물 등 코미디 단골소재 이젠 지겨워…. 홈피 반응은“학벌위주의 사회는 없어져야 한다!” ● 태극기 휘날리며 장르/예매율전쟁액션 / 20.3%(15세) 감독/배우는강제규/장동건·원빈·이은주·공형진 어떤 줄거리6·25전쟁을 배경으로 ‘전우’가 돼버린 형제. 이래서 좋아‘실미도’를 보며 흐느꼈다면,이번엔 펑펑 울지도…. 이래서 별로기교없이 단선적인 드라마 전개. 홈피 반응은“국제경쟁력을 갖춘 전쟁영화” ● 아홉살 인생 장르/예매율드라마 / 17.7%(전체) 감독/배우는윤인호/김석·이세영·정선경 어떤 줄거리아홉살짜리 아이들의 우정,사랑,꿈,고민 등을 엮은 성장드라마. 이래서 좋아어른배우 ‘찜쪄먹을’ 아역배우들의 감동연기. 이래서 별로어른세계를 모방한 듯한 대사,설정들. 홈피 반응은“보는 동안 너무 행복했습니다.” ● 어디선가… 홍반장 장르/예매율로맨틱 코미디 / 9.4%(12세) 감독/배우는강석범/김주혁·엄정화 어떤 줄거리치과 의사와 시골 반장의 사랑이야기. 이래서 좋아홍반장의 진가가 발휘될수록 사랑의 헤게모니도 덩달아…. 이래서 별로반전이 약한 단조로운 전개가 아쉬워. 홈피 반응은“기분 좋∼은 영화…” ● 허니 장르/예매율드라마 / 4.3%(15세) 감독/배우는빌 우드러프/제시카 엘바 어떤 줄거리불우한 아이들에게 춤으로 희망을 보여주는 여성 힙합댄서 이야기. 이래서 좋아제시카 엘바가 온몸으로 뿜어내는 매력. 이래서 별로댄스영화라 하기엔 춤장면이 너무 적지 않나? 홈피 반응은“…” ● 모나리자 스마일 장르/예매율드라마 / 3.2%(12세) 감독/배우는마이크 뉴웰/줄리아 로버츠·커스틴 던스트 어떤 줄거리1950년대 미국 여성들의 삶의 방식을 명문여대를 무대로 재조명. 이래서 좋아‘모나리자의 미소’를 다시 보게 만드는 영화. 이래서 별로왜 꼭 여주인공이 줄리아 로버츠여야 했나? 홈피 반응은“…” ● 빅 피쉬 장르/예매율팬터지 드라마 / 2.4%(12세) 감독/배우는팀 버튼/이완 맥그리거·앨버트 피니·제시카 랭 어떤 줄거리죽음 직전의 아버지와,평생 그를 신뢰하지 않던 아들의 화해기. 이래서 좋아동화책에서 퍼낸 듯 아기자기한 팬터지 화면. 이래서 별로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상상인지 아리송하네∼ 홈피 반응은“…” ● 송환 장르/예매율 다큐멘터리 / 2.4%(12세) 감독/배우는김동원/조창손·김선명·김영식 어떤 줄거리비전향 장기수들의 삶과 애환을 일지처럼 보여주는 다큐드라마. 이래서 좋아휴먼드라마보다 사실적인 감동,깊은 여운. 이래서 별로… 홈피 반응은“…” ˝
  • 스크린에 나이는 없다

    “늙거나 혹은 어리거나” 영화보기의 고정관념을 깨는 한국영화 2편이 잇따라 개봉된다.관록의 중견배우들이 스크린을 완전장악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19일 개봉)와 아역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일품인 ‘아홉살 인생’(26일 개봉).영화는 ‘20대 청춘만을 예찬하란 법이 있느냐.’며 편견을 꼬집는 독특한 작품들이다. ■ ’고독이 몸부림칠때’ 60대 홀아비들의 유쾌한 도발 주현·송재호·양택조·김무생·선우용녀·박영규·진희경.드라마를 끌어가는 주인공들의 면면만으로도 영화의 심상찮은 질감이 감지되는 코미디다.청춘스타들에 의존하는 주류영화의 안락한 공식을 외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 만하다. ‘물건리’라는,이름도 재미있는 바닷가 시골마을의 삶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알도 제대로 못 낳는 타조들 때문에 시름하는 농장주인 중달(주현)은 혼자 사는 이웃집 진봉(김무생)과 만나면 어린애들처럼 티격태격 쌈박질이다.그나마 온전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건 아내(이주실)와 아옹다옹하며 구멍가게를 꾸리는 찬경(양택조)뿐.중달,진봉과 마찬가지로 필국(송재호)도 어린 손녀를 키우는 재미만으로 홀로 적적하게 말년을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60대 홀아비들의 건조한 일상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영화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본격적으로 엮어낸다.세련된 자태의 중년 여인 송여사(선우용녀)가 서울에서 내려오자 늙은 홀아비들의 일상에는 전에 없던 균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TV드라마에서 묵직한 기둥역할을 해온 중견스타들이 군상드라마의 부분적인 캐릭터가 되어 일렬횡대로 늘어선 형국은 그 자체로 ‘낯선 충격’이다. 코미디의 강도를 높이는 역할은 ‘물건리 삼총사’로 불리는 주현·김무생·양택조가 도맡다시피 했다.말장난과 에피소드에 기대는 코미디에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건 오히려 코믹배우 이미지가 강한 박영규의 몫.중달의 동생으로 오십줄을 바라보는 노총각인 중범 역의 그는,무슨 영문인지 형의 협박에도 절대 결혼만은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오랫동안 주류영화에서 소외돼온 부분들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영화는 참신함의 미덕을 힘껏 발휘했다.꿈에 나타난 죽은 어머니에게 “엄마”라 부르며 어리광 피우는 주현,여자 팬티를 몰래 훔쳐 입는 김무생,동성애자로 둔갑한 박영규 등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고유의 결을 유지한 채 생생히 살아 있다.가공의 흔적이 없는 소박한 전원에 카메라를 고정시킨 것도 남다른 뚝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그러나 이런 미덕들은 외려 단점으로 꼬집힐 위험성도 있다.7명의 캐릭터들을 지나치도록 공평하게 해설하는 탓일까.집중력이 떨어지는 데다 갈수록 이야기가 방향타를 잃고 흩어지는 느낌이다. 황수정기자 sjh@ ■ ’아홉살 인생’ 아홉살 꼬마들의 사랑과 우정 ‘아홉살 인생’(제작 황기성사단)의 주연은 대부분 초등학생.하지만 이들은 어른 뺨치는 의뭉스럽고 개성강한 연기로 동심의 세계를 감성있게 그린다.그리고 묻는다.당신의 아홉살 때 모습은 어떠했나요? 또 지금은? 영화가 열리면서 펼쳐지는 맑고 정감어린 수채화는 전체 분위기를 오롯이 암시한다.잔잔한 풍경을 담은 몇 폭의 그림은 해맑은 동심으로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한편의 동화 속 세계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한다. 영화는 아홉살 지민(김석)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올망졸망한 세계를 보여준다.그 곳엔 동네 뒷산이 있고 맞장뜨기 장면이 나온다.도시락 못 싸오는 친구,서울서 전학온 부잣집 딸이 있다.그들의 만남에 풋사랑과 질투,우정과 대결,빈부 격차 등 인간사 모든 일을 빼곡하게 담는다.누구나 한번은 거쳐온 고만고만한 추억을 한보따리 풀어놓으며 입가에 연신 미소를 번지게 한다.그것은 ‘공감의 힘’인데 영화에서 한꺼번에 쓰느라 날씨가 틀린 일기를 베껴 써 들통난 일,여학생 고무줄을 끊어 혼난 일,돈이 없어졌다고 눈을 감기고 자백을 유도하는 장면 등으로 다가온다. 무대는 70년대 산동네.여민은 속이 깊은 초등3년생.여공 시절 사고로 한쪽 의안을 한 어머니(정선경)가 놀림을 받자 선글라스를 사주려고 돈을 모으기 위해 얼음과자(아이스케키) 장사에 어른들 심부름을 하면서 학교에선 의리있는 대장노릇도 한다.이 조숙한 동심은 우림(이세영)이 서울에서 전학오면서 미묘한 감정으로 바뀐다.내심을 감추고 주위에서 맴돌다가 차츰 마음을 드러내면서 그를 좋아하던 금복의 질투가 맞물리고 여민의 순정이 익어가면서 감동도 짙어간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만의 세계’를 완전히 재현하지는 못한 듯하다.몸은 동심이지만 그들이 걸친 옷에는 어른의 자취가 이따금 어른거린다.여민과 대장자리를 놓고 다투는 검은 제비의 말투나,우림·금복의 용어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또 서울서 전학온 여학생과 시골 학생의 순애보를 다룬 구도는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를 연상케 해 진부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런 흠이 영화의 잔잔한 감동을 막지는 못한다.달콤하고 시고, 떫고, 맵기도 한 아련한 그리움들이 묻어난다.애늙은이 같은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한 김석을 비롯,그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나아현 등 앙증맞은 아역들의 연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종수기자 vielee@˝
  • 무더위 날릴 공포영화 총집합/케이블·위성채널 납량특집

    ‘잠 못드는 여름밤은 공포영화와 함께’ 케이블·위성채널이 한여름 무더위를 가시게 할 오싹한 공포물로 다양한 납량 특집을 마련했다. 먼저 홈CGV는 지난 20일 ‘콜로보스’를 내보낸 데 이어 24일까지 매일 새벽 1시15분에 공포영화 4편을 방송한다.뱀파이어의 영혼이 깃든 오토바이를 소재로 한 엽기코미디 ‘뱀파이어 모터사이클’(21일),저주받은 목각인형 때문에 연쇄살인범으로 몰린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할로윈 나이트’(22일)가 전파를 탄다. 이어 150년 된 여자뱀파이어의 생애를 그린 ‘뱀파이어의 분노’(23일),게임과 관련한 연쇄살인범의 얘기를 담은 ‘블러디 머더’(24일)가 잇따라 방영된다. OCN은 ‘뉴 나이트메어’‘오멘2’‘매드니스’ 등 공포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 3편을 준비했다.‘나이트메어’의 완결편인 ‘뉴 나이트메어’는 23일,몸속에 침입한 사탄의 힘으로 부모를 살해하는 소년 데미안의 얘기를 그린 ‘오멘2’는 28일,그리고 샘 닐 주연의 ‘매드니스’는 30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수퍼액션은 28일부터 30일까지매일 밤 12시30분 ‘헌티드 힐’과 ‘스크림’1·3편 시리즈를 마련한다.‘헌티드 힐’은 공포의 전설이 깃든 성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독특한 시각적 이미지로 그렸고,‘스크림’시리즈는 광기어린 10대의 살인을 소재로 한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대표작이다. 유료영화채널 캐치온은 31일부터 2일까지 매일 오후 10시 ‘좋은 아들’‘검은 물밑에서’‘캠퍼스 레전드2’를 차례로 방송한다.‘좋은 아들’은 ‘나홀로 집에’의 아역배우 매컬리 컬킨이 사이코로 등장하는 스릴러물이고,‘검은 물밑에서’는 두 모녀가 낡은 아파트에 이사오면서 겪게 되는 기이한 일들을 그렸다.‘캠퍼스 레전드2’는 대학교 괴담을 소재로 한 저예산 호러물.이와 함께 애니메이션채널 투니버스도 25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에 미스터리 추리만화인 ‘소년탐정 김전일2’와 일본 옴니버스 TV시리즈인 ‘학교괴담’을 방송한다. 이순녀기자 coral@
  • [시네 드라이브] 사투리 연기가 흥행대박 좌우?

    영화 촬영현장에 때아닌 사투리 열풍이 강하다.경상,전라,강원 등 사투리의 출처도 다양하다.코미디 붐 속에 손쉽게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사투리를 끌어들이는 추세인데,배우들이 덩달아 바빠졌다. 가을 개봉을 목표로 새달 1일 크랭크인할 ‘황산벌’팀의 사투리 연습은 살벌(?)할 정도다.영화는 백제 계백장군과 신라 김유신 장군의 대결을 그리는 코미디.영화 전체가 영·호남 사투리로 진행되는 터라 주인공들의 사투리 대사는 필수다.계백의 부인을 맡은 김선아의 노력은 눈물겹다.전라도 출신인 매니저의 주선으로 여수 토박이 아줌마에게 시나리오를 보낸 뒤 사투리 육성을 녹음테이프로 공수받아 흉내내기에 여념이 없다.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달달 외우다시피 하며 역사공부에도 한창인 계백 역의 박중훈은 아예 촬영현장에 ‘전담선생’을 모셔갈 계획이다.김유신 역의 정진영도 뒤질세라 경상도 출신의 조연 김인문과 사투리만 쓰는 술자리를 따로 마련하고 있을 정도. 지난달 28일 개봉한 ‘선생 김봉두’는 배경이 강원도 산골.아역배우 5명은 촬영 두달 전부터 영월 출신의 극중 조연에게서 강원도 사투리를 과외수업받았다.장규성 감독이 강원도 시골 출신인 덕도 톡톡히 봤다. 이처럼 감독이 지방출신이면 사투리의 결은 한결 더 생생해진다.차태현과 유동근이 부산사람으로 설정된 코미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부산 출신인 오종록 감독이 일일이 억양과 발음을 교정해주고 있다.‘친구’의 장동건과 유오성이 사투리를 흠없이 구사한 것도 부산 출신 곽경택 감독의 공이었다.곽 감독은 번번이 대사를 녹음해 배우들에게 나눠줬다.‘가문의 영광’에서 익살스러운 호남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한 유동근은 ‘사투리의 달인’으로 통한다.가깝게 지내던 탤런트 김성한에게 개인교습을 받은 결과였다.‘선생 김봉두’에서 인정많은 학교 소사로 나온 성지루도 강원도 토박이의 생활용어를 직접 녹음해가며 사투리를 익혔다.요즘 배우들에게 사투리는 액세서리 수준을 넘어섰다.힘껏 공들일 수밖에.‘친구’가 대박터질 때 최고의 유행어는 장동건의 대사 한줄,“고마해라,마이 무따 아이가.”였으니. 황수정기자
  • 28일 개봉 ‘선생 김봉두’- ‘촌지 교사’가 벌이는 폭소해프닝

    ‘선생 김봉두’(28일 개봉·제작 좋은영화)에 대해 풀어야 할 오해가 둘 있다.우선 하나는 거창한 일대기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제목과는 달리 영화는 지극히 소시민적인 소재에서 요령있게 몸집을 키운 폭소 드라마라는 점.다음은,싱겁게 헐렁한 이미지로 단독주연은 왠지 버거울 것 같던 차승원이 1인 주인공 구도의 드라마에 성공적으로 도전했다는 점이다.물이 오를 대로 오른 차승원의 코믹연기는 가장 큰 감상포인트. 초등학교의 총각 선생님 김봉두(차승원)는 첫눈에도 존경받을 스승상과는 거리가 멀다.촌지를 상습적으로 받아챙기는 그에게 아무래도 뭔 일이 생길 것만 같은데,아니나 다를까.학부모의 항의소동에 징계를 받고 시골 분교로 쫓겨난다. 전교생이 다섯명뿐인 강원도 산골학교로 재빨리 카메라를 옮긴 영화는 자잘한 폭소 에피소드들을 속사포처럼 토해낸다.마을주민들이 열어준 환영잔치에서 만취한 선생님은 가라오케에서 하던 버릇을 그대로 내놓고,아무리 기다려도 돈봉투 하나 들어오지 않는 맥빠진(?) 수업시간은 툭하면 자습으로 때우더니,그것도 모자라 술집 아가씨를 사택으로 불러들이기까지…. ‘불량선생’이 할 수 있는 온갖 아이디어들을 펼쳐놓는 영화는 주인공의 개인기에 철저히 기댔다.차승원이 끼지 않는 장면이나 설정이 하나도 없을 정도.담배 한갑 못 구하는 오지생활에 질린 그가 혼자 고스톱을 치는 대목쯤에 이르면 아무리 점잔을 빼려 해도 터지는 웃음보를 감당할 수 없다. 영화를 끌어가는 또 다른 힘은 다섯 제자들의 순수한 동심이다.땟국 줄줄 흐르는 아이들은 폐교를 획책하는 불량선생님의 음모를 아는지 모르는지 점점 깊은 정을 쌓아간다.비록 ‘소품’ 같은 느낌이 들지만,김봉두에게 참스승의 의미를 깨우쳐주는 신인 아역배우들의 순박한 연기는 놀랄 만큼 능청스럽다. 영화는 90% 이상을 강원도 산골에서 찍었다.청정 오지마을의 계절변화를 멀찍이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것도 낭만주의 관객에겐 별미.감독의 의도대로,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원풍광과 코미디가 절묘한 운율을 빚어내는 데는 성공했다.그러나 극장을 나설 때 까닭모를 허전함에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도있겠다.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코믹 에피소드들로 관객을 무장해제시키려는 감독의 욕심이 넘쳤다.주인공이 스스로의 위선에 갈등하고 주위와 화해하는 동기들이 에피소드 더미에 묻혀 흐리멍텅해졌다. 분교의 노총각 소사 역에 성지루,김봉두의 ‘천적’인 마을 어르신 역에 변희봉.연기력 탄탄한 조연들이자,나홀로 주인공의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힘의 균형을 찾아주는 장치다. 황수정기자 sjh@
  • ‘아트’ 주연으로 정식데뷔,홍승기 낮엔 변호사 밤엔 연극배우

    법전이 꽂힌 서재에서 편안한 의자에 몸을 묻고 영화를 감상하는 사이 “자산관리는 플랜마스터에 맡기시고…”라는 카피가 흐른다.이 광고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홍승기(43)변호사가 연극 ‘아트’로 무대에 정식 데뷔한다.그것도 감초 역할이 아니라,어엿한 3명의 주연배우 가운데 한 배역을 꿰찼다. 서울 청담동의 한 건물 지하 연습실.모두들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유독 한 사람만이 ‘나머지 공부’에 몰두해 있다.오전에는 변호사 사무실로,오후에는 연극연습실로 출근한다는 그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굳이 오후 10시를 넘겨 인터뷰 시간을 잡자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곧 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제 연극인생 30년을 결산하는 작품입니다.(웃음)” 농담처럼 말문을 연 데는 사연이 있다.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똘망똘망한’외모 덕분에 학교 추천을 받아 아역배우로 연극무대와 TV드라마에 서곤 했다. “극단을 따라 다녔으니 연극쟁이들의 삶이 고달프다는 것은 알았죠.그래서 본업은 다른 일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연극으로 돌아가리라 맘을 먹었습니다.” 오랫동안 품어온 꿈이 드디어 실현됐지만 “이제는 연극인생을 마감해야겠다.”며 너스레를 떤다.변호사하랴 연기연습하랴,아무리 부지런한 그라도 힘에 부칠터.“그래도 이번 공연이 끝나면 또 몸이 근질근질해질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제 대사가 나갈 때 객석이 움직이면 전율을 느껴요.낚시에서 붕어가 걸렸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죠.” 그 느낌 때문에 변호사가 되어서도 계속 배우를 넘봤고,10여년전 아내 몰래 배우 공모에 원서를 들이밀면서 그의 ‘외도’는 시작됐다.데뷔작은 93년 영화 ‘아주 특별한 변신’.처음에는 귀걸이에 가발까지 쓴 불량한 강간범을 맡으려 했지만 “근엄한 선배들의 꾸지람이 무서워서” 변호사역으로 만족했다.그 뒤 영화 ‘축제’에서 안성기의 친구 4명 가운데 한명으로 등장했고,재판을 다룬 TV 드라마에서 변호사 역으로도 종종 출연했다. 이번에 그가 맡은 역은 역시 변호사.하지만 극중에서 재판을 하는 장면은 없다.연극은 종학이 하얀색 캔버스에 하얀 선이 그어져있는 미술작품을 비싸게 구입하면서 시작된다.종학은 자랑하기 위해 친구 둘을 초대하지만,승기는 자신의 친구가 그렇게 큰 돈을 단지 캔버스를 사는 데 써버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현실적이고 예민한 성격의 인물입니다.호사취미를 가진 친구에게 시비를 걸죠.” 승기 역은 이지나 연출가를 대변하는 역할이라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이씨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록키 호러 쇼’‘메이드 인 차이나’를 올린 여성연출가.“승기의 대사를 빌려 예술은 관객과 같이 호흡해야 한다는 속내를 털어놓습니다.대중적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론인 셈이죠.” 연극 ‘아트’는 프랑스 여류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으로,96년 영국에서 제작해 올리비에 어워드 등 최고의 상을 휩쓸었다.그 뒤 35개 언어로 번역·제작됐으며,런던에서는 24번째 캐스팅으로 장기 공연중이다.이번 무대는 한국식으로 번안했고,출연진의 직업도 바꿨다.영화 ‘강원도의 힘’의 백종학,극단 목화 출신의 박희순이 실명 그대로 출연한다. “성공한 중년남성의 이미지를 파는 연극이라,타깃이 중산층 여성이에요.(웃음) 아니 그보단 휴머니즘·사랑·성공·예술에 관한 위트있는 대사가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변호사가 변호사역을 맡는 것은 “진정한 배우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다음엔 깡패 두목 같은 거친 역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변호사로서 너무 게으른 것은 아닐까.“전 언제나 문화와 법률을 접목하는 일을 좋아해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국내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그는 저작권 분쟁 등을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현재 광고 심의위원,독립제작사협회 고문도 맡고 있다.“문화산업이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지금까지도 그래왔고요.물론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속 연기를 할 겁니다.” 연극 ‘아트’는 새달 1∼2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02)516-1501. 김소연기자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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