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강정”의 북경항공로/두항공사 편수만 과다확보…「출혈운항」할판
◎정기노선은 논의조차 못해/자동차등 선심공세 허사로
북경아시안게임을 맞아 중국에 전세기를 취항시키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상호 과당경쟁을 벌인 끝에 아무런 실속은 없이 엄청난 출혈만 하고 있다.
두 항공사는 앞으로의 정기항공노선 개설때 서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중국에 상당한 선심공세를 펴가며 이번 전세기 운항횟수를 조금이라도 더 따내려고 경쟁,결국 출혈운항을 감수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한중양측이 최종 확정한 전세기 운항일정에 따르면 두 항공사는 아시안게임 전후인 9월4일부터 10월18일까지 모두 1백14편의 전세기를 운항하게 됐으며 그나마 대회시작전 돌아오는편과 대회 후 가는편 등 53편은 승객이 없는 빈 비행기로 운항하는 것이다.
승객을 태우는 61편도 실제에 있어서는 정원 2백50명짜리 여객기에 겨우 60명정도를 태우는 등 거의 정원에 훨씬 못미치는 적자운항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북경 58회 등 모두 64회 운항 가운데 28회가 빈채로 운항할 예정이고 아시아나항공은 북경 20회를 비롯,모두 50회 가운데 절반인 25회가 승객없이 운항된다. 승객없이 운항되는 이들 53편의 운항비용만도 약 18억원(2백50만달러)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상해부정기편을 취항하면서 북경게임의 후원자 자격으로 1백50만달러(약 10억원)를 로비성 자금으로 내놓았고 소나타와 르망승용차 1백55대를 무상으로 중국당국에 제공했으며 아시아나에서도 23만달러짜리 카고로더 1대와 아시안게임 지원차량 46대를 경쟁적으로 내어 놓았다.
이처럼 두 항공사가 수백만달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앞다퉈 선심물량 공세를 편 것은 『중국에 정기편이 뜰 경우에 대비,서로 더 많은 운항횟수를 따기 위한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두 항공사가 촌치의 양보도 없이 중국행을 무리하게 감행함에 따라 국내에서는 관광성수기인 9월과 10월의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기운항 스케줄까지 전면 재조정해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됐다.
두 항공사의 피나는 싸움에도 불구하고 두 항공사가 노리는 중국과의 정기노선 개설은 정작 올해안에 이뤄지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항공 상당수 관계자들도 『아시안게임 끝나봐야 알겠지만 그때가서야 정기노선개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업체의 과당경쟁은 항공업계 뿐만 아니어서 삼성그룹이 아시안게임에 관중이 쓸 모자를 25만여달러어치 제공하는 것을 포함,모두 5백70만달러(약 41억원)를 각종 판촉전에 유ㆍ무상으로 제공,또는 투입할 예정이며 럭키금성그룹이 3백50만달러(약 25억2천만원),대우그룹이 2백50여만달러(약 18억원)를 각각 지원하거나 광고 및 판촉경비로 쓸 예정이다. 실익도 없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업계사이의 이같은 지나친 선심공세는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국가에 대해서도 비슷한 실정이다.